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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와 공정, 그리고 균형

‘편파(偏頗)’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음’으로 기술된다. 편파란 용어는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주로 등장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가간 경쟁과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는 편파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승자 만을 가리는 선거에서도 편파 보도 논란이 반복된다. 편파의 아픔을 극복하고 나오는 행동은 미화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된 황대헌은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자신과 부딪쳐 피해를 입은 선수를 찾아가 사과했고 매너 있는 행동으로 칭찬받았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의 해설자로 나선 이상화는 자신의 오랜 라이벌이자 절친이었던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부진한 성적에 해설 도중 눈물을 터트렸고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국경없는 우정,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고 치켜세웠다. 며칠 뒤 국내 한 일간신문에는 ‘이상화의 편파해설’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글을 쓴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는 이상화의 눈물 어린 편파 해설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에 대한 진심어린 우정이라면서도 상대 선수는 이상화의 편파 해설에 서운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나아가 편파는 규탄을, 규탄은 혐오를,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며 진보-보수, 남-여, 청년-노인까지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2022 대선 미디어 감시연대가 지난 18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대담내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9일 양강 후보 배우자 이슈가 불거진 뒤 10일~15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에서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2분(71.0%), 김건희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분(7.0%)이었다. 김건희 씨 의혹보다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루는 데 10배 넘는 시간이 할애됐다. 선거때마다 각 후보 진영의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편파성은 정부의 언론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 기준 정부광고 총액 1조 1000억원 중 신문광고비(3000억원)의 35% 이상이 소수 신문사에, 방송광고비(4100억원)의 70% 이상이 수도권 소재 방송사에, 인터넷광고비(3100억원) 중 40% 이상이 소수 특정 온라인판에 집중됐다고 한다. 21일 전북도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밝힌 내용이다. 위원회는 정부광고 총액의 30% 이상을 지역미디어에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정부광고 수수료 수익금 1100억 원의 일부를 지역미디어 상생발전기금에 출연하겠다는 ‘지역미디어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는 반반이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수도권과 지방의 언론 수용자도 반반이다. 정부의 균형있는 언론 정책이 편파를 막고 공정을 바로세우는 길이 될 수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2.21 18:10

중앙과 소통 잘하는 후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바다가 어느 정도 정화된다. 대선이나 지방선거도 이 같은 기능이 있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유능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전북사회는 그간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지역개발이 안돼 역동성이 떨어져 낙후란 꼬리표만 계속 따라 붙었다. 곳곳에 묵은 때가 많이 끼어 사람과 돈이 모여들 틈과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뤄 나갔지만 전북은 모든 게 정체돼 14개 시군 중 10개가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이 이렇게 돼버린 것은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출된 단체장이라고해서 모두가 다 유능한 것은 아니다. 역대 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중앙정치권과 중앙부처 사람들과 소통을 못해 전북이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국회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국가예산도 잘 확보한다. 겨우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과 잘 지내봤자 우물안 개구리 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온동네를 쓸고 다니는 마당발이 필요한 때다. 솔직히 도내 시장 군수 중 기재부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인맥이 닿지 않아 기재부 공무원을 만나지도 못한다. 이런식이 반복되다 보니까 국가예산 확보가 막히고 어렵게 돼 버렸다. 전북 출신 기재부 공무원들이 증언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전북은 철도나 고속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이 제대로 구축이 안돼 육지속의 고도(孤島)로 전락했다. 한마디로 인프라구축이 안돼 기업유치도 안되었다. 기업 입장에서 굳이 전북으로 가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체장들이 기업유치 한다고 떠들어 대봤자 모기소리로 그치고 만 이유가 다 이유가 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들은 이윤이 생길 것 같으면 오지 말래도 들어온다. 그간 단체장들이 기업유치 했다고 자랑삼아 떠들어 댔지만 고용면에서 그리 성과가 크지 않았다. MOU 정도 체결한 걸 갖고 기업유치 했다고 호들갑을 떤 단체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전주시장과 완주군수가 3선출마를 접고 남원시장과 순창군수가 3연임한 관계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전주 완주군수만 바뀌어도 지역이 크게 변할 것이다. 그 이유는 통합의 가능성이 높고 개발잠재력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전주시장이 규제 일변도로 가면서 개발행정을 적극 펼치지 않아 시민들 불만이 높다. 전주 종합경기장이나 대한방직터를 개발하면 전주는 또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간다. 지금 출사표를 던진 전주시장 후보들이 두곳을 가장 먼저 개발하겠다고 호언장담 해 기대감이 크다. 이곳이 개발되면 청년일자리 창출도 이뤄지면서 도청소재지 면모가 새로와질 것이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 때 유능한 후보를 단체장으로 선출하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다. AI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줄 아는 과단성 있는 혁신가가 절실하다. 특히 국가예산을 많이 가져올 사람이 적임자다.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한다. /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2.20 18:44

썰매의 역사, 강광배의 희망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 2월 설날,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종목은 이름도 낯선 ‘스켈레톤’이었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조정해 빠른 속도로 1,200m 이상의 트랙을 내려오는 ‘스켈레톤’은 그 위험성 때문에 1928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고도 두 차례나 중단되는 과정을 겪고서야 동계올림픽 영구 정식 종목이 됐다. 사실 올림픽에서의 ‘스켈레톤’ 금메달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평창올림픽의 윤성빈이 처음이었다. 봅슬레이, 루지와 함께 3대 썰매 종목으로 꼽히면서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스켈레톤’은 어찌 됐든 평창 이후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 2022 북경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함께 썰매 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이 기대됐다. 그러나 평창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았다. 들여다보니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여전히 척박한 우리나라의 썰매 스포츠 환경이다. 평창 이후 인력과 장비, 지원 등 어느 것 하나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여건에서 선수들의 분투가 이어졌던 모양이다. 다시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한국의 썰매 스포츠 역사를 연 전북 출신 강광배(한국체육대 교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대학 시절(전주대) 무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를 만났다. 최연소 스키강사가 되어 무주 산골 아이들을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로 키워낸 그는 루지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도전했다. 부상으로 스키를 더는 하지 못하게 되자 도전한 종목이 ‘루지’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 선수로 처음 출전했던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스켈레톤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는 봅슬레이로 출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썰매 전 종목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덕분에 동계스포츠계에서는 그를 썰매 종목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개척자 '광배 강'이라 불렀고 스위스에 있는 IOC 박물관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스켈레톤)에서 그가 입었던 운동복과 모든 장비를 모아 전시할 정도로 그의 도전을 주목했다. 지도자가 된 이후 그는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지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스켈레톤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던 윤성빈도 그가 발굴해낸 제자다. 평창의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은메달 뒤에도 그가 있었다. 10년 전 그는 선수 선발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척박한 여건에서도 썰매 종목의 희망을 확신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그의 희망은 실현됐다. 그러나 불과 4년, 안타깝게도 짧지만 빛났던 한국의 썰매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도전 정신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한계일 터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2.17 16:30

국민의 선택 기준

5년간 국운을 걸머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됐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총성 없는 경제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매우 엄중하기에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비호감 대통령 선거는 없다. 후보 본인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 문제 등 각종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유권자들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진영마다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판치는 데다 자질과 주술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가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마치 골목대장을 가리는 우격다짐 같은 느낌이다. 대선이 진흙탕 선거전으로 변질함에 따라 선거혐오감도 커진다. ‘그놈이 그놈이다’, ‘모두가 똑같은 놈이다’는 비방과 폄훼가 넘친다. 그렇다고 욕하는 사람을 말리거나 나무랄 수도 없다. 후보 모두 스스로의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11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국부(國父)로 추앙받을만한 인물을 꼽을 수가 없다. 정치 보복 금지와 남북 화해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이 그나마 ‘DJ 선생’으로 불린다.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비위와 부정부패, 실정과 국정농단 등으로 씁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아무리 대통령 후보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하고 욕을 하더라도 선택해야만 한다. 국민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잘 지켜보지 않았는가. 투표는 선택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을 면할 수 있다. 능력과 자질, 리더십과 국가 경영 철학이 없는 인물을 뽑아놓고선 뒤늦게 후회하고 욕하면 그를 뽑은 사람, 그를 선택한 국민이 어리석을 뿐이다. 나를 위해, 나라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잘 보고 꼼꼼히 따지고 올바로 찍어야 한다. ‘다 똑같다’는 양비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부터 가려내면 된다. 콩을 고를 때 좋은 콩을 골라내기는 어려워도 흠 있거나 썩은 것은 쉽게 눈에 띄는 것처럼 대통령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찍어 놓고선 찍은 손가락 욕하는 우(愚)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16 16:00

전주시장 선거의 관전평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게 6월 전주시장 선거다. 65만 도시를 이끄는 상징성에다 나름 정치적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다 도지사로 직행할 수 있는 징검다리 코스란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그런 불문율을 만들어 낸 당사자다. 즉 시장에 당선되면 재선에 도지사까지 16년 이상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잠재력이 큰 자리인지라 눈독 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설 전후로 시중에 떠도는 민심은 대체로 비슷하다. 일단 김승수 시장이 인물 선택의 가늠자로 회자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썩 호의적이지 않아 이를 경계한다는 의미다. 전주가 역동성을 잃고 정체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을 그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2014년 취임 때 ‘젊은’시장에게 걸었던 희망과 기대는 고사하고 전임자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도 김완주 지사 측근으로서의 경력만 돋보였을 뿐 정작 그의 능력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음과 패기를 높이 산 유권자들은 역동적인 전주의 미래를 꿈꾸며 그를 선택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발전의 획기적 모멘텀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포퓰리즘 성격의 도시 미관과 도로정비 사업만 부각돼서 그런지 기대치에는 못미쳤다. 도지사는커녕 3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기류 탓인지 시장 선거에 나서는 입지자들은 한결같이 反김승수 노선을 표방했다. 대표적인 게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개발이다. 이들은 수년째 답보 상태인 이 금싸라기 땅을 지역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저마다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면서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표심 얻기에 올인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두 군데 개발 문제를 놓고 시민들은 내심 김 시장의 가능성을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현안이었기에 그의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 만큼 이 문제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침체된 전주시에 역동적 기운을 일으킬 수 있는 대형 호재인 점도 간절함을 더했다. 더욱이 기업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타 시도에 비해 분위기 또한 물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민들의 실망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처음부터 이런 기대와 달리 역주행을 시작했다. 지역 발전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이었을까. 취임한 뒤 기존 종합경기장 개발을 백지화함으로써 송하진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방직도 2018년 2조 5000억 규모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지 3년 넘도록 질질 끌며 허송세월했다. 차기 시장을 꿈꾸는 입지자들이 김 시장의 이 같은 ‘우물 안 행정’을 반면교사로 삼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2.15 19:20

조폭 박물관과 교도소 호텔

익산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들 간의 패싸움을 계기로 ‘조폭 박물관’을 세우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익산 시민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새벽 익산시 동산동의 한 장례식장에서 익산시내 2개 폭력조직 조직원 30여명이 패싸움을 벌였고, 이후 익산경찰서장 출신으로 오는 6월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성중 후보가 조폭 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면서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에 올린 ‘교도소 옆, 조폭 박물관’이란 제목의 글에서 익산시 성당면 교도소 세트장 옆에 조폭 박물관을 짓자고 제안했다. 1980년대 전남 목포, 광주와 함께 국내 3대 조폭 도시로 불렸던 오명을 브랜드 삼아 교육과 문화관광의 장으로 삼고 조폭 문화를 박물관에 봉인해 박제화시키자는 주장이다. 범죄 세계에서 속칭 ‘학교’로 불리는 교도소의 촬영용 세트장은 익산시가 지난 2005년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그동안 영화 홀리데이, 조폭마누라3, 거룩한 계보, 타짜, 마더 등과 드라마 아이리스, 수상한 삼형제 등이 촬영됐고 교도소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김 후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마피아 박물관(THE MOB MUSEUM)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마피아 박물관에는 마피아 두목이 쓴 일기, 자동차, 권총, 도박 기계, 돈다발 등 각종 마피아 관련 기록과 유물, 이들을 소탕했던 FBI의 각종 수사 장비와 기록 등 20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 관람과 체험 등 종류에 따라 입장료가 30~40달러(4만~5만원)에 달한다. 전주에서는 ‘교도소 호텔’ 구상도 있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교도소가 이전하면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도소 호텔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해외에는 성업중인 교도소 호텔이 적지 않다. 미국 보스턴에는 지난 2007년 교도소를 5성급 호텔로 개조한 '리버티 호텔'이 있고, 감방 105개를 개조해 만든 네덜란드의 '헷 어리스트투이스 호텔'과 영국 옥스퍼드의 교도소를 개조한 '말메종 옥스퍼드 호텔' 등도 이색 유명호텔로 꼽힌다. 영화 더 록(THE ROCK)을 통해 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알카트라즈섬의 교도소 이름을 빌어 만든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알카트라즈 호텔', 핀란드의 '카타야노카 헬싱키 호텔', 터키 이스탄불의 '포시즌 술탄아흐멧 호텔', 스웨덴 스톡홀름의 '랑홀멘 호텔', 스위스 '루체른 감옥 호텔' 등 세계 곳곳에서 교도소 호텔이 영업중이다. 교도소 호텔들은 죄수들을 모델로 작업한 사진과 감옥 창살 등 옛 교도소의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죄수복을 입고 진행하는 디너파티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조폭 박물관과 교도소 호텔 같은 색다른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이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 사회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2.14 16:37

선거를 돕는 사람들

선거가 일상화 되면서 지역에도 전문가 이상으로 선거판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여야 공히 대선판이나 지방선거판에서 선거판을 짜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홍보전문가를 비롯 정책공약을 발굴해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보이지 않은 손 역할을 하는 실세들이 있다. 이들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전리품을 나눠 갖기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운동 하기가 어려워지자 SNS를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한다. 직접 대면 접촉하기가 힘들고 제약을 받기 때문에 홍보팀을 따로 둬서 선거운동을 한다. 정치신인들이 주로 이 방법을 이용하지만 이름이나 얼굴 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직단체장이나 현직 지방의원들이 매스컴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민주당은 3.9일 치러지는 대선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므로 정치신인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을 알리기가 어렵다. 대선 결과로 모든 평가를 한다고 발표해 놓아 더 죽을 맛이다. 대선이나 지방선거판이 겹쳐 있지만 선거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송하진 지사의 경우 전주시장 때부터 자신을 도와온 측근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워낙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선거캠프 운영도 최소한으로 그치고 있다.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 없지만 대선결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선쪽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송지사쪽은 전주시장부터 지사까지 16년간을 맡아온 관계로 도민들한테 피로감을 줬다고 인식,이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지사처럼 선거운이 좋은 사람도 없다면서 큰 과오만 저지르지 않으면 3선은 무난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반면 안호영 김윤덕 재선국회의원측은 인구 180만 붕괴가 전북낙후를 증명한다면서 전북발전을 도모하려면 송지사의 3선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캠프들은 기존 조직원에 세를 합세해 나가지만 도내 국회의원들부터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심지어 이들의 정치력이 약해 지사 깜냥이 되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무주공산이 된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자리를 놓고 경쟁자들이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다. 설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두대열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아 혼전을 거듭한다. 당내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어 누가 더 당원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심 포인트다. 당원과 일반시민여론 조사를 합산해서 50대50으로 경선을 치르지만 확보한 당원을 계속해서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더 진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집안표 단속 하기에 여념이 없다 . 유권자들은 후보의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 주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나쁘면 지지를 않기 때문에 운동원들의 면면을 살핀다. 선거는 이성 보다는 감성으로 결말이 날 수 있어 각 캠프마다 사사로운 것 까지 신경을 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2.13 16:52

사랑의 온도탑의 명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경기 불황속에서도 희망나눔 캠페인인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힘겨운 우리 사회에 온정의 빛을 발했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두달 동안 73억5000만 원을 목표로 진행한 ‘희망 2022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총 100억8000만 원을 모금, 137.1도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성금 모금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모금액 84억2000만 원보다 16억6000만 원이 더 걷혔다. 이에 전북은 지난 1998년 희망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24년 연속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 전국적으로는 3700억 원 목표에 4279억 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탑이 115.6도를 기록했다. 전북지역 이웃돕기 성금 모금 내역을 보면 전국적 상황과는 달리 법인 기부보다는 개인 참여가 많았다. 전국 모금을 보면 개인 기부는 28.7%에 불과한 반면 법인 기부금이 71.3%에 달한다. 대규모 법인·단체나 대기업 등의 고액 기부금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은 법인보다는 개인의 쌈지돈 기부가 더 많다. 올해 전북지역 모금액 100억8000만 원 중 법인 기부금은 46억7000만 원으로 46.3%를 차지한 반면 개인 기부금은 54억800만 원으로 53.7%를 기록했다. 전북은 지금까지 법인보다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랑의 온도탑을 높여온 셈이다. 특히 수억원을 쾌척한 임실의 독지가나 부안의 익명 기부자 김달봉씨, 전주 서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등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천사들로 더 빛을 발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이웃돕기 기부와는 달리 아직도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반강제적인 성금 모금 행태도 있어 사랑 나눔의 취지를 희석시킨다. 주로 군지역이나 도농통합시 지역에서는 행정에서 마을세대별로 일정금액을 할당하는 형식으로 성금을 거출해 언론사 등에 게재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사랑의 온도탑 달성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고령화에다 홀로사는 노인 등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에 마을 이·통장이 할당된 성금 마련에 큰 부담감을 가진다는 하소연도 많다. 실제 개별 고지 형태로 성금을 모금하는 적십자사 회비 모금은 올해 크게 줄어들었다. 전북적십자사는 올해 15억7000여만 원을 목표액으로 정했지만 지난달 말 목표액 대비 67.4%인 10억6000만 원에 그쳤다. 그만큼 개개인의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자발적이 아닌 나눔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희망 나눔이 되레 어려운 사람들에게 준조세로 작용해선 안 된다. 사랑의 온도탑이 농촌주민의 근심거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09 19:03

뒤숭숭한 체육회

체육회 주변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간부 직원 징계를 둘러싸고 냉랭한 기운이 감지된다. 원래 다른 분야와 달리 체육계는 선후배의 끈끈한 유대감과 함께 팀워크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조직이 일사불란하고 응집력이 강해 거친 승부세계에서 뛰어난 성적도 거둔다고 알려졌다. 이런 곳에서 얼마 전 고위 간부에 대한 직원의 갑질 폭로가 불거지자 내부는 아연 긴장했다. 그것도 학창시절부터 같은 종목 선후배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온 관계라고 전해진 뒤 안타까움은 더했다. 정치로부터 독립한다는 민간체육회장 체제가 닻을 올린 지 3년째. 아쉽게도 출범과 동시에 유례없는 코로나가 덮치면서 예년과 같은 활발한 경기 모습과 훈련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갑질 의혹 문제가 터지면서 체육회 안팎은 뒤숭숭하다. 고위간부 직무 정지에 이어 고소까지 잇따르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작년 12월에도 사무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고위간부 출신이 도체육회 인사에 개입했다며 이를 폭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에 대해 선거용 조직 흔들기가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양측 진실공방은 선거를 겨냥한 기 싸움이라고 주변에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 입지자들의 샅바싸움이 시작된 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갑질 고위 간부와 인사 개입설 전직 간부가 공교롭게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체육회에서 투톱 체제로 움직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체육계 주변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강선 회장 취임이후 도청·도의회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인사 개입, 예산 삭감 등 현안마다 갈등을 빚었다.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체육회 결원인력 충원 문제를 끄집어내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민간회장 출범후 체육회 예산이 10억원 정도 삭감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핀잔을 줬다. 아쉬운 건 민간 체육회장 선거 때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예산 확보가 당시에도 최대 이슈로 떠올라 관심을 끌었다. 도지사 회장 시대와 달리 민간 회장의 처지는 누구나 알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아닌게 아니라 민간 회장 이후 예산 삭감 논란은 여러 번 제기됐다. 이 밖에도 인사 교류 등 문제도 녹록지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갑질과 폭행 그리고 인권 침해 문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다. 과거 끈끈한 조직 문화로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 다만 이런 계속된 잡음들이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곤란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2.08 20:01

‘놈놈놈 대선’과 TV토론

일러스트=정윤성 20대 대선을 두고 놈놈놈 대선이란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들이) 이번 대선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한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은 놈놈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겠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국민의 시각에 따라 본인도 나쁘고 이상하고 추할 수 있다고 안 대표를 직격했다. 이탈리아 출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영화 석양의 무법자(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를 패러디해 지난 2008년 7월 개봉한 한국형 퓨전 서부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660여 만 명이 관람한 비교적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친일파와 독립군의 의뢰를 받은 두 남자와 단순 열차털이범 등 세 사람이 보물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액션 활극으로 약칭해 놈놈놈으로 불린다. 영화 놈놈놈을 대선 판에 끌어들이면 보물지도는 대통령 자리가 되는 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붙여진 별명처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비호감 대선이란 별칭을 얻었다. 지난 한 달간 검색 빈도가 급상승한 구글 검색어에는 녹취록, 욕설 파일 등 부정적 성격의 단어가 많았다. 비호감 대선은 후보들이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이지만 검증을 내세운 네거티브 선거전 영향도 크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에 대한 허위 비방을 금지하고 있지만 허위 비방의 경계가 모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내세운 후보자 검증 논리속에 네거티브 선거전이 횡행한다. 비방과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대선 선거판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총선과 지방선거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호감 대선에도 지난 3일 KBSMBCSBS가 생중계한 대선후보 첫 TV토론은 통합 시청률이 39%로 1997년 15대 대선 TV토론회 시청률 55.7%에 이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부동층이 3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대선 TV토론은 국민적 관심사다. 비호감 대선이라지만 3월 9일 새 대통령은 선출된다. 선거일까지 남은 한 달은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누가 더 유능하고 경험과 실력이 뛰어난지 평가하는 포지티브 선거전이 돼야 한다. 부동산과 경제정책, 외교 안보 정책 등 대선후보들의 국정운영 철학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8일 열릴 예정이던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국민의힘 측의 협상 결렬로 무산됐고, 국민의힘은 오는 11일 TV토론 개최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과거에 바보 상자로 불렸던 TV가 똑똑한 상자가 됐다. 더 많은 국민들이 똑똑한 상자 앞에 모였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2.07 19:08

작심삼일(作心三日)

민주당 김수흥 의원(익산갑)이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재부 등을 상대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수흥 의원실 누구나 새해가 오면 무슨 일을 하겠다고 나름대로 결심을 한다. 주로 건강하려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걸 목표로 한다. 평생 피웠던 담배와 즐겨 마셨던 술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호언장담 한다. 가족 앞에서 실천의지를 가다듬기 위해 금연금주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서약 아닌 서약을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식으로 용두사미로 끝난다. 마치 개선장군마냥 그렇게 의기양양했던 결기는 다 어디로 가버리고 뒤꽁무니 빼기 바쁜 사람처럼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쁘다. 실천 못해 자존심이 상한탓인지 또 구정 쇠고 다시 하겠다고 이를 악문다. 술과 담배를 단칼에 끊고 운동을 생활화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처음 한두번은 만보기도 차고 천변 걷기도 하지만 어느새 긴장이 풀어져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무슨 핑계 대가며 술자리에 안가지만 며칠이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대개 술꾼들은 정이 많아 술 마시면 제대로 억제를 못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전날 과음해 속이 편치 못하는데도 저녁 술시가 닥치면 또 죽어라고 퍼마신다. 매일 줄이고 마시지 않겠다고 되뇌이면서 그렇게 한해를 허송세월하듯 보낸다. 소주와 맥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를 잘 마셔야 사내답고 소통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직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두환 독재정권시절에 만들어진 잘못된 음주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지만 그런 음주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폭탄주는 원래 뉴욕 부두노동자나 시베리아 벌목공이 추위를 이기려고 독주를 타서 마신데서 유래 되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다보니까 취하게 된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많이 마시다 보면 으레 실수하고 자주 필름이 끊기다 보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우리 뇌 구조상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지게 돼 있다. 흡연량을 줄이거나 술 양을 조절해서 끝는다고 하지만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이 못 된다. 죽기살기식으로 독하게 마음 먹어야 금연 금주에 성공할 수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백세시대가 아닌 백이십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 판에 병원신세를 일찍 진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학대요 가족에 대한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노후가 엉망진창 된다. 아파서 병원신세를 지면 제 아무리 돈 많아도 필요 없다. 돈과 명예를 잃는 것은 다시 되찾을 수 있지만 한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게 끝난다. 요즘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거나 잠 못이룬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잠잘 자는 게 행복이요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보약과 산해진미가 깃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한달 지나면서 뭉개질 수 있다. 남들 한테는 추상처럼 엄격한 자신이 너무 관대해진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임인년에는 자신이 한 약속을 작심삼일로 끝내지 말고 지켜 나가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2.06 19:54

왕궁의 역사적 진실

일러스트=정윤성 익산 왕궁리 유적이 궁성 구조의 완전한 형태를 가진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2월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2003년 12월에 시작한 왕궁리 유적의 본격적인 발굴조사 결과를 1년이 지난 그해 말 공개했다. 백제문화권 유적 정비사업으로 주변 유적 발굴조사를 시작한 것이 1989년부터이니 16년 만의 결실. 천도설은 분분했으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역사의 발자취는 희미했던 왕궁터의 실체가 비로소 우리 앞에 펼쳐진 계기였다. 1400년 묻혀 있던 비밀(?)의 실체는 놀라웠다. 남북으로 492m, 동서로 234m의 석축성벽이 드러나고, 대규모의 왕궁성 및 사찰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이 뒤를 이어 발굴됐다. 궁성을 조성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과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화장실)이 있던 유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존에 발굴됐던 터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 외에도 새롭게 드러난 건물지와 유적도 적지 않았다. 남쪽에서는 중문지를 비롯해 2기의 석축과 건물지, 배수시설이 확인되었고, 가마터에서는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중국 청자 편, 철제 솥 등 중요유물이, 공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에서는 아름답고 정교한 금세공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학계는 고대 궁성 관련 시설을 위한 대지조성과 공간구획의 흔적에 주목했다. 궁성이 계획적인 설계로 축조되었고 왕궁리 터가 백제 시대 어느 왕궁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은 학계의 관심을 불러들이기에 족했다. 오늘의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이 왕궁으로 건립했으나 후대에 왕궁의 중요한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사찰을 건립한 복합유적으로 설명된다. 마무리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땅 위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유적은 지금 그 자체로도 빛나는 유산이다. 그러나 왕궁의 실체가 공개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왕궁리 유적의 진실이 물리적 공간의 실체로만 존재할 뿐 역사적 실체가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기록의 부재가 더 아쉬워지는 이유다. 세밑, 왕궁리 유적을 찾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간 덕분에 너른 궁터 유적, 외롭게 서 있는 오층석탑 뒤로 퍼지는 노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왕궁이 없어진 자리, 건물지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이 공간에 숨겨있는 역사적 진실이 더 궁금해진다. 무왕은 이곳에서 백제 중흥의 꿈을 어떻게 펼치고자 했을까. 세계문화유산이 된 왕궁리 유적의 실체를 만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2.03 19:26

기울어진 국가균형발전

일러스트=정윤성 지난달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1월 29일을 국가균형발전의 날로 지정하고 첫 기념행사를 세종시에서 개최했다. 지난 2004년 1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화와 균형발전을 선포한 이후 18년 만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날이다. 균형발전은 국가적 시대적 과제다. 균형발전 없이는 지방도 국가도 존립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선포한 이후에도 지역불균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되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하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편 탓이다. 기업과 공장 설립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했고 사람과 돈이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몰렸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3%가 몰려 있고 1000대 대기업의 74%가 수도권에 있다. 이런 수도권 초집중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유럽 국가들도 수도권 인구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입한 균형발전특별회계도 거꾸로 수도권 교통 인프라 개선에 집중 투입됐다. 지난 5년간 균특회계 광역철도 예산 편성액의 94%인 2조6770억 원이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에 사용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균특회계를 수도권과 영남지역에만 집중 배분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기치로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지표로 추진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예타 면제와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머리를 맞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지난달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블랙홀 현상에 맞설 메가시티 건설, 초광역 발전전략 추진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 700만 규모의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충청세종 등도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초광역 발전전략 성사를 위해 대대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 초광역 발전전략에서도 소외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수도권에서 소외되고 영남으로부터 차별받고 호남에서도 편파적이었는데 초광역 협력마저 빠지면서 4중 차별에 처했다. 강원 제주와 함께 초광역권을 구상 중이지만 서로 연결고리가 없기에 시너지효과는 기대난망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마다 전북 차별을 끝내겠다고 장담한다. 거꾸로 간 국가균형발전, 기울어진 균형발전 정책을 차기 정부에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전라북도와 정치권도 지역균형발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02 18:50

틱낫한의 평화 메시지

일러스트=정윤성 베트남 국민은 그를 태이(Thay)라 불렀다. 베트남어로 태이는 스승, 스님을 뜻하니 이 애칭(?)은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흠모, 경외의 표현이었을 터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와 인권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지난 22일 입적했다. 세속 나이 95세 법랍 79세. 열여섯 살에 선불교에 입문해 승려가 된 이후 줄곧 참여 불교를 주창해왔던 그는 실천적 사회활동을 이어오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 부처의 자비를 전하고 실행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반대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그를 추방했지만 전 세계를 돌며 법회와 강연으로 전쟁 반대와 비폭력 메시지를 전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그의 사회적 실천은 더 활발해졌다. 1982년에는 세계 각국의 승려들은 물론, 종교와 종파를 넘어 모든 종교인이 함께 수행하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열었다. 덕분에 마음 수행과 걷기 명상을 통한 평화 메시지는 널리 전파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대중적인 명상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틱낫한 스님은 저술가로서도 특별했다. 불교 명상법을 일상에 접목해 누구나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 쓴 저서만도 80여 종. 설법과 영적 안식과 치유를 위한 저서까지 100여 종이 넘는 책을 펴낸 스님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수많은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스님이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도 대표적 저서 <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다. 일상적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과 행복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전해주는 이 책은 2002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 여러 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100만 부 넘게 팔렸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90년대 처음 왔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화>가 베스트셀러가 된 직후 방한 때는 틱낫한 붐을 일으켰을 정도였다. 스님은 시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새로운 계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대결보다는 정쟁이 횡행하는 이즈음 유독 마음에 와닿는 계율이 있다. 자신만 진리를 독점하고, 타인은 틀리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평화를 깨고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 스님의 열반 하루 전, 서울의 조계종에 전국의 승려들이 모였다. 5000여 명이 모였다는 승려대회의 취지는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다. 코로나의 위기가 엄중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연 불교계의 절박함을 모르진 않겠으나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소통이야말로 이해심과 자비심과 평화의 길이라고 설파했던 틱낫한 스님의 계율이 실천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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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1.27 17:21

여권의 인적 쇄신론

일러스트=정윤성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5일 고강도 인적 쇄신책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라면서 다음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5선 중진 의원에 당대표이자 586의 1세대로서 기득권을 버리고 광야로 나가자며 586 용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 또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3곳의 보궐선거 무공천과 지방의회 선거 2030세대 30%이상 공천을 약속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을 건의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에 대한 신속한 제명처리와 지역구 4선 연임 금지의 제도화도 밝혔다. 앞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한국 정치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이른바 586세대 용퇴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7인회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 후보를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도왔던 의원들로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김남국 의원 등 7명이다. 대선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민주당의 인적쇄신 바람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인한 대선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 후반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반면 상대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씨 녹음 파일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반등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으로선 등 돌린 2030세대와 중도층, 반문재인과 정권교체 여론,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 정서 등을 극복하려면 극약처방이 불가피한 만큼 고육지계 차원에서 인적 쇄신론을 꺼내 들었다.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려면 대대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후보도 26일 민주당의 인적 쇄신 발표에 이어 정치 쇄신 방안을 밝혔다. 이 후보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내각, 통합 정부 구상을 밝히고 정파와 연령에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면 폭넓게 등용해 완전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3040대 젊은 장관을 적극 기용해 역사장 가장 젊은 내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여당발 인적 쇄신론에 섣부른 대응을 금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인적 쇄신론에 대한 개별적인 언급이나 대응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칫 민주당발 인적 쇄신 프레임에 휩쓸릴 경우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잃게 되고 대선 판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민주당의 인적 쇄신론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다. 위기 극복을 위한 일시적 이벤트에 그친다면 더 큰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민주당은 대선뿐만 아니라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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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1.26 19:34

언론 자유와 기자 정신

일러스트=정윤성 최근 대선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의 능력 검증보다는 이들의 아킬레스건을 둘러싼 공방전만 전개돼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인물 검증 차원에서 이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블랙홀 처럼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것은 못마땅하다. 더욱 아쉬운 건 이 뉴스 중심에 기자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김건희씨의 대화 녹취록이 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상대가 기자다. 대장동 부동산 의혹도 기자가 이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기자가 연루된 사건이 심심찮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함으로써 동료들의 취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주 본보에 실린 해직기자 출신 김종량 국장의 사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1980년대 군부 독재의 기사 검열과 언론 통제에 맞서 펜을 들고 자유언론 수호를 위해 싸웠던 34명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영상물이 최근 제작됐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전북일보에 근무했던 김 국장이다. 당시 살벌했던 언론 감시 속에서도 정론직필의 기자 본분을 다하고자 고초를 겪었던 뒷 얘기들이 그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언론 자유는 끝없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기자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던 선배 언론인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는 말을 맺었다. 보안부대에 끌려가고 강제 해직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그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혹했던 시절 감춰진 진실을 읽고 지금의 언론 현실을 생각해 봤다.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꿈꾸던 취재의 자유는 거의 성역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문제는 그에 비해 언론이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느냐 여부다. 특히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군부독재 통제 속에서 가시밭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자처했던 선배들의 기자 정신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껏 누리는 언론 자유 속에서 진실을 담지 못하는 뉴스는 제도적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이다. 거짓 정보로 인한 보도 피해자를 없애는 동시에 기자의 치열한 취재정신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오보를 둘러싼 언론중재위 역할이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9월 시사인이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2위에 개그맨 유재석이 선정되면서 추락한 기자 위상을 가늠케 했다. 이런 가운데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언론의 무한 변신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계로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을 반영한 온라인 뉴스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실제 171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의 독자 850만 명 중 90% 이상이 유료 서비스인 온라인 기사를 읽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도 독자의 이런 선호도에 따른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런 환경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지 그것이 언론의 핵심 가치임에는 변함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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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01.25 20:26

못다 쓴 헌혈증서와 생명나눔

일러스트=정윤성 A형, B형, O형과 같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 박사다. 빈대학교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혈청학을 연구하던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혈액이 혼합되는 과정에서 피가 엉겨 붙는 응집현상의 3가지 패턴을 발견해 A그룹, B그룹, C그룹으로 구분했고 이것이 ABO식 혈액형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1901년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고대 시대에는 아픈 사람에게 거머리를 이용해 피를 뽑아 치료하는 사혈(瀉血) 요법이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혈 치료 과정에서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에서는 17세기때 부터 수혈이 치료법으로 등장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치료법이었고 영국에서 소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이 숨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수혈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ABO식 혈액형 발견으로 이전까지 거의 포기 상태였던 치료 목적의 수혈이 다시 시작됐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노벨상 위원회가 ABO식 혈액형 발견이후 30년이 지나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업적을 인정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 이유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로즈 조지(Rose George)는 지난 2018년 발간한 책 5리터의 피(Nine Pints)에서 사혈의 시대는 갔고 수혈의 시대가 왔다며 혈액을 둘러싼 문화와 의료 산업을 조명했다. 사람 몸에 들어있는 혈액량은 체중의 6~8%(약 1/13) 정도로 성인의 경우 약 5ℓ 안팎의 피가 흐른다고 한다. 전 세계 176개국의 헌혈센터 1만3282곳에서 해마다 1억1000만명이 헌혈을 하며 3초마다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100회 이상 헌혈자들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100회 이상 헌혈자는 4147명에 이른다. 700회 이상 헌혈을 한 사람이 2명, 600회 이상 헌혈자도 6명이나 있다. 30년 이상 쉼없이 헌혈한 사람들이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려진 전북지역 최다 헌혈자는 유진성 씨(46)로 헌혈 횟수가 568회에 이른다. 하근수(457회), 김윤홍(438회), 황옥 씨(419회) 등 400회 이상 헌혈자 4명을 비롯해 100회 이상 도내 헌혈자가 204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군산에서는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증)으로 13년 동안 투병하다 먼저 떠난 딸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헌혈증서 1000매를 부모가 군산시에 기탁한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고교 친구들과 교사,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헌혈증서라고 한다. 다 쓰여지지 못한 헌혈증서가 다른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헌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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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1.24 19:48

보이지 않는 손

일러스트=정윤성 요즘 지방선거가 대선에 가려있지만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열기 만큼은 대단하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묶여 있지만 최근 6명까지로 모임이 확대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 17일까지 민주당 복당신청이 마감되면서 경쟁자들로 표밭이 뜨겁게 달궈진다. 오는 4월에 치러질 민주당 지방선거 경선대진표가 거의 완성되어 간다. 대선 후에 치러질 민주당 단체장후보 경선이 임실 무주 고창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 없어 경쟁이 불꽃처럼 치열하게 타오른다. 전북은 민주당 정서가 워낙 강해 당원이나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함께 간다. 당원과 일반 시민 50대 50으로 경선을 치르지만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지역에서 서로 체면 관계로 입당원서를 써줬기 때문에 막상 경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일부 캠프에서는 표 이탈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 연줄망을 총동원해서 실탄을 써가며 표관리에 절치부심한다. 일주일후 설민심이 대선이나 지선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그 때 형성된 여론이 제대로 된 여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캠프별로 지지율 상승에 안달이다. 민주당 지사후보경선에 안호영 김윤덕 재선국회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중에서는 너무 약체라는 평가가 나와 단일화가 안될 경우는 맥빠진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두 의원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너무 약해 다음번 공천 받기도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면서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3선도전장을 낸 송하진 지사는 이재명 대선 승리와 도정에만 골몰할 뿐 경선에는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선거 참모들로 어공이 된 별정직들이 그대로 도청에서 일하고 있어 경선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중에서는 송지사 3선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대체할만한 강력한 대항마가 없어 경선이 찻잔속의 미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반면 공석이 된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자리는 피 튀기는 경쟁이 이뤄진다. 이들 선거판에 복당파가 가세해 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중에는 연일 그럴싸하게 포장된 시나리오가 난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 보다는 실탄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선거 결과를 객관화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의 정치력으로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무튼 지선경선판에 선거기술자들이 불나비 마냥 속속 모여 들어 민심이 왜곡될 소지도 다분하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 때부터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계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캠프마다 후보만 누가 진정한 실력자인지를 알뿐 조직체계상 가려지고 숨겨진 부분이 있다. 선거는 보이지 않는 소수가 쥐락펴락 한다. 그들은 실탄을 마련해서 보이지 않게 총알을 나눠주며 쓴다.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임기내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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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1.23 18:52

'무문관'과 판화

일러스트=정윤성 '무문관(無門關)'은 중국의 승려 무문혜개(1183~1260)가 엮은 불서다. 옛사람들이 지키고 남긴 화두 중에서 48개의 주제를 뽑아 엮은 이 책은 <벽암록> <종용록>과 함께 선종을 대표하는 공안집이다. 공안(公案)은 선불교에서 선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정진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간결하고도 역설적인 문구나 물음이다. 수행자들은 이 공안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을 통해 깨우침을 얻었는데 자료에 따르면 1700개의 공안이 오늘에 전한다. 1,700개 공안은 모두 각각의 서로 다른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궁극적으로 만나는 답은 하나다. 글자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그 뜻을 깨칠 수 없고 마음을 다스리고 참선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답을 깨치게 된단다. 선승 혜개가 옛 선사들의 언행록에서 48개의 공안을 뽑아 <무문관>을 엮어낸 것은 1228년. 놀라운 것은 800년이란 긴 시간을 건너서도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와 가치가 온전하다는 것이다. 판화가 이철수가 지난해 연말 <무문관 연작 판화집>을 냈다. 전시회에 맞추어 내놓은 판화집은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이란 제목을 더했다. 작가는 <무문관>에 담긴 공안이 부처와 조사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깨우치게 할 계기와 방편의 언어들이라고 말한다. 그가 해석해 판화로 담은 화두는 옛 선승들의 화두로만 갇혀 있지 않다. 혜개가 선택한 48개 공안 모두가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의 절박성을 온전히 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현실을 당장 불러들이는 풍경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 열네 번째 공안에 <남전이 고양이를 죽이다(南泉斬猫)>가 있다. 수행자들이 동당과 서당으로 나뉘어 고양이를 두고 다투는 것을 보고 남전화상이 고양이 목을 베는 이야기다. 판화는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 문제로 이 이야기를 품어 남북이 다투면 죄 없는 고양이가 죽는다. 고양이를 살릴 한마디는 무엇인가고 묻는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하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선제타격능력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반론이 뜨겁다. 선제타격이 불러올 무력충돌의 위험성과 오랫동안 남북관계를 지켜온 한반도 평화 정책의 유효성을 앞세운 반론이다. 멸공 챌린지의 시대착오적 상황까지 더해지니 고양이를 살릴 한마디가 지닌 의미가 더 깊게 와 닿는다. 당연히 쉽게 내릴 수 있는 답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마주한 이즈음의 현실을 보니 시절과 관계없이 세상의 문제를 읽어내는 옛 불서의 가치가 새삼스럽다. 작가의 말처럼 <무문관>을 선객들이 찬탄과 경외와 겸손으로 대하는 선서인 이유도 알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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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1.20 18:47

전국 승려대회

일러스트=정윤성 1986년 9월 7일 합천 해인사에서 전국 승려대회가 열렸다. 9.7 승려대회로 일컫는 이날 행사는 한국 불교의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된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한국 불교계가 한 목소리로 불교관계 악법 철폐와 1980년 10.27 법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불교자주화, 사회민주화를 기치로 최초로 반정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날 승려대회에는 조계종단 지도부와 종단 원로중진 스님을 비롯해 전국에서 2000여 명에 달하는 승려들이 운집했다. 1980년 제17대 총무원장에 올랐지만 10.27 법난으로 인해 강제로 물러났던 월주스님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월주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단순히 불교관계법 개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진정한 민주화와 민족의 정통성을 회복하는 자리라고 천명했다. 젊은 소장 승려들은 불교계 현안뿐만 아니라 부천서 성고문사건 진상 규명, 농산물 수입 개방 반대, 독재 철폐 등을 외쳤다. 행사 중반 금산사 지광 스님이 단상에 올라 단지(丹脂)를 한 뒤 혈서를 써들고 불자여 눈을 떠라고 외치자 대회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1994년 조계종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연임 저지를 기치로 일어난 승려대회는 한국 불교 개혁의 분수령이 됐다. 젊은 수행승과 불교계 혁신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는 서 원장의 3선 연임 기도를 반대하며 종단 개혁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서 원장측이 물리력을 동원하면서 폭력사태가 발생한 데다 상무대 비리사건까지 터져 나오는 바람에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결국 권력과 결탁한 종단 내부를 척결하고 개혁불사를 통해 불교계가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조계종이 21일 조계사에서 전국 승려대회를 개최한다. 정부여당의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을 시정하겠다는 명분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 통행세 봉이 김선달 등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가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사과하면서 수습되는 듯 했지만 종단에서 강력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정 의원의 제명과 출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범불교도 대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선 대통령 선거를 앞둔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중한 시기에 대규모 투쟁에 나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대의명분이 약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계종단과 정부여당의 갈등이 원만하게 수습되길 바라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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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1.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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