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삽화=권휘원 화백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이 강했다. 삼한시대 때부터 내려온 상호부조 목적의 계(契)를 비롯해 두레 향약 품앗이 등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를 형성해왔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구의 영향을 받아 조직된 YMCA와 YWCA 등이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 왔고 1960년대 들어 적십자운동, 70년대 새마을운동, 80년대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정착됐다. 1990년대에 들어선 자원봉사와 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인 봉사단체가 결성돼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펼쳤다. 이에 정부에서 1994년 4월 자원봉사 지원법을 제정하고 한국자원봉사단체 설립과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전라북도에도 1997년 6월 전라북도자원봉사종합센터가 설립됐고 도내 시군지역에도 1998년부터 자원봉사센터가 조직되기 시작해 현재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센터는 행정이나 제도적으로 충족할 수 없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해서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자원봉사의 개념이 자발적 의지로 어떠한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공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나서는 비영리적 사회활동임에도 사회통념을 뛰어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 김영배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북자원봉사센터장의 월 기본급이 665만 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8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광역 자원봉사센터장 가운데 최고액이다. 수당이나 직책보조비 등을 포함하면 자원봉사센터장 연봉이 웬만한 공기업 기관장 수준이다. 반면 충북과 세종자원봉사센터장은 비상근에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고 광주광역시센터장은 월 기본급이 321만 원에 불과하다. 전북지역 시군 자원봉사센터장 중에선 진안군이 연 6300여만 원으로 도내 최고액을 기록했다. 반면 순창군 자원봉사센터장은 무보수로 봉사하면서 월 30만 원의 업무추진비만 받는다. 남원 임실 완주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해 연간 3600만 원 정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보수기준표에 따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자원봉사센터장 급여를 책정하겠지만 형평성 문제와 함께 지나치게 과도한 측면도 제기된다. 어떤 대가나 보상 없이 봉사 활동에 나서는 대다수 자원봉사단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 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라는 기본 정신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32년 전인 1988년 10월.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가정집 인질극이 TV로 전국에 생중계 됐다. 주동자인 그는 창문을 통해 피맺힌 목소리로 세상에 외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우리 법이 그렇다 며 울분에 가득차 있었다. 말 그대로 돈 있으면 무죄로 풀려 나지만, 돈 없으면 유죄로 처벌 받는 것을 빗대 한 말이다. 국민 80% 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 말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재벌총수 봐주기용 35 법칙도 있다. 실형을 면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통해 구속을 피하거나 감옥에서 석방 된다는 뜻이다.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내로라하는 재벌총수 대부분이 실제 이런 룰에 따른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술 더 떠집사 변호사활동도 노골적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물론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벌이나 유력 정치인 등에게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주는 변호사 들이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 초호화 변호인단이 화제가 됐다. 20개월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팀 일원에 대한 1대1 맞춤형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무려 350명이 넘는 변호사가 총동원 되다시피 한 것이다. 그 중 전북출신으로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 승씨와 법무연수원장 출신 김희관씨가 눈에 띈다. 판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 갈림길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김 변호사는 수사 총책임자인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전주고 동기다. 최근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논란이 관심을 끌었다. 2016년 이후 올해 5월까지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905명이나 된다. 해마다 평균 160명 이상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석방된 셈이다. 검찰이 과오를 인정한 경우는 14.4%이며, 이 중수사 미흡으로 판단한 것이 52.7%로 가장 많다. 이에 못지않게 강압수사도 여론의 관심에서 비켜갈 수가 없다. 1999년과 2000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결국 진범이 잡혀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법조계는 구속은 엄격한 요건에서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뚤어진 수사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수사 편의를 위한 구속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개인 인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요즘이다. 시대착오적인구속영장 남발이 거론되는 현실이 마냥 안타까울 따름이다.
군산항에서 뱃길로 40여 분 걸리는 금강 하구 북서쪽에 위치한 섬 개야도(開也島).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넉넉한 시골 인심으로 섬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잘 살게됐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김 양식과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개야도는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불야성을 이루던 옛 파시(波市 :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선원 자리도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외국인 노동자가 220여 명에 달해 섬 사람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개야도는 6년 여 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에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아폴리(본명 코레이아 아폴리나리오33) 씨의 인권착취 주장으로 풍비박산 났다. 뱃일을 하면서 밥 대신 초코파이를 먹고,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했지만 고작 19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 노예의 삶을 살았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했다. 쉬는 날도 없었고, 섬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개야도는 하루 아침에 인심 좋은 섬에서 후진국형 인권착취의 현장이 됐다. 개야도는 매년 8~9월부터 이듬해 3~4월께 까지 김 양식을 한다. 김 양식이 끝나면 4월부터는 두 달 정도 꽃게잡이 어업을 한다. 아폴리 씨는 김 양식장에서 일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개야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김 양식이 끝나면 할 일이 없다. 이 기간 휴가를 얻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돈을 더 벌기 위해 꽃게잡이 일을 도와주고 월급을 받는다. 꽃게잡이는 김 양식보다 더 힘든 작업이라 월급에 수당까지 얹어준다고 한다. 동티모르인도네시아베트남스리랑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개야도의 사업주들은 무슬림이 피하는 음식까지 미리 알아볼 정도로 그들의 먹거리에 신경 쓴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겹살 파티를 하거나 돈까스 외식을 하고 숙소에서 맥주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은 SNS에 사진으로 올려져 있다. 섬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다던 이들을 진료한 군산시내 병원장의 사실 확인도 있다. 인심 좋은 개야도가 인권착취의 현장으로 왜곡된 것은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꽃게잡이 어업을 위해 이들을 붙잡으려는 사업주들의 간절함도 컸을 것이다. 힘든 꽃게잡이를 그만 두고 개야도를 떠나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7월 인권단체의 방문 이후 4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폴로 씨와 함께 개야도를 떠났다. 그러나 인권착취의 현장으로 왜곡된 개야도에 스스로 남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130여 명에 이른다. 개야도 주민들은 진실의 왜곡에 분개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가린 뒤 치유에도 신경써야 한다.
서서히 노란 국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핏빛 꽃무릅이 피어 있지만 예전처럼 눈에 잘 안들어온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동제한으로 보며 가며 즐기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그렇게 인산인해를 이뤘던 전주한옥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서울 명동 뒷골목처럼 날마다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던 태조로에 관광객이 급감 적막감이 나돈다. 언제부턴가 전주는 도청 앞 신시가지와 관광호텔 객리단길을 제외하고는 저녁 10시 이후에는 적막강산이다. 젊은 청춘들이 전남 자도주인 잎새주를 실컷 마시며 여수 오동도 밤바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굳이 부산갈매기를 외치는 해운대의 야경을 들먹일 것 조차 없다. 60 이후 나이드신 전주 시민들 조차 갈수록 전주가 생기를 잃어간다고 걱정한다. 젊은 청년층이 외지로 빠져 나가고 기존 중심시가지의 기능이 외곽으로 분산된 탓인지는 몰라도 예전 같은 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전라감영이 복원돼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지만 얼마만큼 그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사실 전주에 전남북과 제주도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이 있었다는 게 자랑거리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를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전주에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서 묘한 병(?)만 생겼다. 그게 전주병인데 한마디로 무기력증이나 다름없다. 도전정신도 없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부족한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무력증에 빠져있다보니까 시민정신마저 안일하게 보인다. 왜 전주가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정치적 소외에서 비롯됐지만 그보다는 특정정당 위주로 선출직을 뽑다보니까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로 뽑힌 게 문제였다. 선거 때 만든 이너서클이 알게 모르게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으로 작용,경쟁관계가 아닌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여름철 덥다고 무작정 나무만 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역전 구불길, 중앙동 길, 선미촌길, 전주완산서에서 완산교에 이르는 길을 뜯어 고친다는 게 오히려 잘못됐다. 도로는 혈관과 같아 반듯한 길을 돈 들여 뜯어 고치는 게 아니다. 슬로시티 건설은 기능회복과 재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한마디로 선거 때 이기려고 철저히 시민을 편가르기 한 게 잘못이다. 지금 전주시민은 날마다 같은 환경을 반복적으로 보니까 익숙해져 뭐가 문제인지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등 외지에 사는 출향인사들은 객관적으로 전주를 바라보고 좋은 정보를 접하다보니까 아주 비관적으로 본다. 출향인사 중에는 경쟁속에서 노력해 성공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은 바깥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채 외골수로 흘러 우물안개구리 같은 사고를 한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주천 수달 보호도 중요하지만 황방산 터널을 뚫는 게 시급하다. 전주감영 준공을 계기로 전주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가 변방이 아닌 중심도시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됐으면 한다.
고창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최고지도자 전봉준 장군의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 고창지역은 전봉준 장군의 출생지이자 동학농민혁명을 전국적으로 체계화시킨 무장기포지였지만 상징적 기념물이 없었다. 이에 고창군민과 유족회, 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돼 지난 7월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동상 건립기금 모금에 나섰다. 동상건립위원회는 오는 2022년 전봉준장군 탄생 제166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와 함께 동상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일제의 침탈과 봉건지배 체제에 맞선 혁명가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시설물은 정읍과 전주 서울 등 10여 곳에 있다. 전봉준 장군의 동상은 정읍 황토현전적지와 전주 덕진공원에 설치돼 있고 2년 전에 서울 종로에도 세워졌다. 하지만 정읍과 전주에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은 지나치게 선비 같은 모습에다 민상투에 두루마기 차림이어서 농민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게다가 1987년 정읍 황토현전적지에 세워진 동상은 친일작가 김경승 작품이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실패한 동학농민혁명군의 지도자상을 친일작가가 만든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봉준 장군을 상징할 만한 동상 건립이 역사학자 이이화씨 주도로 추진됐고 지금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 있다. 종로는 순창에서 관군에 체포된 전봉준 장군이 서울로 압송된 이후 구금돼 있다가 교수형을 당한 전옥서(典獄署) 터다. 약간 등 굽은 자세로 두 손을 바닥에 짚은 채 형형한 눈빛에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의 동상은 세상을 향해 분연히 일어설 기세로 보인다. 당시 재판을 받기 위해 들것에 실려 일본 영사관을 나서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고창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사업에 군민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고창지역 종교여성농민단체 이장단협의회 등이 함께 나섰고 각계에서 모금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역 농협과 무장기포지인 공음지역 이장단도 성금을 기탁했다. 동상을 세우는 기념사업은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잘 담아야 한다. 동상건립위원회 측도 전봉준 장군의 얼과 동학농민혁명의 시대적 의미를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학농민군의 혁명정신과 항일 의병항쟁, 3.1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의식, 그리고 민족정기를 일깨우는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이 되길 바란다.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 사태 책임을 지고 지난 달 2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잠시 떠나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가 맡고 있던 전주을이 최근 사고 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후임자 선출에 관심이 쏠려 있다. 채 2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공천권 향배에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장은 물론 전주을의 경우 도의원 3명, 시의원 10명을 뽑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다 내년 대선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무엇보다 조직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지역구 사정도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치 않은 편이다. 그간 이상직최형재의 피할 수 없는 파워게임에서 깊은 내상을 입었다. 이 둘의 갈등은 지난 총선 전후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문에 파벌과 계파색이 여전해 피아(彼我) 구분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 데다 이 의원이 원팀정신 훼손 논란에도 도당위원장 출마를 강행했다가 고배를 들었다. 겨우 수습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데 이번에는 위원장 탈당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런 속사정이 저변에 깔려 있어서일까. 1만 여명 안팎의 당원조직을 추스리기 위해선 지역구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내부 인사가 적임자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만큼 물갈이 차원의 외부인사 차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울러 중앙인사 낙하산說도 심심찮게 나돌지만 무임승차 논란으로 시선이 곱지않은 편이다. 총선 후보는 어차피 그 시점에 완전개방 경선을 통해 공천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충격에 휩싸인 당원들은 산전수전 겪고 오늘에 이르렀는데 무슨 소리냐며 중앙외부인사 발탁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 때문에 4월 총선 후보자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최형재는 경선 불복해 탈당함으로써 물건너 갔고, 막판까지 선전을 펼쳤던 이덕춘은 인지도는 올랐으나 지역구 당원을 껴안는데 소홀해 조직력 열세가 약점이다. 뇌물수수 판결을 눈앞에 둔 송성환 전의장의 선택지도 주목된다. 재판결과에 따라 그의 운명이 좌우되는 까닭이다. 반면에 대권을 꿈꾸는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 임에 틀림없다. 취임 이후 당에 누를 끼치거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꼴불견 의원들에 대한 군기잡기가 여론의 호평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친문(親文) 정서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부족하긴 그에게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등 연말국회가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대권행보에 나서야 하는 스케줄을 감안하면 후임자 선택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새 리더 교체라는 폭풍전야를 앞두고 당원들은 각자도생 생존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혼란을 거듭하는 전주을 지역위원장의 십자가를 누가 짊어질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어만 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될 수록 더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 복권, 술, 립스틱 등이 경기가 어려울수록 매출이 더 오르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미증유의 코로나19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 까지 바꿔놓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하는 술의 경우 지난해 까지는 업소용과 가정용 매출 비중이 일반적으로 6대 4 수준이었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그 비중이 반대로 뒤집어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로 식당과 주점 등의 영업이 통제 또는 영업시간 제한이 시행되는 바람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Home)술이나 혼술이 늘면서 업소 매출은 줄고 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용 주류 소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 트렌드도 바꿔 놓았다. 불황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인 립스틱 지수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에 소비가 침체된 와중에 립스틱 매출이 늘어난데서 고안해낸 용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경기 판단 지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여성들의 관심이 입술 대신 눈 화장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 대형 화장품 유통업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눈 화장관련 상품 매출 구성비(比)는 39.7%였으나, 최근 7월하순 부터 한 달 동안에는 50.4%로 늘어 났으며, 같은 기간 입술 화장 상품 매출 구성비는 46.3%에서 41%로 떨어졌다.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경기침체로 삶이 팍팍해질수록 요행에 따른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경기 불황형 상품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았지만 복권만은 여전히 불티나게 팔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2조62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보다 11.1%나 늘었다. 2005년 이후 가장 높다. 복권 종류 별로는 로또가 8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판매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판매액은 사상 처음 5조원을 넘어서고, 정부 수익도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을 흔히 빈자(貧者)의 세금 또는 희망 세금이라 부른다. 서민들에게 헛된 희망만 키울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고통없는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또 조세저항 없이도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우리나라 복권의 대표 상품인 로또의 경우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로 흔히 벼락 맞을 확률에 비유된다. 이처럼 낮은 확률에도 판매가 불티나는 것은 삶이 팍팍하고 희망이 안보일 경우 복권에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요행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복권이 단순히 건전한 오락 기능에 그쳤으면 한다.
임기를 시작한지가 100일 밖에 안돼 평가하기가 이르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전북 국회의원들의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안보인다. 4명의 초선과 6명의 재선으로 구성된 전북의원들은 누가 뭐래도 지난 4.15 총선 때 운좋게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바라는 도민들이 민주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 10석 전의석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남원 임실 순창서 이용호의원이 호남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남임순에서 이강래의원이 패한 건 공천갈등이 선거 때까지 이어졌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아 이용호의원이 어부지리한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현 국회의원들을 놓고 도의원급 정도 밖에 안된다고 평가절하하는 말이 나돈다. 남원 공공의대설립건이나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주혁신도시 제3금융중심지지정 등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이 있지만 지역구 의원만 혼자서 외롭게 뛰고 있어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고 있다. 그간 누누히 원팀정신을 살려서 지역개발에 앞장서 나가겠다던 그 의지가 눈에 안보인다. 원팀은 고사하고 코로나19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역에서 조차 움직임이 없다. 사실 경험이 부족한 초재선이라도 전문성과 정치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도내 의원들은 전략과 전술 구사 능력이 부족해 전문성이 갖춰진 행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의정활동을 할지 걱정된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상임위 해당 부처와 언론에서 나온다. 장차관을 상대로 질의를 잘하면 그 만큼 영향력이 생겨 국가예산 확보도 한결 용이해진다. 자료제출을 요구 받을 때부터 해당 부서에서 겁먹기 일쑤다. 송곳질문을 잘하는 의원은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자연히 이슈가 생겼을 때는 언론 인터뷰가 쇄도하기 마련이다. 이슈를 선점해서 주목받으면 계속해서 국민들로부터 제보도 쏟아진다. 그렇게 의정활동을 해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거듭 나게 된다. 일부 도민들 가운데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말하면서 몇몇 낙선의원을 아쉽게 생각한다. 3선 정도는 되어야 중앙정치 무대에서 말발이 서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그간 전북은 지역정서에 의존하다보니까 싹쓸이선거가 계속 이어져 왔다. 인물키우기 보다는 그때 그때 형성된 정치상황에 따라 물갈이가 이뤄졌다. 20대 때도 국민의당이 7석을 석권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튼 정기국회가 시작된 마당에 국정감사를 통해 역량을 과시할 수가 있기 때문에 더 지켜볼 것이다. 맹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처럼 보좌진도 전력투구해 스타의원을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에서 맹활약하면 지역에 내려 올 시간이 없다. 지역에 와서 의정활동 한답시고 괜스레 지방의원들이나 줄세우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알맞은 기온에 수확의 계절을 맞아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덕담이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메시지로 대신할 모양새다. 고향을 찾는 귀성 풍속도는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60년대 이후 탈(脫)농촌과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우리 사회는 명절이면 해마다 귀성객이 늘어나면서 1980년대 이후에는 민족 대이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불상사도 없지 않았다. 1960년 1월 설에는 서울역에서 귀성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계단에서 구르는 바람에 31명이 압사당하고, 1975년 추석에는 서울 용산역에서 똑같은 사고로 4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치는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귀성 열차나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매표창구 앞에서 긴 줄을 서는 풍경은 당시 명절 즈음 신문의 단골 사진이었다. 88서울 올림픽 이후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급속한 차량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부족한 도로망으로 명절 때면 서울에서 전주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체증을 빚기 일쑤였다. 동물의 세계에는 귀소본능(歸巢本能)이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역시 동물이다. 태어나서 자란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고 찾아가기 위해 귀성 전쟁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도 귀소본능의 발로인 셈이다. 한가위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는 코로나19가 명절 풍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정부는 고향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5월과 8월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무서운 추세로 확산된 것을 감안, 대규모 귀성객들이 비교적 확진자 발생이 적은 지방에 감염을 확산시킬 우려 때문이다. 벌초 대행 서비스를 늘리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다. 온라인 성묘는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차례를 지내고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다. 열차 표도 창쪽만 판매하는 등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올해는 시행하지 않고, 공원묘지나 봉안시설의 성묘객 출입을 막는 통제를 실시한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창궐하면 추석 차례를 건너 뛰거나 불참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방침에 호응해 역귀성을 포기하고, 자녀들에게 고향방문을 만류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불청객 코로나19가 바꾼 비대면 한가위가 여간 낯설지 않다. 전국적으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예전 같은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면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 속의 연속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하는 불편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내년에는 고유의 아름다운 한가위 풍속이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60년대 중반 300만을 바라보던 전북도 인구가 180만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루던 전북은 산업화 과정에서 이농인구가 급속도로 발생해 차츰 도세가 약해지고 있다. 이런 감소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자치단체까지 소멸될 수 있다. 소비력이 왕성한 청년층은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대거 외지로 빠져 나가고 생산력이 떨어진 고령층 비중만 높아간다. 기업유치가 미진한 전북은 신생아 출산수마저도 9000명 정도 밖에 안돼 도세감소가 계속된다. 전북의 인구감소는 정부의 산업화 정책에서 밀린 탓이 크지만 정치권 무능이 더 크다. 그간 전북도세가 충북과 강원도를 앞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전국 최하위로 쳐졌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강릉까지 KTX가 연결, 스키장 골프장 호텔 등 관광레저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도세가 확대일로에 놓여 있다. 충북도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오송에 생명과학단지가 조성돼 국내 굴지의 의약품 생산업체들이 속속 입주해 산학연 체제로 발전해 간다. 특히 수도권 팽창으로 청주공항의 물류가 많아지면서 중부권 허브공항으로 발전해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광주 전남은 역대정권과의 이해가 전략적으로 맞아 떨어졌고 전북을 호남권에 포함시켜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서 자신의 이익을 집중적으로 챙겨왔다. 전북이 새만금사업 하나에 매달려 터덕거릴 때 다른 시도는 항만을 중심으로 지역특화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므로 전북은 새만금사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다른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개발전략을 바꿨어야 했다. 특히 기업유치를 위해 SOC 투자를 과감하게 해서 물류비를 절감하고 공단분양가를 낮추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했으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 도나 각 시군별로 인구늘리기 정책을 폈지만 기대 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 현실성이 떨어진 인구증가정책을 추진한 탓이 크다. 탁상위주의 정책과 보여주기식 정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 군수들이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출산비용을 높여 주는 선심성 정책을 편 것이 문제였다. 출산장려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보육과 교육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반구축이 더 중요하다. 더 큰 문제는 남아프리카 양떼인 스프링복처럼 도민들이 정서적으로 하나로 묶여서 뛴 게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뒤에서 풀을 뜯어먹던 스프링복이 풀이 없어 앞으로 달려 나가면 앞에 있던 스프링복마저 덩달아 함께 내달려 결국 낭떠러지에서 급제동이 안돼 모두가 바다로 떨어져 죽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정치적 행태가 실익도 못챙기면서 스프링복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나 않았나 반문해볼 일이다. 지금 전북의 낙후에 마냥 남의 탓만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내탓이요 하면서 할 수 있다는 근성을 키워야 한다.
치매 오디세이, 안녕 우리 할머니란 제목의 다큐가 있다. 공중파 방송으로도 방영되었지만 외주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어서 방송국 시스템의 다시보기로는 볼 수 없는 다큐다. 일본 후쿠오카현 오무타 시의 사례를 통해 일본의 치매 정책을 소개하는 이 다큐는 흥미롭다. 오무타 시는 한때 석탄자원으로 산업이 번성해 인구 2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에너지 환경이 혁명적으로 바뀌면서 석탄 산업이 쇠퇴하자 도시도 쇠약해져 지금은 11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작은 도시가 되었다. 일본의 대부분 중소도시가 그렇듯이 오무타 시 역시 노인인구가 많은데 일본의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고령화율(35%)이 특히 높다. 게다가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더 많아져 그 비율이 40%까지 이를 것이란 예상 통계도 있다. 다큐는 이 도시의 노인 정책, 그중에서도 치매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외출하며, 살 수 있는 지역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오무타 시의 치매정책은 특별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에 바탕을 둔 전방위적 시스템 구축인데, 그중 시, 소방서, 경찰서를 비롯한 행정 기관과 관련 단체, 학교까지 연결된 SOS 네트워크가 있다. 치매 환자가 실종되면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환자의 신상정보를 문자로 전송해 지역 사회 전체가 환자를 찾기 위해 나서는 시스템이다. 오무타 시는 해마다 이 SOS 네트워크 모의훈련을 실시해 치매 노인 대처법을 교육하는데 매번 3000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단다. 다큐는 환자가 집을 나간 뒤 1시간이 되기 전에 실종환자를 찾아내는 모의 훈련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치매에 걸려도 요양시설에 격리시키지 않고, 가족들과 안심하고 계속 살면서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 존엄을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치매 환자를 돕는 커뮤니티 케어 의 힘은 결국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것. 휴대폰 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어른들 뿐 아니라 초중학교 학생들까지 나서서 실종 환자를 찾아내는 SOS 네트워크의 성과는 놀랍고 감동적이다. 우리나라도 놀라운 속도로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현재 60세 이상에서 추정되는 치매환자만 81만6천여 명. 전북의 치매환자도 4만 2천여 명에 이른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박해졌다.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애초 전 국민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 재정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선별 지급으로 결정 났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나 수혜 업종 등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여야 간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누더기 예산지원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청와대의 제안으로 전 국민에게 2만원씩 지원하려던 통신비는 야당의 반대로 만 13세~34세 및 65세 이상만 지원하게 된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나이로만 지원 대상을 선정한 것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된다. 애당초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흥업소는 전국 시도지사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와 경남도 창원시 등이 정부가 유흥업소를 제외할 경우 시도차원에서 지급하겠다고 나서자 정부가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방역지침에 협조한 유흥주점콜라텍 등 집합금지업종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여성단체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여성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지난 3개월간 600만 명이 룸살롱 등을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국민정서에 반하는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도내 시군 자치단체간 재난지원금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완주군과 남원시 무주군은 1차에 이어 2차로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원하면서 가계와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전주시는 중위소득 80%이하 시민 5만 명에게 52만7000원씩 총 260여억 원을 선별 지원했다. 다른 시군처럼 모든 시민들에게 10만 원씩 지원했다면 시중에 650억 원 정도 자금이 풀렸겠지만 선별 지원을 통해 400억 원가량 재정을 아낀 셈이다. 이로써 전주시는 전국 최초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재정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사람과 어려운 업종에 재난지원금을 우선 지원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재난지원금이 생계 구호 성격도 있지만 소비 진작을 통한 지역경제 부양 효과도 크다.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의 경기 체감지수 및 소비자심리지수가 이를 잘 방증한다. 일과성 이벤트 정책보다는 실질적이고 지속성 있는 정책 추진이 요구되는 이유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태양광 패널을 쉽게 볼 수 있다. 야트막한 산과 황금 들녁은 물론 산세가 뛰어난 깊은 산속 꼭대기든 능선이든 가리지 않고 허연 속살만 드러낸 채 말 그대로 살풍경이다. 풍광이 빼어난 본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반면 태양광 패널만 눈부신다. 안타까운 마음에 어쩌면 저런 곳까지 허가를 내줬을까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거의 쓸모가 없다시피 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진 곳은 몰라도 수십 년 버텨온 울창한 나무를 잘라 내고 태양광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 산림훼손 가치논쟁은 뜨거울 것이다. 이른바 녹녹(綠綠)갈등. 환경보전이라는 이상과 그걸 실천하기 위한 행동 사이에 모순과 갈등을 말한다. 몇 해 전부터 태양광을 둘러싼 이런 논쟁을 자주 듣게 된다. 패널을 설치하느라 심지어 저수지를 이용하고 산을 마구 파헤침으로써 환경문제가 불거지는 건 물론이다. 더군다나 무분별한 설치로 인해 마을 주민과의 갈등은 예고된 수순이다. 투기양상으로 번진 농촌에선 이같은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태양광 설치 통과의례 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그 지역 마을 청년회나 노인정에 수천 만원을 희사하거나 발전기금 명목으로 내놓는 경우다. 태양광이 돈 좀 된다고 입소문이 나는 바람에 빚어지는 어두운 단면이다. 극히 일부지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 반대 때문에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간혹 이를 견디다 못해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태양광 민원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내 자치단체 접수 민원만 2018년 90건, 2019년 71건에 이른다. 한때 짭짤한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태양광 난립으로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제때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되는 전기료 유혹 때문에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요즘도 목 좋은 곳에 태양광 분양관련 플래카드가 나붙거나 신문광고에 종종 투자자 모집안내가 실리는 걸 보면 수요가 여전함을 반증한다. 어찌보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을 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연금 은퇴자들은 고객유치 1순위다. 태양광 허가는 2016년 1279건에 불과했는데 2017년 9297건, 2018년 9782건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막기 위해선 주민 동의를 얻은 곳만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가오는 한가위 성묘길 또한 조상 뿌리를 찾는 만큼 소중한 추억이다. 낯익은 풍경과 함께 맘껏 뛰어 놀던 산천의 아름다움이 기억속에 살아있는 한 고향가는 길은 늘 정겹고 푸근하다. 그렇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태양광과의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불편함은 줄어들기 힘들 것 같다. 머지않아 설레이는 고향 생각에 태양광의 강렬한 기억만 남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보조해 발행되고 있는 지역화폐의 효과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간한 보고서다.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지역화폐를 적극 추진해 온 이재명 경기지사가 얼빠진 연구기관이라며 지역화폐 사용으로 유통 대기업의 매출이 줄고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연구할 것도 없는 팩트라고 강력 반박하고, 여야 정치권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논쟁의 판을 키우고 있다. 조세연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지역에서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유통 대기업의 지역 골목상권 잠식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지역자금 역외 유출을 방지하는 등의 지역화폐 순기능이 너무 간과됐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지역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포함한 시장조사도 거치지 않은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감이 떨어진 것도 불신을 자초했다. 실제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을 발행해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군산시의 경우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 GM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나락에 빠진 상황에서 지역화폐는 지역경제에 큰 도우미 역할을 했다. 군산시가 2018년 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가맹점의 66.5%가 매출이 상승했고, 응답자의 73.2%가 가게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소상공인들 3분의2가 자신들 사업장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매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대부분 소비자들도 만족하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였다. 지역화폐는 지자체별로 510%의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발행액의 4%가 국고로 지원되고 있어 나머지 할인혜택이 지자체 부담이다. 발행규모가 커질수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15조원 규모로 지역화폐 발행을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재정 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도내에서는 모든 시군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조세연 보고서의 내용은 지역 현실을 외면하고 편향적이어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파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논쟁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자체 부담이나 깡 등 부작용에 대한 개선방향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계를 비롯 전문가들이 참여해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아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지불수단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전북은 광역시가 없어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 재정규모가 적다.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를 특례시로 지정받기 위해 전주시가 최선을 다하지만 지정이 된다해도 곧바로 재정지원이 안 이뤄져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례시는 광역시와 일반시 중간에 있는 행정단계로 수원, 용인 등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들이 원한다. 그 이유는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앙과 신속하게 협의해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특례시 지정을 바란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특례시 지정 보다는 현실적으로 전주 완주를 통합하는 게 더 전북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도청소재지인 전주시가 인구 65만대에서 정체, 전북 발전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전남이 발전한 것도 광주가 광역시로 발전하면서 그 파급효과가 이웃 전남으로 미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컵에 물이 넘쳐 주변부를 적셔 나가는 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간 3차례 통합이 무산되었지만 역사적배경이나 생활경제권이 같기 때문에 지금도 통합의 당위성은 살아 있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어야 하는 당위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는 면적이 좁아 공장을 유치하고 싶어도 더 공단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전주를 에워싼 완주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교통망이 잘 발달돼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 다른 지역보다 공단조성이 유리하다. 또 경제적으로는 전주가 농산물 생산지인 완주의 대소비시장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긍정측면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무산된 원인은 양 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다르고 완주군의 피해의식이 작용한 탓이 컸다. 완주군민의 반대는 충분히 납득이 가고 일리가 있다. 완주군의 재정상태가 좋아 각종 복지제도가 전주시를 앞선 마당에 굳이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전주시의 혐오시설이 속속 소양면 등지로 들어오면서 환경오염이 지속, 결국 통합을 가로 막았다. 그간 전주로 편입된 완주군 일부 지역의 불만도 작용했다. 특히 지금과 달리 국회의원 선거구가 완주 김제로 묶여 한 선거구로 된 게 찬반 투표때 반대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제 출신 최규성 전 의원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통합이 무산된 것은 두고두고 비판받고 후회할 일이다. 충북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해서 인구가 85만으로 늘었고 면적이 확대돼 올 예산은 2조7194억으로 전주시보다 1조원 이 많다. 오송에 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이 속속 유치돼 충북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지금 전주 완주군민들은 개인의 안위 보다는 전북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전주완주를 통합해서 전주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전북의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도세가 강원 충북 다음으로 뒤처진 현실상황을 극복하려면 통합이 효율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44명이 대정부질의를 했지만 전북의원은 단 한명도 끼지 못했다. 전북의원들이 원팀운운할 게 아니라 이 문제도 챙겨야 한다.
마스크 쓰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낯설고 불편한 일일수록 일상으로 정착하기 쉽지 않지만 코로나 19로 위태로워진 환경에서는 마스크 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예방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책임자까지 과학적 근거를 들어 마스크가 백신보다도 더 확실하게 우리를 지켜줄 최선의 방어책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으니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정치적 편견과 왜곡된 정보로 마스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지만 어찌됐든 마스크는 코로나 19의 상징이 된 것이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가 마스크를 주목한 것도 이 때문 일 터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위기를 말해준다. 우리가 예상한 21세기 삶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앞으로 다가올 위험 또한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 또는 단체로 힘을 모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권문제를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아이웨이웨이가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지나칠 리 없다. 그가 실천으로 옮긴 프로젝트는 인도주의적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도구가 된 것은 마스크. 아이웨이웨이의 마스크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먼로는 얼굴을 감싸는 용도의 마스크는 개별행동을 의미하지만, 집단으로 착용했을 때는 그 효과가 훨씬 커지면서 전염병을 이겨내는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선택된 오브제라고 소개한다. 덴탈 마스크의 파란색 겉면을 캔버스 삼아 검열과 표현의 억압 등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직접 프린팅한 아이웨이웨이의 마스크는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다. 프로젝트 기간인 2개월 동안 모은 기금은 140만 달러(한화 17억 원). 세계 40여 개국에서 2만 2000여개가 팔릴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수익금 전액은 물론, 국제인권감시기구 국제난민협회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됐다. 개인의 행동들은 사회적 연대를 이룰 때 힘을 갖는다. 어떤 의지도 작지 않고, 어떤 행동도 무력하지 않다. 아이웨이웨이가 프로젝트에 담아 전한 메시지다. 난민문제를 다룬 다큐로, 정치사회적 문제를 담아낸 수많은 설치미술로 우리의 무딘 정신을 깨워 온 아이웨이웨이의 인도주의적 실천은 늘 창의적이고 강렬하다. 그 덕분에 마스크 쓰는 일이 한결 가벼워졌다.
친일 화가 작품으로 논란을 빚어 온 남원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된 춘향 영정이 이달 말 철거된다. 춘향 영정은 지난 1961년 이당 김은호 화가가 그렸으며 영정 원본은 남원 향토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복사본을 춘향사당에 봉안해 왔다. 인물화의 천재로 평가받는 김은호는 순종과 고종의 어진을 그려 어진화사로서 명성을 얻었고 한때 기미독립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 일본식 채색화 기법을 익히면서 친일본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금차봉납도를 그려 조선총독에게 증정하고 태평양전쟁 지원을 위한 친일 미술작품 전시심사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이런 친일 전력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고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2005년 광복회 전북지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친일잔재 청산 전북시민연대와 남원 시민종교단체연대에서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광한루원 춘향 영정과 장수 논개 영정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2006년 장수군과 진주시는 논개 영정을 철거하고 공모를 통해 표준영정 제작에 나섰다. 문화관광부는 2008년 2월 윤여환 충남대 회화과 교수가 제작한 논개 영정을 국가표준영정으로 지정했다. 반면 남원 춘향 영정은 일부 반대 의견으로 그대로 사용해오다 광복 75주년을 맞아 친일잔재 청산 여론이 비등해지자 결국 남원시가 철거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친일 화가의 표준영정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읍 충렬사에 봉안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 역시 김은호의 제자로 친일 화가인 장우성의 작품이다. 충렬사는 초대 정읍현감을 지낸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8.15 광복후 정읍시민들이 창건기성회를 조직하고 학생을 비롯한 각계 성금을 모아 1963년 건립했다. 매년 충무공 탄신일인 4월 28일에는 제사를 지내고 정읍시 시무식이나 시장 취임식 때는 참배행사를 갖는 등 충의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그런데 구국충절의 상징인 충무공 영정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작가의 작품으로 내걸고 있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산 현충사에 있는 장우성의 충무공 영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로 조만간 국가표준영정에서 지정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친일 화가의 충무공 영정을 바라보는 정읍시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의 첫 인상은 전장터 무인(武人)과 흡사하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매서움과 함께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을 짐작케 한다. 체육회장 선거 때 이런 인상이 역동적인 스포츠 이미지와 오버랩 되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흔히 모르는 사람 만날 때 첫 인상을 강조한다. 사람 됨됨이야 오랜 세월 겪어봐야 알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체육계 얘기를 들어보면 첫 인상과 실제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좀 뻣뻣하다고 한다. 막판 뒤집기 끝에 민선 첫 체육회장에 오른 정강선 호 출발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직후 몰아 닥친 코로나사태 때문에 체육행사가 줄줄이 올스톱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사진 구성과 조직개편인사이동 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찌된 일인지 정 회장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리 코로나 비대면 상황이라 해도 신문에서조차 그의 동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찌됐든 코로나의 기세가 정강선 호의 리더십과 역량검증 기회마저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혹자는 코로나 덕을 톡톡히 본 사람이 정 회장이다. 선거결과에 따른 후유증을 생각하면 취임 초기 어려움이 예상됐는데 코로나가 연착륙 시간을 벌어줬다 고 귀띔한다. 그러면서 송 지사로부터 정강선 회장으로의 바통터치가 너무 압축된 거 아니냐. 한 번 정도는 과도기를 거쳤어야 했다 며 못내 아쉬워했다. 당초 우려했던 전북도와의 관계도 쉽게 풀리지 않는 눈치다. 원래 송지사 맨이 아닌 후보가 당선됐기에 체육회의 절대적 보호막이나 다름없는 전북도와의 궁합이 초미 관심사였다. 예산은 물론 인사조직개편 등 업무협조가 매끄럽게 진행될지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얼마 전 정년을 앞둔 체육회과장 공로연수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2022 전북 아태마스터스 조직위 참여를 놓고도 마찰음이 들린다. 조직위 팀장급 파견 요청에 체육회가 일단 인력난을 핑계로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일부선 가까스로 유치한 대규모 국제행사에 체육회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전북도가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산하기관에 대한 보조금 삭감방침을 밝혔다. 이를 둘러싼 제2라운드 예산 힘겨루기가 관심을 끈다. 결국엔 정 회장의 아킬레스 건 예산문제를 건드린 셈이다. 민선 정강선 호 출범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 또한 이에 못지 않았다. 그들의 청사진을 가늠할 수 있는 이사진 구성과 인사 스타일을 되짚어 보면 논공행상과 맞닿아 있다는게 일부 체육인들의 생각이다. 구성된 면면을 보면 선거 때 도와 준 측근들로 채워졌다. 당초 기대했던 변화와 혁신은 너무 동떨어진 느낌 이라며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전북체육의 힘찬 도약을 위해선 정 회장 출사표 당시 마음가짐이 절실한 요즘이다.
플라스틱은 쉽게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금속, 나무, 유리 등 물질 대신 여러 용도로 사용되면서 꿈의 소재로 불리기도 했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에 이어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류에게 혜택을 줄 것만 같았던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위 하는 거북이와 폐사된 고래의 뱃속에 비닐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찬 모습의 사진에 많은 세계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플라스틱 남용이 가져온 부메랑인 셈이다. 플라스틱을 먹는 것은 해양생물 뿐이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약5g)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폐 플라스틱은 햇빛이나 파도에 의해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것이 해양생물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먹이사슬에 따라 인간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사용 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 또한 수년 전 부터 1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뜻하지 않게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었다. 2022년 까지 1회용품 사용을 35% 감축하려던 정부 목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카페 등에서의 1회용 컵과 용기 사용 제한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달 말 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일부 업소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또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택배와 집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심지어 플라스틱이 원료인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또 다른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부 통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1년 전(737t)보다 1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에는 더 많은 폐 플라스틱이 배출 될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플라스틱 사용이 이뤄질 경우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플라스틱 오남용에 따른 후폭풍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골칫거리가 될 프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소비자들도 경각심을 갖고 1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 분리수거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편리함과 빠름 만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인식도 버려야 할 시점이다.
사람들이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할때는 돈 쓸 때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 나갈 때를 가장 신경쓴다. 은행에서 출납업무를 보는 직원들도 돈 나갈 때 더 신경 쓴다. 돈이 남는 것도 문제지만 더 나간 것을 더 큰 문제로 본다. 정확성을 요구하는 출납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수당을 지불하는 이유가 다 이유가 있다. 시재금이 모자라면 채워 넣어줘야 하므로 일정금액의 수당을 지급한다. 도민들의 두뇌가 다른 지역사람보다 좋다. 이조 선조 이전까지만해도 한양 다음으로 전주 출신들이 과거 급제를 많이 했다. 그 만큼 머리가 비상하다. 그래서 지금도 고시출신이 많다. 유대인의 지능지수가 높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의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머리가 좋아 전쟁의 폐허속에서 허리 띠를 졸라매고 먹을 것 제대로 못 먹으면서 가르친 부모들의 덕택으로 압축성장을 가져와 K방역이다 뭐다해서 세계10위권 수출입대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돈 쓰는 것 이상으로 중요시 해야 할 일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선거다. 그간 도민들의 투표행태가 이성적인 투표보다는 감성으로 치우쳤다. 지난 1971년 DJ가 대선에서 낙선한 이후부터 지역정서가 한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표 찍는 기준이 되었다. 1997년 DJ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줄곧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감성투표가 계속됐다. 동서로 나눠져 생겨난 지역감정이 표로 그대로 연결됐다. 대선은 물론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도 그대로 나타났다. 특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거가 한낱 요식행위로 끝났다. 세상일이 경쟁없이 발전할 수가 없는 법인데 전북정치는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선거전에는 경쟁의 정치가 되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선거가 닥치면 그런 말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언행일치가 안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도민들이라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어 보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로 끝난다. 싹쓸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야당불모지를 만들었다. 지난 4.15 총선 때 남원 순창 임실에서만 이용호의원이 무소속으로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민주당 일색이다. 2022년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때도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야권이 자리잡을 틈새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 민주화묘역에 가서 무릎꿇고 참배했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이런 구도가 이어지다 보니까 경쟁의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기존정치권이 자기들만의 성을 지키려고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려 신예들은 뚫고 들어갈 자리도 없다. 말로는 선거때마다 갈아치우자고 하면서도 결과는 똑같았다. 정서상 진보가 지역을 장악해 틈새가 안보이지만 그래도 역량있는 인물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민주당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이 제 역할을 하면 가능하다. 경쟁의 정치를 만들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오목대] 새만금 오픈카지노 도입
[사설] 공공기관 2차이전, 농협중앙회 등 집중해야
[청춘예찬] 네 운명을 사랑하라!
[금요칼럼] 한 해의 끝에 서서
[기고]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운영, ‘팔길이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사설] 자치권 강화, 전북특별법 개정안 신속 처리를
[사설] 연말연시 따뜻한 이웃이 그립다
[새 아침을 여는 시] 꿈꾸는 돌-복효근
[오목대] 광주 전남 반면교사로 삼아라
[사설] 도시학교 통학로 주변 대기오염 대책 마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