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7 18:15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샌드위치가 된 전북

광주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에 2021년까지 통합키로 했다. 이미 광주와 전남도간에 이전협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후보 경선때 새만금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알려지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발끈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이 대표가 새만금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뻘 등으로 지반이 약한 탓에 파일항타 공정 등으로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므로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 도민들이 더 열 받는 건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새만금공항용역비 25억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2023년 새만금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공항이 들어설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대표의 이야기를 전해듣고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공항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채택돼 국정과제로 포함됐고 제5차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에도 반영돼 도민들은 전혀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다만 잼버리 이전에 개항하려면 각종 절차를 면제해서 앞당겨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새만금공항건설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도민들의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국회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누락시킨 25억을 민주당이 부활시켜야 사태가 진정될 것이다. 지금 새만금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주변 여건이 전북한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우선 충북과 전남이 새만금 신공항 건설로 청주와 무안공항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문제다. 여기다가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민주당과 충남도간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서산비행장 민항유치사업을 건의한 것도 부담이다. 청주에 비행장이 있는데도 충남은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서 서산에 비행장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도 KTX 역사를 신설하려고 발 빠르게 대응한다. 전북도 혁신도시와 새만금개발을 위해 김제에 반드시 KTX혁신역사를 건립해야 하지만 익산시가 줄곧 반대해와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혁신역사건립은 김완주 전지사 때부터 익산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선거때마다 덮는데만 급급했다. 그런 사이 광주 전남은 서로가 힘을 합해 파이를 키워 나가면서 알콩달콩 지역발전을 도모해 간다. 충남도 이 대표의 정치력을 믿고 서산에 민간공항을 건설하려고 세종시에 KTX역사 건립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전북은 내부에서 조차 뜻을 못 모으고 반대해 주변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갈수록 육지의 고도로 전락해 가는 전북이 용트림을 할려면 국회의원들부터 당리당략을 떠나 뭉쳐야만 살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9.16 19:18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미라’

미라는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처리된 시신이다. 오늘에 남아 있는 미라 대부분이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우연히 만들어진 천연 미라도 있다. 미라는 고대 이집트를 떠올리게 하는 유물이지만 시신 보존을 위한 각각의 처리 방식으로 죽은 이를 남겨두는 문화는 인류의 오랜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문화는 사람이 죽은 뒤 다음세상이 있다고 믿었던 문화권에서 발전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고대 이집트의 미라다. 세계 최초의 미라 역시 기원전 5000년경의 고대 이집트 미라가 꼽힌다. 시신 방부 처리법이 가장 먼저 시행된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3세기 사이에 미라 제작이 가장 활발했다. 이후 미라 제작기법은 날로 발전해 고대 이집트의 정치적종교적 최고 통치자 역할을 했던 파라오는 물론, 새나 개, 고양이 악어 등 다양한 미라를 오늘에 남겼다. 덕분에 인류사 연구는 진전됐다. 얼마 전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화재로 엄청난 양의 유물을 잃었다. 이 박물관은 200년 전통을 가진 남미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이다. 생물학 고고학 지질학 관련 유물은 물론 유구한 라틴아케리카의 역사를 보여주는 생활 공예품까지 2000만점이 전시되어 있던 박물관 화재는 브라질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박물관은 브라질의 역사 그 자체였을 만큼 진귀한 유물이 보관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200년 동안의 연구로 쌓아온 지식의 보고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화마는 별관에 있던 유물 일부와 도서관 장서 5만권을 제외한 90%의 소장품을 삼켜버렸다. 소실된 귀한 유물 중 특별히 주목을 끄는 유물들이 있다. 이 박물관이 가장 대표적 소장품으로 꼽았던 구석기 시대의 인간 두개골 루치아를 비롯한 미라화된 두상이나 미라들이다. 루지아는 아메리카에서 발견된 인간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인데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320만 년 전 인간 화석 루시에 대한 오마주로 루지아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루지아와 함께 박물관의 진귀한 소장품으로 꼽혔던 미라들은 의식주는 물론 종교의식과 생활상 등 인류문화사를 증명하는 근거였다. 기원전 750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테베의 미라나 3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칠레 남성의 미라, 고양이 미라 등이 다 그렇다. 그러나 이들 미라는 실체 대신 기록으로만 남았다. 고대인들이 남겨준 귀하디귀한 인류의 흔적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9.13 19:48

이현령비현령

사법부의 이런저런 허물이 적지 않았지만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양승태 사법농단이 사실로 드러나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의 태도는 일부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범죄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씁쓸함을 넘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게 한 사건은 검찰이 신 사법농단이라고 지칭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과 이를 틈탄 유씨의 증거인멸 사건이다. 검찰 사법농단수사팀이 법원행정처와 전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대부분 기각되고 있다. 발부율 90%에 달하는 일반사건과 크게 비교된다.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식구 감싸기의 백미가 나왔다. 검찰은 그동안 사법농단 사건선상에 있는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네 번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대법원 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없지만 먼저 소환해 조사하거나 유출자료를 임의제출하도록 요구하라라거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세 번 잇따라 기각했다. 이런 가운데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빼낸 자료를 모두 파기, 그러니까 증거인멸을 자행했다. 출력물은 파쇄기로 없앴고, USB는 분해했다고 한다. 검찰의 네번째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유씨의 행위가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곧바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씨에 대한 압수색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판사가 유씨와 함께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사법시스템이 무력화 됐다고 개탄했다. 부패의 사슬을 끊어야 정의로운 시대가 열린다. 이를 선도해야 할 사법부가 이현령비현령하고 있으니, 국민을 아예 졸로 보는 것인가. 지난 7일 상습절도범이 법정에서 큰소리로 법관을 조롱했지만 법관은 그를 감치하지 않았다. 아니 감치 못했다. 어쩌면, 자비가 아니라 법복 입은 게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9.12 19:25

오송제의 ‘전주물꼬리풀’

자연생태가 지역의 큰 자산인 시대다. 도시화 속에 자연생태가 하나둘씩 파괴되면서 생태의 가치가 더욱 귀해지면서다. 그런 점에서 자연생태를 잘 간직한 전주는 행복한 도시다. 건지산황방산완산칠봉 등을 중심으로 올망졸망한 숲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전주천과 삼천천 두 천이 도심을 휘감고 돈다. 전주시민들은 굳이 멀리 나서지 않고도 다양한 생태체험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에 사는 셈이다. 전주를 생태도시로 더 빛나게 하는 데 오송제를 빼놓을 수 없다.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전주에 오송제가 있다고 할 정도로 오송제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연구자도 있다. 도심 속에서 보기 어려운 자연습지에다가 다양한 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두고서다. 주변 건지산 숲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동물원, 전북대 등의 문화 관련 시설을 끼고 있는 점도 센트럴파크에 빗대는 이유다. 오송제도 개발에 밀려 하마터면 생태적 가치를 잃을 뻔한 곡절을 겪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제방 아래까지 아파트단지가 밀고 들어왔고, 주변 습지 상당 부분이 농경지로 개발됐다. 오송제와 숲이 이어지는 수변에 지방도로 개설이 예정됐고, 건지산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런 개발 움직임 속에 인근 송천동 주민들이 중심이 된오송제 지킴이모임이 만들어져 오늘에까지 오송제의 파수꾼 역할을 해오고 있다. 숨겨진 전주 생태계의 보고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2009년 생태복원사업을 통해서다. 오송제 생태복원 사업은 생태복원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아 여러 기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송제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국립생물자원관이 5년 전 전주물꼬리풀 3000포기를 전주시에 기증해 식재하면서다. 멸종위기 식물인 전주물꼬리풀은 1912년 일본 식물학자에 의해 전주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전주라는 지명을 단 유일한 식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식재 당시101년만의 귀향이라고 크게 홍보했던 오송제의 전주물꼬리풀이 오송제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단다. 전주물꼴이풀의 고사를 날씨 탓으로만 허투루 돌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생태도시 조성도 좋지만, 오송제의 전주물꼬리풀부터 잘 간수했으면 좋겠다. 전주의 상징 식물이 될 수 있고, 오송제의 건강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9.11 19:27

농민운동가 이경해

오늘(11일) 장수 한국농업연수원에서는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 15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한국 농어민 후계장 연합회장, 스위스 제네바 UR반대 할복, 한국 농어민 신문사 회장, FAO(유엔식량기구) 농부상 수상, 제 4,5,6대 전북도의원. 그의 프로필이다. 한마디로 그는 행동하는 농민운동가였다. 1947년 장수에서 태어난 그는 56세의 짧은 생을 사는 동안 한국 농업의 어려움을 전세계에 알렸다. 1990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아더던켈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나오면서 이경해는 한국 농업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할복을 기도했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물결이 전세계를 휩쓸던 시절,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 농민운동가의 할복은 그 울림이 무척 컸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거대자본은 당초 수순대로 농산물 개방을 밀어부쳤다. 급기야 이경해는 멕시코 칸쿤에서 2003년 9월 10일 WTO 반대 집회 중 할복 자살했다. 그의 장례는 세계농민장으로 치러졌다. 이경해 열사는 일찌감치 학사부부 농민으로 유명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나 화이트 칼라가 당연시되던 시절, 이경해-김백이 학사 부부는 장수의 야산을 개간해 농장을 마련했다. 한때 6만 평 규모의 큰 농장에 100마리의 젖소를 길러내는 학사부부 농민은 한국농업의 성공 모델로도 꼽혔다. 주위 50여 농가도 높은 수익을 올리던 그를 따라 모두 낙농에 나서면서 장수군 일대엔 한때 목축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으나 거대 축산자본과는 경쟁자체가 되지 않았다. 암울한 그때(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정치권의 권유로 그는 전북도의원 선거에 나서 내리 3선을 하게된다. 농민운동을 농사가 아닌 정치로 할 수 있을거란 기대가 컸다. 도의원 시절 농업과 농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그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후 모진 시련이 닥친다. 초선의원때 어느 겨울날 장수로 귀가하던 그는 눈길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고 자신도 크게 다치면서 어린 세딸을 혼자 키워내야 했다. 조강지처를 잃은 그는 잇따른 경제난과 군수선거에서의 실패 등으로 크게 상심하게 되고, 이후 천직인 농민운동으로 되돌아가 활동하다 끝내 파란만장을 삶을 마감하게 된다. 칸쿤에서 그는 가슴에 칼이 꽂힌채 Who kills farmers(누가 우리 농민을 죽이는가?)라고 마지막으로 외쳤다. 아직도 그의 물음은 계속되는 듯 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9.10 19:20

잘못된 형 동생 문화

오래동안 좁은 지역사회에서 살다보면 대부분이 형 동생관계로 묶어져 있다. 관계의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형 동생문화가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얼마든지 좋게 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끼리끼리 문화가 배타적 측면이 강해 때로는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연고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까 때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생겨난다. 타 지역도 이 같은 현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북사회는 파이가 작어서인지 형 동생문화가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가 걱정스럽다.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가운데는 알게 모르게 지연이나 혈연보다는 학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연이 편가르기 기준으로 작용한다. 전북사회가 생산활동 미진으로 역동성이 떨어져서인지 아직도 학연관계가 고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접 충남이나 광주 전남만해도 대학 중심의 학연관계가 형성돼 지역사회를 주도해 가지만 전북은 유별나게 고등학교 중심이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일류고등학교가 없어졌지만 잦은 선거로 출신 고등학교를 더 따진다. 지역이 발전하지 못해 못사는 원인이 여럿이 있겠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사소한 것에서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역대정권들이 국가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전북발전을 더디게 했지만 약간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바로 학연에 따른 형 동생문화의 잘못일 수 있다. 앞에서는 체면 때문에 좋게 말해 놓고서는 뒤에가서 총질을 가하는 이중성이 문제라는 것. 형 동생 문화는 정과 의리가 본질이어서 교언영색하는식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 체면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만날 때마다 술 밥 한번 먹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광주나 전남에서는 그런식으로 안한다. 말하면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 자꾸 립서비스를 하다 보면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세상을 가식적으로 살다보면 진정성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 사람은 신뢰가 안 간다. 형 동생은 말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관계다. 마음의 문을 열고 뼈속으로 스며드는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빗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서로가 사소한 것에서 신뢰를 쌓으면 전북은 희망이 생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지만 굳이 헛소리하면서 살면 안된다. 괜히 싫은 소리 들을 필요도 없다. 지금 전북이 힘들지만 더 희망적인 사회로 가려면 형은 형처럼 동생은 동생같이 의리를 지켜고 살아야 한다. 학연과 같은 인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배척할 게 아니라 큰 생각을 갖는 사람을 안아줘서 키워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북인들이 역사의식을 갖고 형 동생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워 갔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9.09 19:03

가야금 명인 신관용과 그의 산조

산조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기악독주곡이다.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散調)을 들어 허튼 가락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허튼가락에 즉흥성을 더하는 시나위와는 또 다른 기악곡이다. 산조는 19세기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가야금산조가 기원이지만 이후 거문고나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악기별 산조가 음악적 특징을 안고 만들어졌다. 형식적 틀은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지만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와 즉흥성으로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산조는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로 연주되었지만 특히 전라도지역에서 빛을 낸 음악이다. 산조 명인 중 전라도 출신 연주자들이 많고 그들의 산조가 오늘의 무대에서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전북에도 시대를 잇는 산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다. 신관용류 산조는 김창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영채 명인으로부터 이어진 가락이다. 신관용(1912~1961)은 김제 출신이다. 아버지는 피리와 장구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는데 열다섯 살에 가야금 명인 이영채를 만나 가야금 산조를 배웠다. 그러나 스승의 가락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 가락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완성한 가락으로 자신만의 산조를 구축했다. 이영채류가 아닌 신관용류 가야금산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는 스물일곱 살에 결혼했으나 아편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권번에서 가야금을 가르치거나 잔칫날 초대받아 연주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렸다. 게다가 타고난 기량으로 복잡한 기교와 강한 즉흥성을 즐겼던 그로부터 가야금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제자도 제대로 두지 못했다. 다행히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는 강순영이 받아 가야금병창으로 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된 강정열에게 전해졌지만 그 전승의 맥은 여전히 불안하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무형문화재 지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를 문화재로 지정해 계승의 길을 열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군산대 최동현교수는 그는 가난에 시달리고 아편으로 건강을 빼앗긴 삶에서도 가야금에 대한 열정만으로 한 시대를 살다 간 명인이라며 전승의 가치가 높은 그의 산조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슬프디 슬프고, 간절했던 신관용류 산조가락을 이어내는 일, 서둘러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9.06 19:40

동원 마라톤대회

전국이 마라톤 열기에 휩싸여 있다. 전국 각지에서 360여개 대회가 열린다. 올해 첫 대회는 강원도 평창국제알몸마라톤대회 등 3개 대회였다. 마지막 대회는 인천 정서진 썬셋런 대회다. 정서진 마라톤대회는 아마도 강원도 정동진이 새해 일출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에 착안한 것 같다. 장흥 정남진대회도 있다. 전국의 각종 마라톤대회는 지역 특색, 특정 인물이나 역사, 기념적인 날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순수한 마라톤대회도 적지 않지만 강원도 대관령눈꽃축제, 경남 밀양아리랑 등 대회 타이틀을 보면 대회 성격이 드러난다. 전북지역도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등 11개나 된다. 전북에서는 9월30일 전국부부가족마라톤, 10월3일 김제새만금지평선마라톤, 11월18일 고창고인돌마라톤, 11월25일 남원춘향전국마라톤 등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대회에는 수천여명이 참여한다.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42.195㎞ 풀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프, 10㎞, 5㎞ 등 코스가 다양하다. 단거리는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출전한다. 즐기고, 건강도 챙기고, 선물도 챙기니 1석3조 정도는 된다. 게다가 성취감이라는 묘미도 있다. 마라톤 참가자는 결승선까지 쉼없이 달린다. 심한 고통이 따르고 부상 위험도 있지만 마라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과 묘미 때문에 마니어층은 전국 각지의 대회에 참가한다. 꼴찌도 좋다. 4시간 넘게 걸려서라도 기필코 결승선을 끊고야 마는 집념을 보인다. 그 때 최대의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남이 한다고 곧장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특히 장년과 노년층은 신중해야 한다. 건강 챙기려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10월3일 예정된 제17회 김제새만금지평선전국마라톤대회를 앞두고 김제시가 일선 이통장에게 선수 2명씩 등록해 달라고 독려, 일부 이통장들의 빈축을 사는 모양이다. 한 이통장은 우리지역 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열렸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고령이 대부분인 농촌 주민들까지 겨냥해 마라톤 선수 등록을 독려하는 것은 동원 행정이다. 체면상 그냥 사비로 2명 분 등록 처리했다. 씁쓸하다고 말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9.05 19:42

무형유산영상축제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됐을 때 영화제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영화기반이나 도시규모, 휴양시설과 같은 국제영화제를 치르기에 특별히 좋은 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불모지와 다름없던 여건에서 출발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출발 당시의 이런 우려와 달리 오늘날 부산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발전에 기여한 공과 별도로 그 자체 전주의 큰 자산이 됐다. 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많은 영화 마니아와 관광객들이 전주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 해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전주한옥마을이 뜰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젊은층들이 찾았던 20년 가까운 영화제가 있었다. 부산부천전주 등 메이저급 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후 지역별로 영화제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새로 만들어지는 영화제는 대부분 장르 영화제다. 충북 제천에서는 2005년부터 음악영화로 구성된 영화 상영과 청풍호를 배경으로 한 음악 프로그램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열고 있다. 순천에서는 영화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서로 교감하며 생명존중의 가치를 나누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올해로 6회째 열었다. 울산에서 7일부터 5일간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이색적이다. 국내 유일 국제산악영화제인 이 영화제는 알피니즘(전문 산악)클라이밍(전문 등반)모험과 탐험(산악스포츠)자연과 사람(자연과 삶, 문화) 등 7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6일 개막하는 천안 춤영화제는 총 40개 작품의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역시 귀한 장르 영화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무형을 주제로 한 영상영화제다. 무형문화재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인 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자리한 까닭에 가까이서 무형유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올해로 5회째다. 그러나 지역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행정의 노력과 함께 전문가들의 열정, 관객들의 참여가 있어서였다. 무형유산의 귀한 가치가 영상축제를 통해 전주의 또 다른 자산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9.04 19:32

연금공단 전북본부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휴거(携擧)란 예수가 재림할 때, 구원 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휴거라고 하면 당연히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휴거가 일부 어린이들 사이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바로 휴먼시아 거지의 약자라는 거다. LH 임대아파트 브랜드에 사는 아이들을 차별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장난삼아 쓰는 비속어라고 하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거주지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 척도가 달라지는 기가막힌 현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비단 주거공간 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편의성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서울 한복판에 있던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도민들은 크게 편리해진 것 같아도 속내를 보면 일반 민원인의 불편은 여전하다. 국민연금공단 전북본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본부에 가서 직접 민원을 처리할 경우는 많지않고 재심신청 등의 업무는 대부분 지역 본부의 몫이다. 그런데 민원중 중요한 것은 지역본부에서 처리해야 하나 전북은 본사만 있을뿐 지역본부가 없기에 불편이 크다. 예를들어, 무주지역 가입자가 민원처리를 위해 광주본부를 찾을 경우 꼬박 한나절 이상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전북은 경제적으로 권역이 다른 광주에 편입돼 지역낙후가 가속화 하는 실정이다. 1988년 전북지부가 있었으나 2003년 효율성 논리에 의해 광주로 통합되면서 이런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연금공단 전북본부를 하루빨리 부활시키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북몫찾기나 전북독자권역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연금공단 전북본부는 왜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될만 하다. LH전북본부, 농어촌공사 전북본부, LX전북본부 등이 있는데 정작 필요한 연금공단 전북본부는 왜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들어 강원, 충북, 전북 등 소위 강호축을 살리는 정책의 일환으로 전북, 강원, 충북 본부를 설치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북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금융중심지로 비상을 꿈꾸는 만큼 연금공단 전북본부의 설치를 통해 지역주민과 더 깊게 호흡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전북에 사는게 또다른 형태의 휴거처럼 놀림감이 돼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9.03 19:55

삼성유치의 허상

전북이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먹고 살기가 힘든 곳이 돼 가고 있다. 농경사회가 주를 이뤘던 시기에는 전북이 빛을 봤지만 본격적인 정보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구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도가 유별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 마냥 젊은층의 타 지역으로 엑소더스가 이어진다. 한마디로 청년층의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기업을 당장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는 처지라서 딱하다. 전북은 지난해 군산조선소와 올해 GM군산공장의 폐쇄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익산의 넥솔론도 똑같다. 지금은 과거와 달라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을 상대로 관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통상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지사나 시장 군수가 다 하는 것으로 알지만 부풀려진 대목이 많다.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에 그친다. 전북은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고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이 제대로 확충이 안돼 기업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현재 수도권 개념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확장됐다. 서울 경기는 물론 강원 충청까지 포함됐다. 항구만해도 인천 평택 대산항이 있다. 그에반해 군산항은 해마다 금강 상류에서 밀려드는 토사로 제 구실을 못하고 새만금신항만 건설도 목포 대불항과 광양항 사이에 끼여 있어 어물쩡하다. 새만금신항만은 수심이 20M 이상 깊어 천혜의 항구여건을 갖췄지만 정부의 개발의지가 약해 우리 뜻대로 개발될지도 미지수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항처럼 새만금신항만을 개발해야 하지만 그렇게 안되고 있다. GM군산공장이 문 닫으면서 도민들이 삼성한테 군산이나 새만금으로 와서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도민들이 삼성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새만금에 2011년 4월 투자하기로 MOU를 체결한 것은 진정성 없는 연극 각본이나 다름 없었다. 삼성도 MB정권한테 잘 보일 필요가 있었고 김완주 전지사도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겨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삼성을 끼워 넣어 새만금투자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MB정권이 성난 전북민심을 달래려고 위무책으로 이 같은 쇼를 벌인 것. 도민들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삼성한테 전북에 투자토록 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정권의 도덕성 확보를 위해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 때문에 삼성한테 전북 투자유치를 강권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대통령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재판이 계류중이어서 투자를 더 종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싯점에서 자존심 상해가며 삼성만 쳐다볼 게 아니라 전장산업 분야의 우량 중기를 빨리 유치하는 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좋을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9.02 14:48

구도심과 공간의 힘

일본의 창의도시 가나자와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물이 있다. 지름 1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건축물 21세기 미술관이다. 땅으로부터 솟아난 높이는 부분적으로 2층 공간을 유지한 1층이 전부. 넓은 면적 위에 낮게 들어앉은 이 유리 건축물은 주변의 어떤 도로에서도 걸어들어 올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반대로 미술관 안에서는 360도 파노라마로 도시의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미술관은 가나자와시의 8년에 걸친 도심 지구 정비 구상계획에 따라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착공 2년만인 2007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1년째, 건축물로서의 역사는 짧다. 게다가 어느 도시나 하나쯤 갖고 있는 관립미술관이다. 그런데도 개관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도시가 그렇듯이 가나자와도 구도심 활성화가 오랜 과제였다. 2000년대 중반, 호사를 누렸던 영화관조차 상권에 밀려 구도심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이후 단 한곳만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가나자와 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체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미술관 건립이다. 가나자와시는 곧 시청 옆에 있는 가나자와 대학 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지만 활용 용도에 따른 이견에 부딪쳐야했다. 전문가들이 나서 시민들과 토론하며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고서도 과다한 비용과 지나친 현대적 건물조형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 시는 예산절감으로 시비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극장을 갖춘 미술관 건립을 위해 설계는 국제 공모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고, 예산은 건립비용만 1천3백억 원이 투자됐다. 지난 7월, 21세기 미술관을 다녀왔다. 개관 초기나 지금이나 미술관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 도시의 문화공간으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가나자와시의 전략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진 덕분이다. 공간의 힘으로 공동화 위기에 처해있던 도심 한복판에 시민들이 찾아오고 도시의 옛 중심부에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돌아보니 우리에게도 공간이 없지 않다. 다만 그 기능과 위상이 다를 뿐. 자치단체의 꾸준한 노력에 시민들이 화답해주는 21세기미술관의 풍경이 그래서 더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30 18:48

공시족 캠프족

요즘 학원가에는 입시학원에서 본 유명강사를 공시학원에서 다시 본다는 말이 있다. 유명 인터넷 공시학원의 1년짜리 프리패스 수강료가 1년 사이 두 배나 뛰었다는 한숨도 공시족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시험용 지식과 시험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 입시학원보다 공무원시험학원에 몰려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이른바 공시족 40만 명 시대의 대한민국 사회 풍경이다. 민원은 캠프에다 해야 빠르고 확실해! 어느 선거캠프에서 일한 뒤 한 자리 얻어 근무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공무원보다 단체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관계자를 통해야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등 각종 선거에서 직접 뛴 선거캠프 출신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든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선뜻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선거천국인 한국 사회 풍경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시험기술자에게 높은 강사료를 지불하면서 피터지게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열망하던 공무원이 됐다. 그렇지만 황당하게도 선거캠프에 줄서지 않으면 공무원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빈정거림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른바 인사에서의 발탁과 좌천은 관선시대나 민선시대 모두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 잣대가 캠프에 기울어져 있다는 큰 의심이다. 10년, 20년은커녕 30년 가량이나 일한 공무원이 어느날 갑자기 캠프와 줄 닿는 공무원 상사, 또는 캠프출신 상사를 만난다. 게으르고, 실력없는 공무원이라면 좌천은커녕 퇴출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일생일대 비극은 정년까지 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청와대, 정부, 지자체 등 거의 모든 선출직 현장에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고위공무원은 이장 출신이 장관하는 분위기에서 승진 장관은 기대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일할 맛 안난다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열공 공시족들, 캠프족 넘볼라.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29 19:56

박항서와 박주봉

박항서 감독이 다시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던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준결승에 오르면서다. 베트남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도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정상권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 감독의 활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쓸 만큼 칭송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도 한때 잘 나갔던 지도자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만들 당시 그는 한국 대표팀 수석 코치였다. 월드컵 직후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메달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후 그는 변방으로 밀렸다. 상무 감독을 끝으로 한국리그를 떠난 후 지난해 베트남 감독을 맡아 한국에서 못다한 지도자로서 능력을 활짝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외국팀 한국인 지도자로 축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배드민턴에 전주 출신의 박주봉 감독이 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복식 은동메달 등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앞을 가로막은 곳이 일본팀이었다. 박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올핌픽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과 마찬가지로 박주봉 감독 역시 한국에서는 변방에 있었다. 서울 올림픽 시범경기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국제대회 72회 우승으로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으나 한국 배드민턴계는 그가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곁을 주지 않았다. 선수로서 화려한 꽃을 피운 박 감독이 일본에서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휩쓸던 박주봉 감독의 일본 국기를 가슴에 단 모습이 어쩐지 낯설다. 자의반타의반으로 한국을 떠난 두 지도자의 성공 신화가 흔연스럽지만은 않다. 고국과 고향이 이들을 품지 못한 것 같아서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8.28 18:13

소주방

소주방(燒廚房)은 조선 시대, 대궐 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을 말하는데, 지금부터 3년전 경복궁 소주방이 일반에 공개된 이래 큰 인기몰이를 하고있다.일제가 1915년에 헐었던 소주방을 100년 만에 복원했다. 소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고, 수라간은 음식을 차리는 곳으로 맡은 기능이 조금 달랐으나 요즘엔 둘다 같은 의미로 쓰인다. 왕의 밥상을 체험하는 수라간시식공감은 늦은 밤 경복궁 소주방에서 야경과 국악 공연을 즐기며 궁중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 총 122회를 운영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소주방이 언제부터인가 저렴한 술집을 의미하게 됐다. 소주방이나 갈까 이 말은 곧 가볍게 술 한잔 하자는 의미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엔 소주방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는 3인방을 흔히 소주방이라고 한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을 청와대 소주방이라고 한다는 거다. 현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면서 요즘 소주방이라는 말이 전혀 엉뚱한 줄임말이 된 것이다. 하기야 경제정책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음식을 만드는 곳인소주방과도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있다고 강조했고, 뒤이어 장하성 정책실장도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부여당쪽에서는 실행한 지 1년도 안돼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패러다임 전환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에서는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불가능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소주방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정책의 효과는 매우 지대하기에 발전방향을 어떻게 잡고 나갈지 지도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일례로, 수년전 KTX역을 어디로 결정할지를 둘러싸고 지도자들이 과연 심도있는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당시 끝냈어야 할 전북혁신도시역논란이 뒤늦게 오늘날 재현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수도권 완화를 위해 어제 혁신도시 시즌2 가동방침을 표방한 가운데 KTX와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전북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8.27 20:08

일자리 창출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평일에는 전주가 너무 조용하다. 고요하고 거룩하기 그지없다. 평일 밤 10시 이후에는 택시도 손님이 끊길 정도로 한가하다. 인구 65만의 도시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그 이유는 산업도시가 아닌 탓이 크지만 돈벌어 먹고 살기가 어려운 도시기 때문이다. 요즘 같으면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렇게 장사가 안된 때가 없었다고 한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폭염이 한달간 지속된 탓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측면이 많다. 전주는 소비도시지 생산도시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기업이 없다 보니까 생산유발효과가 별로 없다. 맞벌이 월급쟁이나 살기 편하고 좋은 도시다. 그에 반해 막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더 어렵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일자리가 있는 편이다. 워낙 음식점이 많아 여자들은 벗어 부치고 나서면 일자리는 구할 수 있다. 기술 없고 힘 없는 나이든 남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주유소 주유원이나 아파트 경비 단순노무직 등을 빼고 나면 거의 일자리가 없다. 자녀들한테 사업자금을 대줬다가 퇴직금까지 날린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의 우리 부모들은 자식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사랑하는 맘 때문에 노후자금으로 마련해둔 피 같은 돈도 줘 왔다. 사업이 어렵다고 손 벌리면 부모 입장에서 마냥 외면할 수 없어 빚가지 내서라도 도왔다. 하지만 맘 먹은대로 사업이 잘 안돼 하루 아침에 쪽박찬 사례도 있다. 주위 사람 체면 때문에 말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이 있다. 당장 한푼이라도 벌어야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편안했던 가정도 불화만 잦아진다. 예전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부부간에도 이 같은 희생정신이 약화돼 가고 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가장 역할을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아내가 나서서 억척스럽게 일해서 성공적인 가정을 일으켜 세운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부애가 약해서도 그렇지만 굳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 전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그래서 이혼율이 높다. 다 이유가 있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 일자리가 없어서 생긴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만 성과가 더디다. 도나 전주시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못내고 있다. 백세시대에 나이들어서도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벌건 대낮에 벤취에 앉아 소주나 마시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8.26 18:12

낯선 문화와 예술의 존재

북한의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월북문인의 해방이전 작품 공식해금조치가 있고서다. 이후 온전한 예술사 복원을 위한 북한 예술작품 연구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많은 예술작품이 우리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지만 남과 북이 가로 막힌 현실에서 북한의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제목만으로는 익숙해진 작품들이 있다. 피바다와 꽃 파는 처녀 같은 가극작품이다. 가극 중에서도 이들은 모두 혁명가극으로 분류된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기초하여 혁명적인 주제를 독창적인 표현방법으로 만들어낸 혁명가극은 음악과 춤, 연극 등을 모아낸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창극이나 악극,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사상계몽과 선전선동을 위해 예술성보다는 규모를 중시한다. 보통 한 작품에 2백 명 이상의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의식화된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켜 악덕지주나 외세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중음악과 군중무용이 서사시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인데, 극의 주요 부분에서는 단조로운 곡조를 계속 반복하는 절가,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방창이 동원된다. 이러한 음악형식은 종래 가극이 지닌 낡은 음악형식을 버리고 가극의 대중화와 통속화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혁명가극의 대표적인 표현 기법으로 꼽힌다. 가장 먼저 만들어져 혁명가극 창작의 모델이 된 피바다는 1936년 8월 만주 만강부락에서 만들었다는 혈해가 원제로 알려져 있는데 1971년 피바다 가극단에서 새롭게 제작해 초연한 이래 북한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공연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만 1천3백여 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했다. 이들 작품에 예술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예술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니 예술의 창작 주체도, 그 의미와 가치도 다를 수밖에 없다. 2005년, 평양에 갔을 때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아리랑을 보았다. 무대 배경이 되는 카드 섹션에만 5만 명, 매스게임에 2만 명 등 출연진이 10만 명이나 된다는 집체극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이 작품을 보기 위해 평양은 물론, 버스로 아리랑열차로 지방에서 올라온 수만 명 관람 인파는 충격이었다. 이질적이고 낮선 문화와 예술의 존재는 분단의 오랜 시간이 가져온 결과다. 80년대, 북한의 예술작품이 해금되면서 기대되었던 남과 북의 예술교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과제가 따로 없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23 20:02

옥탑방 정치

박원순 서울시장은 폭염으로 치닫던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살림을 차렸다. 박 시장은 역대 기록을 싹 엎을 만치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된 상황에서도 에어컨 없이 한 달을 지냈다. 편익시설이 잘 갖춰진 번듯한 관사를 두고 옥탑방 살이를 택한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을 전형적인정치쇼라고 폄하했다.취사시설이 없는 옥탑방에서 비서들이 가져다주는 밥을 먹고 어찌 제대로 된 옥탑방 취약계층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서울시장 3선의 박 시장이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굳이옥탑방 체험에 나선 것은 그저 서민 코스프레의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등의 말로 박 시장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쇼였다고 하더라도 박 시장의옥탑방 정치가 던진 화두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직접 옥탑방 살이에 나선 것만으로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박 시장은 옥탑방 살이를 끝내면서 강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강북의 생활기반시설 확충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수십 년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과 투자,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덧붙여서다. 이런 강북 구상을 내놓기 위한 잘 계산된 꼼수일지라도 직접 체험을 통해 나온 낙후지역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누가 쉽게 토를 달 것인가.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생활정치다. 자치단체장은 이벤트 없이도 늘 시민과 함께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단체장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현장과 괴리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 민선 7기가 시작됐으나 전북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서민들 속에서 뚜벅뚜벅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이벤트라도 벌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단체장이 있기나 한가. 지역 현안을 확 뚫을 전북 단체장의 시원한 정치쇼라도 보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8.22 21:10

줄서기

6년 전인 2012년은 태풍의 해였다. 8~9월에 무려 3개의 대형 태풍이 전북을 강타해 큰 피해를 입혔다. 2012년 8월25일부터 30일 사이에 잇따라 한반도를 덮친 1415호 태풍 덴빈과 볼라벤은 서해안을 통과하면서 6365억 원대 피해를 입혔다. 전북지역에서는 4명이 숨졌고, 각종 재산피해는 총1029억 원에 달했다. 볼라벤의 최대 풍속은 초당 47.7m로 역대 최대 풍속 기록한 매미의 60m에 근접했다. 이어 9월17일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전북지역 피해는 볼라벤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지리산 뱀사골에 350㎜가 넘는 등 전북 대부분 지역에 1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강풍은 10~20여㎧ 정도였다. 1000㏊ 정도의 농경지 침수, 몇 채의 주택과 축사 등의 침수파손 등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인명 등 큰 피해는 없었다. 이에 비해 산바가 직접 통과한 영남 지역 등의 피해는 컸다. 산바는 경남 남해에 상륙, 진주-포항-강원도 강릉-양양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제주도에 최고 863.5㎜의 비를 쏟아붓는 등 위험반경 내에서 400㎜를 넘나드는 폭우와 초속 40m에 달하는 강풍으로 통과지역 일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사망 2명, 이재민 3843명, 재산피해 3657억원 규모였다.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이 때문에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 지역에 강력한 바람과 폭우가 집중된다. 산바의 왼쪽에 위치해 위험반경에서 벗어나 있던 전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태풍이 서해안쪽 보다는 남부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향하거나 일본 쪽으로 향하면 전북은 태풍의 왼쪽에 놓이게 된다. 북상 중인 태풍은 제19호 태풍 솔릭, 제20호 태풍 시마론이다. 시마론보다 훨씬 강한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란 예보,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솔릭을 서쪽으로 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예보대로 솔릭이 서해상으로 북상, 충남 보령에 상륙하면 전북은 태풍 오른쪽에 놓이게 된다. 줄서기,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는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21 19:32

상전벽해(桑田碧海)

백제의 수도는 처음 위례성 이었으나 장수왕의 남진정책에 밀리면서 공주로, 마지막엔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멸망(660년)한 이후 무려 1300 여년간 잠들어있던 부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면적(624.6㎢) 면에서 서울시나 고창군, 무주군 등과 비슷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부여를 일컬어 상전벽해(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의 표본으로 꼽는다. 롯데그룹과 충청남도, 부여군이 함께 손을 잡고 거대한 프로그램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경주보문단지가 있다면, 서쪽에 백제문화단지가 있는데 2010년 완공된 백제문화단지는 8000억원 이상이 투자됐고 주변에는 이후 롯데리조트, 아웃렛 매장 등이 들어섰다. 백제문화단지 활성화를 위해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일대에 쇼핑, 레저, 문화가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롯데가 약 50만평, 충남도가 약 50만평, 총 100만평 규모의 이 단지에는 310개 규모의 호텔급 콘도를 비롯, 롯데아울렛, 골프장 등이 연일 성업중이다. 군 단위에 불과한 부여가 이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심대평, 이완구, 안희정으로 이어지는 역대 충남지사의 열정과 역대 부여 군수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공감 능력, 그리고 부여출신 정계거물 JP(김종필 전 총리)가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주민들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치열한 논쟁을 벌였으나,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일부 비판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소매상이 피해를 본다는 고정관념이 강했으나 이를 논리와 설득으로 넘어섰다. 2010년 롯데부여리조트를 필두로, 롯데스카이힐 부여CC, 롯데아울렛 부여점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지역경제는 크게 살아났다. 전통 문화유산을 숙박, 쇼핑시설 등과 연계시키면서 지역 부가가치 또한 크게 높아졌다. 롯데아울렛 부여점은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방문객의 9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주변 상가도 활기를 찾았고 지역민 고용에 따른 낙수효과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구 7만의 자치단체 부여는 오늘날 놀라울 정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부여군의 상전벽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부럽기만 하다. 지금은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8.20 21:53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