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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의 역사와 금메달

스켈레톤은 봅슬레이, 루지와 함께 3대 썰매 종목을 이룬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조정해 빠른 속도로 1200미터 이상의 트랙을 내려오는 방식이어서 위험성이 적지 않다. 1928년 생모리츠 동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었지만 두 차례나 중단되었다가 20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때 비로소 영구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설날 아침, 평창올림픽에서 안겼던 윤성빈의 금메달이 바로 이 경기다. 올림픽에서의 스켈레톤 금메달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도 처음이이다. 그만큼 의미가 더 크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오늘의 한국 썰매 종목 역사를 있게 한 주인공 이야기다. 올림픽에서 빛나는 메달을 얻지 못하고도 이름을 널리 알린 스타. 강광배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이다. ‘대한민국 썰매의 역사’로 불리는 그는 1998년 나가노를 시작으로 2010 밴쿠버까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썰매 3개 종목 전 경기 출전은 그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스위스 IOC박물관에는 그가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 입고 출전했던 운동복과 모든 장비가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이쯤 되면 그의 성장 과정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전주 토박이다. 고등학교 시절 유도를 했던 그는 전주대 체육학과 1학년 때 무주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키를 만나 선수가 됐다. 각종 스키대회를 휩쓸었으며 최연소로 스키강사 자격증을 땄다. 그가 가르쳤던 ‘코흘리개’ 무주 산골 아이들은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그 역시 스키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얻고 포기했다. 절망하지 않고 루지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도전했다.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 선수로 첫 출전할 수 있었지만 고난의 과정을 거쳐 루지 대신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다시 바꾸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동계스포츠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여건상 국가대표로 자격을 얻지 못하고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했던 그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국제연맹에 가입한 후에서야 비로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스켈레톤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는 봅슬레이로 출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썰매 전 종목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그는 우수한 선수를 키워내는 지도자로 헌신해왔다. 윤성빈도 그가 발굴한 선수 중 한명이다. 우리도 이제 썰매의 빛나는 역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외로운 길을 개척해온 그의 도전 정신 덕분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3.01 20:47

전북연극계 '미투'

전북연극협회가 10년 전 <전북연극사 100년>을 출간했다. 지역의 원로중견 연극인 등을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을 통해 전북연극이 어떤 길을 걸으며 오늘에 이르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역의 연극사를 정리했다는 점을 넘어 전북연극의 자긍심을 높이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근대연극의 뿌리를 창극으로 보고, 판소리의 창극화에 공헌한 고창 출신의 동리 신재효 선생을 주목했다. 전북이 한국 연극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전북연극사를 들여다보면 지역 연극인들이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로 향했던 시절에 척박한 지역에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웠으니 말이다. 60년대부터 여러 극단이 창단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쳤던 전북연극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80년대 이후다. 특히 창작극회와 극단 황토는 80년대파벌 싸움을 벌인다고 할 만큼 무대 안팎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전북연극발전을 이끈 양대 축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국연극제 대통령상을 거머쥐기도 하고, 자체 소극장을 마련해 상설 공연에 나선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익산과 군산, 정읍, 남원 등지에도 극단이 생기면서 양적질적 발전을 더했다. 매년 전북연극제를 비롯해 전북소극장연극제영호남 연극제를 열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른 지역에 앞서 전주시에 시립극단이 탄생한 것도 전북연극의 저력이었다. 시립극단은 지금도 전국에 몇 개 되지 않는다. 전북연극이 오늘날 단단히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이 박동화 선생(1911~1978)이다. 일본 유학시절 극단 활동을 했던 박동화는 1950년대 중반부터 전북대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대학연극반을 만들었고, 여기 출신들을 모아 창작극회를 결성한 이다. 창작극회가 1964년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그의 극작(두 주막)과 연출을 통해서다. 그의 연극적 업적을 기려 전주체련공원에 박동화선생 동상이 세워졌고, 대표작 <나의 독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사후에 발간됐으며, 20년 넘게 박동화연극상이 시상되고 있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와 선배를 가진 전북연극계가 요즘 한 극단 대표의 여배우 성추행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다.미투 열풍 속에 나온 8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전북연극계 일각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지역 연극계 일각에서오태석이윤택을 복사한 괴물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번 극단 대표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나의 독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연극계 대선배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환골탈태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2.28 19:54

미투, 성폭력 뿐이랴

미투, 나도 당했다. 여자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누이로서 그 얼마나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고백인가.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망가진 영혼은 그늘 속에서 떨었고, 일상 삶마저 힘들게 했다. 약자였다. 갑이 아닌 을이었다. 갑자기, 혹은 끈질기게 추근댔다. 처음에는 따뜻한 선배, 선생의 손길인 줄 알았다. 다정하고 호의적인 그가 느닷없이 괴물, 늑대의 발톱을 드러냈다. 꼼짝없이 당했다. 다행히 세상에는 용기 있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등 외국에서 몰아친 미투 운동에 국내 피해자들이 앞다퉈 미투를 외치고 있다. 그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치욕과 아픔을 짓누르고 대중 앞에 선 그들은 아귀의 탈을 뒤집어 쓴 성폭력범들을 당당히 고발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최근 미투운동에서 드러난 피해사례들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라고 폭로한 고은 시인은 원로 대접을 받는 문인이다. 연출가 이윤택은 연극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해당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크게 성공한 선생님이다. 당연히 그들처럼 성공한 인생을 추구하는 후배들이 따르고 싶고 또 본받고 싶었을 것이다. 가까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괴물들은 그런 점을 악용했다. 미국 체조 대표팀과 대학 체조팀 주치의로 일하면서 265명의 선수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징역 140~360년 형을 선고받은 래리 나사르는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친절하고 가까운 의사 선생님이었다. 일반적인 성폭력범도 주변 인물이 많다. 아동 성폭력범 또한 낯선 사람보다는 주변 인물이 70~80%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다. 괴물은 멀리 있지도 않았고, 낯선 이방인도 아니었다. 나의 친구였다. 나를 이끌어주고, 보살펴주는 친절한 지인이었지만, 실은 야누스 얼굴을 한 괴물이었다. 미투, 억울한 피해 사건은 과연 은밀한 성폭력 뿐일까. 이번 미투운동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2차, 3차 가해와 보복 등이 두려워서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고 살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의 그들이 느끼는 주변의 냉소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피해는 성폭력 뿐 아니라 상거래관계, 직장 내 상하관계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만연하는 게 현실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을은 교묘한 폭력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 그게 상대적 을인 인간의 비애다. 인간이 인도적 세상을 추구한다면, 이제 나는 고백한다에 대한 미투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2.27 18:44

법조타운 불패

국내의 내로라하는 로펌의 지난해 매출 순위는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 순이다. 김앤장이 매출 1조144억원으로 1위에 올랐고, 태평양이 2761억원, 광장이 2637억원, 율촌이 1911억원, 세종이 1676억원, 화우가 1205억원 등이다. 6대로펌만을 놓고볼때 시장점유율은 김앤장이 49.9%, 태평양이 13.6%, 광장이 13.0%, 율촌 9.4%, 세종 8.2%, 화우 5.9% 등이다. 말이 연매출 1조원이지 1152명의 전문가를 지니고 있는 김앤장 하나가 올린 실적은 가히 놀랄만하다. 186만명의 도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전북도의 연간 예산이 6조5000억원 남짓한 것을 고려하면 김앤장의 매출 1조는 어마어마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들 대형 로펌은 종로나 강남 등지에 산재해 있으나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안팎에서 대형 로펌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기만 하다. 법원과 검찰이 있는 법조타운은 단순히 판사와 검사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변호사와 법무사, 행정사는 물론, 엄청난 이해관계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찾는 공간이다. 그래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조타운 뿐 아니라 전국 주요도시는 법조타운 불패라는 말이 있을만큼 부동산 측면에서도 늘 핫(hot)한 곳으로 통한다. 도내에서도 요즘 만성동 주변에서 법조타운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현재 덕진동 가련산 기슭에 있는 법원검찰 등 법조타운이 내년에 만성지구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덕진동 현재 타운 면적이 2만8270㎡인데 만성지구 법조타운은 3만2900㎡이다. 청주, 순천 등지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법조타운 주변은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도시의 판도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덕진동 현 청사가 내년에 떠난뒤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하는 점이다. 새 법조타운이 번영을 구가할때 기존 법조타운은 불꺼진 도시나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자칫 종합경기장 개발의 제2라운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전주지방법원과 검찰청 이전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상황을 보면 전주시는 법원과 검찰청의 건물을 보존해 미래 유산으로 활용하고 근린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이나 전북도는 이 부지를 호텔 건립 용도로 전환하는방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대법원, 전북도, 전주시의 입장이 서로 달라 덕진동 일대가 도심속의 섬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국감때 이춘석 의원이 덕진동 일대 법원 기존 부지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앞으로 1년뒤 법원과 검찰이 만성지구로 떠났을때 폐허가 될게 뻔한 덕진동 옛 법조타운 부지를 어떻게 살려낼지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뒤따라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2.26 22:25

정치적 악용

군산이 흐느끼고 있다. 한번도 아니고 연례행사격으로 두번이나 공장폐쇄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으면서 군산 경제가 반토막 났다. 지금 군산 시민들 한테는 그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 없다. 폐쇄키로 한 군산GM을 살려 내지 않으면 군산은 불꺼진 항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군산은 시민들의 치밀어 오른 분노와 배신밖에 없다. 그간 군산시민들은 행여 공장이 문 닫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차 한대라도 더 사주려고 발버둥쳤다. 이런 헌신적인 노력은 오간데 없고 급기야 공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져 시민들의 억장을 무너 뜨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군산사태를 바라보면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모습이 백가쟁명식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소리만 요란하다. 이번 사태를 놓고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나눠지면서 613지선에서 마치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창당 때 마땅한 이슈가 없었는데 메가톤급 악재가 터지자 때는 이때라고 순발력있게 대응하고 나선 것. 양 당이 민주당 대항마로 호남에서 서로가 지지율 확보를 위해 사생결단식으로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목표가 왜곡되거나 정략적으로 흘러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군산GM 사태는 산업구조가 취약한 전북한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실직자가 1만명이 넘는다. 4인 기준으로 하면 하나의 작은 도시가 없어지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로 그 악몽이 잊혀질뻔 했는데 또다시 되살아 나면서 살길이 막막하다. 정부나 정치권이 폐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군산사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폐쇄를 막아 내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 정부와 전북도가 해결책을 놓고 상충되는 면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군산사태 해결을 위해 눈물나게 뛰는 송하진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더 뛰어야 한다. 도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기 때문에 잠시도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치권과 협치를 통해 공장이 폐쇄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미리서부터 겁먹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작년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다시금 전략과 전술을 가다듬어 어떻게든 군산공장을 살려 내겠다는 일념으로 임해야 한다. 도민들은 이 문제를 지사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보와 경제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편 것이 결국 군산공장 폐쇄라는 결론을 이끌었다. 정부가 GM을 살리려고 재정지원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겠지만 무작정 원칙없이 끌려 가면 안된다. 자칫 도미노현상이 뒤따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는 척 하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2.25 17:46

미투(Me Too), 연대의 힘

설상가상. 이밖에 달리 표현한 말이 없다. 불붙은 미투 운동으로 고발되는 한국사회의 성폭력 실상이 그렇다. 미투(#MeToo ) 운동은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하는 현상이다. 사회에 만연해있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데, 그 힘의 근원은 따로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감하며 나서는 연대, 그것이 미투 운동의 힘이다. 미투 운동이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미투 캠페인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미투에 해시태크(#)를 붙여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자는 알리사의 제안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하루 만에 50만 건의 트윗이 이어졌으며 페이스북에도 처음 24시간 동안 1,200만 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공감과 연대는 유명 배우들을 시작으로 정계 재계 문화계 언론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여성들의 참여로 이어지면서 무서운 힘 이 됐다. 사실 미투 운동은 이미 2006년에 시작됐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이 캠페인을 제안한 것이다. 미투는 말 그대로 나도 겪었다는 뜻이지만 단순히 피해사실을 알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생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이 훨씬 더 크다.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 이후 미투 운동은 현대사회에 만연해있는 권력형 성범죄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통로가 됐다. 권력형 성범죄는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이다. 연대가 이끌어낸 성과다. 요즈음 불붙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나는 한국사회의 민낯은 처참한 지경에 와있다. 비단 가해자들이 한 시대의 우상이었던 시인이거나 연출가이거나 배우여서만이 아니다. 더 큰 충격과 분노는 그들의 행태를 침묵과 암묵적 동조로 방관해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환경에 맞닿아 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보다 훨씬 이전에 미투 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이 있다. 80년대 중반 일어난 부천서 성고문사건 피해자였던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이나 90년대 초반, 한국 최초로 법적으로 제기된 서울대 교수 성희롱사건의 피해자인 우조교가 그들이다. 이들의 선구자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직면하게 된 오늘의 상황은 그래서 더 처참하다. 오늘의 미투 운동, 그 연대의 힘을 주목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2.22 19:08

GM 군산공장

제너럴모터스(GM)가 군산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다. 공장 근로자는 물론, 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을 군산시민들이 분기탱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고, 정치권의 눈도 군산에 쏠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까지 GM 군산공장의 폐쇄를 거론했다. 국내외 시선이 이렇게 군산에 쏠린 적이 있었는지 싶다.대기업의 한 공장이 문을 닫는 것으로 그치는 문제라면 이리 큰 폭발성을 갖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부평, 경남도 창원공장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파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이 갖는 특성도 한몫 하고 있다.자동차 산업의 위축이 어떻게 도시를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미국 디트로이트 시가 보여준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의 주력 공장들이 소재한 미국 최대의 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산업의 쇠락과 운명을 같이 했다. 자동차산업의 전성기 시절 185만명에 이르던 거주 인구가 지금은 70만명 규모로 줄었다. 도시인구의 3분이 1이 극빈층으로 전락했으며, 미국 내 범죄 발생률 1위의 오명까지 얻었다. 이는 중산층의 이주와 세수 감소로 이어져 디트로이트 시는 급기야 2013년 파산보호를 신청할 만큼 몰락했다. 군산이 디트로이트의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러나 GM의 군산공장 폐쇄를 막을 방안이 현실적으로 뾰족하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GM이 한국을 떠나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단다. 자국의 대통령까지 거든 마당에 GM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의 철회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GM 경영진은 여야 정치권과 만난 자리에서도 군산공장 폐쇄 철회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GM사태를 겪으면서 대우자동차가 그리워진다. GM 군산공장은 본래 대우차로 출발했다. IMF가 터지기 전이었던 1997년 4월 대우 승용차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은 자동차 생산을 기반으로 대규모 국제컨벤션센터 건립 등 군산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었다. GM의 대우차 인수 후에도 10년간 따라다녔던 지엠대우의 명칭이 2011년도 한국지엠으로 바뀌면서 대우의 그림자까지 사라졌다. GM에 대한 군산시민들의 짝사랑은 그간 차고 넘쳤다. GM의 고비 때마다 차사주기 운동, 정부지원 건의, GM대우의 날 선포, 명예도민증 수여 등으로 정성을 쏟았다. 그런 군산시민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고 있는 GM이 야속하다. 감정적으로는 GM을 쫓아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러나 GM문제는 지역의 미래가 걸렸다.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2.22 13:36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가 지난 13일 배임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일간지 전 주필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 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시킨 사건이다. 기자로서 의무를 저버렸으며 편집인으로서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엄벌에 처한다고 거창하게 판결문을 내놓았지만 일부만 유죄로 안정하고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것은 국민 법감정은 물론 촛불 민심에도 반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648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다.한겨레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저버린 행위 주필이라는 지위를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한 사례라며 언론계 전체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 역할에서 벗어난 적은 없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이번 사건의 기소와 1심 판결이 세상에 남긴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형의 세태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힘없는 기레기는 콩밥 먹이고, 힘있는 기레기는 배려하니 말이다.재판에서 드러난 전 주필의 범죄는 화이트칼라범죄의 전형이다. 야누스의 얼굴이다. 겉으로 세상의 정의란 정의는 모두 자신이 세운다는 듯 멋지게 사설과 칼럼을 썼지만, 실상은 대기업과 로비꾼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쓴 글이 수두룩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만나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청탁을 하고, 능력도 안되는 자신의 인척을 대우조선해양에 청탁 입사시켰다. 1심 재판부가 남사장과 고사장 관련 배임수재 혐의를 무죄라고 했지만, 이재용 항소심과 최순실 1심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한 것처럼, 항소심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이명박도 박근혜 빰치는 고수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MB기소는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세상이 이럴진대 일개 신문사 주필 따위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는 말인가 싶었을까. 약인지 똥인지 가리지 않은 채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그랬을까. 언론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나아가 반성은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대중을 향해 장난질 치고, 언론계에 분탕질 일삼는 내부자들을 솎아 퇴출시켜야 한다. 곧, 언론이 살 길이다. 비리는 감춰지는 게 아니다. 나는 그와 같은 부류가 아니다라고 끝까지 우겨도 세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2.21 23:02

티토 별장, MB 별장

발칸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에 있는 ‘블레드 성’은 최고 관광명소 중 한곳인데 최근 국내 한 TV의 인기드라마 ‘흑기사’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인데 짙은 옥색을 띄고 있는 호수는 주변에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기막힌 풍경을 연출한다.절벽 위에 우뚝 솟은 블레드 성과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블레드 섬도 좋지만 호수 주변에 있는 작은 호텔 하나가 눈길을 끈다.바로 김일성이 와서 묵었다는 ‘티토 별장’이다. 지금은 호텔로 개조해서 사용중이다.유고슬라비아의 티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저항했던 연합국 지도자들 중 최후의 생존 인물로 1980년 5월 세상을 떠났다.그는 제3세계 비동맹국가연합의 지도자였기에 티토 별장은 엄청날 것 같지만 아주 경치좋은 곳에 지은 집무실겸 휴식처 정도에 불과하다.별장은 원래 사는 집 외에 주로 휴양을 위해 주변 경관이 좋은 곳에 따로 마련한 집을 말한다. 유력한 권력자 치고 그의 이름을 딴 별장이 있기 마련이다.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경우 강원 고성 화진포에 별장이 있었고, 경남 진해, 제주 구좌읍 등지에 별장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화진포에는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이 있었다는 점이다.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전두환 대통령때 만들어진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때까지 사용되다 국민에게 되돌려줬다.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쓰는 것보다는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겨 몇번 사용하다 이를 주민에게 넘겼다.그런데 그 이후에 대통령을 지낸 MB(이명박)는 최근 개인 별장 문제로 따가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경기도 가평에 있다는 별장의 경우 전부 호수 쪽을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고 한다.앞서 경주에 있는 곳도 마을 주민들이 ‘이명박 별장’으로 부르고 있다.일부에서는 이곳 이외에도 또다른 MB 별장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서류상 명의가 다스 관계자든, 현대쪽 관계자든 많은 국민들은 실소유주가 MB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접 선출 직후 수많은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은 크게 보잘것 없는 관사 조차도 주민품으로 돌려주겠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했다.하물며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국민들이 모르는 별장을 가지고 있다 뒤늦게 알려졌다면 이를 과연 후세의 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자못 궁금하다.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지 오래됐으나 대한민국은 아직 그 위상에 걸맞는 지도자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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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02.20 23:02

8년은 긴 세월

전반적으로 익산시장 자리만 빼고 민주당이 우세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66%를 기록해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한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 압승으로 끝날 것 같다. 누가 경선을 통해 민주당 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김승환교육감을 비롯해 7명이 출마해 관심거리가 됐다. 바른미래당 출범으로 1여4야 정치구도속에서 어떤 당이 2위를 차지할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피튀기는 곳은 군산시장을 비롯해 정읍 김제 남원 고창 장수군수다. 하지만 다른 시장 군수 자리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치기가 쉽지 않아 민주당 당내 경선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예전에는 교육감 선거가 별로 관심을 못 끌었는데 이번에는 초반부터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김 교육감이 3선 출마를 선언하자 6명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자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반에 다자구도가 형성된 것은 김교육감이 ‘지난 8년간 전북교육을 잘못 이끌어 엉망진창으로 만든 결과’라면서 서로가 전북교육을 살릴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김 교육감측은 내심 다자구도를 반기면서도 행여 유불리에 따라 합종연횡이 조기에 이뤄질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는 현직 이점과 전교조 노조 야권 등 30%에 가까운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에 승산을 자신한다. 또 자신이 세운 좋은 정책들이 자칫 무너질까 염려한 나머지 3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한 서거석 후보의 지지세 확산에 따른 맹추격이 결코 만만치 않아 현재로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나락으로 빠졌던 위기의 전북대를 전국 10위권 대학으로 탄탄하게 올려놓은 서 후보는 ‘더이상 현직에게 전북교육을 맡겼다가는 전북의 미래가 암울해질 것 같아 주위 만류를 무릅쓰고 출마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서 후보가 상승세를 타 군소 후보들이 서 후보쪽으로 단일화 할 경우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군소 후보들이 완주할 뜻을 내비쳐 단일화가 당장 이뤄질 것으로는 안 보인다. 촛불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도민들은 ‘전북교육이 위기에 처했다’고 들고 ‘학력신장을 비롯해 중앙정부와 지역에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상당수 도민들은 ‘김 교육감이 8년동안 모든 역량을 다 드러냈다’면서 ‘최근 그가 그렇게 잘했다고 자랑한 인사도 투명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며 새로운 혁신 아이콘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학부형이든 아니든간에 유권자들은 전북교육의 장래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누구를 교육감으로 뽑아야 아이들의 교육이 잘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학생인권 못지 않게 교권을 존중하고 전반적으로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바꿀 것을 제때 바꾸지 않으면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위기에 처한 전북교육 도민들이 살리는 길 밖에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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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2.19 23:02

고은 시인

미당의 아내 사랑은 각별했다고 한다. 방옥숙 여사와 평생을 함께 하며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도 많이 남겼다. 아내가 세상을 뜨자 그때부터 곡기를 끊고 두 달여 만인 2000년 12월 그 곁으로 갔다. 미당의 고향인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 부부가 나란히 묻혀 있다. 그런 미당도 생전에 외도를 했던 모양이다. 미당과 함께 전주 선미촌을 간 적이 있다는 어떤 문인에 의하면 미당이 방에서 가장 늦게 나오더라단다. 왜 벌써 나왔느냐는 말로 머쓱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던가. 보통의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그저 시시한 얘깃거리일 뿐이다. 미당이라는 저명성 때문에 지금껏 지역의 문인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미당의 생전에 성매매 특별법도 없었다. 군대 가기 전 친구의 총각 딱지를 떼도록 하는 게 우정으로 여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시절이 바뀌었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에 등장하는 성폭력 가해자로 고은 시인이 지목되면서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은 시인이 누구인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한국 문단의 간판이다. 그가 이룬 문학적 성과는 석박사 논문과 연구 논문으로 무수히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시인의 이름이 올랐어도 중고교 교과서에서 그의 시를 빼지는 못했다. 시와 소설, 평론, 에세이 등 160여권의 저서를 낸 고은 시인의 대표작은 시집 <만인보>다. 1986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해 2010년 30권의 책으로 완성된 만인보에는 4001편의 시가 수록됐다. 25년이라는 긴 세월과 작품 수만으로 한국 문단에 특기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 대부분은 소위 밑바닥 생활을 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이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사람이다 세계이다는 1권의 서시가 대변한다. 수원시가 삼고초려 끝에 둥지를 마련해 시인을 모셨고,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개설한 것도 시인의 성취를 기려서다. 군산시에서도 고은 문화사업추진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꾸려 고은 시 창작음악제, 고은 시 낭송대회, 고은 학술대회 등 문화제를 열어왔다. 이렇게 어려운 이의 아픔을 보듬어온 시인이기에 성폭력 딱지는 그 진위를 떠나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블랙리스트 보다 더 무서운 게 미투(Me Too)라는 것을 시인은 왜 몰랐을까. 내려올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이라는 시인의 짧은 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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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02.14 23:02

김정은 시조묘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성씨는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 순이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성씨는 총 5,582개인데, 김씨가 1069만명, 이씨가 730만명, 박씨가 419만명 등이다.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많은 성씨중 경주, 진주, 전주를 본관으로 한 성씨가 엄청 많다는 점이다.경주를 본관으로 한 성씨가 87개로 가장 많고, 경남 진주를 본관으로 한 것이 80개며, 전주가 본관인 성씨가 75개에 달한다.조선시대 왕비는 모두 44명(추존왕비 5명포함)인데 청주 한씨가 5명으로 가장 많다. 안동 김씨, 파평 윤씨, 여흥 민씨는 왕비를 각각 4명씩 배출했고, 청송 심씨 가문에서는 3명의 왕비가 나왔다.조선시대 왕의 장인(=국구)이 정승을 한 사람은 12명이나 되며 왕비의 오빠, 동생, 숙부 등이 정승이 된 경우는 셀 수 조차 없다.성씨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화가 하나 있다.남북 분단이후 무려 반세기만에 첫 개최된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때의 일화다.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회담이 잘 진행되다 주한미군 문제 등으로 인해 좀 막히는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불쑥 농담을 던졌다.“전라도 고집이 이렇게 센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어디 김씨입니까”하고 묻자 전주 김씨라는 답이 돌아왔다.김 대통령이 한방을 놓았다.“전주요? 아, 그럼 김 위원장이야말로 진짜 전라도 사람 아닙니까. 나는 김해 김씨요. 원래 경상도 사람입니다.”농담이긴 하지만 ‘당신이 고집 피우고 있지 않느냐’고 추궁한 것이다.좌중에 폭소가 터졌음은 물론이다.그로부터 18년이 지났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일 특사 자격으로 방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며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북핵문제는 여전히 진행형 이지만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요즘 완주군 모악산에 위치한 전주 김씨 시조묘가 관심사로 떠올랐다.남북관계가 요동칠때마다 늘 있는 일이다.모악산 주등산로인 선녀폭포를 지나 샛길을 따라 400여m 거리에 있는 전주 김씨 시조묘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32대 조상인 김태서의 묘로 알려졌다. 육관도사인 고 손석우 씨는 그의 저서 ‘터’에서 “이 묘의 지기가 발원해 후손이 장기집권하게 되는데 묘의 운이 1994년 9월에 끝난다”고 예언했는데 실제로 김일성 전 주석은 그해 7월 세상을 떠나자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분단국가 한반도 문제를 과연 전주 김씨 후손인 김정은 위원장은 어떻게 풀고 싶을까.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2.13 23:02

목에다 방울 달기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옴에 따라 평화올림픽으로 성공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북핵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간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북미간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공포의 먹구름이 가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가시킨 것 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번 대회가 성공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개헌문제는 물론 613 지선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이다.전북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해서 민주당 텃밭이 됐다. 지난 20대 총선때만해도 국민의당이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안방을 차지했지만 지난 장미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64.8%라는 득표율을 기록함에 따라 민주당이 다시 지지세를 회복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민주당 공천자가 유리하다. 이미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민주당이 기선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민주당 공천을 받느냐다. 단체장 공천방식은 당원과 일반시민을 50%씩 나눠 합산키로 했다. 지역정서가 같아서인지 그간 실시했던 여론조사나 당원들의 지지도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반여론이나 당심이 따로 노는게 아니라는 것.구정을 앞두고 입지자들이 지지세 확보를 위해 한창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역 단체장은 현역의 이점을 최대로 살려 자기편 늘리기에 절치부심한다. 표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곳도 마다하지 않고 잰걸음을 한다. 임기중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다시한번 일할 기회를 달라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현직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한 말이 사실 같지만 일방적인 선전과 선동인 경우도 있다. 상당부분은 유권자 한테 환심 사려고 자화자찬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숙원사업을 많이 해결한 것 처럼 말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국회의원들이 한 것들이다. 표 얻기 위해 재탕삼탕 우려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현직 시장 군수 가운데 열정적으로 통 크게 일한 사람이 안 보인다. 정치력이 약하고 인적네트워크와 아이디어가 빈약해 해 놓은 업적이 별로다. 솔직히 무슨 염치로 표 달라고 한지 뻔뻔스럽게 보인다. 대부분이 편 가르기 잘해 단체장이 된 사람들이라서 좋은 점수 줄게 없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이 초록이 동색인 관계로 서로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모두가 한통속이다. 진정성 없는 빈깡통들은 당선시켜봤자 사리사욕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고기 맛 본 사람이 더 고기를 많이 먹으려는 이치와 똑같다. 유권자들은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해야 한다. 표만 얻으려고 인기영합주의 정책만 쓰는 사람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여론주도층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현직한테 달라붙어 적당히 눈치나 살피면서 사적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면 안된다. 서지현 검사처럼 목에 방울 달 각오를 해야 유지로서 존경 받는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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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2.12 23:02

'죽은 자들의 날'

멕시코는 마야, 아즈테크, 톨테크 등 인디오의 문명이 발생한 땅이다. 1521년부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해 독립한 1821년까지 서구문명이 유입되어 토착문명과 혼합되긴 했지만 피라미드 조각이나 미술품을 비롯해 고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멕시코 국민들 역시 음악과 춤을 즐긴다. 스페인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긴 하지만 멕시코 특유의 낭만과 열정이 만들어낸 음악과 춤은 중남미 국가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독창성으로 빛난다. 멕시코에는 전통으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즐기며 오늘의 문화로 다시 살려낸 축제가 있다. 멕시코의 중요한 축제로 꼽히는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이다. 원주민 공동체의 풍속을 그대로 이어낸 이 축제는 멕시코의 주곡식인 옥수수의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되는 10월말부터 11월 초에 즐겼던 전통축제다. 멕시코 국민들은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라 부르는 이 축제의 날에 산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죽은 자들은 이승을 찾아와 산자들의 삶을 축복한다고 믿는다.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산자들은 묘지에서 집에 이르는 길에 꽃과 촛불 등을 놓아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집안에는 그들을 기리는 제단을 만들어 꽃과 공예품으로 장식해 죽은 자들을 맞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시공간의 의미는 특별하다. 실제로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날, 멕시코 전역에서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제단이 차려진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코코>가 화제다. 최첨단 기술이 구사해내는 환상적인 기법도 빼어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적인 메시지 덕분이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의 모험을 그린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죽은 자들의 날’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이승과 저승의 공간을 그려낸다. 영화가 그려낸 죽은 자들의 세상은 이승보다도 훨씬 더 화려한 꿈의 세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이 세계에서 남아있으려면 산자들이 그를 잊지 않고 제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억해야만 가능하다. 산자들로부터 잊혀지면 ‘죽은 자들의 날’에도 이승으로 건너갈 수 없고 소멸되어버리는 영화 속 저승의 현실(?)은 안타깝고 애절하다. 돌아보면 우리 시대, 살아남은 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죽음이 적지 않다. 미구엘이 부르는 노래 ‘Remember me(기억해줘)’는 어쩌면 우리를 향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전주 시내 거리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색 깃발들이 아직 남아 펄럭인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지나쳤던 그 깃발들이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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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8.02.09 23:02

평창 올림픽

굶주림에 지치고 행색이 꾀죄죄한 아이들은 한 손을 쭉 내밀고선 미군 지프를 뒤따라가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쳤다. 미군부대 주변 굶주린 서민들은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그 재료가 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밥이었다는 말이 많았다. 73년 전 일본제국 치하에서 독립한 대한민국 현실이 그랬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대한민국이 이번엔 동계올림픽까지 치르며 세계 만방에 ‘우리 잘 살고 있어!’라고 외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출전시키는 등 역대 최고의 대회 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한도 막판에 출전을 결정,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의도야 어떻든, 북한의 출전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신호탄이 되기를 모두가 염원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면서 한반도에는 피바다, 선제공격 등 금방이라도 전면전이 일어날 듯한 살벌함이 존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잠시 전운을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일부 강경파들은 북한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주민 뿐만 아니라 남쪽,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피해가 심각할 것이다. 미국 국방부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이 최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거를 위해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을 펴는 것은 도박”이라고 비판한 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그의 말처럼 한국인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중 3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 과거 한국전쟁 때 이익을 본 일본도 그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등의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선제공격이 성공할지라도 피아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전쟁은 그야말로 ‘하수’들이나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이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시리아 전쟁, 탈레반과 IS 등에 의한 테러 등을 통해 전쟁 결과물이 어떠한 것인지 잘 학습해 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각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올림픽 신기록도 세우고, 또 대회 운영 전 과정이 차질없이 잘 진행돼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출발선이 된 위대한 겨울스포츠 제전이었다’는 말이 역사에 기록되기를 염원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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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8.02.08 23:02

직장 내 괴롭힘

퇴직자들이 몇 년 사이 바짝 늙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본다.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입에 달고 다녔던 이들에게서 막상 직장을 그만둔 뒤 그래도 직장 다닐 때가 좋았다고도 곧잘 듣는다. 나이든 세대에게 직장은 곧 나와 동일시 됐다. 퇴직은 곧 나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며, 급속한 노화도 이 때문이지 싶다. 그러나 요즘 직장 생활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니 언제고 직장 생활이 만만한 적이 있었나. 업무에 치이고, 상사에 혼나고, 인사와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껄끄러운 동료가 있고,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두렵고…. 직장이 즐거워 휘파람을 불며 출근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직장이 아마 ‘신의 직장’일 것이다.직장의 현실은 정글인 데, 직장인은 낙원을 꿈꾼다. 그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직무환경과 직무내용에 적응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능력개발을 요구 받는다. 이런 압박 속에 개인은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갈망한다. 직장과 직원간 욕구 불일치가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지면서 각종 질병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뜩이나 힘든 직장 생활에서 설상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여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도 큰 테두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익산 고교교사의 투신자살과 관련해서도 학교 교직원들의 따돌림이 원인이라는 유족과 학생들의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선망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과 학교에서 조차 이런 괴롭힘 문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사회적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권이 발달한 선진 여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됐다. 스웨덴·프랑스·노르웨이·벨기에·캐나다·호주 등의 경우 법까지 만들었다. 1994년 최초의 직장 괴롭힘 방지법을 만든 스웨덴의 경우 근로자 개인 및 가족비방, 업무와 관련된 정보의 비공유, 업무성과 방해, 고립 유발, 부적절한 처벌 및 공격, 모욕 및 비꼼 등 8가지를 명시해 처벌하고 있단다. 우리의 경우도 직장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안이 몇 차례 제출됐으나 국회에 잠자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족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괴롭힘’문제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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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02.07 23:02

문전옥답 내준 건설업계

며칠전 주택건설업계에 경천동지 할만한 소식이 들렸다.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어 업계 3위의 초대형 건설사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원, 대우건설이 10조9857억원이니 한마디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광주전남에서 1989년 직원 5명의 임대주택사업자로 출발한지 30년도 안돼 재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것은 빚이 없는 탄탄한 자금동원력, 우수한 경영시스템과 더불어 정치권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관측이 많다. 인천 청라, 고양 삼송, 광교, 판교를 비롯, 세종시, 동탄2신도시, 전북혁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가면서 지금까지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했다.호반건설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광주방송과 여수 스카이밸리 골프장 외에도 제주 퍼시픽랜드, 리솜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레저사업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차여서 이번 대우건설 인수는 호랑이등에 날개를 단 격이다.호반건설의 도약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초라한 도내 업체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전남광주에 기반을 둔 주택업체 중 호반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풍경채, 모아주택산업, 부영건설 등은 이미 지역을 벗어나 전국단위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다.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 에코시티, 효천지구 등 최근 10년이내 개발된 전주권 중심 주요 택지개발지 4곳의 주택은 무려 2만세대가 넘는다. 한 세대당 분양가를 2억원만 잡아도 무려 4조에 달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도내 업체 브랜드는 단 한채도 없다. 서울 업체가 일부를 잠식했으나 대부분 광주전남 업체들이 지은 아파트다. 일례로 전북혁신도시를 보자. 전북혁신도시 민간건설 공동주택은 우미건설 2개, 중흥토건 1개, 호반건설 5개 블록인데, 호반건설이 분양한 것만해도 무려 3100세대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갔으나 호반건설이 지역에 뭘 특별히 공헌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초대형 건설사 호반건설이 부영처럼 인색하게 굴다가 화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그러면 도내 업체는 어떨까.거성건설, 비사벌, 성원건설, 중앙건설, 신일건설, 동도건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있었으나 부도 등으로 인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은 제일건설, 계성건설 정도가 도내 주택시장에서 명함을 내미는 정도며 중앙무대 진출은 언감생심이다.35사단 이전후 에코시티를 조성하면서 한백건설이 14%, 성전건설과 부강건설이 각 4%씩 도내 업체는 겨우 22% 지분을 가졌을뿐이다.동도건설과 광진건설이 부도나면서 이 지분(8%) 또한 광주전남 업체로 넘어갔다.도내 업체 관계자들은 “문전옥답 다 팔아먹고 화전민 신세가 된 것이 오늘날 전북 주택건설업계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2.06 23:02

누구 없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건 한마디로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충분하게 검증했더라면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렀던 박근혜를 뭘 보고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탄생을 위해 보수세력을 결집, 박정희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맹목적인 영남권의 지역주의를 작동시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절단난다는 걸 보았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건설한 나라가 그녀의 엉터리 통치행위로 무기력하게 설산처럼 녹아 내렸다. 그간 세계속의 코리아란 명성이 하루 아침에 망가졌다. 국가나 기업이나 사회나 똑같다. 엉터리가 맡아 운영하면 망하게 돼 있다. 그래서 대표를 잘 선출해야 한다. 대표는 고집으로 하는 게 아니다.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중의를 모아서 이끌어야 한다. 단체장들은 촌음을 다퉈가며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경우가 많다. 선공후사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즐겨 쓰지만 자신을 선거 때 밀어준 후원자부터 챙기는 나쁜 습성이 있다. 버릇처럼 다음 선거를 챙기려고 그렇게 한다.그간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잘못 뽑았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찍었던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말도 나왔다. 얼마나 속 상하고 실망했으면 그같은 말을 하였겠는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 시스템이다. 국민이 주인되는 길은 오직 선거 때다. 선거 때만 주인으로 대접해주는 척하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잊는다. 선출직들이 거의 그런 맘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현직자에 대한 비판이 잦아진다. 임기중 해놓은 일이 별 것 없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역량이 떨어지고 정치력이 없다는 말들이 수없이 나온다. 유권자들은 특별히 잘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바꿔 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새술을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로 바꾸자는 여론을 확대재생산한다.주민들이 어렵고 힘들게 사는 것은 선출직들의 무능력 탓이 한몫한다. 정치인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정치력이 좋고 논리가 강하고 설득력이 강하면 국가예산도 많이 확보한다. 올 선거부터는 의례적으로 선거를 할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발전은 백년하청격이 된다. 말만 번지르게 잘하고 쇼만 잘 하는 빈깡통은 한번으로 족하다. 지금은 열정을 갖고 지역을 역동적으로 살려낼 사람이 필요하다. 교육도 똑같다.전주는 밤 10시만 지나면 적막강산이다. 우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천년전주를 깨워야 한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속에 답이 있다.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그 누구 없소.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2.05 23:02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선물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지난달 31일 영면했다. 향년 82세. 온 생애를 우리 음악에 바쳤던 선생의 별세 소식에 슬픔이 크다. 선생을 인터뷰로 두 번 만났다. 한번은 선생이 가장 왕성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던 90년대 후반이고, 또 한 번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두 번의 인터뷰 모두 창작음악이 주제였다. 선생은 창작음악으로 우리 음악사를 새롭게 썼지만 그 때문에 누구보다도 깊은 고통의 창작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작곡을 할 때면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던 선생은 전통적인 틀을 부수어 내는 고단한 과정을 거치고도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두려워했다. 선생은 그렇다고 전통에만 머무르기는 더 싫었다. 그래서 찾아낸 해결책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이를테면 조선 후기 음악을 넘어 신라시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1974년에 발표한 ‘침향무’가 바로 그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침향무는 새로운 가야금 주법을 만들어냈다. 장구 반주도 양쪽 가죽 말고도 나무통을 치거나 채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연주하기도 하는 새로운 기법이 동원됐다. 선생에게 창작은 가야금을 연주하는 그 모든 것의 이유이고 목표였다. 선생은 전통과 창작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과 전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항상 긴장관계인데 그 긴장 속에서 창작품이 태어난다. 그런데 전통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고루해지고, 전통에서 너무 벗어나려고 하면 허무해진다. 그러나 전통과 새로운 것,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딜레마에서 창작이 나온다. 그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예술성이다.”중학교 3학년이던 1951년 부산 피난 중에 가야금을 시작한 선생은 김철옥 선생을 거쳐 국립국악원 김영윤 선생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공부했다. 김윤덕 심상건 김영제 등 당대 최고 명인들에게 궁중음악 정악과 민속음악 산조를 두루 사사했다. 영화사 대표, 출판사 대표 등을 지내기도 했으나 1974년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그의 삶은 온전히 가야금에 놓였다.1974년 창작곡 ‘침향무’로 세계가 인정하는 음악가가 됐으며, 1975년 발표한 ‘미궁’은 이 곡을 들으면 죽는다는 헛소문이 돌 정도로 이슈가 됐다. 초기 연주집을 제외한 5개의 창작 앨범을 발표했고 동시에 현재 연주되는 유명한 가야금 산조 10여 곡 중 최대 규모인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완성했다.선생의 치열했던 창작 정신 덕분에 가야금은 온전히 우리 시대 우리의 음악이 됐다. 깊이 감사해야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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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8.02.02 23:02

스티로폼

지난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36명, 연간 1만 3000여 명 꼴이다. 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의 주요 원인은 정신적인 문제(36.2%) 경제생활의 어려움(23.4%) 신체 질병(23.4%)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이 많은 것은 정신적인 우울감,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직업 문제 때문에 부모 곁을 떠나는 자식이 증가했다. 결국 핵가족 생활이 보편화 됐고, 자식이 여럿 있어도 홀로 생활해야 하는 대한민국 노인들이 얼마나 유쾌한 노후를 보내고 있겠는가.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은 건강이 약해지거나 병이 들면 요양병원으로 간다. 요즘은 '당연한 코스'가 됐다. 하지만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엊그제 밀양 세종병원 참사 등에서 보듯 요양병원은 병들고 지친 노인들의 안식처인 것만 아니었다.전북지역에서 그래도 좀 나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주지역의 32개 요양병원 중 무려 13곳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40%에 달한다. 전북지역에 영업 중인 요양병원 82곳의 안전이 우려 수준인 셈이다.불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단 2건의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무려 68명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단 건물에서 불이 났다 하면 큰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살기 힘들어서 자살하고,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하고, 병들어 죽고, 불이 나서 떼죽음 당한다.잇따르는 화재 참사는 결국 인재였다. 소방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화재 발생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았고, 방화문 등도 무용지물이었다. 화재로 정전됐지만 비상발전기는 먹통이었다. 그 중심에 스티로폼이 있다.화재로 인한 사망의 직접 원인은 대부분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이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주요 건축재는 스티로폼이다.요즘 건축에서는 단열 보온 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쓴다. 샌드위치 판넬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이다. 콘크리트 건축물이든, 친환경 목조주택이든 가리지 않는다. 벽의 안팎으로 10㎜, 20㎜ 수준도 아닌 100㎜ 전후의 두꺼운 스티로폼을 쓴다. 평소에는 집안을 따뜻하게 하고, 난방비도 절감해 준다. 그렇지만 불이 나면 스티로폼은 독가스를 뿜어낸다.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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