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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11월 지구의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다. 유럽연합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11월 지구의 평균기온은 1891~2010년 사이 평균기온보다 약 0.8℃ 높았다. 특히 유럽지역 평균기온은 2.2℃가 더 높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지역은 1900년대 이후 가장 더운 11월을 보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선 가뭄과 고온 탓에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다른 한쪽에선 계속되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으면서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극에선 얼음이 얼지 않고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15년 뒤엔 북극 바다 얼음이 다 사라지고 2100년엔 북극곰이 거의 멸종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50여 일이 넘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를 겪으면서 전국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전북에선 섬진강과 금강이 범람하고 강둑이 무너지면서 남원 순창 임실 무주지역이 큰 수해를 입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집계한 피해액만 1조2500억 원으로, 자치단체의 자체 피해복구 금액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한다. 이상 기온 여파로 올 겨울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한파나 국지적으로 대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러한 기상 이변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가 더워지면서 빚어낸 기후 변화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1℃만 높아져도 산불과 열대성 폭풍 등 극심한 기상 이변이 나타난다고 예고했다. 당장이라도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몰살 수준의 환경 재앙을 초래한다고도 경고한다. 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구 안호영 의원이 지난 1일 2050년 Net-zero를 실현하기 위한 기후위기대응법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제로 상태(Net-zero)로 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무총리실에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후행동센터와 기후위기적응센터 지정 등을 법률안에 담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에 2021년 정부 예산안 시정 연설 때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연내에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을 UN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모든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고 탄소세 도입 등으로 기업과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인류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그리고 자연의 질서와 모든 생명체를 위해 넷 제로(Net-zero)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시의 주택보급률 이중잣대 논란이 뜨겁다. 최근들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전주지역 아파트 값과 오버랩 되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불과 자동차로 510분 거리의 전주 역세권 개발과 송천 천마지구 개발을 둘러싼 정반대 논리가 시의회에서 지적됐기 때문이다. 시는 이미 주택보급률 113%인 점을 내세워 역세권 개발은 백지화한 데 반해 천마지구는 특혜의혹까지 감수하며 밀어붙이고 있어 화를 자초한 셈이다. 그제 전주시의회 서윤근 의원은 LH가 제안한 전주 역세권개발 백지화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시가 2017년 12월 LH와 기본협약 체결을 통해 전주역 뒤편에 6645세대 주택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는 것. 공공임대와 공공주도 민간임대는 72%나 되고, 민간분양 아파트는 28%가 고작이다. 그런데도 시는 돌연 입장을 바꿔 주택보급율 113%를 들먹이며 해당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아파트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서 의원은 거칠게 질타했다. 이런 시의 논리가 성립되기 위해선 전주시민 모두가 최소 1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해야 하는데, 실제는 시민 35%가 무주택자 라며 백지화 논리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 민간임대는 기본적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과 무주택 중산층에 우선 공급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역세권 개발이 집 없는 서민층 위주로 공급된다는 의미다. 이와는 반대로 전주시는 송천동 천마지구 개발에는 강한 의욕을 드러냄으로써 묘한 대비가 된다. 전주의 마지막 택지개발지구로 각광받는 천마지구는 부동산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져 있다. 호성동과 송천동 시가지를 연결하는 데다 건지산과 덕진공원을 끼고 있어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인 곳이다. 이런 뛰어난 입지조건에도 시는 2018년 12월 수의계약을 통해 (주)에코시티를 개발사업자로 선정해 특혜시비를 낳았다. 에코시티 개발에 따른 수백 억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부지활용 기본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개발사업자 선정을 서둘러 각종 이권과 관련한 소문과 비판이 무성했다. 이 곳에도 3100세대의 아파트 건설이 계획돼 있음에도 주택보급률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서 의원과 일부 시민들은 역세권개발 백지화와 관련해 천마지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아파트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민간아파트 분양은 그대로 진행하고, LH 공적임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도시팽창을 억제하고 주택보급률에 따른 아파트 규제 원칙이라면 동일하게 적용해달라는 목소리다. 이같은 시의 방침대로라면 수천억 원대 기반시설까지 조성하며 제2에코시티천마지구 등에 민간 아파트를 추진하는 전주시의 속내를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들 두 지역의 엇갈린 개발사업 과정만 훑어봐도 주택보급률 113%를 앞세운 사업 타당성 얘기는 군색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삽화=권휘원 화백 전북 정치에서 보수 정당은 영원한 야당이었다.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때나 정권을 잃었을때나 전북 정치에서 보수 정당은 항상 변방이었다. 선거 때마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였고, 보수 정당에 참여한 인사들도 자신들의 선거 승리보다는 선거 이후 자리 보상에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전북 보수 정당의 한계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의 정치 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참다래 아저씨, 쌍발통 정치, 함거 석고대죄, 5년 연속 국회 예결위원 정운천 의원은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1년 전남 해남에서 키위 재배를 시작해 뉴질랜드 키위를 국산 참다래로 정착시키는 성공 신화로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됐다. 당시 고구마를 세척해 소량 포장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웰빙식품으로 재탄생시킨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농업에서의 성공 신화로 2008년 최초의 농업인 출신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됐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157일 짜리 장관으로 마감했다. 당시 목숨 걸고 광화문 집회 현장에 나갔고, 모든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쌍발통 정치로 지역장벽을 깨겠다며 2010년 한나라당 후보로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듬해 LH공사 전북이전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1주일 동안 함거 속에 들어가 도민들께 석고대죄를 청했다. 정치적 쇼라는 냉소적 시선도 있었지만 스스로 내 탓을 인정하고 책임정치를 보여준 신선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든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며 전북 보수 정치의 새 역사를 썼다. 국회에서는 4년 내내 국회 예결특위 위원 자리를 지키며 쌍발통 정치를 실천했고, 21대 국회에서도 5년 연속 국회 예결위원 기록을 세웠다. 정운천 의원은 지난 10년간 전북에서 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직접 체험을 통해 결론 내린 보수 정당의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바로 호남동행 국회의원과 비례우선추천제다. 국민의힘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을 맡은 그는 올해 호남동행 국회의원 49명(전북 17명, 광주 8명, 전남 24명)을 선정해 동행 지역구를 배정했다. 정운천 의원과 추경호 예결위 간사(대구 달성군, 동행지역구 전주) 등 호남동행 국회의원들은 8조원 시대를 연 전북 국가예산 확보에 기여했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지자체 예산담당 공무원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남동행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무늬만 호남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호남인사를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는 비례우선추천제는 향후 과제다. 전북 보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정운천의 정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의 쌍발통 정치가 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전북 보수 정당의 성공 신화로 기록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삽화=권휘원 화백 현재의 새만금 마스터플랜은 2011년에 확정됐다. 지난 10년간 제조업 위주의 민간투자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적이 거의 없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후장대산업이 세계적 구조조정으로 신규수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뉴딜 관련 제조업 용지도 대부분 기존 산업화 지역에서 충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나 수분해수소생산 그리고 데이터센터 등은 고용효과가 미미하다. 4차산업혁명시대와 언택트 시대에 대규모 공간 용지는 결정적 경쟁요소가 아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수요도 기대 난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개발 사업의 획기적 전기마련이 절실해졌다. 바로 새만금신항만을 환황해권 메가포트로 개발해 물류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새만금 신항은 수심이 14M로 깊고 배후부지가 풍부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2019~2040)에는 5만톤급 9선석에 7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그런 규모 갖고는 환황해권 물류중심지로 발전할 수 없다. 지금 부산신항은 수심 18M로 18000TEU급에서 23M 25000TEU급으로 대형화를 꾀하고 여기에 제2신항 1600만TEU를 추가해 총 4000만TEU로 증설할 예정이다. 인천 신항은 수심이 17M이며 광양항은 16M이다. 그러나 새만금신항은 배후부지가 52㎢나 돼 다른 항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새만금개발청이나 전북도도 그 점에 관심을 갖고 눈을 떠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항처럼 발전할 항만이 바로 새만금 신항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항만별 컨테이너 처리실적을 보면 부산항이 75.2% 인천항이 10.6% 광양항이 8.2% 평택 당진항이 2.5% 울산항이 1.8% 순이다. 이처럼 수도권 화물이 부산으로 몰리다 보니까 체화되고 불필요한 운송비용이 들고 도로혼잡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새만금 신항을 초대형컨테이너선 접안이 가능한 대형 컨테이너항으로 개발해야 한다. 연간 500만 TEU 처리능력을 확보하려면 현재 수심을 25M로 개발하면 된다. 부산항에 집중되는 물량의 20%만 확보하면 새만금 신항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중국 수출 화물을 부산항에서 선적처리하는 것보다 새만금 신항에서 처리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새만금 신항만이 이대로만 개발되면 연간 500만TEU 물동량을 기반으로 한 물류업 가공제조업 중계무역과 금융업 등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곡물 전용부두와 대규모 사일로 건설로 식품 사료 등 연관 제조업을 유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신도시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해양수산부의 정책적 결정(Two Port Policy)을 변경해 부산지역 반발을 무마시키는 게 중요하다. 내년 하반기에 확정될 새만금MP 용역 안에 새만금 메가포트항 건설 계획이 꼭 담겨야 한다. 지금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어쩌다 집-연남>을 가본 것은 2년 전이다. 어쩌다란 어감이 워낙 친근하기도 했지만 다세대주택의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부터가 흥미로웠다. 연남동 오래된 주택가에 있는 <어쩌다 집>은 2015년에 문 연 공유주거공간이다. 아홉 세대 소규모 주거 공간이 라운지와 부엌, 골목과 마당의 공용공간을 통해 서로 엮여 있는 집. 원룸과 쉐어하우스, 복층 주거공간, 사무실과 근린생활시설을 갖춘 건물은 여유롭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았다. 층마다 딸려 있는 테라스와 입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옥상 텃밭도 공유공간의 매력을 더했다.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 이진오 소장은 의도된 불편의 안배를 통해 자연과 이웃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는 것을 의도했다지만 그 공간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안배된 불편의 정도보다는 자연과 이웃과 밀접해지는 관계의 지점이었다. 1인 가구가 모였지만 더 이상 혼자 살지 않게 된 집. 게다가 당시 입주 금액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공유공간 시설이나 주변 임대료 시세를 생각하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가격이었지만 궁금한 것은 입주자들의 생각이었다. 모이고 공유하면 일상이 더 재미있고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을까. 엿보게(?) 된 공유 주거공간 어쩌다 집은 바람직한 일상을 도와주는 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더해진 생각이 있다. 공유주거공간이 형편없이 비좁은 원룸이나 고시원 환경에 월세 부담으로 허덕이는 청년 주거 대책과 1인 공동 주거의 가능성을 열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정부가 전세 대책의 하나로 호텔 리모델링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발표하자마자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호텔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호텔 리모델링 공공임대주택에 가해진 비판은 뜻밖에도 좁고 취사시설 같은 개별 공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는데 집중되어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에서조차 공유공간의 가치와 의미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정작 입주자들은 공용공간이 소통과 교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긴다. 돌아보면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공유주택이 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최대 공유주택 <올드오크>나 미국의 <커먼> 등이 그 예다. 사적인 공간과 공유공간이 분리된 공유주택의 성장은 이미 빨라지고 있다. 충분한 이유가 있을 터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일본의 김치 종주국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절임이나 피클 수준의 아사 즈케와 파오차이를 세계 김치의 표준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치 전쟁을 촉발했다. 한중일 3국의 1차 김치대전은 지난 2000년, 일본이 아사 즈케를 김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우리 농림부가 아사 즈케는 김치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아사 즈케는 발효가 안 된 배추 겉절이에 구연산과 천연색소 파프리카 등 식품첨가제를 넣어 만든 인스턴트 식품이기에 여러 가지 양념과 발효 숙성과정을 거친 우리 김치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파상적인 공세에 나서자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의 국제 표준 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고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최근엔 중국에서 중국식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의 주도로 민간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한국 김치는 파오차이의 아류로 중국이 김치 산업의 세계 표준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가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피클 수준의 파오차이는 우리 김치와는 제조공정과 발효단계 등에 차이가 있다. 또한 파오차이에 대한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는 중국 환구시보의 보도는 오보로 드러났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파오차이의 식품 규격을 정하면서 김치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파오차이가 김치의 국제 표준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중국의 역사 왜곡인 동북공정처럼 김치도 중국 식품에 포함하려는 일종의 김치공정이 아닐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했다. 우리의 김치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올해 처음 기념일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행사도 가졌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김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9월까지 김치 수출액이 1억 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영화 기생충과 가수 BTS 등 한국 문화의 세계화 속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김치가 면역력 증진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김치 수출보다는 수입량이 훨씬 많다. 우리가 식당에서 즐겨 먹는 김치는 거의 중국산이다.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우리의 김장문화와 김치에 대한 세계화와 차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며칠 전 지인이 들려 준 얘기다. 지난 2011년 9월 무렵, 전북도가 청도에 위치한 중국사무소 이전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북 기업의 중국내 환경변화에 따른 역할 기능이 재조정 됨으로써 상해로 다시 유턴했다. 상해는 2003년 중국사무소가 처음 개설된 이래 5년간 있던 곳이다. 아울러 가깝게 있던 남경의 1명 뿐인 사무소 마저 상해와 합친 것이다. 당시 강소성(江蘇省) 관리들은 전북도의 이같은 결정에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남경이 성도(省都)로 있는 강소성은 2019년 6월 전북도와 자매결연 25주년 행사를 치를 만큼 각별한 곳이다. 그간 행정 경제는 물론 교육 문화까지 상호교류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돼 왔다. 관광을 제외한 방문만 보면 강소성은 전북 사람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왕래했을 정도다. 이 때 결정이 아쉬운 건 전북 글로벌역량에 대한 자체평가가 너무 안이했다는 점이다. 강소성에 간 전북도 방문단이 현지 경제성장 규모와 놀라운 잠재력 때문에 준비해 간 자료는 꺼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상해는 알려진 대로 글로벌경제 중심지로 전 세계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쟁터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기업 투자유치가 훨씬 수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그 곳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북의 존재감은 명함조차도 내밀기 어려웠다.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와 공감능력 등에서 괴리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강소성은 흔히 산을 찾아볼 수 있는 중국에선 드물게 대표적 평야지대다. 전북과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300km가 넘는 해안선이 맞닿아 있다. 이들 해안은 이미 10년 전부터 해상풍력 발전이 활발하게 건설되며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꼽히는 경제발전 중심지로 떠오르며 기아차 공장과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도 일찍이 진출했다. 2018년 중국 31개 省의 GDP 조사결과 2위에 랭크될 정도로 잘 살고 풍요로운 지역이다. 실제 남경에서 상해까지 2시간 동안 고속철을 달리다 보면 탁 트인 철로 주변에 공장과 건물이 끝없이 이어져 경제융성의 역동적 기운을 느낀다고 한다. 전북과의 정서적 유대감도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있다. 강소성의 여성 중간간부가 한국말을 잘해 물었더니, 김제시에서 잠깐 연수하는 동안 전북 사람의 친절하고 상냥함에 매료돼 그때부터 배웠다고 엄지척을 보여주더란다. 자매결연의 잦은 교류를 통해 끈끈하고 인간적인 상호 신뢰를 바탕에 둔 결과이기도 하다. 자치단체마다 입만 열면 투자유치를 외쳐 대지만 초라한 성적표엔 입을 굳게 다문다. 오랫동안 공 들여 좀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곳을 놔두고 왜 상해를 두 번이나 선택 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강소성과 공식 교류행사 열기도 예전같지 않아 시들해졌다고 한다. 26년간 친분관계를 맺은 강소성 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전북입장에서 보면 중국진출의 교두보 임에 틀림없다. 순간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는 광고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적발 건수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611건에 이르고 이들이 챙겨간 부당이익만 3조 2267억이 넘는 상황이다. 반면 환수율은 5.5%에 불과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근절을 위한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입법화에 나선 민주당 정춘숙 국회의원의 지적이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의료계 반발 등으로 무산됐고, 21대 국회에서 정 의원과 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재추진에 나섰다.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와 약사 등을 고용해 개설운영하는 불법기관이다. 영리 추구에만 몰두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건보공단의 분석 결과 건당 진료비는 일반 의원이 10만1000원인 반면 사무장 병원은 12만5000원으로 2만4000원 비쌌고, 주사제 처방률은 일반 의원이 34%인 반면 사무장 병원은 47%로 13%p 높았다. 이들 불법기관들에 대한 연 평균 환수 결정금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환수된 전체 금액은 2000억원에도 못미친다. 환수 결정금액 징수율이 5%대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가운데 매년 수 천 억원이 불법기관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건보공단과 보험협회, 정부 여당은 문제 해결책으로 특사경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특사경은 삼림해사전매세무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철도저작권문화재 등)에 관해 일반 사법경찰관과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해 8월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건보공단의 특사경 제도 도입에 국민의 81.3%가 찬성했다. 현재 사법당국의 의료 불법기관에 대한 수사는 평균 11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보건의료 전문 수사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수사가 너무 오래 진행되면서 불법 행위자들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기고, 명의를 바꿔 잠적하거나 도주하는 등 환수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 시 수사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 조기 채권확보는 물론 재산은닉도 막을 수 있어 연간 2000억원 이상 환수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사무장 병원 근절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사권 오남용 등 부작용을 우려해 특사경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경찰청도 비공무원에 대한 수사권 부여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특사경법 개정안에는 수사권 오남용 방지장치가 담겨 있다. 수사대상을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에 한정시키고, 특사경 추천권을 복지부장관이 행사해 엄격하게 운영하며,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 불법개설 혐의 의심 건에 한해 수사하는 내용 등이다. 10년 넘게 진행돼온 불법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 편에서 일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여야가 여의도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다. 정권을 잡아야만 국가예산과 인재를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도 똑같다. 국회의원이나 지사 시장 군수가 되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도시군정에 접목시켜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목숨 걸고 뛰는 것이다. 고시공부 안하고도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길로는 선출직이 가장 빠르다. 이장 출신으로 행안부장관을 역임한 김두관 국회의원 같은 인물이 선거로 벼락출세한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권 들어 운동권 출신들이 국정 각 분야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북이 광주 전남에 비해 뒤진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정치력이 가장 떨어진다. 광주 전남 사람들의 민도가 높다. 깨어 있다는 말이다.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릴 줄 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표현할 줄 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라고 말할 정도로 배심도 세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안다. 광주 전남사람들 중에는 유배지 생활을 한 사람들의 후예가 살아선지 저항의식이 강하다. 전두환 군부독재 치하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했어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외친 것만 봐도 그렇다. 광주는 역시 민주주의 성지다. 동학의 후예로서 전북도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는 실컷 비판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뒷심이 부족해 흐지부지하고 만 것은 고쳐야 한다. 민초들이 존경받으려면 지행일치해서 자신의 한 표를 제대로 던져야 한다. 선거를 잘못해 놓고 나중에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에게 몰표를 안겨준 것이 전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일부 조합장 선거에서 돈 받아먹고 찍어주는 것이 잘못이었다. 지금이 막걸리와 고무신 선거가 횡행했던 자유당 시대인가. 전북이 발전하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제대로 일 잘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의 자존감을 과시하며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지금 시장 군수들의 정치력이 약해 나약하기 그지없다. 중앙에 인적네트워크가 구축 안돼 헤맨다. 신문에 국가예산 잘 확보했다고 대문짝만하게 나지만 다른 시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3선하고도 괄목할만한 업적이 없는 게 다 이유가 있다. 결국 자신과 가족들만 임기내 호의호식했다는 뜻이다. 시군별로 시장 군수 후보군이 움직인다. 기득권 세력들은 자기 이익 때문에 현직에게 바싹 달라붙어 으샤으샤 하지만 그건 골목대장들이나 좋아할 일이다. 지금부터는 정치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정치력은 인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잘 파악해야 한다. 시장군수는 중앙무대에서 뛰고 행정 실무는 부단체장 에게 맡기면 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못한 사람은 중앙에 인맥이 없기 때문에 방안퉁수처럼 골목대장 노릇이나 하는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영국 남서부에 있는 바스(Bath)는 고대 스파 도시로 불린다. 1세기 경,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은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엄청난 양의 온천수를 뿜어내는 이 도시를 주목해 로마식 온천탕을 짓고 신전을 세웠다. 18세기에 이르러 바스는 온천 도시라는 특성에 대규모 확장으로 건축 붐까지 더해지면서 영국 부유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교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바스를 주목받게 하는 자랑거리는 역시 로마 목욕탕이었다. 로마 특유의 화려한 건축양식과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바스의 고대 로마목욕탕 유적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바스를 해마다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로 만들었다. 사실 목욕탕의 역사는 로마가 뿌리다. 목욕을 좋아하고 즐겼던 고대 로마인들은 <공공욕장>으로 불렸던 거대한 규모의 목욕탕을 만들어냈다. 이들 공공욕장은 규모도 엄청났거니와 수많은 방과 휴식공간, 사교장까지 갖추어 시민들을 끌어 들였다. 목욕탕은 단순히 목욕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사교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간통과 난교, 매춘 등이 벌어지는 장소로 전락해갔다. 결국 로마 시는 1주일에 한 번만 목욕 할 수 있게 하는 목욕제한령을 공포해 도를 넘는 시민들의 목욕탕 애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시민들의 목욕탕을 향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자 황제들이 나서 대규모 공공욕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티투스 욕장, 도미니아누스 욕장, 트라야누스 욕장, 카라칼라 황제의 대욕장 등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공공욕장들이 이때 지어졌다. 300년 즈음에는 로마시내에서만 850여개 공공욕장이 성업을 누릴 정도였다니 그 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형이 그대로 남아 이름을 알린 카라칼라 대욕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는데 지금은 무대와 객석을 설치해 야외 오페라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욕은 로마 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특한 문화로 정착해 발전하거나 쇠퇴했다.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대중목욕탕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우나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동네 대중목욕탕들이 건재한다. 덕분에 한국의 사우나 문화는 해외에까지도 알려져 관광객들이 꼭 들러 가는 관광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으니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본새의 쓰임이 흥미롭다. 주민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사우나가 코로나 19를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지목 받고 있다. 사우나 이용자들의 코로나 확진세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코로나 19가 목욕탕 문화사까지도 바꿀 판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맥도날드가 1986년 로마에 매장을 열자 이탈리아 전통시장 상인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지역 고유의 전통음식을 지키려는 슬로푸드(Slow food) 모임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9년 10월 그레베 인 키안티를 비롯해 오르비에토, 포지타노, 브라의 시장들이 모여 슬로푸드에만 국한하지 말고 도시의 전체에 느림을 도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때 내건 슬로건이 이탈리아어로 치따슬로(Cittaslow)로 슬로시티(Slowcity)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느리다는 의미보다는 대도시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지역의 자연 환경 전통산업 문화음식 등 고유한 자원을 지키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경제살리기 운동이다. 그렇다고 현대 문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갖고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위한 지역공동체운동이자 기다림의 철학을 실천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슬로시티 국제연맹 로고인 달팽이가 슬로시티의 정신을 잘 대변한다. 달팽이는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느리지만 자기만의 생존방식으로 살아남았고 3만 종 이상 분화한 고등생명체이다. 그렇지만 달팽이는 등딱지가 없으면 바로 죽게 되는데 심장 같은 주요 장기가 등딱지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달팽이가 마을을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은 마을공동체가 없으면 등딱지 운명처럼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06년 한국슬로시티추진위원회가 처음 결성됐고 2007년 전남 완도군 신안군 담양군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국제슬로시티 회원도시가 됐다. 전북에선 지난 2010년 11월 전주 한옥마을이 국제 슬로시티로 인증받았고 2016년에는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해 재인증을 받았다. 현재 국제 슬로시티연맹에는 전주 김해 목포 등 국내 16개 도시를 비롯해 30개국 266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전주시는 지난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주는 최고상인 오렌지 달팽이상을 수상했다. 흉물로 방치된 팔복동 공장을 예술공장으로 리모델링해 문화 소외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성매매 집결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전라감영 복원 등 도시재생에 큰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전주시가 이제 3번째 국제 슬로시티 인증에 도전한다. 하지만 전주 슬로시티의 중심지인 한옥마을이 상업화로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가 세계적인 전통문화 슬로시티로 자리매김하려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문화적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도 가져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격정 토로했던 이건희 회장이 얼마 전 타계하면서 이 말의 의미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정치가 꼴찌를 면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뒷걸음 쳤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경제, 민선 자치시대에 기업과 행정은 나름 의미있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 혐오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회의원 등 수준이하 행태를 에둘러 표현한 이 말에 이어 최근엔 18원 후원금 이 눈에 띈다. 욕설과 발음이 비슷해 정치적 반감 표시로 자주 쓰인다. 정치권이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국민의 매서운 경고다. 아직도 중앙은 물론 지방정치가 시대 흐름과 정반대로 간다고 탄식할 정도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국회의원 활약상을 보면 생활정치 미명하에 지방의원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역구 소소한 예산확보와 법안 발의했다고 언론홍보에 열 올리는 게 고작이다. 한술 더 떠 이벤트 낯내기 행사나 포퓰리성 단체모임에 얼굴 도장 찍는 데도 혈안이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전북지역 초재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지렛대가 원팀정신 이었다. 3선 이상의 중진역할을 끈끈한 팀웍으로 이뤄내자는 데 공감했다. 초반에는 도민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도당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의 벽에 막혀 좌초됐다. 의원 각자도생에 따른 후폭풍은 지역현안이 삐걱대면서 불만 표출로 이어졌다. 남원 공공의대 예산실패가 단적인 예다. 2024년 개교를 골자로 한 정부방침이 확정됐는 데도 국회 예산확보입법과정이 순탄치 않다. 한 차례 법안이 폐기되는 아픔을 겪은 데다 법안통과 의석이 확보된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다. 지역출신 이용호 의원과 여당간사 김성주 의원이 버티고 있는데도 상임위 진통을 겪는 것은 전북출신 의원들의 원팀정신이 아쉽다는 반증이다. 반면 3년연속 7조원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송 지사 집념과 전북도 강행군이 눈물겹다. 국가예산 확보야말로 국회의원의 최고 의무이자 역량평가의 기본 잣대다. 여의도 상주하며 지역 자치단체와 증액 활동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한 푼이라도 예산을 늘리기 위한 의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각오가 절실한 때다. 그런데 엇박자 소리가 난다. 하필이면 이 때. 생뚱맞은 차기 도지사 선거전이 관심을 끌었다. 김윤덕 의원이 지난주 불쑥 출마가능성을 시사하며 포문을 연 것이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전현직 도당위원장 중심의 재선그룹 안호영김성주 의원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1년 6개월이나 남은 선거 이슈가 예산투쟁 전열을 흐트러뜨린다고 여론은 곱지않다. 전북 국회의원이 한데 뭉쳐 죽기살기로 싸워도 예산증액이 버거운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것. 말 그대로 원팀정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반응이다. 당장은 예산투쟁에 집중할 때다. 도지사 꿈 얘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변호사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주세요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둘러싼 변호사와 세무사변리사 등 전문직들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영역 지키기를 위한 입법 다툼은 물론 지상(紙上) 광고를 통한 여론전으로 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오래전부터 내재돼 있던 전문직 간의 직역(職域) 갈등은 지난 8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특허변호사회가 변호사법 개정 추진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변호사법 제3조(변호사의 직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로 돼있는 현행 직무 규정에 특허관련 소송대리, 세무대리, 노무대리, 등기대리 등을 신설해 변호사의 직무를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변리사회세무사회공인노무사회가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모든 업무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이들 3개 단체 외에 감정평가사협회관세사회공인중개사협회까지 참여한 전문자격사단체 협의회가 출범해 변호사 업계와 직역 다툼을 벌이는 13만7000여명의 거대 연합전선이 형성됐다. 전문직 직역 갈등은 이미 수 년전 변호사와 세무사 단체에서 시작됐다. 세무사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변호사에 대해서는 등록 예외 규정을 둔 세무사법 제6조와 제20조를 두고 서로 다툼을 벌여왔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양경숙양정숙 의원이 각각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세무대리업무에 일부 제한을 두고, 3개월 이상의 의무 실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변호사 출신인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변리사세무사단체는 지난 16일 변호사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라는 지상 광고를 통해 시험도 없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하고, 회계학 시험도 보지 않은 변호사가 회계업무를 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사단체도 다음날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주세요라는 지상 광고에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세무사가 위헌적인 입법으로 세무대리를 독점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인 조세법을 선택하는 비율은 사법시험 0.4%, 변호사시험 2.2%로 매우 적고,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 1만8150명 가운데 세무대리업무를 하려는 변호사는 0.009%인 167명에 불과하다. 직역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보다 전문자격사의 서비스 제고를 위한 상호간의 융복합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도내 아파트시장을 서울과 광주 업체들이 먹어 치운지 오래다. 이지움 계성건설이 외롭게 선방하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계성건설은 성실 시공을 모토로 내걸고 하자없이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처리하지만 서울이나 광주 업체 보다 분양률에서 밀린다. 그 이유는 전주시민이나 도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80, 90년대만해도 도내 아파트 시장을 도내 업체들이 좌우할 정도로 분양도 잘 되고 인기도 좋았다. 노태우 정권 때 주택 2백만 가구 건설 정책을 펼때가 피크였다. 업체들이 부지 계약서만 가지면 분양공고를 내서 입주자를 모집할 때였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나 다름 없었다. 건축경기가 호황을 이루다 보니까 지역경기도 들썩일 정도로 좋았다. 의식이 족하다 보니까 인심도 후했고 한정식집과 심지어 룸살롱까지 잘됐다. 그 당시 전주에서 거성건설 인기가 높았다. 거성이 짓는 아파트에 서로 입주하려고 안달이었다. 연줄을 동원하고 웃돈을 줘서라도 분양 받으려고 난리법석이었다. 그 만큼 거성아파트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만큼 상한가였다. 팔때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으니까 그 인기가 어떠했는가는 짐작이 간다. 전주 고속거성아파트처럼 요지에 거성아파트가 들어서 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브랜드 값이 대단했다. 전주혁신도시나 서신동 도청인근 신시가지 평화동 송천동 에코시티가 조성되면서 전주아파트 시장이 서울이나 광주1군업체들의 안방으로 전락했다. 그 이유는 자본력을 앞세워 대단위 부지를 분양예정가보다 비싸게 구입해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탓이 컸다. 아파트분양가는 용지구입비에다가 건축비를 합산해서 그 가격을 결정하므로 부지를 비싸게 사도 문제가 없다. 결국 전주시민들이 분양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주시민들은 외지업체들의 봉 노릇을 해왔다. 외지업체들이 비싼 가격에 용지를 구입해서 분양하므로 전주아파트 분양가가 턱없이 1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광주 아파트업체들은 전주와 전북에서 힘잡아 그 여세로 세종시로 진출하면서 대박을 터뜨려 13개업체가 1백대 안에 들어갈 정도로 그 위상이 탄탄해졌다. 지금 이 같은 상황에서 이지움 계성건설이 도내 대표 주자로 혼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전주시민이나 도민들이 너무 외지업체들의 브랜드를 선호해 지역업체가 지은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는 게 문제다. 외지 업체들은 돈만 벌어갈뿐 하도급도 제대로 안줘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된다. 그러다보니까 빈곤의 악순환만 거듭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것을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 시공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계성건성의 브랜드 이지움을 성공할 때까지 밀어줘야 한다. 계성건설은 외지에서 돈 벌어다 전주에다 세금 내는 토종기업이다. 임직원들도 모두 전북 출신이다. 관청도 갑질 말고 도움 되는 쪽으로 나서길 바란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베트남이 독립과 통일을 열망했던 시기, 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남베트남 정부를 지원한 미국과 벌인 베트남 전쟁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졌다. 15년 동안이나 지속됐으니 전쟁의 폐해나 후유증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때 참전했던 미군 장교다. 그는 1965년 포로로 잡혀 1973년까지 8년 동안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수용소의 전쟁 포로들은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어야했지만 곧 풀려날 것이란 희망으로 참혹한 현실을 이겨냈다. 부활절이 되면 추수감사절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되면 풀려날 것이란 기대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은 희망이 아닌 좌절이 되어 그들을 괴롭혔다. 희망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많은 포로들이 깊어진 상심으로 자살하거나 죽어갔다. 그러나 스톡데일은 그들 사이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풀려났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고 믿어 희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과 달리 처해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가 가져온 결과였다. 역경에 처했을 때 무조건 낙관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역설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이름 붙인 사람은 미국의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다.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낙관적인 희망에만 기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주목했다. 자신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믿음은 잃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하루 최고 900명을 넘었던 2월과 3월, 400명을 넘었던 8월과 9월, 그 이후 환자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하던 확진자가 다시 300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었지만 우리나라 확진자 추세까지 더해지고 보니 이제 좀 나아질까 싶었던 기대가 무참하다. 하기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다 해도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는 터다.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안겨준 일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이 더 절박해졌다.
삽화=권휘원 화백 경제 위기와 실업난 속에 일자리 창출은 정부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에서도 최우선 정책이자 최대 과제다.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실업 인구가 증가하고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부와 자치단체가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도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마른 수건이라도 다시 짜보는 심정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온갖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라북도의 일자리 정책이 전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지난 9월말 고용노동부 주관한 전국 자치단체 일자리 대상 시상식에서 전라북도가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대상을 거머쥐었다. 2018년에는 최우수상, 2019년엔 우수상을 받는 등 4년 연속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초자치단체 부문에서도 전주시가 최우수상, 군산시 남원시 완주군 무주군 순창군이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전라북도는 내년 일자리 예산으로 7723억 원을 편성했다. 일자리 창출에 7110억 원, 청년 지원에 613억 원을 계상했다. 지난해 일자리 예산 6849억 원보다 12.7%나 증액한 것이다. 그만큼 전라북도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예산에 반영됐다. 하지만 고용지표를 보면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북지역 고용률은 61.6%로, 지난해 10월 보다 1.8% 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노동인구의 핵심 계층인 3040대의 고용 여건은 크게 악화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지역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10년 39만7000명이던 3040대 취업자 수가 2019년에는 36만1000명으로 급감했다. 청년 고용률은 더 심각하다. 전북지역 15~29세 고용률은 지난 2018년 33.2%에서 2019년 31.7%로 떨어진 데 이어 올 2분기 들어서는 29.0%까지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지역 여건이 비슷한 전남보다도 청년 고용률이 10%포인트 정도 낮았다. 청년 취업지원사업도 겉돌고 있다. 2018년 채용된 인원의 34%만 직장에 다니고 있고 2019년 채용자는 59%만 남아있다. 신중년 취업지원자도 중도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할 때다. 실적과 평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이 요구된다. 용돈 벌이나 놀이 수준의 일자리로는 전북을 떠나가는 청년과 30~40대를 붙잡을 수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도의원이 매입한 도심 인근 농지 주변에 의원이 속한 상임위 관할 기관의 수십 억대 공사가 진행되면서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한 언론매체가 이를 보도함으로써 파문이 일자, 의원은 본인과 무관하다며 극구 부인한 가운데 다른지역 부동산 매입의혹도 거론돼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문제가 된 그 땅은 부인 명의로 사들였는데, 그 곳에서 부인딸이 운영하는 대규모 어린이집유치원과는 불과 100여m 정도 떨어져 있다. 일대 부동산 움직임으로 미래 재산가치를 가늠해 보면 의혹은 커지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오평근 의원은 이번에 불거진 의혹에 이어 지방의원 이해충돌 논란에도 휘말렸다. 도의원 신분으로 유치원 대표직(설립자) 겸직도 법률위반 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가 도의회의 유권해석을 의뢰 받고 이같은 결론을 내려 통보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도 상당 기간 불법적인 겸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회의원 이 영 의원과 조명희 의원이 각각 보유한 수십 억대 주식과 관련한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마찬가지로 박덕흠 의원도 상임위 수감기관 공사수주 의혹 때문에 탈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북 지방의원 중 절반 이상이 다른 직업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여 명은 겸직신고를 고의 누락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지방의원 4명 가운데 1명 꼴로 겸직신고를 하지 않거나 누락한 셈이다. 의원등록 때 겸직 여부를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까닭에 이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원이 이해관계를 떠나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도입된 유급제 취지를 무색케 한다. 이뿐 아니라 오 의원은 지난 2018년 도의원에 당선된 뒤 지방의원 겸직위반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재선 전주시의원 시절을 포함해 9년간 어린이집 대표를 지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겸직위반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당시 도의회도 대표직 사임권고를 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언론에서 문제 제기에 나서자 그는 결국 폐원방침을 밝혔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고 늘 마음이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했다며 대표직 사퇴카드를 꺼내 이를 봉합했다. 그 논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전주 대규모 유치원의 대표겸임 사실도 밝혀져 큰 파장을 낳았다. 더욱이 이 유치원은 2009년 개원한 이래 해마다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왔는데 감사 패싱 논란으로 뜨거웠다. 부인이 원장으로 있으면서 단 한 차례도 교육청이나 전주시 감사를 받지 않았다. 실제 도의원은 유치원어린이집 업무를 관할하는 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예산결산심사 등 권한을 가졌기에 실질적 이해당사자로 규정, 지방의원 겸직을 금지한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지난 8월 5일부터 탐정이라는 명칭을 상호나 직함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탐정사법 제정도 추진중이어서 추리소설 속의 셜록 홈즈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을 이제 우리의 실생활에서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공인탐정제도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부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공인탐정법 제정을 추진중이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탐정업 법제화에 적극적이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시갑)은 지난 10일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탐정사법)을 발의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탐정업법 제정관련 세미나에서 법제화 뒷받침을 약속했다. 발의된 탐정사법은 탐정의 업무 범위와 자격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탐정사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공인 탐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전과자나 파산 선고자는 탐정사가 될 수 없고, 탐정사가 업무 중 의뢰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배상책임도 진다. 탐정은 각종 범죄나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실종자 소재 탐지, 개인의 권리구제와 피해회복, 위해방지 등을 위해 의뢰인을 대리해 사실을 확인해주고, 정보 수집을 대행하는 서비스업이다. 심부름센터와 사실확인 대행 같은 음성적 민간 조사업의 각종 불법 및 범죄 행위 논란 속에 이미 15년 전부터 탐정업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제화가 추진돼 왔다. 그러나 지도감독기관을 어디로 하느냐는 관할권 문제로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행안부(경찰청)와 법무부의 이견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내세운 입법 반대 논리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인정보 침해 등 불법과 전관 비리 조장 우려 등을 들어 공인탐정법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OECD 가입국중 탐정업 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하고 야당도 법제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내년중 도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8000여 명의 탐정사가 활동중이며, 20여개 탐정 관련 민간단체가 난립돼 있다. 이들 단체에서 31종의 각종 탐정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탐정업 법제화를 통한 공인탐정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에서 1호 탐정사무소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대(2기) 출신으로 전북경찰청 정보과장과 전주 덕진경찰서장남원경찰서장을 역임한 함현배 탐정이다. 함 탐정은 전북경찰 내부에서도 신망이 높다. 34년 경찰관 생활의 경험과 명예를 걸고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내건 함현배 탐정사무소를 연 그는 개인정보와 인권,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뒷조사가 아닌 현장조사와 사실조사, 증거조사에 근거해 의뢰인들의 침해된 권리보호와 구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다. 전북 탐정업의 개척자이자 선구자 역할에 나선 함 탐정의 전북 탐정업 조기 정착을 향한 도전과 활약이 기대된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건설업이 잘 돼야 서민들 살기가 팍팍하지 않다. 건설업은 종합예술과 같다. 일용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필요한 업종이 건설분야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 않은 업종이 없지만 건설분야가 매서운 한파를 타고 있다. 그만큼 일감이 없어 애가 탄다. 회사들은 회사들대로 수주가 안돼 고민이고 근로자들도 일감이 없어 하루 벌어 하루 살기가 힘들다. 언제나 수주난이 풀릴지 기약조차 없어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전북 건설업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불문가지다. 100대 기업 안에 든 업체가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 전북건설업을 대변해준다. 광주 전남업체는 13개, 대전 충남은 5개, 충북 강원 제주도도 1개가 백위권 안에 랭크돼 있다. 전북은 이지움으로 명성을 쌓아가는 선두주자 계성건설이 109위권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갈수록 수주난을 겪으면서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업체 난립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공사발주관서 탓도 크다. 상당수 도내 업체들이 서울 대기업 1군업체들 한테 바싹 매달려 있다. 하도급 받으려고 연줄망을 총동원하다시피 한다. 겨우 연명하는 실정이다. 일찍 이 같은 현상을 파악한 업체들은 세종시나 타 시도로 회사를 옮기거나 수주를 위해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전북에 있어 봤자 수주를 못해 굶어 죽을판에는 이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는 것. 3일 굶으면 옆집 담을넘지 않을 사람이 없듯이 수주난으로 자금난에 봉착하면 보이는 게 없다.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업체간 공정한 경쟁은 사라지고 뒷다리라도 잡아 너 죽여야 내가 산다는 막장드라마만 펼쳐진다. 의식이 족해야 의리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막가파식으로 부정적 의식만 팽배해진다. 그래서 고소 고발 진정 투서 등이 난무해진다. 전북은 건설업계의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서 경쟁력 있는 업체들마저 업종 전환을 모색하거나 문 닫을 각오를 한다. 연간 5백억 정도 수주한 한 업체는 걸핏하면 세무 조사한다 뭐 한다해서 서울 강남으로 이전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는 것.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적은 공사라도 수주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 시장 군수선거 때 당선이 유력한 후보쪽으로 줄 서는 게 일상화 됐다. 수의계약이라도 하려고 아니면 하도급이라도 받으려고 이 같은 일을 한다. 이들은 비서실을 통해 은밀히 사업 추진을 모색한다. 관을 움직여서 공사발주를 하게 한다. 각 시ㆍ군별로 업체들끼리 연줄망으로 이너서클을 형성해 그안에 들어있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 일부 업체들은 특허공법을 설계에 반영하는 식으로 수주를 해 법망을 피해 간다. 업체들이 각자도생 하기에 바쁘다 보니까 지역업체들끼리 파이를 키우려는 협력은 사실상 어렵다. 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과감히 지역업체를 도와줘야 한다. 새만금사업이 남의 잔치판이 돼버려 도내 업체들은 끼지도 못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을 송두리째 내어준 게 업체 탓도 있지만 메이커를 유달리 좋아하는 도민들의 시장선호도도 문제가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한복이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중국 옷이란다. 한복의 기원을 대놓고 중국이라고 내세우는 중국 네티즌들의 공략이다. 한 중국 유튜버가 올린 영상물로 촉발된 한복의 기원은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모바일 게임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 공략은 새삼스럽지 않다. 얼마 전 불거졌던 방탄소년단의 밴플리트 상 수상 소감을 둘러싼 비난도 그 중 하나다. 돌아보면 한국의 역사 문화유산에 가해졌던 중국의 궤변과도 같은 일방적 주장은 한둘이 아니지만 한국의 전통 의상까지 중국의 복식 그 일부분이라는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기야 지난해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서원을 놓고도 그 기원을 문제 삼았던 중국이다. 서원이 당초 중국 고대의 독특한 문화교육기구였다는 점을 들어 중국은 한국의 서원이 독립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의 문화재를 빼앗아간 것쯤으로 여겼다. 중국의 꼬장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한국의 서원은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지만 그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서원의 역사는 중국과 한국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서원이 시작된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에 이르러 꽃을 피웠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했다. 반면 한국의 서원은 조선 중기 이후 설립되어 한동안 시대를 이끌었다. 한복에 대한 논리도 마찬가지다. 한복과 중국의 전통복식 형태가 비슷하다해서 어느 한편이 또 다른 한편을 모방했다는 단순한 규정은 위험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복식사 연구자들은 이미 한복을 유목민족인 스키타이계 복식 문화에 속하는 대표적인 복식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터다. 이쯤 되면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북공정이다. 동북공정의 실체는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다. 중국 최고의 학술기관인 사회과학원을 비롯해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삼성의 성위원회가 연합해 추진했으니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초 2006년까지 기한이 정해져 있었지만 동북공정은 아직 살아 있는 정치적 도구(?)다.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역사 문화의 왜곡 실체가 그것을 증명한다. 지워야 할 동북공정의 그림자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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