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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과 땅길

땅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것은 2003년 2월이었다. 바닷길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연 것이 1998년, 50년 남북분단의 장벽은 바닷길에 이어 땅길까지 열리면서 비로소 허물어지는 듯 했다. 땅길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그해 2월 14일, 일반인 관광에 앞서 시범관광이 이루어졌다. 금강산관광사업을 추진한 현대아산이 각계에서 초청한 466명이 분단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역사의 증인’이 됐다. 언론계 초청자만 100여명,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의 역사 현장을 기록하려는 외신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유난히 뜨거웠다. 시범관광단이 된 덕분에 갖게 된 2박3일 땅길 첫 금강산관광은 짧지만 길고 긴 여행이었다. 2월 14일 시범관광을 앞두고 통일전망대에서는 동해선 임시도로를 개통하는 행사가 열렸다. 개통식은 막혔던 남북 땅길을 여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그즈음 불거진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여파로 행사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시범관광단은 통일전망대에서 북쪽 땅을 통행할 수 있는 버스에 갈아타고 출발했다. 꽃 장식을 한 작은 버스 스물 두 대가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에 들어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녹슨 군사분계선에 의지해있던 비무장지대 50년, 통한의 역사는 그 순간 ‘과거’가 되었다. 북방한계선을 막 통과했을 때 인민군 두 명이 나타났다. 버스 바로 옆으로 행진하듯이 걸어온 그들이 버스에 올라왔다. 버스 안은 적막감이 흘렀는데, 그들 역시 긴장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순간 어딘가에서 취주악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맨 앞 선두 버스가 도착한 곳에서 열린 북측의 환영행사였다. 남측의 금강통문을 통과해 장전항까지 이르는 길은 육로관광 도로가 완공되기까지 임시로 사용하는 길이었다. 길옆으로는 금강산으로부터 흘러 모인 적벽강이 가까이 왔다 멀리 갔다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자취를 감추었다. 고성군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부터는 남쪽의 금강산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길이 시작됐지만 철책으로 갇힌 탓에 차 두 대가 겨우 왕래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아스팔트 도로였다. 이후 수많은 남쪽 사람들이 버스로 승용차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그 길을 따라 금강산에 안겼다. 그때만 해도 곧 남과 북이 하나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땅길은 다시 막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오늘 판문점에서 열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측으로 이동한다. 회담과 회담 사이에는 소나무를 심고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땅길까지 막혔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은 비로소 봄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4.26 18:59

운칠기삼

6·13 지방선거 정당 후보가 대부분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북 국회의원 수는 단 2명이지만 촛불이 성공하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위상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수년 전 민주당은 전북민심을 국민의당에 빼앗겨 20대 총선에서 대패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만회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하다.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빠른 속도로 전열을 가다듬고 진용을 강화한 반면 이에 맞서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모습이다. 하지만 선거는 약50일이나 남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변화무쌍하니, 앞으로 무슨 변수가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초반 상황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현 바른미래당 소속 정운천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고, 초짜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전북의 새로운 맹주가 되는 등 전북 정치 기류는 과거 흐름이 아니었다. 이번 6·13지선은 전북정치권이 향후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다. 선거전에 나서는 후보들을 볼라치면 학력과 직업, 성향, 도덕성 등에서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번 지선에서 한 후보는 투표일이 닥쳤을 때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학풍에 고배를 마셨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일천한 학력이 죄는 아닌 것이다. 운이 없었다. 어쨌든, 낙선 후 그는 가방끈을 늘이고 있으니, 세상인심 씁쓸하기도 하다. 선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뒤따라야 하는 것 같다. 소위 운칠기삼이다. 민선 첫 유종근 도지사는 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전북에서 전혀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DJ와의 인연을 앞세워 도지사를 두 번 역임했다. 강현욱 도지사는 경선 당시 선거부정 시비가 있었지만 상대를 잘 만났다. 현 국회의장인 정세균 후보가 문제 제기하지 않는 바람에 막강 관운을 탈 수 있었다. 훗날 정세균이 묻어두었던 강캠프의 선거법 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 악화 등으로 강지사는 재선을 포기했고, 이런 그의 결정은 김완주 전주시장에게 운빨로 작용했다. 김지사는 재선까지 성공했지만, 이명박에 보낸 편지사건과 LH본사 유치 무산, 프로야구단 유치 무산 등은 3선으로 향하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 수혜는 송하진 도지사에게 돌아갔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송지사도 김지사처럼 운빨이 좋아 보인다. 김춘진 후보가 휘두른 무딘 가시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한국지엠군산공장 폐문이라는 매가톤급 악재는 아직 그를 막지 못했다. 비슷한 크기의 악재도 때론, 누군가에겐 무용지물이다. 운칠기삼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4.25 19:18

피해자 코스프레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미투운동,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등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뉴스의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피해자 코스프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거부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현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결백을 보여주려 했다. 여권은 이를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다. ‘드루킹 사건’은 여야의 위치가 바뀌었다. 야 3당이 드루킹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자 여권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야권의 공조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했다. 야당은 여론을 조작·왜곡한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쪽이 어떻게든 현재의 상황을 빠져나가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의 이런 ‘피해자 코스프레’는 국민의 눈높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낮은 수다. ‘코스프레’는 ‘의상’을 뜻하는 ‘costume’과 ‘놀이’를 의미하는 ‘play’의 합성어인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에서 나왔다. 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하여 주인공과 같은 의상을 입고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이런 본래의 의미의 ‘코스프레’가 ‘피해자’와 결합해 적반하장의 무기로 쓰이는 셈이다. 정치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지엠 사태를 보면서 과연 누가 가장 큰 피해자인가를 떠올려보았다. 한국지엠 노사가 23일 자구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회사의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정부와 GM의 노사는 한숨을 돌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지엠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군산공장을 어떻게 할 지 한 줄의 언급도 없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겼던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물론 군산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될 경우 근로자들이 일단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근로자에게는 일정 보상을 수반하는 희망퇴직과,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라도 있다. 문제는 협력회사와 지역 주민들이다. 한국지엠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본 도내 기업이 155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역경제 역시 파탄지경이다. 군산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평과 창원 공장은 정부의 신규자금 투자와 신차 배정, 외투 지역 지정으로 살 길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 근로자를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역경제의 파탄을 두고 차라리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비판받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4.24 18:29

전북교육의 현실

오는 6월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특별한 이벤트 하나가 펼쳐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을 벌인 뒤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갖기 때문이다. 월드컵 출정식이 지방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전주의 경우 김대은 전북축구협회장이 그간 A매치를 여러번 성공리에 치렀고, 전북현대모터스의 두터운 팬이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1970년대 전북은 최재모, 정태훈, 최상철, 유동춘 등 쟁쟁한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했고, 80년대에도 노수진, 장정, 조긍연, 고정운, 노상래 등 스타가 잇따랐다. 하지만 노상래 이후 10여년간 전북은 축구 국가대표 하나 없던 암흑기를 지나 김영권, 김진수 등으로 맥이 이어졌다. 중앙의 시각에서 볼때 전북은 축구변방이나 다름없지만 가장 상징성이 큰 ‘월드컵 출정식’을 전주에서 갖게돼 도민의 자부심이 뿌듯할 수밖에 없다. 사실 후삼국때 잠시 지방호족이 득세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유지해온 까닭에 모든 것을 중앙위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산 사람들은 스스로 서울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에서는 부산을 ‘시골’이라고 부르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하물며 인구, 경제력 등을 포함한 도세면에서 최하위권인 전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일부 전북 인사들이 요직에 등용되고 있고, 재원 배분에서도 조금씩 그 효과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남들이 잠 잘때 뛰어야 한다. 그런데 엊그제 하나의 의미있는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법무부가 각 대학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첫 공개했는데 전북대와 원광대의 수준이 기가막힐 지경이다. 올해 치러진 제7회 합격률을 보면 원광대는 24.63%로 25개 학교중 꼴찌였고, 전북대는 27.43%로 24위였다. 도내 2개 로스쿨 합격률은 서울대(78.65%), 연세대(73.38%), 고려대(71.97)등과는 3배이상 차이가 났고, 심지어 제주대(28.41%), 충북대(31.62%), 충남대(41.15%), 강원대(43.02%) 보다도 낮았다. 전북대는 그동안 각종 평가나 실적면에서 타 시도에 있는 국립대를 압도했고, 웬만한 수도권 사립대보다 나은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 자료가 던지는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대학 수준을 단순히 변호사시험 합격률 하나로 평가해선 안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을 맹성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차제에 교육감 입후보자들도 보다 냉정하게 전북교육의 현실을 봐야한다. 경제력이 취약하기에 도내 초중고 성적이 타 시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음에도 그동안 우리만 스스로 “괜찮다”고 만족하진 않았나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모든 교육정책은 반드시 정확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둬야하고 그런점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막중하기만 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4.23 21:03

국가예산확보

올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확 풀어버림에 따라 별다른 이슈없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냄에 따라 최대수혜자는 민주당 쪽으로 공천신청한 사람들이 받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가 70% 이상 고공행진을 해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시장 군수를 비롯 지방의원 출마자들이 민주당 공천장을 받으려고 젖먹던 힘까지 쓴다. 익산 ·김제시장, 임실 ·순창·무주·부안군수를 제외하고는 본선거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돼 버릴 공산이 짙다. 교육감 선거는 김승환·서거석후보의 양강구도가 일찍 형성된 가운데 이미영·황호진후보가 뒤를 쫓지만 지지율 변동이 미미해 위협적이질 않다. 늦어도 선거 한달 전까지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답보상태에 빠진 마이너 후보들이 사퇴할 것으로 점쳐져 김 서 후보간 예측불허의 한판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 단체장 선거는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므로 외형상으론 민주당 공천자가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 않을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유권자는 후보가 깜이 되느냐부터 따진다. 현직한테는 공약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했느냐부터 시작해서 국가예산확보와 갈등관계에 있는 민원해결 그리고 공정하게 직원들의 인사관리를 했느냐를 살핀다. 도내 자치단체는 지방세 수입이 적어 자체재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에 신경을 쓸수 밖에 없다. 현직단체장이라고해서 국가예산을 잘 확보하는 게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국가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각 부처를 상대로해서 총성없는 전쟁을 펼친다. 이런 상황에서 인맥이 제대로 구축 안된 단체장은 아예 중앙부처 접근도 못한다. 그에반해 인적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시장 군수는 맥을 잘 짚어 국가예산을 잘 확보한다. 송하진 지사가 정치권과 공조를 이뤄내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6조5000억의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그냥 된 게 아니다. 그간 쌓아놓은 인맥과 정권교체를 이룬 게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져 전북의 숙원사업이었던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국립지덕권 산림치유원 조성예산 등을 거의 확보했다. 시장 군수의 성적표는 국가예산을 얼마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사람이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 인적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박우정 고창군수를 꼽을 수 있다. 박 군수는 고창 출신 심덕섭 보훈처 차장을 앞세우고 직접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을 만나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중앙요로에 고창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이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전방위적으로 예산 활동에 나선 것이 적중했다. 전임 이강수 군수가 3선하는 동안 웰파크시티를 조성해 고창을 살기좋은 고장으로 품격있게 만들었지만 박 군수도 그에 못지않게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시장 군수를 맡느냐에 따라 지역발전이 달라진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나 정책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4.22 17:11

오너리스크

나는 일찍이 한나라 광무제의 日復一日(하루하루를 지낸다)이란 말을 좋아하였다. 무릇 사람의 걱정은 항상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니, 부귀영화와 명예 등을 자신의 소유로 여겨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할 계책을 세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유한 사람은 자연스레 사치스러워지고, 귀한 사람은 자연스레 교만해진다. 김준태씨가 펴낸 책 <왕의 경영>에서 소개한 정조의 어록(일득록 日得錄) 한부분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다시 뜨겁다. 잠잠해질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기업 총수와 그의 23세들이 벌이는 갑질은 그 행태가 별로 다르지 않다. 한결같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안하무인격 행위들이다. 이번에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주인공이다. 조현민은 이미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 땅콩회항사건으로 먼저 갑질논란 명부에 이름을 올린 언니 조현아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민들을 향해 복수하겠다며 벼르던 바로 그 인물이다. 혹시 그 복수가 다시 국민들을 분노께 하는 이것이었을까. 조현민의 갑질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 컵을 던지고 폭언을 했다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는 그의 폭언과 갑질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부도덕한 행태까지 불거져있다. 대한항공 직원이 제보한 조현민 음성파일은 정상적인 사람의 음성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괴성의 정체다. 더 놀라운 일은 대한항공 직원들에게는 이런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것인데, 조 전무는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기분이 좋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 무슨 통과의례처럼 항상 고성을 지른다는 증언이 있고 보면 사태의 정도를 짐작 코도 남는다. 재벌 23세들의 갑질 논란은 갈수록 잦아지는 형국이다. 이윤재 피존 회장의 청부폭행, 김갑식 몽고간장 회장의 갑질,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의 로펌 변호사 폭행 등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만도 적지 않다. 총수 일가의 문제는 곧 기업의 위기를 몰고 와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실질적인 경영에 큰 타격을 입힌다. 이른바 오너리스크의 작동 결과다. 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류 어릴 때부터 수입차를 타고 다녀 만족스러웠다 항상 타는 비행기 일등석(First Class)은 당연한 자리 등등은 모두 조현민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부귀영화와 명예 등을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오너의 독단경영 체제에서 책임의식은 없고 특권의식에만 사로잡혀있는 23세들의 행태는 어디까지 닿을까. 오너리스크는 괜히 오는 것이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4.19 18:40

익산 통일 전국체전

올해 제99회 전국체전은 10월12일부터 18일까지 익산시를 중심으로 한 전북 14개 시군 70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주 개최지가 익산시이지만, 특정 지자체가 규격 경기장을 마련해 모든 경기를 치르기 힘든 점을 고려, 인근 시군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된다. 태권도 등 30여 개 종목 메달과 지역 명예를 걸고 고등부와 대학부, 일반부 선수들이 겨룬다. 전국체전은 1920년 11월 조선체육회가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개최한 제1회 전 조선야구대회를 기원 삼아 이어지고 있다. 이듬해 축구가 추가됐고, 1934년에는 정구와 육상, 농구가 추가됐다. 1935년에 궁도와 씨름, 역도가 추가됐고 1937년에는 배구가 추가됐다. 이처럼 종목이 늘어나면서 열리는 전국체전으로 한국인 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크게 좋아지자 일제는 1938년에 조선체육회와 일본 체육단체인 조선체육협회를 강제 통합했다. 우리의 전국체전은 1937년 제18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으며, 1945년 10월에 자유해방경축 전국종합경기대회라는 대회명으로 재개됐다. 1948년 제29회 대회부터 전국체육대회란 이름으로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전국체전은 6.25전쟁 중에도 열렸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광주에서 열린 제32회 대회는 15개 종목으로 개최됐다. 최근 재개발 여부,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도 전국체전의 산물이다. 1963년 제44회 전국체전의 전주 개최를 앞두고 도민 성금으로 건설된 것이다. 전주시는 지난 4월 2~13일 시청 1층에서 전주종합경기장 55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기록물 전시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1980년 제61회 대회는 전주와 군산, 이리에서 분산개최됐다. 전국체전은 국민의 화합과 건강체력을 바탕으로 국력을 유지하고 키우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통일에도 소중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1969년 열린 제50회 대회 때는 이북5도 대표가 입장하며 통일의 염원을 만천하에 호소했고, 지난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23회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큰 기틀을 마련한 대회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정헌율 익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0월 익산에서 열리는 제99회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에 북한팀을 초청해 세계평화축제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정상회담 등 분위기도 좋다. 지금 정부와 전북도, 체육회가 나서야 한다. 10월 익산 전국체전을 통일전국체전으로 승화시킬 기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4.18 18:37

지방공휴일

전주 남부시장청년몰 입구에 쓰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어귀가 확 눈에 띈다. 이곳 청년몰 입주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일과 돈 보다 여가와 개인적 성장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의 반영이다. 우리가 오늘의 고도성장을 이루기까지 부지런한 국민성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면 바로 그곳은 한국인 가게라고들 한다. 오랫동안 그런 부지런함에 익숙했기 때문에 기성세대에게는 워라밸이 아직 낯설다. 그럼에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혀졌다. 2004년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돼 2012년 전면 시행됐고, 2014년부터 대체휴일제(설추석어린이날)가 도입됐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 7월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국가의 의무로까지 헌법 개정안에 규정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걸음 나아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할 수 길이 열린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해당 지역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날을 자체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정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지방공휴일 도입을 담은 지방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지방공휴일 지정을 건의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지방공휴일 지정요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공휴일법제는 아주 복잡하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을 통해 국경일이나 기념일 중에서도 공휴일인 것과 아닌 것이 구분돼 있다. 제헌절은 국경일이면서 공휴일이 아니다.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2006년부터다. 올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놓고 찬반 논란 끝에 더 검토 사안으로 넘긴 것이 공휴일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일이다. 지방공휴일제가 도입될 경우 전북에서는 어떤 기념일을 공휴일로 내세울 수 있을까. 당연히 지역에서 특별히 기념할 필요가 있고,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48개 법정기념일 중에 전북지역과 깊숙히 연관된 기념일이 없다는 게 새삼스럽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법정기념일로 만들어 전북도민들의 공휴일로 삼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으련만.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4.17 18:34

적장자

양(洋)의 동서와 시간의 고금을 막론하고 주상(왕)이 되지 못한 왕자는 죽어야 하는게 세상사의 이치였다. 오늘날 터키의 직전 왕조인 오스만튀르크(1299~1922)에는 너무나 살벌한 제도가 있었다. 튀르크족(돌궐족)이 세운 오스만 군주는 흔히 술탄으로 불렸는데 이 나라에서는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왕자만 궁에 남고, 나머지 왕자는 모두 죽어야 했다. 권좌를 탐내는 왕자들을 없애야만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아 정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무려 300년 가까이 이 제도가 운용되다 폐습이 없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왕자치고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사실 조선은 왕위세습이 적장자(嫡長子)에 의해서 이뤄지는 나라여서 본처 큰아들이 왕위계승 1순위였다. 적장자는 누가 뭐라고해도 명분상 뚜렷한 권위를 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선왕조 27대 왕 중 적장자로 왕위에 오른 이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경종 등 7명에 불과했다. 양인 첩의 자손은 서자, 천인 첩의 자손을 얼자라고 하는데 왕위계승에서도 적장자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았음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일부 시군에서 저마다 ‘민주당 적장자’를 자처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 공천을 본인이 받아야 할 명분을 적장자에서 찾는 것이다. 어떤 후보는 오랫동안 민주당과 함께 했다는 것을 제시하는가 하면, 또다른 후보는 지역위원장의 복심이거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무소속 후보중에도 후보 프로필이나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민주당의 적장자로 활동해왔음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도민 정서가 민주당에 확 기울어있고, 후보들이 대체로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선거때마다 적장자론은 상당한 위력을 갖는다. 지역위원장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인해 본인이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논리다. 1987년 제13대 대선이래 계속되던 특정정당 독식 현상은 1991년 제4대 도의회 의원 선거때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도내에서 총 52명의 도의원을 선출했는데 무소속 후보는 진안 임수진 단 한명뿐이었고, 나머지 51명은 평민당(현 민주당) 후보였다. 거의 한 세대가 지났으나 겉공기만 보면 이번 선거 또한 그때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시장, 군수 한두명을 제외하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정정당 싹쓸이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도민들의 최종 표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4.16 19:41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낙하산 보은인사로 전북대병원 상임감사를 4년째 맡고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출신인 최옥선씨(56)가 지난 박근혜정권 때인 2014년11월7일자로 전북대병원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임기 3년이 만료된 최 상임감사는 지금까지 후임이 결정나지 않아 5개월째 감사직을 더 연장 수행하고 있다. 친 박근혜 인사로 지목된 최 감사는 문재인 정부들어 전북지역 대표적인 적폐인사로 꼽힌다. 병원은 신임 감사 선임을 위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 1월4일까지 공고를 내고 2명의 후보를 이사회 추천을 통해 교육부에 올렸으나 지난달 적격자가 없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 전북대병원은 감사선임 공고를 곧바로 내야 하지만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려 주지 않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기가 만료된 최 상임감사가 계속해서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전북대병원 감사직은 연봉이 1억2000만원이어서 한달에 평균 1000만원의 고액급여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공공기관의 감사를 낙하산의 꽃이라고 부른다. 기관장처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대우는 그에 못지 않게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 감사가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없는 무자격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인 정치권 낙하산 인사사례로 거론돼 왔다. 최 감사는 한나라당 전북도당 주변에서 당원활동을 해왔을 뿐 공직경험이나 일반직장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임감사로 임명된 이후에는 적잖게 권한을 행사하는 바람에 병원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특히 각종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어 내부 불만을 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것.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감사로 임명한 바람에 적지 않은 업무마찰을 가져오기도 했다는 것. 특히 감사자리가 권한은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 자리라서 직원들이 업무를 추진하려면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이 이 같은 문제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바람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이 수두룩한데 이들을 제외하고 전혀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것이 적폐라면서 문재인 정부 만큼은 이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병원 구조가 커지면서 감사기능이 요구되고 있는데 과거같이 이 정권도 똑같은 방식으로 감사를 선임한다면 그 자체가 적폐라고 지적했다. 촛불정권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이 같은 적폐를 청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적법절차에 따라 적임자를 감사로 선임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감사가 고액 연봉을 받는 이유는 그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인 것 아니냐면서 이번부터라도 제대로 선임하길 바랐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4.15 16:42

베토벤의 머리카락

미국 시카고의 아르곤연구소는 미국 최초로 설립된 국립연구소다. 1946년 문을 열었으니 6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기초원자연구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위해 설립된 이후 기초과학, 에너지자원 개발, 국가안보 등을 연구해온 이 연구소가 1999년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1827년 쉰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실제 사인이 납중독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베토벤은 천재음악가로 시대를 이끌었지만 평생 우울증과 간경화, 신장과 폐 질환 등 온갖 질병을 안고 살았다. 젊은 시절, 청력이 약화되기 시작해 끝내는 듣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음악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행했을까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더구나 당대 사람들은 그가 매독에 걸려 정신질환에 온갖 질병까지 안게 되었다고 단정했다. 그가 사망한 것도 결국 매독 때문이라고 믿었다. 당시는 매독에 걸리면 치료제가 없어 죽을 때까지 합병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밝혀진 사망 원인은 달랐다. 아르곤연구소는 오랫동안 보관되어 온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정상인의 10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납은 매독 치료제가 아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독 치료에 비소나 수은이 사용됐지만 어느 것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중추신경계 이상을 비롯해 정신착란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납에 베토벤이 어떻게 중독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사인이 매독이 아니었다는 것은 비로소 근거 있는 사실이 되었다. 베토벤의 사인이 200년 가깝게 보관되어온 머리카락으로 밝혀졌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의 머리카락이 오늘에 까지 남겨진 것은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머리를 잘라 간직했던 당시 유럽의 풍습 덕분이다. 베토벤은 자신의 괴팍한 품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질병의 원인 또한 매독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몹시 고통스러워했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죽은 뒤 부검을 해서라도 질병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서른두 살 때 동생 칼과 요한에게 남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서다. 당대 사람들은 베토벤의 사인을 매독으로 단정했다. 매독이 가져오는 수많은 합병증과 매독에 걸려도 치료제가 없다는 당시의 환경으로 이어낸 추측이 근거(?)의 전부다. 베토벤은 유서에서 이렇게 절규한다. ‘오오 사람들이여 그대들이 언젠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대들이 나를 얼마나 부당하게 대해왔는지 생각해보라.’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4.12 18:44

여론조사와 밴드왜건

홈쇼핑에 나온 품목은 항상 매진 임박이다. ‘마지막 세일’과 곁들여 시청자들에게 구매의 충동을 느끼도록 만든다. 판매 품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비결인 셈이다. ‘남이 장에 간다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남이 치는 장단에 엉덩이춤 춘다’와 같은 부하뇌동을 일컫는 속담들이 많은 걸 보면 줏대없이 남을 따라하는 습성은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경제적 용어로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라고 한다. 특정상품의 유행이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밴드왜건의 본딧말은 밴드들이 탄 마차다.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차가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밴드차가 지나가면 별 생각 없이 우르르 쫓아가는 현상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다. 선물을 주고받는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을 서점에 내거는 것 등이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밴드왜건은 상업적 목적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밴드왜건은 강력한 위력을 갖는다. 행렬의 선두에 있는 밴드왜건을 따라 대중들이 몰리는 현상을 정치인들이 간과할리 없다. 대세론으로 몰아가면서 동조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후보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흐름일 뿐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유력후보에 쏠리는 대중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미리 알아낸 뒤 조직적으로 대응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선거캠프의 기본이다. 여론조사에서 평소 10%도 안 되는 응답률이 선거시즌에는 20%대를 넘기도 한다. 전북일보와 전주 KBS가 최근 실시한 지방선거 여론조사 역시 지역에 따라 40%가 넘는 응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의 높은 전화 응답률에 대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후보 조직의 가동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의 함정이며, 한계다. 조직을 잘 갖추는 것 역시 후보의 능력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밴드왜건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후보들에게 뒷짐을 지라는 요구가 통할 리 없다. 부화뇌동과 상반되는 초지일관·독야청청을 유권자들에게 외쳐야 하나.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4.11 18:30

학생이 주인공

2016년 초가을, 한 여성이 앳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목가구 공방을 찾았다. 여성은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의 어머니였다. 학생은 눈이 크고 총명스러워 보였는데, 알고보니 ‘공부’를 하지 않고 방황하는 ‘소위’ 문제아였다. 대학공부까지는 시키겠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모 심정이다. 부모 자식간 갈등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어머니가 A군 손을 잡고 ‘공부’와 동떨어진 공방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이가 ‘목가구 배우는 것이라면 열심히 할 수 있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억지 춘향은 없는 법이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끌리면 오라’는 광고 카피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악조건이고, 연목구어같은 일이었다. 그는 특성화고도 아닌 인문계 학생이었다. 그의 학교에서는 ‘공부’만 요구할 것이고, ‘기능 습득’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조건이 좋지 않은 것은 교통이다.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아이가 집에서 직선거리로 20㎞ 이상 떨어진 공방에 다니며 목가구 기능을 습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 가량 걸려 공방에 도달할 수 있다. 방과후 공방에 가더라도 그가 밤 10시 전후까지 기능 습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안팎이다. 시내버스 타고 귀가하면 씻고 잠잘 시간이다. 공방 일은 노동이다. 힘든 작업을 마치고 자정께 귀가한 A군은 먼지와 땀으로 뒤덮인 몸을 씻고 잠자기 바쁠 것이다. 공방은 깨끗한 교실이 아니다. 먼지 투성이고, 날카로운 끌과 톱, 대패 그리고 망치 등 수공구로 인한 부상 위험이 노출돼 있다. 전동공구에 다치면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목가구 기능을 배우겠다고 했다. 아마 부모는 아이가 공방의 어지럽고, 또 힘들어 보이는 작업 환경 등에 질려 포기할 것이라고, 공부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몇 개월 못버틸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부모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고, A군은 전통목가구 장인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지난 4월9일 열린 전북기능경기대회 목가구부문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번졌다. 인문계 학생인 탓에 연습량이 절대 부족했지만,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거둔 작은 결실이다. 전국대회, 나아가 국제기능올림픽을 향한 출발이다. 인문계든 실업계든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진정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끊임없이 파악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미래 동량을 제대로 세우는 교육백년대계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4.10 18:15

전북의 먹거리

전남 함평은 예로부터 너른 들판과 갯벌을 품고 있기에 ‘함평천지’라 일컬어졌으나 천연자원, 산업자원, 관광자원이 없는 ‘3무의 고장’이다. 남도의 경우 정약용, 조광조, 윤선도 등 이름있는 이들이 귀양왔던 곳은 ‘인물 마케팅’이라도 하는데 함평은 지역출신 유명 인사나 귀양온 이도 없었기에 늘 그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인구 3만명밖에 되지않는 함평을 전국 200여개 자치단체중 가장 각광받는 곳으로 만든 이가 있었다. 지금부터 꼭 20년전인 1998년 함평군수가 된 이석형 현 산림조합 중앙회장이다. 다른 자치단체장들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뛰어다닐때 그는 역발상으로 블루오션을 창조했다. 전남대 농대 출신인 그는 취임직후 함평 나비축제를 구상, 바로 이듬해부터 축제를 시작했다. 함평은 원래 나비가 많은 곳이 아니다. 엊그제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석형 전 군수는 “눈앞에 축제는 다가오는데 함평에 나비가 없어서 제주 서귀포로 달려가서 하얀나비 23마리를 잡아왔다.”고 회고했다. 나비는 한번에 250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를 거듭하면서 단기간에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침내 1999년 봄 제1회 함평 나비축제는 팡파르를 울렸고, 모두가 코웃음치던 나비축제는 전국의 이목을 끌면서 올해 20회를 맞는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함평은 해마다 유료관광객 30만명이 찾는곳이 됐다. 나비축제가 대박을 내자 김대중 대통령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마케팅한 이석형 군수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보다도 더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만일 관념의 틀을 고수했다면 오늘날 함평 나비축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전북경제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군산조선소나 GM대우가 문을 닫는 등 제조업체들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고 현대자동차 가동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친구가 실직하면 불황이요,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고 한다. 생계가 끊긴 이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죽을 약 옆에 살 약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전북의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했던 전북은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당시엔 큰 성취로 보였다. 하지만 가만히 복기해 보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굴뚝산업은 이미 선진 도시를 떠나고 있었으나 당장 배가 고팠던 전북은 이를 덥썩 물어버렸음이 드러났다. 전북은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고정적인 안목에 갇혀선 안된다. “하나의 예를들자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육지 레포츠를 ‘바다 레포츠’로 전환하는게 급선무”라는 이석형 전 군수의 조언이 귀에 쟁쟁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4.09 18:42

민주당 쓰나미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로 활활 타오른 지지열기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이후에도 계속해서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북핵위협으로부터 전쟁공포를 사라지게 했다. 오는 27일 남북간 정상회담이 개최돼 상상력으로만 생각했던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로 이뤄지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더 올라갈 것이다. 여기에 두 전직 대통령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가 도내에서 70% 이상 고공행진을 하는 건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워낙 견고한데다 야권이 분열하면서 제 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예전같이 도로민주당이 됐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거의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을 것처럼 보인다.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좋지만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은 아직껏 지사후보 조차 못낼 정도로 지리멸렬해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송하진 지사의 지지도가 경쟁후보인 김춘진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송 지사가 전연령층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아 경선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7명의 교육감 후보 가운데 김승환교육감이 선두를 달리지만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렵다. 만약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마이너 후보들이 2명정도가 중도사퇴할 경우에는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후보가 난립한 군산 정읍 김제시장 장수군수 선거도 민주당 공천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경선 후보들의 지지도를 합산하면 거의 당 지지도를 웃돌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민평당과 무소속이 강세인 익산시장 임실 부안군수 자리도 민주당 후보 한테 크게 위협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민평당과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지만 경선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번 선거에서 전북은 민주당 기세가 꺾일줄을 몰라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날 것 같다. 전체 선거판에 쓰나미 같은 해일이 거세게 불어 닥칠 기미가 엿보여 야권과 무소속 후보들이 속수무책인 상태로 선거를 치를 공산이 짙다. 일명 쓰나미라고 부르는 싹쓸이 선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나미가 나타나면 야당 공천자는 물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선 무소속 후보들도 휩쓸려 전멸할 수 있다. 무소속 후보들이 가장 경계하고 무서워 하는 게 선거 쓰나미다. 쓰나미는 민심의 바다가 성날 때 생기기 때문에 마땅히 제어할 방법도 없다. 아무튼 선거 쓰나미로 역량있는 후보가 낙선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성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후보가 단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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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4.08 19:58

'큰 넓궤'의 기억

1995년 4월이었다. 해방 50주년을 맞아 떠난 제주도 답사. 해방공간의 아픈 현대사를 온몸으로 안고 있는 제주 역사를 만나는 일은 무거웠다. 그 답사 길에서 동광리 ‘큰 넓궤(동굴)’를 만났다. 동광리는 안덕면 서북쪽 해발 300미터에 위치한 산간마을이다. ‘무등이왓’이란 별칭으로 불리어온 이 마을은 300여 년 전, 관의 침탈을 피해 쫓겨 온 사람들이 모여 화전을 일구어 살아가면서 형성된 자연마을이다. 조선 말기, 관의 침탈에 항거하여 농민봉기를 일으킨 진원지로도 알려진 이 마을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아 일제강점기에는 2년제 동광간이학교가 건립되기도 했다. 1946년에는 미군정의 공물수집에 항의하며 보리 공출을 반대했고, 이 때문에 군경의 탄압이 가해지면서 마을의 청장년들이 대부분 산으로 피신해야 했다. 그러자 군경의 토벌작전은 더 집요해져 추위와 굶주림, 무차별한 학살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큰 넓궤에 이르는 길은 현무암이 깔린 황량한 들판이었다. 그때만 해도 제주사람들조차 위치를 몰랐던 큰 넓궤는 입구가 얼마나 좁은지 사람 한 명이 낮게 엎드려 몸을 접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천연동굴인 큰 넓궤는 1948년 4.3항쟁 당시 마을 주민 120여명이 군경의 토벌을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다. 나중에 토벌대에 발견되었으나 위기를 모면해 다시 한라산 영실 근처 볼래오름까지 피신했지만 주민 대부분이 붙잡혀 총살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칠흑 같은 어둠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 통로를 낮게 엎드려 따라 들어간 동굴의 끝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4.3연구소 강태권 사무국장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지요. 이 칠흑 같은 어두움이 바로 제주도의 역사였습니다. 이제 옆 사람의 손을 잡아보세요.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손을 잡으면 어두움 속에서도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이 힘으로 역사의 어둠을 벗겨내야 합니다. 제주도 사람들도 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촛불이 켜졌다. 동굴 안은 꽤 넓었다. 서로를 의지해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냈을 120명 마을 주민들의 고통스러웠을 시간이 떠올랐다. 70주년을 맞은 제주 4.3항쟁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4.3사건의 진실이 우리 앞에 올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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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8.04.05 21:11

4월의 건곤일척

우수한 기능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제48회 전라북도기능경기대회가 4일 개막했다. 올해 대회에는 재료를 정밀 가공해 과제를 완성하는 CNC/밀링, 자동차 차체 수리, 미용, 목가구 등 38개 직종에 걸쳐 일반인과 대학생·고교생 등 모두 393명이 참가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는 고교생인데, 도내 마이스터고 등 모두 21개 고교 소속 297명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능 실력을 겨룬다. 메달권에 든 입상자는 오는 10월 5~12일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977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9회나 종합우승을 차지한 기능 강국이다. 종합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종합 2위였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 우수상 6개 등 모두 18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10위 성적을 거뒀다. 군산교도소 수감자가 실내장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새 삶을 위해 꾸준히 기능을 향상시켰고, 2015년부터 3회 연속 도전 끝에 금메달 꿈을 이뤘다. 오는 7일에는 9급 국가직공무원 시험이 치러진다. 이 시험에는 20만 1978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 4953명 만 선발된다. 경쟁률 40.9대 1이니,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험이다. 기능경기대회 참가선수나 공무원 시험 응시자 모두 젊은 청춘이 대부분이다. 장자는 ‘붕새는 구만리 장천을 단 한 번의 날개짓으로 날아간다’고 했다. 그들이 펼친 날개가 훈풍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날개를 펴든 사람들 중에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이 있다. 선거 규모로 보면 전북도지사 선거와 전주시장 선거가 가장 큰 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임박하면서 지난 3일 송하진도지사가 재선출마 선언을 했다. 그를 향해선 김춘진 전 전북도당위원장이 3선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또 지난 3월29일 시장직무정지라는 불리함을 무릅쓰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김승수 시장 앞에는 이현웅 전 전북도민안전실장이 행정9단 실력가라며 도전장을 냈다. 이들의 경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흥행 열기는 더해가겠지만, 본선 흥행 약세가 우려되는 분위기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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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8.04.04 20:31

국기 태권도

정치색이 적은 스포츠를 매개로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흔히 ‘핑퐁 외교’를 떠올린다. 1970년대 국교가 없었던 미국과 중국이 탁구 친선경기를 계기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것을 두고서다. 우리 예술단과 함께 태권도시범단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선봉에 섰다. 북한 중앙통신은 2일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시범단 합동 공연과 관련, 남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 “음악선율에 맞추어 다양한 무도기술과 수법들을 펼쳐 보였다”며 “그들은 여러 타격 동작들과 각이한 격파 동작들을 비롯하여 공격과 방어수법들을 활용한 태권도 기술동작들을 원만히 수행함으로써 관람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북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서는 “정확한 타격들과 꺾기, 메치기 등 세련된 기술 수법으로 적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호신술은 우리 태권도의 위력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남북 시범단들이 1시간짜리 짧은 합동공연이었지만 태권도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화합의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자며 우리의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한국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을 방문해 시범공연을 하는 것은 16년 만이다. 2002년 9월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시범공연을 펼쳤던 게 분단 후 처음이었다. 남북 간 교류가 이리 뜸했지만, 태권도는 195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민간외교의 대명사였다. 가난한 나라의 교포들을 얕잡아보던 시절에도 미국사회에서 태권도 지도자에 대해서만은 ‘써(sir)’라는 존칭을 사용했을 정도로 대우를 받았다.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의 태권도 인구가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남북의 태권도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태권도 국제경기단체도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누어졌다. 다행히 남북 태권도는 2014년 두 세계 단체 간 상호 인정과 존중과 교차출전 등을 골자로 한 의정서를 체결한 후 교류의 물꼬가 텄다. 지난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무주와 전주에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엊그제 태권도가 우리나라 국기(國技)로 지정됐다. 태권도법 법률 개정을 통해서다. 태권도는 그동안 관습적으로만 국기로 인식됐다. 남북의 벽을 허무는 멋진 발차기가 ‘태권도 외교’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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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04.03 20:05

세대교체

선거는 그 사회를 이끄는 주도 세력을 급격하게 바꾸는 특성이 있다. 때로는 지역사회의 리더 얼굴을 확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정당이나 무소속이 강세를 띠기도 하며, 간혹 급격한 세대교체를 이뤄내곤 한다. 세대교체를 말할때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995년 6월 김영삼(YS) 대통령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세대 교체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에서 소위 9마리 용이 서로 대권을 향해 뛰던 상황에서 집권당 총재인 현직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정가에서는 “YS가 이인제를 차기 대권주자로 점찍었다”고 추측했다. 당시 40대의 이인제는 경기지사로서 가뜩이나 뉴스메이커였는데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인제는 이 시점부터 세대교체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참신한 새인물이 아닌 구태의 이미지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6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그는 무려 16개의 당적을 가졌다. 대선에서 두번이나 경선에 불복한 이미지는 강하게 남아있다. 잊혀진듯 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소위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단지 나이가 70세가 됐다해서 올드보이가 아니다.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이인제 전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경남지사 후보로 유력하다. 인물난으로 인한 고육지책의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세대교체의 목소리가 높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으로 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올드보이는 참신성은 없지만 높은 지명도가 있기에 그들을 불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서도 올드보이의 귀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무대와 다른 점은 구원투수로 누가 불러낸게 아니라 후보 스스로 나섰다는 점이다. 엊그제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모한 결과 도내에서는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에 57명, 광역의원에 68명, 기초의원에는 225명이 신청했다. 민주당 쏠림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과연 누가 공천을 받을지 초미의 관심을 끄는데 후보군 중 올드보이가 적지 않다. 민주당 뿐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단체장 후보중 민주평화당 또는 무소속으로 나서는 올드보이도 눈에 띈다. 당락과 관계없이 교육감 선거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 올드보이는 단순히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과 맞지않는 사람이나, 딱히 할일도 없고 주변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출마를 하는게 바로 올드보이의 전형이다. 세대교체와 올드보이의 생환 사이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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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04.02 20:05

선거구도

613 지방선거에 나설 본선주자들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부터 경선을 거쳐 후보자를 확정하고 바른미래당도 군산시장 후보를 경선으로 정할 방침이다. 민주평화당도 군산김제시장 후보자 경선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면서 경선 승리자가 본선에서 떼논 당상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지사선거전이 관심을 못 끈다. 송하진 현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최소 인력과 최소 비용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이다. 이에반해 경선에 나선 김춘진 전 도당위원장은 지난달 사퇴하면서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예비후보로 등록,날마다 한건씩 송지사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부지런하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지사 선거전이 맹탕이지만 교육감 선거는 후끈 달아올랐다. 현 김승환 교육감의 3선이냐 아니면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등 6명의 후보 중에서 당선자가 나오느냐가 관심사다. 6명의 후보들은 김 교육감이 재선하는 동안 학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맹공을 퍼붓었다. 특히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누리예산 편성을 놓고 김 교육감이 너무 애를 먹였다면서 그런 교육감이 다시금 교육감이 돼선 안된다고 반대한다. 각 후보들은 학생인권만 김 교육감이 강조한 결과가 교사들을 자살자로 내몰았다면서 더 이상 김 교육감한테 전북교육을 맡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다자구도가 형성된 것을 김 교육감이 내심 즐기면서도 최근 들어 서거석 후보의 지지율이 치솟는 바람에 긴장, 이달 말께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다는 것. 김 교육감은 SNS 갖고는 학부형과 소통하는 것이 한계에 다달았다고 판단, 직접 스킨십에 나설 태세다. 문제는 6명의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느냐다. 지난 구정을 전후해서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인 2~3명의 주자가 빠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끝까지 완주한다는 것. 그 이유는 김 교육감이 되면 다음번에 마이너 후보한테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 얼굴알리기 차원에서라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 반면 서 후보가 되면 자신들한테 다음번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된다면서 내심 서 후보를 디스하는 면도 있다. 서 총장 때 전북대 사무국장을 지낸 황호진 후보가 서 후보 발목을 잡으려고 노골적으로 딴죽을 걸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지지율이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는 마이너 후보들이 완주할 뜻을 비치지만 15% 이상 득표를 못하면 선거비 보전을 못받기 때문에 사퇴 시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너 후보의 사퇴여부가 선거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본보를 비롯 방송사들이 이달 초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그 결과에 따라 교육감 선거판이 짜여질 것이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로 선거판을 꾸려 간다고 하지만 문자 한번 발송하느데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탄없는 후보는 살림이 거덜날 수 있다. 통계학적 기법을 써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자리수에 머무는 후보는 지금 당장 접는 게 낫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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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4.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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