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31 04:39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병무 상담] 사회복무요원 복무중 현역병 복무 희망

“사회복무요원 복무중입니다. 현역병으로 복무를 희망하고 있는데 가능한가요?” 사회복무요원이 현역(또는 상근예비역)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질병 치유 없이 현역으로의 병역처분변경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현역복무를 위한 병역처분변경 신청 대상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대기중인 자와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이 현역복무희망 병역처분변경을 신청한 경우 신체검사 없이 보충역에서 현역으로 역종만 변경되며 기존의 신체등급은 유지됩니다. 다만, 수형 사유 보충역이나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보충역은 현역복무 희망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 중 향후 현역복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도 현역복무 신청이 제한됩니다. 현역복무 신청 방법은 병무청 누리집에서 「병무민원 – 병역판정검사 – 사회복무요원 현역복무희망 병역처분변경 신청 - 사회복무현역희망」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주의할 사항은 상근예비역 선발을 희망할 경우에는 상근예비역 복무에 체크하여 신청하여야 합니다. 이때 상근예비역 복무 희망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현역복무 선택자 중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만 신청할 수 있으며,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은 상근예비역 복무 희망 신청이 제한되며 현역복무 신청만 가능합니다. 상근예비역 복무를 희망하였더라도 해당 주소지에 상근예비역 소요가 없거나 소요에 비해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되지 않을 수 있으며, 선발되지 않은 사람은 일반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됩니다.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변경된 사람은 신청을 취소할 수 없으나 이후 질병 악화 등으로 현역복무가 곤란한 사람은 병역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다시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할 수 있으며 그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병역처분이 변경(또는 유지)됩니다. 다만, 신장체중(BMI) 사유로는 재신체검사가 불가하오니 신청 전 유의하기 바랍니다. 참고로 상근예비역 복무를 희망하였으나 연말(12월)에 상근예비역소집 대상자로 선발되기 전에 현역병 입영을 원할 경우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및 각 군 모집병 지원을 통해 일반 현역병으로 입영도 가능합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6 19:00

[사설] 조작·왜곡 우려, 경선 여론조사 방식 개선을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단순한 민심 반영을 넘어 밴드왜건 효과, 즉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기에 각 정당이 당원과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면서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더 확대됐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수치는 절대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져 후보의 운명과 정당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동한다. 그만큼 여론조사는 공정성과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래전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론조사는 표본의 선정, 질문의 구성, 조사방식과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한계를 넘어 악의적인 조작과 왜곡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1인 1전화’ 원칙의 허점을 노려 특정 방향으로 응답을 왜곡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6·3지방선거 단체장 경선 후보가 속속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곳곳에서 경선 방식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여론조사 방식의 구조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동일인 복수 회선을 제한하는 ‘1인 1번호 원칙’ 차원에서 실제 사용 이력이 있는 회선만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최근 3개월간 통화나 데이터 사용 이력이 없는 이른바 ‘유령 회선’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실제 인구가 적은 군(郡) 단위 지역은 소수의 추가 번호만으로도 표본 왜곡 가능성이 커 공정한 여론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다. 그런데 그 자체가 결정의 기준이 되었다면 반드시 공정성과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 더욱이 여론조사가 정당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위해 현재 드러난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동일인의 다회선 활용 가능성, 이른바 유령회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와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5 19:09

[사설] 유가 폭등의 파고, ‘재생에너지 자립’으로 넘어야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정부가 승용차 5부제와 같은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치밀한 민·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주요 농산물 공급지인 전북은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농가 부담도 크다. 단순히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전북 맞춤형 ‘에너지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실제 승용차 5부제는 대도시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주, 익산, 군산 등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전북의 많은 지역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자차 의존도가 매우 높다. 무조건적인 운행 제한보다는 공공기관의 선제적 동참과 더불어 지역 실정에 맞는 절약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이번 유가 폭등 위기는 역설적으로 전북이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의 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고 있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풍력 에너지 생산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기름과 가스의 향방이 중동의 총성에 결정되는 구조는 대단히 위험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외부 충격에도 우리 산업과 민생이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어막이다. 유가 상승기에 재생에너지는 발전 단가 안정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전북의 넓은 농지를 활용한 영농형 태양광은 유가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는 농가에 ‘제2의 소득원’이 될 수 있다. 농사는 그대로 지으면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는 농촌의 인구 소멸을 막고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지자체는 인허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도민 참여형 이익 공유제를 확대해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승용차 5부제가 시민의 인내를 요구하는 ‘고통 분담’이라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래 투자’다.에너지 절약은 구호로만 되지 않는다. 물론 도민들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에너지 절약을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다. 지금의 고통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혁신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5 19:09

[오목대] 전북지방선거 ‘쿼바디스 도미네’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던 베드로가 예수를 만나자, 놀라서 이렇게 묻는다. “Quo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에 예수가 “네가 내 양들을 버리고 가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라고 답하자, 베드로는 회개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했다고 한다. 폴란드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가 ‘쿼바디스’라는 소설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또한 매우 유명하다. 이 문장은 오늘날 단순히 종교적 의미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는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뜻을 담고있다. 요즘 전북의 선거판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쿼바디스 도미네’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누가 당선되는가를 넘어 우리 지역의 정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고 과연 미래는 있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소한 몇 가지 이정표는 확인해야 한다. 우선 경제적 대안이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전북에서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돈을 풀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우선 눈에 띈다. 새만금과 전주·완주 통합을 축으로 한 자생적 경제구조를 만드는 문제에 누구나 한마디씩 하지만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고 실행력은 더욱 의문시된다. 새만금을 기본축으로 전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이가 거의 없다. 교육감 선거는 사실 전북의 향후 10년 미래가 달려있기에 후보들이 과거의 이념 논쟁에 매몰되어 있는지, 아니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학력 신장과 인재 양성이라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는지를 면밀히 봐야한다. 누구나 학력신장을 이야기하지만 구체적 대안과 실행력은 전혀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나방처럼 작은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후보들의 입 보다는 그들이 진정성있게 지역과 주민, 학생을 책임지고 살아왔는지를 보면 답은 명쾌하다. 네거티브와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은 후보들이 유권자를 쉽게 다룰 수 있는 ‘표’로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에 시간에 할애하는지 본인의 정책 로드맵을 설득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지 눈여겨 보자. 지금 민심은 결국 “누가 전북의 낙후를 끊어내고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인가”를 묻고 있다. 단순히 공부를 시키는 것을 넘어 공교육이 학생의 성적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대안이 필요하다. 결론은 유권자가 목소리를 내야만 지역사회가 변화한다. 유권자는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후보들의 SNS나 블로그에 직접 들어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누가 정성껏 답하는지를 봐야한다. 현재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려 40%가 넘는 부동층이 존재하는데 후보들에겐 실로 무서운 시그널이다. 이들이 끝까지 지켜보면서 실행력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태도는 결국 지역사회를 한단계 더 끌어올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3.25 19:08

[의정단상] 반복된 논의를 넘어, 개헌 첫걸음 내디뎌야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화두를 던지면서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다. 대통령은 단계적 개헌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6개 정당이 지난 19일 첫 연석회의를 가졌다. 4월 헌법 개정안 발의가 목표이며 오는 30일 예정된 2차 회의 전까지 국민의힘도 참여해달라고 설득할 계획이다. 이에, 39년 만의 개헌이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 논의는 끊이지 않았지만,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13대와 15대 국회에서는 내각제 전환이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직선제 개헌이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기상조라는 판단과 외환위기 수습이 먼저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17대 국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하며 무산됐고,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개헌론’을 꺼냈으나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며 역시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처럼 군불만 때다 40년 가까이 흘렀고, 지금의 헌법이 현재의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여야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모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 대표 또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국회사무처가 약 1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68.3%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제는 논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라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난 연석회의에서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 원내 6개 정당이 합의를 이룬 세 가지 과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첫 번째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화항쟁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일이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의 희생과 연대를 최고 규범인 헌법에 담아냄으로써 우리 공동체의 정통성과 지향하는 가치를 분명히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두 번째는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발전에 따른 지방소멸은 이제 눈앞에 다가온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방이 자생력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은 국가의 존속과 직결된 국가적 과제로, 공동체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핵심 방향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사후 승인권을 규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거나,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즉시 효력을 잃도록 하는 내용이다. 불법 계엄이 다시는 이뤄지지 않도록 헌법에 직접 규정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합의 가능한 과제부터 신속히 추진해 ‘실현 가능한 개헌’의 첫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축적해, 더욱 본질적인 권력구조 개편 등으로 논의를 점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수차례 논의에만 그쳤던 지난 세월을 교훈 삼아, 이제는 개헌이 첫걸음을 내디뎌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5 19:08

[타향에서] 유가(油價)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염려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 개발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터졌다. 이란은 전쟁 발발 초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사오십 명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내세우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공격받은 이란이 이웃 나라의 미군 시설과 원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과 유조선을 포격하여 통행을 막더니 기뢰를 설치하여 아예 봉쇄하려고 한다. 개전 전에 배럴당 육칠십 달러로 비교적 안정적이던 유가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1백 달러를 넘나들며 경제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유소 유가가 급등했다. 휘발유 1리터에 이천 원이 넘는 주유소도 생겨났었다. 정부는 3월 13일부터 1997년 유가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으로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으로 최고가격을 정했다. 이란사태로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가격(세전)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국내 기름값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의 최근 2주간 평균 등락률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금을 더해서 산출했다. 유가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가 유가와 연관돼있다. 난방·취사의 가정생활에서부터 전기 등 에너지·공산품과 농산물의 생산은 물론 이것들의 보관 유통에도 유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사람과 물류의 이동·각급 사무소·학교 운영·병의원 등 의료시설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생활에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의 인상은 모든 물가와 환율을 인상 시킨다. 교통비 등 모든 이동 수단의 이용가격도 상승한다. 유가 인상이 지속되면 경제 불황이 온다. 인간의 삶 자체가 고달파진다. 모든 유체물은 유한(有限)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특히 화석 연료인 석유는 생산지가 한정돼 있다. 그런데 쓰임은 전 인류가 공통으로 모두 쓴다.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삶을 좌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석유를 물 쓰듯 해왔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 증대와 자연을 활용하여 전력을 얻는 정책의 시행이 시급하다.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는 것이 먼저다. 다음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여름이면 냉방을 한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거리로 찬바람을 쏟아낸다. 이런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강력한 행정력이 수반 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가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정책으로 지원하여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서도 에너지 절약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석유에 대한 문제가 더 많이 발생했으면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이번 유가 폭등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응급처방으로 그치면 항상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 또 호들갑만 떨다가 유야무야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지! 황의영 경제학 박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5 19:08

[기고] 급증하는 리튬배터리 화재, 예방·점검에 집중해야

최근 우리 사회는 무선기기와 퍼스널 모빌리티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새로운 화재 위험에 직면 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이 일상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배터리 화재는 더 이상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배터리 관련 화재는 2021년 275건에서 2025년 575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의 배터리 안전관리 체계가 보다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화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전기화재와 달리 내부 화학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내부 이상 발열이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가연성 가스 발생과 폭발을 동반 하고, 짧은 시간 내 대형 화재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상 배터리 화재는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보다 사전 관리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과충전, 비공식 충전기 사용, 노후·불량 배터리 방치, 물리적 충격에 의한 손상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일상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무인 충전, 야간 장시간 충전, 밀폐 공간 내 충전 행위 등은 화재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관리와 계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화재가 주거공간과 밀접한 장소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퍼스널 모빌리티와 무선기기는 공동주택 현관, 실내 공간, 지하주차장 등에서 충전·보관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시 대피로 차단과 급격한 연소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배터리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이는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관리 부실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배터리 화재 대응 정책의 중심은 현장 예방과 점검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 우선 충전 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다 세분화하고, 과충전 방지장치와 자동 차단설비 설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 내 충전 공간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노후·불량 배터리의 유통과 재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관리시스템 정비도 시급하다. 제조·유통·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위험요인이 생활 현장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전기안전 전문기관과 소방기관,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고위험 시설과 지역에 대한 합동 점검을 정례화하고, 위험 요소를 조기에 제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 인식 개선 역시 예방 정책의 핵심 요소다.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과 올바른 사용·보관 방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확대하고, 학교·직장·지역사회 중심의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스스로가 위험요인을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 적인 예방 대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배터리 화재 대응 정책은 사고 이후의 분석보다 사고를 사전에 막는 예방과 점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상시 점검, 충전 환경 관리 강화, 사용자 안전의식 제고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실질적인 사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위험 시설과 생활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조기 위험요인 제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저한 예방활동과 지속적인 점검 체계 구축이 뒷받침될 때, 배터리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이제는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5 19:08

[사설] 공장화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사고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 대전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현장을 방문, 이처럼 약속했다. 매번 유사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뼈아픈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게을렀기 때문이다. ‘인재’라는 한탄이 반복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통령의 엄중한 약속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지켜지져야만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참사는 타 지역에서 일어난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 전북에서도 타산지석 삼아서 꼼곰하게 챙겨야만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북지역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 중 상당수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다. 대전공장의 경우 근로자 14명이 숨지고 소방관을 포함해 60명이 다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건물 형태와 공장 내부에 있던 나트륨 등이 꼽힌다. 공장 건물의 불법 증개축 여부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어쨋든 차제에 도내 공장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샌드위치 패널은 비교적 저렴하고 공사 기간을 확 줄일 수 있어 건축자재로 널리 쓰인다. 요즘엔 내연성을 크게 완비하고 있으나 과거엔 내부 충전재로 불에 약한 재질이 사용됐던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패널 내부에 전선 설비를 설치한 경우도 있어 언제든 화재에 취약한 상태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 화재는 총 244건이나 된다.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해법은 철저한 예방에 있으나 일단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단열재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나 열악한 대다수 중소업체의 형편을 감안하면 쉽지 않기에 우선은 소방설비 규정을 강화해 스프링쿨러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단 공장화재 뿐 아니라 산불을 비롯한 화재안전 전반에 대한 철저한 현장 점검과 대책이 즉각 시행되길 기대한다. 관계당국에서도 한번 더 챙겨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4 18:33

[사설] 완주·전주 통합의 불씨 꺼뜨리지 말자

완주·전주 행정통합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벌써 4번째 무산이다. 지방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와 물리적으로 힘든데다 통합 논의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완주군의회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완주·전주 통합의 불씨를 꺼뜨려선 안 된다. 오랫동안 완주·전주는 한 몸이었고 생활권도 대부분 일치한다. 더욱이 광역시가 없고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으로서는 구심체로서 완주·전주 통합이 절실하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불씨를 살리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최근 여론조사는 완주·전주 통합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일보와 전라일보, JTV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완주-전주 통합 찬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완주 군민들은 통합에 대해 매우 반대 39%, 대체로 반대 20% 등 59%가 부정적이었다. 반면 찬성은 매우 찬성 19%, 대체로 찬성 16% 등 35%에 머물렀다. 연령별로는 40대와 20대에서 반대 의견이 가장 강했고 지역별로는 농촌 중심의 완주 북동부지역이 전주 인접지역보다 반대 성향이 뚜렷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실질적 통합 효과 의문, 자치 재정 악화 우려, 혐오 시설 이전 가능성 등이 꼽혔다. 이에 비해 통합에 찬성하는 측은 전북 경쟁력 강화와 경제적 효과,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광역화 필요 등을 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완주 군민들이 단순히 정서적인 거부감을 넘어, 통합이 가져올 실질적인 이득에 의문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대 이유가 재정, 시설 이전, 개발 소외 등 구체적인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통합을 재추진할 경우 이를 불식시킬만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여론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통합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무산 뒤에 있을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이 추진되었던 2013년의 경우 찬성과 반대단체 간의 갈등과 대립의 상처가 깊고 오래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합이 성사되지 않았다 해서 양 지역의 화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전광석화처럼 추진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반면교사로 삼고 긴 호흡으로 숨을 가다듬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4 18:32

[오목대] 뉴스에서 기억이 된 ‘호외’

신문은 시간을 지키는 매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그 시간을 무너뜨린다. 하루를 기다릴 수 없을 때, 신문은 스스로의 규칙을 깨고 거리로 나온다. 그것이 호외다. 호외(號外, Extra Edition)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임시로 발행하는 신문이나 잡지’다. 다시 말하자면 정기 발행 ‘호(號)’밖에서 찍어낸 신문으로, 속보를 위해 등장한 대중 매체의 한 형식이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쟁과 암살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Extra!”를 외치며 거리에서 팔던 신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호외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호외는 근대 이후 등장했다. 8·15 광복이 되자 ‘해방’ 소식을 알리기 위한 호외가 나왔고,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전쟁 소식을 급히 전달하는 매체로 발간됐다. 6월 민주항쟁 때의 호외는 정치적 전환기의 현장 기록이었으며, 2002 FIFA 월드컵 때 관중들의 거리 응원과 함께 쏟아진 것도 호외였다. 그러나 TV로 현장이 생중계되고, 인터넷으로 뉴스가 전달되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차 속보까지 전해지면서 호외는 점차 사라졌다. 호외는 이제 가장 빠른 매체에서 가장 느린 매체가 되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거리 시위 현장에도 탄핵 선고 호외가 등장했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그 존재감은 분명 예전과 달랐다. 뜻밖의 현장에서 호외가 등장했다. 지난 주말, 세계를 열광시킨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에서다. 공연이 열린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BTS 특집이 실린 호외를 손에 쥐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공연이 중계되고, 화려한 영상과 사진이 끊임없이 공유되며 스마트폰으로도 정보가 넘쳐났지만, 예고 없이 뿌려진 종이신문은 관중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관중들은 읽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이 종이신문을 집어 들었다. 호외는 더 이상 소식만을 전하는 매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념품이자 시간을 붙잡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이날의 호외는 읽히기보다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누군가의 시간을 기억하고 증명하는 물건이 되었다. 뉴스를 넘어 기억이 되었고, 시간을 전하는 매체에서 시간을 붙잡는 매체로 자리를 바꾸었다. ‘굿즈’가 된 호외. 뜻밖의 쓰임을 얻은 호외의 변신은 흥미롭다. 그래서다. 신문은 사라지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궁금해지는 것은. 디지털이 주도하는 시대에 정보는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 스쳐 지나가는 기록이 아니라 손에 남는 기억을 갈망하는 시대. 호외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라져가는 것은 종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해온 방식일지도 모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3.24 18:32

[새벽메아리] 소설 남한산성 영화로 읽기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을 중심으로 축조한 역사적인 산성이다. 인조 2년(1624)에 현 위치에 건립했다. 평상시에는 광주 지방관의 집무실로 사용하였고, 전란 때는 임금과 조정의 피난처이자 항쟁의 지휘부가 되었다.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남한산성에 파천한 47일간의 생존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고립무원의 성, 아비규환의 전장(戰場)에 무엇이 있었는지 수려한 필치로 그려낸다.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은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무엇을 읽었는지 궁금하다. 팩션(Faction) 사극은 비틀어야 제맛이 나는데……. 소설은 오래된 병풍을 잇댄 느낌이 든다. 구성(40장)이 그렇고, 언어에서 연상되는 빛바램과 여백이 그렇다. 예지력 있는 첫 문장은 유려하고 심오하다.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몽진 떠나는 어가행렬과 폐허가 된 궁궐로 돌아와 눈물을 닦는 임금 모습이 디졸브 되는 글귀는 하늘이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글의 끝은 바람에 돛폭이 잔뜩 부푼 배가 송파강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 첫 장면은 나루터다. 꽁꽁 얼어붙어 배가 꼼짝할 수 없는 강, 사람들은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넌다. 끝 장면도 나루터다. 해빙되어 나룻배가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나루터. 주변은 삼밭〔麻田〕이었다. 소설과 영화는 공히 수미상관(首尾相關) 구조를 띠고 있다. 그 안에 47일의 고초가 빼곡히 들어있다. 영화를 두드려보자. 전편을 관통하는 은유는 먼지다. “전하, 지금 성안에는 말〔言〕 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 또한 말(馬) 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있는 것이며,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이조판서 최명길이 울음을 참으며 쏟아내는 말이다. 다음은 주화파와 척화파 간 첨예한 대립이다. 주화파 최명길이 간언한다. “전하!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 이에 맞서는 척화파 김상헌의 강변이다. “전하!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신의 뜻입니다.” 틈을 헤치고 인조의 졸렬한 목소리가 울퉁불퉁 튀어나온다. “나는 살고자 한다.” 클라이맥스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다. 삼전도(三田渡)의 굴욕 그 현장을 목도(目睹)하는 것. 절 한번하고, 이마를 세 번 땅에 두드리기를 3회. 청나라 역관의 명령에 따라 임금의 이마가 땅을 찧는다. 온 나라가 임금 따라 울었다. 백성의 감정과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다. 가마니 둘러쓴 성첩 위 병사, 대장장이, 점쟁이, 무당, 장돌뱅이, 기와장이, 옹기장이, 농부……. 이들 삶의 모든 무늬와 질감은 그저 노동하는 근육 속에 각인되었다. 가느다란 울부짖음은 먼지에 눌려 들리지 않는다. 먹을 것 없을 때, 홍이포 쏟아질 때 그들의 위장과 폐부는 제일 먼저, 가장 오래 오그라들었다. 병자호란 후 조선의 항복을 기록한 삼전도비가 세워졌다. 현재 이 비석은 삼전도가 있던 자리, 서울 잠실 석촌호숫가에 남아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4 18:31

[이경재 세상보기] 정치 전성기라는 전북, 왜 전남처럼 하지 못하는가

전북이 정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장관 4명(정동영 통일, 안규백 국방, 조현 외교, 김윤덕 국토교통)에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한병도)와 최고위원 2명(이성윤, 박지원)이 전북 출신이다. 전북 타운홀미팅 때 이재명 대통령도 “전북 인사들이 정부에 많죠?”라고 운을 뗄 정도다. 이쯤 되면 전북 낙후와 소외를 반전시킬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구축하고 지역 현안을 추동시킬 해법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이와 딴 판이다. 동력도 없고 기회를 살리지도 못한다. 미래는 더 암울할 것 같다. 왜 그런가. 인접한 전남의 사례를 보자. 새만금이 최적지라고 자평했던 1조2000억원 규모의 인공태양(핵 연구시설)은 지난해 12월3일 전남 나주로 결정됐다.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를 좌우할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공모 심사에 앞서 광주전남 국회의원 전원은 ‘나주 입지 최적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반면 전북 국회의원들은 공모에서 탈락한 뒤에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앞서 2조 5000억원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 역시 전남 해남솔라시도에 유치됐다. 또 RE100산단은 어떤가. 전남 무안군이 일찌감치 RE100 최적지라며 유치활동에 나섰다. 목포 출신의 김원이 국회의원(2선)은 전남 서남권발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RE100산단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 놓고 있다. 산업․재생에너지․전력망․정주여건 등을 뒷받침할 법적 장치,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재생에너지 자립도시 특별법이다. 그는 관련 업무 상임위인 국회 산자위 간사다. 전북은 이런 인프라 구축 노력도 없이 ‘RE100산단=새만금’을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전남 강세를 의식한 탓인지 이젠 전남 전북 두곳 지정하면 안되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추진은 전광석화였다. 4년간 20조원, 2차 공공기관 이전 및 산업 배치 등의 정부 지원책이 나오자 통합선언-TF구성-의회의결-특별법 공포-시행령 제정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수많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미래 경쟁력의 가치를 선택했다. 주목되는 건 박지원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의 리더십이다. 일부 정치권의 통합 반발이 일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가’는 공천 페널티다. 광주전남 정치권은 마치 매처럼 재빠르게 ‘먹이’를 나꿔챘다. 완주전주 통합 과정은 어떤가. 도지사의 완주군청 방문을 물리력으로 막고, 완주군의회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북의 정치인 어느 누구도 호령하는 이가 없었다. 올해 여든 네살인 박지원 의원의 역동적인 결기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올해 하반기 최대 관심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다. 전남과 광주는 이미 노른자위 10개 공공기관을 콕 집어 요구했다. 전남과 중복기관이 많은 전북에겐 고전이 예상된다. 대비책은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5극3특’ ‘3중소외’를 수도 없이 강조해 왔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전북은 정책 과제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정통합을 놓고도 새만금권, 김제전주, 완주전주익산 등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정치 전성기라는 전북. 숙제 풀기에는 나태하고 기회가 주어져도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는 정치권. 화려한 립서비스만 날리며 자기정치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전북이 처한 상황과 각종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야 마땅하다. 이재명처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4 18:31

[기고]전북 중심축 김제・전주 통합이 해법이다

행정통합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추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초광역 행정통합과 시군간 통합이 이런 이유 때문에 화두가 되고 있다. 요즘 선진국들의 광역 행정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는 2016년 레지옹(지방정부)을 통합, 종전 22개에서 13개로 축소했고 독일도 메가시티를 통한 대도시권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청원 청주,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했고 최근에는 광주 전남이 통합, 광주전남통합시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도 통합 시동을 걸었다. 전북에서도 완주‧전주통합이 네 번째 시도됐지만 완주군의회의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해 아쉽다. 최근 물 밑에 있던 김제‧전주 통합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김제시의회가 김제‧전주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전주시의회도 화답했다. 김제‧전주 통합은 2017년 정동영, 김종회 국회의원과 당시 김제시장이었던 필자가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던 사안이라 생소하지 않다. 통합의 필요성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있거나 지역발전의 규모를 키우는 데 있다. 짝짓기와 같은 통합은 상생을 위한 보완성의 폭이 클수록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김제‧전주의 통합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주는 역사와 전통, 예향의 천년 고도로 전북의 중심권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소비도시라는 약점이 있다. 면적이 협소하고 내륙이어서 개발과 교통 확장에 어려움이 있고, 세계화를 향한 해양진출이 막혀 있는 점은 한계다. 반면 김제는 면적이 광활하고 육해공의 교통망이 펼쳐 있어 세계화의 물결에 쉽게 편승할 수 있다. 풍부한 농수산물은 전주시민의 먹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다. 새만금신항은 올해 5만톤급 2선석이 개항하면 크루즈선 같은 대형선박이 정박할 수 있어 동남아의 허브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지난해엔 새만금고속도로의 전주(상관)-김제-새만금신항 구간이 개통돼 공동생활권을 촉진시켰다. 장차 새만금철도가 고속도로와 나란히 건설되면 통합의 시너지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지난해 전주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연계 도로망 건설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지금 전북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 피지컬 AI 유치, 새만금 고속철도 건설, 국제공항 건설 등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에서 타운홀미팅을 주관한 뒤 모처에서 행정통합 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고무적이다. 김제‧전주가 통합된다면 농생명산업클러스터 조성 차원에서 전국 유일의 종자연구단지와 연계해 김제 종자마이스터고를 종자전문대로 승격시키고 (구)벽성대 시설을 활용한 농업중앙회 등 농생명 사업기관 유치 등 정부 차원의 통합 인센티브도 엄청 날 것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알박기’ 형상의 완주 이서가 혁신도시와 함께 김제・전주 통합시 편입이 긍정 검토되고 전북자치도 청사도 김제‧전주 통합청사와 함께 김제 새만금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김제 관할 지역 이전도 마찬가지다. 김제・전주가 통합되면 명실상부한 전북 중심권이 될 것이다. 시민 모두가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정치권도 시민의견을 모아 조속히 완성시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4 18:31

[사설] 깨어있는 유권자 의식이 지역을 살린다

최소한 한 세대, 조금 더 멀게는 2세대동안 계속된 전북의 특정정당 독식구조는 여러가지 병폐를 낳았지만 가장 뼈아픈 것은 “아무리 투표해도 뭐하나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주의를 낳았다는 거다. 투표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소중한데 개인들 입장에서는 그 의미를 점차 잃고 있다는 거다. 오직 정당과 후보자가 있을 뿐 정작 선택권을 가진 주민들은 선거과정 내내 들러리를 서는 관객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내 의지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유권자들은 이제 점차 선거에서 멀어지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축적된 관성과 경험은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하고 결국 무관심층을 배가 시키고 있다. 소위 학습된 무기력이 계속해서 축적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전북의 적나라한 현재 모습이다. 더욱이 후보들 간 뜨거운 정책경쟁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흑색선전과 이념에 매몰된 정쟁은 가뜩이나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전북지사 선거나 교육감 선거는 온통 내란몰이와 표절 시비, 단일화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정작 본인이 무엇을 하겠다는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많은 이들이 선거판을 외면하는가 보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이럴수록 깨어있는 유권자 의식이 전제돼야만 지역이 조금이라도 발전하게 된다. 지방선거 정국을 맞은 요즘 가장 중요한 집단은 바로 유권자다. 정당이나 선관위, 후보자가 아니다. 유권자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가에 따라 전북의 장래가 좌우된다. 유권자는 단순히 투표에 참가하는게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관심있게 선거 과정을 지켜보고 정당이나 후보자의 행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실 도내 유권자들은 이념보다는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군수 선거에서도 현직의 업무 능력과 지역 밀착형 공약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투표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교육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유권자에게 달려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3 18:02

[사설] 전북문화관광재단, 예산배분 공정한가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예산 배분 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데다 지역 현실을 모르는 심사라는 것이다. 더욱이 재단과 관련된 특정인에게 예산 지원이 집중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공모사업인 이번 사업은 재정 형편이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이나 단체에 단비 같은 존재다. 전북자치도와 도의회는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공모한 ‘2026년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은 문학, 미술, 사진, 서예 등 10개 분야에 19억 5000만원이 투입되었다. 그동안 동결됐던 예산이 올해 3억 원가량 증액되면서 선정률도 지난해 39.7%에서 41.8%로 높아졌다. 그만큼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폭넓게 지원이 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선정 결과가 발표된 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역 문화예술계를 대표해 온 주요 단체들이 대거 탈락하고 특정 인사가 연관된 단체들에 지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북시인협회, 국제펜(PEN)문학 전북지부가 선정에서 탈락하고 한국문인협회 산하 14개 시·군지부 중 단 두 곳을 제외하고 전체가 탈락했다. 초유의 일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지역 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는 탈락시키고 소규모 단체들만 선정한 것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거나 “객관적인 지표보다 심사위원의 입맛이 우선시되는 불투명한 심사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첫째, 심사가 공정한가 하는 점이다. 문학분야 평가의 경우 실적과 경력 배점이 40%에 달함에도 지역 대표 문학단체들이 탈락해 심사기준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둘째, 특정인에게 집중된 점이다. 재단 이사직을 역임했던 특정 인사가 개인 지원금을 받고, 여기에 본인이 운영하는 다수의 단체까지 사업에 선정됐다. 특정 인맥의 예산 독식이다. 셋째, 심사위원 선정 문제다. 외부 심사위원의 초대는 좋으나 현장 이해도가 낮아 부실한 심사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북문화관광재단에 대한 기대는 크다.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 기회가 열악한 전북으로서는 지역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고 창작 의욕을 북돋는데 이 사업의 역할이 커서다. 제한된 예산으로 배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젖줄임을 잊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23 18:02

[오목대]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유감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당사자는 기를 쓰고 숨기려 하는데 전주시는 더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지난 13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찾아오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지역사회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지상 2층, 연면적 165.63㎡ 규모로 건립되며 사업비(12억7000만원)는 전주시가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한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 26년째 적지 않은 성금을 전달하며 전주를 ‘천사의 도시’로 만든 노송동의 기부천사는 누구일까?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한때 모 언론사에서 천사가 나타나는 연말, 잠복 취재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그 얼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도 얼굴은 없다.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채 이어져온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전주를 상징하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가 됐다. 이름이 없기에 더 널리 알려졌고, 얼굴이 없기에 더 많은 사람의 얼굴,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만약 당사자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냈거나 언론에 의해 신분이 드러났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얼굴 없는 천사’가 아닌 ‘특정 인물의 미담’으로 축소됐을지도 모른다. 전주시가 기어코 기념관까지 착공했다.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이미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과 시설이 적지 않다. 전주시가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마을을 ‘천사마을’, 주변 도로를 ‘천사의 거리’로 조성해 일찌감치 기념비를 세웠고, 기부천사 쉼터와 안내판도 설치했다. 또 주민센터 내부에 자그맣게 천사기념관도 이미 마련했다. 천사를 기리는 축제와 영화도 있다. 해마다 마을에서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열리고, 전주영상위원회에서는 지난 2021년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숨겨왔기에 더 빛났던 선행이다. 굳이 별도의 기념관을 건립하면서까지 애써 드러내는 일이 천사의 뜻을 제대로 기리는 길일까? 익명의 선행을 기리는 방식이 꼭 물리적 공간 건립이어야 했을까? 물론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리고 기부문화를 확산하자는 뜻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념관이라는 또 하나의 거창한 틀이 과연 ‘이름 없는 선행’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공감할 ‘상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념관 홍수시대, 천사기념관이 자칫 행정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또 하나의 시설물로 전락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 부담만 남는 공간이 된다면 어떡할텐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3.23 18:02

[문화마주보기] 디스토피아의 문턱에서, 인간의 윤리를 묻다

오늘날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술이 인간의 삶을 재편하고, 권력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를 조직하는 시대에 여전히 예술은 그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아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예술이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순간이 아닐까. 서울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간 윤진미 작가가 제1회 김병종미술상을 수상한 소식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읽힌다. 윤진미는 오랜 시간 군사문화와 국가 권력, 감시 체계가 개인의 신체와 기억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탐구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기술과 권력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통제의 구조를 추적한다. 특히 이미지와 영상, 퍼포먼스를 통해 구성되는 그의 작업 세계는 ‘안보’와 ‘질서’라는 이름 아래 작동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가시화한다. 더 나아가 그는 기술과 권력이 결합할 때 형성되는 잠재된 디스토피아를 드러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시스템을 낯설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관객 스스로 질문하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결국 그의 작업은 묻는다. 기술과 권력의 시대에 인간의 생명과 자유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를. 이 질문은 예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Anthropic)의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한 사건은 기술과 윤리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미국방부가 최근 중동지역의 군사적 충돌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 확대를 요구했지만, 앤트로픽은 이를 거부했다. 그 배경에는 분명 윤리적 판단이 있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재편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을 내세우며 기술의 활용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려는 앤트로픽의 태도는 기술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기준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선택을 넘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계하는 윤리적 실천이다. 이처럼 기술이 스스로의 한계를 성찰할 때, 예술 역시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윤진미의 작업이 시사하듯, 예술은 기술과 권력이 결합하는 지점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각을 일깨운다. 결국 인공지능 기업의 윤리적 선택과 동시대 미술의 비판적 실천은 서로 다른 영역에 놓여 있으면서도 동일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지금 우리는 그 변화의 방향을 예술과 함께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11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회 김병종미술상 수상자 전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사회적 질문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다. 미술관은 동시대의 문제들을 사유하는 작가들과 함께 시대와 호흡하는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교류, 새로운 매체 기반 전시의 확장, 동시대 이슈를 반영한 기획은 미술관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다. 지역성과 세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며 국제적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기술과 권력의 결합이 치밀하게 구조화돼 가는 오늘날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디스토피아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 이러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자 미술관의 역할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3 18:01

[경제칼럼] 현장으로 간 ‘조달 셰르파’, 기업의 막막함을 뚫다

공공조달은 중소기업 특히 창업초기기업에게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도 시동을 걸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전북의 중소기업인들은 “기술은 있는데 서류가 너무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호소한다. 연간 200조 원이 넘는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은 준비된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이지만, 정보와 행정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행정력이 부족해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정보의 부재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답답함을 뚫어주기 위해 전북지방조달청이 시작한 것이 바로 ‘공공조달 길잡이’다. 이는 조달청 직원이 히말라야 등반가의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Sherpa)’가 되어, 기업을 직접 찾아가 1:1로 밀착 지원하는 서비스다. 책상 앞에 앉아 신청서를 기다리는 소극적 행정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러 현장으로 뛰어드는 적극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매뉴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조달 시장 진입 전략을 함께 짠다. 우리는 이미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완주군과 함께한 ‘공공조달 파트너스 데이’다. 완주군 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자체와 손잡고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순히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길잡이들이 기업별 상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렸다.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혁신제품 지정’을 위한 요건 분석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초기 창업 기업에는 ‘벤처나라’ 입점 절차를 안내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에는 ‘G-PASS(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제도를 연결해 주었다. 그 결과, 막막해하던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 “이제 길이 보인다”는 확신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한 기업 대표는 “조달청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는데, 직접 찾아와서 내 일처럼 고민해 주니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026년, 자율화라는 새로운 파도 속에서 이 길잡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지방조달청은 길잡이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한다. 첫째,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한다.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도내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기업들을 먼저 발[굴하러 나설 것이다. 전북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술력은 있지만 조달 시장을 모르는 기업들을 찾아내 그들의 손을 잡고 이끌 것이다. 둘째,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 조달 시장 진입(Start-up)부터 혁신제품 지정(Scale-up), 해외 진출(Global)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춘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여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때까지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 곁에는 언제나 짐을 나눠 지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가 있듯, 전북의 기업들이 200조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정상에 오르는 그날까지, 전북지방조달청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땀 흘리는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3 18:01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