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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대구미술관에 대규모 미술품이 기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도 자그마치 500여점이 넘는 양이다. 기증자는 대구의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과 이미 국내의 관립미술관에 1만여 점의 미술작품을 기증한 하정웅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새롭게 주목을 끈 기증자는 김인한 회장이다. 그가 이번에 기증한 미술품은 456점. 근대미술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인성과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는 작가 이우환의 작품을 비롯, 소장가치가 높은 작품들이다. 특히 이인성의 작품은 대구미술관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선물이다. 대구 출신으로 근대미술사를 빛낸 ‘이인성미술상’을 주관하면서도 정작 이인성의 작품을 한 점도 소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것은 비단 미술품 기증만이 아니다. 기증자 김인한 회장이 갖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철학에도 눈길이 간다. 197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해왔다는 그는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미술은 우리의 자존심을 부추겨 세우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탄생하지만 그것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몫이다. 컬렉터는 그 소통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을 소장하면서도 그 가치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김회장은 아예 처음부터 기증을 염두에 두고 미술품을 수집해왔다고 한다. 드문 일이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대구미술관에서는 기증릴레이가 시작된 듯 한 분위기다. 이 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에 초대된 독일작가 오트마 회얼도 자신의 토기 조각 12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에 개관, 4년 만에 기증 작품 800여점을 소장하게 된 대구미술관은 애초 대규모 기증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던 기증 관련 규정까지 보완하는 작업에 나섰다. 돌아보면 우리 지역 미술관에도 기증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5년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증 미술품은 673점. 하정웅 이사장이 기증한 재일작가 손아유의 작품 249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작가나 유족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소장 가치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적지는 않지만 미술관 위상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가뜩이나 소장품도 적고 작품 구입 예산도 턱없이 적은 전북도립미술관으로서는 대구미술관의 기증릴레이가 그저 부러운 일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시아미술의 거점을 내세운 도립미술관의 길이 더 멀게만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장재영 전 장수군수가 결국 기소됐다. 그의 혐의는 직무유기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장수군 금고로 선정된 농협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장수군 금고 협력사업비’ 9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사용했다. 그는 2010년에도 3억원을 누락시켰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면피했다. 군수의 전횡을 본 담당공무원이 2011년 7월 ‘정식 예산에 편성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묵살했다. 장수군금고협력사업비 증발사건은 지난해 11월 군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모씨가 사기와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그는 장 전 군수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모두 6회에 걸쳐 군금고협력사업비 3억 2000만원을 가로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이번엔 직무유기혐의가 추가됐다.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는 과연 비서실장이 몸통일까 하는 의혹이 컸다. 전 비서실장 김씨의 범행은 결국 장 전 군수의 직무유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장 전 군수는 김씨만의 이익을 위해 직무유기를 했는가, 아니면 자신의 이익도 고려해서 직무유기를 했는가. 군수가 비서실장에게 3억 2000만원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가. 사유가 있다면 그건 뭔가.어쨌든 장 전 군수는 자신의 비서실장 김씨의 군금고협력사업비 사기 행각에 적극 가담한 꼴이 돼 3연임 군수의 명예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검찰이 장 전 군수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한 것이 타당한가. 역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선출직 공무원인 단체장들은 가끔씩 자신의 행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1년 전 장수군처럼 금고협력사업비를 눈 먼 돈으로 알고 사기치는 식의 행위는 없었는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행정 편의를 봐 준 적은 없었는가, 전 부안군수처럼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명부를 조작하지는 않았는가, 선거 때 도움을 준 업자 이익을 위해 헌옷 수거 이익이라도 주고 있지는 않은가 잘 살펴볼 일이다. 3·11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막이 올랐다. 조합장은 거액의 연봉과 판공비를 받는다. 게다가 예산권, 인사권, 대출 및 금리 조정권 등을 거머쥐고 있다. 언제부턴가 조합장은 더 이상 ‘논두렁 조합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거쳐 조합장 도전하는 것이 ‘코스’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자칫 망조에 들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는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일이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박근혜정부도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살리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설 연휴 때 민심은 단연 경제살리기였다.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대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들도 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금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난리법석이다. 돈벌이가 마땅치 않고 청년실업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경제가 안 좋은 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수도권 못지않게 지방도 힘들다. 개인파산자가 급증하고 부도업체가 속출한다. 돈맥경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나 각 자치단체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밋빛 계획과 정책을 하루가 멀다않고 발표하지만 시장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공직자들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걸 실제로 잘 모를 수 있다. 피부로 직접 닿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꼬박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지표상으로만 느낄 뿐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각 가정은 가계빚 돌려막느라 정신이 없다. 밑돌 빼서 윗돌 괘고 있다.정치인들은 곧잘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서울공화국이랄 정도로 수도권만 있지 지방은 없다. 정부가 수도권 인구 과밀화로 병리현상이 심각한데도 계속해서 수도권 규제완화정책만 펴고 있다. 지방과 상생하려면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펴면 안 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은 죽는다. 모든 기업들이 지방이 아닌 수도권으로 몰리는 게 이를 반증한다. 도나 일선 시군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유치조건을 제시해도 기업유치는 힘들다.현재 정부가 지방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창조경제를 강조하지만 이것 또한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펼치는 한 기대할 수 없다. 그간 노무현 정부 때 내건 수도권 규제정책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풀어놓아 지방은 구조적으로 살 수 없다. 웬만한 기업들은 평택 이남으로 공장을 옮기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외국 바이어들도 가기 싫어하는 지방으로 굳이 공장을 옮겨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살리기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하지만 수도권규제완화정책을 펴는 한 지방은 죽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렇게 수없이 이 문제를 건의해도 정부는 미동도 않는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한낱 수식어에 불과할 뿐이다. 상무이사 주필
“시장이 된 지 몇 달만에 사익을 추구하는 무능력, 무책임, 무소통, 무소불위를 자행하는 시장임이 드러났고…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익산시 공무원노조가 박경철 익산시장의 사퇴를 촉구한 기자회견문의 일부다. 박 시장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직후다. 박 시장은 12전 13기 끝에 시장에 당선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새정치연합 공천자인 이한수 시장을 0.6%(736표) 차이로 누르고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취임 이후엔 줄곧 ‘이슈 메이커’였다. 우남아파트 주민 대피명령, 시의회 의장 축사 생략, 시정질문 답변 거부, 웅포관광지 잔여부지 매각 의혹, 198억 규모의 하수슬러지 공사중단(손해배상액 50억 추정), 측근으로 알려진 개방형 공무원의 100억 원대 주얼리집적화단지 자재납품 압력 의혹, 일부 비판언론에 대한 신문중지 및 보도자료 배포 금지, 빈번한 독단적 인사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절차의 합법성과 정책집행의 타당성은 행정행위의 중요한 요소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독선이고 독재다. 그래서 박 시장은 ‘돈키호테 행정’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고 시민 눈높이의 행정을 펴는 것이 정도(正道)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박 시장이 동정 받는 행정을 펴지 못한 채 어쩌다 취임 7개월만에 부하 집단한테 ‘방 빼’라는 압력을 받는 신세가 됐는지 딱하다. 이젠 항소심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그는 1심에서 지역 법무법인 두곳과 10여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항소심에는 대형 로펌을 선임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취임 당시 전 재산이 1000만 원이라던 그가 1·2심의 그 많은 변호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또 하나는 잦은 인사다. 발령 6개월만에 20명이 넘는 사무관을 다른 자리로 또 발령 내는 등 그야말로 현란한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공무원의 능력을 꿰뚫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이 역시 궁금하다.익산시는 부안군에 이어 승진 서열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본지 23일자 8면 머리기사).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평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익산시는 부인하지만 사법당국이 내사중이다. 칼날은 박 시장을 겨눌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몇 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80세)이 이달 말 5년 임기를 끝내고 퇴임한다. 5년 단임제가 아니었다면 무히카 대통령은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할 정도로 국민적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치러진 대선 때 2차 결선 투표에서 52.6%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 퇴임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무히카 대통령의 지지율은 65%에 달했다. 6년 전 대선 결선투표 당시 득표율보다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가 이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그는 2010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하자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자신이 살던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 농장에서 아내와 함께 지금도 살고 있다. 그는 여가시간에 직접 트랙터를 몰며 국화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최근에 제출한 재산신고 서류에 따르면 월급은 1만4000달러로 이 가운데 87%는 자신이 속한 프렌테 암플리오 정당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월 100만원 남짓 돈으로 생활하지만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취임당시 신고한 재산목록은 1800달러짜리 1987년형 폭스바겐 비틀 1대뿐. 최근 연방 상원의원인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의 소유분도 함께 신고하면서 재산이 주택과 농장 등 부동산 3곳(2억원)과 승용차 2대(590만원), 트랙터 3대와 농기구(2380만원) 등이 늘어났다. 아랍의 부호가 그의 비틀 승용차를 100만 달러에 사주겠다고 제의했었지만 거절했다.그렇다고 그가 운 좋게 대충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다. 그는 도시 게릴라 조직인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한 게릴라 전사 출신이다. 군사 정권에 저항하다 14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5년 민정이양 후 석방돼 민중참여운동(MPP)에 참여했으며 이후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농목축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그 사이 엘 페페(El Pepe)라는 별칭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통령 재임중 친서민 정책과 시리아난민 수용 환경문제 등 국민복지와 인류 행복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퇴임 후엔 풀타임 농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근 펴낸 그의 자서전 조용한 혁명(La Revolucion Tranquila)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진짜 가난한 사람은 사치스런 삶을 살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느라 노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이런 멋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길 소망한다.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너머로 늙은 수유나무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모금 떠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닮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신경림의 시 ‘고향길’이다. 고향에 대한 상실감이 드러나 있는 시다. 산업화, 핵가족화의 현실 속에서 농촌의 고향은 이제 삶의 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문패만 덩그러니 걸린 빈집, 오가는 사람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마을, 석면 투성이의 슬레이트 지붕, 고령화된 마을 사람들…. 농촌지역의 고향은 곧 사라져 버릴 것처럼 안타깝고 쓸쓸하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든 가슴 설레이게 하는 게 고향길이다.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친척, 그리고 옛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터. 그래서 고향길은 언제나 포근하다. 닷새간의 설 연휴가 시작됐다. 대여섯시간씩 길 위에서 시달려야 하는 고향길은 고행길이다. 그래도 선물 한아름씩 안고 고향을 찾는다. 땅덩어리가 큰 중국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일주일씩이나 달려 고향을 찾는다. 기를 쓰고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건 우리나 똑같다. 방송은 마라톤 중계하듯 리얼타임으로 소요시간을 알린다. 애간장만 녹일뿐 별 도움도 안되는 데도.고향에는 이미 마을 어귀마다 고향 방문 환영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도시지역도 마찬가지다. 다 저 잘되겠다고 떠난 고향인데 ‘△△△자치회’ ‘◇◇◇일동’ 등의 이름을 걸고 환영 플래카드까지 붙이고 나서는 건 다분히 정치적이다. 부모는 고깃근이나 들고 오는 둘째 자식 반기느라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일년에 기껏 서너번 오는 자식이건만 풀 액션을 보이며 환대하는 걸 보는 농투성이 큰 아들의 심사는 어떨까.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자손들이 생활이 어렵게 되면 선산의 나무까지 팔아 볼품 없는 나무는 남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굳이 사자성어로 옮기면 ‘무용지용(無用之用)’이겠다. 굽어서 산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된 나무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 고향지킴이들이 그들이다. 명절 때 환영받을 사람은 고향지킴이어야 하지 않을까. 수석논설위원
지난 2월초 야니스 바로우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노타이에 구겨진 와이셔츠 차림의 남루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가 주요 외신을 탔다. “나는 파산한 나라의 재무장관입니다” 그는 주저없이 그리스를 ‘파산한 나라’라고 말했다.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에 섞여 타고 기자회견도 그 자리에서 소화하며 헝그리한 행보를 통해 대외 채권단의 동정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스가 5년 만에 세 번째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있다. 불안한 경제상황에도 과잉 복지정책으로 사회적 지출을 과도하게 늘려온 것이 파산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에 정부의 무능력과 만연한 부정부패, 사회적 부조리도 국가 위기를 불러왔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제1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하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리자는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등에서 받은 구제금융은 2400억 유로(292조원)에 달하며 이달 말이 기한이다. 만약 연장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신규 금융지원이 중단되면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한다.한국도 이대로 가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 이대로 가다가는 2009년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PIGS) 4개국처럼 한국도 2033년경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 예산 375조 원 가운데 복지 예산은 115조 원으로 30.6%에 달한다. 지난 18대 대선 때 달콤한 무상복지 공약의 후유증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대표마저 ‘증세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예산이 2012년 9.3%에 불과하다. 복지 강국인 프랑스(32.5%)나 스웨덴(28.1%)에 비하면 아직도 형편없다. 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인 멕시코(7.4%)보다 조금 앞선 정도다.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더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재벌 손자의 유치원비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문제다. 감당하지 못할 무상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에 현혹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민선자치이후 표가 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무리한 SOC투자와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지난 2013년 파산 신청을 낸 미국의 대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BC 385년 플라톤은 그리스 아테네 서쪽 교외의 숲에 ‘아카데메이아’라 이름붙인 철학 학원을 설립했다. 일종의 사설 교육기관이었다. ‘아카데메이아’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신 ‘아카데모스’로부터 따온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철학을 중심으로 논리와 천문학, 수학, 음악, 웅변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쳤는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데도 목적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교육은 스파르타식 교육 체계와 아테네식 교육체계로 나뉘어 있었다. 스파르타식 교육이 일곱 살 이상 어린이들을 기숙사에 모아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강력한 군사훈련을 중심으로 교육을 시켰다면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아테네식 교육은 주로 대화방법과 논리 등 상대를 설득하는 요령을 깨치는 방식으로 교육을 했다. 자연히 아테네에는 웅변술을 가르치는 수사(修辭)학교가 발달했다. 아카데메이아 역시 이런 특성을 그대로 지닌 일종의 수사학교였다. 후에 아카데메이아는 ‘아카데미’로 변형되면서 고대와 중세의 교육기관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됐으며 훗날에는 학회란 의미로 확장되어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결성된 조직이나 가르치는 기관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덕분에 르네상스 시대에는 철학과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였던 플라톤 아카데미아를 비롯해 인문주의자들이 모인 다양한 성격의 아카데미가 많이 생겨났다. 아카데미의 발전은 학문연구의 놀라운 진전을 가져왔다. 상호비판이 자유로워지고 연구 활동도 개인 차원에서 그룹 차원으로 확장됐다. 이들 아카데미 가운데 날카로운 판단력과 지식을 가진 학자들이 모여 만든 아카데미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흥미롭다. 원래 이름은 ‘린세이 아카데미’. 린세이가 살쾡이를 뜻해 살쾡이 아카데미’라고 불렸다. 1603년 로마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살쾡이 아카데미’가 지금도 존재한다고 하니 그 역사가 놀랍다. 근대문화 발전에 공헌한 아카데미는 오늘날에 이르러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이나 단체를 지칭한다.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도 ‘아카데미’를 내세운 수많은 모임과 강좌가 이어진다. 분야도 방대하고 형식도 다채롭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체단체까지 이 대열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니 가히 아카데미 융성 시대라 할 만하다.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행해지는 아카데미의 목적이 궁금하다.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더욱 그렇다.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박근혜 대통령이 낙점했으나, 국회 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나자빠진 인사들이다.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친 국회 청문회에 비춰진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알몸을 보면 앞선 3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령 여야가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고 1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총리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비춰진 청문회 여운이 작지 않아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충남 홍성 출신의 이완구 후보자는 24세이던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섰다. 1993년 충북지방경찰청장, 1994년 충남지방경찰청장을 거쳤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한 후 16대 국회에서도 활동했다. 2006년부터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에 컴백한 뒤 총리 후보 지명 직전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일했다.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입신양명인데, 한발 더 나아가 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른다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대단한 출세다. 박대통령을 향해 꼬박 꼬박 ‘대통령 각하’를 붙이는 바람에 말꼬리가 잡히기도 했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에서는 비판이 아닌 생사 기로에 섰다. 자칫하면 ‘대통령 각하’에게 ‘죽을 죄’에 못지 않은 ‘불충’을 저지르게 된다. 그가 낙마하면 박 대통령은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에 이어 네 번째 실패를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이완구 후보자의 허물은 아들과 자신의 병역면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신고 누락 의혹, 언론 통제 의혹 등 상당하다. 그러나 유리한 자료 위주로 제출하고, 불리한 자료는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완구 후보자는 과거 세 번의 국회의원 당선과 도지사 당선 과정에서 이번 청문회 지적 내용과 같은 허물 때문에 저항을 받지 않은 것 같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16대 총선에서 자민련,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등 우호적 지역 정서를 잘 활용했다.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 공직자가 이를 바탕으로 큰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이 후보자가 세상을 열심히 살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야당 청문 위원들 앞에서 떳떳함을 잃은 그의 모습은 과거 화려했던 빛이 바랜 것이다.
그간 각종 조합장 선거가 선거문화를 망치게 했다. 그 이유는 조합장 권한이 크다보니까 그 자리를 놓고 물불 안 가리는 진흙탕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국회의원 시장 군수 보다는 그 영향력이 못하지만 지방의원 보다는 위상이 높다. 조합장은 임기 4년 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고 반대급부도 조합 형편에 따라 만만치 않다. 대개 특별한 흠이 없는 한 연임하므로 농촌 지역에서는 경제적 강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다.조합장은 표를 많이 갖고 있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그리고 지방의원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각종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은 현직 조합장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혈안이다. 반대로 조합장 선거 때는 갑을관계가 뒤바꿔져 누구를 당선시키는 게 이로울 가를 따진다. 공생관계라서 그렇다. 전주농협 등 도내 108개 각종 조합장 선거가 만수산 드렁 칡처럼 얽히고 설켜있다. 이해관계가 수반돼 있기 때문이다. 시단위조합은 조합원이 많아 선거운동하기가 힘들지만 농촌에서는 후보들이 서로를 너무 잘 알고 표밭이 중첩되기 때문에 선거 치르기가 간단치 않다. 이 때문에 선거브로커들이 은밀하게 금품선거를 부추긴다. 선거법이 엄격해져 처벌규정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조합원들이 미련 때문에 금품선거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내년 총선이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조합장으로 많이 당선돼야 선거판이 유리해지므로 선거판에 끼어든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남았지만 현직은 현직대로 도전자는 도전자들대로 보이지 않게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조합원도 아닌 사람들이 이권개입하려고 선거판에 꾸역꾸역 끼어들고 있는 것. 이들은 주로 상대를 흠집 내려고 흑색선전을 일삼는다. 돈 선거는 그 후유증이 보이지 않게 암세포처럼 고스란히 조합으로 전이되게 돼 있다. 3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지닌 전주농협장 선거도 4명이 뛰어들어 점입가경이다. 현직 조합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한다.우리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선거문화가 바꿔져야 한다. 그간 크고 작은 선거가 자주 치러지다 보니까 선거꾼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들 브로커들은 직업이 되다시피 했다. 선거 때 한몫 잡아 일정한 직업 없이 먹고 사는 이들이 문제아다. 조합원들은 어떤 유혹에도 헛발 내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은 돈 잘못 받았다가 패가망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이사 주필
“기념일이 제정되지 않아 가장 마음 고생이 심한 사람들은 바로 유족들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학살을 당한 선조들 앞에 정말 부끄럽다.” 작년 11월27일 대전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토론회’에서 김석태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장이 토로한 심정이다. 사회자인 신영우 충북대 교수도 “이제는 갈등을 봉합하고 기념일 제정에 힘을 모으자. 내년 2월쯤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 이 문제를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이에 동의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2주갑)을 맞은 작년 한해는 각종 세미나와 학술대회가 풍성하게 열렸다. 2주갑이 갖는 의미가 매우 컸기 때문에 국가기념일 제정에 대한 기대도 컸다. △특별법공포일(3월5일) △무장기포일(음력 3월20일) △황토현전승일(음력 4월7일) △전주점령일(음력 4월27일) 등이 대상이다. 그럼에도 국가기념일 제정 문제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념일도 제정치 못하고 또 한 해를 넘겨야 하느냐”는 질문에 “음력으로 치면 내년 2월까지는 2주갑의 해”라며 2월까지 마무리 하면 될 것이라고 한 학계 인사도 있었다. 그 시점인 2월이다. 그런데도 진일보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어느 단체도 준비작업조차 거론치 않고 있다. 이해관계 때문에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자기 판단 말고는 남의 그것을 용인하려 하지도 않는다. 정읍 고창 등 관련 자치단체와 고착된 사고를 갖고 있는 몇몇 학계 인사, 기념재단 등이 장본인들이다. 매우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이다. 그러면서도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치스럽다.지난주엔 전주시가 안식처를 찾지 못했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을 전주 완산공원에 안장키로 결정했다. 1995년 일본 북해도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발견 당시 ‘동학당 수괴의 수급’이라고 적혀 있었고, 일본으로 이송된 걸로 보아 이 유골의 주인공은 상당히 고위급 지도자였을 것이다. 국내로 봉환되고도 마땅한 안장지를 찾지 못해 20년 동안이나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으니 지도자에 대한 ‘예의’가 말이 아니다. 하는 꼴을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사치스럽게 립서비스나 일삼는 후손들이라는 책망을 듣기 딱 알맞다. 이젠 정읍 고창 부안 세 단체장이 주체가 돼 기념일 제정의 해법을 공동 모색하면 어떨까 싶다.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 국토교통부가 호남KTX 운행계획 수정안을 전격 발표했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국가 기간교통망인 고속철도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삼모사식으로 졸속 결정한 것은 정부로서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로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호남권은 실익 없는 고속철도가 되고 말았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저속철을 없애고 고속철을 늘리라고 500만 호남인들이 요구했건만 고속철은 안 늘리고 저속철만 없앴기 때문이다.우선 4월부터 호남고속철도가 본격 개통되면 서울에서 익산역까지 1시간6분, 광주송정역까지는 1시간33분으로 단축된다. 빠르고 편리함 때문에 고속철도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코레일에서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수요예측조사를 통해 서울광주송정을 오가는 KTX를 현재 44회에서 56회로 12회 늘리고, 서울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6회로 8회 늘리는 등 모두 20회를 증편하려 했던 것 아닌가.그런데 지난달 6일 코레일에서 갑자기 호남KTX 운행편수 82회 가운데 22%인 18회를 서대전역으로 경유시키겠다는 변경 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대전지역 출마를 염두에 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입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정부의 발표 결과, 호남KTX의 서대전 경유는 빠졌지만 하루 20회 증편 운행계획 대신 고작 6회만 늘어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경부선 KTX는 하루 160편으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비해 호남선은 하루 68편으로 40분 간격으로 운행돼 경부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반면 서대전은 별도로 KTX를 투입, 하루 18회 운행하기로 해 코레일과 대전지역의 의도대로 관철됐다. 그나마 익산역이 서대전발 KTX의 회차지 역할이라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그럼에도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꼼수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역 호남출향인의 교통 불편과 호남-충청의 상생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수정안을 수용한다는 송하진 도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의 입장이 무색할 따름이다. 애초 호남고속철도는 천안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 광주 목포를 잇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충청북도의 강력 요구로 오송역이 끼워 넣어졌다. 여기에 대전까지 끼어들려 하니 호남을 무슨 핫바지로 보는 것인가.내년 1월이면 수서발 KTX가 신설된다. 이번에 늘리지 못한 호남선과 전라선KTX 증편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전북 정치권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1999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갔을 때, 거리에서 한국 공연 팀의 포스터를 만났다.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난타’ 공연이었다.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난타’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이미 티켓이 매진된 상황이어서 어렵게 티켓을 구해야 했다. 한 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공연 내내 관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지금이야 한류와 K-POP이 해외무대를 휩쓸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코리아’의 음악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사 하나 없이 주방도구로만 사물놀이 장단을 만들어내는 난타의 공연은 객석을 열광시켰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난타의 전회 매진, 기립박수의 영광은 그 해 에든버러 축제 현장의 화제였다.영화계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천만 관객 돌파가 공연무대에서도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난타를 관람한 관객 수는 1008만 5010명. 경이로운 숫자다. 1997년 첫 무대를 올렸으니 17년 동안의 성과다. 장기공연 무대의 역사 뒤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이어진다. 공연에 사용된 채소의 양은 자그마치 36만9129kg. 잘려나간 오이 31만2900개, 당근 31만2900개, 양파 12만5160개, 양배추21만9030개의 무게다. 연주 악기로 대체한 도마 2070개, 칼 1만 8975자루가 사용됐고 난타를 거쳐 간 배우도 143명이나 된다. 처음 난타가 만들어졌을 때 공연계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실험을 주목했지만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물놀이 가락을 현대적인 공연 양식에 접목시키고 두드림의 신명을 예술적 경지로 풀어낸 새로운 양식이긴 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100분을 끌고 나가는 낯선 형식에 의구심이 컸던 탓이다. 그러나 ‘난타’는 공연예술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콘텐츠의 힘이었다. 에든버러에 이어 2004년에는 아시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고 세계 300개 가까운 도시를 순회하며 관객을 만났다. 국내 전용관 뿐 아니라 방콕 전용관을 연데 이어 올해는 중국 광저우에도 전용관을 연다. 중국법인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는 난타의 특별한 행보가 반갑다. 성과는 또 있다. 난타와 같은 실험적 양식의 작품이 더해지고 장기공연 무대가 늘고 있는 공연계의 변화다. 그러나 아직 제 2의 난타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따로 있을 터다.
영국인 와트가 증기 기관을 발명한 뒤 지구촌의 문명은 엄청난 속도로 진보를 거듭했다. 기차와 자동차, 선박, 배행기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였다. 초고속열차가 개발돼 속속 현장에 투입되고, 조만간 호남KTX가 개통되면 익산에서 서울까지 불과 66분이면 갈 수 있다. 익산에서 아침에 KTX를 타고 서울 회사에 정상 출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철도에서 얻는 이익이 많지만, 전북의 철도에는 일제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북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역은 군산역과 익산역이다. 1912년 3월6일이다. 이들 역은 일제가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쌀 등을 본국으로 손쉽게 가져가기 위한 수단으로 개설한 전북인의 눈물이 담긴 철도역이다.전주역은 1914년 11월에야 개통됐다. 100년 전 경부선 호남선 철로가 개설될 당시 전주의 양반들이 철로 개설을 반대하는 바람에 조그만 읍에 불과했던 이리에 역이 먼저 들어섰고, 전주역은 한참 후 전라선의 한 역으로 개설됐다.최근 호남KTX 개통 연기를 촉발시킨 서대전역은 1936년 11월에 개통됐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분기하는 대전역이 중심이었지만 1978년 호남선이 서대전역으로만 통과하게 되면서 서대전역은 호남의 관문처럼 됐다. 호남선이 1910년 기공된 후 호남선과 전라선상에서 대전역의 위상이 커진 것이다. 대전이 호남KTX 개통을 앞두고 뜸금없이 ‘서대전역 경유’ 몽니를 부리는 것은 그동안 호남선통과 덕분에 차지했던 그들의 이익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이기주의다. 145만 대전이 500만 호남의 이익을 빼앗으려는 상식 이하의 폭력이다. 호남KTX는 원래 서울 용산을 출발, 천안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광주-목포를 잇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2005년 충북이 오송역을 호남KTX 분기역으로 해야 한다고 몽니를 부려 관철시키는 바람에 호남이 피해를 봐야 했다. 이번에는 대전이 호남KTX 바지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 대전이 충북 오송역에서 배운 나쁜 선례를 반복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의 염치가 너무 심하다. 대전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표를 무기로 내세워 여야와 정부를 협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과 정부는 원칙을 똑바로 지켜라. 호남KTX은 원래 서대전 코스가 없는 국가 기간철도 사업이다. 그 원칙을 지키면 된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을 잘 하면서 행정부를 잘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정치력 있는 의원은 중앙정치를 잘 한다.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당내는 물론 원내 활동 반경이 넓다. 의정활동을 잘 하는 의원은 바쁜 가운데도 민원 해결은 물론 국가예산도 잘 확보한다. 특히 소관 상위에 속한 기관들이 항상 긴장한다. 국감 때나 상임위 활동시 송곳 질문을 잘 하는 의원한테는 기자들도 몰려든다. 기사감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도내 출신들은 어떤가. 상당수 지방의원들마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의정활동을 비웃는다. 존재감이 없다고 더 얕잡아 본다. 상하관계인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불만이 많다. 틈만 나면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구에 내려오지만 오히려 귀찮다는 것. 이들은 지방의 일은 아예 자신들한테 맡겨 놓고 중앙정치나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호남선 KTX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대전광역시장에 당선된 새정연 권선택후보가 서대전 통과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로가 같은 당 소속이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만 한다.도내 국회의원들은 지역에 올 때마다 KTX를 이용한다. 국회서 요금을 부담하고 특별서비스까지 받기 때문에 KTX를 탄다. 그렇게 KTX를 자주 타고 다닐 때마다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면 무능의 극치요 알고도 모른 체 했다면 그건 자질이 의심스럽다. KTX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게 사실이다. 2005년 분기점을 정할 때 오송역으로 정한 게 잘못이었다. 그 때 천안아산역으로 분기점을 정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천안~ 논산 고속도로가 직선으로 뚫려 시간 단축은 물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처럼 천안 아산역이 분기점이 됐어야 옳았다.요즘 지역구 의원들이 바삐 움직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가 내년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서 더 그렇다. 심지어 어떤 국회의원은 유력후보와 함께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한다. 평소에는 아예 찾질 않던 후보마저 사자후를 토해내며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한다. 그간 도민들이 보수정권으로부터 홀대 받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호들갑을 떤다. 당비 내는 권리당원만 제일 많이 모집했을 뿐 최고위원 하나 도전 못하는 힘 없는 도내 국회의원들 내년 선거 때 답은 하나다. 상무이사 주필
호남선 철도는 개통 54년만인 1968년 복선화 공사가 시작됐다. 2003년 마무리 됐으니 35년이 걸린셈이다. 경부선 착공보다 10년 이상 늦었고 기존 선로를 이용한 탓에 사실상 ‘반쪽 고속철’이었다. 호남고속철 추진 당시엔 경제성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SOC사업은 꼭 경제성만 갖고 따질 일은 아니다.”며 불만세력을 잠재웠다. 우여곡절 끝에 호남고속철 공사가 마무리돼 4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그런데 호남민심이 들끓고 있다. 호남 정치권이 추운 날씨에 악악거리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기존 노선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호남 KTX 노선은 애초 충북 오송∼남공주∼익산으로 계획됐지만 한국철도공사는 하루 운행편수를 62회에서 82회로 늘리고, 이중 20%는 서대전역을 경유시킬 방침이다. 이럴경우 서울∼광주간 운행시간이 1시간33분에서 2시간18분으로 45분이나 늘어나 저속철이 된다. 이 변경안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정치연합 권선택 대전시장의 대표공약이다. 당선 뒤 한달만인 7월, 코레일 사장은 서대전역 경유를 공식 언급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국토부 회의 때 뒤늦게야 이 사실일 확인하고 호남이 뒷북대응을 하고 있다. ‘호남 KTX 사태’는 기존 계획을 정치적 이유로 변경한 것이 본질이다. 그로인해 불편과 시간 경제적 낭비가 영구적으로 초래된다면 이를 용인할 호남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호남선 철도는 과거 차별과 소외의 상징이었다. 경부축에 밀렸던 호남이 이젠 대전권의 위세에 눌려 있다. KTX 서대전 경유는 ‘LH 사태’ 때처럼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길 것이다. ‘호남 KTX 사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당시와도 꼭 닮았다. 늑장 대응과 대정부 규탄 및 청와대 시위 등이 닮은 꼴이고 해당 부처가 국토부라는 건 똑같다. 당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전북 국회의원 앞에서는 “전북이 요구하는 분리방침이 맞다”고 했고 경남 국회의원들 앞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전북을 어르고 달래면서 경남이전을 확행했다. KTX 노선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부는 지금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LH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호남 정치권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어리버리, 긴가민가 했다간 LH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이다. ‘눈물의 호남선’ 참 지겹다.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말 서울에 있는 한 청소년관련 단체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내용인즉 청소년지도자분야 수상자로 내정됐으니 관련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것이다. 잠시 머릿속으로 ‘신문편집 책임자로 있을 때 청소년들을 위해 무얼 했나’라는 반문이 스쳤다. 그리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안된다고….요즘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수상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수상 타이틀도 거창하다.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한국을 빛낸 위대한 한국인상’ ‘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CEO리더십 대상’ 등등. 하지만 상을 주는 단체나 기관들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협회나 언론인연합회라는 단체들이 수상기관의 주류를 이룬다. 기자생활을 28년째 하고 있지만 생경한 단체들이다. 상을 주는 사람이나 상을 받는 사람이나 도대체 상(賞)의 권위나 가치를 알고 주고 받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일부의 경우는 수상하는 단체를 밝히지 않은 채 수상내용만 은근 슬쩍 발표하기도 한다. 낯 간지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상(賞)의 가치는 상을 주는 주체가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또 상을 받는 사람도 과연 상을 탈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따라 상의 권위가 정해진다. 지난 1990년 제정된 서울평화상이 단적인 예이다. 제1회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에 이어 2회에 죠지 슐츠 미 국무장관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정치적 입김 논란이 일었다. 상의 권위는 내팽개쳐지고 국민들의 폐지 여론이 비등하면서 1994년 제3회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주최측에서 폐지 반대 소송까지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1996년 재개됐다. 하지만 20만 달러에 달하는 시상금에도 인도의 네루상이나 필리핀의 막사이사이상 일본의 국제상 등에 비해 서울평화상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지난주 ‘2014년 올해의 법조인상’으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을 고사했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 속에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시상 단체에선 배 변호사가 사양하자 ‘올해의 법조인상’ 명칭에서 ‘상’을 빼고 ‘올해의 법조인’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끝내 고사했다. 그는 상(賞)의 진정한 가치와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인구 14만 명의 아름다운 도시 통영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공간들이 뒤를 잇고 있는 덕분이다. 동피랑, 서피랑, 강구안마을 등 이름도 예쁘다.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공간은 동피랑이 먼저다. 동피랑은 통영사람들이 오후시장으로 부르는 중앙시장 뒤편 언덕배기에 놓인 마을이다. 가파른 언덕배기를 따라 80여 가구가 살고 있으니 규모도 크지 않다. 동피랑은 도심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마을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었는데 통영시는 이 동포루를 복원하고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마을의 주택들을 철거해야만 가능한 사업이어서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고 마을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역 사회단체인 ‘푸른통영 21’이 나섰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만든 사업이 벽화사업이다. 2007년 동피랑 벽화전이 열렸다. 공공미술사업이 유행처럼 각 도시를 휩쓸었던 즈음, 동피랑 벽화사업도 그 중의 하나였지만 추진과정은 다른 도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역의 몇몇 단체나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대부분의 공공미술사업과 달리 전국적으로 문을 열고 미술 전공자들은 물론 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전국에서 찾아온 참가자들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벽화로 마을을 채웠다. 동피랑의 벽화를 널리 알린 것도 참가자들이었다. 입소문과 SNS 홍보효과가 주효했던 덕분에 동피랑 벽화마을은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통영시도 마을 철거 계획을 거둬들였다. 벽화마을 동피랑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지 8년째. 동피랑은 지금도 건재하다. 벽화사업은 한동안 도시와 농촌마을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지만 한두 해 지나면 본래 모습을 잃게 되는 벽화의 특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취지를 살려낸 사례는 많지 않다. 동피랑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년마다 공모전을 열고 벽화의 생명을 지켜왔다. 동피랑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해 동피랑 벽화공모전은 ‘벽화비엔날레’로 이름과 형식을 바꾸었다. 135개 팀이 지원해 68개 팀을 선정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 태국 이집트 등 외국의 작가들도 참여했다니 비엔날레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부러운 것은 가난한 동네의 화려한 변신이 아니다. 동피랑을 지키는 주민들과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민활동가들의 진정성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건으로 와해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이 양적완화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 같다. 요즘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만 활황이다. 일본도 2012년부터 엄청난 돈을 찍어내며 양적완화에 나서 20년 저성장 고리를 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도 수출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경제 추락이 유럽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이 당장 3월부터 1년6개월 동안 1조 4000억 유로에 달하는 돈을 시장에 풀겠다고 선언했다. 돈이 엄청나게 시장에 풀리고, 금리는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금리로 통제가 안되자 모든 나라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살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성공했으니 세계 모든 나라가 공장에서 마구 돈을 찍어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요즘 글로벌 경제 현실이다. 이웃을 희생시켜 내가 살겠다는 것이다. 총칼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무서운 경제전쟁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아담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조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과거 세계 경제는 혹독한 공황(1929년) 사태 등 시련을 겪으며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보이는 손’이다. 바로 정부가 난관에 봉착한 경제 상황에 적극 개입, 위기를 극복해 주는 ‘보이는 손’이다. 1997년 11월 4일 한국에서 터진 외환위기는 외부의 보이는 손에 의해 조기 극복될 수 있었다. 미국의 금융위기도 결국 정부 손에 의해 해결돼 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믿지 않는 것 같다. 위기가 닥치면 구원투수를 최대한 빠르게 투입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정석으로 믿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독야청청하며 진군하는 나라가 있다. 명실상부 ‘슈퍼 파워 차이나’가 된 중국은 4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다 외환보유국의 지위를 활용해 그들이 꿈꾸는 중화(세계 속의 중국) 제국 건설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 위기의 글로벌 경제에서 G2를 형성한 미국과 중국만 의연해 보인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는 위기다. 외인자금 이탈 등 악재로 종합주가지수는 1960선대에 머문다. 금리를 바짝 낮춰 글로벌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이웃나라 덤터기 씌워 죽이기에 혈안이다.
을미년 새해가 밝아온지 벌써 한 달이 다된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한해 설계를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날마다 운동을 하겠다거나 금연 절주 등을 목표로 내건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 일상 생활하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 말로 약속 했다가 어겨 신용을 잃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거의가 말수가 적고 실천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말 많이 한 사람치고 실속 있는 사람은 드물다. 여성들은 생리상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를 날리게 돼 있어 예외지만.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와“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무슨 이유입니까”라고 물었다. 석가모니는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남에게 줄 것이 있어야 주지 뭘 준단 말입니까.” 그러자 석가모니는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리 재산이 없어도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누구나 다 있다”고 했다. 불경 잡보장경에 나오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말하는 것이다. 그 중 언시(言施)가 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도 상대에게 아름답고 공손한 말로 대하면 그것이 보시(布施)라는 것이다. 말로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듯 상대를 배려하는 말이 중요하다. 말은 창칼과 똑같다. 잘 쓰면 이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흉기가 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올해도 경제 상황이 안 좋다. 이런 때는 서로가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일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잘 해보란’ 식으로 상대를 비꼬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난 모르겠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다. ‘그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말도 ‘네가 뭘 아느냐’는 식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말도 쓰면 안 된다. ‘바빠서 못 한다’고 핑계를 대거나 ‘잘 되어 가는데 뭐 하려고 바꾸느냐’는 식의 무사안일주의도 금물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타협의 말도 ‘다음에 하자’고 미루는 말도 해선 안 될 말이다.해야 할 말과 안해야 할 말을 구분하는 건 그 사람의 인격이다. 절제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입을 구화지문(口禍之門) 이라 한다. 내용도 없는 괜한 말 했다가 우습게 되기 십상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 상대를 상처 주는 말은 안해야 한다. 갑을 관계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썼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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