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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담호 수변구역 해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돼야

진안군 용담댐 주변 수변구역 일부가 20여 년 만에 해제되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진안군 7개 읍·면, 32개 마을(1.251㎢)에 대한 수변구역 해제를 확정한 것은 장기간 재산권 침해를 견뎌온 주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2001년 준공된 용담댐은 전북과 충청권에 하루 135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수질 보전을 위해 설정된 광범위한 규제는 주민들에게 족쇄가 되었다. 진안군 전체 면적의 14.2%가 수변구역으로 묶이면서, 주민들은 건물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고 자기 땅조차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 왔다. 음식점, 숙박시설, 공동주택 건립 등 기본적인 경제활동조차 막히면서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번 수변구역 해제로 마을에서는 이제 카페나 식당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은 물론, 지역 특산물 가공시설 유치와 생태관광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히 규제가 풀린 것을 넘어, 침체했던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소득 증대와 인구 유입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자칫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용담호는 수백만 명의 식수원을 책임지는 예민한 공간이다. 개발이 확대될수록 오염 부하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해제의 전제 조건인 ‘하수처리 시스템의 완벽한 가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기관은 오염원 관리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수립하고,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하수처리 시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영되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또한 행정기관은 개발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부터 난개발을 지양하고 용담호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도 가치를 창출하는 친환경 설계와 저영향 개발 기법 도입을 적극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 역시 수질 보전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수변구역 해제는 끝이 아니라 ‘상생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수질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지역 개발이라는 생존권적 가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전북도와 진안군이 몸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번 사례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지역 발전의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9 18:36

[오목대]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과 질문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런 선거는 없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의혹들이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기고 있다. 선거이후 지역사회의 갈등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 경선이 본선거 당락을 좌우하고, 중앙 권력 다툼의 손아귀에 놓인 지역 정치여건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김관영은 제명하고, 이원택은 감싸고? 민주당스럽습니다.” 청년 당원들에 대한 대리운전비 지급과 식사비용 제3자 대납 의혹으로 긴급감찰을 받은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에 대한 처분 결과를 평가한 국민의힘 전북도당의 논평 제목이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인데다,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으로 부터 ‘민주당스럽다’는 말을 듣게됐다. 국민의힘의 논평은 차치하더라도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처리 과정은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을 부를 만하다. 이 의원의 ‘술·식사비 3자 대납 의혹’에 개인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인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간의 형평성을 둘러싼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논란, 그것들이 제기된 과정과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관영 지사는 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식사 자리에서 대리운전비라고는 하지만 지갑이 아닌 비서가 가져온 돈봉투에서 현금을 꺼내줬을까, 돈봉투는 왜 가지고 다녔을까. 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준 뒤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경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그 현장이 폭로됐을까, CCTV 영상은 어떻게 세상에 공개됐을까. 식사 자리가 끝나기 전 식당을 나왔다는 이원택 의원과 청년 당원들의 기념사진은 언제 찍은 것일까, 비서관은 식사비 15만 원을 왜 현금으로 계산했을까, 음식값을 계산하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자리를 주선했다는 김슬지 도의원이 참석자들에게 음식값을 거뒀다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언론보도는 왜 경선 막바지에 나왔을까. 김 지사와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대리운전비 지급과 반환 여부에 대해, 이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단체 기념사진을 언제 찍은 것인지 왜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김 지사와 이 의원은 제기된 의혹을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누가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김 지사와 이 의원을 주저앉히려 하는 것일까.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인슈타인은 “만약 나에게 세상을 구할 1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55분 동안 어떤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고 나머지 5분 동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겠다”는 말을 남겼다. 혼탁한 선거도 유권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면 투표해야 할 후보의 얼굴도 선명해 질지 모른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4.09 18:35

[청춘예찬]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청년을 둘러싼 담론은 오랫동안 개인의 노력과 선택을 중심에 놓아왔다. 스스로 길을 찾고, 경쟁력을 갖추고, 실패를 감당하라는 요구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구조 안에서 청년은 언제부터인가 혼자 버텨야 하는 존재로 설정되기 시작하였다.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되고, 고립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청년들은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경우보다,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훨씬 많다. 관계는 느슨해졌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는 줄어들었다. 가족, 학교, 지역사회가 담당하던 역할은 점점 개인에게 이전되었고, 그 빈자리는 자기관리라는 것으로 채워졌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년 10명 중 1명 이상(12.4%)이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적 고립 수준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청년 인구의 약 5%, 54만 명이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 이들 4명 중 1명은 10대 시절부터 고립을 경험하기 시작해 성인이 되어서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 주목할 만한 수치는 은둔에서 벗어나려 했던 청년 중 58.8%가 재은둔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검찰청에서 조사 업무를 지원하며 목격했던 한 20대 초반 청년의 사례가 지금도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익명 앱뿐이었다. 그 앱을 통해 만난 남성으로부터 마약을 접했고,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는 검찰청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그에게 없었던 것은 의지가 아니었다. 중독 이전에 먼저 닿을 수 있는 공동체, 정체성의 숨기지 않아도 되는 연결의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마약이 유일한 연결이었던 사람에게 그 연결을 끊으라고만 하는 것은 문을 막으면서 다른 문을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혼자 마약을 하다가 죽는다. 수사 기관을 반복해서 드나들다가, 어느 날 과다복용으로 끝나는 것이다. 청년 혼자 감당하는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한다. 하나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작동하는 청년 자조모임이다. 마약 문제를 가진 청년에게 기존 제도는 처벌로 먼저 다가온다. 치료와 회복을 원하더라도 신분 노출의 두려움이 앞선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판단 없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또래 공동체는 제도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알코올·도박 영역에서 자조모임의 효과는 충분히 검증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다. 전통적인 치료 모델은 상담소에 직접 찾아가고, 이름을 밝히고, 시간을 정해 예약해야 한다. 고립된 청년에게 이 과정은 너무 높은 문턱이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익명으로 각자의 속도로 접근할 수 있다. 공감형 AI를 활용한 심리 상담 모델은 이미 은둔 청년 지원 분야에서 실험되고 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마약으로 고립된 청년에게 실패했을 때 필요한 것은 처벌 이전에 돌아올 것이다. 판단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전 마약수사관·우석대 약학도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09 18:34

[금요칼럼]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대학은 정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왜’를 묻는 곳입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품고 나만의 질문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들 때 여러분은 비로소 진짜 성장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3일 열렸던 목원대 2026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전한 당부다. 이 말은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조언인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학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교육의 본질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현재 정보를 얻고 해답에 이르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이를 분석하고 필요한 답을 빠르게 내놓는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이다. 무엇이 옳고 더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 못한다면 많은 정보를 쥐고도 방향을 잃게 된다. 그래서 대학은 답을 찾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세우고 끝까지 탐구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 점을 깊이 새기게 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었다. 1990년대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베를린은 장벽 붕괴 이후 큰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익숙한 질서는 무너졌고, 사회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먼저 질문했다. ‘왜 이 체제가 무너졌는가’, ‘어떤 사회를 다시 세워야 하는가’, ‘자유와 책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런 물음들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됐고,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 현장은 학문의 본질도 다시 보여줬다. 학문은 이미 정리된 결론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믿어온 전제를 다시 묻는 데서 시작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토론은 치열했고, 서로 다른 생각은 갈등이 아니라 더 나은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 AI 시대의 대학도 다르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다. 그 정보가 맞는지 가려내고 맥락 속에서 해석하며 사회를 위해 책임 있게 쓸 수 있느냐다. 기술은 더 빨라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에 방향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전공과 협력하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놓지 않는 힘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이제 대학은 기존 교육의 성과를 토대로 배움의 지평을 더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탐구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낯선 문제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탐색하고, 마침내 실행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래 인재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목원대가 추진하는 변화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현재 AI와 SW를 대학 교육의 중심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강점으로 키워온 문화·예술 역량을 ‘실감형 콘텐츠’라는 미래 산업의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 또 AI 융합 교육의 컨트롤타워인 ‘AISW융합대학’을 신설해 전문적인 기술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공학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술전공 학생들에게도 각자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움의 문을 넓혔다. 목원대는 AI·SW 교육을 넓혀가면서도 목표를 기술 습득 자체에만 두지 않고,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와 연결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좋은 대학은 정답을 대신 말해주는 대학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품게 하는 대학이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들 때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의 힘이 된다. AI 시대에 정답은 기술이 더 빨리 찾아줄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방향은 끝내 질문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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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4.09 18:34

[금요수필] 행복은 코끝에

남편과 전주천 산책로를 걸었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솜털 같은 억새의 검은 씨앗이 온몸에 매달렸다. ‘야, 우리 눈 맞은 거 같아.’ 날씨는 아직 여름인데, 진눈깨비를 맞은 듯 희끗한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날씨가 더웠지만 가을이 가고 있었다.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 싸늘함이 전해 졌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산책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젊어서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한 걸음이라도 지름길을 찾고 정해 진 길이 아닌 낯선 곳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찾아 나섰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하게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길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눈앞에 연분홍, 분홍, 자주, 보라색 꽃밭이 펼쳐졌다. 코스모스였다. 자주색 꽃잎 한 장을 코끝에 붙였다.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얌전히 붙어있었다. 바람을 후후 불어 보았다. 꽃잎은 부르르 떨어질 듯 떨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가는 삶도 그랬다. 오 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나의 삶도 축복받기보다 안쓰러움이 더 컸다. 병원이 없던 시절이라 마을에 홍역이 돌면 건강하게 자라던 아기들이 홍역에 걸렸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로 셋을 잃어 첫째는 공을 들였으니 딸이든 아들이든 관계가 없었지만 둘째는 달랐다. 당연히 아들이라고 믿었는데 또 딸이었으니 생명에 대한 기쁨보다는 위로받지 못하는 섭섭함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도 ‘야, 신난다. 딸이다. 딸! 하고 박수받고 태어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환영받지 못한 섭섭이들이었다. 세기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도 딸들은 섭섭이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별생각을 하면서 걸어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기 얼굴 웃기는 것 알지?”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끄떡이자 꽃잎이 팔랑 떨어졌다. “가위, 바위, 보해서 꽃잎 8장 먼저 떨어지면 지는 거다”, “재미있겠네, 이런 놀이.” 이제 나의 삶은 둘째 딸로 태어난 섭섭이 삶이 아니었다. 복둥이 삶을 살며 코스모스 꽃잎 8장 중 6장을 뗀 이순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다시 코끝에 코스모스 꽃잎을 붙이고 후후 불던 그때를 떠올렸다. 산타클로스 우표가 붙어있고, 누렇게 변한 오래된 편지처럼 젊었을 때 시내버스 타고 함께 종점까지 갔다. 그런데, 버스 속이 추워 손을 호호 불던 그날을 아련히 떠 올린다. 몹시 추웠다. 인적 드문 버스종점에서 내려 얼마를 걸었을까? 그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걷다 배가 고파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던 날, 내 키보다 긴 그림자가 길게 기울던 해질녘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신작로에는 나뭇잎이 촐랑이며 날아다녔다. 지워져 흐린 글씨의 낡은 표지판이 있던 종점 주변에는 내 키보다 훌쩍 큰 코스모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따뜻했던 날들, 슬픔이 다가왔던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코스모스 꽃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태어나 처음 받은 위로였다. 위로는 말이 아니라 산들산들 흔들리는 코스모스였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꽃잎을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면서 남편의 주름진 웃음을 보냈다. 전주천 산책로를 걸으면서 행운의 길이라 생각하며 걷는다. 스페인에 갔을 때 그 길을 걸었어도 중세 성 요한의 순례의 길이라는 것도 몰랐다. 여행을 다녀와 얼마 후 에 어느 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삶, 그 아름다운 풍경이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끝에 달려 있었다 Δ황복숙 수필가는 대한문학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온글문학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면 농촌사랑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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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9 18:33

[딱따구리] 종량제봉투가 남긴 것

“원래 이렇지 않은데⋯.” 지난달 23일 <"가격 오를 수 있다고?" 귀한 몸 된 종량제봉투, 주말 새 판매 급증> 취재 당시 전화 통화한 전주의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 2주 동안 판매되는 10·20리터(ℓ)가 주말 새 동났기 때문이다. 같은 날 전주시는 전주 금요일(20일)에 전북도를 통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며칠 후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재고가 소진돼도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은 전주시의 시계보다 빠르게 혼란 속으로 빠졌다. 종량제봉투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주시는 당시 종량제봉투 수급 안정화까지 내용물이 보이는 일반 비닐봉투에 배출이 가능하도록 한시 허용했다. 일주일여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다시 “종량제봉투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다음 날인 1일부터 일반 비닐봉투 배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장 혼선은 불가피해졌다. 전주지역 시민·환경단체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내고 “종량제봉투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면 전주시는 일반 비닐봉투 배출 허용이라는 최후의 수단 이전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먼저 시행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5일 전주 주택가·이면도로 주변 곳곳에서 쓰레기가 일반 비닐봉투에 담긴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과 2주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피해는 오로지 시민들의 몫이었다. 지금은 종량제봉투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주시는 계속해서 수급 안정화를, 시민들은 사재기 자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쭉 지켜 보면서 ‘전주시의 대응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진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 오피니언
  • 박현우
  • 2026.04.09 16:14

[사설] 김관영·이원택 감찰, 민주당의 잣대 공정했나

민주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본경선 일정(8~10일)이 시작된 가운데 전북도민이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관영 지사에 대한 전격 제명으로 지역사회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했던 이원택 의원도 선거법 위반(제3자 기부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측근이 식비와 주류비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 제명 사유와 비슷한 점이 많고, 행위 시점도 거의 동일하다. 당 대표가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하면서 전북도민은 모두 민주당 지도부만 바라봤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인 선거 구도에서 전북의 선택,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김관영 지사에게 내렸던 ‘초스피드 제명’이라는 예리한 칼날이 이제 이원택 의원에게도 향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주당 지도부는 8일 이원택 의원과 관련해 개인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북지사 경선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잣대가 과연 공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해 윤리심판원 조사라는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고 ‘비상징계’라는 이름으로 초고속 제명을 단행했다. 이 같은 결정이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었다면 그 잣대는 이원택 의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어야 했다. 그런데 김 지사에게 적용했던 그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이 의원 앞에서만 무뎌졌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결국 ‘계파정치’와 ‘기획공천’이라는 의구심으로 귀결된다. 민주당 경선이 다시 수렁에 빠졌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경선 효력 논란 등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안호영 의원은 재감찰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수십년간 이어진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일시에 무너져내리고 있다. 전북도민은 ‘묻지마식’ 공천의 거수기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경선을 중단하고, 스스로 무너뜨린 공정의 가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전북도민이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하는 장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8 18:43

[사설] 군산조선소의 완전한 부활, 전방위적 지원해야

전북경제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군산조선소가 마침내 ‘단순 블록 생산기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완전한 조선소’로 거듭날 기로에 섰다. HJ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하 에코프라임)이 HD현대중공업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최근 군산조선소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하면서 본계약 체결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7년 가동중단 이후 약 9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성사시켜 전북 산업생태계 복원의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군산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의 블록 물량을 소화하며 연명했으나 울산 본사의 사정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하지만 에코프라임이 구상하는 대로 2028년까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중심의 독자 건조 기지로 탈바꿈한다면 설계부터 진수까지 전 공정이 군산에서 이루어져 조선업의 고부가가치가 지역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된다. 군산조선소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자산은 새로운 조선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줄 강력한 무기다. 에코프라임 측이 실사를 통해 생산능력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의 투자가 실질적인 본계약과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 사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붕괴된 조선업 생태계의 복원이다.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력사와 고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떠나갔던 기술자들이 다시 군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 훈련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군산이 대한민국 조선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막대한 국가기간산업이다. 군산조선소의 정상화는 단순히 공장 하나가 다시 돌아가는 차원을 넘어, 군산은 물론 전북 전역의 기자재 산업과 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대한 엔진이 될 것이다. 기업, 지자체, 전북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2028년 군산 앞바다에서 힘차게 진수되는 신조선의 고둥 소리가 울리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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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08 18:43

[오목대] 외세의 각축장 된 전북지사 선거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민비)는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외세를 이용했으나 결과적으로 자력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존하면서 결국 자신의 파멸을 재촉했다. 국가를 수호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가난한 백성을 구하겠다는 지향점은 같았으나 그 끝은 망국이었고, 백성은 오랜 세월 노예의 삶을 강요당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이들은 내부의 정적을 치기 위해 청이나 러시아, 일본을 끌어들였는데 이는 결국 국권침탈의 빌미가 됐다. 요즘 돌아가는 전북의 사정이 구한말과 닮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과연 지나친 억측일까.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진정 지역을 아끼는 이들은 요즘 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북이 어떤 곳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자긍심을 지켜온 곳인데 이렇게까지 짓밟히고 무너질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전북지사 선거전이다. 김관영 지사는 대리비 수십만원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12시간 만에 제명됐고, 이원택 의원은 측근인 도의원의 제3자 기부행위 위반 의혹으로 중앙당의 무혐의 결정과는 별개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소위 청년 당원이라는 이들은 작년 11월 29일엔 정읍에서 이원택 의원과, 다음날인 30일엔 전주에서 김관영 지사와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두번의 만찬이 전북을 전국적인 관심거리로 만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두번의 만찬 참석자 중 상당수가 겹친다고 하니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은 일찌감치 계파논쟁으로 시작되더니 계엄동조 논란은 그 진위를 떠나 전북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결과로 귀결됐다. 중요한 것은 지사 선거전에 외부세력의 힘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거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에서 유종근 지사가 당선된 이래,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지는 과정, 과정마다 중앙당 실력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외부세력의 각축장이자 대리전 양상이 된 경우는 없었다. 전북지사는 이제 존경받는 자리가 아니라 임명직에 가까운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고 다른 한편에선 비웃음을 사는 자리가 돼버렸다. 막장 드라마가 돼 버린 책임은 결국 후보들이 자초한 것이다. 그 업보가 훗날 어떻게 부메랑돼서 돌아올지는 몰라도 역사의 심판은 참으로 매서운 것이기에 두렵기만 하다. 시련이 있을때마다 도민들은 잡초처럼 짓밟히면서도 인동초처럼 끝내 고난을 이겨내 지금에 이르렀다. 외세에 휘둘리는 정치인 몇명의 처신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결국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좋아지리라 믿는다. 우매한것 같아도 집단지성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참담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않고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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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4.08 18:42

[의정단상]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의 출발점, 추경의 역할

민생의 회복은 현장에서 체감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켜온 소상공인은 지역경제의 기반이며, 이 기반이 안정되어야 회복의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담이 민생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기료·가스비·물류비 등 고정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출 회복은 더디다. 외부 비용 변화에 대응 여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일수록 어려움은 더욱 크다. 정부는 이러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총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였다.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 1천억 원, 민생 안정 지원 2조 8천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 6천억 원, 지방재정 보강 9조 7천억 원으로 구성된 이번 추경은 민생과 산업 현장의 부담 완화를 위한 대응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재정이 충격을 흡수하고 회복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 유동성 보완과 지역 상권 활성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때 매출 회복과 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되며, 비용 부담 완화 역시 생활경제 안정에 중요한 요소다. 수출기업의 물류 애로 완화와 공급망 안정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무역금융과 제조 AI 전환 지원은 산업 경쟁력 유지와 대외 불확실성 대응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산업 전환과 민생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지역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약 9조 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전북 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로봇 제조, AI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재생에너지 발전 등 미래 산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새만금이 국가 미래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성과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골목상권과 생활경제 기반의 안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추경 심사 과정에서 피지컬 AI 혁신캠퍼스와 K-로봇 피지컬 AI 실증 지원센터 등 산업 생태계 기반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산업 투자와 정책 인프라가 함께 구축될 때 기업 투자 효과도 지역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가 현장의 소비 구조와 상권 흐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작년 민생회복소비쿠폰의 경우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사업장에서 사용된 비율이 약 30%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식자재마트·주유소 등 대기업 계열 가맹점에 사용이 집중되면서 정책 취지와 현장의 체감 간 차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추경인 만큼 정책 설계는 더욱 정교해야 한다. 재정 투입이 실제 현장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 흐름과 지역 상권 구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회는 4월 10일 본회의에서 이번 추경을 처리할 예정이다. 재정 대응의 속도는 민생 회복의 속도와 직결된다. 필요한 시기에 집행되고 현장에서 정책 효과가 작동할 때 재정의 역할도 완성된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이다. 전북처럼 지역 상권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정책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유가⸱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추경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일상에 변화를 만들어 전북의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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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타향에서] 책마루 도서관(송천동)을 살리자

경제 발전은 더디지만 ‘문사(文士)의 고장’ 전주는 인구 62만 5천 명에 비해 도서관이 15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책과 독서 문화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 송천동에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지역주민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운영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지난 16년 9개월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 후원자의 손길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서 3만 6천 권, 연간 4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 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봉사위주 운영으로, 지금도 ‘책마루 동무들’ 등 3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한다. 이 도서관은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이 개점하면서 주차장 위 302평 공간을 무상 임대해 2009년 7월 문을 열었다. 롯데가 17년 가까이 도서관 유지에 힘을 보탰지만, 롯데마트 매각 검토로 인해 무상 임대 조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롯데 측이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마루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스키, 스노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 10여 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메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사회공헌 전력을 고려하면, 롯데가 책마루도서관을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지키는 새로운 모델로 유지, 발전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책마루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과 그림이 담긴 전주의 첫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읽고 싶은 책이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도서관’을 지향해왔다. 쉬고 싶을 때 책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꿈꾸며, 단순 독서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추구해 왔다. 노인의 ‘책 읽는 동아리’, ‘노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동아리’, 영유아 공동육아 동아리 23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 학교를 찾아가는 ‘책마루 책동무’ 프로그램, 소박한 한솥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책문화축제 ‘책이랑 놀고 먹자’, 자연 탐구 프로그램 ‘숲(갯벌)으로 간 도서관’, 그림자극 동아리 ‘깜빛놀 책공연’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핵심이다. 이제 책마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기업이 도서관을 지어주고 전주시가 행정을 지원했지만, 17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것은 주민과 봉사자였다. 전주시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롯데마트와 매각 예정자, 그리고 롯데그룹과 협상해 현재 위치에서의 유지, 임대 또는 공간 기부채납과 공공 매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인근 지역 내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신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웃과 만나고 꿈을 키우는 공공의 마당이며, 공동체 회복의 핵심 인프라다. 만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밀려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K-컬쳐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치욕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주시장 후보들 모두는 ‘책마루도서관 존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 및 이미 구성된 ‘책마루도서관 살리기추진위원회’와 면담해, 머리를 맞대고 존치·이전·재탄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는 “도시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교도소 세 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범죄, 불평등, 소외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의미다. 책마루도서관 살리기는 ‘문사의 고장’ 전주의 공공문화를 지키는 시험대가 되었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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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기고] 농협 개혁, 방향은 옳지만 속도보다 숙의가 필요하다

최근 농협 합동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농협을 향한 반성과 개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주도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 논의의 핵심은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별도 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로 요약된다. 이는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가장 큰 제도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이 다시 농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의에는 누구도 이견을 두기 어렵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민주적 운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 역시 타당하다. 문제는 개혁의 취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과 속도에 있다. 아무리 명분이 커도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거나 현장의 동의를 생략한 채 밀어붙여서는 지속 가능한 개혁이 될 수 없다. 농협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농업인들이 자조의 원리에 따라 만든 협동조합이다. 헌법과 농협법, 국제협동조합의 원칙 또한 자율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그런데 감독과 통제를 과도하게 강화하고 인사와 운영 전반에까지 외부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관치로 비칠 수 있다. 중앙회의 자회사 지도·감독 기능을 약화하는 문제 역시 신중해야 한다. 자회사들이 수익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농업인 지원과 지역 농·축협 환원이라는 설립 취지를 지키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신설과 회장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제도의 취지는 존중하되, 실효성과 부작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 농협의 복합적 사업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외부 중심 감사체계는 오히려 자정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 전 조합원 직선제 또한 대표성 확대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정책 역량보다 인지도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혁이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모습이다. 대형 제도 개편은 선거를 앞둔 시기에 성과를 서둘러 과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농협 개혁은 특정 진영의 입법 실적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미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럴수록 현장의 신뢰를 얻는 절차가 중요하다. 충분한 설명과 토론, 공청회와 검증 없이 처리된 제도는 시행 이후 더 큰 혼란과 반발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숙의다. 2012년 신경분리 당시에도 수차례 공청회와 토론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쌓았다. 이번 개정안 역시 농민 조합원, 일선 조합장, 전문가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선거 일정에 쫓겨 중대한 제도 개편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농협은 오랜 세월 농업과 농촌, 지역사회를 떠받쳐 온 핵심 축이었다. 물론 뼈아픈 반성과 쇄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농협의 공로까지 싸잡아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개혁에 이를 수 없다. 농협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개혁은 서두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농협의 자율성과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면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길, 그 균형 위에서 추진될 때 비로소 개혁은 농민을 위한 성과로 남을 수 있다. 개혁의 이름으로 자율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민주를 내세워 현장의 숙의를 생략해서도 안 된다. 농협을 바로 세우는 길은 더 빠른 입법이 아니라 더 깊은 합의와 더 넓은 공감 위에서 열려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개혁이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도 혁신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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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1

[사설] 전북도청 등, 선거기간 업무 공백 없어야

6·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공직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업무 공백과 주민 불편이 예상된다. 전북도청을 비롯해 14개 시군은 단체장들이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맡는 등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자칫 긴장이 풀어져 기강이 해이지기 쉽다. 단체장 교체기에 공직사회가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전북도청은 김관영 지사의 술자리 현금 살포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6일 오전 2시간 30분가량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차량 등을 압수 수색했다. 갑작스럽게 경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전북도청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했고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 완산구 한 식당에서 기초의원과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공무원 등 20여 명에게 현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고발됐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금품 제공이 선거 관련 기부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자금의 성격이다. 경찰은 해당 음식점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참석자들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김 지사를 제명 처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은 이원택 의원과 안호영 의원 2자 대결로 압축됐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선거기간 동안 흔들리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현직 단체장이 유리한 곳보다는 혼선을 빚는 곳에서 더욱 그러했다. 줄서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4년 전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현직 도지사 부인과 비서실장, 전북도 전현직 공무원, 자원봉사센터 관계자 등이 당내 경선에 이기기 위해 권리당원 입당원서를 받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 가운데 14명이 기소돼 1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선거기간 공을 세워 승진이나 요직을 맡았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금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 국제정세가 불투명하고 한국경제도 유가 급등 등 민생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때일수록 행정기관이 지역경제 상황을 세밀히 관리하고 주민 안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전북도청을 비롯해 14개 시군에서 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맡는 체제라 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남은 50여 일 동안 공직사회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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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07 19:08

[사설] 지역 기여 없는 금융사 유치, 무슨 의미가 있나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전북테크비즈센터를 떠나 민간 건물로 사무실을 옮긴 것은 단순한 주소지 변경이 아니다. 센터 측이 ‘기술사업화 지원계획 구체화’라는 공적 역할을 요구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짐을 쌌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블랙스톤 측은 ‘더 넓은 공간으로의 확장 이전’이라 주장하지만, 그간 상주 인력도 없이 사무소를 운영해 온 행태를 감안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도민은 없을 것이다. 국·도비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전북테크비즈센터는 전북의 미래 먹거리인 농생명·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워진 기술 전초기지이자 도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핵심 허브다. 하지만 저렴한 임대료 혜택을 받고 입주한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곳을 상주 인력도 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사실상의 ‘창고방’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연금공단(NPS)과의 접점을 위해 필요할 때만 잠시 들르는 대기실이 된 것이다. 실질적 역할을 요구하자 ‘이전’으로 응답한 블랙스톤의 행태는, 지역 기여라는 공공성을 외면한 채 자본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금융사 유치의 성과는 화려한 브랜드나 입주 기업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문 인력의 상주를 통한 고용 창출, 지역 인재 양성 협력, 도내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등 실질적인 기여가 뒤따를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국민연금으로부터 막대한 운용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다하지 않는 현실은 결코 납득하기 어렵다. 전북자치도와 전북테크비즈센터는 블랙스톤의 이번 행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단순한 ‘입주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기여도’를 엄격한 잣대로 세워야 한다. 기술사업화 참여도, 지역 투자 실적, 상주 인력 규모 등을 평가하고 입주 자격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위탁운용사 선정 및 평가 과정에 지역 기여도를 실효성 있게 반영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블랙스톤의 사무실 이전은 전북 금융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글로벌 금융사의 전주 진출은 환영할 일이나, 이름만 걸어놓은 유령 사무실은 지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북도는 금융사 유치가 실질적인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사 유치가 ‘특혜가 아니라 책임을 전제로 한다’는 행정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7 19:08

문화재단이 지켜야 할 것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이 문화재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다. 서울문화재단 출범을 계기로,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문화재단 설립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후 20여 년, 문화재단은 이제 자치단체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문화재단 설립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것은 2006년 설립된 전주문화재단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전주문화재단은 전북 문화재단 체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20년이라는 시간은 그 구조가 무엇을 만들었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묻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전주문화재단의 20년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년,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의 기반을 만드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해왔다. 예술가 지원과 창작 공간 조성, 생활문화 프로그램 확대 등이 문화재단을 통해 체계적으로 구축되었고, 행정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웠던 문화사업도 재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었다. 다양한 문화정책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 온 것도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지역문화가 일정한 제도적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문화재단이라는 구조는 지역문화의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새로운 기반이 형성되는 동안 문화의 작동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화재단은 지원 기관을 넘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중심 기관으로 이동했고, 공모사업과 단기 사업 중심의 운영 구조는 장기적인 문화전략을 어렵게 만들었다. 재단의 역할 변화는 지역 문화단체와의 관계에서도 긴장을 만들어냈다. 문화 활동은 늘어났으나 자율적으로 형성되던 문화는 점차 ‘선정되어야 가능한 활동’으로 재편되었다. 결국 묻게 된다. 문화재단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인가, 지원 기관인가, 아니면 지역문화의 방향을 설계하는 기관인가. 사실 이 질문은 단순한 역할 구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문화의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화재단이 답을 찾는 대신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떠안으며 조직이 비대해지고 있는 흐름 역시 이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다시 묻게 된다. 문화재단이 사업을 확장할수록 지역문화는 더 풍성해지는가, 아니면 더 의존적인 구조로 재편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지역문화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지 모른다. 문화의 힘은 한 기관의 역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단체와 문화공동체의 활동이 축적될 때 도시의 문화는 살아 움직인다. 좋은 도시는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묻는 데서 시작된다. 문화재단 역시 그 질문 앞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4.07 19:07

[김종표의 모눈노트] ‘불신과 증오의 늪’에 빠진 선거판, 전북의 미래는?

혼란의 연속이다. 하루아침에 판이 바뀌고, 또 뒤집어졌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북은 지금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혔다.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뜨거워야 할 선거판이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찼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관영 현 전북지사가 민주당 경선을 눈앞에 두고 전격 제명됐다. 청년당원들에게 68만원 상당의 대리운전비를 지급한게 문제가 됐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민 선택권을 부정한 정치적 살인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의 폭거’라는 울분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쟁하던 후보진영에서 정반대의 주장으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도민들은 혼란에 내몰리고 있다. 중앙당의 전광석화 같은 결정이 과연 원칙을 지키기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었는지, 아니면 비정한 정치적 기획이었는지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란 방조 의혹’을 제기하며 김 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원택 의원도 선거법 위반(제3자 기부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측근이 식비와 주류비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정청래 당 대표는 긴급 감찰을 지시했고, 안호영 의원은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했다.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정책은 실종되고 혐오만 남은 이 ‘증오의 전장’에서 도민이 길을 잃었다. 진영논리는 더 탄탄해지고 장외 여론전은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이 상당기간 ‘증오의 정치’에 갇힐 것임을 예고하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 불확실성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이다. 더 큰 걱정은 선거 이후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둘로 쪼개지게 생겼다. 선거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이 진흙탕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전북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수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지역발전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정당의 후보 경선은 승자를 가르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함께 열어야 할 동반자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과정이 공정하고 깨끗해야 결과도 정당성을 얻는다. 그래야만 경선 이후에도 지역발전과 통합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전북은 이 길을 갈 수 없게 됐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불신과 증오의 늪’에 깊이 빠져 버렸다. 혹독한 대가가 예상된다. 선거는 어떻게든 승자를 가려내고 끝나겠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전북 정치권의 위상은 추락했고, 도민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다. 전북의 4년을 책임질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은 단순히 ‘누가 당선되느냐’를 넘어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무너진 지역정치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로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늪 속으로 끌어당기기만 한다면, 누가 승자가 되든 그 자리엔 ‘상처받은 전북’만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늪에서 빠져나올 능력을 상실했다면, 지역의 미래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감정과 선동의 소음을 걷어내고, 누가 전북의 미래를 진흙탕에서 건져올릴 적임자인지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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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4.07 19:05

[새벽메아리] 공공극장은 누구의 공간인가

공공극장은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얼마 전 한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다. 그 강의에서는 공공극장이 시민과 함께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 독일의 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공공극장에서 그동안 예술가는 작품을 올리고 시민은 그것을 관람하는 공간으로만 이해되어 온 것은 아닐까. 완성된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관객은 그것을 감상한다. 여기에 대관 운영과 수익이 가능한 기획공연이 더해지고, 공간에 여유가 있을 때 체험 프로그램이나 전시가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극장의 운영에서 경험한 익숙한 구조다. 하지만 문득 질문이 생긴다. 이것이 과연 공공극장이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에 충분히 부합하는 방식이었을까. 우리는 공공극장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머무르고, 함께 만들어가며,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공연을 ‘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무대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하는 공간. 공공극장은 어쩌면 모든 아이들에게 문턱없이 열려있는 놀이터와 같이 모든 시민에게 자유롭게 열려있는 무대예술의 놀이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많은 공공극장은 공연과 행사의 대관 관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대관 공연이 완성도 높게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관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이 반복될수록 공공극장은 점점 더 시민들에게 소비의 공간으로만 고정되고 있지 않았을까. 시민은 관객으로 참여할 수는 있었지만, 그 공간이 자유로운 공공의 장소로 인식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시민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공공극장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시민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을 전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관이라는 문턱조차 넘지 못하거나 관심 밖이기에 대부분 공공극장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정작 공공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이 시민의 창작과 참여를 충분히 품고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의 여러 사례에서는 공공극장이 보다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공연을 올리는 공간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창작 과정에 개입하며,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있다. 직업예술과 시민예술이 같은 공간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이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지역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공공극장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문화 플랫폼이라면 어떨까 직업예술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시민예술은 그 옆에서 새로운 경험과 감각을 만들어낸다. 두 영역이 같은 공간 안에서 만날 때, 극장은 결과를 보여주는 장소를 넘어 관계와 과정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공간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운영 방식의 변화, 프로그램 구조의 재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을 관객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단순하게 공연 관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 될 때 비로소 그 이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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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7 19:05

[기고]선운사, 동백나무

“선운사에 가본 적이 있는지, 바람 불어 설운 날이 있나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의 고향 고창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1986년 송창식의 노래로 발표된 이래 동백꽃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한반도에서 동백나무의 북방한계는 대청도이지만, 내륙에서는 선운사가 가장 북쪽 자생지라는 점에서 식물지리학적 가치가 크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정하여 현재 국가유산청으로 개명한 당시의 문화재청은 196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선운사 동백나무는 과거 사찰 보호를 위한 산불 방지나 요리 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한 기름 채취를 목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함께 대청도, 강진 백련사, 서천 마량리, 거제 학동리, 광양 옥룡사 등의 동백나무숲도 모두 천연기념물로,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생육 형태에서도 특징을 보인다. 한 줄기로 곧게 자라기보다 여러 줄기로 갈라지는 관목형이 많아 낮고 빽빽한 숲을 이룬다. 꽃잎의 갈래 수도 다양성이 나타나 다섯 갈래와 여섯 갈래 형태가 주를 이루는 생태적 및 형태적 다양성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동백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꽃이 지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꽃처럼 꽃잎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지는 낙화 방식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비장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동백나무는 만병초, 목련,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관상수로, 18세기 이후 서구에서도 널리 사랑받아 왔다. 또한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생명력은 절개와 인내의 상징으로 문학과 예술에서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로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서해안 및 섬 지역을 중심으로 자생하며, 울릉도와 울산 춘도까지 분포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 동백나무는 특히 추위에 강하고 지역별 유전적 차이와 형태적 변이가 매우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는 줄기 형태와 개화 시기에 따라 특징이 나뉜다. 거제의 지심도처럼 외줄기로 자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고창 선운사처럼 여러 줄기로 자라는 경우가 있다. 꽃 피는 계절도 여수의 오동도처럼 11월부터 피는 동백과 선운사처럼 봄에 피는 춘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동백나무의 숲으로는 동백나무로 가득 찬 거제 앞바다의 지심도이다. 울산 춘도의 동백나무 숲은 동해안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유명하다. 한편, 고창 선운사처럼 여러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심었다고 생각하는 서천 마량리, 광양 옥룡사지, 강진 백련사 또는 화엄사의 동백나무 숲도 매우 유명하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단순한 관상식물을 넘어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겨울에도 짙은 녹색 잎을 유지하며 꽃을 피우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로서, 드문 계절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존재이다. 올봄에는 처연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를 간직한 고창 선운사 동백숲을 찾아,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라는 노랫말처럼 그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기를 권한다. 김용식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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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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