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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심(自慢心)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도 선수(選數)가 더해지면 본인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간다. 목이 빳빳해지면 그 순간부터 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의정활동을 오래 하다보면 자신은 안그런 것 같이 느끼지만 유권자 눈에는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걸로 보인다. 남의 말이나 충고도 듣기 싫어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과신하기 때문이다. 처음 당선될 때의 올챙이적 초심을 잃어 버린다. 눈빛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건성굴레로 악수하는 게 다반사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악수를 안하는 게 낫다. 상대는 악수하고도 무척 자존심이 상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진정성 없이 의례적으로 하는 스킨십은 득 보다 실이 많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 명예를 먹고 살아가기를 좋아한다. 명예를 얻으려고 선출직에 나서지만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 처음에는 학벌과 경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게 보이지만 진정성이 없으면 모든 게 허당이다. 인생사가 자기 뜻대로 항상 잘 나갈 수는 없다. 풍파가 있게 마련이다. 자업자득이요 인과응보다. 출이반이(出爾反爾)란 말도 있다. 행 불행과 좋은 일 나쁜 일이 결국은 모두 자기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겸손을 되뇌이면서도 말과 행동을 달리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므로 겸손은 불문가지다. 한강수는 도도하게 소리없이 흘러가지만 얕은 도랑물은 쫄쫄거리며 요란하다. 이번에 실패한 후보는 낙선원인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지지 속에서 민주당이 아닌 민주평화당이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단체장을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한결같이 겸손하며 내공이 깊은 후보들이다. 스스로를 잘 들춰내지 않는다. 누운 풀처럼 자신을 한 없이 낮출줄 안다. 불경 잡보장경에 나오는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겁게 사는’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겸양지덕을 실천했다. 선거판에서 승리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겸손이었다. 민주당도 마냥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인기는 한낱 뜬구름과 같기 때문에 언제 역전될지 모른다. 도민들이 또 민주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건 문재인 대통령 한테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워낙 안보분야에서 국정운영을 잘해 그 덕을 민주당 후보가 본 것이다. 정치인들이 겸손하지 않고 거들먹거리면 한방에 훅 간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제주도가 특별한 이슈의 중심이 됐다. 제주도를 찾아온 난민들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의 난민문제는 아직 낯설다. 통계를 보니 1994년 이후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난민 신청을 해 들어온 난민은 3만 2000명 정도. 이중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800명이니 비율만으로도 높은 숫자라고 할 수 없다. 제주도가 난데없는 난민으로 주목을 받게 된 데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난민 숫자 때문이지만 그들 상당수가 예멘인 이라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은 561명, 이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은 42명, 놀라운 증가다. 예멘 또한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다.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예멘은 독립과 분단을 거쳐 1990년 통일 국가가 되었지만 권력 배분 방식 때문에 분열되었고 종교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내전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산유국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까지 전락했으니 예멘의 현실은 안타깝다. 2011년에는 30여년 독재해온 살레 대통령 퇴진 시위가 가세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으며 새 대통령을 뽑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5년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내전이 발발하자 19만 명이 탈출했다.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들이 고국을 떠나야하는 상황은 절박하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 일처럼 보이지만,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고국을 떠났다. 과정이나 형식은 달랐지만 따지고 보면 더 이상 살 수 없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니 오늘의 환경으로 치자면 ‘난민’이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제주도의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예멘 난민의 추가 입국을 막고 입국자 500여명에 대한 취업과 의료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세계 20개국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유랑하는 사람들’의 아이웨이웨이 감독은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현 시대에 우리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를 함께 건널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20일이 지났다. 정부와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제물 삼아 한국지엠 회생안에 합의했고, 희생양이 된 전북은 실업자 천국이 됐다. 3월 현재 전북의 실업률은 3.2%, 실업자 수는 3만1000명에 달했다. 지엠 군산공장이 22년 역사를 청산했지만,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매각할 것인지, 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지엠은 자기 살겠다며 한국정부로부터 8000억 원을 뜯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어제의 친구 군산에 뭘 조치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않는다. 소기업도 아닌 글로벌 대기업의 경영 마인드가 ‘무책임’ 쪽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군산지엠공장 폐쇄는 불과 1년 전에 벌어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사태를 쏙 닮았다. 현대중공업은 1조 4000억 원 들여 가동하던 조선소를 문닫았다. 지엠은 현대중공업보다 무려 3배 가량 더 긴 22년 동안 군산에서 자동차를 생산한 기업이지만 공장 문을 가차없이 닫았고, 역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기업은 가동될 때 좋은 친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두 대기업이 잘 보여주었다. 기업 대부분은 현대중공업이나 지엠처럼 행동한다. 오직 이익이 있을 때만 친구다. 지난 4년 동안 전북에 긍정적 신호도 적지 않았다. 세계태권도대회가 무주에서 치러졌고,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리게 됐다. 새만금 간선도로망, 철도, 항만, 공항 등 SOC사업들이 가시권에 있다. 그렇지만 군산조선소·지엠 군산공장·익산 넥솔론·BYC 전주공장 폐쇄는 끔찍했다. 쓰나미가 됐지만 복구는 어느 세월에 될 지 알 수 없다. 이런 저런 지난 4년간 공과를 따져보는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열흘 있으면 지자체마다 새로운 집행부와 의회가 출범한다. 선거 결과는 촛불민심의 ‘팔로우’ 선상에서 도출됐다. 과거 평민당과 열린우리당의 싹쓸이가 재현됐다. 집행부와 의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가 아니었다. 오직 한 번 더 믿어줄테니 잘 해달라는 선거가 됐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책임을 피해간 자들의 오만과 편견은 경계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백 가지 이유가 있고, 패배 이유도 백 가지가 된다고 한다. 선거과정이 그만큼 단순치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의 본선 결과만큼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월등한 상황에서 일찌감치 민주당 압승이 예상됐다. 실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전국 226개 단체장 중 151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서울 25곳 중 24곳, 인천 10곳 중 9곳, 경기 31곳 중 2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어디 그 뿐인가. 보수 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도 16곳 기초단체장 중 13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울산에서는 아예 5곳 모두 싹쓸이 했다. 전국을 휩쓴 이런 민주당 쓰나미속에 전북지역 지방선거 결과가 오히려 이변이라고 할 만하다. 민주당 간판을 달지 않은 4명 후보가 시장군수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 중 유기상 고창군수 후보의 당선이 단연 화제다. 득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당 바람과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두 가지의 악조건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다. 다른 3명의 단체장 당선자는 현직 시장군수이거나 현직 군수가 없는 지역이어서 유 당선자보다는 여지가 있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 크게 뒤졌던 유 후보가 일반의 예상을 깨고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역시 그의 승리를 한두 가지가 아닌 백 가지 이유가 있을 터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유권자들이 알아줬을 테고, 잘못한 상대 후보의 덕도 봤을 것이다. 유 후보는 4년 전 민주당 경선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나서려다가 후보 단일화 관문을 넘지 못해 주저앉았다. 그리고 4년간 고창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그렇게 고창을 돌며 12켤레의 운동화를 닳아 없앴단다. 그 무엇보다 성실함과 진정성이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니었을까. 무수저 흙수저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는 고창, 돈과 배경이 없어도 열정과 실력으로 성공하는 청년들이 바로 유기상입니다. 유 당선자가 선거일 페이스북에 남긴 지지 호소문이다. 향후 선거에서 유기상 신드롬이 나타날 법도 하다.
일반 국민에게 ‘최순실’ 이란 이름이 처음 소개되면서 그 악행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러시아 혁명직전 로마노프 왕조의 라스푸틴, 그리고 고려말 신돈을 떠올렸다. 시공을 떠나 3인의 공통점은 권력자를 등에 업은 일개 측근이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전횡을 일삼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오래전에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매관매직을 일삼은 대선배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 후한 영제때 ‘십상시( (十常侍)’였다. 십상시는 문자 그대로 열명의 내시를 말하는데, 영제가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자 그 주변에서 온갖 전횡을 부려 한나라를 멸망케 한 역신들이다. 삼국지에 잘 묘사됐듯, 동탁은 십상시의 난을 기화로 권력을 잡았으나 자신의 사욕만을 챙기면서 오만에 빠져 결국 여포에 의해 죽게된다. 이를 기점으로 후한은 사실상 붕괴되고 조조 등이 각자 나라를 세우면서 패권다툼을 벌인다. 각 지역마다 당선자들이 인수위를 꾸리면서 특히 단체장이 바뀐곳일수록 줄대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당선자와 가까운 선거공신의 이름이 거론되는가 하면, 수면하에서는 비서실장이나 공직 핵심요직에 과연 누가 발탁될지 추측이 무성하다. 사실 이번 선거때 떨어졌거나 고전한 단체장 후보들의 공통점은 가족이나 비서 등 측근관리에 실패한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단체장의 첫 인사에 이목이 쏠린다. 측근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각종 구설수에 오를경우 그 허물은 고스란히 임명권자에게 돌아간다. 십상시를 비롯해 라스푸틴, 신돈, 최순실은 먼곳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름을 바꾸고 옷만 갈아 입었을뿐 오늘날 우리 주위에도 흔히 있을 수 있다. 1995년 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이래 실패한 도내 단체장의 공통점 하나를 꼽는다면 특정 측근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전횡이 있었다는 점이다. 며칠전 도내 한 단체장 당선자는 선거 참모들과 조촐한 해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의 헌신은 내가 너무 잘 알고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당장 무엇을 하려한다면 나와 인연을 끊을 생각을 하시오.” 가까울수록 나대지말고 자중하라는 얘기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참모라는 이유로 요직에서 배제돼선 안되지만, 단순히 선거공신이라는 것만으로 측근으로 발탁돼 발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이번 선거에서 읽히는 민심의 한 가닥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가 힘들다. 선거는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이라서 일단 상대의 속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지지자 같으면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다. 화이트 컬러들은 처세술과 임기응변이 강해 지지하지 않아도 지지하는 척을 잘한다. 회색분자가 많아 감 잡기가 힘들다. 반면 민초들은 비교적 솔직해 호불호가 분명하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승자는 당선이 확정된 순간 느끼는 기쁨으로 삼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갈 정도로 기세등등해진다. 암도 낫아 버릴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선거 기간 쌓였던 피로가 일순간에 씻은듯 날아간다. 온몸에서 기가 치솟아 활력이 넘치면서 얼굴색이 확 달라진다. 선거에서 이기면 그 쾌감과 승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간의 본능인 지배욕구가 충족되면서 엔돌핀이 솟기 때문이다. 패자는 너무 슬퍼하거나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자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승자가 될 수 있다. 배신한 사람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억울하고 분개할 수 있지만 모든 게 자신이 만든 업보다. 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누가 진정한 친구고 적인지도 모른다. 평상시에는 사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선거 때 비교적 잘알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 평소 지내온 관계로 볼때 앞장서서 도와줄 것 같던 사람도 등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물불 안가리고 마음을 써준 사람도 있다. 패자들은 흔히 인간적인 배신에 더 가슴 아파라하고 기분이 상한다. 친구관계로 덕을 많이 보았던 사람 중에는 아예 선거판에 얼씬도 안하려고 외국여행을 떠난 경우도 있다. 자신이 덕볼 때는 그렇게 가깝게 따라 붙던 사람이 발길을 돌리며 나몰라라 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선거하는 동안 인간관계를 속속들이 알았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 할 필요가 없다. 적과 동지가 누구인지를 안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승냥이와 하이에나가 누군지도 알았지 않았던가. 낙선했다고 이불 뒤집어 쓰고 두문불출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함께 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으므로 그 사람들과 마음의 문을 열고 살면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다. 비록 돈은 없앴지만 진정한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승자가 될 수 있다.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법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가나자와는 일본 이시카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고, 옛 모습이 잘 남아 있어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도시로 꼽힌다. 금박공예나 가가유젠(염색기법)과 같은 전통공예와 다도나 노가쿠 같은 전통문화, 가가요리나 화과자 같은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가나자와가 자랑하는 전통문화 자산은 차고 넘친다.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창의도시(공예)가 된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가나자와는 그 이전부터도 창조도시(Creative City)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산업사회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의 자원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복원하려는 창조적 상상력으로 도시를 성장시킨 창조도시는 21세기형 도시를 상징한다. 둘러보면 이름을 알린 적지 않은 도시들이 이 창조도시의 대열에 끼어 있는데 그 도시들의 공통점은 거개가 오래된 도시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도시를 연구해온 강동진교수가 오래된 도시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을 펴냈다. 주목할 만한 주장이 있다. 강 교수는 오래된 도시들이 지금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기로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래된 도시들이 장애를 돌파할 수 있는 최선의 답으로 보전을 제시한다. 강 교수가 제시한 보전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 감각 속에서 자기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가 내놓는 오래된 도시의 보전은 오래된 도시의 재창조를 뜻한다. 스스로의 강점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남을 따라가는데 만 급급했던, 함부로 급하게 추진해 오히려 많은 것을 잃어버린 오래된 도시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작고 낡은 것의 소중함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그 도시만의 작고 낡은 것의 가치가 창의적인 컬처노믹스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 크고 작은 도시를 이끌어갈 단체장들이 내세운 공약 중에는 다행스럽게도 차별성이 돋보이는 정책들이 눈에 띈다. 지역이 가진 작고 낡은 옛 것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노정이다. 그러나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고 가치 있는 힘이다. 오늘날 주목받는 세계적인 도시들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 증거다. <김은정 선임기자>
초미세먼지가 백세시대 주요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제 먼지는 그저 ‘먼지’가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소리없는 암살자다. 초미세먼지 길이는 머리카락 지름의 1/20~1/30에 해당하는 2.5㎛다. 1㎛는 백만분의 일이다. 너무 작아 몸 속 깊숙이 침투한다. 단순 호흡기질환은 물론 폐포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폐암을 일으키거나 혈관계 질환을 일으켜 사망케 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가 골칫거리로 등장하게 된 것은 그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는 탓이다. 얼마전 서울대 예방의학과 홍윤철교수가 초미세먼지 관련 연구 결과를 하나 내놓았다. 홍교수팀 발표에는 전북이 경악할 내용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기 중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1만 1,924명에 달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방식을 적용해 전국 권역별 사망자를 산출한 것이다. 각 지역의 연령 분포를 똑같이 맞춘 ‘연령 표준화’ 작업을 한 후 지역별 사망자 비율을 산출했더니 세종시가 1위, 대구가 2위, 전북이 3위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밀도 12위인 전북은 초미세먼지 농도 1위에 올랐다. 이젠 ‘청정 전북’ 소리 못하게 됐다. 그동안 전북인들은 낙후 원인으로 독재정권의 정책 소외를 꼽았다. 그런 소외감, 열등감을 ‘전라복도’라는 표현으로 애두르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태풍 피해가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초미세먼지가 ‘전라복도’ 상공을 뒤덮으며 과거의 우스개 위안거리마저 앗아갔다. 정부가 올해부터 적용한 초미세먼지(PM2.5) 기준은 연평균 15μg/㎥ 이하, 일평균 35μg/㎥ 이하다. 입자가 조금 큰 미세먼지(PM10) 기준은 연평균 50μg/㎥ 이하, 일평균 100μg/㎥ 이하로 돼 있다. 정부는 이 기준을 적용, 하루에 4회 예보하고 있는데 농도를 좋음(0~15μg/㎥), 보통(16~35μg/㎥), 나쁨(36~75μg/㎥), 매우나쁨(76μg/㎥ 이상)으로 구분한다. 어제 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 지방의원들이 암살자 초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선거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지금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동영 의장의 소위 ‘노인 폄하성 발언’ 때문이었다. “미래는 20,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중략)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의 이 발언으로 몹시 수세에 몰렸다. 야권은 ‘현대판 고려장당’이라며 연일 공세를 퍼부었고, 노인회는 정 의장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후보직을 내려놓았고, 총선 후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은 당시 정 의장도 인정하며 수차례 사과했다. 그는“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크게 잘못됐다”면서“어르신들께서 나라의건설과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젊은이들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발언의 진의를 해명했다. 근래 ‘실버 민주주의’의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버 민주주의는 고령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노인층의 의사가 정책결정 과정을 좌우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령화 속에 노인복지정책을 잘 추진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정된 자치단체 재정으로 노인 표심을 얻기 위해 노인 계층을 중시하는 공약과 정책만 내놓는다면 지역의 활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 실시되는 지방선거 전북지역 유권자를 보면 60대 이상이 31.3%로, 20대(16%)와 30대(14%)를 합한 유권자보다 많다. 물론 노인들이라고 해서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고 노인정책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후보들에게 무조건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쪽으로 움직인다. 세대간 균형잡힌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젊은층이 적극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세상을 떠난지 꼭 2년이 지났으나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며칠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전에 징병 기피 혐의로 기소됐던 옛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1942∼2016)에 대한 ‘사후(死後) 사면’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타계한 태권도 대부 이준구(미국명 준 리·충남 아산출신) 또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태권도의 주먹기술을 가르친 것이 화제다. 알리는 1967년 베트남전 복무를 거부한 뒤 징병 기피 혐의로 기소됐고 그로인해 헤비급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자신과 아무 원한도 없는 베트남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며 징집을 거부한 알리는 죽은 뒤에나 사면이 거론되고 있다. 무하마드 알리는 과연 누구인가. 야구의 베이브 루스, 농구의 마이클 조던, 축구의 펠레처럼 한 시대를 초월한 스포츠맨이다. 그의 전성기때 인기는 그룹 ‘비틀즈’나 ‘아바’를 능가할 정도였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라이트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치를 떨며 금메달을 강물에 집어 던지고 프로로 전향, 1960~70년대 헤비급 타이틀을 3차례나 차지하면서 프로복싱 최전성기를 주도했다. 알리가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과 더불어 벌인 3각혈투는 지구촌 최고의 뉴스였다. 알리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킨샤샤의 기적’이다. 1974년 10월 30일, 알리는 WBC·WBA 챔피언 조지 포먼과 자이르(현 콩고 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샤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역대 헤비급 최강 주먹 포먼은 당시 24세의 신예였고, 알리는 32세의 노장 복서였다. 도박사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들이 포먼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으나 8라운드 종료직전 알리의 너클파트에 맞은 포먼은 고목나무가 쓰러지듯 나동그라졌다. 이른바 킨샤샤의 기적이다. 오늘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트럼프 간 ‘세기의 담판’이 펼쳐진다. 킨샤샤에선 알리는 이기고, 포먼은 패했으나 싱가포르에서는 둘 다 승리자일 수도 있다. 킨샤샤의 기적에 전세계가 전율했던 것처럼 링위에 올라선 북한과 미국 양 승부사들이 한반도 통일과 지구촌 평화를 향한 또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낼지 모든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옥석을 구분할 시간이 닥쳤다.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예전보다 더 허위사실을 꾸며서 만들어 내는 흑색비방선거전이 기승을 부린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오간데 없고 오직 상대를 흠집내려는 네거티브 선거운동만이 판친다. 가장 교육적이고 모범적으로 치러져야 할 교육감 선거마저도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간다. 일부 후보측은 서거석 후보가 전북대 총장을 두번하면서 돈 벌어 교육감선거에 나섰다는 등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전북대생들한테 퍼뜨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깜냥도 안되는 후보들이 출마해 선거판을 흐렸다. 마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처럼 여기는 후보들이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안보불안을 상당부분 가시게 한 문재인 대통령한테는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만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려 있다.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가운데는 자질시비에 휘말려 있을 정도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는지 모르겠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고무줄 공천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못된 공천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시장 군수선거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유리하지만 익산시장 선거는 민주평화당 후보가 무주 장수 임실군수선거는 무소속 후보가 당락을 점치기 힘들 정도로 선전하는 것으로 분석돼 선거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당측은 이번 선거가 쓰나미 선거가 될 것이라며 석권을 자신하지만 무소속측은 지방선거 특성상 인물을 보고 뽑는 선거라서 민주당 바람만 거세게 불지 않으면 단체장 몇석은 건질 것이라고 점친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단체장은 갈등조정능력이 뛰어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 해야 한다. 선거 때 알게 모르게 돈 많이 쓰는 후보는 낙선시켜야 한다. 일정한 직업없이 나이 먹어서까지 지방의원을 한 사람은 떨어뜨려야 한다. 단체장 비위나 적당히 맞추며 은연중 이권을 챙긴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송하진 후보가 절대적 우위를 보여 지사선거가 맥 빠졌지만 교육감선거는 김승환과 서거석이 건곤일척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민들이 옥석 구분을 잘해 제발 손가락을 끊어야겠다는 후회를 안했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중국의 영화감독 왕구량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는 2017년 개봉된 영화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차이나’는 칭다오 근처 작은 시골 마을 쓰레기 재활용 공장에서 일하는 펑씨 가족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쓰레기로 오염된 하천에서 죽은 물고기를 건져 끼니를 해결하는가하면 오염물질과 유독가스,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산에서 구르고 뛰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 폐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일을 하는 가족의 일상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영화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모인 이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을 온전히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확산된 이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가장 큰 충격과 분노를 공유한 사람들은 중국 국민들이었다. 결국 중국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보건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폐기물 스물네 가지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가 이제 전 세계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영화 한편이 중국의 정책은 물론 전 세계의 환경 정책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쓰레기 중에서도 주범은 오갈 데 없이 ‘플라스틱’이다.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남용을 금지하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그 중 영국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내놓은 법안이 눈길을 끈다.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금지법이다. 무시로 사용했던 플라스틱 빨대가 유독 부각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알고 보니 플라스틱 빨대는 가볍고 작아서 재활용조차 어렵단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만 하루 5억 개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니 놀라운 소비량이다. 지난달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초청으로 왕구량 감독이 한국에 왔다. 이 영화의 불편한 영상을 보며 개인의 소비행태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를 정말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나요? 이건 환경 문제를 떠나 도의적 법적 문제입니다.” 일상을 둘러보니 언제부터 우리가 플라스틱 빨대에 이처럼 무겁게 의지하고 있었을까 새삼스러워진다. 플라스틱 빨대 이 까짓것,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 물건 아닌가.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것이니, 그 행위를 본받아서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 성경(잠22:24-25)에 나오는 이 구절과 비슷한 시조를 고려말 충신 정몽주의 모친이 지었다. 백로가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세상은 노를 품은 자와 울분한 자, 성난 까마귀 같은 자가 수두룩 하니 그들의 덫에 걸려 고통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다. 세상 풍경을 멀리서 관조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하다. 동진강 변에서 낚시 드리운 조사들의 한가로움, 멀리 펼쳐진 김제 지평선 들녘에서 모내기 하는 사람들,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수평선 저쪽으로 한없이 나아가는 어선 혹은 여객선, 운암호반에 두둥실 떠 있는 붕어섬 등 풍경은 세파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쓰다듬어 준다. 속리산(俗離山)이란 이름은 그 붙여진 사연이 있다고 한다. 도(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네. 어쨌거나,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산에서 도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며 산을 찾아 오른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 바다, 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본 사람들의 풍경은 희로애락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먹고 사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면 사람들은 풍류를 즐기고, 도를 찾는다. 먹고 사는 과정에서 탐욕과 다툼이 생기고, 노를 품는 자와 울분하는 자가 생긴다. 갑과 을이 생기고, 그 사이에 정의가 바로서지 않으면 불화가 생긴다. 탄압받는 다수의 을들은 ‘참을 인(忍)’자를 천 번, 만 번 쓰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 일을 제어하겠다고 만든 것이 법이고, 선거다. 4000년 전 함무라비 왕이 만든 법은 ‘눈에는 눈’으로 응징했다. 그게 통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하지만 멍이 많이 들었다. 까마귀떼가 적지 않으니, 선비는 청강에 고이 씻은 몸 더럽힐까 두려워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광주시가 추진해온 자동차공장 유치 프로젝트에 현대차가 사업참여 의향서를 내놓으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공장은 현대차 계열이 아닌 광주시가 주도하는 ‘광주시 자동차공장’으로 추진된다. 신규 자동차 공장을 만들면 직간접적으로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임금은 동종 업계의 절반 수준(연봉 4000만원)으로 하고, 노사 공동 경영책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광주시의 완성차 공장 건설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고임금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정책의 대표 주자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모델’은 윤장현 광주시장이 4년 전 후보 때 낸 공약이다. 노동시장 내 비합리적인 격차와 노사간 극한 대립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던 것이다. 지역 스스로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다. 예산과 권한이 많은 국가 차원에서도 어려운 일자리 창출을 지자체의 힘으로 가능할지 프로젝트 추진 때부터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현대차의 투자의향서를 받기까지 과정 또한 쉽지 않았을 터다. 현재 현대차의 투자 의향서만으로 완결된 상황도 아니다. 투자의향서는 그저 기업의 의지일 뿐이다. 현대차 노조의 반발, 광주시의 투자여력, 자동차산업의 불투명한 미래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광주시의 새로운 일자리 실험은 전국의 자치단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왕의 자동차공장조차 지키지 못한 전북에게는 더욱 그렇다. 광주시는 갓 10만대 생산능력의 자동차공장을 유치하려고 그리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광주시가 2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지엠 군산공장을 갖고 있었더라면 전북처럼 이리 허망하게 멈추도록 놓아뒀을까. ‘광주형 일자리’정책이 아직은 미완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행정과 노사, 시민사회가 현실을 직시하고 똘똘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큰 에너지라고 본다. 지엠 군산공장의 향후 처리를 놓고도 허둥대는 전북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 사람의 발자취는 고스란히 그의 이름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사람은 평생 살다간 삶의 궤적을 이름에 새긴다. 하여 이 세상의 부모들은 자식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과 성을 다해 좋은 이름을 짓는다. 그런데 살다보면 뭐가 맘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은 살던 터를 옮겨보고, 명당을 찾아 조상의 묘를 이전하는가 하면, 때로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소위 개명(改名)에 나선다. 이름을 고친다는 것은 대부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젊은 시절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번이나 낙선하고 첫 부인과 사별까지 하는 아픔을 겪게되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이름을 바꾸면서 팔자가 바뀐다. 김대중(金大仲)이라고 이름 끝자를 버금 중으로 썼다가 1960년 초, 지금의 金大中으로 이름을 바꿔 강원도 인제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희호 여사를 새 아내로 맞으면서 대통령까지 된다. 한 성명철학자가 金大仲은 中자에 人(사람 인)이 들어가 세로로 볼때 좌우 동형(同形)을 깼기 때문에 人자를 떼야 한다고 해서 개명했다고 한다. 안응칠에서 안중근으로, 김창수는 김구로, 김봉남은 앙드레 김으로 개명하면서 훗날 크게 이름을 떨치게 된다. 혁명가인 러시아의 레닌이나 베트남의 호찌민 등은 쫓기는 신세여서 수십, 수백개의 가명이 있었는데 역사에 남긴 이름은 역시 본명이 아니다. 집안 어른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개명이 쉬워지면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개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개명하는게 어디 사람뿐이랴.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이 최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공식 변경됐는데 이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정당사는 한마디로 작명의 역사라고 할만하다. 이번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얼핏봐도 15개나 된다. 좋은 이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정당이나 후보의 가치관과 실행력이다. 그리고 후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우리가 이 정도 밖에 못 사는 것도 결국은 우리 책임이다. 남의 탓 아니면 조상 탓으로 마냥 돌릴 일만은 아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내탓이다.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돼서 지역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낙후되었지만 우리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것. 저항할 때 저항하지 않고 눈감아 버린 탓이 크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이중적 구조가 문제다. 선거 때마다 지역정서에 휩쓸려 싹쓸이 선거를 한 것도 잘못이다. 심지어 선거가 끝난 후 찍었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후회한 적도 있었지 않았던가. 동학의 후예답게 행동하는 양심이 더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 동학정신이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졌기 때문에 촛불집회를 통해 썩어 문드러진 박근혜 정권도 무너 뜨릴 수 있었다. 그 추운 겨울 함께 촛불을 켜며 적폐세력을 몰아냈던 기억을 잊으면 안된다. 촛불은 항상 내 맘속에 켜 놓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르게 보고 살 수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불의를 몰아내듯 이번 지방선거도 같은 맥락으로 가야 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듯 말만 번지르하게 잘한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단체장하는 동안 국비확보를 제대로 못해 지역발전을 가져오지 못한 사람은 팽(烹)시켜야 한다. 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선거 못지 않게 지방의원 선거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봉사하기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은 절대로 뽑아주면 안된다. 마치 다선의원 한 것을 관록으로 여기고 또 출마한 사람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들은 집행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은채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데 급급한 사람들이다. 직업 없는 사람도 문제다. 한마디로 염불 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먹고 살려고 도둑질 하기에 바쁘다. 주로 인사 청탁과 이권개입을 일삼는다. 한번 잘못 선택하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한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냥 대충 물길따라 바람부는 대로 왔다갔다 하면 안된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헌신하겠다는 열정을 지닌 사람을 뽑아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사람은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전과자를 뽑으면 법치와 정의가 무너진다. 선거를 통해 전북을 살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백성일 부사장 주필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백년전쟁(1337년~1453년)은 자그마치 116년 동안 지속됐다. 휴전과 전쟁을 거듭하면서 이어진 이 지루한 전쟁은 초기, 영국군이 대세를 이어갔지만 프랑스군이 다시 승기를 잡아 뺏겼던 영토를 되찾기 시작해 1453년 마침내 보르도까지 되찾으면서 전쟁을 끝냈다. 전쟁의 폐해는 컸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영국군에게 함락됐던 도시들은 수많은 중세의 기사들과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정치적 보복과 식민 치하의 수난을 겪어야 했다. 프랑스 북부의 항만도시 칼레도 그 중의 하나다. 칼레는 1347년 영국군에게 함락됐다. 한때 에스파냐령에 놓이기도 했지만 프랑스가 다시 칼레를 되찾은 것이 1598년이니 어찌됐든 칼레는 251년이나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 식민지로 통치를 받아온 셈이다. 칼레의 영웅 이야기가 있다. 백년전쟁의 시기, 칼레를 점령한 영국군에게 저항했던 여섯 명 시민들의 이야기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 항을 포위해 점령했지만 칼레 시민들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들은 불로뉴 백작이 지은 성채를 사수하며 서로를 의지해 1년 가깝게 영국군에 저항했다. 양식이 바닥나 더 이상의 저항이 불가능하게 되고서야 칼레 시는 영국군에 항복했다. 에드워드 3세는 항복을 받아들이면서도 무거운 조건을 내걸었다. 시민들을 공격하지 않는 대신 칼레의 유지 여섯 명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일에 누가 나설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유스타슈 생 피에르. 칼레의 가장 큰 부자였다. 그가 맨발에 동아줄을 걸고 나가겠다고 나서자 다른 유지들도 뒤를 이었는데 그 숫자가 여섯 명이나 되었다. 피에르는 가장 늦게 오는 사람을 빼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피에르였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갔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바뀔 것을 염려해 자신이 먼저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그의 희생정신에 감격한 여섯 명 유지들은 동요하지 않고 교수대에 섰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남았다. 에드워드 3세의 왕비가 간청한 덕분이었다. ‘갑질’의 상징이 된 대한항공 총수 가족이 줄줄이 조사 받고 있다. 한심한 광경이다. 영웅이 된 피에르와 여섯 명 부자 이야기가 더 새롭다.
6·13지방선거가 오늘부터 본격 시작됐다. 본선에 나선 580명 앞에는 이제 당선과 낙선만 남았다. 후보들은 당선 무효나 교도소를 경계하고, 엄중한 유권자 심판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쉽지 않다. 후보들은 도전하면 당선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겠지만, 낙선하는 후보가 훨씬 많다. 능력 있고, 도덕성 있고, 재력과 후원 세력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신승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선거전에 들어가면 상대와 격차가 벌어져 일찌감치 나가 떨어지는 후보도 많다. 이미 328명의 고배가 예약됐다. 북미회담은 지선 하루 전인 6월12일에 개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지난 24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 그리고 2차 남북협상을 통해 불씨가 살아난 싱가포르 회담 추진 등 급변하는 북한이슈에 가슴 졸였을 것이다. 최근 북미회담 결정과 취소, 재추진 등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는 아니다. 세상 일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는가. 정밀기계도 톱니 사이에 낀 미세먼지 때문에 치수가 틀어지고, 그 때문에 하자품이 속출할 수 있다. 북미간에는 예민한 문제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이 거침없이 원포인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 전문가도 없었다.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 수교,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는 세상의 눈이 집중된 매머드급 이벤트다. 우리의 바람대로 차질없이 6.12회담이 진행되고, 양자가 만족할 성과를 내놓는다면 남북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늘은 걷히고 활발한 교류를 통한 경제발전 주단이 깔릴 것이다. 산고 없이 옥동자가 나오는가. 북한과 미국은 다소 의견 차이와 고통이 있더라도 상호 이견을 좁혀 회담을 성사시키고, 반드시 유의미한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첫 단추다. 누구도 전쟁 위험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이 걸린 문제 앞에서 좀더 신중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정점에 있는 김영철통일전선부장이 북미회담 담판을 위해 뉴욕으로 들어가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지난 28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명문화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결의안 처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북핵 폐기 명문화’를 끝까지 고집, 결의문 채택이 무산됐다. 당리당략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핫 이슈 앞에서 정작 대한민국 정치판은 역주행하고 있다. 이게 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한때 하이트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호령했다. 완주 봉동의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다. 조선맥주라는 회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개칭했다. 전주공장을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던 그런 하이트맥주도 전주공장의 매각을 검토할 만큼 위기에 봉착했다. 다행히 마산공장의 맥주 생산라인을 전주로 이전하는 쪽으로 정리되기는 했으나 하이트맥주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하이트맥주의 위기는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해온 OB맥주의 주력 브랜드인 카스에 뒤처져서만이 아니다.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가 크다.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를 물맥주라고까지 폄하한다. 하이트와 OB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은 지금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는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애주가들에게 여전히 소주를 필요로 하고 있다. 맛의 다양화와는 거리가 멀다. 외국산 맥주로 폭탄주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국산 맥주가 그리 쉽게 나올 것 같지도 않다. 맥주 생산이 시작된 후 계속됐던 독과점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독점기업은 경쟁업체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적으로 비효율을 유발한다고 보기 때문에 법으로도 규제한다. 시장경제 측면에서 독과점의 대표적인 병폐가 담합의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얼마든지 가격을 좌우할 수 있다. 양질의 생산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도 회사는 그냥 굴러간다. 정치독점의 폐해는 이런 경제적 독과점 못지않게 심각하다. 전북의 정치시장이 그렇다.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선거 때마다 정당간 경쟁구도는 기대난망이었다. 그나마 지난 총선에서 지역의 정치적 독점이 깨졌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함께 야당의 이합집산으로 다시 민주당 쏠림으로 흐르고 있다. 오로지 특정당의 공천장을 거머쥐면 선거가 끝이라는 등식을 언제까지 성립하도록 할 것인가. 정치독점 상태를 유지하는 한 지역의 유권자는 값비싼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의 자질과 능력, 양질의 정책보다 정당이 우선일 수는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독점규제법이라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독과점 폐해 못지않은 정치독점에 관한 규제는 없다. 유일한 규제수단이 유권자의 선택이다. 대체제의 부족과 미흡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정치독점의 시대를 이제 유물로 남길 때도 됐다. 정치독점을 깨야 지역의 미래가 있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원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커피다. 커피는 단순히 하나의 기호품에 불과한 것 같아도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너나없이 꼭 현지식을 맛보곤 하는데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한 이라면 한두번쯤은 커피 브랜드 ‘1453’을 들어봤을 것이다. 왜 1453일까. 2200년을 이어져 온 로마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해다. 보통 중세가 끝나고 근대로 이어지는 시점을, 동로마가 멸망한 1453년으로 잡는것도 다 이유가 있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술탄 메메트 2세가 이끄는 오스만튀르크군에게 함락됐다. 서기 330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비잔티움으로 천도한 지 무려 1123년 만이었다.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내 심장에 창을 꽂아줄 기독교도가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1453’ 커피를 마신다면 뭔가 새로운 맛이 느껴질 것이다. 1453년은 비단 비잔티움 제국의 멸망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간 백년전쟁이 끝난 해이다. 서양사가 중세를 넘어 근대의 문을 확 여는 변곡점이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대신해 실권을 장악한 ‘계유정난’이 바로 1453년에 일어났다. ‘1453’ 커피를 마실때마다 역사적인 3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지는 똑같은 태양같아도 변곡점이 되는 시점은 꼭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생년, 생월, 생일, 생시 등 소위 ‘사주’를 보고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한다. 우리 역사에서도 크고작은 변곡점들이 수없이 많았다. 한반도에 국한할때 어쩌면 2018년 올해가 역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분단국가에서 하나의 민족이 공동번영을 위해 손을 맞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안전지대에 놓이고 번영을 구가할지 여부에 온 지구촌의 이목이 쏠려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나 많고 높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1953년 5월 29일, 65년전 오늘 뉴질랜드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다.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그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했다. 한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향한 대장정은 힘들어도 계속돼야 한다. 목표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이스탄불에서 ‘1453’커피를 마시듯, 먼 훗날 한반도를 찾은 외국인들이 역사의 변곡점이 됐던 ‘2018’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커피 회사들이 과연 ‘2018’커피 브랜드를 만들어 낼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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