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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협의회와 지역주의

삽화 = 정윤성 기자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꾼 것과 달리 20여년 전 국민들을 안방에 잡아 놓은 것은 사극(史劇) 이었다. 잡아 놓았다는 표현보다는 자발적으로 TV 앞에 앉아 사극에 몰입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사극은 1980년대부터 방영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였다. 사극 붐을 주도한 것은 드라마 허준 이었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의 일생과 동양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64부작으로 다룬 드라마 허준은 63.7%라는 역대 사극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평균 시청률이 48.4%에 달할 정도였다. MBC가 제작한 드라마 허준과 쌍벽을 이룬 사극은 KBS의 태조 왕건이다.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방영된 사극 태조 왕건은 60.2%의 최고 시청률로 드라마 허준의 뒤를 이었다. 방영 기간이 허준보다 세 배나 긴 200부작의 대작이었다.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지만 한 쪽 눈에 안대를 낀 궁예와 비운의 후백제 견훤왕의 인기가 높았다. 드라마 허준과 태조 왕건에 이어 대장금, 주몽, 여인천하, 용의 눈물, 장희빈, 해를 품은 달 등이 40%가 넘는 시청률로 안방 사극 붐을 이끌었다. 후삼국 시대와 고려 통일의 과정을 다룬 사극 태조 왕건의 주인공은 왕건과 궁예, 그리고 후백제의 왕 견훤이다. 지금의 경북 문경 출신인 견훤은 신라 말기의 혼란했던 시기 전주에 후백제를 세웠지만 아들의 반란으로 자신이 세운 나라의 문을 스스로 닫아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견훤왕 관련 유적지는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는 물론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에는 견훤의 탄생지로 전해지는 금하굴과 견훤의 사당인 숭위전이 자리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도 견훤사당과 견훤산성이 있고,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에는 견훤왕릉이 자리잡고 있다.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에도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중노송동 인봉리 등 유적지들이 있다. 그러나 고려 통일 이전 후삼국 시대의 한 축이었던 후백제의 역사문화는 다른 역사문화권과 달리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6일 전주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가 발족했다. 전주시와 완주장수진안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 충남 논산시 등 후백제 문화유적을 보유한 7개 시군이 참여했다. 전라경상충청이 함께 뭉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는 후백제 역사문화의 체계적 정리와 위상 정립, 관광자원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후백제 문화유산 실태조사와 유적 발굴,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법제화 등 할 일이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망국적 지역주의를 깨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일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1.29 18:24

존재감 높이는 길

삽화 = 정윤성 기자 그간 각종 선거를 할 때마다 이성적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해왔다. 대선은 말할 것 없고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교언영색의 공약들을 마구 쏟아 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 공약이 많다. 이번 대선은 참으로 묘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여의도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 여야유력후보로 뽑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 확정되었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권자가 3.5%밖에 안된 전북은 그나마 여야 후보들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집토끼라고 여겨서인지 아직껏 이재명 후보가 언제 매타버스를 타고 온다는 일정이 없다. 지난 주말 이 후보가 4박 5일 동안 광주 전남 곳곳을 누비며 읍소전략을 편 걸 바라다보는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쓸쓸하고 공허해 보였다. 선거전략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까 전북 방문이 밀린 것 아니겠느냐며 시간이 오면 올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전북이 호남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있지만 전북민심은 광주 전남과 다르게 움직인다. 민주당 경선 때 이재명을 1등으로 뽑아준 것만도 봐도 그렇다. 전북 사람들은 광주 전남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유순하다. 충청도 사람들과 흡사한 편이다. 자기 속내를 감춰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뚜렷하지 않아 대세에 곧장 휩쓸린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게 부족하다. 여론주도층 가운데 목에 방울 달 사람도 드물다. 이런 성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자기 주관없이 분위기에 휘갈린다. 그간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을 보면 전북도민들의 성징이 잘 녹아 있다. 혁신적인 똑똑한 대표가 거의 없었다. 임기나 적당히 채우면서 입신양명을 노린 사람이 많았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우물 안 방안퉁수 같았다. 왜 이렇게 뒷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 한답시고 나분댔는지 알만하다. 표 찍어준 유권자의 잘못이 많다. 대표를 보면 주민들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허리를 굽히며 표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선거 때만 잠깐 굽신거릴뿐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고개가 뻣뻣해진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연고주의 선거를 하면 주인인 유권자가 노예가 될 수 있다. 대선 주자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정책과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유권자의 3.5%인 전북이 대선판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1.28 16:38

전두환 회고록과 타서전

삽화 = 정윤성 기자 그의 회고록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다.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뇌물죄등 12개 항목의 혐의로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치적 사면으로 다시 법정 자격을 찾은 사람의 자서전.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등의 수사적 표현을 앞세운 <전두환 회고록>. 그러나 이 책은 1권부터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기억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이 책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왜곡된 서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안 그와 관련된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역사학자들과 출판기획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고 통탄한 기획자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낸다고 했다. <타서전>은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타서전은 제 맘대로 회고해 제 입맛에 맞게 서술한 회고록과는 전혀 달랐다. <타서전>은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하는 <기사 본말체>의 형식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동양권에서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체재 중 하나인 <기사 본말체>는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 평가받는 형식이다. 타서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알렸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은 타서전은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살린 책이었다. 타서전의 주인공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90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스러져갔다. 그들 대부분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1.25 16:46

겨울철 진객 황새

삽화 = 정윤성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서식하는 텃새였다. 195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면서 많은 개체수가 번식했고 겨울에는 일부가 북쪽에서 내려와 월동하는 겨울 철새이기도 했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고 화목용으로 산림을 난벌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된 데다 사냥 등 남획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황새 부부 한쌍이 발견되어 당시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접한 사냥꾼이 황새 서식지를 찾아 수컷을 총으로 쏴 잡았다. 이 사냥꾼은 나중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살아남은 암컷 황새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보호받다가 1994년에 죽었다. 이후 국내에서 황새 번식은 끊기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텃새 황새가 사라진 이후 겨울철 철새 황새가 간간히 찾아왔다. 지난 2002년 1월 초 익산 망성면 고산마을 어량교 일대에 황새 12마리가 떼 지어 날아왔다. 수많은 탐조객과 사진 작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면사무소 직원과 마을주민들은 들판에 밧줄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한편 먹이를 주고 서식지 주변 환경을 조성 하는 등 황새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 문화재청에선 이러한 마을주민의 노고에 포상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고창 갈곡천에서도 황새 6마리가 월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갈곡천과 인천강 일대에 대한 생태조사에 착수했고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검은목두루미를 비롯해 630여 종에 달하는 서식 동물을 확인했다. 이후 이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지난달에는 고창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인 고창지역에는 해마다 10여 마리의 황새가 찾아온다. 지난 1월에는 황새 60여 마리가 떼로 몰려와 큰 화제가 됐다. 이에 고창군에선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아산과 부안 해리면에 황새 둥지탑 3곳을 설치했다. 며칠 전에는 익산 만경강 중류 지역에서 황새 한 마리가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황새 3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올해 다시 황새가 만경강에 찾아왔다. 축산 폐수 등으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만경강이 생태습지 조성과 환경 보전 노력으로 자연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서식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겨울철 진객인 황새가 우리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자연 번식하고 텃새로 정착하게 되면 세계적인 생태학습장과 조류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황새와 함께 더불어사는 자연 생태 환경이 하루빨리 복원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1.24 17:01

국회의원의 존재감

삽화 = 정윤성 기자 쌍발통정운천 의원의 최근 행보와 역할이 눈에 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지난 6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서울 가락시장 첫 민생 행보 때 밀착 수행했다. 지역구가 아닌 데도 뜬금없이 윤 후보와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이날 정 의원 동행에 대해 주변에서는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사실인즉슨 그간 그의 남다른 의정 활동을 눈여겨보고 윤 후보가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깜짝 동행은 윤 후보에게 갖고 있던 도민들의 부정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다름 아닌 경선 때 윤 후보가 전북을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후보와 달리 표심을 얻기 위한 공개 행보가 없었을뿐 아니라 지역 공약 발표 기회마저 갖지 않아 시선이 곱지 않았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텃밭이라 아예 전북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못마땅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의원 말고도 윤 후보의 대선 행보를 그림자 보좌하고 경호까지 도맡는 수행실장에 전주 출신 초선 이용 의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감독 출신으로 언뜻 보면 경호원으로 착각할 정도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우직하고 성실함에 윤 후보가 매료됐다고 한다. 원래 퍼포먼스용 회견이나 사탕발림 공약으로는 민심을 얻지 못한다.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지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아울러 최소한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 판단의 오류를 없애려는 노력도 긴요하다. 국민의힘 경선 때 일부 후보가 새만금 신공항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가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애써 지역을 방문하지 않아도 도민 여론에 대해 조언자 역할이 가능한 측근이 있다는 것은 실리적 측면에서 강점이다. 정운천이용 의원에 거는 도민 기대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지역 현안의 해결사 역할은 고사하고 지엽 말단의 행사 홍보나 상(賞)을 받았다고 호들갑 떠는 의원들이 있다. 지역 현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 모습이다. 오죽하면 지방의원 만큼도 역할을 못하는 국회의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유권자들은 일침을 놓는다. 정운천 의원의 드러나지 않은 행보가 돋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윤 후보 광주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두환 실언과 개 사과 논란으로 그에 대한 광주 민심이 들끓고 있을 때다. 마찰이 있긴 했지만 큰 불상사없이 방문을 마무리한 것도 정 의원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는 보수정당 최초로 광주 518 추모제에 초청 받을 만큼 신뢰를 쌓았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지역장벽 해소를 위해 누구 보다 앞장선 결과다. 호남 민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선 주자입장에서 정 의원 같은 존재는 복덩이나 마찬가지다. 전북현안 해결에도 앞장서 그가 진가를 발휘하는 건 물론이다. 국회의원 역할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23 18:38

탈호남 전북 대전환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성황리에 치러진 제4회 1593 전주별시(別試) 재현행사 홍보물에는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글귀가 담겼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할 인재를 뽑기 위해 1593년 특별시험으로 치러진 전주별시에서는 문과 9명과 무과 1000여 명을 선발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친구인 사헌부 지평(持平) 현덕승(玄德升)에게 보낸 서신에 담았다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글귀 속의 호남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애용되는 단어다. 안타까운 것은 호남과 영남을 대비해 지역감정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했었다는 점이다. 호남(湖南)은 김제 벽골제의 남쪽이라는 설, 금강의 옛 이름인 호강(湖江)의 남쪽이라는 설, 고려때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딴 전라도 지방을 칭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전북과 광주전남을 묶어 전라도와 호남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전북은 호남 속의 변방으로 차별받고 소외돼 왔다. 역대 정권에서 호남과 영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과 사업, 인사 정책 등에서 호남 몫은 광주전남 몫이었다. 필요할 때는 호남이었지만 호남 안에서도 전북은 광주전남의 견제대상이었다. 새만금사업과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반대한 세력이 광주전남이었고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전남 무안공항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나주에서는 전북과 광주전남 등 3개 시도의 초광역 협력 마한역사문화권 공동 발전 이행협약 및 대선 정책과제 공동 건의 서명식이 열렸다. 협약 내용에는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마한역사문화촌, 마한역사테마파크, 마한역사길 조성, 마한 세계역사엑스포 발굴 및 육성 등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전북이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과연 광주전남이 전북에 양보할 사업이 있을까 궁금하다. 전북이 또다시 들러리를 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국적인 메가시티 열풍 속에 광주전남은 광역경제권 구축 및 부울경과 연계한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로 방향을 잡았다. 영광~목포~여수~남해~거제~부산~울산을 잇는 해양관광도로, 수려한 섬을 연결하는 섬크루즈 등 남해안 남부권 광역관광벨트를 시작으로 남해안 광역경제권을 적극 육성해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지역 정치권에서는 마한과 백제, 후백제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자원을 부여와 공주, 익산과 전주까지 확장하는 충청권과의 창의적인 메가시티 연계 전략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주전남이 아닌 충청권과 협력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부터 탈호남 전북몫 찾기 운동이 수도권 향우들을 중심으로 시작돼 수십 년간 호남향우회에 속해 있던 재경 전북출신 출향인사들이 속속 전북도민회를 창립했다. 탈호남 전북 대전환은 이제 정치권의 몫으로 남았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1.22 16:39

이재명이 전북서 안 뜨는 이유

대선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내려지는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잘했으면 유권자들이 지지할 것이고 잘못했으면 바꾸자고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참혹한 실패로 규정한다.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한 것에 불만이 높다. 소득은 충분한데 은행 대출길에 막혀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젊은층의 불만이 의외로 많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원인은 수요와 공급 불일치 때문이지만 투기수요를 차단하지 못한 탓이 크다. 여야후보가 확정되었으나 대선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시대에 사이다성 발언과 포퓰리즘 정책에 힘입어 서민들에게 상당한 청량감을 줬지만, 대장동 사건에 발목 잡혀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다. 선대위가 구성됐으나 이 후보만 열심히 뛰지 원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토끼라고 여겨온 호남에서 지지율이 DJ 노무현 문재인 때와 다르게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만해도 너나할 것 없이 문을 지지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의사표시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안 보인다. 특히 전북 경선 때 광주 전남과 달리 이재명 후보가 54.55%로 1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 후보 지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경선이 끝났으나 이낙연 지지자쪽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송영길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과 결선투표를 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것. 이런 상황속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임순)이 민주당 복당 철회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만남을 통해 접점을 찾아간 것도 한몫 거든다. 여기에 전북 출신 민주당 8명의 국회의원에 도민들의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전북에서 이 후보의 지지가 답보상태에 놓인 이유는 문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한다. 지난 대선 때 64.8%라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는데도 임기가 다 되도록 전북에 통 크게 지원해준 게 없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도 하대명년이고 20대 국회 때부터 남원 서남대 폐교로 생긴 의대정원 49명을 갖고 설립기로 했던 공공의대 설립문제가 아직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채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운천 도당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북 현안에 프렌드리 정책을 내 놓고 내년도 국가예산을 적극적으로 챙겨 윤석열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MB나 박근혜 때보다 많은 두 자릿수 지지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 진정성 있게 서진정책을 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북 유권자를 집토끼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소홀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 예전처럼 전북유권자의 표심이 민주당 후보한테 일방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을 지지해봤자 지역으로 돌아온 게 없지않느냐는 게 전북의 현재 표심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1.21 16:54

왕의 초상, 어진의 외출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시실 진열장 유리 건너편에 왕의 초상이 있었다. 오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실재감으로 다가오는 용안의 품격.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종이의 뒷면에 색을 칠하여 은은한 느낌을 배어 나오게 하는 배채법의 효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했다. 2005년 봄, 국립전주박물관이 기획한 <경기전과 태조 이성계-왕의 초상> 전시에서 공개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었다. 600년 시간을 안고 있는 태조 어진 진본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11년만이었다. 그해, 태조 어진의 외출은 특별하고 화려했다. 우리나라의 초상화 역사는 풍요롭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한 시대의 미술사를 주도할 정도로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며 그 수준도 빼어났다. 왕의 초상, 어진은 조선시대 그려진 초상화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왕들의 초상화는 대부분 왕이 생존해있을 때 그려졌지만 더러는 작고한 뒤에 그려지기도 했는데 작고한 뒤 그려지는 초상화들도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완성되는 까닭에 실재 했던 왕의 초상과 매우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에 제작된 초상화는 대부분 진본을 잃었다.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태우고 초상화를 새로 제작하는 관행 때문이었다. 왕의 초상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늘에 남겨진 진본은 태조 이성계와 영조의 어진뿐이다. 특히 태조 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하다. 태조 어진에 역사성과 함께 회화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태조 어진은 당초 다섯 곳에 진전을 지어 모셨다. 전주를 비롯해 태조가 태어난 영흥과 성장한 개성,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과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다. 이들 중 살아남은 것이 전주 경기전의 어진이다. 경기전에는 태조가 작고한 후 1410년 경주의 집경전 어진을 모사한 해 완성한 어진을 모셨으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1872년 새롭게 제작된 어진이다. 조선 창업자인 태조의 초상은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 중에서도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회화사의 측면에서도 조선시대 초상화 중 최고로 꼽혀 한때 한국회화사 전공자들은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여겼다. 사실 우리가 경기전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태조 어진은 진본(국보)이 아니다. 회화적 측면에서 보자면 모사본과 원본의 차이는 매우 크다. 다행히 2005년 이후 태조 어진 진본은 1년에 단 한번, 20여 일 동안 외출을 한다. 올해도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경기전 안 어진박물관에서 태조 어진 진본이 관객들을 만났다. 귀한 선물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1.18 16:33

박성일 군수의 3선 불출마

삽화 = 정윤성 기자 3선 가도에 특별한 걸림돌이 없었던 박성일 완주군수가 지난 1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 군수로서 지난 8년 가까이 무리 없이 군정을 잘 이끌었고 무엇보다 지역 성장의 동력을 탄탄히 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군수의 불출마 결정은 지방 정가와 군청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가족과 핵심 측근 사이에선 올해 초부터 불출마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8년 재임 동안 지역 성장과 군정 발전에 성과를 냈던 만큼 이젠 모두 내려놓고 삶의 여유를 찾고 건강을 챙기기를 바랐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선거를 도왔던 일부 측근은 3선 출마를 강력히 권유하면서 결단의 시간이 길어졌고 지난 여름에 결심을 굳힌 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박성일 군수의 완주군수 출마는 정치적으로는 하향 지원에 가깝다. 제23회 행정고시 패스후 전북도 문화체육과장 국제협력관 정읍부시장 경제통상실장 자치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행정안전부 감사관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그리고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는 등 정통 행정관료로서 잔뼈가 굵었다. 현 송하진 지사나 전임 김완주 지사가 도청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전주시장과 도지사로 선출직 단체장에 나섰던 터라 기획관리실장보다 한 직급 위인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 군수도 이러한 정치적 행보가 예견됐다. 그렇지만 박 군수는 전주시장 출마 대신에 고향인 완주를 선택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완주군수에 출사표를 내건 박 군수는 선거 초반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정서가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그러나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인물론이 먹히기 시작했고 선거 막판에는 분위기가 급반전되기에 이르렀다. 개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89표, 0.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극적인 이변을 연출했다. 군수 취임 후에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으로 안정적인 군정 운영을 통해 지역의 미래비전을 튼실히 세워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완주의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테크노밸리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호남 유일의 문화도시 지정, 삼봉웰링시티와 운곡지구 복합행정타운 등 자족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 7월 초 김승수 전주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박성일 군수도 3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새바람이 예고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지방 소멸 위기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공수신퇴천지도(功遂身退天之道), 공을 이루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야 뒷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1.17 16:54

‘교육감 단일화’의 속앓이

삽화 = 정윤성 기자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친 김승환 진영의 단일 후보 만들기가 한창이다. 연일 불꽃튀는 대선 뉴스에 가려서 그렇지 이들 후보간 물밑 경쟁 또한 뜨겁다. 사실상 선거 구도가 김승환 측과 反김승환 측으로 갈리면서 이들에게 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6월 뉴스1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후보 차상철 이항근 천호성 세 명 모두가 맞수인 서거석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가피하게 이들은 후보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실제 11월 말로 단일화 시한을 못박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경선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후보간 여론조사가 박빙이거나 예상을 깬 결과가 나오기도 해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속 사정이야 어찌됐든 이처럼 팽팽한 접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불법 과열 사례도 속속 노출되고 있다. 지지 후보를 위한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2명이 검찰에 고발됐다. 그런가 하면 단일화 지지세력 중 일부 단체가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의 정책 질의를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질의서를 받은 후보들은 ○△로 답변을 대신했는데 긍정적 추진 입장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 경우 자칫 지지를 댓가로 후보자와의 전형적 거래 행위로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같은 질의서는 후보들에게 엄청난 압박과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것. 번연히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질의서를 보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예측불허 흐름에다 과열 양상까지 빚어진 데 대해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 싸움은 물론 정책 대결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상대방 흠집내기 등 기성 정치판의 선거 흉내까지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후보 진영 관계자들이 만나 이를 조율한다고는 하지만 건곤일척 대결에서 섣불리 장담할 문제는 아니다. 이들에게는 단일화 고비를 넘는다 해도 지지율 1위 서거석 후보와의 쉽지 않은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단일화 과정에서 이른바 적전분열 사태를 최대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관심을 끈 건 이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먼저 김승환의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이항근 천호성 후보는 스펙트럼이 거의 비숫한 반면 차상철 후보는 좌편향 색채가 더 강하다고 한다. 인물 대결보단 지지층 결집과 우군 확보에 누가 더 유리하느냐가 변수로 주목받는 이유다. 도민 여론조사 50% 반영도 마찬가지다. 김승환 교육감의 공과를 평가하는 의미도 이번 선거에 담겨 있다. 그의 철학과 이념을 계승하려는 단일화 후보와 반대로 그의 교육 철학을 비판하는 反김승환 후보와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그렇다면 12년 재임 기간 교육의 가치와 성과를 냉철히 따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승환 측의 정권 연장이냐, 아니면 기득권 종식이냐를 판가름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16 16:37

‘위증’과 전북도의회 ‘위상’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도의회에서 7년 만에 위증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열린 전북문화관광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다. 이날 행감에서 20일 전 다녀온 부산 출장과 관련해 질의를 받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 A씨의 거짓 답변이 위증 논란을 불렀다. 지난 2014년 11월 열린 도의회 행감에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전북도의 4~5급 간부 승진 인사에 대한 위증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터져나온 위증 논란이다. 한완수 도의원(임실)은 이날 행감에서 A본부장의 10월 22일 부산 출장을 문제삼았다. 재단 업무와 관련해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는 A본부장이 사실은 부산문인협회 주최 국제문학제에서 강연했다며 거짓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A본부장은 이를 부인했고 한 의원이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까지 제시했지만 강연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도의회의 확인 결과 A본부장은 당일 강연을 했고 강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거짓 출장과 위증이 확인된 셈이다. A본부장의 도의회 위증 논란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게 불똥이 튀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재단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근무태만을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A본부장을 대표이사가 측근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대표이사의 방관과 불통 경영을 비판하며 A본부장의 엄중한 처벌과 함께 대표이사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위증은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는 죄다. 형법상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서의 위증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한 범죄다. 다만 범죄가 발각되기 이전에 자백(국감이나 행감 종료 전)했을 때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41조(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와 전라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9조(감사 또는 조사의 방법)에는 감사 또는 조사 증언에서 거짓 증언을 한 사람은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필요한 사항과 절차는 국회의 관련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도의회 행감에서의 위증은 전북도가 행감이 끝나기 전 위증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해 고발없이 마무리됐다. 전북도의회는 이번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의 위증 논란에 대한 대응을 도의회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 고발까지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북도의회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의회의 무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표를 의식해 스스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슬그머니 책상 아래로 내려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의회의 위상은 도의회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뻔히 드러날 위증이 당당히 나오는 것도 도의회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1.15 16:35

전북인의 손가락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수도권 일극 체제에 따른 인구 과밀화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파생되었다. 노무현 정권이 지역균형발전을 그렇게 강조했지만, 이명박박근혜 보수세력으로 정권교체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비대 현상이 더 심해졌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던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승계했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문재인 정부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지지기반이 무너졌다. 지금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대구 경북의 행정통합,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로 묶는 부울경, 광주 전남을 묶는 메가시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메가시티 건설에서 제외된 전북을 비롯 강원 제주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메가시티 건설에 파묻혀 전북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토균형발전을 고려한다면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것. 사실 전북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돼 아직도 농업사회의 큰틀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효과가 큰 기업이나 생산시설이 타 지역에 비해 빈약해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그간 식량기지역할을 해온 전북은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전체 유권자의 3.5%밖에 안되는 전북이 정치적 존재감이 약해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북을 자신들의 집토끼로 여기고 굳이 잡은 물고기 한테 먹이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가볍게 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보은차원에서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하며 도움을 줄 것처럼 약속했지만 모든 게 말처럼 안되었다. 일부 도민들은 30년 된 새만금에 기껏 태양광단지나 조성하는 게 맞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호남을 껴안기 위해 서진정책을 펴지만 선거 때마다 민주당 안방이라서 한 자릿수 득표에 그쳤다면서 진정성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전북은 이래저래 여야로 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이 같이 전북이 정치적으로 찬밥신세가 된 것은 일정부분 도민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 역량있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게 패착이다. 지금 초 재선 10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나타낸 의원이 몇이나 되는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여야 유력대선후보가 확정되었으나 아직 전북을 공식 방문한 후보는 없다. 광주는 여야후보가 앞다퉈 방문해 구애작전에 나섰으나 전북방문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그 만큼 정치적 비중이 낮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승패가 근소한 표차로 갈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럴 바에는 전북유권자의 푯값을 한껏 치켜세워야 한다. 과거처럼 민주당 일변도로 가서 후회할 것이 아니라 충청도처럼 여야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도민들이 찍은 표심이 수도권 향우들의 표심을 자극해서 전북 존재감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도민들의 손가락에 전북발전의 명운이 달려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1.14 16:36

국보와 보물

삽화 = 정윤성 기자 국가의 보물 지정 기준이 바뀐다. 일제 강점기, 보물 지정이 시작된 지 60년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9일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국가 문화재 지정과 해제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이라고 목적을 덧붙였다. 들여다보니 <포괄적추상적으로 표현했던 지정 기준에 대한 각 세부 평가요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을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지금까지는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던 평가 요소가 역사적 가치는 역사적 가치-시대성, 역사적 인물 및 사건 관련성, 문화사적 기여도 등, 예술적 가치는 인류 또는 우리나라의 미적 가치 구현, 조형성, 독창성 등, 학술적 가치는 작가 또는 유파의 대표성, 특이성, 명확성, 완전성, 연구기여도 등으로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보물 지정 기준이 체계적이지 않고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평가요소를 명시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인 점을 고려하면 지정 기준 개정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보나 보물 지정을 돌아보면 그 기준의 애매모호함은 끊이지 않는 논란을 불러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보 1호를 둘러싼 논쟁이다. 숭례문은 당초 일제에 의해 보물 1호로 지정됐으나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국보 1호로 지정됐다. 국보 지정번호는 가치에 따라 정해진 서열의 의미가 아니었지만 1호 국보 숭례문은 그 뒤 대한민국 문화의 상징이 되면서 그 자격을 두고 끊임없이 논쟁이 일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가치를 서열화하는 번호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문화재 지정번호를 공식 표기에서 없애기로 하면서 국보 1호 변경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우리 문화재 지정번호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일본학자들의 판단은 여전히 우리의 국보와 보물에 그 흔적이 짙다. 국보는 보물 중에서도 그 가치가 으뜸인 것을 지정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 위계가 정해지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처음 지정된 우리나라의 국보들이다. 일정한 시기동안 우리나라에는 국보 없이 보물만 지정되어 있었다. 일제가 의도적으로 가치를 격하시키기 위해 국보가 아닌 보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 치부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는지 1955년, 정부는 보물로 지정된 419건을 한꺼번에 국보로 승격시켰다. 덕분에 국보와 보물을 분류해 1963년 보물을 다시 지정하기 까지 우리나라에는 보물이 한 점도 없었다. 이후 보물은 크게 늘어나 2021년 11월 현재, 전국적으로는 2277점이 전북은 105점이 지정되어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1.11 17:06

산업 소재 전쟁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9일 익산시 부송동 실내체육관 앞 주차장에 요소수를 사려는 시민 300여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요소수 구매 대란에 익산시가 지역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는 아톤산업과 함께 익산시민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하면서 진풍경을 연출했다. 1인당 10ℓ씩 제한 판매를 했지만 공급 물량 부족으로 200여 명만 샀을뿐 나머지 100여 명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는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차나 건설중장비 대형버스 승용차 등 물류운송은 물론 산업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강시멘트골재 등 건설 자재 공급난으로 건설분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건축비가 크게 오르고 있다. 유통택배업계도 차량의 발길이 묶이면서 유통대란이 우려되고 단풍철에 관광버스업계도 전전긍긍이다.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데 요소수 공급이 필수적인 소각장도 요소수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요소비료를 꼭 사용해야 하는 농업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가을에 파종한 보리의 경우 요소비료 시용을 안 하면 수확량이 60%대로 낮아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농민들 사이에선 비료 가수요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 농협 창고에는 농사를 위해 확보해놓은 요소비료가 바닥난 상태다. 요소비료 품귀로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비료 구입난과 가격 급등은 농작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다시 농산물값 급등으로 전가돼 밥상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우리나라 수입 물량을 거의 독점 공급하는 중국이 자국의 전력난과 탄소 배출 규제로 주요 원자재 생산량을 줄이면서 촉발됐다. 문제는 요소수뿐만 아니라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 실리콘 알루미늄 등 다른 원자재가격도 급등하면서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우려된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실리콘의 국제 거래가격은 지난 두 달 새 3~4배 가까이 급등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산업 소재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무려 4000개 품목에 달한다. 이 중 중국이 1850개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503개, 일본 438개 순이다. 우리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중국과 일본 등의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수출을 막으면서 우리가 초비상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젠 산업 소재 전쟁시대를 맞아 산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안전한 공급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1.10 16:44

전북육상 부활의 꿈

삽화 = 정윤성 기자 그 순간 모두가 승자였다. 순위를 가리는 대회인데도 선수들 표정은 경쟁은커녕 긴장감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직 자신과의 싸움 뿐이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과의 바통터치를 기다리는 팀 동료를 향해 뛰고 달렸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묵직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투혼의 레이스였다. 한계에 도전하며 늘 혼자 온 몸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인간의 원초적 경기가 바로 마라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억대 연봉을 거머쥐는 프로 스포츠에 비해 인기와 관심은 덜하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 만큼은 프로 뺨친다. 한계를 뛰어 넘는 초인적 정신력만이 이뤄낼 수 있는 불꽃같은 의지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고통을 견뎌 내야만 마침내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테이프를 끊는 순간 그들의 모습은 자못 숙연하기까지 한다. 감독 선수는 물론 현장의 대회 관계자까지 모두가 울컥하는 순간이다. 지난 5일과 6일 전주 익산 군산과 순창 임실 일원에서 펼쳐진 제33회 전북 역전 마라톤의 현장 스케치다. 그렇지만 선수와 함께 코스를 동행하며 가까이서 지켜 본 이런 감동 드라마 뒤엔 또 다른 아픔과 좌절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육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얼마 전부터 선수단 구성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출전을 둘러싼 난상토론도 이런 현실을 웅변해준다. 동호인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주말 대회와 학생 경기구간 확대 등 발전적 대안 제시도 같은 맥락이다. 전북은 육상의 메카로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지난 달 끝난 전국체전에서도 전북체고 문해진 군이 육상 100m와 200m를 석권해 전북의 자존심을 한껏 드높였다. 지난 2019년 전국체전 마라톤에서도 군산시청 도현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 남원 출신 형재영 선수 이후 24년 만에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중장거리 스타였던 오미자 선수도 남편과 함께 지도자로 변신, 해마다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후배 지도에 힘쓰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육상은 모든 종목의 기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달리기 좀 한다 싶으면 운동부에 차출되기 일쑤였다. 탁월한 운동 신경의 가늠자로 달리기를 첫 손에 꼽은 것이다. 그만큼 육상은 타 종목보다 항상 대접을 받아왔다. 올림픽 메달도 가장 많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종목도 마라톤이란 점에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초 중 고 육상부 활성화를 강조한 대목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교육감배 육상은 최근 10년간 김승환 교육감이 불참하는 바람에 대회가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시군 교육장배 보다도 참가 선수가 적다고 쓴소리다. 성적 때문에 지도자 또한 특정 종목선수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 대국적 견지에서 전북 육상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학교 운동장 꿈나무들이 대학을 거쳐 실업팀에서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게 지금 우리의 몫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09 17:02

몰카와 관음증

삽화 = 정윤성 기자 1981년 제1회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데뷔한 개그맨 겸 방송인 이경규는 연예계에서 두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유재석강호동과 함께 지상파(KBSMBCSBS)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을 모두 수상한 트리플 크라운 달성 예능인 3명중 한 명이자, 1990년대2000년대2010년대에 걸쳐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예능인 기록이다. 이경규를 1991년과 1992년 연속 MBC 연예대상 수상자로 이끈 코너는 몰래카메라 였다. 1991년 4월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서 첫 방송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코너는 시청률 70%를 넘길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리 꾸며진 황당한 사건을 만들고, 이런 사실을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출연자의 반응을 재미와 웃음으로 즐기게 하는 몰래카메라의 성공은 다른 한편으로는 몰래카메라의 희생양을 만드는 코너이기도 했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1992년 11월에 폐지됐다가 2005년 10월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시즌2로 부활했지만 2007년 11월 또다시 폐지됐다. 그해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위해 억지스럽고 가학적인 설정을 반복한 돌아오지 말았어야 할 몰래카메라라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혹평과 함께 2007년 올해의 나쁜방송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몰카는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촬영을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카메라, 또는 그런 방식이란 설명과 함께 국립국어원의 신어사전인 우리말샘에 까지 등재됐다. TV 방송에 몰래카메라가 등장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관음증의 도구가 된 불법 몰카와 싸우고 있다. 몰카 범죄 확산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갈수록 기발해지는 초소형 몰카는 더욱 위협적이다. 지름 1㎜의 초소형 몰카는 안경과 볼펜, 물병과 거울, 어댑터, 콘센트, 리모컨, 화장품, 탁상시계, 의류, 수첩 등 일상용품속 곳곳에 자리잡았다. 지난달 말 경기도 안양에서는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여교사 화장실의 각티슈 안에 몰카를 설치한 사실이 적발돼 큰 충격을 줬고, 지난 1일 강원도 춘천에서는 60대 모텔 주인이 객실 한 곳에 몰카를 설치해 6개월간 투숙객들을 촬영해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그동안 적발된 몰카 범죄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몰카 영상 유포 피해자의 45.6%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19.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전주시는 지난 2일 여성가족과와 중앙풍남중화산1효자5덕진동 등 8개 동 주민센터에 몰카 탐지 장비를 갖춰놓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행정이 탐지 장비 무료대여 정책에 나설 정도로 몰카 범죄는 일상이 됐다. 몰카 근절 전도사 이경규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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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11.08 16:39

다선의원 낙선시킨게 패착

삽화 = 정윤성 기자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의 인구 180만 붕괴가 전북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준다. 전북의 젊은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가고 생산성이 떨어진 노인들만 늘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서 빈곤의 악순환만 계속된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구감소로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익산군산완주 정도만 남게 될 뿐 장차 나머지 시군은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2년간 지속되면서 전북의 자영업자들이 수입이 없어 영 죽을 맛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름대로 지역이 발전할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은 아니올시다로 바꿔졌다. 군산조선소가 재가동될 것으로 믿었지만 감감무소식이고 남원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 갖고 설립키로 했던 공공의대 설립건도 기약이 없자 문 정권에 대한 불만만 높아졌다.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긴 대신 국민연금공단이 전주혁신도시로 이전, 제3금융도시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이 문제 또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민들이 민주당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민주당을 골빠지게 지지해 받자 지역으로 돌아온 것이 없다면서 이제는 생각을 다시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그간 전북이 광주 전남사람 좋으라고 호남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파이만 키웠지 전북몫을 차지한 것은 약했다면서 전북의 존재감이 이처럼 약해진 것은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10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수적 열세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안된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어 더 지역이 힘들어졌다고 힐난했다. 초 재선들의 정치력이 도토리 키재기식이나 다름 없다면서 지난 415 총선 때 역량 있는 다선 중진의원을 낙선시킨 게 패착이라고 후회한다. 중국 공산당 사회를 개방으로 이끌어낸 등소평 같은 혁신가가 전북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방정치마저 조락현상이 발생,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마구 뛰어들다 보니까 정치판이 내년 지선을 앞두고 더 혼탁해지고 있다. 현실정치판이 돈선거판으로 흘러 가면서 돈의 유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시장 군수 유력후보쪽에는 보험성격의 베팅이 은밀하게 이뤄져 만약 당선이 된다해도 제대로 시군정을 펼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경선을 대비해서 모집한 당원을 자기편으로 계속 관리하느라 돈 쓰는 게 한강투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북 낙후에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오간데 없고 정치기술자만 널뛰기 하듯 날 뛰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 총선 때 다선을 낙선시킨 게 잘못이었기 때문에 내년 대 지선 만큼은 잘 치러내야 한다. 표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전북이 특정 정당의 안방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선거를 통해 행동하는 양심을 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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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11.07 17:28

김정숙 여사의 한지가죽 가방

삽화 = 정윤성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탈리아를 방문한 김정숙 여사의 검정색 핸드백이 화제다. 김 여사의 핸드백은 한지로 만든 비건(Vegan) 가방이다. 김 여사는 지난 달 31일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열린 대통령 배우자 프로그램 행사에서 일년생 닥나무로 만들어 숲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 한지를 설명하며 그 한지로 만든 핸드백을 사람을 위해 자연을 해치지 않는 물건 이라고 소개했다. 스페인 베고냐 고메즈 총리 부인은 가방이 너무 아름답다며 전통과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것은 지구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겼다. 김 여사의 핸드백은 비건 가방을 만드는 국내 신생업체의 상품이다. 블레드 깃털백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이 핸드백은 깃털 같은 가벼움과 내구성을 지닌 것이 특징인데, 한지의 특성인 가벼움을 내세워 500g의 기적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비건 제품은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식품 뿐 아니라 패션계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회사들이 친환경소재로 만든 가방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비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비건 제품은 외국에서 먼저 시작돼 개발된 소재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비건 제품의 소재를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한지 가죽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제작한 순수 국내산이다. 동물 가죽보다 경량성과 내구성이 월등하고 방수성과 통기성도 좋은데다 자체 항균력이 99.9%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실 한지로 만든 가방과 의류 등 생활 소품은 한지공예가들의 주도로 우리 지역에서도 꽤 오래전에 개발되었다. 한지 가죽으로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으나 한지의 쓰임과 가능성을 여는 시도로 관심을 모았던 당시의 공예품들은 아마도 오늘날의 한지 가죽 제품을 개발하는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들여다보니 한지 가죽은 비건 제품을 생산해내는 재료로서 이미 수입산 가죽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 쓰임도 옷과 신발, 가방 등 패션 제품과 생활 소품, 가구까지 확장되어 있고, 자동차 내장재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물성 연구도 진행 중이다. 탄소 배출에 대한 제재가 늘어나고 있는 환경에서 친환경 소재로서의 장점을 가진 한지는 외국 업체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니 그 확장성이 기대된다. 김정숙 여사의 핸드백을 만든 회사의 온라인 몰에서는 한지가죽 가방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겠으나 어찌됐든 한지의 변신이 가져온 결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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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11.04 16:50

금강하굿둑 해수 유통 갈등

삽화 = 정윤성 기자 금강하굿둑 해수 유통을 놓고 충남과 전북의 갈등이 또다시 표출되고 있다. 금강하굿둑 해수 유통은 이미 지난 2012년 국토부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도 충남에선 토사 퇴적과 환경문제 등을 내세워 줄기차게 해수유통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충남도의회가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20대 대선공약 및 국정과제 채택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와 각 정당, 전북도 등에 전달했다. 이달 말에는 국회에서 금강하굿둑 해수유통과 관련한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충남도도 금강하굿둑 상류 3㎞까지 해수 유통을 하고 상류 10㎞까지는 해수 유통 및 기수역 확대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데 이어 낙동강과 영산강권역 자치단체 등과 연계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0년 총사업비 1000여억 원을 들여 서천군 마서면과 군산시 성산면 1.8㎞를 연결한 금강하굿둑은 수자원 확보와 금강 상류지역 홍수 조절, 염해 방지, 교통 개선, 관광 개발 등 다목적으로 건설됐다. 총저수량이 1억 3800만t에 달하고 매년 충남과 전북에 4억 3000만t의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하굿둑 도로 연결로 군산~서천 간 교통이 크게 개선됐고 관광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충남도와 서천군이 서천 쪽 하굿둑 인근에 연간 80만t에 달하는 토사가 쌓이고 수질 악화와 어도 기능 상실 등을 이유로 해수유통을 주장해오고 있다. 반면 전북도는 해수유통 시 농공업용수 공급 중단으로 인해 지역 산업생산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위 상승에 따른 저지대 7000ha에 달하는 농경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에 국토해양부에서 지난 2010년~2011년 금강하구역 생태계 조사 및 관리체계 구축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2012년 2월 충남과 서천군이 요구한 해수 유통 방안은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국토부는 해수 유통 방안이 2만3000여ha에 달하는 농경지의 용수 공급원과 계획 용수량 확보 대안이 없고 용수원 이전에 드는 7100억~2조 9000억 원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금강하굿둑 해수 유통 문제로 충남과 전북이 10여 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자원 확보에 대한 대안이 없이 무조건 해수 유통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수질 오염 때문에 바다로 흘려보내자는 발상은 또 다른 해양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해수 유통보다 금강유역의 수질 개선 노력이 우선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1.03 16:40

향토 은행의 역할

삽화 = 정윤성 기자 JB금융지주가 최근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1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21.9% 오른 수준으로 역대급이다. 3분기만 보면 1년 전에 비해 21.9% 증가한 13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 실적 발표에 이어 전북은행 창립 이래 첫 여성 임원 탄생이라는 경사 소식도 알렸다. 겹경사를 맞은 전북은행으로서는 올해가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자행 출신 첫 은행장 배출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도 지난 4월 세웠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대표적 향토은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 영업 환경도 디지털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그에 걸맞는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전북은행도 이와 관련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예로디지털 전문가인 서한국 행장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인공지능을 기초로 한 고객응대 서비스 개발과 빅데이터 교류를 추진했고, 비대면디지털 특화 카드와 서민을 위한 비대면 전용 신상품 JB 위풍당당 중금리 대출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디지털 작업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영업망 한계를 극복하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결국 서한국호 역량의 시험대이자 전북은행의 탈출구 전략인 셈이다. 이런 외형 성장에 비해 지역경제 구원투수 역할은 다소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출 금리가 시중 은행보다 지나치게 높아 금리 장사를 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이 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출 기준으로 전북은행 금리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고신용자로 평가 받는 1~2등급자도 5.57%의 고금리를 비껴가지 못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 평균이 2%중반 대인 점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높아 원성을 사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고객 불만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리스크중 하나다. 신규 대출은 아예 꿈도 못꾸고 기존 대출 이자마저 서민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대출 빙하기를 맞아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장사가 안돼 근근이 버티는 상황에서도 은행 도움을 전혀 못받고 있다는 것이다. 되레 대출 이자 갚으라고 독촉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외연을 넓히고 디지털화 작업 또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고객 관리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경제 활동은 지역 경제의 탯줄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무너지면 서민경제 기초 체력이 고갈되면서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덮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경우는 은행 입장에서도 끔찍하다. 이들이야말로 기초 체력에 버금가는 잠재 고객인 까닭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은행에서만 최대 수익 올렸다고 자랑하면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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