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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기대한다

지난 6년 동안 필자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 등재’를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왔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태권도의 가치와 정체성을 각계에 이해시키는 일부터, 북한과 함께 공동 등재라는 정치적인 문제까지 겹쳐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태권도 관련 기관단체를 비롯해서 일부 보수적인 태권도인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측을 대표하는 ITF(국제태권도연맹) 회원국의 태권도인들도 응원 챌린지를 통해 힘을 보태주었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활동의 초창기를 돌아보면 곳곳에 난관이 산재해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교묘한 방법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만만치 않게 작용해 정부를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열망과 국내 태권도 가족들의 전폭적인 응원, 그리고 지난해 전북을 비롯한 태권도 기관의 협조로 이번 달 유네스코 본부 측에 등재안이 신청되는 과업을 이뤘다. 다행을 떠나서 필자로선 가장 큰 산을 넘은 느낌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태권도가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마지막 성의가 절실하다. 지난 2018년 11월 6일, 씨름이 극적으로(누군가는 행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평화를 기조로 하는 유네스코 본부 측에서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이 화합하고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 공동의 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에 적극적인 중재안과 권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8년 전 남북의 상황과 지금의 정세는 판이하게 흘러가고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남북한 관계가 경색국면에 놓여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유네스코 측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남북 씨름 공동 등재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유네스코 측에서도 남북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전례에 없는 방법으로 씨름을 남북 공동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때의 남북한 상황과 지금은 크게 다르지만 정부는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했듯이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 유네스코 신임 총장에게 직접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K-컬처(Culture)의 근간이 된 태권도는 1960년대부터 전 세계에 우리 고유의 예절을 전파하며 독보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는 태권도 정신만이 창출할 수 있는 고유한 문화적 가치이다. 지난 70여년 축적된 태권도의 저력은 이제 스포츠와 무도의 힘으로 남북을 잇고, 세계 평화를 선도하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이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적대적‘이라는 수식어를 지울 수 있고 평화의 기조를 복원할 중심축으로 태권도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태권도가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남북한이 공유하는 민족 문화의 공동 가치로 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15 18:29

[사설] 현대차 새만금 9조 투자 기대 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새만금 9조 원대 투자는 전북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 산업지형을 바꿀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야심찬 계획이 성공하려면 선결과제가 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화끈한 지원을 약속했고, 김관영 전북지사도 지역차원에서 전폭적인 협조를 누누히 강조했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첩첩산중이다. 우선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 유입 여부가 사업속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며, 인프라 확충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5만 장의 GPU가 가동될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데 안정적인 전력망(ESS 포함) 구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전해 플랜트(수소 생산) 및 공장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용수 공급망도 차질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법적, 제도적 규제 혁파 또한 필수적이다. 로봇, AI, 수소 생태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통해 일거에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전북도가 ‘새만금 대혁신 TF’ 등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속도감있게 처리한다고 원칙을 확인한 것은 그런점에서 퍽 다행이다. 수천, 수만개의 전문 일자리 창출을 앞두고 있는만큼 전문 엔지니어 및 데이터 분석 인력을 지역 내에서 육성하거나 유입시킬 수 있는 정주 여건 마련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주거, 교통, 교육, 병원, 문화 환경 등은 사람이 오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문제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 약속이 실제 인프라 구축과 규제 혁파로 이어지는지가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지난 11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교육과 교통, 인력 양성, 정주 여건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며 “총리실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지원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퍽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는 TF 논의를 통해 현대차 투자 지원 방안과 새만금 산업 전략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방침인데 총리가 “5월까지 종합 지원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한 만큼 보다 전북도민들은 구체적인 로드맵이 조속히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2 19:53

[사설] 민주당 경선 본격화, 정책으로 승부하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이 확정됐다.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이원택 의원 등 3인 경선으로 확정된 민주당 전북도지사 본경선은 다음달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된다.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16일에서 18일까지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이어 전주시장 등 기초단체장 경선 일정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선 방식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국민참여경선이다. 후보 입장에서는 당내 조직력과 일반 여론 확장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이제 선거는 단체장 후보 경선 국면으로 전환됐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북의 정치지형에서 선거전은 사실상 민주당 경선에서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당내 후보들에게는 경선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실상의 본선이다. 또 유권자들에게는 지역의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민주당 경선이 후보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지역 발전을 이끌 비전과 정책을 검증하는 과정이 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는 아직도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경쟁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은 후보 개인은 물론 정당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내 경선은 상대를 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자리다.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인구 감소 대응, 청년과 농촌 문제 등 전북이 안고 있는 현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자동차 새만금 투자 이행과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시급한 현안도 적지 않다. 후보들은 이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누가 더 나은 정책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은 단순한 당내 선거가 아니다. 전북의 미래를 좌우할 지도자를 가려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경선 후보들은 지역발전 정책으로 당당히 경쟁해야 한다. 더 이상의 네거티브 전략은 지역과 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2 19:53

[오목대] ‘후보 검증’과 ‘당원 주권’

더불어민주당의 당 운영이 대의원 중심에서 당원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23년 12월이었다. 대의원의 1표가 당원 60표의 가치를 가졌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의원 표 가중치를 권리당원의 20배 이내로 제한하는 당헌 개정을 단행했다. 당사자인 대의원들과 지역위원장(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면돌파로 ‘대의원 1표 대 권리당원 20표’를 관철시켰다. 이재명 대표의 뒤를 이은 정청래 대표는 ‘완전한 표의 등가성’을 주창하고 나섰고, 지난 2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 1로 맞추는 당헌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지역위원장 추천으로 선출된 대의원들 모두 일반 권리당원들과 똑같이 ‘1표를 가진 대의원’이 됐다. 모든 당원이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당원 주권’이 실현된 셈이다. ‘1인 1표제’ 도입이후 처음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는 당원 주권 실현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평가받는 첫 시험대다. 1인 1표제 도입이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시켜 더 좋은 일꾼을 뽑는 계기가 될 것인지, 과거처럼 지역위원장의 하향식 정치와 조직력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하나나마한 당원 주권이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여러 논란이 ‘당원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후보 검증 결과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표를 가진 당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쟁 후보 흠집내기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활개치고 있다. 경쟁 상대가 ‘정밀심사 대상’이나 ‘하위 20%’에 포함된 부적격 후보라는 등의 네거티브가 설치고, 소문에 휩싸인 당사자들이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적격 통보를 받은 후보는 서로 다른 기준 적용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경쟁 후보의 적격 통과를 문제 삼으며 컷오프를 요구하는 항의도 나온다. 전북도당 공관위의 검증 결과를 중앙당이 뒤집어 검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주권’의 성패는 ‘후보 검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원들의 바른 선택을 돕는 기준이 될 수도, 혼란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천 심사 결과의 외부 유출을 통한 ‘여론 재판’과 경쟁 후보 솎아내기 등의 주장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것은 문제다. 중앙 및 지역정치의 힘에 의해 후보 검증이 영향받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후보 검증’과 ‘당원 주권’은 서로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톱니바퀴다. 문턱은 높이되, 경쟁의 공정성도 보장돼야 한다. 공관위를 향한 외부의 지시나 압력, 기득권과 특혜 요구 등의 차단은 당원 주권 확립의 선행조건이다. 지방선거 공천이 지역위원장의 권력 강화는 물론 차기 당 대표 선거와 맞물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식되지 않으면 정당 민주주의도, 당원 주권도 바로 설 수 없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3.12 19:53

[청춘예찬] 예방은 왜 늘 나중이 되는가

우리 사회는 여전히 대형 사건이 터진 뒤에야 “미리 막을 수는 없었을까”라는 허망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 말 속에는 아쉬움과 분노, 그리고 어딘가 모를 체념이 섞여 있다. 마치 예방은 원래 어려운 일이고, 사고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전북 지역은 더 이상 마약 청정 지역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하수처리장 실태 분석 결과, 전북의 암페타민과 코카인 검출 농도는 전국 상위권을 기록했다. 위험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필자가 처음 마약 수사관이 되었을 때, 전주지방검찰청에는 마약수사과조차 없어 타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야 했다. 그 사이 전북 마약 사범 검거 수는 2021년 144명에서 해마다 늘어 250명에 육박했으나, 일선 경찰서에는 전담반이 한 곳도 없었다. 신호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지만, 그 신호를 받아낼 체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청년 세대의 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마약 중독 진료 환자는 2020년 557명에서 2024년 828명으로 49%가 늘었으며, 그중 20대는 같은 기간 139.1% 폭증했다. 특히 첫 마약류 사용 계기의 75.9%가 ‘주변인의 권유’이며, 사용자의 75%가 10~20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마약이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망을 타고 번지는 사회적 전염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마한다. “아직 젊으니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는 식의 안일한 대응은 신호를 무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시스템 부재의 대가는 혹독하다. 개입이 늦어질수록 사후 비용은 커지고 선택지는 줄어든다. 과거 버닝썬 사태나 N번방 사건 역시 사전에 수많은 신호가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결과 수천억 원의 형사사법 비용을 쏟아붓고도 재범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예방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 전북의 마약 중독 재활 전문인력은 단 6명, 치료 보호 기관은 3곳에 불과하다.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마약 관련 형사사법 비용에 비해 예방과 재활 예산은 극히 미미하다. 사고가 터진 뒤 투입되는 수사비와 재판비, 교정 시설 운영비 등은 즉각 숫자로 남지만, 예방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그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방이야말로 가장 영리한 경제적 투자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언제 알아차릴 수 있었는가’로 말이다. 약학에서 복약지도가 부작용이 생기기 전 신호를 포착하는 예방의 언어인 것처럼, 마약 대응 역시 예방적 상담 체계를 최우선으로 갖추어야 한다. 중독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은 오히려 교도소 내 마약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부작용을 낳는다. 전북과 같은 지역 공동체일수록 신호는 더 빨리 포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아직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면하기도 쉽다. 지역 중심의 전문 치료 및 재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시·군 단위 경찰서의 마약 전담 인력을 현실화하는 구조적 결단이 시급하다. 예방은 보이지 않는 성과를 만들지만, 그 보이지 않음이야말로 공동체가 거둘 수 있는 가장 값진 결실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지 않는 사회에 안전한 내일은 없다. 사고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예고를 지나쳐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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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2 19:52

[금요칼럼] 아직도 아파트인가

만약 지금 당신의 수중에 10억 원의 투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할 생각인가? 이른바 서울 요지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인가, 아니면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글로벌 기업의 지분인가? 곰곰이 생각한다면 이 질문은 단순히 투자처 선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리고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바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부동산은 소유의 경제학이고, 주식은 참여의 경제다.” 부동산 투자는 입지를 선점하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게임이며, 감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누워 땡감이 달콤한 홍시로 변해 떨어지기만 바라는 게임이다. 반면 주식은 참여의 적극적인 경제적 행위다. 미래를 주도할 메가 트렌드를 탐색하고,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을 찾고 분석하며 그들의 성과에 동참하려는 적극적인 게임이다. 우리는 불패의 신화라고 믿고 싶겠지만 과거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은 순전히 인구통계학적 수요에 기댄 결과일 뿐이다. 과거와 다른 아니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달라져야 할, 유망 자산의 향방은 강력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 드라이브를 만나 짧은 동요 끝에 자침의 방위는 명백히 부동산이 아닌 다른 곳을 가리킨 채 멈췄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부동산 공화국’이었다. 낮은 보유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갭 투자 같은 높은 레버리지 활용은 아파트를 가장 효율적인 부의 축적 수단으로 유지해왔다. 집값 상승은 근로 소득의 상승률을 압도했고, 자산 격차는 콘크리트 위에서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논의, 초고가 주택 부담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은 부동산을 ‘들고 있으면 가치가 상승하는 수익형 자산’에서 ‘보유할수록 비용이 발생하는 손실형 자산’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경고음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의 공식이 미래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예상되는 폐해는 더 심각하다. 현금유입은 없는데 보유세라는 현금지출은 지속된다. 자칫 가계의 국민연금을 매년 보유세로 탕진할 수도 있다. 반면 자본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보유세 제로, 제한적 자본이득 과세, 상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 권리 강화는 기업의 이익을 보다 투명하게, 보다 많이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압박한다. 자사주 소각 확대, 소액주주 권리 강화, 이사회 책임 제고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래된 오명의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다. 신뢰가 쌓이면 자본은 움직인다. 이미 일본 금융시장이 이를 증명했다. 2012년 초 8,400~8,500선에 머물던 니케이225 지수는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주주환원 정책을 거치며 2026년 2월 27일 58,850포인트로 마감했다. 14년 만에 약 7배 상승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ROE 중심 기업 경영이 기업의 체질을 바꾸자 시장은 냉정하게 재평가로 화답했다. 정책은 방향을 제시했고, 자본은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세제와 상법은 국가의 경제 철학이다. 한국 역시 토지 보유에 따른 자본이득보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참여하는 자본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물론 안락한 주거는 모든 이의 삶의 기반이므로 실거주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투자의 대상이라면 질문과 답은 달라져야 한다. 정책과 제도의 흐름이 어디를 향하는지 읽어야 한다. 자본은 감정이 아니라 세후 수익률과 성장 가능성을 따라 움직인다. 보유 부담이 높아지는 자산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자산 사이에서 선택의 기준은 점점 명확해진다. 다시 묻는다. 아직도 아파트인가. 아니면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의 성장에 동참할 것인가. 부의 지도는 이미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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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2 19:52

[기고] ‘9조의 선언’ 새만금, 대한민국 공간 전략의 판을 바꾸다

2026년 2월 27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체결된 투자협약(MOU)은 단순한 기업 투자 발표가 아니었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개발청,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한 이번 협약은 약 9조 원 규모의 AI·로봇·수소 기반 산업단지 조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투자금액’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토경제 전략의 방향 전환에 있다. 먼저 왜 지금 새만금인가(공간의 재정의)이다.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인구·자본의 수도권 집붕은 빠른 성장과 높은 효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동시에 지역 소멸 위험과 성장 불균형을 초래했다. 국토경제학적으로 볼 때, 성장거점이론은 특정 지역에 전략 산업을 집중시켜 파급 효과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설명한다. 문제는 그 거점이 늘 수도권에 형성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번 새만금 투자는 다른 지점을 선택했다. 광활한 부지, 재생에너지 잠재력, 확장 가능성. 첨단 산업은 이제 인구 밀집지보다 전력·데이터·공간 확장성을 중시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수소 생산 설비는 오히려 넓은 공간과 친환경 전력이 필수 조건이다. 즉, 새만금은 더 이상 ‘개발 대기지’가 아니라 미래 산업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전략 공간으로 재정의된 것이다. 9조원의 구조는 산업 집적의 설계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 구성은 다음과 같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산업·웨어러블 로봇 생산기지 조성 △200MW급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 △대규모 태양광 재생에너지 설비 및 이를 통합한 AI 수소 스마트 시티 모델 구현이다. 이 구조는 우연한 조합이 아니다. AI는 연산 능력을, 로봇은 물리적 실행을, 수소는 에너지 기반을 제공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가 결합되면서 에너지 자립형 첨단 산업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클러스터 이론에 따르면 산업의 집적은 비용 절감과 혁신 가속화를 동시에 유발한다. 데이터센터는 연구개발 인력을 끌어들이고, 로봇 생산은 부품 협력사를 형성하며, 수소 인프라는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된다. 9조 원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설계 자금에 가깝다. 국토 경제적 의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MOU는 중앙정부 부처와 지방정부, 대기업이 동시에 참여했다. 이는 국토 개발이 더 이상 행정 주도의 공급 정책이 아니라, 공공-민간 협력형 전략 투자 모델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고급 일자리 창출과 인재 이동의 방향 전환이다. AI·로봇·수소 산업은 고숙련 인력을 요구한다. 이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 기반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둘째, 수도권 중심 산업 구조의 분산 가능성이다. 첨단 산업이 반드시 수도권에 위치해야 한다는 전제가 약해지고 있다. 전력과 데이터 중심 구조에서는 입지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셋째, 지속가능한 에너지 모델 구축이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기반 산업은 탄소 중립 시대의 필수 전략이다. 이는 단기 개발이 아니라 장기 국가 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투자 발표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국토경제는 ‘조성’보다 ‘운영’에서 성패가 갈린다.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만금은 시험대다 2026년 2월 27일의 협약은 선언이다. 그 선언이 실현될지 여부는 앞으로의 실행 전략에 달려 있다. 만약 새만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례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토 전략은 수도권 중심의 압축 성장 모델에서, 다핵형 첨단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새만금은 지금 대한민국 국토경제의 미래를 시험하고 있다. /남기환 새만금리더스포럼 감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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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2 19:52

[딱따구리] 지역투자 헛구호 이제는 끝내야

혁신도시 조성 당시 지역에는 큰 기대감이 있었다. 공공기관들은 연이어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10년이 지났다. 기대감을 가졌던 대학생은 어느덧 청년이 됐다. 변화는 있었을까. 공공기관 이전 이후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금융사나 현대 등 기업들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실제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 등에서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기업 이전과 투자 계획이 언급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새만금 투자 철회와 혁신도시 자산 위탁사들의 연락사무소 개설이 그렇다. 투자 발표는 화려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투자는 어땠나. 최근 거론되는 투자 분야가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고도화 산업이라는 점에서 고용 창출 효과 및 지역경제 효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람은 없고 로봇만이 가득한 공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금융사들의 혁신도시 투자 발표 역시 정치권의 관심 속에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실체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과거 자산위탁사의 사무실 개설처럼 ‘보여주기식 투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발표나 상징적인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선거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보여주기식 투자 발표’가 아니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있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면 가지 말래도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무슨 이득이 있길래 지방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인구가 적고, 교통이 불편한 지방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 얻고 싶은 것은 전기와 새만금의 땅 그리고 국민연금의 1500조가 넘는 기금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지방분권을 외친다. 기업인들의 생각은 과연 그럴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되면서 일자리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더 이상 미래형이 아닐지도 모른다. 성과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투자 발표가 아니다. 껍질을 벗겼을 때 나오는 알맹이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김경수
  • 2026.03.12 16:26

[사설] 새만금 국제공항, 법적 불확실성 걷어내고 ‘비상(飛上)’하길

어제 서울고등법원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이 열렸다. 지난해 1심 판결로 인해 사업의 동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 결과는 단순히 전북 지역의 숙원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신산업 거점의 성패를 가름할 중대한 시험대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국제공항의 조속한 건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곳을 단순한 제조 기지가 아닌, 세계 시장을 겨냥한 첨단 산업의 전초기지로 보고 있다. 수조 원을 투자한 기업들에게 ‘공항 없는 산업단지’에 들어오라는 것은 엔진 없는 자동차를 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법부와 정부도 이 ‘변화된 경제 지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환경보호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1심 판결의 핵심 논리는 조류 충돌 위험성 저평가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이었다. 하지만 환경보호라는 가치가 국가 균형 발전과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완전히 멈춰 세우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와 전북자치도는 이번 항소심을 통해 1심에서 지적된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영향에 대해 과학적이고 입증 가능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AI 기반 탐지 시스템 등 현대 기술을 접목한 안전 대책은 이미 글로벌 공항 운영의 표준이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경과 안전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적극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판 결과만을 기다리며 행정 절차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투트랙(Two-Track)’ 대응에 나서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실시설계와 예산 집행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행정적 패스트트랙을 가동해야 한다. 이미 1심 판결과 행정 지연으로 인해 당초 목표였던 2029년 개항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법부도 절차적 엄중함을 지키되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깊이 고찰하길 바란다. 전북도민은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새만금의 하늘길이 열리는 결단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1 18:39

[사설] 군산시의회 소송비 지원 확대 조례 ‘어이없다’

군산시의회가 전·현직 의원의 소송비용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셀프 특혜’라는 지적 속에 지역사회에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거셌지만 의원들은 개의치 않았다.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군산시의회 의원 의정활동 소송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의 핵심은 소송비 지원 범위를 기존 재판 단계에서 수사 단계까지 확대하고, 현직 의원에 한정됐던 지원 대상을 임기가 만료된 전직 의원까지 넓힌 점이다. 우선 조례 개정 시점부터 문제가 있다. 현 의원들의 임기 만료를 직전에 두고 전직 의원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서둘러 처리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다. 설사 필요성이 인정돼 조례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선거가 코앞이고, 현직 의원들이 수혜 대상인 만큼 조만간 선거를 통해 구성될 다음 의회에서 논의하도록 의결 시기를 미뤘어야 한다. 또 수사 단계에서부터 비용을 지원할 경우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 전부터 소중한 세금을 동원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군산시의회는 의원들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해명했다. 어이없다. 각종 일탈행위로 지역사회에서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요구받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신뢰회복 노력에 앞서 스스로 자신의 특권을 확대하는 일에 앞장섰다. 자정노력을 기대한 시민들에게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유발하는 행위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신뢰 위에 존재한다. 지방의원들이 시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보여야 할 모습은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노력이다. 게다가 지금의 군산시의회는 회기 중 동료의원 폭행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까지 보여줘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군산시의회는 지금 의원 개인의 소송비 지원범위를 스스로 확대했다.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아무리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셀프 특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공은 군산시민들에게 넘어와 있다. 시민의 뜻과 동떨어진 결정이 반복된다면 시민들은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감시하고 비판하며, 필요하다면 분명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1 18:39

[오목대] 전북지선 화두 정동영과 윤준병

DJ의 분신과도 같았던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96세)이 지난 6일 국회박물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교동, 상도동계를 떠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권 인사가 총출동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홍익표 정무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그 우직한 헌신이 우리 정치·사회가 숱한 시련을 딛고 지금의 굳건한 토대를 만드는 힘이 됐다”며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일깨운 가르침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든든한 나침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2000년대 초 동교동계 좌장인 실세중의 실세,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요구했던 정동영 의원이었다. 그로부터 4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출판기념회가 열린 이날 정동영 의원은 “저는 당신을 향해 비정한 칼날을 던졌고 당신은 그 칼을 맞고도 저를 끌어안고서 정치의 품격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셨다”며 “정치는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품어 안는 것이다. 정치는 과거를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화해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권노갑 이사장이나 정동영 장관 모두 주마등처럼 흘러간 장면 하나하나의 감회가 새로울 거다. 정동영 의원은 이제 고희를 넘어선지 3년이나 지났고, 5선 국회의원에 통일부 장관을 맡고 있는 정계 원로다.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전북 정치권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인물이 바로 정동영 장관과 윤준병 민주당 도당위원장이다. 한 장면을 상기해보자. 지난달 27일 군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만금 9조 투자협약식 장면이다. 전북지사 후보군인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이원택 의원은 물론, 도내 대다수 국회의원, 시장군수, 시군의원, 기업인 등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조배숙 의원이나 이춘석 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지방선거 후보군들은 이날 정동영 장관과 윤준병 도당위원장에게 아주 각별하게 인사했음은 물론이다. 공천과정에서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적어도 이날 만큼은 실세라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전북을 넘어 정치권의 원로 반열에 든 정동영 장관 또한 지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더 깎듯한 대접을 받는듯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적어도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 투명성 부분에서 일말의 잡음도 있어선 안되는데 자꾸 이런저런 파열음이 들린다. 단호한 공천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전북정치권의 맹주격인 정동영 의원도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지역의 정계원로로서 선거과정에서 그가 대도무문의 자세로 임해야만 따르는 후배들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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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3.11 18:39

[타향에서] 유장(悠長)한 새만금의 역사를 알자

서울에 있는 전북 출신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만금의 기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놀라는 경우가 적잖다. 여의도 140배의 규모, 세계 최장 33.9km 방조제, 공사 기간 19년(1991~2010년)이라는 기본 수치조차 낯선 이들이 많다. 새만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단일 국책사업으로, 1988년 정부 확정 이후 38년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환경단체의 소송으로 공사가 두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전북의 미래를 건 사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새만금 구상은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70년대 초에 시작돼, 19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부족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재검토됐다. 1987년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사업’이 발표되면서 국가사업으로 격상됐지만, 1988년 2월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초 공약을 미루며 추진이 지체됐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형성되고, 평화민주당 원내총무였던 김원기 의원이 등장하면서 새만금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김 의원은 김대중 총재에게 “이번 영수회담에서 반드시 새만금사업을 확약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균형 명목으로 전남에 사업을 나눠주면 안 된다”며 전북 민심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호남 정책의 대부분은 전남으로 향하고 있었고, “김대중 총재 아래 전북이 얻은 게 무엇이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원기 총무는 전북의 살 길을 모색하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만금’을 다시 꺼내들었다. 결국 1988년 7월 16일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이 논의되었고, 이로써 ‘죽어 있던 사업’은 되살아났다. 김 전 의장은 이를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취로 여겼다. 그는 “새만금을 옥동자로 낳지는 못했지만 유복자는 낳은 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 후에도 새만금은 긴 세월 난관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현대자동차의 9조원 투자, 김민석 총리의 현장 방문으로 새만금이 다시 국가적 비전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구순을 맞은 김원기 전 의장은 그런 소식을 들으며 “감격스럽다”고 했다. 전북인들은 새만금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꿈꾸게 되었고, 그 시작점엔 김원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새만금의 현대사적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라북도가 김 전 의장을 찾아 당시 영수회담의 막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나아가 새만금은 이제 간척지를 넘어 AI,에너지, 수소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윤석진 전 KIST 원장은 9일 “새만금이 한국형 AI, 그린에너지 통합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생산–그린수소–AI 수소도시–로봇·SDV 산업이 연결되는 순환형 모델을 제시했다. 38년 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새만금의 길을 뚫었던 한 정치인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새만금 성공을 다짐하는 이 시점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박수라도 보내면 어떨까.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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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1 18:38

[의정단상] 전북의 현재와 미래 성장동력은 하나다

봄기운이 도는 3월 입학 시즌이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면 움츠렸던 어깨도 펴지고 일상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학교 앞 문구점과 음식점, 카페 같은 작은 가게들도 분주해지고 골목상권에도 활기가 돈다. 골목의 작은 가게들은 주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생활 인프라다. 골목상권이 유지될 때 지역의 삶도 함께 유지된다. 전북은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농촌진흥청, 농업 관련 연구기관이 집중된 전국 최대 수준의 농업지역이다. 농업 기초연구부터 농식품 가공, 생활 식재료 산업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지역의 일상과 경제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전북의 현재 성장동력은 골목상권을 지키는 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 상권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에 더해 대형마트 온라인ˑ새벽배송 허용 논의까지 겹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ˑ새벽배송 허용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같은 지역 안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골목상권은 고객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지역 상권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상생 장치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균형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다. 100만 폐업자 시대에 대형마트 온라인ˑ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은 소상공인 보호 장치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플랫폼과의 역차별을 주장하지만, 무분별한 출점과 소비 패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 전략 역시 문제의 원인이다. 지역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마트 온라인ˑ새벽배송 허용은 전북의 현재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RE100 산업단지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면서 전북은 새로운 산업 기회를 맞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테스트베드 구축, 이차전지 시험환경 조성, RE100 산업단지는 전북 미래 산업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이 결합하면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이 친환경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RE100 산업단지는 「재생에너지 자립 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본격 추진이 가능하다. 아직 넘어야 할 절차가 많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RE100 산업단지 유치를 위해서는 전북도 내 지역 간 균형발전을 고려한 전략과 도민의 하나 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전북의 현재를 지키는 골목상권과 미래를 여는 RE100 산업은 결코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지금의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이 곧 전북의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길이다. 동네 가게의 불이 하나둘 꺼질 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상점 하나가 아니다. 지역경제의 기반과 공동체의 삶이 함께 약해지고 있다. 전북 부안 출신이자 소상공인의 대변인으로서 지역의 일상과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책임 있는 노력을 이어가겠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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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1 18:38

[기고] 정책과 비전으로 치르는 전북교육감선거를 바란다.

전북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교육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교육행정을 책임질 인물을 선출하는 절차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교육 철학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것인지, 학교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운영될 것인지를 결정하고 아이들이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가 다른 어떤 선거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최근 과열되고 있는 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적지 않은 우려를 느낀다. 일부 후보들이 전북교육의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보다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흠집을 내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모습은 학부모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교육 현장에 혼란과 갈등만을 키울 뿐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경쟁과 배제가 아니라,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감선거는 정책과 철학, 실천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지, 학력 신장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교사의 교육활동을 어떻게 보호하고 학생 인권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난 시간 전북교육은 ‘학생중심 미래교육’이라는 방향 아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왔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나아가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단순한 성적 경쟁을 넘어, 배움의 과정에서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어져 왔다. 특히 기초학력 보장을 강화하고,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존중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온점은 높이 살만하다. 교권이 보호받아야 학생의 배움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학생 인권 역시 교육적 책임 속에서 균형 있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전북교육은 3년 연속 최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교육행정이 함께 만들어 낸 공동의 성과이며, 전북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 소중한 성과와 흐름은 선거 국면에서 폄훼되거나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4년 연속 최우수교육청을 만들어 낼 교육감! 학부모들은 교육감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전북교육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것인지, 그리고 학력 신장·교권·학생 인권이 조화롭게 존중되는 교육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듣고 싶다. 상대를 비난하는 말보다, 전북교육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의 무책임한 발언과 과도한 네거티브는 결국 교육 공동체 전체에 상처를 남긴다. 선거는 언젠가 끝나지만, 학교는 남고 아이들은 함께 배워야 한다. 지금의 말과 행동이 앞으로의 교육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후보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더 이상 자극적인 언어나 감정을 앞세운 주장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학교가 신뢰와 존중 속에서 운영되기를 바란다. 이번 교육감선거가 갈등과 분열이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성숙한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 그리고 전북교육의 성과를 존중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선택. 그것이 전북의 학부모들이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바라는 진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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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1 18:37

[오목대] ‘노란봉투법’이 묻는 것

2009년 5월,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노조원과 사측 직원들의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노조원들은 공장 건물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버텼다. 식수와 음식은 밧줄에 매달아 끌어 올렸고 밤이 되면 드럼통에 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 화염병까지 등장한 파업 현장에 결국 공권력이 투입됐다. 노조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졌다. 8월 6일 마침내 노사협상이 이루어졌다. 파업이 시작된 지 77일 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파업은 끝났지만 싸움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파업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2014년, 긴 법정 투쟁 끝에 법원은 노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나섰다. “4만 7천 원씩 10만 명을 모으자”며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하는 연대가 시작됐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말 많던 ‘노란봉투법’이 이제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동법 개정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노동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이어온 논쟁의 결과다.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데 있다. 원청 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 더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진 사람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 그동안 제도 바깥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쟁의 범위 역시 넓어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노란봉투법은 하나의 노동법 개정이지만 법 조항 하나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선이 한 걸음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래서일까. 확대된 노동권 경계가 노동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한국 사회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노사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그러니 노란봉투법이 이 모든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권이 확대되면 새로운 논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원청과 하청의 책임 문제, 파업의 범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법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옥상에서 시작된 싸움은 시민들의 노란 봉투를 거쳐 결국 하나의 법으로 이어졌다. 그 법은 ‘노동권의 경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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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3.10 19:55

[사설] 지방의회 의원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

6·3 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방의회 의원의 대폭 물갈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 청탁이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지역의 토호 세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회 의장의 경우, 의장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의원에 도전해 후배들의 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3선 연임 제한’을 받지 않은 탓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익산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익산갑 송태규 지역위원장은 9일 익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익산시의회에는 다섯 분의 전·현직 의장들이 함께 의정활동을 해 왔는데 이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구조”라며 “성찰과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에서는 ‘왜 익산은 새로운 인물이 크기 어려운 구조인가’, ‘왜 익산은 정치 신인의 도전 공간이 이토록 좁은가’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각각 4선, 6선, 7선에 도전하는 의장들께 이제는 익산 정치의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서서 후배 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길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폐해는 지역 정치의 부패구조와도 연결된다. 2023년 1월 익산시의회는 의장의 친인척과 최측근을 잇달아 의회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인사 특혜의혹이 일었다.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의장이 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게 되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바람 잘 날 없는 군산시의회도 7선 의원 등 다선이 버티고 있으나 원활한 운영보다는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각종 비리와 폭력, 막말 등이 난무해 봉숭아학당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전주시의회도 지난해 전윤미 상임위원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몰아줘 물의를 빚었다. 지방의회는 그야말로 ‘생활 정치’의 뿌리요 실핏줄 같은 존재다. 예산안 심의및 확정, 결산의 승인, 행정사무감사, 조례제정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찌 보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도지사나 시장·군수 후보에게는 관심을 가져도 지방의원은 누가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전북은 ‘민주당 공천= 당선’이어서 무투표 당선도 흔하다. 이번 선거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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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0 19:54

[사설] 지문사전등록제 확대하는게 맞다

지문사전등록제는 보호자가 14세 미만 아동이나 정신장애인의 지문이나 사진 등 신체 특징과 보호자 정보를 사전에 경찰 시스템에 등록해서 실종이 발생할 경우 요긴하게 활용하는 제도다. 안전드림 홈페이지나 가까운 경찰서, 파출소 등을 방문해 등록할 수 있다. 아동의 나이가 14세를 넘기면 해당 정보가 자동으로 폐기되고, 보호자가 요청하면 미리 삭제할 수 있다. 성인이면 누구나 지문이 등록돼 있고, 더욱이 실종사건이 얼마나 발생한다고 번거롭게 지문을 사전등록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해마다 무려 1200여건의 아동,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신속히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지문사전등록제 참여폭을 크게 늘리는 게 좋을 듯하다.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동안 도내에서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실종신고 건수는 총 6191건이나 된다. 해마다 1200건 안팎의 아동·지적장애인·치매환자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종자가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일 경우, 시스템에 정보가 미리 등록돼 있다면 당사자의 신원과 보호자를 빠르게 파악, 수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고령의 치매환자는 지문 사전등록과 배회감지기 활용을 통해 빠르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내 사전등록 대상자 10명 중 4명 가량은 아직 등록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5년 기준 사전 등록률은 64.5%에 달하고 있으나 아직도 참여폭은 미흡한 상태다. 실제로 18세 미만 아동 사전등록률은 70.7%에 달하고 있으나 치매환자는 47.6%, 지적장애인은 33.6%로 크게 낮은 실정이다. 각종 실종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가에따라 생사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문 사전등록을 더 적극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일정 부분 강제하는게 합리적 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복지시설뿐 아니라 지역 주민센터, 학교 등 거점기관에서도 등록을 적극 권유하기를 기대한다. 단순히 제도를 홍보하는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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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0 19:54

[새벽메아리] 시민예술, 잘하는 것과 즐기는 것 사이

시민예술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즐기는 것’일까. 대부분의 시민예술 활동은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노래를 좋아해 합창단에 들어가고, 연극이 궁금해 시민연극 모임에 참여한다. 특별한 목표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출발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연습을 거듭하며 이전보다 나아지고 싶고,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비슷한 모습이 발견된다. 그림을 배우던 사람은 어느 순간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 역시 단순히 연주하는 즐거움을 넘어 공연이나 대회에서 성과를 얻고 싶어 하기도 한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시민예술의 가치는 분명히 과정에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현실적인 평가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평가 자체가 시민예술에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 또한 이어진다. 시민예술의 가치와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욕구 변화가 현 제도 구조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혜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시민예술의 현실이다. 시민예술의 가치는 과정에 있지만 현실의 평가는 결과를 논한다. 많은 시민예술 활동은 결과 중심의 현실적인 평가 구조와 만나면서 또 다른 긴장을 경험한다. 시민연극제와 같은 행사에서도 심사와 시상이 이루어지면 연기력이나 작품의 완성도가 주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공연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민예술을 경쟁 중심의 구조로 이끌 수 있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문화정책 역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정책에서는 시민 참여 확대와 생활문화 활성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지원 구조는 여전히 심사와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기준이 결과의 완성도에만 집중될 경우 시민예술이 지닌 과정의 가치는 충분히 드러나기 어렵다. 시민예술이 잘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활동의 중요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만 시민예술의 의미를 결과 중심의 경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기에 문화정책이나 평가 방식 등 시민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시민예술은 잘하는 사람들의 무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시민예술의 본질은 잘하는 것과 즐기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공연을 만드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 과정이 이어질 때 시민예술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도시의 문화적 토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시민예술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일까, 즐기는 것일까. 어쩌면 그 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며, 사람들이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그 과정 안에서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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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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