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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미술관 김혜식 개인전: 오래된 상상 2026. 3. 13 ~ 3. 31 에프갤러리 미술가: 김혜식 명 제: Relics storage# 02_2025 재 료: UV print on Wood 규 격: 47.0x70.0cm 제작년도: 2024 작품설명: 박물관에 박제된 토기를 되살려내고 있다. 유리 진열장 속 가쁜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거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소환함으로써 관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월의 부침 속에서 깨진 항아리 조각들을 복원한 자태가 상처받은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미술가 약력: 김혜식 작가는 전주·공주에서 16회 개인전, 공산성 사진집, 쿠바로 간다, 포토에세이와 민들레꽃, 아바나 블루스 시집, 수장고 독 전에 출품했다. 문리 (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오늘날 대한민국은 매사에 공명정대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구태여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선거 과정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전북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장군수,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공천 과정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민주당 공천장 하나만 있으면 지방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사실상 보장되는 상황 속에서 전북도당의 행태는 실망, 그 자체다. 공관위원이나 심사위원은 명쾌하고도, 보편타당한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친소관계나 자신을 추천한 사람의 오더를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16일 논평은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참여자치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천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심사 기준과 결과를 도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등 432명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35명을 부적격 처리했으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개별 통보하는 ‘깜깜이 심사’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심사 기준과 감점 사유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근거로 적격 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북도당의 폐쇄성은 결국 무성한 억측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까지 수거하며 보안을 강조했던 회의 결과는 공식 발표 전, 특정 언론을 통해 실명과 감점 수치까지 유출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도당의 공천 시스템은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거다. 도당 공관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들이 중앙당 재심에서 잇따라 뒤집히는가 하면, 다시 도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천은 단지 민주당 내부의 행사가 아니다. 주민들에게 공직 후보를 추천하는 공적 인 행위다. 지금이라도 명쾌한 해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오만, 그 자체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이 상황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확실하게 해명하고 도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때다.
주거 취약계층의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85억원 상당의 자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 8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총책과 관리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세사기는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고 20대 사회초년생 등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더욱이 변호사, 아파트 시행사 대표, 공인중개사 등 주거 관련 전문가들이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범죄수익을 최대한 빨리 몰수 추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전북경찰에 따르면 사기범 일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69건의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총 85억원 상당의 전세자금 대출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도입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터넷 은행의 비대면 대출 심사 허점을 조직적으로 악용했다. 당시는 전세계약서와 주택임대차계약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별도의 현장 확인이나 실거주 검증 없이 대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렸다. 총책을 중심으로 임대인을 모집하는 관리책, 허위 임차인을 모집하는 모집책, 대출 서류를 작성·관리하는 공인중개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20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한 뒤 대출을 신청해 전세보증금을 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모집책 역할을 맡아 범행을 지원했고, 공인중개사는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허위 전세계약을 홍보하거나 ‘깡통전세’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허위 임차인들에게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매달 100만~200만원을 지급키로 했으나 돌려막기를 통한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덜미가 잡혔다. 일반적으로 전세사기는 피해자들이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전북에서의 전세사기는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이 수혜자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원 자금을 갉아먹는 범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전세사기는 다수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민생 범죄다. 그리고 피해자가 대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 국민의 생존권과 주거권 등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다. 이번 사기단의 역할별 범죄수익과 배분 등을 철저히 따져 한 푼의 누수 없이 전액을 몰수·추징해 주길 바란다.
초상화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시대의 생각을 보여주는 장르다. 그래서 초상화의 역사는 어느 장르보다도 풍요롭다. 우리나라 초상화도 그 역사가 깊다. 고구려 고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초상화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는다.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라 할 정도로 많이 그려졌고 그 수준 또한 빼어났다. 덕분에 조선 시대 초상화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실적인 초상화의 전통’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 초상화 가운데에는 놀라운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가 있다. 극도의 사실성이 요구됐던 왕의 초상, ‘어진’이다. 조선 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며 대부분 사라졌다. 게다가 초상화를 사용하다 오래되어 낡게 되면 불태워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관행도 있었으니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왕의 초상 역시 전란과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오늘날 남아 있는 조선 왕의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그 가운데 전신을 그린 초상으로 유일하게 남은 그림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다.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2005년이다. 111년 만의 외출이었다. 그해 전시실 진열장 유리 너머로 마주한 ‘왕의 초상’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의 조화, 배채 기법으로 스며든 듯 배어 나오는 색감,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왕의 얼굴은 실재하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었다. 왕이 부재한 자리에서도 왕의 존재를 대신하는 정치적 장치였다. 왕의 초상 앞에서 신하들은 예를 올렸고, 국가의 중요한 의례도 어진이 모셔진 진전에서 이루어졌다. 어진은 그만큼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왕의 얼굴을 남기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초상 제작이 아니었다. 왕의 권위와 왕조의 정통성을 기록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어진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참여했고, 여러 차례의 수정과 검증을 거쳐 완성됐다. 왕이 직접 그림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과정도 있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왕조의 상징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은 여기에 조선을 세운 창업 군주의 초상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조선 왕조의 시작을 상징하는 이 초상은 단순히 한 인물을 그린 그림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마침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태조 어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전을 떠나 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한 왕의 초상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문득 초상화가 한 시대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6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한 시대를 만든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사철가 첫 대목이 이토록 가슴 시리게 들리는 봄이 또 있을까 싶다. 여기저기서 꽃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며 새 생명을 축복한다. 이웃인 전남광주에서도 새 세상이 열렸다고 새봄을 노래한다. 이를 바라보는 전북 도민들의 맘은 씁쓸하기만 하다. 전북은 늘 제 자리다. 도대체 달라지는 게 없다. 우리만 소외되고, 따로 노는 것만 같다. 지역 간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마저 전북 땅을 비켜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발로 걷어찬 것이다. 뒤늦게 시동 건 광주와 전남이 먼저 하나 되어 전남광주특별시가 출범한다. 서울특별시에 버금가는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어 천지개벽을 꿈꾼다. 20조 원의 재정 지원과 수많은 특례, 자율권이 주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적 모델이 된 전남광주시에 엄청난 지원이 따를 것이다. 이웃 지역들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몸집을 불리며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전북은 좁디좁은 행정구역 울타리만 움켜쥔 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안호영 의원의 전주·완주 통합 추진 선언에도 알량한 골목 감투에 눈이 먼 완주군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정말로 좋은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전주·완주 통합이 삐걱거리자 김제시가 통합하자고 나섰다. 전주·완주 통합이 ‘한 지붕 두 살림’ 통합이라면, 전주·김제 통합은 ‘두 지붕 두 가족’이 담장을 허물고 더 큰 집을 짓자는 것이다. 전북의 심장이자 성장엔진인 전주를 살려 전북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전주·김제 통합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제는 만경평야의 넉넉함을 품은 우리나라 농업의 상징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김제의 대지 위에 전주의 산업과 문화의 활력이 심어진다면 농업과 산업, 첨단과 생태가 융합된 강력한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분명 전주·김제 통합은 더 넓고, 더 강한 전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지역 간 통합은 흡수가 아니라 확장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완주군의원들과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젊은 청년들, 늘어만 가는 빈집과 빈 상가가 진정 안 보이는가? 반 푼어치도 못 되는 알량한 골목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손과 전북의 미래를 버리는가? 훗날 후손들이 “그때 왜 좋은 기회를 놓쳤느냐”고 물으면 뭐라 답하겠는가? 전북은 이미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전북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설마 나를 들이받겠어?’ ‘아직은 아니겠지’ 하다가 결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예고 없이 닥치는 블랙스완과는 달리 회색 코뿔소 위험은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안이한 대처나 결단력 부족으로 맞는 재앙이다. 우리 전북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다. 지금 전북 앞에는 회색 코뿔소가 지축을 흔들며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네 차례 실패한 전주·완주 사례와 단번에 성공한 전남·광주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간 통합은 결단과 속도가 생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미래를 향해 가고자 하는 결단의 용기다. 용기 내어 하나가 될 때 회색 코뿔소를 이겨낼 수 있다. 제발 낡은 울타리를 걷어치우고 통합과 번영의 광장으로 나가자.
다문화 사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지역사회 곳곳에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 역시 농업과 제조업 현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며 지역사회의 모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비해 우리가 준비한 것은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어 교육은 다문화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임에도 여전히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다. 한국어는 일자리를 찾고 병원을 이용하며 행정기관을 방문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생활 언어이자 생존 언어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녀의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결국 언어의 장벽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낯선 사회에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북에서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운영하며 여러 이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자주 느끼게 된다. 긴 노동 시간을 마친 뒤에도 시간을 내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서툰 발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그 모습 속에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이주청소년의 경우 언어 문제는 더욱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학습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 지역 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언어 지원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행히 전북도교육청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을 운영하며 언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 강사가 학교로 직접 찾아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초기 학교 적응을 돕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만으로 모든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학교 밖에서도 이어지는 한국어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때 교육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전북에서도 가족센터와 외국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 기회와 프로그램의 질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농촌 지역이나 산업단지 인근에서는 교육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의 처우가 안정적이지 못해 지속적인 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있다. 이제 한국어 교육을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기관, 지역 단체가 협력해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교육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그 변화에 걸맞은 한국어 교육의 준비이다. 한국어 교육의 수준은 결국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준비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전북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국가 산업 프로젝트다. 지난 35년 동안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며 ‘희망고문’이라는 말까지 낳았던 새만금이,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미래 희망’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지역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새만금 사업은 군산·김제·부안 일원의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막아 조성한 대규모 간척 국책사업이다. 1987년 노태우 후보의 ‘식량 생산기지’ 공약에서 시작해 ‘대중국 교두보’와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라는 전략적 목표로 확대되었지만, 환경과 수질문제, 경제성 논란, 지역 갈등 등으로 오랜 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근 새만금과 전북에 긴 가뭄속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월 27일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정부와 현대차그룹 그리고 전북특자도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약 9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 로봇제조·부품클러스터, 수전해 기반 에너지 플랜트, 태양광 산업이 핵심이다. 이는 새만금을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AI·수소·로봇·에너지가 결합된 미래 산업 거점으로 가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전북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북대학교에도 분명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새만금 산업을 뒷받침할 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대학 교육을 지역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기존의 교육의 틀을 넘어서는 대학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북대학교는 그동안 새만금 개발과 연계한 여러 노력을 이어왔다. 2023년 ‘새만금 거점대학-산업도시 구축’ 사업을 통해 이차전지 특화단지, 반도체·방위산업 클러스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글로컬30 사업에서도 대학-산업-도시 상생(JUIC Triangle) 모델을 구축하며 산학협력 기반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성균관대, 한양대, 카이스트 등이 산학협력으로 삼성과 맺고 있는 계약학과 도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북대학교가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기존 학과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AI·로봇·수소 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공동 커리큘럼과 졸업생 채용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학과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2030년 로봇과 AI 인재 수요가 약 10만 명에 이른다. 이 모델은 전북대 글로컬30 사업과 연계할 경우 2027년부터 운영이 가능하다. 아울러 학부에는 로봇-AI와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융합 전공, 수소·에너지 융합학 시스템 트랙을 신설하고, 대학원에는 AI·수소·로봇 융합대학원 과정을 만들어 대학과 기업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물론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역할이 신산업 인력 공급에 쏠려서도 안 된다. 기초 학문과 인문사회학 부흥, 농생명 분야를 발전시키며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새롭게 열리는 새만금 시대의 성공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이제 전북대학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전북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매운 라면을 먹고 몸을 흔들었어요. 너무 매워서 혀를 쏙 내밀었어요. 그래도 더 먹을 거예요. 나는 라면이 제일 좋아요. 엄마 다음으로요. △ 매운 라면 먹는 모습을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했어요. 동시를 읽는 동안 매운맛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아무리 매워도 더 먹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라면이지만 엄마 다음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어요.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을 라면에 빗대어 사랑스럽게 표현한 점이 더욱 훌륭해요. 엄마에게 이 동시를 큰소리로 읽어 준다면 엄마가 얼마나 행복할까요? / (권옥 아동문학가)
반쪽 가동으로 도민들의 애를 태우던 군산조선소가 새 주인을 맞았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13일 HD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양수 양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은 실사 과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군산조선소는 새 주인을 맞으면서 그동안의 단순 부품 제작 공장을 벗어나 신조(선박 건조) 기능이 회복될 수 있게 됐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군산조선소가 다시 활기를 찾고 전북, 나아가 서해안지역 K-스마트 조선의 전초기지로 발전했으면 한다. 2010년 1조2000억원을 들여 군산 제2국가산단에 들어선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초창기 연간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북 경제의 희망이었다. 그러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이 닥치면서 2017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협력업체 74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다 지역의 재가동 요구가 거세지면서 2022년 선박 블록 생산 공장으로 부분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연간 약 10만t 규모의 선박 블록을 제작해 울산조선소로 보낸다. 하지만 군산조선소는 180만㎡ 규모의 부지에 700m급 도크와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국내 최대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연간 25만t 규모의 조립 능력을 갖고 18만t급 벌크선을 기준으로 연간 12척가량을 건조할 수 있다. 이번 매각 성사는 조선업 업황 회복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에코프라임의 자회사인 HJ중공업은 특수선과 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칫 장밋빛 전망은 성급할 수 있다. 군산조선소는 오랫동안 공백이 큰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신조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적기에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기존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의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3년 동안 블록 물량을 밀어주고 각종 지원을 해 주기로 했으나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인력 수급도 문제다. 그동안 흩어졌던 필수 전문인력과 협력업체를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에코프라임은 물론 전북자치도와 정부 차원의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빠른 시일내 군산에서 신조로 생산된 선박을 보고 싶다.
국립새만금수목원은 총사업비 2115억 원을 들여 2027년 준공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해안형 수목원인 새만금수목원은 간척지 151㏊ 부지에 조성된다. 올해에는 하수처리시설 설치 등 토목공사는 물론, 전시원 식재 등 조경공사, 온실 건축공사를 하게 된다. 무려 1조7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6000명의 고용 창출도 예상된다는 거다. 단순히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 실현에도 한몫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새만금수목원’ 공사의 자재 납품 과정에서 지역업체가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산림청이 발주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시공사인 DL이앤씨가 자체 기준을 적용해 지역업체 참여를 제한했다는 거다. 만일 사실이라면 지역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당초 사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집성목 납품업체 선정과정 중 지역업체는 당초 현장에 설치된 시공사 지역사무소를 통해 납품참여 의사를 전달했으며, 진행 과정에서는 참여업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안내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추후 시공사(=DL이앤씨) 측이 자체 기준 미달 등을 이유로 입찰 참여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영세한 지역업체 입장에서는 최소한 입찰에 참여는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이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정해 현실적으로 납품사업 참여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가 누차 지적했듯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일정 부분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마땅하다. 지역업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완장치다. 그런데 산림청 발주 사업에서 지역업체 배제라는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스런 일이다. 지역업체 납품 논란은 DL이앤씨가 운영하고 있는 협력업체 기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DL이앤씨는 외주, 자재, 용역, 물품 등 분야에서 신용평가등급 B+~B- 이상의 등급을 받은 업체만 협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운영, 자칫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으나 하도급에서도 지역업체들이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게 바로 상생이다.
떨어지면 끝장이다. 절호의 기회를 잡아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어긋나면 파국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길을 헤매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판세는 단번에 뒤집혔다. 그렇다고 마냥 기세등등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거나 긴장의 끈이 풀어져 등에서 떨어진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스스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정해놓은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길이다. 지금 새만금이 그렇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으로 남아있던 새만금이 올봄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로, 새만금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협의체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도 출범했다.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이제는 멈출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거침없는 질주의 시간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내야 한다. ‘2026년, 전북의 봄’이 새롭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거듭 읊조려야 했던 지년 몇 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으로 또 다른 희망도 키우고 있다. 상처입었던 지역의 자존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토록 매달려왔던 대규모 투자유치 과제를 풀어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희망고문’을 끝낼 기회를 맞았다. 새만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이전과는 다르다. 시곗바늘을 잠시 세워놓거나 뒤로 돌릴 수 없다. 이번에는 정말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전북의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관건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다. 과감한 실행이다. 대규모 투자 선언이 실제 산업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재차 길을 묻거나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 희망의 봄을 결실의 계절로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행보가 실망스럽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지역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또 최일선에서 새만금 개발사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기관의 수장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내부 갈등과 분열은 공멸의 길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6·3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북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를 자처했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모처럼 ‘희망의 봄’이다. 천신만고 끝에 틔운 꽃망울을 활짝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결국 전북의 몫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1713년, 조선 19대 임금 숙종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렸다. 임진왜란 이후, 살아 있는 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그 진행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겠지만 비교적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25년 전인 1688년에 경기전의 태조어진을 모사하는 사업을 했었는데, 그 과정이 <태조어진모사도감의궤>(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상세히 기록된 덕분에 참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1688년 경기전의 태조어진은 1410년에 그려진 것이었다. 경기전에서 한양으로 이안(移安)하여 모사한 뒤 완성본을 영희전에 모셨다. 세월이 흘러 영희전 어진이 퇴색하자 1872년에 다시 모사 사업을 벌였는데, 예전에 원본이 되었던 경기전의 어진 또한 오래되어 낡았으므로 한 본을 더 모사하여 경기전에 봉안하고 구 어진은 세초(洗草)하여 묻었다. 이 때 새로 봉안된 초상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태조어진〉(어진박물관)이다. 전신상으로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왕의 초상화, 건국 초기에 제작되어 두 번의 모사를 통해 전승된 역사의 산물이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초상화 덕분에 무려 600여 년 전의 인물인 태조의 실제 모습을 지금 우리가 마주한다. 〈태조어진〉의 이성계는 조선의 창업군주로서 화려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당하게 정면을 직시하는 모습은 한 치의 고민도, 흔들림도 없는 군왕의 카리스마를 내보이며, 그의 왕조가 영원토록 굳건할 것임을 웅변한다. 소매가 좁은 청색 포(袍)에 금실로 직조한 용보(龍補)는 고려의 영향이 남아 있는 복제(服制)이다. 반복적인 무늬와 색채가 돋보이는 채전(彩氈), 금빛 용을 그려 넣은 어탑(御榻) 등은 정치하고 세련된 화가의 솜씨다. 원본을 거의 그대로 옮겨 그리는 초상화 모사의 전통을 생각해 볼 때 1688년, 숙종 시기 어진의 품격 또한 유추할 수 있다. 어진 제작은 지금의 사업추진단이나 집행위원회 격인 한시적 조직 ‘도감(都監)’을 설치하여 진행한 큰 사업이었다. 그런 만큼 사업을 벌인 연유가 단지 ‘초상화가 낡아서’만은 아니었을 터다. 어진을 모사하기 위해 원본을 한양으로, 완성본을 다시 봉안처로 이안하는 행렬은 예를 갖춘 위엄 있고 웅장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을 넘어서는 정치적 기획이었고, 행렬을 직접 보는 신하와 백성들의 반응을 의식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창업군주의 위엄을 빌어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는 후대 왕들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태조의 어진은 숙종과 고종이 기대했을 완벽한 왕의 초상화로 완성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뇌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성계(1335~1408)의 삶 또한 알고 있다. 그는 73년의 생애 중 왕으로 7년, 형제들의 골육상잔을 겪은 뒤 상왕과 태상왕으로 10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초상화는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도 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하고 성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적 아픔이 다 감추인 채 흠결 없는 군주의 모습으로 정좌한 〈태조어진〉은 어찌 보면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슬픈 초상화가 아닐까. 그 순간 정면을 직시하는 시선이 따뜻해 보인다. 눈이 마주친 듯, 과거의 유산이 말을 걸어오는 놀라운 순간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열일 중인 왕의 초상화 앞에서 왜인지 모를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저성장의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소멸의 위기 가운데 국가 균형발전의 실험 무대이자 핵심 거점으로 전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할 전략적 공간이라는 시각이다. 즉 전북에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산업·인구·에너지 체계를 아우르는 전환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과감한 선택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산업혁신이다. 농업 중심지라는 기존 이미지는 한편으로 한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의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농생명 자원과 식품 산업 기반에 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다면 농생명 바이오경제의 선도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물·미생물 기반 소재 개발, 스마트팜 고도화, 산업용 헴프와 푸드테크 산업의 육성은 1차 산업을 연구·가공·유통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최근 이슈가 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북 투자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폭발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로봇 제조, 수소 활용 산업 구상은 전북 산업 생태계 고도화의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대기업 투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역량 강화, 지역 인재 채용이 연결될 때 산업 체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에너지 전환 또한 전북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저장·활용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북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발전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모빌리티와 제조업, 도시 시스템과 연결되는 플랫폼 산업이다.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실증 모델을 축적해 나간다면 전북은 탄소중립 시대 국가 전략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 성과 축적과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인력양성까지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연결하는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대학을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고 청년이 배우고 취업하며 창업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재가 머무는 지역만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구 정책 또한 삶의 질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문화 인프라 확충과 함께 유·청소년부터 중장년, 시니어 세대까지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정주와 교류를 허용하는 개방적 지역 모델 역시 전북 활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전북의 도전은 생존을 넘어 선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산업혁신과 에너지 전환, 사람 중심 전략이 함께 작동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과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조선시대 전라도 전체를 관할하던 수부(首府) 전주가 위치했던 전북의 위상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 되었다. 오늘날 전북이 마주한 현실은 지역 낙후를 넘어 ‘지역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면에 이웃한 전남과 광주가 생존을 위해 시·도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통과시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이 법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다가오는 전북도지사와 전북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필자는 걱정스럽다. 타 광역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전북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현실 고민과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전북이 생존할 수 있고, 다시 전북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 경연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전북이 타 광역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행정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이다. 현재 전북 내 14개 시·군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지방자치권 약화 우려로 인해 행정구역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을 통해, 현재 14개 시·군에 집중되어 있는 사업집행권에 대하여 광역 단위의 사업 내지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전북도가 중앙부처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사업을 신청하고 집행할 수 있는 ‘광역 사업집행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서울특별시가 버스공영제나 청계천 사업과 같은 광역 단위의 사업 내지 대규모 사업를 직접 수행하며 서울특별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였듯이, 전북특자도 역시 광역 단위의 사업이나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사업수행자가 되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현행법상 광역도 형태인 전북특자도는 사업집행권 행사에 한계가 있지만, ‘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적극 활용해 전북특자도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전북특자도가 이러한 직접적인 사업집행권을 갖게 된다면 그 첫 번째 사업 대상은 전북의 젖줄인 ‘만경강 개발’이 되었으면 한다. 전주, 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관통하는 만경강은 지역의 핵심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간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행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반면에 대전의 갑천 주변이 광역 행정의 주도하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최근 통과된 ‘전남광주통합 특별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법안에는 공공의료재단 설립, 응급의료 취약지 지원, 지방공기업의 지역 인재 고용 촉진 등 지역 소멸 대응을 위한 수많은 특례 조항이 담겨 있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법에도 여러 특례가 존재하지만, 지역 산업 발전과 지역 소멸 대응을 위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확보한 수준의 핵심 특례들을 전북특자도법에도 시급히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육 행정 역시 대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전북은 14개 시·군마다 지역 교육지원청을 두고 있으나, 인구 3만 미만의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더 급감하여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의 운영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의 경우 각 지자체의 인구수를 합하면 100만명 이상이 넘지만 하나의 강동송파교육지원청으로 운영되는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도 지역 교육지원청의 통폐합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학생들의 교육질 향상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에 예산 투입이 시급하다. 다시 말하지만 전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 광역시·도와 경쟁하여 승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직접적인 광역 사업집행권을 확보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전북이 생존할 수 있고, 다시 전북을 위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담자는 고민 가득한 얼굴로 “옆동네 사람이 좋은 행사가 있는데 밥도 준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거리가 멀어 안 간다고 했더니, 차로 태워준다고 해서 혹시 약장수가 왔나하고 갔더니 출마예정자의 출판기념회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구경하고 밥도 먹고 왔는데, 얼마 후 그 사람이 밥도 얻어먹었으니 선거 때 그 후보를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지지한다고 했더니, 공짜 밥 먹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며 화를 내고 갔다. 신고 당하면 어떻게 되냐?”며 걱정하고 있었다. 내담자처럼 선거 관련해 무상으로 제공받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제공가액이 100만 원 이하면 통상 과태료 부과로 처리하지만, 제공받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주례의 경우에는 2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하고, 그 상한도 3천만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하고 자수하면 과태료가 감경 또는 면제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61조 제9항). 반대로 제공가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면 과태료 적용에서 제외되어, 사안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 될 여지가 커진다(공직선거법 제257조). 한편, 옆 동네 사람도 직접 사람들을 모으고 차를 동원해 식사 자리까지 안내했다면, 그 자체로 출마예정자를 위한 제3자의 기부행위로 평가돼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고, “공짜 밥 먹었으니 우리 후보 찍어달라”는 식의 요구는 상황에 따라 매수 및 이해유도(투표 유도 목적의 이익 제공)로도 문제될 수 있다. 단순 밥 한 끼라‘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은 받는 사람에게도 엄격하다. 그러니 먹은 음식값의 대략적인 금액과 초대받게 된 과정을 메모해 두고, 불안하다면 선거관리위원회(☎ 1390)에 익명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자수 시 감면 혜택 등을 상담받아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2026년 6월 3일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심코 제공받은 식사 한 끼가 큰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건전한 선거 문화와 본인의 안전을 위해 공직선거법 준수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박형윤 변호사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사직했다. 지난해 7월 21일 취임했으니 8개월 만이다. 김 전 청장이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의 유력 후보로 꼽혀왔던 만큼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국책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의 무게를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새만금 개발은 수십 년을 이어온 국가 프로젝트이자 지역의 미래가 걸린 과제로, 전북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게다가 새만금은 지금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 발표로,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으로 남아있던 새만금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협의체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도 출범했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새만금사업의 최일선에 있는 정부 기관의 수장이 직을 내던졌다. 개인의 정치적 행보와 직결된다. 지역사회 여론이 좋을 리 없다.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선거국면에서의 정치적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의겸 전 청장 직전, 윤석열 정권에서 임용됐던 김경안 전 청장도 당시 국민의힘 익산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치인 출신으로, 전문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도 정치적 배려·보은 인사가 되풀이됐다. 특정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개발청장 인사구조 자체가 잘못됐다. 새만금개발청장직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국책사업을 책임지는 이 자리가 중앙정부에 의해 정치적 배려·보은 인사나 경력관리의 자리로 소비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식의 인사를 계속한다면 새만금개발청은 공직의 책임성이 약해지고 조직의 사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만금개발청장직은 잠시 들렀다 가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새만금의 미래를 끝까지 이끌겠다는 책임감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다. 새만금은 특정 지역만의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게 국가의 약속이다. 그런 만큼 수장 인선도 그에 걸맞은 기준과 철학이 필요하다. 국책사업의 무게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물을 임명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사업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6.3지방선거는 전북으로선 여느 때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3중 소외’ 에다 ‘5극3특’의 수혜도 없다. 완주전주 통합이나 새만금특별자치단체 구성도 무위다. 이런 마당에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출범은 전북에겐 위협적이다. 특별회계 설치와 공공기관 이전 우선 배려 등 수많은 특례 장치가 행정통합 특별법에 적시돼 있다. 인접한 전북은 곁불이나 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전북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선거가 6.3지방선거다. 그런데 최근 김관영 – 이원택의 ‘내란 끝장 토론’ ‘정치생명 걸고’ 따위의 정치공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작 중요한 현안은 도외시한 채 네거티브 선거로 치달았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지적한 것처럼 선거를 앞두고 ‘확인과 검증의 영역에 있어야 할 사안을 내란 프레임으로 단정해서 몰아가는 행태’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등의 정치 공세는 뜨악할 뿐이다. 선거공학적 정치공방은 지방선거의 본질이 아니거니와 유권자들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내란 동조 의혹’ 의 끝장을 보고 싶다면 서로 손가락질만 해댈 게 아니라 수사기관에 공식적으로 의뢰하는 게 낫다. 그리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지금 전북은 유권자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며 시선 모으기에 골몰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청년·여성·일자리 정책은 물론이고 35년째 희망고문 당하고 있는 새만금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에 따른 지원과 협력방안은 제대로 설계돼 있는지, RE100 산단은 전남에 뺐기지 않고 새만금지역에 유치할 수 있는지, 하반기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어떻게 세워져 있는지 등 중요한 의제들이 많다. 눈을 부릅뜨고 챙겨야 할 현안들이다. 김관영-안호영-이원택 도지사 후보는 이런 현안과 미래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정책역량과 실행방법은 유권자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다. 지금부터라도 정책경쟁을 통한 효율적, 차별적 해법을 제시해 선택 받길 바란다.
이번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6.3 지선 때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된다. 왜 그럴까. 민주당과 경쟁할 대안세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나오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당선무효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군산 김제 부안 지역에 조국 대표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조 대표의 출마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군산 시민들이 이번주 국회에 가서 조 대표한테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게 현실화되어 조 대표가 군산에서 출마하면 기존 지선 구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조국당 강세가 점쳐지는 정읍시장은 물론이거니와 고창군수 선거전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전주시장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우범기 시장과 조지훈 국주영은 후보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신경전을 펴는 사이에 본인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없이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조국당으로 출마하리라고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국 대표가 재선거에 출마하면 태풍의 눈으로 작용, 임 전 군수도 전주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전주 완주 통합이 물건너갔다고 여기는 전주시민들 가운데는 지난달 전주 타운홀 미팅 때 참석자들이 핵심질문을 빠뜨렸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청와대가 주도한 행사였지만 전국민들이 생방송으로 직접 시청했기 때문에 최소 전북의 현안 3개를 누군가는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 첫번째로 완주군의회가 출구전략으로 삼도록 완주 전주 통합시 정부의 지원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어야 했다는 것. 다음으로 부산에서 반대하는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도 함께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 시간관계상 다 물어볼 수 없어도 전주가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직접 이재명 대통령한테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이고 전북에서 82.65%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이 세가지 질문이 꼭 나왔어야 했다는 것. 여기서 확인된 점은 전북인의 성징이 너무 유순하고 도전적이질 못했다는 것이다. 그날 오전 새만금에서 현대차가 9조를 투자키로 MOU를 체결한 것으로 만족한 게 패착이었다. 학수고대했던 타운홀 미팅이 성사되었기에 그 정도의 질문은 얼마든지 하고 넘어갔어야 옳았다는 것. 추첨으로 뽑힌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겼다. 특히 진행에 너무 순응한 탓으로 전북발전을 위해 모처럼만에 주어졌던 별의 순간을 놓쳐버렸다. 최근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키로 하면서 전북이 활기를 띠었지만 광주 전남도민들이 통합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새 발의 피나 다름 없다. 모쪼록 내란의 밤 운운하며 진흙탕 경선판으로 몰아가는 운동권 세력에 도민들이 휘둘리지 말고 누가 더 지역발전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잘 살폈으면 좋겠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1970년대 초반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들의 손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녹음기와 브라더미싱이 들려 있었다. 이 중에 미싱은 당시 최고의 선물이었다. 월남 참전용사의 아내들 중 상당수가 남편이 월남에서 목숨 걸고 벌어서 보내준 돈들로 서울의 노라노 양장학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미싱을 사서 동네에 양장점을 열었다. 1970년대 동네 양장점들의 성장 공식은 ‘월남전 파병수당-아내들의 서울 양장유학-제일모직의 원단’이었고, 이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능하게 한 힘이었다. 70-80년대 양장점의 부흥기는 동네 골목상권의 전성시대였다. 양장점과 양복점, 양화점, 쌀집, 동네서점 등은 동네 유지였고 그 아래 두부집, 콩나물, 빵집, 기름집과 방앗간, 담배가게와 대포집 등등이 동네경제의 빛나는 구성원들이었다. 이 시대의 아들과 딸들은 부모들이 이 점방들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학을 다녔고 취직을 했고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 집들을 샀다. 지금은 불가능한 일들이 왜 그 때는 가능했을까. 핵심은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부 시절 기획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 정책이었다. 1970년대 중공업 분야에서 돈을 벌어들인 대기업들은 점점 서민들의 소규모 업종을 탐내기 시작했다. 양장점과 양복점은 물론이고 두부와 콩나물 시장까지 대기업이 넘보기 시작했다.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제어하고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지키며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중소기업 사업조정법을 만들었다. 대기업은 첨단 중화학공업에 매진하며 중소기업의 업종과 골목상권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최고급 원단을 자랑했던 제일모직은 부가가치가 큰 기성복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안달을 했지만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들은 체통을 지키라는 무언의 사회적 압력을 받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법제정의 바탕이 되었다. 그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나 1990년대 세계화와 개방의 시대가 오자 이 법은 자유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1994년부터 점점 고유업종이 해제되기 시작했다. 신사복 브랜드 ‘갤럭시’를 1983년에 출시하고도 눈치만 보던 삼성 제일모직은 이제 전투적으로 동네 신사복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사람 몸이 다 다른데 어떻게 기성복이 가능하냐’며 자신만만했던 동네의 양복점과 양장점들은 순식간에 망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골목경제의 위기는 도시마다 슈퍼마켓의 시대가 열리면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콩나물 키워서 아들 대학 가르쳤다는 눈물의 스토리는 전설의 고향이 되었다. 지금 골목경제에서 그나마 가능한 업종은 대기업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미용실과 동네 식당 등 몇 개 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받은 월급 중 몇 만원이 양복점으로 시작해서 그 돈이 쌀집으로 기름집으로 책방으로 야채 점방으로 돌고 돌면서 지역경제를 살렸던 순환경제의 시대는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그 당시와 같은 골목경제를 꿈꾸는 것은 지나친 낭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경제를 지탱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한이 지금의 이 시대에 맞게 새로 리모델링되는 방법은 없을까. 어렵고 힘들겠지만 지금의 잔인한 시장경제에서 절묘한 틈새를 찾아내는 것이 정치의 본령 중 하나가 아닐까.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 절묘한 방법을 찾아서 정책으로 만들어낸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지지할 것이다.
적막한 산골 마을 무주에 형형색색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서 나부낀다. 지난 3월 3일 진행된 무주군과 현대로템(주), 전북특별자치도의 투자협약을 반기는 주민들의 메시지다. 무주군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민간기업 투자라고 하니 지역 전체가 들썩일 만하다. 지방의 작은 군 단위 지역이 대기업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무주군이 항공우주 분야 앵커기업인 현대로템(주)과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하며 역사적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이번 투자는 총 3천억 원 규모로 항공우주 분야 첨단 R&D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포함하는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고용 창출은 물론 연관 기업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래 산업 분야의 핵심 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을 내세운 상황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대로템(주)의 사업 확장은 급물살을 탈것이 확실시된다. 무주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진 제품은 우주발사체의 핵심부품(엔진)이며, 전 세계적 방산 수요의 증가로 인해 전량 수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의 매출 규모에 따라 무주군 지방세입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주군과 전북특별자치도는 지역이 첨단 방산과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 기지로 비상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주군은 현대로템(주)의 사업 예정지 주변 정주 여건 및 기반 시설 조성을 위해 국토부 지역개발사업 공모를 일찍부터 준비해 왔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방위사업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혁신 사업인 방산 혁신클러스터 공모 신청을 앞두고 있으며, 현대로템(주) 유치를 계기로 전북특별자치도의 방산 특화사업을 더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다. 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유치한다면 지방에도 충분한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무주군의 투자유치는 비단 무주의 활력에만 그치진 않을 것이다. 전북 내에서도 서남권에 비해 낙후되어 있던 전북 동부권 지역의 전체적인 발전을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유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그동안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공직자들의 헌신과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협약 이후의 실천이다. 행정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과 기반 시설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투자를 계기로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체 면적 중 산림 82%, 개발 제한 규제 지역 78%인 척박한 산골 무주에 삶의 터전을 이루고 묵묵히 허리띠를 졸라매 온 주민들에겐 올봄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번 투자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 청년들이 돌아오고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무주군이 미래 항공우주산업의 중심 기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온 군민이 힘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우주에서 무주로 온 반딧불이”“무주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현대로템(주)”을 무주군민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전북 혁신가들이 그리는 로컬 스케일업의 새 지도
민주당 공천 공정성과 신뢰가 흔들린다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의 전북경제
‘본말전도’ 여론조사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차 진입로 확보해야
“나 오늘 투표하러 왔어!”… 우리 지역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파트 주차 스티커, ‘재물손괴’ 논란보다 ‘이웃 예의’가 먼저
대형병원 주차 서비스 개선 방안 마련하라
근근이 먹고산다 - 나태주 시인
'매커니즘'보다 '구조'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