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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이자 장사

은행권의 지나친 예대마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22일부터 예금과 대출 금리차를 비교 공시하면서 은행의 이자 장사 민낯이 드러났다. 공시 결과, 19개 은행 가운데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전북은행이었다. 전북은행의 가계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는 무려 6.33%포인트에 달했다. 뒤이어 광주은행 3.39%, DGB대구은행 1.58%, 제주은행 1.54%, 경남은행 0.93%, 부산은행 0.82%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가장 낮은 부산은행에 비해 7.7배나 높았다. 전북은행의 가계 대출금리는 9.46%인 반면 저축성 수신금리는 3.13%였다. 이런 고금리 덕분에 전북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나 증가했다. 너무 과도한 이자 장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 특성상 중·저신용자와 다중 채무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서민금융진흥원 연계 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대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시중은행에선 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 8등급까지 대출을 지원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는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62%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우리은행·농협은행 1.40%, 국민은행 1.38%, 하나은행 1.04% 순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토스뱅크가 5.60%포인트로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 뒤이어 케이뱅크 2.46%, 카카오뱅크 2.33% 순이다. 아무래도 인터넷은행은 담보 대출없이 신용 대출만 취급하기에 예대금리차가 클 수밖에 없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1.34%, 특수은행인 Sh수협은행은 0.85%,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0.86%로 드러났다. 그동안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내릴 때는 금리를 찔끔찔끔 내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재빠르게 큰 폭으로 올리면서 폭리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이 21조1890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0%나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은 2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2조1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은행은 지나친 탐욕을 내려놓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 은행 스스로 조정하지 못하면 제도적인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은행의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더 요구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8.24 15:51

체육회장 선거 핵심 키워드

모처럼 만에 전북 체육계가 겹경사를 맞았다. 연일 계속된 무더위와 코로나 여파로 메말랐던 일상에 희망찬 메시지와 함께 통쾌함을 만끽한 것이다. 전주고 야구부와 테니스 유망주 조세혁 선수의 쾌거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전주고 선수들의 투혼은 척박한 토양 속에 일궈낸 것이어서 한층 빛을 발했다. 올해 윔블던 테니스 14세 이하 주니어부 우승을 차지한 조세혁 선수도 전북 테니스의 미래를 밝게 해줬다. 성장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크다는 점에서 세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북 체육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출범 3년째 민선 체제는 특유의 역동성을 통해 체육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 데다 예상을 깨고 당선된 정강선 회장의 출발이 산뜻하지 못함에 따라 주변의 불안감은 더해만 갔다. 절대적 동반자 관계인 도청과의 불협화음이 잇따르면서 민선 연착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건 물론이다. 인사 잡음과 체육 지원금 축소가 단적인 예다. 원래 예산확보 문제는 민선 회장의 가장 큰 숙제이자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때문에 송 지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정 회장의 정무 감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체육회가 지난주 발표된 도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하위 라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통과 협치는 12월15일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 새로 취임한 김관영 도정과의 관계를 누가 원만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체육회 예산의 80-90%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북도 지원금 때문이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민선 회장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과물도 내기 어렵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체육인들은 민선으로 전환된 뒤 이 점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 실제 지난 선거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들 반응도 도청과의 윈-윈 관계를 통한 예산 확보를 으뜸 과제로 꼽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가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닻을 올린 민선 선거가 되레 정치인 선거 뺨친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순수한 체육인들만의 선거에서 이같은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투표권 대의원은 300명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 중 62개 종목 단체 회장과 시군체육회장 14명을 포함해 76명은 당연직이다. 나머지 224명 이상은 랜덤으로 뽑는다. 지금까지 회장 후보군으론 자천타천 4명이 거론된다. 정강선 회장을 비롯해 최형원 전 체육회 사무처장, 윤중조 전 전북역도연맹 회장, 김동진 전 체육회 부회장 등이다. 전북 체육에 미치는 회장 위상과 역할을 보면 선거 대의원들의 책임감은 실로 막중하다,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여 전북 체육의 퇴보를 가져오는 선택이야말로 체육인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8.23 19:29

자동차와 건강의 공존

전북도청내 테니스 코트와 농구장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주민 건강보다 자동차를 위해 체육시설을 없애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더라도 도청의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전북도는 청내 주차공간 확충을 놓고 고민중이다. 차량 증가세 속에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청 북문 앞 도로에는 청내 주차를 하지 못한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돼 있다. 도의원들을 만나러 오는 민원인들의 주차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청사의 주차난은 전북도청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충남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전국 8개 도청의 직원 1인당 주차공간은 충남도청이 0.92대로 가장 넓었다. 경북도청(0.83대), 전북도청(0.73대), 경기도청 북부청사(0.70대)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전남도청(0.59대), 경남도청(0.52대), 경기도청 수원청사(0.31대), 충북도청(0.25대), 강원도청(0.22대) 순으로 주차난이 심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오래된 건축과 정원을 살려 도청을 명품 미술관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도청)밖에 주차타워를 설치해 ‘차 없는 도청’을 만들 것”이라며 “도청 주차장을 꽉 채운 자동차들은 이제 ‘소풍’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면적에 비해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주차타워 밖에 없다. 실제로 울산광역시는 청사와 연결된 360여면 규모의 8층 짜리 주차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청 테니스 코트는 직원과 일반 주민들이 함께 애용하는 체육시설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이른 아침과 오후 시간대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건강을 지키려는 주민들로 붐빈다. 도청 직원들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테니스 코트와 맞닿은 농구장은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시설이다. 테니스 코트 같은 체육시설 폐쇄는 가장 손쉬운 주차난 해소 대책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시설 폐쇄를 통한 주차공간 확보는 주차난 해소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전북경찰청과 전북도교육청은 수년 전 청내 테니스 코트를 없애 주차공간을 늘렸지만 그만큼 차량도 늘어 주차난은 여전하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고도 주차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청 앞 정원과 광장을 없애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관영 지사는 도민 건강 증진을 위해 각 시군에 50억원 씩의 체육시설 건립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전북도가 자동차를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기존 체육시설을 없애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북도청의 주차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8.22 22:36

콘크리트교가 설치된 전주 덕진연못

전주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덕진연못이 새롭게 단장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정취는 오간데 없고 뭔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전주시가 항상 덕진공원에 있는 연못을 잘 정비해서 관리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그 이유는 덕진연못으로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악화돼 오염원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연꽃이 필 때는 널리 입소문을 타면서 사진 찍는 명소로 각광받지만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가 콘크리트 석교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연일 내린 비로 악화된 수질이 희석돼 악취는 덜 나지만 연 잎으로 가려진 덕진연못이 새 옷으로 갈아 입고도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한 시가 예전에 있던 연화정과 철제다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한옥과 콘크리트로 된 석교를 가설했다. 31억을 들여 한옥으로 연화정을 지은 건 한국적인 정취와 멋을 살리고 전주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도서관으로 운영한 것은 콘셉트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가 나름대로 정체성을 살리려고 한 것 같지만 연못에 세워진 한옥을 도서관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한다. 전주8경에 속한 덕진연못은 덕진채련(德津採蓮)이라 불릴 정도로 연꽃 핀 자태가 아름다워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전만해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단오날에는 창포로 머리를 감기 위해 덕진역을 통해 찾아온 인파로 북적였고 청춘남녀들은 그네 타기와 오리배를 타면서 낭만을 구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80년 준공된 철제 연화교가 D등급을 받아 철거되고 60억8천만원을 들여 폭 3M 길이 284M의 콘크리트로 연화교를 2020년 신설했다. 3만평의 연못 중간을 가로지르는 연화교는 콘크리트교여서 안전성 면에서 좋겠지만 주변경관과의 부조화로 오히려 시설개선이 아니라 개악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생태환경조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게 대세인데 전주시가 무슨 연유로 이 같은 콘크리트교를 가설했는지 납득이 안간다. 예전에 설치한 동남간 나무다리는 그대로 놓고 시가 생태하천 복원 명목으로 연화교 사업을 한 것은 전혀 개념이 맞질 않다고 지적한다. 전주 서북쪽의 허함을 보강하려고 비보풍수용으로 덕진연못을 만들었다는 고려시대 이규보의 기록도 나오지만 1천년이 지난 지금 덕진연못에 맞는 친환경다리를 설치하지 않고 손쉽게 콘크리트로 가설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 생태도시를 꾸린다고 자나 깨나 노래했던 김승수 전시장과 총괄조경전문가란 사람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연화교를 콘크리트로 시공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김시장의 두둑한 배짱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 시의회가 눈감고 있었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한편 자초지종을 모른 시민이나 관광객 중에는 덕진연못이 오히려 깔끔하게 잘 정비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전문가 의견을 들어 예산을 더 들여서라도 경관과 생태를 살리는 쪽으로 연화교를 재정비토록 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8.21 19:35

기후위기와 작은 섬나라의 선택

‘샌드 드로잉(Sand Drawing)’은 모래 위에 글자나 형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지금은 샌드 아트라는 독립적인 장르까지 만들어져 있으니 그 진화가 흥미롭다. 더 놀라운 것은 2003년 샌드 드로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4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전해져 왔다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바누아투의 샌드 드로잉이 주인공이다. 샌드 드로잉은 문자가 없던 시절, 바누아투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기록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샌드 드로잉이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은 모래 위에서 쓰고 지우는 샌드 드로잉이 바누아투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로 안겨져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바누아투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바누아투는 8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중 65개가 무인도. 인구는 28만 명인 작은 섬나라다. 이 섬이 발견된 것은 17세기 초라고 전해지는데 긴 세월,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통치를 받아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 토착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바누아투가 독립한 것은 1980년. 그해 7월 30일 헌법을 제정하고 내각 책임제 공화국으로 출범했다. 이름이 된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우리의 토지’라는 뜻이다. 천연 산림자원과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커피와 코코아 생산이 전통적인 주산업이지만 지금은 산호초로 형성된 대지와 신비로운 밀림의 세계, 웅장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활화산 등 살아 숨 쉬는 자연유산으로 관광객이 늘어 주산업에 관광이 가세했다. 이 작고 신비한 작은 섬나라가 최근 파격적인 기후 위기 대책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내겠다는 선언 때문이다. 사실 바누아투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잦아지면서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다. 이미 탄소 흡수량 대책을 잘 세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국가가 되었고, 지금은 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넘어서는 탄소 네거티브의 기후 위기 대응 모범국가가 된 배경이다. ‘기후 온난화로 21세기 안에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경고에 비추어보면 바누아투의 화석연료 완전 퇴출 선언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처한 현실이다. 국가마다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8월의 집중호우 피해가 심상치 않다. 잠기고 무너진 현장에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이 처참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위기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기후 위기 정책은 없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8.18 16:40

민주당 경선과 전북

국회 최다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흥행몰이에는 실패했다. 지난 3일 강원 대구 경북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충남 충북 세종 대전까지 12개 시·도지역 순회경선을 마쳤으나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내분사태로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했지만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부터 ‘어대명’으로 출발한 데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73%대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확대명’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이 새로운 변수나 이변이 없다 보니 컨벤션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경선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호남권 5개 시·도 경선이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2곳의 경선을 치렀지만 선거인단 수는 전체의 27.2%에 불과하다. 서울 경기 37.44%, 전북과 전남·광주 35.36% 등 5곳의 선거인단 수가 72.8%에 달해 대세를 결정짓게 된다. 관건은 이번 주말 결과가 나오는 전북과 전남·광주의 표심 향배에 쏠려있다. 당 대표 경선이 전북 출신 박용진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호남에서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대세론을 내세운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굳히기를 시도하려는 반면 호남의 아들을 자처한 박용진 후보는 전북과 전남·광주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지금까지의 판세를 호남에서도 이어간다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그러나 박용진 후보가 선전하게 되면 승부는 서울과 경기 경선에서 결판난다. 전북은 민주당의 근간이지만 정치력은 곁가지만도 못하다. 한때 당 대표와 중진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지금은 위상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이번 당 지도부 경선에도 전북 지역구 의원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타 지역에선 초재선 의원들이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주목을 받으면서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겨우 도당위원장 감투나 놓고 티격태격 다투다 보니 구심점도 없고 응집력도 떨어져 변방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전북의 역할과 선택이 중요하다. 지나가다 잠깐 들르는 전북이 되지 않으려면 전북인의 기질과 줏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면 계속 푸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8.17 16:39

공공기관 이전효과 논란

지난 달 LH 임원진이 금요일 업무 시간에 진주 본사 사무실을 텅 비우고, 일부 간부는 출장지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는데 이는 LH 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을 더해줬다. 이와 함께 이들 기관의 지역 상생 의지가 희박해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이런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은 당초 국토 균형발전과 함께 현지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거라고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 때문에 마지못해 내려온 데다 생활여건 부족을 이유로 전북 정착을 꺼리고 있다. 솔선해야 할 기관장부터 지역협의회 참석율이 저조하고 일회성 홍보 행사에만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게 고작이다. 직원 상당수는 지역 이전에 따른 ‘특공’ 아파트 분양으로 경제적 이득은 취하면서도 여전히 서울을 오가며 기러기 생활을 고집한다. 그런데다 기관 지역인재 채용률도 실제 2018년 19.5%로 전북은 제주도와 함께 최하위였다. 낙제점에 가까운 1차 공공기관 이전 사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차 이전 효과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 원희룡 장관도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6월 관훈토론회에서 “수도권 시설 지방이전 정책은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며 격정 토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방 이전 효과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정치권 흔들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LX 드론교육센터 경북건립’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장이 전북도와 업무협의까지 마치고 부지선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몰래 경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또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5급 승진후보자 교육을 경기도가 자체 추진하겠다고 밝혀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 축소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농수산대학 분교 사태는 쪼그라드는 전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회 소관 상임위에 전북 의원 3명이 있었음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질 않아 속을 태웠다,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전북의 추억은 어두운 면이 많다. 지난 2011년 LH 본사 전북 이전이 정치적 결정으로 물거품 됨에 따라 꼬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입주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서울 재이전설이 불거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관련 부처 입주가 더욱 절실해졌다. 제3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 1차 이전 기관과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전주 혁신도시 불야성과 달리 불빛이 일찍 꺼진 공공기관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마치 주민들 속에 ‘외로운 섬’ 처럼 보인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지역 상생 의지가 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첫 단추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8.16 17:43

인사가 만사(人事萬事)

남원시 공무원노조가 지난달 단행된 하반기 인사를 규탄하는 조합원 총투표를 오는 18일과 19일 이틀간 실시한다고 한다. 단체장이 단행한 인사에 노조가 정면으로 반발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노조의 인사규탄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단행된 인사가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최경식 남원시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조합원 총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투쟁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최 시장 취임이후 지난달 단행된 승진자 내정, 4·5급 전보인사, 6급 전보인사 등 일련의 인사가 발단이 됐다. 남원시 공무원노조는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승진서열명부 순위 존중, 소수·전문·기술직렬 배려, 실·국 간 균등인사, 6급 전보인사 전 직위공모 절차 준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승진서열명부 상위 순위 탈락, 일방적 직위공모 확대 등이 드러나면서 노조는 원칙과 기준 없는 독단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한 노조의 강력 반발은 최 시장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학력 허위기재 의혹과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최 시장은 사건의 핵심인 한양대 졸업 여부에 대해 졸업장과 졸업증명서를 제시하는 등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최 시장이 첫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도 꾀하지 못한 셈이 됐다. 오는 10월 대대적 인사를 동반할 전북도의 조직개편안도 관심사다. 현재의 2실 9국 2본부 체제를 3실 9국 1본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민선8기 조직개편안은 ‘무보직 사무관’이 최대 이슈다. 기존 254팀 가운데 121개 팀이 폐지돼 121명의 사무관이 보직을 받지 못할 형편이다. 무보직 사무관제는 업무 효율성과 신속성, 탄력성을 높이는 조직혁신 방안이라는 설명과 달리 조직내 줄 세우기와 업무기피, 책임감 결여 등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폐지 대상 팀이 12개 실·국 가운데 7개 실국에만 적용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도청 공무원노조는 무보직 사무관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 달라고 지휘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조직개편안의 큰 폭 수정이 필요한 요구로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금언이다. 긍정 평가가 30% 아래로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인사만사의 금언을 도내 단체장들이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8.15 16:03

일본군 위안부, 일본인 아내

일제강점기, 조선의 저항을 처음부터 차단하려는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은 치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심에는 조선에 자국의 전쟁 협력을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치정책 ‘내선일체(內鮮一體)’가 있다.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뜻을 담은 ‘내선일체’는 다양한 형식으로 조선인들의 삶을 가두어 일본에 종속시켰다. 황국신민화를 앞세워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구호 제창, 신사참배 강요, 강제 출병, 조선어교육 폐지, 일본어 상용화, 창씨 개명 등이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내선결혼’ 장려정책도 그중 하나다. 조선인과 일본인을 결혼시키는 ‘내선결혼’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이후 조선총독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루면 표창장을 주고 격려할 정도로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내선결혼의 대상은 역시 힘없고 가난한 조선의 남자들이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일본 왕족인 이방자 여사의 결혼이 대표적인 내선결혼으로 꼽히지만, 현실에서는 달랐던 것이다. 실제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조선인들은 대부분이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남자들이었다. 자료로는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숫자가 1926년 459쌍, 1927년 499쌍, 1928년 527쌍으로 해마다 늘어났으며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한 해에만 1천여 쌍이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루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들의 삶은 평탄했을까. 대부분 일본인 아내들의 노년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질병에 시달렸다. 평생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그들은 국적이 일본이어서 생활보호대상자도 되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조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자신들의 조국인 일본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그들의 삶 역시 고단했다. 오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다. 2012년 아시아 연대회의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날을 기림의 날로 결의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1997년 작고)가 증언에 나섰다. 위안부 피해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날이었다. 김 할머니의 용기는 세상을 깨웠고, 여러 피해 생존자들이 이 대열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들여다보니 일본군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도 법적 배상도 해결되지 못한 지금,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240명 중 생존자는 11명이다. 모두가 100세를 앞둔 고령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질까 걱정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8.11 14:39

노룩 악수

5년 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일본 휴가를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 자신의 캐리어를 보좌진을 향해 던지듯 미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증폭됐었다. 출입문을 나서는 김 의원이 상대방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휙 밀어내자 고개 숙여 인사하던 보좌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듯 전달됐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의식이나 우월의식을 드러낸 갑질 행태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유명 개그맨과 뉴스앵커 등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고 외신에서도 이 장면을 한국의 갑질 문화와 연관 지어 비중 있게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노룩(No look) 패스라고 비꼬았다. 노룩 패스에 이어 노룩 악수도 구설에 올랐다. 지난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노룩 악수를 당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당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 방송 중계를 통해 전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자 먼저 윤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손을 뻗으며 악수를 청했고 윤 대통령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응했다. 문제는 이때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이 윤 대통령이 아닌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을 향해 있었다. 이에 야권 지지자 사이에선 ‘노룩 악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맛 칼럼니스트는 “노룩 악수를 당하면서 대통령이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다는 것이 황당하다”면서 “대통령이 당한 굴욕은 곧 국민의 굴욕”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노룩 악수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7일 제주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마친 박용진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자 이 후보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받으면서 눈은 왼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맹공을 퍼붓는 박용진 후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주류다. 박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이재명 후보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줄기차게 날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 후보의 노룩 악수 논란에 국민의힘 대변인은 “어대명이라는 구호에 심취해 거만해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룩 패스나 노룩 악수는 그 사람의 인품이나 심기를 무의식중에 드러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하는 입장에선 굴욕감만 안겨주는 노룩((No look) 행태는 아니 한 것만 못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8.10 16:27

국회의원 역할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당내 반발이 들끓었던 지난 3월. 오랜 절친 우상호 의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친문 의원들이 가세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 불출마까지 선언했던 그가 불과 한 달 만에 변심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대선 패배자인 이재명 후보도 보궐 선거에 동시 출격하며 ‘방탄 출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들 출마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그 무렵 송 대표의 운동권 선배이자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80년대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에 이끌려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어 생활 정치로 접어들면서 내 역할은 끝났다” 면서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북의 정치 현실과 마주하면 이런 메시지에 담긴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중앙 무대에서 국회의원의 역할과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 보인다. 초재선으로 짜여진 라인업도 문제지만 지역현안 해결 능력에서 가시적 성과가 미미한 점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인지 광주 전남과 대전 충남 틈바구니에 끼인 지역적 존재감마저 위축되는 느낌이다. 실제 의원들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남원 공공의대 유치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당연히 정부도 이같은 취지에 따라 2024년 남원 개교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작업을 진행했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의료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 됐다. 더구나 국회 소관 보건복지위에 간사로 김성주 의원과 함께 남원 지역구 이용호 의원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다 주무부처 장관엔 남원출신 권덕철씨에 당시 여당 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를 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었다. 시쳇말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면 되는 격이다. 그런데도 숟가락을 들지 못한 건 전적으로 도내 의원들 책임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남원 공공의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시 야당과 의사협회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 자체가 중단된 지 오래다. 그러는 사이 전국 자치단체들이 서로 눈독을 들이면서 치열한 각축장이 돼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원팀 정신으로 싸워야 할 입장의 국회의원을 보면 이들의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무엇보다 공공의대와 새만금특별자치도를 다루는 보건복지위와 행정안전위에 전북 의원은 1명도 없다. 18개 상임위 중 8개만 전북 의원이 들어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 가운데 농해수위는 3명이나 배정돼 대조를 이뤘다. 전북 미래 발전보다는 선거 유불리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벌써 2년 뒤 총선 모드에 돌입한 의원들의 발빠른 움직임에서 김 의원이 지적한 ‘직업적 정치인’ 은 없는 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8.09 17:56

김관영 지사와 겸손한 도정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취임 한 달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큼지막한 두 건의 실적을 이뤄냈다. 짧은 기간 그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대기업 유치와 대형 국책사업인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를 새만금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두산과 김제 지평선산단에 693억 원을 투자하는 MOU를 체결했다. 대기업의 투자가 조 단위도 아니고 1000억원에도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계 서열 16위인 두산그룹의 향후 신사업 전북 투자의 전초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김 지사도 대기업 5개 유치 공약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일에는 하이퍼튜브 테스트 부지 새만금 유치 낭보가 이어졌다.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00㎞로 주행하는 신개념 육상교통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실험하고 연구하는 실증단지가 새만금에 세워진다. 오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총 9046억 원이 투자된다.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도민여러분, 전북이 해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쉽지 않은 경쟁이었지만, 오늘의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제가 직접 발표하고, 담당부서와 함께 직접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전북의 의지, 전북의 가치, 전북의 가능성을 설파했다”고 소개했다. 이틀 뒤 이원택 국회의원(김제·부안)은 SNS에 “청와대 재직 당시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새만금에 들어설 수 있는 과학기술 관련 시설의 수요 조사에 기반해 하이퍼튜브 실증단지 구축사업을 국가공모사업으로 추진했다.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되어 그 누구보다 기쁘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적었다. 이어 “하이퍼튜브 실증단지의 새만금 유치를 위해 직접 평가 발표자로 나섰던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 관계공무원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전북도당도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새만금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 선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으로 국민의힘 정운천 도당위원장과 민주당 김관영 도지사 간 협치의 첫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전북 공약에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새만금에 도로, 철도 및 산업입지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이 포함된 것을 자평한 것이다. 마치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새만금 유치가 김 지사 혼자 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 같다. 대기업 두산 유치도 사실 전임 지사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유치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고 김 지사가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성과도 그의 몫이다. 김 지사는 도지사 선거기간 내내 겸손을 강조했다. 선거캠프는 ‘겸손한 캠프’로 불렸다. 민선 8기 도정 슬로건에는 ‘함께 성공’이란 문구가 들어있다. 도정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겸손한 도정이 김관영 지사를 더 빛나게 하는 일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8.08 16:34

무능한 전북정치권

전북 인구가 180만이 무너지고 각종 지표상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은 정치권의 무능 탓이 결정적이다. 전북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 앞을 내다보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력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부족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역량 있는 단체장이 없었다는 게 후회스럽다. 30년간 정치적으로 특정당 위주로 경쟁 없는 무풍지대를 형성해 온 게 패착 이었다. 새만금사업만해도 국책사업임에도 전북도가 새만금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로 중앙정부에 매달려 온게 잘못이었다. 외지인들이 전북을 생각할 때 새만금사업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여서 발전전략을 다각화 하는 게 중요하다. 해마다 도나 전북정치권은 예산국회가 열리면 새만금 관련예산 확보를 제1순위로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왔지만 아직도 어느 세월에 사업이 마무리 될지는 하대명년이다. 행여 새만금예산이 깎일 세라 노심초사 하는 사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은 새만금예산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자신들 지역관련예산을 많이 확보해 갔다. 해마다 새만금관련예산이 벼랑 끝에서 처리 되기 때문에 전북은 다른 예산을 챙기는데 소홀했다.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전북도나 정치권이 강하게 중앙정부를 밀어 부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 중 문재인 정권에서 사업비가 조 단위로 예산이 불어났지, 그 전 정부들은 정권적 이해관계가 별로여서 관심도 두지 않았다. 지금 와서 전북도가 새만금사업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든 새만금국제공항 등 끝마무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실 전북 발전이 뒤쳐진 원인은 역대정권이 전북에 정치적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역량 있는 정치인을 뽑아서 키우지 않은 탓이 더 컸다. 남 탓 하기 전에 내 탓이 크다. 국회의원이나 지사 시장·군수 등 선출직을 보면 그 지역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민주당 일변도로 선출직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충청도처럼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하는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학벌과 고시라는 경력이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면서 판친다. 지역사회도 그렇지만 중앙과의 연줄 망 없이는 한발짝도 떼기 어렵고 국가예산 확보라는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중앙부처는 고시 출신 아니면 접근하기가 어렵다. 시장군수가 찾아왔다고 해서 호락호락하지도 않는다. 각 부처는 물론 기재부는 정부를 아우르는 기관이라서 인맥 없이는 무작정 접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주민들이 알 리 만무하다. 시장 군수들이 중앙부처 누구를 만나 예산확보 작업을 했다고 신문에 대문짝 하게 나지만 실상을 알면 코웃음칠 일들이 많다. 유권자가 지사나 시장·군수를 선출한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그들이 잘할 때는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못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해야 한다. 금연건물인 도의회에다가 담배 피우도록 환기통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한 도의원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도민들이 내탓이요라고 함께 깨어 있을 때 전북발전은 가능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8.07 18:20

청와대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의 남동쪽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있다.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8세기, 오스트리아를 터키군으로부터 구한 영웅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이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바로크시대의 건축물 벨베데레 궁전이 전신이다. 1716년부터 7년이나 걸려 완성된 벨베데레 궁전은 바로크 건축의 거장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가 설계했는데, 건축물로서의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궁전의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프랑스식 정원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방문객들은 산책 장소로도 애용한다. 오이겐 공이 사망하자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 궁전을 사들여 증축하고 자신들이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했다. 오늘날 빈을 찾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벨베데레 궁전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된 시작이다. 한 가문의 미술품을 소장했던 공간이 공공미술관으로 바뀐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주제가 몰락하자 사유재산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면서다. 국립미술관이 된 벨베데레 궁전은 어느 미술관보다도 충실하게 구스타브 클림트의 회화를 수집해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으로 특화됐다. 빈에는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쓰였던 쉔부른 궁전이다. 역시 1918년 합스부르크 왕조가 몰락한 뒤 오스트리아의 국유재산이 되었으며 유적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궁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으로 꼽히는 건축물답게 연간 8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이곳은 1,441개의 방 중 원형이 온전히 보존된 45개를 관람객에게 공개해 박물관의 기능(?)을 지킨다. 이들 궁전은 역사 건축물의 성공적 활용으로 앞세워지는 건축물들이다. 외형은 물론 공간이 지닌 역사적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면서도 ‘보존적 관리’에만 그치지 않고 ‘창조적 활용’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으니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안이 공개됐다. 본관과 관저는 미술품 상설 전시장으로, 본관 앞 정원은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하고 영빈관은 미술품 특별 기획전시장으로 구성해 청와대 소장품 기획전과 이건희 컬렉션 등을 유치한다는 것이니 '청와대 미술관'이라 정리해도 무리는 없겠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외면한 이 졸속 활용방안에 환영보다 우려와 비판이 앞선다. 언제 어떤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것인지 과정은 보이지 않고 명분이나 논리도 없는 방안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역사 건축물의 성공적 사례를 외형적 결과로만 받아들인 결과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8.04 16:35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현재 매월 2회씩 의무휴업 하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은 지난 2010년 전주에서 처음 도입됐다. 전주 시내에 대형마트가 6곳이나 들어서면서 동네 슈퍼 등 골목상권이 초토화되자 시민단체와 전주시의회가 나서서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측에서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전을 벌인 끝에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 휴무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을 제도화하게 됐다. 이로써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과 공룡 유통업체 간 상생발전의 상징이 됐다.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매출이 되살아나고 대형마트 근로자에게는 월 2회 휴식이 보장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또한 전주시는 유통업 상생 분야에서 각종 정부 표상을 휩쓸며 전국적인 롤모델로 떠올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다시 소환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제안을 통해 선정한 10개 안건을 대상으로 전 국민 온라인 투표를 붙여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우수 제안 3건을 정책화하기로 한 것.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000여 건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가 드러나 우수 제안 선정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됐다. 실제 1위부터 10위 안건까지 득표수 차이가 미미해 변별력을 갖기 어려웠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처음 시도한 국민제안이 시작부터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으로 국민의 비난만 자초하고 말았다. 게다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이미 대법 판결로 법적 논쟁이 매듭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국민적 분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이번 국민 우수 제안 3건을 없던 일로 했으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무조정실에서 운영하는 규제심판부가 오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영업 제한을 첫 심판 대상으로 올린다. 규제심판부는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청취한 후 5일부터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온라인 토론을 실시한다. 규제 개선 필요성이 인정되면 해당 부처에 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그렇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국회에서 규제 개선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중소유통업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소비자 다수가 찬성한다고 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국정 위기 반전 카드로 활용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8.03 18:00

우범기 시장의 뚝심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전주 시정의 역동적 기운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우범기 시장은 현안 사업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현안 중에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대한방직터 개발과 관련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데 행정이 왜 도움을 주지 못하느냐” 며 민자 유치에 따른 지역 개발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전주 완주 통합과 종합경기장 개발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해서도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이런 정책 기조를 뚝심있게 밀어붙임으로써 공직 사회의 혁신적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현안 이외에 황방산 터널과 역세권 개발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전주의 지도를 바꿔 놓을 만큼 폭발성이 큰 프로젝트다. 전임 시장 때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현안들이 한꺼번에 이슈화 되면서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과 취임 한 달 만에 전주 시장이 바뀌면서 일어난 긍정적 변화의 움직임이다. 기존 근시안적 포퓰리즘 행정에 넌덜머리를 냈던 일부 시민들은 지역 발전에 호기를 맞았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물론 일부 현안은 벌써부터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노골화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우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 시장 취임 후 변화에 대한 거센 물결은 전임 시장 때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시내 간선도로인 백제대로 곳곳은 가로수와 보도블럭을 파헤치고 인도를 점령한 채 공사가 진행돼 시민 짜증을 유발한다. 코로나 불황 때문에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 멀쩡한 인도를 뜯어내는 일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걸 보면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2조 5000억 들여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대한방직 개발 계획서를 제출한 지 3년 넘도록 아무런 결론 없이 질질 끄는 행정은 어떤가. 이처럼 안타까운 경우는 2년 만에 불씨가 되살아난 역세권 개발도 마찬가지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주시가 LH와 함께 지구지정 승인까지 마쳤는데 돌연 주택보급률 115%를 내세워 사업을 중단시켰다. 이 밖에도 서부권 교통지옥 해소를 위한 황방산 터널은 생태환경 파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반발에 막히고, 메가시티 붐과 함께 광역권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타시도와 달리 전주 완주 통합은 이미 3차례나 실패를 겪었다. 우 시장에게 거는 유권자 기대는 전주를 확 바꾸라는 것이다. 그는 특유의 CEO 기질이 뛰어나 강점으로 꼽는 중앙부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가시적 성과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침체 분위기에 젖어 있는 전주시의 면모를 일신하는 게 최대 과제다. 제 아무리 좋은 명분과 실리를 가진 사업이라도 타협하고 결실을 맺지 못하면 빛을 잃기 마련이다. 사업추진 과정에 반대 세력은 존재하고, 욕먹을 각오로 그들과 소통하며 상생 방안을 찾느냐가 그의 시험대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8.02 18:29

도전하는 전북

법원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선거에 대해 지난달 당선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제12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접은 투표용지와 특정 부분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수 발견된 것을 문제 삼아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김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같은 기표 방법으로 투표한 행위는 무기명 비밀선거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 전 회장은 당시 선거에 출마해 서울시회장 출신 후보와 경쟁했지만 석패했었다. 대의원 162명 가운데 73표를 얻어 88표를 얻은 경쟁 후보에 15표 뒤졌다. 선거이후 대의원들의 이탈 방지 및 색출 수단으로 경기도회는 투표용지를 대각선 방향으로 두 번 접고, 인천시회는 투표용지 오른쪽 위 귀퉁이에 기표하도록 담합했다는 소문을 접한 김 전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법원 판결로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재선거 가능성이 높아졌고 김 전 회장의 재도전이 예상된다. 11·12대 전북도회장을 역임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0년 동안 서울 출신이 중앙회장직을 장기 집권해 지방은 소외받고 정책 참여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방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며 중앙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었다. 전국 5만여 전문건설회사를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 1985년 설립 이후 비수도권 출신이 회장을 맡았던 적이 없었다. 40년 가까이 넘지 못했던 수도권의 벽을 깨보겠다며 지방 가운데도 세가 약한 전북회장 출신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고 선전했다. 전북 출신의 중앙무대 도전은 지난 2020년에도 있었다. 6선 조합장 출신인 정읍농협 유남영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서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유 조합장은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수도권(경기 판교낙생농협 이성희 조합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62년 역사상 최초의 전북 출신 중앙회장에 도전한 유 조합장은 “농도 전북의 자존심을 찾겠다”고 각오를 밝혔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전북 경제계의 중앙무대 도전과 달리 전북 정치계는 조용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에는 모두 25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전북 지역구 의원의 도전은 전무했다. 전북 정치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실패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의 중앙회장 재도전 성공으로 전북의 위상과 자존감이 새롭게 각인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8.01 15:35

말로만 원팀 각자 도생

정치권이 바빠지게 됐다. 여야 협상으로 원구성을 마치면서 국회가 개원했기 때문이다. 다시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해 민생이 어렵게 돌아간다. 기준금리 계속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죽을 맛이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기름값 등 각종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혹시나 행여나 하고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로아미타불로 그친다. 젊은 패기로 기대를 모은 김관영 지사가 취임 초부터 죽으라고 뛰고 있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 같다. 본인의 공약사업인 대기업 5개 유치를 위해 항상 서울 출장 가기 전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2명 정도 사전 약속을 해서 만나고 돌아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 그 결과 지난 26일 두산 쪽에서 김제 지평선 산단에 투자키로 MOU까지 체결해 첫번째 성과를 냈다. 투자금액이 693억으로 고용창출인력이 110명에 불과하지만 수치로만 단순하게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대기업이 지방에다가 공장을 지어도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가 별반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두산의 투자로 앞으로 투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젊은 김 지사가 시간을 쪼개써가며 노력한 결과 취임 한달도 안돼 기업 유치성과를 냈는데 지난 27일 열린 서울에서의 김 지사 초청 국회의원 조찬간담회에 이용호 김수흥 의원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전북정치권은 숫자가 다합쳐도 분대급 밖에 안돼 여기서 2명 빠지면 김 지사가 헛심 팽기기 십상이다. 지금 전북이 메가시티와 특별자치도에서 빠져 있어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제주 강원도까지 특별자치도가 돼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판에 전북만 외돌토리 신세로 육지속의 고도(孤島)로 전락했다. 전북은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서 정치적으로 불리해졌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전북에는 지원군이 못 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때는 말로만 지원해 주겠다고 요란을 떨었지 실제로 전북으로 돌아온 게 별로였다.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려고 김 지사가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할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원팀이 되어줄지는 의문이 간다. 익산 출신 김수흥 의원은 조찬간담회에 참석치 않고 도의회를 찾아와 기업유치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손발이 안 맞은 정치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익산 출신 전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고향으로 돌아와 정치를 재개할 것을 의식해서 이 같은 제안을 했는지는 몰라도 김 의원의 처사는 올바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는데 굳이 이날 불참하면서 이 같은 일을 꼭 했어야 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용호 의원도 사전에 불참을 통보했다지만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면서 입법활동 하는 게 주임무지만 지역발전에 관해서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각자 도생 하기에 바빴던 의원들이 원팀을 이뤄낼 것인가는 지켜볼 일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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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7.31 20:08

팽나무 이야기

팽나무가 화제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 덕분이다. ‘소덕동 팽나무’는 경남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에 있는 팽나무가 실체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관심이 집중되자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터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 마을 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이른바 ‘당산나무’다.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굳건히 서 있는 우람한 이 팽나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만큼 아름답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보다는 못하지만 500년은 족히 사는 장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명이 길기도 하지만 그 특성이 더 흥미롭다. 팽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홀로, 크게 자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수형을 멋지게 가꾸어 스스로를 빛낸다. 팽나무의 속명 ‘셀티스(Celtis)’는 ‘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의 고대 희랍어다. 맛있는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해내니 새와 동물들도 팽나무를 좋아한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살면서도 많은 생물을 부양하는 역할은 눈부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와 함께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키는 대표적인 노거수로 꼽혔다. 시골 마을 어귀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오래된 노거수는 느티나무가 단연 많지만, 팽나무 역시 적지 않다. 특히 바닷바람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마을의 당산나무는 대부분이 팽나무다. 이름도 외형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팽나무가 있다. 200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다. 나무의 성장세로 보아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연원은 명확하지 않다. 나무 둘레는 6.56m.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 중 둘레가 가장 크다. 수동리 팽나무 역시 그 주변에 찔레꽃, 뽕나무, 참빗살나무, 갈참나무, 팽나무, 아까시나무, 오동나무, 맥문동, 인동덩굴, 칡,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홀로 자라며 다양한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팽나무의 특성을 알고 나니 ‘당산나무’로 마을을 지켜온 수많은 팽나무의 존재가 더 새삼스럽다. 드라마에서 마을 앞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편에 선 우영우 변호사가 찾아낸 답은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어 도로로부터 마을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됐다. 개발의 구호가 넘쳐나는 지금, 팽나무 한그루의 힘이 전하는 의미가 각별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7.28 14:46

물고기 박사의 눈물과 꿈

관상어와 함께 평생 삶의 터전을 일궈 온 물고기 박사 류병덕 ㈜물고기마을 대표(63)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50년 가까이 애지중지 길러온 300여만 마리에 달하는 비단잉어가 갈 곳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완주 이서면 반교리에 있는 물고기마을이 하천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돼 강제 수용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 폐업 보상이 아니라 쥐꼬리만큼의 물고기 이전 비용만 지급해주기에 군청에 민원도 넣고 국민청원도 제기했으나 하천 선형변경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물고기마을의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30여 곳의 자치단체에서 류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양어장과 체험시설 부지의 무상 제공은 물론 각종 행정편의 제공도 약속했다. 한 자치단체에서는 33만여㎡에 달하는 부지를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도 했다. 그러나 류 대표는 고향에 남아 물고기마을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정작 완주군에선 냉담한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류 대표가 물고기 양식업에 뛰어든 것은 스무 살 때. 쌀가마니공장을 하던 부친께서 비닐포대가 나오면서 문을 닫게 되자 내수면 양식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류 대표도 자연스레 양식업에 합류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옥정호와 구이 안덕저수지 청평댐 화천댐 등 전국 4곳에서 양어장을 운영했다. 양식업계에선 전국 최대 규모로 큰돈도 만져보았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할까. 극심한 가뭄과 한해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애끓는 심정에 양식장에서 실신하기도 했다. 그 때 불현듯 기르는 양어보다 보여주는 관상어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13년간 연구 개발 끝에 세계 최초로 블랙 엔젤이라는 신품종 비단잉어 육종에 성공해 특허등록을 냈다. 현재 물고기마을에는 250여 종, 300여만 마리의 관상어가 있고 몸값이 3000만 원이 넘는 비단잉어도 있다. 자산 가치로는 일천억 원대가 넘는다. 폐업 전 주말에는 5000여 명이 물고기마을을 찾았고 연간 3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고교 시절 가세가 기울어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류 대표는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고 군산대에서 물고기마을 테마관광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 명실상부한 물고기 박사가 됐다. 대한민국 1호 최우수 신지식인 표창에 이어 대한민국 대한 명인, 신창조인으로 선정됐고 지난 2015년에는 어류힐링문화 연구분야 세계명인으로 등재됐다. 어류힐링 문화보급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비전을 세운 류 대표는 전북과 제주 수도권 등 전국 3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물고기마을 테마관광지 조성을 구상 중이다. 이미 몇몇 투자회사로부터 2000억 원대 투자 제안도 받았다. 홍익인간 정신을 펼치려는 그의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7.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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