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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지역감정

삽화 = 정윤성 기자 남북으로 두 동강 난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호남이다 영남이다 충청도로 나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963년 대구 공화당 박정희 후보 유세장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이 천 년 만에 신라의 임금을 모시자고 연설, 지역주의 교조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제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 초원 복국집에서 유력기관장들을 불러 모아우리가 남이가 아니지라고 발언,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때마다 지역주의를 부추긴 사람들은 영남권 정치인들이다. 그 이유는 영남이 호남보다 유권자가 많아 영남 유권자가 똘똘 뭉치면 당선이 유리하기 때문에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그간 박정희가 쿠데타로 18년간이나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줄곧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영남 출신들이 정권을 잡았다. 망국병이라 일컫는 지역주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들이다. DJ가 천신만고 끝에 충청권 JP와 손을 잡아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에 비할바는 못 된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 김해 출신이지만 지역주의보다는 진보세력을 결집해서 정권을 잡았고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해 한다. 사실 전북인들은 영남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 때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를 한 바람에 지역감정이 한(限)으로 굳어졌다. 정치인들이 표 모은 데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연고주의와 감성을 활용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면 손쉽게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때마다 악령 같은 지역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도 달라질 수 있다. 전북은 유권자가 적어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빅3정도만 관심이 있지 마이너 후보들은 외면한다. 국민의 힘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전북서도 예전과 달리 MZ세대들의 당원 가입이 부쩍 늘었다. 전북 출신 재선의 정운천 의원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려고 서진정책을 쓴 결과가 약발을 받고 있다. 선거가 일상이 되면서 모든 선거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인들은 민주당이 지역을 지배한 탓에 민주당 대선 후보에 관심을 갖지만 국민의 힘등 야권 후보에도 관심을 갖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야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모든 게 끝장날 것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인물이 대권을 잡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8.01 16:44

시인과 도시의 기억

삽화 = 정윤성 기자 시인이었던 스승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50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히 바쳤던 제자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존경해온 시인을 대학생(전북대 국문과)이 되어 스승으로 만난 제자는 사제의 인연을 인생의 축복으로 받아 스승의 시정신과 청빈했던 삶의 태도를 평생 자신의 귀감으로 삼았다.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제자 허소라 시인(1936-2020) 이야기다. 스승의 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시인이 되고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석정문학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향토시인 목가적 서정시인으로만 알려져 왔던 석정은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노정, 그 주인공이 되었다. 석정은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도 현실을 직시하며 치열한 시정신으로 저항시를 발표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정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자는 왜곡된 시각과 편향된 평가로 석정이 향토시인 으로만 폄훼된 현실을 문단적 야맹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시의 자연적 서정성과 현실참여라는 이원적 경험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통합하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온 시인. 제자는 한국시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스승의 시세계를 제대로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발표작은 물론 미발표작까지 찾아내 정리하기까지 꼬박 40년 세월이 걸렸다. 석정시인의 미발표작 시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였다. 대부분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진보적인 역사 인식을 담고 있는 이 시들은 1974년 석정이 작고한 직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것들이었지만 석정의 육필원고를 간직해왔던 제자는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과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시인의 고뇌가 그대로 담긴 이 시들을 공개해도 좋을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석정은 더 이상 전원시인 목가시인 등의 수사적 틀에 갇히지 않고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저항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석정이 살았던 노송동 <비사벌초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미래유산은 미래까지 이어가고 기억해야 할 유무형의 가치 있는 것들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비사벌초사>가 위기에 놓였다. 노송동 일대의 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다. 일제의 강압에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친일시 한편도 쓰지 않았던 석정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 도시의 기억은 도시를 살리는 힘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는 현장에서 기억의 가치를 살려내는 지혜가 지금 필요해 보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7.29 16:28

전북 제조업 사고 한 해 800명이라니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좀체 줄 기미가 없다. 최근 3년간 도내 제조업 사업장 사고 재해자는 2522명으로, 2018년 807명, 2019년 884명, 지난해 831명에 이른다. 한 해 800명대 사고가 의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착돼서야 되겠는가. 사고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 방심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끼임 사고에서부터 물체에 맞거나 깔림 사고, 화재폭발파열 사고, 추락사고 위험 등이 곳곳에 도사린다. 특히 몸이 기계 등에 끼이는 끼임 사고는 제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다. 최근 3년간 도내 사고 재해자 중 31.96%인 806명이 기계설비에 끼이거나 감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10월 도내 한 제조업 사업장에서 기계설비를 청소하던 근로자가 기계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실수로 전원작동 버튼을 눌러 손가락이 절단됐다. 같은 해 4월에는 회전식 밴딩기를 조작해 작업을 하던 중 기계 회전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서 손을 넣어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사고의 경우처럼 끼임 사고가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로자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사업장의 방호 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노동부가 2016년부터 4년간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중 기계의 방호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 비율이 52.6%에 이르는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최상위권일 정도로 산업안전 후진국이다. 경제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시켰고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부도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취약 사업장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현장의 의식 변화가 함께 따라야 한다. 생산성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의식 변화 없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7.29 16:28

자치경찰과 도의회의 파행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라북도의회가 업무 보고를 놓고 서로 입장이 맞서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이나 도의회 모두 전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도민의 권익보다는 기관의 입장에서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형규 전북 자치경찰위원장의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 보고를 놓고 불거졌다. 자치경찰의 전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을 마친 이 위원장이 사무국장을 통해 세부적인 사업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승우 행정자치위원장이 위원장이 아닌 사무국장의 업무 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자치경찰위원회가 의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산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보고드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독립된 기구인 자치경찰로서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도의회 행자위 위원들이 도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행자위 위원들은 도의회에서 요구하면 자치경찰 위원장은 출석답변해야 한다는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도의회의 조례가 잘못됐다고 들고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자치경찰 사무가 자치단체 사무라고 되어 있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되고 말았다. 도의회에서 상위법 위반 여부로 충돌한 것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도의회에서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하자 전북도가 상위법 위배와 행자부의 거부 지시를 내세워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가 재의결에 나서자 결국 대법원 제소로 이어졌고 3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로 결론 났다. 이후 전북도와 도의회는 자체 협약을 통해 5대 출연기관장만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 탄생한 자치경찰제가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 자치경찰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경남자치경찰위원회는 조직운영과 예산 편성집행에 관해서만 도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지방의회와 자치경찰의 불필요한 마찰과 논쟁을 종식하려면 관련 법규의 정비가 급선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7.28 16:24

송 지사의 3선 방정식

삽화 = 정윤성 기자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가 최근 화제가 됐다. 비서실장 사퇴를 계기로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화 함과 동시에 사실상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측근이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크게 부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거물급 없는 무난한 대진표가 예상됨에 따라 출마 쪽에 기울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와 달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쉽게 점칠 수 없는 변수들이 잠복돼 있어 속단 하긴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다. 송 지사 자신도 지난 달 취임 3주년 회견에서선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발언 배경으로 한층 열기를 더해가는 대선 레이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10월 중순께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김승수 시장이 지방선거에 불출마 함으로써 긴장감은 한풀 꺾인 국면이다. 무려 16년간 날을 세웠던 김완주-김승수 체제와의 악연(惡緣)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그런 데다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윤덕안호영 의원조차도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 따른 역학 관계를 지켜봐야 할 처지다.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이들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과 정세균 후보 진영에 각각 몸담고 있어 경선 결과에 따른 파괴력과 리스크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최악의 경우 도지사 출마 자체를 재고해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따지고 보면 송 지사 대세론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6살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킨 국민의힘 약진도 민주당 입장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젊음과 역동성을 앞세운 이 대표 이미지가 정치권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2030 세대 표심의 거대한 물결이 선거 승패를 결정 짓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여야 모두 트라우마가 생겼다. 정치권 세대 교체와 함께 정당 공천의 혁신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야 겠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즉 바뀌지 않으면 꺾이는 환골탈태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환경을 둘러싼 유불리에 의존하기 보단 자신만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자강론(自强論)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송 지사의 3선 피로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법적으로 엄연히 3선 연임이 가능한데도 걸핏하면 피로감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된다. 전임자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물이 무엇이냐는 도민의 불만 표출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행정의 달인답게 안정적인 도정운영 능력은 점수가 후한 데 비해 역동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북이 처해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창조적 파괴의 불도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리더십에 목말라 하는 유권자 기대치도 큰 편이다. 이같은 기류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7.27 16:28

다윈의 아치와 자연의 경고

삽화 = 정윤성 기자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19개의 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린다. 깨끗한 환경으로 고유종(固有種)의 생물이 많기 때문이다. 1535년 처음 발견된 이 섬들에는 바다거북이 많이 살아 거북을 뜻하는 에스파냐어 갈라파고스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갈라파고스는 1835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탐사한 이후 널리 알려졌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의 섬마다 독특하게 변이를 일으킨 핀치새들의 부리 모양에 따른 진화과정을 관찰해 1859년 역작 <종의 기원>을 저술했다고 한다.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찰스 다윈의 이름이 붙여진 다윈의 아치가 명물 바위로 꼽힌다. 자연 침식으로 가운데가 뚫려 마치 아치형 다리와 같은 경관을 뽐내며 갈라파고스 제도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갈라파고스의 상징인 다윈의 아치가 지난 5월 17일 붕괴돼 전 세계가 안타까워 했다. 폭 23m의 아치 부분이 무너져 두 개의 기둥만 남았다. 에콰도르 환경부는 자연 침식을 붕괴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을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엘니뇨가 자주 일어나면서 거세진 태풍에 노출돼 침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다윈의 아치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이 홍수와 폭염, 산불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달에만 벼락과 폭우로 200명 가까이 숨졌고, 독일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도 최근 내린 폭우로 2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50도를 넘는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폭염이 심상치 않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0 폭염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일수는 2016년 22.4일에서 2018년 31.5일로 증가했다. 평년(1981~2010년) 10.1일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전북에서는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폭염으로 열탈진열경련열사병 등 총 38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대규모 참사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평균 온도가 상승한 지구에서 북미 지역에 5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한 것은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1t이다. 자전거 출퇴근과 텀블러 이용, 페이퍼타올 대신 손수건 사용, 배달 음식 포장재 줄이기 등 일상 생활에서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1인당 연간 1t 정도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연이 던지는 경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생존 문제가 된 기후위기 극복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7.26 16:26

거꾸로 간 전북발전

삽화 = 정윤성 기자 지역발전은 SOC 확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은 4차 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배제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전북은 입이 백 개라도 중앙정부에 할말이 없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김제공항을 건설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필요 없다고 주민들이 걷어찼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송하진 지사가 불씨를 살려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 중에 있는데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부 환경단체에서 발목을 잡고 나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김제공항을 무산시킨 건 전북발전에 가장 큰 패착이었다. 2008년에 김제공항을 무산시키지 않고 건설했으면 오늘날 전북의 하늘길이 열리면서 새만금개발도 빨라졌을 것이다. 퇴출된 김제 벽성대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김제공항건설이 무산되면서 전북발전이 터덕거렸다. 그 당시 김제공항을 개발한 다음 항공수요에 따라 더 확장해 나가면 국제공항으로도 개발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공항은 필수다. 새만금개발이 더딘 원인도 공항이 없어 투자를 꺼린다. 외국 투자자나 바이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1시간권이 아니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새만금개발이 멀어지고 있다. 지금와서 김제공항건설 무산건을 되짚는 이유는 다시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는 뜻에서 반추해보는 것이다. KTX혁신역사를 백구쪽에다가 설치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었다. 김완주 전지사가 익산표를 의식해서 거론 조차도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당시 채수찬 전의원만 혼자서 외롭게 이 문제를 다뤘다. 채 전의원은 큰 그림을 그리고 볼줄 아는 경제학자였다. 그의 주장대로 혁신역사를 백구쪽으로 당겨서 건설했으면 익산식품클러스터는 물론 새만금개발 그리고 전주권개발도 달라졌다.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까 지역발전 기회를 놓쳤다. 정치인인 지사는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의 기회를 놓친 것도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다. 최규성 전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통합이 무산된 것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김제 완주 선거구를 고수하려다가 통합의 기회를 놓친 것. 통합찬성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는데 최 전의원이 찬물을 끼얹어 무산시켰다. 지금와서 불씨를 살려 보려고 하지만 국회의원 군수 등의 이해관계로 어렵게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통합 청주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주 완주 통합을 내년 지선전에 이뤄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송하진 지사, 안호영 의원,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가 머리를 맞대고 통합논의에 불을 당겨 양 지역의 의회가 앞장서면 된다. 먼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게 선행사항이다. 통합조건에 통합시장은 완주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그간 전주시 때문에 완주가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완주발전을 위한 특별발전기금을 예산에 편성해서 줘야 한다. 특례시 지정보다 통합이 지역발전에 더 유리하다. 지금 전주와 완주군민들은 2세들의 미래를 내다보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전북이 발전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7.25 16:31

동물의 법적 지위

삽화 = 정윤성 기자 딕 휘딩턴(영국, 1358~1423)은 상인으로 큰돈을 벌어 후에는 런던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600년 전에 활동했던 그의 이름이 오늘날에 이르러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다양한 기록으로 전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사회를 위해 내놓은 전 재산으로 지어진 병원과 구제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주지 등이 600년 가까운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영국의 이름난 무역상이었던 휴 피츠워렌의 도움을 받아 상인이 된 휘딩턴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으며 후에는 리처드 휘딩턴으로 불리며 경(sir) 칭호까지 받을 만큼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고양이 상인 휘딩턴>으로 후세에 전한다. 그가 부를 축적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온전히 그의 반려동물이었던 고양이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전해지는 동물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만큼 인간과 동물이 상생해온 역사가 길다는 증거겠지만 그에 비해 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보호 받아온 역사는 지극히 짧다. 일찍 동물보호에 눈을 뜬 나라들조차 법적으로 내용을 명시한 것은 1800년대 들어서이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각 나라마다 본격적으로 동물보호법 제정에 나선 것은 1900년대에 이르러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맞아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나 동물 학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반려동물을 학대해 다치게 하거나 죽는 경우에도 동물을 유체물(물건)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훼손했을 때 가해지는 재물손괴죄와 비슷한 처벌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8%,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견은 602만 마리, 반려묘는 258만 마리나 된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동물이 늘고 있고, 동물 학대도 여전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데 이어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새로워진 동물의 법적 지위(?)는 더이상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의 시대,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는 길이 이제 조금 더 넓어졌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7.22 16:49

분양가 고삐 푼 전주시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시가 최근 대박을 낸 전주 호성동 공동주택 용지는 민간인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발한 땅테크였다. 애당초 이 부지는 무연고 분묘들이 산재한 공동묘지 터였다. 에코시티가 조성되면서 도시 미관 저해와 생활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전주시는 2만여 기에 달하는 무연고 분묘 정비사업을 4년여에 걸쳐 추진했다. 이후 2018년 4월 자연녹지였던 공동묘지 터 2만2317㎡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전주시는 올해 초 분묘 정비사업이 완료되자 지난 4월 해당 부지에 대한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 예정가격은 231억 원으로 3.3㎡당 341만 원 선이었다. 에코시티 분양가 34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온비드를 통해 매각 입찰을 진행한 결과, 전국 부동산 개발 및 건설업체 32곳이 몰리면서 응찰가격도 폭등했다. 매각 예정가격의 2배 이상 써낸 업체들이 많았지만 최종 낙찰가는 812억 원에 달했다. 예정가 대비 3.5배가 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전주시는 일거에 막대한 세수를 확보했지만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땅장사에 나섰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생태문화도시를 표방한 전주시가 쾌적한 도시환경과 정주여건 조성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함에도 되레 자연녹지를 풀어서 아파트 개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주시는 여름철엔 도심 열섬현상으로 인해 전프리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천만그루정원도시계획 사업을 추진하고 도로를 파내 나무 숲길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녹지를 없애고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전주시가 옥죄어온 아파트 분양가 고삐를 스스로 풀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전주시는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800만 원대 밑으로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매를 통해 공동주택부지 땅값이 에코시티 토지 분양가의 3.5배가 넘는 3.3㎡당 1213만 원에 달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지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해당 부지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600만 원대는 돼야 사업성이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 부지는 분양가 상한 제한을 받는 공공택지도 아니다. 결국 전주시가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아파트 분양가 고삐만 풀어준 셈이다. 분양가 고삐가 풀리면 그 부담은 그대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전가되고 그만큼 무주택 서민과 젊은층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게 된다. 행정이 수익사업에 나서지 못하게 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7.21 16:27

새만금 ‘小지역주의’

삽화 = 정윤성 기자 새만금개발청이 크고 작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정부 이후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자치단체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빈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찔끔 예산과 터덕 공사로 개발이 늦어지면서 도민들에게 소외와 실망을 안겼던 새만금이 이제야 용틀임을 하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 새만금개발청이 있기에 민원 창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김제시의원들이 최근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준배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지난 달에도 이들은 관할권 문제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10만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군산에서도 신영대 의원과 강임준 시장이 앞장서 개발청의 독단적 사업철회를 촉구하며 시민 감정을 자극했다. 시민단체들도 이에 가세하며 수상 태양광 설치에 따른 기득권을 보장해 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만금과 접해 있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의 지역이기주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 3개 자치단체 갈등과 대립은 내부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5년여 만에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12호 방조제 관할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는 자기중심적 편향 논리를 앞세워 사사건건 충돌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수변도시 건설과 태양광 쿼터제 논란이 그 것이다. 자치단체의 이같은 과도한 움직임에 내년 선거를 앞둔 단체장의원들의 속셈이 반영된 결과라고 의심한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들 입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 그간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산이다. 그뿐 아니라 국면 전환용 물타기를 통해 정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까지 엿보인다. 지역 현안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 여론을 호도한다고 시선이 곱지않다. 어쨌거나 새만금은 전북 차원에서 다뤄야 할 현안이다. 소아병적인 지역 자치단체 이권 놀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국적 견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지난 달에는 송 지사를 포함해 이들 3개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새만금권역 행정협의회가 출범했다. 얽히고 설킨 현안을 이 곳에서 용강로처럼 녹여 상생 합의를 도출하자는 취지다. 보름 만에 첫 결실로 수상태양광 배분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해결됐다. 이후 새만금 해결사로서의 부푼 기대를 가졌으나 박준배 시장이 다시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래전부터 이런 자치단체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까닭이다. 새만금은 전북에 있어 꿈과 희망을, 미래를 내다보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설립 5년 만인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이전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새만금이 아닌 지역에서 5년간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새만금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간접적으로 투영됐다. 우리끼리 티격태격할 시간이 없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7.20 16:52

역선택과 상도의(商道義)

삽화 = 정윤성 기자 조선시대 5일장 형성에는 보부상의 역할이 컸다. 지게에 짐을 지고 다니는 등짐 장수 부상과 보자기에 싼 짐을 팔러 다니던 봇짐 장수 보상을 합한 보부상이 5일장의 주역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상거래 형태도 변했지만 5일장은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다. 부상은 조선 초기 조정의 지원으로 부상단을 만들어 서로 도우며 활동했고, 조선 후기에 나타난 보상은 보상회란 조직을 만들고 규칙을 정해 고객을 속이거나 지나친 이익을 남기는 것을 단속했다고 한다. 보상과 부상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고 부끄럽지 않게 장사하겠다는 상인 정신의 철학이 있었던 셈이다. 조선 조정은 1883년 부상과 보상을 하나로 통합하고 관리기관인 혜상공국(惠商公局)을 설치해 이들의 활동을 보호하고 지원했다. 보부상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대신 전시에는 식량과 무기를 운반보급하고 직접 전투에도 동원됐다. 권력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특권을 누리고 정치적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임원을 선출하고 안건 심의를 위한 총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보부상은 직업적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신분증인 험표(驗標) 뒷면에 망언하지 말 것(勿妄言), 행패부리지 말 것(勿悖行),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 것(勿淫亂), 도둑질하지 말 것(勿盜行) 등 4가지 계명을 새기고 이를 어기면 엄한 벌칙을 가했다고 한다. 상도의와 신의, 예의를 기본정신으로 보부상 상호간의 상부상조 전통과 엄격한 윤리규범을 확립했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보면 비웃을 일들이 요즈음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역선택 조장과 정치권의 상도의에 대한 비난이 오갔다. 논란을 부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이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해 달라고 앞다투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기꺼이 한 표 찍어 드리려고 신청 완료했다. 모두 민주당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하셔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어 달라고 적었다. 야당에게 쉬운 상대를 역선택해 정권교체를 성공시키자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정치를 불신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행위, 비열한 짓이라고 맹비난하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 선거인단 취지 자체가 지지자나 당원이 아닌 사람들의 의견도 듣겠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맞섰다. 역선택은 여야 모두에게 자유롭지 않은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룰 논의를 겨냥해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시스템의 문제점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공개적인 역선택 조장 행위는 정치권의 상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보부상의 상인 정신과 철학을 정치권이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7.19 16:44

종이사전의 귀환

삽화 = 정윤성 기자 책장 맨 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은 책들은 대개 오래되었지만 자주 찾지 않게 된 것들이다. 그중에는 아무래도 사전류가 많다. 언제 적 샀던 것인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국어, 한자, 영한, 영영사전이나 마음먹고 샀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같은류다. 이 사전들은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번에는 없애자고 마음먹고 꺼내놓았다가 번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들인데, 그 쓰임은 적어졌으나 아직은 존재감(?)이 있다는 증거겠다. 사전은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을 이른다. 인터넷상의 해설에는 최근에는 콤팩트디스크 따위와 같이 종이가 아닌 저장 매체에 내용을 담아서 만들기도 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전은 고대 수메르인들이 만든 <우라 후불루 용어집>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2300년 경 쓰인 아카드 제국의 쐐기문자 조각으로 남은 이 용어집은 수메르인어의 낱말 목록을 표준화한 것인데, 그 뒤로 이어진 사전을 보면 단어나 사투리, 전문 용어 등의 뜻풀이부터 호메로스 작품 용어집 같은 특정한 분야를 다루는 사전까지 그 확장과 쓰임의 발전이 흥미롭다. 백과사전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인간과 문화, 사회, 생활, 학예 전반에 관한 사항을 통합 분석하고 정리해 해설한 백과사전은 단순히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과 지식의 보고다. 백과사전의 기원인 고대 로마시대 박물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도 고대세계의 천문 지리 인문 자연학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집대성 한 것으로 고대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 받는다. 종이책 형식에 의존했던 사전은 이제 그 형식과 쓰임이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모든 정보와 지식의 공유가 가능해진 시대, 디지털의 시대가 가져온 변화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종이책은 위협받는 존재가 됐다. 종이사전 역시 그 처지가 다르지 않다. 뜻밖에도 종이사전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이 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13일) 어학사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4%가 증가했단다. 특히 국어사전 판매율은 140%나 늘었다. 구매 독자층은 40대 여성이 39.5%로 가장 높다. 교보문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녀들의 학습공백이 학력 격차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배경이야 어떻든 고전을 면치 못했던 종이사전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일터. 종이사전의 귀환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7.15 16:48

당 대표의 리더십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가 본격 대권레이스에 들어간 가운데 당 대표의 리더십이 대선정국의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이끌어갈 당 대표의 리스크가 대선 풍향계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구원 등판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모두 취임한 지 불과 한두 달씩 밖에 안됐지만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시험대에 오른 송영길 대표는 취임 직후 조국사태 사과에 이어 청와대 인사 검증 부실 문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비판, 종부세 완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각에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내 친문계를 향해서도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을 언급하며 누구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친문진영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내홍 조짐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부동산 의혹 국회의원 탈당 권유, 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의 대선 국민 면접관 섭외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당내 비토 정서도 형성됐다. 급기야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이재명 지사와 반이재명 구도로 양분되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가까스로 경선 연기론을 잠재우면서 송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대선레이스를 향해 순항에 들어갔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외 무선인 30대 이준석 대표가 등장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젊고 참신함에 2030세대가 열광하면서 세대교체의 기수, 정치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백팩에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모습과 토론 배틀로 당 대변인을 선정하는 등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의 위기에 처했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에 이어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사태로 인해 코너에 몰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격 합의한 사실이 발표되자 당내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결국 합의한 지 100분 만에 번복했지만 당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적 미숙함 때문에 송영길 대표에 말렸다는 지적과 함께 당 지도부와 소통없이 독단 정치를 하면서 제왕적 대표, 젊은 꼰대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치 철학과 정책 아젠다 부재를 꼽기도 했다. 대선정국에선 대권주자가 뽑히면 당의 무게 중심은 후보자로 급속히 기운다. 그러나 대선 후보를 선출 전까지는 심판관인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 대표의 리스크가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7.14 18:08

이준석의 줄타기

삽화 = 정윤성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지난 주 대비 1% 가량 높았다고 한다. 2016년 국정농단 이후 극히 드문 일이다. 최근 들어 이준석 돌풍으로 인해 2030 세대 입당이 러시를 이룬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일이다. 이 대표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젊고 파격적인 행보는 기대 이상의 역대급이다. 국민의힘 지지 회복은 물론 대선 레이스에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된 9일, 이에 못지않게 놀랄 만한 뉴스가 이준석 대표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이날 윤석열 전 총장과 회동을 언급하며 저희 당은 훌륭한 좌장 역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좌장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윤 전 총장같이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 전 위원장에 매달려야 한다며 그의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위상에 대해서는선대위원장이든 뭐든 어떤 역할이든지 후보 옆자리 정도엔 계실 것 같다며 드러내놓고 대선 중용을 시사하기도 했다. 젊고 역동적인 36살 대표가 80대 원로의 경륜을 부러워 할 순 있다. 이 대표 자신도 정치 경력이 부족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한 수권정당 면모를 갖추기 위한 자강론(自强論)과는 역 주행한 느낌이다. 독선적이고 노회한 이미지의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의 쇄신 바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케미가 맞지 않는다. 문득 이 대표가 지난 달 당선 소감에서 밝힌 비빕밥론이 떠오른다. 밥과 함께 비비는 식재료의 고유한 맛을 충분히 살려야 제 맛을 낸다며 그는공존을 강조했다. 그러나 식재료는 신선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이를 제대로 골라 쓰지 못하면 오히려 맛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젊음참신진취 아이콘인 이 대표 이미지에 흠집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김 전 위원장의 뿌리는 전북 순창이며 명문가 집안이다. 그런데도 호남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못해 야박할 정도다. 당내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마다 등판하는 그의 구원투수 역할에 대해서도 못마땅해왔다. 고향 사람인데도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순전히 그의 과거 행보 탓이다.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이 됐다. 전두환 신군부시절 국보위 참여는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작년 광주 5,18 묘역에 무릎 꿇고 사죄할 때도 진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국민의힘은 호남 서진(西進)정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지금의 인기는 어찌보면 반사 이익에 편승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집권여당 민주당의 국정 실패에 분노한 유권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여야 혁신 경쟁을 통해서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것은 첫 걸음이다. 민주당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유권자 충고에 귀 기울일 때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7.13 17:08

여배우와 보신탕

삽화 = 정윤성 기자 미국에 MM(마릴린 먼로)가 있고, 이탈리아에 CC(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BB(브리지트 바르도)가 있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를 풍미한 세계 3대 육체파 여배우들 가운데 브리지트 안마리 바르도(Brigitte Anne-Marie Bardot)는 공식적으로 처음 비키니를 입은 여배우다. 1934년생으로 올해 87세인 그녀는 22세 때인 1956년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출연해 관능미를 뽐내며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라 1960년대 세계 영화계를 달궜다. 39세 때인 1973년 영화계에서 은퇴한 바르도는 동물보호운동에 투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은퇴 이후 동물애호가로의 삶이 더 부각된 여배우다. 바르도는 1980년대 부터 개고기를 먹는 야만스러운 한국인이라며 대한민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했다. 바르도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 식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보신탕집은 1983년 7월부터 서울 4대문 밖 뒷골목으로 밀려났고, 1984년 5월부터는 서울시내 전역에서 보신탕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나 바르도의 개고기 문화 비난은 이후에도 계속돼 1995년 2월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신탕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바르도의 동물보호운동은 인종차별 논란을 부를 정도로 광신적이어서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 변화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개 식용을 금지하는 입법 논의가 본격 시작됐고, 2018년 국내 3대 개고기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이 사라진 데 이어 2019년 7월 부산 구포 개시장도 문을 닫았다. 초복인 지난 1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대구 칠성 개시장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동물보호연대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 전국 50여 개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한국세시풍속사전과 한국의식주생활사전에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 등의 삼복 더위를 물리치는 복달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개장국, 삼계탕, 팥죽이 소개돼 있다. 개고기를 먹은 시기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개장국을 식용한 것은 조선 중기부터라고 한다. 개장국은 동의보감과 동국세시기는 물론 조선왕조실록과 목민심서 등에도 기록돼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시대다. 시대적 관습과 가치관이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라고 해서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복날 복달임으로 개고기를 먹고 왔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복달임 문화의 변화와 함께 개의 인생도 달라지고 있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7.12 17:03

표 값어치를 높이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지역의 대표를 보면 그 지역의 주민의식 수준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그냥 분위기에 따라 대충 선거 때 표를 찍었다. 주로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표를 찍는 기준이 되었다. 공약이나 정책을 꼼꼼하게 살려보고 표를 찍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선과 지선을 5년4년마다 하는 의례적인 행사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만큼 중요한 게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서 전북인의 표 값어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전북은 인구가 줄어들어 대선 때 전북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안방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표를 얻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힘은 아무리 노력해도 두 자리 득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선 주자들 머릿속에 전북이 너무 가볍게 인식되는 바람에 지역발전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사실 전북의 애타는 목소리가 모깃소리 마냥 너무 작아 중앙 정치권에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번 4차 철도망 구축 계획에 전북이 요구했던 사항이 하나도 반영 안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180만이 무너진 전북이 앞으로 살아갈 길은 대선이나 지방 선거 때 표를 쉽게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표 한 표를 쌈짓돈처럼 소중하게 아끼고 아껴서 행사해야 한다. 그간 선거 때 민주당에 몰표를 주다 보니까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소중하게 생각지 않았다. 몰표를 줬으니까 전북 몫이 챙겨질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민주주의 하는 데는 51대 49가 황금분할 선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서로가 잘 하려고 경쟁의 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도민들의 선거의식만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풍토를 도민들이 만들었다. 지금 와서 누굴 탓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우리가 만들어 놓았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역 발전이 안 되고 낙후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도 결국 우리가 만든 셈이다. 자업자득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생각이 칼날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표 값어치를 올릴 수 있다. 지사나 단체장 선거가 9월 민주당 대선 경선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 올여름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의 힘 대선 경선 버스의 출발도 예정돼 있어 모처럼만에 경쟁의 정치가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대선의 풍향계에 따라 지선이 요동칠 수 있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이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면 전북은 민주당 정서가 더 견고해지고 국민의 힘이 잡으면 경쟁의 정치가 싹틀 수 있을 것이다. 도민들도 대선이 자신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고 신중하게 대선판을 읽어가야 한다. 표 값어치를 높여야만 전북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7.11 16:54

아기가 있는 국회 풍경

삽화 = 정윤성 기자 5년 전쯤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호주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녹색당 라리사 워터스 연방 상원 의원이 주인공. 자신의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등원해 회의 도중 당당하게(?) 젖을 먹인 그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의회에 더 많은 여성과 부모들이 필요하며, 더 가족 친화적이고 유연한 근무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고 보니 워터스는 연방상원의원 회의장에서 모유 수유가 가능한 규정을 이끌어내는데 앞장섰던 장본인이었다. 다시 화제를 모은 사진이 있다. 뉴질랜드의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아기를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상황은 동영상으로도 공개되었는데, 맬러드 의장이 아기를 안고 흔들면서 발언시간을 넘긴 동료의원을 제지하는 등 회의를 그대로 주재하는 광경은 새로웠다. 국회를 더 현대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맬러드 의장은 취임 초기에도 아기와 함께 등원한 동료 의원의 아기를 안고 회의를 진행했었다. 지난 5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두 달이 채 안된 자신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국회의사당에 나왔다. 출산 휴가를 마친 그의 첫 출근 풍경은 낯설지만 따뜻했다. 용의원은 이날 아기를 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발의한 아이동반법이 통과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들도 출산 및 육아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우리나라는 아기를 동반할 경우, 의사당 건물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회의장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 회의장에는 의원국무총리 등 회의하는 데 필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한 국회법 때문이다. 예외로 국회의장이 허락한 사람의 경우엔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기 동반이 이뤄진 예는 없다. 용 의원이 지난 5월, 동료의원 61명과 함께 발의한 아이동반법은 임기 중 출산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때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동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육아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아이동반법은 이전에도 발의된 적이 있지만 국회임기 종료로 폐기됐었다. 여성 의원들이 아이를 낳고도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아이 동반 뿐 아니라 모유 수유가 가능하도록 내용도 발전시킨다. 우리나라도 법 제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 폭언과 폭력까지 난무하는 우리의 국회 회의장을 떠올려보면 더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7.08 16:32

철도 오지 전락한 전북

삽화 = 정윤성 기자 철도가 21세기를 맞아 육상 교통물류 SOC로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등 육상 교통망이 대폭 확충됨에 따라 한때 뒷전으로 밀려났던 철도가 고속철 도입으로 운송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철도망 구축이 지역 발전의 핵심 SOC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독일 폴란드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북한과 남한 등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망 구축프로젝트가 UN에서 본격 제안되면서 철도는 국가 경제발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원주에서 열린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 개통 행사 때 도로가 20세기 경제발전 동맥이었다면 21세기 경제와 사회 발전의 대동맥은 철도라며 일상의 대전환을 이끄는 힘이 철도에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철도망을 확대해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기겠다며 2025년까지 70조 원 이상을 투자해 고속철도와 간선 철도망 구축, 대도시 광역급행철도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지난달 29일 오는 2030년까지 92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광주 송정~서대구를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를 비롯해 충청권 광역철도 대구권 광역철도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등 모두 44개 철도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전북관련 철도사업은 단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 새만금의 육상 물류망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와 새만금~목포 철도 건설은 제외됐다. 송하진 도지사와 국토교통위원회 김윤덕 의원이 자신했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마저도 빠졌다. 완주산업단지에서 전라선에 연결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철도는 한국교통대학 철도전문대학원의 경제성 분석에서도 1.10을 기록,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됐고 사업비도 고작 4000억 원에 불과한 데도 누락되고 말았다.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우려해 언론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전북정치권의 노력과 역할을 수없이 촉구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강원충청권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국가철도망 반영을 위해 어떻게 뛰고 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시시각각 전하면서 도내 단체장과 의원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그러나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했다. 국가철도망 전북 패싱은 전북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 대응 전략 부재 등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전북발전 운운하며 내년 선거에서 큰 일 하겠다고 나서려는 것은 전북도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라북도가 발전하려면 사람 보는 안목부터 가져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7.07 17:42

불출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삽화 = 정윤성 기자 김승수 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갑작스런 그의 거취 표명에 당혹스럽지만 일단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얼마전만 해도 그의 행선지는 도지사와 3선 도전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어느 자리가 최종 선택될 지 그게 관심사였다. 그랬던 그가 예상을 뒤집고 이 두 자리를 모두 마다하겠다고 돌출 발언을 한 셈이다. 주변에서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지만 무엇보다 김승수 시장 부인의 농지법 위반이 결정타였다고 한다. 지난 4월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전국이 들끓자 김 시장은 누구보다 먼저 이를 적폐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전주시가 연일 고강도 근절책을 쏟아내며 관련자 엄벌을 천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실제 투기의심 다주택자 4명을 승진 탈락시키고 부동산 허위자료를 제출한 직원 승진도 취소했다. 더 나아가 전 직원 부동산 전수조사까지 진행하며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직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했던 김 시장의 아내가 투기에 연루됐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직원들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후 직원들에게 그의 영(令)이 서지 않는 것은 물론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는 직원 시선조차 곱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 일부에선 그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국면 전환용 꼼수 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지만 곧 돌아올 거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담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윤덕 의원과의 함수 관계를 주목하라고 권한다. 예상치 못한 김 의원의 도지사 출마 선언에 그의 스텝이 꼬였다는 소문이다. 송 지사에 맞서 연합 전선을 기대했던 김 의원 출마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 그 이후 김 시장의 전주을 재선거 출마설이 불거진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이상직 의원의 재판 추이를 감안하면 내년 3월 대선이나 6월 지방선거 때 재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실상 김 시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공석인 지역위원장 선출 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불출마를 서두른 것도 민주당 조강특위 구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강특위선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전제로 대상자 선정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시점에서 그의 선택지는 국회의원 출마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실제 전주을 지역구로 이사하며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부인의 농지법 위반은 김 시장의 주홍글씨나 마찬가지다. 민주당 쇄신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의혹 국회의원에게 탈당 권유의 철퇴가 내려졌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는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자의 페널티 부과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김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갑을 김 시장이 승계한다는 밀약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 번 꼬인 스텝은 다시 뛸 때까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7.06 17:38

인간보다 나은 반려동물

삽화 = 정윤성 기자 인간보다 개가 낫다 19세기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Schopenhauer1788~1860)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반려견 푸들 한 마리와 살았다고 한다. 그와 처음 만난 반려견은 화풀이용 이었던 것 같다. 당시 독일 철학계를 석권하고 있던 헤겔에 대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쇼펜하우어는 반려견의 이름을 헤겔로 지어 화가 날 때마다 욕을 퍼부으며 화풀이 했다고 한다.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쓴 책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에는 쇼펜하우어의 반려견 이야기도 소개돼 있다. 헤겔에 대한 적개심을 반려견에 표출했던 쇼펜하우어였지만 반려견의 충직함에 감동해 개가 인간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쇼펜하우어는 반려견 이름 헤겔을 인도의 성전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용어인 아트만(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참된 자아)으로 바꿨다. 쇼펜하우어는 거짓에 의해 흐려지지 않은 개의 맑은 눈에서 세계의 영혼을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을 혐오한 염세주의, 염인주의에 빠졌던 쇼펜하우어도 반려견 앞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졌나 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우리나라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에 달한다.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1500만 명에 달하는 펫심을 잡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구애 전략도 한창이다. 민주당 대선 경쟁에 나선 이낙연 후보는 서울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찾아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한 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권 개념 도입에 동의했고, 정세균 후보는 경기 일산에서 열린 K 펫페어를 찾아 동물병원 의료수가제 정착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개 식용 금지 관련 법률의 공론화 필요성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려견과 함께 한 프로필 사진을 올려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반려동물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을 보면 향후 반려동물 양육 환경 개선은 물론 관련 산업 발전도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SNS에 올린 반려견 곰이와 마루의 새끼 7마리 가운데 몸이 쇠약한 한 마리에게 직접 우유를 먹이는 사진을 놓고 야권 일각에서 독설을 내뱉어 논란이다. 자신의 경쟁자를 반려견 이름으로 지어 화풀이했다가 오히려 반려견에게 감동받아 생각을 바꾼 19세기 쇼펜하우어의 인간보다 개가 낫다는 말이 오늘 우리의 정치권과 오버랩된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7.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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