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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판소리의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추진해온 '판소리 째즈화(약칭 판째)' 음반이 완성돼 문화예술인 등에게 보급된다. 전북도와 음반 제작사인 신나라뮤직(주)이 공동으로 제작한 판째는 판소리 다섯바탕중 주요 대목을 재즈로 편곡, 70분짜리 음반으로 만들었다.지난 1월 기획에 들어가 6개월만에 완성된 음반은 총 4천2백여만원의 사업비(도비 1천만원, 음반사 3천2백여만원)가 투입돼 2천개가 제작됐다. 신나라음반 정문교사장과 이태규상무, 판소리 자문을 맡은 최동현교수는 30일 강현욱도지사를 예방, 전북도에 제작 음반을 전달했다.세계 음악계의 흐름인 빠른 템포와 동서양의 공통 감성을 아우르게 편곡된 판째는 전북도립창극단 단원인 장문희씨 등 20대 젊은 소리꾼 5명과 미국의 재즈 연주자인 이안 라쉬킨(Ian Rashkin)이 가수 및 연주자로 참여했다. 판소리 음반 표지는 판소리와 전북을 상징하는 합죽선과 신명이, 북 등이 디자인 됐다.도는 이번 판소리 재즈 음반이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하고, 소리의 본고장으로서 전북의 이미지 구축 및 판소리의 문화관광상품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석대학교와 전북단소교육진흥회(회장 문정일·우석대 교수)가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우석대 예술관 음악당에서 무료 단소 강습회를 마련했다.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강습회는 국악개론·단소취법·운지법·악보 보는 법·동요 실기·민요 실기·영상회상 실기·별곡 실기·경풍년·헌천수·청성자진한잎 등 단소에 대한 기초이론부터 독주곡 연주법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단소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접수 및 문의는 우석대 국악과 063-290-1618.
한국소리문화의 전당(대표 이인권)이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독주회 페스티벌'을 기획, 프로그램에 참가할 작곡가와 연주자를 모집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연주자 및 기성연주자에게 독주회(독창·작곡발표) 기회를 제공,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취지다. 참가부문은 기악·성악·작곡이며, 현직 대학교수를 제외하고 전북출신이나 전북을 주요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가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 배부와 접수는 15일부터 30일까지이며, 심사결과는 8월 10일 발표된다. 연주는 9월부터 4개월 동안 10회 내외로 예정돼 있으며, 소리전당은 공연장 무료임대와 홍보업무를 담당한다. 문의 063-270-7836(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전시기획팀)
전주전통문화센터의 7월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동편제 판소리를 원형에 가깝게 지켜오고 있는 이난초 명창(46·남원시립국악단 지도위원)과 문하생 8명의 무대다(매주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경업당). 1992년 남원 전국판소리명창대회에서 당시 최연소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오른 이명창은 쇠망치로 내려치듯 시원함이 느껴지는 소리로 진행속도가 경쾌하고 끝마침이 명확하다. 통성과 철성을 겸비해 상청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남성적인 동편소리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 전남 해남출신으로 20년 전 남원에 정착, 동편제의 5대손(송흥록 - 송광록 - 송우룡 - 송만갑 - 김정문 - 강도근)인 강도근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5바탕을,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춘향가를, 안숙선 명창으로부터 심청가를 사사했다. 강도근 명창의 전수관을 이어받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남원시립국악단과 남원정보국악고등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흥보가·수궁가·춘향가 등 판소리 세 바탕을 골고루 들려주는 이번 무대는 강도근·성우향바디로 꾸며진다. 흥보가는 이복순(40·광주시립국악단원, 2일)·주양자(53, 6일)씨가, 수궁가는 9일과 13일 남원시립국악단원인 고현미씨(35)와 임현빈씨(30)가 각각 초앞과 범피중류를 들려준다. 16일 이명창의 옥중가로 시작되는 춘향가는 20일 조선하씨(23·목원대 한국음악과 재학)와 23일 김현주씨(34·남원민속국악원 성악부 단원), 27일 전지혜씨(22·전남대 국악과 재학), 30일 김윤선씨(23·전남대 국악과 재학)가 이별가·십장가·사랑가로 바통을 잇는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류장영 단장이 해설을, 도립국악원 고수반 권혁대 교수와 임현빈씨가 고수로 함께 한다. 문의 063)280-7006∼7(문화사업팀)
딱딱한 클래식 음악회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마리 작은 새. 발상의 전환, 클래식은 쉽고도 즐겁다!저서 '나는 작은새 금난새'를 펴내기도 한 지휘자 금난새씨(57·경희대 교수)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주를 찾는다. 3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금난새와 함께하는 가족음악회'.클래식에 재미난 해설을 곁들이고,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들여 지휘봉을 넘기기도 한다. 연주할 곡목을 미리 알리지 않고 깜짝 음악회를 연출하는 등 '파격적인 음악회'는 금씨만의 능력. 이번 음악회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닮은 드보르작 ' 현을 위한 세레나데 E장조 Op.22'와 재미있는 동물 농장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한다. 현만을 사용하여 침착하고 부드러운 울림이 있는 드보르작 곡과 변칙적인 악기 편성으로 위트가 있는 생상의 곡이 가족간의 즐거운 시간을 선물한다. 미래가 보장된 KBS 교향악단 지휘자를 박차고 나와 금씨가 창단한 유라시안 필하모닉은 2000년부터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 연평균 8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6명의 단원을 한꺼번에 뽑아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상태다.
서울과 대전, 전남 목포의 예술인들이 8일과 9일, 15일 3일 동안 부안에서 마당극 놀이판을 벌인다. 한국민족극운동협회(이사장 채희완)가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 5개 지역을 돌며 펼치는 '찾아가는 마당극 큰잔치'의 첫 번째 마당이다. 한국민족극운동협회가 전북에서 정식으로 공연일정을 계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 17년째 전국을 돌며 민족극한마당 행사를 열고 있고, 산하 34개의 회원단체가 활동하는 등 왕성하게 민중문화를 알려나가고 있지만, 전북지역 단체들의 참여가 없어 좀처럼 인연을 맺기 어려웠다. 협회 회원단체들이 지난해부터 부안 집회현장에서 간헐적인 공연을 펼쳐온 것이 인연의 끈. 핵폐기장 건립 반대운동이 진행 중인 부안에서 반대운동의 1주년인 8일 시작될 이번 공연 주제는 환경이다. 서울 놀이패 한두레와 서울극단 현장, 대전 민족예술단 우금치, 목포 극단 갯돌 등 4개 단체가 마당극 공연과 마을굿, 민중가수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로 찬반논리로 지친 군민들을 위로한다. 1974년 한국 최초의 창작 마당극 '소리굿 아구'에서 올해 '밥꽃수레'까지 한국 마당극의 역사와 함께 해온 놀이패 한두레의 '소리 없는 만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1993년 초연 이후 국내 공연 뿐 아니라 일본 초청공연으로 일본인의 양심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문광부 전통연희극 개발 공모 당선작품인 극단 현장의 마당극 '다시 온 취발이'는 고유의 전통연희양식인 탈춤의 등장인물과 기본 줄거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현대사회와 신용카드 남용, 성 상품화, 부패한 권력 등을 풍자한 '가족 마당극'이다.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북어가 끊이는 해장국'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성별에 의해 그어진 선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 각기 다른 성격과 인생관을 가진 부부 세 쌍(여섯 명의 남녀)의 일상을 마당으로 옮겨, 흥겨운 풍물가락과 춤을 통해 치열하게 풀어낸다. 관객을 적극적으로 무대에 끌어들이는 관객참여프로그램이다. 극단 갯돌은 '버터플라이'와 '염쟁이 유씨' 두 편의 작품을 올린다. 나비나라의 까망이·호랑이·무지개·노랑이, 색깔나라의 흑동자 등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버터플라이'는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놀이마당. 가족들이 함께 하면 더 없이 즐거운 무대. '염쟁이 유씨'는 1인극이다.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한 유씨가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과정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사연을 전한다. 지역 문화 활성화와 예술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민극협 산하 12개 단체의 작품이 참여하며, 8일 부안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충북 영동, 경남 창원, 경남 진주 등에서 4개월 간 20회 공연된다. 문의 02)2278-5818 http://www.hanmadang.org 8일 오전 10시 30분/부안성당/버터플라이/극단 갯돌8일 오후 7시/부안수협 부근/염쟁이 유씨/극단 갯돌9일 오후 7시/부안수협 부근/북어가 끓이는 해장국/민족예술단 우금치9일 오후 9시/부안수협 부근/소리없는 만가/놀이패 한두레15일 시간은 미정/부안수협 부근/다시 온 취발이/극단 현장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 초대된 조각가 강용면씨(47)가 다음달 13일까지 아홉번째 개인전 '대중조각(大衆彫刻)'을 열고있다. "가는 구리선으로 형체를 만들고 색색의 모자이크 조각을 걸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소개하는 모자이크된 동판은 빛을 수용해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내지요. 전통적인 한국의 정신을 찾는 것은 여전하지만, 단지 방법이 현대적으로 바뀐 것이지요.”오방색으로 물든 조각 작업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탐구해 온 작가는 '동'이라는 새로운 물성을 주목, 새로운 조형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대중조각'. 사람 얼굴 1천6백개를 새겨넣은 나무 조각을 높게 쌓는 등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있다. 닭과 양, 새와 같은 오방색으로 생명력 넘치는 조각들도 함께 전시된다.
지난 17일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첫 선을 보여 호평 받은 창작음악극'善歌者, 황진이'가 오는 1일 오후 7시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두 번째 공연을 올린다. 정가는 양반들이 즐겼던 상류 문화. 민초들이 즐겼던 판소리와 대비된다. 정가에 대사와 연기를 더해 가극으로 만든 이 음악극은 국립국악원이 '전통문화 재창조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 '느리디 느린 가운데 나름의 맛이 있는 무대'로 평가받았다. 전통가곡·가사·시조 등 정가 특유의 어법인 '느림의 미학'으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정가에 귀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유장한 노랫가락에 90분 내내 심취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명기(名妓) 황진이를 통해 조선 선비들의 풍류문화를 돌아보는 정갈하고 기품 있는 무대가 공연의 주요 흐름. 모두 11장으로 구성된 극은 황진이가 서경덕을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하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경덕의 죽음 이후 황진이가 지음(知音)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끝없는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보유자인 김영기씨와 가곡 보유자 후보 이동규씨(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 박문규·이정규·조일하·김병오·문현·이준아·황숙경씨 등 가곡·가사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모두 출연하며 국립국악원 연주단과 무용단이 함께 한다. 가곡 전공자가 전국에서 30여명에 불과하니, 거의 모든 가객들이 이번 공연에 총출동한 셈이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가 원안을 제공했고, 배재대 조태준 교수가 대본작업을 했다. 경기도립국악관현악단 이준호 예술감독이 작곡과 지휘를 맡았고, 안무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김영희 예술감독이 이끌었다.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석만 교수. 전석 초대. 문의 063)620-2326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손대중으로 넣은 양념에 매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듯이, 같은 사람이 같은 대사로 열 세 번의 공연을 해도 늘 새로운 맛과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있다. 지난 26일부터 전주창작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창작극회의 제109회 정기공연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연출 홍석찬·작 최치언). 13명의 배우들이 다섯 번째 공식 무대를 올렸던 지난 28일. 이 날 공연은 4일 전 시연회(24일 오후 8시)의 난처함과 뻑뻑함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있었다. 주인공 박규현씨(29·연두식 역)는 다양한 표정연기가 인상적이었고, '특별한 성(性)'을 가진 필연남으로 열연한 중견배우 조민철씨(44)도 시연회의 쑥스러움은 찾을 수 없었다. '밤비∼'로 신고식을 치른 기형서(44·시인1 역) 송명옥(22·시인2 역) 최항(20·대답남 역)씨는 새내기 틀을 벗진 못했지만, 무대에서 충분히 자유로웠다. 비 내리는 밤 영동교를 찾았다가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시인, 연두식의 꼬일 대로 꼬인 기막힌 하루. 교묘하게 얽히고 설킨 주변인들의 일상과 일상의 파괴.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거나 뜬금없이 포복절도하게 하는 대사들과 객석에서 혀를 찰 만큼 사실적인 폭력. 영동교 장면들을 영상으로 처리해 연극을 보며 단편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50대부터 20대까지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것도 큰 매력이다. 블랙코미디·부조리극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이 주최한 제1회 우진창작상 희곡현상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일상어의 무차별적인 사용, 상황과 상황의 쌍방향 진행, 충돌하고 비틀거리는 장면 등 작가의 문체와 구성력은 극의 가치를 더했다. 그러나 관객의 표정을 보며, 질을 따질 겨를 없이 마치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는 연극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서운하다. 무분별한 고성과 욕설의 과장된 사용, 억지스런 말장난도 한번쯤 되짚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욕심 많은 제작진이 움켜쥐고 있는 일부 장면과 대사들이 곁가지처럼 느껴져 극이 다소 산만하고 늘어지는 것도 좀 아쉽다. 대중적 요소와 재미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커다란 줄거리를 놓친 것은 아닌가, 싶다. 소통의 부재를 거론하는 이 작품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제작진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재미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연두식, 필연남, 소외남, 우산 없는 남자, 주연미, 시인, 질문하는 남자, 검은 바바리남자씨, 노랑바바리여자씨, 대답남, 미아리파 부두목 등 독특한 캐릭터들은 다음달 4일까지 무대에 오른다(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 4시·7시). 문의 063)282-1810
한국화라는 공통된 범주 안에서 다른 성격의 작품 세계를 선보여 온 중견작가 예원예술대 이재승(50) 이철규 교수(43)가 대전 오원갤러리에 초대됐다.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2인 초대전 '이재승·이철규 전'. 수묵 담채로 먹의 깊은 색들을 차례로 찾아내는 이재승 교수는 연꽃과 오리가 등장하는 문인화풍 수묵화로 팍팍한 세상살이에 여유로움과 유머를 주는 작품을 내보인다. 단순한 운필을 사용, 간결한 이미지 안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채색이 강해지고 반추상이 유행하고 있는 근래 한국화를 대변하는 이철규 교수는 옛날로의 회상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회귀와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짚어낸다. 수묵과 채색, 평면과 입체, 형식과 내용의 대비가 특징이다. 두 교수의 표현 방식은 분명 또렷하게 구분되지만, 그들의 화폭은 모두 그리움이 지배한다. 구례 산동을 마음의 고향으로 두고있는 이재승 교수는 '산동의 봄' 연작으로, 전통과 현대를 대비시킨 이철규 교수는 '옛날에는... 이야기' 연작으로 강한 향수와 그리움을 전한다.
요즘 정서로 보면 흥부는 로또 당첨자에 비유된다. 가난하게 살던 흥부가 제비의 도움으로 부자가 된다는 설화적 상상만으로도 부러운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가 3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오른다. 도립국악원의 서른 여덟 번째 정기공연작품인 창극 '흥부전'(연출 류경호). 단막창극이 아니라 흥부전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본격적인 창극 무대다. '박타는 흥부'와 '배아픈 놀부'를 기점으로 극을 나눠 모두 2막 9장으로 구성됐다. 뻔히 아는 줄거리를 전해주기보다 박초월제 흥부가를 토대로 중요한 소리대목을 살려, 판소리 본래의 맛을 충분히 살린다는 의도. 극은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창극 본원의 멋과 맛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박초월제 흥부가는 '놀부 박타는 대목'이 없지만, 이번 창극은 지난해 송년음악회에서 단막창극으로 보여준 '놀부 박타는 날' 대목을 넣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창극단장인 전정민씨가 작창을 맡았고, 관현악단장인 류장영씨가 음악감독을, 무용단 부단장인 이화진씨가 안무를 맡았다. '비가비명창 권삼득'(2002·연출 김정수)에서 각각 권삼득의 중년이후와 청년기 역을 맡았던 송재영·김경호씨가 놀부와 흥부로 호흡을 맞췄고, 김공주씨와 장문희씨가 놀부처와 흥부처로 등장한다. 도립국악원 창극 무대의 감초 격인 고양곤씨는 특유의 입담을 살려 마당쇠로 출연한다. 권오춘·이덕형씨 등 중견 연극인들이 가세하는 것도 흥미롭다. "살림살이의 궁핍을 면해보려는 소시민들의 삶의 방식에 교훈을 전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류경호 연출은 "이 공연은 재미와 풍자, 애환과 승리의 기쁨을 보여주지만 밑바탕에 드리워진 주제는 인간성의 회복”이라고 소개했다. 문의 063)254-2391
생명력 넘치는 들꽃들이 작가의 손 끝에서 피어났다. 김동영씨(44·김제 덕암중 교사)의 첫 개인전 '들꽃의 향연'이 다음달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연스레 자연과 표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됐어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꽃의 생명력으로 연결시키고 싶었습니다.”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30여점.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출해낸 그는 강한 색채감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들꽃의 모습을 화려하게 표현하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공백기간을 가진 후 미술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그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림에 대한 욕구와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는 김씨의 다음 작업은 나무. 자연의 형태를 비구상으로 표현할 생각이다.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 벽골미술대전운영위원·김제미협 서양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도 전시된다.
수묵의 세계가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다채로운 넓이로 펼쳐진다. 다음달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묵회전. 원광대 한국화과 동문들이 만난 스물세번째 정기전이다. 작가의 목소리를 따른 강한 색과 표현이 현대 한국화의 흐름이지만, 원묵회전은 전통산수부터 추상계열까지 폭넓은 한국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풍경, 정물, 누드 드로잉, 인물 등 작가들이 주목한 것들은 모두 다르지만, 한국인의 정서는 모든 작품의 바탕에서 흐르고 있다. 명예회원으로 추대된 현림 정승섭 교수는 작품 '忍苦의 歲月'로 그동안 천착해 온 전통한국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4년 전 정교수의 회갑전에 맞춰 원묵회가 선물한 백납병전도 함께 전시돼 배움의 길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 간의 두터운 신뢰와 정을 느낄 수 있다. "원묵회전 참여작가가 30명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창작활동이 힘들어졌다는 느낄 수 있었다”는 이순구 회장은 "회원 모두 전통과 실력이 있는 미술대학의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시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모색을 고민해온 원묵회의 창작열정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왕실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궁중자수가 젊은 자수공예가의 손끝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다음달 4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미진씨(30)의 첫 개인전 '가슴으로 놓은 그림, 자수'."잎사귀 숫자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지는 우리나라 문양처럼 작품마다 많이 고민하고 정성을 다하고 싶습니다.”조소를 배우던 중에 자수에 매력을 느껴 진로를 바꿨다는 조씨는 열아홉살이란 이른 나이부터 궁중자수 전수에 전념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궁중자수가 스며드는 것이 그의 바람. 이번 전시에도 골무·주머니·보자기·손거울·머리 장신구 등 궁중자수의 품격이 느껴지는 소품 80점을 내놓았다.정갈하게 놓아진 자수와 꼼꼼한 바느질까지 특수침선으로 작품을 직접 마무리하는 것은 조씨의 열정때문이다. 그는 전통 복원과 함께 현대공예를 조화롭게 응용하고 싶다고 했다. 수자수 경기지방무형문화재 신상순씨와 낭간 선생을 사사한 조씨는 현재 섬유공방 '美'를 운영하고 있다.△ 진포 벚꽃 전국사진촬영대회 작품전 26일부터 29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 사진협회군산지부 주최. 011-689-2101 △ 차이-형형색색다음달 1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강용면 엄혁용 채우승 차현주 최춘근(조각설치) 도병락 조병철 조헌 장호씨(회화) 등 현대미술과 흐름을 같이하는 작가들이 초대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 현대미술 다시읽기' 프로젝트 첫 기획전. 063) 270-7800△ 김정대 개인전30일까지 익산 현대갤러리. 서양화가 김정대씨의 두번째 개인전. 면과 선이 만나 조화를 이룬 작가의 조형언어가 독특한 전시다. △ 전라북도 역사문물전 Ⅴ-군산전8월 8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군산지역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 등 군산의 정체성을 '땅' '사람' '문화' '수탈과 저항' 등 4부로 구성했다. 전북학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립전주박물관이 1999년부터 기획해온 전시다. 063) 220-1021
소리꾼 이은아씨(35)가 '더늠'(회장 권혁대)이 한달 동안 마련한 '해설이 있는 판소리'의 마지막 바통을 잇는다(29일 7시 30분 전통문화센터 경업당). 이번 무대는 6월에 참가한 9명의 소리꾼 중 유일하게 더늠이 '발굴'한 소리꾼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1993년부터 1년간 도립국악원 창극단에서 활동했던 이씨는 결혼 후 소리꾼의 길을 중단, 더늠 활동을 계기로 다시 꿈을 키웠다. 지난 3월과 4월 전주 객사와 엔떼피아 무대에서 거리공연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지만 공식무대에 서는 것은 10년만이다. 강도근씨에게 흥보가와 수궁가를, 최승희씨에게 춘향가를 사사한 이씨는 올해부터 전정민씨에게 흥보가를 사사하고 있다. 박초월제 흥보가의 초앞 대목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늠 회원인 이수홍씨(68)는 "이씨의 소리는 소리구성이 맑고 호소력이 깊어 신금을 울리는 소리”라며 "충분히 만족스런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북대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우석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이씨는 전주진북초등학교와 정읍칠보중학교 국악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의 063)280-7000△ 6월의 수채화25일 오후 7시30분 삼천문화의집. 전주 삼천문화의집의 포크음악과 함께 하는 테마콘서트. 가족, 이웃과 함께 참여하는 열린 음악회. 063-224-3088△ 한벽, 젊은 소리26일과 27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예술단의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산조, 한국무용, 판소리, 민요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공연. 063-280-7042△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26일부터 7월 4일까지 주중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7시 전주창작소극장.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 마당극풍으로 연극의 묘미를 살린 블랙 코미디. 063-282-1810 △ 독일 하이델베르그 쳄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6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 1960년 음악 예술감독 클라우스 프라이스 (Prof. Klaus Preis)교수에 주도하에 전문 음악가들에 의해 창단된 오케스트라. 011-680-6575 △ 무지카 까메라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29일 오후 7시 30분 전북예술회관. 지휘 이일구. 42인조 밴드가 들려주는 악기의 향연. 016-658-6986△ 창극 흥부전30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 도립국악원 창극단(단장 전정민) 정기공연. 전국연극제에서 연출상을 두 차례 수상한 류경호씨가 연출을 맡아 더 새로운 무대가 기대된다. 063-254-2391
한영숙류 승무 이수자로 한영숙 선생의 춤사위를 이어온 우석대 김경주 교수가 현역 무용가들을 대상으로 한영숙류 태평무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태평무는 근대 춤의 대부인 한성준옹이 경기도당굿 장단에 맞춰 만든 춤. 한영숙과 강선영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특히 한영숙류의 춤장단은 15박의 느린 푸살장단으로 시작해 봉등채, 터벌림, 올림채, 넘김채, 몰이 발뻐드래, 겹마치기, 도살풀이, 자진모리(덩더궁이)로 끝이 난다. 조선의 백자에 비유되는 한영숙의 춤은 고도의 절제미와 여백미가 특징이다.김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자미수현현무용단 단원들과 함께 한국무용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마련한 이번 강좌는 26일과 27일, 7월 4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우석대 무용관 한국무용실에서 열린다. 신청은 26일까지. 문의 063)253-3457(전주서신무용예술원)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하이델베르그 챔버 오케스트라(지휘 크라우스 프라이스)가 26일 전주 공연을 갖는다(오후 7시 30분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지난 24일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군산 시민들에게 실내악의 진수를 선보인 이들은 세계 90여개 나라를 순회하며 연주해 온 저력 있는 전문 음악가들의 연주단체. 바하·비발디·모차르트·텔레만 등 고전부터 퍼셀·알비뇽·파헬벨·코렐리 등 현대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소프라노 최영씨(미국 베데스다 대학교 성악과 주임교수)와 피아노연주자 오정선씨(전주대 등 출강), 플룻연주자 장환미(건국대 음악대학원 재학)·고현수(전주우석중학교 교사)씨와 협연, 감미로운 음악으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세 연주자는 전주대 음악학과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이 날 연주회에서는 이탈리아출신 작곡가 치마로자(Domenico Cimarosa)와 오스트리아출신 작곡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곡을 연주,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아름다운 여체. 도발적인 매력을 품어내는 요염한 요부도, 강인한 힘이 전달되는 여전사도, 모두 한 사람이다. 원광대 환경조각과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영씨(31). 작지만 단단한 몸집, 그 안에는 비밀스런 인체에 대한 신비가 있다. 누드모델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이지만 작가들에게 그의 누드는 여전히 새롭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처음 봤어요. 단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닌, 당당한 프로의 모습이었지요. 그때부터 누드모델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에서 일하던 그가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친구들은 "미쳤냐”는 말로 그를 말렸다. 78년부터 지금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53)도 반대했다. 아무리 짧아도 3분. 과감한 포즈로 몸에 무리가 많고, 편한 포즈라도 한 동작으로 정지하고 있다보면 슬슬 아파오는 곳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누드에 대한 편견때문에 반대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막내딸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반대했다고 한다.그의 데뷔무대는 청년구상작가회 크로키 모임. 어머니가 활동하고 있던 모임에서 그는 첫 신고식을 치렀다.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반응도 좋고 현장에서의 느낌도 좋았어요. 공부를 잘 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내 안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지요.”운동으로 다진 몸이 아닌데도 그의 근육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재즈댄스를 시작한 후에는 포즈에 대한 평가도 좋아졌다. 그러나 김씨와 그의 어머니 모두를 모델로 그려본 화가들은 풍부한 레퍼토리와 노련함을 지닌 어머니의 누드를 더 선호한다."획일화된 기준이 아닌, 사람마다 체형에 따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포즈를 취하는 순간만큼은 당당해야 하고, 예술가와의 교감도 중요하지요.”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것과 감정을 실어낸 포즈는 느낌부터 다르다. 피곤한 날이면 간혹 졸기도 하지만, 그는 포즈를 취하다 다른 생각에 빠지면 동작도 흐트러지고 다음 포즈와 연결도 어색하다고 말했다."학교 수업을 하다보면 누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요. 불편함 보다 오히려 저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어요. 수업 전날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했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10분만 지나면 다들 진지해져요.”사람들의 '응큼한 시선' 보다 그는 몸을 기어다니는 파리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검게 그을려 속살과 비교될까봐 햇볕 좋은 날에는 긴 소매 옷을 챙기고, 작은 상처라도 날까 몸도 사린다."직업을 감추고 싶진 않아요. 단지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죠. 불필요하게 술렁이는게 싫어 가끔 직업란에 행위예술가라고 써넣기도 해요.”그는 행위예술을 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인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춤을 추다가, 일상에서 커피잔을 들다가도 마음에 드는 포즈가 있으면 그 느낌을 익힌다. 같은 길을 걷는 어머니와 자신을 모델로 조각을 하다 만난 남자친구는 그에게 큰 힘이다.작가들이 모델의 몸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란 걸 그는 알고있다. 모델 활동 초기에는 그 역시 예쁜 그림을 좋아했지만, 이젠 작가들의 시선이 살아있는 작품이 좋다고 했다. 작가들의 그림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몸이 허락하는 한' 그는 오래오래 누드모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은영이와 남식씨네 집에서 열리는 "창고음악회”-유난히 천장이 높고 휑뎅그러니 네모난 운암호반의 빈 창고를 살림집으로 개조하여 아름답게 가꾸며 살고 있는 이 집 사람들을 이웃들이 모두 부러워 하여 "倉庫집”이라 부르는 내력을 아끼는 주인이 이렇게 이름지었다 한다.-에 초대되어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손님들이 많다.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젊은이와 어른들, 아이들은 또 저희들끼리 뛰어다니며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호반에서 불어오는 초여름 밤 바람이 상쾌하다. 옷자락을 스치며 넓은 마당을 기웃기웃 돌아다니는 바람들. 마침, 잘 익은 여름 과일처럼 향긋한 냄새가 묻어나는 듯 하다. 오백여 평 넓은 잔디마당도 손질이 아주 잘 되어 있다. "마음을 다하여 마당을 치우고 손님을 모시겠다.”고 한 주인의 정성이 짐작된다. 마당 앞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수 십년 해묵은 느티나무와 감나무가 서 있고, 뒷편에 심어 한 길이나 자란 벚나무 잎들이 소소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다. 잔디밭 아래 낮은 동산에는 아마 백년도 더 되었을까. 나이를 잊은 듯 청청하게 푸른 소나무가 너댓 그루나 있어 운치가 대단하다. 소나무 아래에 누워 있는 이 누구인지, 비석도 없는 두 무덤에도 잔디가 푸르러 보기에 정겹다.잔디밭으로 군데군데 준비되어 있는 다과상들 위에 방금 앞서 빚은 모양으로 부드러운 쑥떡이 인기다. 싱싱한 방울토마토와 과자들도 올라 있는데, 음식과 함께 여린 들꽃이나 싱그러운 담쟁이 덩굴 한 줄기를 깔아 치장한 안 주인의 세련된 상 차림 솜씨가 음식보다 더 맛있고 멋있어 보인다. 오지그릇을 사방에 고이고 그 위에 투명한 유리를 얹어 낸 상 위에는 허브 향의 작은 화분 하나를 올려 멋스러움을 더하였다. 뒷 문 양쪽에 장식한 돌확에 물을 채우고 띄운 꽃잎들이 돌확 가장자리에 켜둔 불빛을 받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당 곳곳에 세워둔 촛대 위에 셋씩, 넷씩 밝힌 촛불들. 종이컵 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어둠에 섞이어 은은하게 퍼지면서 무르익은 초여름 밤의 낭만과 설레임을 오히려 고즈넉하게 붙잡아 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주인은 구름 낀 하늘을 걱정하지만, 올려다보니 아마도 음악회가 시작될 무렵에는 별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곳만한 청정한 시골이면 마치 와르르 쏟아 부은 보석처럼 많은 별들이 밤 하늘을 가득 수놓을 것이다. 음악회가 시작되고 색소폰과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연주된다. '꽃밭에서' '그렇게 너를 사랑해' 그리고 '춘천 가는 기차'는 곡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익숙하고 다정한 노래인가. 'try to remember'나, '오즈의 마법사'의 화면을 흐르던 'over the rainbow'는 그 달콤한 멜로디로 가슴 두근거리는데, 그러나 'recado bossa'나, 'rio funk'같은 남미풍의 재즈곡들은 귀에 낯설어 그 경쾌한 리듬만으로 함께 흔들리며 즐겁다. 이어 정감어린 색소폰이 노래하는 'stranger on the shore'는 어느 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이 곳 운암호반에 초대된 우리 손님들을 노래하는 것이 아닐까. 주인은 다만, 음악을 알고,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물과 바람, 나무와 풀들, 하늘과 구름”이 철따라 좋은 호반의 경치도 함께 나누고 싶어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밤에 음악이나 경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소박한 정성과 조촐하고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여느 음악회와는 달리 아늑한 감동을 받아 행복한 것도,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따스함과 순수한 꿈을 가진 이들과의 아름다운 교감에 있을 것이다. 연주된 노래와 음악회장의 아름다운 정경들이 서늘하고 깊은 울림으로 남아 서로의 가슴 안에 오래도록 머물게 되리라는 예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더구나, 연약한 한 가족이 힘을 모아 오랜 동안 기획하고 준비하여 무상으로 베푸는 음악회가 아닌가. 우리를 초대한 은영이와 남식씨, 그리고 병약하신 어머니와 귀여운 강아지 아롱이. 노래보다 더 고운 마음결을 지닌 이들이 바로, 이 밤의 예술이며 음악이 아니고 무엇이랴. 풀과 나무들이 땅 속에서 물을 길어 올려 가지와 잎을 키우듯, 이 음악회의 추억이 맑은 수액처럼 우리의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한 길이나 훌쩍 더 그 키를 높이리라. /최정선(수필가)
특별한 인연으로 20년이 넘도록 함께 무대를 열어온 세명의 연주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음악회를 연다.2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2004 음악회'. 전북대 박제현·신상호 교수와 고현주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피아노 박교수와 오보에 신교수는 서울대 재학시절 부터 친구. 전주예고와 원광대에 출강 중인 첼리스트 고씨는 대학 후배이면서도 신교수와 부부지간이다.같은 길을 걸어가는 오랜 동반자로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특별한 애정이 있어 더욱 따뜻하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텔레만의 'Trio Sonata' 오펜바흐 'Zwei Sellen am Hommel' 비발디 'Trio Sonata in sol minore'를 비롯해 동료 전북대 이준복·지성호 교수가 각각 편곡한 바그너의 'Dreams'와 알비노니의 'Adagio'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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