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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언급해 시작된 기업인 사면 문제가 여야 정치집단간 엇갈린 반응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이를 처음 언급한 최 부총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쪽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사면,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 된다. 일반 범죄인들은 일정 기간 복역하면 다 가석방해준다”며 찬성하고 나섰다. 재계 쪽도 수출 중심의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등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활성화에 일조하라는 취지에서 가석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오너 중심의 한국 대기업 경영 체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썰렁한 반응도 나온다. 원혜영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확대 간부회의 자리에서 “정부 여당이 비리 기업인의 가석방 사면을 위한 군불때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가석방돼도 투자결정을 할 수 없고, 굳이 가석방될 이유도 없다며 반대다.김무성 대표, 최경환 부총리 등의 기업인 사면 언급은 기업 총수 봐주기 차원의 군불때기 측면이 강하다. 과거로부터 기업인 사면은 매우 민감하고 비난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단 말을 던져놓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속셈이 엿보인다. 게다가 요즘 경제상황은 그 빌미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달러화 강세 속에서 미국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계속하는 바람에 이래 저래 한국 경제는 어렵다. 저금리와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중국 경제성장률 약화 등 세계 경제가 힘든 것도 기업인 가석방 논의에 긍정적 요인이다. 게다가 가석방 대상이 되는 최태원 SK 회장 등 몇 명은 2년 전후 복역, 가석방 요건을 갖췄다. 적어도 억지 주장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최근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일탈 행위 등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기업인 가석방, 사면’ 언급은 부적절하다.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은퇴 후 호스피스 활동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득수 박사로부터 ‘데스 카페(Death Cafe)’를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을 체험하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며 죽음에 대한 활동을 독려하는 카페가 운영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각 나라마다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 지금은 18개 나라에서 800개 정도의 데스 카페가 운영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안 박사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터부시하는 문화적 편견속에서 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죽음의 실체를 다룬 다큐 ‘데스’ 로 화제를 모은 EBS 제작팀이 최근 펴낸 책 ‘죽음’에도 영국의 데스 카페가 소개되어 있다. 데스 카페의 역사는 길지 않다. 데스 카페를 처음 만든 이는 존 언더우드라는 사람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를 만들었는데, 데스 카페 운영 가이드라인을 인터넷에 올리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오늘날 운영되고 있는 데스 카페는 일정하게 정해진 공간이 따로 없다. 죽음을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모아 운영하면 되는 것이어서 도심 속의 카페나 도서관, 공원, 축제의 한편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 EBS 제작팀이 찾아간 영국의 데스 카페는 한 달에 한번 항상 같은 시간에 열리는 카페다. 예약으로 참가자를 받지만 정해진 좌석이 부족해서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이 카페 운영자는 “데스 카페를 다녀간 사람들은 죽음을 일반적인 주제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된다”며 “무엇보다 인생에 대하여 더 감사하고 현재를 살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데스 카페의 가장 큰 효과”라고 소개한다. ‘죽음’을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야기하면서 이해해야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데스 카페의 성장은 흥미롭다. 주목을 모으는 것이 또 있다. 영국의 ‘죽음 알림 주간’이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5월에 운영하는 한 주간동안 영국 전역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화를 공유한다. 세계 각국의 ‘죽음의 질’ 순위에서 영국이 1위 국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에 출연한 션과 정혜영 부부의 기부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별명이 ‘기부 천사’일정도로 매달 고정적으로 후원하는 금액만 2000~3000만원에 달한다. 홀트아동복지회에는 매년 1억원씩 6년째 기부를 통해 매년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꿈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늘 더 사랑해’ 가족에세이 발간을 통해 얻은 인세 1억3000만원도 대학생 2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1주일에 2~3번 정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km마다 1만원씩, 1년에 1만km 뛰어 1억원을 후원하는 ‘1만원의 기적’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션·정혜영 부부가 직접 기부한 금액만도 35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푸르메재단과 함께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기금 마련에 나서 목표금액 430억원 중 현재 320억원을 모금했다. ‘1만원의 기적’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회자가 물었다.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건가요” 그들 부부는 “우리가 돈이 많아서 돈을 쌓아 두고 있어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다보니 하루 1만원으로 시작한 기부금이 늘어났다고.연예계의 또 다른 기부 천사로 가수 김장훈이 있다. 독도 지킴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아직도 500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나라와 어려운 이웃, 청소년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도 자그마치 200억원에 달한다. 1991년 가수 데뷔 후 8년 만에야 흥행 가수가 됐다. 그러자 교회 목사로 청소년 사역을 하는 그의 어머니가 “너도 이제 사랑을 받으니 베풀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권유에 사회복지시설을 찾았던 게 기부천사로서 첫 출발이 됐다는 것. 그는 자신이 고교 중퇴 등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만큼 빗나가는 청소년 선도에 열정을 쏟고 있다.우리 지역에도 자랑스런 기부 천사가 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주 서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지난 2000년 4월 주민센터 앞에 58만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14년간 성탄절 전후에 몰래 돈 상자를 놓고 간 금액이 3억 4699만원에 이른다. 얼굴 없는 천사는 도내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 장수 장계면에서는 폐품을 모아 10여년째 기부하는 익명의 독지가가 있다. 익산 성당면·어양동 남원 산동면·대강면 진안읍 부안 하서면 전주 인후1동·서서학동 등 올해도 곳곳에서 남몰래 쌀과 돈봉투를 놓고 갔다. 성탄절을 맞아 우리 사회에 기부 DNA와 천사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전주와 전북은 예로부터 맛과 멋의 고장으로 소개돼왔다. 지금도 이 같은 컨셉은 변하지 않았다.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한정식 추어탕 바지락죽 풍천장어 꽃게장 말고는 각 시군별로 특별히 내놓을만한 음식이 없다. 전주 군산 남원 고창 부안 등 일부 시군 빼고는 전반적으로 향토색 짙은 음식이 제대로 개발돼 있지 않다. 무주는 금강에서 잡은 동자 빠가 등 물고기로 어죽을 끓이지만 그 수요가 많지 않아 겨우 몇 집만 명맥을 유지한다. 구천동에서 산채정식을 팔지만 그 맛 때문에 일부러 구천동을 찾을 정도는 아니다. 진안이 예전에는 애저와 돼지고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딱히 진안을 대표할만한 음식이 없다. 한우로 유명한 장수도 특색 있는 음식이 없어 관광객이 그냥 지나친다.남원은 광한루원 만인의총 지리산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겨우 추어탕 하나로 남원 음식의 명맥을 이어간다. 추어탕 재료인 미꾸라지도 거의가 중국산이어서 예전의 맛을 못 낸다. 배고팠던 시절의 어머니 손맛은 어림없다. 가을 벼 베기를 마친 후 도랑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먹던 그 맛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다. 대다수 식당들이 천연조미료 대신 값싼 중국산 식재료에다 MSG를 넣어 맛을 내기 때문에 옛맛이 나질 않는다. 마치 패스트푸드 같은 맛만 난다. 순창도 강천사 입구에서 산채정식과 비빔밥 등을 팔지만 음식맛 때문에 특별히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강천사 산책길이 너무 좋아 찾을 뿐이다.김제는 총체보리를 먹인 한우로 유명하지만 그 수요가 제한적이고 심포에서 죽합 백합 등을 소재로 한 음식을 만들지만 타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부안은 바지락죽이 대표 음식으로 각광 받을 뿐 격포 횟집의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아 전주서도 대천등지로 빠진다. 풍광 좋은 변산반도를 드라이브 삼아 곰소에 이르면 그나마 맛깔스러운 젓갈냄새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고창은 풍천장어로 소문나 선운사 도솔암길 산책길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정읍 산외가 한때 소고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주춤하고 군산에는 금강하구둑 주변에 꽃게장 백반 손님들로 붐빈다. 익산은 기억에 남을 음식이 별로지만 황등 비빔밥 정도가 그나마 낫다. 이에 반해 장항 할매온정집은 아구요리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논산 고향식당은 도가니탕으로 착한가게 명성을 얻었다. 진주 하연옥 냉면은 사계절 요리로 명성이 자자하고 목포인동초마을은 삼합과 홍어요리를 잘해 항상 식객들로 붐빈다. 이 정도 맛집이라야 소리 소문 듣고 천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제발 각 시군들이 맛집 개발에 신경 좀 썼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우리 세대는 누구나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추억이 있지요. 할머니가 ‘어흥’하며 호랑이 소리를 흉내 내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린 남매가 호랑이한테 쫓길 때에는 발을 동동 구르다 잠이 들곤 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던 옛 이야기가 내가 받은 첫 교육이었어요.” 지난해 연말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전국대회’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받은 어느 ‘이야기 할머니’의 수상 소감이다. 이야기 할머니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 기관을 방문해 옛 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봉사자들이다. 이야기 할머니는 ‘유치원 스타’로서 인기 짱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 각광 받고 있다. 올해에는 750명 선발에 4995명의 신청자가 몰려 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년도에는 2600여 명이 몰렸었다. 경북도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국학진흥원이 2010년 안동을 중심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열풍이랄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개 친구가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지원하거나, 은퇴 후 소외감을 느끼던 할머니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가족들의 권유로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고정된 직업이 없는 만 56세에서 만 70세까지의 여성 어르신이다. 기본적 인성과 소양을 갖추고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선발된 뒤 연간 7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거주 지역 인근의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효과도 큰 모양이다. 컴퓨터게임과 TV 등 혼자 놀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힐링시키는 효과가 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조(祖)-손(孫)간 소통함으로써 핵가족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 무릎교육이 부활하는 것 같아 반갑다. 할머니의 무릎교육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유아의 인성을 함양하고, 어르신에게는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처럼 호응도가 크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 우리지역 교육청이나 자치단체들도 시도해 볼만하다. 여성 어르신 일자리로도 제격이고, 동량으로 커 나갈 아이들에게도 풍부한 정서적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갑오년 말띠해가 저물고 열흘 후면 을미년 양띠해다. 말은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다. 양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내성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을 맞아 지나온 1년을 뒤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갑오년 말띠해가 저무는 길목인지라 말과 관련된 사자성어가 눈길을 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다. 소와 말은 물에 빠져도 헤엄을 쳐서 뭍으로 나올 줄 안다. 실제로 저수지에 빠진 소와 말은 헤엄쳐 나오는데, 말이 소보다 훨씬 빠르게 헤엄쳐 나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말은 땅에서 뿐 아니라 물 속에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리를 움직여 물살을 헤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급류가 형성된 강에 빠진 상황에서는 수영선수 말의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폭우가 쏟아져 물이 크게 불어나면 소나 말도 강물에 휩쓸린다. 재주가 많은 사람도 휩쓸려 익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나 말은 익사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되면 소는 살지만 말은 죽는다는 것이 우생마사 이야기다. 물속에서 헤엄을 잘 치는 말이 급류에서 익사하는 이유는 말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다. 수영을 잘하는 말은 물살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네 발을 마구 저으며 물살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방향이 문제다. 물을 거슬러 헤엄을 치는 것이다. 물살이 약한 상황이라면 문제없이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급류에 빠진 말은 약간의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제자리를 맴돌 뿐이라고 한다. 결국 탈진해 익사하고 만다. 하지만 소는 바보스럽게도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간다고 한다. 말처럼 급류를 벗어나기 위해 온힘을 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 가다 보면(폭포 등 위험구간이 없는 한) 조금씩 조금씩 강가에 접근되고, 얕은 곳에 닿게 됐을 때 빠져나온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이야기처럼, 느림보 소가 빠른 말을 이기는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자동차, KTX, 비행기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빠름의 미학에 빠져 산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노후를 대비한 건강과 돈도 챙겨야 한다며 마음이 급하다. 겉으로 ‘슬로시티’를 말하지만 각박한 현실에서 30년 이상을 늙은이로 살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느림의 미학은 허세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새옹지마고, 우생마사다. 말처럼 빠르게 앞서간들 종착역은 같다. 3세녀를 고속승진시킨 대한항공 오너 집안이 요즘 행복한가.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자리. 모두발언에 나선 시진핑 주석이 한시 한수를 인용했다. 최치원선생이 지은 ‘범해(泛海)’란 한시였다. 중국 난징(南京)시 뤼슈이현의 당나라 시대 원형을 복원한 초대형 7층탑. 이곳에는 ‘최치원 방’이 있다. 그의 시문과 초상을 전시하고 동상과 초상화, ‘계원필경’ 등을 판매한다. 양주(揚州)에는 최치원 기념관이 있다. 지난 2007년 양주시가 중국 외교부의 비준을 받아 당나라성 유적지 안에 건립한 것이다. 외국인을 기리는 기념관으로는 첫 번째라고 알려져 있다. 당나라성이 있던 이 터는 수나라 양제의 행궁과 회남절도사의 관아가 있었다. 최치원은 880년부터 884년까지 회남절도사의 종사관(비서격)으로 일했다. 양주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이다. 당나라 시대 고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곳에는 한중문화교류를 상징하는 유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예부터 경제의 중심지로 번창했으며 당나라시대에는 장안과 낙양에 이은 제 3의 도시이자 최대 국제무역항으로 꼽혔다. 최치원은 이곳에서 명망가,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명문으로 꼽히는 ‘토황소격문’을 비롯한 많은 문장과 한시를 남긴 그를 중국인들은 ‘당송 100대 시인’의 반열에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기념관까지 지어 추앙하는 일은 특별하다. 최치원을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있는 역사적 인물인데다 동양의 대문호로 칭송 받을 만큼 빼어났던 문장가에 대한 경외심일 수도 있겠지만 들여다보니 이보다 더 명징한 배경이 보인다. 고운 최치원이 갖고 있는 한중문화교류사에서의 위상이다. 그는 한중문화교류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의 자리에서 한시를 인용하고 양주가 기념관을 건립해 그를 기억하게 하는 중심에는 한중문화교류사에 놓인 그의 족적이 있는 것이다. 최치원 초상화가 47년 만에 태인의 무성서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방식이야 어쨌든 제자리를 찾았으니 반갑다. 국내에서도 기념관 건립부터 크고 작은 규모의 최치원 기념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전북도 최치원과 인연이 깊다. 태산군수 인연 뿐 아니라 신시도 일대의 설화도 흥미진진하다. 예외 없이 기념사업 추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내세운 전략적 목표가 숨어 있다.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때다.
연말 극장가에 다큐멘터리 영화 3편이 화제다. 76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탄탄한 배급망을 통해 누적관객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2009년 영화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로서 최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 ‘목숨’도 개봉 11일만에 3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말기 암환자들의 애틋한 가족 사랑을 통해 가족 해체시대에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반면 흥행과는 무관하지만 한국 교회의 민낯을 드러낸 다큐 영화 ‘쿼바디스’도 기독교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십계 벤허 등과 더불어 불후의 기독교 명화로 꼽히는 할리우드 영화 ‘쿼바디스’와 동명 영화이지만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카가 열연한 영화 쿼바디스는 네로 황제의 무자비한 기독교 탄압을 피해 로마를 떠나는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가 환상 가운데 십자가를 지고 로마로 향하는 예수님을 만나자 묻는 물음이 “쿼바디스(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였다. 이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내 양들을 버리고 가니 내가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러 간다”고 말한다. 그러자 베드로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다 십자가에 거꾸로 순교를 당한다. 다큐 영화 ‘쿼바디스’는 양떼들은 뒷전인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다. 한국 교회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 비리를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수천억을 들여 지은 초대형 교회와 내부 분쟁, 유명 목사들의 탈세와 배임 성범죄와 교회세습 등 언제부터인지 한국 교회내 팽배한 맘몬주의와 초대형 교회 목사들의 탐욕과 타락 성장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사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례를 받으며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는게 현실이다.초대형 교회의 법적 조치 압박과 일부 기독교 단체의 영화 상영중단 요구로 쿼바디스는 상영관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을 비롯 전국 10여 곳에서 개봉됐다. 입소문을 타고 벌써 만명 가까이 영화관을 찾았다. 온라인상 반응도 뜨거워지면서 포털 영화 사이트에선 네티즌 평점, 관객 평점이 9점대를 넘어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교회는 점점 커졌고 예수는 점점 작아졌다. 아버지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고 아들 목사가 다음 주인이다. 모두 탐욕에 눈이 멀었고 이 땅에서 예수를 죽여버렸다” 고(故) 옥한음 목사의 질타가 한국교회에 뇌성처럼 울렸으면 한다.
언제부턴가 도민들이 왜소해졌다는 말이 들린다. 상당수가 경기 침체로 힘들지만 그 보다는 자신감을 잃은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지역에 돈도 없다. 먹고 살기가 팍팍해졌다. 예전에는 도민들이 정권한테 불이익을 받으면 그냥 있질 않았다. 불처럼 일어나 도민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막히고 맺힌 것을 스스로 뚫고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차관 하나 없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조차 없다. 왜 이렇게 전북이 쪼그라 졌을까.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내부의 적이 크다. 바로 패배주의와 자기비하적 사고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지역이 소외된 탓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민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게 더 걱정스럽다. 차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도민들이 전북인으로서 자긍심을 잃어버린 걸 지적할 수 있다. 자긍심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스스로에게 긍지를 갖는 마음을 뜻한다. 전북인이란 걸 자랑스러워해야 하지만 그렇게 못해 애석하다. 과거에는 도민들한테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심지어 관에서 관변단체까지 만들어 나선 적이 있었지만 별반 성과는 못 올렸다. 지난 8년 전북은 정권으로부터 소외돼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경제가 어렵게 돌아가면서 도민들의 의식수준도 뒷걸음질 쳤다. 응집력도 떨어졌다. 보자기 찧는 일도 많았다.최근 국립대 총장을 역임하신 원로 한분이 너무 도민들이 자긍심을 잃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특강을 했지만 젊은 대학생들도 자긍심을 못 갖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다고 전한다. 일례로 전북대는 예전의 전북대가 아니다. 학교위상이 사뭇 달라졌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이 명문대를 다닌다는 자긍심을 못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마음가짐이 그래서 중요하다. 전북대가 SKY대학 못지 않은 대학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 그게 긍지다. 자긍심을 갖는 사람은 항상 용기가 있다.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는다. 강인한 도전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까지는 네 탓 공방만 일삼았지만 앞으로는 내 탓으로 돌리고 깨어 있는 도민이 되었으면 한다. 도민들도 정권에 대해 잘한 것은 잘했다고 박수쳐주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새해에는 도민들도 이남호 신임 총장이 취임한 전북대가 인접 충남 전남대 경북대 등을 크게 앞질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자긍심을 회복했으면 한다. 도민들이 자긍심을 되찾아야 전북의 미래가 열린다. 상무이사 주필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10배 부자에게는 욕을 하고, 100배 정도 부자라면 무서워하며, 1000배 부자한테는 그 사람 일을 해 주고, 만배 부자라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의 말이다. 기원전 100년쯤의 얘기인데 오늘날에 비춰보아도 사뭇 어울리는 표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만능 키처럼 여겨진다. 수많은 사람을 부릴 수 있고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잘 나간다는 의사나 판·검사 등 ‘사’자 들어가는 사위나 며느리도 돈이면 해결된다. 부는 또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다. 부는 특권과 힘, 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지도층이라는 명예까지 따라 붙게 만든다. 부와 명예, 지위와 힘을 가진 사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조직 내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돈과 지위 앞에 무릎 꿇는다고 해서 이성까지 마비되는 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은 적지 않은 권리를 갖고 존경을 받는다. 사회 구성원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한다. 또 사회 지도층의 언행은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항상 주시의 대상이다. 공식적인 행위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모범이 돼야 한다. 윤리 도덕적인 하자도 없어야 한다. 모범적 삶의 자세를 요구 받고 있는 건 명문화되지 않은 사회적 통념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 지도층’의 행실이 도마에 올라 있다. 존경은 커녕 오히려 욕을 먹는다. ‘땅콩 회항 부사장’ ‘성추행 서울대 교수’ ‘벤츠 여검사’ ‘막말 판사’ ‘폭행 CEO’ 등 상식을 벗어난 사건의 주인공이 모두 사회 지도층이다. 오만 방자하고 이기적 사고에 함몰된 결과물이다. 고생 없이 손쉽게 부를 얻거나 돈으로 지위를 사는 등 사회 지도층으로 기능할 내적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일천한 사회자본은 서민만도 못하니 누가 누구를 우러러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 지도층이라는 말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많다. 천민 자본, 부도덕성의 동의어 쯤으로 인식한다. 공동체 의식, 배려와 겸손, 법 준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겠다. 사회 지도층이 어쩌다 욕 먹는 대상이 됐는지 딱하다.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사회 지도층일수록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럴 때 존경받고 사회도 건강해진다. 수석논설위원
담배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다. 1492년 유럽의 정복자들이 아메리카에 상륙했을 때 원주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하니, 담배는 아메리카의 선물이다.담배가 본격적으로 지구촌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518년 스페인에 상륙하면서부터다. 담배에 약효가 있다고 믿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유럽인들도 니코틴에 쉽게 중독된 것이다. 유럽에서의 담배 재배는 한참 후의 일이었다. 1556년 프랑스, 1558년 포루투갈, 1559년 스페인, 1565년 영국 등으로 알려진다. 아시아에는 1571년 필리핀 상륙이 처음이고, 중국과 한국에는 1600년대 초에 일본 등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인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게 400년 정도 되는 셈이다. 선조들의 담배 사랑은 담뱃대에서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원에서 만들어진 백동연죽장 제작 기능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끽연가들이 내세우는 ‘식후불연초 노상객사’란 말은 그들 스스로 담배의 마약성에 심각하게 중독됐음을 알리는 고백이다.담배의 주성분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은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해로운 성분이지만, 애연가들은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개의치 않는다. 차분하게 사색을 할 수 있고, 복잡한 일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 대화 분위기를 이끌수 있고, 작가 등 예술인들은 창작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담배만한 것이 없다고 큰소리 뻥뻥 치는 사람도 많다. 빌딩 몇 십 층을 오르내리는 수고는 물론 모진 풍파가 몰아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 밖 끽연을 즐기는 모습에서 그들의 사정을 짐작할 수는 있다. 내년 담배 가격 인상이 확정됐다. 찬반 시비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율 하락과 서민 피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흡연율은 지난 10년 사이 떨어지는 추세다. 남성 흡연율의 경우 2003년 49.4%에서 담뱃값이 인상된 2005년에 43.9%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42.5%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인상 효과도 낙관한다. 흡연율이 2016년까지 3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도 OECD 평균 흡연율 29%에 접근하려면 갈길이 멀다. 하지만 애연가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들만 큰 피해를 입는다며 불만이다. 어쨌든, 폐암 사망률 1위 사회에서 흡연은 공공의 적인 게 분명하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보내오는 선물이 있다. 판화달력이다. 새해 달력을 받으면 ‘한해가 다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마음 황망해지지만 한편으로는 한해를 뒤돌아보게 하는 일깨움을 주니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마음 선하게 하는 아름다운 달력이 왔다. 판화작품이 실린 이 달력은 본래 기능으로 보다는 예술품으로서의 기능이 더 돋보인다. 매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세상의 풍경을 안고 찾아오는 새로운 판화가 신선한 의미로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달력은 일상에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 달력의 존재는 미미하다. 탁상용 달력은 아직 쓰임이 있어 환영받지만 벽걸이용 달력은 쓰임과 기능의 가치가 확연히 달라졌다. 사실 달력 시장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경기가 좋으면 달력 제작이 활발해지고 경기가 안 좋으면 금세 제작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지역의 작은 인쇄소들까지도 매일 수천 부씩 제작해야했던 연말 달력 시장의 분주함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한 지역인쇄소 이야기로는 4-5년 사이 달력 제작 물량은 더 큰 폭으로 줄어 예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양을 수주받는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달력이 장식품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얻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이다. 생활용품이면서 대중적인 예술품이 되기도 하는 달력은 덕분에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을 꽤 오래전부터 품게 됐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을 책으로 엮어낸 농사꾼 장영란 김광화씨 부부는 달력을 직접 만든다. 매월 말일이 가까워지면 농사짓기에 필요한 정보(시기)를 담은 날짜를 배열하고 시절에 맞는 곡식꽃을 그려 새 달력을 제작하는 형식이다. 소소한 즐거움이 크기도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짓듯이 가족들의 일상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달력을 만들어놓아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달력(calendar)’은 라틴어 ‘칼렌다리움(calendarium)’에서 유래되었다. ‘흥미 있는 기록’ ‘회계 장부’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제관이 초승달이 뜨면 피리를 불어 월초임을 알렸는데, 밤을 밝혀주는 초승달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탁상 위 달력에 12월 한 장이 남았다. 이즈음이면 마음 번잡해지기 마련이다. 달력의 쓰임이 새삼스럽다.
지난 2006년 11월 15일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이 웃으면서 대우건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72%의 매각대금은 6조4255억원. 국내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2년여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토해내야만 했다.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책임을 둘러싸고 오너 형제간에 분쟁으로 번지면서 그룹이 둘로 쪼개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였다.지난 2007년 극동건설을 M&A 했던 웅진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장 평가금액의 2배가 넘는 6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웅진그룹은 유동성위기를 겪으면서 결국 모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등 주력사는 매각해야만 했다. (주)건영을 인수했던 LIG그룹은 더 참혹한 결과를 빚었다. 그룹 해체뿐만 아니라 사기성 CP 발행으로 오너 일가는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승자의 저주가 재계에 뼈저린 교훈을 남긴 것이다.승자의 저주는 미국 석유개발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의 엔지니어인 카펜, 클랩, 캠벨 등 3명이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됐다. 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이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석유매장량 측정 기술이 부족해 추정해서 입찰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과열 경쟁으로 고가 낙찰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을 이들이 ‘승자의 저주’라고 명명했다. 이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1992년 발간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라는 책을 통해 통용됐다.최근 자치단체 금고 유치 경쟁에서도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고유치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통 큰 베팅에 나서면서 실익없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올 초 26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를 수주한 우리은행은 향후 4년간 1200억원의 협력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그나마 4년전 1700억원 보다 500억원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인천시금고를 재유치한 신한은행은 470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제안했다. 도내서도 시·군금고 유치에 나선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치단체들만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 부안군 2금고에서 탈락한 전북은행이 정읍시금고 유치전에 올인하면서 20억원의 협력기금을 써넣어 농협을 제꼈다. 그러자 농협은행이 완주군금고 선정때 20억원의 협력기금을 제안, 12억원을 써낸 전북은행으로부터 1금고를 탈환했다. 장군 멍군이지만 서로 상처뿐인 승리인 셈이다.
도민들을 가장 열 받게 하는 것은 뭣일까.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상당수는 외국을 오갈 수 있는 국제공항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외국 나갈 때는 보통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밟아야 하므로 그 시간을 고려해서 집을 나선다. 하지만 도민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김치가 돼 버려 지치기 일쑤다. 전주에서 리무진이나 관광버스를 탔을 때 빨리 가도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 여타 지역은 더 시간이 소요된다. 전주권에 공항이 없어 밤잠을 설쳐가며 인천공항을 가기 때문이다. 외국 갈 때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엔돌핀이 솟게 마련인데 공항도착 시간이 길어 출발 때부터 기분이 잡친다.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어떻게든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주권 공항 건설은 지금도 원점에서 맴돈다. 돌이켜보면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던 유종근 전지사 시절이 공항건설의 찬스였다. 부지매입까지 끝내 놓고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부터 공항건설을 반대한 게 낭패였다. 글로벌시대에 공항이 없다는 것은 암흑시대에 사는 거나 같다. 군산공항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미군공항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항은 국제공항을 말한다. 공항은 심장이나 마찬가지로 항만과 함께 확충이 안 되면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아무리 우리가 기업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공항이 없으면 기업이 전북으로 오질 않는다.통상 바이어들은 인천공항에 내려 1시간 이내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그래서 평택까지가 수도권인 셈이다. 육로로 공항에서 1시간이 넘으면 피곤해 한다. 이 때문에 전북이 힘들다. 특히 이 정권도 MB정권에 이어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써 더 지방이 애를 먹는다. 송 지사가 기업 유치하는데 힘들어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 당국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도 공항이 없어 좋은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 공항이 없으면 새만금사업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송 지사도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중앙무대에서 열심히 뛴다. 공항과 항만을 건설해 놓겠다는 의지다. 새만금지구에 인접한 김제 화포지구를 공항건설 적지로 정해 놓고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을 예의 주시하면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공항건설 사업은 장차관 하나 없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송지사는 이 사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정부에서 김제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부지까지 매입해 놓은 사업을 우리 스스로가 반대해 멋쩍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치권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상무이사 주필
지역감정이란 건 해방 이후 얼마동안까지도 없었다. 목포 출신의 김대중이 1961년 강원도 인제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 같으면 목포 출신이 강원에서, 강원 출신이 목포에서 당선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오늘날의 지역감정은 정치적 이익을 얻는 세력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생겨났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타난 것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때다.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스승으로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효상이 당시 대구유세에서 “전라도에 정권을 넘겨서야 되겠는가?”라고 연설한 것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효시이다. 야당인 신민당의 김대중이 예상을 뒤엎고 파란을 일으키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영남 결집을 촉구한 것이다. 이효상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유는 딱 한가지, 영남사람이 호남사람보다 ‘쪽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황해도 평산 출신의 이승만이나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인천 출신의 장면 등은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않았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집권 공화당의 지역감정 편승 전략은 민정당과 민자당이 충실히 계승했고 이후에도 보수정당은 그 테두리 안에 갇혀 있다.정치적 이익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이 국민의식에까지 투영돼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불행이다. 최근 어느 채용정보 인터넷사이트에 실린 ‘전라도(본적) 지원 불가’라는 지역차별적 채용공고가 그것이다. 이 업체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남영공업’이라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다. 연 매출액이 4000억 원에 이르고 직원 수도 700여명에 달하는 중견 기업이다. 완주 현대차와 광주 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벤더가 전라도 사람은 아예 지원하지 말라고 하니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업체는 채용대행사의 신입사원 잘못으로 떠넘긴 모양이다. 일개 신입사원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나던 소도 웃을 일이다. 사실이라면 신입사원은 왜 ‘전라도 사람 지원 불가’라는 조건을 달았을까. 전라도는 괴물인가? 여간 찜찜하지 않다.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돼선 안된다. 성명 내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원인을 규명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쓰레기보다 못한 지역감정이 아무렇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조장되는 현상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가 지난 3일 덕진구보건소 신축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처리했다. 덕진구보건소 신축안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덕진구보건소 신축은 주민 보건 의료 서비스를 위해 수년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주시가 완산구와 덕진구에 각각 운영되던 보건소를 지난 1999년 통합, 완산구 지역에 전주시보건소를 설치한 뒤부터다. 전주시보건소 산하에는 완산구에 평화보건지소, 덕진구에 덕진보건지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는 2009년부터 덕진보건소 신설을 추진해 왔다. 당시 지역보건법 제7조 ‘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경우 2곳 이상의 보건소 설치를 할 수 있다’는 보건소 설치 법령에 근거한 것이다.전주와 인구가 비슷한 청주(66만 명)와 안산(75만)만)도 2개의 보건소가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 시의원 대부분이 덕진보건소 신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의원이나 입지자들이 주민 보건 서비스와 직결된 보건소 신축이라는 꿀떡을 자신의 지역구에 놓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주시가 2014년 착공을 목표로 덕진보건소 신축 계획을 진행하던 2012년 9월 전주시의회 박혜숙 의원(송천동)이 의회 5분발언을 통해 송천동 입지 당위성을 주장한 것도 지역 정치인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동안 추천된 후보지는 옛 완주군청 부지, 옛 토지공사 건물, 한양아파트 인근 부지, 시립도서관 옆 부지 등 무려 10개소에 달한다. 덕진구 의원 대부분이 자기 지역을 추천한 결과다. 이 때문에 집행부와 시의회 모두 부지를 정하지 못했다. 결국 시민단체와 학계, 시의원 등 20명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가 가동됐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덕진구 시의원은 배제됐다. 위원회는 지난 10월 30일 후보지 10곳을 대상으로 투표, 송천동 솔내청소년수련관 옆을 보건소 신축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압도적 득표였다. 하지만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가 해당 부지에 대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해버렸다. 비공개 회의 후 부결시킨, 전형적 밀실처리였다. 사유는 시민 접근성 부족 등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당성이 전혀 없다. 덕진구를 지역구로 둔 김성주 국회의원은 지역현안 하나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전주시의회는 만약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민에게 책임을 넘기는 행동을 보였다. 결국 시민들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 듯 내팽개쳤다.
연말이 되면 안부가 궁금해지는 목사님이 있다. 완주군 용진면 ‘사랑의 교회’를 20여 년 동안 이끌었던 최용진 목사다. 9년 전, ‘사랑의 김치나누기’를 16년째 하고 있던 최목사 부부를 취재했었다.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간곡한 부탁에 마음을 열었다. 몇 년 만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이제 여든을 앞둔 최목사는 시각장애인이다. 초등학교 졸업 즈음 시력을 잃었으니 거의 평생을 어둠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부부는 1982년 전주에 개척교회를 열었다. 선교를 위한 목회일도 중요했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자립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일에 마음을 쏟았다. 김장김치 나누기 사업도 그 중 하나였다.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부부가 같은 장애를 갖고 있어 김장김치 담그는 일이 쉽지 않다. 자연히 입소문을 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첫 해 650포기로 시작했던 김치는 해마다 늘어 어떤 해에는 4000포기를 담아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랑의 김치 나누기’는 2008년 최목사의 은퇴와 함께 끝이 났다. 그는 전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단체를 운영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60-70년대만 해도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업은 안마술이었다. 그나마 안마는 남성시각장애인의 전유물이어서 여성시각장애인의 삶은 더 절박했다. 최목사는 시각장애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을 가슴아파하며 안마술을 전수하고 안마시술소를 열어 일자리를 만들었다.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6년 마사지계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를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 위헌판결이 났을 때는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 이 법을 지켰다. 그러나 최목사는 은퇴한 후,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안마업소가 퇴폐업소로 전락해간다는 사회적 지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자격증만을 앞세워 문을 연 안마시술소가 늘어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안마가 제 기능을 못하고 악용당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그는 해야 할일을 다시 찾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술을 가르치고 직업의식을 갖게 하는 일이다. 노목사의 의지는 결연해 보인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증거다. 이제 더해져야 할 것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다.
세밑 길거리에서 사랑의 나눔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도청 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가진데 이어 전북일보 옆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했다. 내년 1월말까지 100도℃, 55억원을 목표로 모금에 나섰으며 현재 5도℃를 가리키고 있다. 구세군에서도 오는 6일 전주시청 노송광장에서 자선냄비 시종식을 갖고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세이브존 한옥마을 경기전 걷고싶은 거리 등에서 연말 모금활동에 나선다.공동모금은 1873년 영국 리버풀에서 시작됐다. 지역 유지들이 기부금 중복 모금과 강제 권유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선단체를 구성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후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선조직협의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y)운동이 일어나면서 본격화 됐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에 배가 좌초돼 생긴 1000여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위해 구세군 여사관 조셉 맥피 정위가 쇠솥을 거리에 걸어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기금을 모은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조셉 바아)사관이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 이웃돕기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1998년 민간모금기관으로 설립됐다. 그 해 10월 전북지회가 설립되었으며 도내에서 매년 100억여원을 모금하고 중앙의 지원을 합해 150억원 넘게 배분하고 있다. 공동모금회의 기부 큰 손으로는 아너 소사이어티클럽(Honor Society club)이 있다. 5년간 1억원 이상 기부자들로 도내에는 자영업자와 기업인 교수 사회단체 임원 등 현재 16명이 등록됐다. 이 가운데는 부부가 1억 이상 기부한 가족 회원도 있다.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문화 확산과 소년소녀 가장, 홀로 노인들을 돕기 위해 전국 최초로 웜 핸즈클럽(warm hands club)을 창립한다. 웜 핸즈클럽은 월 10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10년동안 총 1000만원을 기부하는 모임이다. 지난 1일 초등학교 교장과 사업가 2명을 공동 대표로 선임했으며 내년 1월중 창립 발대식을 갖는다. 현재 직장인과 자영업자 교사 한의사 등 20여명이 참여했으며 100명을 목표로 모집중이다. 따뜻한 나눔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남아공은 인종차별정책이 심했다. 인종차별정책을 아파트헤이트(Apartheid)라 부른다. 1994년 흑인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던 인종차별정책이 무너졌다. 그 일을 가능하게 했던 밑바탕에는 우분투(Ubuntu)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분투는 남아공의 반투어에 속하는 말로 코사족과 줄루족 등 수백개의 부족들이 즐겨 쓰는 인삿말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함께 있어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란 뜻이다.서양의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사탕을 한 바구니에 담아 멀리 떨어진 나무에 매달아 놓은 뒤 제일 먼저 바구니에 도착한 사람이 사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말하고 “시작”을 외쳤다. 사탕을 놓고 아이들에게 경쟁을 붙인 것. 그러나 놀랍게도 아이들은 사탕을 혼자 가지려고 경쟁하지 않았다. 서로 손을 잡은채 함께 달려가 바구니에 있는 사탕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물었다. 1등으로 도착하면 사탕을 몽땅 혼자서 가질 수 있는데 왜 같이 갔느냐고 묻자 아이들이 우분투라고 말했다. “사탕을 혼자 다 가지면 다른 아이들이 슬플텐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우분투 이말을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녔다.우리는 어떤가. 나 하나의 행복이라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용인하지 않는다. 상생이란 말을 귀가 따갑도록 쓰지만 과연 남아공 아이들처럼 서로 손잡고 함께 달려 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먼저 달려가 혼자 독식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공생의식을 가져야 한다. 서로가 윈윈하려면 다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 공직자도 똑같다. 국민이 있어 공직자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차가운 영하의 매서운 날씨속에서도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 초소를 지키는 공직자들의 노고를 국민들이 잘 헤아려야 한다. 그런 공직자들이 있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연말 송년 모임에서 술자리가 기다린다. 단체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건배사. 초보자들은 ‘위하여’로, 중급자들은 세마디로 풀, 풀, 풀(남성은 파워풀, 여성은 뷰티풀 ,이 자리는 원더풀)처럼 줄여서 한다. 스토리가 있고 내가 아닌 상대방을 치켜 세우는 건배사도 있지만 앞으로는 ‘우분투’로 건배사를 하면 낫지 않을까. 상무이사 주필
“공론은 국가의 원기이다. 국가에 공론이 없으면 망하게 되는데 어떻게 이를 금절할 수 있겠는가. 공론이 조정에 있으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공론이 여항(閭巷)에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율곡전서(栗谷全書)에 나오는 말이다. 여항은 시정(市井)을 뜻한다. 붕쟁이 싹 텄던 선조 때는 훈구파와 척신, 사림 등 오늘날로 치면 여와 야, 당내 계파간 정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공론이 실종되고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판쳤다. 율곡전서에 나오는 이 말도 당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공적 영역이 제 기능을 못하고 사사화(私事化)되는 현실을 우려하는 지식인의 고뇌이다.최근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정윤회 문건’ 파문도 비선(秘線)에 의한 국정농단이 핵심이다.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 정호성 1부속, 안봉근 2부속비서관)이 작년 10월부터 매월 두차례 만나 청와대와 정부동향을 논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등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 문건의 내용이다. 이해 당사자들은 ‘증권가 찌라시 수준’(청와대) ‘사실이라면 감방 가겠다’(정윤회)고 단도리쳤지만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으니 각종 의혹과 추측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건 당연지사다.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전통적 연고주의의 특징이 강한 사회이다. 선거가 만연한 요즘에는 이런 전통적 연고보다 ‘캠프 연고주의’가 더 강하게 유지되는 끈이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과 비서실장을 지냈고 세 비서관은 정씨가 추천해 기용됐다고 한다. 몇차례 선거도 치렀다. 이들 역시 ‘박근혜 캠프’ 연고라는 속성을 띤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선거캠프 출신들이 도정과 시·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특히 인사 영향력이 강하다. 국가와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어느 조직이든 공론을 통하지 않고 사적인 네트워크에 의지한다면 망하게 돼 있다. 조직은 형해화되고 의사결정은 사사화됨으로써 구성원들로부터 외면 받기 때문이다. 율곡의 지적처럼 공조직을 통한 공론장의 기능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정씨 문건 파문도 파문이지만, 선거캠프 출신에 의존하는 단체장들이 새겨야 할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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