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9 21:59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괴문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의?주장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투쟁을 하는 곳에는 으레 괴문서라는 것이 등장했다. 괴문서는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처럼 뒤에 숨어서 공격을 하는 비겁성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괴문서에 담겨진 내용이 약자의 항변이거나 거짓이 아닌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종교는 사기'라는 괴문서가 나돌아 17C 유럽을 들쑤셔놓은 일이 있다. 이 괴문서는 "신과 종교는 대중의 공포와 무지에 기대어 자기들만의 특수 이익을 얻어내는 대중 농락 가공물" 이라며세 명의 사기꾼으로 모세와 예수?마호메트를 지목했다. 말 그대로 괴문서라 작성자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범신론(汎神論)적 세계관을 가졌다는 이유로 유대교에서 파문당하고 암살의 위협에 시달렸던 스피노자(1632~1677)가 장본인일 것이라는 추측만 할 따름이었다. 사상의 자유가 심하게 억압됐던 시대의 음울한 흔적이 아닌가 싶다. 케케묵은 이야기지만 지난 1993년에 '하나회 괴문서 사건'이라는 게 터졌다. 그 해 4월2일 비하나회 장교였던 백승도 대령이 서울 서빙고동 군인 아파트에 하나회 명단을 살포한 것이 괴문서 파동을 촉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다. 조사 결과 실제 하나회라는 군부 내 암적인 사조직이 존재했고, 명단 또한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정부는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단행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웠다. 괴문서가 공동체문화를 훼손시키는 '공공의 적'이라는데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괴문서는 무조건 유해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언론을 포함한 공식적인 채널의 정보가 아무리 풍성하다 하더라도 모든 진실을 낱낱이 들춰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회 사건처럼 괴문서 하나로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일도 있다는 말이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가에 난데없는 괴문서가 나돌아 세인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세력판도를 분석해놓은 이 괴문서들은 제법 그럴듯하게 작성돼 있다. 누구를 지지한다고 거론된 당사자 가운데는 음해세력의 장난이라고 발끈하는 이도 있지만 반드시 음해가 목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괴문서도 이런 괴문서는 국민들에게 꼭 해악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판 관전하기가 더 흥미롭지 않은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25 23:02

[오목대] 벌초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함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건성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벌초자리는 좁아지고 배코자리는 넓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벌초를 마지못해 하는 탓으로 그 구역이 차차 줄어들고 작아도 될 배콧자리(상투를 얹히려고 머리털을 깎아낸 자리)는 자꾸 넓어지기만 한다는 의미다. 북한지방의 속담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비유한 것이다.추석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휴일이면 벌초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허리보다 높이 자란 잡초들이 산소 입구부터 막아선다. 봉분 위에도 키 큰 잡초가 무성하다. 잡초를 뽑아낸 뒤 예초기를 등에 지고 한쪽부터 차근차근 깎아 나간다. 어느새 등에 땀이 밴다. 갈퀴로 긁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말끔해진다. 이 때 잘못하면 예초기에 돌이 튀어 부상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 벌에 쏘이거나 독사에 물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금화벌초(禁火伐草)라 하여 불도 조심해야 한다.이같은 벌초는 보통 음력 8월 1일부터 보름 이전에 마치는 게 상례다. 지금은 예초기가 나와 수월해졌으나 그 전에는 낮을 잘 들게 갈아서 가지고 갔다. 묘지가 멀면 낫목에서 부터 날부분까지 새끼로 가지런히 감았다.제주도에선 자손들이 살아 있으면서 벌초하지 않는 것을 ‘죽은 아방(아버지의 방언)곡두에 풀도 안그치는 놈’이라 해서 제일 불효로 쳤다. 그래서 자손들이 육지에 나갔다가도 8월이면 돌아와 선묘(先塋) 벌초에 나서야 했다. 벌초할 시기가 지나도 벌초 안한 묘지는 그 후손이 끊어졌다 해서 ‘골총’이라 불렀다. 조상의 묘를 모시는 것은 벌초만이 아니다. 사초(莎草)라 해서 훼손된 묘지에 떼를 입혀 잘 다듬는가 하면, 소분(掃墳)이라 해서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 그 사연을 고하고 제사를 지냈다.하지만 이같은 풍습도 크게 변하고 있다. 도시로 나가 바쁘다는 핑계로 돈을 주고 벌초를 맡기는 것이다. 이맘때면 농협이나 산림조합, 벌초전문 대행업체에 이러한 주문신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것은 나은 편이다. 전국 2000여만 기의 분묘중 70% 가량이 무연고로 추정된다고 한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할 것이다. ‘처 삼촌 벌초하듯’이 ‘대접 잘 받았다’는 뜻으로 다가올 날도 머지 않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22 23:02

[오목대] 국창(國唱) 김소희

1988년 서울올림픽은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였다. 6·25동란으로 잿더미에서 일어나 경제성장을 이룬 저력을 한껏 과시한 것이다. 이 서울올림픽 폐막식 식후행사는 세계인의 가슴에 한국의 소리와 정서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바로 만정(晩汀) 김소희의 ‘뱃노래’가 밤하늘에 가냘프게 퍼져나간 것이 그것이다. 환상적인 자태와 몸짓으로 배를 떠나 보내는, 작지만 거대한 산맥같은 국창(國唱)의 예술혼은 5000년 역사의 응축이었다.그녀의 한(恨)서린, 그러나 영롱한 소리는 배와 함께 우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듯 했다. 그리고 1993년 영화 ‘서편제’는 엄청난 인기속에 국민들에게 판소리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었다. 판소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폭제였던 것이다. 이 영화의 대미(大尾)는 김소희의 소리가 장식했다. 숙명여대 정병헌 교수는 이 대목을 ‘황홀하면서도 소름을 돋게 하는 거장의 소리’라고 평했다.그렇다. 고창에서 1927년 태어난 그녀는 평생을 판소리의 중심에서 대들보로 살다 간 진정한 예술인이다. 그녀는 판소리의 저수지요, 전통예술의 전범(典範)이었다. 첫 스승 송만갑을 비롯 이화중선, 정정렬, 박동실, 정응민 등 동편제와 서편제의 모든 유파를 받아들여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 냈고 그것을 제자들에게 맞게 전수시켰다. 또 거문고와 가야금, 춤, 서예 등에도 일가를 이룰만큼 폭넓은 예술세계를 펼쳐보였다. 그의 제자사랑은 끔찍해서 엄하면서도 자상하기 이를데 없었다. 안향련과 김동애, 신영희, 안숙선, 이명희 등을 배출했고 성창순, 오정숙, 장영창도 그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그러나 무엇보다 귀감이 되는 것은 그녀의 태도였다. ‘하늘이 내린 소리’라는 말을 들었어도 교만하지 않고 항상 단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보였다. “소리만 잘 하려고 허지 마. 우선 사람이, 인간이 돼야지 올바른 국악인이여.” 이 말에는 그녀의 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도(道)’ 같은 것이 느껴진다. 2006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처음 기획한 ‘작고 명창열전’에 그녀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16일 열린 ‘위대한 소리-만정 김소희’기획에는 그의 제자 등 국악계의 슈퍼스타가 총출연했다. ‘생애와 예술세계’세미나도 열렸다. 24일까지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21 23:02

[오목대] 아름다운 가게

‘옥스팜’(Oxfam)은 빈곤이나 재난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세계적 민간구호단체다. 2차대전중이던 1942년 나치 치하에서 고통받는 그리스인들을 돕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 시민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게 시발이다. 정식 명칭은 ‘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옥스포드 기근구조위원회). 영국에 본부를, 전 세계에 70개 사무소를 두고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1953년에는 한국전쟁 고아와 빈민들을 위해 6만 파운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옥스팜’은 지금 헌 물건을 판매하며 얻은 수익으로 제3세계의 빈곤 구제와 사회 지원에 힘쓰고 있다. ‘옥스팜’을 모델로 삼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대표적인 나눔장터를 실천하는 단체가 ‘아름다운가게’다. 지난 2002년 10월 서울 안국동에서 첫 선을 보였고, 전북에선 지난해 2월28일 1호점이 전주 서서학동 대광마트 에서 문을 열었다. 전북일보사가 후원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는 전주 모래네 사거리와 익산 영등동, 군산 명산동 등 네곳에서 운영중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내게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더 쓰여야 할 물품’을 기증받아 손질한 뒤 이를 되판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이른바 ‘나눔과 순환’의 장이다. 의류, 주방용품, 중고서적, 스포츠용품, 학용품, 그릇 등 거의 모든 생활소품과 잡화류가 해당된다. 지금까지 전북지역의 기증품은 모두 2만4,700점으로, 개인 기증이 72% 비율이다. 명사들이 내놓은 기증품은 경매를 붙여 판매하는데 강희남 목사가 백자도자기를 기증했고 김완주지사는 고급 자전거와 도자기를, 서창훈 전북일보 사장은 고급 병풍을, 개그맨 박명수는 노트북을, 남전 이철우화백과 고상준 박찬주화백· 정윤희 익산아오아쇼핑몰 대표와 배나연 해와달갤러리원장 등 많은 명사들이 의미있는 서예와 그림을 내놓았다. 오는 23일엔 아름다운가게와 중앙일보가 함께 하는 나눔장터가 도청 신청사 광장에서 열린다. 내 주변의 남아 도는 물건은 지천인데 세상 어딘가에는 부족해서 힘들어 하는 이웃들이 많다. 넘치고 부족한 재화를 수평작업하는 곳이 바로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가게’다. 명사들과 기업, 기관 단체, 개인의 재활용 물품이 쏟아져 나왔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20 23:02

[오목대] 공정한 게임, 그 후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여흥이 채 가시기도 전, 우리는 한 미결수의 외마디 소리를 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금 생각해 보면 미결수 지강헌이 처음 한 말은 아닐 듯 싶다. 구치소나 교도소 담장 너머에서만 낯선 단어였을 뿐 아마도 그 내부에서는 유행어처럼 사용되던 말이 아니었던가 한다. 당시 상황이 생중계된 탓에 탈주한 미결수들과 경찰의 대치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특히 주동자 지강헌이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 노래를 들으며 삶을 마감한 장면은 우리가 생각하던 범죄자와는 유다른 모습이었다.동전의 양면처럼 공공의 질서와 개인의 인권은 양립한다. 이 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겠지만 체감하는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재벌 총수들은 수사망이 좁혀오기도 전에 외유를 떠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실제 상황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서민들은 이러한 재벌들의 행태에서 유전무죄의 모습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러한 기억은 서민들이 경찰서나 검찰을 드나들면서 겪었던 애환과 대비될 때 무전유죄의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최근 경찰에서는 영어 등 13개국 언어로 된 미란다 원칙 고지문을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 배포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익히 들었던 “귀하는 진술거부권이 있고 변호인을 선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미란다 원칙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한 권리에 속한다. 피의자의 입장에서 신문 초기단계의 변호인 입회권 행사는 아주 중요한 권리이지만 이를 행사 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변호인 입회권은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피의자의 진술이 자신을 불리하게 할 수 있는 상황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고지의 의무를 다 했다지만 묵비권 역시 피의자들이 권리로써 행사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점에서 지난주에 접한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에 관한 신문연재 소식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연재중단의 소식을 우리는 들었다. ‘조직에 민감한 글’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문제라는 신문사측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9 23:02

[오목대] 투명인간

이달 초 종영된 KBS 2TV 수목극 '투명인간 최장수'는 사람이 살아가는 원초적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 드라마는 불치병과 가족애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극이 전개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간의 숭고한 정신세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던 것은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태에 최장수라는 인물을 통해 사람냄새 나는 삶이 무엇인가 극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작가가 왜 최장수에게 투명인간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는지는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투명해선지, 자신을 모두 벗어던지는 희생정신 때문인지, 어쨌든 지고지순하기까지 한 최장수에게 투명인간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은 약간 의외다. 사실 투명인간이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할로우 맨' '투명인간의 사랑'과 같은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은 대개 약을 잘못 먹거나 우연한 사고로 투명인간이 돼 정의의 사자가 되거나 못된 일을 저지르는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투명인간이 맞는 최후는 거의 비극적이다. 해피 엔딩 으로 대미를 장식할 만도 한데 슬프거나 음울하게 최후가 묘사되는 것이다. 평범한 것보다 비범한 것이 더 좋아 보이지만 결국 비범한 것보다 평범한 것이 더 낫다는 뜻일 게다.누구나 한번쯤 나도 투명인간이 돼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나를 아무도 못볼테니 감정있는 사람 찾아가 복수도 하고, 은행에 들어가 돈도 털어 오고 얼마나 재미나겠는가. 또 남의 비밀이란 비밀은 모두 캐볼 수 있고, 남 모르게 나 하고싶은 일 다 해볼 수 있는데 얼마나 깨소금 맛이겠는가 말이다. 한데 묘한 일이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으니 좋은 일 하는데 써먹어야 할텐데 꼭 못된 짓 할 것부터 생각이 나니 참으로 얄궂다.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투명인간인줄 알고 아무 거리낌 없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 있다. 남들은 뻔히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는데 본인만 정작 아무 것도 모르고 날뛰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투명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빨리 꿈에서 깨어나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환생하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8 23:02

[오목대] 누에타운 특구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측근에서 모셨던 A씨는 ‘누에 예찬론자’였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등을 지낸 그는 거의 매일 폭탄주를 마셨는데도 끄덕없이 견뎌냈다. 전주에 내려와 기관장들과 술자리가 벌어지면 병권(?)을 잡고 좌중을 휘어잡았다. 폭탄주를 자신이 제조하기 시작해 몇차례 돌리고, 또 주고 받기를 하면 거의 20잔 가까이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아침 일찍 DJ 앞에 나타나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그 비결로 두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부안산 누에였다. 부안에서 구입한 가루누에를 환으로 만들어 상복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운동이었다. 술을 마셔도 반드시 1시간씩 런닝머신을 뛰며 흠뻑 땀을 냈다. 이 얘기에 얼마나 과장이 섞였는지 모르지만 그는 가는 곳마다 ‘누에가 건강에 제일’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누에를 키우는 양잠(養蠶)업은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수출 효자노릇을 했다. 농촌에 가면 누에를 치고 뽕나무를 기르는 농가가 흔했다. 잠사(蠶絲)공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누에고치 수매가 있는 날이면 농민들이 목돈을 만지며 흐뭇해 했다. 그러다 비단 수요가 급격히 줄어 들고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그런 양잠업이 요즘 웰빙바람을 타고 다시 각광받고 있다. 누에와 뽕나무가 갖고 있는 각종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면서 부터다. 차와 동충하초 등 건강식품은 물론 비누, 누에그라, 화장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누에가루는 천연혈당 강하제일 뿐 아니라 중풍과 항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중국의 고서 본초강목(本草綱目)은 누에의 유일한 먹이인 뽕나무에 대해 “뿌리부터 잎, 껍질, 열매까지 어느 하나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옛부터 누에와 뽕나무를 하늘이 내린 곤충과 나무란 의미에서 각각 천잠(天蠶), 신목(神木)이라 불렀던 것이다.때 마침 정부가 부안군 변산면(유유지구)과 하서면(농원지구) 일대 83만㎡를 누에타운 특구로 지정했다. 누에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유통은 물론 체함학습관, 누에전시관, 곤충과학관 등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청정 변산반도와 어울려 명소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5 23:02

[오목대] 고교 평준화

고교 평준화제도가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 시작됐으니 제도 도입 만 30년이 넘는다.도내에서도 1979년 전주에 이어 1980년 군산과 익산시로 확대돼 현재 3시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고교평준화가 우리 교육에 끼친 공과(功過)는 제도 도입 직전의 상황과 대비하면 잘 드러난다.시행 이전만 해도 중학생의 30% 이상이 과외수업을 받았고,이른바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한 재수생이 급증하는등 사회·교육적인 문제가 심각했다.정서불안등 ‘중3병’에 걸린 학생이 전체의 27%나 된다는 통계도 있었다.과열입시가 중학교육과정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평준화가 도입되면서 과열 고입경쟁은 사라졌다.평준화가 중학교육의 정상화와 고교간 격차해소등에 기여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도 1995년 이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과열 입시경쟁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시,이같은 긍정적 평가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평준화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논란은 수그러지기는 커녕 최근에는 국가 성장전략과 맞물리면서 확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학생들의 학력 저하,교육의 획일화,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제한 등이 논란의 골자다.평준화 폐지론측은 제도의 틀을 바꿔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되돌려줘야 공교육 위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고교평준화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란속에 최근 전주지역 고교의 치열한 우수 신입생 유치경쟁이 이 제도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폐지 빌미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과열경쟁의 양태는 재단은 물론 동창회까지 나서 해외연수를 비롯 장학금까지 제시하는 모양이다.현행 선발방식이 선(先)지원 후(後)배정이기 때문에 1순위로 해당학교를 지원할 경우 그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측이 이 점을 이용하는 셈이다. 서울대등 명문대학 고교별 합격자수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학교측이 명예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겠지만 교육적 차원에서는 적절치 않다.우수학생도 각 학교에 고루 배치돼야 하는 평준화제도 취지에도 배치된다.제시할 당근이 없는 학교는 손놓고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정의롭지 못하다.우리 사회 최대 난제인 양극화문제가 교교평준화에 까지 나타난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4 23:02

[오목대] 지방신문 난립

요즘 시중엔 신문이 또하나 생긴다는 게 화제다. 전북지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이 9개이니 하나가 더 추가되면 10개가 된다. 신문사가 자꾸 생기니 한때는 “늘어날 바엔 아예 10개를 채워라”는 식의 빈정거림이 회자됐었다. 한데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이 수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 둘씩 느는 사이 어느덧 전북지역의 일간신문이 10개에 이른 것이다. 인구 180만명이 채 안되는 지역에서 일간신문이 10개나 된다니 세간의 화젯거리일 수도 있겠다.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지방 일간신문은 88개다. 지역별로는 부산 3개(1개는 경제지), 대구 5개, 인천 6개, 광주 13개, 대전 11개, 울산 5개, 경기 11개, 강원 2개, 충북 6개, 전남 2개, 경북 5개, 경남 6개, 제주 3개 등이다. 호남지역의 지방신문이 대략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은 인구가 400만명에 이르는 큰 지역이다. 2000년 기준 1인당 GRDP(지역총생산량)가 2,723만원이다. 전북은 인구 180만명에 1인당 GRDP는 1,472만원이다. 부산은 인구도 많고 1인당 GRDP도 많은데 신문이 2개 밖에 안된다. 왜 그럴까. 대검 형사부장으로 가 있는 이동기 전 전주지검장이 이 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부산에서 근무할 때 보니까 어떤 기업이 신문사를 만들 움직임이 보이면 기존 신문들이 그 모기업을 융단폭격하더라. 그러니 신문 만들 엄두를 못낸다” 신문 창간에 집착하는 이유는 신분상승 효과나 모기업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게 큰 이유다. “기업을 할때는 도청의 사무관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신문사 사장이 되니까 도지사가 밥 먹자고 하고, 민원도 잘 해결되더라” 건설업을 하면서 신문사를 차린 기업인이 한 말이다. 난립으로 인한 역기능이 양산되는 게 문제다. 경영악화와 비윤리적 행위를 낳고 기자들의 근무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 결국 신문의 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감언이설로 많은 젊은이들을 꼬여 저임금의 현장으로 몰아넣은 뒤 나중엔 신문사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 인간들도 문제다. 기자들은 이런 인간을 ‘신문사 벤처사업가’로 부른다. 숟가락 3개면 족할 밥그릇에 10개 숟가락이 들락거린다면 인심이 사납게 된다. 민폐 관폐도 많다. 지방신문 난립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불상사로 이어질까 두렵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3 23:02

[오목대] 공정한 게임

착각 퀴즈 하나. 닭장에는 닭이 있고 외양간에는 소가 있다면 모기장에는? 정답은 모기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어서 복잡한 사물이나 사건들을 기억하고 생각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규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야 ‘-장’하면 그 앞에 오는 짐승을 가둬두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모기장은 그런 규칙에 어긋난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질문을 던지면 일정하게 굳어있는 패턴대로 답을 하기가 십상이고 사람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착각 퀴즈를 패러디해 보면 이런 퀴즈가 있을 성 싶다. 의사가 쓰는 글을 환자를 위한 것이고 선생이 쓰는 글은 학생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검사가 쓰는 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검사의 사명이 공권력을 바로 세우는 일이란 점에서 피해자를 위한 글을 써야 제 격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만으로 보면 피해자를 위해서 검사가 글을 쓰는 것도 흔하지 않다. 피해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 중 다수는 변호사들이 맡아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에 한 검사가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한 글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를 위한 것이어서 이채롭다. 피의자로부터 진실을 끄집어 내야하는 당사자가 피의자의 입장에서 알아 두어야 하는 내용들을 연재하겠다는 것 자체가 화젯거리로 삼을 만하다. 이런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밝히자 글쓴이는 동료에게서 조직에게서의 추방 운운하는 소리를 들어야했다고 고백한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듣기에 거북한 것은 확실하다.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재판을 통해서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리적인 취죽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사를 해 왔던 이들도 피의자 신분이 되면 불안에 떤다고 하니 말이다. 피의자의 입을 열어야 하는 입장에서야 이런 피의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진실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수사기관과 피의자의 관계는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과거의 수사관행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 또한 살펴야 한다.피의자의 권리를 안내하려는 현직검사의 의도는 “공정한 게임(fair game)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투명해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 되어 대처하기가 쉬워질 때 우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부디 계획했던 대로 연재되기를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2 23:02

[오목대] '대통령 코미디'

대통령을 소재로 한 블랙 유머 2제(題). 역대 대통령을 한 글자로 묘사하면 박정희 대통령은 '쇠' 전두환 대통령은 '돌' 노태우 대통령은 '물'이고, 김영삼 대통령은 '꽝' 김대중 대통령은'뻥'이란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퍼주기 계속하다가 '황(荒)'이 될거고, 다음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뒤치닥거리 하다'꽥'이 될까 걱정이 된단다.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다음 날 야당의 논평과 언론 보도는 다음과 같았다. "불안한 대통령, 이제는 방귀까지 뀌어" "품위 잃은 대통령, 이제 도를 넘었다" "대통령, 이제 막가자는 것인가" "방귀 뀌는 것이 서민대통령인가"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독재권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대통령 모독죄'라는 법 조항이 있어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행위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었다. 한데 신문사에서 간혹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다. 활자로 신문을 찍어내던 때라 문선과 교정이 실수하면 대통령이 대령이 되거나 견(犬)통령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정보기관의 사상 검증이 시작됐고 실수였다는 판정이 나야 겨우 대통령 모욕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궁리 끝에 신문사는 '대통령'이라는 세활자를 아예 묶어버렸다.더 재미있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어떤 탤런트는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는 죄로 브라운관에서 강제 퇴출을 당하는가 하면, 어느 코디미언은 대통령 흉내 한 번 잘못 냈다가 정보기관으로 끌려가 안죽을 만큼 두들겨 맞기도 했다. 대통령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밥줄이 끊겨도, 골병이 들 정도로 구타를 당해도 숨 한번 크게 못쉬고 죽은 듯이 엎드려 지냈겠는가.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같지만 불과 30년 전후에 벌어졌든 일 들이다.이제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했는데 대통령이 코미디 소재가 된다고 해서 뭐 대수겠는가. 그러나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끌어내릴 의도로 코미디 소재를 삼으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여 오히려 역한 감정만 올라온다. 적어도 모두에 소개한 블랙 유머처럼 공감이 가고 재미도 있어야 대통령 코미디로서 사랑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못된 장난질이나 치자고 대통령 뽑아놓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11 23:02

[오목대] 백두산의 위기

백두산은 우리 땅의 뿌리요 태조산(太祖山)이다. 한반도 모든 산줄기의 시원(始源)이 되는 할아버지인 셈이다. 이같은 개념은 우리 민족의 자연 인식체계를 이루는 주요한 틀이었다. 18세기 중엽 실학자였던 순창출신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 이것이 뚜렷이 나와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등뼈를 백두대간이라는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다. 이중환의 ‘택리지’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이익의 ‘성호사설’ 등이 모두 여기에 기초하여 지도를 그리고 지리서를 썼다.그만큼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서장(序章)을 연 영산(靈山)이요 마음의 고향으로 여겨졌다. 역사적으로도 단군왕검을 비롯 부여와 고구려 발해 등 우리 민족의 발상지가 이 산이었다. 금(金)나라와 청(淸) 왕조의 발상지 또한 이 산이다.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관참기(觀參記)’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언제 아무 데서고 이마를 스치는 것은 백두산의 바람이요, 목을 축이는 것은 백두산의 샘이요, 갈고 심고 거두고 다듬는 것은 백두산의 흙이요, (중략) 이렇게 떠나려 해도 떠날 수 없고 떼려 해도 떨어지지 아니할 사정에 있는 것이 우리와 백두산의 관계이다. ”이 백두산은 불함산(不咸山) 개마산(蓋馬山) 도태산(徒太山) 백산(白山) 태백산 이라고도 불렸다. 또 중국에서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 부르고 있다.우리 민족이 성산(聖山)으로 여겼던 이 산이 최근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백두산= 중국의 산’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백두산을 산둥의 태산, 안후이의 황산 등과 함께 ‘중화(中華) 10대 명산’에 포함시켰고 대대적인 관광개발에 나섰다. 이에 앞서 1986년에 이곳을 ‘국가자연보호구’로 지정했고 내년 2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백두산 개발을 위해 관할권을 옌볜(延邊) 조선족자치구에서 지린(吉林)성 직속으로 바꿨다. 이곳에서 나는 광천수로 축제를 열었고 인삼 녹용 벌꿀에 창바이산 상표를 부착시키고 있다. 또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스키장을 만들고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백두산 천지(45%가 중국 소유)에서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 성화를 채화하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8 23:02

[오목대] '강(江)의 날 대회'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도시는 크고 작은 강이나 하천을 중심으로 발달됐다.도시의 하천은 바로 그 도시의 역사와 주민들의 문화공간인 셈이다.나아가 환경측면에서는 도심과 외곽의 생태계를 연결해주는 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의 강과 하천은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기능과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기능만 강조되면서 환경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도로와 주택건설을 위해 복개되기도 하고,홍수 방지를 위해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기도 했다.온갖 오폐수와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은 하천을 시민들 곁에서 멀어지게 했다. 전주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1998년 이전만 해도 오염에 찌들어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만 나뒹굴던 버려진 하천이었다.전주천이 오늘난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은 2000년 부터 추진한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콘크리트 호안블록을 자연석으로 바꾸고,여울과 소를 설치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수질정화 효과를 최대화하는등 수질개선및 생태계 복원을 위해 힘썼다. 이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1급수 지표어종인 쉬리와 버들치가 돌아왔고,25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백로·왜가리 등이 날아들어 도심속에 그림같은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물놀이를 즐기는가 하면 둔치에 만들어진 산책로와 운동·휴식공간에는 건강과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천의 복원성공은 전국적인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100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지난 2002년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는 전세계 79개팀 가운데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마침 전주시 일원에서 오늘부터 사흘간 제5회 ‘전국 강(江)의 날 대회’가 열린다.강에 대한 공동의 상(像)을 만들며 바람직한 하천운동의 모델을 찾는 행사가 하천복원의 대표적 성공도시인 전주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때 늦은 감 마저 없지 않다.도시 하천은 이제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다.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값진 자원이다.이번 대회가 쉬리가 서식하는 청정 도심하천과 함께 전주의 맛과 멋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뜻깊은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7 23:02

[오목대] 친환경쌀

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는 벼 이삭을 본뜬 상형문자다. 쌀 한 톨이 나오기 까지엔 여든 여덟번의 손길이 미쳐야할 만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그래서 88세 나이를 미수(米壽)라 했다. 미(米)자를 파자하면 ‘八+十 +八’로서, 88차례나 손길이 가야하는 쌀 농사의 특성을 나타낸다. 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의 ‘브리히’(Vrihi)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쌀도 고대 인도어 ‘사리’(Sari)가 어원이라는 견해가 있다.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벼가 전해진 시기는 6,000∼7,000년 전 쯤으로 추정된다. 쌀농사는 남쪽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이순신의 말 처럼 호남은 그 전진기지였다. 금만평야 나주평야가 그 중심이다. 쌀은 수천년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다. 쌀은 단순한 먹거리 차원을 떠나 우리들의 삶 속에서 혼이 되고 문화가 된지 오래다. 그런 쌀이 우리들의 밥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쌀 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본격적인 햅쌀 수확기가 다가와도 지난해 생산된 친환경쌀이 판매되지 못하고 재고량이 쌓여 농협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 현재 친환경 인증쌀 재고량은 유기농쌀 1,003톤, 유기농 전환쌀 1,460톤 등 모두 2,500여톤에 이른다. 예년보다 2.5배나 많은 물량이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생산량은 많은데 소비량이 이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쌀의 생산량은 연평균 70%씩 늘어나지만 소비량 증가율은 30%에 그치고 있으니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남아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고가 쌓이긴 하지만 친환경쌀 생산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엔 생산에만 주력했지만 이젠 소비촉진 대책을 모색함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병행하는데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결국 대안은 유통망과 소비층 확대다. 선진국처럼 학교와 군대급식, 병원급식 등 단체급식을 늘리고 소비자들도 이에 관심을 기울이며서 추가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농도라는 전라북도는 친환경쌀 재고량도 파악치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대책이 나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친환경쌀 경작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나몰라라하는 격이니 원성을 살만도 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6 23:02

[오목대] 유학생 증가의 의미

이번 학기부터 영어교육이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 1997년 3∼6학년을 대상으로 시작된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10년만에 전체학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2년 뒤에는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확대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이런 제도권에서의 영어교육은 사실 뒷북이다. 초등학교가 아니라 유치원 아니 그 이전부터 영어를 배워야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어열풍을 두고 찬반 양론이 대립한 지도 오래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너도나도 아이들을 영어학습에 내몰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국외를 바라보면서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유학생들 역시 늘고 있다.어제 교육부에서 발표한 06년 고등교육기관 교육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2만2천여명으로 작년 대비 7천여명이 늘었다. 이들 유학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고등교육기관은 대학으로 4천여 명이고 다음으로는 대학부설 대학원에 천 5백여명, 전문대학 8백여 명 순이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충북, 부산, 경북, 대전, 경남, 충남, 경기 그 다음으로 전북이 313명 증가하였다. 06년 현재 전북 지역으로 유학을 온 학생이 천 2백여명인데 도내 대학 중 217명이 재학하고 있는 우석대학교가 전국 4년제 대학 중에서 12위에 올라 있어서 도내 대학 중 유학생 수가 가장 많다.이러한 유학생의 증가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대학 진학인구의 감소가 그 주요 원인인데 등록금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사학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도내 대학의 유학생 증가율은 우려할 만하다. 전년 대비 유학생 증가율은 134%로 전국 평균 증가율 145%를 밑도는 12위에 그쳤다. 충북 지역은 전년 대비 258%로 다른 시도에 비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경남, 대전, 경기 등이 그 뒤를 이었다.이제는 유학생 유치와 더불어 양질의 한국어교육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 끼워넣는 식으로 한국어교육을 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제대로 한국어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서 양질의 교사를 확보하는 일 역시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5 23:02

[오목대] 공직자 재산공개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각급 단체장과 의원들이 8월말까지 각 시.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등록을 마쳤다. 늘 그랬듯이 신고 대상자들의 재산 소유 실태는 천양지판이었다.어떤 공직자는 재산이 너무 많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애쓴 흔적이 있고, 어떤 공직자는 재산을 부풀리려 해도 갖다붙일 것이 없어 결국 부채가 얼마라고 신고하기도 했다. 거부반응이 일 정도로 재산이 많은 자나, 부끄러울 정도로 재산이 없는 자나 기분이 거시기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광역단체장의 경우 총 16명 중 10억원이 넘는 단체장이 6명, 3억원~10억원까지가 6명 그리고 3억원 미만이 4명이었다. 재산이 가장 많은 단체장은 정우택 충북지사로 45억9868만원이고, 가장 적은 단체장은 김완주 전북지사로 부채가 9773만원이다. 김지사는 돌려받은 선거보전금 7억2929만원을 보태면 실제 재산이 6억3100만원으로 10위권에 들지만, 어쨌든 부채만 있는 것으로 신고된 게마음에 걸린다. 광역단체장 재산까지도 전북이 꼴지 같아서 섭섭한 생각이 들어서다.공직자 재산신고는 대개 줄이려고 꾀를 내지 늘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국민정서가 재산이 많은 정치인보다 가난한 정치인에게 더호감을 갖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다면 웬지 부도덕한 것 같고, 쥐뿔도 없다면 어쩐지 청렴한 것 같아서다. 항상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재산 줄여 신고하기가 곳곳에서 있었던 모양이다. 이완구 충남지사의 경우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을 실거래가보다 무려 9억원 가량 낮춰 신고를 했다고 한다. 신고가격을 최초 매입 당시 공시지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맹점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공직자윤리법 제1조에 '공직자 재산등록은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봉사자로서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흑심을 품은 단체장이 술수를 부려 치부를 한다해도 이 선언적 규정만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어떤 얼빠진 단체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긁어모은 재산을 '여기 있오'하고 만천하에 공개하겠는가 말이다. 공직자 재산등록도 좋지만 그들이 가진 재산을 어떻게 쓰는가 공개하는 방법 좀 모색해봤으면 좋겠다. 자신의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면 그가 필시 도덕적으로 무장이 된 공직자 일 것이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4 23:02

[오목대] 세작(細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공은 눈부셨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는 23전 23승을 거두었다. 그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잃은 전선이 2척에 불과했다. 징기즈칸이 20번 전투에 2번, 나폴레옹이 23번 전투에 4번 패한 것과 비할 바 아니다. 그러기에 러일전쟁에서 발틱함대를 수장시킨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는 “세계 해군 역사상 군신(軍神)은 이순신 한 사람 뿐”이라고 했을 것이다.이같은 이순신의 불패신화는 빠른 정보입수가 한 몫을 했다. 그는 사방팔방으로 정탐꾼을 보내 적의 동태를 감시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워 연전연승을 거둔 것이다. 전투에서도 전투를 벌이는 전선보다 적을 탐지하는 초탐선을 더 많이 운영했을 정도다.1990년대 독일이 통일된 뒤 조사과정에서 동독이 서독에 수많은 간첩을 파견했음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서독의 정치계는 물론 경제계 학계 노동계 할것 없이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첩자들이 정보를 빼내 동독으로 넘겨줬던 것이다. 독일 검찰은 이 가운데 3000여명을 수사해 500명을 기소했다. 또 북한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남한에 엄청난 수의 간첩을 들여 보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거 또는 자수한 간첩은 4500여명에 이른다. 사살된 무장공비도 1300여명이나 된다. 그러다 1998년 이후에는 간첩 얘기가 뜸해졌다.그런데 며칠전 국회에서 뜬금없는 간첩 얘기가 나와 한바탕 설전이 오갔다.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세작(細作)’에 견주어 발언을 한 게 발단이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장관이 북한의 세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세작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TV 드라마 ‘주몽’에 가끔 등장한다. 한나라 현토 태수가 부여국 왕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세작을 보내는 장면 등이 나온다. 세작은 간첩을 일컫는다. 첩자, 간자(間者), 간인, 세인(細人), 오열(五列), 밀정, 스파이와 같은 말이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실록에도 종종 비친다.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명숙 총리는 ‘인격 모독의 폭언’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 노조는 “장관이 세작이라면 통일부 직원은 간첩 하수인이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공격적인 말에도 품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9.01 23:02

[오목대] '막(MAC)프로젝트'

우리의 전통주 가운데 하나인 막걸리는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이다.역사 만큼이나 이름도 많다.배꽃 필 때 필요한 누룩을 만든다 해서 고려 땐 이화주(梨花酒)라고 했다.77가지 술 제조법을 기록한 ‘양주방(1837년)’에서는 혼돈주(混沌酒)라 했다.그밖에 희다고 하여 백주(白酒),탁하다고 해서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아 먹은 술이라하여 가주(家酒),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먹는다 하여 농주(農酒),제사지낼 때 제상에 올린다 해서 제주(祭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하여 국주(國酒)라 했다니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애환을 함께 해온 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신맛,떫은 맛에 감칠 맛과 시원한 맛까지 더해진다.알코올 도수가 6%로 낮은데다 아미노산과 단백질.비타민 B가 풍부해 영양면에서도 다른 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러한 막걸리도 한동안 수난을 당했다.일제 강점기에 이어 광복후 까지 식량 부족으로 쌀 막걸리의 양조가 금지됐던 것이다.밀가루나 옥수수등으로 빚었는데 술맛이 좋을리 없다보니 자연 애주가들의 입맛이 소주나 맥주로 옮겨갈 수 밖에 없었다.쌀 막걸리 양조가 완전 허용된 것은 지난 1989년 부터이다. 경기불황 여파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애주가들이 2∼3년전 부터 막걸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현재 전주시내에만 95개 업소가 성업중이다.업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막걸리 골목만도 10여개소에 이른다.맛의 고장답게 값싸고 푸짐한 안주로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전주시가 이처럼 성업중인 막걸리 업소를 맛 산업화와 연계해 관광상품화 하는 전략을 추진해 관심을 끌고 있다.막걸리의 첫 글자를 따 ‘막(MAC)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 계획은 안세경부시장이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수렴해 행정에 반영한 것이다. 처음 ‘전주식 막걸리집’을 찾는 외지인들은 ‘이러고도 장사가 될까’ 할 정도로 고개를 갸웃거리는게 사실이다. 지역의 애주가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외지인들에게는 훌륭한 ‘체험형 음식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전주시는 오늘 전문가및 업소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축제와 연계시키는 전략등을 논의할 계획이다.발상의 전환은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법이다.‘막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31 23:02

[오목대] 사회환원

철강왕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처럼 부끄러운 것은 없다”고 했다. 빈 손으로 태어나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게 인생인데 죽을 때까지도 부(富)를 움켜잡고 가는 인생에 대한 경멸의 의미일까, 사회환원을 강조하는 의미일까.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자선사업가’라 불리길 좋아했던 록펠러, 은퇴 후 자선활동에 앞장서겠다는 빌 게이츠. 모두 돈만 아는 부자가 아니라 품위 있는 부자들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1)은 500억 달러 재산 중 가족 몫으로 1,000만 달러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고, 세계 두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76)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약 37조원)를 자선재단에 내놓기로 했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을 망칠 수 있다” 며. 최근엔 아시아 최대 갑부인 홍콩의 리카싱(78)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재산의 3분의 1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63억 달러, 약 6조원 규모다. “부(富)가 있다고 해도 사회를 위해 공헌을 하지 않으면 귀하지 않고 천하다” “아무리 이윤이 커도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논어에 나오는 “의롭지 않은 부귀는 뜬 구름과 같다”는 말은 그의 좌우명이다. 부와 사회에 대한 그의 철학이 새롭게 다가온다. 평생 이룩한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내놓는 부자들. 이런 고품격의 부자들이 많이 나올 때 그 사회는 발전하고 부자들에 대한 존경심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들도 사회환원을 약속했다. 올해 초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비롯해 8,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두달 뒤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회장 부자의 사재 1조원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선언이 나왔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과 비자금 조성 등의 이유로 모두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몰렸을 때 나온 약속이다. 그래서 면죄부성 사회환원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탓이다. 사회환원의 철학도 없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굴지의 대기업들 머리굴리는 모양이 이래서야 원…. 바다이야기를 퍼뜨린 장본인 중 한명인 우전시스텍 사장도 사회환원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 하니 사회환원이 한국에서는 '치장술'로 쓰이는가 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30 23:02

[오목대] 한글의 조형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신흥 호남 향우회’라는 글자가 선명한 옷을 입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외국인들 특히 유명인사들에게서 우리의 일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결코 우연히 그리고 어쩌다가 한 번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지난 2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Paris Pret-a-porter Collection)’에 등장한 모델들은 한글이 새겨진 옷 51벌을 소개했다. 이 행사는 세계 4대 패션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서 한글로 디자인한 옷이 소개된다는 것은 한글이 미적인 소재로도 손색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옷을 선보인 주인공은 한국의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이다.그가 파리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IMF 외환위기라고 하니 자발적으로 해외진출을 생각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 그에게서 한글이 작품으로 다가온 것은 한국의 문화유산 중 한글이 제일 독창적이고 평한 프랑스 친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양인이 봤을 때 다른 문화유산은 한·중·일이 비슷한 편인데 한글만은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한글이 모양새가 서양인의 눈에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진 문자로 보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글자꼴이 바로 한글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눈에 비치는 한글의 조형미를 쉽게 놓치지 않았나 싶다.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결합이 여느 문자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문자는 선형적인 순서를 취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든지 아니면 그 반대 방향으로 적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글은 자음의 오른편에서 모음은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래쪽으로 모음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고 이러한 조합으로 한 음절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그 아래쪽으로 자음을 덧붙여 음절을 완성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오른쪽과 상하의 방향으로 덧붙이면서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글자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생소해 보일 만도 하다.패션다자이너 이상봉씨가 한글을 활용한 동기는 단순했다. 제품의 판매와 직결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패션시장에서 프랑스도 아닌 대한민국의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글이 세계의 디자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9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