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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은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에 떠있는 섬이다. 20여만 평 면적을 갖고 있지만 비가 와 물이 불어나면 잠겨버리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쓸모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라섬은 더 이상 방치된 섬이 아니다. ‘재즈’라는 옷을 입고 새롭게 변신한 덕분이다. 2004년 시작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대한민국 축제 중 성공한 축제 중에서도 모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평가 자료를 보니 사흘 동안 열린 축제를 찾은 관객은 27만 명에 누적 인원 140만 명. 관람객 증가는 물론, 직간접적 경제효과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성공의 척도는 물론 이런 평가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사실 이 정도의 결과를 얻고 있는 축제는 자라섬 재즈가 아니고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자라섬 재즈가 국내외로부터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면 그 이유는 따로 있을 터다. 가평군은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런 곳에서 그것도 ‘재즈’라는 대중 친화적이지 못한 음악장르로 축제를 만드는 일은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가평군은 공연기획자 인재진을 불러들여 위험한(?) 모험을 시도했다. 예산 3억 원이 지원된 첫해, 1만 명 관객이 찾아왔다. 그러나 해마다 늘어나기 시작한 관객은 10년 만에 무려 30배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다. 해를 더하면서 자연히 예산도 늘어났다. 자치단체가 만들어내는 거개의 축제가 그렇듯이 자라섬 재즈도 운영비 대부분을 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했지만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자치단체 보조금 의존 비율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자체 수입 충당금이 높아졌다는 것은 페스티벌의 자생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자라섬 재즈를 만들고 성장시켜온 인재진 총감독의 강연을 들어보니 이러한 결과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연계한 상품부터 대기업을 끌어들인 홍보 마케팅까지, 정체성을 지켜 좋은 무대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으면서도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드는 축제를 위해 시도한 다양한 통로를 보면 놀랍다. 사실 그가 전하는 좋은 축제를 만드는 길은 복잡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그만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노하우다. 돌아보면 자라섬 재즈보다 오랜 경험을 갖고도 여전히 헤매는 지역 축제들이 많다. 축제 안의 가치를 성장시켜가는 방식을 언제나 외형으로부터 찾으려는 데서 오는 결과다. 축제의 본질보다 규모화를 앞세우면 자생력은 남의 일이 된다. 그런 축제는 늘 부유할 수밖에 없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도 있지만, 봄이 왔다. 개나리며 산수유, 매화 꽃이 화사하게 자태를 드러내 봄이 왔음을 알렸다. 이를 시샘하는 꽃샘 추위도 다녀갔다. 4월 초순에 잠깐 다녀가겠다고 한다지만, 대군을 이뤄 몰려 든 봄의 전령사들 위세가 이미 하늘을 찌른다. 봄이 지나오는 지점은 달력에서 알수 있다. 2월 4일이 입춘이었고, 19일은 우수였다. 3월 6일은 경칩이었고, 불과 엿새 전이 춘분이었다. 신석정 시인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이렇게 읊었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하지만 봄은 훌쩍 우리 곁으로 왔고, 농부들은 논이며 밭에서 농사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많은데다 건조 주의보까지 내려진 강원도에서 소양강댐 물이 급격히 줄어 비상이 걸렸다고 하지만, 파란 하늘에 옅은 흰구름만 떠다니는 이 좋은 날씨에 산행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봄은 화사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계절인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전역에 건조 주의보가 내려지고, 산불이 곳곳에서 보고된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농부 등의 부주의한 논밭두렁 태우기가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불길이 마른 풀과 교목을 타고 무섭게 치솟는 중에 매케한 연기가 마치 짙은 황사처럼 하늘을 뒤덮는다. 방독면이라도 착용해야 할 지경이다. 지난 24일 장수군 산서면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나 산림과 과수원, 묘지 등 0.6㏊를 태웠다. 9일에는 완주군 상관에서 산불이 나 소방헬기까지 동원된 작업끝에 3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이처럼 산불이 잦은 봄철에는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멀리 검은 연기가 탐지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야 한다. 자치단체마다 산불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 인근의 잡풀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300여건의 산불이 발생, 600㏊ 이상의 임야를 태워 없앴다. 거목이 사라지고, 동물들도 큰 피해를 본다. 건조한 봄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서면서 입지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 되느냐에 따라 입지자들간에 교통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 11명이 다음 선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경선에 대비해서 이미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전망이어서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상당수 도민들은 ‘초선이 다수인 도내 현역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마디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어 상당수를 물갈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유권자들은 원래 심리적으로 현역들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대신 물갈이 욕구가 강하다. 의정활동과 지역구관리를 웬만큼 잘해도 별로로 여긴다.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은 현역들의 활동상을 잘 알고 있어 정치력이 부족한 의원은 가차 없이 물갈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역 평가는 국가예산 확보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어떻게 의정활동을 했느냐로 평가한다. 예전에는 현역들을 평가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SNS 등의 발달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현역 3~4명을 제외하고는 낙제점 수준이다.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상임위원회 활동을 잘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은 그렇지 못한 의원이 다수다.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지역에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야기가 나돈다. 초선들의 존재감이 떨어지니까 그래도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합리성이 결여돼 문제가 많다. 주로 전직의원 쪽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은연중에 흘린 것으로 탐문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현역으로 있을 당시 의정 활동을 잘하지 이제 와서 잘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정동영 전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새정연에서 공천 못 받을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서 줄 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최근 김완주 전지사가 천년전주사랑모임 이사장직을 맡은 것은 내년 총선 때 전주에서 출마하려고 사전정지 작업을 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시중에는 깜도 안 되는 망둥어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겠다고 설치는 바람에 쓴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와중에 선거브로커들까지 교묘하게 입지자들을 부추겨 선거판이 ‘개찐도찐’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상무이사 주필
“오송역(충북) 분기에 따른 요금 추가 부담은 없는 게 정부의 원칙이다.” 2005년 호남선 KTX의 오송역 분기 당시, 오송역을 거치게 되면 19Km를 돌아가게 되고 요금도 추가된다는 지적을 받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약속이다. 추 장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자 국토부는 “약속 이행 주장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실천할 방법이 없다.”고 단도리쳤다. 한 나라의 장관 약속인 데도, 그것도 국회에서의 답변인 데도 하나마나한 소리로 깔아뭉개지고 있다.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이전 당시에도 장관의 발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결과됐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LH는 (전북의 요구대로) 분리 이전하는 게 맞다.”고 국회의원들 앞에서 답변했지만 불과 몇달 뒤 LH는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장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전북을 어린아이 달래듯 어루만지며 국토부가 자기주장을 관철시켜 나간 대표적인 두 사례다. 호남선 KTX가 경부선 KTX에 비해 ‘속도는 느리고 요금은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형평성과 지역차별 논란이 드세다. 서울∼부산 간 요금단가는 Km당 138원인데 비해 용산∼익산 간은 152원이다. 호남선 KTX가 느린 건 정차역이 많기 때문이고, 요금이 비싼 건 고속철 전용선 구간이 경부선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속철 전용선 구간이 많으면 시간이 더 단축돼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은 더 느리고, 요금은 더 비싸다는 데에 있다. 또 호남선과 경부선이 분기되기 전인 서울(용산)∼광명∼천안∼오송역까지의 정차율이 엇비슷해야 형평에 맞을 터인 데도 정차율은 호남선 68%, 경부선 51%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내달 2일 호남선 KTX 개통을 앞두고 요금논란이 일자 이번에는 국토부 철도국장이 호남선 KTX 요금 10% 할인을 약속했다. 장관이 갖고 놀더니 이제는 급을 낮춰 국장이 나선 모양새다. 장관도 식언하는 마당에 국장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싶다. 오송역 분기, 서대전역 경유, 요금 번복 등 호남선 KTX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뒷북대응과 안이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 정치권은 돈 몇푼보다는 형평을 꾀하고 차별을 막을 근원적인 개선대책을 물고 늘어져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의 호남선 KTX’는 계속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지난 11일 치러진 제1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에서 선출된 조합장들이 20일부터 새 임기가 시작됐다. 도내에서도 농협 93곳과 수협 3곳 산림조합 12곳 등 모두 108곳에서 새로 뽑힌 조합장들이 취임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인 54곳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셌던 반증이다.조합장 연봉은 조합 규모에 따라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 전국 평균 연봉은 7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매달 200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하면 조합장 평균 연봉은 94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3년 농가의 평균 소득 3452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2.7배에 달하는 고소득층이다. 일부의 경우 조합장 연봉이 시장·군수보다도 많은 곳도 있어서 지역에선 ‘경제권력’으로 통한다. 권한도 막강하다. 각종 사업 추진과 예산의 편성 집행, 대출금리 조정과 대상자 선정, 임직원 인사, 파산 신청권 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이번에 새로 선출된 조합장마다 조합원 위에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조합장이 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임직원을 위한 농협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농협, 조합원이 참 주인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이것이 협동조합 설립의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동안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같은 선거 슬로건이나 공약이 이번 동시 조합장선거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이다. 사실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라는 말에 동의할 농협 조합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다수 농협이 발로 뛰는 경제사업보다는 편하게 금리장사를 하는 신용사업에 치중해 온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 개혁이 항상 화두였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로비와 압력에 밀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번에 도내 조합장 절반이 새 인물로 교체된 만큼 농협에 새 바람이 기대된다. 저마다 농협 본연의 역할인 경제 사업에 올인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특화 소득작목 발굴과 농산물 유통 확대, 판로 개척을 통한 조합원 소득증대 등을 내걸었다. 이제 조합장 임기가 본격 시작된 만큼 이를 실천해 나갈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실행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농협 개혁의 주축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조합원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진짜 일꾼인지 아니면 삯꾼인지 4년 뒤엔 판가름 날 것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세계적 지휘자를 꼽는다면 아마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 마니아 중에는 그의 음반으로 클래식에 입문한 사람이 적지 않고 ‘20세기 음악의 황제’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의 궤적은 뚜렷하다. 세계적인 성악가로 우뚝 선 소프라노 조수미를 발굴해 유럽음악계에 널리 알린 것도 카라얀이다. 그는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이다. 모차르트는 생전에 잘츠부르크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박대를 당했지만 작고한 후에는 오히려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로 인해 먹고 사는 도시가 됐다. 카라얀 역시 모차르트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했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에서 공부했다. 카라얀은 1938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은 이후 베를린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았지만 고향 잘츠부르크를 향한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1955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베를린 필의 종신 음악감독으로 있으면서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 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만들어놓았다. 잘츠부르크가 음악도시로서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바탕에는 그의 역할이 큰 셈인데, 그래서인지 잘츠부르크에서 그의 존재는 지금도 모차르트와 함께 빛난다.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세계적 음악축제의 예술 감독과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일 해온 궤적이 굵지만 그래도 가장 빛났던 것은 지휘자로서의 행보다. 그 역시 지휘자로서의 활동에 모든 것을 걸었던 듯 한데 자신의 생애에 오점으로 남은 나치 가담도 결국은 독일 아헨 극장의 지휘자 자리를 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라얀은 80년대 CD붐을 타고 대중들과 더 가까워졌다. 레코딩에 열정을 보였던 그가 80세 되던 1988년에 나온 자료에는 900장의 음반을 만들어 1억 2000만 장을 팔았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가 작고한 후에도 해마다 18억 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인다니 카라얀 음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3월 18일 전주시향의 204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지난 2월 취임한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첫 번째 무대다. 전에 없이 객석의 평이 좋다. 전주시향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가져온 결과일 터다. 새 지휘자를 맞은 전주시향의 연주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음악 장르의 편식이 심한 전주로서는 의미 있는 일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후 검찰의 행보가 빨라졌다. 요 며칠사이 언론 보도가 검찰의 수사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조간신문은 ‘집권 3년차의 승부수 기·자·방을 쳐라’라는 제목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사정에 나섰다는 얘기다. 기·자·방을 쳐라는 말은 기업 비리, 자원외교, 방산비리 세가지를 말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국방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력한 사정의지를 보였다. 방산비리와 관련, 검찰은 지난 17일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18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은 또 한국석유공사 등과 함께 자원외교 사업에 참여한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기업이 참여한 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 거래에도 비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앞서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포스코건설 사건과 관련, 검찰은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을 출국금지하는 등 재계를 향한 올가미를 조여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 주변인물들이 포스코를 이용해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얼마나 벗겨질지 관심이다. 권력의 사정 아래서 빗겨가는 듯 했던 인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그를 향해 서슬퍼런 검을 겨눴지만 오히려 스캔들을 뒤집어쓰고 낙마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공작이 검찰의 칼보다 강했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망을 끝까지 벗지 못했고,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달 전 그는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채동욱 전 총장의 승리였다. 권력과 검찰의 칼날은 엄정해야 한다. 불편부당해야 한다. 세간에서 말하듯 집권 3년차의 필요에 의한 ‘부패와의 전쟁’이든 아니든 말이다. 비리의 덩어리를 제대로 들어내 보라.
광역자치단체는 항상 중앙정치 눈치를 살피게 돼 있다. 집권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지역 출신 인재기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의 정치환경이 매우 불리한 구조다. 집권세력의 주류가 영남인데다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도 부산 출신이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친노를 탈피했다고 하지만 부산이다. 여기에 국무총리가 충청 출신이다. 이 같은 구도하에서 전북 출신은 장차관 하나 없다. 문제는 장차관은 그랬다 치더라도 각 부처 실세 그룹에 전북 출신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장차관 될 사람도 씨가 마른 형국이다.전북으로서는 최악의 권력지도가 만들어 지다 보니까 송하진 지사부터 각 단체장들이 전북의 이익 반영을 위해 무척 힘들어 한다. 누굴 붙잡고 전북의 현안을 속 시원하게 말할 상대조차 없다. 다행히도 송지사는 그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맺어온 인맥을 활용하지만 그것 갖고는 역부족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쪽에 핵심원군이 없어 지역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의붓자식 같은 처신을 한다. 광주 전남처럼 새누리당에 이정현 같은 여당의원만 있어도 나름대로 문제를 풀어 나갈 판인데 그렇지 못해 애가 닳고 있다.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도의 뜻대로 잘 안 되는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고 정권적 의지가 없기 때문에 잘 안 되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들은 새만금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지역건설업체도 수주에 참여하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이 크다. 24조나 들어간 4대강사업 때는 이런 저런 규정 다 적용해서 지역건설업체들이 공동도급자가 돼 수주에 참여했으나 새만금 도로건설사업 쪽은 아예 도내 업체가 끼질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72조항만 적용하면 전북 업체도 40%를 참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지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잔치마당만 만들었지 빨대만 빤다.심지어 전북이 공항을 만들려고 애 쓰고 있지만 충북까지 나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새만금에서 150Km 떨어진 청주공항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전북 공항 신설을 반대한다. 요즘 충청권의 정치적 발언권이 세지면서 전북이 직접 이해관계가 없다고 여겨온 충북까지 나서서 공항건설을 반대, 도민들의 자존심을 뒤흔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영호남 구도 하에서 전북이 찬밥을 먹었지만 요즘에는 충청권까지 인구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전북 현안을 발목잡고 나서 걱정스럽다. 앞으로 전북의 살길은 전략적 선택을 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상무이사 주필
96년전 3월은 만세운동과 시가행진이 들불처럼 일어난 시기이다.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뒤 자주독립 만세운동은 방방곡곡에서 한달 내내 계속됐다. 전북의 첫 만세운동은 옥구교회 신도 70여명이 시위를 벌인 3일이었다. 좀 늦은 이유는 서울과 연락이 제대로 안된 데다 독립선언서의 전달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북의 만세시위로는 임실 오수시장 시위와 익산시장 시위, 남원 덕과면 식목일 만세시위를 3대 시위로 꼽는다. 이중 가장 큰 규모는 장날인 20일 오수시장 시위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20∼30명이 모였으나 점차 불어나 2000여명으로 늘었다. 그러자 일본 경찰은 이기송, 이만의 선생을 연행해 구속시켰고, 흥분한 군중들은 구속인사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관 주재소를 습격하고 면사무소를 점거했다. 일본군 헌병대와 경찰은 총기를 난사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고 많은 애국지사들이 연행됐다. 당시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집성촌인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 문중 인사들의 만세시위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한 집안에서 16명이나 되는 인사들이 일본 경찰에 잡혀가 고문과 옥살이를 했다(전북향토문화연구회 회보 3월호) 광복 70주년 기념 ‘3·1만세운동 전국학술대회’가 17일 오후 1시부터 충절의 고장인 임실군청에서 열린다. 김종수 군산대 교수(사학과)는 발제 ‘호남지역의 3·1운동’에서 “호남의 3·1운동이 타 지역보다 소극적이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일제의 잘못된 통계에 의한 것으로 시정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총독부 발표 3·1운동 가담자 수는 전북 3710명, 전남 2868명으로 충북(3만2730명) 충남(4만명)보다 훨씬 적고 만세 횟수(3월1일∼4월10일)도 전북 39회, 전남 44회로 충북(56회) 충남(75회)에 비해 매우 적다. 이같은 조선총독부 통계는 실제보다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예로 전북의 실제 만세시위는 184회(김남수의 ‘전북지방의 3.1운동에 대한 연구’), 전남은 90여회(한규무의 ‘광주전남 기독교인들의 3·1운동 참여와 동향’)라는 사실을 들었다.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전북일보와 임실군, (사)소충·사선문화제전위원회가 학술대회를 열어 잘못된 기록을 바로 잡고 의미를 되새기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이 나라가 풍찬노숙하며 목숨을 내놓고 지켜온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사실도 한번쯤 반추해 볼 일이다. ·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 무대’행사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한 대학생이 물음을 던졌다. “청년 실신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김 대표는 이에 “제가 20대 때는 우리 사회가 급성장하던 때라 청년들이 취업 걱정을 전혀 안 했습니다. 저는 재밌게 보냈습니다”고 전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저희에게 참 힘이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라며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요즘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신조어가 청년 실신시대다. 과도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안돼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실업자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실상을 일컫는다.한 취업 포털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20~30대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사회 진출 전 평균 1564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936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67%나 늘어났다. 이들 가운데 12.6%는 신용불량자가 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고도 제때 갚지 못하는 대학생이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에서 30%대의 고금리로 빌려 쓴 학생들도 7만 명이나 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전락한 대학생이 4만 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이 6671명에 달했다. 지난 2012년 6809명을 기록한 이후 2013년 6098명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년 6000명이 넘는 피 끓는 청춘들이 자신들의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인생의 낙오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지난해 20대 청년 실업률은 9.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올 1월 들어서는 9.2%로 올라갔다. 60만 명이 넘는 아르바이트 학생 등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한다. 체감 청년실업자수도 107만명이나 된다. 청년 실업은 개인 차원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자 국가적인 과제다. 10대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은 유보금만 540조원으로 내부 유보율이 1700%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유보율은 무려 1만9000%에 달한다. 이제 국가와 자치단체, 기업들이 팔 걷고 나서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창출에 올인 해야한다. 그래서 꿈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이웃 도시 광주에는 이름 난 전통시장이 있다. 대인예술시장 별장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대인시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문체부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에 선정되어 2018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이다. 자료를 보니 2011년 대인예술야시장이 시작된 이후 해마다 6회 혹은 7회 정도 야시장이 운영되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8만1000명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통계가 있다. 회당 평균 방문객은 1만 명~1만5000 명 정도. 한 달에 한번 금요일과 토요일을 엮어 개설되는 야시장 성과로 보자면 놀라운 숫자이니 벤치마킹 사례로 꼽힐만하다. 그러나 톱아보면 이 시장의 근본적인 미덕은 따로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전통시장의 쇠락을 주목, 시장 부활에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애초 시장에는 70~80명의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공짜로 얻거나 싼값에 빌려 입주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는 쇠락해가는 대인시장의 예술가 입성을 주목했다. 시장을 전시장으로 변화시킨 ‘시장 속 비엔날레’는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겼다. 예술로 전통시장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된 계기였다. 2월 마지막 주에 문을 연 대인예술시장을 다녀왔다. 7시부터 시작된 야시장 거리마다 노점가게가 이어지고 미로처럼 잇대어진 골목 안은 관광객들로 들어찼다. 그런데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니 예술가들은 어디 있을까 궁금했다. 몇 개의 노점과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한 평 갤러리가 있었지만 예술가들의 공방과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찾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어김없이 따라붙은 것이 임대료 인상. 정작 전통시장의 부활을 이끌었던 예술가들은 시장 안에서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대인예술야시장에는 예술가들보다는 셀러(seller)들이 더 많다. 프로젝트팀이 일정한 비율로 예술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셀러의 비율이 작가들의 다섯 배나 되는 탓이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정삼조 감독은 상인과 예술가와 청년 상인이 융합한 창조적 예술시장이 대인시장이 가야할 길이라고 소개했다. 밀려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찾아주는 일이 더 절박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이런 위기는 대인시장만의 것이 아니다. 돌아보면 이제 겨우 숨통을 트기 시작한 몇몇 전통시장들이 한결같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쇠락과 부활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장에 당선된 박경철 익산시장은 당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됐다. 무려 27년간 국회의원 선거 여섯 번, 시장 선거 다섯 번 등 모두 11번 고배를 마시다가 12번째 도전에서 성공을 거둔 ‘11전 12기’ 인간승리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무소속이었고, 현역 시장이던 상대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신은 박경철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선 후 그는 미래를 향해 번영하는 익산시를 만들겠다, 시민에게 보답하는 진정한 일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요즘 박경철 시장은 편치 않아 보인다. 익산시의 미래 번영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이나 행보 보다는 요란한 잡음이 더 난무하는 분위기이니 박 시장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선거 후 허위사실공표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선이 무효되는 엄벌이다. 이에 박시장은 항소심을 준비중이다. 익산시 공무원 노조와도 불편한 관계다. 익산시청공무원노조 김상수 위원장이 박 시장의 1심 판결을 두고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한 후 양측 관계가 급랭했다. 김상수 위원장은 단식농성 중이고, 익산시는 지난 10일 전북도에 김 위원장의 중징계를 요청했다. 이유는 김 위원장이 조합원 복리증진이나 근로조건 향상과 상관없는 시장사퇴 촉구를 한 것이 지방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과 관련한 떠들썩한 문제들을 보도하는 언론과의 관계도 좋지 않고, 의회와의 관계도 썰렁하다. 지난해 박 시장이 주민 피해를 우려, 우남아파트 주민 긴급 대피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익산시의회는 청원심사특별위원회를 열고 박시장의 잘못된 판단을 질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출석 요구를 세차례나 거부했다. 익산시는 2002년 위험시설로 지정된 곳에 대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한다. 어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도 3심까지 가는 재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박경철 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시장과 시민들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다만 박시장은 ‘익산시장 박경철’이라는 책임있는 공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벌금형이 100만 원 이상으로 결론나든, 아니든 현재 박경철은 익산시장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이 내년 4·13으로 다가오면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지만 3년은 의정활동하고 나머지 1년은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 현역들은 현역들대로 수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입지자들은 금배지를 뺏으려고 조직 만드느라 분주하다. 다음 총선은 헌법재판소에서 현행 선거구 인구기준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현재 11개 지역구가 조정될 것이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 지역구를 줄이는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아 앞으로 어떻게 선거구가 조정될지 관심이 집중된다.선거구 조정에 따른 이해관계가 없는 전주 익산 군산은 현역들이 수성하려고 더 절치부심한다. 표심을 미리 잡기위해 의정보고회를 여는 등 지지기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들에 대한 민심이 왈칵 좋은 편이 아니다. 초선이 3명인 전주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역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됐다. 한마디로 기대감에 못 미친다는 여론이다. 너무 야당의원으로서 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경험 부족으로 의정활동을 못한 면도 있지만 전문성과 정치력이 떨어져 애초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 한편에서는 그래도 한번 더 기회를 줘 인물로 키워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여론주도층은 정치력이 약화된 전북정치의 복원을 위해 무척 고민스러워 한다.그러나 문제는 4.29 재보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원래 재보궐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 야권이 유리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야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잇달아 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내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새정연 당 대표가 된 문재인대표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도내 정치권도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정동영 전 의원이 이끈 신당 국민모임도 후보를 낸다고 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전북정치판이 영향 받을 수 있다. 정치는 변화무쌍한 생물이라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전북정치권은 꽃샘추위를 뚫고 꿈틀 댄다.상당수 도민이 현역 두셋을 제외한 전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시각을 ‘개찐도찐’ 정도로 보고 있어 20대 총선때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 이유는 무장관 무차관이 계속되는 등 현 정권에서 지역홀대가 이어지지만 이를 해결하려고 온몸을 던지는 현역 국회의원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선수교체를 원하고 있다. 상무이사 주필
“한국은 불과 2주간의 대회를 위해 왜 가리왕산을 파괴하는지 모르겠다.” 녹색연합 등의 초청으로 지난달 방한한 일본 시민단체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크워크’ 대표인 에자와 마사오(66) 씨는 기자간담회에서 환경파괴와 비경제적인 경기장 시설 문제를 비판했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가리왕산 중봉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알파인스키 5개 세부종목 중 활강, 슈퍼대회전, 복합경기장으로 예정돼 있다. 총사업비는 1095억원, 현재 공정률은 8.2%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나가노시는 17년이 지난 지금 17조원의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빚 때문에 나가노 주민들은 복지축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나가노도 그렇거니와 인천시도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고통 받고 있다. 인천시는 빚이 약 4조8000억원이다.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13조원에 이른다. 원금과 이자 상환에 드는 돈이 연간 4100억원이다.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경기장을 새로 짓는데 돈을 쏟아 부으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분산 개최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과 환경파괴 때문이다. 분산개최는 지난해 12월8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어젠다 2020’을 총회에서 통과시키면서 탄력을 얻었다. ‘어젠다 2020’은 ‘경제올림픽’ 추구와 ‘1국가 1도시 원칙의 파괴’가 핵심이다. 특히 가리왕산 중봉은 스키경기가 끝나면 산림을 복원하도록 돼 있고 복원비용이 1018억원에 이른다. 복원한다 해도 중봉 일대의 식생과 토양구조상 원상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비용낭비와 환경파괴를 몰고 올 가리왕산 중봉 대신, 무조리조트의 스키코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사율과 표고차를 조정하면 가능하고 이럴 경우 비용 절감효과가 17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무주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를 희망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나가노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스케이트장도, 썰매장도 방치된 상태다. 경기장 시설을 유지하는 데만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매년 10억엔 이상의 관리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마사오씨의 지적처럼 동계올림픽 이후를 생각하면 분산개최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분산 개최에 대해 부정적이니 돈 없다는 말도 거짓인가 보다. 수석논설위원
9년 전 전주를 찾았던 여류 오지탐험가인 한비야씨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전주는 대한민국의 오지네요. 인천공항에서 지하철타고 서울로, 서울서 익산까지 KTX 타고, 다시 전주로 직행버스 갈아타고, 버스터미널에서 시청까지 택시타고 정말 힘들게 왔어요. 제주도도 비행기 한번 타면 가는데…” 7년간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돌며 세계 오지지역을 탐방했던 한씨가 푸념처럼 건넨 말에 전북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뿐이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으로부터 소외와 차별, 홀대와 푸대접을 받아 온 전라북도가 여전히 이 같은 오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함을 넘어 이제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지난 4일 도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송하진 도지사가 토로한 ‘전라북도 변방론’은 이 같은 전북의 현주소를 적확히 대변했다.외유내강에다 선비형인 송 지사는 평소 자신의 진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날 송 지사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참 힘이 많이 든다. 새만금은 느려도 너무 느리고 공사를 시작한 지 25년이 됐는데도 방조제 막은 것 외에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호남 중에서도 전북은 변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장·차관은 아니어도 좋으니 중앙정부 요직 국과장 자리에 전북 사람 몇 명만 있어도 좋겠다”민선 도지사가 느끼는 전라북도의 암담한 현실 앞에 도민들은 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초기 조각에서 전북출신이 장관과 차관에서 모두 배제됨에 따라 전 도민의 공분을 샀다. 도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자 YS는 후속 개각 때 전북출신을 발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또 다시 전북 인사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8개월째 전북출신 장관 차관 한명 없다.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장은 모두 영남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375조원의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의 실세부서인 예산실에 19명의 과장 중 전북출신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지사로서 오죽하면 정말 힘들다고 토파했을까. 송하진 도지사의 하소연은 200만 도민과 300만 출향 전북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전북의 민심과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운소(轉運所)를 혁파할 것, 보부상인들의 작폐를 금할 것, 탐관오리들을 아울러 파면시켜 내쫓을 것, 보세와 궁답은 시행하지 말 것…….’ 갑오년 동학농민군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내걸었던 폐정개혁안의 일부 내용이다. 반봉건 개혁의지를 천명한 동학농민군이 떨쳐 일어선지 한 달 여. 전라도 서남부 지역을 장악하며 파죽지세로 올라와 전주성을 함락한 것은 1894년 4월 27일(음력)이었다. 황토재와 황룡촌 전투의 승리에 이어진 전주성 함락은 그야말로 농민군의 쾌거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남쪽에서부터 뒤를 쫓아온 관군 홍계훈 부대와 벌인 접전에서 농민군은 패하고 말았다. 첫 싸움이 벌어진 4월 28일부터 큰 피해를 입은 농민군은 5월 3일까지 이어진 전투에서 대포로 무장한 관군의 위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패전의 타격은 컸다. 소년장수로 불렸던 이복용이 죽음을 맞았고, 지도자 김순명을 잃었으며 전봉준도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다. 더 이상의 결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농민군은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돌파해야만했다. 큰 승리를 거둔 관군도 입장이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농민군의 위압적인 기세를 막기 위해 조선정부가 청나라 군대 출병을 요청하자 그에 맞서 일본군까지 출병하면서 외국군대 주둔의 외세 의존이라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되었던 까닭이다. 서로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열세에 놓였으면서도 의기충천해있던 농민군은 관군과 협상(혹은 타협)에 들어갔다. 드디어 5월 8일 농민군은 정부에 ‘폐정개혁안’을 제시하고 전주성에서 물러난다. 협상의 결과다. 폐정개혁안을 이끌어 낸 ‘전주화약’은 농민군과 관군 사이에 이루어졌던 협상과 그 내용이 실행된 과정을 이른다. ‘화약’의 성격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이 있지만 조선정부가 동학농민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 혁명의 실질적 결과물인 폐정개혁안과 관민통치와 농민통치를 실현한 집강소 설치를 이어냈다는 점, 농민군과 정부가 외세(청과 일본)를 몰아내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절대적이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로 ‘전주화약일’이 추진된다. 기념일 제정 추진위는 농민군과 관군 사이에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5월 7일과 타협안이 실행에 옮겨진 8일 중 연구자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있는 8일을 택했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전주화약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합의에 앞세워질 일은 아니다.
양상군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양상군자는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후한 시대에 하남성 태구현에 진식이란 현령이 있었다. 그는 항상 주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해 존경을 받았다. 어느 해 흉년이 들었을 때다. 도둑이 진식의 집에 몰래 들어가 대들보 위에 숨어서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식이 이를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 하고선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정색을 하고 훈계하였다. “무릇 사람은 스스로 힘써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하지 않은 사람도 반드시 본성이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습관이 어느덧 성품이 되어 마침내 여기에 이르게 된다. 대들보 위에 있는 군자가 그렇다.” 대들보 위 납작 엎드려 진식의 훈계를 듣고 있던 도둑이 깜짝 놀라 스스로 바닥에 내려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죄를 뉘우쳤다. 진식이 도둑에게 말했다. “그대의 모습을 보니 악인 같지가 않다. 생활이 어려워 억지로 착함을 거스르게 되었다.”며 비단 2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설 명절 연휴가 너무 길었던 탓일까. 연휴 동안 전북혁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둑이 들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도둑은 아파트 동남쪽 발코니를 타고 12층까지 침입했고, 해당 동에서 여섯 집이 피해를 입었다. 도둑은 패물, 현금 등을 조용하게 털어 유유히 사라졌다. 모처럼의 연휴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가 도둑이 든 사실을 한동안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뒷정리가 깔끔했다고 한다. 도둑은 서커스 단원처럼 1층에서 12층까지 오르내렸다. 발코니 창문을 드라이버같은 것으로 제치고 침입했는데, 잠든 주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파트는 주로 고층이기 때문에 도둑이 침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완전히 잘못됐다. 이미 수많은 아파트가 도시가스 배관 가시철판을 설치했다. 1∼4층에는 마치 교도소처럼 방범창이 설치됐다. 지난 3일 말도 많았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10월 시행되면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예나 지금이나 진짜 큰 도둑은 ‘양상군자’가 아니다. 오죽하면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OECD 국가라고 으스대지만,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세계 46위로 역시 선진국이다. 그런데 김영란법과 관련, 그 사정권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람들이 수두룩하였다. 양상군자의 양심도 없다.
요즘 정동영 전의원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부산을 떨지만 도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갑다. 그 이유는 그가 도민들의 기대를 너무 저버렸기 때문이다. 여당 대선후보까지 됐을 때는 그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무척 컸다. 대다수 도민들은 건국 이후 전북인으로서 정 전의원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에 자긍심을 가졌다. 하지만 낙선 이후 그가 보인 일련의 행태는 실망 갖기에 충분했다. 원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던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하다. 정 전의원이 대선 낙선 후 미국에 가 있을 당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정 전의원은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전주 덕진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것. 지금까지 정 전의원이 정치를 해오면서 가장 악수를 두고 만 게 덕진 보궐선거 출마였다. 정치지도자는 참을 때는 참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놓친 것.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인물이면 일반인과 다른 인내심을 갖고 때를 기다렸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대선 주자로서 조급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정치로 회귀 시점이 너무 빨랐고 회귀명분도 안 좋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치인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욕심 사납게 조급하게 서둔 게 그의 정치생명을 약화시켰다. 정 전의원은 나이나 경륜으로 봐도 묵묵히 현실정치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내공을 쌓았어야 했다.단추를 잘못 꿰다보니까 계속해서 악수만 뒀다. 서울 동작에서 뼈를 묻겠다며 출마한 것이나 강남에서 출마해서 낙선한 것들이 정 전의원 한테는 가시밭길이 되었다. 특히 그의 튀는 행보는 상식적이지 못한 대목이 많았다. 당이 내건 이념보다 더 좌클릭한 것이 그를 더 식상케 했다. 이런 일이 연속 시리즈로 나오자 그간 일방적으로 지지했던 도민들도 서서히 등 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정 전의원이 너무 진보 쪽으로 쏠려 그쪽서는 지지자들이 생겨날지 몰라도 온건 보수 쪽에서는 관심도 없다. 지금 상당수 도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을 부르기 보다는 어찌 한번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겠냐는 식이다.어제 전주에서 그가 만들려는 신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있었다. 20년 이상 민주당이 일당 독식한 정치체제로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도민들 가슴까지는 파고들지 못한 것 같다. “현직 때 잘하지 이제 와서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도내서 만큼은 콘텐츠가 약한 그의 정치가 자칫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상무이사 주필
공직 비리가 만연해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3일 처리키로 한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초강력 부패처벌법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이보다 더 무거운 공직자 처벌법이 있었다. 분경금지법과 장리처벌법이 그것인데 분경금지법은 인사청탁 금지법이고, 장리처벌법은 부패 공무원의 가문에까지 연대책임을 묻는 형벌이다. ‘분경(奔競)’은 분추경리(奔趨競利)의 준말로, 벼슬을 얻기 위해 상급자의 집에 분주하게 드나들며 엽관운동하는 걸 말한다. 하급관리가 상급관리의 집을 방문해 인사청탁을 하다 걸리면 곤장 100대에 3000리 밖 유배형에 처해졌다. 곤장 100대면 사형에 가까운 형벌이고, 유형 3000리라면 사실상 조선 땅을 떠나라는 형벌이다. 정종 원년(1399년)에 이런 지시가 있었고 성종 원년(1470년)에는 경국대전에 법제화되었다.이보다 더 무서운 법이 장리처벌법이다. ‘장리(臟吏)’는 뇌물 횡령 등 부패 공무원을 일컫는다. 이 법이 무서운 이유는 비리 당사자뿐 아니라 가문 자체가 처벌 받기 때문이다. 부패 공무원으로 낙인 찍히면 아들과 손자 등 3대의 공직임용이 금지된다. 자손 대대로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 매우 엄한 법이다. 당시 엽관운동이 얼마나 성행했으면, 그리고 부패 공무원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가혹한 법률이 나왔을까 싶다. 지금 ‘김영란 법’이 국민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공직비리가 만연해 있고 수법 또한 교묘해진 탓이겠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한 이 법안은 100만 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 국회,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 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종사자가 대상이었지만 국회 정무위에서 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종사자 등과 그 가족으로 확대해 논란이 일었다. 가족 연좌 따위의 시대착오적인 형벌이 오늘날에도 운위되는 게 놀랍다. 마치 조선시대 장리처벌법을 연상케 한다. 문제는 국회에 있다. 이 법안은 2012년 제안∼2013년 8월 정부안 국회 제출∼올해 1월8일 국회 정무위 통과 등 2년 넘게 진행돼 왔다. 허송세월해 놓고는 이제와서 적용대상과 처벌기준을 놓고 여야가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 꼴이 영 보기에 좋지 않다. ·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발표된 전북발전연구원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구 윤리는 실종되고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부패와 타락이 만연한 총체적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연구조사를 진행하면서 하지도 않은 설문조사를 마치 실시한 것처럼 꾸며서 제시하거나 잘못된 데이터를 반영해 사실과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등 왜곡 부실연구 과제를 수행해왔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여기에 위탁과제 결과물을 연구원 개인 업적으로 슬며시 끼워 넣는가 하면 설문조사 답례품으로 구입한 문화상품권을 연구원들끼리 나눠가진 행태는 전발연의 윤리의식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케 한다.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비위와 부정에 연루된 연구원이 한 둘이 아니라는데 있다. 전발연 전체 연구원 26명 가운데 개인사정 등으로 연구수행 실적이 없는 3명을 제외한 23명 전원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 중 10명은 파면 해임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 8명은 경징계, 5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야말로 복마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전발연의 연구 윤리강령이 무색할 따름이다. 예산의 목적외 사용금지를 비롯 투명한 회계 관리와 본인 및 배우자의 금품 등의 수수 제한 등 부패방지를 위해 32개 항목에 달하는 임직원 행동강령은 결국 헛구호에 불과했다. 전발연 원장은 이 같은 윤리강령을 매년 1회 이상 교육하고 이행실태 및 준수여부를 매년 1회 이상 정기 점검하도록 규정해놓고 있어 이를 방기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지난해 11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 실적 부풀리기, 예산 과다사용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렇게까지 부정 부패가 심각할 줄은 몰랐었다. 사실 지난해 6월 도지사 임기만료 직전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한문화 창조거점 국제포럼을 개최했을 때도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연구용역의 중간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국제포럼을 진행한 배경에 의혹이 쏠렸었다.이제 전발연은 이름만 빼고 모두 개조해야 한다. 사람과 조직, 기능과 역할 등 도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대수술이 시급하다. 정치적 논리나 행정 뒤치다꺼리나 하는 연구는 집어치우고 전라북도의 싱크탱크로서 지역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큰 그림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연구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럴 때만이 전발연의 존립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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