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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정윤성 기자 문재인 정권에서 전북이 없다는 게 다시 증명됐다.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전북이 요구한 사항이 하나도 반영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것은 도가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등 전략부재에서 비롯됐다. 철도망 구축이 좌절됐지만 1980년대초부터 군산과 포항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이 급작스레 88올림픽고속도로란 이름으로 선형을 바꿔 담양서 대구 달성까지 2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역대 정권마다 전북을 변방으로 취급하며 업신여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힘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고 주민들의 성향이 온순해 대항하는 기질이 약하기 때문에 무시해 버렸다. 이번 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전북이 요구했던 전주 ~김천 간과 새만금~목포 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산업선 등이 몽땅 빠졌다. 전주~김천 간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빼버렸고 최소한 5000억 원도 안 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은 반영될 것으로 알았지만 안됐다. 반면 광주 전남이 요구한 광주에서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는 반영 되었다. 막판에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반영시킨 것.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전북은 도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안일하게 대응한 게 패착이었다. 도가 범도적으로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나섰어야 했다. 광주 전남은 정치권은 물론 시 도민들이 청와대나 국토교통부를 향해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이번에도 강한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북은 김윤덕 의원이 소관 상임위와 김부겸 총리를 상대로 대정부 질의를 한 것이 고작이었다. 10명의 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대응키로 했지만 시늉만 내고 말았다. 전북 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너무 존재감이 약하다 보니까 무시당한 꼴이다. 서로가 똘똘 뭉쳐서 함께 대처해 나갔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고 각개약진하기에 바빴다. 이런 식으로 가니까 지리멸렬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한테 64.8%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지역발전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모든 게 아니올씨다로 끝나간다. 도민들이 너무 순진무구했다. 이런 상황인데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질 사람이 없다. 모두가 자기책임이 아니고 남의 탓으로 돌린다. LH 전북 유치가 좌절될 당시 서울까지 가서 관제데모를 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동력도 없다. 새만금공항건설사업 같은 현안사업을 안되게 하기 위해 바지 가랑이나 잘 잡지 진정으로 의기의 성냄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나서질 않고 있다.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매사가 안되는 쪽으로 가면서 열패감에 휩싸여 있는 게 문제다. 큰 감이나 자기 앞에 놓을려고 하지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쥬 실천은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이제 도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 대선 때 어떻게 해야 전북몫을 가져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전북은 고요하고 거룩하기만 하다. 혁신의 아이콘이 필요하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오래전, 앳되어 보이는 외국인 간호사 두 명의 흑백 사진과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그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한곳에서 만났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였다. 1962년, 꽃다운 나이에 한센병 환자들이 거주했던 소록도에 들어와 환자들을 치료하며 보낸 세월은 40여년. 의사들조차 직접 접촉을 꺼렸다는 한센인 환자의 발을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놓고 약을 바르고 맨손으로 고름을 짜내며 치료했던 수녀님들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일흔이 넘어서면서 거동이 자유롭지 않게 된 수녀님들은 병까지 얻게 되자 주민들에게 짐이 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신들이 일했던 병원에조차 떠나기 하루 전에야 알릴만큼 조용한 이별을 준비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친구이자 가족과도 같았던 소록도 주민들에게도 귀국을 알리는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담은 편지를 남겼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의 부족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 대신 감사해주실 겁니다. 떠날 때 이들이 가져간 것은 자신들이 한국에 올 때 가지고 왔던 낡은 가방이 전부. 수녀님들의 편지와 낡은 가방 이야기는 그들의 빛나는 삶만큼이나 큰 울림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되어 한국을 방문한 이후 수녀님들의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방문길에 수녀님들에게 감사의 선물과 친전을 전하면서다. 문대통령 내외는 비엔나에서 멀리 떨어진 인스부르크에 살고 있어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친전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은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한 이후 129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양국 정상회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문대통령은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들 수녀님들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한다. 문화 예술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교류와 상호 이해가 증진될 것이라는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의 화답도 그렇지만 양국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는 소식까지 있고 보면 방문 성과가 적지 않아 보인다. 수녀님들의 헌신과 사랑의 궤적이 더 깊고 커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대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권에선 장수 출신 박용진 의원을 시발로 진안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늘 출사표를 내걸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다음 달 초 출마 선언에 나선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따른 국민 여론 악화로 예전보다 집권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선 인력 풀도 풍부해졌다.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을 했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오늘 대권 도전 선언을 한다. 야권의 또 다른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다음 달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고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의원 등도 몸을 풀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속속 등판하면서 나름대로 치열한 고심과 준비를 통해 출마의 변을 내놓고 있다. 자신만의 국가 경영 철학과 국정 운영 비전을 담아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71년생인 박용진 의원은 김대중의 40대 기수론과 젊은 대통령을 표방하며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내걸었다. 입법부 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세균 전 의원은 경제대통령을 부각시키며 혁신 경제와 소득 4만불 달성, 돌봄사회를 제시했다.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추미애 전 장관은 사회 대개혁의 완수를 기치로 정의와 공정,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출사표를 내건 인물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사람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공정과 상식을 화두로 정권 교체를 역설했다. 하지만 자신을 키워주고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와 맹비난으로 일관하다 보니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국가 비전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는 미흡했다. 보는 사람들에게 뭔가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더욱이 공정과 법치를 핵심 가치로 내걸면서 자신과 처가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 대해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라는 발언에 그의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의 지지율이 대선 때까지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김승환 교육감 11년에 대한 교사들의 평가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주요 정책에 있어 교육 현장과 온도차를 보여 임기가 채 1년도 남지않은 교육감의 멍에로 남을 성 싶다. 교육감의 트레이드 마크인 혁신 학교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무늬만 혁신이지 예산만 퍼준다고 극도의 반감을 표시했다. 교육청이 핵심 성과라고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일선 교사들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엇박자 교육의 강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육청의 교육 철학이자 핵심 가치인 참학력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보단 부정적 인식이 10% 이상 앞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 평가와는 다르게 이들 교사들이 품고 있는 혁신 학교와 참학력 점수는 낙제점만 면할 정도다. 다시 말해 김승환식 교육 가치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권침해 시비가 잦은 데도 줄기차게 학생 인권만 강조한 김 교육감 철학에 대해서도 이들은 정면으로 맞섰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사 인권 중요성도 절실하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성 문제에 휘말려 자살한 송경진 교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사들도 응답자 70.4%가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사인권센터 설립과 관련해 86.1%의 압도적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도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는 물론 교사회교무회의 활성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업 이외에도 교사들은 잡무 부담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교무학사 전담교사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전북교사노조가 지난 8일부터 25일까지 유초중등특수교사 6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사의 시선으로 보는 전북교육 11년 평가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북 교육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한편 교육 가치를 되새기고 최상의 교육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더구나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이를 통해 교육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교육은 학생, 교사, 교육청의 공감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가 전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워낙 불통 이미지가 강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도 사사건건 부딪히며 교육현장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도 거침없이 비판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올해 신년 회견에서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100%로 실망이라며 교육 철학이 없는 정부라고 규정했다. 덧붙여 교육을 모른다. 아무런 의지도 없다. 교육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유권자 표 떨어진다. 그런 생각으로 일관했다고 저는 보고 있다. 굉장히 비극적이다라며 강한 톤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들은 김 교육감의 이런 발언에 대해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담겼다는 윤석열 X파일논란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2일 윤 전 총장에게 던진 훈수다. 발가벗는다는 심정이란 이 지사의 표현이 흥미롭다. 19대 대선 경선과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여러 스캔들에 휩싸였던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10월 의혹 해명을 위해 대학병원 전문의들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은 경험이 있다. 남성 주요 부위에 큰 점이 있다며 여배우가 제기한 불륜 의혹을 벗기 위해 수치스러움을 참고 신체 검증을 강행했다. 의료진의 사실무근 확인으로 여배우 스캔들은 잠재워졌다. 발가벗는다는 표현에는 한 점 의혹없이 모두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빗댄 공격이 종종 있어왔다. 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공격에 벌거벗은 임금님이 주로 등장했다. 지난 2005년 8월 한나라당 정책위의 노무현 정부 전반기 평가토론회에 정치분야 토론자로 참여한 한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해 진솔한 대통령 모습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진솔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찾은 발상이 놀랍다. 자유한국당은 2019년 10월 당의 새로운 캐릭터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 벌거벗은 임금님 애니메이션에 문재인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벌거벗고 등장시켜 큰 논란을 빚었다. 영상에는 속옷 차림의 문 대통령,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고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 이란다라는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도 담겨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도를 넘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고 한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118일 만이다. 윤석열 X파일을 직접 접했다는 보수진영 정치 평론가가 지난 19일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혀 큰 파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 불법사찰이라며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X파일의 내용과 진위에 대한 의혹은 향후 직접 해소해야 할 과제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X파일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의 시간도 시작된다. 윤 전 총장이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해명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DJ가 대선에 패배하고 전두환 군부독재가 집권한 이후부터 전북인 한테 한이 굳어졌다. 군사쿠데타로 18년간 장기집권에 성공한 박정희 공화당 정권때부터 전북은 변방으로 전락하면서 찬밥 신세였다. 중도통합론을 주창했던 소석 이철승이 있었지만 비주류에 속해 전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이농인구 증가에 따른 인구감소와 산업화 정책에서 비껴간 전북은 지금도 낙후와 소외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전북은 34년간이나 DJ그늘에 갇혀 있다. 당명을 바꿔가며 민주당이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은 바람에 경쟁의 정치가 발붙이질 못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일방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다보니까 선거후유증이 컸다. 상당기간 공천헌금이 공천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역량있는 인물들이 끼어들 틈새가 없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을 하는 지금도 문제다. 당원모집 과정에서 만만치 않게 돈이 들어가 돈 주고 권력을 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도민들은 DJ를 대통령 만드는 것으로 한풀이했지 지역발전은 가져오지 못했다. 광주 전남은 집권세력이 주축이 돼서 광주 전남 전북을 호남으로 묶어 파이를 키운 후 국가예산을 많이 끌어당겨 지역개발을 도모했다. 반면 전북은 경상도 정권이 오래 정권을 잡아 운동장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었는데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국회의원들의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 DJ 노무현 문재인 정권때 오직 자신들만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입신양명하기에 바빴다. 광주 전남정치권처럼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원팀정신은 오간데 없고 각자도생 하기에 정신이 팔렸다. 각종 선거 때마다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지역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밀어줬던 도민들만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1991년 착공한 새만금사업도 30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30년이 지나야 개발이 끝난다는 변경된 마스터플랜만 갖고 있다. 한마디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전북은 특별히 신경 안써도 몰표가 나올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문제다. 대선 때마다 죽어라고 표 찍어줬는데도 전북에 반대급부로 되돌아 온 것이 별로인데도 저항도 않고 멍청스레 지내고 있다. 내년 선거때도 계속 이대로 갈 것인가. 지금 충청권은 여야간 경쟁의 정치가 이뤄져 경천동지할 정도로 지역발전이 이뤄졌다. 서울에서 익산까지 일직선으로 내려갈 KTX선형도 오송을 거쳐 구부러진 것이 충청권 정치력이 강해진 탓 때문이다. 전북인들은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가 건설되기전만해도 대전을 우회해서 서울을 오가는 바람에 시간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봉 노릇만 톡톡히 해왔다. 장차 건설할 철도와 고속도로 국지방도 건설에서 전북이 철저하게 배제된 것은 전북좌시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이 있지만 전북인들은 울부짖지도 않는다. 지금 전북은 경쟁의 정치 없이 30여년간 민주당만 쳐다보고 살아온 것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도민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전북은 발전할 수 없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불을 끄는데만 5일이 넘게 걸린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다. 물류센터의 불은 창고 안 선반마다 놓여 있던 멀티탭에서 시작됐다. 멀티탭은 24시간 내내 돌아가야 하는 선풍기를 위한 것이다. 사방이 막혀 있을 거대한 물류창고 안에 설마 에어컨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았을까, 상상이 가지 않지만 놀랍게도 축구장 15개 크기, 수백 명이 일한다는 이 거대한 물류창고 안에 에어컨은 없었다. 창고 안의 시설은 더 놀랍다. 물건을 더 많이 쌓으려고 층과 층 사이에 간이층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1층과 2층 사이에 1.5층이, 2층과 3층 사이에 2.5층이 있는 식이다. 쌓을 수 있는 물류가 많아진 만큼 물류를 옮기기 위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장치들까지 늘어나 한정된 공간은 더 비좁아졌다. 쿠팡은 최근 1년 동안에만 배송물류센터 노동자 9명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과로사 문제와 쿠팡의 노동실태가 불거진 이유다. 이쯤 되니 쿠팡의 해결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세계 1위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는 기업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4조 7천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 있다. 쿠팡의 투자가 거의 물류를 위한 시설투자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을 쏟아 붓고서도 노동환경이 변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물류창고는 아니지만 거대한 마트 창고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을 그린 영화가 있다. 2018년에 제작된 독일 영화 인 디 아일(In the Aisles)이다. 사실 이 영화는 통일된 독일에서 살아가는 동독 출신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통일 이후 독일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만큼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붙잡아 놓는 것은 영화의 배경, 마트 안 공간이다. 문을 닫으면 거대한 창고가 되는 이 대형마트 공간은 물류창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풍경이 있다. 마트가 문을 닫고 노동자들의 일상이 시작되는 시간, 거대한 공간에 요한 슈트라우스나 브람스 같은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들의 노동은 구역별로 영역이 나뉘어져 있을 뿐 지극히 단순한 반복. 넓지 않은 통로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지게차가 내려놓은 물건을 고객들이 편리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질서정연하게 정리하는 데에 온전히 집중되어 있다. 노동자들의 고단한 일상은 다르지 않지만 영화 속 창고와 쿠팡의 창고는 완전히 다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물류창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면 좋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보수정당의 혁신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파격 행보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당 대표로 취임한 지난 14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에 참배한 뒤 곧바로 광주로 향했다.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전북을 방문, 새만금과 군산완주 산업단지 등을 돌아보며 전북 현안 해결에 앞장설 것과 대선 공약 반영을 약속했다. 예전 같으면 보수정당 대표로서 텃밭인 대구 부산을 먼저 찾았겠지만 그는 첫 행보로 호남행을 선택했다. 이준석 대표는 호남에서 미래와 비전을 가지고 민주당과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민주당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전라도 도민들의 마음을 메꿔드리겠다고 밝혔다. 보수당의 불모지인 호남 보듬기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보수당의 서진정책은 오래전부터 시도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잇따라 당선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진영이 영남당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호남 껴안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 호남 보듬기는 대선이나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깜짝 이벤트에 불과했다. 현안 해결 약속은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고 새만금을 비롯해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국가예산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잡기 일쑤였다. 그 결과, 호남인의 불신과 냉대는 더 깊어졌고 보수당엔 동토의 땅으로 굳어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보수정당의 호남 껴안기는 본격화됐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순창 출신 가인 김병로의 손자인 그는 지난해 8월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는 국민의힘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는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호남지역을 챙기고 주민과 소통하며 진정성을 전달하겠다고 역설했다. 사실 국민의힘의 서진정책 중심에는 정운천 의원이 있다.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은 그는 동서 통합을 위해 온몸으로 뛰고 있다. 호남동행 국회의원도 그의 아이디어다. 진정성 없이는 호남의 마음을 얻을 수 없기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50명을 호남지역 41곳과 연결, 제2 지역구 운동을 추진했다. 남원구례 수해 현장을 당 지도부가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지역 현안과 예산을 꼼꼼히 챙긴 결과, 전북의 국가예산 8조 원 시대도 열었다. 지난 22일 대정부 질문에선 전주~김천 철도 등 호영남 공동사업과 국가균형발전사업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보수정당의 진정성 있는 서진정책이 계속되어서 호남인의 마음의 빗장을 열어가길 소망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개혁 공천은 여야가 선거 때마다 부르짖지만 매번 말 잔치로 끝났다. 최근 이준석 바람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전북을 텃발이라고 여기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욱 큰 위기감이 감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선거공학적 인식이 혁신 공천을 가로막았다는 데 따른 것이다. 공천 도전자들이 몰리면서 국민 눈높이 보다는 당심을 최우선 순위로 선택했었다. 그만큼 새로운 인물에 대한 목마름이 덜하다 보니 지역 정서나 충성도에 의존하기 일쑤였다.뽑아 놓고 후회하는이른바 발등 찍기 투표 행태는 이같은 안이함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준 유권자의 비뚤어진 애정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전북은 민주당의 전리품으로 전락한다. 30년 넘게 이어진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는 뿌리 깊은 투표 매너리즘 탓이다. 작년 총선에서도 10군데 중 9곳을 싹쓸이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도 시장 군수 14곳 중 10군데. 도의원 39석 중 35석을 쓸어담았다. 영호남 지역 감정에 따른 노골적 소외와 홀대 속에서 선거 때만 되면 투표를 통해 이를 분풀이한 것이다. 그런 프레임에 갇히면서 후보자 검증이나 사람 됨됨이 평가는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투표 행태가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 구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절실하게 노력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북의 정치 환경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 독점 체제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 외로 만만찮다. 국회의원 시장군수 지방의원이 권력축으로 묶여 기득권 지키는 데만 몰두한다. 지역 현안은 챙기는 시늉만 하는 꼴이다.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서 전북 현안 6개중 겨우 1개만 반영되고, 전주-김천 동서횡단 철도는 15년째 추가 검토사업으로 남아 있다. 남원 공공의대와 군산 조선소 재가동뿐 아니라 새만금개발 핵심 법안 등이 터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물밑에서는 내년 선거승리 방정식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다. 여야 지금은 혁신 경쟁이 한창이다.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한 무한 변신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효과로 2030 세대의 당원 가입이 자발적으로 늘면서 한껏 들떠 있다. 민주당도 뒤질세라 청년층 공략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내년 지방선거 때 탈당 경력자 25% 경선 감점과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자 페널티 부과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후보자 개혁 공천이야말로 혁신 경쟁의 핵심이다.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정치권에 수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일이 과제다. 지금같이 권리당원에 목 매는 상황에서의 경쟁은 정치 불신만 부채질한다. 정치 혐오증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출발했다. 그런 만큼 함량미달 후보자 공천은 유권자의 냉철한 표심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활발한 방송 활동 덕분이란 평가가 많다. 방송인 이준석이 정치인 이준석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발탁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0년간 각종 시사 및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등장한 적절한 타이밍도 그에게 도움이 됐다. tvN의 대학토론배틀 3와더 지니어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등 각종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젊은 정치인 이준석의 얼굴을 알리며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후 MBC 정치인싸, KBS 더라이브 등 지상파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10년 동안 20개 가까운 방송에 고정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봤다. 특히 군 복무 및 젠더 이슈 등 현안과 관련된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침없이 밝히며 자신만의 정치영역을 구축했다. 10년간 쌓아온 방송 경력은 당 대표 경선 토론에서도 빛을 발했고 그를 정당 사상 초유의 제1야당 30대0선 당 대표 자리에 올려놨다. 성공한 방송인과 프로그램 사례는 지역에도 있다. 1993년 부터 27년째 전주MBC의 김차동의 FM모닝쇼를 진행하고 있는 김차동 씨는 2013년 MBC의 지방 방송국 진행자로는 유일하게 골든 마우스를 수상했다. MBC에서 2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인기 프로그램 DJ의 입 모양을 금으로 뜬 골든 마우스는 이종환김기덕강석김혜영배철수최유라양희은 등 지금까지 단 1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이다. 600대 1의 경쟁을 통과한 장혜라 씨가 2006년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JTV 라디오 장혜라의 행복발전소는 하루에 500여 통의 청취자 문자가 쇄도할 정도로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KBS 전주방송총국의 패트롤 전북은 지역에서 성공한 대표적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지역내 주요 이슈를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995년부터 지난 4월까지 26년간 방송된 전북CBS 시사프로그램 사람과 사람도 지역의 이슈와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사랑받았었다. 지난 18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는 지역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활성화 방안이 여러 주제 가운데 한 가지 주제로 다뤄졌다. 발제자인 호남대 한선 교수는 지역 방송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단순 토론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변화를 이끌 젊고 참신한 정치인이 지역 방송을 통해 배출되지 말란 법도 없다. 지역 방송의 성공 사례가 전북의 이준석과 같은 스타 정치인 발굴로 이어질 순 없을까.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었다. 91년 지방의원에 이어 95년 단체장을 뽑았고 교육감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와 함께 통합 실시했다. 아직도 무늬만 지방자치지 재정권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어 제도개선이 급하다. 87년 헌법체계로 국가가 운영되지만 빠른 사회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헌법개정의 당위성이 제기된다. 대통령 한테 과도하게 권한과 힘이 쏠려 균형적인 국가발전에도 장애로 작용한다. 그간 관치를 벗고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순으로 민선도백이 뽑혔지만 도민들 중에는 명암이 엇갈린 유종근 지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지사로 떠올린다. 그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 때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IMF환란극복에 앞장서면서 그의 존재감을 국내외에 알렸기 때문이다. DJ권유로 1987년 정계에 입문한 유 지사는 별의 순간을 잡고서 실세 지사로서 소리문화전당을 짓는 등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유 지사가 대권도전에 나선 게 패착이었다. 당시 DJ 때 광주 전남 권력실세들이 유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모처럼 만에 전북의 정치적 위상을 올려놓았지만 나중에 뇌물수수로 5년간 영어의 몸이 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무주리조트와 양수발전소 건립 당시 환경운동가로 활약했던 김세웅 전 무주군수가 도의원으로 정계 입문해 3선민선군수가 된 것은 하나의 성공신화였다. 중학교 밖에 안 나온 그가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나중에 한양대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전주에서 국회의원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젊은 패기와 스마트한 두뇌 때문에 가능했다. 주경야독하며 현장중심행정을 펼친 것이 적중했다. 군수재직 때 무주 남대천 수해복구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도 돋보인다. 오늘날 무주를 이 만큼 경쟁력 있는 농촌군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그의 공로다. 학 경력이 일천해 주위로부터 군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따가운 질책도 받았지만 모든 게 기우로 끝났다. 개천에서 용 났다면서 그의 성공신화를 추억한 도민들이 많다. 태권도원을 유치하고 2014년 동계오륜을 유치하려고 무주에서 서울을 거쳐 춘천까지 군민들과 천리행군을 강행한 것은 전북인의 끈기를 보여준 귀감이었다. 그가 당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이준석이 국민의 힘 당 대표가 된 것은 전북에 시사한 바가 크다. 그간 전북은 광주 전남 정치권에 밀려 아무것도 못했다. 주는 것도 받아먹지 못할 정도였고 제몫 찾기도 실패했다. 역대 시장 군수들과 지방의원들이 한 일을 보면 부끄럽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단체장이 되었는가 뽑아준 손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민주화 운동했다고 뒷전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사람과 고위직 지냈다고 목에다 힘이나 준 사람은 필요없다. 겸손과 섬김의 정치를 할줄 아는 인물이 대표가 돼야 한다. 세상을 바꿔 놓겠다는 동학혁명정신을 이어나갈 혁신적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도 유 전지사와 김 전군수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쉽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에 대형 마트 입점을 놓고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사이에 입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에코시티 주민들은 편리한 쇼핑을 위해 대형 마트 입점을 강력히 원하지만 애써 확보한 상권을 빼앗기는 동네 슈퍼들은 집단 반발하면서 입점 저지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업 조정에 나선 전라북도는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의 입장이 상반됨에 따라 신중 모드로 접근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그동안 지역 슈퍼협동조합이 신청한 사업 조정회의를 세 차례 열었지만 의견 조율을 못한 채 18일 4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및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 마트는 지역 슈퍼조합과의 상생협의안을 마련해야 개점을 할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할 전라북도로선 슈퍼조합 측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에코시티 주민들의 쇼핑 욕구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생협의안 도출이 지연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대형 마트 개점 연기가 불가피해지자 에코시티 주민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지역 주민의 소통 창구인 인터넷 카페에는 지역 슈퍼협동조합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대형 마트 측이 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동네 마트 불매 운동을 거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사실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 지역 상권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동네 마트는 유통 공룡인 대형 마트와는 예초부터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대형 마트는 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원스톱 쇼핑 등 다양한 영업 전략과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동원한 판매 공세에 나서 일거에 지역 상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 동네 마트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전주시 등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의 상생협력을 도모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을 촉구했고 정부와 국회에서 법안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생협의안이나 상생지원금이 소상공인과 동네 슈퍼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형 마트의 지역 환원사업도 극히 미미하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선 매출액 대비 0.2%를 지역 환원사업에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매년 환원 실적을 보면 매출액의 0.1%도 안 된다. 그러면서 유통 대기업이 전주시에서만 매년 1조 원 이상을 쓸어 가고 있다. 대형 마트 등 유통 대기업이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더 강화해야 마땅하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요즘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무더위보다 선거를 둘러싼 이슈가 더 뜨겁기 때문이다. 민주당 빅3 대권후보가 잇따라 전북을 방문,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내년 대선 지방선거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출마를 오래 전부터 준비한 입지자들은 물밑에서 권리당원 모집은 물론 지지세 확장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역 공천과 관련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인연(因緣)이 새삼 관심을 끈다. 그도 그럴것이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당 대표 영향력은 굳이 설명 안해도 짐작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현 정부에서도 러시아 특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과의 관계가 돈독한 편이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 입장에서도 대선 관리를 위해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처지다. 지난 달 인사 청문회서 여론 뭇매를 맞은 박준영 장관 후보자 낙마도 그의 건의를 청와대가 수용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야당의 집중 견제를 뚫고 검찰총장에 임명된 김오수 씨도 그와 광주 대동고 동문이다. 거침없는 이런 송 대표와 결부시켜 비상한 관심을 끄는 곳이 전주을 이다. 공석인 지역위원장 선출에 얽힌 소문이 무성한 탓이다. 그 중 김승수 시장 도전설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애드벌룬을 띄운 도지사와 3선 도전을 뒤로 하고 U턴 변경했다는 점에서 그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 곳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사를 했다느니, 이상직 의원 재판 결과에 따라 움직인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에 따른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 시장이 대놓고 고교 선배 홍영표 의원을 밀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후 사정이 이러한 데 그의 낙점이 쉽겠느냐는 관측이다. 같은 맥락으로 임순남 지역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환주 남원시장에 대한 일부 지역 의원들의 반발도 부담이다. 관건은 오늘 내려지는 이상직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다. 이스타항공 사태로 비록 영어의 몸은 됐지만 그의 결심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는 탈당했지만 소속 지방 의원과 핵심 당원이 판결에 주목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다. 그 때문인지 이들은 낙하산 인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23명이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곱지않은 시선도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12명 소속 국회의원에게 탈당 권유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익산 김수홍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버티고 있다. 도의회 김기영 의원도 부동산 수사가 시작되자 탈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후보 진영간 샅바싸움도 본격화 됐다. 이처럼 당 안팎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향후 방향을 놓고 안정론과 쇄신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주을 지역위원장 선출도 결국 그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기와 수도가 없는 도내 산간 오지마을의 이름이 다시 불려나왔다. 지난달 금남정맥 성봉 자락 해발 700m 부근의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밤목마을에 의용소방대원들이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해준 미담이 전해지면서다. 밤목마을에는 1980년대 초까지 7가구가 살았지만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불편한 삶에 주민들이 떠나면서 지금은 4가구 6명만 남았다. 어느 마을 주민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큰 불을 낼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만경강 최상류에 위치한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운문골도 수도와 전기가 없는 마을이다. 밤목마을과 운문골에는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지원됐지만 겨우 전등 몇 개를 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샤워를 못하는 것은 물론 밤에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다는 주민들의 웃지 못할 사연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밤목마을과 운문골이 언제까지 마을로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출향민들은 자신의 고향이 어릴 적 추억 속의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10년 전 서울에서 인터뷰한 성공한 전북 출신 인사 대부분은 전북의 강점을 청정지역으로 꼽고, 지나친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낙후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치단체장들은 기업유치와 지역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출향민들은 오래도록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성공한 출향민들의 기대처럼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으로 꼽힌다. 바다가 땅으로 바뀐 새만금이 새로운 미래 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해가고 있고, 전주 군산 익산에 과거에 없던 새로운 도심이 형성된 것을 빼면 전북에는 크게 놀랄 만한 변화가 없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장도 전북에는 거의 없다. 청정 전북은 유지됐지만 고향을 떠나는 젊은층의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출향민들이 고향을 떠났던 그 길을 젊은층들이 다시 따라가고 있다. 젊은층들이 떠나고 있는 전북의 시군은 소멸위험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이 30년 안에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적고 교육, 복지, 문화, 여가, 쇼핑 등 생활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고향 전북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는 젊은층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고, 살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의 위기극복 해법은 이미 나와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더 젊고 역동적인 전북 정치판이 필요한 이유다.
삽회 = 정윤성 기자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켰던 2030세대들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 세상이 나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그렇지 않게 돌아가자 지난 47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 반기를 들었다. 반칙과 특권문화가 없어질 것으로 여겼지만 조국 전 장관처럼 내로남불 현상만 성행, 희망이 없는 나라로 규정하고 이 정권에 등 돌렸다. LH임직원들이 수도권에서 사전 개발정보를 입수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집 마련의 꿈이 날아갔다며 공정 평등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 분노를 터뜨렸다. MZ세대들은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구조가 아니라면서 청년실업 극복을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윤석열 현상이요 국민의 힘에서이준석 돌풍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지친 상당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등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지지를 철회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이준석 돌풍이 일어난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피로감과 기대치가 무너진 탓이 크다. 국민들이 젊은 리더십을 택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이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젊어도 생각이 혁신적이질 않으면 나이 든 어른 보다 못하고 노인들도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 않고 개혁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젊은이 보다 나을 수 있다. 내년 3월 9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6월 1일에는 전국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각 지역별로 자질 면에서 깜냥도 안된 정치인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출마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자유지만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다. 포용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단체장이 되어야 할 때가 왔다. 더 중요한 게 혁신역량이다. 혁신은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개 관료출신들은 관료주의가 몸에 밴 탓으로 혁신하고는 거리감이 있다. 자기가 배운 스타일대로 일을 추진하는 습성이 강하다. 전북은 전국에서 개인별 소득이 가장 낮고 고소 고발 무고사범이 제일 많다. 내년 지방선거는 전북을 확 바꿔 놓을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낙후되고 못사는 것은 단체장들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같은 혁신의 아이콘이 필요하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할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서로가 사적 이해관계에 얽매이다 보면 판단기준이 무뎌지고 흐려진다. 이렇게 되면 역량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하기가 힘들다. 과거 전국 7대 도시안에 들었던 전주시가 10년 뒤걸음질 쳐 20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누굴 원망할 것도 없이 시민들이 각성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 밖에서 보면 전주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 = 정윤성 기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식홈페이지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오해 될 수 있는 지도를 내걸었다.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이 지도를 들여다보면 시네마현 위쪽에 그 존재를 알리는 작은 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다. 극단적 국수주의에 군국주의 체제가 견고한 일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발휘한 셈이다. 뜻밖의 기회에 일본을 다시 알게 해준 사건(?)이 있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의 일이다. 에든버러 축제는 프랑스 아비뇽 축제와 함께 가장 이름 높은 공연예술 축제로 꼽힌다. 도시를 살려낸 유럽의 축제들이 대부분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중심의 축제인 것과는 달리 에든버러 축제는 클래식과 오페라에 무용의 영역을 더해 축제의 폭을 넓히고 발전시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크고 작은 공연예술작품 중에는 이곳 에든버러 축제를 통해 발굴된 무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축제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인데, 특히 에든버러 축제를 알리는 개막 공연은 늘 화제가 되었다. 해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개막무대가 곧 이 축제의 성장을 알리는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에든버러 개막공연은 이례적인 무대였다. 그해 개막공연에 오른 작품은 <나비부인>. 공연단은 일본의 도쿄오페라단이었다. 전해 듣기로는 그해 축제의 가장 큰 스폰서는 일본(도쿄시)이었고, 도쿄오페라단이 개막 무대에 초청된 배경에는 이러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에든버러 축제의 정통성이 자본의 힘에 밀려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 것은 따로 있었다. <나비부인>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있던 강렬한 인상의 배경막이다. 무대 뒤 벽면 중심에 그려 넣은 붉고 큰 원. 무심히 감상했던 그 무대 배경이 일장기를 그대로 옮겨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하얀 벽면에 활활 타오르는 듯 한 그 붉은 원이 예술적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잘못된 지도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하게 시정 요구를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일본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으로 돼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반문하는 글을 올렸을까. 과거를 돌아보면 올림픽 정신까지도 훼손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일본의 행태는 특별히 놀라울 일도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무너지지 않는 일본 국수주의의 정체가 궁금해질 뿐.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을 맞았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정도로 연륜이 쌓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의의 소통 통로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군수실 문턱이 낮아지고 지역민의 뜻이 행정에 적극 반영되는 등 권위적이었던 관선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권한과 힘의 주체가 관에서 민으로 넘어갔다. 특히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이 강화되고 지역 개발이나 예산 편성 등에도 주민 참여가 가능해졌다. 민생자치, 생활자치 시대를 연 것이다. 자치단체와 함께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으로서 심의의결권과 조례제정권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기능은 주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취지에서 부여된 권한이다. 지방의회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이 확보되고 지역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주민 대의기관이 아닌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익산시의회의 한 시의원이 국회의원은 공공기관 직원에게 라고 욕을 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망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증폭됐다. 발언 배경에는 선출직의 특권의식이 깔려있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을 감투나 완장을 찬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원 배지만 달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대접받는 상석에 앉기를 원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집행부 공무원을 닦달하는 일부 몰지각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한다. 지방의회 30년 동안 각종 이권 개입이나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도의원과 시군의원이 부지기수이고 음주운전이나 각종 법 위반, 부동산 투기행위 등 비위 사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동료의원간 불륜행위를 스스로 폭로하거나 동료 의원을 성추행 하는 등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도 드러나 지방의회의 위상에 먹칠하기도 했다. 물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 물을 흐리는 것처럼 지방의원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무소속으로 배지를 단 전주지역의 한 시의원은 늘 지역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크고 작은 민원을 해결하며 의정 단상에선 도지사와 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방의원 스스로 자신들의 행태를 뒤돌아보고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집행부로부터 인정받는 올바른 의회상을 정립해 나갔으면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완주-전주 통합 문제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세 번이나 통합 시도가 무산된 탓인지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하지만 전국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불랙홀에 맞서 싸워야 하고 지역간 생존 경쟁이 불을 뿜다 보니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완주-전주 통합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잠시 반짝했던 통합 얘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전주 지역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된 통합 추진협의회가 닻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통합이 무산된 지 7년 만에 꺼져 가는 불씨를 되살리려는 집념의 일환이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만큼 이번엔 3전 4기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자는 일종의 출정식인 셈이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통합 무산의 결정적 패인은 완주지역 정치권의 반대였다. 그런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게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전제조건이다. 2009년 당시 통합 추진위원장이었던 권혁남 전북연구원장은 연초 본보 칼럼에서 완주지역 정치인 설득이 통합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들에게 통합시의 요직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제안까지 했을까 공감을 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다. 무엇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완주 군민의 마음을 보듬는 게 첫 걸음이다. 당시 그들은 통합이 되면 전주만 좋아지고 완주는 세금 폭탄에 주민 기피시설만 들어선다는 소문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미래지향적인 지역 통합 문제가 정치권 선거 이슈로 악용되면서 왜곡된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지역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통합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완주도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된 데다 고산운주동상화산비봉경천면 등 산간부는 고령화저출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전주시와 접해 있지 않아서인지 소외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도 큰 편이다. 2013년 통합 때 이 곳에서 유독 반대 표가 많이 나왔다. 실제 도농복합 성공사례로 꼽힌 완주군이야말로 65만 인구의 배후 도시 전주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이들 두 지역을 포함한 전북 경제 규모는 호남에 함께 묶여 있는 광주에 비해 절반, 전남 지역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작년 특례시 추진에 올인했던 김승수 시장의 판단 착오가 아쉽기만 하다. 실질적 메리트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7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차라리 완주군과의 통합에 집중했더라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메가시티를 꿈꾸는 다른 시도의 역동적 흐름에 한 번 뒤처지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완주군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 논의는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갈수록 쪼그라들며 지역소멸 운운하는 이 때, 과거 실패를 딛고 통합의 고삐를 다시 죄야 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특권)가 소개돼 있다. 죄를 지었더라도 국회가 열리는 중에는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 특권이다. 헌법 제44조와 제45조에 규정된 두 가지 특권은 국회의원이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특권이다. 헌법에 정해진 국회의원의 특권 이외에 국민들의 눈에 특권으로 보이는 것들은 많다. 오죽하면 SNS 상에는 염라대왕도 부러워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줄줄이 나열한 유머가 떠돌 정도다. 월 급여와 입법활동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항공기KTX선박 등 무료 이용, 전화요금우편요금, 정치후원금 모금 등 스무 가지가 넘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특권 관련 청원글이 1300건 이상 올려져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된 글은 334건이 검색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국회의원 특권을 박탈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국회의원 연봉과 정치후원금 폐지,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년제도(만 60세) 도입 등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국회의원이 봉사자보다는 특권층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은 주어지는 특권 만큼 지켜야 할 의무도 적지 않다. 헌법과 국회법에는 헌법 준수의 의무, 청렴과 국익 우선의 의무, 지위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의 의무, 겸직금지 의무, 품위 유지를 비롯한 여러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는 소속 정당의 정해진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도 일반 당원들과 마찬가지로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민주당 김수흥 의원(익산갑)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방문 과정에서의 갑질 논란이 익산시의회 조남석 의원의 막말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4월 진흥원을 방문한 김 의원이 이사장 부재를 꼬집고 직원을 비하한 듯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노조가 비판 성명을 내며 강력 반발했고 김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은 시민의 대표니까 (공공기관 직원에게) 개XX라고 욕할 수도 있다는 조 의원의 지난달 26일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김수흥 국회의원은 조 의원의 막말 이후 열흘 이상 지나도록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진상조사중이라지만 시의원 징계 정도로 민심을 다독일 수 없다. 전직 익산시장까지 나서 김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특권에 취한 국회의원보다 국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국회의원을 원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똑같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정윤성 기자 선거가 일상이 되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큰 생각을 갖고 투표하기 보다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게 문제다. 연고주의와 감성투표가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누구와 어느 당을 찍었느냐는 양심의 문제다. 지금까지 도민들이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민주당만 바라다보며 투표해온 것이 패착이었다.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타성에 젖어 공천장 받으려고 권리당원 모집에 혈안이다. 권리당원 모집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는 구조처럼 돼버려 역량있는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고질병을 고치지 않는 한 지역발전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 도민들은 선거하고 나서 불평 불만을 많이 한다. 한마디로 선거때마다 민주당을 찍어줬는데 지역으로 돌아 오는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대통령 후보한테 64.8%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보내줬는데도 임기말이 다 되도록 전북발전은 그대로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문제는 꿈쩍도 안하고 코로나19로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한데도 남원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만들기로 했던 공공의대설립도 하대명년이다. 더 한심한 것은 4차 철도건설 정부용역안에 전주~김천간이 빠졌다. 전남북이 함께 이용할 전라선 고속철도사업만 포함됐을 뿐 전북도가 요구한 새만금~목포간 철도건설사업등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통상 선거가 다가오면 표심을 붙잡으려고 장밋빛 공약이 난무한다. 이번에도 그런 징후가 보인다. 도민들은 그간 DJ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지역발전이 이뤄질 걸로 보고 혹시나 행여나 하면서 줄기차게 밀어주고 지지했다. 결과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지역의 정치 리더들이 무능해 낙후타령만 늘어 놓는 신세가 됐다. 1인당 평균 소득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산다. 정치인들 한테 기대고 의지할 것도 없다. 이제는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청와대나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역발전은 백년하청이다. 도민들의 품성이 온유해 잘 나서질 않는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줄 알아야 하는데 앞장설 정치적 리더도 없다. 그래서 전북의 현안이 모기소리처럼 작아져 중앙에 전달되지 못한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재선의 김윤덕의원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해 각종 전북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이 숫자도 열세지만 정치력이 약해 전북몫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 동학혁명정신을 촛불정신으로 승화시켰던 것 처럼 선거 때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거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선거기술자는 사리사욕 챙기기에 바쁘기 때문에 팽시켜야 한다. 광주 전남사람들이 제몫을 챙겨 가는 것은 확실하게 자기주장과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특정 정파 하나에 매달려 살 것인가. 인물로 여야간 경쟁의 정치를 만들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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