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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무상

미국 어느 대학 정치학 교수가 20년 동안 신입생에게 정치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매년 첫 수업시간에 "정치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대다수 학생들이 '거짓말쟁이, 뻔뻔스런 사람들, 뒷거래'와 같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정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정치인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고약할진대 하물며 민주주의 실험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서야 따로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사실 정치하는 사람은 타고 난 기질이 보통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인은 오직 권력 쟁취가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에 냉혹한 승부사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보통사람보다 집념과 투쟁정신이 강해야 함은 물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도 있어야 한다.또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체면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두꺼운 얼굴도 갖고 있어야 하며 오로지 내가 최고라는 유아독존의 사고방식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정치판에 어떻게 감히 끼어들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수많은 직업군 중에 정치처럼 위험한 분야도 흔치 않다. 낙선이라도 하는 날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엄격한 선거법으로 돈을 못쓰게 감시를 한다 한더라도 선거가 끝나고 나면 빚더미에 올라 앉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 뿐인가. 후보 자신의 심적 허탈감은 오죽하겠으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과의 인간관계는 또 얼마나 망가지겠는가. 그러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는 인물들은 정치라는 종착역에 인생의 짐을 풀고자 한다.거듭 반복하거니와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쉽게 보고 덤볐다가는 제 인생 종치는 수가 있고 설사 당선이 됐다 해도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더구나 정치인이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뛸 일이다.한 정치연구소가 퇴직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4.4%가 평균 101만원의 소득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선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영록씨는 1.5평짜리 콘테이너에서 영세민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기도 했다. 참으로 정치(권력) 무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나방처럼 권력을 찾아 정치판을 떠도는 정치지망생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조사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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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8 23:02

[오목대] 전주난장

풍남제 기간인 요즘 전주 덕진동 종합경기장 앞에서 난장이 열리고 있다. 저녁 때면 천막 아래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돼지 바베큐 익는 냄새가 진동하고 해물이며 파전 등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또 공기총이며 농구공으로 과녁을 맞히면 상품을 주는 사행성 놀이가 성업 중이다. 그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품바공연장. 관객들이 빙 둘러 앉고 서서 각설이 타령이며 질펀한 음담과 재담에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는다. 사이 사이 엿을 판매하며 키 작은 사람이 나와 불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일부 바가지 요금이며 위생불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한 몫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흔히 난장은 ‘튼다’거나 ‘친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난’은 ‘난 사람’에서 처럼 출중(出衆)의 ‘난(出)’이란 뜻이다. 즉 ‘안(內)과 밖(外)으로 난다’ ‘정기적인 것을 벗어난 비정기적인 것’을 뜻한다. 따라서 난장은 5일·10일장 등 정기적인 장이 아닌 특별히 며칠 더 여는 장이다. 지방에 따라 시장이 설 때 주변 빈 터나 야외에 열기도 했다. 대개 농한기를 틈 타 여는데 짧게는 며칠에서 한달까지 갔다. 난장에는 술집이며 농악과 함께 윷놀이 씨름 등 각종 경기가 벌어졌다. 특히 금지된 투전판 등 도박도 일부 허용해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는 ‘해방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밤에는 노름, 낮에는 씨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이러한 난장 가운데 유명한 곳이 전주와 강릉이었다. 강릉은 지난해 단오제와 더불어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전주의 난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15C말 이후 전주 남문밖에서 열리는 장시(場市)와 연관이 깊은 듯하다. 당시 남문밖 장터를 끼고 있는 천변 일대에는 주막집이 늘어서 있었고 근동에서 장꾼들이 몰려 들었다. 이곳에 ‘남밖장’이라 불리는 난장이 열렸다. 이 장은 일제때 사라졌으나 완주 봉동에는 60년대까지 존속했다. 하지만 큰 난장에는 깡패 등이 끼어들어 음주 폭행을 일삼고 나중에는 운영까지 관여했다. 전주의 경우 2003년 풍남제 때 천변주차장에서 열린뒤 3년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전주시가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니 전통과 축제가 어우러진 난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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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5 23:02

[오목대] 칼로스쌀

세계 3대 곡물로 꼽히는 쌀,밀,옥수수는 재배지역을 각기 달리하는 특성이 있다.밀은 세계 각지에서 재배돼 왔지만 아무래도 빵문화 역사로 볼때 유럽의 작물로 볼 수 있다.옥수수는 잉카문명등의 기반이었음을 감안할 때 아메리카 대륙과 연관이 깊다. 이에비해 쌀은 아시아에서 전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의 작물이다. 쌀은 크기와 모양으로 두가지로 대별된다.한반도를 비롯 일본,중국 동북부등 동북 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쌀은 낟알이 짦고 둥근 단립종(短粒種)의‘자포니카’형인데 비해, 태국등 동남 아시아지역에서는 낟알이 길고 가는 장립종(長粒種)의‘인디카’형이 경작된다.우리와 일본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쌀은 자포니카형이다.우리가 한때 주로 수입했던 쌀이 인디카형이다. 이 쌀은 밥을 지으면 찰기가 없고 푸석푸석해 당시 이밥을 먹은 사람들은 수저에 떠서 후 불면 마치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쌀과는 인연이 멀 것 같은 미국이 쌀을 재배한 것은 1900년대 초반 부터이다.아시아인들의 이민자수가 늘어나면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쌀 재배면적 역시 급속히 늘어났다.미국쌀의 대명사격으로 ‘캘리포니아 장미’라는 뜻을 가진 ‘칼로스 쌀(Calrose Rice)’도 자포니카형이다.1958년 처음 선보인후 아시아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품종개량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미군부대에서 간간이 흘러나온 쌀이 국내시장에 유통되면서 입소문이 부풀려져 한때 부유층들이 선호하기도 했다. 쌀협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난달 들여온 밥쌀용 외국쌀 가운데 칼로스쌀이 포함돼 농업 관계자및 농민들을 긴장시킨 것이 사실이다.그런데 밥맛이 별로라는 소문으로 반품사태까지 빚고 있는 모양이다.그제 전북도청 식당에서 도 공무원 4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안 계화미와의 비교 시식회에서도 94%가 계화쌀의 밥맛이 좋은 것으로 응답했다.이같은 원인은 현지 도정후 배편을 이용해 국내 시장에 오기까지 40∼50일 걸리는 유통단계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중국 동북3성(東北三省)에서 생산된 쌀이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쌀로 금방 지은 밥맛은 우리쌀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우리쌀의 질을 높이는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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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4 23:02

[오목대] 한국 첫 우주인

오늘날 인류의 우주개발은 1950년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구소련은 1957년 10월 인간이 만든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지구상공 900m에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였다.이에 가장 충격을 받은 나라는 당시 냉전의 상대국인 미국이었다.자존심을 크게 상한 미국은 다음해인 58년 10월 우주탐사의 총지휘부인 국립항공우주국(NASA)을 세워 구소련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초반 기술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구소련은 다시 61년 4월12일 역사적인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탄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미국은 69년 7월20일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등 2명을 최초로 달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우주탐사 출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그뒤 구소련의 우주개발이 주춤거리는 사이 중국이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2003년 10월 유인우주선 신저우(神舟)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환함으로써 구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번째 유인우주선 보유국이 됐다. 구소련의 가가린 이후 현재까지 우주를 방문한 우주인은 전세계 34개국에서 440명에 이른다.미국 277명,러시아 95명,독일 10명등 순이다.대부분 과학자이거나 군인들이 실험 목적으로 다녀왔다.지난 2001년에는 미국의 갑부인 티토가 2000만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민간인 최초로 우주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우주인을 배출할 수 있게 됐다.오는 2008년 4월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과학실험등을 수행할 계획이다.공개모집으로 연말까지 4차례의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후보 2명을 뽑는다.이들은 러시아에서 1년4개월 동안 훈련을 받게되며 2명중 1명만이 우주선에 탑승하는 기회를 갖는다.지난달 21일 부터 신청자 접수를 시작한 뒤 나흘만에 신청자가 1만명을 돌파하는등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남해안인 전남 외나로도에 우주발사장을 갖춘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있다.항공우주산업은 2010년 이후 현재의 IT산업을 보완 대체할 산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한국인 첫 우주인이 뒤늦게 시작한 우리의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업의 투자확대를 유도하는 견인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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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3 23:02

[오목대] 명예졸업

매사가 예정된 대로만 진행된다면 미리 준비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상당수 일들은 사전에 준비할 겨를도 없이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일 중에 상사(喪事)야말로 가장 힘든 경우에 속한다.어느 죽임인들 아쉽지 않을까마는 천수(天壽)를 다한 이들의 유족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어렵사리 학교를 다니다가 급작스럽게 삶을 마감하는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에는 비길 데가 없지 않나 싶다. 이런 경우 사람마다 슬픔을 삭이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죽은 자식을 위해서 못다 이룬 학업을 마무리지어 주고 싶은 부모들도 있다.한 여학생이 졸업을 앞둔 지난 해 12월 교통사고로 숨졌다.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이 곳 저 곳으로 전학 다녔던 이 학생은 고등학교를 입학한 데서 졸어하려고 학교 앞에서 자취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딸이 졸업장을 받을 줄 알았던 유족들은 졸업식이 끝난 뒤에야 딸이 졸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규저에 없다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학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딸이 졸업장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맞는 이야기이고 유명을 달리 한 학생에게 졸업장을 줄 수 있는 규정이 없어서 못 준다는 학교 당국자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교측에서 보면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 있는 유족의 요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입장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학교측은 교육부에 질의를 해서 명예졸업장은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규정을 따로 만들어서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통상적으로 규정은 다수를 위해서 만든다. 하지만 이런 경우처럼 극소수를 위한 규정도 필요하다. 명예졸업장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진정 주요한 것은 그로 인해서 유족들이 위로를 받았겠는가 하는 점이다. 모르기는 해도 매년 이와 비슷한 일들은 여기저기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유족들은 위로받기보다는 마음 상하는 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를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건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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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2 23:02

[오목대] 노(老)부모 학대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요,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 - 자신의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초다 - 유교 경전 효경(孝經)편에 실려있는 공자의 효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만고불변의 진리에 대해 어떤 이는 장기를 이식해서 사람을 살리는 세상에 무슨 씨도 안먹힐 소리 하느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는 효와 이 반론은 번지수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자고이래로 효는 모름지기 인간이 갖춰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 꼽히고 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다' '충신은 효자 가문에서 구한다'는 격언도 있듯이 효는 그 사람의 인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언필칭 효란 부모와 자식간에 형성되는 원초적 관계를 규율하는 질서로 어버이를 위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사람 살기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데 어찌하여 제 부모 구박하는 막된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작년 한해동안 전국 17개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노인학대 고발 건수는 무려 2천18건에 달했다. 남 보기 창피해서, 자식이 몹쓸 일을 당할까봐 차마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노인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얼마나 될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신고된 노인학대 사례 중에는 하도 기가 막혀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사건도 있었다. 89세 된 노모가 아들(55)의 폭행과 학대를 피해 인근 동네 비닐하우스에서 구걸로 연명을 하다 발견된 현대판 고려장 같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자식은 고대광실에 살면서 제 어미에게 지급되는 경로연금과 교통비까지 가로챘다니, "정말로 너 인간 맞아?" 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키와 몸무게와 생김새가 똑같은 두 필의 말을 놓고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구별하는 방법을 아시는가. 사흘동안 굶겼다가 당근 한 포기를 주면 먼저 와 먹는 말이 있다. 그 쪽이 새끼 말이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기로설화(棄老說話)라도 연거푸 되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아무리 둔한 사람도 왜 효도를 해야하는 것인지 저절로 깨닫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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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5.01 23:02

[오목대] 지역축제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봄 향취와 더불어 각종 축제 소식이 흥청거린다. 전주 거리에는 27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 풍남제, 한지문화축제, 대사습대회 등 4대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여기저기 눈에 띤다. 전주 종합경기장 안팎에도 천막이 올라가는 등 난장 준비가 한창이다. 고창에서는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고 있고, 5월 들어서면 남원에서 춘향제와 세계허브엑스포, 정읍에서 동학농민혁명기념제가 열릴 것이다.타 지역도 4월말부터 5월에 걸쳐 축제가 넘쳐난다. 얼핏 특색있는 이름만 살펴봐도 손꼽기가 힘들 정도다. 고양 세계꽃박람회, 함평 나비축제, 청원 생명쌀 유채꽃축제, 담양 대나무축제, 문경 전통찻사발축제, 이천과 여주의 도자기축제, 완도 장보고축제, 장성 홍길동축제, 인천 구석기축제, 고성 공룡세계엑스포, 소백산 철쭉제,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칠곡 아카시아벌꿀축제, 보성 다향제,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 밀양 아리랑대축제, 장흥 제암 철쭉과 키조개, 지리산 한방약초축제, 한산 모시축제 등등.문화관광부가 집계한 올해 지역축제는 550개에 육박한다. 문화예술 관광축제로 분류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1180여개에 이른다. 하루에 전국적으로 3.7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민선 자치 이전인 1994년에 287개였으니, 그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이들 축제중 사업비가 3억원 이상 드는 것이 147개에 달해, 가히 ‘축제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하지만 이들 축제들은 소재 중복이 135개에 이르고, 충무공 이순신의 경우 전남과 경남지역 자치단체 7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또 ‘세계’를 내세운 축제도 많지만 외국인 관람객은 10% 미만으로 ‘동네 잔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축제의 차별성이 별로 없고 노래자랑과 먹거리 장터가 빠지지 않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래서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지역축제 실태조사 평가사업’에 나선 상태다. 난립하고 있는 지역축제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도다. 문광부는 그동안 매년 25개의 우수축제를 선정, 예산을 지원해 왔다. 도내에서는 60여개의 축제중 남원 춘향제, 무주 반딧불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등이 2001년 이후 계속 선정되었다. 전통문화에 기반한 전주만의 색깔있는 축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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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8 23:02

[오목대] 아시아 문화와 전주

문화관광부와 전주시는 아시아 국가들과 한국간의 문화 관광 교류 증진을 위해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이러한 계획은 아시아권의 지식인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또한 이들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각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이 사업은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유망한 문화ㆍ체육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문화예술 관련 전문기술을 익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아시아 지역 문화예술ㆍ체육인 1만 명을 한국의 문화동반자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 사업의 중요 파트너로 전주시가 선정되어 있는 점이다.대부분 관련 단체가 국가기구인데 비해 전주시의 경우 한국의 전통문화와 영화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이 부각되어 인도와 몽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8개국에서 선발된 예술인 10명에게 전주의 전통 예술과 문화를 10개월동안 전수하고 교류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이같은 사업은 한류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확대 발전되게 하기 위한 정책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그런데 이같은 “지한파(知韓派)”만들기를 위해서는 우리가 보다 체계적인 콘텐츠와 시스템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현재,전주문화재단과 전주독립영화협회가 이들에 대한 연수를 맡아 하고 있어 안심은 되지만 막상 이들에게 보여줄 우리 전주,전라북도의 독특한 문화내용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걱정이 앞서게 된다.너무 신중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현재 전주,전라북도의 문화적 자원은 가공안된 원석같은 느낌이 여전히 강하다 그 같은 이유는 관련문화자원에 대한 자료구축과,정리,분석을 통한 학문적 축적이 미흡하기 때문이다.최근 이같은 우려에서 지역에서 “전주학”으로 상징되는 지역문화체계화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차제에 우리문화를 아시아문화를 선도하고 교류하는 중심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4.27 23:02

[오목대] 바이오 에너지

최근 유가상승에 의한 국가경쟁력 하락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정부는 올 평균 원유가격을 50∼55달러로 예상했는 데 우리나라 석유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그나마 가장 값싼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가 60달러이상으로 거래되면서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우리나라의 연간 수입 원유량이 8억배럴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수입단가가 10달러씩만 올라도 연간 80억달러의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그 영향은 상상키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대체에너지개발이다.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은 1차 오일쇼크가 터진 직후인 1975년부터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알코올로 가는 차량을 개발해 휘발유와 함께 사용하여 현재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70% 이상이 이중연료 자동차라고 한다.또한 각국에서는 바이오 디젤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바이오 디젤은 경유의 대체연료로, 콩.유채.종려 등의 기름과 알코올을 적절히 배합해 만든다.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역내 수송분야 연료의 5.75%를 바이오 디젤로 쓴다는 목표를 정했다. 세계 최대 종려기름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는 종려기름을,필리핀은 야자열매를 이용한 공장을 건립 중이다. 우리나라도 원유도입량의 1/3에 달하는 디젤엔진 연료를 전부 바이오디젤로 대체하면 대기오염과 무역수지의 획기적 개선을 기할 수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남한 전체 경지면적(200만ha)의 1/10인 20만ha로도 충분한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전라북도에는 충분한 바이오에너지 생산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지활용방안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도 고려해 봄직하다.옥수수를 이용하건 유채를 이용하건 실제 작물의 선정 등 여러 논의가 전제되어야겠지만 한없이 올라가며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를 대체할 국가적 대안인 바이오에너지 거점으로 전라북도가 새롭게 부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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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4.26 23:02

[오목대] 감금과 출교

간단한 상식 하나.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였다면 보행자 사고일까? 주변 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접어 두고 이야기하자면 저전거를 탄 사람은 보행자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 일어나기 전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모르면 용감해진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전거를 타고 그냥 건너는 편리함을 마냥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법을 잘 모르고 있다가 부닥치게 되는상황은 우리에게 상당히 비싼 댓가를 요구한다. 미리 좀 알았더라면 조심해서 그런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걸 하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자신의 행동이 법률과 규칙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이 터진 후 뒷수습을 하는 성향을 보인다. 수시로 손을 씻는 간단한 습관만으로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도 미리 알고 대처를 하면 감당하기가 어렵지 않다.고려대학에서는 4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17시간 동안 학생들이 처장 등 교직원을 감금하는 일이 벌어졋다. 그런데 감금당했다는 교직원들의 주장에 학생들은 ‘대치’였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여교수인 학생처장이 물을 마시려 하자 학생들이 물을 건넸다. 그런데 던져줬다는 주장과 두 손으로 공손하게 드렸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같이 있었던 시간에 대해서 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이런 주장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보아 법률과 규범 등에 대한 지식이 서로 다른 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같은 행위인데도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인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의 일들을 보면 대학생들은 내용에 관심이 많은데 학교 당국은 형식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그러나 무례한 학생과 권위적인 교수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학생들도 싸워서만 주장을 관철시킬 일이 아니라 절차를 밟아서 의견을 평화적으로 제시하고 교수들도 실질적 논의의 수단으로 절차를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더라면 출교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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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5 23:02

[오목대] '농촌이 죽어야...'

지난 2004년 4월1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처음 발효된 이후 세계 각국의 특혜무역협정 제의가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다. 올 3월2일 한·싱가폴 FTA가 두번째로 발효된데 이어 한·미 FTA가 본격 협상에 들어갔고 한·일,한·아세안,한·멕시코,한·카나다FTA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 추세대로면 세계 모든 나라와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자유무역협정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무역질서의 재편과정이라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상대국에 요구하는 만큼 우리도 줄 것은 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거래라는 것은 서로 이익이 발생해야지 어느 일방이 손해를 봐서는 성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문제는 손익계산의 시점을 어느 시기로 잡아야 할 것인가, 또 이익의 실체를 어떤 방법으로 계량화할 것인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의 이익을 크게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 백년대계를 중히 여길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엇갈릴 수도 있는데 함부로 거래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한데 우리나라가 구사하고 있는 FTA협상전략을 보면 심히 우려가 된다. 어느 FTA협상이든 농업을 희생물로 삼고 있으니 우리 농업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이며, 또 농업이 망하면 그 많은 인구가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하기야 외국 농산물값 싼데 별 걱정 다 한다고 핀잔을 주는 단순무식파도 한둘이 아니겠지만...요즘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99년 초 배럴당(두바이유) 10달러였던 기름값이 석달만에 15달러, 그 해 말에는 20달러까지 오르더니 엊그제는 무려 66달러선을 돌파했다. 기름값 너무 올린다고 데모를 할 수도, 통사정을 할 수도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국제 농산물값이라고 제자리 걸음만 하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사람이 먹고사는 농산물과 기름은 그 재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가 달라고 한참 다르다. 그런데도 앞으로 다가올 '식량 무기화'를 걱정하는 위정자는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한 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이러다가 '농촌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 나올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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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4 23:02

[오목대] 부의 사회환원

얼마전 개그맨 김형곤씨가 운동중 갑자기 숨져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한국 개그맨 최초로 꿈의 무대로 일컬어지는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자신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스탠딩 코미디 쇼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김씨가 가슴 설레며 서고자 했던 카네기 홀은 1891년 차이코프스키가 지휘한 뉴욕 교향악단 연주회를 스타트로 개장했다. 이어 1898년 철강왕 카네기가 부(富)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개축했다. 앤드류 카네기는 존 록펠러와 함께 미국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모범을 보인 사람이다.13살에 목화공장 사환부터 시작한 카네기는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하는 US스틸을 탄생시킨 뒤 은퇴한다. 그리고 전 재산을 들여 대학, 박물관, 공원과 2500개에 이르는 도서관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게는 단 한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부자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MS의 빌 게이츠 회장도 2000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지금까지 기부한 310억 달러는 개발도상국의 질병치료와 교육 등에 쓰였다. 그는 3명의 자녀들에게 1000만 달러의 재산만 남겨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씨의 경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일제하에서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고학으로 성장한 그는 1971년 눈을 감을 때 유언장을 남겼다. “손녀 유일링에게는 대학 졸업때까지 학비 1만 달러를 마련해 준다.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라. 나머지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뜻있는 교육사업과 사회사업에 쓰도록 해라”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82%가 ‘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특혜와 줄서기, 그리고 그 이후에는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를 축적해 혐오의 대상이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회장들이 편법상속과 비자금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천문학적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8000만원과 1조원을 낸다고 하니, 외국계 론스타도 흉내를 내고 있다. 돈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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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1 23:02

[오목대] 인공강우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반세기가 넘게 기후를 바꿔보려는 인간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뭄,홍수,태풍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여전하다.기상조절로 피해를 줄이기는 커녕 늘어나는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조절 기술 연구에 힘쓰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미국, 중국,호주등 20여개 국가에 이른다.기상조절 기술중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단이 인공강우다.1946년 드라이아이스를 실은 소형비행기가 뉴욕 교외 비행장에서 이륙해 구름에 살포한게 최초의 실험이었다.그뒤 50여년동안 과학자들은 인공으로 구름을 조절해 비를 만들려는 꿈을 키워왔다. 인공강우는 구름도 없는 마른 하늘에서 비를 만드는게 아니다.구름이 형성돼 있지만 비를 뿌릴 정도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을때 인공 구름씨를 뿌려 강우효과를 얻는 것이다.구름씨로는 드라이아이스나 얼음 결정구조와 비슷한 요오드화은(AgI) 등이 주로 사용된다.구름씨가 미세한 수분알갱이를 끌어모은뒤 비로 떨어지게 하는 간단한 원리다.살포하는 방법은 항공기에서 뿌리거나 로켓에 장착해서 구름속으로 쏘아올리든지 한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이 완전하지 않다는데 기상학자들의 고민이 있다.그동안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한게 나름대로의 성과이다.우리나라도 1994∼ 95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뒤 모두 8차례에 걸쳐 지상및 항공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게다가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적은 것도 실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요즘 최악의 황사가 덮친 중국 베이징시 당국이 대기중 먼지층을 없애기 위해 오늘중 인공강우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시내 전체에 자욱한 흙안개를 빗물로 씻어내겠다는 복안이다.이에앞서 베이징시는 미윈과 팡산등 교외지역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했지만 비의 양이 너무 적어 황사를 씻어내는데 실패하기도 했다.최근 몇년 사이 가장 최악의 황사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가뜩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다량의 공해물질로 시달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2008년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이 커질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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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0 23:02

[오목대] 다산선생의 하피첩

얼마전 TV쇼 진품명품에서 다산 정약용선생의『하피첩(霞帖)』이 소개되었다.하피(霞)란 붉은 치마을 뜻하며, 첩(帖)은 글쓴 것을 모은 것으로 다산선생이 강진 유배지에 계실 때 아내가 보내 준 붉은 치마로 자식들에게 써 보냈던 글 가운데 두아들에게 보낸 가계(家戒, 집안의 가르침)를 적었다고 해서 하피첩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종래 출가한 딸에게 보낸 매조도(梅鳥圖)만 전해지다가 새롭게 세상에 소개된 글이다.그런데 다산 선생은 하피첩의 서문을 다음과 같이 적어 세인의 심금을 울리게 하였다.“병든 아내가 해진 치마를 보내 왔네 ,천 리 먼 길 애틋한 정을 담았네, 흘러간 세월에 붉은빛 다 바래서,만년에 서글픔을 가눌 수 없구나 ,마름질로 작은 서첩을 만들어,아들을 일깨우는 글을 적는다,부디 어버이 마음을 잘 헤아려,평생토록 가슴에 새기려무나” 그리고 아들들에게 다음과 같은 삶의 교훈을 주고 있다."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우러나온다.","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이듯이 모든 말을 다 미덥게 하다가 한 마디만 거짓말을 해도 도깨비처럼 되니 늘 말을 조심하라." "근(勤, 부지런함)과 검(儉, 검소함),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흉년이 들어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 굶어 죽는 사람은 대체로 게으르다. 하늘은 게으른 사람에게 벌을 내린다." 이 글에서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선생께서 18년 유배생활속에서 본인이 심신이 힘들었을 상황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품격있게 표현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것과 근면하고 검소할 것, 부지런할 것을 새삼 강조하여 선생의 삶의 철학을 다시금 새겨주고 있다.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새겨볼 일이며 특히,새롭게 지역의 일꾼을 자임하는 분들이 명심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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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9 23:02

[오목대] 원어민 교사의 자격

테솔(TESOL)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머릿글자를 딴 말이다. 풀어 보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을 말하는데 그 과정을 일컬어 테솔이라고 부른다. 자칫 영어를 잘 하려는 영어권 이외의 사람들을 양성하는 기관 정도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와는 좀 다르다. 영어를 토박이말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교수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최근 경기도에서 추진한 영어마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모든 환경을 영어권 마을처럼 꾸며놓고 영어만 사용하면서 외국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큰 돈 들이지 않고 익혀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경기도 관계자는 자랑한다.잘 갖추어진 영어마을에서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일부 영어교습기관에서는 원어민을 채용하면서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않은 이들을 고용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들 무자격자를 고용했을 때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두서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교재가 훌륭하다고 해도 결국은 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영어교사는 영어만 잘 하면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문제는 우리나라의 출입국관리에서 시작한다.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은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 관련 국가들에서 공부한 대학졸업자면 된다. 그러니 일본 등의 까다로운 입국조건과는 달리, 대학을 나온 원어민이기만 하면 아무나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형편이다.이제는 한국어도 외국인에게 가르치려면 교사자격을 가져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 없도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런 마당에 영어 교수법도 모르는 원어민 교사에게서 배우는 학생들의 헛고생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왕 배울거면 학부에서 영어교수법을 전공으로 했는지 그도 아니면 테솔이라도 이수했는지 혹은 석사학위 등 고급 학문과정을 마쳤는지 하는 정보는 확인해 보아야 배우는 재미가 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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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8 23:02

[오목대] 공천장사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결국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한나라당 5선 중진인 김덕룡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범의원이 불법적인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당(自黨) 지도부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는 억울하다고 분기탱천해 있으니 어디 한번 지켜볼 일이다.오고 간 액수도 서민들이 들으면 입이 딱 벌어질 거금이다. 김의원이 4억4천만원, 박의원이 미화 21만달러(약 2억원)를 받았다니 상식을 갖고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 정말 열받을만 하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곪아서 터진 것이 이 정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은근 슬쩍 거래된 돈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공천 비리가 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대다수의 기초단체장과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가 그토록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건만 무슨 꿍꿍이 속이 있었는지 중앙정치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단체장 공천제 폐지는 언감생심이고 한술 더 떠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 도입을 감행하는 뚝심을 보여줬던 것이다.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하겠다는 속셈은 무엇인가. 삼척동자가 들어도 중앙정치권에 줄을 서라는 우회적 명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줄은 아무나 설 수 있는 것인가. 너도 나도 영향력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줄을 대려고 쌍코피가 터지는데 가진 것 없이 줄서로 간다고 누가 선선히 받아주겠는가. 게다가 이번부터는 기초의원까지 보수를 두둑히 챙겨주겠다는데 공천권을 쥔 유력 정치인 집 앞이 어찌 조용할 리 있겠는가.지방자치는 자기 지역의 살림살이를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하에 자주적으로 꾸려나가도록 하자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대나 다름없는 제도이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제도'가 돼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중앙정치권은 지방선거 간섭이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국가적 대사에서부터 민생현안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 지방선거판을 농단하려 든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공천장사꾼을 불러들이는 퇴행적 제도를 그대로 두고 정치 개혁을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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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7 23:02

[오목대] '참공약 선택하기'

5·31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이미지 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판세를 좌우할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싸고 특히 그러하다.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내세우니, 한나라당에선 오세훈 전 의원 카드를 내밀었다. 둘 다 비교적 이미지가 좋은 사람들이다. ‘정치’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국민들이 ‘비정치적’ 이미지를 가진 이들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들은 스스로의 행태든, 언론이 만든 이미지든 깨끗함과 소신, 멋스러움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거기에 보라빛이나 녹색 등의 색깔과 패션, 깔끔한 외모까지 덧칠해져 국민들에게 신선미를 던져준다. 문제는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자질이나 정책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뒷전이라는 것이다.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이제 막 선거판에 뛰어든 이들이 과연 얼마나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잘 풀어나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후보자의 공약을 계량화해 유권자가 투표할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참공약 선택하기’는 의미가 크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 정착될지도 관심이다. 참공약 선택하기(manifesto)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의 5가지 조건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는 어느 정당, 어는 후보의 공약이 ‘헛공약’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검증작업이 계속된다. 이 운동의 기원은 영국 보수당이 1835년 이 이름으로 선거공약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노동당 당수가 ‘새로운 노동당, 2001년 영국을 위한 야망’이란 매니페스토를 발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일반화되었다. 지금도 영국에선 정당별 매니페스토가 공표돼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2003년 지방선거에서 이 운동이 처음 도입되었다. 일부 후보가 이를 실행해 호응을 얻었고,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산되는 추세다.앞으로의 과제는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 그리고 시민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여부다. 평가의 주체와 방법, 기준 등도 언제든 논란이 될 수 있다. 낙천 낙선운동이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도 시들해진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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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4 23:02

[오목대] 건강예보

우리가 농경사회를 거쳐오는 동안 날씨는 농작물 수확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장마나 가뭄을 비롯 태풍등은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했다.우리의 선조들이 자연의 작은 변화나 동물의 움직임에 따라 날씨를 점쳤던 일은 오늘의 일기예보였던 셈이다.자연변화를 통한 감지뿐 아니라 신체증상으로도 날씨를 예측했다.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무릎이 쑤시거나 허리 어깨등이 결리면 ‘비가 오려나 보다’고 얘기했다.신기하게도 이런 짐작은 거의가 맞아 떨어졌다.이처럼 기온이나 습도,기압등 기상조건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병을 기상병(氣象病)이라고 한다.즉 기상이 바뀔때 우리 인체의 조절기능에 변화가 생겨 일어나는 병을 말한다.인체는 기상의 미미한 변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적응기능이 있다, 하지만 변화가 클 경우에는 건강상태에 따라 적응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돼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이 기상병이다.기상변화에 따른 신체증상은 신경통,류머티즘,천식,심근경색,담석등 다양하게 나타난다.전 세계에서 날씨에 집착하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은 날씨전문채널을 운영하면서 건강날씨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북한도 지구자기(地球磁氣) 변화가 인체활동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는 학설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일기예보와 함께 건강예보를 실시하고 있다.우리 기상청도 지난 3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건강예보를 시작했다.불쾌지수등 기존의 13개 기상지수에 보건기상지수와 황사영향지수등 2개를 추가 서비스하고 있다.천식과 뇌졸중,피부질환,폐질환등 날씨와 상관관계가 큰 4가지 질병에 대해 보통, 주의,위험의 3등급으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다.지난 주말(8일) 우리나라를 기습한 황사는 거의 재해나 테러 수준이었다.건강예보는 커녕 ‘약한 황사가 지나갈것’ 이라는 기상예보를 믿고 봄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은 황사를 흠뻑 뒤집어쓰는 낭패를 겪어야 했다.기상청장이 뒤늦게 사과까지 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었다.건강예보를 통해 기상병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국민건강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하지만 황사에 대해서는 우선 통과경로 등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국민에 빨리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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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3 23:02

[오목대] 선거용 걸개그림

최근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큰 건물을 뒤 덮은 대형 선거용 홍보 걸개그림들의 등장이다. 각각의 그림마다 입지후보자들의 매력적인 모습들이 참신하고 한눈에 뜻이 바로 전달될 수 있는 아이디어 문구와 함께 대문짝의 몇 십배되는 크기로 사방 천지에 걸려있다. 이것들은 종래 우리가 익숙해 있던 긴 천에 문구나 구호 등을 적어 잘 보이도록 걸어 놓았던 재래식 현수막과는 개념이 달라진 선전도구들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선거용 도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거의 전부였던 것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변화이다. 걸개그림은 1980년대 이한열의 죽음을 추모하던 6월항쟁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 민주화투쟁 기간 내내 한국의 화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민주화를 위한 무기이자 작품이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미술의 역할을 사회속에 제고시키며 나치에 저항하였던 케테 콜비츠에게는 판화가, 건물벽에 변혁의 시대를 담았던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에게는 벽화가 혁명의 무기였듯이 한국의 민주화를 상징하며 그 시대의 아픔을 목 놓아 외치듯 펼쳐놓은 함성이었다. 걸개그림은 원래 사찰에서 부처님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그려졌던 불교 사찰의 탱화 혹은 괘불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땅의 화가들은 그런 종교적 전통을 박제나 화석이 아니라 현실을 대변하는 몸짓으로 살려냈고 한 시대를 대변하며 그 시대의 예술성을 담아냈었다.그런 걸개그림이 어느덧 이 땅의 빛바랜 민주화의 전통속으로 사라져가 버리고 어느새 지역집단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일꾼을 자처하는 근사한 말과 번지르한 얼굴들로 범벅이 되어 건물들을 뒤덮고 있다. 더욱이 화가들의 생명력이 넘치던 그림의 맛은 사라지고 실사 기계속에서 쭉쭉 뽑혀진 디지털 걸개그림들이 새로운 시대를 책임지겠다고 뽐내고 있는 것이다.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못내 아날로그적인 80년대식 걸개그림이 그리운 것은 글쓴이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라며 진정한 일꾼을 자처한 모습 그대로 변함없는 초심을 입지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4.12 23:02

[오목대] 사본의 한계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은 사실 단일본이 아니다.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1754년의 한시본(漢詩本, 200句)과 경판본, 안성체본, 완판본 등의 목판본 그리고 필사본, 일사 방종현 선생 소장본, 신재효본 등을 모두 합치면 80여 종에 이른다. 사실은 이마저도 적은 편일지도 모른다. 구비전승(口碑傳承)되는 내용까지 합치면 춘향전의 사본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본이 많다고 해서 춘향전이 가짜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사본(寫本)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같은 자리에서 봤던 사건이라 하더라도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이 현실인데 상상 속의 이야기이거나 아주 옛적의 이야기야말로 그 다양성의 폭은 훨씬 넓을 수밖에 없다.이런 이야기가 처음부터 허구(虛構)를 전제로 하는 소설 등의 내용이라면 사람들은 그 다양성에 대해서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성의 대상이 정치적인 혹은 종교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최근 한 일간지에 특정 종교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최근에 해석을 마친 사본 하나가 그 종교의 핵심적인 진실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종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내용에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사본 중 최근 해석을 마친 그 사본 하나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종교의 진실과 역사를 다시 봐야 한다는 기사내용은 다분히 선정적이다.만일 그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신문뿐 아니라 모든 국내 신문이 대서특필을 해야 할 특종감이다. 그 기사의 발원지가 되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하게 이 문제를 다루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의 다른 매체에서 거의 기사화되지 못했다. 그 이유 하나는 사본(寫本)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유일본이라 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기본이다. 하물며 사본이라면 그 다양성 속에서 진실을 캐내는 작업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이미 여러 차례 그런 류의 기사가 있었다는 점이다.‘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안을 망친다’는 속담이 있다. 설익은 정보와 특종에 대한 집착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기사는 이제 활자화되지 않았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4.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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