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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가운데 있는 미드웨이는 1867년 미국 땅이 되었다. 1930년대부터 미국 상류층을 위한 관광지로 인기를 모은 이 섬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41년, 일본의 침공으로 시작된 미드웨이 해전 때문이다. 일본은 이 해전에서 크게 패해 결국 태평양전쟁 주도권을 연합군에게 넘겨야 했다. 미드웨이 해전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전쟁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10년 전 쯤부터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가 다른 이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새들의 낙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웠던 섬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면서 섬에 살고 있던 생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까닭이다. 미드웨이 실상을 본격적으로 알린 사람은 사진과 개념미술, 다큐 작업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미국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크리스 조던이다. 그는 8년 동안 추적해 만든 장편 다큐 <알바트로스, 2018>로 이 섬의 참담한 현실을 온 세계에 알렸다. 날개를 펴면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새 알바트로스. 하얀 털과 크고 검은 눈을 가진 이 바닷새는 오랫동안 이 섬에서 자유롭게 서식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죽은 새들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 먹이인 줄 알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수많은 알바트로스의 사체와 그 옆에서 죽어가는 어미 새와 새끼 새들의 모습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참혹한 현실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8백만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가 지목받는 나라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의 상황은 흥미롭다. 중국은 한때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국가였다. 이 불편한 진실은 중국 왕구량 감독의 다큐 <플라스틱 차이나>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중국으로 수입된 쓰레기가 모이는 칭다오 근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영화는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영화가 상영된 이후 24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해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는 정책을 발표했다.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이 펼쳐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와중에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까지 얻어야 했다. 미드웨이 섬이나 중국 칭다오의 작은 마을이 처한 현실은 우리가 곧 맞게 될 현실이다. 마침 화제가 됐던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 아름다움 너머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조던의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놓인 끔찍하고도 슬픈 실체와 마주하는 일은 우리의 현실을 감동과 충격으로 깨닫게 하는 귀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삽화=정윤성 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화훼류 재배농가들이 판매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결혼식 등 각종 행사 취소나 축소 여파로 화훼류 소비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화훼 판매량이 예년의 50~70% 수준에 머물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금지 조치 등으로 주로 집 안에서나 실내 활동하는 집콕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반인들의 화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사태 이전보다 화훼관련 정보검색량이 배 이상 급증했다. 화훼류를 판매하는 시내 화원에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선 카네이션 등 화훼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화훼나 정원 관련 채널 수와 조회 수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화훼류나 반려식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가정은 베란다 정원을 꾸미고 단독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마당 정원을 조성해서 힐링 공간으로 애용한다. 이러한 화훼 소비 트랜드에 맞춰 산림청에선 반려 식물 씨앗형 재배꾸러미 2000개를 만들어 배포한다. 화훼류나 개인 정원 조성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자치단체들도 꽃이나 정원을 주제로 한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역 화훼 재배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달 2년 만에 대대적인 꽃박람회를 개최했고 울산시도 지난달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생활 속의 정원을 주제로 봄꽃행사를 가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국제정원박람회를 지난달 비대면온라인 행사로 열었고 경기도와 구리시는 오는 10월 아홉 번째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개최한다. 전주시도 2일부터 6일까지 전주종합경기장과 팔복예술공장, 전주시 양묘장, 노송동 일원에서 전주정원문화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 행사장에는 쇼룸 형태의 샘플가든이 들어서 정원 식물과 종묘 정원시설물 등을 선보이고 전문작가와 정원사들이 제작한 작품도 전시된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 3~4차례씩 개방하는 온라인 사전예약은 이미 마감됐고 당일 현장 예약만 일부 남아 유튜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천만그루 정원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선 상설 정원 조성이 필요하다. 일과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시민들이 언제나 찾고 즐길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다. 순천만이나 태화강 국가정원 규모는 안될지라도 전주만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도시 정원을 조성했으면 한다.
삽화=정윤성 기자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대표하며 얼굴 역할을 했던 전북지부장 출신 차상철 완산학원 이사장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다. 애초엔 노병섭 전 지부장도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뜻을 접었다. 어찌됐든 지부장 출신 3인방의 동시 출격은 복잡한 속사정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 때문인지 이들과 뜻을 같이해 온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서둘러 후보 단일화 작업에 나섰다. 오는 12월까지 내부 절차를 밟아 단일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최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단일화 명분 보다는 오히려 집안싸움 양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승환 교육감의 최대 지원세력인 전교조야말로 내부 결속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런데 전임 지부장들이 경쟁자로 나섰다는 점은 내부 갈등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표의 확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선거에선 강력한 김승환 당선을 위해 차상철 씨와 천호성 씨가 사퇴함으로써 단일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 싸움은 김승환 후계자를 자처하며 벌이는 파워게임이다. 둘 다 개인기에 의한 지지층 흡수 보다는 기존 조직 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안단속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 힘든 것은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대항마가 버티고 있어 단일화 이후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일 발표된 뉴스1 교육감 지지도에 따르면 차상철 이항근씨가 각각 7%대인 반면 대항마 서거석씨는 30.6%로 조사됐다. 차 이사장과 이 전 교육장은 김승환 시대 황태자인 동시에 최대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차 씨는 누가 뭐래도 김승환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실제 그의 영향력은 교육청 전반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거의 사문화된 인사 규정은 있었지만 교사에서 일약 장학관으로 특별 승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는 일찍이 포스트 김승환 으로 점찍고 눈여겨 본 것이다. 이런 차 씨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항근 씨는 군산 지역에서 주로 교편 생활을 했다. 이 씨도 학생을 가르치다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뒤 전주교육장으로 승승장구하며 한때는 김승환 후계자설이 나돌기도 했다. 전교조 초창기 기반을 닦으며 끈끈한 동지로 뭉쳤던 두 사람의 정면 승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그동안 2인자로 군림했던 차 씨에게 김승환 지지세력 일부가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이다. 그런가 하면 유력한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동원, 단일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는 설도 있다. 선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를 서두르는 것 자체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차 씨가 지난주 맨 먼저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도 저간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 당장 출전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데 심상치 않은 내부 공기 때문에 전교조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삽화=정윤성 기자 정부가 식품에 표시되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한데 폐기 시점으로 인식돼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비기한 표시제는 용어만 바뀌었지 유통기한 연장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전부는 아니지만 선출직 정치인에게도 유통기한 격인 연임 규정이 있다. 3연임이 금지된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상이다. 지방자치법 제9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계속 재임(在任)은 3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초선 또는 재선후 출마하지 않았다가 그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3연임 건너뛰기의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면 단체장의 유통기한은 12년인 셈이다. 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다. 오히려 국회의원은 3선부터 중진(重鎭)으로 대접받으며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내 요직에 도전할 자격을 부여받고, 4선은 넘어야 국회의장과 국회 부의장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게 관례다. 과거와 달라지긴 했지만 지방의원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선수(選數)가 우선 고려된다. 다선을 능력으로 보는게 정치권의 보편적 인식이다. 연임 규정과는 달리 모든 선출직은 출마 가능한 나이 제한이 있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은 40세,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은 25세를 넘어야 피선거권이 부여된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선거판에 젊은층이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 마치고 기반을 잡은 장년층의 선출직 도전이 적지 않다. 풍부한 경험과 경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퇴직후 재취업 도전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불고있는 30대0선의 이준석 돌풍은 흥미롭다. 화려한 경력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데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선수 파괴, 나이 파괴의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도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3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에는 어르신들이 애들을 설득했다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우리 부모를 설득했다는 문자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20~30대 젊은층이 장년층 표심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을 곧이 듣지 않더라도 오는 11일 개봉될 이준석 돌풍의 결과는 향후 정치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후보가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본경선에서도 돌풍을 이어갈 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기존 정치세력에게는 충격적 사건이다. 30대0선 이준석 돌풍이 정치인들의 유통기한을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삽화=정윤성 전국의 교통망이 남북 간으로 이뤄져 앞으론 고속도로와 철도건설이 동서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원래 전북도 동서 간을 잇기 위한 동서고속도로가 군산서 포항까지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전두환 군부독재시절 광주시민을 달랜다는 명분하에 광주와 대구를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로 선형을 바꿔서 급조했다. 이 바람에 전북은 그때부터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정부가 10년 단위로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6월 말까지 수립하는데 그 계획안에 전북이 요구해온 전주~김천 간 동서횡단철도사업이 빠졌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밖에 안된다. 정부가 그간 줄기차게 내건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다. 전주~김천 간 철도가 신설되면 포항 울산 부산 물류가 새만금항을 통해 중국으로 쉽게 가 상생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SOC건설사업 용역에서 전북이 요구한 계획이 거의 반영 안되었으나 전북정치권은 대권 놀음에만 열중인 채 천하태평이다. 국토교통위가 상임위인 김윤덕 의원(전주 완산갑)은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보다는 당내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 쪽에 붙어서 지사 경선에 더 골몰해 있다. 도민들은 다른 자치단체들은 용역안에 빠진 계획안을 어떻게든 반영시키려고 광화문 광장에서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총력을 경주한 반면 전북정치권이 너무 안일하다고 힐난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은 그 지역의 민도를 가늠할 수 있다. 대표를 보면 그 지역의 정치적 수준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지금 전북이 발전 안되고 뒷걸음질 치는 것은 대표들의 정치력 부족에서 비롯된 게 많다. 일각에서 인기영합주의로 전주시를 이끌어 왔다는 평을 들어온 김승수 전주시장이 2017년 전주시를 아시아문화심장터로 만들어 놓겠다고 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심이 간다. 전라감영복원과 팔복예술공장 심지어 선미촌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등 문화적 안목을 높혀온 김 시장이 왜 이건희 컬렉션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았는지 의문이 간다.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의 고향이 전주라는 사실만 갖고서도 얼마든지 김 시장이 달려들었을 터인데 고개가 갸웃둥해진다. 김 시장은 김완주 지사 시절 삼성의 새만금 투자가 사기극으로 끝난 전후 맥락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삼성 측 접근이 용이할 수 있었을 터인데 왜 이 문제를 소홀이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 문체부가 기증 1년 후인 내년 4월에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이게 한다고 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있다. 부인 농지매입사건으로 홍역을 치러서인지 아니면 당 대표 선거에서 밀었던 홍영표 의원이 근소한 표차로 낙선해서인지 김 시장의 행보가 예전 같지 않다. 도지사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과 권리당원 모집을 일체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시민들이 궁금증을 갖고 있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중국 정부가 심천에 책의 도시(Book City)를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6년 전이었다. 파주 출판도시 건설을 이끌었던 열화당 이기웅 대표와의 인터뷰 자리에서였는데, 당시 심천의 책도시 관계자들은 이미 중요한 선례가 된 파주 출판단지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터였다. 중국 광둥성의 신흥 산업도시인 심천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심천강 연안에 위치해 있어 항구도시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역할을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도시다. 심천이 부상한 것은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덕분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로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심천은 홍콩과 마카오의 영향에 힘입어 중국 4대 도시에 꼽힐 정도로 발전했다. 시진핑 정부는 주목 받는 심천에 새로운 문화지구를 조성하며 도시의 가능성을 더 활짝 열었다. 심천 책의 도시는 그 중심에 있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새롭게 조성되는 이 문화지구의 면면이 남다르다. 문화지구를 내세웠지만 금융과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적극적인 조합과 융합이 그것이다. 심천을 방문해 시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강연했던 이 대표는 심천 문화지구 안의 책의 도시는 규모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책이 각 분야에 스며있는 바탕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돌아보면 디지털 시대의 한 중심에서 책의 역할이 커지는 환경은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도시마다 책을 내세운 공간을 조성해 도시 환경을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삼는다. 우리 지역안의 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책의 도시로 변신해가는 모습은 반갑다. 그런데 이쯤 되니 책의 도시 미래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이미 책의 도시의 모범이 된 파주는 우리나라의 출판사들을 끌어안아(?) 출판단지를 만들면서 출판 도시의 기반을 닦았다. 1989년부터 27년이란 긴 시간을 보내고 얻은 결실이었다. 눈여겨 보아야할 변화가 있다. 출판도시 파주의 2단계 변신이다. 2단계 작업은 책과 영화의 결합이다. 책의 도시에서 책과 영화의 도시로의 확장인 셈이다. 새로운 문화의 발신지를 내세운 심천 문화지구 조성 사업 역시 그 바탕에는 다양한 콘텐츠의 융합과 확장이 놓여 있다.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2020년 말로 예정되어 있던 심천 책의 도시의 완공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지만 이 도시의 선택은 이미 많은 도시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도시 성장의 힘을 가르는 융합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삽화=권휘원 화백 통계청 등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보면 전북의 현실은 답답하고 암울할 뿐이다. 새만금 개발에 희망을 모두 걸었지만 착공된 지 30년이 넘도록 여전히 공사 중이다.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전북의 경제력과 인구 규모는 다른 지역에 뒤처지지 않았으나 군사정권의 차별과 홀대 속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지방자치제 부활과 민선 자치시대 개막으로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전북은 획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지역 소멸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민선 자치이후 경제학자 경제관료 행정전문가 등이 도백을 맡아 전북의 발전을 이끌었다. 잘사는 전북, 강한 전북, 전북경제 대한민국 4강 진입, 전북 대도약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낙후와 소외에서 벗어나려고 뛰었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지역내총생산은 거꾸로 뒷걸음질 쳤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내총생산 규모는 전국 대비 4%를 차지했지만 1990년대엔 3%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금은 2%대까지 밀려났다. 통계청이 이번 주 초 발표한 통계로 보는 전라북도 도민의 삶 보고서를 보면 2019년 1인당 전북지역 총소득은 2826만 원으로, 전국 평균 3753만 원보다 927만 원이나 낮았다. 전국 순위는 17개 시도 중 16번째였다. 1인당 지역내총소득은 2874만 원으로, 9개 도 지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주나 강원에도 뒤처졌다. 1인당 전북지역 개인소득도 1872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5번째였다. 경북 전남에 이어 뒤에서 3번째를 순위다. 1인당 민간소비 역시 1602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를 차지했다. 전북 도민의 소득 수준이 낮다 보니 부족하다는 응답자는 58.1%로, 지난 2011년보다 17.1%포인트 늘어났다.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경제력지수 역시 전국 최하위권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전북본부에서 발표한 전북지역 경제력지수 및 균형발전 현황을 보면 2019년 전북의 경제력지수는 5.30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 SOC 및 재정력과 산업발전 인력기반 소득수준 등이 모두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북의 경제지표가 바닥권인 이유는 사회간접자본시설과 산업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데다 농업과 개인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대기업 등 기업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쇠락한 전북 경제가 비상하려면 미래 비전 역량을 갖춘 리더십과 함께 산업 구조의 대전환, 그리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산업 발굴, 인적 역량 강화 등이 급선무다.
삽화=권휘원 화백 정부의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서 전북 숙원 사업이 줄줄이 탈락하자 지역 정치권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SOC 국가사업의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도를 넘어가면서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과 자질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초재선으로 짜여진 전북 민주당 의원의 존재감은 당내 구도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은 물론 임명 당직자 명단에도 이름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한 마디로 찬밥 신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라고 자부해온 전북으로선 자존심 상처가 역대급이다. 일각에선 전북이 변방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온다. 총선에서 중량감 있는 다선(多選)들이 대거 낙마, 신진 그룹으로 물갈이 되면서 유권자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여의도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초기엔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원팀 정신을 깨고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역 현안 챙기는 건 고사하고 대선주자 눈도장을 찍고 권리당원 모집에 혈안이 돼 있는 이들이야말로 지방의원과 다른 게 뭐가 있나. 그들의 무능과 나태함은 지역 현안 해결 능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4차 철도망 논란도 국토위 김윤덕 의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그는 연신 도지사 출마론만 띄우며 눈총을 사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 권덕철 장관이 남원 출신인 데다 지역구 이용호 의원마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여기에다 김성주 의원이 상임위 민주당 간사로 활약하고 민주당 또한 통과의석까지 확보한 상태라 더욱 안타깝다. 정부도 2024년 개교를 목표로 일부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도민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 발의 법안 통과에만 과도한 홍보를 일삼고 있어 시선이 곱지않다. 최근 심상찮은 호남 민심 변화가 눈에 띈다. 민주당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20%를 넘어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쌍발통정운천 의원 행보는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보수정당 최초로 광주 518 추모제에 초청 받았다. 국민의힘 호남 유일의 재선으로 지역장벽 극복이라는 대명제를 안고 통합 노력에 앞장선 결과다. 정 의원은 정치적 불모지인 호남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타시도 출신 18명 의원을 자치단체와 함께 동행토록 주선했다. 또 차기 총선에서 5명 정도 호남 인재를 비례대표 당선권에 추천할 수 있도록 이를 관철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국회 예결위원을 지내며 전북 예산을 각별히 챙긴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과 전북 유치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뭐니뭐니 해도 입법 활동과 예산 확보가 핵심 역할이다. 총선 출사표를 던지고 수 없이 되뇌며 다짐했는 데 지금의 자화상을 통해 초심(初心)을 되새겨야 할 때다.
삽화=권휘원 화백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는 1970년대 중후반 그랜드 슬램 여자 단식에서 18회나 우승한 세계 여자 테니스계의 전설이다. 1972년 프로에 데뷔해 1989년 은퇴할 때까지 그녀가 기록한 통산 89.96%의 승률(1309승 146패)과 그랜드 슬램 단식 결승 진출 34회 및 4강 진출 56회는 남녀 선수 통틀어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기록이다. 남자 테니스 선수인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그랜드 슬램 단식 결승 진출 31회와 4강 진출 46회로 현역 선수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지만 전성기가 지나 에버트의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크리스 에버트는 테니스 팔찌란 이름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녀는 손목에 화려한 다이아몬드 팔찌를 차고 경기를 펼쳐 주목받았는데 1987년 US오픈 경기 도중 팔찌가 끊어지면서 코트 바닥에 떨어진 다이아몬드를 줍느라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작은 스톤이 여러 개 나열돼 세팅된 형태의 팔찌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는데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중단시킨 이날 해프닝 이후 테니스 팔찌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980년대 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익산은 전 세계 테니스 주얼리 수출 물량의 90%를 점유하며 귀금속 보석의 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1997년 익산산업단지내 입주업체 165개 가운데 귀금속 가공업체가 102개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8년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익산 귀금속 가공업도 위기를 맞았다. 기업의 해외이주와 고급인력 유출 속에 설상가상으로 수출자유지역 해제까지 이어지면서 쇠퇴기에 들어섰다. 이후 2002년 익산 왕궁에 국내 유일의 익산보석박물관이 개관하고 2010년에는 국내 최고의 귀금속 보석 전시판매장인 주얼 팰리스가 문을 열면서 귀금속 보석산업의 옛 명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익산 낭산의 주얼리와 섬유봉제가방 관련 제조업체를 위한 패션단지 조성, 2014년 패션주얼리공동연구개발센터와 2016년 주얼리집적산업센터 건립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익산시가 최근 익산의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을 공개했다. 보석의 도시 브랜드를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민 공모 등을 통해 최종 선정한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에는 암산 세계 챔피언, 판소리 13시간 완창 세계 기네스 보유자,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역사(춘포역) 등 국내외 최고인 익산 만의 숨은 보석들이 발굴됐다. 귀금속 보석 관련 자랑거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익산의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이 도시의 매력과 가치를 높여 귀금속 보석의 도시 익산의 옛 명성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후보자한테는 권리당원을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해준 사람이 고맙다. 벼슬을 만들어준 사람이라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사전에 조건을 달지 않았더라도 단체장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챙기게 돼 있다. 얼마 만큼의 당원모집을 해줬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다르다. 사람마다 조용히 당원모집을 해준사람이 있는가하면 몇장 해주지 않고서도 동네방네 떠들어 대는 사람이 있다. 당원모집이 아쉬운 형편이라 별로 기분은 안 내키지만 참고 간다는 것. 지사나 시장 군수 옆에는 실세들이 포진해 있다. 거의 선거때 만들어진 이너서클 멤버들이다. 개인적 친분도 중요하지만 선거판에서는 당선시켜준 사람이 일등공신이다. 이들은 단체장 주변에서 인사개입 등 알게 모르게 호가호위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역유지가 돼 시 군정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정도로 위세를 부린다. 선거는 인간의 심리가 고도로 작용한 게임이라서 말같이 쉽지 않다. 조석으로 변하는 마음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력이 들어간다. 심지어 가까운 친인척도 말로만 하면 안된다. 그 만큼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민감하다. 각 지역별로 후보들이 그물망을 이삼중으로 조밀하게 쳐 놓아 그 속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다. 그 만큼 사람 마음을 훔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 적법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보면 추잡스럽기 짝이 없다. 자존심 같은 건 다 내 팽개치고 환심사려고 교언영색이 횡행한다. 유권자들이 그냥 한 표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망을 피해가며 돈잘 쓰는 후보측의 당선이 유리하다. 도내서는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직결돼기 때문에 일차관문 통과에 목숨 건다. 예전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사람이 선거판을 누비면서 몸집이 제법 커져 목에다 힘주고 다닌다. 요즘 그들은 주로 남의돈으로 실탄을 만들어서 날마다 권리당원 목표치 채우는데 급급해 한다. 후보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단체장으로 만들고 난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당원모집을 한다. 대개 피라미드 방식으로 얽혀 있어 후보와 참모 정도만 누가 당원모집을 하는지 알 정도다. 시군마다 단체장과 가깝게 지내는 문고리 권력자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보조금 타내는데 경험이 많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한다. 관계공무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살필 정도로 공직사회 질서를 왜곡시키는 장본인들이다. 크나 큰 행사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보이지 않은 손역할을 톡톡히 한다. 떡 고물이 떨어지므로 더 난리법석이다.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지도 모르고 날뛴다. 전주시도 각종 위원회에 전문가랍시고 참여한 사람들이 거의 시장을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이들이 시장을 감싸고 돌기 때문에 시 의회도 제 역할 하기가 버겁다. 지금도 권리당원만 많이 모집하면 지사나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졸부들이 눈이 벌게지도록 당원 모집에 혈안이 돼 있다. 당비를 대납하며 권리당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돈 선거로 멍들고 있다.
삽화=권휘원 화백 팝아트는 1950년대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련의 운동을 통해 본격적인 흐름을 구축한 미술의 한 경향이다. 파퓰러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의 줄임말 그대로 대중문화(popular culture)와 미술(fine art)이 결합해 탄생한 이 새로운 흐름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미덕이 되어 대중들의 새로운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 광고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 일상 속을 파고든 소비의 영역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재로 삼으면서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등장한지 50여년, 팝아트는 이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는 미술로서의 경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계층의 미술애호가들을 생산해내는데에도 성공해 미술품 경매시장을 이끌고 있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로버트 인디애너, 에드워드 키엔홀츠 등 같은 시대를 살면서 팝아트의 영역을 확장시켜낸 팝아트의 대표 작가들이 이름을 알린 것도 그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팝아트를 알린 작가는 역시 앤디 워홀이지만, 그 못지않게 유명해진 작가가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대중들과도 친숙해진 작품 <행복한 눈물>의 작가가 그다. 사실 리히텐슈타인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으나 그의 대표작 <행복한 눈물>이 삼성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삼성 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07년, 그 핵심에는 미술품들이 있었다. 특검이 시작되면서 이들 미술품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고가 구입 작품으로 주목 받았던 프랭크 스텔라의 <베틀레헴 병원>(800만 달러)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715만 달러)은 발견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작품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그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 유산 기부가 화제다. 상속세와 함께 의료 인프라 지원금과 미술품 기부를 발표하면서다. 납세의무에 따른 상속세와는 별개로 눈길이 가는 것은 미술품 기부다. 기부될 미술품은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미술품과 국가지정문화재(국보와 보물) 등 2만 3천여 점이나 된다. 삼성 측은 이들 모두가 호암미술관이나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는 별개로 이 회장의 개인 소장품이라고 밝혔다. 한국 고미술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이 회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은 컬렉터로 알려져 있었다. 어찌됐든 삼성가가 사회 환원으로 택한 미술품 기부는 반갑다. 이 기업의 비자금 의혹 핵심에 미술품이 놓여 있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환영받았을 일이다.
삽화=권휘원 화백 계절의 여왕인 오월에는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몰려있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가정의 날, 17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모두 여섯 차례나 있다. 아무래도 계절적으로 가장 좋을 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길 바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혼인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비혼 동거 커플이나 비혼 출산 등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가족은 대체로 혈연과 혼인 입양 등으로 함께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이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하고 2인 이하 가구는 58%에 달하는 데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도 30대는 59%, 20대는 47.5%에 불과하다. 반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에 대해선 20대는 79%, 30대는 74%가 동의하는 등 전체 국민의 67%가 공감하고 있다. 또한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9.7%에 달했다. 특히 얼마 전 여성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20대는 55.2%, 30대는 56.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전체 48.3%가 비혼 출산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가족의 형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와 함께 가족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비혼 출산과 비혼 동거 커플, 사실혼 관계 등도 가족의 개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가부는 지난달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안을 확정 발표하고 비혼 출산 문제 등에 대해 6월까지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앞서 국회에서도 지난 2014년 순창출신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기도 했다. 동거 가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과 유사한 법안으로, 혼인 혈연 외 관계에도 법적인 보호를 제공해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비혼 출산과 비혼 동거 등을 가족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가정 질서가 깨지고 비윤리적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고 국가가 나서서 비혼 출산이나 비혼 동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족 개념의 확장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동의가 우선돼야 할 문제다.
삽화=권휘원 화백 중개 수수료 12~15%와 결제 수수료 3%에 배달비까지. 민간 배달앱의 수수료 폭리가 지적돼온 배달시장에 공공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군산시가 지난해 3월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개발한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 12만 명을 돌파하고 주문 건수 42만 건을 달성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가맹점 수도 930여 곳으로 군산시 전체 요식업체 1200여 곳의 80%에 육박한다. 12만 명이 넘는 가입자 수는 군산시 인구 26만7000여명의 45%에 달한다. 배달의 명수는 출시 1년 만에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등 민간 배달앱과 달리 수수료가 없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고, 지역화폐로 결제가 가능해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전국 자치단체의 배달의 명수 벤치마킹도 한창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은 4개월 만에 가입자가 19만 명을 넘어서고 누적 거래액도 110억원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거래액이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군산시와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 강원도의 일단시켜, 부산 남구의 어디GO 등 전국에서 20여개의 공공 배달앱이 서비스 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공공앱은 배달에서 택시호출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택시호출 플랫폼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카카오T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광주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해 9월 출시한 광주리본택시앱에는 광주시내 50여개 법인택시 2200여대와 개인택시 350여대가 참여해 카카오T와 경쟁하고 있다. 수원시는 1억원을 들여 개발한 공공 택시앱 수원e택시를 지난달 15일 출시했는데 법인택시 80%와 개인택시 40%가 가입해 카카오T와의 결전에 돌입했다. 충북에서는 법인개인택시조합이 충북형 택시호출 플랫폼 리본택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전주시의회에서도 공공 택시앱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승섭 시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카카오T의 과도한 수수료 피해로 부터 택시업계를 보호할 공공 택시앱 개발을 주문했다. 카카오T 블루와 계약할 경우 한 달 총 수입의 3.3%를 수수료로 내야 해 택시업체별로 월 800만원~1000만원, 전주 택시업계 전체로는 연간 7억~8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 공공 영역은 이익이 없어 민간이 참여를 꺼리는 분야에 주로 진출해 왔다. 임대주택 건설과 같은 주거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민간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공공 영역이 민간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군산 배달의 명수에 이은 전주의 공공 택시앱 출시 여부가 주목된다.
삽화=권휘원 화백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려 여야 후보들을 긴장시킨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언제 어떤 모습으로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할지 귀추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등이 출사표를 던졌고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가 대권출마의지를 갖고 있고 국민의 힘에서도 유승민 전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잠룡군과 복당을 외치는 홍준표 의원황교안 전 대표가 후보군을 형성한다. 여권은 인물로 후보군이 넘쳐 나지만 야권은 윤 전 총장을 제외하고는 서울 부산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이겼음에도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북에서는 송하진 지사의 3선 출마가 거의 기정사실화 돼 간다. 이번 52 당 대표선거에서 송영길 대표가 막판 문파로 똘똘 뭉친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송 지사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 때 권리당원을 가장 많이 확보해 문재인 대통령 한테 도움을 줬고 이번 당 대표 선거 때도 송지사의 조직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정읍 신태인 출신인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자 타천 형태로 거명되지만 전주여고를 나온 것 외에는 별다른 연고가 없어 출마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주 완산을 국회의원 출마를 노린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재선의 전주 완산갑 김윤덕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쪽으로 일찍 줄선 가운데 지사선거 출사표를 던졌지만 도민들 반응은 냉담하다. 그 이유는 그간 그가 보인 일련의 정치적 행보가 미덥지 않고 특히 제4차 국가중장기 SOC사업에서 전북권이 완전히 제외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위에 속한 그의 정치력이 약해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지역구 지방의원들 한테 권리당원 모집을 많이 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정세균계 지지 모임을 주도한 완주진무장 안호영 의원의 행보도 눈에 띈다. 변호사 출신인 재선의 안 의원은 송영길 대표와도 연세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라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 여당측 간사로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면서 포스트 송을 내다보고 뛴다는 말이 나돈다. 특히 도내 8명의 의원 가운데 김성주윤준병 의원과 함께 정세균 전 총리를 적극 돕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거취 결정이다. 지난 52 전당대회때 이리고 출신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집중지원했던 김 시장이 선거 이후에는 권리당원 모집을 하지 않고 심지어 불출마설까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사 국회의원 출마설이 무성했던 김 시장이 부인의 농지법 위반이 무혐의로 나와 급한 불은 껐지만 시청직원들까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는 바람에 현안만 우선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 2004년. 농민군들이 척양척왜, 보국안민을 내세우고 떨쳐 있어났던 1894년 갑오년으로부터 110년이나 지난 후였다. 일제 침탈과 분단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속에서 갑오년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로 왜곡되었고, 진실은 묻혔다. 농민군들의 숭고한 죽음조차 반역의 누명을 쓰고 황톳길에 무참히 흩뿌려졌지만 역사는 끝내 다시 섰다. 그해, 긴 시간 설득 끝에 인터뷰로 만났던 유족이 있다. 남원 대접주로 이름을 날렸던 김홍기의 후손이다. 그의 증조부는 김홍기의 형 김낙기. 김낙기 역시 남원의 접주로 활동하면서 농민군으로 적극 가담했던 인물이다. 이들 형제 말고도 천도교를 신앙으로 삼았던 그의 집안에서는 열일곱 세대가 갑오년 혁명에 참여했지만 집안 내력은 철저히 묻혔다. 그도 1994년, 우연히 접한 <남원종리원사>의 기록으로 집안 내력을 알게 됐다. 증조부 조부 뿐 아니라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까지 농민군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교육공무원이었던 그는 퇴임한 직후 후손된 도리로 농민군 유족들을 찾아 나섰다. 관련 사료나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이름을 찾아 후손을 추적하는 일은 외롭고 고된 여정이었다. 그러나 더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후손들 중에는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하거나, 이름을 바꾸어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온 예가 허다했다. 역도와 비도로 몰렸던 농민군 후손들에게 갑오년 역사는 여전히 끊고 싶은 족쇄이고, 벗어나고 싶은 굴레였던 것이다. 다행히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그는 개인적인 고된 여정을 끝냈다. 2009년까지 지속된 위원회 활동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본격적으로 벌인 명예회복 활동으로 지금까지 얻은 성과는 적지 않다. 이름을 찾은 농민군 3868명과 후손으로 등록된 유족 12000여명이 그 결실이다. 2019년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제정됐다. 그렇다면 이제 반봉건 항일구국투쟁에 나섰던 농민군들의 명예는 온전히 회복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들의 명예회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항일구국투쟁으로 목숨까지 바치고도 독립유공 서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그 증거다. 국회와 연구자들이 앞장서 농민군들의 독립유공 서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이 모처럼 마음을 모았으니 좋은 결실이 기대되지만 정작 서훈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더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더해져야만 때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11일 동학농민혁명 127주년 기념일을 맞아 농민 봉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인물들의 치적비가 관심을 끌었다. 부패한 탐관오리로서 자신의 폭정을 감추려고 지역 곳곳에 송덕비를 세웠지만 오히려 후세들에게 악행의 실상을 알게 만드는 일종의 징계비(懲戒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군수 조병갑과 함께 갑오년 농민 봉기를 유발한 5적(敵)으로 꼽히는 균전사 김창석이 대표적 인물이다. 한말 우국지사인 황현이 기술한 매천야록에 따르면 김창석은 전주 아전 집안 출신으로, 대대로 부유하여 그의 전답에서 수확한 볏섬이 1만 석에 달했다. 그는 과거에 급제한 다음 날 고종에게 10만 냥을 상납하여 임금의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고종은 그에게 관직을 맡겨 상납하게 하고 누차 승지에 임명되어 수백 냥씩을 갖다 바쳤다. 호남 우도 연해 지방에 해마다 가뭄이 들어 전답이 황폐해지고 나라에 바치는 세금과 방물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자 고종은 김창석을 균전사에 임명하고 농토를 개간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원결을 충당 못하면 그 세금을 자신이 떠맡아야 하므로 지역 부호들에게 이 일을 떠넘기고 남은 일손으로 수답(水沓)을 개간한 뒤 3~5년간 면세 조건으로 농민들에게 경작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을 수확 철이 되자 약속을 어기고 경작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고 흉년이 들어도 똑같이 세금을 징수했다. 더욱이 농사짓지 않는 묵정 밭에 세금을 매기는가 하면 농지 면적을 부풀리거나 없는 농지에도 세금을 부과해 백성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면서 가마를 타고 전라감사가 있는 선화당에 출입하고 뜰 위에 오를 땐 부축을 받아 감사와 같은 예우를 받는 등 거드름을 피웠다고 전한다. 농민 봉기 이후 그는 유배형에 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 가렴주구를 통해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 되었던 균전사 김창석은 자신의 악행을 숨기려고 도내 곳곳에 치적비인 영세불망비를 세웠다. 현재 확인된 것만 완주와 김제 정읍 등에 4기가 있다. 완주 구이면사무소 입구와 소양면 황운리 음식점 앞, 김제 귀신사 입구, 정읍 산외면 야정마을회관 옆에 있다. 구이면사무소에 있는 영세불망비는 애초 수몰된 구이저수지 속 원터마을에 있던 것을 마을사람들에 의해 구이농협 옆으로 옮겨졌다가 지난해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안내문과 함께 면사무소 앞에 세웠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맞아 농민 봉기를 촉발한 탐관오리들의 행적과 악행을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삽화=권휘원 화백 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뜬금없이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학생 위생용품(생리대)의 지급 대상을 작년보다 2배나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초등생 집단 감염이 지난 달 잇따르면서 전북도교육청이 2주간 방과후 수업을 중단할 만큼 코로나의 실제 상황도 녹록치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발송된 도교육청 위생용품 계획에 따르면 올해 중고 여학생 4만8000명에게 12억 원어치 생리대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해 여고생 전체 2만4973명에 이어 중학생까지 대상자를 확대한 것이다. 물론 생리대 지원을 통해 청소년 건강을 챙기고 학생 복지에도 일조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라리 모든 학생에게 마스크 지급 등 방역 예산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학교 감염자가 작년보다 늘어나고 리스크도 큰 상황에서 방역 예산은 올해 19억 원으로 오히려 10분의 1로 줄었다. 코로나 초기 예산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고는 하나 지금 상황이 그 때보다 나아진 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하루 확진자 5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도 지난 5월11일까지 집중방역기간을 운영하며 학교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이 집단 생활하는 곳이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마스크 쓰기는 일상화된 지 오래돼 어려움이 덜 한 반면 거리두기와 자가진단 시스템은 학생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운동부 합숙소 외에 기숙사 운영학교가 도내 118군데로 알려지면서 감염예방에 대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역용품 실태는 학교별 편차는 있지만 허술한 구석이 많다. 체온 측정기와 눌러서 사용하는 손 세정제에 의존하는 학교가 상당수에 이른다. 학생 400명이 북적이는 데 열감지 화상카메라 1대가 고작이다. 제품 버전마저 떨어져 측정치 정확도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얼마전만 해도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학교내 팽배했다. 생리대 지원사업은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사항이다. 지난 2017년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정부와 일부 자치단체에서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상 급식처럼 이 사업이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자치단체 중심으로 저소득층을 상대로 바우처 형태의 지급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날씨가 풀리면서 활동량이 늘어난 학생들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감염노출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에 감염되도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20%가량 되는 만큼 집단 생활 학생들의 방역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삽화=권휘원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1973년 발표된 노래 편지는 임창제이수영 씨의 2인조 통기타 그룹 어니언스를 인기 포크 듀오로 자리잡게 했고 지금도 7080 가요중 사랑받는 노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와 메신저 등 편리한 대화 수단이 등장하면서 손편지를 접하기 힘들어졌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는 여전히 받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수단이다. 최근 호주에서는 체외수정을 통해 얻게 된 딸이 태어나기 불과 4주 전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30대 아버지가 생전에 딸에게 남긴 편지 내용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뇌종양으로 3년 동안 투병하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지난 3월 31일 세상을 떠난 스콧 퍼거슨(33)의 얘기다. 그는 편지에서 아빠는 이 병과의 싸움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꿈을 꾸며 자라고 너의 꿈을 따르길 바란다며 태어날 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다. 바람둥이로 알려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결혼 후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에게 보낸 연애 편지는 색다른 관심을 끌었다. 1953년 재클린 부비에와 결혼하기 몇 주 전 프랑스에서 만난 스웨덴 귀족 폰 포스트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사랑 표현이 담긴 이 편지는 보스턴 경매장에 매물로 나와 12일까지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는데 3만 달러(약 3300여만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옛 편지로 읽는 조선 사람의 감정에 담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감정과 생활상도 눈길을 끈다. 부안 김씨 우반종가에서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500여 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주고받은 수백 여 편의 편지에는 욕망, 슬픔, 억울, 짜증, 공포, 불안, 뻔뻔함 등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있다고 한다. 11일 제127주년을 맞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6일 동학농민군 편지의 국가문화재 등록이 예고됐다. 나라가 환난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네. 광팔이 자네가 형 대신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 우리가 왜군과 함께 오랫동안 싸운 것은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義) 때문이네. 양반가 자제로 동학농민군 지도부에서 활동하던 유광화(1858~1894)는 1894년 11월 동생 광팔에게 보낸 편지에서 왜군과의 전투과정을 알리고 긴급히 군자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문화재청은 이 편지가 동학농민혁명이 농민뿐 아니라 양반층도 참여한 범민족적 혁명이었다는 점을 밝혀주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유광화의 동학농민군 편지가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에 의미와 성과를 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415 총선 결과를 놓고 염려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맞아 들어간다. 초재선들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타 지역에 비해 너무 약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8명의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명도 52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안 했다. 서울 경기에 이어 전북의 권리당원이 25만여명으로 전국 3위를 기록, 1인 2표를 행사한 이번 선거에서 웬만하면 당선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모두가 포기했다. 그 복잡한 속내를 알 길이 없지만, 무슨 이유로 출마를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답답해 보인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무대에서 큰 정치를 해야 비로소 존재감이 생긴다. 정치력은 그냥 길러지는 게 아니다. 거대 행정부의 비리를 밝히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절차탁마해야 길러지는 법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금 같은 단순한 정치구도하에서는 온실 속의 화초나 다를바 없어 정치력이 생기지 않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마해서 당선되어야 금배지의 값어치가 제대로 나온다. 연고 없이 허허벌판 같은 곳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다퉈서 승리해야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가 된다. 도내는 운동권 출신이 6명이나 되지만 성징이 비교적 유순해 정치적 컬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쉽게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라서 전문성과 인적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배지를 달지 않아서인지 당내 입지도 좁다. 결국 상임위에 속한 부처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 말발이 서지 않아 전북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안된다. 최근 국가중장기계획에 전북현안이 제대로 반영 안돼 도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만봐도 얼마나 전북 국회의원들이 무능한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은 통상 선수(選數)를 존중해가며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초선도 정치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행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4차국가철도망건설사업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정도는 경제성이 충분하므로 얼마든지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파인 초선인 김용민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17.73%를 획득해 1등으로 당선됐다. 다행히 고창 출신인 재선의 강병원 의원이 17.28%로 2위를 기록해 그나마 전북의 자존심을 세웠다. 문제는 수도권 출신의원들이 최고위원을 싹쓸이 한 반면 호남 출신 서삼석 의원과 황명선 논산시장이 6. 7위로 탈락해 허탈감을 갖게 했다. 계파주의로 당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전북 출신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해 도민들이 바라는 만큼 전북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당선될 때만 해도 지역발전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릴 것 같이 다짐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는 유구무언으로 일관, 도민들만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전북의원들은 존재감이 약하다보니까 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해 시도의원 등 지방의원들만 줄 세우는데 골몰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앙언론에 한 줄도 제대로 안 나는 전북의원들의 방안퉁수 역할이 언제나 끝날까.
삽화=권휘원 화백 그 의자들을 만난 것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에서였다. 전시회 이름은 함께 36.5 디자인. 공존(共存)과 공생(共生), 공진(共進)을 주제로 내세웠던 그 전시는 우리의 일상에서 호흡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새롭게 깨우쳐주는 다양한 영역의 메시지(?)로 관객들을 맞았다. 기획자는 그 다양한 풍경을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전시장 한편에 낡고 오래된 의자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자들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 쓸모를 다한 것 같은 볼품없는 의자들은 오래된 것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서로 다른 모양새로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중개인, 철도원, 대장장이, 수제화 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인들이 각자의 쓰임에 맞게 만들어 사용했던 의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을 끄는 의자가 있었다. 다리가 따로 없는 육면체의 뭉툭한 나무 의자였는데 그 모양새가 워낙 독특했다. 한쪽 면은 뚫려 있고 위에는 두툼한 천을 나무 바닥과 한 몸처럼 잇대어 놓은 의자의 주인은 오랫동안 남대문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부부였다. 이들의 가게는 주로 바깥에서 손님을 맞고 보내야 하는 물건을 팔았다. 서로 하는 역할이 따로 없었으나 안팎을 드나들며 물건을 파는 일은 아내가 주로 나섰다. 남편은 추운 겨울, 아내가 잠시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시간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쓰임새에 맞는 나무를 직접 구해 아내가 앉기 편한 맞춤 의자를 만들고 그 안에 난로를 넣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뚫었다. 매끈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으나 남편의 정성을 품은 이 의자를 아내는 수십 년 동안 벗으로 삼았다. 기획자가 들려준 뒷이야기가 있다. 전시를 위해 의자를 기꺼이 내어준 주인들의 한결같았던 당부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다버려도 좋을 만큼 낡은 의자일 수 있지만 내게는 어떤 좋은 의자도 대신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니 전시가 끝나면 꼭 다시 가져와야해요. 며칠 전, 젊은 소목장의 전시회에서 또 다른 의자이야기를 만났다. 전통 방식으로부터 쓰임새와 모양새를 넓게 열어가는 소목장의 정신이 담긴 의자들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에 전통 기법을 숨어 품은 의자들은 아름다웠다.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은 다름이 각자의 모양새를 돋보였다. 소목장은 이들을 편안함과 불편함을 서로 다른 가치로 안고 있는 의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의자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돌아보니 다름을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은 우리 일상에서도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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