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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프리카

전주시민의 주거환경이 악화돼 가고 있다. 그간 전주시가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설해 바람길 차단으로 열섬현상이 발생,여름철만 닥치면 폭염에 시달린다. 전주시는 지형특성상 대구처럼 분지가 형성돼 있어 물길과 바람길 관리를 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이 주택 2백만호 건설정책을 밀어 부칠때부터 전주시가 주변 환경을 크게 고려치 않고 아파트 신축에만 열을 올려 도시 전체가 오늘과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숲을 만들었다. 전주시의 허파에 해당한 완산칠봉 주변과 다가공원 화산공원 건지산 기린봉 주변에는 고층아파트가 속속 건설, 환경파괴로 생활환경이 나빠졌다.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도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바람길이 차단돼 여름철에는 열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주천 남부시장 일부 구간에다가 콘크리트로 주차장을 설치해 생태계 파괴를 부추켰다. 이처럼 전주시가 지형 특성을 감안치 않고 물길과 바람길을 차단해 여름철만 닥치면 폭염속에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폭염이 한달 이상 지속됐지만 그 가운데 전주가 유난히 소나기도 내리지 않아 전프리카(전주 아프리카)란 말까지 생길 정도로 가마솥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전주시가 그간 열섬현상해소를 위해 1천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근본해결에는 못미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주천과 삼천이 갈수기에 물이 부족해 하천오염이 심각하면서 악취가 풍겨 나와 제대로 문 열고 살 수가 없을 정도다. 해결책은 먼저 물길을 통해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 전주천과 삼천에 갈수기 때도 충분한 양의 물이 흘러 내려 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 문제는 2014년부터 용담댐광역상수도가 개통되어 임실 방수리 물을 상수도로 사용치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실군과 다시 협의해서 전주천 유지관리수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에서 전주시 대성동까지 상수도관이 매설돼 있어 임실군과 협의만 잘 이뤄지면 전주천 유지관리수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천의 하천유지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해서 삼천 상류에 있는 농업용 구이저수지에다가 막은댐에 있는 옥정호 물을 품어 올려 도수로를 통해 구이저수지로 흘러 들어가게 한후 그 물을 다시 삼천으로 일정하게 방류시키면 가능하다. 지금 전주는 관광객들로 사람은 모이지만 큰 돈은 모이지 않는다. 풍수에서는 물을 돈으로 본다. 한강의 유수량이 엄청나 돈과 사람이 서울로 모이고 있지 않은가.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를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려면 치산치수정책에 입각,전주천과 삼천을 물로 넘실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주는 발전할 수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8.19 21:42

'100명 마을'의 메시지

인터넷이 일상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시작했던 즈음, 국경의 경계 없이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메일’이 있다. ‘만약 세계가 인구 100명의 마을로 축소된다면…….’으로 시작되는 이 메일은 인구 통계 기준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 63억 명을 100명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 세상을 읽어낸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이렇다. “100명 중 52명은 여자이고 48명은 남자.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은 어른들이며 어른들 가운데 7명은 노인이다. 90명은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이며,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이 백인이다. 33명이 기독교, 19명은 이슬람교, 13명은 힌두교, 6명은 불교를 믿고 5명은 나무나 바위 같은 모든 자연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24명은 또 다른 종교를 믿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부의 편중이나 환경에 대한 해석이 더해진다. “100명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마을의 부 가운데 59%를 가진 6명 모두 미국사람이며,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남은 20%를 80명이 나누어 쓴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100명 중 7명안에 드는 부자이고, 75명은 먹을 양식과 집이 있지만 25명은 그렇지 못하며, 그중 17명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이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갖고 있으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새롭게 일깨워준 메시지의 원전은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성장의 한계> 공동저자인 미국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 박사가 1990년 한 신문에 ‘마을의 현황 보고’란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이다. 누군가에게 전달된 e메일이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이 메시지는 더 새로워지거나 깊어져 한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신문 칼럼으로 그쳤을 원고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과정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변화하는 시대에 숫자 또한 새로워지겠지만 자기중심적 삶에 대한 성찰을 간곡하게 권하는 메시지의 힘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전쟁과 테러, 난민과 이산, 환경 등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는 지구의 온갖 문제를 거대한 담론으로서가 아니라 일상 속 깨우침으로 다가오게 하는 이 메시지의 생명력이 새삼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16 19:06

이현령비현령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처음엔 ‘서울대 우조교 사건’으로 불렸다.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1년 계약직 우조교는 그의 직속 상관인 신모교수의 성적 발언과 신체접촉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교수에게 거부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것은 조교 재임용 무산이었다. 재임용 추천권을 쥐고 있던 신교수의 보복이었다. 우조교는 1993년 10월 신교수와 서울대총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승소와 패소를 거듭한 끝에 그는 6년 만인 1999년 6월 서울고법으로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이 사건은 피해자를 중심에 두었다는 점, 애매모호하게 다뤄지던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법적 개념을 좀더 확실히 정립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신교수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에는 성폭력특별법이 제정(1994년 4월 1일 시행)됐고, 가정폭력특별법(1998년 7월 시행)도 만들어졌다. 이후 군산 대명동 사창가 화재사건은 성매매방지법(2004년 9월 23일 시행)을 이끌어냈다. 1991년 1월 김부남씨는 9세에 불과했던 자신을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법정에 선 그는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게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여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을 가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해자답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번 판결에 사회가 어수선하다. 신교수 사건, 김부남 사건 등을 통해 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장벽을 넘지 못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위력만 있었고, 그 위력이 가해지지 않았을까. 조폭 두목은 직접 ‘살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든지 부하에게 살해를 지시한다. 눈빛, 턱짓 등 다양하다. 부하는 그 암묵적 지시를 어길 수 없다. 보복이 가해지는 환경 때문이다. 세상에는 을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야 판결할 수 있는 사건이 수두룩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15 20:02

백년가게

요즘 전주 동문예술거리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삼양다방도 한 때 사라질 처지에 있었다. 건물마다 편리성과 쾌적성을 갖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도심에서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다방이 지금껏 생존했다는 게 사실 용하다. 상업적 잣대를 들이댔다면 삼양다방은 이미 문을 닫아야 했다. 삼양다방을 살린 힘은 추억과 향수를 지키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간절함이었다. 현존 최고령의 다방이 그저 역사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특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낫도(Natto. 청국장)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기업들이 낫도 시장을 평정하고 싶어도 지역별, 혹은 업체별 각기 고유한 맛을 갖고 있어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 교토에 가면 백년 된 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3대가 안된 음식점은 요리도 아니다’는 말도 듣는다. 음식 장인들의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경우도 ‘since 00년’의 간판을 단 가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오래된 역사가 가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업의 대물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가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가업에서 탈출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이 앞서면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같은 업종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도 한몫 거든다. 100년은 고사하고 몇 년 버티기도 힘든 게 자영업의 현실이고 보면 대물림 운운이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일본은 2만개가 넘지만 우리는 90여개 불과하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엊그제 대를 이어가며 100년의 전통을 자랑할 소상공인을 키울 ‘백년가게’ 16곳을 선정했다. 지역별로 6곳의 서울에 이어 전북이 4개로 가장 많다. 전주의 한식당 ‘늘채움’과 서적·교구의 ‘탑외국어’, 정읍의 제일스포츠와 정읍낚시 등이다.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을 해온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평판도 등을 혁신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아 뽑힌 곳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꿋꿋이 살아남아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백년가게’를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8.14 20:29

지방이 죽어간다

요즘 군산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큰일났다”며 한숨부터 내쉰다. 대기업 가동이 중단되면서 군산 경제의 거의 절반이 날아가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엊그제 휴가차 전북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저변의 민심을 듣겠다며 전주, 군산, 익산 등지를 돌면서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낱같은 도움의 손길을 기대했던 도민들에게는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방 뿐이다. 사실 대통령이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해 달라고 대기업에 주문하는것은 과한 일이다. 모두 하소연 하는 상황에서 전북에 집중 투자해달라는 말 자체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얘기다. 하지만 지금의 전북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현장을 찾은 이낙연 총리가 직접 느낀 바를 국정에 투영하고, 대통령의 결단을 끌어내는데 일정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게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소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전북의 경제상황은 심각을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2014년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마스다 보고서’가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이후 우리에게도 ‘지방소멸’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종전 지방소멸은 장수, 임실처럼 고령화가 심하고 출산율이 낮은 군단위를 의미했다면 최근들어 지방 제조업의 위기는 지역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키면서 지방의 인구유출을 가속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의료, 교육, 교통, 주거, 문화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수도권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13일 한 보고서에서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을 했다.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한 결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14개(6.1%포인트)증가했다. 도내 14개 시군중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이었다. 군 지역은 말할것도 없고, 김제, 남원, 정읍 지역도 소멸고위험 지역에 가까워졌다. 군 단위중 가장 발전성이 있다는 완주조차도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가까워졌으니 다른 곳은 더 말할것도 없다. 도하 언론에는 도내 각 시·군이 하루가 멀다하고 모든 상을 휩쓸고 있는게 보도되고 있으나, 지방이 소멸되고 있는게 작금의 전북 현실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8.13 19:23

도의원 재량사업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하는 특수활동비를 없애지 않고 영수증 처리해서 사용키로 했다. 국민들이 이 문제로 엄청나게 저항하고 있는데도 국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안된다. 국민의 혈세를 통제 받지 않고 맘대로 써도 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 열심히 하라고 억대의 세비도 주고 정치자금을 모금해서 쓸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지금 우리사회는 윗물이 맑지 않다 보니 아랫물도 흙탕물이다. 개원한지 갓 한달여 밖에 안된 전북도의회가 재량사업비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0대 도의회 전현직 의원 7명등 21명이 기소되면서 재량사업비를 폐지키로 했던 사항을 다시 부활을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장단이 도민들 앞에서 폐지키로 한 재량사업비를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부활을 검토한 것은 도민들은 안중에 없다는 것 밖에 안된다. 재량사업비를 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지방자치법 위반이다. 하지만 도의원들의 강압에 못이기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집행부와의 공생적 관계 측면에서 재량사업비를 편성해서 쌈짓돈 쓰듯 해왔다. 통상적으로 도의원에 지급한 5억원 가량의 재량사업비는 도의원이 맘대로 업자를 선정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사업을 주는 대가로 10%의 커미션을 받는게 관례처럼 되다시피했다. 주민숙원사업을 빌미로 한 재량사업비가 의원 브로커까지 낀 비리카르텔을 형성해 악의 씨앗이 되었다. 이처럼 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에 유독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연간 5000만원의 의정비 갖고는 도의원 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재량사업비를 집행하면서 커미션 받는 재미로 호주머니를 챙겨왔다. 그간 시민단체들은 공공연한 비밀에 해당한 재량사업비가 비리의 온상이라고 지적, 삭감을 요청했지만 막무가내식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결국 검찰에 적발돼 철퇴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기로 한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도의회가 만지작 거리는 것은 정신 나간 얼빠진 행동’이라면서 ‘잿밥 보다는 염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도민들은 민주당 일색으로 도의회가 구성되다 보니까 과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을까 염려하던 판에 이같은 일이 생겨 낙담하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폭염 속에 신음하는 도민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삼성이 전북에 투자토록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발 초 재선이 많은 11대 도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이 못된짓 하는 것 좀 그만 배웠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8.12 17:26

증언과 기록

염천(炎天)에 뜨거운 책을 만났다.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가 취재한 일본군 위안부 20명의 증언록 <기억하겠습니다>. 이토 다카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가 되었던 피해 여성들을 찾아 다니며 집중 취재해온 작가다. 1991년 10월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를 처음 만난 이후 시작된 그의 위안부 증언 기록 작업은 놀랍다. 아시아태평양 각국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전쟁 피해자는 800여명. 이중 90여명이 일본군 위안부다. 그것도 남한과 북한의 피해자를 모두 아우른다. 이 책에 소개된 20명 위안부 할머니 중 14명이 북한의 할머니들이다. 이귀분 김영실 리상옥 김대일 곽금녀 리계월 리복녀 리경생 유선옥 정옥순 김영숙 박영심.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탓인지 북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더 처절하다.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이른바 ‘2015합의’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피해자 보상에 나섰지만 피해자 지원 단체와 소통도 없이 한국정부의 일방적인 ‘합의’는 절차상의 문제 뿐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올린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을 후퇴시켰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할머니들의 의사조차 무시됐던 이 합의를 이토 다카시 역시 무리하게 진행된 ‘정치적 결탁’이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왜 자신의 조국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이처럼 낱낱이 파헤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일까. 답은 명쾌하다. ‘일본의 중대한 국가범죄를 분명하게 규명하는 것이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 실린 20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지난 7월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할머니가 101세로 별세해 남한의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역사의 증언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미궁이다. 피해의 기억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은 그래서 더 두렵다. ‘이렇게 오랫동안 성노예 피해자 문제가 지속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이토 다카시의 귀한 기록을 우리도 만날 수 있다. ‘식민지 지배 침략의 피해자 증언을 기록하는 모임’의 웹사이트(http://artic.or.jp)에서다. 기억해야할 역사가 거기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09 19:32

영화 '변산' 마케팅

영화 신과 함께 2가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개봉 1주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단다. 여세를 몰아 역대 최다 관객을 모은 명량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름 극장가에서 신과 함께 2의 흥행몰이를 보면서 시나브로 사라진 영화 변산이 여러 모로 아쉽다. 전북의 특정 지명이 영화 제목으로 오른 영화라는 점에서 변산은 촬영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전북이 주요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기는 했지만, 그간 전북의 지명을 영화 제목으로 삼은 대중성 있는 상업영화는 흔치 않았다. 더욱이 1000만 관객의 왕의 남자를 비롯해 사도 동주 등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해온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터여서 더욱 기대를 갖게 했다. 영화 제목과 함께 변산은 지역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요소도 갖췄다. 지역민들의 눈에 익은 부안읍내 거리와 채석강, 새만금 등이 주 촬영무대다. 병원과 식당, 신문사 실명이 속속 나온다. 어설픈 감이 있지만, 전북형 사투리가 나름 친근감을 더해준다. 영화제작사가 개봉을 앞두고 부안마실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가진 것도 이런 지역성을 바탕에 두고서였다. 그러나 영화 변산은 개봉 후 한 달간 50만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현재 상영 중인 극장을 찾기도 어렵다. 50만 관객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이준익 감독의 명성을 고려하면 흥행 실패작으로 평가된다. 물론 영화 관객이 인위적으로 동원될 수는 없다. 영화에 대한 선호도는 관객의 몫이다. 영화의 좋고 나쁨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변산 역시 이 테두리에 있다. 그럼에도 전북의 대표적 여름 관광지인 변산이 영화를 통해 전국적으로 더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못내 크다. 영화 변산을 본 도민 관객은 2만8000명으로, 지난 1주일간 신과 함께 2를 본 23만 관객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부안군 차원에서 영화 마케팅을 할 수는 없었을까. 변산이 상영되는 상황에서 실제 여름 휴가지로 변산을 연계하는 이벤트 하나 없었다. 매년 해넘이축제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부안군에서 노을이 관통하는 이만한 영화의 콘텐츠를 찾기도 힘들 텐데 말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8.08 19:34

옥정호의 티

재선에 성공한 심민 임실군수의 옥정호 관광개발 계획이 관심이다. 심군수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된 옥정호를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프로젝트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향후 1540억원을 투입해 섬진강 에코뮤지엄과 대한민국 태극물돌이 습지, 산악레포츠 단지 등을 조성하고, 호수 남측에도 수변관광도로를 개설하겠다고 한다. 옥정호는 1961년에 착공돼 1965년 말에 준공된 섬진강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총저수용량은 4억 6600만t에 이른다. 임실군 강진면과 정읍시 산내면 사이의 협곡을 막아 만든 이 저수지 이름을 지을 때 전북도가 ‘구름과 바위의 전설을 많이 지니고 있는 곳이니 운암호로 명명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청와대가 옥정호로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옥정호 때문에 임실군 운암, 강진, 신평, 신덕면과 정읍시 산내면 등 2군 5개면 24리에 걸쳐 총 1450여㏊가 수몰됐고, 수몰민은 2786세대 1만 9850명에 달했다. 수몰민 상당수는 부안군 계화도 등으로 이주하는 애환을 겪어야 했다. 남은 주민들도 비슷했다. 옥정호가 1999년에 전주, 김제, 정읍 지역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되면서 각종 행위제한을 받아야 했다. 2015년에 겨우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됐지만, 이웃 정읍시의 반발이 거세다. 하여튼 옥정호 관광화는 이미 시동이 걸렸다. 전원주택과 음식점, 찻집 등 개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임실군은 2012년 옥정호 둘레 13㎞에 걸친 물안개길을 조성했고, 주변 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국사봉에서 바라보는 옥정호 붕어섬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런 옥정호에 티가 있다. 옥정호 붕어섬 전망대 관광 안내판 일부 내용이다. “옥정호는 물이 가득한 호수였다. 이 호수에 살던 엄청나게 큰 붕어 한 마리가 이곳을 지나가는 남정네만 잡아들여 밤이 새도록 욕정을 불태우곤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욕정어라고 불렀다. 이것이 옥정어라고 바뀌어 이 호수에 옥정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하고 있다” 옥정호는 50년 된 인공호수다. ‘썰’은 그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썰’인데, 남녀노소 즐겨찾는 아름다운 옥정호에 굳이 저급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07 18:49

호남 잠사와 스마트 팜

김제시 백산면에 있는 관망대는 금만경 평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호남야산개발사업 준공식(1969년)때 만경 출신 장경순 국회부의장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음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부근에 있다. ‘호남야산개발’은 3년에 걸쳐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주변 야산을 일거에 농토로 개발해 벼를 재배하고, 양잠(養蠶)도 본격 추진했다. 김제 백산(白山)은 원래 나무는 없고 흰 돌만 있어 ‘백산’이라고 했다는데 불과 몇년만에 하얀 누에고치가 산을 이뤄 진짜 백산이 됐다. 국내 최대 잠사공장인 호남잠사를 건립된 것도 그 즈음이다. 호남잠사는 20여년간 번성했으나 값싼 중국 수입산 누에고치에 밀려 양잠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섬유를 견(絹·silk)이라고 하는데 중국 한나라 이후 견제품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제국에 전해져 최고의 귀중품으로 여겨졌다. 누에는 한때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로또처럼 여겨졌으나 1970년대 후반, 뽕나무를 캐내는 폐농의 한숨소리는 김제일대뿐 아니라 전국을 진동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제2의 호남야산개발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김제 백구 일대에 조성된다고 해서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김제와 경북 상주를 비롯해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4곳을 선정,한곳당 약 200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20ha 규모의 스마트팜과 창업보육센터 등을 설립한다. 농기계 생산부터 농작물 가공, 유통 등 전·후방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전국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성과여서 일단 쾌거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것만도 아니다. 2016년 농식품부 및 LG그룹 계열사 LG CNS가 새만금에 약 76.2ha(23만평) 규모의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는데 결국 이 사업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반대하면서 LG CNS가 사업계획을 거둔 바 있다. 새만금 한 곳에 76ha 규모로 대단지를 조성될 수 있었으나 그 기회가 사라지고 이번에 전국 4곳에 각각 20ha(6만평) 규모로 쪼개졌다. 50년전 김제 백산에서 시작된 호남야산개발사업은 금만평야를 푸르게 물들이고, 누에 하나로 20년 넘게 양잠인들의 먹거리를 제공했는데, 이제 김제 백구에서 시작될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국내 농생명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8.06 20:07

대한방직 터 개발

지금부터라도 전주를 돈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잘 활용해서 금융허브를 만들면 가능하다. 세계 각국의 투자전문가들이 꿀단지에 해당한 650조 규모의 국민연금공단을 찾도록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전주 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오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통상 외국인들이 접근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면 불편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혁신도시 접근성 강화를 위해 KTX 역사를 신설하자는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익산시는 이 같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도청소재지인 전주를 발전시키면 그 혜택이 인접 완주 김제 익산시로 흘러 간다. 금융전문가들은 고소득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묵고 갈 고급호텔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는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요는 얼마든지 생긴다. 청주에 공항이 들어서면서 주변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 있는 중저가의 비지니스 호텔 갖고는 안된다. 위락시설 확충은 말할 것 없고 특히 컨벤션센터는 필수다. 이 같은 시설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전주가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지금 한옥마을에 연간 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전주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이 정도 갖고는 도시발전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여수처럼 관광객이 돈을 쓰고 갈 수 있는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전주는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대형시설이 들어서면 현재보다 훨씬 도시가 역동적이고 다양하게 발전해 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도청 옆에 있는 대한방직 터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개발문제를 놓고 찬반논란이 있어 왔지만 이제는 확 터놓고 공론화 해야 할 때가 왔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개발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시의회에서 위원회 운영 예산을 삭감해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 문제는 밀실에서 몇몇 사람이 적당히 논의해서 해결책을 찾을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을 투명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특혜성 시비 때문에 대한방직을 흉물스럽게 그대로 있게 한 것도 잘못이다. 시나 도는 민간이 개발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이상 여론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공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전주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딴지를 걸게 아니라 개발해서 전주가 발전해 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과도하게 특혜가 주어지지 않도록 하고 공공의 이익을 최대로 확보하면 그만이다. 호남선 선형을 전주 용머리 고개로 잡았을 때 전주 유림들이 결사반대한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면 안된다. 전주시민들도 도청소재지인 전주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옳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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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8.05 19:43

'기억할게 우토로'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일본은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식민지 지배에 놓여있던 조선인들의 강제징용과 강제동원이 이어지던 시기. 이곳에도 예외 없이 조선인들의 강제동원이 강행됐다. 당시 끌려간 노동자는 1300여명. 일본정부는 6천여 평의 황폐한 땅에 조선인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거주시켰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비행장 건설은 지속되지 못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일본 정부가 뱃삯이 없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존재를 외면하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내일을 기약해야 했던 조선인들은 당장 눈앞의 생계가 막막했다.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희망이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잡풀이 우거진 황폐한 땅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을로 만드는 일은 그들이 희망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우토로 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토로 마을의 비극은 다시 시작됐다. 수십 년 동안 버려졌던 땅에 수도가 설치된 것이 1988년. 주민들의 기쁨도 잠시, 무허가촌이 몸을 뉘인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다. 보상은 커녕, 거리로 내쫓겨질 위기에 처한 우토로 마을의 안타까운 사연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2004년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나서고 우리 정부도 토지 매입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결성되고 우토로를 돕기 위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발족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도 더해졌다. 철거위기는 모면했으나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주민들은 우토로 마을을 지켜냈다. 2010년 마침내 시민단체와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마을의 3분의 1을 매입할 수 있게 됐지만 일본정부와 자치단체가 이곳을 재개발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원래 조성됐던 우토로 마을은 끝내 사라지게 됐다. 우토로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남기려는 운동이 시작됐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이다.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과정을 기억하는 공간 만들기는 곧 살아있는 역사를 후세대에 증언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기념관 건립을 위해 벌이는 모금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에 연예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폭염으로 무기력해지는 이즈음, 반가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02 20:48

개팔자 상팔자

달력에서 음력 정보는 중요하다. 거의 모든 달력이 24절기 뿐만 아니라 갑자(甲子)를 표시한다. 수협이나 해안가 인근 기관·단체의 달력은 음력이 중심에 있다. 조금과 사리에 대한 정보 중요성 때문이다. 바다가 삶터인주민들은 물 때 정보가 곧 생명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름은 무덥다. 그런 무더위를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잃지 않고 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지혜가 복날이다. 조상 대대로 세 번의 복날을 지정,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으로 보신한다. 세 번의 복날은 초복, 중복, 말복이다. 삼복은 보통 열흘 간격이지만 올해처럼 중복(27일)과 말복(8월16일) 사이가 20일이나 되는 월복(越伏)도 있다. 복날은 모두 경(庚)일이다. 그래서 열흘 간격이다. 복날이 모두 경일인 것은 경(庚)이 음양오행으로 볼 때 차가운 성질인 금(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자 伏은 엎드릴 복자다. 여름 다음에 오는 가을의 차가운 성질(음기)이 여름철 강렬한 양기에 눌려 있는 날이니, 복날은 무더위의 기세가 매우 대단한 날이다. 그래서 선조 대대로 내려온 복날 보신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재료가 개와 닭이다. 복날 많이 찾는 한국인의 개고기 보신탕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며 매년 복날 시위를 전개해 온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ast Chance for Animals·LCA)’ 등이 올해도 여지없이 국내외에서 복날 시위를 했다. 한국에서 개 위치는 애매하다. 축산법상 가축이니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다. 그러나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품이 아니니, 개고기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없다. 지난 6월에는 개 식용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고기 보신탕 시비 속에서도 개는 이제 어엿한 반려견이다.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 시대라고도 한다. 비록 버림받는 개도 있지만, 인간의 개 사랑은 요즘 무더위처럼 거세다. ‘개보다 못한 사람’도 많은 세상이어서 개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01 19:10

동물장묘시설

장례식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참 낯설었다. 병원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전환되고, 독립적인 전문 장례식장이 등장한 것은 20여년 남짓이다. 운명에서부터 발인까지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장례문화가 전문 장례식장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뀌게 됐다. 반려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동물장례식장이 호황이다. 반려동물의 사육에는 반려동물의 사체처리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현행법상 동물사체는 페기물관리법 적용을 받는다. 즉 일반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려야 한다.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을 쓰레기로 버린다는 게 반려자에게 정서적으로 견디기 힘들게다. 동물장묘시설이 등장한 배경이다. 동물장묘업이 법적으로 도입된 것이 10년 남짓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6개 동물장묘업체가 농식품부에서 운영 중인 동불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도내에도 남원 보절면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장례절차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체에서 운구도 하고, 수의를 입혀 입관 후 화장을 통해 납골당에 안치한다. 반려자의 뜻에 따라 종교의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추모공간도 설치돼 있다. 분향소 사용, 습염, 화장, 유골 수습 등 순수 장례식 비용만 20만원 안팎이다. 지역과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납골당 안치비가 수백만원에 이른다. 아무리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라고 하지만, 반려자에게 반려동물 장례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 지원에 나섰으며, 임실군이 경남 김해와 함께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고 한다. 일반 장례식장의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장례식장이 아직은 생소하다. 더구나 공공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임실 오수의견을 생각하면 그런 거부감이 훨씬 누그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임실군은 동물장묘시설과 함께 오수의견 관광지에 반려동물 산책 정원, 야외캠핑장, 체험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동물복지와 환경 측면, 관광자원화 등 1석3조를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31 19:34

경찰간부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전북에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아직 예산측면에서는 확 눈에띄는게 없지만 전북인사가 고위직에 속속 발탁됐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는 무장관무차관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심지어 전북에 터전을 둔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장도 전북 인사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원내대표들과의 회담에서, 전북인사를 따로 배려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실천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은 서울, 경기에 밀리듯 전북은 오랫동안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각종 인사나 재원 배분에서 소외됐던게 사실이다. 호남 배려라는 명목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됐으나 대부분 광주전남 출신으로 채워지고 전북은 속빈강정만 챙기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전북몫 찾기가 화두가 됐을까. 이런 상황속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북을 따로 챙기겠다며 실행에 옮기는 모습에 도민들은 가슴 먹먹함을 느꼈다. 그런데 최근 단행된 경찰청 고급간부 인사에서 호남몫은 있으되 전북몫은 없는 상황이 발생해 도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호남몫 치안감 2명과 치안정감 1명 등 3명 모두 전남이며 전북은 없었다. 치안정감 승진을 바라봤던 강인철 전북청장은 유임됐고, 치안감 승진이 기대됐던 서울청 조용식 경무부장과 진교훈 정보관리부장 역시 점프하지 못했다. 현재 경찰청내 고급 간부 현황을 보면 경무관 77명, 치안감 27명, 치안정감 6명, 치안총감 1명 등 총 111명인데 전북출신은 치안감 1명, 경무관 4명에 불과하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6명의 치안정감중 전북은 전무한 상태며, 27명의 치안감은 영남 12명, 호남 4명, 충청 7명, 수도권강원 등 4명인데 도내 인사는 강인철 전북청장이 유일하나 그또한 내년이면 계급정년에 걸린다. 77명의 경무관은 영남 33명, 호남 17명, 충청 17명, 수도권강원기타 10명 등인데 전북 출신은 조용식 서울철 경무부장, 진교훈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강황수경찰대 학생지도부장, 이훈 완산경찰서장 등 4명에 불과하다. 경찰청 인사 하나만 보고 전북이 소외됐다는 표현을 쓰는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연말 정기인사에서라도 이같은 오해가 더 증폭되지 않도록 지역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거의 극단적인 지역간 불균형을 바로 잡는게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국정철학에 부합하는게 아닌가.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7.30 19:10

또 물갈이

21대 국회 진입을 위한 샅바싸움이 벌써 시작된 느낌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25일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최종 후보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을 확정했다. 민주평화당도 내달 5일 정동영 유성엽 최경환 의원 등 6명이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치른다. 당 대표가 되면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끔과 동시에 차기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됐지만 이번에는 전북 출신 가운데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나서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전북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예전 같으면 도세가 약함에도 큰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나 어느 정도 숙원사업도 수월하게 해결됐다. 지난 대선 때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죽어라고 민주당을 밀었으나 전북이익을 반영시킬 큰 정치인이 없어 전북이 곧장 패싱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나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 닫아 군산경제가 반토막 났는데도 아직껏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전북정치인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무기력한가를 알 수 있다. 지난 6·13 전북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이같은 추세로 갈 때는 21대 국회서도 20대 국회처럼 국회의원을 전면 갈아 치울 태세다. 물론 21대 총선까지는 시간이 2년 가까이 남고 각종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로 가면 한두명 빼고는 살아 남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민주당 지지도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와 맞물려 현 정부가 남북문제나 경제문제 등을 잘 풀어가지 못하면 위기로 치닫을 수 있다.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잘 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나 청년실업 그리고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우리기업이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나 경제문제 등이 꼬이고 어려워지면 문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민주당도 동반하락할 것이다. 민심은 조석으로 변하기 때문에 전북도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민들이 민주당 등 돌리는 건 시간 문제다. 그래서 민주당 이춘석·안호영 의원이 중앙에서 발벗고 뛰어 송하진 지사를 적극 도와야 한다. 다음으로 민주평화당 5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도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배지를 뗄 생각을 해야 한다. 전북 의원들은 이번 국회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의정활동에 나서야 한다. 도민들은 잘 한다고 생각할 때는 힘껏 밀어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팽(烹)시켜 버린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7.29 19:02

옛 소리꾼의 '백일공부'

판소리 명창의 목에 불끈 힘줄이 솟았다. 고수의 북채는 멈추고 객석은 숨을 죽였다. 명창의 소리에 온 정신을 몰입하는 경지. 정적의 순간은 치열함의 절정이다. 명창의 얼굴은 땀으로 젖었다. 소리의 생명은 얻었다가 그 순간 다시 소멸되는 무형의 존재다. 얻고 버리는 과정, 그 순간의 절정에 이르기 위해 소리꾼은 고행의 소리수련을 기꺼이 선택한다. 여름 더위가 치열해지는 이맘때면 소리꾼들의 여름 ‘산 공부’가 시작된다. 올해도 스승과 제자들의 산공부 소식이 들려온다. 이즈음 이루어지는 산공부는 옛 소리꾼들이 명창이 되기 위해 지켜냈던 ‘백일공부’가 변형된 형태다. 판소리 수련의 목표는 판소리를 하기에 좋은 목소리를 얻는, 이를테면 득음하는 일이다. 판소리에 좋은 목소리는 좋은 음색과 판소리에 필요한 모든 표현 기능을 갖춘 소리다. 그 소리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가해 거칠고 부은 성대에서 나오는 목쉰 소리다. 여기에 명창의 반열에 오르려면 이 병적인 성대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 일, 다시 말하자면 창조적 변이의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데 득음과 창조적 변이형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자기 수련의 치열한 과정이 필요하다. 소리꾼들은 이 과정을 ‘백일공부’라 부르며 중요한 수련과정으로 삼아 꼭 거쳐야 하는 범례로 삼았다. 판소리에 적합한 목쉰 소리를 낼 수 있는 거친 성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간 집중적으로 성대를 단련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판소리연구가 최동현 교수에 따르면 백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깊은 산속이나 절간에 들어가서 집중적으로 소리를 공부하는 백일공부는 대개 단오에 들어가 추석에 나오는데 그 시간이 꼭 100일이었다. 그 한 가운데 맹렬한 여름 더위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판소리는 소리와 소리를 결합하고 소리로 소리를 이기는 화해와 대립의 연속이다. 판소리의 판은 무대와 객석이 따로 가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한다. 자기 수련의 과정으로 삼았던 옛 소리꾼들의 ‘백일공부’가 이어낸 판소리만의 세계일 터다. 오늘날 옛 명창들이 지켰던 ‘백일공부’의 온전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대가 변했으니 판소리의 환경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름 폭염에 맞서 싸우며(?) 소리공부에 전념하는 소리꾼들의 산공부가 그래서 더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7.26 20:02

노회찬

지난 23일 아파트 17층에서 투신 자살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장례식이 정의당장과 국회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아쉽게 생을 마감한 노 원내대표는 27일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아쉬움으로 가득한’ 이승을 떠난다. 빈소에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지지자들의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철없는 막나니 조소꾼도 있었지만, 정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의 덫에 걸려 죽음을 선택한 그를 다스하게 감싸안고 있다. 정의로웠던 그 앞에서 고개 숙였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의 먼지털이에 걸려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평생 약자와 정의의 편에서 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냉혹한 정치 패거리들은 그를 세상 끝으로 내몰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나 성장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마을은 봉화산과 들판 경계선에 자리해 있다. 그는 퇴임 후 봉화마을 옛집 뒤켠에 ‘지붕이 평평한 저택’을 짓고 1년 남짓 살았다. 1000권에 달하는 책이 꽂힌 업무실에서 독서를 하다가도 주민이 부르면 곧바로 달려나가 하나가 됐다. 친환경 농업 등을 하며 대통령 시절 완성하지 못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노무현 노회찬 두 사람이 꿈꾼 세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삶터였다. 공정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 등 수식 조차 거추장스러운, 그런 세상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저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혹은 어깨 겯고, 혹은 막걸리 잔 부딪치며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만 한 현실이다. 자살은 나쁜 선택이다. 그들 정도라면 그런 정도의 수렁은 그리 깊은 게 아니었다. 극복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쇠처럼 너무 단단했던 그들은 휘어지기보다는 부러짐을 선택했다. 세상에는 살아서 할 수 있는 일과 죽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노무현이 여전히 살아 숨쉬듯 노회찬도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서민 대중 사이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7.25 21:06

그래도 학교다

학교가 좋아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내일 학교 안 간다’송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까. 그리 싫은 학교를 왜 꼭 가야만 하나. 우리 헌법이 이를 알려준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면서, 동시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법률에 따라 현재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다. 학교가 싫어도 학교에 갈 수밖에 없고, 학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의무교육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당위성을 갖는다. 의무교육 실시로 저소득층 자녀와 장애아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이의 노동착취나 아동학대를 막는 역할도 한다. 자기 계발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것도 학교 교육이 담당하는 큰 역할이다. 반면 학교 교육의 역기능이 적지 않다. 국가주도의 관리체제에서 획일적이고 표준화 된 교육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학력제일주의 앞에 온통 입시위주 교육에 함몰돼 있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이런 학교가 즐거울 리 만무하다. 대안학교와 특성화 학교가 나오고,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통상적인 학교를 가장 선호하고 신뢰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안심한다. 학교가 예기치 않게 하루라도 쉬게 되면 가정이 흔들릴 정도다.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교 중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어찌 돌봐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끝나서 기왕의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한다. 엊그제 김승환 교육감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학교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말뿐이 아닌, 징계의 채찍까지 꺼냈다. 진정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향인지 살펴볼 일이다. 학교가기 싫은 학생 정책을 다른 방법으로 찾을 길은 없는가.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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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07.24 19:49

유신사무관

어제(23일) 자택에서 투신자살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고 정의당 노회찬(62) 원내대표. 그는 1973년 경기고에 입학했는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이 동기생들이다. 현재 정독 도서관 자리에 있던 경기고는 당시 600여명의 동기생 중 400명 이상이 서울대에 들어가던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의 명문고였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할때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등 수도권 고교 5~6개, 전주고, 경북고 등 지역 명문고 몇개가 입시를 휩쓸던 때다. 고교 시절부터 이들의 행보는 크게 갈라졌다. 황 전 총리가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할 때 노 원내대표는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린다. 1972년 자행된 유신에 대해 야당 인사들도 말 한마디 못할 때 고교생 노회찬은 꽃길을 마다하고 험로에 들어선 것이다.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보지 못하고 눈감은 노회찬의 마지막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신의 잔재는 무려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잔영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유신사무관’이다. 사관학교 출신 대위를 사무관(5급)으로 선발한 특채제도로 1977년 처음 시작해 1988년 폐지될 때까지 배출된 인원은 총 784명이나 된다. 육사 기수로는 25∼37기에 해당한다. 도내에서도 도의회 사무처장, 도 건설국장, 부시장, 부군수를 지낸 수많은 이들이 유신사무관 출신들인데 이들이 완전히 퇴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던 1987년, 유신사무관은 군사독재의 주요 상징으로 척결대상에 꼽혔고 결국 노태우 대통령 당선 이후 폐지됐다. 유신사무관 106명을 임용한 1977년 당시 행정고시(21회) 선발인원이 134명이었으니, 유신의 잔재가 얼마가 깊었을 지는 불문가지다. 당시 일반 공직자가 9급에서 5급이 되기까지 20∼30년이 걸린 상황에서, 대위에 불과한 사관학교 출신 사무관은 흔히 ‘유신사무관’으로 일컬어졌다. 그렇게 해서 특채된 이들이 공직을 떠난 게 불과 1년 전이다. 요즘 정국을 강타하는 보안사 계엄문건을 보면 지난해 또다시 계엄이 선포돼 헌정중단 사태를 맞는 등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일어날 뻔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또다시 유신 폐지나 계엄 폐지 유인물을 뿌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음에도 서민과 함께 한 노회찬의 삶을 새삼 생각하는 날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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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07.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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