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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매니페스토' 운동

공약(公約)이란 정당과 입후보자가 소속 정당의 정책과 개인적인 소신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공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공약은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며 책임정치의 요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공약은 선거 때만 난리를 피우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폐기처분되기 일쑤다. 그래서 공약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정치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공약(空約)은 애당초 지킬 가능성이나 의사가 없는 사기성 공약이 있는가 하면, 당시에는 지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후에 상황이 변하여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공약도 있다. 후자는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꼭 비난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키지 않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다. 거짓말을 하려면 엄청 큰 거짓말을 해야 긴가민가 유권자들이 속는다는 심리학자들의 말을 믿고 그럴싸하게 꾸며서 혹세무민하는 것이 계량할 수 없는 해악을 끼치게 된다는 말이다.사실 입후보자가 내건 공약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당선이 급하니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야겠고 사정이 급하다보니 최대한 뻥튀기를 해놓았는데 무슨 수로 그 많은 공약을 다 지키겠는가. 아마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공약이 모두 지켜졌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미국을 능가하는 초일류국가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공약(空約)을 쏟아놓는 입후보자들을 탓하기에 앞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유권자들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 급하다는 얘기다.5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학계·언론계를 중심으로 '매니페스토'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확실하게 추진하여 선거의 격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매니페스토운동은 실천불가능하거나 추상적인 공약을 지양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우선순위와 예산까지 적시해서 철저히 검증받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선진 민주국가인 영국에서 170년 전에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 2003년 일본 지방선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가 있다. 거듭 원하거니와 부디 이 운동이 성공을 거둬 다음 선거부터는 어중이 떠중이 모두 나와 설치는 꼴 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13 23:02

[오목대] 접대골프

미국에서 골프는 사회체육중 하나다. 비싼 곳도 없지 않으나 동네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한번 치는데 1만원이면 족하다. 오후 3시 이후에는 일몰 입장료라 해서 더 싸거나 무료입장이 가능한 곳도 있다. 연회비로 50만원 정도만 내면 매일 무료로 칠 수 있는 곳도 많다. 반드시 4명이 아니라 한두명이 라운딩해도 무방하다. 그야말로 동네 공터에서 축구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사정은 사뭇 다르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1회 라운딩 비용만 20-30만원 가량이다. 부킹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비회원은 아예 잔디 밟을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억대가 넘는 골프회원권이 인기다. 재테크 수단으로도 널리 쓰인다.그런데도 골프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2004년 9월 펴낸 자료에는 2003년 기준 국내 골프인구를 300만명으로, 한국갤럽은 2004년 10월 조사에서 약 200만명으로 산출했다. 골프업계는 이 보다 많은 300-400만명으로 잡는다.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우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곧 5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남한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미국이 전체인구의 20%, 일본이 10-13%인데 비해 결코 만만치 않은 숫자다. 또 등산인구 1000만명의 절반수준이다. 골프장 내장객수 또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95년 824만명에서 2005년 1776만명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이처럼 넘쳐나는 골프인구로 국내 골프장은 항상 만원이다. 현재 200여개가 운영중이지만 골프 수요를 채우지 못해 해외로 연간 50만명이 빠져 나간다. 그들이 쓰는 돈만 1조원으로 지난해 관광수입 적자의 29%를 차지했다.골프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소득수준이 향상된 덕이다. 여기에 박세리 선수의 LPGA 우승이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IMF위기로 시름에 잠겨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저항감을 줄인 것이다. 또 접대문화의 변화도 한 몫 거들었다. 과거 룸싸롱 접대에서 골프접대로 바뀐 것이다. 요즘 이해찬 총리의 ‘부산 3·1절 골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점이나 동행자들이 부적절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를 물고 늘어지는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들의 행태는 떳떳할까.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이 자기 돈을 내고 친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10 23:02

[오목대] 기상이변

올해 유례없는 강력한 라니냐 현상이 발생해 올 여름 기상이변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엊그제 ‘최근 2개월간 태평양 중부및 동부 적도부근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치 보다 0.5∼ 1도 낮은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른 기상조건과 종합해볼 때 태평양 전역에 걸친 라니냐 초기 단게와 일치한다’고 밝혔다.통상적으로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치 보다 0.5도 이상 낮게 지속될 경우 본격적인 라니냐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스페인어로 ‘어린 예수’또는 ‘남자 아이’를 뜻하는 엘니뇨(El Nino)와 ‘여자 아이’라는 의미의 라니냐(La Nina)는 정반대 개념이다.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는 현상을,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이 더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두 현상은 지구의 정상적인 대기순환에 큰 영향을 끼쳐 혹한, 폭염, 가뭄,홍수등 엄청난 기상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지난 1997년 부터 98년 까지 진행된 엘니뇨는 20세기 최대로 기록됐으며,98년과 99년 지구를 휩쓴 엘니뇨는 2만1700여명의 사상자와 약 34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라니냐는 보통 엘니뇨 뒤에 따라온다.필리핀등 동남아에서는 극심한 장마가,페루등 남미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최근 필리핀에서 집중호우에 이은 산사태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기상학자들은 라니냐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30년간 겨울철에 10회,여름철에 8회에 걸쳐 라니냐 영향을 받았다.겨울철의 경우 대부분 저온현상을 보였지만, 여름철의 경우 평년기온 보다 낮은 해와 웃돈 해가 엇갈렸다.강수량도 네 해는 많았고,네 해는 줄었다.이같은 추이때문에 전문가들이 더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매년 기상재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지금껏 인류가 연구 개발한 기술로는 엘니뇨나 라니냐의 발생원인과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하지만 기상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다는데 기상재앙의 무서움이 있다.기상이변의 심각성과 기상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예측기술 개발에 전 인류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09 23:02

[오목대] 박치기

386세대이전의 사람들은 박치기하면 바로 프로레슬링에서 호쾌한 박치기로 상대를 쓰러트려 게임을 마무리하였던 김일선수가 떠오르기 쉽다. 그런데 최근 레슬링의 박치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치기’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1968년 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은 조총련계 고교를 다니는 청소년들로 이들은 일본인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박치기'로 상징되는 폭력과 싸움으로 풀며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 갈등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남여학생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일본인과 재일동포의 진심 어린 화해를 모색하는 영화이다. 특히,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영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대사가 모두 우리말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어눌하지만 일본동포의 정서를 느끼게하고 있어 더욱 애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화해의 상징으로 나온 소재가 일본에서 그 당시 금지곡이었던 남과 북의 분단을 상징한 ‘임진강’이란 노래라는 점이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 임진강 흐름아 원한싣고 흐르느냐 "란 노랫말과 구슬픈 노랫가락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남북의 분단과 일본사회에서의 재일동포와 일본인 사이의 분단을 상징한 것인데 일본 남학생이 교토의 강을 건너고 금지곡인 임진강을 부르며 화해의 노력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그것도 단 한곳의 상영관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너무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 천만명을 동원한 한국영화의 성공속에 비록 일본 영화이지만 우리 민족의 분단으로 우리가 외면했던 재일동포의 꿋꿋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를 극장 1곳에서만 상영케 한 우리의 현실이 결코 떳떳해 보이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같다. 차제에 한국의 독립영화와 디지털영화의 중심지를 자임하는 전주에서 전주국제영화제동안이라도 이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08 23:02

[오목대] '하오체방'

우리말에는 경어법이라는 독특한 체계가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말투’를 바꿔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리고 그런 말투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이런 질서는 당연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큰 걸림돌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아버지, 밥 먹어라’식의 표현이 어법에 맞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우리 토박이들에게는 경어법의 질서를 어긴 표현이어서 거북하다.근래에 유행어로 ‘너나 잘 하세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도 바로 경어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런 비문법적인 호응관계가 갖는 설득력은 직면한 상황을 이러한 일탈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우리말 경어법 중 한가지로, 높이는 표현이 있다. 여기에는 상대방을 높이거나 나를 낮추는 방법으로 존대를 하는 세부적인 표현기법이 있다. 이런 표현들은 주로 나이가 말하는 이보다 많을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잣대로 사용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비중이 아주 낮은 편이다.경어법의 다른 한 가지로는 반말이 있다. 당연히 상대방이 더 젊을 때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존대말을 사용하는 것이 격식적인 표현태도이다. 반말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친밀감이 강화되기도 하지만 감정이 격해질 때를 제일 먼저 반영하는 것도 바로 반말투 표현이다.나이가 많은 피고소인에게 검사가 반말을 했다고 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만일 우리말에 경어법이라는 질서거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피고소인이 검사의 말에서 굴욕감을 느끼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상상을 해 본다.다른 한 가지 좀더 현실적인 방안은 요즈음 방송을 통해서 유행하는 ‘하오체’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피시 통신의 초창기에 모욕적인 언사를 금하기 위해서 개설했다는 채팅방 ‘하오체방, 대감방’ 등이 그 뿌리라고 한다. 그런 취지를 살린다면 인격적인 모욕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하오체방, 대감방’ 등으로 이름을 붙여 분위기를 좀더 순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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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3.07 23:02

[오목대] 야바위 공천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폐단은 새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정당의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중앙정치권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제도를 약화시켜 정치발전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같은 논리는 중앙당의 권력강화를 위한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지방선거 후보를 중앙당이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도는 우선 지방자치 목적과 크게 상치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역당 성격이 강한 우리니라 정당구조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은 당선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어 단체장 임명제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당선된 정당의 후보들은 당선 후에도 중앙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지방자치 본래의 의미가 훼손될 것은 불은 보듯 뻔하지 않은가.게다가 각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도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선거의 목표는 당선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공천 방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당의 지도부는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연합공천이나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고 경선을 실시할 수도 있다. 경선 방법도 기간당원과 일반당원 및 여론조사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정하든 불공정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도내에서만 2건의 경선조작사건이 터져 도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일이 있다. 지금이 무슨 자유당시대라고 부정선거를 획책하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두 들통이 났으니 망정이지 감쪽같이 속았더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50년쯤 뒤로 후퇴할 뻔했다.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시행하는 것도 모자라 합법을 가장해 후보까지 조작하려 든다면 차라리 임명제 시대로 회귀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각 당의 지도부는 주민여론을 무시하고 자기들 입맛대로 야바위 공천을 하거나 뒷 돈을 받고 공천장사를 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06 23:02

[오목대] 정치·언론·술자리

요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4일 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한 보수언론 편집국 간부들이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한나라당 측에선 박 대표와 최연희 사무총장, 언론사측에선 편집국장과 정치부장 등 7명씩 참석했다. 밤 10시가 넘어 박 대표와 편집국장은 자리를 떴고, 남은 사람들은 음식점내 노래방 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술자리를 계속했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 당시 여기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뛰쳐 나갔고 최 총장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했다’고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최 총장은 당직사퇴와 탈당에 이어 곧 의원직도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이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나는 공인의 술자리 성추행이요, 또 하나는 정치와 언론관계다. 먼저 국회의원의 술자리 추태는 이번뿐이 아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해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사건을 비롯 박계동, 주성영 의원 등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성추행까지 가세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을 계기로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법안이 제출되고 가석방된 성폭행범에게 야간외출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술자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남성위주의 술자리 문화는 여성의 서빙을 당연시 했고 때로는 성접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어림없게 되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패가망신할 판이다.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정치인과 언론관계다. 예전에는 여야 대표와 언론사 간부들 사이에 술자리를 갖는 게 자연스러웠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언론사 관계자들이 식사자리를 갖는 경우가 있었다. 관례였다. 이를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고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취재원과 언론 사이의 커넥션, 즉 권언유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인에 대한 윤리 잣대가 얼마나 엄격해지고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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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03 23:02

[오목대] 공무원과 넥타이

우리사회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양복정장 차림은 말쑥한 옷차림의 기본으로 간주된다.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춘것으로 인식된다.영업사원들이 넥타이를 매지않고 소비자의 가정을 방문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믿음도 이러한 통념에서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이런 사회인식은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과거 권위주의 시절 새마을운동 복식의 획일적 복장 착용을 강요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공무원들의 복장은 거의 정장차림이다.깔끔한 옷차림으로 주민을 대하려는 차원으로 좋게 해석할 수 있다.하지만 이같은 정장차림은 대민봉사 차원보다는 공직사회의 권위와 폐쇄성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게 사실이다.개화기 이전 왕실이나 관료등 지배계층은 일반 백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까다롭고 화려한 관복을 입었다.개화기를 맞아 문관들에게 의례복으로 일본식 양복을 입으라고 명한 고종의 1900년 칙령은 양복정장 권력화의 시초였다.양복정장을 주류사회의 제복으로 만든 셈이다.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공무원들의 양복정장 차림을 권위라는 나쁜 인상으로 작용케하는 배경일성 싶다.양복정장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기본이 넥타이다.지난 2003년 유시민의원이 재보선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후 캐주얼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 했을때 ‘어떻게 넥타이도 매지 않고…’ 라는 동료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전주시가 최근 공무원들의 행정독려를 위해 직급과 나이를 막론하고 정장차림으로 서류를 가져오면 결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시민들을 위한 현장·민의행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점퍼나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근무에 나서라는 독려인 것이다.이같은 방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기강을 확립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풀이된다.공무원들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일과성 전시성에 그쳐서는 곤란하다.선거가 끝난뒤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옷차림이 중요한게 아니다.공무원은 진정 ‘주민들을 위한 봉사자’라는 공복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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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3.02 23:02

[오목대] 땅과 3·1운동

1919년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그런데 3.1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온 민족이 동참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일제가 우리 농민의 땅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즉, 일제는 1910년부터 1918까지 진행된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조선시대이래 구한말까지 농민들이 대대로 경작한 토지의 소유권을 빼앗아 조선총독부의 토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우리민족의 전통적 토지소유관념 중 땅을 경작할 권리가 소유한 권리와 동등하게 인식되었던 역사를 무시하고 근대적 토지소유권을 확립한다는 미명하에 국가의 소유권만을 인정한 결과였다. 즉, 농민의 토지소유권과 같았던 ‘농사짓는 권리’는 완전히 부정된 토지약탈행위였다. 이 결과로 많은 자영농민들이 소작농으로 몰락했고 일부는 도시로 흘러들어 도시빈민·노동자가 되었다. 특히, 전라북도지역은 가장 많은 전통적 국유지가 있었던 곳이고 따라서 많은 자영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겨 소작농이 되거나 타 지역으로 유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땅은 다시 일본인 지주에게 불하되어 전국 최대 규모의 일본인 농장이 전라북도에 설치되어 도내 농지의 80%이상을 소유했던 것이다.결국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대다수가 농민이었던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 통치가 우리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였고 일제로부터 독립해야 된다는 현실적 이유를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3.1독립운동은 ‘농민의 땅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는 나라 되찾기운동’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해방이후 가장 중요한 식민지청산의 문제가 남북한 모두 “토지개혁”을 통한 농민토지 회복이었던 것이다. 최근 전국적인 땅 투기가 우리 사회양극화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 토지관념에 의하면 소유만 하고 경작하지 않거나 여러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지 않으면 이는 게으름의 증거이고 죄악이었다. 토지를 투기 대상이 아닌 함께사는 삶을 만드는 터전으로 이해한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땅을 되찾고자 했던 3.1절’의 아침에 되새겨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3.01 23:02

[오목대] 조건 없는 사랑

화제의 인물이 된 로버트 러니 변호사. 그는 1950년 12월 홍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상선의 선원이었다. 제트기의 연료가 되는 인화성 물질을 가득 싣고 있었던 배에 14000명이라는 엄청난 피난민들을 거제도까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안전하게 수송하는데 참여한 인물이다.지난 24일 우석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인도·박애정신에 투철한 빅토리호 승무원들을 대표해서 로버트 러니 변호사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였다. 러니씨가 보여준 인도주의적 희생과 사랑, 헌신은 우석대학교가 먼저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대한민국 대통령 표창장, 미국 정부의 용감한 선박 표창장, 미 상선단 최고 영예 공훈 메달 등의 포상을 받았고, 메러더스 빅토리호에 용감한 배라는 상패가 미국 의회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여되기도 했었다.이렇듯 빅토리호의 이야기가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 몇가지 요건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인격이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구출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후에 가톨릭 수사가 된 그는 그 사건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 겸손, 애국심 그리고 성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고백했다.러니씨는 당시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관련 자료의 수집가로서 역할을 다하였다. 책자 ‘기적의 배’(빌 길버트 지음, 안재철 옮김)는 러니씨가 그동안 모은 자료와 구술을 토대로 하여 엮은 것이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에도 식탁 위에 놓인 명패까지 챙기는 등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어 홍남철수 당시의 기록이 우연한 결과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빅토리호가 세인의 주목을 받게 한 직접적인 노력은 한 재미 한국인의 노력 덕분이다. 미국에 메리더스 빅토리아호 승무원들의 기념비적인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원 ‘월드피스 밀레니엄 파크’(World Peace Millennium Park)와 추모비 건립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안재철(뉴 밀레니엄 피스 파운데이션 회장)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홍남철수에서 보여준 라루 선장과 라니 변호사 등 선원들의 봉사가 아름답고 이를 세인들에게 기억시키려는 안 사장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가 좋아 보이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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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8 23:02

[오목대] 출사표

"느린 말과 무딘 칼 같은 보잘 것 없는 재주지만 있는 힘을 다해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겠습니다. 그리하여 옛 도읍지를 되찾아 폐하께서 다시 한(漢)의 왕실을 일으켜 세우시도록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 재상이던 제갈공명이 위(魏)나라 토벌을 위한 출병을 앞두고 황제에게 올린 출사표(出師表)의 한 구절이다. 전 후 두편으로 된 이 글은 구구절절이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과 황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다.언제부터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출사표를 던진다'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출마선언을 하는 입지자들 중 대체 몇이나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출사표에 담긴 뜻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출마선언을 해댄다면 1800년 전에 죽은 제갈공명이 지하에서 포복절도를 할지도 모르겠다.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출사표 던지는 소리가 요란하다.별 하는 일 없이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3류 정치인에서부터 공직자 사업가 회사원 시민운동가에 죄질이 고약한 전과자까지 입지자들의 출신성분도 각양각색이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출마를 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들이대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가 한번쯤 자문한 다음 출마를 결심하라는 충고는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판이라면 극도로 몸을 사리던 공직자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나서는 것도 다소 이채롭다. 행정 경험을 살려 주민에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출마를 한다니 박수로 환영해 마지 않을 일이지만, 일부 입지자의 이면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뒷맛이 영 떨떠름하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지방의원 유급제로 재정규모가 열악한 지자체는 한숨이 깊어지는데, 연간5000~7000만원에 달하는 급여가 탐이 나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라면 그는 절대 주민을 위해 희생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어느 국회의원 입지자가 지역의 큰 어른을 찾아가 길을 물으니 그 어른 왈(曰) "자네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떨어지면 집안이 망하네"라며 일갈을 했다고 한다.새겨들을 만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는 유별나게 후보자가 몰려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팔린 입지자들은 패가망신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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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7 23:02

[오목대] 사형제 폐지

사형제 폐지 논란이 분분하다. 법무부가 중장기 개혁안으로 사형제도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법무부는 국제사면위원회(Amnesty)가 우리나라를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 집중대상국(Target Country)으로 선정하고 사회 일각에서도 폐지 여론이 일자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한다는 것. 절대적 종신형은 감형이나 가석방 없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게 하는 제도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540여년 전에 사형폐지론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조선 7대 왕인 세조다. 그는 즉위한지 5년만인 1460년 정부 대신에 하교(下敎)했다. “어찌 백대의 인주(人主)가 있으며, 인주가 유충(幼沖)할 때 항상 이윤(伊尹)·주공(周公)이 있으랴. 그러므로 사형을 대전(大典)에서 뽑아 버리는 것이 어떠하냐?” 이를 두고 정부 대신들은 토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사형폐지가 “불가하다”고 주상(奏上)해, 실현을 보지 못했다. 세조는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탓인지 불교를 믿고 인명을 중시했다.사형제는 강력범죄를 응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또 위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반면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형제가 범죄율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폐지후 범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18개국이다. 이중 범죄에 대한 사형을 없앤 나라가 83개국, 전쟁상황을 예외로 한 나라가 13개국, 사형제도는 있으나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22개국이다. 이에 비해 78개국에서는 사형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에 대해선 극형에 처하고 있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2004년 전세계에서 실시된 사형은 3797건으로 이중 90%가 중국에서 이루어졌다.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1000명 가량 사형이 집행됐고 현재 63명의 사형수가 있다. 그러나 1997년 12월, 23명이 사형된 이후 10년 가까이 형집행이 없었다. 살인마 유영철이나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 등이 잇달고 있는 상황에서 폐지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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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4 23:02

[오목대] 감소하는 텃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준 선물이다.시냇물이 흐르고 새들의 합창이 울려퍼지는 울창한 숲은 인간의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특히 삭막한 도시의 회색문화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시없는 청량제다.인간의 이기적인 환경파괴로 이같은 귀중한 자연의 소리가 점차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의 환경감시기구는 21세기에는 환경오염등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지구상 조류의 75%가 멸종위기를 맞게된다고 전망했다.새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생태계 파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것은 전 인류의 재앙이 될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최근 국립환경교육원이 발표한 국내 야생동물 서식밀도는 이같은 경고가 우리나라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발표에 따르면 텃새의 대명사인 참새의 서식밀도는 100㏊당 1996년 254.5마리에서 2000년 155마리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126.9마리로 다시 줄었다.청둥오리도 96년 570.1마리에서 지난해는 126.9마리로,쇠오리는 96년 166.6마리에서 지난해 11마리로 10년 동안 10분의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된 청설모·고라니 등의 서식밀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텃새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청둥오리의 경우 서식지인 습지가 감소한데 있으며,참새는 농촌 주거형태 변화로 번식장소인 초가집이 대부분 없어진 데다 농약 사용증가 등으로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반면 유해 야생동물 개체수 증가는 수렵제한등 보호조치 때문으로 보인다. 자연생태계는 어떤 생물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체가 하나의 사슬로 연결돼 있다.한 종(種)이 멸종되면 이것과 연계된 앞뒤 종들이 영향을 받는다.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따라서 멸종 위기종 보호는 그것들의 희귀종 여부를 떠나 그동안 유지돼온 생태계를 그대로 존속케 함으로써 이미 적응한 삶의 방식을 안전하게 지속하는데 목적이 있다.야생동물 개체수의 감소는 멸종에 이르는 신호로 봐야 한다 야생동물이 못사는 환경은 사람의 건강에도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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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3 23:02

[오목대] 상반된 이치

지금 생각해 보면 먼 옛날처럼 여겨지겠지만 1998년 하면 잊을 수 없는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IMF 위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1월 2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후 1년 동안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도산한 기업이 평균 60여 개였으며 160만여명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고통을 겪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8%였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들 안간힘을 쏟았다. 그 중 민간 차원에서 했던 일이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외국영화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 상영되었던 영화가 ‘타이타닉’이다. 450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였던 것이다.금 모으기와 외화 관람, 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헌신적으로 금 모으기를 한 이유는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던 금이라도 모아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금 모으기 운동의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분명한 외국 영화에 당시로서는 대단한 관객이 몰린 것이다.금 모으기 운동과 타이타닉 관람을 두고 생각해 보면 둘 다 이해타산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이해타산만으로 따지기에는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런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리 낯설거나 드문 일은 아니다.화제를 영화에만 한정하자면 최근 개봉된 영화 ‘뮌헨’은 타이타닉과 정 반대 운명을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인디애나 존스’, ‘이티(ET)’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등으로 잘 알려진 명감독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 예견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유태인이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유태인과 대등한 팔레스타인의 희생을 관찰했다는 점만으로도 흥행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관객들이 외면했지만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3월 아카데미상에도 최우수 영화, 최우수 감독, 최우수 극본, 최우수 영화음악, 최우수 편집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양립하기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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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1 23:02

[오목대] 마지막 졸업식

올해도 또 도내에서 농촌 초등학교 세 곳이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듣기 좋은 말로 마지막 졸업식이지 대를 이을 학생이 모자란다고 학교 문을 강제로 닫아버리는 것이니, 사람 일로 치면 멸문을 당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 정 붙이고 살만한 구석이 없어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판에 자식 공부시킬 학교마저 대못질을 당했으니, 몇 남지 않은 농민들 두 발 뻗어놓고 울고싶은 심정일 것이다.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소규모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 모두 3천여 곳을 폐교시켰다. 더구나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이 정책을 밀어붙여 오는 2009년까지 1백명 이하 농어촌학교 1천9백76 곳을 추가로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만약 이 통폐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도내 초등학교의 40%가 문을 닫아 웬만한 규모의 면지역에서는 초등학생 구경하기가 옛날 대학생 구경하기만큼이나 힘들게 될지 모르겠다. 여기다 더욱 심란한 일은 지금도 농촌인구가 시나브로 줄어 초등교 신입생 자원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 초등교 입학생 분포도를 보면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곳이 54개교, 한명만 받은 곳이 57개교나 됐다. 우리 전북도 신입생이 고작 한명에 그친 곳이 7개교에 달했다. 정부가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계속 밀고나가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반드시 그 해법이 옳느냐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인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예 농촌을 폐쇄시킬 요량이라면 몰라도, 조금이나마 농촌의 존재를 인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농촌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은 갖춰야 할 것이 아닌가. 학생이 모자라서 학교를 폐쇄하고, 학교가 없으니 인구가 줄어들어 학생이 더 없어지는 악순환을 정부가 아니면 누가 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비무장지대(DMZ) 안에 자리잡은 대성동초교의 초미니 졸업식이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교생 9명에 졸업생이라야 단 한명인 이 학교의 졸업식장에는 군사 정전위 수석대표와 중립국 감독위원회 각국 대표, 그리고 외부 초청인사와 마을 주민 60여명이 참석, 구제원군(13)의 졸업을 축하했다. 구군은 이날 11개나 되는 상장과 표창을 독차지하는 기쁨도 누렸다. 우리 농촌학교 모두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허망한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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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0 23:02

[오목대] 졸업식 풍속도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졸업식이 꽤 숙연했다. 특히 행사가 끝날 쯤에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땐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재학생이 부르는 1절이 끝나고 졸업생이 2절을 부를 때가 절정을 이루었다.“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3절로 된 이 ‘졸업식 노래’는 1946년에 나온 것이다. 해방을 맞고도 졸업식에서 부를 우리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당국이 급하게 간청해 윤석중이 노랫말을 쓰고 정순철이 작곡한 것이다. 윤석중은 동요 작가로 유명한 분이고 정순철은 동학의 2세 교주 최시형의 외손자다.이 노래와 더불어 졸업식에서는 ‘작별’이란 노래도 불리웠다.“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요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2절로 된 이 노래는 원래 스코틀랜드 민요다. 이를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역사(譯詞)한 것이다.이들 노래에는 초중고 3년 또는 6년을 같이하며 웃고 울었던 애환이 묻어있고 스승과 친구들과의 숱한 얘기가 배어있다. 졸업식이 끝나고 중국집에서 먹던 짜장면과 탕수욕의 맛도 기가 막혔다.그런데 요즘 졸업식 풍속도는 많이 달라졌다. 행사가 끝나자 마자 밖으로 쏟아져 나와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고 교복을 찢기도 한다. 그렇게 숙연하지도 않고 이벤트성이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졸업생 몇명만이 우수상을 받는 게 아니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으로 바뀌었다. 브레이크 댄스팀과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형도 있고 모든 학생이 상을 받거나 학교 생활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20년 또는 30년 후 자신에게 쓴 편지를 모아 타임캡슐에 넣는 경우도 많아졌다.이에 반해 대학졸업식은 취업난을 반영하듯 썰렁해졌다.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거나 아예 도서관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쨌든 졸업은 각기 다른 사연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모든 시작하는 이의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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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7 23:02

[오목대] 조류 인플루엔자

지난 1995년 제작된 아웃 브레이크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주인공인 더스틴 호프만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 숙주동물인 원숭이를 포획해 치료제를 만든다.바이러스는 유사이래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왔다.바이러스로 인한 대표적 사례가 지난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다.이 독감에 감염돼 전세계적으로 2000∼ 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역사상 어느 전쟁이나 재앙도 이보다 단기간에 이만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 못했다.에이즈(AIDS),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최근 위세를 떨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도 흔히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지난 1959년 처음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는 원래 닭이나 오리등 집에서 기르는 조류에만 발병한 바이러스였으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감염되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인체 감염은 2003년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했다.그후 현재까지 모두 151명이 감염돼 82명이 숨져 50%를 넘는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베트남과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시아를 비롯 중국 등지에서 토착화 조짐을 보이던 조류 인플루엔자가 최근 아프리카와 서유럽에까지 확산되면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지난 11일 이탈리아와 그리스,불가리아등 서유럽 3개국에서,또 지난 8일에는 아프리카 서쪽에 자리한 나이지리아에서 죽은 백조와 닭에서 H5N1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특히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의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이 지역의 의료체계가 허술한데다 H5N 1바이러스가 에이즈에 걸린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아직까지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간대(對) 인간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지 않지만 인간끼리 감염이 가능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곧 바로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도 지난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5백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도살하는 홍역을 치른바 있다.결코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서유럽과 아프리카 까지의 확산을 계기로 방역대책및 위험지역 여행자 관리 등에 허점은 없는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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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6 23:02

[오목대] 코시안과 하인스 워드

최근 우리사회는 국가구성원의 포섭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하게 되었다. 과거 재일교포, 재미교포만 우리동포인 것으로 생각하던 70년대를 벗어나 90년대 중국동포, 러시아의 고려인들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혼혈화된 2, 3세 동포를 우리의 단일민족관념과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장가못간 농촌총각장가보내기의 결과로 나타나게된 이른바 '코시안' 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코시안은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을 합성해 만든 단어로 이제 농어촌 총각 4명중 1명은 외국인 아내와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은 또 하나의 신조어인 코시안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미 우리사회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이들에 대한 특별한 차별없이 함께 융화되어 우리 민족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았던 경험이 있다.고구려의 경우 중국, 거란족을 비롯하여 코가 큰 고비인(高鼻人)등 서역계통의 사람까지 다양하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현재 85년 기준으로 한국의 성씨 275개 중 136개가 귀화 성씨다. 여진에서 유래한 청해 이씨, 몽골에서 들어온 연안 이씨, 위구르에서 귀화한 경주 설씨를 비롯해 충주 매씨, 남양 제갈씨는 중국이 뿌리다. 베트남에서는 화산 이씨 이외에도 정선 이씨가 들어왔고 덕수 장씨는 아라비아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정착했다. 이같은 우리의 혼혈구성원에 대한 편견은 한국전쟁이후의 미국흑인혼혈과 최근 동남아 혼혈에서 나타난 외양의 차이에 기인한다.그러나 이같은 혼혈편견에 대한 반성을 하게하는 사례가 최근 언론에 부각된 미국프로풋볼(NFL)의 영웅 하인스 워드의 사례에 나타난 차별극복 성공담이었다.솔직히 성공한 자에 대한 호들갑스런 결과론적 관심과 찬사이지만 우리주변의 모든 이종족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동등한 배려가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함을 일깨운 계기가 되고 있다.특히, 농촌코시안이 증가하는 전북지역에서는 더욱 관심을 갖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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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5 23:02

[오목대] 메디치 효과

얼마 전 모 기업의 총수가 8천 억이라는 돈을 사회에 내 놓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어떤 이는 얼마나 기특한 일이냐고 칭찬을 하고 다른 이는 내놓을 돈이 8천 억이면 나머지는 또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가 이 돈을 이공계 부흥을 위해서만 쓸 예정이라고 하니 흑자는 기대만 했다가 허방을 딛는 꼴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피렌체는 1982년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루넬레스키,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및 메디치 가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이 바로 피렌체를 배경으로 활동한 사람이다.프랑스에서는 주교 등 종교지도자가 자리한 성당을 노틀담이라 부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라고 부른다. 피렌체에도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두오모가 있는데 그 앞 광장에서 말을 탄 모습의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 일명 코시모 일 베키오)동상과 그 가문의 문장(紋章)을 볼 수 있다. 그가 국부(國父)의 칭호를 얻고 두오모 앞 광장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중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부 코시모가 민중의 지지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사재(私財)를 털어 피렌체 시정(市政)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등 당대의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을 후원했기 때문에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채에 많은 진객들을 불러 모아서 예술의 꽃을 피웠던 것처럼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 덕분에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예를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르네상스였다.그런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따서, 서로 다른 전문분야끼리의 교류로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메디치 효과’라고 부른다. 비록 무슨 효과라고 이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메디치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 8천 억이라는 큰 돈이 사회로 환원된다고 한다. 사재를 털어 봉사하겠다는 점에서는 메디치 가문과 같기는 한데 이왕이면 모양새도 자발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게 잘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2.14 23:02

[오목대] 근조농촌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WTO-DDA)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여파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시름시름 앓아오던 농촌이 이제 확실이 명을 재촉하게 될 것 같다.농촌이 멸문지화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도 슬프거나 놀랍지 않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 암환자 같은 농촌의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지독한 막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소생할 가망이 없는 농촌이라면 차라리 안락사라도 당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미 예상했던대로 한.미 양국은 이달 초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아무리 수판알을 굴려봐도 한.미 FTA는 우리 농촌에 저승사자 노릇을 할 것이 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촉진권(TPA)의 시한이 내년 6월 말이라 협상기간이 너무 촉박한 것도 신경이 쓰인다. 일정에 쫓겨 자칫 정부가 주도권을 뺏기는 날이면 결과는 더욱 참혹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생산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간 관련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미FTA의 체결로 농업부문의 생산감소가 최소 1조원에서 최고 8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우리나라 농업부문 국내총생산(GDP) 추정액이 2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 거의 절반 가량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농협이 지난 2002~2004년을 기준으로 미국산 농축산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우리 농축산물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의 통계가 나왔다. 쌀이 22.5% 콩과 참깨가8.8% 냉동쇠고기 27.9% 옥수수 33.7% 건고추가 29.8% 선이었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관세율이 0%로 감축될 경우 그 다음 상황은 각자의 상상에 맡겨도 똑같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농촌은 머지않아 근조 깃발을 내걸어야 할 판이다. 스스로 소생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나마 농촌이 명맥이라도 유지하려면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는 길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부자본을 차단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말로만 농촌에 투자하라고 하고 실제로는 토지 취득자격이나 세금으로 묶어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규제를 모두 풀어도 시원찮을 판국에...참으로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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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2.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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