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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틀리지 않는 時計

시간의 단위를 표시해 주는 기계인 시계는 인류가 원시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사용되었다. 제일 먼저 사용된 시계가 해시계였다. 태양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간을 표시하는 기구로 노몬(gnomon)이라고 불렸으며, 주로 유럽지역에서 많이 사용되었다.그후 해시계의 결점을 보완한 물시계, 모래시계, 불시계가 16세기까지 사용되었다. 기계시계는 14세기초 만들어졌는데 무거운 추를 동력으로 삼았으며, 교회건물위에 걸어놓아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었다. 1364년 프랑스에서는 찰스 5세가 유명한 독일의 기계기술자인 H·드비크로 하여금 파리에 대형시계를 제작하게 하였는데 이 시계는 높이가 3m나 되며 현존 시계중 가장 오래된 시계이다.1583년 이탈리아의 G·갈릴레이가 진자운동의 등시성(等時性)를 발견하였고, 이것을 1656년 네덜란드의 수학자 C·호이겐스가 걸쇠에 응용하면서 비로소 분침과 초침까지 달린 기계시계가 등장했다. 이처럼 기계에 흔들이를 응용하기 시작한뒤 부터 정밀도가 대단히 높아지게 되었다.20세기 들어 과학의 발달로 여러가지 시계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발명되고 개량되었다. 전자시계, 원자시계등이 그것이다.최근 1백50억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초정밀시계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L)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우주의 나이가 1백50억년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계는 ‘틀리지 않는 시계’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이 시계는 기존의 마이크로파(波) 원자시계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면서 고주파를 대체 사용하여 더욱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 준다는 것이 개발팀의 설명이다. 이 시계는 현재 국제원자시(國際原子時)설정의 기준이 되는 세슘(CS)원자시계보다 1백∼1천배 더 정확하다고 한다. 이 시계의 개발로 정확한 시간이 생명인 인공위성 항행(航行)과 고속데이터 전송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과학의 발달이 과연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두려운 생각이 들게하는 ‘틀리지 않는 시계’의 개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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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6 23:02

[오목대] 善隣 못되는 日本

선린(善隣)은 가까이 살면서 사이좋은 이웃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촌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더 낫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라와 나라 사이의 선린이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국가이념과 정체가 다르고 문화와 전통도 제각각인 이웃나라끼리 선린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국경을 접하며 문화교류가 빈번한 민족일수록 서로 상대방을 폄훼하고 시기하는 일이 더 많다.가령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한 뿌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로 독특한 문화적 주체성을 고집한다. 이런 영국인을 두고 프랑스 사람들이 특히 ‘섬나라 근성’이라하여 미워한다고 한다. 아직도 독선이 지나친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경박한 프랑스인, 미련한 독일인 사기성 강한 이탈리아인이라고 비아냥대는것이 영국인들이다.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가까이 접해온 이웃 민족사이에 선린의 정보다 경멸감이나 혐오감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다 너보다는 내가 낫다는 인간 본연의 우월성과 정체성을 앞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정서는 거의 절대적이다. 삼국시대 백제문화를 섬나라 일본에 전수해준게 우리 민족이고 일본의 개화기에 큰 도움을 준 ‘통신사절단’을 파견했다는 우월의식을 우리는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제의 침략을 받았고 압제와 수탈의 비극적 식민통치의 아픈 과거사를 간직하고 있다.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야스무리신사 참배로 국민감정이 격앙된 가운데 오늘 우리는 또 한 차례의 광복절을 맞았다. 지난번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이 내연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한·일간에는 종군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두 나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는 선린우호란 한낱 외교적 수사에 그칠 뿐이다. 아직도 ‘섬나라 근성’을 못버리는 일본은 진정 우리의 이웃사촌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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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5 23:02

[오목대] 세상인심

문전성시(門前成市)에 반대되는 뜻으로 문전작라(門前雀羅)라는 말이 있다.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급정열전(汲鄭列傳)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사람이 권세를 잃거나 빈천해지면 문앞에 새그물을 칠 정도로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긴다는 뜻이다. 중국 전한(前漢0 7대 황제인 무제(武帝)때 적공(翟公)이라는 사람이 정위(廷尉)벼슬에 오르자 빈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그가 면직이 된 후에는 금새 사람의 발길이 끊겨 문앞에 새그물을 쳐놓을 정도로 집 안팎이 한산해졌다. 얼마 후 다시 적공은 정위에 등용되고 사람들은 또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적공은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대문에 붙였다고 한다.한번 죽고 한번 삶에 곧 사귐의 정을 알고/ 한번 가난하고 한번 부함에 곧 사귐의 태도를 알며/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함에 곧 사귐의 정은 나타나네.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게 사람의 마음인데 어찌 세상인심 변하는 것을 탓할수 있을까마는 엊그제까지 머리 조아리며 갖은 아첨 다 떨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뒤돌아 서 냉정해지는 꼴은 괘씸하다 못해 인생살이가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변치않을 친구로 굳게 믿고 노태우씨에게 정권을 넘긴 전두환씨는 백담사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권력의 무상함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퍽 괴로워했던 모양이다. 세상이 변하자 총대 거꾸로 메고 돌아선 몇몇 사람의 배반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손봐줄 사람들’을 곱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그런데 이번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조석으로 달라지는 세상인심을 절감하고 있다고 해서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폴라 존스, 모니카 르윈스키 등과의 성추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송지원비란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아온 그는 재임당시 75만달러에 달하던 기부금이 최근 3개월간 6천7백44달러로 형편없이 떨어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클린턴은 아직도 못갚은 변론비용 4백만달러를 벌기위해 부지런히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권세가 있을때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 한가지인것 같아 묘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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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4 23:02

[오목대] 당신의 딸이라면…

‘당신의 딸이었으면 바라만 보았을까…’11일자 본보 사회면(19면) 머릿기사의 제목이다. 한 여대생이 백주 대낮에 폭력배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폭력배들은 대로상에서 지나가던 이 여대생을 성희롱했고 저항하자 입에 담지못할 욕설과 함께 주먹질 발길질을 서슴치 않았다. 주변에는 남자 대학생을 비롯해서 오고가는 행인이 적지않았다. 상가 주민들도 소란스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중 누구하나 나서서 이를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본인이 휴대폰으로 신고하여 경찰이 현장에 달려 올때까지 이 나약한 여대생은 폭력의 공포앞에 무방비로 팽겨쳐진 가녀린 희생양이었다. 우리의 부끄러운 이웃들은 그 20여분 동안 ‘비열한 방관자’로 스스로 몸을 낮췄을 분이다.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찰이 이들의 범행을 입증할 현장 목격자의 진술을 받으려 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한다. ‘구경은 했으되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수도 있는(?) 진술은 못하겠다’는 철저한 자기보신주의, 비겁함의 극치를 드러낸 행태들이다. 한 유흥업소 종업원의 용기있는 진술이 아니었다라면 이 분통터지는 폭력배들의 횡포는 또 한차례 사회 독버섯들의 악행 기록을 추가하는 것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어쩌다가 우리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전과(前科)의 음산한 별 몇개를 뽐내는 폭력배들의 위세앞에 이토록 시민이 주눅들어도 대행할 힘은 없는 것인가? 이러고도 어떻게 언필칭 정의사회며 시민정신을 운위할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그들이 조직폭력배들이고 섣불리 거들었다가 뒤따를수도 있는 보복이 두렵다한들 사회정의가 의협심이 이토록 무기력하게 뒤돌아 앉아 있을수는 없다. 나약한 소시민들이 폭력의 발톱에 할퀴고 있는 순간 우리의 법질서나 사회도덕률 또한 동시에 버팀목없이 내려앉는 위기를 맞을수밖에 없다.얼마전 헌법재판소는 ‘정의로운 폭력’에 대해서는 처벌할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바 있다. 악행을 보고도 방관하는 것은 더 큰 악행이란 법언도 있다. 한 여대생이 당한 봉변을 단순한 폭력의 악순환쯤으로 방관해선 안된다. 폭력이 기승을 부릴때는 용기있고 정의로운 폭력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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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3 23:02

[오목대] 반도체 산업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의 원유라고까지 불리어지고 있으며, 마치 마이더스의 손길이 닿은 황금 사라기와도 같은 것이다. 반도체산업은 1974년 미 AT&T사 벨연구소의 쇼클리(Shockley)와 그의 연구팀들은 고체 트랜지스터를 처음 고안해 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그 후 1954년에 미 텍사스 인스트루먼스사(Texas Instruments)가 실리콘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하였고, 1959년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와 페어차일드(Fairchild) 반도체회사가 각각 독자적으로 IC라 불리는 집적회로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하였다.IC의 발명은 트랜지스터의 집적화를 촉진시키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IC의 발명으로 인해 수십만 개의 트랜지스터연결을 매우 정교한 전기회가 디자인된 하나의 칩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반도체의 집적화를 이루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이러한 반도체산업은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산라인을 하나 만드는 데에 약 2조 원에서 3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경제성이 없어지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또한 막대한 투자자금은 주로 생산장비의 구입에 쓰이는데, 이 생산장비는 1대당 5천만 달러 이상의 값비싼 장비이지만 2-3년 후에는 다른 반도체제품의 생산에 전혀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급속하게 감가상각이 되기도 한다.우리 나라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두각을 나타내며 선두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이 효자산업이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의 시장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D램 경기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05년까지 부진이 예상된다고 하니 당분간 황금싸라기의 가치는 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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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1 23:02

[오목대] `사랑의 집짓기'

세상사 설움중에서도 집없는 설움이 제일 크다고 했다. 남의 집에 전세나 월세로 얹혀 살던 집없는 서민이 소유가 집을 비우라고 할때의 참담한 심정은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무주택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담긴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사랑의 집짓기’운동이 군산시르 비롯 전국 6개도시에서 열리고 있다.‘사랑의 집짓기’운동은 전세계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 해비타트(Habitat)가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회운동이다. 해비타트는 197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밀러드 풀러총재가 설립한 이후 그동안 전세계 79개국에서 11만5천여채의 주택을 지어 공급해왔다.풀러총재가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그는 20대 후반에 변호사와 사업가로 성공하여 백만장자가 되었다. 결혼뒤 더 많은 부(富)를 쌓았지만 어느날 아내는 “돈 만을 최고로 여기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며 결별을 선언한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새로운 삶에 눈을 뜨고 모든 재산을 사회단체에 기부한 뒤 무주택자 극빈자를 위해 집을 짓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다.해비타트 한국본부는 1992년 발족돼 지금까지 국내에 85채, 해외에 1백30채의 주택을 건립했다.국제해비타트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중 하나인 ‘지미카터 특별건축사업(CJWP)2001’행사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국내 6개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매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해비타트 자원봉사자들이 한 국가를 선정해 집을 지어주는 행사다. 이번에는 카터를 비롯 아키노 전 필리핀대통령, 풀러 국제해비타트총재, 한완상 부총리등 국내외 9천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여 삼복더위도 잊은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군산시 산북동 ‘사랑의 마을’에 짓고 있는 12채에 대한 공사가 거의 끝나‘주택헌정식’이 오늘 열린다고 한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 ‘사랑의 집짓기’운동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이 운동의 성공과 계속적인 확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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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0 23:02

[오목대] 地方分權운동

영호남 4개 지역 진보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지방분권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세기 동안의 과도한 중앙집중과 서울집중으로 인한 지방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소외 문제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이 운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그간 ‘서울공화국’의 문제점은 다각도로 제기된 바 있다. ‘서울-과잉’의 비효율과 ‘지방-부족’의 비능률이 겹쳐 나라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사람과 지방사람이라는 ‘두 개의 국민’으로 분할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어 그 정서적 괴리감은 참담할 정도이다. 결정권도 없고 세원도 없으며 인재마저 서울로 빼앗기고 만 상태에서의 허울뿐인 지방자치는 ‘낙오자들의 잔치’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지방경제의 취약함과 이와 직결되는 일자리의 부족은 인구의 서울집중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패권주의도 기실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역 지식인들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특히 우리 지역과 같은 경우 그냥 동조만 할 수 없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역불균형발전이라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긴 세월동안의 지역차별로 인한 불균등의 심화가 무조건적인 동의를 가로막는 것이다.당장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는 경우 현 상태의 지역불균형이 영속화 될 수 있다. 현재의 불균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강력한 역차별정책이라도 요구해야 할 판이다.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이 지역의 경우 지방분권의 실현이 오히려 후진의 정도를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이 지역 지식인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론이 당위를 인정하면서도 지역불균형의 현실을 무작정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서울집중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현실적으로 한해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학교육비를 감당하며 자식들을 서울로 유학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이래저래 이 지역 지식인들의 주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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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9 23:02

[오목대] 기후 공황?

공식적으로 장마가 끝난후 우리나라 전역에 매일 섭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엊그제 경북 영천지방이 최고 36도를 기록하는등 평균 33도를 넘는 열파(熱波)가 연 1주일째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전주지방도 30도이상을 기록하는 폭염이 좀처럼 수그러들줄 모르고 가마솥처럼 대기를 달구고 있다.기상학자들은 ‘경제공황’못지않게 이제 ‘기후공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해를 거듭하며 멈추기는커녕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후도 충청이남 지방의 경우 서서히 아열대기후로 바뀐다는 보고도 있다. 요즘같은 국지성 호우, 가뭄, 찜통같은 더위가 단순히 기상이변에 의한 일과성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반복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경기북부와 중부지방에 연 3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가뭄과 홍수피해를 보면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기상전문가들은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대기 공해, 열대 우림파괴등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지만 산업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실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날씨마저 강대국의 영향아래 좌지우지 되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게 됐으니 안타까운 일이다.그런 기상이변의 연속선상에서 최근에는 열대야 현상마저 며칠씩 계속돼 사람들의 심신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다. 한 밤중에도 기온이 25도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은 바로 도시지역의 인공열(人工熱)때문인데 불쾌지수와 함께 사람들이 더위를 참지 못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 불청객이다.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이런 열대야 현상은 90년대 들어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고 올들어서만 전주지방의 경우 12일간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더위나 열대야가 짜증스럽다 해도 우리 몸엔 스스로 땀과 체열을 발산해내는 대항수단을 갖추고 있어 이를 충분히 이겨 낼수 있다고 한다, 어느사이 입추(立秋)도 지났음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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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8 23:02

[오목대] 文化의 차이

우리 나라에서는 다른 사람 앞에서 음식을 소리내어 먹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는 것이 그리 실례가 되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큰 실례가 된다. 반면 다른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코를 푸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는 추하게 생각되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그러면 어느 쪽이 옳다고 볼 수 있는가? 이러한 것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는 단지 문화의 차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 국가와 국민의 특성을 결정짓기도 하지만 때로는 국가간 무역에도 영향을 준다.각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형적인 예는 미국업체가 일본에 수출한 냉장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냉장고회사가 일본에 냉장고를 수출할 당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창호지 한 장의 두께로 가려진 창문을 통하여 냉장고의 소음이 안방까지 너무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두꺼운 나무로 된 문은 소음을 막아주지만 일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문화적 차이로 인한 수출의 실패는 동서양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미국, 독일, 프랑스 문화가 같은 것으로 보이나 그 구별이 어렵고 모를 뿐이지 서구 내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뚜렷하다.아봉(Avon) 화장품회사는 미국에서는 가정과 직장 방문판매로 성공하였으나 유럽에서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미국여성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화장품을 은밀하게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유럽여성들은 가정방문이 사행활 침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유럽 내에서도 자동차를 선택하는 취향이 나라에 따라 각각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고속도로나 시내에서 신나게 잘 달리는 소형 슈퍼 카가 인기가 있지만 독일에서는 신공법으로 설계되어 안전하고 내부가 편안한 차가 잘 팔린다. 이탈리아에서는 순발력이 뛰어난 차, 핀란드에서는 차체가 튼튼하고 신뢰성이 있는 차가 인기가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작은 차는 값싸고 질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결국 우리 나라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일본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 기타 다른 국가에서 반드시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무역에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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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7 23:02

[오목대] 호랑이 소동

사자와 함께 백수의 왕으로 불리우는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로 추운 지방에서부터 더운 지방까지 고루 분포해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열대지방에 사는 호랑이는 인도·수마트라·밀레이 반도등이 주서식처이며 한대지방은 시베리아와 중국과 북한의 경계지역인 만주지방이 대표적이다.흔히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우는 우리나라 호랑이는 체형이나 털 색갈, 포효가 우렁차 호랑이중 으뜸으로 꼽히며 백두산에서부터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험한 산림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백두산 일대와 동북부 지역에 50여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후 그 모습을 감추었고 1996년 4월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멸종을 선언한 상태다.그런데 문화방송이 지난 2일 경북 청송에서 야생호랑이를 촬영했다는 보도를 내보낸후 삼복더위속에 때아닌 호랑이 진위(眞僞)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방송측은 야생동물 전문가와 러시아·학자들까지 초빙해 현장을 답사한후 틀림없는 호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살쾡이인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외한들이 봐서도 필름에 나타난 이 동물이 호랑이라고 단정할만한 시원한 증거를 보여주기 못했다는게 솔직한 지적이다.그러나 이미 지난 98년에 강원도 화천에서 호랑이 발자국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온 일이 있고 이번에 촬영한 지역 주민들도 지난 해부터 호랑이를 봤다는 주장을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신빙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동안 산림이 우거지고 호랑이의 먹잇감인 멧돼지·고라니등이 풍부해지는등 서식환경이 좋아진데다가 얼마전에는 지리산에서 반달곰 서식도 확인된터라 호랑이쪽에 무게를 둘만도 하다는 생각이다.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신성시 되는 영물이다. 건국신화에서부터 수많은 민속 설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우리에게 효행과 충성, 보은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속신(俗信)의 상징처럼되고 있다. 환경부가 본격 조사에 나선다니 머지않아 진짜호랑이인지 아니면 살쾡이인지 밝혀지겠지만 요즘같이 짜증나고 힘겨운 세상살이에 시원한 호랑이 소식이라도 들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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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6 23:02

[오목대] 천덕꾸리기 쌀

60년대 후반까지 농촌에 근거를 두고 살아온 4·50대 이후 장·노년층이라면 아마 허리 구부리고 서럽게 넘었던‘보릿고개’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풋보리가 익어가는 6월쯤이면 대부분의 농가가 양식이 바닥나 고구마나 감자 같은 구황작물(救荒作物)로 끼니를 떼우고 보리잎이나 자운영을 뜯어다가 희멀건 죽을 쑤어 연명을 했으니 그리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입에 풀칠이나 하던 그 시절에 쌀밥은 땅섬지기나 소작으로 내놓던 지주집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었지 대다수 서민들은 보리밥이라도 배 안곯고 먹는게 목전의 소원이었다.아침 한끼니 해결하기 위해 X지게 짊어지고 남의 집 푸세식 변소를 여남은번씩 들락거렸다고 한다면 “라면이라도 사다 먹지 왜 굶었느냐”고 묻는 요즘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을까?헌데 근래 쌀이 남아돌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보릿고개시절 천대받던 보리쌀과 고구마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에 쌀이 귀할리가 만무하겠지만 고구마와 보리쌀 값이 각각 1kg에 3천6백원과 2천3백원선을 넘어 1kg에 2천2백원인 쌀값을 추월했다니 세상 참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면서 우리는 또다른 걱정거리를 떠안게 됐다. 5년 연속 풍년이 든데다 쌀 소비량마져 감소해 현재 쌀 재고량이 7백50만섬에 이르고 있고 올 생산량까지 합치면 무려 1천만섬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권고하는 적정재고량은 6백만섬을 66%나 초과한 수치다. 이 때문에 쌀값이 떨어져 창고에 잔뜩 벼를 보관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농민들도 쌀을 팔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잇따고 한다.게다가 오는 2004년에는 WTO체제하에서 관세화를 전제로 한 쌀수입 전면개방 여부를 재협상하기로 돼있다. 자칫 일이 잘못되면 우리 쌀농사는 조종(弔鐘)을 울리게 된다. 7천만 민족의 주식이요, 농민의 주소득원인 논농사를 버리고 우리 민족이 과연 세세손손 살아남을 수 있을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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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4 23:02

[오목대] 外來 동식물

과거에는 바다와 대륙에 가로막혀 자유롭게 이동을 못했던 세계 각지역의 동식물들이 빈번한 국제교류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동하기 쉬워지면서 각 지역의 고유 생태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필요에 의해 들여왔건, 반기지도 않았는데 관광객이나 화물등에 묻어 들어왔건 외래 동식물로 인해 산화의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외래동물은 1960년대 식용으로 사육하기 위해 도입된 황소개구리, 블루길, 큰 입 배스등이다. 이것들은 연못이나 호수등지의 토종 어류를 닥치는대로 잡아 먹어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여기에 1990년대 애완용으로 들여온 청거북이마저 방생등을 통해 하천등에 방류되면서 토종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 최근에는 남미에서 도입된 왕우렁이가 각종 수생식물은 물론 무·배추등 모든 식물을 먹어치워 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전북대 이원구교수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방직후 50여종에 불과하던 외래식물이 최근에는 3백종 가까이로 급증했다고 한다. 외래식물은 나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식물 고유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전쟁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풀은 눈과 기도에 심한 알러지를 일으켜 환경부에 의해 인체에 해를 끼치는 식물 1호로 지정된바 있다.때마침 본사와 자연보존협회 전북지부가 외래동물의 유입으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토종동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 개최한 ‘외래도입동물과 토착동물 전시회’가 큰 호응을 얻고 전시를 끝냈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성황을 이룬 가운데 토종동물의 아름다움과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운 교육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유의 유전형질을 지니고 있는 토종동식물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그 소중한 자원이 외래동식물의 창궐로 자취가 사라진다면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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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3 23:02

[오목대] '참으로 해괴한 일'

문화예술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전통문화고등학교가 아직도 옥신각신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 한국음악과(국악과) 설치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몇몇‘말많은’교육위원들에 발목이 잡혀 아직도 승강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는데도 설립취지마저 망각한 채 일정 사립학교 재단의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 하겠다.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집행부의 태도가 이보다 크게 앞서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들 또한 특수목적학교의 특성이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계속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사공채에 대한 이들의 안이한 자세에서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학교의 목적은 입시를 위주로 하는 일반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전통문화 장인의 육성, 바로 그것에 있다. 그러니 관련 부분의 전문기능이 교사자격 요건 중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들의 적체해소를 위해 이 특수목적고의 교사채용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한국음악과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서양음악 전공자를 임용하겠다는 것이다.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처음 부임하는 교사들은 특히 중요하다. 이들에 의해 학교의 성격과 전통이 좌우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양음악 중심의 학교교육으로 우리 음악이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음악과에 서양음악 전공자를 쓰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한국음악전공자에 교사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다면 혹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격을 갖춘 후보들이 도내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른다. 이런 마당에 임용고시 합격자의 적체해소만을 내세우는 것은 일의 우선 순위를 가리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사라 할 것이다. 의당 일반학교 교사들 임용과는 다른 별도의 임용절차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전통문예의 젊은 일꾼들을 키워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교육관계자들의 편협하고 안이한 태도로 유실되는, 참으로 해괴한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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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2 23:02

[오목대] 한 讀者의 편지

한 독자가 어제 본사에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내용은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을 소개한 한 교양잡지의 복사본이었다. ‘세계의 역사서 뉴욕타임스’라는 제목이 붙은 복사본에는 뉴욕타임스의 창간, 편집방향, 경영철학등이 소개돼 있었다. 신문학을 전공하거나 신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 독자가 굳이 이런 내용을 본사에 우송한 것은 이 신문의 정신을 본받아 논정필직(論正筆直)의 신문 본연의 사명을 다 하라는 채찍질로 해석된다.오늘날 미국인들이 믿는 세가지로 헌법과 바이블, 그리고 뉴욕타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신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물론 워싱턴 포스트라는 또다른 걸출한 신문이 쌍벽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72년 워터게이트사건 특종이후의 일이다. 뉴욕타임스의 깊이는 심증취재와 정확성이 있다. 분야별 전문기자들이 24시간 자기 영역에만 매달려 취재에 일하고 전체 기사의 95%는 기자들이 직접 확인한 뒤에 보도한다. 그러기에 뉴욕타임스는‘오늘은 신문, 내일은 역사교과서’라는 최상의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이 독자는 복사본과 함께 신문의 역할에 대해 몇마디 충고를 곁들어이고 있다. “독설과 험담보다 처방전·약방문을 제시하고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을 보라”고 지적했다. 신문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사회의 교과서 역할을 해야하며 무엇보다도 독자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다. 요즘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과 사회 각 계층간 갈등과 반목, 질시의 현장을 되돌아 볼때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과연 어떠해야 할지를 신중히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다.뉴욕타임스가 지령(紙齡)5만호 발행일을 맞았을때 발행인이 한 말은 ‘우리가 5만호 발행을 자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훌륭한 기사로 5001호를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한다. 본보는 오늘부터 한글 제호를 다시 한자 全北日報로 바꿨다. 제호 변경과 함께 全北日報는 오랜 전통을 살려 독자와 함께하는 신문, 늘 창간하는 자세로 새로운 신문제작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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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01 23:02

[오목대] ‘밑 빠진 독’ 賞

상(賞)의 사전적 의미는 ‘훌륭한 일이나 잘 한 일을 기리기 위해 주는 표적(表迹)’을 말한다.(동아새국어사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노벨상이나 유엔이 주는 인권상, 영화계의 아카데미상, 유네스코상등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상의 대명사라 할 만하다. 상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뿐 아니라 국력의 우월을 좌우하는 비중있는 상들이 지구촌의 희비를 가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그러나 상중에는 꼭 명예스러운 것만 있는것도 아니다. 서구사회의 상류층 사교계에서는 ‘옷을 가장 못입는 남여’랄지 ‘매너가 가장 나쁜 정치인’같은 익살이 담긴 불명예(?)스러운 상도 많다. 그만큼 국가 지도자에 대한 농담이나 야유가 애교스럽게 통하기도 한다. 가령 섹스 스캔들로 유명한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나 멍청한 흐루시쵸프 전소련공산당 서기장, 콜 전독일총리등은 호사가들의 입줄에 단골로 오르 내리는 명사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결고 명예스럽다고 할수없는 갖가지 ‘기발한 상’들을 수여했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저쪽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웃음의 미학으로 통한다니 부러울 뿐이다.우리나라에서도 기존질서에 반하는 ‘안티’운동이 제법 활발하여 작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안티 사이버’나 ‘안티 미스코리아’같은 행사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가 매달 시상하는 ‘밑바진 독 상’의 경우는 좀 다르다. 상의 제목을 보면 익살스럽지만 그내용을 들여다 보면 무서운 도그머가 숨어 있기때문이다. 7월중 이 상의 대상자로 김제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건교부가 선정됐고 그 밑빠진 독을 전북도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려 했다니 우리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아마도 김제공항의 필요성이 없다는 상징적인 안티운동으로서 이런 상을 준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여러 말 할것없이 항공수요는 폭증하는데 전북에만 민간공항이 없어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시리다. 이런 마당에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말라는 그 시민단체의 충고(?)를 자칫 독각귀(獨脚鬼)들의 잠꼬대 쯤으로 비아냥 댈 도민들이 없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안 해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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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31 23:02

[오목대] 彈劾訴追

우리나라에 과연 ‘정치’가 있는가? 여야 모두 정권쟁취에 눈이 어두워 끝간데 없이 정쟁만 일삼더니 한나라당이 느닷없이 대통령 탄핵소추 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서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무릇 정치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국민을 하늘처럼 받드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역겨울 지경이다. 오로지 ‘다음 정권을 어떻게 차지할 것인가’에 정신이 팔려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어찌 국민이 똑바로 보이겠는가?물론 오늘날 정치판이 이모양 이꼴로 전락한 것을 이시대 정치인들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일제(日帝)치하의 식민지생활과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강압 통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극도의 저항감과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켜 ‘밀리면 끝장’이라는 극단적 사고가 보편화 돼버린 역사적 소인을 무시할수가 없다. 게다가 박정희전대통령이 정권유지를 위해 ‘내고장을 사랑하는 순수한 지역의식’을 지역감정으로 악용하면서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 나뉘어 사사건건 감정적 대립을 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감정은 확대재생산되어 어느 지역 출신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안티’의식이 국민들 가슴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니 눈치빠른 정치권이 이를 그냥 놔두겠는가.야당 총무단의 이번 대통령 탄핵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수 있다. 호남출신 대통령이니 영남에서 정서가 썩 좋지 않을 것은 뻔하고 유권자수가 2배나 많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면 정권창출도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라는 계산 아래 국민의 정부 초기부터 국정이 마비되도록 정부·여당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태우정권과 김영삼정권때 제출된 해임·사퇴권고·탄핵안이 각각 9건에 그친데 반해 현 정부 들어서는 무려 21건이나 제출된것만 보아도 야당의 정치적 ‘태클’이 얼마나 심한지 쉽게 짐작할수 있다. 더욱이 이번 대통령 탄핵론은 헌법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이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않는 정치, 지역감정의 망령을 되살리지 않는 정치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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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30 23:02

[오목대] 黑猫白猫論

1949년 중국 본토를 공산화하는데 성공한 마오쩌둥(毛澤東)은 내전으로 황폐화된 중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구 소련을 모델로 삼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였다. 초기에는 집단농장을 중심으로 한 토지개혁을 실시하였고 은행, 산업, 무역의 전 부문을 국유화하였다.그러나 1957년에 농업부문에 정체현상이 심각하게 드러나면서 마오쩌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약진 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대약진 운동은 이데올로기적인 인센티브를 통하여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정책이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대약진 운동이 실패한 후에 마오쩌둥이 운동에 반대하는 실용주의자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엿고 당시 덩샤요핑(登小平)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장하며 일을 성취하는데에 구태의연한 명분보다는 실익을 위한 실용주의 노선을 제시하여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덩사요핑의 개혁은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부문에서도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하지만 개혁을 하는데에는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곳곳에 널려있고, 안정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하에 기득권 층의 파렴치한 명분들이 잔뜩 독을 품은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도사리고 있다.요즈음 우리 사회에 이러한 부류들이 있다.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고 찾으려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꼭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가 바로 납세의무인 것이다.최근 국내 유명 신문사의 납세비리 문제로 항간이 떠들썩하다. 이상하고도 묘한 논리를 내세워 사실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서 진실이 뒤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은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기관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중국의 개혁을 주도하던 덩샤요핑이 당시 ‘파리 몇 마리 날아드는 것을 감수하지 않고 창문을 열 수 없다’라는 말로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면 우리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느냐’는 말을 떠올리며 언론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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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28 23:02

[오목대] 老姑壇 개방

국립공원은 보존가치가 있는 동식물 및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서깊은 사적지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법으로 지정하고 유지·관리하는 지역이다.국립공원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1872년 옐로스톤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미국 국립공원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개발업자들이 공원안의 간헐온천 일대를 온천 휴양지로 개발하려다‘국민의 재산’이라는 대의(大意)에 밀려 개발을 포기하고 국가에 기증했다 한다.우리나라도 1967년 제정된‘공원법’을 기초로 같은해 12월에 지리산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3개소의 해상공원을 비롯 20개소가 지정 관리되고 있다. 국립공원의 총 면적은 6천97㎢로 육지가 3천7백58㎢, 해상이 2천3백39㎢에 이른다.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국민의 보건·휴양에 기여한다는 당초 지정목적과는 달리 허술한 관리와 심각한 훼손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 훼손된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오염을 줄이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자연휴식년제가 도입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전국 12개 국립공원 40여개소에서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돼 8년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지리산 노고단이 8월부터 탐방예약제 형식으로 개방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지리산 주능선의 노고단(해발 1천5백7m)은 탐방객들의 야영과 취사등 무분별한 행락으로 초목이 사라지고 벌건 흙이 드러날 정도로 생태환경이 크게 훼손 됐었다. 이제 제한적이나마 개방되는 것을 보면 자연휴식년제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붓꽃·털동자꽃 등 자생 들꽃이 다시 자라고 철쭉이나 털진달래등 야생식물이 우거진 노고단을 다시 오를 수 있게 됐다니 우선 등산객들이 반가워 할 일이다.하지만 자칫 통제가 느슨해져 전처럼 무분별한 행락이 되살아난다면 노고단 생태환경은 다시 파괴돼 영영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우리의 허파인 국립공원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가도 국민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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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27 23:02

[오목대] 댐 건설의 政治學

섬진강 시인이 고민에 빠졌다. 그의 문학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고향이 수몰될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건설교통부의 댐 건설 후보지의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꼭 시인의 고향이 수장된다고 해서가 아니다. 물 부족 사태를 굳이 많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대형 댐 건설을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마땅찮은 것이다. 그동안 댐 건설은 경제성장과 과학발달의 상징이었다.전력과 물을 공급해주고 홍수를 조절해주는 등 문명의 화신이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그 대가 또한 만만찮음이 드러나고 있다. 많은 어종의 소멸,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수몰민, 생태계의 파괴 등 혜택에 못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또한 댐이 노화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뿐만 아니라 막대한 보수비용까지 들어가게 되어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그런데도 댐 건설이 지속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댐을 건설해야만 일거리가 생기고 관련 조직과 공기업이 존재이유를 확인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그렇다. 검은 돈의 뒷거래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 이타이프 댐 건설은 ‘자본주의 최대의 사기극’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정치인, 관료, 건설업자의 3자 공조체제에 의해 추진되게 마련인 댐 결과적으로 ‘부패의 기념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이런 주문이 가능하겠다. 우선 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통계에 근거하여 댐 건설의 당위성만 강변하지 말고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경제적 변수를 세밀하게 살피는 고도의 계량경제분석기법을 도입하라는 말이다. 물 부족 사태를 실질적인 물 절약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좀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외국의 물 관리 정책도 타산지석의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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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26 23:02

[오목대] 물수건 公害

우리나라 음식점 문화의 독창성을 꼽으라면 아마도 ‘물수건’이 아닌가 싶다. 작든 크든, 음식의 종류와 관계없이 대부분 음식점들이 손님들에게 물수건을 내놓는다. 음식을 들기 전에 손이나 얼굴을 간단히 닦으라는 ‘친절’이 배어 있어 손님들이 굳이 마다 할 이유는 없다.그러나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몰라도 외국 어느나라 음식점에서 식사전에 꼭 물수건을 내놓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외국 여행길에 그런 경험을 한 여행객이 얼마나 될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나라들은 굳이 물수건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음식 자체가 우리처럼 먹고난뒤 입가를 닦아야 할만큼 요란하지 않고 굳이 닦으려면 식탁위의 네프킨 정도면 충분하다. 확실히 우리 음식문화는 요란하고 푸짐한 대신 그만큼 손씻고 입 닦을 일도 많은게 사실이다.그런데 문제는 그 물수건의 위생이나 청결상태, 그리고 사용자의 에티켓이다. 몇몇 등급이 있는 음식점외에 종업원들이 물수건 다루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화가 치밀 정도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그 물수건으로 그릇도 닦고 상도 훔치며 방바닥 걸레질까지 한다. 그러니 그것이 물수건인지 행주인지 걸레인지 도무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물수건을 쓰는 손님들의 행태는 또 어떤가. 손이나 얼굴만 닦는게 아니라 겨드랑이 등 닦기에 콧물, 가래침까지 뱉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없지 않다.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물수건에 대장균이 우글거리고 각종 세균에 오염될 우려가 크다 하여 당국이 한때 사용을 철저히 규제했었다. 그런데 어느사이 슬그머니 식탁에 다시 등장했다. 하긴 요즘같은 무더위에 음식점 물수건 서비스를 나쁘다 할 순 없다. 하지만 함부로 다뤄 그속에서 머리카락이나 고추가루 같은 이물질이 묻어 나올 정도라면 이건 공해다. 순진하게도 그걸로 눈자위를 닦았다가 안질까지 걸리는 바보(?)도 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걸핏하면 위생점검이다 뭐다해서 음식점 ‘잡도리’ 잘하는 당국이 물수건 청결상태 하나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말로만 ‘시민건강’ 어쩌고 요란 떨지 말고 이런 작은 일부터 하나씩이라도 바로 잡아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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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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