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9 21:59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도박이야기'

간밤에 한눈도 붙이지 못하고 도박을 한 노름쟁이 아들이 아버지와 겸상을 해 밥을 먹고 있는데,아들 녀석이 졸면서 젓가락으로 자꾸 간장 종지를 휘젓고 있지 않은가.보다 못한 아버지가“ 야 이놈아 ! 그것은 장이다”라고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아들놈이 “장땅이면 너 처먹어라”며 후다닥 돈을 꺼내 밥상 위에 내놓더란다.누가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겠지만,도박의 중독성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익살스런 농담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도박(내기)을 즐기려는 심리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 한다.대개 요행수로 한탕 해보겠다는 사행심이 발동해서 도박에 손을 대지만,그 심리적 기저에는 스릴과 해방감 그리고 우월감까지 동시에 맛보겠다는 본능이 깔려있다는 것이다.때문에 도박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벌어진다.세계 각국이 도박을 근절시키려고 온갖 수단 다 써봤지만,지금까지 성공한 나라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을 보면 도박의 생명력이 얼마나 지독한가 알 수가 있다.오죽하면 영국같은 나라는 지난 1959년도에 ‘인간사회에서 도박은 조절의 대상이지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겠는가. 난데없이 요즘 ‘바다이야기’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의 사행성 성인게임장 사건이 터져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어떤 순진한 이는 바다이야기길래 횟집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엉겁결에 마도로스가 되기도 하고,또 어떤 이는 바다에서 잠깐 이야기 좀 하고 나오려 했다가 바다의 매력에 폭 빠져 아예 그곳에 눌러앉기도 했다고 한다.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빈대떡에 빈대가 없고,솜사탕에 솜이 없는데 바다이야기라고 바다가 있었겠는가.그곳에 가면 오직 ‘도박이야기’ 뿐이었을텐데 어찌 걸려들지 않고 배길 수가 있었겠는가 말이다. 도박이 유해하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영국이 내린 결론처럼 관리를 해나가야지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한데 우리 정부는 관리를 하라니까 친절하게도 하우스를 설치해주고 선수들이 꾀도록 정책적인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도박피해자들 태반이 서민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일이다.더 이상 바다이야기로 의혹의 바다를 만들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박이야기’의 실체를 공개하고 용서를 빌어야 그나마 죄가 가벼워질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8 23:02

[오목대] 도박

도박에 관한 속담은 흥미롭다. ‘계속 노름을 하면 신까지도 지게 마련이다’(중국) ‘젊은 노름꾼은 늙어서 거지가 된다’(독일) ‘노름꾼의 지갑에는 자물쇠가 없다’(프랑스) ‘노름은 도깨비 살림’(한국) 등등. 이들 속담의 결론은 하나다. 패가망신한다는 것이다.도박의 역사는 길고 종류 또한 많다. 이집트에는 BC 1600년에 도박이 있었고 성서에도 도박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로마에서는 주사위, 수레바퀴, 검투, 복권 등 다양한 도박게임이 성행했다. 복권이 본격 발행된 것은 1400년대 네덜란드에서 였고 1530년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로토’복권이 나왔다. 1860년대 탄생한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는 오늘날 대표적인 도박도시로 꼽히고 미국의 라스베가스에 카지노가 합법화된 것은 1931년 부터다.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쌍륙(雙六), 고려때 골패(骨牌), 조선 중기에 투전(投錢)이 들어 와 민간노름으로 성행했다. 19세기에 일본에서 화투가 들어왔고 포커게임은 해방이후 미군에 의해 퍼졌다.우리나라의 한 해 도박산업 규모는 15조원 가량. 5대 합법도박인 카지노, 경륜, 경마, 로또, 경정 등에 몰리는 돈이 그렇고 각종 지하자금까지 하면 천문학적이다. 또 성인남녀의 10% 가까이가 도박중독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도박은 돈과 쾌락추구가 필수요소다. 여기에는 운과 기술, 위험, 속임수 등이 따른다. 마약과 같아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G.워싱턴은 도박을 ‘탐욕의 자식, 죄악의 형제, 해독의 아버지’라고 불렀는지 모른다. 요즘 사행성 오락게임인 ‘바다 이야기’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물고기떼가 헤엄치는 간판, 얼핏 보면 횟집처럼 보이는 이곳이 진원지다. 2004년 12월에 첫선을 보인 뒤 2년도 채 되지 않아 성인오락실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국 1만5000여 성인 오락실중 바다 이야기가 무려 70%를 휩쓸고 있다. 9000여개의 편의점을 능가한다.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같은 도박 열풍을 조장했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을 진흥시킨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도박을 장려한 셈이다. 상품권 발행 등 이권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업자 등의 검은 커넥션도 드러나고 있다. 잘못된 정책적 판단이 국민을 도박의 바다에 빠뜨린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5 23:02

[오목대] 윤(閏)7월

오늘이 윤(閏)7월 초하루다.옛 사람들은 윤달을 ‘여벌 달’ ‘공달’ ‘덤달’ 또는 ‘썩은 달’이라고 불렀다.다른 달과는 달리 걸릴 것도 없고,탈도 없는 달이라 해서 평소 주저하던 궂은 일을 하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조상의 묘를 이장(移葬)하거나 화장(火葬)을 하고 맘놓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지상의 모든 잡신이 쉬는 달이어서 액(厄)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집대성해 놓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윤달 관습이 나온다.‘윤달에는 결혼하기 좋고 수의(壽衣)만드는데도 좋다.이때 불공을 드리고 공양을 하면 극락세계에 간다고 하여 노인들이 분주히 절을 찾는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윤달을 상서롭지 못한 달이라 하여 결혼을 꺼리거나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심지어는 윤달에 출산하지 않도록 출산을 앞당기기위해 제왕절개 수술까지 한다.올해의 경우 윤달이 여름 끝무렵에 겹쳐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반면 수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묘 이장이나 화장 요청으로 장묘업체들은 호황을 톡톡히 누리는 모양이다. 윤달은 양력과 음력간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고안됐다.양력으로 1태양년은 365.2422일인데 음력 1년은 이보다 약 11일이 짧아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어 태양력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이것을 맞춰놓지 않으면 동지 섣달에 무더위가 닥치는 일이 일어난다.윤달을 두는 방법은 24절기에 맞춘다.절기는 입춘(立春)과 같이 양력의 상순에 들어가는 12절기와 춘분(春分) 같은 12중기(中氣)로 나눈다.음력 한달에는 원칙적으로 1개의 절기와 1개의 중기가 들게된다.윤달은 중기가 없는 달을 그 전달의 윤달로 정하는 것이다.이것이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다.올해의 경우 윤7월에는 절기인 백로(白露)만 들어있고 중기는 없다. 윤달은 지구와 달이 태양을 도는 공전속도가 가장 더딘 여름에 주로 생긴다.따라서 5월의 빈도수가 가장 많다.겨울에는 좀처럼 윤달이 나타날 수 없다. 과학문명시대에 결혼을 미루는 등 윤달의 속설은 과학적 방법으로 윤달을 도입한 조상들의 지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굳이 윤달의 의미를 찾는다면 평소 액운이 두려워 미뤄둔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할 성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4 23:02

[오목대] 명품족

전국을 방랑하며 살았던 매월당 김시습은 산문(山門)에 들면 그 산에서 자란 나무 한토막을 베어 금(琴) 통을 깎았다. 그리고 그 산에 사는 짐승을 잡아 심줄을 빼어 금줄을 만들었다. 거칠디 거친 조품(粗品)이지만 손때 묻혀 길들인 뒤 그 금에서 나는 소리를 즐겼다. 금줄 튕기는 손가락에 피가 아홉번 난 후에야 비로소 음의 청탁을 알게 된다. 다른 산문에 들면 또다시 그런 식으로 산금(山琴)을 만들어 산마다 달라지는 오묘한 음색을 즐겼다고 한다. 명연주는 명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거듭된 훈련으로 신묘한 경지를 터득할 때 가능하다. 명기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명품 골프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언더타수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최근 가짜 명품 사건이 불거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빈센트 앤 코'라는 시계 가격은 약 580만~9750만원. 원가는 8만~20만원. 이쯤되면 대동강 물 팔아먹은 김선달에 버금간다. 100년 이상의 전통, 황실에서만 주문제작해 쓴 명품이라는 말에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사족을 못쓰고 다 넘어갔다. 골빈 부자라던지, 연애인, 재벌마누라, 국회의원 사모님, 허영심 많은 '된장녀' 등등이 그들이다. 현대사회에서 명품은 신분과 능력을 드러내는 징표다.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건 명품 자체의 사용가치보다 그것이 갖고 있는 '후광효과' 때문이다. 명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질적인 차이와 다름을 추구하고 그 다름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나친 자기과시욕과 허영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어쩌랴. 가짜 명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사치와 허영의 단면이다. 개인의 인격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값비싼 명품을 걸쳐야 대접받는 사회, 내실보다는 겉치레, 능력보다는 외모로 자신감을 얻으려는 세태가 우리 사회를 허영공화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명품으로 치장하기 위해 곗돈을 붓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사람마저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착각하는 게 문제다. 천박한 부자라고나 할까.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병’은 세계적인 명품 깜이다. 이 한국병에 명기를 만들고 길들이며 즐긴 김시습의 금(琴)은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3 23:02

[오목대] 쏠림현상

광장문화 중 하나인 거리응원은 이제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계승·발전된 우리의 거리응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이는 우리의 문화적 행위가 이제는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을 만큼 보편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다.서구에도 광장문화는 있다. 마을이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은 문화와 정신적인 측면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런 광장문화만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와 서구는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이야 부모 자식만이 가구를 구성하는 핵가족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같이 사는 대가족 세대가 주류였다. 이러한 세대 구성은 가족끼리의 관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일 수밖에 없는 문화를 만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다듬어질 수밖에 없었고 가족을 대표하는 단일한 의견이 개인의견에 앞서는 것이 당연시 되었었다. 광장문화에서 타문화권보다 강력한 응집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도 바로 이러한 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거리응원뿐 아니라 명품에 대한 집착, 일부 특성 영화에만 관객이 몰리는 현상 등 최근 한국사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을 ‘쏠림현상’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쏠림’이라는 표현이 현상을 다소 가볍게 만들기는 하지만 몇 가지를 넘어 수십 가지 사회적인 현상은 이 단어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인구의 이동 역시 쏠림현상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2/4분기만 보면 전입지 1위가 경기도인 시도는 전북을 포함한 서울, 인천, 강원, 충북, 충남 등 6개 지역, 전입지 1위가 서울인 시도는 경기, 제주 2개 지역으로 나타났다.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전북인구의 비율은 1980년 전국인구 대비 7.1%였지만 2000년에는 4.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전북인구 비율의 하락은 1980년 이후 5년마다의 인구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지만 전북지역은 오히려 감소하였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전국의 인구증가율을 기준으로 전북의 인구증가율을 보면 매 5년마다 -14.7%, -11.8%, -10.8%, -3.9%의 차이를 보였다. 2000년 조사결과에서 그 격차가 줄어든 것을 위안거리로 삼아야 할 형국이어서 안타깝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2 23:02

[오목대] 공시족

몇몇 재벌기업이 국가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시절 공무원은 취업지망생들에게 별로 인기있는 직종이 아니었다. 대학 간판과 실력이 웬만한 학생이라면 으레 고시에 도전을 했지 하위직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지금처럼 대학생이 흔치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말단 공무원 봉급으로는 살림 꾸리기가 너무 옹색했던 탓이 더 컸다. 공무원 보수가 기업에 비해 얼마나 형편이 없었으면 공무원에게 그렇게 인색하게 굴던 언론들까지도 공무원 월급은 올려줘야 한다고 떠들어댔겠는가.그리 머지않은 과거 어느 때까지 공무원들은 정말로 박봉에 시달렸다. 눈치껏 장난을 쳐 부수입(?)을 올린 공무원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국가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겠다며 멸사봉공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우직한 공무원들은 살림살이가 여간 고단하지가 않았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쌀 몇 말에 연탄 몇십 장 들여놓고 나면 월급봉투는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그래서 어느 한 달 부식값 걱정 않는 달이 없었고, 자식들 교육비며 의료비 걱정은 의당 숙명처럼 달고 살아야 했다. 한마디로 말만 화이트칼라지 기층민 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 공무원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지난 2000년에 직원 100명 이상 기업의 88% 수준이던 공무원 급여가 작년엔 93% 수준까지 높아졌다. 또 퇴직 후에도 마지막 3년간 임금 평균의 76%를 평생 연금으로 받을 수가 있어 31년간 근무한 서기관의 경우 매달 220여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은행이자로 치면 원금이 무려 7억원은 돼야 한다. 게다가 도둑놈 심보만 버린다면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니, 요즘같이 사오정이니 삼팔선이니 하는 세상에 그만한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공무원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젊은이들이 온통 공무원 시험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7급이든 9급이든 보통 100대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니 이건 시험이 아니라 거의 로또복권타기 수준이다. 산업구조가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안정된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긴데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준비에 올인한다고 해서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 사회에 공시족(公試族)이 넘쳐나다 보면 창조적 에너지가 사장되고, 폐인되는 인재 양산될까 두렵다는 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21 23:02

[오목대] 전주 비빔밥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였던 전주 비빔밥이 요즘 뜨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전주 비빔밥은 최근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100대 민족문화 상징’에 올랐다. 지역 명칭이 들어간 유일한 음식으로 꼽힌 것이다. 또 지난달 중국 북경에서 열린 제4회 세계미식(美食)대회에서도 우수성을 입증해 보였다. 전주 비빔밥(골동반)이 비(非) 중국요리 부문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휩쓴 것이다. 음식 하면 어깨에 힘을 주는 중국사람들도 심사평에서 “높은 영양가를 갖춘데다, 자연 재료 빛깔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요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대한항공은 9년전 부터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개발해 지금까지 2000만 그릇을 냈다. 국제기내식협회(ITCA)는 1998년 대한항공의 비빔밥을 최고 기내식으로 뽑은 바 있다.전주 비빔밥이 웰빙 음식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재료가 음양오행에 합당하고 동물성과 식물성의 비율이 2대 8로 균형을 갖춘데 있다. 또한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는 소위 퓨전이나 컨버전스(융합) 등 블루오션이라는 현대적 개념에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주 비빔밥은 문헌상 궁중음식에서 전래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시대 궁중음식의 수라(임금이 먹는 밥)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등 4가지가 있었다. 이 때 비빔은 점심 때나 혹은 종친이 입궐했을 때 기벼운 식사로 이용되었다. 그것이 차츰 양반계급이나 중인, 서민에게 까지 전해져 오늘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주에서는 감영(監營)내의 관찰사, 풍락헌의 판관 등이 입맛으로 즐겼다. 또 전주성 내외의 양가에서는 물역(物役)이나 노역이 따랐기 때문에 큰 잔치 때나 귀한 손님을 모실 때 입 사치로 다루었다고 전해진다. 말하자면 고관들이나 양반가에서 식도락으로 즐겼던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재료는 30 가지가 넘었고 부재료는 계절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리도 지금과 달리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 밥만 해도 닭을 푹 삶은 진한 국물과 암소 등심살을 삶은 국물을 혼합해 지어냈다. 하지만 비빔밥이 수천명이 먹을 수 있는 ‘전시성’행사에 동원되고, 메뉴얼화되면서 옛 맛을 찾기가 어려워져 안타깝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8 23:02

[오목대] 물 산업(産業)

인류 역사상 강(江)을 끼고 일어나는 국가나 지역간 분쟁은 하천 물을 어느 쪽이 먼저 차지하느냐 하는 다툼에서 비롯됐다.대표적인 분쟁지역이 중동지역이다.전 세계에서 2개국 이상을 끼고 흐르는 214개 하천은 언제라도 물 사정이 악화되면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지뢰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3억8500만㎥로 이 가운데 97.4%는 바닷물이며,담수는 2.4%에 불과하다.그나마 담수의 상당량은 지하수 형태이거나 이용이 어려운 곳에 존재하고 있다.여기에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등으로 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물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세계 물위원회는 수년전 부터 ‘2025년이면 세계 인구 3명중 1명꼴인 약 27억명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세계은행 부총재인 이스마엘 세라젤딘도 ‘20세기의 전쟁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과거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재로 여겼던 물이 이제는 개발과 관리를 위해서 엄청난 투자와 기간이 필요한 공공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같은 경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연간 평균 강우량은 1274㎜로 세계 평균치 보다는 많지만 조밀한 인구 때문에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치의 9%에 불과하다.게다가 올해처럼 7∼ 8월에 연간 강우량의 70% 정도가 내리기 때문에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유엔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물의 중요성이 산업적 측면에서 크게 부각되면서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인 ‘물 산업(産業)’이 각광받고 있다.지난주 뉴욕타임즈는 석유보다 더 큰 이득을 안겨줄 수도 있는 새로운 산업인 물 산업에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수자원 관련 설비및 서비스가 주류인 물 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4000억달러 규모 시장이 형성돼 있고,물 사정이 좋은 미국에서도 2010년 까지 1500억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물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동력으로 내다본 전망과 상업적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지난 2월 ‘물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한 우리 정부와 기업도 이같은 세계적 흐름에 하루 빨리 적응해야 할 시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7 23:02

[오목대] 나라의식

새도 짐승도 슬피 울고 산천마저 찡그렸는데/ 무궁화 삼천리 강산은 이미 깊이 가라앉았네/ 가을 등잔 아래 책장 덮고 옛 역사 생각하니/ 사람중에 배운 사람 노릇이 이렇게 어렵도다. 매천(梅泉) 황현(黃炫)의 그 유명한 절명시(絶命詩)이다. 1910년 국치(國恥) 소식을 듣고 번뇌하는 지식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당대의 시인이던 매천이 전남 구례 은거지에서 독배를 들고 자결하면서 유서와 함께 남긴 최후의 절구다. 매천은 절명시와 함께 가족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는데, 가족이라기 보다는 만 백성들을 향한 비장감의 메시지를 보는 것 같다. “…별 인물도 아닌 내가 꼭 죽어야 할 이유는 없으나 , 이 나라가 선비를 기른지 500년에 기어이 나라가 망한다는데 한사람도 목숨 바치는 이가 없다면 그 또한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 …평소 책 읽은 바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이제 죽음의 긴 잠에 들려 하노니, 내 마음 자못 통쾌 하도다. 너희도 너무 슬퍼말라” 나라 뺏긴 책임이 마치 매천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죽음으로써 선비의 도리를 다하려는 절개가 배어있다. 꼿꼿한 선비의 표상이다. 이에 앞서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위암 장지연이 국권 찬탈을 두고 피울음으로 통곡한 사설도 나라 사랑하는 의식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저 개 돼지만도 못한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칼로 배를 가르지도 못하고서 뻔뻔스럽게 세상에 다시 섰으니” 등의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매국노들을 질타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오늘 목놓아 크게 우노라’가 그것이다. 어제가 광복 61주년이었다. 광복의 그날이 있기까지엔 극일정신이 36년간 이어져 왔고 매천이나 위암 같은 나라 사랑하는 기개와 용기, 희생이 그 바탕이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중.일 3개국 청소년 2,939명을 대상으로 역사인식과 국가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한국이 가장 약한 것으로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 청소년 41.1%, 중국 14.4%, 한국 10.2%였다. 지배를 많이 받았던 나라의 청소년들의 국가관이 왜 이렇게 낮은가. 목숨을 내던지며 나라를 지키려 했던게 채 100년도 안된다. 무엇이 이렇듯 큰 변화를 몰고왔는가. 매천과 위암이 하늘에서 통곡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6 23:02

[오목대] 광복절 단상

2002년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의원들이 708명의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사회·문화·예술계에서 집중심의 대상이 되었던 16인 중에는 김활란, 모윤숙, 박인덕, 송금선, 김은호, 현제명, 홍난파, 이능화, 김성수, 방응모, 장덕수, 권상노 등 광복 후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큰 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간의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발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친일반민족행위자 조사가 책임있는 기관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사실 광복 후 52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이러한 조사가 진행된 이유는 광복 후 일제청산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데서부터 비롯한다.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나머지 단추 역시 잘못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친일을 했던 이들은 해방 후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자리하게 되고 이들 앞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조사는 쉽지 않은 일일 수 밖에 없었다.오는 18일부터는 범정부기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1904년 러·일 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취득한 재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위원회의 활동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위원회가 환수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후손이 갖고 있는 재산들이다. 대상이 되는 후손들은 400여 명에 이르는데 을사오적, 정미칠적 등 친일반민족 행위자이면서 친일활동의 대가로 토지 등을 획득했을 것으로 위원회는 추정하고 있다.이러한 조사와 별개로 조상의 땅을 돌려 달라는 소송과정에서도 앞서의 특별법과 관련해서 친일파 후손의 소송취하가 검찰에 의해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거부는 일단 소송을 취소한 뒤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때 다시 소송을 제기하려는 의도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결국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근래에 진행되고 있는 일제청산의 사회적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제의 잔제를 청산하는데 이리도 오랜 세월을 보내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5 23:02

[오목대] 5일장의 소고

국민의 8할이 농촌에 뿌리박고 살던 시절, 온 동네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떠는 날이면 보나마나 5일장날이다. 곱게 다려 입은 두루마기에 단정하게 갓을 맨 할아버지, 시장에 내다 팔 오만가지 농축산물을 바리바리 이고지고 집을 나서는 아저씨 아주머니, 시장에 가면 모처럼 실컷 먹고 별별 구경 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아이들까지 그날은 모두 괜스레 기분이 들뜨는 날이었다. 당시 5일장날은 바로 우리 민족의 지역축제마당이었던 것이다.그랬다, 시장에 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았다. 곡물전에 어물전은 기본이고, 가축전 옹기전에 철물전 비단전까지 비행기와 잠수함만 빼고 있을 것은 죄다 있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쇠전 옆 공터 가마솥에서는 돼지머리와 내장이 부글부글 끓고, 잡화전 앞 간이식당 양은솥에서는 국수 삶는 냄새가 구수한데 이것이 볼거리와 먹거리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판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5일장날은 또 민초들이 모여 주제없는 토론을 하는 날이요, 낯선 이웃을 만나 흉허물을 트는 사교의 날이기도 했다. 어떤 이는 자기 자랑으로 침이 마를새가 없고, 어떤 이는 신세 한탄으로 눈물이 마를새가 없다. 그러나 그들을 결코 누구를 부러워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그냥 운명으로 용서 해버린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 냄새 가득한 5일장날의 진솔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새삼 거론한 필요조차 없거니와, 지금 5일시장이 침체의 도를 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농촌이 거대한 경로당으로 변해가고 돈이라는 돈은 모조리 도시로 빨려 가는데 5일시장이 살아남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대형할인점들이 속속 들어서 저가 폭탄을 퍼붓는 데다 경기마저 장기침체국면에 빠져 농촌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용빼는 재주로 5일시장이 살아남겠는가 말이다.5일시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국민들이 크케 불편할 일은 없다. 어찌 보면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5일시장이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다만 필부들의 꾸밈없는 이야기와 무시로 피어나는 인정까지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 서운하다는 얘기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4 23:02

[오목대] 코드인사

‘김완주 도정’의 첫 인사가 마무리됐다. 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파격적이다. 승진연한이 안된 서기관을 부이사관 자리에 직위승진시키면서까지 발탁과 패널티를 병행했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하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예상을 뛰어 넘었다. 도청 공무원 조직이 깊은 침묵 속에 빠졌다. 할말은 많지만 속내를 드러낼 수도 없다.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지켜보고 있을 ‘세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인사 하나로 조직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금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왕왕거릴 것이다. 이런 식의 인사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이니면 하락으로 결과될지 지켜볼 일이다.참여정부의 인사를 두고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전북도 인사 역시 코드인사의 성격이 짙다. 김완주 지사의 코드이건 아니면 측근의 코드이건 그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이 대거 발탁돼 중요 자리에 배치됐다. 도와 전주시를 순환하며 돌려막기 식으로 코드에 맞는 사람을 골라쓴 대목은 ‘회전문 인사’다. 꼭 청와대 인사 같다.인재풀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코드인사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인사권자가 이념과 성향이 맞는 사람을 골라쓰는 건 당연하다. 기업도 이미 오래전부터 코드형 인재를 뽑아왔다. 학력, 경험, 능력 등에서 ‘최고’의 인재를 선택하기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적합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최적’의 인재를 구하는 경향이 뿌리내린지 오래다.문제는 코드인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조직의 생산성 향상이다. 인사에서 검증의 대상은 도덕성과 능력이지 코드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코드는 필수요건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외부인사를 영입해서라도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른바 개방형 직위제를 통해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그런데 전문분야에 대한 외부수혈을 감당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과원 때문에 개방형 직위제를 실행하지 못한 탓이다. 코드인사의 핵심은 속내에 담아둔 외부인사 영입인데 그걸 시행하지 못했다. 전문분야 인재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김완주 도정의 첫 인사는 이런 제한 때문에 ‘어정쩡한 코드인사’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1 23:02

[오목대] 노후대책

중국 송(宋)나라 때의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오계(五計)’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살아가는 방도인 생계(生計),건강과 수신으로자기완성을 이루는 신계(身計),가장의 소임을 다하는 가계(家計),노년을 대비하는 노계(老計),품위있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사계(死計)를 말한다.선인들도 나름대로 노후생활과 죽음에 대해 고심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대한상의가 서울지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노후대책 실태조사 결과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2.4%,‘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가 2.5%인 것으로 조사돼 전체의 44.9%가 현재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상당수 직장인들이 노후걱정은 되지만 지금 살기도 빠듯해 미처 노후대비를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이들이 ‘사오정(45세 퇴직)’등에서 무사히 살아나 50대 후반까지 직장생활을 한다해도 그 이후가 문제이다.현재 78세인 우리의 평균수명에 비춰볼 때 20년은 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평균수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40년도 더 살수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적 대비 없는 노후를 기다리는 것은 빈곤과 질병,외로움이다.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통들이다.현재도 공적연금등으로 노후대비를 스스로 하고 있는 30% 미만을 제외한 대다수 노인들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2001년 부터 5년동안 61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1만8793명)이 전체 자살자 수의 28.6%를 차지해 가장 많은 사실이 우리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등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용돈 수준의 지급액으로는 노후생활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갈수록 심화되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미풍양속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어 자식부양에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무방비로 황혼기를 맞는 노인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재앙이라는 경고도 있다.정부와 지자체가 노인들의 빈곤과 소외문제등 복지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10 23:02

[오목대] '쿨비즈'

태양을 구워먹어도 시원치 않을 더위. 폭염으로 지구촌 북반구가 펄펄 끓고 있다. 유럽쪽이 난리다. 네덜란드에선 300년만에, 스위스에선 140년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독일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래 가장 무더웠고 영국은 95년만에, 프랑스와 벨기에는 반세기만에 가장 무더운 여름을 맛보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에선 지난달 각각 122명과 190여명이 숨졌다. 그러니 '살인폭염'이란 말이 나온다. 폭염원인을 놓고는 지구온난화와 여름철 당연한 현상 등 시각이 엇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의성의 최고기온은 37.2까지 치솟았다. 하루중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일수도 늘고 있다. 전주 대구 목포 포항 지역이 이미 평년 열대야 일수를 넘어섰다. 전주는 9일째다. 인간이 스스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한계는 섭씨 34도. 34도가 넘으면 땀만으로는 열기를 식힐 수 없어 요즘처럼 34∼35도를 오르내리는 날이 계속되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심박수는 15회나 증가하기 때문에 정신건강도 위협받는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어느 환경운동단체가 ‘쿨비즈(Cool Biz)’ 캠페인을 벌이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쿨비즈란 '쿨'과 '비즈니스 룩'의 합성어. 말 그대로 시원하게 일하기 좋은 패션이란 뜻이다. 노타이 노자켓 등으로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업무복장을 일컫는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넥타이와 양복 재킷을 벗고 일하자는 것. 노타이 차림은 넥타이를 매었을 때 보다 체감온도가 2℃ 정도 떨어진다고 하니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는 ‘옷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센스가 무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다. 그런데 이런 삼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넥타이 매기를 고집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매는 사람은 더 덥고 그걸 보는 사람은 갑갑하다. 무더위에 웬 넥타이냐며 넥타이를 풀라고 해도 풀지 않는 조직문화도 있다. 윗사람이 풀지 않으니 덥지만 참고 그냥 따라가는 꼴인데, 그런 사고가 넥타이 맨 것보다 더 답답하다. 넥타이 풀고 부채 들면 체감온도는 2도가 아니라 4∼5도는 내려갈 것이다. 무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도 있는데 그걸 외면하니 더 덥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9 23:02

[오목대] 몽골 이해

인구 247만명, 인구증가율 1.4%, 인구밀도 1.52명/㎢, 평균수명 65.2세(남62.9세, 여 67.6세), 인구구성 0∼14세(38%), 15∼64세(58%), 65세이상(4%), 할흐몽골족(79%), 카자흐족(5.9%), 중국계(2%)등 17개 부족으로 구성된 종족, 할흐몽골(Khalkh Mongolia)어 사용, 라마불교(90%이상), 이슬람교(5%)의 종교에 90년 이후 개신교 및 카톨릭 등이 전파된 나라 몽골. 러시아에 편입된 브리야트계는 현재 바이칼 호수 부근에 거주하는데 이들이 러시아에 편입된 것은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에 의해서이다.우리와 같은 얼굴 생김새와 체구 그리고 알타이어족이라는 공통점까지 있어서 몽골은 친숙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아직 우리와 격차가 커서 이들에게 우리는 ‘무지개 나라’로 불릴 정도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들이 적지 않다. 국내 체류 몽골인은 모두 2만700여명 정도인데 그중 1만500여명은 합법 체류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서울 동대문 운동장역 인근 중구 광화동 뉴금호타운 빌딩 주변은 몽골 음식점과 술집 등이 있어 ‘몽골타운’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이들 몽골인들이 본국에 보낼 돈을 송금해 주는 몽골은행들이 있기도 하다. 이들 은행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불법체류 몽골인들이 시중 은행을 이용해서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지만 최인호씨의 소설 ‘깊고 푸른 밤’의 주된 줄거리가 미국 사회에 불법체류한 우리 한국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들 몽골인들의 애환 역시 이해 못할 바 아니다.7, 8월 여름에는 몽골로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업 때문에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여행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도 단순한 관광 목적에서부터 종교적인 목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전과는 달리 한국국제협력단(KOICA)등 자원봉사들 목적으로 몽골을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부시 미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하고 ‘밀레니엄 챌린지 계획’에 몽골을 포함시켜 매년 3억 달러 수준의 원조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의 움직임은 우리의 몽골방문과 그 성격이 다르다. 앞으로 몽골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8 23:02

[오목대] 대통령 인사권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중도하차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문제를 놓고 당청간 갈등기류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대통령 인사권의 한계' 논란이 여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친노그룹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더 이상 훼손되면 정권 말기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된다는 판단이고, 여권 수뇌부와 반노그룹은 노 대통령의 코트인사를 견제하지 않으면 민심이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정치권의 압박으로 김 부총리가 사퇴할 때까지 비교적 인내를 하던 청와대가 여권 일각에서 또 문 전 수석을 걸고 넘어지자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병완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에 보장된 핵심적 권한으로 존중돼야 마땅하다"며 "여론재판에 편승하는 구태적 정치문화에서 벗어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반노진영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절대적 권한이라는 말은 권위주의정권 시절 얘기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지 독단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며 즉각 반격 자세를 취했다.'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고 어는 쪽 주장이 정당한지 듣는 국민은 헷갈린다. 대통령 인사권이 헌법 권한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고, 헌법 권한이라 하더라도 그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힘겨루기도 결국 힘 센 쪽이 판정승을 거둘 것이다. 정치적 행위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탕평책을 쓴 정조가 한 말이라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써 더 유명해진 명언이다. 한데 그는 엉뚱하게 '깜짝쇼' 인사를 남발하다 인사를 망사(亡事)로 만들고 말았다. 재임기간 동안 각료 평균 임기가 8개월도 채 안돼 '장관'은 없고 '단관'만 있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으니 나라 꼴이 온전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언필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자원도 사람이다. 때문에 사람 다루는 일을 잘해야 매사가 잘 풀리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정조임금 말마따나 인사가 모든 일의 시작이자 전부인 것이다. 집권을 했다 해도 인사권이 없다면 실탄 없는 총을 든 것이나 다름없다. 또 실탄이 장전된 총을 가졌다 해서 함부로 다룬다면 예기치 못한 사고를 칠 수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천금같이 무거운 이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7 23:02

[오목대] 판사자리

불교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은 일제때 판사였다.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평양에서 법관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내린 사형언도가 오심임이 밝혀지자 산으로 들어가 선승이 되었다. 김제 출신의 김홍섭 판사는 ‘사도(使徒)법관’으로 유명하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는 항상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품고 재판에 임했다. 또한 그는 사형수의 대부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총애하던 육군 특무대장 김창룡을 살해한 허태영 대령 등 10여명의 사형수를 가톨릭으로 인도해 마음의 평안을 얻도록 했다.이분들의 면모를 보면 판사는 종교인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 일은 신(神)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판사는 ‘신의 영역’을 다루는,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판사는 종교인 뿐 아니라 심오한 철학자요 역사가요 예언자여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자리라는 뜻이다.하지만 이와 대조적인 말도 없지 않다. 프랑스에는 ‘선물이 크면 재판관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또 러시아에는 ‘하느님에게는 진실을 고하고 재판관에게는 돈을 건네라’는 속담이 있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있다. 그래서 30년 동안 미국 대심원 판사를 지낸 O.W. 홈스는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재판관이란 순진하고 단순한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메피스토펠레스적인 데가 있어야 한다.” 요즘 법조비리로 시끄럽다. 판사 15명이 관련된 1997년 의정부 비리와 1999년 대전 법조비리에 이어 대형 법조비리가 또 터졌다. 카펫 수입업자인 브로커와 고법 부장판사 등 전현직 판검사들이 서로 ‘형님 동생’하며 유착해 지내면서 사건을 봐 준 것이다. 당연히 금품과 향응, 접대골프 등이 뒤따랐다. 또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3명도 건설업자로 부터 비슷한 대접을 받다 이것이 드러나자 사표를 냈다. 이 가운데 2명은 업자가 제공한 57평 아파트에 공짜로 살았다고 한다.때 맞춰 대법원은 평판사 993명의 재산을 실사했다. 변호사협회는 비리가 있는 판검사들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할 예정이다. 판사들 마저 믿지 못하는 사회가 두려울 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4 23:02

[오목대] 폭염

35년만이라는 한달여의 긴 장마가 끝난후 불볕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찜통더위는 밤까지 이어진다.밤중에도 최고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熱帶夜)를 이기기 위한 갖가지 묘책이 동원되면서 새로운 풍속도까지 형성되고 있다.시원한 천변이나 공원마다 한밤중에도 가족단위 피서객으로 붐비고,보신 음식점,심야극장,대형 할인점, 찜질방 등도 한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도시지역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빌딩의 복사열 그리고 자동차와 에어컨에서 내뿜는 열기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열섬현상(Heat Island)’현상 마저 겹쳐 도시민들의 짜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특히 전주의 경우 전주천과 삼천변등에 밀집된 아파트단지가 바람길을 막으면서 열섬현상을 가속시키고 있다.전주시가 대구시와 함께 전국 최고의 무더위 도시로 불리우는 원인이다. 지금 폭염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달구고 있다.이웃 중국에서는 지난달 31일 낮 최고기온이 37.9도에 이르면서 상하이에서는 노후한 지하철 객차안에 얼음을 담은 양동이를 배치해 더위를 식히는 광경까지 연출했다.북미와 유럽등지에서도 기록적인 무더위가 몰아치고 있다.특히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어서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7월이 공식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706년 이후 정확히 300년만에 ‘가장 뜨거운 달’로 기록됐다.폭염피해도 잇따라 최고기온이 섭씨 39∼ 40도 까지 올라간 프랑스에서만 모두 64명이 숨졌다.미국에서도 최고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치솟으면서 지난달 말까지 14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촌의 이같은 이상기온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지적되고 있다.지난 1세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6도 상승했다.과학자들은 오는 2050년 까지 지구기온이 평균 1.7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지구 온난화는 꾸준히 진행될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지구가 이처럼 무더워지고 있는 원인과 해결방법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않는데 있다.심지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한 교토의정서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게 현실이다.기상변화는 서서히 이뤄지지만 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때가 늦다는데 기상재앙의 무서움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3 23:02

[오목대] 골프 교훈

골프는 인생에 비유된다. 샷 하나 하나가 신중해야 하고 힘이 들어가면 엉뚱한 샷이 나온다. 골프는 또 예의가 깎듯한 스포츠다. 골프의 이런 성격은 삶의 순간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지, 무리하고 욕심 내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등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라운딩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논픽션 '마지막 라운드'(제임스 도드슨 저. 아침나라. 1999)에는 이런 이치가 잘 묘사돼 있다. 2개월 시한의 암 선고를 받은 여든 살의 아버지와 주인공인 아들이 골프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말한다. "골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것이다" 골퍼들은 이번엔 꼭 버디를 잡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세컨 샷에 힘이 들어가 망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한다. 욕심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무리하지 않아야 좋은 샷이 나온다. 골프를 맨털 스포츠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게 여간 쉽지 않다. 부자는 목적지인 골프의 성지에 도착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라운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아들은 애써 라운드할 기회를 만들려 하지만 아버지는 충고한다. “룰을 깨면서까지 플레이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니? 우리 때문에 룰대로 하면서 플레이를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정치인들이 ‘수해골프’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얼마전 강원도 수해현장 인근인 정선에서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굿샷을 외치며 골프를 즐기다 된서리를 맞았다. 며칠 뒤 이번엔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충주의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수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회동을 주선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뿐인가. 지난해 4월엔 이해찬 총리가 강원도 대형 산불 때에, 7월엔 남부지역 집중호우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쳐 눈총을 받았고 철도파업 첫날인 올 3.1절날 부산서 기업인들과 골프를 즐기다 결국 낙마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004년 태풍 매미 피해중 제주도에서 한가롭게 골프휴가를 보내 비난을 샀다. 정치인이랍시고 힘이 들어가니 무리수를 둘 수 밖에. 골프 교훈을 따랐다면 화를 피했을 것이다. 인생의 교훈은 커녕 주변 상황, 사회의 룰마저 의식하지 않으니 골프 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2 23:02

[오목대] 약탈과 계륵 단상

지난 7월 26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보인 투표율 24.8%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투표자의 50%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고 할 경우 전체 유권자의 12% 정도의 지지를 받은 셈이 되니 대의 민주주의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서 당선된 이들의 정치활동이 유권자 특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의 불만을 가져 올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문제이다.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이렇게 저조한 투표율이라 하더라도 당선자의 대표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일단 선출된 이상 그 대표성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최근의 사례로는 ‘계륵 대통령’과 ‘약탈 정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간지 두 곳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닭갈비와 약탈자 정도로 치부된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이들 언론을 매도하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취재협조를 거부하여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도 우리 손으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가 봤지만 대통령을 중도에 끌어 내릴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사실가지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정서가 다르다고 해도 우리는 대통령과 현 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신문에 실린 계륵과 약탈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를 포함한 전후 맥락으로 보아 적절한 인과관계나 논리를 가지고 내용을 전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그동안 치러졌던 여러 선거에서 집권당이 줄줄이 참패를 당한 것이 민심이라 하더라도 이를 감정적으로 표출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머피의 법칙’을 패러디할 정도로 대통령을 회화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에는 어떤 특정 사안때문에 미웠다면 이제는 특별한 이유없이 밉다는 표현이 패러디로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을 엿볼 수 있다.현 정권을 약탈 정부라느니 계륵 대통령이라느니 하는 표현은 독자를 위한 기분풀이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 정국에 대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말 이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쉽게 결실을 맺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8.01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