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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양심껏

코로나로 2년동안 숨죽이며 살던 도민들이 새봄과 함께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그 열기를 6.1지선판에서 뿜어 대고 있다.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던 송 캠프 진영이 악마의 덫에 갇혀 결국 송지사가 정계은퇴 선언을 하게 되었다면서 군산 출신 재선의원인 김관영 후보 쪽으로 똘똘 뭉쳐 보이지 않은 손에 농락당한 자신들의 한풀이를 여론조사에 반영하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특히 최근 전주MBC 녹취록 보도에 나오는 브로커 한테 돈 받았다는 현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가 수사로 조기에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민주당 공천이 말로만 시스템 공천 운운했지 실제는 여론조사결과 단체장 1위였던 후보들을 대거 컷오프 시키면서 선거판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일각에서는 송 지사를 컷오프 시킨 이후 역풍이 강하게 김성주 도당으로 불어 닥치자 이를 잠재우려고 도당 공심위가 엄격한 것처럼 이중잣대를 적용해 유력후보들을 낙마시켰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특히 결격사유가 없고 대선 1급포상자로 15% 가점까지 받은 송지사를 교체지수 운운하며 내친 것은 패착이었다면서 중앙당 공관위가 밀실에서 사전 각본대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난한 사람도 많다. 지금은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공심위가 잘못한 공천작업을 권리당원이나 일반시민들이 바로잡아야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질 않는다는 이유로 컷오프 시킨 단체장 후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본선거 때 이성적인 선거를 해야 한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본때를 보여줘야 다시는 공천작업을 사천 하듯이 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몇몇이 밀실에서 친소관계에 의해 공천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게 할 수 있다. 아무튼 권리당원이나 일반시민들은 여론조사에 응할 때 전북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캠프의 지시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은 민심 왜곡현상이 발생, 안되어야 할 후보가 후보로 확정될 수 있다. 현재 전북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더 이상 나락으로 추락하느냐 아니면 비상할 수 있는 기로에 설 수 있느냐 의 시기다. 전주와 전북에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역량 있는 후보를 지사나 단체장으로 뽑아야 한다. 누가 더 윤석열 정권을 상대로 중앙에서 전북 몫을 가져올 인물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체면 때문에 권리당원이 된 사람들이 사사로움에 못 이겨 기계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면 세상을 바꿀 수가 없다. 학경력을 통해 후보의 살아온 이력을 살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소멸되지 않은 전북을 만들어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고 양심을 속이는 행태가 지역을 죽이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경쟁의 정치체제를 만들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누가 더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돈 선거 판 속에서 공정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서 여론조사에 응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24 18:26

빈 유모차 사진과 연필 그림책

지난 3월 18일 외신을 통해 사진 한 장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광장을 가득 채운 109대의 유모차. 그런데 이 유모차에는 있어야 할 아기들이 없었다. 러시아 폭격으로 무참히 죽어간 아기 109명을 상징하는 빈 유모차 행렬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두 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 전쟁 난민이 된 현실은 참혹하다. 포탄이 터지고 무너지는 급박한 순간이 이어지는 전쟁의 한중간에서 그 생생한 현장을 오직 연필 한 자루로 써 내려간 기록이 <전쟁일기>(이야기장수)란 이름을 달고 출간됐다. 글과 그림이 담긴 다큐멘터리 일기장.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그림책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다. “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이바노바 사거리에 떨어졌다. 변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2월 24일, ‘새벽 5시 30분,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로 시작하는 그의 일기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게 한 가족의 삶과 꿈을 무너뜨리는가를 고발한다. 그는 첫째 날 아홉 살 아들과 네 살 딸의 팔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다. 시도 때도 없이 폭격이 이어지는 전쟁터에서 이별의 고통을 안고 헤어져야 하는 가족, 피난 열차 안의 엄마와 아기, 폭격이 시작되면 지하실에 숨어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 난민숙소의 풍경 등이 연필 스케치로 담겼다. 전쟁이 일어나자 지하를 오가며 생활했던 작가는 9일째 되던 날 두 아이를 위해 도시를 탈출해 지금은 불가리아에서 난민으로 지내고 있다. 그의 남편은 계엄령으로 국경을 넘지 못했다. 전쟁 난민이 된 그의 글과 그림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번역되어 책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과정을 들여다보니 눈물겹다. 그림책 작가인 그가 일상적으로 해온 방식은 컴퓨터 작업이지만 폭격에 대피해 지하로 숨어들어야 하는 불안한 일상에서 컴퓨터는 더 이상 그의 도구가 될 수 없었다. 오직 연필 한 자루로만 그리고 쓴 그림. 한국의 출판사는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준 낱장의 사진들을 받아 원본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공들여 책을 만들고, 번역가 정소은은 작가와 출판사의 소통을 위해 기꺼이 앞장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그림책이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전쟁의 진실’을 세상에 낱낱이 알리고 있다. 빈 유모차 사진과 연필 그림책이 전하는 큰 울림. 전쟁의 참상이 ‘어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하는 그런 힘이 놀랍다. 이 책은 번역료와 출판사 수익의 일부를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한다. 그림책 <전쟁일기>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4.21 18:50

지지율과 컷오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공천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송영길 전 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특별한 흠이 없던 송하진 지사가 3선 문턱에서 컷오프 당했다. 전북지역 기초단체장 후보군 중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적합도 선두권을 달리던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경선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는 이번 공천 심사에서 기초단체장 후보 47명 가운데 12명을 탈락시켰다. 유진섭 정읍시장과 장영수 장수군수 등 현역 단체장 2명이 아웃되고 송지용 도의회 의장과 최영일 도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있던 임정엽 전 완주군수, 윤승호 전 남원시장, 김민영 전 정읍산림조합장 등 유력 주자들도 경선 후보 명단에서 제척됐다. 컷오프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전과기록이나 비위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며 재심을 신청하거나 또는 무소속 출마를 벼르기도 한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 시 승산이 별로 없어 컷오프 후보들의 고민이 깊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 후보 압축과정을 보면 전체 지방선거 구도와 당선 가능성, 그리고 대선 패배에 따른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 주려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한다. 특히 전북지역은 도덕성이 컷오프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당에 대한 정체성이나 기여도, 업무 수행 능력 등은 객관적으로 계량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도덕성은 전과나 비위 행위, 사회적 물의 등 평가 기준이 명확히 드러나 손쉽게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의 도덕성을 이유로 컷오프 하면 낙천 명분으로 삼기도 좋고 공천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지지율 선두권 후보들을 과감히 컷오프 시킨 것은 지역정서와 무관치 않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80% 선에 달할 정도로 전북에서 콘크리트 지지를 유지하는 만큼 누굴 내세워도 당선 가능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대선 패배에 따른 당의 쇄신과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현역 단체장이나 선두권 후보들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써 혁신 공천의 명분으로 삼은 점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집권당인 민주당이 도덕적인 후보 공천만으로 지역에 대한 책무를 다할 수는 없다. 쇠락과 소멸의 기로에 선 전북을 살려내려면 미래 비전 역량과 실행 역량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지금 압축된 시장·군수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과연 지역을 살릴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든다. 공천 신청자 중에 적임자가 없으면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발굴해서라도 내놓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20 17:12

송 지사 컷오프 막전막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둘러싼 도지사 선거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재심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3선 도전이 물 건너 가자 송 지사 핵심 측근들은 서둘러 김관영 후보 지지 방침을 정하고 ‘포스트 송하진’ 시대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송 지사 컷오프를 정치적 살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번 사태 배후로 특정 정치세력을 지목했다. 먼저 김성주 도당위원장에게 이들은 송 지사 공천배제 주도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경선에 오른 세 후보 중 이들 세력과 결탁한 한 명을 정조준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 측근들이 겨누고 있는 막후 정치세력은 김 위원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유인즉슨 이례적으로 공관 위원에 참여한 김 위원장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거물 개입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정세균 전 총리가 등장했다. 그렇잖아도 정 총리의 지방선거 영향력에 대해 설왕설래가 무성했기에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안호영 후보과 함께 정세균(SK)계 대표적 인물로 분류된다. SK는 안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어쩌다 막후 세력의 퍼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송 지사 측근의 정조준 대상자가 안 후보로 좁혀진 것이다. 이들 핵심 측근들이 지지 후보를 일찌감치 내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안 후보측 발호를 견제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지사 후보 여론조사는 김관영 안호영 백중세에 김윤덕 후보가 한참 뒤처진 흐름이었다. 뚜렷한 선두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宋心’ 의 분명한 메시지를 통해 김관영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 지사 컷오프는 예상을 뒤엎고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SK 친동생을 도 산하단체장에 임명함으로써 송 지사도 나름 SK와의 우호 관계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K는 대선 때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송 지사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다 김 위원장이 송 지사에게 공동 보조를 주문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공관위의 이런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고 송 지사측 의원들이 김태년 위원장을 압박해 시스템에 의한 공천 정상화를 약속 받았으나 결국엔 이들의 이중 플레이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송 지사가 지난주 컷오프 된 뒤 가까운 지인에게 “20년 정치 여정에서 이번처럼 저열하고 추악한 정치 협잡은 처음 봤다” 며 격정 토로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송 지사 컷오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막후 세력 1차 목표는 힘겹게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최종 목적지인 도지사 당선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 지사를 저격한 총구가 부메랑이 돼 부릅뜬 눈으로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19 18:27

‘저주 토끼’와 정치

정보라 작가의 소설 ‘저주 토끼’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출간 5년 만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저주 토끼는 지난 7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교보문고의 4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31위에 올랐다. 일주일 전 193위에서 무려 162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소설 저주 토끼는 저주 용품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친구의 원한을 갚기 위해 저주 토끼를 만들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양조장을 운영하며 좋은 술을 만드는 데 전념해온 친구가 경쟁업체의 비방으로 몰락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저주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토끼 모양의 전등(저주 토끼)을 만들어 경쟁업체 사장에게 보내고 저주 토끼는 이 집안의 서류와 손자의 뇌, 아들의 뼈 등 모든 것을 갉아먹으며 복수를 행해 손자와 아들, 그리고 사장까지 3대를 죽음으로 몰아 몰락시킨다. 최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경선의 컷오프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설 저주 토끼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컷오프 이후 송하진 지사 지지자들은 특정 정치세력이 협잡한 저열한 정치적 살인 행위라고 분노를 표출하며 응징을 천명하고 있다. 송 지사와 함께 컷오프된 유성엽 전 의원의 지지자들도 분을 삭이고 있다. 사실 송 지사의 컷오프는 김관영·김윤덕·안호영 후보 등 경선 무대에 오른 후보 3명의 합작품이었다. 중앙 정치권을 상대로 송 지사 3선 불가론을 설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송 지사의 용퇴를 촉구하는 직격탄을 날린 후보도 있다. 경중을 따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컷오프된 송 지사 측의 복수와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컷오프 다음날 세 후보는 송 지사를 향한 구애 경쟁에 나섰다.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어 “송 지사가 완성하고자 했던 여러 공약을 더 연구하고 채택해 전북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김관영), “송 지사의 지지가 경선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송 지사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김윤덕), “전북 발전을 위해 헌신한 송 지사에게 지혜를 구해 도정을 이끌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안호영)고 밝혔다. 송 지사는 컷오프 됐지만 미리 확보해둔 당원과 지지도 등으로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후보들에 대한 선택적 지지를 통해 자신의 컷오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후보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송심(宋心)의 향방을 주목하는 이유다. 소설 저주 토끼를 쓴 정보라 작가는 권선징악 혹은 복수가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롭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에 곰곰이 되새겨보게 하는 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18 17:21

뒤통수 맞은 송하진

지난 1987년 대선 이후 지금까지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역할을 해왔지만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별 볼일 없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한테 몰표를 줬지만 중앙당으로부터 지원 받은 것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도민들이 무작정 찍어 주기 때문에 공천 그 자체가 당선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지사나 국회의원 공천권을 쥔 중앙당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골라왔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까 후보들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치를 하기 보다는 무조건 중앙당에 공천을 받으려고 매달려 왔다. 중앙당 공심위만 움직이고 확보하면 얼마든지 맘 먹은 대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서 지역정치가 발전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왔다. 한마디로 도민들이 무슨 이유로 민주당 볼모로 잡혀 선거때마다 무작정 민주당 후보를 찍어줬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도민들이 선거때마다 바보짓을 해왔다는 것이다. 표를 찍어줄 때는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는 것인데 당선되고 나면 모두가 나 몰라라 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64.8%를 얻고 나서는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하며 전북발전을 위해 예산지원을 서슴없이 할 것처럼 말했지만 아니올씨다로 끝나가고 말았다. 국회의원들도 거의 같은 수준에서 맴돌았다. 지난 14일 민주당 중앙당 공관위에서 공천이 유력시 됐던 송하진 지사를 컷오프 시킨 것만 봐도 얼마나 전북인을 우습게 보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개혁공천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송지사를 컷오프 시켰는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그 배경에 의혹이 짙다. 지난 3.9 대선 때 전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83%의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고 해서 송 지사를 1급포상자로 선정 ,15% 가산점까지 준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컷 오프 시켰는지 모두가 의아해 한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송 후보를 전주시장 8년 지사 8년 도합 16년간 해 도민들이 피로감에 젖어 있다는 이유로 컷 오프 시킨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쿠데타나 다름 없다. 특히 공관위에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을 넣었다는 것은 이해상충관계에 있기 때문에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김 의원이 부끄럽게 여겨야 할 사항은 공관위 회의 때 너무 비상식적으로 나갔다는 것이 송 캠프의 주장이다. 이때문에 공관위는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당위원장인 김 의원이 컷오프를 주도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송지사는 면접점수도 가장 높아 본인이 컷오프 될 만한 사항이 없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본인이 희생양이 되었다고 힐난했다. 더욱이 김 의원이 김관영·유성엽 전 의원을 컷오프 시켜야 하는데 공동보조를 맞춰 달라는 요청까지 해놓고서 안심시킨 후 뒤통수를 친 것은 모종의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인 것이라고 송 캠프는 지적했다. 결론은 누구한테 공천을 줘도 도민들이 뽑아 주기 때문에 중앙당서 맘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 광주 전남 같았으면 엄두도 못낼일이 전북에서 벌어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17 18:24

3선 피로감

오는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단체장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3선 도전에 나선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민선자치 초기만 해도 한번 단체장이 되면 임기 내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지면서 3선까지 무난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민의 민도가 높아짐에 따라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고 단체장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분명해지면서 3선 고지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가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현직 단체장인 만큼 여타 시장·군수 후보들보다 조직력이나 인지도가 많이 앞서지만 직을 내려놓았다. 전국 광역 단체장 가운데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3선 도전을 포기했다. 3선 피로감과 지지율, 그리고 대선 패배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익산시장, 심민 임실군수가 3선 연임에 나선다. 전라북도와 익산시 임실군 모두 지금까지 3선 단체장이 나온 전례가 없는 만큼 이들의 3선 달성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시장 심민 군수 모두 임기 중 실책이나 물의 없이 행정을 이끌었다는 평이지만 지난 재선 도전 때와는 여건이 다르다. 민선 도지사로서는 처음 3선 도전장을 낸 송하진 지사는 지난 재선 때는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3선 관문에는 민주당 내에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들은 전북 경제지표와 인구 감소 등을 거론하며 혁신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송 지사가 후보 적합도에서 23.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재선 때 50%에 육박하던 적합도 지지율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전·현직 국회의원 4명과 함께 경쟁하다 보니 표 분산과 3선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쥐면 송 지사의 3선 가도는 꽃길이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3선 기록에 도전하는 심민 임실군수는 상황이 좀 녹록하지 않다. 재선 도전 때는 여타 후보보다 지지율이 많이 앞섰으나 대선으로 인한 민주당에 대한 응집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번 여론조사에선 2위로 내려앉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과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 등 당내 쟁쟁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좀 여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이들을 크게 앞서면서 당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의 중량감을 선호할지, 아니면 3선 피로감에 따른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13 17:43

선거브로커 여론 조작이 남긴 것

최근 민주당의 지방선거 컷오프를 둘러싸고 당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결과에 불복해 후보가 법원에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가 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등 심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심지어 막후 ‘보이지 않는 힘’ 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배설까지 불거져 뒤숭숭하다. 이와 함께 후보를 검증 심사해야 할 위원회 구성부터 공정성 담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위촉은 2년 뒤 총선 출마를 포석에 두고 코드에 맞는 인물을 알박기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부적절하다는 것. 중복으로 위원을 배정한 것도 인재풀의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선거판을 좌지우지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브로커는 선거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인사권과 사업 인허가권을 요구하고, 지지율 여론 조작도 휴대폰 주소지 변경을 통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간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치권과 선거 브로커의 검은 커넥션이 세상에 드러났다. 불순 세력에 의해 지지율 여론 조작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천 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유권자들은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 여론조사 지지율이 후보의 경쟁력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후보자 입장에서도 지지율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극히 일부지만 브로커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공신력에도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공천 작업 중인 지방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거 때마다 봇물을 이루는 여론조사에 대해 유권자들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어쩌면 정당이 공천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투명한 의혹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공천 방식은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텃밭을 자처한 민주당은 단체장의 경우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50% 합산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진다. 지방의원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전적으로 주민 의사가 100% 반영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득권 세력의 농간인 양 비춰지는 권리당원 투표는 진입 장벽만 높임으로써 정치권 물갈이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젠 여론조사마저 선거 브로커가 개입해 민심을 왜곡한다면 이런 공천 방식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중차대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당의 환골탈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12 17:05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익산의 중요한 역사문화 자산으로 꼽히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이달 초 인천의 한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 등장했다. 동영상 속 선화공주는 스토킹 피해자, 서동은 스토킹 범죄자가 됐다. 이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다른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는 선녀와 나무꾼 편도 등장한다. 역시 선녀는 스토킹 피해자, 나무꾼은 스토킹 범죄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동 설화가 스토킹으로 표현된 이후 익산이 발끈했다. 백제 30대 무왕의 어린 시절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로 전해오며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익산의 대표적 역사문화 콘텐츠다. 동영상 게시이후 지역사회에서는 곧바로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하고 익산의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여성인권단체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동영상을 삭제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주목할 부분은 논란을 부른 동영상 아이디어가 대학생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부산대 학생 4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7월 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아이디어 공모에 ‘다시 쓰는 전래동화’를 콘셉트로 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대상을 받았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례였는데 서동 설화까지 스토킹 동영상에 담겼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작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동영상 제작업체의 해명이 있었지만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서동 설화를 스토킹 관점에서 바라본 MZ세대의 사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칭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신세대다. 스토킹 캠페인 아이디어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선녀 입장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색다른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 발굴에 나서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들린다. ‘의원님’이란 호칭을 듣는 것이 거북해 출마를 기피하거나, 부모뻘 되는 공직자들로 부터 보고받고 대접받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 진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정치 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주저하는 셈이다. 지난 8일 마감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 청년은 44명으로 전체 후보자 446명의 9.8%에 그쳤다. 여성·청년 가점과 정치신인 가점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고 여성·청년 30% 이상 공천을 약속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인식은 이들의 단선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미래 사회를 이끌 MZ세대가 성숙과 발전을 위해 생각해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11 16:41

23.8%의 송하진

지난 3·9대선으로 전북은 민주당 지지가 더 견고해져 6·1 지선 때 민주당 아니면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민주당은 후보가 넘쳐 나고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았지만 후보가 없어 애를 태운다. 다행히 도지사 후보 경선이 이뤄질 것 같아 희망이 보인다. 도민들이 이재명 후보한테 83%의 절대적 지지를 보냈어도 실패했기 때문에 지방선거 만큼은 민주당을 확실하게 지지하겠다는 게 중론이다. 본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73.2%로 나온 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라서 민주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가 관건이다. 무주군은 무소속 황인홍 군수가 크게 앞선 반면 나머지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천을 앞두고 배수 압축 과정에서 2차 컷오프가 예상되면서 각 후보간 경쟁이 뜨겁다. 송하진 지사가 3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전쟁이 달궈졌다.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할 때만해도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쳤지만 군산 출신 김관영 정읍 출신 유성엽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해 출렁거렸다. 특히 고시3관왕인 김관영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 단박에 2위 자리를 꿰 차면서 기염을 토해 공천경쟁이 불 붙었다. 김 전의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를 인재영입 1순위자로 지목해 전북의 정치적 자산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도전자들이 송하진 지사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느냐 여부다. 송 지사가 전주시장 8년 지사 8년간 16년을 한 관계로 피로감을 주지만 각 시·군별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구조다. 여론조사에서 군산은 김관영, 정읍은 유성엽, 무진장·완주는 안호영, 전주 완산갑에서 김윤덕이 두각을 나타낸 것만 봐도 소지역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주에서 송 지사 한테 비토그룹이 있지만 강암 선생 아들이라는 후광효과와 공직자와 남들한테 따뜻하고 자신한테는 엄격한 이미지(待人春風 持己秋霜)가 잘 형성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 소통부족과 정치력이 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도지사 교체 여론이 형성돼 있지만 중앙인맥을 잘 구축해 놓아 극복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 전북 인구 180만 붕괴와 각종 지표가 낙제점 이하여서 송 지사가 부담을 안고 있지만 신 산업 발굴 등 전북의 산업생태계 구축을 잘 해 놓아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알게 모르게 국힘 정운천 의원과 예산국회 때마다 호흡을 잘 맞춰 국가예산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과도 협력을 잘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23.8%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컷오프가 이뤄지면 30%대 회복은 시간문제다. 특히 대선1급 포상자로 15% 가산점까지 붙기 때문에 공천경쟁력은 강해질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3선 불출마와 지금까지 3선 지사가 없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4월이 송 지사한테 잔인한 달이 될지 아니면 영광의 달이 될지는 여론조사결과에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10 15:59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

그의 부모님은 식민지 시대,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1세였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던 부모님은 하루 벌이 노동으로 5남매를 키웠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꿈을 포기해야 했다.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고등학교는 가르치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로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전기회사에 취직했으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데다 적성도 맞지 않아 그만두고 하루 벌어 사는 노동을 택했다. 우연히 인수한 가전제품 가게가 그를 살렸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된 가전제품 바람 덕분이었다. 돈을 벌자 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포기한 동포들을 돕기로 했다. 재일교포 화가들이 첫 번째 대상이었다. 작가들을 지원하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피카소 샤갈 뭉크 앤디 워홀 달리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부터 이우환 손아유 등 세계 화단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까지 1만여 점이 그의 품에 안겼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수집한 작품을 한국의 미술관에 기증해온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어머니는 명절이면 그에게 특별한 일을 시켰다. 마을 뒤편 절에 있는 작은 봉분에 음식을 놓고 절을 올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 무덤이 아키타에 끌려왔다 죽은 이름 없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강제 연행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다자와코 호수에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현장에 차출된 노동자들이었다. 힘든 노동과 추위에 시달리다 도망치거나 영양실조로 죽은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름도 없이 강제로 끌려와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의 생애가 안타까웠던 그는 다자와코 호수 옆에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의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미술관을 짓기 위해 땅을 사고 설계까지 마쳤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연행’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통과시켰다. ‘강제 징용’과 ‘강제 연행’이 ‘징용’이나 ‘연행’으로 수정되고,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도 사실상 사용을 금지해 삭제된 교과서들이다. 반면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했다. 일본이 수많은 노동자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지우기 위한 시도다. 일본의 노골적인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 왜곡 또한 줄곧 자행되어왔으니 한일관계의 대치적 국면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이고 단호한 의지가 필요해졌다. /김은정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4.07 17:23

공직자의 고향 세탁

박근혜 정부 말 중앙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차관급 자리에 발탁된 정읍 출신 K씨가 출신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전북지역 선거관리 책임자로 영전했을 당시에는 자신의 고향을 정읍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앙선관위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면서 선관위 최고위직 자리에 오르자 자신의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전북출신의 영전 소식에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언론에서는 인사기록 허위 기재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향 세탁 논란이 일었다. 전북출신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고향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향우회 모임이라도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쉬쉬하면서 모여야만 했고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호남이라는 딱지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차별받았던 호남출신이 정부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서 두각을 보이자 너도나도 호남사람을 자처하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당선인이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한 전주 출신 한덕수 전 총리도 고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상공부 국장 재직 때 유종근 지사가 찾아가 고향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신은 전북사람이 아니라면서 냉대했던 일화가 있다. 특허청장으로 승진했을 땐 언론사에서 고향을 전주로 표기하자 일일이 연락해서 서울로 정정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자 그의 본적은 서울에서 전주로 바뀌었다. 전에 참석하지 않았던 재경도민회에도 나오고 전북일보가 매년 서울에서 주최하는 전북출신 신년인사회에도 얼굴을 보였다. 또 중앙부처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인 삼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산업연구원장과 국무조정실정, 경제부총리를 거쳐 마침내 국무총리에 올랐다. 전북출신으로는 김상협 진의종 황인성 고건에 이어 다섯 번째 총리가 되었다. 총리 재임 시절엔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국가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줘 김완주 지사가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역대 총리 가운데 김종필과 고건에 이어 세 번째 재임 총리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총리로 가는 길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4년간 받은 18억 원의 고액 고문료와 먹튀 논란을 야기한 론스타 사태에서 역할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06 19:27

선거 표심에 담긴 정치학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발표가 있기 직전. 대선 판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박빙 승부였다. 지역별 여론 조사마다 1, 2위 지지율 변화가 롤러코스터 양상의 대혼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호·영남 콘크리트 지지층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게 호남은 이재명 80% 이상, TK지역 윤석열 70% 이상의 몰표 성향이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다행히 대선은 유권자 한 표가 전국 집계로 모아지는 폭발성을 감안하면 사표(死票)가 없다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런 투표 성향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텃밭에 대한 정당의 지나친 자신감인지 공천 과정을 보면 ‘고무줄’ 심사 기준이 공정성을 훼손해 역풍을 부르고 있다. 유권자 정서를 무시하고 마치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 듯 독선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 도당의 지방선거 1차 컷오프를 둘러싼 무원칙 운영은 물론 대선 패배에 따른 혁신공천 의지가 실종됐다며 언론이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대선 막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경기·충청 지역의 표심을 보면 전북의 미래가 읽힌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이 지역에서 각각 5% 안팎의 차이로 1승1패를 한 곳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아픔을 간직한 채 이들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공천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는 유승민 김동연 대선 주자가 출사표를 던져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충청도 마찬가지로 거물급 후보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묘수 짜내기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체제가 됨으로써 이들 지역은 중량감있는 인물 대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과 달리 지방 선거만이라도 역량 있는 인물 위주의 투표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시군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역 정서에만 얽매이는 건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권 먹이사슬 구조가 아무리 기득권화 됐더라도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충청 지역의 표심은 선거 때마다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정당마다 이 곳을 최대 승부처로 인식해 지역 맞춤형 공약과 개발을 약속하며 표심 얻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21년 총선 때도 대전 세종을 제외한 시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1곳과 8곳을 나눠 가졌다. 지역마다 근소한 표차로 진땀 승부를 펼쳤다. 중부권 교통 인프라를 갖춘 이 곳의 초고속 성장세는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대가성 ‘선물’ 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은 이 지역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절실함을 이끌어낸 결과다. 영·호남 지역의 몰빵 스타일과는 대조적이어서 시사하는 바 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05 16:46

영화 ‘코다’와 장애인의 달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상의 올해 제94회 시상식은 장애인 예술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이르는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는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영화 코다의 주인공인 여고생 루비는 자신을 제외한 부모와 오빠가 모두 농인이어서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을 해야하는 소녀다. 음악에 심취한 그녀는 버클리 음대 진학의 꿈과 자신의 통역 도움 없이는 생계(어업)가 어려운 가족을 위한 희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영화 속 루비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가족들도 세상과 소통하게 되지만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현실 속 코다들의 삶은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한국 코다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이길보라 감독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란 책에서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코다의 처지를 설명했다. 부모를 위한 통역과 동시에 부모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청각장애인은 약 40만 명으로 장애 유형 중 두 번째로 많다. 장애인 인구비율이 전남에 이어 두 번째인 전북의 청각장애(14.9%) 비율도 지체장애(48.4%) 다음으로 높다.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인 수어(수화언어)는 지난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 공포로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우리나라 법정 공용어가 됐다. TV 뉴스와 정부 부처의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됐지만 아직도 재난·기상·속보·특보 등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대통령 연설과 기자회견 현장에 수어 통역사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옆에 선 수어 통역사’가 청각장애인 배려의 상징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동권을 놓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가까이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고, 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전장연 불법 시위 처벌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갈등에 불을 질렀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듯 영화 코다의 아카데미상 3관왕 수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04 16:00

회초리를 들어야 할 차례

어느 때 부턴가 지역발전과 잘 살아보겠다는 도민들의 의지가 약해진 것 같다. 왜 전북의 존재감이 약화되었을까. 예전에는 도세가 충북 강원보다 앞섰지만 지금은 제주와 세종을 빼면 꼴찌다. 전북의 낙후 원인을 하나로 꼬집기가 어렵지만 정치권의 무능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해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할 때도 전북이 소외됐고 국가예산을 확보할 때도 전북 몫을 확보하지 못해 낙후가 거듭돼 왔다. 인구감소로 국회의석수가 줄었지만 21대 국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펴는 전북 국회의원이 없다. 전북정치는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광주 전남에 휩쓸려 호남권으로 한데 묶어지면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쇠퇴해 퇴보의 길을 걸었다. 김원기·정동영·정세균이 있었지만 독자적인 세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게 결국 지역 낙후를 가져왔다. 본인들만 대선후보, 국회의장, 총리로서 명예를 높여왔지 사실상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DJ나 노무현·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정부부처 당 주변에서 전북 출신 인사를 어느정도 챙기는 것으로 역할이 끝났다. 1987년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도민들은 죽어라고 황색 깃발만 보이면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지를 했다. 그래서 전북공화국이라고 칭할 정도로 민주당 아성을 쌓았다. 그 지역의 선출된 대표를 보면 그 지역의 정치적 수준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민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전북인은 머리도 좋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 노는 이중구조라서 실속을 못 차리고 엉성하다. 옳다고 생각하면 주변 눈치 살피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용두사미로 끝난다. 뒷심과 뱃심이 부족한 탓이 크다. 행동하는 양심이 부족해 모기소리 정도 밖에 못 낸다. 그런 소리 갖고는 여의도나 중앙정치권을 움직일 수 없다. 친 전북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권도 전북이 배가 고파 우는지 몸이 아파 우는지 모를 정도였다. 광주 전남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울어야 할 때 울어 대기 때문에 자기 몫을 제대로 챙겨갔다. 요즘 민주당 공천을 놓고 난리법석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 논 당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공천작업에 목숨을 건다. 민주당에서 혁신공천 운운하지만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한 테는 여유로움과 자상함이 묻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저승사자들이다. 단체장 후보 중 깜냥이 안되고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끼어 있다. 검증작업을 통해 옥석을 가려 낸다고 하지만 별로 기대가 안된다. 정권교체로 전북이 정치적으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도민들이 전북 몫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한다. 도지사·시장·군수 지방의원공천자 결정을 민주당은 당원 시민 50대50 여론조사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걸러줘야 한다. 누가 더 혁신적이고 역량이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소통 잘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 나물에 그 밥 갖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03 18:29

도심형 슬로시티의 미래

1986년 3월,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널드’가 문을 열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시위대까지 몰려와 미국식 패스트푸드를 규탄할 정도였다. 오랜 먹거리 문화를 중시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역 고유의 전통음식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는 새로운 먹거리 운동으로 패스트푸드에 맞섰다.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어진 운동이 또 있다. 음식만이 아니라 도시의 삶 전체에 그 정신을 담자는 ‘치따 렌타(Citta Lenta)’나 ‘치따 슬로(Citta Slow), 이른바 ’슬로시티(Slowcity)’ 운동이다. 슬로시티운동은 기본적으로 ‘느리게 살자’는 취지지만 그 바탕은 속도와 생산성만을 앞세우는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지키자는 데 있다. 199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 32개국 281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슬로시티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슬로시티가 되어도 5년마다 이뤄지는 재인증 심사를 통과해야만 그 자격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전남 신안 등 3개 군이 처음 인정받은 이후 점차 늘어나 지금은 전주를 비롯한 16개 도시가 슬로시티 자격을 갖고 있다. 2010년 슬로시티가 된 전주는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의 재인증 절차를 통과해 2025년까지 슬로시티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주목을 끄는 변화가 있다. 2010년 전주의 슬로시티 인증은 전주한옥마을 권역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2016년 4월 재인증 과정에서 전주는 도시 전역을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65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슬로시티로 인정받은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그래서 전주는 ‘도심형 슬로시티’를 개척한 도시로 꼽힌다. 슬로시티 운동은 무조건 현대 문명을 부정하며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위해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지향하는’ 이른바 새로운 도시 운동이다. 슬로시티는 '한 도시의 전통문화와 산업, 자연환경, 지역 예술을 지키려는 지역민들의 지역 공동체 운동과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해가는 노력으로 지켜진다. 어찌 됐든 관광을 도시 경쟁력으로 꼽는 오늘날, 슬로시티 인증은 도시의 힘이 됐다. 아직도 많은 도시들이 슬로시티를 지키고 도전하는 이유다. ‘전주 슬로시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예비후보가 있다. ‘세계적 관광객 유치를 위해 슬로시티를 과감히 폐지하고 한옥마을에 지하 3층 규모의 주차장과 대규모 쇼핑몰을 건설’한단다.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무모한 공약의 근원(?)이 궁금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3.31 18:04

취임덕

새로 대통령에 취임할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긍정 평가보다는 부정 평가가 더 높은 데다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보다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전 긍정적 기대치가 80%대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리얼미터가 지난주 전국 18세 이상 2500여 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국정수행을 잘할 것 같다’는 응답은 46.0%인 반면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49.6%로 나왔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전 기대치가 78%였고 수감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84%, 현 문재인 대통령은 87%를 기록했었다. 게다가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 여론 46.7%보다 더 낮았다. 항용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인 레임덕 대신 취임덕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당선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안보와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사태 장기화로 인해 민생경제의 파탄 상황에서 국가지도력 마저 흔들리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덕 현상은 최근 국민 여론과는 배치된 이슈 논쟁 탓이 크다. 윤 당선인의 첫 행보가 도탄에 빠진 민생 챙기기 대신 청와대 이전을 가장 먼저 추켜세우면서 국민적 논란을 증폭시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청와대 이전 반대 여론이 50%를 넘는 상황인데도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부정적 평가를 자초했다. 이전 비용도 50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이지만 합참과 국방부 이전 및 부대비용까지 계상하면 수 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세금 낭비 논란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나 찬반 여론이 팽팽한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 등도 윤 당선인의 부정 평가요인으로 작용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반대 여론과 관련,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몇 대 몇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면서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도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슬로건이 무색할 뿐이다.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다.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되면 리더십도 상실될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 없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 것인가. “더 겸손히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이 빈말이 되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3.30 16:49

재난지원금 실효성 논란

얼마 전 전주시가 시민 모두에게 1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4월중 지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65만명에게 676억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선별 지급이 아닌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주시 재난지원금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손실보상금은 윤석열 인수위에서도 최대 현안이다. 3년째 고통을 겪으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이젠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갈수록 심화되는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 열악도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재정 상태는 뒷전인 채 시군이 앞다퉈 재난지원금 경쟁을 벌이는 것 또한 마뜩치 않다. 전적으로 주민들이 뒷감당을 해야 하는 몫인데도 마구 밀어붙이는 걸 보면 곱지 않아 보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불거진 것도 엄청난 부채 증가에 기인한다. 가급적 피해야 하는 극약 처방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정치권은 재난지원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래서 코로나의 엄중한 상황만 강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만 집중 부각해 왔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현재 상황에서 소득에 상관없이 전 시민에게 지급하는 보편 복지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다. 모두가 어렵다 하더라도 재난지원금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실질 피해자를 대상으로 선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 일각에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연봉 1억에 가까운 샐러리맨이나 비교적 수입이 높은 전문직까지 동일한 잣대로 지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억제에 따른 거리두기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실제 극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종종 있다. 고금리 사채로 겨우 버텨온 이들 중 상당수는 금융권 독촉 압박까지 더해져 파산 직전이다. 이들은 정부의 생색내기 지원 대책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코로나 피해 긴급 생계자금 지원’이라는 허울 좋은 구실로 여론만 떠들썩하게 해놓고 막상 은행 창구에선 신용도와 연체 등을 들먹이며 퇴짜 놓기 일쑤다. 그렇지 않아도 생존 경쟁에 내몰린 막다른 상황에서 이런 이중적 행태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핀셋 집중 지원하는 게 순리다.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재난 극복이라는 명분아래 정부 조치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야말로 직접 피해에 따른 긴급 구제 대상이다. 그런 이들에게 똑같이 나눠 주는 재난지원금 10만원은 어떤 의미일까.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생각하는 일회성 이벤트 효과는 있을지 언정 말 그대로 재난 지원의 금액 보상과는 멀게 느껴진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3.29 17:47

6.1 지방선거와 컷오프

전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의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던 후보였지만 검증 과정에서 과거 알선수재 범죄경력 때문에 공천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됐다. 임 전 군수는 강력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의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후보자 공천작업이 시작되면서 컷오프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cutoff)’는 골프대회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4일간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120명~140명의 선수 중 1,2라운드 성적 및 순위에 따라 절반을 탈락(컷오프)시키고 컷 통과 선수들로만 3,4라운드를 치른다.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후보를 탈락시키는 것도 컷오프로 불린다. 보통 본 경선 무대에 오를 후보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컷오프가 이뤄진다. 골프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물론 세계 톱 랭커들도 컷오프의 제물이 되는 것처럼 정당의 공천에서도 예상치 못한 컷오프 희생자가 생기곤 한다. 용어의 의미는 비슷하지만 골프와 정치의 컷오프에는 다른 점이 있다. 골프는 자신의 실력과 컨디션이 컷오프의 요인이 되지만 정치에서는 후보의 능력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컷오프 요인이 작용한다. 컷오프된 골프선수는 스스로 인정하며 조용히 짐을 싸지만 컷오프된 정치인은 강력 반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인식되는 전북에서는 4년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컷오프로 탈락한 후보들이 ‘공천이 아닌 사천’, ‘밀실공천’을 주장하며 반발했었다.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직선거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결과 389명의 입지자가운데 20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자격심사는 1단계 검증일 뿐이다. 앞으로 진행될 공천심사 과정에서 예비 경선과 본 경선에 나설 후보를 정할 2,3단계 컷오프가 진행된다. 과거 경선 기준을 보면 결선투표 형식의 본 경선 티켓은 2~3명 정도에게만 주어진다. 6.1 지방선거의 민주당 도지사 공천 경쟁에는 6명이 나선다. 시장·군수 선거의 경우 김제 7명, 정읍 6명, 전주·군산·완주·임실 각 5명, 부안·순창 4명, 익산·남원·진안·무주·장수·고창 각 3명의 후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 모두 경선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선거구에 따라 컷오프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본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민주당의 본 경선 진출은 고사하고 예비 경선에서 컷오프로 탈락하는 후보는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컷오프에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 후보들마다 조직 가동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 후보를 컷오프시키기 위한 물밑 암투가 치열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3.28 16:39

소통 잘할 혁신의 아이콘

이재명 후보가 83%를 전북에서 얻고도 0.73% 차로 윤석열 후보한테 패했다. 분통하고 억울해도 현실은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이면 대통령이 된다. 아직도 그 결과가 믿어지지 않다며 아예 TV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소리 소문 없이 봄이 오듯 윤석열 정권의 새 시대는 인수위를 거쳐 다가선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영원할 것처럼 보였지만 부동산정책 실패, 조국의 내로남불, K방역 실패로 코로나 환자 급증, 안보위기 등으로 설산이 햇볕을 받아 무너지듯 5년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YS·MB·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을 경험했지만 이번 윤석열 정권은 신승한 탓때문에 성격이 다를 것 같다. 반쪽으로 쪼개진 보수와 진보를 어떻게 통합해 나갈 것인지를 최상의 가치로 내 걸어 그렇게 보인다. 윤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하의도 DJ 생가를 방문해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한 것만 봐도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도민 가운데는 윤석열 정권에 큰 기대를 걸수 없다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달라질 것 아니냐고 기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역대 대선 중 전북에서 14.4%라는 가장 많은 지지를 윤 후보한테 보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쪽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다소 허탈해하거나 서운해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재명 후보 한테 83%라는 몰표가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14.4%가 나온 것은 기적 같은 수치다. 대선 때 득표율은 국가예산을 배분하거나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아무튼 대선 때 도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이재명 후보가 실패한 것이지 도민들이 실패한 게 아니라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오직 새 정부가 성공해 우리나라가 번영하기만 바라면 그만이다. 더욱이 간발의 차로 신승을 거뒀기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도 국민통합을 위해 국토균형발전에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선거결과에만 애석해 하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현실을 직시해서 전북의 이익을 찾을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기울어진 전북운동장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6·1지방선거가 중요하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당선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만큼 유권자들이 공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천작업을 정당행사 정도로 치부해 버리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 단체장은 말할 것 없고 지방의원 공천까지 관심을 두어야 한다. 누가 되어야 새 시대에 전북몫을 가져올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전북 몫을 확보하려면 여야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소통을 잘할 혁신의 아이콘이 필요하다. 등소평의 '흑묘백묘'에서처럼 쥐를 잘 잡을 수 있는 고양이가 절실하다. '보수냐 진보냐'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전북발전을 위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발벗고 나설 인물이 필요하다. 180만이 무너진 지금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타파할 리더십이 절실해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3.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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