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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부동산 투기 회오리가 공직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정부도 이번에 이를 뿌리뽑기 위해 공직자 재산 등록을 공무원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근절 의지를 밝힌 가운데 연일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시는 이와 관련해서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투기 의심 다주택자 4명을 승진에서 탈락시켰다. 또 가짜 부동산 자료를 제출한 직원 승진도 취소한 바 있다. 3월 보직이동 때도 이같은 인사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 사이 코로나 상황이 2단계로 격상한 데다 부동산 전수조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여론 뭇매를 맞는 고위직의 탐욕은 양심불량 그 자체다. 전남 광양과 수도권 신도시에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내부 고급 정보를 이용한 그 지역 인사의 비도덕적 행태는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가관인 것은 개발 부서 담당자가 사업 예정지에 몰래 산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로 노선까지 제멋대로 변경한 것이다.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토지 소유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의 10.4%다. 반면에 고위 공직자가 땅을 갖고 있는 비율은 국민 평균보다 5배나 높다. 그만큼 고급 정보가 그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직자 입장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 표정은 탐탁치 않아 보인다. 전후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울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읍면동 사무소 등에 근무하는 89급은 개발 정보나 시세차익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 공직 입문이 짧아서인지 정보는커녕 경제적으로도 빠듯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도매금으로 취급당하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이들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리따라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주시가 지난주 발표한 1가구 2주택 이상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 규정 강화가 대표적이다. 실질적으로 작년 12월 17일 전주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시는 투기의심 직원에 대해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취해 왔다. 이처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데다 수차례 엄중 경고까지 한 상황에서 재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것 자체가 곱지 않다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건은 집 몇 채를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전형적 투기냐 실수요냐 여부를 가리는 데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작금 지방의원 전수조사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들 또한 볼멘소리를 자제하고 있다. 고위직을 포함한 극히 일부를 빼곤 묵묵히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공직자가 대부분이다. 인사(人事)는 개인 능력과 자질을 전제로 한다.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는 형사처벌 감이다. 인사 불이익 차원을 뛰어 넘는 문제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해 4월 해임된 뒤 지난 2월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19대 사장이 최근 남은 임기 4개월여 동안 LX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LX는 이미 8개월 전 20대 김정렬 사장이 취임해 사상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사태를 맞았다. 언제, 어디서나란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을 천명한 그는 전국 어느 지사나 본부, 어느 현장이든 근무 시간 중 불시에 방문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시정조치 하도록 하고, 직무에 충실하고 있으면 아낌없이 격려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과 인천지역 지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행정소송 승소후 지난달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가슴속에 불덩이를 안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해임 통보를 받은 뒤 소송을 진행하면서 겪었을 심적 고통을 본인 이외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였던 경북도와의 드론교육센터 유치 관련 MOU 체결은 전북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다지만 기관장의 고향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MOU가 진행된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이 모두 본사 소재지역에만 산하 기관과 시설을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과의 상생이 우선이다. 지역출신 공공기관장 임명을 바라는 지역의 목소리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전주 출신인 김성주 국회의원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추진한 기금운용본부 관련 여러 금융기관들의 전주 이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직 판결을 받은 그는 본인의 명예회복과 자신으로 인해 인사 불이익을 받은 직원 구제 등을 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20대 사장의 역할을 존중해 자신은 현장 점검과 직원 격려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으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LX 내부의 분위기는 그의 뜻과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사장 해임 과정에서 이 곳 저 곳으로 부터 다섯 차례나 기관 감사를 받아야 했던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고,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서 경제적 손실도 컸기 때문이다. 생소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이 그리 반가워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창학 LX 19대 사장은 자신의 해임 사건으로 자신이 평생 치유하기 힘든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울러 국가와 LX, 후임 사장 모두가 피해자라고 밝혔다. 그가 천명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 활동이 피해를 치유하는 과정이 된다면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삽화=권휘원 화백 대전과 광주권의 세력이 갈수록 확대돼 전주시의 시세가 약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전주가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해 자금 역외유출현상이 심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전 광주에 대형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원정쇼핑객이 늘어나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심지어 1시간 권에 있는 충남 부여읍 롯데아웃렛을 찾는 쇼핑객이 늘어나 자존심이 상할 정도다. 전주시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대형 유통시설 입점을 막아버린 것이 원정쇼핑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 때문에 기존 유통시설과 로드샵마저도 장사가 안돼 아우성이다. 전주에 명품을 파는 고급백화점이 없어 KTX를 이용해서 서울 백화점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주말에 신촌의 홍대거리나 강남 유흥가를 나돌면서 쇼핑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젊음을 발산하고 낭만을 구가하는 새로운 쇼핑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젊은층들은 발품만 잘 팔면 교통비 등 경비도 건질 수 있다면서 쇼핑도 하고 문화도 함께 즐기는 이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명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서울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백화점을 즐겨 찾는다. 이들은 명소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전주에서 맛 볼 수 없는 맛 좋은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면서 부부간에 쇼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수록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쇼핑패턴이 차츰 서울 백화점으로 쏠리고 있다. 웬만한 맞벌이들도 서울 가서 물건 사는 것을 별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전주 롯데백화점의 명품이 별로고 상품 질도 떨어져 서울가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왕이면 믿고 명품도 사고 다양한 문화까지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 지난해 6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개점한 현대백화점 대전 프리미엄 아웃렛을 찾는 전주사람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전주나 익산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이면 가기 때문에 주말이 아니어도 평일에도 많이 찾고 있다. 3000억을 들여 오픈한 이 프리미엄 아웃렛은 영업매장이 1만6210평으로 넓고 메이커가 다양하게 입점해 있어 만족도를 높여 주고 있다. 특히 각종 어린이놀이시설까지 갖춰 놓아 가족 단위 젊은 쇼핑객을 유인하고 있다. 전주에는 코스트코가 없어 드라이브를 겸해서 대전까지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 순창고창남원정읍에서도 광주로 쇼핑가는 사람들이 많다. 부여읍 롯데아울렛 점주들은 전주나 익산 등 전북에서 오신 손님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반가운 손님들이라고 말한다. 뜻 있는 시민 가운데는 전주시가 대형 유통시설 진입을 막은 게 결국은 원정쇼핑객을 많게 만들었다면서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틀어 막는다고 골목상권을 부활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지금이라도 전주시는 (주)자광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해서 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대한방직터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달,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은 작가가 있다. 영국의 그라피티(graffiti)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뱅크시다.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항상 주목을 받아왔지만,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간) 열린 크리스티 경매 결과는 더 특별했다. 한 소년이 배트맨이나 스파이더 같은 인형 대신 망토를 입은 간호사 인형을 들고 노는 모습을 담은 그림 게임 체인저. 자그마치 1440만 파운드(한화 224억 원)에 낙찰된 이 그림은 코로나 19 팬데믹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해 5월, 뱅크시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뜻을 담아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 기증한 것이었다. 뱅크시는 그라피티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신분을 숨기고 세계 주요 미술관을 급습해 도둑 전시를 하거나 도시를 찾아다니며 거대 자본과 환경파괴, 전쟁을 수단으로 여기는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거리의 벽화들로 예술의 힘을 증명해온 작가다. 권력과 제도에 저항하며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온 그가 코로나 팬더믹의 위기 상황을 지나칠 리 없었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의 지하철에 방역요원처럼 차려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열차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열차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재채기를 하는 쥐, 마스크를 쓴 쥐, 마스크 쓰라고 권하는 쥐 등 다양한 모습의 쥐가 등장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뱅크시였다. 이 그라피티는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못 일어나 란 제목의 동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열차 안의 그림은 지하철회사의 낙서 반대 규정을 충실하게(?) 따른 청소원에 의해 깨끗이 지워졌다. 사실 의뢰를 받거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리는 그라피티는 위법이다. 그러나 화제가 되는 대부분의 그라피티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영역에 놓인 것들이다. 뱅크시의 작업도 예외가 아닌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그라피티가 갖는 힘이 자유롭고 도발적인 방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벽에 전시되어 있던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 존원(Jon One)의 작품 거리의 소음을 20대 연인이 훼손해 화제(?)가 됐다. 그림 앞에 놓여 있는 붓과 물감통을 보고 참여 퍼포먼스로 완성되는 그림으로 생각했다는 이들의 행위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낙서가 더해진 그림을 보니 낙서가 된 예술과 예술이 된 낙서의 차이가 궁금해진다. 이 또한 예술이 가진 힘일 터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달 역사왜곡 논란을 초래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전격 종영됐다. 방송 드라마 사상 초유의 일로 그만큼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방송사로선 전체 드라마 분량의 80% 정도 이미 촬영을 마친 데다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태라 큰 손실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당장 방송을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역사왜곡 논란 사태가 심각했다. 첫 방송이 나오자마자 온라인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청와대 국민 청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민원 제기, 광고 철회 등이 연달았다. 특히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조선왕조에 대한 허황적이고 부정적인 묘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전주이씨종친회는 살인마로 묘사된 태종과 6대조 할아버지를 욕하는 충녕대군(세종) 등이 조선왕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방송 중지와 함께 법적 대응을 표명했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등의 종주국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문화 동북공정에 나선 상황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의 중국풍 의상과 소품 등이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사에 중국 자본이 투자됐고 극본을 쓴 작가도 한중 합작 제작사와 계약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사왜곡 논란이 증폭됐다. 이 드라마 작가는 과거 작품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실 드라마에서 폄훼나 미화 등 왜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안방 드라마에선 전라도 사람들은 대게 가정부나 막노동꾼 등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주로 악역으로 묘사돼 특정지역 비하 문제로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단순히 흥미유발이나 시청률을 의식해 가공된 역사적 상상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전혀 다를 경우 그 폐해와 악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들, 특히 자라나는 다음세대에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결국 왜곡된 역사관은 민족의식과 정체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대를 맞아 문화콘텐츠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거나 SNS를 통해 제한없이 접하는 시대에 잘못된 역사적 창작물은 대한민국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아무리 허구적 상상력이 허용되는 드라마라 해도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할 땐 사실이나 사료에 기초해야 한다.
삽화=권휘원 화백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자치단체장지방의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주 공직자 재산이 공개되면서 문재인정부의 청렴기준인 1주택 그 이상을 보유한 고위직 공무원과 시장군수 등이 수두룩했다. 실생활 거주지는 물론 서울제주도까지 주택과 부동산을 상당수 가지고 있었다. 직장생활의 편의성을 고려하거나 노후설계에 따른 상식선의 보유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사회통념을 벗어나 양도차익만을 노린 전형적 투기 여부다. 개중에는 물의를 일으킨 전문 투기꾼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예도 적지 않았다. 도내 공직자 가운데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도의회 김기영박용근 의원 사례가 눈에 띈다. 전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새만금 방조제 개통 이후 투기바람이 불어닥쳤던 고군산군도와 제주도에만 30여 개 부동산을 갖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목 받는 선유도 등 5개 섬에 2014년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여러 필지의 땅을 구입했다. 그 중 선유도 한 필지는 공유자가 20명이나 돼 전형적 투기수법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제주도 부동산까지 눈을 돌렸다. 이번엔 부인과 10대 딸 2명 명의로 토지를 쪼개서 구입, 지분을 나눴다. 이들 부동산은 2016년 한 해에만 공시지가가 40%나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 출신답게 김 의원의 치밀한 투자전략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반면에 박용근 의원 부부는 건물 9채를 보유, 합리적 의심에 대한 집중 표적이 됐다. 전주시내 오피스텔과 연립주택 외에 부인명의 아파트를 신고했다. 지역구인 장수와 서울 강남에도 각각 단독주택과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구입한 건물마다 전세보증금과 금융대출 포함해 14억원을 끼고 있었다. 이른바 갭투자 의혹에 대한 강한 불신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문승우 의원도 부인이 개발 호재가 많은 평택과 당진에 여러 필지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이들 의원들은 노후 대비용이라며 전형적 투기와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들 해명에도 보통 사람들 상식과는 너무 거리감이 있는지라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성 싶다. 이들에게 더욱 엄중한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하는 건 다름아닌 도의원 신분이라 그렇다. 행정관청산하기관 단체 등을 감시견제함은 물론 예산인사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며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3명은 얼마 전에도 도청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위원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다. 후보자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혹독하게 검증하고 적격여부를 가리는 일이다. 더욱이 행정사무감사 때는 수감기관 인사예산을 비롯해 사업추진 타당성 여부 등을 지적하고 추궁하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인으로서 최소한이라도 부끄러운 일이나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선 곤란하다. 남을 탓하기 전에 본인 처신부터 엄격히 하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야구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다. 객관적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관중수와 시청률 등을 감안한 국내 인기 스포츠 순위에서 야구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팬 숫자를 고려한 세계 스포츠 인기 순위에서도 야구는 10위권 안에 드는 종목이다. 일본에서 야구는 스모와 함께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힌다. 지난주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일본 고시엔대회(선발고교야구대회)에서 거둔 첫 승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4일 열린 제93회 고시엔대회에서 교토국제고는 시바타고에 연장 승부 끝에 5-4로 역전승했다. 외국계 학교로는 사상 처음으로 고시엔대회에 출전해 첫 승의 기록까지 세웠다. 일본 고교야구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시엔대회는 전국 3940개 팀이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1%도 안되는 32개 학교만 본선 무대에 선다. 일본 언론들도 학생수 131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의 고시엔대회 진출을 기적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1999년 창단한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고시엔 출전과 첫 승은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고 재일동포들에게 큰 감격을 안겨줬다. 일본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구장은 물론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한국어 교가를 세 차례나 울려퍼지게 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7일 열린 16강전에서는 5-4로 역전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고시엔대회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다. 한국계 교토국제고의 기적에 앞서 이미 오래전에 일본 야구의 콧대를 꺾은 학교는 군산상고다. 군산상고는 49년 전인 1972년 7월 황금사자기 대회 결승전에서 부산고에 9회초까지 1대 4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경기를 9회말 2사 후 5대 4의 대역전극으로 뒤집었다. 역전의 명수란 애칭을 얻었고,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역전의 명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 고교 대표팀은 두 달 뒤인 9월 일본에서 열린 5차례 친선 경기에서 4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며 한국 고교야구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돌아왔다. 군산상고는 1980년대 초에는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팔색조 싸움닭으로 불린 조계현 투수(현 기아 타이거즈 단장)의 눈부신 활약으로 청룡기와 봉황대기에서 우승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군산상고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군산시민은 물론 전북도민들이 TV와 라디오로 야구중계에 몰입할 정도였다. 1968년 창단한 군산상고 야구부는 국내 고교야구 3대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대기는 물론 대통령배, 전국체전 등 전국대회 16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 우승 이후 아직 우승 소식이 없다. 다음달 17일부터 올해 고교야구대회 일정이 시작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도민들에게 즐거운 소식을 들려줄 군산상고 야구부의 멋진 부활을 기대해 본다.
삽화=권휘원 화백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다. 달이 차면 기울고 꽃이 피면 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요즘은 꽃 피는 순서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봄의 전령사인 동백매화산수유목련진달래개나리벚꽃 순으로 꽃이 피었다. 지금은 이상기온 여파로 한꺼번에 꽃이 피고 진다. 전주 삼천의 가로수인 벚꽃이 만개했다. 마치 꽃 대궐을 이룬 느낌이다. 화사하기로는 벚꽃을 능가할만한 꽃이 없다. 일본 국화인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 도산공원에 왜 벚꽃나무를 심었냐고 야단치자 당시 서울시청 녹지과장이었던 윤태경 과장이 벚꽃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라고 답변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일화가 있다. 그래서 각 시군마다 앞다퉈가며 벚꽃나무를 많이 심었다. 전북대 임학과 출신인 윤 과장은 그 이후 도 산림국장옥구군수남원시장강원도 동해 출장소장을 역임했다. 정약용이 유배생활 중 강경에서 쓴 나 홀로 웃는다(獨笑)는 시 구절이 떠오른다.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月滿頻値雲)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花開風誤之)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거야(物物盡如此) 나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 걸(獨笑無人知). 가장 힘든 시기에 다산은 혼자 있으면서 인간사를 통찰했다. 다산이 강진 등 유배지에서 18년간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으면 목민심서 등 주옥같은 500권의 저작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관직에 나가 출세하거나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면 자신도 모르게 시기질투하는 사람들로 마(魔)가 낀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훼방꾼이 되는 것이다. 면전에서는 성공한 것을 칭찬하고 박수 치지만 뒤돌아서면 이기심 때문에 험담을 늘어놓는 등 깎아 내리기 일색이다. 그렇게 화사하게 핀 꽃도 비바람 때문에 10일을 못 넘긴다. 영원히 부귀와 권세를 누릴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한 게 세상의 이치요 인간사다. 잘 나갈 때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업신여기거나 깔아뭉개는 경우가 있다. 다산은 그래서 혼자 웃는다(獨笑)며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가진 자나 없는 자 할 것 없이 제대로 소통을 못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다. 아무튼 이 험난한 세파를 지혜롭게 살려면 겸손 밖에 없다. 주역 15번째 괘가 산지겸 겸손괘다.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겸손한 사람 한테는 주위에 좋은 친구가 많다. 시기 질투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겸양지덕(謙讓之德)을 최고로 친다. 정치인 등 힘센 사람들이 한 번쯤 새겨들었으면 하는 맘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는 엄마와 딸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받는 곡이다. 이 곡은 더 깊어진 양희은의 목소리에 얹힌 시적 가사만으로도 울컥해지지만 또 다른 가수와 대화하듯이 주고받는 대목은 숙연해지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울림이 더 크게 온다. 양희은은 지난 2014년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해 새로운 곡을 내놓는 싱글 연작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이 그것이다. <엄마가 딸에게>도 이 프로젝트의 네 번째 결실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노래는 아홉 곡인데 그 면면이 모두 새롭고 뜨겁고 아름답고 에너지가 넘친다. 새 곡이 발표될 때마다 그의 프로젝트가 주목 받는 이유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음악가들 또한 눈길을 끈다. 윤종신, 이적, 이상순, 김창기, 아스트로비츠, 강승원, 김반장, 악동뮤지션, 성시경에 이르기 까지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레게 가수, 프로듀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실력을 인정받는 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가 양 희은의 프러포즈를 받았을 터인데, 장르의 영역도 세대차도 만만치 않다. 이를테면 다섯 번째 곡 <슬픔 이젠 안녕>은 프로듀서이자 일렉트로닉 음악가 아스트로비츠와의 작업 결실이고, 일곱 번째 곡 <요즘 어때? 위 러뷰 쏘>는 레게 가수 김반장과의 콜라보로 포크와 레게 소울이 만났다. 여덟 번째 콜라보 <나무>는 47년이나 나이차가 있는 악동뮤지션과의 작업이지만 세대차는 물론 시대의 간극 없이 전달되는 음악적 조화가 놀랍다. 프로젝트의 결실은 대부분 후배들이 곡을 만들고 양희은이 부르는 형식이지만 콜라보 작업은 듀엣이나 피처링 등 단순한 결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이어내는 밀도 있는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사실 예술의 영역에서 콜라보는 낯설지 않다. 한 장르 안에서 성격을 달리하는 영역의 작업이 조화를 이루거나 전혀 다른 장르와 장르가 만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양희은의 콜라보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은 더 특별하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그야말로 특별한 존재인 그가 같은 시대를 사는 후배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통해 세상과 새롭게 교류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가 갖는 무게 때문이다. 세대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예술의 영역에서만 의미 있는 일은 아닐 터. 양희은의 지치지 않는 음악적 도전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도 거기 있겠다.
삽화=권휘원 화백 이스라엘 남부 사해(死海)에 인접한 마사다 항전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자긍심이자 저항정신의 상징이다. AD 70년 로마군대에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유대인 열심당원과 가족 960명이 천혜의 요새인 마사다로 이주해 최후에 항전을 벌였던 전적지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한 마사다는 난공불락의 지형으로 로마 제10군단이 2년 넘게 포위 공격을 시도했지만 점령하지 못했다. 이에 로마군이 유대인을 동원해 수백m 높이의 공격용 경사로를 구축하고 마지막 공격에 나서려던 때 저항군과 가족들은 모두 집단 자결을 선택하고 만다. 그들은 로마군의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저항군이 먼저 자기 가족을 죽이고 다시 모여 열 사람씩 조를 짜서 한 사람이 아홉 명을 죽이는 방식으로 죽음의 의식을 치렀다. 그렇게 남은 최후의 한 사람은 성에 불을 지른 후 자결했다. 마사다 항전지는 1963년~1965년 사이에 발굴돼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오늘날 이스라엘 사관생도와 장병들은 모두 마사다 항전지에서 임관선서와 훈련 수료식을 가질 정도로 이스라엘 민족혼의 상징이 됐다. 우리 지역에도 이스라엘의 마사다 항전지와 같은 임진왜란 전적지가 있다. 완주 소양과 진안 부귀 일대에 있는 웅치 전적지다. 웅치 전적지는 1592년 8월 14일(음력 7월 8일) 관군과 의병 그리고 지역민 등 3000여 명이 1만여 명의 왜군에 맞서 모두 죽음으로 결사 항전한 곳이다. 비록 전투에선 패배했지만 전주성과 호남을 지켜낸 최후의 보루가 됐고 결과적으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단초가 됐다. 하지만 웅치 전적지는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힌 채 조명받지 못해왔다. 임진왜란 3대 대첩 못지않은 역사적 전사적 중요성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던 것. 그동안 완주진안지역 주민 중심으로 면 단위 기념행사를 치르는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에서야 지역 주민과 향토사학계, 언론을 중심으로 기념사업과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라북도에선 국가 사적지 지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웅치 전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기념관 건립과 역사탐방길 조성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웅치 전적지와 함께 완주 운주와 충남 금산 일대의 이치 전적지도 사적지 지정에 나서야 한다. 이름 없는 4백여 명의 농민이 관군과 함께 왜군 1만여 명과 맞서 장렬히 순절한 역사의 현장이다. 웅치이치 전적지는 위국 충절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혼의 표상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시군 의원의 부도덕한 행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기초의회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연일 터지는 비위와 추문으로 인해 이들의 위상뿐 아니라 의회 존재자체가 위협받는 형국이다. 특히 동료 의원간 성 스캔들도 낯 뜨거운데 한술 더 떠 제식구 감싸기식 징계는 스스로 화를 부르는 꼴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그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 예의는 고사하고 지역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 지 꽤 됐다. 오죽하면 주민들은 민폐를 끼치고 자정능력을 상실한 기초의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며 폐지론에 가세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얽힌 독점적 먹이사슬 구조가 정치오염의 뿌리임에 틀림없다. 시장 군수기초의원 공천권을 사실상 거머쥔 국회의원부터 기득권 지키기에만 열을 올린다. 더욱이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특정정당 싹쓸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후보자를 검증하고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2005년 도입한 게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다. 지방 정치인의 정책비리에 대해 소속 정당에게 공동 책임을 묻자는 취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함량미달 인사의 정치권 진입 통로로 악용되기 일쑤다. 최근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출마자 전과자 비율은 40% 선이다. 이는 2010년 선거 때 12%보다 무려 3배다. 때문에 2012년 여야 대선후보까지 나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내놓을 정도다. 그 이후 시대 흐름도 폐지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법 개정을 주도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이들 공천권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따지고 보면 시장군수 상당수가 이들 시군의원 무소불위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소속 정당이 같은 데다 국회의원과 삼각 연결고리를 통해 한 통속이 된 것이다. 집행부의회 관계가 견제감시라는 본래 기능이 작동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포함 도내 11개 자치단체장과 13개의회 의장단이 민주당 일색이었다. 기초의회 또한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는 여전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 인사와 이권개입 그리고 폭행막말 갑질행위 등 이들의 막가파식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유권자 역시 이들의 무한 책임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일꾼으로 뽑아놓고 제대로 일하는 지 감시를 소홀히 해 걸러내지 못한 탓이다. 이 와중에 국회입법조사처가 1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밝힌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작년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 권한이 크게 강화된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의회 사무직원 인사권이 의장에 부여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방의원 정책보좌관까지 둘 수 있게 됐다. 의정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일환이다. 달리 해석하면 지방의회에 거는 국민들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그런데 작금의 시군 의원들 불미스런 행태는 이런 기대와는 반대로 역주행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연기돼 오는 7월 23일 개막할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해외 관중없이 치러진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지난 20일 이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이미 해외에 판매된 티켓 63만장이 환불 조치되고 항공권과 숙박요금 등을 포함하면 손실액이 무려 16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중지나 재연기를 주장하는 여론도 여전히 높다. 참가 선수와 대회 관계자, 취재진 등 수만 명이 움직여야 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 공익재단법인인 신문통신조사회가 지난 1월 한국미국중국프랑스타이 등 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이 70%를 넘었다. 타이가 95.6%로 가장 높았고 한국(94.7%), 중국(82.1%), 미국(74.45), 프랑스(70.6%)가 뒤를 이었다. 도쿄올림픽은 개최되더라도 일본 내 관객수 제한이 불가피해 초라한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TV 중계를 통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겠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사라진 밋밋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의 대회 진행 여부도 관심이다. 수 백명의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서 모여 함께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국내에서 열려온 각종 마라톤대회도 중단되거나 비대면(언택트) 마라톤 대회로 변신하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대구 국제마라톤대회는 세계 최초로 언택트 레이스로 펼쳐진다. 4월 한 달간 참가자들이 국내외 어느 곳에서든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위치기반 서비스 등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달리면 기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동 업로드된다. 지난해 10월~11월 인천에서는 언택트 마라톤대회인 코로나19 극복 버추얼 레이스가 펼쳐졌고, 경주 벚꽃마라톤대회도 오는 26일부터 4월 8일까지 언택트 레이스로 개최된다. 전북에서도 오는 6월 한 달간 언택트 천사마라톤대회가 개최돼 주목된다.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해 마련한 대회다. 참가비 없이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참가자가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기부 후원사를 통해 1인당 1만원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되는 착한 마라톤대회다. 하프(21㎞), 10㎞, 5㎞ 등 본인이 신청한 거리를 전국 어디에서나 달리고 런닝앱을 이용해 본인의 기록을 대회 전용앱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올림픽 개최까지 어렵게 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일부 프로 종목을 제외한 스포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즐겨온 다양한 체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체육활동은 그나마 코로나 블루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히지만 각종 제약으로 여의치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언택트 마라톤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듯 싶다.
삽화=권휘원 화백 선출된 대표를 보면 그 지역 주민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게 정치적 민도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로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주민들의 선거참여가 부쩍 늘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를 바라보는 안목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뒤바꿔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선거결과가 이성적인 판단 보다는 거의 지연혈연학연에 의한 지역연고주의 내지는 감성투표에 기인한 것이어서 아이로니컬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지세력 간에 살풍경이 펼쳐진다. 이미 지방선거에 나설 대진윤곽이 현역을 중심으로 거의 드러났다. 도지사교육감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 등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시 지역은 단체장과 도의원 후보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군 지역은 군수나 도의원을 한두 명 뽑기 때문에 모호하다. 군은 도의원들이 군수의 잠재적 경쟁자라서 각종 행사 때마다 보이지 않게 신경전을 펼친다. 행사 때마다 아예 도의원을 초청하지 않거나 설령 초청해도 인사소개를 빼거나 마이크 잡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간 선거를 자주 치르다 보니까 도시나 농촌 모두가 선거전문가를 뺨칠 정도의 선거꾼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들은 실전경험이 풍부해 표 성향을 분석해서 자기편으로 끌어모으는데 이골나 있다. 선거꾼이 거의 직업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시 지역은 시장 주변에서 꿀단지 맛을 본 문화권력자들이 꿀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편 가르기에 열중이다. 이들은 각종 보조사업에 빨대를 들이대고 특혜를 누려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현직자 캠프에서 편 가르기를 지나칠 정도로 하면서 반대자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 때문에 경조사비가 제약을 받지만 5만원권이 나오면서 알게 모르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간다. 선거구민 애경사 때 최소 5만원 이상은 챙겨줘야 하고 때로는 그 이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걸 소홀히 했다가는 금방 입방아에 올라 잃는 게 엄청나다는 것. 농촌은 거의 경로당을 중심으로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입뉴스가 무섭다. 누가 더 친경로당 후보냐에 따라 표심이 갈리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표를 찍을 때마다 후보자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다. 시군청이 돈과 정보를 거의 장악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를 밀어야 내가 좋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걸지만 실상은 누가 더 내밀하게 이해관계를 폭넓게 맺어 두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로 건설업체나 자영업자들이 경영난 악화로 부도위기에 내몰리자 내년 선거를 생존전략의 출구로 여기고 있다. 선거꾼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챙기려고 불 탈법을 교묘하게 부추겨 그 어느 때보다 돈 선거 유혹이 남아 있다. 지금 전북은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가장 살기가 힘든 곳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 있고 정치력 있는 인물을 시장군수로 뽑아야 한다. 꽃 피는 춘삼월에 벌써부터 지방권력을 장악하려는 수 싸움으로 난리법석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제 정치적 코드는 공간정치입니다. 우리가 산업이나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공간은 아주 큰 핵심 과제 중 하나예요. 그런데도 나쁜 공간정치가 횡행합니다. 혁신도시는 방법에 있어 미흡함과 아쉬움이 있지만 좋은 공간정치지요. 그러나 4대강 대운하 사업은 나쁜 공간정치의 전형입니다. 실제로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가 4대강이었잖아요. 10여 년 전, 당시 18대 국회의원이었던 김진애 전 의원이 인터뷰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좋은 공간정치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 많이 퍼뜨리게 하는 일을 자신의 정치적 활동 동기로 꼽았던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어렵게(?) 입성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여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을 때 역시 김진애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치철학인 공간정치의 가치를 확신하며 동의를 구하는 일에 거침없었던 이미지가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서울시민이 아닌데도 꾸준히 보내오는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성가시기 보다는 오래전 인터뷰가 떠올랐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시건축가로 서울 뿐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들을 줄곧 깊이 들여다보아온 그가 당시 새롭게 시작한 오래된 도시들의 도시 만들기를 주목하며 내놓았던 조언이 있었다. 그가 강조했던 것은 공공의 역할. 시민들에게 개발될 수 있다는 헛꿈을 불어넣지 말고 살기 좋은 동네를 위해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생활서비스 공간을 만들라거나 일자리 역시 숫자로 키우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새만금 같은 새로운 도시라면 어떨까. 상주인구보다 유동인구를 늘리는 도시. 상주인구는 400만 명이지만 유동인구 1000만 명이 매일 움직이는 파리나 상주인구 30만 명에 120만 명이 움직이는 두바이 같은 도시를 목표로 해야 성공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계획 자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라고 주문했던 그가 새만금 산업의 중심으로 식품클러스트 산업을 꼽은 것이나 국내 연안항을 연결해 중국과 교역의 앵커로 역할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의 바탕에도 역시 공간정치의 가치가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 17일,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사실이변은 없었다는 평이 자연스러울 만큼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강수까지 두며 나선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그래서 더 명징해지는 것이 있다.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공간정치의 힘이다.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보니 10년도 더 지난 그의 조언들이 더 새로워진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치를 보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꾸준히 증가해오던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10.0%)이 감소한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3.4%)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구 자연증감은 ―3만2700명을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했으며 세계 220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지난해 전라북도의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 0.88명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전북은 3년 연속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의 인구 자연증가율은 ―3.6%로 전남 ―4.2%, 경북 ―3.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전북의 합계출산율이 매우 저조한 가운데 임실군과 순창군이 깜짝 기록을 보여 눈길을 끈다. 임실군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77로 장흥군과 함께 2위를 기록했고 순창군은 1.66으로 철원군과 함께 네 번째로 높았다. 1위는 영광군으로 2.46명, 3위는 해남군으로 1.67을 기록했다. 진안군도 1.63으로 합계출산율이 비교적 높았고 장수군 1.28 고창군 1.25 남원시 1.22 무주군 1.11로 1명대를 기록했다. 반면 전주시 0.81 익산시 0.85 정읍시 0.87 등 시 지역이 대체로 저조했다. 임실군과 순창군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비결은 타 시군에 비해 파격적인 출산보육정책을 꼽는다. 임실군은 첫째아이 출산시 300만원, 넷째 이상은 800만원을 지원하고 산모 신생아 건강서비스비용으로 3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순창군도 첫째아이 300만원, 둘째 460만원, 셋째 1000만원, 넷째 이상은 1500만원을 지원한다. 합계출산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광군은 군 단위에 전국 최초로 인구일자리정책실을 신설하고 출산과 신생아 양육 등 다양한 맞춤형 출산시책을 펼치고 있다. 합계출산율 하락과 인구 자연감소 확대는 인구 절벽을 초래하고 결국 지역 소멸과 국가 소멸로 이어진다. 데이빗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몇 해 전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 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에는 과연 그럴까 의문을 표했지만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자치단체는 위기의식도 없고 인구대책도 미흡하다. 출산과 인구 정책은 포플리즘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삽화=권휘원 화백 신도시 예정지역에 직원들 투기의혹으로 인해 LH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조직해체까지 거론되는 LH는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묶어 출범한 공기업이다. 전북과의 인연은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애초 전북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계획이 틀어지면서 대신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도민들 품에 안겼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시대의 싹을 틔운 계기가 된 것이다. 137조 원의 국민연금 위탁자산 업무를 맡는 하나펀드서비스 전주센터가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옮긴 뒤 국내외 은행증권 등 6개 금융기관이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신한하나은행 수탁사무소 개설도 곧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은 이미 800조를 넘어 1000조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기관 입주가 잇따르면서 자산운용 금융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금융생태계 조성에도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지난 2011년 5월, LH의 진주 일괄이전이 확정돼 전북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도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일시에 폭발했다.도지사의 무능함과 국회의원의 존재감 부족정치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유치를 호언장담했던 김완주 지사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대한 규탄행렬이 이어지면서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삼성의 새만금 투자약속과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마저 물 건너 가자 도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엔 LH 무산에 따른 도민 대사기극에 불과하다며 김 지사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LH 무산 도민 궐기대회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지금 권력 중심부에 포진해 있다. 제3금융중심지는 LH 무산에 대한 치유책 일환인 국민연금 입주와 연계돼 있다. 더군다나 전북의 핵심현안이기에 정부 지정이 빨리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전주시장이던 송하진 지사와 국회의원였던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정무부지사였던 김승수 시장, 도의원신분 김성주 의원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운천 의원,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그 때 현장에 있었다. 제3금융중심지 상황도 10년 전 LH 무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 대선공약인데도 기득권 지키는데만 혈안인 부산지역 정치권의 노골적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외부 탓만 할 처지도 못 된다. 21대 국회 초재선 의원들이 입만 열면 외치던 원팀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다. 초기 제3금융중심지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에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도민들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얼마되지 않아 전북현안을 놓고 종종 마찰음이 들렸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선후보 따라 각자도생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전북 현안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LH 무산의 교훈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권의 뼈를 깎는 노력만이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삽화=권휘원 화백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먹고 살기 힘든 지방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는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1969년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한남대교(제3한강교)가 준공되고,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 서울로의 인구 유입이 급증했다. 1970년대 초반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인 서울 강남 개발이 본격화됐다. 강남 개발 촉진을 위한 정부의 강남 8학군 조성, 여의도 개발과 지하철 2호선 건설 등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강남의 땅값 상승이 시작됐다. 강남 일대 토지는 집중적인 투기대상이 돼 땅값이 1년 새 10배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고, 투기를 통해 거액을 챙긴 땅 부자들의 배를 불렸다. 특히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주부들이 투기에 뛰어들면서 1970년대 후반 복부인(福婦人)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투기를 위해 복덕방을 수시로 출입하는 상류층 부인을 의미하는 복부인은 이후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로 대중화돼 국어사전에 까지 등재됐다.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 열풍을 주도한 복부인은 1980년 영화로 까지 제작됐을 정도다. 복부인이 등장한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사회는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시민단체가 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돼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본색원을 강력히 주문하면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시는 지난 11일부터 시청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LH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역세권과 가련산공원, 택지개발이 끝난 전주 만성지구와 에코시티, 효천지구, 개발 예정지로 떠오른 천마지구와 여의지구 등 모두 7곳이 대상이다. 전주시는 공무원과 가족들의 내부 개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해 투기 행위가 확인되면 파면 등 중징계와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전주시에 이어 전북도 역시 개발지역 사전 정보 입수 등을 통한 투기행위 여부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전북경찰청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강력범죄수사대 등 모두 42명으로 구성된 투기사범 전담 수사팀을 설치해 LH 직원 투기 의혹을 비롯한 전북지역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전주지역 개발지역과 개발 예정지역 토지 소유주 가운데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교직에 있는 여성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여교사들이 복부인 선생님이 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전북교육청도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심을 갖고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415 총선 때 익산 2곳과 정읍 고창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민평당 현역의원을 제치고 당선돼 그 때부터 두 지역이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민주당 복당을 위해 노력했지만 탈당하면 바로 복당할 수 없는 당규정 때문에 입당이 불발돼 무소속으로 3선 출마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과 강팔문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이 권리당원 확보에 나서는 등 건곤일척의 싸움판이 만들어졌다. 9급으로 시작해서 7급 공채를 거쳐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유기상 고창군수도 지난 선거 때는 민평당 유성엽 의원의 지원을 받아 당시 민주당 박우정 군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전 전북부지사를 지낸 심덕섭 보훈처 차장이 민주당에 입당, 지난 11일 군수 도전장을 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지전적인 인물로 소개된 유 군수는 후배인 심 전 부지사가 고창읍으로 이사 와서 조직을 정비하는 바람에 일찍 선거조직을 가동, 무소속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단체장 후보 윤곽이 거의 그려진 가운데 도지사교육감전주시장남원시장임실군수무주군수순창군수 선거가 관심사다. 민주당 재선의 안호영김윤덕 의원이 송하진 지사에 경선도전장을 냈지만 아직까지 찻잔 속의 미풍에 불과, 시나리오만 무성하다. 안호영 의원은 김성주 의원과 함께 정세균 총리 직계로 돼 있어 정 총리의 대권행보에 따라 지사 경선에 나설 전망이고 지난 대선 때 안희정 충남지사 쪽에 섰다가 이재명 경기지사 쪽으로 일찍 줄 선 김윤덕 의원의 행보도 같은 형편이어서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송 지사가 3선 출마에 가타부타 언급이 없고 김승수 전주시장도 구체적으로 자신의 행보를 밝히지 않아 호사가들의 입방아만 무성하다. 정당공천 없이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7~8명이 얼굴을 내밀어 경쟁이 펼쳐졌다. 동시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에 인지도가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 사업 파탄으로 풍비박산이 나 어렵게 신흥중학교에 입학 정세균 총리와 함께 매점에서 빵 팔며 학업을 마친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과 황호진 전 부교육감, 전교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차상철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해직 교사였다가 복귀한 노병섭 전 민주노총 전북본부장, 지난 선거에서 현 교육감을 밀고 들어간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그리고 전주교육장을 지낸 이항근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면서 다크호스로 부각됐다. 각종 선거 때마다 선거꾼들이 자신이 민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온갖 계략을 꾸미거나 심하게는 흑색선전을 일삼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교언영색에 흔들리거나 휩쓸리지 말아야 역량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 민초들이 항상 깨어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쉽게 말해 선거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할 수 있어 부화뇌동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지금부터 유권자들이 양심을 팔지 않고 깨어 있어야 낙후된 전북을 살릴 수 있다.
삽화=권휘원 화백 2008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월 10일 저녁,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 누각 안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초기 진화로 불길이 잡히는가 싶었지만 불길은 다시 치솟아 숭례문 상층부 대부분을 태워버렸다. 문화재 관리체계의 전반적인 문제와 함께 다시 뜨겁게 부상한 쟁점이 있었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의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당초 일제에 의해 보물 1호로 지정됐던 숭례문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국보 1호로 지정됐다. 그 뒤 숭례문은 대한민국 문화의 상징이 되었으나 국보 1호로서의 숭례문 자격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국보 1호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될 때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번호가 가치 서열에 따라 부여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지정번호의 왜곡된 가치는 바뀌지 않았다. 줄곧 서열화 의혹(?)을 받아온 문화재 지정번호에 100년 전 일본 학자들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자료가 공개됐다.(한겨레신문 보도) 정인성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일본 건축사학자 세키노 다다시와 보조 연구자인 야쓰이 세이이쓰가 펴낸 <조선 예술의 연구> 보고서와 자료를 완역해 펴낸 <한국 고고학자가 다시 쓰는 조선고적조사보고>를 통해서다. 이들 연구자들은 당시 조선의 문화유산 547종을 조사하면서 각각 갑을병정으로 분류했는데 그 기준이 흥미롭다. 일본 역사와 연관성이 있고 예술성이나 역사적 가치가 가장 우수한 것은 갑, 그 다음의 것을 을, 보호의 필요성이 없거나 전용할 수 있는 것들은 병정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갑 등급 가장 위에 놓인 숭례문(국보 1호)과 원각사 십층석탑(국보 2호)이다. 일본 학자들에 의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재단되었다는 증거다. 정교수도 인터뷰를 통해 특히 남대문과 원각사탑이 1909년 분류 기록에도 갑의 첫머리에 올라와 있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쯤되면 단순히 관리의 편의를 위해 지정했다는 대한민국 국보 1호가 숭례문인 우연성은 참으로 공교롭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정번호를 공식 표기에서 없애기로 했다. 문화재 가치를 서열화하는 번호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란다. 이제 국보 1호 숭례문이나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숭례문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뀌게 된다. 이래저래 국보 1호 자격 논쟁은 끝나게 되었으나 논쟁의 본질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반가운 일만도 아니다.
삽화=권휘원 화백 남원을 비롯해 김해 함안 합천 고령 고성 창녕 등 한반도 남쪽의 연맹 왕국인 가야국의 고분군(Gaya Tumuli)이 세계유산 등재에 첫걸음을 뗐다. 지난 1월 제출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지난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등재신청서 완성도 검사를 통과하면서 가야 고분군이 본격적인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유네스코 현지실사는 오는 8~9월께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 7월 개최 예정인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 고분군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전북지역 가야 유적지는 남원과 완주 무주 장수 진안 임실 순창 등 7개 시군에 모두 822곳에 달한다. 이 중 가야국의 존재를 방증하는 유적인 고분과 제철유적 봉수 등이 776곳이다. 특히 남원 유곡리 두락리 고분군에는 40기의 봉토분이 존재하며 이 중 지름 20m가 넘는 대형고분도 12기나 있다. 이곳에선 금동신발편과 청동수대경 등 축조세력이 지배계층이었음을 알 수 있는 금속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장수 백화산 고분군에서는 호남지역 가야국의 철제 유물의 실상을 밝혀 줄 단야구가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단야구는 철기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망치 집게 모루 등의 도구로써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타격흔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들 남원과 장수 등지에서 발견된 제철 유적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야국이 철의 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야의 중심지로 꼽는 김해와 고령에서는 제철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원시에선 5~6세기 철과 봉수로 문화유산을 꽃 피웠던 기문(己汶)가야의 유적지 정비와 전시관 건립에 나섰다. 올해부터 총 사업비 195억 원을 들여 운봉고원 유곡리 두락리 고분군 일대에 유적 전시관을 세운다. 또한 매장문화재 지표발굴조사와 함께 유물 소장품 구입 등을 통해 역사적 유물을 보존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역사문화자원 활성화에도 나선다. 다만 전북의 가야 세력이 독자 세력임을 규명하는 노력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학계에선 아직 전북의 가야 세력이 영남권 대가야의 하위집단으로 보는 게 통설이다. 반면 전북에서는 남원 기문가야 등이 백제와 대가야 사이에 존재한 독자적 세력으로 보고 있다. 봉수와 제철유적 고분군, 그리고 중국계 청자인 계수호(鷄首壺) 등이 중국과의 독자적 외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가야에 귀속되지 않은 느슨한 연맹체 상태로 보고 있다. 어쨌든 1500여 년 전 찬란했던 철의 왕국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전북이 세계적 문화유산 명소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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