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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호성 후보 표절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교육감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의 ‘상습 표절’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4년 전, 교육감 선거 당시 천 교수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인 서거석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표절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천 교수는 4년 전 서거석 전 교육감에 대해 “교육자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논문을 베껴쓴 사람, 학술사기를 친 사람이 교육감을 하겠다니 황당하다”며 “이런 사람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표절에 대해서는 명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공식 해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있다. 전북 교육의 수장을 맡겠다는 이의 상습 표절이 알려지면서 전북교사노조, 전북교총 등은 천 교수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감 경쟁 상대 후보들은 더 강한 톤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대해 천 교수는 자신의 실수로 치부하며 사과했다고는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진정성 있는 반성이나 사죄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천호성 교수는 지난 17일 전주대 슈퍼스타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나 막상 쟁점이 됐던 상습 표절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행사가 끝난 뒤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SNS를 통해 “보내주신 소중한 격려와 책임감을 잊지 않고 아이들과 교육의 내일을 위해 더욱 성실히 노력하겠다”며 지극히 원론적인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혹여 천 교수가 남의 눈에 든 티끌은 잘 보면서도 막상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이 “천 교수의 수십 차례 칼럼 표절을 단순 인용 실수라고 우기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것은 매우 아픈 대목이다. 민주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진실이지 결코 거짓이어서는 안된다. 전북 교육단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전교조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전북교육개혁위 등도 말을 아끼고 있다. 잣대는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혹여 진영논리나 친소에 따라 비판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과연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19 18:27

[사설] 완주군의회, 김 지사 방문 협조해야

전국적으로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김관영 도지사의 완주군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지사의 완주군 방문은 2024년, 2025년 모두 불발됐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7일부터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2026년 시군 방문’을 진행 중이며 완주군을 22일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완주군의회는 김 지사의 완주·전주 통합 행보와 관련해, 완주군 방문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주군의회는 이번 대화에 응해야 마땅하다. 도지사의 군청 방문을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주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다. 오히려 정당한 논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게 당당한 일이 아닐까 한다. 이번 방문은 종전의 방문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그동안 소극적 또는 반대 입장이던 유희태 군수가 호소문을 발표했고 김관영 지사도 소통 미흡에 대해 사과했다. 유 군수는 17일 ‘완주 군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도지사 방문은 특정 사안을 일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행정통합 논쟁이 아닌 완주군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자치도와 정책적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글로벌 수소도시 도약, 피지컬 AI 등 미래 신산업 육성,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등 주요 과제 추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지사 또한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김 지사는 “완주군민이 느꼈을 고민과 걱정의 무게를 충분히 공감한다. 통합은 완주의 정체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완주의 가능성을 전북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선택”이라며 “도지사가 소통에 미흡했다는 질타와 군민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완주군의회가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는 정당해야 설득력을 지닌다. 지난 2년 동안처럼 피켓시위와 삭발, 몸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의회 본연의 기능인 말과 논리로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다. 완주와 전주, 전북자치도는 적이 아니지 않은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같이 가야 할 공동운명체다. 완주군의회는 완주군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성숙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19 18:27

[오목대] 교육감 선거와 단일화

다시 ‘선택의 날’이 다가온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초반 판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고정된 선거판은 없다. 이슈 하나로도 쉽게 흔들린다. 선거 구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는 역시 ‘후보 단일화’다. 단일화 논란의 단골 무대는 교육감 선거다. 사실상의 단일화 역할을 하는 정당 공천이 없어 후보가 난립하고, 진보·보수진영의 경쟁구도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도 주요 화두는 매번 단일화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전북교육감 범민주후보 추대위원회’가 자체 검증절차를 거쳐 김승환 당시 전북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후보간 합의와 공개 경쟁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통상적 의미의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진영의 선택지를 하나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단일화였다. 그리고 이 시도는 진보진영의 성공사례로 기억됐다. 이렇게 출마한 김승환 후보는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대와 결합은 2022년 선거에서 극에 달했다. 첫 단추는 2010년과 비슷했다. 당시의 성공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전북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에서 이항근·차상철·천호성 등 3명을 대상으로 도민 여론조사와 선출위원 투표를 실시해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 후보 등록 마감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천호성·황호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여론조사를 통해 천 후보가 2차 단일화에도 성공했다. 이후 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김윤태·천호성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그리고 지금, 지난 2010년과 2022년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예전처럼 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먼저 움직였다. 전북교육개혁위원회를 결성하고,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 계획을 밝혔다. 오는 25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아 자체 검증과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선거판을 뒤흔드는 대형 변수다. 평가가 엇갈린다. 자칫 ‘깜깜이 선거’로 흐를 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대표성을 강화해 정책 중심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단체의 단일화 절차가 ‘진영에 승리를 가져올 후보를 고르는 과정인가, 전북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2022년의 사례처럼 추후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거에 이념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이 ‘비민주, 보수’ 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되풀이되는 그들의 단일화 전략이 ‘선거판을 관리하기 위한 관행’으로 굳어질까 우려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1.19 18:21

[문화마주보기]사랑의 도시, 예술의 도시, 남원

오늘날의 도시들은 하나같이 풍요와 속도를 말한다. 더 높은 빌딩, 더 많은 인구와 자동차, 더 빠른 기술과 산업. 경쟁과 효율, 첨단이라는 단어가 도시의 가치를 대신한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어떤 도시는 그 흐름에서 한 발 비켜 있을 때, 가장 그 도시다운 얼굴을 드러내며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 남원은 바로 그런 도시다. 남원을 ‘사랑의 도시, 예술의 도시’로 부르고 싶다. 이는 새로 만들어낸 슬로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땅에 축적되어 온 정체성이다.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절개와 신의,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다. 남원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품은 도시이며,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사랑의 서사를 일상의 공기로 간직한 곳이다. 남원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첨단기술산업도시의 모방이 아니다. 속도를 늦추는 용기, 느림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빠르게 통과하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도시, 소비하며 스쳐 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며 사유하는 공간. 남원은 산책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걷는 동안 자연과 역사,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도시 말이다. 또한 남원은 판소리가 살아 숨 쉬는 예술의 도시다. 동편제 판소리의 본향으로서 남원은 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전승해왔다. 판소리는 전통 예술을 넘어 시간을 견뎌온 삶의 방식이자 공동체의 기억이다. 이 예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울려 퍼질 때, 남원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 또한 남원은 갖추고 있다. KTX를 통해 수도권과 남해안 권역을 잇고, 동서를 연결하는 88고속도로와 남북을 관통하는 순천–완주 고속도로는 남원의 접근성을 높인다. 한옥을 개조한 현대식 숙박시설,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유역의 식재료로 완성되는 한정식과 추어탕은 자연의 섭리를 체감하게 하는 남원의 뿌리깊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광한루와 만인의총 같은 전통 유산, 국립민속국악원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같은 현대 문화시설도 공존하며, 지금 조성되고 있는 함파우 예술특화지구에는 소리체험관과 천문관이 있고, 옷칠공예와 도자체험 시설도 더해진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지난 해 18만 명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남원의 문화적 잠재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구 7만이라는 수치는 한계가 아니다. 세계에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문화 정체성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도시들이 많다.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로 알려진 인구 2만의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와 바그너의 도시로 유명한 인구 7만의 독일 바이로이트(Bayreuth)처럼, 남원 역시 사랑의 서사와 예술의 전통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으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작지만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남원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서사, 예술의 유산, 느린 산책이 허락되는 자연풍경. 이를 정성껏 가꾸고 계승한다면, 남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사랑이 전통이 되고, 느림이 경쟁력이 되며,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남원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그것이 가장 남원다운 길이다. 허정선 관장은 영남대학교 미술사학 박사를 받았다.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 겸임교수를 지내고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등서 13년간 강의를 진행했다. 영남대학교 미학 및 미술사학 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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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20

[경제칼럼]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공공조달’의 재발견

일반 시민들에게 ‘조달청’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행정 기관에 비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조달청은 대한민국 정부라는 거대한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도로와 다리, 청사를 짓는 대규모 ‘공사’부터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볼펜 한 자루, 최첨단 드론 장비에 이르는 ‘물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시설 관리와 같은 ‘용역’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자원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국가 최고의 계약 전문 기관이 바로 조달청이다. 우리가 매일 걷는 공원의 산책로,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의 책상, 도서관의 시스템 등 모든 공공 서비스의 이면에는 조달청의 치밀한 계약 업무가 자리하고 있다. 조달청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투입하여 ‘좋은 제품을 보다 싸고, 빠르고, 바르게’ 구매하는 것이다. 투명한 경쟁을 통해 품질 높은 제품을 적정 가격에 확보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조달 행정의 첫 번째 원칙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공공조달은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약 225조 원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구매력을 활용해 AI, 환경, 바이오헬스산업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적 조달’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기업, 여성 기업,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창업 초기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여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고, 지역 기업을 우대하여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는 등 공공조달은 사회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난 혁신 제품을 정부가 먼저 사주는 ‘선제적 구매’를 통해 신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는 피지컬 AI, 탄소 융복합, 농생명 바이오 산업 등을 통해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재편하는 거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전북을 둘러싼 조달환경도 전기․전자 제품 118종에 대한 의무구매 자율화라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전북지방조달청의 전북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격변하는 공공 시장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청은 복잡한 조달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기업들을 위해 ‘공공조달 길잡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로, 조달 등록부터 입찰 참여, 계약 체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달 전문가가 1:1로 밀착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북의 유망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속하게 공공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도내 조달기업과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를 한자리에 모아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홍보하고 구매 상담을 진행하는 만남의 장, ‘공공조달 파트너스 데이(Partners Day)’를 운영하여 실질적인 판로 확대와 신뢰 형성을 돕고 있다. 공공조달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정책의 핵심 엔진이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앞으로도 도내 기업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기관에는 성공적 사업 완수를 지원하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장의 가교’가 되어 가장 든든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김항수 청장은 조달청 기획재정담당관실, 혁신조달운영과를 거쳐 차세대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구축추진단 통합추진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조달 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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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20

[기고] 시민단체, 도민의 등대인가

전북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질문을 반복한다. 왜 산업은 바뀌지 않는가, 왜 인구는 줄어드는가, 왜 선거 때마다 약속은 넘치는데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가. 이 질문의 답은 흔히 ‘의지 부족’이나 ‘중앙정부 탓’으로 정리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정체를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북의 문제는 산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산업을 실제로 시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권한과 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치는 늘 거창한 계획을 말해 왔지만, 그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하는 제도는 만들지 않았고, 실패에 책임지는 실험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북 정치는 점점 서로 닮아왔다. 정책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물 간 차별성도 흐려졌고, 그 결과 비슷한 언어와 비슷한 약속이 반복되었다. 정치는 더 나은 해법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순환하는 무대가 되었고, 지역 발전 역시 관성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새만금이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새만금 개발은 구체적인 실행 구조나 책임 설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정치적 구호로 작동해 왔다. 누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재원은 무엇이며 실패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새만금’이라는 이름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경험이 반복되었다. 이 경험은 전북 정치에 하나의 학습 효과를 남겼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구조를 증명하지 않아도, 익숙한 상징만 제시하면 충분하다는 신호다. 그 결과 정책은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면책의 언어가 되었고, 질문을 회피해도 되는 정치 문화가 굳어졌다. 문제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니다.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 정치, 실현 가능성을 묻지 않는 선거,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누구라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 정치가 도약하지 못한 이유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작동시키는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시민단체는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정책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기준을 세우는 공적 장치다. 후보의 공약을 묻고, 따지고, 비교하는 과정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책임을 요구하는 민주적 행위다. 그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정치는 다시 관성에 맡겨지고 도민은 늘 비슷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이나 또 다른 구호가 아니다.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시민 앞에서 책임 있게 응답하는 정치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그러므로 이제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후보자 정책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도민의 선택을 밝히는 등대가 되는 길이다. 이 역할은 어느 한 단체의 몫이 아니라 전북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책무다. 기준을 세우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정치의 언어는 바뀌고, 그 변화는 결국 지역의 선택지를 넓히는 힘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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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17

[기고] 스마트폰 속 ‘검은 늪’에서 우리 아이를 구출하라

최근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청소년 범죄의 양상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학교 폭력만큼이나 빈번하게, 혹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가 바로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다. ​관련 사건으로 경찰서를 찾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 아이는 평소에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만 좋아했지, 도박은 전혀 모릅니다.” 부모님들은 손사래를 치지만,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아이들의 스마트폰 속 세상은 믿음과 달랐다. 아이들이 단순한 ‘게임’이라 여겼던 앱은 실제 현금이 오가는 불법 도박 사이트였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이미 감당하기 힘든 빚과 중독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는 비단 뉴스에 나오는 비행 청소년만의 일탈이 아니다. 우리 지역 평범한 가정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번지고 있는 뼈아픈 현주소다.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경찰은 이 시기를 가장 우려한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방 안에서 스마트폰과 보내는 시간이 급증하는 방학은, 역설적으로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최고의 ‘대목’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무방비에 가까운 ‘접근성’과 교묘한 ‘위장술’이다. 성인 인증이 필요한 합법적 게임과 달리, 불법 사이트는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1분 만에 가입된다. 운영자들은 ‘달팽이 경주’, ‘사다리 타기’ 같은 미니게임을 앞세워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문다. 뇌과학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를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에 비유한다. 전두엽이 미성숙한 이 시기에 ‘초심자의 행운’이 주는 도파민은 마약만큼 강렬하여, 아이들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족쇄를 채운다. ​현장 경찰관으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도박이 단순히 개인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강력 범죄의 ‘숙주’가 된다는 점이다. 돈을 탕진한 아이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대리입금’이라 불리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댄다. 살인적인 이자를 갚으려 편의점 절도, 중고나라 사기, 친구 갈취를 넘어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마약 운반 같은 중범죄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도박 빚이 평범한 학생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 거대한 재난 앞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가정 내에서의 ‘관심’과 ‘탐지’다. 많은 부모님이 “설마 우리 애가”라며 방심하지만, 도박은 아이의 성품과 무관하게 파고드는 바이러스와 같다. 이번 방학, 자녀가 스마트폰 화면을 급히 가리거나, 이유 없이 용돈 부족을 호소하고, 고가의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다면 도박 중독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특히 자녀의 계좌 내역을 확인하여 정체불명의 입금자나 반복적인 소액 이체가 없는지 살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도박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무조건 다그쳐서 아이를 숨게 만들어선 안 된다. 도박은 혼나서 고칠 습관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인정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 등 전문 기관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경찰 또한 겨울방학 기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특별 예방 활동과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힘만으로는 이 은밀한 범죄를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 도박의 늪에 빠진 아이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와 어른들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클릭 한 번이 우리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저당 잡히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지옥 같은 도박의 굴레에서 구해낼 골든타임은, 방학이 시작된 바로 지금이다. /고석희 군산경찰서 나운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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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4:52

[사설] 하계올림픽 ‘서울 유치 망상’ 당장 버려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신청도시로 전북이 결정된 것은 이미 1년 전의 일이다. 대한체육회는 2025년 2월 28일 대의원 총회에서 전북 49표, 서울 11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전북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전북을 폄훼하면서 서울 유치를 기도하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종목을 서울 등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을 두고 일부 인사 등이 ‘지방 도시의 한계 자인’이라고 멋대로 폄훼하면서 중앙 언론에 부정적 기사와 광고를 내보냈. 심지어는 서울유치추진위원회까지 발족시키고 있다. 해외 유력 스포츠 매체인 ‘Inside the Games’ 등은 이런 기류를 두고 ‘전북 유치 추진 난항’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깔아뭉개며 딴지를 거는 주된 장본인은 한국무역협회 임원 등 일부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임원은 한때 국민의힘 서울 서초 갑 지역구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적이 있는 인물이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노림수는 없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의 결정을 부정하고 전북 유치신청을 무력화시키는 기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유치 주체에 대한 혼선을 야기시키고 국가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명백한 국익 저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북애향본부가 성명을 내고 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은 도시 간 연대, 균형발전, 저비용의 이른바 IOC 어젠다를 반영해 국내 유치신청 도시로 결정됐다. 경기종목도 전북 32개, 서울 8개, 경기 2개, 광주 3개, 대구 대전 충북 충남 전남 각 1개 종목 등 분산 개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럴진대 전북 무력화를 기도하며 서울 유치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망상 이다. 당장 중지해야 마땅하다. ‘국내 유치신청 도시 전북’ 결정을 부정하는 악의적 행태가 계속된다면 전국의 500만 전북인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 정치권 역시 전북 유치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억측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국제행사 유치 심의를 조속히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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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7

[사설] 최명희문학관 정상화, 전주시 ‘적극행정’을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이 새해 들어서도 문을 열지 못했다. 대하소설 ‘혼불’을 쓴 전주 출신 고(故) 최명희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전주시가 설립한 최명희문학관은 지난 2006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가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개관 20주년 기념행사나 기념사업은 생각지도 못할 형편이다. 최명희문학관 민간위탁 운영자는 2024년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최 작가 유족 중심의 최명희기념사업회로 변경됐다. 이후 전주시는 문학관 부실운영을 이유로 2024년 말 수탁단체인 최명희기념사업회에 민간위탁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 단체가 퇴거를 거부하면서 명도소송 등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명희문학관은 지금 문화시설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게다가 사업회가 저작권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어 향후 전주시의 승소가 확정되더라도 시설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시의 ‘적극 행정’이 요구된다. 공공자산인 문학관이 특정 단체의 점유물이 된 것은 전주시의 관리 소홀과 행정력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학관은 시민의 문화자산이다. 이미 법원이 1심에서 전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수탁단체의 퇴거가 이뤄진 후에야 개관 준비를 시작하면 늦다. 판결 직후 바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직영체제로의 전환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문학관의 정체성도 재정립해야 한다. 수탁단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운영체제 확립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명희문학관을 지역 전체의 문학적 자산을 포괄하는 ‘전주문학관’으로 확대·개편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특정 작가 기념공간을 넘어 도시의 문학 자산을 공공의 체계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전주시는 지금 당장 이 같은 논의를 공식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전주시가 최종 승소해도 시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자산 앞에서 또다시 기다림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공익과 시민 권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적극 행정’을 통해 법원 판단 이후의 혼란을 막고,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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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6

[전북칼럼] 지방선거, 환영받는 출마와 아름다운 퇴진

어느덧 지방선거 일자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본래 지방자치제도는 지역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하나의 정치적 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3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지방선거의 실상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그중에 하나로서 출마자들의 수준과 자질이 제자리 걸음마 상태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함량 미달자들이 누가 뛰니 나도 뛴다는 식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바닷가에서 새우가 뛰니까 망둥이도 함께 뛰는 격이다. 또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그런 류의 입후보자들은 축구장에서 90분 동안 헛발질만 하다가 환영받지 못하고 퇴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필경 깜냥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누가 어떤 인물인지 훤히 알고 있다. 그래서 출마자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조건 나설 일이 아니다. 잘못 판단하게 되면 본인에게 독이 될 수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출마자의 적격성 또는 덕목은 무엇인가. 몇 가지로 압축하자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과 겸손한 자세이다. 국가권력이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지방자치의 경우도 모든 권력과 권한은 주민의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현안 문제에 관해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적극적‧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농촌의 논두렁에 덜퍼덕 주저앉아 농민들의 애로와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찾거나, 도시 뒷골목 상인들과 된장찌개를 함께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은 평소 투철한 민주주의 정치철학과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현 의지가 온몸의 핏속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은 지방정부를 이끌어 가는 책임자로서 지역 발전을 위한 산업‧과학기술 정책, 지방행정 및 재정, 교육, 사회복지정책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엘리트가 단체장이나 의원으로서 적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엘리트들은 당선 후 타성에 젖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권위주의에 빠져 거만한 독불장군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교육감 입후보자의 경우는 예외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을 총괄하는 특수직이다. 따라서 누가 뭐래도 저명인사보다는 투철한 교육철학을 지니고 수십 년 동안 초중고생 교육현장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 제격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임기가 끝나거나 이유야 어떻든 공천에서 탈락한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경우에는 아름답게 퇴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들에게 필요한 아름다운 자세는 너무 재선‧3선에 혈안이 되지 않고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을 터득하는 것이다.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버리고 도를 닦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본인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수도 있거니와 자기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인물은 샘물처럼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출마 이후 취미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옛 친구들이나 어려운 이웃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모습인가. 저 유명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말이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과)는 대학에서 상과대학장과 글로벌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장을 지냈으며, 한국무역학회장과 한국무역통상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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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6

[열린광장] 부안형 바람연금, 실현 가능하다!

부안군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이 초고령화와 저출산의 위기에서 주민의 삶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지켜낼 것인가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지역의 경쟁력은 단순한 개발을 넘어 지속가능한 소득구조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햇빛과 바람 같은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지역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남 신안군은 햇빛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남 영광군은 바람연금을 추진하고 있다.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지난 2018년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공유제로 현재 6개 섬 주민들에게 분기당 10~6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 군민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광군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며 바람연금 도시로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영광군의 바람연금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공공성 높은 지역자원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민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모두의 자원인 햇빛과 바람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이다. 부안군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분명한 선택을 했다. 부안의 바람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군민의 삶으로 되돌려주는 부안형 바람연금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가 해상풍력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한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발전사업이 1단계 실증단지 조성을 완료하고 시범단지와 확산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부안과 고창 해역에 총 14조 4000억원을 투자해 2.46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안군은 서남권 해상풍력발전사업을 통해 지역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부안형 바람연금 시대를 열기 위해 부안형 기본소득 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 및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관련 법률에 따른 지역 이익 공유와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이점이 많다. 발전소 건설 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 3억 7500만원씩 20년간 기본지원과 건설기간 중 1회에 한해 1222억원의 특별지원이 이뤄진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지역주민이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할 경우 발생되는 주민참여지원금(0.3REC)을 주민에게 직접 지급할 예정으로 2.4GW 완공 시점의 REC 단가와 해상풍력발전단지 이용률 등에 따라 수익이 변동될 수 있으나 연간 1314여억원의 이익공유금이 20년간 매년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안군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부안형 바람연금과 더 나아가 농어촌 기본소득 모델 구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제 해상풍력 주민참여지원금(0.3REC)을 활용해 올해부터 순창‧장수군에서 시범운영 예정인 농어촌기본소득사업을 적용한 결과 부안군은 오는 2030년 이후 기준으로 국‧도비 보조금이 포함할 경우 전 군민을 대상으로 대략 월 25만원 수준의 부안형 바람연금 지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정책적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전북도·정치권·발전사업자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서남권 해상풍력발전사업 완공 전까지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람은 잠시 불고 지나가지만 바람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소득은 지속가능한 부안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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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5

[기고] “중앙정부는 완주·전주 통합 지원 방안 즉시 수립하라”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중앙정부가 완주와 전주의 통합 결정을 미루고 반대 측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사이 한 해가 지나갔다. 그 사이 현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라 지역 광역화를 선점하기 위해 전국에서는 행정 통합의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과 충남은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며 광역 정부 간 행정 통합을 선포했고, 대통령은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모범적 사례로 통합을 지지하며 탄력을 받게 됐다. 후발주자인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이보다 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병오년 시작과 동시 행정 통합을 공식 선포하고, 지난 15일 ‘광주전남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자 국무총리는 다음날 즉시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특별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대 20조 원에 달하는 재정지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와 자치권,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 혜택 등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상상 이상의 선물 보따리가 풀어졌다. 우리 지역과 대비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아쉬움, 허탈함을 넘어 강한 의문과 답답함이 끓어오른다. 대통령은 수도권 일극화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5극 3특 전략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역 통합에 대한 국가 지원은 ‘배려’가 아닌 ‘국가생존전략’임을 강조했다. 완주 전주 통합을 추진해 온 전북도와 전주시가 특례시 지정 약속, 보통교부세 지원 확대 등 국가의 지원책 수립과 발표를 수없이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던 정부가 광역시도의 통합 건의에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국 전체 지형의 변화를 불러올 ‘5극 3특’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 정부는 ‘3특’의 성장전략을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 전북특자도의 거점도시 역할을 할 완주와 전주의 통합에 대한 지원책 수립이 그 단초가 될 것이다. 첫째, 총 5조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 지원이다. 광역시가 없어 그동안 행정·재정 분야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아 온 전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신속한 재정투입을 통해 지역 특화 산업 육성, 기업 유치 인프라 구축과 이에 따른 정주 여건 조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정 인센티브와 함께 세부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인사·조직 등에 관한 권한 부여와 함께 완주와 전주 지역 2인의 부시장 체제를 통해 균형 발전과 자치권 보호에 소홀함이 없게 해야 하며, 행정구 설치에 관한 별도의 완화 특례를 둬 통합시 4개 구청 설치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광역단체 통합과 동등하게 공공기관 이전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농생명·금융 연계기관을 넘어 더 많은 공공기관이 자리 잡음으로써 이전 정책의 효과를 기관 종사자와 지역 주민이 누리고 타 광역단체와의 경쟁에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완주군 정치권의 대승적인 결단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길 도민들은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새만금, 방폐장, 공항 신설 때와 같이 또다시 기회를 잃어버릴 수는 없다. 다만 행정 통합은 지역 내 갈등을 지역의 힘으로만 이겨내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역의 광역화는 국가 생존 전략인 만큼,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 수립과 발표를 통해 가시적인 희망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 전북은 대전환의 기회를 맞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진상 완주·전주 상생발전 시민협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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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5

[오목대] 기로에 선 안호영의원

지역구 국회의원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은 선출직 공직자라서 지역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누구나 첨예하게 대립된 갈등상황에서는 다수쪽으로 서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가 항상 옳은 게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모름지기 현재의 상황속에서 미래가치가 뭔인가를 판단해서 때로 옳다면 직을 걸고서라도 소수쪽으로 서서 다수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4번째 추진한 완주 전주 통합의 키맨인 안호영 의원이 신명을 다바쳐야 한다. 2013년 세번째 추진하다 무산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AI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5극 3특체제를 시도간 광역통합을 통해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6.3 선거를 통해 대전 충남과 광주 전남을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특별시로 통합해서 광역경제권을 구축해 가기로 했다. 급기야 정부는 2월 특별법 통과를 목표로 최근 통합특별시에 향후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파격행보에 나섰다. 그런데도 군수자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서 완주 전주 통합을 반대한다. 오늘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북대에서 K 국정설명회를 통해 완주 전주 통합시 구체적으로 인센티브액수 등을 밝힐 것이다. 대전과 광주 특별시 지원규모로 볼 때 완주 전주가 통합하면 인구가 75만으로 5배 가량 적지만 최소 연간 1조원대의 지원은 이뤄질 전망이다. 2026년 전북의 국가예산 규모가 겨우 10조를 넘겼는데 완주 전주통합특례시에 1조 지원은 의미가 크다. 통합으로 생긴 특례시 지원금은 완주가 희생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완주쪽에다가 전액 지원토록 해야 한다. 문제는 지사경선에 나선 3선의 안호영국회의원이 좌고우면하는 게 큰 걸림돌이다. 지난 3번째 통합 추진당시 최규성 전국회의원이 완주 전주가 통합되면 자신의 김제 완주의 지역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 지방의원 공천권을 무기삼아 반대토록 반 강제적으로 여론몰이해서 통합을 무산시켰다. 군수출마후보자 6명과 군의회가 적극 반대해 주민60%정도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이서 용진 상관 봉동 삼봉지구의 젊은층들이 찬성으로 돌아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안 의원이 용인의 반도체를 새만금으로 이전을 촉구하는 것 못지 않게 완주 전주 통합문제가 더 절박하다. 그간 찬반양측이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합의했고 통합시장도 완주군이 맡도록 전주쪽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문제를 전주 3명의 국회의원이 풀지 않고는 통합은 절대로 안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어렵게 확보한 1조 규모의 피지컬 AI테스트 배드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완주 이서쪽으로 가야 한다. 안 의원이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우(愚)를 범치 말고 군의원을 설득해서 역사에 남는 통합을 이룩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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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1.18 17:44

[새 아침을 여는 시] 아름다운 이치-박남준

뒤뜰에 창을 냈다 사과나무 묘목은 언제 몸을 열까 궁금함과 기다림 사이 그리움이 움튼다 여전하다 소식 없다 꿈쩍없더니 비비비 한 사흘 비 갠 뜰에 내려 두리번거린다 딱새다 통 통 통 발자국을 찍는다 휘이청 기다리는 먹이를 물고 사과나무에 앉아 망을 보다 푸릉 떠난 가지 오오래 흔들린다 흔들 흐은 들들들 손 흔든다 산다는 것 서로의 다리가 되어 건너는 것이구나 그리하여 어린 사과나무의 긴 잠이 깨었는가 꼬물꼬물 꼼지락거리며 눈곱만 한 이파리를 내미네 한 잎의 초록도 사랑이 깃든 후에야 싹을 틔우는 저 아름다운 이치라니 흔들리는 것의 이쪽과 저쪽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을까? 사과나무 가지와 딱새, 그리 별것도 아닌 것들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인해 초록이 돋고, 우주의 한 순간도 열린다. 문득,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던 것들,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던 것들이 하찮아진다. 그것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며 소멸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길 하나로 내 미소가 더욱 깊어지던 순간을 생각한다. 나를 스쳐 간, 내가 스쳐 온 인연들을 가만히 꺼내본다. 실은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나를 키웠고 앞으로도 나를 보듬어주리라. 그것이 꼭 사랑이 아니어도 될지 모른다. / 경종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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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4

[오목대] 조선왕조실록과 남북교류

조선왕조실록은 전주와 전북의 자랑이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본향이고 임진왜란 때 실록을 지켜낸 곳도 전주와 전북이기 때문이다. 실록은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총 1893권 888책이다. 조선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교통, 통신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망라한 최고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일본의 삼대실록(三代實錄)이나 중국의 황명실록(皇明實錄),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의 대청역조실록(大淸歷朝實錄)을 분량과 내용 면에서 압도한다. 이처럼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실록은 사관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집필되고 보존되었다. 실록의 편찬은 다음 국왕 즉위한 후 실록청을 개설하고 관계관을 배치하여 편찬했으며 사초(史草)는 군주라 해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국가유산포털). 이 실록은 화재나 도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분산 보존되었다. 건국 초기에는 한양의 춘추관에 보관하였으나, 1445년 충주, 성주, 전주사고(史庫) 등 4곳에 설치했다. 그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일본군에 의해 모두 소실되고 전주사고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유일본(唯一本)이 된 것이다. 당시 전주사고를 보존한 것은 전라감사 이광과 경기전 참봉 오희길 등 전라감영의 관원, 태인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 등 지역민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전주사고는 1592년 6월부터 1603년 5월까지 11년 동안 전주 → 내장산 → 아산 → 강화도 → 해주 → 강화도→ 묘향산 → 강화도의 고난의 행군을 거쳤다. 실록은 이렇게 지켜낸 전주사고본을 저본(底本)으로 다시 간행해 좀 더 안전한 산중에서 보관했다. 강화도와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이며 여기에 춘추관을 포함해 5곳이다. 그러다 북방 정세가 불안해지자 묘향산사고를 전북 무주의 적상산(1634년)으로, 강화사고를 정족산(1660년)으로 옮겼다. 이후 정족산, 태백산사고는 일제가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해 오늘날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오대산사고는 일본으로 반출해 갔다 관동대지진으로 대부분 소실되었다. 적상산사고는 구황궁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김일성 특명으로 평양으로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수난을 겪은 실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북한이 가져간 적상산사고본은 등재에서 빠져 있다. 그래서 이를 남북이 공동으로 확장 등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8년 이후 8년째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묘향산과 적상산을 연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전주는 김일성의 시조묘가 있는 곳인지라 이러한 제안이 꽉 막힌 남북관계 해빙의 단초가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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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1.15 18:42

[사설] 전주시 ‘청년인구 유출 방지턱’ 시급하다

전북의 중심 도시, 전주시의 인구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전북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폭이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전주시의 인구는 지난 2021년 9월 65만8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서 하향 곡선을 거듭하고 있다. 당시의 인구 증가는 에코시티‧혁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인근 시‧군 인구 유입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청년층 유출이 계속되면서 전주시도 결국 ‘인구 위기 블랙홀’에 빠지고 말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주시 인구는 62만5437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만214명이나 감소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북 인구가 1년 전에 비해 1만3834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전주시가 전북지역 인구 감소를 주도한 셈이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유출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은 교육과 일자리, 주거환경 문제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지역 대학·기업 연계를 통합 인재 육성·정착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공임대 및 육아 지원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주시에서도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청년정책국을 신설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을 발굴·시행했다. 물론 이런 정책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인구 유출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는 일은 쉽지 않다. 지자체의 정책과 노력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전주시가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거나, 국가기관 배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 대학 구조개편이나 산업정책 역시 지자체 권한 밖이다.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지 못해 ‘수도권 블랙홀’을 만들어낸 국가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전략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연계해 지자체에서도 지역 맞춤형 정책을 통해 청년 인구 유출 방지턱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한번 떠난 청년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구조적 대책과 지역 맞춤형 전략이 결합된 실질적 인구유출 방지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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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2

[사설] 전북소방본부 잡음 왜 이리 많은가

전북소방본부는 지난해 3분 30초마다 한 번꼴로 현장에 출동했다. 실로 경이로운 수치다. 지난해 도내 구급출동은 모두 15만여건이나 된다. 하루 평균 417건, 약 3.5분마다 출동했고,6.7분마다 1명을 이송했다. 현장에서 묵묵히 뛰고 있고, 또 올해 더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헌신하겠다는 약속에 도민들의 기대는 훨씬 더 커졌다. 그런데 실컷 고생하고 노력한 것을 일부 간부들의 판단 잘못이나 가벼운 처신으로 인해 단번에 날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전북소방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오숙 본부장이 논란의 한 중심에 서면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현장에서 희생하고 헌신하고 있는 일선 소방관들의 노력과 빛이 바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간 일부 일선 서장들이 법적 위배 여부를 떠나 지휘관으로서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는 처신을 하던 마당에 전북 최고 책임자마저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옳지못한 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소방지부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도소방본부는 공적 자산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자의적으로 인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단합행사를 위해 대관한 영화관에서 도 소방본부장 1주년 취임 기념행사를 했다며 “공적 예산으로 대여한 영화관을 상급자를 위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간부들에 대해 실태 조사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노조는 “근무 기피 지역이나 조직개편을 핑계 삼아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인사를 했다”며 “공직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인사에 대해 전면 조사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만일 지난해 5월 진행된 한마음 어울마당을 위해 대여한 CGV 영화관에서 전북소방본부장의 생일과 취임 1주년을 기념한 사적인 행사가 진행됐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더욱이 특정 지역‧인물과 관련된 이해 관계인들을 중심으로 한 승진 인사와 더불어 비리 대상자‧레드휘슬 관련 인사조치자를 승진시켰다는 문제제기에도 답해야 한다. 물론 전북소방본부 측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추호의 의심도 있어서는 안되는 만큼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한 공정하고도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부터 먼저 이뤄져야 함을 엄중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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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5 18:42

[청춘예찬] 투약자는 언제부터 위험해지는가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보도된다. 뉴스는 ‘적발, 검거, 처벌’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대중은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다. 그러나 수사 현장에서 나는 다른 질문을 던지곤 했다. 사건은 정말 그 뉴스 속 순간에 시작된 것일까. 대부분은 처음부터 파멸을 예상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친구가 괜찮다고 하기에 딱 한 알만 먹었어요.” 집중력을 높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혹은 “이 정도는 괜찮다”는 가벼운 위로에 기대어 넘긴 선택들. 그 순간에 당사자들은 자신이 벼랑 끝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주변과 사회 역시 그 신호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단 한 번의 선택이 일상이 되고, 투약의 빈도가 늘며 약을 찾는 이유가 변질될 때 위험은 몸집을 불린다. 이 위태로운 과정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기록도 남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그 어떤 경고음도 듣지 못한 채,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낸다. 나는 오랫동안 사건의 가장 끝자리에 서 있었다. 마약 수사관으로서 이미 모든 선택이 지나간 뒤, 되돌릴 수 없는 결과 앞에 선 사람들을 만났다. 분명 꼭 필요한 역할이었지만, 마음 한편엔 늘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부채감이 남았다. 현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두더지잡기 게임 같았다. 한 명을 검거해 조사실에 앉혀두면, 그 빈자리를 채울 또 다른 누군가가 어디선가 곧바로 튀어나온다. 단속의 그물망은 언제나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다크웹수사팀에서 마약 거래를 추적하고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무력하게 만든 건 범죄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 방치된 거대한 공백이었다. 누군가 처음 다크웹에 접속하고, 가상화폐로 약값을 송금하던 그 결정적인 찰나를 사회는 포착하지 못한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비로소 모든 경로가 선명해질 뿐이다.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위험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우리 사회가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을 수사관과 피의자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만날 방법은 없었을까.’ 비극의 시작점은 사건이 터진 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직 문제라고 부르지 않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학생이 되기로 했다.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험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기 위해서다. 두더지를 잡으려 망치를 휘두르는 역할에서, 두더지가 구멍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는 환경을 설계하는 역할로 삶의 방향을 틀고 싶었다. 약학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약품 전문가로서 중독과 회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치유와 예방의 길을 만들고 싶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답보다 질문이 더 많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회는 늘 사건 이후에 가장 많은 자원을 쏟아붓지만 안전한 사회는 사후 대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을 얼마나 일찍 알아차리는지, 그 위기를 얼마나 일상 가까운 곳에서 다루는지에 따라 사회의 온도는 달라진다. 이번 연재를 통해 나는 독자들과 하나의 질문을 계속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왜 늘 끝에서야 움직이는가.” 이 뒤늦은 질문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선택지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윤서원 전직 마약수사관·약학도는 검찰청 마약수사관으로 5년 8개월간 근무했으며, 현재 우석대학교 약학과에 재학 중이다. 또한 전주시 청년희망도시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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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1

[금요칼럼] 누구를 위한 행정대통합인가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주목받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의 하나는 행정대통합이다. 5극 3특(5개의 광역경제권과 3개 특별자치권) 체제로 대표되는 행정대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행정대통합은 민주당의 특별법 발의와 특별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정도로 추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수도권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권역별 행정대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축소사회,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지방소멸, 지역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숱한 위기를 해소하고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필자 역시 당면한 한국 사회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행정대통합의 설계와 추진 과정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 수도권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명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쟁이란 기본적인 여건 자체가 유사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공정한 경기를 전제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실제 상황은 이를 반대로 증명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관련 자료에 의하면, 인구의 약 51%,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중 약 80%에 달하는 385곳, 331개 종합병원 중 수도권 소재 병원 수(상위 16개 상급병원 중 15개)나 전체 병상의 40% 이상 수도권 소재, 영화관 수 역시 51.6%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과 기반은 혹 어찌하여 행정대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공정한 경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방소멸 위기 완화 역시 행정대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통합 지역 내의 지역 간 불균형과 특정 지역으로의 편중 문제(시작도 전에 통합시의 본청 소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양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쳐 ‘나의 삶’을 향상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행정대통합을 반기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지역 내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소수의 기득권으로 보인다. 행정대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을 선점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번 기회가 매우 반가울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 대부분에게는 불편한 행정체계 개편이 불과한 껍데기뿐인 ‘대통합’이 될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해당 지역 주민인 이유이다. 정책 입안자의 말 한마디나 추진위원회의 준비 과정 및 해당 지역 행정관료들의 이해관계와 지역 기득권의 유불리에 매몰되지 않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행정대통합’과 ‘지역경쟁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정대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잘 준비된 과정과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행정대통합이라는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대통합의 실체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지역의 대의와 공익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세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인구 합치기’나 행정대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세부 계획을 영역별로 수립해야 한다. 외형적인 대통합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실질적인 대통합의 구체적 영역과 특성을 앞에 놓고 이를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도권과의 경쟁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하는 방법의 대통합 과정과 준비이어야 한다. 학벌이 존재하고,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한 작금의 상황에서 단순한 순위 경쟁은 의미 없는 몸부림과 변화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행정대통합을 고대해 본다. △김종법 교수는 현재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치사상·정당과 선거·문화정치학이 주 연구 분야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EU센터 HK사업단 연구교수, 한양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대전발전연구원·대전세종연구원 자문위원, 코레일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 조직경영 및 공공자문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한국정치연구회 회장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개선 자문위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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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1

[금요수필] 수평선 너머에서 길어올린 여정

2026년을 첫 장을 열며 나는 스스로를 유배 보내듯 남행길에 올랐다. 도시의 소음이 채 가시지 않은 새해의 초입. 화려한 덕담과 떠들썩한 건배사가 난무하는 세상을 뒤로 하고 홀로 제주도를 찾은 것은, 내 안에 고여 있는 낡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함이었다. 그 여정의 시간 동안에 제주의 거친 바람을 정면으로 ‘미래’라는 막연한 섬과 ‘나’라는 깊은 심연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부터 제주의 속살을 닮은 섭지코지의 언덕에 섰다. 그곳은 단순히 빼어난 경관을 가진 관광지가 아니었다. 깍아지른 절벽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사이로, 인생이라는 거대한 풍경화가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갓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운 신혼부부였다. 바람에 날리는 신부의 하얀 베일과 그를 바라보는 신랑의 수줍은 미소는 이제 막 시작된 봄의 햇살 같았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에 섞여 은하수처럼 반짝였고, 미래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오직 찬란한 빛으로만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 풋풋한 생동감을 보며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생의 설렘을 떠올렸다. 하지만 내 시선이 오래도록 머문 곳은 그들 너머,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입은 어느 60대 노부부의 뒷모습이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눈빛에는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깊은 사랑이 일렁이고 있었다. 남편의 야윈 어깨를 감싸 쥔 아내의 손길은 간절했고, 아내의 눈물 자국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훔쳐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맙소,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봐주어서.” 그것은 비극이 아니라 완성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었다. 신혼부부의 삶이 화려한 유채꽃이라면, 노부부의 사랑은 모진 해풍을 견디고 바위에 붙어 핀 강인한 해국(海菊)이었다.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다가올 이별조차 사랑의 한 조각으로 품어 안는 그들의 모습은 내 가슴속에 잊히지 않을 한 폭의 인생 풍경화로 각인되었다.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떠나온 나에게 그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진정한 미래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오늘 이 순간의 손길이라는 것을. 여행의 막바지,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의 숲으로 들어갔다. 바위와 나무뿌리가 뒤엉켜 도저히 생명이 자랄 것 같지 않은 척박한 땅에서, 나무들은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미래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척박한 바위 위에 내린 인내의 뿌리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숲이다. 내 마음의 갈등과 불안 또한 곶자왈의 뿌리처럼 엉켜 있지만, 그것들이 결국 나를 고요히 일러주었다. 마지막 날, 제주를 떠나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강진과 부안의 해안선이 제주와 닮아 있음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제주의 바람에 씻어낸 맑은 눈과 노부부에게서 배운 숭고한 사랑의 무게를 안고 돌아왔다. 이제 나는 다시 일상의 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전의 내가 아니다. 홀로 떠난 여정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진정한 주인과 조우했다. 2026년이라는 시간의 파도가 아무리 거칠지라도, 섭지코지의 그 노부부처럼 소중한 가치를 꼭 붙든 채 뚜벅뚜벅 걸어갈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의 미래가 두렵고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보라고. 그 온기 속에 우리가 찾는 모든 답이 이미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걸스카우트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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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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