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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장 방 빼

골프는 6~7분 간격으로 티업을 하기 때문에 제때 제때 홀을 빠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뒷팀이 경기에 지장을 받게 된다. 앞팀이 바로 바로 치고 나가야 경기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리듬을 탈 수 있다. 하지만 큰 내기를 하는 사람들은 한타 한 타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 뒷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 종종 생긴다. 골프는 심리적 요인이 그대로 반영되는 멘탈게임이라서 앞뒷팀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방빼는 건 비단 골프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각 자치단체별로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돼 있다. 특히 단체장이 바뀐 지역은 조직개편을 통한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어서 모두가 좌불안석이다. 공무원들에게는 올 여름이 가장 뜨겁고 숨 가쁜 계절이 될 것 같다. 관가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금과옥조처럼 나돌고 있다. 새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이다.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송하진 도지사는 조직 개편을 통해 9월께나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도 산하의 공기업 출연기관장과 임기제 공무원들의 인사여부다. 이미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송지사는‘정해진 임기가 있다’‘더 잘 알아서 처신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내년 4월15일까지가 임기인 전북발전연구원장이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 관계로 사표를 냈다. 전임 김완주 지사 때 산하기관장을 반강제적으로 방을 빼게 한 일도 있었다. 최근 부산광역시 산하 기관장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냈다.산하 기관장 중에는 오직 지사에게 충성심 하나만으로 버텨온 사람이 있다. 자신의 업무는 제쳐두고 지사 한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전시행정을 일삼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자기 PR하려고 출입기자에게 보도자료 보내기에 바쁘다. 도 산하기관장은 임기가 2~3년이고 연봉도 1억 전후다. 거의가 퇴직한 후 그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산다. 도내서는 그만한 자리가 거의 없다. 명예는 말할 것 없고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들이 별 생각 없이 뭉그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임기가 남았어도 일단은 사표를 내는 게 도리다. 재신임을 받아야 영이 서서 제대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염려스러운 건 인사교체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피아를 기용하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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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7.09 23:02

전북 속의 중국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가 새 현안으로 부상해 있다. 작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 미래비전 공동 성명 발표 이후 연말 한·중 경제장관 회의에서 공동개발키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투자협약(MOU) 체결을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뜸 들이는 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한·중경협단지는 양국이 개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공동 수행하는 공동 경제구역이다. 1994년 중국과 싱가포르 합작으로 조성된 중국 ‘소주(蘇州) 공업원구’가 모델이다. 이곳은 현재 인구 31만명에 1만500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중은 1992년 수교 이후 20여년 동안 교역규모는 34배, 인적교류는 53배나 증가했다. 시진핑 주석이 동맹국인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할 만큼 양국 관계는 지금 최상이다. 이런 호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새만금 한·중경협단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전북 차원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인과 다문화가족, 신(新) 화교들이 늘어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 ‘소주가(蘇州街)’라는 현판만 붙어있는 전주 차이나타운, 방치된 전주시 동서학동의 관성묘(關聖廟=관우 사당), 척박한 중국 문화자원 등은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엔 부끄러울 정도다. 도내 15개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은 작년 10월말 기준 2956명인데 이중 중국 유학생이 2242명(75.8%)이나 된다. 이들 공동체를 뒷받침할 정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관광과 투자를 유인할 저변 확대에 너무 무관심한 탓이다. 전홍철 우석대 교수(공자아카데미 원장)는 “전북 속에 있는 중국을 아껴야 하고 전북도 차원의 중국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전북은 환황해권과 대 중국 전진기지라고 늘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무얼 해야 그들의 관심을 끌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한테 관광과 투자만 요구할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엔 별 관심이 없다. 결연지역인 중국 강소성에 공무원 몇명 보내는 것이 교류는 아니다. 오히려 민간인을 전문화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전북에 과연 중국정책이란 것이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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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7.08 23:02

매실 밭의 상념

이제는 성숙이요 품격이다. 고도성장을 해온 대한민국만의 얘기도 아니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지역 거점대학만의 얘기도 아니다. 자그만 매실 밭 가다듬으며 곱씹어 보는 화두다. 나무 그루수가 늘어나면서 수확량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처음 열댓 그루에서 몇 십 킬로를 땄을 때만해도 그 양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쉰 그루가 넘어가고 오백 킬로 이상을 딸 수 있게 되자 그 양에 신경을 쓰게 되고 급기야는 천 킬로 수확이라는 꿈같지 않은 꿈까지 꾸게 된다. 무엇에 어떻게 쓸지 고민하지도 않고 무조건 생산량 늘리는 데 골몰하게 된 것이다. 그 일 톤을 넘기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 양을 넘긴지 몇 년 되었지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해야 할 일만 늘어나 손과 발, 어깨와 허리까지 뻐근하다. 감히 전원생활까지는 아니래도 여유 있는 시골살림살이 정도는 기대를 했었는데 수확량 증가에 현혹되어 애초의 바람을 놓치고 말았다. 급기야 수확량이 급증한 올해에 이르러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되어 마음까지 억누르게 된다. 벗어나야 한다, 이 성장의 숫자놀음에서. 신새벽에 톱과 낫을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수확량 늘리기 위해 여기저기 심은 나무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기왕의 감나무를 위협하고 새로 심은 이팝나무의 성장도 방해한다. 무성한 가지와 잎은 채소에게 돌아갈 응분의 햇볕과 바람까지 가로막는다.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痛)이 따르게 마련. 고도성장으로 인한 공해, 상태파괴, 공동체 해체 등의 대가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이 그렇고, 실적 위주의 연구를 위한 연구, 취업을 위해 영혼까지 팔겠다는, 비인간화한 대학이 그렇다. 그래서 막 출발한 의욕 충만의 민선 6기 단체장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제 성장의 경제지표가 아니라 품격의 삶의 질을 고민하자고. 관광의 일시적 성취가 아니라 문화와 생태의 지속가능성에 더 비중을 두자고. 무엇(목표)이 아니라 어떻게(방법과 과정)에 더 주목하자고. 말을 타고 달리는 인디언들은 중간에 자주 쉰다고 한다. 뒤처진 영혼이 따라붙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성장과 속도를 내세우면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이제는 뒤돌아봐야 한다.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지기 전에, 진정 바람직한 사회나 대학, 지자체나 시골살림살이가 무엇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매실나무 베어내며 가시에 찔린 상념들이 갈팡질팡, 아프게 서걱거린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7.07 23:02

'내발적 발전'의 가치

제 2차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기를 맞은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도시발전의 동력을 얻기 위해 나섰다. 그들 대부분이 선택한 전략은 도쿄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지점을 유치해 지점경제도시로 성장하거나 단순한 생산기능만을 갖는 기업도시, 혹은 콤비나트(kombinat) 도시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외부의 힘을 빌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이 전략은 경우에 따라서는 운좋게 도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그 대부분이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 전통과 자율적인 기반을 잃어버리는 도시로 전락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들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곳이 있다. 내발적 발전 이론의 본고장인 창조도시 가나자와다.가나자와의 내발적 발전의 동력 역시 순조롭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1962년 일본은 신산업 도시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가나자와시도 정부의 정책에 맞추어 석유와 콤비나트 등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재빨리 기획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지방도시로서는 신산업 도시로 지정받는길만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경제 리더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일본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가나자와에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가나자와는 신산업도시로 지정받는데 실패하자 도시의 중심 산업이었던 섬유산업을 통해 내발적 발전의 기틀을 다져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내발적 발전의 전략은 가나자와를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내발적 발전의 핵심은 지역에 있는 고유한 기술 인재가 서로 결합해 탄탄하게 지역 안의 시장을 확대하는 것, 거대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사람들과 자원과 시장을 소중하게 지켜나가면서 내발적인 가치의 힘을 소중하게 키워가는 것이다.하나의 사례. 가나자와와 가까운 도야마는 도쿄 등 대도시로부터 자본을 들여와 급속하게 성장한 도시다. 그러나 외부 자본이 빠져나가자 심각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급속한 성장정책이 남긴 환경파괴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는 시점, 다시 내발적 발전을 내세운 자치단체들이 있다. 새롭진 않지만 반가운 풍경이다. 그런데 그 바탕을 들여다보면 내발적 발전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대규모 지역개발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인식의 시대는 끝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7.04 23:02

통합 찬성과 반대

지난 1일 통합 청주시가 공식 출범했다. 1946년 분리된지 68년 만에 합쳐졌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청주시는 인구가 84만 118명에 달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통합 창원시(106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면적도 엄청나다. 940.3㎢로 전국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중 두 번째로 크고, 서울 면적 605.2㎢보다 1.6배나 넓다. 그 만큼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청주시 통합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앞둔 1994년 인접 시·군을 단일 행정구역으로 하는 도·농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도내에서는 군산시·옥구군, 이리시·익산군, 김제시·김제군, 정주시·정읍군, 남원시·남원군이 통합했다. 그러나 전주시와 완주군은 무산됐다. 청주시도 1994년 통합에는 실패했다. 이후 진행된 2005년과 2010년 통합추진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12년 6월27일 실시된 청원군민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우세, 통합이 확정됐다. 주민 투표로 행정구역이 통합된 경우는 청주시가 헌정사상 처음이다. 2010년 7월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한 창원시도 주민투표는 없었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보니 출범식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청주시의 발전을 응원했다. 이승훈 시장은 기념사에서 “통합시는 정부정책에 부응한 결과물”이라며 정부를 향해 윙크했다. 또 “오창산업단지, 오송생명단지, 청주공항 등이 더욱 생명력을 갖게 돼 청주가 머지않아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중심기지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부의 눈길을 끌 만한 발언이다. 청주시는 새 청사 건립비 1560억 원, 중부고속도로 서청주나들목 이전비 429억 원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모른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발전이 기대된다.같은 시기에 통합을 추진한 전주·완주는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그 결과는 가혹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 전주시와 완주군은 통합을 추진하면서 시내버스 요금을 전주시내권 요금으로 단일화 했는데, 통합 무산 후 원래 요금제로 돌려놓았다. 완주 주민들의 충격이 컸다. 운주 대둔산 지역 주민들은 예전처럼 왕복 요금 1만4,200원을 내고 전주를 왕래해야 한다. 전주는 먼 이웃이 됐다. 1일 취임한 박성일 완주군수는 전주-완주 시내버스 단일요금제를 추진, 군민 불편을 덜겠다고 말했다. 통합 추진의 불씨를 당기겠다는 것인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7.03 23:02

영혼 없는 공무원

아직도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월급이 제날짜에 꼬박 꼬박 나오고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정년까지 가기 때문이다. 영어로 공무원을 Civil servant라고 하지만 과연 우리 공무원들이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에는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법 집행자인 공무원들은 권한이 막강하다. 기속재량을 갖고 있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원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할 수 있다. 공무원은 주민과 주객이 뒤바꿔져 있다. 을의 위치에 있지 않고 갑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갑과 을은 개념이 다르다. 세금 꼬박 내는 주민들이 주인 대접 받기는커녕 을로서 갑한테 목 매달 정도다.민선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공무원 수가 늘었다. 가히 우리나라는 행정국가를 방불케 한다. 자체 수입으로는 월급도 못 먹고 사는 농촌군까지도 공무원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구조조정을 해도 공무원수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는다. 예전에는 박봉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분 보장이 잘 돼 있고 연봉이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신랑 신붓감 선호도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요즘 같은 맞벌이 시대에는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직선 단체장이 뽑히면서 과거와 달리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도시는 몰라도 농촌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장난이 아니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선거 때 직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친다. 선거 때 공무원한테 중립의무를 요구하지만 알게 모르게 유력 후보한테 줄을 서게 돼 있다. 당선되면 논공행상을 통해 승진시킬 사람은 승진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중립을 지키라고 강조해도 이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눈치 빠르고 출세욕이 강한 공무원들은 현직 단체장에게 그래서 줄을 선다.단체장과 영혼 없는 공무원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이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축 쳐져 있는 원인은 능력 없는 단체장들이 지역을 이끌어 온 탓이 컸다. 여기에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월급이나 타먹으면서 보신주의에 빠진 게 전북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 바른 말 잘하고 일 열심히 한 사람이 출세하는 구조가 아니다. 단체장 눈치나 잘 살피면서 손금이 닳아질 정도로 비벼대는 공무원들이 호가호위하며 목에다 힘주고 살아왔다. 단체장들이 정실인사를 안 하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없어진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7.02 23:02

정무부지사

자치단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새로 생긴 부단체장 자리가 정무부지사(정무부시장)다. 도지사가 자신을 정무적으로 보좌할 사람을 정무부지사에 앉혀 행정조직의 한계를 보완하는 게 통례다. 정무부지사의 업무는 정당과 국회, 지방의회, 언론 등이 주 대상이다. 따라서 그동안 낙선한 정치인들이나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의 디딤돌로 활용돼 왔다. 퇴임 공직자들이 쉬어가는 자리 또는 선거 기여 세력의 보은 자리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자치단체들이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두면서 정무부지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경제와 투자, 일자리 창출, 개발사업 등 지역의 현안인 경제적인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1995년 첫 민선 이후 전북에선 모두 14명이 정무부지사에 임용됐다. 유종근 지사 때 김철규 태기표 채수일 장세환 강재수씨 등 5명, 강현욱 지사 때 김대곤 한계수 이승우씨 등 3명, 김완주 지사 때엔 김재명 한명규 송완용 박종문 김승수 김 영씨 등 6명이다. 평균 재임기간은 13개월로 짧다. 언론인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공무원 출신 3명, 정치인과 기업인 출신 각 2명, 의료인과 법조인 출신 각 1명씩이다. 이중 눈에 띄는 발탁이 김재명, 송완용씨 등 기업인 출신이다. 김재명(재임 2006년 8월21일∼2007년 5월30일)씨는 삼성코닝 정밀유리 혁신본부장을 지낸 삼성그룹 임원 출신이고, 송완용(2009년 2월16일∼2010년 2월8일)씨는 쌍용정보통신 대표를 역임했다. 김씨는 ‘삼성의 전북투자 미션’을 받고 활동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원과 고교 동기인 송씨는 2010년 정읍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경선에 불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정치 진출의 포석으로 자리를 활용한 케이스다. 송하진 도지사 당선인이 정치 안할 사람, 중앙과의 가교역할, 지역을 잘 아는 사람 세 가지를 정무부지사의 요건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경제문제를 맡길 것이라며 이형규 전 행정부지사(행시 16회)를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고 싶다면 ‘몰입-소통-통찰-결단’의 과정을 거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목적을 뚜렷이 할 때 기적은 일어난다고 했다. 결단은 했지만 잘한 판단일지 어떨지는 성과가 말해 줄 것이다. 기대가 크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7.01 23:02

월드컵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의 급격한 상업화, 요즘 문화예술 관련 토론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다. 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핵심이었던 한옥마을에 (전통)문화는 사라지고 돈벌이 장사 속만 판을 치고 있다는 염려에서이다. 전통찻집이 카페로, 공방이 음식점으로 바뀌어가고 문화예술인들이 내몰리는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그런데 그 원인을 그 태생적 한계(?)에서 찾기도 한다. 애초 한옥마을 활성화사업은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다. 전주에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서 그로 인한 관광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국제행사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주다운 것을 찾다보니 한옥마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가장 상업적인 스포츠행사를 위해 비상업적인, 아니 민원이 끊이질 않던 슬럼가 전통마을이 지목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는 것. 태조로가 정비되고 공예품전시관과 한옥생활체험관을 세우는 등 몇몇 부분에 손을 댔을 뿐인데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4년 7월 1일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출범하면서 이런 성과를 토대로 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문제는 이곳의 눈부신 성장이 여타 사업들을 무력화하는데 크게 작용했다는 점. 5대 핵심전략인 전통문화체험교육중심도시 사업은 한옥마을에 3대 문화관을 짓는 것으로 축소된다. 한스타일의 허브가 되겠다는 꿈도 그 센터가 한옥마을이 있지 않아서인지 밀려나 건물만 덜렁 허한 바람만 맞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전주시도 천덕꾸러기 취급이다.상업화의 핵심은 취사선택, 혹은 선택과 집중. 돈 되는 것에만 주력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린다. 그 근본 정체성까지 포기할 수 있다. 돈만 된다면 예의나 금도도 귀찮고 문화마저 번잡한 사치일 뿐이다. 월드컵에서 스포츠정신은 나무에서 구하는 물고기 꼴이다. 한옥마을에서 (전통)문화를 찾는 것과 같다. 관광의 돈벌이만 있을 뿐 그 핵심동력이었던 문화예술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되고 말았다.주목할 일은 이 마을이 겪은 부침의 역사. 한때 전주 양반들이 모여 살던 이 품격의 문화마을은 편리함만 쫓는 아파트 중심의 시류에 밀려 슬럼가로 급전직하한 아픈 전력을 갖고 있다. 돈만 쫓다보면 또 비슷한 수모를 겪을 수 있다. 문화를 버리면 관광은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이 된다. 정녕 추스를 일이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좌절감만이 아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30 23:02

고노담화의 '훼손'과 '부정' 사이

“내가 고통당한 위안부 산증인이다.”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린 지난 25일, 일본 대사관을 찾은 김복동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결연했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끌려가 스물한 살 때까지 일본군 위안부로 지내야 했던 할머니는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 역사를 알리고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적극적인 증언 활동을 해온 위안부 피해의 산증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어온 ‘수요집회’ 22년, 1132차 집회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그에 앞선 20일,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일간 역사 갈등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왜 아베정권은 ‘고노담화’를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검증에 나섰을까. 1993년 8월,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군 당국의 요청으로 위안소가 설치되었으며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내용을 담은 ‘고노담화’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인 위안부 징집과 위안소 관리 운영이 모두 일본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이 담화로 한일간 역사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고노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들에게 사과하며 반성한다는 마음을 담화에 덧붙였다.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려하지 않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고노담화’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터다. 더구나 이미 다양한 통로로 역사적 실체가 규명되면서 일본의 위안부 정책 그 자체를 문제 삼기도 어렵게 되었으니 ‘고노담화’의 의미와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증을 강행한 결과를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한일 양국의 협의가 있었다’는 담화 작성과정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로 규정하려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 다시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치졸하게만 보이는 검증 목표가 ‘부정’이 아닌 ‘훼손’에 있다는 점이다. ‘고노담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으니 자칫 기본 의미는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훼손’의 정체가 문제다. ‘훼손’의 과정을 통해 결국은 ‘부정’으로 이르는 일본의 역사왜곡 과정을 되돌아보면 특히 그렇다. ‘고노담화’의 ‘훼손’과 ‘부정’ 사이에 놓인 교활한 음모, 그 뒤에 아베정권이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6.27 23:02

골든 크로스

‘거악 척결’은 대한민국 검찰이 부르짖는 대표 구호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각 기관에서 뛰는 사법경찰관리들이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덕분에 사회 곳곳에 도사린 독버섯들의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지식과 정보기술(IT) 수준 등이 높아지면서 범죄는 지능화되고, 대범해지고 있다. 지난 주 종영한 방송 드라마 ‘골든 크로스’는 우리 사회의 거악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전 경제부총리,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부장검사 출신의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 글로벌 투기자본 대표 등이 등장,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재경부 간부가 투기자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고, 성상납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 여성의 아버지를 친딸 살해범으로 뒤집어 씌운다. 의혹을 파헤치는 여성의 오빠를 살해 암매장을 기도한다. 이런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교도소 등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 조직에 독버섯처럼 박혀있는 골든 크로스 회원과 그 끄나풀들이 등장, 이들의 범죄를 돕는다. 골든 크로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선정적 재미만을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골든 크로스같은 기사를 수없이 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하천 가동보 비리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은 한 달 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18명을 형사입건했다는 내용이었다. 몸통은 없고, 깃털만 뽑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첫 재판부터 점입가경이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은 지난 24일 남원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특정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의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가동보 피고인 2명에 대해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1억∼1억28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이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피고인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그리고 공갈죄는 중범죄다. 게다가 이 사건의 주범 쪽에 속하는 가동보업체 간부, 그리고 전북도청의 담당 간부공무원이 자살했다. 관련자 보호를 위해 자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동보 비리사건은 골든 크로스 마피아 흔적이 역력하다. 경찰과 검찰, 사법부는 갓끈과 신발끈을 아무곳에서나 고쳐매면 안된다. 수사권, 기소권, 판결권을 가진 곳에서 거악을 제대로 척결해야 국민이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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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6.26 23:02

새판 짜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정권과 세력이 바뀔 때 곧잘 나오는 말이다. 민선 6기 출범을 앞두고 도청과 전주 익산 완주 진안 장수 무주 임실 부안 고창 등 단체장이 바뀐 지역은 벌써부터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행정 전문가로 평가 받는 송하진 도지사 당선인은 도정에 해밝기 때문에 적소적재의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그간 도청과 전주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공무원들의 개인별 역량을 알고 있어 별로 새판 짜는데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도지사 경선 때 김완주 지사 측근들이 강봉균 유성엽 캠프로 가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을 가져야 할 대목이 없다. 쉽게 말해 빚 갚아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사를 소신껏 할 수 있을 것 같다.그간 전북은 김완주 지사가 전주시장 2번 지사를 2번이나 했기 때문에 도 산하 기관장은 물론 관변단체까지 김 지사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는 전문성을 겸비해서 능력을 발휘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선거 때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한자리씩을 차지했다. 때로 능력이 떨어진 사람을 앉히다 보니까 잡음도 났다. 쉽게 말해 지사를 배경 삼아 호가호위 한 사람이 있었다. 이런 사람 때문에 김 지사가 욕먹고 세평이 안 좋게 났다. 송 당선인은 “공기업 출연 기관장과 임기제 공무원들은 더 잘 알아서 처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가 피곤해진다. 김 지사 때도 방을 알아서 빼주지 않아 애를 먹었기 때문에 송 당선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산하 기관장들이 취임 전에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문제는 임기가 남아 있거나 관변단체를 비롯 도청 주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 여부다. 선거 때 도왔던 사람들은 느긋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일 것이다. 도비로 운영하는 기관들은 당선자측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재신임 여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선거 때 도왔던 사람들은 한자리씩을 꿰차려고 하기 때문에 당선자도 알게 모르게 고민이 많을 수 있다. 김 지사쪽에서 송 당선자가 공보과장과 홍보기획과장을 빨리 빼달라는 요청을 거절함에 따라 막판에 또다시 갈등이 생겼다. 이 두자리를 공모하는데 1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송 당선자로서는 취임초 홍보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판짜기는 그래서 더 확실해졌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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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6.25 23:02

성공한 3선 단체장

홍길동 캐릭터로 널리 알려진 전남 장성군은 성공 지방자치의 모델로 꼽힌다. 1995년부터 3선 연임한 김홍식 군수가 장성군을 확 바꿔 놓았다. 김 군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셋째 형이다. 장성군의 성공스토리는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의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에 잘 그려져 있다. 기업인 출신 군수의 변신과 개혁, 군민이 하나 되어 장성군을 재창조한 신화, 평생학습도시 개념을 실천한 10년 역사의 ‘장성아카데미’ 이야기 등 사례들이 많다. 3선 뒤 김 군수는 강연에 몰두했다. 몇 해 전 노환으로 작고했다.전북에선 3선 단체장이 5명에 이른다. 곽인희(김제), 임수진(진안), 김세웅(무주) 군수와 일주일 뒤 3선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강수(고창), 장재영(장수) 군수가 그들이다. 6·4지방선거에서는 문동신 군산시장과 이건식 김제시장이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강수 군수가 3선 경영한 고창군도 장성군 못지 않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낸 지역 중의 하나다. 고창군은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 1번지’가 됐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5680명으로 도내 전체 7148명의 79%를 차지했다.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명품 생태도시 기반과 글로벌 고창의 이미지를 구축한 계기를 만들었다. 생태습지인 전남 순천만 입장객은 한해에 300만 명에 이른다. 숙박과 음식, 연계 관광 및 특산품 판매 등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향후 생태관광은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박우정 고창군수 당선인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고창군의 수상·평가실적도 괄목할만 하다. 건수가 302건에 이른다. 이 군수 3선 재임기간으로 치면 일주일에 2건 꼴이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한국지방자치 만족 대상, 다산 목민 대상, 청렴도 우수기관, 지역혁신박람회 대통령상, 농촌활력증진 전국 최우수상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공교롭게도 고창군은 전남 장성군과 맞닿은 지역이다.이강수 군수에게 12년 경험철학을 물었더니 “가장 고창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더라.”, “직원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할려면 외압과 금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3선의 비결이기도 하다. 단체장에게 ‘성공한 단체장’이라는 말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힘에 부치는, 그렇고 그런 단체장들이 많아서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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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6.24 23:02

미숙한 영혼의 푸념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은 미숙한 초보자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강인한 자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완벽한 자다. 미숙한 영혼의 소유자는 그 자신의 사랑을 세계속 특정한 하나의 장소에 고정시킨다. 강한 자는 그 사랑을 모든 장소에 바치고자 한다. 완벽한 자는 그 자신의 장소를 없애버린다. 현명한 사람은 한 발짝, 한 발짝 고향에 이별을 고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12세기 프랑스 철학자 위그(Hugues de Saint Victor)의 말이다. 공부(Didascalicon)에 관한 충고로 끊임없는 정진과 부단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하지 말고 중단 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탐구하라는 스콜라 철인다운 금언이다. 공부와 연구를 뒤로 한 채 고향에서 매실이나 줍는 사람 뜨끔하게 하는 일침! 새벽 두 시간 땀범벅이 되어 매실을 따는데 고작 20kg. 시중가격으로 3만 몇 천원. 한 시간 특강을 해도 그 몇 배를 받을 수 있을 터,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닌데 후유 맥이 풀린다. 작년 재작년 kg당 3000~4000원 할 때도 일품이 아까워 필요한 양만 땄었다. 올해는 열매가 땡글땡글 풍년이다 보니 값은 더 떨어져버렸다. 애초 팔려고 벌인 일이 아니라 해도 손에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 매실 좀 따가라고, 아니 털어놨으니 주워 가라고, 페이스북에 사정을 해봐도 거들떠보는 이 없다. 괜히 초라한 몰골만 드러내고 말았다. 교환가치만 소중하게 여기는 자본세상의 세태를 탓해보지만, 절로 나오는 한숨 멈출 수가 없다.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에게 하소연 삼아 늘어놓자 저주와도 같은 푸념이 되돌아온다. 7~8월에는 양파 썩는 냄새가 넘쳐날 것이다. 올해는 쌀에서도 양파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지난겨울 날이 따뜻해 양파 하나가 500g 이상으로 크게 들어 어지간한 것은 수확을 포기했단다. 흉년이면 흉년이라 걱정, 풍년이면 풍년이라 걱정이라더니 농촌살림이 똑 그렇다!올해 담근 360kg의 매실청, 140kg의 매실주, 누구와도 나누지 않겠다! 고향을 좋아하는 미숙한 영혼, 되지도 않는 오기 아니면 앙심 품어본다. 그래도 복숭아만큼 토실토실해진 매실 아까워 장아찌라도 담아야겠다고 새벽부터 분주하다. 고향이 족쇄라더니 거기 심은 매실까지 멍에가 되어 오그라든 심신을 옥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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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3 23:02

전통공예의 고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창조가 화두가 된 문화의 시대, 도시의 창조성을 발현해낼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덕분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치부돼 방치되어왔던 전통문화 유산이 고유한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가치를 얻으면서 창조의 뿌리가 되고 원형이 되는 현실은 흥미롭다. 실제로 낡고 오래된 전통문화 유산으로부터 아이템을 발굴해 활용하고 그것을 좋은 디자인이나 창조적 과학의 산물과 융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산업이 창출되어 도시 발전의 동력이 되는 예는 얼마든지 많다.창조적 영역에 먼저 뛰어든 유럽에서는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생산해온 전통 수공예를 주목해 협업으로 소통하며 그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독일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된 글로벌:로컬(Global:Local)프로젝트도 그중의 하나다. 독일디자이너 클럽(DDC)이 벌이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 실천으로 주목받는 것은 일본의 지역 가구협동조합과의 공동작업이다. 사실 일본의 전통공예는 유럽권의 이름난 디자이너들의 관심 영역이 된지 오래다. 그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그들이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해내는 방식이 주목의 대상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전통공예, 특히 지역성에 가치를 둔 공예는 힘을 잃은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래들어 지역공예를 살리기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장인들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동시대 감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숙련된 기술은 있으나 시대를 읽는 감각이 부족한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통공예의 부활은 여전히 과제가 많다. 전통공예가 지닌 수공예적 가치와 산업화를 내세운 규모의 가치 충돌이 그것이다.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가 산업화를 앞세워 과정을 기계화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공예품이 아니라 기계제품이 된다. 반면 이 수공예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애시애초 대량생산이나 산업화는 불가능하게 된다.잃어버렸던 가치를 아쉬워하면서도 여전히 속도와 규모, 효율을 내세우는 산업화 시대. 전통공예 부활은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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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6.20 23:02

살생부

선거가 끝나면 일정 부분 혼란이 있게 마련이다. 승자 편에 선 사람과 패자 편에 선 사람의 처지가 극명하게 된다. 일반인들이야 부담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패자 편에 섰다면 조금 서운할 뿐이다. 일부 사업가들도,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부분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쓰기 때문에 카멜레온처럼 처신을 잘만 하면 사업 차질없이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다르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관계없이 패자 편에 섰던 공무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예상된다. 전임자의 사람들이야 더할 나위 없다.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상식이다. 송하진 도지사 당선인은 선거 후 “본인들이 더 잘 알아서 처신할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현직 산하기관장들의 사표 요구를 시사했다. 송 당선인의 말을 두고 ‘계속 근무해도 좋다’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어제 전북도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 비서실직원, 공보과장직대, 공보실 계약직원 등이 사표를 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선인측 아무개의 요구로 사표를 냈다고 한다. 도지사가 바뀌면 더 근무하라고 해도 근무 않고 당연히 물러날 사람들인데 웬 사표 소동인가. 뭐가 그리 바쁜가. 이 때문에 벌써 점령군 횡포 얘기가 나온다. 송하진 체제라고 해서 다를 게 없을 것 같은 살풍경이 감돈다. 그렇다면 정규직 공무원 중에서도 불이익 받을 사람 적지 않을 것 같다.김종규 부안군수 당선인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과거 방폐장 사태와 관련된 살생부 소문이 지속적으로 떠돌고 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조직 안정을 위해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지난 6·4 부안군수 선거는 2003년 7월 이후 극과 극을 달린 김종규-이병학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둘만의 경쟁이 아니라 10년 전 방폐장 찬반을 놓고 다퉈온 세력들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이었다. 김종규 당선인이 10년 전 방폐장 반대세력에게 내준 군수자리를 되찾게 되자 지역사회에서는 김 당선인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소문을 김 당선인이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 당선인에게는 분명 억울한 감정이 있다. 이를 씻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와신상담, 결국 군수직에 복귀했다. 그러나 직전 군수가 교도소에 있는 난리통에서 그가 살생부를 관리하며 혼란을 자초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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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6.19 23:02

빚진 당선인들

단체장이 바뀐 지역은 온통 인사로 관심이 쏠려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뽑기 때문에 누가 되느냐가 중요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체장이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어 공무원들의 관심이 더 높다. 이 때문에 선거 때 공무원들한테 중립을 지키고 줄서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그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 생리상 알게 모르게 줄 서는 게 현실이다. 특별한 흠이 없는 한 단체장 2번 이상 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한 사람이 8년 이상을 해먹기 때문에 한번 밉보였다가는 공직을 그만 둬야 하는 일까지도 생길 수 있다.민선자치 초창기 때는 공무원들이 대 놓고 줄 섰다. 6급 이상들은 승진하거나 힘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썼던 것.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지만 농촌으로 가면 영향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돈과 정보를 쥐고 있는 군청에서 죽이고 살리고 할 정도로 모든 걸 쥐락펴락 한다. 작은 공사라도 해먹으려면 군수 측근 실세들과 연이 닿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업자들도 사전에 배팅을 한다. 심지어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곳은 선거 때 보험금을 이 삼중으로 드는 건 비일비재하다.민선 이후 더 지역인심이 사나워졌다. 각 지역별로 지지했던 후보에 따라 편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선거감정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가시질 않는다. 그 만큼 감정적으로 각인돼 있어 그렇다. 얼굴에 바코드가 찍히지 않았더라도 내편 네편을 금방 구분한다. 유권자가 많은 도시도 당선자나 측근들은 누가 선거 때 자신을 어떻게 도왔는지 그냥 안다. 친인척도 선거 때 그냥 돕질 않는다. 대부분 뭔가 반대급부가 뒤따를 것으로 알고 자신이 직접 실탄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한다.선거 때 돕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유력 인사들은 공천권자에게 선을 대서 공천 받도록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주고 업자들은 실탄으로 돈도 절도 없는 사람은 맨몸으로 뛴다. 당선자는 또 재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므로 선거 때 도움 준 사람들을 전혀 나 몰라라 못한다. 인허가가 들어오면 다소 무리가 있어도 내주고 청탁이 들어 와도 쉽게 거절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튼 당선자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뿐 돈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가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때 직 간접으로 도움 받은 당선자들은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표정관리를 하지만 이불속에 들어가면 발을 못 뻗고 잘 수 있다. 그냥 실탄을 갖다 준 바보들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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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6.18 23:02

전북은 버려진 땅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첫 지역 방문지는 강원도였다. “사회간접자본(SOC)은 꼭 경제성만 따질 게 아나라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면 실행해야 한다”며 강원지역 SOC 이행을 약속했다. 재원 때문에 정부 차원의 공약 구조조정이 추진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첫 방문지로 강원도를 선택해 ‘선물’을 주었다. 그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여당에 표를 몰아 준 정치적 보은 성격이었다. 강원도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8곳이다. 18대 국회는 한나라당 4명, 민주당과 무소속 각각 2명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8곳 모두 새누리당이 싹쓸이 했다. 이런 결과에 대한 보답이다. 박 대통령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지역을 방문했다. 대구 부산 등이 그런 곳이다. 방문하지 않은 지역은 몇 곳 안된다. 전북이 그 중의 하나다. 익산 식품클러스터 기공과 무주 태권도공원 준공에 맞춰 방문 일정이 추진됐지만 무위로 끝났다. 대통령의 지역방문은 의미가 크다. 주민 관심과 지역의 고민은 무엇인지 갈파할 수 있고, 국정 요구 현안도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 지역의 비전을 보고하고 당부하는 일은 국정수행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북에는 아직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선거 때 표가 적게 나온 탓일까? 전남 광주보다 더 많이 나왔는데…. 전북 소외는 내각 인사에서도 뚜렷하다. 제1기 내각 때 인사 대탕평이 이뤄지지 않은 비판여론이 일자 “일 위주의 진용을 짜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음 인사엔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작년 가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인사위원장)이 들어선 뒤엔 주요 사정라인과 권력기관장이 PK(부산 경남)로 채워졌다. 이른바 ‘신 PK’다. 김비서실장(거제)과 정홍원 국무총리(하동),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마산), 황찬현 감사원장(마산), 김진태 검찰총장(사천)이 그들이다. 엊그제 제2기 내각이 발표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총리와 장관 18명 중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선택받지 못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영남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통합과 인사 대탕평은 이미 침몰하고 말았는가. 전북은 박근혜 정부에겐 버려진 땅이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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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6.17 23:0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람이 있다면 어렵게 마련된 전주전통문화정책의 터전이 차후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다시 또 경제나 개발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전통문화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따지지 말고 그 근본정신, 느리고 더디지만 자연과 생태를 함께 생각하는, 대안적 삶의 모색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조급하게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어 전주다움을 잃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입니다.〈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 미래 천년을 열다〉, 2007년 발간된 전주전통문화주심도시추진단 백서의 머리말에 실려 있는 염려의 말. 추진단이 한옥마을에 둥지를 튼 게 2004년 7월, 그 후로 꼭 10년이 지났는데 걱정했던 일이 꼭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문화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 한옥마을에도 문화나 전통은 찾아보기 힘들고 관광을 빙자한 장삿속만 넘쳐난다. 시에서 어렵게 마련한 문화시설들도 높은 임대료 압박에 전통문화를 챙길 여유가 없다. 한옥마을을 한옥마을답게 해주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예술공예인들 또한 턱없이 높아진 전월세에 밀려 떠나간지 오래다. 전통찻집은 카페로, 공방은 음식점으로 바뀌고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 족들만 득실거린다. 슬로시티에 가입까지 해놓고 그 취지에 어긋나는 길로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안타까운 건 잃어버린 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진단의 가장 큰 성취는 민관협치(governance)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러나 그 아름다운 전통은 추진단의 해체와 더불어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공무원조직의 잦은 교체는 불가피한 일,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견지해줄 전문가 집단마저 소외되면서 전통문화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연결고리가 약해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추진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전주를 좋아하는 문화관광부 국장 과장이 많았다. 자체 워크숍 장소로 전주를 택했을 뿐만 아니라 시험적으로 하고 싶은 시범사업들도 자주 전주에 의뢰했었다. 상하가 분명한 공무원조직에서 상위부서와 소통하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위공무원이라도 당당하게 만날 수 있다.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위한 노둣돌이었던 추진단 창단 10주년, 다시 한 번 전주를 한국전통문화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심기일전의 정책적 배려, 민선 6기를 맞이하며 기대해 본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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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6 23:02

베타니엔의 '레지던시'

독일의 서베를린에는 세계의 예술가들이 주목하는 창작공간이 있다. 세계 최초의 예술가 스튜디오로 알려진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이다. 공간의 전신은 병원. 오래된 역사와 독일분단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때인 1850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공간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그대로 지닌 고성의 아름다움으로도 눈길을 끈다. 그 규모로 보아서는 당시 상당히 유수한 의료시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훼손되어 폐허가 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1968년, 독일정부는 이 건물을 허물고 새 병원을 짓기로 했다. 그러자 100여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나섰다. 젊은 예술가들의 불법점거(Squat)를 막기 위해 경찰이 나섰지만 이들의 치열한 예술적 도발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희생과 고난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창작 지원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75년부터다. 그 후 40년.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은 지금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실험정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세계적인 창작실이 됐다.베타니엔의 명성을 높인 것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젊은 외국 작가들을 선정하여 1년 동안 창작공간과 전시공간,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국제예술교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베타니엔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세계 25개국 예술단체와 협약을 맺고 해마다 추천을 받아 입주 작가를 선정한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1년 동안 오로지 작업에만 전념한다. 발표 활동에 마음을 쓰지 않고 창작에만 열중하는 덕분에 작가들은 다분히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며 창의적인 작업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다. 그 지원 대상이 모두 외국인들이라는 점도 베타니엔만의 특징이다. 베타니엔은 작가들의 국제적인 교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작가들을 생각하고 꿈꾸게 하며 그들의 실험을 돕는 일종의 실험실이다. 예술시장은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베타니엔은 느리게 진전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곳의 운영자들은 생산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중시한다. 창조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과 단체가 늘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베타니엔의 철학과 지혜로운 선택이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6.13 23:02

무신불립(無信不立)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언론인 출신 첫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첫 기자 출신 총리 탄생이 예고됐다.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문창극 내정자는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살았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자리에 응모했지만 떨어진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극우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언론사에서 수많은 칼럼을 통해 따끔하고 신랄한 비판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글을 썼다는 지적이 많다. 무상급식 등 복지 문제에도 너무 비판적 글을 썼고,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칼럼도 시비 대상이 됐다. 보수적 틀이 너무 강하다 보니, 국민화합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창극 내정자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이는 충청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3석을 모두 야당에 내준 여당은 다가오는 총선 부담이 클 것이다. 어쨌든 총리 후보 내정자 문창극에 대한 언론과 사회,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얼마나 날카롭게 전개되느냐의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그가 수많은 비판의 글을 써온 언론인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면 총리 자리에 앉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매우 청렴할 것으로 보였던 안대희 내정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부적절한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지적 때문에 낙마한 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다. 잇따라 총리 후보를 낙마시키기에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후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는 능력과 함께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사였지만 막상 장관, 총리 등으로 지명돼 검증 도마위에 오르게 되면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지명받길 꺼리는 인사가 많다는 말까지 나올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허물이 전혀 없을 수 없다. 허물이 없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허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큰 명예와 돈을 욕심내면서 탈이 난다. 문 내정자는 대통령의 지명에 흔쾌히 응했다. 일단 “나는 깨끗하고 자신있다”는 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문 내정자에 대한 이념적 검증이 추가될 전망이다. 극보수의 길을 걸어온 인사가 과연 진보 쪽의 신뢰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6.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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