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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로’는 부안군 보안면 영전삼거리에서 곰소를 잇는 국도 30호선 이름이다.이 도로에 청자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도로가 가로지르는 보안면 유천리 일대에서 고려 최고의 상감청자, 비색청자 등이 오랫동안 생산됐고, 그 유적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려청자 유적지는 전국적으로 부안 유천리를 비롯해 전남 강진 등 25곳에 이른다. 그 중 생산 규모와 품질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곳이 바로 전남의 강진, 그리고 부안의 유천리였다.인류는 일찍이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어 사용하는 지혜를 가졌다. 그러나 세계에서 자토로 만든 그릇에 유약을 칠한 뒤 섭씨 1000에 달하는 고온으로 구워낸 ‘자기’를 처음 생산한 곳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뒤이어 세계 두 번째로 자기를 생산하고, 상감·비색청자라는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든 국가가 바로 고려였다. 고려의 도자기 장인들은 처음에는 중국 생산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독특한 고려식 생산방식으로 훨씬 우수한 자기를 생산해 냈다. 중국식 가마는 벽돌가마이고, 그릇 형태를 만든 후 고온에서 한 번 구워낸다. 하지만 고려 장인들은 고유의 진흙가마를 만들고, 그릇 형태를 만든 후 2단계에 걸쳐 구워냈다. 처음 섭씨 600-800도의 낮은 불에서 살짝 구워내 유약을 바른 다음 섭씨 1300도의 고온에서 다시 한 번 구워냈다. 이렇게 구워낸 고려 자기는 유약이 얇아지기 때문에 청자 특유의 바탕흙이 비치는 투명한 느낌을 낸다. 이러한 작업이 발전해 비색청자가 탄생한 것이다. 고려청자는 디자인이 매우 다양했다. 장인들은 무문, 음각, 양각, 압출양각(무늬를 틀로 찍어 도드라지게 표현), 상형(동물이나 식물 등의 형태를 본떠 만든 무늬), 투각, 철화 등의 무늬 표현방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청자를 만들어냈다. 모란이나 국화, 애초문 등의 활달한 무늬를 그려 넣은 철화청자와 신비로운 색을 가진 기품있는 비색청자, 상감청자는 오늘날까지 세계적 명품이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는 1929년 처음 발굴됐다. 1939년 일제가 사적으로 지정했지만, 수많은 청자를 빼돌렸고, 해방후에는 도요지 퇴적층이 파괴됐다. 그동안 발굴조사 결과, 유천리 가마터가 전남 강진 일대 가마터와 함께 고려청자 최대 제작지로 쌍벽을 이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물이 2011년 4월 청자로 옆에 개관한 부안 청자박물관이다.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하천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가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로 밝혀낸 성과다. 공주와 부여 익산을 잇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2010년 이미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되었지만 정식 등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백제 중흥의 꿈을 담고 있는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600∼641) 때 조성된 왕궁성(王宮城)이다. 오랫동안 비밀에 쌓여있던 이 공간은 1989년부터 백제문화권 유적정비사업의 하나로 연차 발굴이 진행되어 왔다. 왕궁 터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2004년, 부여문화재연구소가 300여일에 걸쳐 발굴조사한 왕궁 터와 유물이 공개되면서다. 고대 궁성 관련시설의 대지조성과 공간구획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왕궁리 유적에 역사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계획적인 설계에 의한 궁성의 축조양상이 확인되면서 학계는 그동안 확인된 백제 시대 왕궁의 어느 것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실체는 화려했다. 궁성 건물지를 건립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과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이 있었던 자리까지 세세하게 드러난 현장은 경이로웠다. 기존에 발굴됐던 터의 구체적 확인 외에도 새롭게 드러난 건물지와 유물도 적지 않았다.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기와와 중국청자편, 철제솥 등 중요유물이 쏟아졌으며 궁성 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방지에서 출토된 금세공 유물은 아름답고 정교함으로 마음을 빼앗았다. 백제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미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유물들이었다. 궁성의 존재는 오래전에 확인됐지만, 궁성의 내부 구조와 생활공간 등의 흔적이 대대적으로 확인된 것은 중요한 성과였다. 거기에 더해 올해 왕궁리 유적은 또 하나의 실체를 얻었다. 돌아보면 왕궁리 유적 인근에는 삼국시대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 터와 무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쌍릉, 현존하는 백제 석불 중 가장 큰 석불을 갖고 있는 석불사가 있다. 무왕이 건립했다는 제석사도 왕궁리 유적과 불과 1.3km에 있다. 이 유적들이 놓인 공간의 배치를 들여다보면 익산 왕궁리 일대의 역사적 의미는 더 새로워지고 그만큼 실체가 궁금해진다. 내년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백제인들의 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지난 2002년 11월 11일. 민주당 전북도지부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호남 대통령이 호남에 다 준다는 의혹과 질시 때문에 역차별을 받았지만 나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며 전북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약속했다. 그 해 11월 24일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전주를 다시 찾은 노무현 후보는 “당내 후보경선 때 전북에서 노풍을 일으켜 주었듯이 다시 한번 도와주면 배반하지 않고 꼭 빚을 갚고 보답하겠다”고 확언했다. 투표결과 노무현 후보가 전북에서 91.6%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전북 홀대는 역대 정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새만금 관문인 새만금신항만 건설 계획은 2006년 제2차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에서 빠졌고 전주권 신공항은 김제주민 반대를 빌미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역 언론에선 노대통령 임기내내 역차별 배신 무대접 이란 단어가 반복됐다.지난 2007년 12월 27일. 대선 지방유세 마지막 일정으로 익산을 찾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낙후된 전북의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호남 운하 건설을 약속했다. 내륙항이 들어서는 익산과 전주 정읍을 다목적 복합지구로 개발해 신산업 레포츠 물류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에 새만금 호반도시 인프라 구축을 통해 동북아의 두바이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호남 운하와 내륙항 건설은 그야말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다. 새만금의 두바이 청사진도 신기루에 그쳤다. 새만금 내부 개발을 2020년까지 마무리하려면 매년 1조원 이상 국비가 집중 투입돼야 하지만 찔끔 찔끔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였다. 그 사이 4대강 22조원, 해외자원개발 41조원, 방위산업 40조원 등 이른바 ‘사자방’사업에 100조원 넘게 쏟아 부었다. 더욱이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5조원만 회수가 가능하고 나머지 36조원은 사라져 국민 혈세 낭비 논란과 함께 야권에서 국정조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11월 24일 취임 후 1년 9개월만에 전북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전통문화 농생명 탄소산업과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기공식에선 “네덜란드 푸드밸리와 미국의 나파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식품산업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정치의 새 모습을 제가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23일 대선 전북선대위 출범식에서 밝힌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경찰관 등 공직자들의 처우개선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전만 해도 공직자들의 대우가 좋지 않아 항상 공직자를 소개할 때는 그 앞에 박봉에 시달린다는 표현을 썼다. 그간 정부가 공무원 처우 개선에 나선 결과, 지금은 많이 나아져 공직자 되는 게 선망이다. 9급공무원 시험경쟁률이 이를 잘 말해준다. 대졸자들이 굳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공직을 우선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공무원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정년보장과 신분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에 버금 갈 정도의 보수까지 받아 공무원 되길 원한다. 공직에서 총각 처녀들은 신랑 신붓감 1순위로 상한가를 친다.공무원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라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영어로 공무원을 Civil Servant라고 부른다.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 뜻대로 그렇게 잘 하고 있을까. 대다수 공직자는 자기 맡은바 분야에서 잘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종술이 마냥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천방지축 나부대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뇌물 받지 말라고 귀가 닳도록 청렴을 강조해도 막무가내인 사람이 있다. 준공검사 할 때 시공회사한테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강심장도 있다. 지금도 목숨 걸고 뇌물을 받아먹는 사람이 있다. 상당부분 윗선은 정화가 됐다. 아래는 아직도 정화가 덜 됐다. 예전에는 벼슬이 높을수록 뇌물 액수가 컸지만 지금은 실무자가 목숨 걸고 뇌물을 챙겨 먹기 때문에 아랫사람 것이 더 크다.나라가 잘 되려면 공직자 부패가 없어야 한다. 역대 정권마다 공직자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고 금과옥조처럼 되뇌어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나 공직세계의 먹이사슬구조는 장난이 아니다. 온통 마피아처럼 이해관계가 얼켜 썩어 문드러져 있다. 모피아에서 출발한 공직마피아들이 각 부문에서 활개 친다. 뇌물을 갖다 바치지 않으면 되는 게 없다.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이랄 정도로 망가졌다. 썩지 않은 곳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부정부패와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한다. 지금 공직자들한테 다산정신의 실천을 주문하고 싶다. 목민심서를 가슴으로 읽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말이다. 다산은 정신을 먼저 개혁하고 법제와 기술개혁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선견지명인가. ‘고치고 바꾸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리’라고 경고했던 다산 정약용의 외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갑질하는 공직자들 백성을 졸로 보는가. 상무이사 주필
우리나라 첫 국회의원 선거는 1948년 5월10일이다. 이른바 5·10 제헌의원 총선거다. 이때 전북은 22명의 제헌의원을 탄생시켰다. 전북의 총 인구 수는 201만6142명, 유권자 수는 80만1988명이었다. 충남 금산이 당시엔 전북의 선거구였고 완주 정읍 고창 김제 익산 지역은 각각 갑과 을 두개 선거구였다. 전북 22개 선거구. 지금 생각하면 꿈 같은 숫자다. 선거구 수도 많았지만 역량 있는 정치인들도 많았다. 나용균(정읍 갑) 백관수(고창 을) 조한백(김제 갑) 등 걸출한 인물들이 이 때 선출됐다. 소석 이철승은 당시 27세로 전주에서 최연소 무소속 출마했지만 곡성 출신인 신성균씨(당시 43세)한테 고배를 마셨다. 현행 우리나라 국회의원 지역구는 246개다. 비례대표 54명을 합한 300명이 국회의원 정수다.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11명이다. 지역구 의원 대비 4.5% 비율이다. 16개에 이르는 국회 상임위를 커버할 수도 없는 숫자다. 상임위는 소관 부처의 사업과 예산은 물론 세세한 것까지 다루는 국회 내 권력기구다. 상임위에 지역출신 의원이 없다면 지역현안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치력은 인구에 비례해 왔다. 경부축 위주의 산업화 이후 전북은 인구가 물밀듯 빠져 나갔다. 국회의원 숫자도 그에 비례해 양적으로 쪼그라들었다. 몇몇 역량 있는 정치인이 있었지만 ‘DJ시대’ 이후엔 질적으로도 수척해졌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이다.그런데 인구가 줄어든 농촌지역이 또 위기를 맞게 됐다. 2001년에 만들어진 ‘선거구별 인구편차 3대1’이 이젠 2대1로 조정된 탓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22개 선거구가 늘어나고, 영·호남은 8곳이 줄어들 판이다. 투표가치의 불평등성이 너무 지나치다는 이유로 인구편차를 줄였지만, 그 결과 이젠 수도권-농촌지역간 정치력 불평등성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게 됐다. 얼마전 여야 국회의원들로 ‘농촌지역 주권 지키기모임’이 발족된 것도 이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다. 선거개혁이 화두다. 13년만에 틀을 정비할 절호의 기회다. 선거구 개편과 함께 도농복합, 중대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 석패율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이 검토 대상이다. 투표가치와 지역 대표성, 지역주의 완화 등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거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국회의원들이 모처럼만에 밥값 했다는 소릴 들을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완주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출입구 옆에 비닐봉지에 포장된 제품이 쌓여 있다. 눈여겨 보니 주인장이 고구마같은 것을 얇게 썰어 말린 것 같은데, 포장지에 ‘돼지감자’라고 쓰여 있다. 200g 한 봉지가 1만6000원이다. 돼지감자는 뚱딴지라고도 한다. 사전에 따르면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돼지감자는 땅속줄기가 감자 모양이다. 줄기는 높이 1.5~3m이고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윗부분에서는 어긋나 해바라기 잎과 비슷하다. 9~10월에 노란 꽃이 피는 돼지감자의 땅 속 덩이줄기는 사료나 알코올의 원료로 쓰인다. 실제로 줄기를 뽑은 뒤 땅 속을 살살 파헤쳐가면 크고 작은 돼지감자를 캘 수 있다. 감자처럼 생긴 것, 생강처럼 울퉁불퉁한 것 등이 어울려 나오는 데 대부분이 못생겼다. 사료나 알코올 원료로 쓰이는 돼지감자 말린 것을 200g 한 봉지에 1만 6000원에 판매하다니. 사료로 쓰인다는 돼지감자가 그렇게 귀하신 몸인가.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돼지감자’ 키워드를 쳐보니 옥션 등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카페, 블로그, 뉴스 코너가 돼지감자 홍보로 가득하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돼지코처럼 못생기고 뚱뚱한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천연인슐린 구실을 한다고 한다. 당연히 당뇨에 좋다는 설명이다. 또 이눌린 성분은 장내 유산균을 5배 이상 증가시켜 장 건강에도 좋다. 체질개선, 변비, 비만에 효과적이어서 기능성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이처럼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돼지감자는 이제 농작물이 됐다. 얼마전 군산시 복지지원과 직원들과 군산지역자활센터 참여자 및 자원봉사자 50여명이 군산 옥구읍 어은리 2148㎡의 밭에 파종해 가꿔온 돼지감자를 수확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 돼지감자는 군산지역자활센터 외식가공업 사업단에서 지난 4월 파종한 것인데, 이번에 수확한 돼지감자를 판매해 자활기업 창업 자금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부안 운호구름호수마을에는 6000평 규모의 돼지감자 농장이 있다. 돼지감자 사업화에 성공한 김성구 사장이 가공 판매한다.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당뇨와 혈압, 비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돼지 사료 정도로나 썼다는 돼지감자의 ‘뚱딴지’같은 변신이다.
“나는 그림과 조각품으로 조국을 배웠습니다.”하정웅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들려준 말이다. 메세나 운동의 선구자인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재일교포 2세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일본의 타자와 호수 옆에 ‘기도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으나 가난 때문에 포기했던 그는 사업이 번창해 생활이 안정되자 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수집 대상은 온전히 재일작가의 작품이었다. 자신처럼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창작을 접어야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싶었다. 그 뒤로 한일근대사의 격동 속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왔던 재일작가들의 작품은 ‘하정웅 컬렉션’ 중심이 됐다. 재일교포들의 한과 고통, 좌절과 죽음, 그리고 이들을 위로하는 기도와 진혼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었다. 작품이 쌓여가면서 미술관 건립의 의지가 강해졌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수력발전소와 광산이 있어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많았다. 특히 수력발전소 공사에 많은 조선인들이 동원되었는데, 그들은 엄청난 노동력에 시달려야 했다. 아키타는 눈이 많고 추운 지역인데다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실조와 추위를 견디지 못해 도망치다 붙잡혀 비명횡사하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명절이면 가뜩이나 부족한 음식을 나눠주며 마을 뒷산에 있는 무덤에 다녀오게 했다. 무덤이라고 해봤자 돌 하나 놓인 것이 전부였지만 그곳에 음식을 놓고 절을 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조선인 노동자들의 무덤이란 것을 그때 알았다. 미술관을 타자와 호수 옆에 건립하려고 했던 것도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서였다. 호수 근처에는 히메관음상이 있었다. 수력발전소 건립으로 환경이 변화하자 죽은 물고기와 호수신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하 이사장은 이 위령비가 강제징용 돼 이곳에서 일하다가 숨진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술관 건립은 잘 진행되는 듯 했다. 땅도 사고 설계까지 마쳤으며 일본인들의 호응도 높았다. 그런데 그즈음 이루어진 한일회담에서 조선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가 부상했다.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단박에 바뀌었다. ‘기도의 미술관’ 건립은 무산됐다. 이후 하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공공미술관에 수집한 작품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기도의 미술관’은 실체를 얻지 못했지만 한국와 일본 여러 곳의 미술관이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B정권 시절인 지난 2008년 11월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경북 영일군과 포항시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회’ 송년행사가 열렸다. 당시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비롯 지역구 국회의원과 포항시장 시의회의장 중앙부처 공무원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덕담을 나눴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이렇게 물 좋을 때에 고향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후광으로 동해안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아무리 대통령이 어렵고 정권이 어려워도 헌신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최시중 위원장이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대로, 나가자”MB정권 5년 동안 영일만항 건설과 포항~안동 국도건설, 포항 외곽순환도로 건설, 포항~삼척 울진~포항 철도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5조원대가 넘는 예산이 쏟아 부어졌다.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유세과정에서 “호남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당 창구가 없는 전북으로선 “곁불이라도 쬘수 있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게 사실. 하지만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에 내정됐으나 강원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서 귀국길에 소식을 접한 그는 “예산소위 회의장 복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호남 예산을 적극 챙기겠다. (호남)예산 삭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무려 13조5690억원이 증액됐다. 여야가 ‘쪽지 예산’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묻지마 증액이 이뤄진 것.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 사무총장 예결위 간사 야당 예결소위위원장 등 소위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많이 늘어났다.전북도 관련 내년 국가예산도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3000억 정도 증액됐다. 지난해에 이어 국가예산 6조원 확보 여부가 막판 국회 예산소위 심사에 달려 있다.이정현 의원의 호남 예산폭탄 발언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겐 달갑지 않은 만큼 이춘석 예결위 간사를 비롯 도내 정치권의 분발이 요구된다.예산 폭탄은 기대않더라도 더 이상 예산 쪽박은 차지 말아야 한다.
금융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요즘 전북경제가 말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IMF 때는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몰랐는데 지금 상황은 장난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는 한번 꺼꾸러져도 다시 일어 설 수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개인파산자가 급증해 은행 영업도 어렵다”면서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는 또“전북경제가 광주 전남에 비해 어려운 것 같다”면서 “제조업은 말할 것 없고 자영업자들마저 장사가 안 돼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들려준다.최근들어 예전보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 수가 늘었다. 기업은 기업대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대로 힘들어 한다. 고액 연금생활자나 공직자들이나 세상 물정 모르고 살지 나머지들은 날마다 돈타령하며 하루를 잇댄다. 자영업자들은“예전 IMF 때보다 더 혹독한 경제상황이 온다더라”라고 말할뿐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도내서 군산이 경기가 가장 안좋다. 제조업체가 많은 군산은 은행 부도율과 연체율이 높다. 군산 경제가 잘 안돌아 가면 전북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그 만큼 군산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경제는 심리다는 말이 있지만 어렵다 어렵다하면서 아예 지갑을 닫는게 문제다. 소비심리 위축이 전반적으로 생산 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게 큰 고민거리다. 서울 강남서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그 온기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해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우리경제가 20년 전 일본경제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은 글로벌경제체제라서 전북경제만 따로 떼서 볼 수 없지만 워낙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돈맥경화’현상이 심화돼 어려움이 가중된다.기업들마다 자금난 판매난 구인난 삼중고를 겪고 있으면서도 2~3년간 현금을 확보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달리 전주 한옥마을은 전국에서 찾아든 관광객들로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뤄 풍년제과 등 몇몇 집만 장사가 잘되지 나머지는 임대료가 비싸 힘들다. 젊은 층도 돈을 팍팍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속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는 건 천만 다행이다. 그간 전주시가 1000억 이상을 한옥마을에 집중 투자해서 이만한 명소로 만들었기 때문에 업주들이 정체성을 지켜 나가야 롱런할 수 있다. 한옥마을이 잘돼야 전주가 산다. 상무이사 주필
전주시의 유재갑(54) 도시디자인 담당관이 의미 있는 책을 냈다. ‘전주를 이렇게 바꿔 놓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컬러 프린트로 만든 책인데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 창조경제의 실천 사례다. 개인 돈을 들여 딱 30권만 찍었다. 전주를 한 차원 높은 고품격 도시로 업그레이드 시킨 사례들이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들로 엮어졌다. 길에 예술과 문화를 입힌 특화거리, 영화의 거리, 동문예술거리, 전주부성 골목길, 한글테마거리, 최근 완공된 아중리 수변길, 청소년 문화광장, 풍남문·서학·노송천·덕진시민광장, 교동 자만마을 벽화, 노송동 천사마을 벽화, 동서학동 산성마을 벽화 등등. 전주가 촌 티를 벗은 것은 도시디자인과 경관조성 덕분이다.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주인공이 유재갑 담당관이다. 그는 서울 사람이다.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LG전자가 우리나라 최초로 영국 더블린에 설립한 유럽디자인센터와 LG디자인연구소에서 실력을 닦았다. ‘디자인 중심’이라는 회사를 경영할 때는 조선일보 섹션신문과 SBS 드라마 및 뉴스를 디자인했다. 휴맥스 디자인마케팅 총괄 부문장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2008년 5월 전주시 디자인 관련 개방직 공모에 응한 것이 진로를 바꾼 계기다. 그는 전주시청 조직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괴짜로 통한다. 관행을 인정치 않고 타협을 모르는 고집 때문이다. 관행과 싸우고 업자들한테 놀아나는 공직 풍토와 전쟁을 벌인 공무원이었으니 이런 개성으로는 자기 앞에 큰 감 놓으려는 이기적인 조직문화에서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자신의 개방직 자리를 노리고 직원들이 이간질하고 매도할 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고 했다.유 담당관은 “혼자 너무 힘들었다. 나 보호 차원에서 책을 만들었다. 이제 소리 없이 떠나려 한다.”고 했다. 전북도청과 정부 부처 몇곳, 지인 몇사람한테만 책을 보냈다. 책은 자신의 증표다. 이것마저 없으면 성과를 매도당할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전주는 이제 기억되는 도시가 아니라 오래 기억해야 할 우리의 삶이다.…미흡하나마 하나의 그림을 그려놓았으니 이 그림에 색을 입히고 향기를 수 놓는 일은 오로지 전주시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에필로그 일부 글이다. 막걸리 한잔 사리다. 유재갑 홧팅! · 수석논설위원
제95회 전국체전에서 전북 선수단이 거둔 초라한 성적표가 결국 김대진 사무처장 사퇴로 일단락됐다. 김 사무처장이 전라북도체육회장인 송하진 도지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고, 송 지사도 이를 수용했다. 사실 전국체전에서 그동안 전북선수단의 성적이 퍽 좋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번에 사무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전체 17개 팀 중에서 14위로 쳐진 것은 문제가 있지만, 전북 체육계 속을 들여다보면 몇차례 재임한 것도 아닌 김 사무처장 혼자 책임을 져야할 것은 아니다. 작년에 9위를 했고, 재작년에는 10위를 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체육의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은 ‘낙후 전북’과도 큰 상관이 있다. 전북 경제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증시에 상장된 전북 소재 기업도 10개 남짓할 뿐이다. 전북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없다보니 프로야구단이 없고, 도민들은 군산시가 돈을 주고 유치하는 프로야구 몇 차례 관람하는 정도로 만족할 뿐이다. 지역 체육을 지원할 기업이 없는데 학교체육, 실업체육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지난 체전에서 혼자 2개의 금메달을 따낸 카누 이순자 선수는 실업팀이 창단될 때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순자 선수의 발언은 체육이 발전하려면 결국 자본 투자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실업팀이 없는 상황에서 초·중·고교에서 기량있는 선수를 키워낼 수 있을까. 초등학교 단계에서 싹수가 있어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타지역 중학교에 빼앗기고,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연결고리가 끊기고, 체전 성적이 초라한 것은 결국 전북도와 각 시·군, 그리고 지역 내 기업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 부족이 빚은 것이다. 1∼2년 사이에 전북체육의 기량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전북도가 체육회 사무처장을 잘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북의 기능 경기력 저하도 심각하다. 3년 연속 금메달 한 개 따내지 못하고 올해 15위 성적을 냈다. 16위를 한 제주도가 금메달을 한 개 획득했지만 전북은 전무했다. 이제 막 출범한 꼴찌 세종시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치러지는 기능대회에서 전북이 꼴찌 성적을 내는 이유는 뭘까. 앞에서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능대회 격려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 지도층의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지난 달 28일 대전야구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화이글스의 신임감독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화 팬들의 열성적인 환영이 그 배경이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씨였지만 취임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의 팬들이 구장을 찾았다. 김 감독이 도착하자 허리를 굽히며 인사로 존경을 표한 팬들은 취임사 중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취임식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한 팬이 거리에서 선수 유니폼들을 걸어놓고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취임기념 108배’를 올리는 광경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화 팬들은 왜 김성근 감독에게 열광할까. 야구계에서는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고 부른다. 한화가 여러 해 동안 최악의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아홉 개 구단 중 최하위로 밀려났지만 팬들의 숫자가 거의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 감독 선임을 앞두고는 이 ‘보살’ 팬들이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김성근 감독 영입을 희망하는 릴레이 동영상을 올리고 한화 본사 앞에서 “한화 야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김성근 감독뿐”이라며 1인 피켓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팬들의 열망이 통했는지 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선임했다. 덕분에 김 감독은 팬들이 임명한 첫 프로야구 감독이 됐다. 재일교포 출신 김성근 감독은 정작 프로야구 경력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 84년 OB를 시작으로 한화까지 그가 맡았던 프로팀은 7개나 된다. 그 과정에서 만년 하위팀을 끌어올려 시즌에 진출시켰으며 SK 감독시절엔 세 번씩이나 정상에 섰다. 그럼에도 그는 늘 ‘해고’ 당하는 인생을 살았다. 한 매체 인터뷰를 보니 지도자 생활 45년 동안 받은 해고 통고만 열 두 차례나 된다. 원칙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구단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돈과 자리에 매달리면 사명감이 없어진다. 인생이라는 것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지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열두 번 쫓겨났다는 사실보다 그럼에도 자기를 계속 찾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철학이다. 고양원더스 독립야구단을 이끌면서 이미 대중들과 친숙해진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화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훈련 중에는 앉아 쉬는 법이 없는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한화 팬들만이 아니다. 아무리 거친 시대라도 리더를 알아보는 안목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이라면 아마 참깨를 사지 않은 여행객이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 가격보다 절반, 또는 1/3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필수 구매품 중에 하나가 됐다. 그런 참깨가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관세없이 매년 2만4000t이 들어온다. 중국에서 매년 수입되는 참깨 3만t의 80%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동안 정부는 중국산 수입 참깨에 대해 63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정부에선 참깨의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관세 철폐에 따른 농가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농촌 실정을 너무 모르는 소리다.지난 2007년 한·미 FTA 타결로 쌀 수입이 허용되자 농민들은 대체작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기 시작했다. 벼농사보다 콩 재배수익이 1.5~2배 정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급감했던 콩 생산량은 2010년 10만5000t에서 지난해 15만4000t으로 급증하면서 콩 자급률도 33.3%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콩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국내 콩 가격이 뚝 떨어진 것. 이렇게 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 콩 재배에 대한 보조를 아예 중단했다. 콩 역시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연간 국내 소비량 140만t 가운데 사료용 96만t과 식용 28만6000t을 값싼 수입 콩에 의존하고 있다. 쌀 수입과 국내 콩 재배 급증에 따른 가격 하락은 FTA 풍선효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번 한·중 FTA 협정에서 1611개 협상 대상 농식품 가운데 축산물과 마늘 양파 고추 사과 등 548개 품목의 관세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빗장이 풀린 참깨와 들깨 콩 등은 물밀 듯 들어 올 전망이다. 타 작물에 비해 그나마 재배수익이 높은 품목들이 개방되면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10년 전 한국의 FTA 1호인 한·칠레 FTA가 발효될 때 이미 우리는 뼈저린 학습을 했다. 칠레산 과일 수입으로 국내 과수농가의 큰 피해가 우려되자 정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주며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수원을 대량 폐원했다. 땅을 놀릴 수 없는 과수농가들은 너도나도 매실 단감 등 대체 작목을 심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이들 과일이 본격 출하되자 과잉 재배에 따른 홍수 출하로 가격이 폭락하고 말았다. 인건비도 안나와 수확을 포기하거나 아예 나무를 잘라버리는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농업 농촌의 현실이고 정부 농업정책의 현주소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 비율을 현행 3대1에서 2대1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도내서도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국회의원 선거구당 인구 하한선은 13만 8984명이고 상한선은 27만7966명이다. 상한인구수를 초과해 선거구가 증설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전주 덕진구 28만7653명 군산 27만8119명이다. 박민수의원의 무진장 임실(10만5122)강동원 의원의 남원 순창(11만5442) 김춘진의원의 고창 부안(11만7757) 유성엽의원의 정읍(11만7524)이 인구하한선에 못 미쳐 통합선거구 대상이 된다.이번 헌재 결정으로 임실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심사다. 무진장과 한 선거구가 된 임실은 게리맨더링이나 다름없었다. 생활문화권이 같은 것도 아니고 역사적 동질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인구가 적고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무진장 선거구에 묶인 것은 잘못이었다. 그간 임실은 남원 순창으로나 완주와 묶인 적이 있었다. 남원 순창이 인구하한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인구 3만인 임실을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다. 임실이 무진장 선거구에서 분리되면 국회의원도 지역구 관리하기가 용이할 것이다.선거구 획정이 다각도로 이뤄질 판인데 전북정치권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전북은 꼼짝없이 선거구 1~2개는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선구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떻게든 현재 11석을 고수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조정해야 맞다. 현재 인구가 엇비슷한 김제 완주를 분할시키는 방안에서 그 해답을 구해야 한다. 김제와 완주를 한 선거구로 획정한 것도 게리맨더링 요소가 다분했다. 완주는 무진장으로 묶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 김제는 부안과 예전처럼 한 선거구로 가는 게 맞지만 3선인 김춘진 최규성의원이 버티고 있어 쉽게 결말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선거구 조정은 그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정치력 여하에 달려 있다. 힘 있는 국회의원 같으면 자신한테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어 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흡수 통합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고창 부안을 정읍 고창으로 묶는 방안을 염두에 둘 수 있다. 고창은 생활권이 인접한 정읍과 선거구를 함께해온 적이 많았다. 다음으로 전주 덕진구와 군산이 꼭 분구 돼야 한다. 그래야 현재보다 한 석이 늘어 12석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는 돼야 전북정치권이 중앙에서 힘 써 나갈 수 있다. 그간 고향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거물로 성장한 정세균의원이 이번 선거구 획정에 정치력을 발휘, 전북 의석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무이사 주필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법정기념일이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토(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이 착안됐고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한 배경이다.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기념식 행사에다 축사 몇마디 한다고 해서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고취될 리 없다. 또 농업 분야 희생이 뻔한 FTA가 판치는 상황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들 허허로운 립서비스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전북의 농가는 10만5880가구, 농가 인구는 25만8880명이다. 전북 전체 인구의 13%쯤 된다. 이중 전업농가가 57.8%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겸업농가다.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농가 중에도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 농가들이 있긴 있다. 김제 죽산에서는 90여필지를 짓는 농가도 있고 30필지, 50필지씩 짓는 농가도 많다. 30필지를 경작하면 단순 계산해서 소득이 1억5000만원쯤 된다. 하지만 이런 농가는 흔치 않다. 사실 농사 짓는 것만으로는 힘들고 수지도 맞지 않는 게 현실이다. 농촌마을은 적막하다. 동네마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덮인 폐가가 수두룩하고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 출향인들은 어쩌다 고향을 찾아도 ‘인걸은 간 데 없고’ 을씨년스런 정서만 담아간다. 들녁의 농민들은 풍년이 돼도 걱정, 흉년이 돼도 걱정이다. 가격변동이 심하고 수입쌀의 공세 때문에 언제부턴가 기가 죽어 있다. 전북의 10만5000여 농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송하진 도정’은 이걸 살리겠다고 정책 공약화했다. ‘사람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보람 찾는 농민’이라는 이른바 ‘3락(樂) 농정’이 그것이다. 슬로건으로서야 손색이 없지만 결실로 이어지기엔 너무 버겁다. 농업정책이라는 게 자치단체 역량으론 한계가 있고 세계 경제시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농업 희생의 댓가로 제조업 수출이 덕 보는 장치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는 48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어제 한·중 FTA 타결 소식이 발표됐다. 하필이면 농업인의 날 하루 전이다. 이래 갖고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높아지겠는가. 허탈과 걱정이 쌓이는 농업인의 날이다. 수석논설위원
6·4지방선거가 끝난지 5개월이 지나면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그 중 초미의 관심사는 당선된 단체장들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현재 기소되거나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경찰 수사 대상인 현직 단체장은 박경철 익산시장, 황정수 무주군수, 황숙주 순창군수, 박우정 고창군수 등 4명이다. 박경철 익산시장의 혐의는 허위사실 공표다. 검찰 기소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5월 30일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통해 자신이 희망제작소의 ‘희망후보’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보도자료 배포 전날 박 시장은 자신이 희망제작소가 선정한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희망제작소 측에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고, 명백한 허위사실공표행위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또 5월24일 실시된 방송사 익산시장후보초청토론회에서 이한수 후보를 향해 “채규정 전 시장이 익산 쓰레기 소각장 사업자를 코오롱으로 정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대우건설로 바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 말도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있다. 박우정 고창군수는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동안 박 군수 혐의를 수사해 온 경찰은 문제의 모텔 실소유주가 박군수인지, 모텔 소유주로 돼 있는 A씨인지 정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다. 모텔 소유주로 돼 있는 A씨가 잠적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군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황정수 무주군수는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적용됐다. 지방선거 4개월 전에 무주 관내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6·4지방선거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 때문에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경찰은 황군수측이 순창농협 조합장에게 치아 치료비와 골프채 등을 제공하며 선거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 지인의 아들을 특정 기관에 채용시켜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법을 위반하곤 한다. 그러나 당선자의 법 위반은 결국 비수가 돼 그에게 돌아간다. 당선 무효 사례가 한두건 아니다. 지방선거가 20년이 넘었지만 겁없는 후보들 때문에 항상 지역사회가 시끄럽고, 가난한 살림살이에 시민 혈세가 운다.
TV 드라마 ‘미생’이 화제다. 2012년 포털사이트를 통해 웹툰으로 연재됐던 ‘미생’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요즘 같은 출판계 불황기에도 100만 부 판매를 넘어서 밀리언셀러가 됐다.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는 바둑용어다. 드라마로 돌아온 ‘미생’의 열풍은 더 거세다. 첫 회 시청률 1.6%에서 시작한 ‘미생’은 이제 5%대를 넘어섰다. 케이블 방송으로서는 이례적인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감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가히 열광적이다. 방송 관련 매체들의 분석을 보면 ‘미생’의 주시청층은 계층과 성별이 따로 없다. 10대 청소년층부터 주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중장년 남성들까지도 ‘미생’의 시청자가 됐다. 드라마 ‘미생’은 웹툰의 ‘미생’을 그대로 옮겨왔다. 열한 살에 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던 주인공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후 낙하산으로 종합무역상사에 들어가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장그래는 화려한 스펙은 커녕 20대 청년이라면 갖고 있을만한 흔하디흔한 스펙조차 없지만 세상을 향한 따뜻함, 바둑으로 체득한 신중함과 통찰력으로 높기 만한 직장의 벽을 하나씩 헤쳐내고 입사시험에도 합격한다.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기가 도태되는 치열한 경쟁사회. 매 순간 어려움에 놓이지만 그때마다 장그래는 신중하게 길을 찾아낸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장그래의 가장 큰 미덕은 결국은 상대방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따뜻함이다. 직장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큰 감동으로 공감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 매체가 웹툰이나 만화책, 드라마 등으로 ‘미생’을 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응답자의 80%가 스스로를 ‘미생’이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그렇지만 ‘미생’이 현실의 나와 함께 하는 ‘성장통’이 되어주었다거나 지금은 비록 미생일지라도 언젠가는 완생할 하나의 과정으로 위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답이 흥미롭다. 누군가는 주인공이 장그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이영이, 또 누군가는 오과장이 되는 순간, 드라마의 힘은 커진다. “미생 말고 완생이 되라.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드라마에서 오과장이 입사시험에 합격한 장그래에게 주는 조언이다. 우리 모두는 완생이 될 수 있을까. 모처럼 격하게(?) 공감하게 하고 감동케 하는 드라마를 만났다.
화석 연료의 고갈과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세계 각국은 태양과 바람 물 등 자연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덴마크는 풍력만으로 필요한 전기의 24%를 충당하고 있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완성도와 경제성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이 풍력발전이다. 해상풍력 세계 1위인 영국의 발전용량은 현재 1341MW로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2020년까지 32GW로 끌어올려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도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전체 전력사용량의 1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830조원이란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이미 상하이에 아시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2020년까지 장쑤 산동 저장성에 대형 풍력발전소 건립을 추진중이다.우리나라도 2010년 11월 해상풍력산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입,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그 첫 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10조2000억원을 투자, 부안~영광지역 해상에 2.5GW규모의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해 군산항을 지원항만으로 선정했다.하지만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먼저 정부의 추진 의지 문제다. 사업을 추진할 한국해상풍력(주)이 한전 측의 출자 지연과 국방부와 보안관련 협의절차로 인해 2012년 말 설립 등기를 냈고 올 초에서야 가시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또 지원항만인 군산항 부두 신축과 건설사업자 선정을 놓고 산자부와 해수부의 엇박자로 1년5개월이나 늦어졌다. 여기에 지원항만 건설 예산도 산자부에서 내년도에 40억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에서 절반도 안되는 13억9100만원만 반영돼 정부의 실행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애초 1단계로 2014년까지 100MW 규모의 실증단지 조성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고 사업기간도 2016년부터 2022년까지로 늦춰졌다.가장 큰 문제는 부안지역 어민들의 반발이다. 새만금 사업으로 생계의 터전을 상실한데다 어족자원의 보고인 칠산어장에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서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미 부안군민들은 국책사업인 방폐장 사태로 인한 쓰라린 상처와 피해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치유책은 전무하다. 어제와 오늘 부안에서 해상풍력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먼저 부안군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선결 과제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바꿔야 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도내 인구는 187만 명으로 11개 선거구를 갖고 있다. 인구 상한선을 현행 31만406명에서 27만7966명으로 낮추고 하한선을 10만3469명서 13만8984명으로 높여 도내서는 덕진과 군산이 분구를 무진장 임실, 남원 순창 ,고창 부안, 정읍은 인접 지역과 통폐합 될 가능성이 높다. 51년 전 전북에 있던 금산군만 충남으로 편입되지 않았어도 선거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도민들은 이 시점서 왜 금산군을 충남으로 빼앗겼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올 1월 기준으로 5만5355명인 금산군을 충남으로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상황은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민들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금산을 충남으로 빼앗긴 것은 한 사람의 정치적 노림수 때문에 그 같은 폭거가 일어난 것. 금산군의 충남 강제편입은 1963년 11월 21일자로 이뤄졌다. 이날 금산군과 익산군 황화(皇華)면이 충남으로 감쪽같이 넘어갔다. 그 대신 전남 영광군에 속한 위도가 부안군으로 넘어왔다.‘되로 받고 말로 퍼주는’어처구니없는 행정구역 개편이 강제로 이뤄졌다.금산의 충남 편입은 5·16 군사정권하에서 당시 공화당 사무총장이었던 길재호(吉在號)에 의해 이뤄졌다. 평북 영변 출신인 그는 육군 중령으로서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주체세력의 한 사람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썼다. 그 힘으로 민정이양 때 길씨 집성촌인 금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선택했다. 길씨는 금산서 6대부터 8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내무장관 오치성(吳致成)에 대한 국회 불신임안이 처리되면서 백남억 김성곤 김진만 등 소위 공화당 4인방이 동조한 탓에 박정희 대통령의 진노를 사 정치적 생명이 끝장났다. 그는 항명파동을 겪은 후 1985년 63세로 일찍 죽었다.지리적으로 금산이 대전에 가깝지만 역사적으로는 그 뿌리를 전주에 둬왔다. 8·15 이후 금산의 전북인은 임영신(任永信) 류진산(柳珍山)씨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들이 정치적 거목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전북이 밑거름이 되었다. 금산이 충남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도 당시 공화당 실력자 장경순(張坰淳) 최영두(崔永斗)는 막아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야당 실력자인 이철승(李哲承)양일동(梁一東)씨 등은 정치정화법에 묶여 꼼짝도 못했다. 아무튼 거룩하고 고요한 밤 같은 전북이 더 이상 정치적 변방으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현재 선거구를 사수하는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상무이사 주필
‘예산 국회’ 시즌이다. 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예결위 간사는 “올해 쪽지예산은 없다.”고 공언했다. 쪽지예산은 상임위에서 심의되지 않은 예산을 예결위 심의 때 끼워 넣는 걸 말한다. 쪽지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붙었다. 힘 센 여야 국회의원들이 급조된 예산을 끼워 넣던 관행의 상징어다. 이걸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엊그제 전북도와 전북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모여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시종 진지한 분위기였다. 전북 관련 내년 국가예산은 5조 7790억 원 규모다. 전북이 2년 연속 국가예산 6조원 시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회 심의단계에서 3000억 원 이상 추가 확보돼야 한다.문제는 전북 국회의원이 없는 상임위의 지역 현안이다. 국회 16개 상임위 중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는 상임위는 안전행정, 교육·문화체육관광,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여성·가족, 환경·노동, 정보, 국방위 등 7곳이나 된다. 사각지대인 셈이다. 반면 농림축산식품해양위는 최규성 유성엽 박민수, 보건복지위는 김춘진 김성주, 국토교통위는 강동원 김윤덕의원 등 2∼3명씩이 속해 있다. 국회의원 11명의 열악한 상황에서 어떤 상임위에는 2∼3명씩 몰려 있고, 단 한명도 없는 상임위가 7개나 된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있다. 안전행정, 교육·문화체육관광, 환경·노동위 등 자치단체 업무와 밀접한 상임위에 전북 국회의원이 없다면 치명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결과된 원인은 ‘교통정리’가 제대로 안된 탓이다. 3선(選) 중진들이 상임위를 조정하는 것이 통례인데 그런 역할이 없거나 정치력이 미약한 때문이다. 3선인 김춘진 의원은 상임위 배정 당시 이 문제를 지적하자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순리”라고 답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 데도 이렇듯 개인 의사를 앞세우는 것이 의아했다. 이런 방임적 태도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27명)이 모임을 갖고 전략적으로 상임위를 안배한 것과도 너무 대조적이다. 이러고도 국회의원들은 딴 청을 부린다. “전북 국회의원이 없는 상임위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전북도가 힘 써 달라”(최규성) “상임위에서 예산증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북 의원들께서 힘을 보태 달라”(이춘석). 말이야 맞지만 적반하장 격이다. ·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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