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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 선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다는 전민재 선수(44전북장애인체육회)가 미소 대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9일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여자 200m T36(뇌병변)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뒤다. 트랙에 앉아 고개를 떨군 그는 퇴장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쳤다. 행복의 질주, 투혼의 질주로 감동을 선사해 온 그가 기쁨과 감격이 아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것은 흔치 않다. 전민재는 이날 31초1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년전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안긴 최고 기록(31초06)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운 자신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그는 도쿄 패럴림픽 참가전 인터뷰에서 메달 따면 엄마 목에 메달 걸어드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장애를 가진 자신을 40년 가까이 돌봐온 엄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지 모른다. 1977년 진안에서 태어난 전민재는 다섯 살때 뇌염을 앓은 뒤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았다. 스무 살까지만 살겠다고 어머니를 아프게 할 정도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지만 25세의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26세 때인 2003년 특수학교에서 육상을 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 그해 열린 장애인 전국체전에 처음 출전해 149㎝의 작은 키와 선수로서는 늦은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상 100m와 200m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004년부터는 15년 연속 전국장애인체전 3관왕(100200400m)의 대기록, 2회 연속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과 2회 연속 장애인올림픽 200m 은메달 기록을 세워왔다. 상반신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전민재는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딸 때마다 발로 쓴 편지로 소감을 전해왔다. 2016년 리우 대회때는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주변에서 넌 못할 거야, 넌 메달을 딸 수 없어라고 비아냥거리며 제 꿈을 짓밟는 말들로 상처를 줄 때면 혼자 눈물을 삼키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해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 패럴림픽에서 200m 3회 연속 메달의 새 역사를 쓰지는 못했지만 그가 20년 가까이 트랙에서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있다. 전민재는 9월 1일 여자 100m(T36) 예선에 출전해 다시 한 번 패럴림픽 3회 연속 메달 기록에 도전한다. 달릴 때 만큼은 아무 잡념 없이 달릴 수 있어 좋다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어머니 한재영 씨의 격려가 전민재 스스로 편지 끝 부분에 적어온 웃는 미소가 예쁜 전민재를 다시 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재야 100미터 더 힘내서 해보자 민재야 파이팅!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역 전면개선사업을 놓고 묘한 기류가 형성돼 전북도전주시정치권이 똘똘 뭉쳐 올 정기국회서 추가로 국가예산 250억원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역사 신축사업은 2016년 송하진 지사가 현 역사가 KTX 개통이후 승객이 급증하자 비좁고 낡아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신축키로 계획을 수립했었다. 당시 전주 병 국회의원이던 정동영 전 의원이 신축 필요성에 동감하고 조기 착공해서 조기완공하기로 김승수 시장과 합의해 국가예산 확보에 적극 나섰다. 통상 사업비가 500억이 넘으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기 착공을 위해 450억(국비300억 한국철도공사100억 전주시50억)으로 사업비를 낮춰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것. 당시 정 전 의원은 700억이 있어야 전주시민이 바라던 대로 10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선 착공한 후 추가로 국비 250억원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낙마하면서 추진동력을 상실해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되었고 추가사업비 확보 방안도 불분명해 오랜만에 호랑이를 그리려던 계획이 자칫 고양이 정도나 그려질 전망이다. 낙선후에도 전주역 신축에 관심을 기울였던 정 전 의원은 추가사업비 250억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기국회가 다가오도록 예산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없자 급한 나머지 관계요로를 통해 추진상황을 확인했던 것. 지금은 당초 확보했던 450억선에 맞춰 설계해서 내년에 착공 2024년에 완공키로 했다는 것. 이런식으로 가면 당초 한옥 역사를 살리고 신축키로 했던 계획이 70%로 줄어 현재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대선 패배로 실의에 잠겨있던 자신한테 또다시 기회를 준 전주시민에게 뭔가 진정성 있게 보답해야겠다는 뜻으로 전주역 신축사업을 추켜세우면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전주의 과거와 미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담대하게 계획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생리가 참으로 묘하다. KTX 특실을 이용 전주역을 드나드는 지역구 김성주 의원과 국토위원회가 해당상임위인 김윤덕 의원이 무슨 생각으로 오불관언하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누굴 이롭게 하는 사업이 아니라 전주시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이용객의 편의를 돕자는 사업이다. 정부예산안이 9월 2일 국회로 넘겨지므로 예산 확보할 시간이 거의 없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광주~대구 간 달빛내륙철도건설사업을 광주 전남정치권이 청와대에 압박을 가해 막판에 반영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에 두 의원이 책임짓고 추가사업비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확보해야 한다. 내년에 착공할 전주역 전면개선사업은 사업논리가 충분하고 그간 전북도민과 전주시민이 원도 한도없이 민주당을 선거 때마다 밀어줬기 때문에 추가사업비 250억을 확보 원안대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
삽회 = 정윤성 화백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된 지난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눈길을 모았던 전시회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기획했던 낯선 전쟁 전이다. 전시에 초대된 50여명 국내외 작가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전쟁과 재난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해온 작가들이었다.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과 기법이 망라된 이 전시회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작가가 있었다. 중국 미술가 아이 웨이웨이다. 오래전부터 세계의 수많은 난민 문제를 추적해온 그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야하는 난민들의 삶을 담은 설치 작품 <여행의 법칙>과 <폭탄> <난민과 새로운 오디세이>등 두 편의 벽면화로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기획전과 연계한 상영 프로그램전에는 2017년에 제작한 그의 다큐 <유랑하는 사람들(Human Flow)>이 있었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프랑스, 그리스, 독일, 스위스, 시리아, 터키 등 20여 개국을 발로 찾아다니며 기록한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다큐에서 보인 난민 숫자는 6,500만 명. 전 세계에서 매일 34,000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유엔난민기구)가 있고 보면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돌아보면 난민으로 대표되는 이주의 역사에는 한국인들의 이주도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들에 살고 있는 한민족, 카레이스키(고려인)가 그들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고향을 떠났던 재일교포나 중국의 조선족도 있다. 지난 8월 15일,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점령한 후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아프간 인접국가에 난민과 망명 신청자는 이미 220만 명에 이르지만 탈레반이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지금, 어떠한 경로로도 탈출은 쉽지 않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의 난민 수용 입장도 예전과는 다르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한 우리나라도 난민 수용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어제(26일) 아프간인 390여명이 한국에 도착했다. 정부는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라고 부른다. 단순한(?) 난민이 아니라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그 가족들을 받아들인 것이란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 일터다. 이제 다른 난민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 웨이웨이는 난민의 위기는 곧 우리 인간의 위기라고 조언한다.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화백 기독교 사학인 전주대학교가 총장 선임을 놓고 내홍이 일고 있다. 대학 내부 구성원들이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선임한 총장 내정자를 비토하면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은 지난달 27일 전주대 15대 총장으로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을 선임했다. 재단 측은 홍 총장 선임과 관련해서 학령인구의 감소와 지역대학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영 마인드로 대학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순직 총장 선임 발표에 전주대 단과대 학장단과 교수회 교수노조 직원노조 등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학 내부 구성원의 의견수렴 절차와 홍 총장의 도덕성비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재단 측에 인사명령 철회와 함께 홍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일부 학교 음해세력의 학교 흔들기란 주장도 나오면서 학교 구성원 간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홍 총장을 반대하는 교수회와 노조 측에선 성명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없이 신임 총장을 결정한 것은 대단히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주비전대 총장 재임시 회계 부정 문제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하며 총장 결격 사유로 꼽았다. 홍순직 총장에 대한 평가는 지역사회에서도 엇갈린다. 지난 2010년 전주비전대 총장으로 부임한 홍 총장은 2014년 교육부의 취업률 평가에서 전국 139개 전문대 중 2위를 차지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기업 취업반과 전략산업 인재육성반 등 독창적인 커리큘럼 운영과 총장이 직접 기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600여 개 업체와 협약을 통해 하위권을 맴돌던 취업률을 일거에 끌어올렸다. 반면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탄핵 사태를 부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부정적 이미지도 남아있다. 산자부 과장과 삼성관련 기업 임원을 역임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산자부 산하 무역위원장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전주비전대 총장 재임 중에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으로 임명되면서 연임 1년 만에 총장직을 그만둬 논란을 빚기도 했다.두 차례 총장을 연임하면서 전주대를 안정적 토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은 이호인 총장은 지난 20일 이임하면서 지금은 위기와 변혁의 시대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주대 구성원과 학교법인이 존립 위기에 처한 대학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과 올바른 판단을 했으면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코로나 확진자가 50일째 네 자리수를 기록하며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간 감염을 통한 집단감염 양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추석을 앞두고 상황이 예사롭지가 않다. 더욱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도 감염되는돌파 감염이 잇따르면서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살얼음판 국면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최근 이런 상황에서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 학교라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등교수업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상황은 아이들 삶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학습 결손을 겪으면서 그 결과 학습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2학기 개학에 때맞춰 전북교육공동체 구성원께 드리는 서한문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는 어느 곳보다 코로나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전면 등교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밝힌 이런 방침에 대해 학부모들은 동요하고 있다. 방학 전만 해도 찬성이었으나 상황이 심상치 않은 지금은 걱정이 앞선다. 유례없는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며 가정에서 자녀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그들이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부대끼며 스트레스는 물론 학습 결손에 따른 학력 저하를 고민해왔다. 2학기 전면등교 방침을 지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추이가 방학 전보다 훨씬 심각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교육부는 애초 학생과 교사의 백신 접종을 방학 중 모두 끝내고 등교 수업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교사 상당수의 접종 시기가 9월 초로 2주간 연기됐다. 그에 따라 학기 중 교사들 수업 공백이 불가피해 짐에 따라 학교 방역은 그야말로 구멍이 뚫린 셈이다. 학교는 자기 제어가 쉽지 않은 학생들이 집단 생활하는 공간이다. 특히 초등생과 중학생은 학교뿐 아니라 각종 학원에 다니면서 밀접 접촉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전주와 익산에서 초등생과 고등학생 확진자가 발생해 일부 학생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부안에서도 보습학원발 학생 7명이 감염돼 지역 사회가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전주에서 초등교 집단감염과 관련해 3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주 개학이 본격화되면서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은 가슴 졸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교육감이 앞장서 학교는 안전지대라며 전면 등교가 최선인 양 강변하는 것도 시선이 곱지않다. 지금은 교사의 백신접종 연기에 따른 교육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줄이는 게 먼저다. 이와 병행해서 학부모에게 접종 차질로 인한 학사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아무리 학력 저하가 걱정된다 해도 코로나 예방 활동을 통한 학생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기 탈출의 첫 걸음은 당장 처리해야 할 선후(先後)문제를 판단하는 것이다. 김 교육감의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 의식이 그래서 아쉽다.
삽화 = 정윤성 기자 2117년 전북 인구 48만명. 먼 얘기이지만 현재 66만명인 전주시 인구에도 못미치는 전북 인구다. 감사원이 2017년 인구를 기준으로 전망한 100년 뒤 전북의 모습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과 중위 수준의 사회적 이동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분석해 지난 13일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공식 자료다. 통계청과 함께 전국 17개 광역 시도 인구(50년, 100년)와 229개 시군구 인구(30년, 50년, 100년)를 추계 분석한 결과다. 현 수준 출산율을 기준으로 시도 및 시군구 인구를 100년까지 연장한 추계 결과라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그 사이에 정부 정책 변화는 물론 경제사회적인 환경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생겨 미래 실제 인구와 다를 수 있다는 추계 분석의 한계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그러나 100년 뒤 인구가 지금보다 70%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은 1960년대 전국 인구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전북 인구가 최대치였던 1966년 252만3708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2500만명의 10% 이상을 차지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해 올해 6월말 179만4345명으로 전국 인구 5180만명의 3.5% 수준까지 추락했다. 감사원이 예측한 장래 전북 인구는 2047년 154만명, 2067년 118만명, 2117년 48만명이다. 100년 뒤에는 지금보다 73.7%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국 평균 인구 감소율 70.6%를 웃돈다. 2117년 우리나라 예측 인구는 1510만명으로 전북 인구 48만명은 전국의 3.2%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출산이 줄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학생이 없으면 초중고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 입학생을 채우기 힘든 대학은 폐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수도권 인구집중은 2047년 51.6%, 2067년 53.2%, 2117년 52.8% 등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거주비율은 2047년 54.4%, 2067년 55.2%, 2117년 56%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 지방의 소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감사원은 교육과 취업 문제를 혁신해야 지방소멸을 억제할 수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지방의 교육 여건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 경제는 국가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2명의 부총리 자리를 기획재정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겸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육과 경제 살리기에 국가와 지방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도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은 용담댐 건설이다. 전주시도 해마다 여름철만 닥치면 상수원이 부족해 식수난을 겪었지만, 용담댐이 건설된 이후부터는 완전히 물 가뭄이 해소됐다. 현재 전주 군산 김제 완주 진안군이 하루에 용담댐 물 59만 톤을 상수원으로 공급받고 장차 새만금까지도 용담댐 물이 공급될 계획이다. 용담댐 물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1급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다. 생명의 원천인 상수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것은 삶의 질 향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뒤처졌어도 용담댐이 있어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용담댐 건설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계획된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오다 강상원 지사 때 착공해 유종근 지사 때인 2001년 10년 만에 완공했다. 황인성 지사가 5년간 최장수 지사를 역임하는 동안 이리역 폭파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해 새 이리건설을 앞당겼지만 민선 지사였던 유종근 지사가 실세지사로서 용담댐을 완공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새만금사업이 30년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지만 아직까지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30년간 다른 시도는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괄목할 만큼 지역발전을 도모해왔지만, 전북은 현상유지 하기에 급급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전북은 소외와 낙후라는 불명예만 안게 됐다. 이농인구와 청년 인구유출로 전북은 200만 인구붕괴가 이뤄지면서 180만도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청년들의 인구유출이 계속 이어지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만 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바람에 역동성이 떨어졌다. 지금 전북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돼버렸다. 혹시나 행여나 하고 문재인 정권이 전북을 지원해 줄 것으로 잔뜩 기대를 했지만 아니 올 씨다로 끝나간다. 광역시가 없어 광역교통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로 전북을 광역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제외한 것만 봐도 전북은 찬밥신세가 됐다. 충청권과 광주 전남권에 낀 전북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 갈수록 희망이 사라져 간다. 전북이 처한 상황이 불리하지만 청정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가진 점을 최대한 자산으로 활용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용담댐 건설로 용수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듯이 제2의 용담댐 같은 사업을 발굴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생활환경이 위협받고 있어 무주 진안 장수 남원 임실 순창 등 동부산악권 청정지역을 최대한 보전,힐링지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도록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교통편익 증진과 문화시설을 확충해야 한다.이 같은 일은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므로 다음 대선이 중요하다. 누가 전북발전에 도움 줄 후보인가를 파악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컨테이너 빌딩 <플래툰 쿤스트할레 (PLATOON Kunsthalle)>가 등장한 것은 2009년이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주차장 부지.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 한복판에 28개의 군수용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건축물이 들어선 것도 그렇거니와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비주류 복합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놀라움은 컸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비주류 문화운동을 주도해온 독일의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이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한 공간이었다. 사실 1950년대 물류 수송을 위한 용기로 만들어진 컨테이너가 건축물의 소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초기에는 물류용이나 군수용 컨테이너를 재활용하는 정도였으나 그 특성을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건축물의 소재가 됐다. 컨테이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성. 창의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옮기고 해체하고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특성은 건축가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컨테이너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건축가가 있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를 설계한 건축가 백지원이다. 전주의 근교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움직이는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을 전공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던 때 이동 가능한 최고의 구조물 컨테이너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도 움직이는 건축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움직이는 건축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건축의 생태적 환경을 위해서인데, 리사이클링만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 되는 건축의 가치를 주목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젊은 건축가 50인>에 선정되었을때 그는 세상에 남지 않을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며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 인류의 꿈과 희망을 해결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인스턴트 건축가라는 놀림이 있을 정도로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가 되돌려준 답이 있다. 나는 권력 집단을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일하는 건축가이고 싶다. 컨테이너 빌딩을 주도했던 <플래툰> 역시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특성을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래툰>은 2014년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운영권을 다른 주체에게 넘기고 철수 했지만 당초에는 서울의 쿤스트할레를 몇 년 후 다른 나라로 옮겨갈 계획이었다. 서울의 컨테이너 빌딩이 다른 나라로 이동해 변신하는 새로운 경험이 실현되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건축물의 실현은 이미 일상에 들어와있다. 삶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삽화 = 정윤성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학교 설립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아파트단지 주민 사이에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장애인학교 설립이 쟁점화됐다.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를 지낸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학교 설립을 반대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강서구에는 공립 특수학교가 전무해 장애 학생들이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통학을 해야 하기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서율시교육청에서 2016년 개교 목표로 공립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신설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학교 설립 공청회를 연 날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8년 학교 건축에 들어갔고 계속되는 민원으로 인해 올 3월에야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서진학교와 비슷한 상황이 익산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익산 덕기동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인 홍주원을 익산 신동 도치마을로 옮기려면서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 홍주원 시설은 안전등급 DE등급 판정을 받아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 이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도치마을 내 건물을 매입하고 시설 이전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재산 가치 하락과 원룸 공실 우려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1년 넘게 양측의 입장 조율이 안 되자 홍주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익산시도 보건복지부에 관련법률 검토 등을 요구하기 이르렀다. 최근 국가인권위와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이고 자치단체가 시설 이전 반대 주민에게 굴복하는 것은 법률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익산시는 이들 기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홍주원 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4월 말 통계청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63만3000여 명이다. 인구 20명당 1명이 장애인 셈이다. 이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다. 즉 나 자신이나 가족 등 누구에게나 장애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이나 장애인시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 헌법과 법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입법 정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구별 없이 더불어 사는 건강한 공동체가 회복되길 소망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100년 8년 5년 변호사 3만명 시대를 상징하는 숫자다. 지난 1906년 1호 변호사가 탄생한 이래 1만명, 2만명 그리고 3만명을 넘어서는 데 걸린 세월이다. 다시 말해 100년의 시간이 흘러 1만명을 돌파하더니 2만명을 넘기는데는 8년이 고작이다. 그로부터 3만명 까지는 5년이면 충분했다. 변호사들의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형국이다. 3만명 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과열된 시장으로만 인식할 문제는 아니다. 그간 문턱이 높았던 변호사들의 서비스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권위적 이미지를 벗어나 의뢰인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 지식이 없어 막막한 상황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불신감까지 팽배한 가운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유일한 희망이다. 터 놓고 얘기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족같은 도우미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소송에 휘말리는 고통 보다 제 역할 못하는 변호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며 볼멘소리다. 돈 많고 끗발 있는 교도소 수감자의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도맡는집사 변호사노릇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변호사를 연결해주는로톡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2014년 출범한 로톡은 의뢰인이 자신의 상황에 걸맞는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IT서비스를 말한다. 전체 개업 변호사 중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입 회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전북에도 변호사가 300명 넘게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전국적인 변호사 폭증세는 눈에 띌 정도다. 그런 분위기 속에 2019년 3만명을 넘기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수를 마치고 혼자 개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 년 전에는 지방공무원 9급 공채에 현직 변호사가 지원해 화제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의뢰인에게 받은 수임료와 법원 공탁금을 가로챈 변호사가 구속되고, 수감자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이도 있었다. 버티기 힘든 경제적 여건 때문에검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생존 구조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이다. 여타 분야에 비해 특히 폐쇄적이던 법조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기 권리찾기 의식이 높아진 데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 지식 습득이 간편해지면서 변호사 못지않은 실력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고객을 상대하기가 버거워 진것도 사실이다. 법조 타운에만 몰리던 변호사 사무실이 점차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흔한 사교 모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의뢰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긍정 변화의 시작이다.온라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김영곤 논설위원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 공포 영화인 스릴러 장르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미국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은 현역 시절 54년 동안 4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963년 개봉한 영화 새(The Birds)는 히치콕의 작품 가운데 보기드물게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로 삽입곡이 전혀 없고 효과음과 연출만으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다. 갈매기와 참새 떼들의 공격으로 주민들이 숨지며 쑥대밭이 된 마을은 공포에 휩싸이고 결국 새들이 점령한 집을 사람들이 탈출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조류 공포증 발병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 8월 KBS에서 처음 방영된 뒤 1987년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여러 차례 방영됐다. 히치콕의 영화에서 처럼 새의 공격은 아니지만 최근 새만금 태양광을 새들이 위협하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지난달 말 새만금 태양광 위에 앉아있는 새들의 모습과 새똥으로 뒤덮인 패널 사진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고발했고, 조선일보는 지난 9일과 11일 새똥광이라며 새만금 태양광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똥으로 오염된 시설은 가동중인 수상태양광이 아니라 연구실증용 설비로 현재 전력생산을 하지 않고 있어 세척 등 별도 유지관리도 하지 않고 있는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새똥 등 실증 시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2.1GW)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새만금 태양광의 연구실증용 설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의 주장을 담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내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한 테스트 베드 시설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새만금에는 오는 2025년까지 1590만㎡의 면적에 520만 개의 패널이 설치되는 2.1G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1MW 이상 수상태양광의 경우 주기적으로 물세척을 실시해 새똥이 발전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새똥이 520만 개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을 모두 덮을 수는 없지만 수상태양광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국에서는 수상태양광 패널에 새가 앉지 못하도록 레이저 광선과 초음파, 굉음, 와이어 설치 등 다양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고 국내 업계에서도 세척, 장애물 설치, 초음파음파 이용 퇴치 등 새똥 해결책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중이다. 새만금과 인접한 금강하구는 매년 겨울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40여종 50여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는 철새의 낙원이다. 새만금 수상태양광과 조류의 공존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2003년이다. 세계가 그 가치에 눈을 떠 세대를 이어가며 지켜야할 자랑스러운 유산의 대열에 합류했으니 원형을 온전히 지켜 계승하는 일은 허투루 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 힘을 받은 덕분인지 판소리 진화(?)가 줄곧 눈부시다. 전통판소리의 영역에 새로운 가사를 입힌 창작판소리가 부상하더니 비트 박스나 랩과 같은 서양식 빠른 리듬에 판소리를 얹혀 흥을 돋우어 내거나 현대 춤을 더하여 새로운 공연 장르를 탄생시킨다. 원형은 원형대로 지키면서 새로운 시간의 옷을 입는 판소리의 변신이다. 우리 음악과 서양 음악의 결합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왔다. 판소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4년에도 음반제작사 신나라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판소리와 재즈의 결합이 있었다. 재즈는 우리의 전통가락과 닮아 김덕수사물놀이패나 이생강의 대금사물놀이팀 등이 재즈와의 접목을 시도해왔으나 판소리와 재즈의 결합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본격적인 음반제작까지 더해졌으니 그 의미는 사뭇 달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가 주도한 이 작업에는 유태인 미국계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이안 라쉬킨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미 한국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재즈 음반 조선지심을 냈을 정도로 한국음악에 이해가 깊은 연주자였다. 발음과 장단이 정확한 명창 정정렬의 춘향가 한대목과 젊은 소리꾼들이 부른 다섯 바탕의 눈 대목이 재즈와 만났다. 라쉬킨은 매우 파워풀하고 오랫동안 훈련해 일정한 경지에 이른 정정렬의 소리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라쉬킨과 함께 해온 일곱 명 재즈뮤지션들이 일정하지 않은 박자와 독특한 성음,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를 가진 판소리를 받아들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당대의 명창 정정렬의 춘향가는 서양의 재즈연주를 이끌거나 스스로 묻히면서 새로운 음악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작업 과정을 지켜본 최 교수는 판소리의 음악적 요소를 받아들이고 탁월한 해석으로 계면조의 슬픈 정서까지도 그대로 담아낸 이들의 연주를 대하면서 판소리가 지닌 특징이 세계 음악의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판소리와 재즈를 결합 시키는 작업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KBS가 내보낸 기획 3부작 조선 팝 드랍 더 비트가 관심을 모았다. 국악과 힙합, 발라드, 트로트,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은 아직 새롭고 낯선 영역이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글로벌 뮤직으로 부상한 K팝의 확장에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이 적극적으로 가세한 모양새다. 이제 가능성을 실현하는 일이 남았다.
지구촌이 기후 재앙 위기에 빠졌다. 유럽에서는 때 아닌 홍수와 대형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속출하는가 하면 미국과 캐나다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한 달 새 서울시의 3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면서 확산되고 있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현재 미국은 100여 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면서 완전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도 봄부터 이어진 산불로 인해 5천800㎢가 불탔으며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만 279곳에서 연달아 산불이 나 수만 명에 대피했다. 40℃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 지역도 산불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산불 피해가 가장 큰 그리스는 열흘 동안 567㎢가 불탄 가운데 사망자와 입원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수만여 명이 대피에 나섰다. 앞서 유럽에선 폭우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독일과 벨기에선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인해 200여 명이 사망하고 180명 가까이 실종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폭염 폭우 가뭄 산불 혹한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재앙이 더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9일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후변화에 관한 최후 방어선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기가 2040년 이내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1.5도 도달 시점이 2030년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기후변화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경고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게 되면 북극의 바다 얼음이 다 녹게 돼 북극곰이 멸종하게 된다. 북극곰이 사라지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북극곰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해도 21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0.55m 높아지고 많이 배출하면 최고 1.01m까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현재보다 해수면이 50cm 상승하면 태평양 섬나라는 모두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초대형 해안도시인 중국 상하이나 인도 뭄바이 등도 잠기게 된다. 1m가 상승하면 부산과 인천 지역도 침수된다. IPCC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해수면은 수백~수천 년 간 올라가고 한번 상승한 해수면은 수천 년 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구상의 생명체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이 절박한 현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산업체 국가가 모두 나서서 기후 재앙을 막아야 할 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구순(九旬)을 넘긴 백발 할머니와 전신 방호복 간호사가 화투장을 펴놓고 마주 앉은 모습이 최근 화제가 됐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작년 8월 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찍은 사진이다. 중증 치매에다 코로나까지 감염된 할머니 환자를 위해 간호사가 화투 패를 갖고 꽃 그림 맞추기를 하는 중이다. 이 장면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청량제 역할을 했다. 슬프고도 아름답다 감동을 넘어 경건해진다 마음이 치유됐다며 댓글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서로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보살핀 간호사들의 소회는 더욱 감동적이다. 환자를 책임지고 완치시키겠다는 소명의식 보다는 우리 할머니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입원 기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지내시도록 하고 싶었다 어려운 이웃과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사회복지 예산은 지난 10년새 큰 폭으로 늘었는데도 실제 체감지수는 답답할 지경이다. 재작년 기준 보건 복지 분야 예산이 161조원으로 전체 34.3%를 차지했다. 나랏돈 3분의 1을 쏟아부은 셈이다. 앞으로도 이 분야 예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예산 보다는 소외 계층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 인식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계하고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가까이 있으면 뭔가 불편하고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온정의 손길이 아쉬운 이들에게 도움은 못 줄지언정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주 익산 중증장애인시설 홍주원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삶터 이전에 난항을 겪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어렵사리 따낸 국비 12억 5000만원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시설을 옮기려는 것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현재 사용중인 건물 안전등급이 DE등급으로 판정되면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지역 주민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오면 재산 가치하락원룸 공실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익산시는 지역민의 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는 복지부와 인권위 유권해석에 따라 올해 안에 이전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사례는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 주민들과의 갈등과 마찰이 계속된다. 우리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는님비현상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도를 넘는 지역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소외 계층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 놓았다. 자폐 아들을 둔 엄마가 겪어야 하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깊은 공감과 함께 반성의 계기가 됐다. 지독한 이기주의와 뻔뻔스러움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되는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4등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영화 4등이 2020 도쿄올림픽 덕분에 새롭게 관심을 모았다. 영화 4등은 2016년 4월 개봉이후 관객수 5만 명도 채우지 못했지만 대종상 영화제(신인 남자배우상)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전 대회마다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는 4등이 나쁜 건가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대회 성적보다 수영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새로 만난 코치의 강압적 체벌을 견디며 수영을 계속한다. 좋아하는 수영을 하기 위해 1등을 향해 달려야 했던 준호와 1등을 위해서라면 아들의 고통도 모른 척 할 수 있는 엄마의 영화속 캐릭터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담겨있다. 그러나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4등이 쏟아진 도쿄올림픽은 메달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합 16위로 3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4등 선수들이 준 감동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크게 부각됐다. 배구로 시작해 배구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여자 배구의 선전은 감동 그 자체였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숙적 일본과 강팀 터키에 잇달아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에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꼈다며 격려했다. 메달리스트 만큼 값지고 감동을 준 4위들의 장면은 배구 뿐만이 아니다. 2m 35로 한국신기록을 세웠지만 2㎝ 차이로 메달을 놓친 높이뛰기의 우상혁, 수영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인 4위를 거둔 우하람, 남자 마루에서 0.533점 차로 4위에 오른 체조 샛별 류성현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끼리 대결한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3위를 차지한 김소영공희용과 4위의 이소희신승찬 등 한솥밥을 먹던 4명의 선수들이 서로를 안고 축하와 격려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매일 15시간 이상 한몸처럼 훈련하던 후배 전웅태에 이어 4위로 골인한 30대 초반의 근대5종 정진화는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편했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부터 숙이던 4위 선수들의 모습, 메달권에서 탈락하면 탄식부터 쏟아냈던 국민들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 한 장면이 될 지도 모른다. 도쿄올림픽의 성적 추락을 달래고도 남는 한국 스포츠 문화의 진화가 더 반갑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 한테 몰표를 안겨줬지만 민주당이 전북을 대하는 태도는 기대치 이하로 실망스럽다. 그 이유는 도민들한테 특별히 공력을 안 들여도 민주당을 밀어주는 구조가 고착화 돼 있어 별다르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식이 이런 식으로 돼 있어 전북은 해마다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장기 SOC건설계획에서 제외돼 차질을 빚고 있다. 4차 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전북도가 요청한 사업이 단 한건도 반영이 안 됐지만 도민들은 순진무구하게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적극 반발하지도 않았다. 중앙정부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불이익을 받게되면 주저할 것 없이 젖을 줄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바보스럽게 멍청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전북은 줄곧 바보짓만 해왔다. 그간 선거 때마다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줄기차게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된 게 없다. 이렇게 불이익을 받았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삭발 투쟁한 정치인도 없었다.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서 거수기 노릇이나 적당히 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결국 도민들만 믿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나서면 그냥 풀릴 수 있다. 정부가 해마다 발주하는 특수선 제작을 군산조선소로 돌리면 가능하다. 해양항만청이나 해경이 발주하는 각종 선박을 군산조선소로 일감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조선소가 일감이 있어 가동되면 그다음에는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확보해서 정상화시키면 모든 게 풀린다. 이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보는가를 알 수 있다. 서남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기로 한 것도 결국은 정부 의지여하에 달렸지만 그 누구 하나 반발한 사람이 없어 흐지부지돼간다. 전북인들은 역사적으로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국난극복을 한 의기의 후예들이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려다 만여 명이 순국한 일과 정여립난 때 천여 명 엘리트들이 처형당한 일과 봉건주의를 타파하려고 농민 등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지게 할 정도로 정의의 함성이 높았다. 지금도 그 피가 전북인들의 가슴속에 도도히 흘러내리기 때문에 지역발전에 관한 한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최근 30여 년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을 못했다. 그 이유는 유능한 정치 엘리트가 없어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했고 지역이 소외당할 때도 도민들이 당차게 중앙정부를 향해 대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도 전북의 목소리가 모기 목소리 처럼 작아 중앙정치권에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노리고 줏대 없이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줄 선 해바라기들이 설치고 있다. 이제라도 유권자수가 줄었지만, 선거를 전략적으로 잘해 푯값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분위기에 휩싸여 감성적으로 선거하면 전북몫 찾기는 영영 멀어진다.
삽화 = 정윤성 기자 2017년,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사진이 있다. 누군가를 향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이 한 장의 사진은 그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의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이곳 폐교 부지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현재의 서진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공청회와 토론회가 이어졌지만 그 현장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진통 끝에 이루어진 2차 토론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취약계층을 위한 기피시설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토론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눈물로 애걸하는 엄마들이 하나둘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학교 설립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엄마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집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그 후 3년,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는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교육청이 행정예고로 특수학교 설립을 알린지 7년만이었다. 사실 서진학교가 설립된 공진초등학교 폐교 역시 그 배경에 아픔이 있었다. 1990년대 초, 도시개발을 앞세운 대단위 아파트 건설 바람은 가양동에도 불었다. 공진초등학교는 그즈음 영구 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구역에 지어진 신설학교였다. 그러나 민영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근에 다른 초등학교가 지어지자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분류(?)된 공진초등학교는 전학생은 늘어나는 반면, 입학생은 줄기 시작했다. 결국 공진초등학교는 폐교됐다. 그 해, 장애인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분투는 서진학교 외에도 여러 개의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내는 힘이 됐다. 이제 서진학교 설립과 공진초등학교 폐교 배경에 짙게 드리워졌던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의식은 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여전히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들어서려는 곳마다 갈등과 논쟁을 부르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최근 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기록한 다큐영화 <학교 가는 길>(김정인 감독)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차별과 다름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며칠사이 가처분 신청에 맞선 탄원서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존의 삶을 부르는 힘이 커지고 있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1일부터 의견(義犬)의 고장 임실 오수에 펫 추모공원이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로 임실군이 50억 원을 들여 1만여㎡ 부지에 조성한 반려동물 전문 장례식장이다. 이곳에는 입관실과 화장장 봉안당 수목장지 등 동물 장례와 관련된 시설을 두루 갖췄고 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매년 사망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만도 약 70만 마리에 달하지만 마땅한 동물 장례시설이 없기에 반려동물 인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와 민원으로 인해 동물 장례식장 인허가가 힘들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시설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이에 오수 의견을 주제로 세계 명견 테마랜드를 추진 중인 임실군이 공공 동물 장례식장을 만들고 펫 산업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임실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에 눈독을 들인 자치단체가 많다. 국내 반려동물관련 산업 규모가 지난해 3조4000억 원에 달한 데 이어 오는 2027년에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소득 증가와 핵가족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등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따라 유망 신서비스산업으로 반려동물을 정하고 사료와 펫 보험 등 새로운 산업 기반 구축에 나선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관련 조례 제정이나 친화도시 선포, 전용 공원 조성, 지원센터 설립 등 반려동물 정책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반려동물관련 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6년간 1200억 원을 투입, 펫푸드와 애완용품 등 상품화 개발을 지원하고 동물용 의약품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강원도는 지난달 반려동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반려동물 지원센터 건립과 창업지원 동물놀이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 지난해 대규모 애니언 파크를 조성한 울산광역시는 오는 10월 반려동물 문화산업 박람회인 애니언페어를 개최한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소개하고 반려견 스포츠대회도 연다. 경북 의성 충북 음성 목포시 대전시 등도 대규모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놀이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유기동물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9만여 마리였던 유기동물은 지난해 13만여 마리로 급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도 많아 실제 유기동물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안락사시킨 동물도 2만7000여 마리에 달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 정권 교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대선 때마다 여야가 이를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유권자와 소통하고 표심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야 함은 그만큼 정치를 잘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의 기본 룰이 전북에서는 통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 여야 정권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세가 여전한 까닭에 여야 경쟁구조가 사라진 탓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이런 시스템이 오래 작동되다 보니 유권자를 바라보는 정당 시선에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 이상 절대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도 이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선거철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면 민주당 독무대를 실감한다. 한창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돌풍도 전북에서만은 찻잔속 태풍이다. 경쟁력있는 출마자 물색도 그다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민주당은 출마 예정자들이 넘쳐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다. 특히 일부 공석인 지역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낙하산이나 전략공천을 통해 위원장을 결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는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민의(民意)를 왜곡하거나 차단할 우려마저 있다. 심지어는 중앙당 추천 인사를 선택하라고 당원과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다. 지방정치 활성화를 무색케 하는 이런 오만한 태도에 민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주을과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해당 지역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상직 의원 복당이 사실상 어려운 전주을의 경우 김승수 시장 등판설에 이어 이번엔 임실출신 양경숙 비례 의원의 낙점설이 파다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서울서 정치 기반을 닦은 그녀에 대해 굴러온 돌운운하며 당원들은 발끈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진 의원을 지낸 인사들도 거론돼 지역 여론이 뒤숭숭하다. 남원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환주 시장의 지역위원장 겸직을 철회하라고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공정 경선을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중앙당이 점찍을 만큼 능력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면 접전이 예상되는 승부처, 이른바 험지에 전략공천으로 내보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텃밭에 굳이 무리수를 둘까 의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무혈입성(無血入城)을 노리는 이들의 도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유권자들이 자기 권리를 중앙당에서 빼앗는다고 오해할까봐 역풍이 우려된다. 중앙당은 최소한의 장치로 걸러내면 된다. 지역 일꾼을 누구로 뽑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거센 풍랑이 돼서 뒤집기도 한다는 민심의 바다얘기를 되새겨야 할 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건물과 방, 집을 둘러싼 벽(壁)은 비바람을 차단하고 건물을 지지하는 것과 함께 경계를 구분하는 수단이다. 낯선 사람이 남의 집 벽을 넘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고, 부유층의 저택은 이런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적이 됐다. 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의 수단이지만 밖과 안을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 바로 벽화다. 세계 각지의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벽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굴과 고분, 사찰 등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추정하게 해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1970년대 시골마을 골목에서는 짓궂은 초등학생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 수준의 어설픈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 다운 그림이 벽에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부터다. 사회변혁운동에 동참하려는 진보적인 미술인들의 판화와 걸개그림, 벽화 등이 민중미술로 자리잡아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은 의미있는 대형 벽화들을 탄생시켰다. 1988년 부산 동아대에 그려진 30여 미터 길이의 벽화 6월 항쟁도와 경희대 문과대학 벽면의 청년, 전남대 사범대 외벽의 광주민중항쟁도 등은 1980년대에 시작된 민중미술 벽화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는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공공미술로 진화했다. 전국 곳곳에서 공공 디자인 붐이 일면서 벽화 그리기가 확산됐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등 새로 탄생한 벽화마을은 도시 환경 미화를 넘어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체성 없는 조잡한 벽화가 넘쳐나면서 벽화 공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그림을 통해 공간과 경계를 잇는 벽은 관계와 교류 단절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르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담긴 벽화가 그려진 뒤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서점 주인은 벽화 속 문구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지만 보수-친여 성향 유튜버들이 서로 몰려들어 벽은 상호 비방의 공간으로 변했고, 명예훼손과 재물손괴의 고발까지 불렀다. 서점 주인이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려도 된다며 통곡의 벽이란 이름의 플래카드를 새로 내걸었지만 이 공간은 이미 표현의 자유 대신 표현의 갈등을 부른 이념의 벽이 됐다. 벽화의 퇴보를 보는 듯 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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