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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선 전북의 조타수

아시아에서 서구 열강의 직접적인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곳은 태국(타이)과 일본 단 2곳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네팔, 부탄 등도 반식민지였음에 틀림이 없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제국주의 열강 반열에 들어섰고, 태국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얀마를 점령했던 영국, 인도차이나를 차지한 프랑스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영토를 일부 내주기는 했으나 어쨋든 주권을 지켜냈다. 이게 바로 온 백성이 도탄에 빠졌던 조선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조선의 고종이 500년 넘게 이어져온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우를 범했다면 태국에서는 라마 5세 국왕이 소위 사소취대(捨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가진다는 뜻) 전략으로 국가를 지켜냈다. 물론 지정학적 위치나 세력구도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는 했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두 나라의 과거는 반추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거대한 두 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라마 5세의 업적은 바로 대나무 외교로 집약된다. 혼란스러운 격변의 시기에도 태국이 독립과 근대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대나무 외교는 태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라마 5세(쭐랄롱꼰)는 태국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고 있다. 반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겪어야만 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는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조선시대 27대 왕 모두를 통틀어 선조, 인조, 고종을 가장 무능하면서도 국가와 백성에게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왕으로 꼽는데 큰 이론이 없는듯하다. 물론 폭군 연산군이 있기는 하지만 재위기간이 짧았고, 순조, 명종은 무능의 극치를 달리기는 했으나 큰 전쟁이 없었기에 국가나 백성은 존망의 위기를 겪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를 망쳐먹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던 고종은 재위 기간 44년, 선조는 41년, 인조는 26년이나 왕을 지냈다. 치유할 시간이 많았고,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으나 공동체를 침몰시킨 큰 책임을 지금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가 됐건 공동체 운영의 책임은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지휘봉을 쥔 조타수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북의 경우 집권 여당인 민주당 도지사, 시장군수를 비롯, 지방의원 후보자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줄서기와 처세, 능력과 행운, 무능과 질시 등 공천과정에서 승패의 원인은 숱한 요인이 작용했겠으나 백척간두에 선 지금 전북에서는 조타수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엄중하면서도 무한책임이 부여됐다. 모두가 외세에 짓밟히는 상황속에서도 대나무 외교로 공동체를 지켜냈던 라마 5세의 탁월함과 책임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병기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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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4.22 18:09

[의정단상] 공공기관 유치를 통한 전북 균형발전 전략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약 350개 기관을 대상으로 검토를 시작했으며, 올해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한 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이는 지역 불균형 해소와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국가 균형성장의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이전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과거의 경험을 되짚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에 있던 153곳의 공공기관을 전국 10개의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하며 2019년에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약 5만 명의 인력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열악한 정주 여건 문제로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근무만 지방에서 하는 ‘기러기 가족’ 현상이 발생해, 이전 효과가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또한, 혁신도시는 산학연 클러스터 형성을 목표로 했었는데, 기업이나 연구시설 유치 없이 행정기능 중심의 구조에만 머물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하여, 전북 혁신도시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도권 인구분산이나 지역침체 해소라는 취지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전북 혁신도시로 유입된 약 6만명의 인구 중 77.3%는 전북 지역 내 이동이었으며, 수도권에서 전입한 인구는 12.8%에 불과하다. 전북 혁신도시는 전주시와 완주군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데, 동부권을 비롯한 전북 내 다른 지역의 인구를 흡수하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의 인구 감소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대했던 수도권 인구 유입이 아닌 전북 권역 내 인구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유치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 혁신도시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한편,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와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할 새로운 후보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 혁신도시가 도청 소재지인 전주권에 조성되면서 일자리 편중이 심화된 만큼, 이번 이전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전북 동부권의 발전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남원의 강점은 분명하다. 우선, 영호남의 중심에 위치해 남북과 동서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순천-완주 고속도로와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교차하고, 남원역은 전라선 KTX의 주요 정차역이며, 2030년 개통 예정인 달빛내륙철도도 남원역을 경유하게 된다. 또, 지리산과 섬진강을 비롯한 뛰어난 자연생태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6개 시군(남원, 장수, 구례, 하동, 산청, 함양)으로 이루어진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의 중심지로 지리산 권역을 대표하는 거점 지역이다. 역사유적, 고전, 판소리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토대로 한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전북 동부권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남원의료원을 중심으로 기초 의료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남원의료원 인근 부지를 상당수 확보했고, 근거 법률 제정을 앞둔 국립의전원 설립까지 이뤄지고 나면 정주 여건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북 전체 취업자 98만명 중 63만명이 몰려있는 전주, 군산, 익산시는 기업 유치를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동부권에는 공공기관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전북 내 균형발전은 물론 인구유입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교훈 삼아 보다 정교한 전략을 마련하여, 공공기관 유치가 국가와 지역의 균형성장을 함께 이끄는 상생 발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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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2 18:09

[타향에서] 국가부채의 관계경영학

지난 3월 28일 모 일간지에 “미국 국가부채 39조달러 돌파”라는 기사가 나서 눈여겨 읽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9조달러(약 5경8800조원)를 넘어서며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이란 전쟁 장기화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39조20억7136만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2조8000억달러가 늘었다. 주요 급등 원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비용과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법안(OBBBA)’이 세입 감소를 초래하며 부채증가의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4월 6일 우리나라 ‘작년 재정적자 104.8조→104.2조, 국가채무비율 46→49%’ 기사가 있어 미국과 비교하며 읽었다. 2025년 재정적자 규모가 2024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적자 비율이 3.9%로 역대 네 번째로 컸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이 재작년에 6년 만에 하락했다가 작년에 다시 상승했다. 2025회계년도 국가채무 결산 결과를 보면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9조4000억원 늘었다. 2018년~2023년까지 계속 상승하던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46.9→46%) 하락했는데, 지난해 다시 상승 전환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올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127조원, 지방정부가 2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국가부채는 세금 등 국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발생한다. 원래 경제주체는 수입의 범위 내에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살다 보면 어떻게 원칙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 예상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면 거기에 맞춰 지출할 수밖에 없다.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이 발생할 때는 빚을 내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매한가지다. 빚은 소득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그것도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한다. 어느 땐 원금보다 이자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파산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합리적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진 빚은 후대가 갚아야 한다. 왜 국가부채를 늘려서 후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려고 하나?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위정자는 후대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오늘 나 편히 먹고살자고 자식에게 빚을 지워서는 안 된다. 빚 속에서의 삶은 지옥이다. 견디다 못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도 같다. 세입의 범위 안에서 세출이 이뤄져야 맞다. 그러나 예외적 상황도 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는 다르다. 거기에 맞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적자재정을 편성하거나 추경을 하여 재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도 정치적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돈을 거져주는 일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국민 1인당 2500만원이 넘어섰다. 나라빚은 결국엔 국민이 갚아야 한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알뜰한 살림을 꾸려 나라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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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2 18:08

[기고]새만금 개발에서 빠뜨린 논의들

말도 많고, 사연도 많던 새만금이 이제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2010년 방조제 준공 이후 실행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하염없이 떠돌던 개발에 대한 논의와 착수가 10여 년이 지나서 2023년부터 LG화학, HD건설기계, 세아제강 등 55개의 기업들이 총 12조원을 투자하기로 하여 본격적인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9조원 이상을 투자, AI데이터센터, 로봇공장, 수소에너지클러스터, 스마트모빌리티실증단지 등 어마어마한 계획을 발표하여 새만금의 가치와 위상을 한껏 높여 놓았다. 새만금은 투자와 개발에 있어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보다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409㎢의 어마어마한 땅이 새롭게 만들어졌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새만금은 전북만의 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희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현재 새만금은 새만금산업단지, 항공교통산업단지, 복합형산업단지, 산업·연구단지 등으로 구분, 메가프로젝트로서 향후 우리나라의 100년을 내다보는 거대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같은 거대한 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새만금에 관련된 많은 주체들이 정말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빼놓고, 논의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바로 빼놓고,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그 부분은 바로 새만금 입구에 있는 군산비행장이다. 사실 군산비행장은 우리가 미군에게 공여해 준 공여지로서 한국내 ‘미국땅’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군산비행장이 미래를 내다보는 새만금 관점에서 볼 때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향후 산업단지에 업체들이 모두 입주했을 때 기존의 도로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통난이 이루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군사기지로서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로 인한 한계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새만금산업단지는 97%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군산비행장으로 인한 교통난 뿐만 아니라 군사문제 등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같이 중요한 걸림돌로 부각될 수 있는 군산비행장에 대해 새만금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지금 당장 새만금개발을 위해 군산비행장을 옮겨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군산비행장은 100년을 내다보는 새만금개발에 있어 계속해서 ‘알박이’로 남도록 해야 하는가?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두천과 용산에 있는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또한 행정협정은 법률보다는 하위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법률제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의 100년 대계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위상이 점점 커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충분히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분명 어려운 일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100년 메가프로젝트로서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어렵다고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않된다고 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역시 늦은 것이다. 지금은 새만금에 대한 모든 것이 시작단계이다. 결코 늦지 않았다. 향후 문제점으로 제기될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을 빨리 찾아내어 심각한 논의와 깊은 숙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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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4.22 18:08

[사설] 새만금 개발, 정부의 실행력으로 증명할 때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근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국토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국토대전환’의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규모 투자를 기점으로 새만금을 AI, 로봇, 수소가 결합된 미래 산업의 결정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새만금을 ‘메가특구’의 첫 시험대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은 전북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사실 새만금은 전북도민들에게 기대보다 좌절의 기억이 더 깊게 각인된 공간이다. 비슷한 시기 출발한 중국의 푸동지구가 세계적인 경제 허브로 우뚝 서는 동안, 새만금은 예산 부족과 정책 혼선 속에서 한없이 공전해 왔다. 광활한 기회의 땅은 어느덧 ‘버려진 땅’이라는 냉소 속에 갇혔고,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와 관할권 등을 둘러싼 소모적인 내부 갈등은 도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심지어 “새만금 때문에 전북의 발전이 막힌다”는 자조 섞인 원망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계획은 오랜 갈증에 시달려온 전북에 한 바가지의 ‘생명수’와 같다. 물론 이 투자가 수십 년간 쌓인 도민들의 갈증을 단번에 씻어낼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새만금이 농업 중심의 낡은 비전을 탈피하고, 첨단 미래산업의 전초기지로서 ‘첫 단추’를 꿰는 상징적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그 기대는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 총리도 강조했듯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빛과 같은 속도’다. 새만금 부지는 바다를 메워 만든 거대한 도화지와 같다. 복잡한 이해관계나 지장물로부터 자유로워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그 어떤 곳보다 빠른 속도로 미래형 도시를 그려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규제 합리화와 파격적인 혜택이 말잔치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현대차 프로젝트의 성공은 앞으로 이어질 투자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 마중물이 제2, 제3의 투자로 이어질 때, 새만금은 비로소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을 이끄는 진정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김 총리의 발언이 선거를 앞둔 의례적인 ‘립서비스’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반짝 관심에 머물지 말고 인허가 혁신과 규제 완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 새만금을 더 이상 도민의 원망 대상이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미래의 땅’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정부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1 21:03

[사설] 지방선거 경선, 이제 지방의원에 관심 가져야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역 광역 및 기초단체장 경선이 마무리됐다. 이제 도지사와 시장군수 경선이 끝난 만큼 지방의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전북지역 정치 특성상 지방의원 경선 승자가 대부분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방의원 경선은 이미 1차가 끝났고 22일부터 2차 경선에 돌입한다. 민주당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치러지므로 도내 민주당 당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경선에 임했으면 한다. 이번 전북지역 지방의원 선거는 정수가 6명 늘었다. 국회 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이번 선거부터 적용된다. 전북자치도의회의 경우 40명에서 4명이 늘어 지역구 38명, 비례대표 6명 등 44명이 되었다. 기초의회 정수는 198명에서 2명이 늘어 200명을 선출한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민주당 경선 일정도 같이 늦어졌다, 이에 따라 광역의원 1차 경선은 진안·임실·순창·고창 2선거구를 대상으로 지난 16∼17일, 기초의원 1차 경선은 완주·진안·무주·임실·순창·고창 등 6개 시군을 대상으로 18∼19일 실시됐다. 이어 2차 경선은 광역의 경우 전주 4·5선거구, 정읍1·2선거구, 남원1·2선거구, 장수선거구 등을 대상으로 22∼23일, 기초의 경우 정읍·남원·장수·부안 등에서 24∼25일 실시된다. 사실 도민들은 지방의원 선거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보 당사자나 관련되는 소수만 관심을 가질 뿐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게 일반적이다. 후보 수가 많고 인지도도 떨어져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자치단체를 감시하는 역할은 물론 조례제정, 예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지역민의 삶과 밀접하다. 집 밖에 내놓은 쓰레기 처리부터 상하수도, 도로 건설, 아파트 고도제한, 병원 설립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방의회의 심사 대상이다. 또 지방의회는 청렴도가 낮아 감시가 필요하다. 지방의원들은 이권과 인사청탁 등 각종 비리는 물론 막말, 폭력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전북지역 지방의회는 무투표로 당선되는 경우가 흔하다. 4년 전 전북자치도의회의 경우 40명 중 지역구 22명과 비례 4명 등 65%에 해당하는 26명이 당의 공천으로 무투표 당선되었다. 유권자의 10∼20%에 불과한 권리당원들이 전체 도민의 뜻과 무관하게 지방의원을 뽑은 결과가 되었다. 생활정치의 뿌리인 지방의회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1 21:03

[오목대]선거의 시간과 전수천의 질문

2005년 9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가 있었다. 흰 천으로 감싼 이 백색 열차가 달리는 동안 낮과 밤은 여러 번 바뀌었다. 길게 이어진 열다섯 량의 열차는 마치 붓으로 선을 긋듯 도시와 도시를 이어가며 대륙을 건넜다. 작가 전수천(1947~2017)이 기획한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의 현장이었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공간에 머무는 전시가 아니라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확장한 시도였다. 일상적 공간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려는 의도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다시 묻게 만들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수천은 그 긴 이동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려 했을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20여 년 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람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고, 내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보고 산다. 내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다.” 망설이지 않고 꺼내놓았던 그의 화두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그가 구현해온 수많은 작업은 인간과 더불어 꿈을 꾸고, 인간과 함께 존재하기 위한 과정 위에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형식이나 기법 이전에 하나의 사유로 남는다. ‘지금’과 ‘여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과 존재를 묻는 일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 미술사 연구 시리즈로 기획한 전시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는 그 질문을 다시 불러낸다. 작품 속에 놓인 수많은 형상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인간의 존재를 다시 묻는 일이다. <거인이 온다>는 말은 거대한 무엇의 도래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말은 넘쳐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공격하는가가 앞서고, 그 사이에서 인간의 모습은 점점 흐려진다. 우리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이 전하는 위로가 더 깊다. 전수천의 작업은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보고 있는가.” 그의 언어는 단순하지만, 작아진 인간을 끝내 다시 크게 바라보게 한다. 선거의 시간이다. 사람을 지운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정치의 언어 속에서 인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묻게 된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를. 쏟아지는 구호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다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가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4.21 21:02

[새벽메아리]희곡 베니스의 상인 영화로 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 나온 16세기 말은 르네상스 후기이며 배경이 된 베네치아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크게 번성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박해받던 유대인은 그들만의 구역 ‘게토(Ghetto)’에서 살았다. 일몰 후에는 출입마저 통제되었고, 낮 동안 게토를 떠나는 사람은 유대인임을 표시하는 붉은 모자를 써야 했다. 현지인과 같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기에 고리대금 업(業)을하게 되었는데, 이는 기독교 법을 어기는 행위였다. 베니스의 상인이자 기독교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해 경비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안토니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삼천 다카트를 빌린다. 샤일록은 돈을 빌려주며 조건을 제시한다. ‘기한 내 갚지 못할 경우, 고운 살 정량 일 파운드를 몸 어디서든 잘라낸 뒤 가지겠다.’ 안토니오는 주저 없이 서명한다. 이야기는 기한 내 빚을 못 갚는 안토니오와 샤일록 간 긴박한 송사(訟事)에 초점이 맞춰진다. 바사니오는 결혼에 성공했고, 부인이 된 포샤는 이 재판의 위촉 판관으로 참여한다. 영화를 볼 때 이야기 전개에 집중해야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는 인물의 감정선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오를 보자. 시작부에서 친구들에게 볼멘소리한다. “왜 이리 울적(책은 슬픔으로 표기)한지 모르겠네. 정말 이상해. 자네들도 그랬댔지?” 모두 의아한 눈길을 보낸다. 한 친구가 반문한다. “상품? 사랑?” 고개를 젓는 안토니오에게 친구는 “그러면 기쁘지 않아서 울적한 거라 해두세.”라며 상황을 정리한다. 다음은 유대인이자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다. 평소 기독교인들이 수염에 침을 뱉고 노골적으로 무시해도 참고 사는 사람이다. 애지중지 기른 외동딸이 기독교인 남자를 따라 가출하면서 거금과 보화를 빼돌렸다. 간간이 들리는 소식은 재물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불행이란 불행은 다 짊어졌는데, 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가슴에서 피눈물이 흘러넘치네.”라며 치욕과 통한으로 몸부림친다. 안토니오는 영화 내내 조금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데, 재판 과정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부탁이네, 논쟁 상대가 유대인임을 염두에 두게.” 갑절로 돈을 갚겠다는데도 기어코 살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샤일록 뒤에서 좌중에 대고 하는 말이다. 포샤의 판결로 재판은 끝난다. ‘살을 떼되 피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된다. 더도 덜도 아닌 1파운드만 취하라. 타민족이 시민의 생명을 노렸으니 원고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안토니오의 울적함 그 실체를 찾을 수 없다. 샤일록은 철퇴를 맞는다. 희곡이 유대인을 악마화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영화는 집단 백일몽이란 말을 이 영화를 통해 실감한다. 영화와 관객이 함께 공상하는 장.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는 ‘낯설게 관찰하기’를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 어느 한 편에 함몰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 진행 중인 전쟁도 위정자들이 꾸는 백일몽 아닐지 모르겠다. 관객은 낯설게 관찰해야 하리라. 판관 포샤는 샤일록에게 자비를 간청했다. ‘자비는 권위 중에서도 가장 큰 권위이며 신의 속성 중 하나’라며. 샤일록은 자비를 버렸고, 안토니오는 유대인을 버렸다. ‘기쁘지 않아서 울적한 거라 해두자.’라는 표현이 정곡을 찌른다. 이들 사는 모습이 기쁠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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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1 21:02

[권혁남의 一口一言]진흙탕에 빠진 도지사 선거, 그래도 꽃은 핀다

전북의 정치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13일간의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심산유곡에 핀 순결한 백합화가 아니라, 흙탕물 속에 피어나는 연꽃 같은 것이다.” 이름 석 자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백번 맞다. 애초에 깨끗한 정치란 없다. 그러나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게 또한 정치다.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을 막 끝낸 전북의 모습은 매우 참담하다. 도민들의 삶을 바꿀 미래 비전과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현금 살포’ ‘식사비 대납’ ‘경선 불복’ ‘무기한 단식’ ‘압수수색’이라는 부끄러운 말들만 넘쳐난다. 1960-70년대 선거 때마다 “막걸리로 홍수를 이루고 국수로 다리를 놓았던” 금권 선거 망령이 21세기에 되살아날 줄이야. ‘막걸리’와 ‘국수’가 ‘대리 운전비 현금 살포’와 ‘제삼자 식비 대납’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돌아왔다.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되어 전북인의 자존심이 심하게 생채기 났다. 지금 전북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기반 약화 등 지역소멸이라는 절벽의 끝에 서 있다.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마련에 단 1분 1초가 급한 황금 시간이다. 전북호 선장 선거에 발목이 잡혀 이 엄중한 시간을 맥없이 허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이원택 후보의 당선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그러나 안호영 의원은 경선 무효를 주장하고, 이원택 후보의 식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 단식으로 맞서고 있다. 김관영, 안호영, 이원택 세 사람은 도민들이 애써 키워온 전북의 소중한 자산이다. 도민은 누구 하나도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 세 사람이 함께하면 서로가 빛나고 전북도 비상한다, 그러나 분열하면 세 사람도 죽고, 전북도 소멸한다. 경선 승리한 이원택 후보, 실패한 안호영 의원, 아예 컷오프된 김관영 지사에게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인간 만사 새옹득실(塞翁得失). 지금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가 아니며, 오늘의 좌절이 결코 끝이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김대중만큼 부침을 많이 겪은 인물이 또 있을까. 김대중은 좌절할 때마다 개인의 상처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헤아렸다. 김대중은 자서전에서 “정치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때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해야 하는 현실의 예술이다. 정치인이란 현실을 살펴 미래를 향한 진리를 구하는 것이지 진리만 붙들고 현실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장자는 ‘대붕의 비상’을 노래했다. 작은 새는 시도 때도 없이 이곳저곳으로 쉽게 날갯짓하지만, 대붕은 큰바람이 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그래야 구만리를 날아오를 수 있다. 도민은 결코 투미하지 않다. 누가, 무엇이 옳은지는 물론이고 정치인의 셈법, 속내까지 훤히 알고 있다. 도백 자리가 어디 세 사람만의 전유물이던가. 사태가 오래가면 주인인 도민들이 세 사람 모두를 내치고 새로운 인물을 찾을 수도 있다. 역사는 언제나 냉혹했다. 갈등과 불신으로 분열한 공동체는 모두가 쇠락했다.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는다면 더 단단하고 화려한 연꽃을 피워낼 수 있다. 그래야 세 사람도 살고, 전북이 산다. 그 연꽃은 도민의 희망이고, 전북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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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1 21:02

[기고]풍년 농사의 시작은 ‘안전’⋯농기계 점검과 안전수칙이 ‘백신’

동토(凍土)가 녹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농촌 들녘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영농 준비로 분주해지고, 경운기와 트랙터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봄은 농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계절이지만, 역설적으로 농기계 사용 빈도가 급증함에 따라 안전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게 고개를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기계 사고는 일반 차량 교통사고와 비교했을 때 치사율이 현저히 높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부족해 사용자가 기계에 끼이거나 전도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의 사용자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기계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는 단순히 권고되는 사항이 아니라, 건강한 풍년 농사를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필수적인 ‘백신’과 같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도내에서 발생한 농기계 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그 위험성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이 기간 총 481건의 사고로 24명이 목숨을 잃고 457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기별로는 봄철에 157건(32.6%)이 발생하여 수확기인 가을철(160건, 33.2%)에 육박할 만큼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기종별로는 경운기가 124건(25.7%)으로 가장 많았고 예초기 51건(10.6%), 트랙터 48건(9.9%)가 뒤를 이었다. 이는 농촌에서 일손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장비들이 자칫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겨우내 보관했던 농기계를 꺼낼 때는 타이어 공기압을 시작으로 브레이크, 조향장치, 등화장치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기계 내부의 각종 오일 상태를 점검하고 누유 여부를 살피는 것은 기계의 고장뿐만 아니라 화재 사고를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느슨해진 볼트나 너트가 없는지 세밀하게 조이는 작업 하나가 큰 사고를 막는 초석이 된다. 실제 작업 현장에서의 수칙 준수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작업 시에는 회전 부품에 옷자락이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몸에 밀착되는 작업복과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며, 경사진 길을 이동할 때는 전복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저속 주행해야 한다. 또한, 도로 주행 시 일반 차량과의 추돌을 방지하기 위해 농기계 뒷면에 야광 반사판 등 등화장치를 부착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음주 후 농기계 조작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명심하고 절대 금해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처럼 농업은 우리 삶의 근간이며, 그 농업을 일구는 농민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한 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풍년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 소방서에서도 농촌 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안전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사용자 스스로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마음가짐이다. 농기계 점검을 생활화하고 안전운행을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모여, 올 한 해 모든 농가에 사고 없는 평온함이 깃들고 가을날 풍성한 수확의 기쁨만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소방 역시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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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1 21:02

[오목대] 현금공약과 햇빛연금

“민생부터 살리겠습니다.” 선거철 후보자들의 말잔치 중 빠지지 않는 게 현금지원 공약이다. 전 주민에게 당장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금 공약’은 오래된 논쟁거리다.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반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즉각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어쨌든 어디 공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이런 ‘공돈 약속’은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단순한 현금 지급 방식의 기존 공약과는 결이 다른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선거판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지역의 자연자원(태양광·풍력)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이다.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지난 2021년부터 주민들에게 태양광발전 배당금(햇빛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이 성공모델로 꼽힌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쏟아졌다. 전북지사 선거를 비롯해 전주·익산·군산·완주·임실지역 단체장 선거에 나선 다수의 예비후보들이 ‘연금도시’, ‘전북형 에너지 기본소득’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가 모든 주민에게 일정금액을 조건 없이 나눠주는 기존 현금공약과 구별된다. 우선 세금을 걷어 다시 나눠주는 ‘재분배’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배당’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햇빛연금은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일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자연에서 그냥 얻어지는 ‘공짜 점심’인 것처럼 포장하여 구체적인 수익모델이나 인프라 조성 대책도 없이 액수만 부풀려 제시할 경우,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금 공약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 일부 후보들이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및 배분 로드맵도 없이 과도한 배당금을 약속하며 ‘현금 배당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보인다. 햇빛연금이 포퓰리즘이 아닌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되려면 송전 인프라 구축과 법률 및 조례 등 운영시스템 정비, 안정적 수익원 확보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후보들도 공약에 이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천연자원인 햇빛과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환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현실적인 한계 및 기회비용, 위험요소도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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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4.20 17:33

[사설] 막판 민주당 경선, 혼탁 선거사범 엄벌하라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불법, 탈법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다. 유령단체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전주시의원은 허위 강습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김관영 지사가 술자리 현금 살포로 민주당에서 제명되고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이원택 후보와 김슬지 도의원은 식사비 대납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선거 관련 고소·고발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는 오랫동안 전북에서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도 때문이다. 선관위와 경찰은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에 나서 엄벌에 처했으면 한다. 전북선관위는 지난 17일 이번 선거에서 허위 단체명으로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한 3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지난 4월 초순께 존재하지 않는 허위의 단체명으로 ‘특정 예비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주시의회 정섬길 의원은 전주시가 운영하는 ‘생활체육 광장’에서 배구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허위로 수당을 지급받아 말썽을 일으켰다. 특히 정 의원은 해외 연수를 비롯해 국내외 연수 중에도 지도를 한 것으로 운영일지에 표기해 수당을 지급받아 징계 논란에 휩싸였다. 또 20∼21일 실시되는 전주, 군산, 익산 등 도내 9개 기초단체장 결선에서도 혼탁과 잡음이 일고 있다. 전주시장 결선의 경우 우범기 후보와 조지훈 후보가 20% 감점 여부에 이어 합종연횡 과정에서 경선에 패한 국주영은 후보와 조직원들의 합류를 둘러싸고 사과하는 등 혼란을 부추겼다. 지방선거에서 경선은 단순히 후보들만의 경쟁이 아니다.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검증받고 정당이 이를 보증하는 절차다. 전북은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되거나 지방의원의 경우 무투표 당선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결과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선거는 파장인 게 현실이다.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혼탁하게 치러지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나아가 도민들은 선거에 대한 피로감과 염증을 느끼게 된다. 민주당 도당과 선관위, 경찰 등이 불법·탈법행위를 적발 즉시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 역시 감시의 눈을 부릅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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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20 17:27

[사설] 지방의원 확대,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서야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전북의 지방의원 정수가 6명 늘었다. 국회가 광역의원(도의원) 정수를 4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2석) 증원함에 따라 전북도의회는 기존 40석에서 44석 체제가 됐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기준에 따라 의석상실 위기에 처했던 장수군과 무주군은 특례 적용을 통해 현행 의석을 지켜냈고, 김제시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며 기초의원 정원도 2명 늘었다. 정치권은 지역 대표성 강화와 농어촌 소멸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번 의석 확보를 하나의 ‘성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정책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몸집 불리기가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얀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선거철 후보자의 면면에는 잠시 관심을 두지만, 당선 이후 그들이 어떤 입법 활동과 정책 성과를 냈는지는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 의정 활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은 본령인 정책 발굴이나 행정 감시보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러한 자리가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자산이자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원 증원은 주민을 위한 제도개선이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이해관계가 얽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뿐이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획일적인 중앙집권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 발전을 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는 내실 있는 운영이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외면한 채, 타 지역(그것도 우리보다 큰 지역)과의 단순 비교를 통한 외형 확대에만 매몰되어 있다. 주민 만족도와는 무관하게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구와 인력만 무한정 늘어나는 괴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명을 늘렸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이다. 늘어난 의석이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고 행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증원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정수 확대를 단순한 의석 확보라는 승전보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의 투명성과 활동역량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엄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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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20 17:26

[문화마주보기] 춘향다움, 오늘의 ‘춘향’을 상상하는 일

매년 봄, 전북 남원에는 춘향제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다음 주 30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다. 1931년 춘향을 기리는 제향에서 출발한 이 축제는 해방 이후 공연과 퍼레이드가 더해지고, 1970~80년대에는 대중참여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춘향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실화에 기반한 인물로 보기도 하고, 조선 후기 고전소설 춘향전의 허구적 주인공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제향의 대상이 되어온 사실은, 춘향이 이야기 속 인물을 넘어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춘향제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남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춘향을 만나고 있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춘향은 정절과 순애의 상징일까. 사랑을 향해 변함없이 기다리는 마음, 권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절개는 오랫동안 미덕으로 칭송받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에 머무르는 순간, 춘향은 더 이상 현재와 호흡하지 못하는 인물로 굳어진다.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다면, 춘향은 과연 ‘기다리는 여성’이었을까. 오히려 춘향은 능동적인 존재였다. 스스로 사랑을 택했고,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졌다. 변학도의 강요와 폭력 앞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타협하지 않았다. 당시 여성이라는 조건과 신분적 제약이라는 이중의 한계 속에서도 권력에 맞섰다는 점에서, 춘향은 순응의 인물이 아니라 질서에 균열을 내는 존재였다. 우리는 여기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신화’ 개념을 떠올린다. 신화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가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일종의 기호다. 바르트가 신화를 언급한 것은 고대 이야기가 대중문화 속에서 지배이데올로기로 자연스럽게 포장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논의는, 이야기와 상징이 시대와 맥락에 따라 새롭게 의미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춘향 역시 실존 여부를 넘어 시대마다 다른 가치가 덧입혀진 상징으로 읽힌다. 한때는 정절의 표상이었고, 오늘날에는 선택과 저항의 주체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춘향다움’이란 더 이상 예쁜 외모나 순응의 여성상이 아니다. 이는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지닌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춘향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바르트가 지적했듯 신화가 특정 가치와 질서를 고착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춘향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 곧 기존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춘향은 도시의 정체성과 연결되고 현재의 삶과 맞닿는 유의미한 존재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축제 역시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공유할 것인가를 묻는 담론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봄, 제96회 춘향제를 맞아 오늘의 춘향을 상상하는 일, 그리고 그 상상이 우리의 현재와 만나는 순간, 춘향은 다시 태어난다. 이를테면 오늘의 춘향은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인문학적 깊이, 말솜씨와 예술적 ‘끼’를 겸비한 인물이면 어떤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 침묵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세계와 관계 맺는 사람. 그 새로운 ‘춘향다움’을 발견할 때, 춘향제는 전통을 넘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미래로 세계로 이어지는 문화로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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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0 17:19

[경제칼럼] 자율엔 책임이 따른다… 더 엄격해진 ‘공정의 잣대’

금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경기도를 대상으로 지방정부 조달자율화제도를 시범도입하였다. 이는 지방정부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조달체계를 변화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시작된 조달 자율화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 한편에 “지자체 마음대로 계약하면 불공정 행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나, 법령해석 오류와 복잡한 조달제도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 이에 조달청은 자율화 시범도입과 함께, 그 균형을 맞출 강력한 ‘공정의 안전장치’를 가동한다. 그 핵심은 바로 2025년 말 도입된 전자조달법에 따른 ‘조달청장의 시정요구권’ 도입이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입찰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독소 조항이 발견되거나 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도, 조달청이 이를 강제로 바로잡을 법적 권한이 미비했다.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규격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사실상 내정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만드는 식의 ‘꼼수’가 있어도 이를 시정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요기관의 나라장터를 이용한 자체 조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조달청장은 해당 기관에 입찰 공고 수정이나 계약 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율화된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바로잡는 강력한 ‘심판의 휘슬’이 생긴 셈이다. 잘못된 공고는 즉시 시정하고, 불합리한 조건은 고쳐야만 한다. 이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자율 구매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입찰·계약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그 권한을 회수하고 다시 조달청 의무 구매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강력한 조치다. 자율을 주되, 그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또한, ‘수요기관 불공정조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전담 인력을 확충하여 입찰 공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누구나 불공정 행위를 발견하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조달청은 이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효율성만을 좇다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소·여성·장애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 구매 시에도 ‘사회적 약자 기업 구매 비율’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전북 내 지자체들은 자체 구매를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평균인 약 95% 수준 이상을 약자 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자율화가 되었다고 해서 대기업 제품만 사거나 가격만 보고 구매처를 바꾸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중소 기업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제도들은 결코 수요기관을 통제하거나 기업을 옥죄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배경’이나 ‘줄서기’가 아닌, 오직 ‘실력’과 ‘품질’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함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자율화의 물결 속에서도 ‘공정’이라는 닻을 더욱 깊게 내릴 것이다. 기업인 여러분은 불공정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혁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해 주시길 바란다. 공정한 경쟁의 룰은 우리 조달청이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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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0 17:19

[기고] AI 시대, 인문학이 원천기술이다

안드레이 카파티(Andrej Karpathy)는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가 최근 공개한 ‘LLM Wik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선다. 자신의 모든 작업 로그와 메모를 위키에 던져 넣고, AI가 실시간으로 이를 분류하고 연결하도록 설계한 이 시스템은 이른바 ‘기술생성시대(技術生成時代)’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표본이다. 이 위키에서 AI는 100개의 문서를 40개로 압축하고 새로운 지식의 연결망을 스스로 제안한다. 놀라운 것은 그 압축의 논리를 카파티가 직접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온전히 AI의 자율적 판단이다. 이처럼 인간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맥락을 기계가 스스로 창출하는 순간, 우리는 기존의 ‘기술편집시대’를 넘어 ‘기술생성시대’로 돌이킬 수 없이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지식을 생성하더라도, 그 산출물이 논리적으로 정합한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현실의 맥락에서 유효한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카파티는 AI의 생성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도, 반드시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며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 이것이 바로 ‘재량행위자(裁量行爲者, Discretionary Agent)’의 역할이다. 지식의 생성은 AI와 분점할 수 있어도, 그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결코 기계와 나눌 수 없다. 발터 벤야민은 1936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기계적 복제 기술이 원본의 아우라(Aura)를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통찰은 옳았다. 그러나 그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이 있다. 복제 기술 이후에 편집 기술이, 그리고 마침내 생성 기술이 도래한다는 사실이다. 비극적이게도 벤야민의 생은 짧았고, 그가 남긴 사유의 공백을 채워 새로운 시대를 진단하는 것은 오늘날 인문학의 몫이 되었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위기를 맞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거꾸로 된 진단이다. 인문학은 AI 시대의 한가로운 장식품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력한 ‘원천기술’이다.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무수한 산출물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 가치를 심문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규범적 능력은 깊은 인문학적 훈련 없이는 불가능하다. 텍스트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힘, 파편화된 정보에서 맥락을 직조하는 힘, 그리고 흔들림 없이 윤리적 결단을 내리는 힘. 이것이야말로 기술생성시대를 살아가는 재량행위자에게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핵심 역량이다. 카파티의 방법론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기술 커뮤니티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수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자신만의 LLM 위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최신 도구의 껍데기를 모방하는 것과, 기계와 호흡하며 진정한 재량행위자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으로는 AI와의 공진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량, 즉 공진 설계 역량(Resonance Design Capacity)의 격차가 기술생성시대의 새롭고도 가혹한 불평등 구조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격차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단순한 코딩 기술이 아니라, 고도의 철학적 ‘판단 능력’이다. 인문학이 새로운 시대의 원천기술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I는 지식을 생성한다. 그러나 지식구조화의 과정에서 답변을 판단하고 그 결과에 윤리적·법적 책임을 짐으로써 지식을 확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문학은 그 인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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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0 17:12

[딱따구리] '10%가 100%를 결정’…기초의원 선거, 민주주의 훼손하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손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초의원 선거는 그 출발선부터 무너져 있다.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선거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주민의 선택은 들러리에 불과하고, 권력은 정당 내부에서 이미 배분된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 왜곡된 현실은 고창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고창군의회 다선거구(공음·대산·성송면)는 2명의 의원을 선출하지만, 실제 후보를 결정하는 주체는 주민이 아니다. 약 6500명 주민 가운데 경선에 참여하는 권리당원은 700명 안팎, 불과 10% 수준이다. 10%가 100%를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나머지 90% 주민은 선거 이전 단계에서 이미 배제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정당 운영의 불투명성과 무책임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불법선거 의혹이 제기돼도 제대로 된 조사나 제재 없이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이의제기를 해야만 뒤늦게 검토가 이뤄지는 행태는 공당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권리당원 규모조차 비공개, 후보자들은 유권자 명단조차 확인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 토론과 정책 검증 없는 ‘깜깜이 경선’이 반복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조직과 줄세우기뿐이다. 결국 이 제도는 소수 권리당원에게 과도한 권력을 몰아주고 다수 주민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장치로 변질됐다. 지방선거는 더 이상 주민의 축제가 아니다. 정당이 설계하고 통제하는 ‘내부 선발전’에 불과하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유권자의 한 표는 무의미해지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대표성과 책임성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 주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완전 개방형 경선, 또는 무공천 제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방자치는 정당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주민의 의사가 배제된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고창군 다선거구 불법 선거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 고창=박현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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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표
  • 2026.04.20 10:49

[오목대] 청년당원의 일리 있는 주장

민주당이 이원택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던 정읍 고깃집 술값과 음식값 대납을 놓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청년당원 2명이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호영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홍보하기 위한 명백한 선거운동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지시에 따라 윤리감찰단이 처음부터 이 사건에 면죄부를 주려고 형식적으로 조사,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상반된 주장이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청년당원인 A씨는 이 후보가 먼저 이석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모든 식사가 끝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이 후보가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식당으로 들어와 옷 등 짐만 챙겨서 다시 나왔다면서 이 후보가 끝까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을 통해 그만해라 다친다 등의 회유와 협박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동석했던 B씨는 저녁 참석자 중 일부가 이 후보가 식사중 이석했다면서 마치 저희가 거짓말한 것처럼 보도된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면서 경찰 등에서 3자 대면을 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청년소통 정책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간담회란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원택 후보에게 묻고 싶다면서 “사실을 알고 있는 저희가 눈을 뜨고 있는데 어찌하여 계속해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진실을 외면한 채 얻는 평온함보다 비겁한 청년이 되지 않으려고 사실관계를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이 후보의 부안지역구 사무실과 김슬지 도의원 선거사무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보좌관 식비 15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김 의원이 법카로 45만원, 그리고 김 의원 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금 경찰이 청년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나선다면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김관영 지사가 전주 한 음식점에서 같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67만원을 준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원권 제명이란 극약처방을 내린 반면 청년당원들을 모아 놓고 선거운동을 한 이 후보는 혐의없음이란 면죄부를 준 것에 도민들이 공분을 느끼고 있다. 그간 이 후보는 김 지사를 컷오프시키려고 계속 김 지사가 12.3 계엄에 협조했다는 사실무근한 이야기를 갖고 김 지사를 흔들어댔지만 당 공관위에서 3인 경선을 치르도록 한 후 김 지사 대리비 지급건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안 의원이 이 후보측의 식사비 대납건 재조사를 요청하며 단식농성 중이고 특검에 김 지사가 계엄에 협조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김 지사를 비롯 고위간부 1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어서 그 결과에 따라 한쪽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민들은 이 같은 경선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간 민주당의 오만이 빚은 결과인 만큼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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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4.19 19:06

[사설] 선거 앞둔 민생지원금 사실상 ‘매표 공약’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지원이란 미명 하에 현금성 공약이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의 ‘매표 행위’이고 ‘매표 공약’이다. 군산시장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어느 후보는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금으로 해마다 25만원씩 4년간 총 100만원 지원 공약을 제시했다. 정읍시장 경선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 역시 임기 내 시민 1인당 민생경제활력지원금 200만원 지급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백승재 진보당 전북도지사 예비후보는 도민 1인당 긴급 고유가 피해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후보마다 민생지원금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역의 위축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인데 이젠 이같은 선심성 공약이 자치단체마다 유행이 돼버렸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공적인 예산으로 표를 구걸하는 사실상의 매표 행위로 봐야 한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도 불거졌다. 이명연 전북도의원(전주10 선거구)은 5분 자유발언에서 정읍 남원 김제 완주 진안 고창 부안 등 자치단체들이 주민 1인당 20만~50만원씩 총 1538억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했다.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고 단발적인 현금성 지원은 필수 복지나 지역개발 재원의 축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문제라는 것이다. 전북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3%다. 자체 수입으로 자치단체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10개에 이른다. 이같이 자체 재원 여력이 취약한 실정에서 대규모 현금성 지출이 이어진다면 재정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민생지원금은 침체된 상권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원 조달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 절차 강화와 재정 충당방안을 명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민생지원금이라는 포장을 씌워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사실상의 ‘매표 공약’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적어도 선거 1년 전에는 현금성 지원 공약을 제도적으로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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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9 18:41

[사설] 무주~대구 고속도로, 해법은 ‘초광역 협력’

전북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초광역 교통 프로젝트인 ‘새만금~포항 고속도로’는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동서 3축, 국가기간교통망으로 설계된 이 고속도로는 30년 넘게 추진됐지만 아직도 ‘완성된 길’이 아니라 ‘이어붙인 길’에 가깝다. 한반도 서해안 새만금에서 동해의 항구도시 포항을 잇는 이 고속도로는 새만금∼전주∼장수∼무주∼성주∼대구∼포항 구간으로 나뉜다. 이처럼 사업이 여러 구간으로 쪼개져 각각 추진되다 보니 정작 전체 노선의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절 구간까지 남겨놓았다. 이 고속도로는 1992년 국가간선도로망 수립 이후 전체 구간 중 대구~포항 구간은 2004년, 전주~무주 구간은 2007년, 새만금~전주 구간은 2025년 각각 개통됐다. 하지만 전주~무주 구간은 기존 고속도로를 이어 쓰는 임시 연결 상태여서 여전히 신규 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현재 우회노선인 전주~장수~무주(75km) 구간을 전주~무주(42km) 직선노선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보다 더 급한 것은 동서 3축의 유일한 단절구간인 ‘무주∼성주∼대구’(86.7km) 구간이다. 새만금~포항 고속도로 전체 구간 중 서쪽과 동쪽은 어쨌든 연결됐지만, 가운데가 끊긴 탓에 동서 직결이라는 본래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무주~대구 고속도로 사업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매번 외면받다가 지난해 10월에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1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착수하면서 전북과 경북·대구 등 해당 지역 지자체들이 예타 통과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국가 간선망이 이처럼 불완전한 상태로 방치된 것은 결코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해법은 초광역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전북과 영남권 지자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개별 지역 숙원사업에 머물렀던 이 노선을 국가적 과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과 산업권을 아우르는 초광역적 접근을 통해 수요와 효과를 재구성한다면, 기존의 경제성 논리를 넘어설 여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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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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