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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지사·교육감 선거운동, 헐뜯기 그만하라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선거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비방이나 인신공격, 폭로 등 선거전이 진흙탕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상대 후보 헐뜯기와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민선 역사상 처음으로 양자대결 구도가 뚜렷해진 도지사 선거는 물론 매수 의혹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교육감 선거전은 점입가경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공방은 선거에 식상한 도민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선거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 혐오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지역민의 삶과 지역교육에 밀착된 정책으로 당당히 경쟁했으면 한다. 1995년 민선 자치 이후 전북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답게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곧바로 도지사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현직 도지사인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양자 대결을 펼치면서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처음으로 선거다운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술자리 택시비 제공으로 제명되면서 이번 사태는 비롯되었다. 이 후보의 12·3 내란방조혐의 주장과 특검의 무혐의 결론, 안호영 의원의 선거 불복과 단식, 이 후보의 식사비 대납 사건과의 형평성 논란이 얽히면서 김 지사가 무소속으로 깃발을 든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바라는 정청래 대표의 개입설이 더해지면서 도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지도부가 전북에 화력을 집중해 ‘김관영 때리기’에 나서자 도민들은 지지와 반발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 중앙당의 내부 투쟁, 또는 대리전 양상을 띤 이번 선거는 전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과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맞선 교육감 선거는 갈수록 가관이다. 당초 7명의 후보에서 2명으로 구도가 단순해졌으나 표절 논란과 주요 보직 거래설 등이 폭로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언론인 금품 제공 의혹과 선거사무소 압수수색, 인터넷 언론과의 유착 등 서로 치고받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적이지 못한 저질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서로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다. 지금처럼 선거운동이 진행된다면 지역과 교육계가 둘로 쪼개져 반목과 분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금도(襟度)를 가졌으면 한다. 결국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 아닌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5 18:50

[사설] 제3금융중심지 지정, 이번에는 반드시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의 차원을 넘어선다. 전북의 미래 성장 기반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이다. 전북이 올해에는 반드시 금융중심지 지정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북은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악순환을 겪어왔다. 우수 인재들이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왔으며, 기존 산업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결국 전북이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전북의 금융중심지 추진은 단순히 다른 지역의 기능을 나눠 갖자는 논리가 아니다. 서울이 종합금융 중심지, 부산이 해양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면, 전북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한 ‘연기금·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미 전북혁신도시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이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적극 활용하고 키워나가야 할 전략적 기반이다. 단순한 지역 발전 논리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인 것이다. 최근 KB, 우리, 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전북에 거점을 마련을 추진하면서 금융 생태계 형성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는 지정 당위성만 강조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위원회의 지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전북의 정치권과 지자체, 경제계가 모든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이다. 물론 지정 이후에도 교통망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 국제 수준의 업무·생활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결국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게 될 전북도와 전주시는 무엇보다 이 문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다소 느슨해졌던 추진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정부를 설득할 전략과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전북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5 18:50

[오목대] 줄서기와 세 과시, ‘지지 선언’ 경쟁

‘선거판에 끼어들어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오면서 지역사회 각 단체들이 잇따라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후보 지지 선언을 통해서다. 선거 막바지, 접전을 벌이는 후보에게는 한 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럴 때 뭉치표를 흔들며 애써 조직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단체와 막판 여론몰이가 필요한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전북에서도 팽팽한 양자대결을 벌이고 있는 도지사·교육감 선거를 중심으로 지지 선언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와 문화예술계, 의료계, 종교계, 여성계, 각종 시민·직능단체까지 앞다퉈 마이크를 잡는다. 어느 단체가 어느 후보 편에 섰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교육 관련 단체뿐 아니라 노동단체, 지역 주민, 대학 동문회,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지역 중소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체성을 내려놓고 아예 ‘정치 조직’으로 변신하는 단체도 있다. 이들의 지지 선언문은 특정 후보를 추켜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판과 사퇴 요구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지보다 비난과 공격이 앞서는 양상이다. 후보의 입맛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메시지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의 공개 선언이 진영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사실상 후보 측의 조직 동원 경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효과다.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각 단체의 공개 발언이 순수한 민심의 표현인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조직형 공개 선언’에 유권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당 단체의 ‘정치적 줄서기’이자 후보 측의 조직력 과시·여론몰이로 읽히기 때문이다. 단체 내부의 문제도 있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몇몇이 밀어붙여 성사된 공개 선언이 내부 갈등을 불러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든 양측 모두 정치적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졌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런 경쟁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보다 오히려 냉소를 키우는 이유다. 여러 단체의 이런 의도된 행동이 선거 이후 해당 지자체 또는 교육청의 불합리한 결정, 이른바 봐주기식 처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줄서기식 지지 선언 경쟁은 선거를 정책 대결이 아닌 조직 동원 경쟁으로 왜곡시킨다. 이는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을 방해하고, 선거를 더 혼탁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은 속이 뻔히 보이는 선언이 아니라,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냉정하게 검증하고 비교해야 할 때다. 정말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면 각자의 판단으로 조용히 선택하면 될 일이다. 굳이 대중을 향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영혼 없는 목소리, 계산된 호소에 흔들릴 유권자는 없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5.25 18:50

[경제칼럼] 전북 AI 신산업의 미래, 공공조달 혁신이 마중물 되다

올해 초 전북특별자치도에는 AI 신산업과 관련된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월 새만금 부지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200MW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시티 등을 포함한 약 9조 원 규모의 단계적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이 거대한 민간 투자가 신산업의 펌프를 마련했다면, 조달청은 약 225조 원 규모의 공공구매력이라는 마중물을 부어 이 펌프를 힘차게 가동하고 있다. 대기업의 인프라 구축과 정부의 조달 정책이 전북의 미래 전략이라는 하나의 물줄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실증 및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센서로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 자율주행 장치, 제조 설비 등 현실의 장비를 직접 구동하는 고도화된 차세대 AI 시스템이다. 현재 전북의 AI 산업은 정부의 2026년 국비 766억 원 규모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전북자치도가 주도하는 2030년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실증·인프라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대학교 역시 ‘첨단분야 AI 제품응용기술 전문인력양성사업’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디스플레이, 메카노바이오헬스 중심의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인적․연구 기반을 조성하여 정부, 지자체, 지역대학이 단단한 삼위일체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공공조달은 이 인재들과 기술이 시장이라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첫 번째 통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초기 고객과 이를 검증할 실증 무대라는 실질적인 원동력 없이는 성장의 펌프질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하여 2026년 혁신제품 시범구매 예산은 전년 대비 58.6% 증가한 839억 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이 중 26%가 AI 제품에 배정됐다. 또한 조달청은 AI 소프트웨어를 다수공급자계약(MAS) 방식으로 전환하는 신규 공고를 통해 스타트업과 공급기업에도 참여 기회를 넓혔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전북의 청년 창업가와 AI 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 도전할 길이 넓어진 것이다. 관건은 민간의 펌프와 조달청의 마중물이 만든 기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새만금 AI 인프라 구축, 지자체의 현장 지원, 대학의 인재 확충, 그리고 조달청의 혁신 구매 채널이 긴밀하게 맞물려 끊임없이 수량을 공급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기업들이 실증 단지에서 기술을 검증받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제품 지정을 받거나 MAS 등록을 추진하며, 나아가 새만금 산업 생태계의 핵심 공급기업으로 성장하는 전주기적 물길을 설계해야 한다. 전북은 이미 스마트농업, 자율주행 농기계, 드론, 수소 산업 등 AI 융합 산업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지닌 지역이다. 여기에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미래 투자와 피지컬 AI 실증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결합된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AI 신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확실히 도약할 것이다. 공공조달은 단순한 구매 행정이 아니다.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AI 혁신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며 거대한 산업의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정책 핵심 엔진이다. 전북의 AI 기업들이 공공조달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마중물을 적극 활용해, 더 큰 시장이라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25 18:49

[문화마주보기] 기후 위기의 시대, 예술의 존재방식

기후 위기는 흔히 환경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나 오늘의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날씨나 탄소 배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과 에너지, 자원과 식량, 국경과 이주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활동이 생물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인류세’ 시대, 즉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고 증폭되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미술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가자 전쟁 이후의 갈등 속에서 일부 국제 미술계 인사들은 특정 국가관의 운영과 심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사퇴와 항의가 이어졌다. 작품의 미적 차원을 넘어 예술의 정치적 책임이 논쟁의 중심에 놓인 것이다. 이는 단지 국제정세의 반영만은 아니다. 기후 위기처럼 자원과 영토, 에너지 패권, 이동과 생존의 문제와 깊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아이스 워치(Ice Watch)》는 북극의 빙하를 도시로 옮겨와 기후 위기를 몸으로 체감하게 했다. 관람자는 손끝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을 통해 위기를 데이터가 아닌 감각으로 경험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빙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로 비판받기도 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또 다른 탄소를 배출하는 역설. 이는 한 작품의 모순을 넘어 인류세 시대 예술이 직면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최근 리움미술관에서 소개된 티노 세갈(Tino Sehgal)의 작업에 주목해보자. 세갈은 설치물이나 영상, 오브제도 없이 사람의 몸과 목소리,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소비 가능한 물질 대신 관계와 시간의 경험만이 남는다. 그의 작업은 예술이 반드시 더 많은 생산과 이동을 통해 존재해야 하는가를 되묻는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미술은 무엇을 더 만들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 생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기후 위기는 또한 이주의 문제로 연결된다. 가뭄과 해수면 상승, 전쟁과 식량 위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기후 난민’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기후 난민 역시 정치와 생태, 생존의 조건이 교차한 결과이다. 결국 기후 위기는 인간의 삶과 공동체,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까지 뒤흔드는 문제다. 전북의 현실도 이 거대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달라진 계절의 리듬, 불안정한 강우, 농업 환경의 변화는 이미 지역의 삶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익숙한 일상의 배경 정도로 받아들이곤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무엇을 더 생산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 만들고 어떻게 그리고 다르게 존재할 것인가에 있을지 모른다. 더 큰 설치와 더 많은 이동, 더 많은 소비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관계와 책임을 감각하게 하는 일 말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전북 도내 공립미술관들이 많은 것을 양산하는 전시 관행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덜 만들어내면서도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댄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반성과 실천만으로 예술이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생물이 왜 멸종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인지, 어떤 삶들이 이미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지를 외면하지 못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것이 인류세 시대 예술의 윤리이며, 오늘의 미술이 다시 질문해야 할 미술의 존재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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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5 18:49

[데스크창] 신항 개장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새만금항 신항(이하 신항)이 올해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산해수청은 오는 12월말 개장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 문제점 파악에 나서고 있고 현장에서는 항만 인입 도로와 접안 시설의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준비 상황을 보면 이대로 개장해도 될 지 의문이다. 신항의 관할구역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어수룩한 항만시설 조성과 막막한 물동량 확보 상황으로 항만 운영이 개장과 함께 장기간 삐걱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항만 시설 측면을 보면 무엇보다도 외곽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북서풍을 방어하는 방파제와 방파 호안만 건설돼 있을 뿐 강한 남서풍에 대비한 방파 호안은 구축돼 있지 않다. 강한 남서풍이 휘몰아칠 때 항내 정온도를 확보치 못해 안정적인 하역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항만시설과 정박중인 선박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부두는 기형적이다. 5만톤급 접안 시설의 야적장 폭이 400~500m여야 하나 200m에 그치고 있는데다 야적장 내에 창고까지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돼 도로 등을 제외하면 야적장의 제 역할 기대는 난망이다. 이름뿐인 5만톤급 부두다. 원활한 부두 운영을 지원하는 118만2000㎡(36만평)의 배후 부지는 민자로 계획돼 언제 조성될 지 기약조차 없고 접안시설의 마루 높이도 낮아 기상이변때 야적장내 화물 침수 피해마저 예상된다. 운영 측면은 더욱 가관이다. 항만 운영과 관련된 항만기본계획조차 없다. 항만 경비와 보안을 위한 경비 초소와 항만 출입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조차 확보돼 있지 않다. 신항의 운영 업무 추진을 위해 2026년까지 5명, 2027년까지 9명, 2030년까지 총 13명의 인력이 요청됐지만 올해 단 1명의 증원이 확정된 상태다. 특히 새만금 내부 개발의 부진으로 물동량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부두운영회사는 ‘물동량을 어떻게 확보하라는 말이냐‘ 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개장을 하려면 군산항의 물동량을 억지로 끌어와야 해 가뜩이나 어려운 군산항을 더욱 침체에 빠트리는 상황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아직까지 신항의 관할권 문제는 미해결상태다. 행정적인 인허가 기관이 공중에 붕 떠 있다. 오는 8월 행정안전부의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일단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자체간 갈등으로 항만내 건축 등 각종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 의문이다. 특히 부두운영회사인 가칭 새만금 신항(주)는 기업 결합이 미승인 상태인데다 승인후 설립될 SPC사가 창고와 운영동 신축 등 비관리청 항만공사를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 개장 연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이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올 연말 신항의 개장을 강행하려고 한다. 신항의 개장을 강행하면 항내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불안하고 물동량이 없어 개장과 함께 휴업에 들어가며 군산항과의 갈등만 야기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장을 외면한 전시. 탁상 행정의 표본이라는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높다. 다소 늦더라도 문제점을 최소화한 후 개장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안봉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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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6.05.25 18:49

[박벼농사의 법률이야기] 야속했던 안전띠, 기사님이 선물한 안전한 내일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안전띠 착용을 요청하더라고. 과식한 탓에 벨트가 불편할 것 같아 그냥 출발해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기사님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실 거면 죄송하지만 내려 달라’며 거절하더라고. 술기운에 기분이 상해서 ‘너무하신 것 아니냐’며 항의했는데, 기사님은 ‘손님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기사인 제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니 양해해 달라’며 거듭 하차를 요구해서 내렸는데, 지금까지도 기분이 별로네. 이거 승차 거부 아냐?”라며 억울해했습니다. 선배님, 기사님이 그렇게 단호하게 나온 데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0조에 따라 자동차 운전자는 승객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특히 2018년부터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동승자(뒷좌석 승객)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반대로 택시 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법률 및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운수종사자의 정당한 지시(안전벨트 착용 등)에 따르지 않는 승객에 대해서는 승차를 거부하거나 하차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즉, 기사님 입장에서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운행할 의무가 없는 것입니다. 나아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승객의 과실 비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기사는 승객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해 형사적·행정적 책임을 질 위험이 큽니다. 기사님에게는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과식과 술기운 탓에 안전띠가 야속하고 몸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법이 불편함보다 안전을 그토록 고집스럽게 우선하는 이유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어떤 불편함도 안전띠 미착용의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상황은 승차 거부로 신고하더라도 기사님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오히려 도로 위의 수많은 위험 속에서 법을 철저히 준수해 귀중한 생명을 지켜내려 했던 기사님의 고집이었던 셈입니다. 불쾌했던 오해를 거두고, 선배의 안전한 내일을 선물해 준 기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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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5 18:46

[사설] 6.3지방선거, 유권자의 냉철한 심판이 답이다

6·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21일 0시를 기해 열전 13일간의 막을 올렸다. 흔히 선거를 일컬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선거라는 장을 통해 민심이 하나로 모이고, 그 민심이 다시 지역 발전을 위한 단단한 토대가 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북지역에서 전개된 선거 과정은 선거의 이러한 순기능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전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유력 후보들이 지역을 살릴 정책과 공약, 실행 능력을 검증받기보다는 상대를 꺾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에 치우쳐 왔다. 김관영 후보의 내란 동조 의혹 제기 및 대리비 지급 논란, 이원택 후보의 음식점 식사비 대납 의혹, 그리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편파성 시비 등 낯뜨거운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비단 도지사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된 일부 인사들이 특정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면서, 정작 주인이어야 할 주민은 소외되고 입후보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는 “올 6.3지방선거가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혹평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나친 정치공학적 비방전은 도민들에게 깊은 피로감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결국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제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채 2주일도 되지 않는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을 멈추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으로 당당하게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후보자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역할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후보들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그 약속이 현실성이 있는지, 정책보다 네거티브에 더 몰두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선거를 외면하게 되면 결국 정치 수준은 더 낮아지고 주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수준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소모적 갈등의 선거가 아니라 전북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도민들의 관심과 준엄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1 18:23

[사설] 새 체육관 짓는 전주시, 프로구단 유치 총력을

전주시가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실내체육관을 짓고 있다.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로, 총사업비 652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8853㎡, 수용인원 6000명 규모로 조성 중이다.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1973년에 건립된 기존 실내체육관은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도민의 사랑을 받던 프로농구 명문구단 KCC이지스가 2023년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기면서 체육관 신축 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역 체육 인프라의 한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컸다. 새 체육관 건립은 이런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체육관만 새로 짓는다고 도시의 스포츠 경쟁력이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우고 활용하느냐다. 안정적인 프로스포츠 콘텐츠와 각종 대형 스포츠·문화 행사가 함께 어우러져야 시설의 존재가치도 살아난다. 전주시는 일찌감치 새로운 스포츠구단 유치계획을 세웠다. KCC 농구단이 떠난 이후 시민들의 동계스포츠 관람 기회를 되살리기 위해 프로스포츠 구단을 창단·운영할 모기업을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프로스포츠 구단 유치를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이제부터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다. 프로구단 유치는 단기간에 쉽게 성사될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모기업 확보와 연고지의 시장성, 경기장 인프라, 지자체 지원 체계,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더욱이 지방도시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기업 기반과 시장 규모에서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새 체육관 개관 시기에 맞춰 프로구단 유치 전략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새 체육관은 지역의 새로운 활력과 시민 자부심을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드웨어’ 구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다시 프로 스포츠의 열기를 누릴 수 있도록 전주시가 구단 유치 전략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1 18:22

[오목대] ‘모두의 대통령’ 이재명

지난 대선에서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60% 초중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여야의 정치적 공방 속에 지지율이 50%대 중후반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올해들어 다시 회복되면서 60% 후반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견고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정부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강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인사 리스크’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국정 운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40% 중후반의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영남과 호남, 정당을 차별하지 않고 오직 민생과 실용을 기준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결과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지만, 취임 이후 정파를 초월한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며 성과와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와는 파격적으로 손 잡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경기 평택을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남 후보를 영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내고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까지 맡았던 보수 성향 인사다. 12·3 내란 후 지난해 5월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광주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리와 능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재 영입이었다. 선거철 단골 메뉴인 ‘대통령 마케팅’은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6·3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민주당 후보 만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의 대통령’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국회 중앙홀에서 취임선서 뒤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만이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천명했고, 실천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민주당 정치인을 넘어 5200만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 능력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념과 진영보다 성과와 실용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6.3 지방선거는 전북의 미래를 성과와 실용으로 끌어나갈 능력있는 일꾼을 뽑는 축제다. 19만 민주당원이 아닌 172만 전북도민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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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5.21 18:22

[청춘예찬] 심는 자와 베는 자의 거리

여름이 서서히 깊어져 가는 무렵, 길을 걷다 문득 꽃향기가 파고들 때가 있다. 봄이 찬란하다면 여름은 아름다움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여름 장미가 담벼락을 에워싼 거리를 지나다 보면 하루하루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본격적인 뜨거움 속으로 향하는 요즘,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올해 또 어떤 재난이 찾아올지 덜컥 걱정이 앞선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내리쬐는 폭염, 새벽 내내 식지 않는 열대야, 무섭게 쏟아지는 장마와 순식간에 사방을 적시는 스콜성 폭우까지. 얼마만큼 더 더워질 수 있을지, 또 장마는 얼마나 더 길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매해 재난은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내가 자주 걷던 집 앞 길가와 산책길 천변은 점점 더 허허벌판이 되어간다. 2023년 3월부터 전주시는 앞장서서 수천 그루에 달하는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벌목해 왔다. 나무가 베어나간 그 자리에서 나는 자연의 빈자리를 피부로 느낀다. 나무가 만들어 주던 그늘도 없이 머리 위로 곧장 내리꽂히는 태양의 뜨거운 맛을 본다. 땡볕 위를 걷다 보면 금세 지치고 늘어진다. 이제 여름의 전주천은 더 이상 마음 편히 거닐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라진 것은 시민들의 그늘뿐만이 아니다. 초록빛 잎사귀를 흔들며 위로를 건네던 버드나무, 그 품에 깃들어 살던 전주천의 상징적인 생명체들도 한순간에 터전을 잃었다. 지난 수십 년간 시민과 지자체가 땀 흘려 가꾸어 쉬리와 수달이 돌아오게 만들었던 생태하천의 역사가 단 몇 줄의 행정 명령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연둣빛 새순으로 봄을 알리고, 한여름에는 쉼터를 내어주던 그 싱그러운 풍경이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신기루가 되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된 여름, 타 도시들은 바람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도시의 열섬현상을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전주시의 생태 관념과 기후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재해 예방과 하천 정비라는 해묵은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천변을 지켜온 버드나무들이 단 며칠 만에 밑동만 남긴 채 잘려 나갔다. 최소한의 솎아베기만 하겠다던 시민사회와의 상생 약속은 기습적인 모두베기 앞에 무력하게 깨어졌고, 하천 환경에 미치는 기초적인 조사나 정교한 데이터 분석조차 없이 성급하게 중장비가 밀려들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당장 내리쬐는 볕을 막아줄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모르는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비인가. 나무들이 서 있던 그 쓸쓸한 빈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비단 그늘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자연과 인간이 다정하게 공존하던 전주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우리는 통째로 빼앗겼다. 다가올 여름을 온전히 날 자신이 없다. 누군가는 지구를 살리겠다고 나무 한 그루를 정성껏 심고, 누군가는 행정 편의를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단 몇 초 만에 베어낸다. 심는 자와 베는 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왜 이토록 다른 방향으로 가는가. 생명을 품어 안는 자들이 미래의 가능성을 길러낸다. 잘려 나간 나무의 빈자리는 시리도록 뜨겁지만, 그늘을 빼앗긴 우리가 서로의 그늘이 되어줄 때, 전주의 여름은 다시 다정하게 만개할 것이다. 잘려 나간 전주시의 나무들을 기억하며, 다시 뜨거운 여름으로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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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1 18:22

[금요칼럼] 축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5월이 되면 대학가는 축제 열기로 들썩인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아이돌을 섭외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은 축제 비용으로 1억 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연예인 섭외비로 나간다고 한다. 한 팀당 수천만 원씩 출연료를 주고 아이돌을 부르는 것이다. SNS에는 매년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오르내리고, 어떤 대학이 어떤 아이돌을 섭외했는지가 화제가 된다.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축제의 ‘급’이 결정된다. 지난해 어떤 대학에서는 재학생과 아이돌 팬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축제 티켓이 암표로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학생회비에서 나가는 그 돈을 학생들의 학업이나 복지를 위해 쓰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장학금을 늘리거나 학습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고, 재학생 수로 나누면 1인당 몇 만원에 불과하니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평소 연예인 공연을 보기 어려운 지방 대학생들에게는 축제가 유일한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나도 축제 때가 되면 우리 학교 축제의 ‘라인업’을 학생들에게 물어 보고 실제로 몇 번 보러 간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비껴간다. 왜 우리나라의 축제는 유명 가수의 공연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가? 대학 축제만 뭐라고 할 수 없다. 수많은 지역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예외 없이 연예인 공연이 있다. 아니면 먹거리 장터다. 세계 3대 축제라고 부르는 축제의 핵심 행사가 무엇인지 떠올려 보면 쉽게 비교될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자발적인 축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축제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가 아니라, 관에서 또는 학생회에서 주관해서 ‘조성’한 축제이다. 위에서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프로그램을 짜면, 아래에서는 그것을 소비한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구경한다. 그러니 구경거리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모으려면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가장 확실한 볼거리는 유명 연예인이다. 진정한 축제라면 구성원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단합과 화합을 경험하는 것이 축제의 본래 의미다. 1980년대 운동권이 대학 축제를 ‘대동제’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크게 하나 되자는 의미에서였다. 물론 그때도 노상에 천막 치고 술을 판 ‘주막’이 핵심이긴 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직접 마당극을 만들고 민속놀이를 준비하고 노동자와 농민을 초청해 연대했다. 정치적 색채가 짙었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축제의 주체였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학생끼리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 동아리들의 공연, 학과별 체육대회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화려한 아이돌 공연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업체에 축제 진행을 통째로 맡기는 대학도 늘고 있다. 학생회 자체 역량만으로는 K팝 스타 섭외와 계약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1억이든 3억이든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그것이 의미 있다면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축제가 학생이나 주민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과 주민은 관객이 되어 구경하고, 진짜 주인공은 무대 위의 연예인이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SNS에 올린 아이돌 직캠 영상뿐이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거나, 함께 무언가를 이룬 경험이나, 공동체의식 같은 것은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축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아이돌 공연이 없어도, 먹거리 장터가 없어도 이 축제가 지속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축제의 주인이 학생이나 주민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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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1 18:22

[기고] 부모님 기억력 저하 걱정된다면, 증상 전 뇌 변화 살펴야

“요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또 하세요”, “아버지가 예전보다 깜빡하시는 게 늘었어요”, “기억력이 좀 떨어지신 것 같은데 나이 때문인가요”… 가정의 달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들고 외래를 찾는 보호자들이 부쩍 늘어난다. 평소 바빠 미뤄뒀던 부모님 건강을 5월이 되어서야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억력 변화의 원인을 보다 이른 시점에 확인하려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과 관련된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정상적으로도 소량 생성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며 염증 반응과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치매 증상이 뚜렷해지기 15-20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뇌 안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보다 이른 시점에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검사가 바로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이하 아밀로이드 PET)’이다. 아밀로이드 PET은 뇌 안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어 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안의 병리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억력 저하 환자에게 무조건 필요한 검사는 아니며, 인지기능 검사와 진료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치료를 넘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병리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여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질병조절치료제가 등장했다. 레카네맙은 이러한 치료제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을 통해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대상자를 정확히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치료 효과뿐 아니라 안전한 투약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투약 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치료 중에도 이상반응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가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감, 약물, 기저 질환, 수면 부족, 영양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자주 잊거나,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 대응하는 질환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뇌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이번 가정의 달이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를 세심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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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1 18:21

[세무 상담] 내년부터 가상화폐에도 세금이 과연 부과될까

여러 차례 연기되며 무성한 소문을 낳았던 가상자산(가상화폐) 과세가 오는 2027년 1월 1일 본격적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과세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에는 진짜 세금을 매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등 촘촘한 세원 포착망도 갖춰진 만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더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세금은 어떤 방식으로 매겨질까요? 핵심은 기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입니다. 월급이나 사업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오직 코인으로 번 돈에 대해서만 따로 떼어 세금을 물립니다. 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22%입니다. 1년간 코인 투자로 얻은 전체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이익이 연 250만 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세금이 부과됩니다. 예컨대 1년간 총 5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면, 기본 공제액 2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 원의 22%인 55만 원을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자진 납부해야 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올해 크게 잃고 내년에 복구하더라도 과거의 손실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금 계산은 매년 철저히 ‘리셋’됩니다. 이러한 코인 과세 시대를 앞두고 현명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부는 과세 도입 전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26년 12월 31일 당시의 시가와 실제 내가 산 가격 중 더 높은 금액을 최초의 원가(취득가액)로 인정해 주기로 했습니다. 즉, 과거에 싸게 사서 엄청난 평가이익이 난 코인을 2026년 말까지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가더라도, 2026년 말 가격까지의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거래소에서 매도 후 재매수를 반복하며 수수료를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 자산을 숨기면 세금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2027년부터는 전 세계 40여 개국 거래소의 한국인 자산 내역이 국세청으로 자동 통보되며, 정보 수집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세금은 아는 만큼 지킬 수 있습니다. 이제 막연한 두려움은 내려놓고, 2026년 한 해 동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합리적인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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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1 18:18

[사설] 막 오른 선거운동,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하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13일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거리마다 유세차가 들어서고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야흐로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의 시간’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개막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깊다. 그동안 전북지역 선거판이 보여준 행태가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고소·고발과 비방만 난무했기 때문이다. 우선 도지사·교육감 선거에서부터 정책대결과 멀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후보 간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맞고발이 주를 이루었다. 미래 먹거리나 청년 자립을 위한 촘촘한 각론 대신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구도로만 소비되며 도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전북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자리거래 의혹이나 과거 기고문에 대한 대필·표절 시비 등 정책 외적인 폭로전이 이어지며 교육 선거마저 진흙탕에 빠지게 했다. 전통적인 특정정당의 ‘텃밭 정서’에 기대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함에 빠진 후보들은 주민의 삶을 바꿀 정책 발굴을 게을리했다. 그 결과 공약집에는 중앙당의 거대담론이나 굵직한 슬로건만 복사해 붙여 넣은 수준의 선심성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공식선거운동에서 이제라도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과감히 멈추고, 실현 가능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거창한 토목개발이나 장밋빛 슬로건 대신, 당장 고물가에 신음하는 농어촌 주민들의 일상을 바꿀 생활 밀착형 복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도울 실질적인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등 전북 고유의 특성에 맞춘 각론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마땅하다. 혼탁한 선거판에 브레이크를 걸고 선거 분위기를 정책 대결로 전환할 주체는 유권자뿐이다. 근거 없는 비방과 선심성 공약은 과감히 거르고, 우리 시·군의 제한된 예산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냉정한 안목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오만을 버리고 도민의 삶 앞에 겸손하게 정책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향후 13일간의 레이스가 전북의 미래를 구하는 품격 있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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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5.20 18:16

[사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최우선 지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국가 산업단지’ 조성 정책은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다시 짜는 국가전략이다. 그 출발점은 당연히 새만금이어야 한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인 ‘RE100’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준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를 지향하며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온 새만금이 RE100 국가산단 조성의 최적지라는 점은 명확하다. 광활한 부지와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물류 인프라, 그리고 이차전지와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 집적 가능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정부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새만금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선포식 이후 비록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관련 인프라가 상당 부분 구축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출발선도 앞서 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새만금국가산단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로 지정돼 에너지 자립, RE100 산업단지 실현의 든든한 토대를 확보해놓았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에 대해서는 지자체는 물론, 전북도민의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 19일에는 전북애향본부와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산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RE100 산단 새만금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도민의 열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에서도 19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북 7대 광역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만금 RE100 선도 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RE100 산업단지 정책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상징성과 효율성을 잃는다면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선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최적지가 바로 새만금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대한민국 RE100 산단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국가 차원의 뒷받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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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5.20 18:16

[오목대] 블랙홀된 전북지사 선거전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과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260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2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있기에 평범한 이들도 바로 주위 이웃사람이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등록한 사람만 무려 451명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뒷얘기가 나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다. 단 하나의 선거, 즉 도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다시피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다. 평소 가장 이목을 끌기 마련인 시장군수 선거조차 관심권 밖으로 밀리는 느낌이며,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묻히는 분위기여서 후보나 캠프측이 발을 동동 구를정도라고 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민주당 계열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경합이 있었을뿐 제대로 된 본선이 없었던 전북에서 이처럼 본선이 뜨거운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전북지사 선거전은 대리비 지급, 식사비 대납의혹, 제명과 무소속 출마, 안호영 의원의 단식과 당 대표의 공정성 논란 등 메가톤급 이슈가 이어지면서 이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당에서 제명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현 지사간의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 결과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세 속에서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여론조사 결과 참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은 그간 전북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민주당 계열의 전북지사 후보는 후보가 몇명이 나오든 득표율이 최소60%대, 많으면 80%대에 이르는게 상식이었다. 지난 8번의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가장 격차가 적었던 것은 2006년 치러진 제4회 선거였다. 열린우리당 김완주 후보가 48.08%, 민주당 정균환 후보가 36. 53%를 얻으면서 그 격차가 11.55%에 불과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파로 민주당이 난파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균환 후보의 득표율은 매우 놀라운 수치였음에 틀림없다. 어쨋든 선거다운 선거 한번이 없었던 전북에서 시장, 군수도 아닌 도지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유권자 입장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유종근 전 지사가 재선하던 당시, 단독 후보로 나섰던게 전북의 실상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갖는 함의가 크다는 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향후 지역정치권은 물론, 중앙당 풍향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거다. 단순한 추인 절차에 불과했던 전북지사 선거전이 적어도 이번 만큼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되찾는것 같다. 그래서 블랙홀은 꼭 나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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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5.20 18:15

[의정단상] 민주주의 광장에 세워진 졸속 정치 조형물

민주주의의 광장이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 공간인 광화문이 선거를 앞둔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 22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는 ‘감사의 정원’이 개장했다. 지상부의 ‘감사의 빛’ 조형물과 지하 미디어 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나 지상부의 조형물이 광화문을 연병장처럼 만들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조형물은 시장이 직접 밝혔듯 ‘받들어총’형태의 6.25m 석재 조형물 23개로 구성됐으며, 이는 22개 참전국과 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고, 당초 22개 참전국의 석재를 모두 기증받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석재는 7개국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왜 하필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에 개장했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밝힌 ‘감사의 정원’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까닭인지, 앞서 밝혔듯이 조형물의 핵심 콘텐츠인 석재 기증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설치된 7개국을 제외하고, 5개국은 연내 추가 조성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나머지 10개국은 아직 기증하겠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7개의 조형물에는 기증한 나라의 국기와 명패, 설명 안내문 등이 함께 설치되어 있지만 15개의 기둥은 안내문 하나 없이 비어있는 상태다. 완성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준공식을 강행한 것이고, 이로 인해 선거용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소이다.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역사적 공간이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의 함성이 가득했던 곳이고, 촛불집회와 ‘빛의 혁명’을 통해 시민 주권의 힘을 보여준 곳이다. 그 한복판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대형 조형물을 급하게 설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불과 4~5km 거리에는 대한민국 전쟁사와 참전국 추모 기능을 이미 갖춘 용산 전쟁기념관 이 자리하고 있다. 감사와 추모라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공간적 맥락 측면에서도 용산 전쟁기념관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였을 것이다. 거대한 총기 형상의 조형물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단순히 ‘미관을 해친다’, ‘양갈비를 닮았다’는 평에 더해 일부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받들어총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왕과 동상과 한글 글자마당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세종대왕이 마치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간 연출이 단순히 이벤트성 혈세 낭비를 넘어, 시민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한복판에 군사적 상징물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빛의 혁명’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적 상징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광화문광장은 한 정치인의 치적을 과시하는 전시장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투영된 공간이 돼선 안 된다.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시민 모두의 가치를 담는 열린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을 차기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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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5

[타향에서] 초과이익 차지하기의 관계경영학

지금 이 시점의 최고 화두는 ‘초과이익 나눠먹기’가 아닐까 싶다. 반도체 분야의 호황으로 한 회사가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하여 주체를 못 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기 몫을 더 챙기겠다고 피투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도 자기들도 역할이 있었으니 자기들 몫을 내놓으리고 한다. 이에 더하여 최고 정책처인 청와대 고위관리도 국민들에게도 나누어주자고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것을 제도화하라고 한다. 노조는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18일간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300조원이 예상되는데,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에게 호황기에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면 불황기에는 월급을 삭감할 것이냐고 묻자, “이미 불황 때 조금 받거나 안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적게 받거나 안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임원들은 우리가 0% 받을 때 3880억원 규모의 성과급(이에 대해 회사는 실적과 관련 없이 임원이 된 3년 후 받는 중장기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을 나눠 가졌다. 직원들은 희생하는데 임원들은 희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조정 결렬 이유를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기반 인센티브 제도화 및 투명화를 요구하는데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업을 하면 최대 100조원 정도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사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도록 중재하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금년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7%의 호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신기루이다. 반도체는 경기변동의 사이클이 잤다. 호황과 불황이 짧은 기간으로 변동한다. 경제학에선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말한다. 이 3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낸다. 성과가 발생하면 3요소에 적절하게 배분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의 고용 형태를 보면, 법에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익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들의 급여는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주나 자본가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배당을 받지 못한다. 특정 회사 형태의 경우에는 자본금의 몇 배까지도 배상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매년 노사가 체결하는 급여 계약 이외의 경영 성과는 회사의 몫이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6~7%나 되는 엄청난 돈을 1년 성과급으로 받겠다고 하는데 대해 고운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1인당 7억원이 넘는 액수라고 하니 소시민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큰돈이다. 그것도 전체 생산라인을 18일 동안이나 멈춰 세워 100조원의 손실을 볼모로 하는 것은 불로 날아드는 부나방과 같은 짓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지 않은 것은 반도체 부문의 선방 때문임을 잘 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분규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여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 지원하여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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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5

[기고] 새만금 행정통합,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두 도시,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남부의 로스앤젤레스는 프로야구·농구·미식축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팀을 보유하며, 지역 라이벌 의식만큼이나 도시 발전의 궤적도 뚜렷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담스(New York Gothams)로 출발해 1886년 뉴욕 자이언츠로 개칭한 뒤,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8회. LA 다저스 역시 같은 해인 1883년 브루클린에서 창단되어 1958년 LA로 이전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9회를 자랑한다. 두 팀은 역사의 뿌리도, 이전 시기도 똑같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매 시즌을 불태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팀의 승패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만(灣) 일대의 도시들이 걸어온 광역 협치(廣域 協治)의 경험이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프리몬트·헤이워드·버클리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자치단체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망이 뻗어나가고 교외 주거지가 급팽창하면서,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더 이상 한 도시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1961년, 지역 공통 현안을 광역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캘리포니아 최초의 지방정부협의회인 ABAG(Association of Bay Area Governments, 베이 지역 정부 연합)를 결성했다. ABAG는 출범 이후 주택·교통·경제개발·환경 등 광역 현안을 꾸준히 다뤄왔으며, 1970년에는 베이 지역 최초의 종합 광역계획인 「지역계획 1970~1990」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약 4년의 작업 끝에 2만여 명의 주민 의견을 반영한 「Plan Bay Area 2050」을 채택했다. 주택·교통·경제·환경 4개 분야에 걸친 35개 전략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비전으로, 2050년까지 영구 저렴주택 100만 호 공급, 저소득층 대중교통 요금 개혁, 일자리 훈련 및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강제력 없이도 101개 도시와 9개 카운티를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60년 넘게 광역계획을 이어온 것, 그것이 ABAG의 가장 큰 성취다. 새만금 권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은 광활한 방조제 안쪽에 대규모 호소(湖沼)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수변도시·산업단지·연구단지·관광단지·농업용지·공항·철도·항만이 층층이 포진해 있다. 기존의 군산·김제·부안 세 자치단체가 권역을 에워싼 채 각자의 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성 중인 새만금수변도시(인구 4만여 명 규모)는 그 틈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네 주체를 단번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주민 공감대와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험은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장기 과제로 두되, 우선은 군산·김제·부안과 수변도시가 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현안부터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도시계획, 환경 관리, 산업 기반 조성 같은 과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시간을 두고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한 가정을 꾸리듯이, 새만금 행정통합 역시 신뢰와 협력의 축적 위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합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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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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