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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셋째'

한(韓)민족 최고(最古)의 경전이라는 천부경(天符經) 첫 대목에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 천일일지일이인일삼(天一一地一二人一三)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풀어보면 한 인간의 탄생과 함께 세개의 극이 형성되니, 그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원리는 하나에서 출발하지만 세상의 근본은 셋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또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 대사상가였던 노자도 그의 저서 도덕경(道德經)에서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 하여 원리는 하나지만 세상 모든 사물은 세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파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셋'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한 것 같지가 않다. 혹자는 사람이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3'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논리비약까지 하지 않던가.어쨋든 우리는 셋이라는 숫자에 무척 익숙해져 산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하루 식사도 세차례요, 노크를 할 때도 세번, 기합을 넣을 때도 하나 둘 셋을 외친다. 또한 교통신호등도 빨노파로 3원색, 미적가치도 진선미로 세가지, 교육목표도 지덕체로 삼위일체를 지향한다. 속담에서도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 '셋째 딸은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며 셋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무슨일을 할 때도 '삼시세판'이라고 해서 세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일상화 되다시피 하지 않았는가.이처럼 세상의 근본을 이룬다는 숫자 '셋'이 한때 무척 괄시를 받은 적이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전국 방방곡곡을 도배질하던 시절, 셋째 아이부터는 퍽도 푸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학비 지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의료보험혜택에서까지 제외가 될 정도였으니까 그 설움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나라 살림 축낸다고 셋째 우습게 보더니 댓가 한번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개인주의가 심한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1.89명과 1.64명,애 안낳기로 유명한 일본이 1.33명인데 우리나라는 1.17명이다. 당연히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둘이 하나씩 낳다보면 인구가 반쪽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요, 인구가 반쪽이 되면 우리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길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세상의 근본이 셋이라는데 그 근본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누구 아는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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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31 23:02

[오목대] GM과 도요타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일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타이어가 터지거나 차문이 잠겨버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에 다니면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업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고 자랑한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GM이나 포드회사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해고가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툴레인대 브링클리 교수가 최근 월 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 내용중 일부다.세계자동차 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것이 그동안 세계자동차 산업을 주도해 온 미국 기업들의 몰락과 일본 기업들의 급부상이다. 또 GM- 닛산·르노 등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이다.GM그룹은 자동차 사업 초기부터 세계 1위를 지켜온 기업이다. 그러나 그 위상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올해는 판매 1위 자리를 일본의 도요타 그룹에 양보해야 할 판이다. 이것은 미국의 ‘빅(Big) 2’인 GM과 포드가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은데 기인한다. GM은 2004년 1220만대를 생산, 세계 전체의 18.8%를 점유했다. 2005년에는 950만대로 떨어져 10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해 736만대를 생산했고 올 부터는 GM을 능가할 전망이다. GM은 해외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구조 조정하는데 비해 도요타는 2010년까지 31개의 해외 공장을 41개로 늘리기로 했다. GM의 추락 원인은 근시안적인 경영에서 비롯되었다. 해외 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GM은 1990년대 들어 무차별적으로 브랜드를 확대해 15개 까지 늘려, 수익 악화를 가져왔다.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인 델파이 분사에 실패했고 새로운 수요층인 Y세대(16-24세)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다. 또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리후생도 경영악화에 한 몫을 했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산업변화에 신속히 대응, 3년째 1조엔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경쟁업체를 인수하지 않는 도요타는 브랜드를 3개로 단순화했고 부품업체도 수직통합적 장기거래로 협력모델을 창출했다. 발 빠르게 Y세대 취향에 맞는 소형차를 개발해 냈다. 무엇보다 56년째 무분규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370만대를 생산, 세계 5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GM과 도요타의 교훈이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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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8 23:02

[오목대] 바이오 연료

원유 값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불안한 국제정세가 아니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니 가격은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세계각국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 에너지 가운데 대표적 연료가 ‘바이오 연료(Bio fuel)’다.한번 쓰면 없어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식물을 기르기만 하면 다시 얻을 수 있어 ‘재생가능 에너지’로도 불린다.교토의정서 발효이후 바이오 연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주로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바이오 연료는 옥수수등 식물의 전분을 발효해 얻는 바이오 에탄올과 콩이나 유채,야자의 기름을 가공해 생산하는 바이오 디젤로 대별된다.이미 자동차의 25%를 바이오 에탄올로 굴리고 있는 브라질은 그 비율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미국은 가정에서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정제 가공해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아시아에서도 일본,중국,싱가포르등이 바이오 연료 보급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부터 바이오 디젤 시범보급 사업이 시작돼 지난 4년간 2만 8000㎘가 사용됐다.경유 80%에 바이오 디젤 20%를 섞은 BD20이 시범지역인 수도권과 전북도의 지정주유소를 통해 보급됐다.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정부는 이달 1일 부터 전국 주유소에서 바이오 디젤 5%를 섞은 BD5 판매를 시작했다.본격적인 바이오 연료 상용화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판매 첫 단계부터 혼합 비율및 품질보증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업체간 논쟁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소비자들만 헷갈리는 형국이다.바이오 디젤 보급 취지가 환경과 유가상승등에 대비하기 위한데 있다면 이같은 논란은 지엽적이다.이미 바이오 디젤을 무리없이 사용하고 있는 유럽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다 큰 문제는 우리의 경우 바이오 디젤 제조 원료인 대두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에 있다.그렇지 않아도 최근 ‘탈(脫)석유 바람’을 타고 에탄올의 원료인 사탕수수 수요증대로 국제설탕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외신보도다.사소한 논쟁보다는 이제 첫걸음을 내딛은 바이어 디젤 보급이 안착될 수 있도록 원료공급 방안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힘을 쏟을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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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7 23:02

[오목대] 성과 상여금

옛날에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주인이 하인에게 금품을 내려주곤 했는데 이를 행하라 했다. 나눔의 의미도 있지만 경사를 치르려면 하인들의 일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일한 댓가의 의미가 더 크다. 일정한 품삯 이외에 일종의 수고비로 얹어주는 돈인데 요즘으로 치면 상여금이다. 웃돈일 망정 하인에겐 노력한 댓가이기 때문에 의당 받아야 할 몫이다. 오늘날의 상여금은 월급이 되다시피 해서 웃돈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졌지만. 성과상여금은 미국이 원조다.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목표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성취도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돈을 차등지급한 것이 시발이다. 경쟁과 생산성 향상이 메리트였지만 평가기준의 객관성 때문에 불만을 샀다. 우리나라에선 대기업들이 70년대에 상여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성과에 따른 차등지급 형태는 아니었다. 어쨌든 회사원들에게 상여금 나오는 날은 부담없이 술 한잔 꺾는 날인데 지금은 그런 낭만도 없다. 그래도 월급쟁이들한테 상여금이란 말은 기분좋은 단어다. 그런데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을 놓고 전교조와 교육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보다 차등폭이 10% 증가한 20%로 상향조정해 교원성과급을 차등지급키로 했다. 사기업은 물론 일반직 공무원들도 경쟁을 통한 자기계발을 도모하는 판인데 교육공무원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교총은 이를 수용했지만 전교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성과금 차등지급은 교원통제와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교육의 질 개선보다는 '교원간 분열'과 '줄서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성과상여금 반납문제를 놓고 교사간에 얼굴을 붉히는 등 미묘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평가기준이다. '보직', '수업시간 수', '담임', '포상실적' 등 직무를 기준으로 평가하되, 연공서열 중심의 획일적 평가는 지양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전교조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아야 한다. 더 나은 기준이 뭔지를 찾는데 에너지를 쏟아야지 평가 자체를 부정한다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기분 좋아야할 성과상여금을 놓고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상여금 없는 근로자들은 이를 보면서 삼복더위에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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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6 23:02

[오목대] 다양성과 보편성

초롱이 이영표 선수가 최근 우리 축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지금대로라면 20년이 지나도 월드컵 16강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팀만 잘하는 축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위라는 성과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뜻밖의 발언으로 들린다. 이영표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토트넘에서는 유소년팀이 쓰는 잔디구장만 해도 13개나 된다고 하니 우리 형편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그런데 이런 말을 실력이 되는 이영표 선수가 했으니 망정이지 싶다.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이 소위 ‘선택과 집중’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만 하더라도 2002년의 성과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족집게처럼 선수를 선발했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기간은 당연히 다른 나라 대표팀 훈련기간보다 길었다.사실 이영표 선수도 이런 선택과 집중의 수혜자 중 하나다. 그는 덕분에 네덜란드를 거쳐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환경이 대표팀에 맞춰지는 선택형보다 축구 전반에 관심을 갖고 유소년축구부터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역설적이다. 이는 축구인구 저변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우리는 명품을 유난히 좋아한다. 달리 표현하면 일등주의이다. 하지만 일등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결국 패배자로 남는다. 이러한 구도가 축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러한 명품 개념이 숨어 있다. 명문 학교를 다녀야 하고 명문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한다. 그러한 엘리트 코스를 이탈한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한 줄 세우기, 서열화를 신봉하는 한 이러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다행스러운 것은 축구를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수단보다 그 자체로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표 선발에서 제외되었지만 해설을 하면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 차두리 선수도 그 중 한 명이다. ‘차두리의 굴욕’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축구에서도 우린 배울 게 많다. 선택과 집중보다 다양성과 보편성이 더 강하다는 사실은 축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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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5 23:02

[오목대] '고스톱' 비가(悲歌)

무엇이 시나브로 고스톱 열풍을 잠재웠는지 모르겠으나 산업사회가 한창이던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우리는 '고스톱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만큼 고스톱 문화에 푹 빠져 살았다. 음식점이든 야유회 자리든 사람 셋만 모이면 고스톱판이요, 여관이나 가정집 심지어 사무실에서까지 시도때도 없이 '고' '스톱' 소리가 울려퍼졌으니, 미상불 '고스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만도 했다.그렇다고 고스톱을 꼭 사행성 놀음 정도의 저급한 놀이 문화로 몰아붙여야 하는가. 아니다. 도박으로만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오락도 흔치가 않다. 한손으로 화투짝을 움켜쥐고 보일듯 말듯 살짝 쪼여 보는 박진감에다 남이 싸놓은 패 쓸어먹고 쓰리고를 부르는 맛이란... 어느 오락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박과 오락은 백지장 한장 차이로 경계선을 넘나든다지만 '본전 생각이 나면 도박'이고 '그저 재밌게 잘놀았다고 생각하면 오락'이라지 않던가.고스톱을 치다보면 엉뚱하게 인생살이에 참고가 될만한 교훈을 얻게 되는 수도 있다. 순간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낙장불입'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피바가지' 무모한 모험은 금물이라는 '독바가지' 현명한 판단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쇼당' 등등.. 금과옥조와 같은 교훈이 넘쳐나다. 또 '2등은 소용없다' '열받으면 진다' '강적은 피하는게 상책' '자리 탓 하지 마라'와 같은 고스톱 손자병법 21가지도 새겨들을 만하다.뿐만 아니다. 고스톱은 정치인과 사회현상을 신랄하게 풍자하여 서민들을 대리만족시켜주는 묘미도 있다. 싹쓸이를 하면 상대방 패를 아무 것이나 가져오는 '전두환 고스톱'에 5 2 8 열끗을 먹으면 져도 돈을 내지 않는 '오리발 고스톱'까지 별별 규칙을 다 만들어 고스톱을 한 차원 높은 놀이문화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엊그제 전주지법에서 점당 백원짜리 고스톱을 친 농민이 7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도박전과가 없는 초범이었다. 법이 준엄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판결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몇 억원씩 판돈을 걸고 내기골프를 친 통 큰 부자들에게는 도박인가 아닌가를 놓고 고민하면서 단돈 백원짜리 오락사범(?)에게는 추상 같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다니 죽은 공자님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요즘 백원짜리 동전은 유치원생도 줍지 않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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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4 23:02

[오목대] 개헌(改憲)론

개헌론이 또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이임사에서 개헌에 대해 언급하더니 신임 임채정 의장도 제헌절 축사를 통해 “국회내에 헌법연구조사위원회를 두겠다”고 밝혀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이와 관련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적극 논의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정략적 의도가 숨은 것 아니냐”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개헌저지선인 국회 1/3 의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완강해 현 정부 임기내에 개헌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것은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3당 합당’이나 ‘DJP 연합’ 등 역대 주요 정계개편이 모두 개헌을 명분으로 이뤄지지 않았던가.그동안 우리 헌법은 험난한 현대사의 역정을 보여주듯 9차례의 개정과정을 거쳤다. 1차 개정이 1952년이었고 9차 개정이 1987년이었으니 평균 3.9년마다 한번씩 개정이 이루어진 폭이다. 그러고 보면 10차 개정 논의는 비교적 오랜 기간을 견뎌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9차 개정헌법도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긴했으나 졸속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 당시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희생양으로 삼아 쿠데타에 성공했다. 그들은 집권하기도 전에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보위 입법회의라는 기구를 만들어 8차 개헌을 시도했다. 소위 ‘체육관 선거’라는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임기를 7년으로 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시민항쟁이 일어나자 6·29 선언을 발표하고, 9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와 임기 5년 단임이 확정되었다.그렇지만 현행 헌법은 국가이념이라든지, 기본권, 영토조항, 경제조항, 권력구조 등 시대의 흐름에 맞게 손질해야 할 부분이 상당수 드러나고 있다. 5년의 대통령 임기와 4년의 국회의원 임기가 엇갈리는 점도 문제중 하나다.지금 정치권에선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하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개헌 시기를 이번 정권에서 하느냐 다음 정권으로 넘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야는 다음 대선에서의 유·불리만을 따지고 있다. 헌법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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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1 23:02

[오목대] 석면(石綿)공해

지난해 6월 일본열도는 ‘석면 공포’로 불안에 떨었다.석면(石綿 )을 함유한 건축자재를 생산해 온 대기업 구보타가 1978∼ 2004년 사이에 전·현직 종업원 79명이 석면 피해로 숨진 사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일본 정부가 나서 다른 제조업체 89개소를 조사한 결과 그동안 374명이 숨지고 88명이 치료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석면은 머리카락 보다 가늘고 긴 모양의 섬유형태를 띤 결정이 모여 이뤄진 광물질이다.불에 타지 않고 전기에 반응하지 않으며 잘 닳지 않는 성질을 지녀 방화,단열,마찰재등 건축재료로 뿐 아니라 자동차 브레이크 등에 사용된다.슬레이트나 천장 마감재 택스 등이 석면이 함유된 대표적 건축자재이다. 석면은 재료 자체로 그냥 보존되어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없다.그러나 석면이 포함된 물질들이 사용되면서 마모되어 먼지상태로 떠다니다가 코나 입을 통해 인체에 들어갈 경우가 위험한 것이다.일단 폐속으로 들어가면 조직에 박혀 10∼ 30년뒤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을 일으킨다.석면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27종중 하나이기도 하다.석면을 ‘죽음의 섬유’ ‘조용한 살인자 ’등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위험한 석면먼지가 만들어지는 대표적 장소가 건축물 철거현장이다.지금까지 국내에서 소비된 석면의 80% 이상이 단열재나 천장재등의 자재에 쓰였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정부와 업계의 무관심속에 국민들에게 ‘죽음의 먼지’를 안겨준 건축물 철거가 아무런 규제없이 관행처럼 시행돼왔다.외국에서는 석면자재가 들어간 건축물을 해체할 때는 건물이나 작업장 전체를 여러겹 비닐로 밀봉하는 것은 물론 작업자도 마스크가 달린 방호복을 입고 작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지난 2003년 부터 석면 함유 건축물을 철거할 때 노동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규정은 거의 무시되고 있는게 현실이다.최근 전주시내 한 대형건물의 리모델링 현장에서 신고절차 없이 석면함유 건축자재 철거작업을 하고,폐기물을 일반 폐기물과 혼합 불법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하루에도 수천명의 인파가 다니는 도심에서 석면 먼지가 떠다닌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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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0 23:02

[오목대] 행복지수

호주 옆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삶의 만족도와 평균 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을 종합해 지수화한 것이다.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가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니 의아스럽다.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233개 국가중 207위, 인구는 20만9000명에 불과한 나라다. 바누아투의 삶의 만족도는 7.4, 평균 수명은 68.6세, 1인당 국민소득은 2,944달러다. 이에 비해 한국은 평균 수명이 77세로 바누아투보다 8년 이상,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971달러로 6배 이상 높았지만 삶의 만족도는 5.8로 크게 낮다. 한국은 102위였으니 행복지수는 경제적 부와는 비례하지 않는다. 행복지수는 국가간의 차이뿐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그것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개인의 행복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인데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이 만들었다. 이들은 18년 동안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5가지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ersonal), 건강·돈·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가리키는 E(existence), 야망·자존심·기대·유머 등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세가지 조건중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E보다 3배 더 중요한데, 이 지수를 공식화하면 P+(5×E)+(3×H)가 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에는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건강·돈·인간관계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건강을 유지하고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으니 개인의 행복지수는 결국 돈이 핵심인 셈이다. 우리나라 16개 광역자치단체별로 행복지수를 매긴다면 지역총생산량(GRDP)이 전국 최하위권인 전북은 어느 수준일까. 경제적 부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순위가 높게 나올까? 도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또 어느 수준일까. 경제력이 약한 지역, 그리고 그 구성원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온다면 아무래도 이상할 것 같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7.19 23:02

[오목대] 한국어교원 자격심사

지난 7월 13일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국어교원자격심사를 통해서 자격 신청자 1,533명 가운데 747명에게 한국어교원자격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원자격 부여가 갖는 의미는 국어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이 2005년에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자격심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된 한국어교원의 자격은 1, 2, 3급으로 나뉜다.한국어교원 3급 자격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부전공으로 취득한 학위자이거나 국어기본법 시행령 시행 이전에 800시간 이상의 한국어 교육 경력자 혹은 한국어교원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실시하는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한국어교원 2급 자격은 대학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거나 복수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자에 한정된다. 국외 한국어 보급과 한국어 교육 능력 검정 시험등을 주관하는 한국어세계화재단에 소개된 한국어 교사 양성기관은 아직 8개 학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관련 학과가 적은 이유는 2급 교사 자격 기준이 45학점 이상의 한국어교육 관련 과목 이수로 되어 있어서 기존의 국어국문학 분야와 별개의 교과과정으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서울 2, 경기 1, 부산 1, 대전 1, 전남 2 그리고 전북에 1개 학과 정도가 개설되어 있는 형편이다.한국어세계화재단에서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양성을 위한 교육대학원과 대학, 비정규 교육기관을 파악한 결과 작년 상반기 40여 곳에서 현재 5배 가량 늘어난 200여 곳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물론 새로 생긴 교육기관의 대다수는 정규 교육기관이 아닌 비정규 교육기관이다. 이들 비정규 교육기관에서는 대략 100여 시간을 교육하고 평생교육원장 혹은 대학장의 수료증을 주는 것이 전부이다. 이를 학점으로 환산하면 불과 7학점을 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시간으로는 한국어 교사로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 비정규 교육의 문제가 있다.그동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한국어교사자격심사는 한국어교육에 대한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이제 표준화된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지닌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첫 발을 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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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8 23:02

[오목대] 돈(MONEY)

돈이란 무엇인가. 세상천지에 지천으로 깔려서 돌고 도는 것이 돈인데 왜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는가. 부자는 부자대로 돈이 모자란다고 불만이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돈이 적다고 불평이다. 도대체 돈이 뭐길래 사람마다 눈만 뜨면 돈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고 하는가.돈이란 또 무엇인가. 너도 나도 돈 좋아하는 것은 피차일반인데 왜 돈 이야기만 나오면 딴청을 피우는가. 누구보다 자신이 돈을 더 밝히면서 남이 돈 좀 챙기는가 싶으면 '그 사람 돈 독 올랐다'며 인격살인을 하려고 드는가. 돈이 그렇게 더럽고 치사한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죽자사자 뒤를 쫓아다니는가. 돈이라면 왜 이렇게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우문인줄 알면서 실없는 의문을 던져보는 것은 세상에서 돈만큼 정체가 모호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돈이란 참 얄궂은 구석이 있다. 웬 조화 속인지 돈이 별 소용이 없거나 벌어서는 안될 사람에게는 억세게 붙어다니면서 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야박하리만큼 쌀쌀하게 군다. 또 한눈 팔 새 없이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사람에게는 인색하게 굴다가도 머리 좀 굴려 한 건 하는 사람에게는 후한 대접을 해준다. 눈 먼 돈이 야속하다고 밖에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다.그러나 돈은 꽤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목도 있다. 버는 사람에게는 쓰는 여유와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가족과 이웃,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도 돈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평생 벌기만 할 뿐 변변하게 돈 한번 써보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큰 돈을 번 재력가 중에서도 '돈의 속성'을 극복한 사람이 간혹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벌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역사는 그들을 위대한 인물로 기록하고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의 두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76)이 최근 자신의 재산 85%에 해당하는 3백70억달러(한화 37조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통사람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식에게 한푼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국 재벌들의 모습이 초라하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그들에게 꼭 한마디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자식에게 상속시키는 건 돈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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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7 23:02

[오목대] 선제공격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 가운데 가장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일본이다. 특히 일본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주장, 눈길을 끈다. 고이즈미 총리 이후 실세로 꼽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비롯 방위청장관, 외상 등이 잇달아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이 일본의 자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재무장의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한반도를 재물로 삼아 팽창주의 정책을 편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결국 성공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임진왜란과 조선의 합병이다. 오랜 내전 끝에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힘을 몰아 1592년 조선을 선제공격한다. 명분은 명나라를 치러가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假道入明)는데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후 7년 동안 조선반도는 그들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한다. 또 1870년대 일본 정계는 한국에 대해 공략론을 들고 나온다.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이다. 메이지 정부의 실력자였던 사이고 다카모리 등이 조선과의 국교회복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력행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바로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30년후 일본은 한국을 병탄하고 만다. 이때 정한론자들은 ‘조선반도는 일본을 향해 대륙에서 한개의 팔뚝과 같이 돌출돼 있어 일본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한반도 흉기론’을 주장했다.미국 역시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한과 이란 등 6개국을 폭정국가로 지목, ‘선제공격 정책’을 표명하고 있다. 그 중 북한을 ‘심각한 핵확산 도전국가’로 규정한다. 이들 적국과 테러리스트 들에게는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은 ‘잠수함 발사 크루즈 미사일로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우리 정부의 포용정책까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의 선제공격론은 결국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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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4 23:02

[오목대] 성인 PC방

예로부터 주색잡기(酒色雜技) 가운데서도 가장 끊기 힘들고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도박을 꼽았다.도박은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도박 중독자는 후회하면서도 좀처럼 도박을 끊지 못한다.오죽하면 ‘손가락을 자르면 발가락으로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는 무려 3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이는 전체 성인인구의 9%에 해당하는 수치로 도박산업이 활성화된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의 2%대 보다 훨씬 높다.2003년 한해 우리 국민들이 복권, 카지노,경마 등에 무려 15조8817억원의 내기돈을 걸어 5조3768억원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이 뿐이 아니다.‘허가받은 도박판’ 이외 전국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고스톱 화투나 포커, 내기골프와 바둑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도박 판돈’까지 계산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가 될것이다.‘도박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도박 열풍은 재정확충을 명분삼아 정부가 부추긴 탓이 크다.현재 합법적인 도박인 복권,경마,경정,경륜,카지노등은 레저산업의 하나로 삼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이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서민들의 가정파탄이나 개인파산등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뒷짐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의 강국’임을 자랑하는 요인중의 하나인 PC방이 최근 ‘성인 PC방’을 표방하면서 불법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기존 성인오락실이 오락기와 1대1로 게임을 하지만 성인 PC 방에서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전국에 있는 성인PC방 손님과 화투·포커등 실제 도박을 한다.현재 경찰이 추산하는 성인PC방은 전국적으로 5000여개소에 달하는데 계속 확산추세다.판돈도 수백만원까지 걸수 있어 패가망신하는 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돈 따는 것은 하우스 주인뿐’이라는 도박계의 속성은 온라인 도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성인PC방도 승자가 챙기는 돈의 5%를 챙기는 딜러비와 5∼10%의 환전 수수료 두가지 명목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도박판이 그러하듯 도박으로 한탕의 꿈을 이루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도내서도 성인PC방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관련법 개정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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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3 23:02

[오목대] 경관도로

경관이란 말은 지리학이나 생태학에서는 학술 용어로 사용된다. 독일어의 란드샤프트(Landschaft)에서 유래됐다. 일반적으로 한 토지의 전체적인 형상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그 미적가치와 고유성이 중시된다. 때문에 경관계획은 대상지역의 물리적, 생물적, 문화적, 역사적, 미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립한다. 개발 만능시대에는 자연경관이나 문화경관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경관계획도 소홀히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 결과는 답답함, 숨막힘이다. 유럽에서는 자연경관이나 문화경관, 도시경관의 보전을 위해 일찍부터 자연환경보전지역이나 자연공원 지정, 풍치지구 설정, 경관조례 등을 시행했다.우리는 이제야 이런 제도적 장치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역별 특색있는 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경관법' 제정, 일부 자치단체의 경관조례 등이 그것인데 각기 다양하고 개성적인 지역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임실 옥정호 순환도로가 건교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選)’에 뽑혔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옥정호의 물안개와 호수 주변의 숲이 아름답게 어우려져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환상적 분위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고 주변 맛 기행을 병행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하동 십리 벚꽃길, 문경새재 과거길, 구례 노고단도로,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 등이 모두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뽑혔다. 이런 일을 하고 나선 건교부가 이제야 ‘경관도로’에 눈을 뜨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동안 산업도로, 우회도로, 전용도로 등 갖가지 명칭의 도로개설을 명분으로 마을을 뛰어넘고 산을 가로지르며 얼마나 많은 경관파괴를 자행했던가. 산업도로가 아니라면 무작정 일직선으로, 4차선 8차선으로 뚫을 일이 아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꼬불꼬불 아스팔트 길, 휑하고 지나치지 않을 2차선 옛길 등 이른바 경관도로가 관광레저시대에 각광을 받고 있다. 각 지역마다 그런 도로들이 너무 많다. 자치단체들이 이젠 도로에도 경관계획을 넣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을 강구해 보면 어떨까. 답답하지 않고 정감있는 고장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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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2 23:02

[오목대] 한국어 교사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1989년 당시 대우그룹 총수였던 김우중씨의 책 제목이다. 이 제목은 많은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렸다. 긍정과 부정 여부를 떠나서 이런 표현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었다는 이야기는 ‘할 일’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욕망에 대한 학문적 접근으로 유명한 매슬로우(Maslow)는 다섯 단계의 욕망을 기술한다. 그 중 제일 첫 번째는 기본적·생리적 욕구이다.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식욕에 대한 해결책일 것이다. ‘할 일’을 통해서 추구하는 그 다음 단계가 경제적 안정이다.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이 확보되면 그 다음으로 사회에 대한 귀속감에 관심을 갖고 그런 분야의 ‘할 일’을 찾게 된다.네 번재 단계에서는 동료의 인정에 관심을 갖는다. 이제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관계의 문제에 더 큰 관심과 비중을 두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자아실현을 통한 성취에서 만족감을 느끼려는 욕구이다. 돈도 좋고 편안한 것도 좋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초월할 수도 있다는 태도이다.우리는 평화봉사단을 기억한다. 이들을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원어민 교사가 바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뉴프론티어 정책으로 제정된 미국정부의 자원봉사자 기관이었던 평화봉사단은 전문인력을 보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 중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평화봉사단원을 많이 봐 온 것이다.평화봉사단을 받아들였던 우리가 지금은 다른 나라에 한국어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한국어교사 파견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것이다. 낯선 이국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이들이 바로 매슬로우의 마지막 단계 욕구인 자아실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경우에 해당한다.한국어교사를 필요로 하는 현장의 욕구에 비해 공급의 질적 양적 수준은 아직도 미흡하다. 좀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교사가 필요하며 이러한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많아져야 한다. 대학에 한국어교육관련 학과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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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1 23:02

[오목대] 정치, 그 초상(肖像)

한 여론조사기관이 올해 첫 투표를 한 19세 신세대들에게 '정치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거짓말 부정부패 이전투구 철새 거드름과 같은 부정적 답변 일색이었다고 한다. 이제 막 선거권을 행사한 그들의 눈에 정치인의 모습이 이처럼 협잡꾼이나 싸움패 정도로 비쳐졌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나라의 장래를 걸머질 내일의 주역들이 벌써부터 정치에 혐오감을 갖는다면 외국 사람 수입해다 정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큰 일이다.정치인들이 신세대들로부터 그렇게 혹평을 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정치인들에게만 돌린는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 국민으로서의 태도와 개인으로서의 태도가 다르고 말과 행동 또한 달라 정치인들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내 앞에 큰 감놓기와 지역감정이다.게다가 국민들 정치의식까지 높아져 둘 중 하나는 정치평론가 수준(?)이라 정치인들 처신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정치적으로 무슨 일만 터지면 전후사정 알아볼 것 없이 무턱대고 독설부터 내뿜는다. 그러니 건전한 정치문화가 자리잡을 틈이 없는 것이다. 여기다 언론까지 부화뇌동,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융단폭격을 해대니 신세대들 눈에 정치권이 온전한 집단으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이탈리아 우스갯소리에 "어라? 비오네? 하여간 정치인들은 다 엉터리야!"라는 말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인이 전지전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은 모양이다.정치란 본래 욕먹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시시각각으로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사회현상이 바뀌는데 무슨 재주로 개개인의 비위를 다 맞추고 그 많은 약속을 지킬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정치인들이 제일 먼저 갖춰야 할 자질은 단연 후안무치(厚顔無恥)다.꼭 나쁜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에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수시로 말을 바꿔야 할 상황이 닥치는데 도덕성만 앞세운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왕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정치에 뛰어들었다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돈 먹고 교도소에 가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겨 마음속에 국경선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면. 더불어 정치를 보는 국민의 수준도 높아져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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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0 23:02

[오목대] 자동차 산업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03년. 고종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칭경식때 미국 공사에게 부탁해 ‘포드 A형 리무진’을 들여왔다. 이 차의 운전자는 일본인이었으며 현재 보존되지 않고 있다. 1911년에는 황실용 2대와 총독부용 1대가 추가 도입됐다. 민간인 자가용 1호는 1915년 손병희 선생의 캐딜락이다. 이후 부유층의 자가용과 운수사업용으로 들여 왔으며 1928년 서울에 최초의 시내버스인 ‘부영버스’가 운행되었다. 국산차 1호는 1955년에 만든 시발(始發)자동차. 서울에서 차량공업사를 운영하던 최무성씨 3형제가 미군이 쓰던 지프의 부품과 4기통 엔진을 조립한 것이다. 망치 등을 이용해 드럼통을 펴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 차는 1957년 광복 12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시발자동차의 월간 생산능력은 승용차 50대, 마이크로 버스 10대였다.이어 1962년 세워진 새나라자동차는 일본 닛산의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했으나 1965년 신진자동차에 인수되었다. 신진자동차는 도요타와 기술제휴로 ‘코로나’를 선보였다. 1960년대 말에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포드와 손잡고 ‘코티나’를 양산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첫 해외수출은 현대의 ‘포니’. 1976년 포니 6대가 에콰도르에 수출되었고 1986년에는 ‘포니 엑셀’이 미국에 첫 수출되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삼성, 대우, 기아, 쌍용, 아시아가 파산했다. 하지만 GM의 대우차 인수, 르노의 삼성차 인수,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현대차의 제휴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도내 자동차산업은 1995년 3월 군산국가공단에 대우 상용차공장이 들어서면서 부터. 군산이 고향인 고건씨가 대우 김우중 회장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는 인도 자본이 인수, 타타대우상용차로 이름을 바꿨다. 그 옆에 자리한 GM대우자동차 군산공장은 대우 승용차공장을 GM이 인수한 것으로 1997년 4월 준공되었다. 1995년 준공한 완주 봉동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버스공장이 4월, 트럭공장이 10월에 문을 열었다. 도내 자동차산업은 전북의 전략산업이긴 하나 단순 생산기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부품산업과 신기술 연구 투자가 아쉬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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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7 23:02

[오목대] 서머타임제

‘서머타임제’는 늦은 봄 부터 초가을까지의 낮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취지로 표준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다.한 시간 일찍 활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일광(日光 )절약시간제’로도 불린다.이 제도는 합리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서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서머타임은 18세기 후반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제창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 전역으로 확산 정착됐다.현재는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서머타임제를 시행하고 있다.초창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가 이제 선진국에서는 퇴근후 여가활동과 가족생활을 활성화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아이슬란드등 3개국 뿐이다.아이슬란드는 백야 (白夜 )현상으로 서머타임이 필요없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제도가 전혀 생소하지 만은 않다.8.15광복 이후 미국의 문물을 그대로 들여온 우리나라는 6.25전쟁 기간 2년을 제외하고 13년 동안 서머타임을 실시했기 때문이다.그뒤 23년동안 중단됐다가 서울올림픽 개최기간인 87· 88년에 부활됐지만 올림픽이 끝난뒤 반대여론이 거세지면서 폐지됐다.외환위기가 발생했던 97년과 99년에도 시행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서머타임제 재도입을 정부가 다시 검토하면서 찬반논의가 한창이다.찬성쪽은 배럴당 70달러대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을 비롯 여가시간 확대에 따른 내수진작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이에 반해 반대 쪽은 생활리듬 혼란과 근로시간 연장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측 주장은 우리보다 늦게 서머타임을 도입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이 성공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근로시간 연장 주장도 현재 건전한 노사문화가 형성돼 있는 요즘으로서는 시대착오적인 걱정이다. 시행 초기 어느정도 불편이 따르더라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침체된 내수경기 회생을 기해보자는 명분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느낌이다. 정부는 공청회나 여론조사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바란다.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여건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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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6 23:02

[오목대] NOW 전북

세계적 브랜드 가치 일등 기업은 코카콜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치는 700억 달러(77조원)에 이른다. 지난 98년 해태그룹이 부도났을 당시 해태의 브랜드 가치는 1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었다. 21세기는 브랜드가 기업경쟁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소비자는 입어 보고 맛을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소비한다. 이름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일본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는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전통과 역사를 먹고 자란다. 기업뿐 아니라 자치단체들도 이젠 브랜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이 담긴 브랜드 슬로건을 발굴해 상표로 등록하고 있다. 서울은 'Hi Seoul', 부산은 'Dynamic BUSAN', 대구는 'Colorful DAEGU', 대전은 'It's Daejeon', 충남은 'CHUNGNAM Heart of Korea'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각종 이벤트 행사는 물론 지역 특산품에 브랜드 마케팅을 꾀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브랜드 슬로건은 ‘NOW JEONBUK ’(‘이제는 전북’)이다. 전통문화와 청정하고 수려한 자연환경, 맛과 멋 소리의 본고장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제는 환황해 경제권의 중심지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스며있다. NOW의 머리글자에도 깊은 뜻이 있다. 아시아의 새로운 관문(New Asian Gate Jeonbuk),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활력화(Occupy Jeonbuk), 멋과 맛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살고 싶다는 의미(Well-being Jeonbuk)를 담고 있다. 지난해 2월 8천만원을 들여 용역과 공모절차를 밟아 선정된 슬로건이다. 상표등록까지 마친 이 슬로건은 전북도가 사용하는 모든 서류와 도정 홍보물, 인터넷쇼핑몰, 향토음식점, 택시와 시내 시외버스에 표기돼 전북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뀌면서 이 브랜드 슬로건도 폐기처분한다고 한다. 딱 1년만이다. 대신 ‘인베스트(Invest) 전북’ ‘얼쑤 전북’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촌스럽기 짝이 없다. 용역이나 공모절차도 밟지 않고 어느 개인의 견해를 도정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채택한 대서야 말이 되는가. 웃기는 일이다. 무조건 바꾸는 게 개혁은 아니다. 좋은 것은 이어받는 것도 용기다. 개악을 하느니 가만 두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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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5 23:02

[오목대] 산책로 단상

무더위와 장맛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모양이다. 이런 날씨 변화는 가전제품 판매고를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난다. 에어콘이 잘 팔린다니 말이다. 하지만 에어콘은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고 방안이 시원해진 만큼 실외기가 있는 곳은 열기와 소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냉방병까지 앓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실외 온도에 비해 너무 낮은 온도로 설정할 일이 아니다.요즈음 저녁풍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강변 산책로가 아닌가 한다.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다들 걷느라고 바쁘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살을 빼는 데는 둘도 없는 운동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모양이다. 이런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꼭 지나치게 되는 곳이 다리다. 용산다리와 다가교 그리고 완산교와 싸전다리 등이 오래된 다리이다.다리는 예나 지금이나 요긴한 시설물이다. 강을 건너게 해 주는 일상적인 기능때문만은 아니다. 토목 기술자들이 고려한 것 같지만 않지만 다리밑의 훌륭한 휴식공간때문이다. 에어콘이 없었던 시절에 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가 바로 다리밑이었다. 이 곳은 그 특성상 바람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존재할 수 없어서 통풍에 있어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심 다리밑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다리밑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고 있으면 한여름 무더위도 견딜만 하다.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어서일 게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남부시장에 가까운 다리밑에서는 약장수들이 공연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약알 팔아도 문화상품(?)을 유인책으로 쓸 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높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 오래 전부터 이런 약장수들은 더 이상 다리밑을 찾지 않게 되었다.지금도 다리밑에 평상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서 어르신들이 즐겨 찾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한낱 다리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산책로 위를 가로지르는 구조물일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투박하게 생긴 다리라 하더라도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며 크고 작은 정보와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하면 그런 공간을 가벼이 지나쳐서는 안되지 않나 싶다. 더구나 이런 공간을 의미있게 채워주는 분들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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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7.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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