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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리모델링

도민들의 민의가 확인됐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걸 이걸 두고 한말 같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을 이끌어온 세력들을 낡은 세력으로 단정하고 과감하게 새인물로 물갈이했다. 이번 선거서도 새정치민주연합 깃발을 꽂으면 그래도 우세할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다. 성난 민심이 쓰나미를 이뤘다. 양두구육마냥 짝퉁 새정치를 내걸고 도민들을 우습게 본 것에 대한 강한 응징이었다. 그간 김완주 지사가 도정 8년 전주시정 8년을 이끌면서 잘한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이 더 많다. 중앙정치권과 코드가 안 맞고 스스로 진영논리에 갇힌 게 더 큰 문제였다. 특히 이명박정권 출범 전부터 김지사가 대립각을 세웠고 4대강 사업을 도의회가 제일 먼저 반대하고 나선 게 미움을 샀다. 지난 MB정권 때 얻은 건 새만금토지이용계획에서 농지비율을 줄이고 대신 산업용지 비율을 70%로 늘린 것과 새만금 신항을 착공한 것 밖에 없다. 충청과 강원도가 새누리당에 전략적 투표를 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송하진 당선자가 점진적 변화를 꾀하겠다고 첫 일성을 터뜨렸다. 몸에 밴 행정가다운 발상이다. 하지만 도내 상황이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못 된다. 너무 지역이 침체의 늪에 깊게 빠져 부양책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론을 주창한 것처럼 송 당선자도 좌고우면 할 것 없이 김 지사의 전시행정을 혁파해야 한다. 송 당선자가 전주시장에 당선 됐을 때 김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경전철사업을 백지화 시킨 것처럼 과단성있게 밀어붙여야 한다.송 당선자는 이제 주저 할 이유가 없다. 유권자 70%가 그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 힘으로 도정을 추진하면 그만이다. 16년간이나 비서실장이 중심이 돼서 관리해온 줄서기 인사부터 타파해야 한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각 실과에 배치, 충성경쟁을 벌여 전체 직원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한 인사 틀을 깨야 한다. 공식 계선조직은 제쳐두고 비서실 라인을 통해 도정이 작동 되다 보니까 도정이 무력증에 빠졌다. 산하기관도 똑같다. 선거 때 특정후보한테 줄선 기관장은 말할 것 없고 김 지사 밑에서 눈치나 살피면서 호가호위한 사람은 임기에 상관없이 떠나야 한다.선거 때 캠프에서 도왔다고 무작정 한자리씩 안기면 안된다. 도처에 있는 세월호를 건져내서 전북을 리모델링해야 지역이 산다. 김 지사 시절 한자리씩 해먹은 사람들은 스스로 방 빼는 게 도리가 아닐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6.11 23:02

총선 겨눈 지방선거 민심

민심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엎기도 한다. 민심을 잃으면 정치지도자는 권좌에서 내려와야 하고 등 돌린 민심을 거스르면 끌려 내려진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고 한 이가 순자다. 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는 백성이 받들 수 있지만 무능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맹자의 생각도 비슷하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仁)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것을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賊)을 저지르는 사람은 군주가 아니라 일부(一夫)에 불과합니다.” 군주가 지도자 답지 못하면 한 사내에 불과하고 언제든 방벌(放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방벌은 내쳐서 몰아낸다는 의미로, 오늘날로 치면 선거 때 교체한다는 뜻이겠다. 순자 맹자가 2200여년 전에 설파한 혁명적 사상이다. 전북의 6·4지방선거는 민심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지역의 맹주를 뽑는 시장 군수 선거에서 14개 지역중 7개 지역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공천=당선’ 등식이 깨졌고 현역 프리미엄도 작동되지 않았다. 익산, 김제, 완주, 진안, 장수, 임실, 부안이 그런 곳들이다. 실정과 오만, 오락가락한 기초선거 불공천, 공천을 빙자한 사천(私薦), 갈팡질팡한 경선 룰, 지분 챙기기, 당내 갈등 등이 심판받았다. 공천권을 행사한 이춘석, 최규성, 박민수, 김춘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달도 차면 기울 듯 어떤 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되기 마련이다. 민심은 정치지도자들의 흠결과 독선을 콕콕 집어내 심판했다. 말로만 새정치 운운하고 속으론 구태정치를 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세월은 빠르고 민심의 흐름은 도도하다. 당선된 정치지도자들이라고 해서 민심이 항상 떠받쳐 주지는 않는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공적 자원을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이나 패거리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제멋대로 활용한다면 언제든 방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2016년 총선이다. 지방선거의 민심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물이 배를 뒤집어 엎기 전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6.10 23:02

아름다운 동행

어언 40여 년 전 일이다. 이미 학창시절에 천부적 재능을 인정받아 은사인 신석정 시인의 제안으로 시화전을 함께 치른바 있는 청년 화가가 잔뜩 풀죽은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앞에 둔 채 한숨의 담배연기만 품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어렵게 운을 떼는데, 파리 한 화랑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어 아깝게 포기를 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 화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예술의 도시에서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포기를 해? 친구가 경비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이를 계기로 이 둘의 아름다운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화가는 고마워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친구는 대견하다며 또 부지런히 도움을 주고. 프랑스는 물론 일본 오오사까나 동경, 미국의 뉴욕이나 LA 등에서의 초청전시에도 후원은 물론 꼭 직접 찾아가 축하만찬까지 챙겨주니 화가는 고마워 붓을 쉬지 못하고, 그 치열한 예술혼 덕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을 하게 된다. 이 둘의 동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화가가 후배 미술인들 딱한 사정을 알리고 친구는 다시 그 추천을 받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 전시를 후원해주고. 그렇게 하여 구입한 작품이 백 수십여 점, 이에 힘입어 기죽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미술인도 한둘이 아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1987년 이제 중년에 이른 화가가 후배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지 〈문화저널〉을 창간하는데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여 이 친구가 다시 이 잡지의 출판비를 후원하고 나선다. 이에 감동한 편집동인들의 질긴 노력으로 이 잡지는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지금까지 계속 지역문화를 선도해오고 있다. 이제 화가는 이 잡지의 발행인, 친구는 이를 총괄하는 사단법인의 이사장으로 그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 도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초청전시회, 그 동안 성심을 다한 작품활동으로 전시관 전체를 동원해도 전시공간은 턱없이 부족,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과 살림집까지 전시공간으로 내놓았다. 작업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전시되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쌓여있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 입을 닫지 못하는데, 친구의 후원이 고마워 차마 게으름 피울 수가 없었어! 한다. 내 예술의 반절은 그 친구 거여! 함께 찾아간 제자들에게 나 이 두 분하고 많이 친해! 어색하게 끼어드는데 마냥 뿌듯하기만 하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09 23:02

선거와 민심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의 현장은 승리의 환호와 참패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선거 결과는 ‘민심’으로 결정된다. 선거철이 되면 ‘민심’이란 말이 모든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올해 지방선거 결과도 ‘민심’의 척도를 헤아리는 일이 간단치 않다. 여권의 독주를 견제하면서도 야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은 민심이 주는 메시지가 미묘하다. 그런 중에도 주목을 끄는 민심의 변화가 있다. 교육감 선거 결과다. 5일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를 보니 세종시를 포함한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13개 시도가 진보성향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 후보의 성적이 10대 6이었던데 비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룬데 비해 보수 성향 후보들은 단일화에 실패, 각개약진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표의 분열을 가져온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경쟁’보다는 ‘인간적 교육’을 주목한 ‘앵그리 맘(Angry mom)’의 표심이 진보의 압승을 가져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진보성향 당선자 중 가장 화제가 된 후보는 역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다. 그는 진보학자로 돋보이는 활동을 해왔지만 후보로 나선 초기, 모든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의 지지율로 고전했다. 인지도가 낮았던 탓이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을 하면서 일관되게 구체적인 공약을 앞세운 정책 경쟁을 펼쳤다. 민심의 역전은 투표일 3-4일 앞두고서야 불씨를 당겼다. 그의 면면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아버지를 존경하는 조후보 아들의 편지글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으며, 고승덕 후보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고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의 파장이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다. 조후보 역시 서울의 ‘민주진보 단일 후보’였다. 애초, 그는 다른 진보인사를 교육감으로 추대하기 위해 나섰다가 출마를 고사하는 선배들 대신 후보가 됐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같은 기적의 9회 말 대역전’은 더 빛나 보인다. 전북지역 선거 결과도 들여다보니 의미심장하다. 지역의 거대정당이 자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근거가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비방과 모함, 선동의 목소리를 내려놓지 않는 이들도 보인다. 선거의 후유증을 스스로 키워가는 격이다. 선거는 상대를 죽여야 자기가 사는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6.06 23:02

패자에게

민선 6기 4년을 책임질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교육감 등 251명을 선출한 6·4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비교적 ‘조용한 선거’로 치러졌지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상호 비방과 선거법 위반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 보니 모든 후보들 속이 더욱 탔을 것이다. 자신의 경쟁력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일이 시나브로 닥치니 조급증도 일었을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닥친 브라질 월드컵 출전 32개국 선수들은 그동안 개인훈련과 A매치 평가전 등을 통해 개인 기량과 팀워크를 충분한 수준으로 올려 놓았을 것이다. 그들도 선거 후보들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주어진 90분간 전력을 다해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승패를 가려야 한다. 패한 팀은 짐을 싸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패자에게 ‘영광’을 준다. 출전 자체가 선수로서 영광이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은 선거일 90일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뛰었다. 공직자 신분인 입지자는 사퇴했다. 사업가는 돌아가 앉을 자리가 있겠지만, 많은 후보들은 패배 부담이 크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이다. 민주당 공천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안철수 세력과 손잡고 새정연으로 변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단체장 정당 무공천을 번복하는 바람에 혼란이 컸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며 나섰던 입지자들 가운데 낭패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이번만은 안철수의 새정치 바람이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전북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큰 꿈을 품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혼란 속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속상하고 분노한 상당수 입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그만큼 선거전도 치열했다. 선거는 전쟁이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월드컵 패자는 ‘영광’을 얻지만, 선거 패자에겐 상처뿐이다. 빚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쓰라린 패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지지해 준 수많은 유권자가 있었다. 그가 선거기간에 목터지게 외친 ‘봉사’는 당장 공직을 꿰차야만 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패자는 4년 후를 기약(?)할 뿐이다. 화살이 왜 과녁을 벗어나 허공으로 사라졌을까. 분석하고 기다리는 것도 지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6.05 23:02

한 표의 가치

아직도 농업이 근간을 이루는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경제상황이 안 좋다. 1인당 국민평균소득이 지난해 기준으로 2만4000불인데 전북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왜 전북이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국가산업화 전략에서 소외된 탓이 크다. 일할 만한 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청년 일꾼들이 일자리가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나가야 하는 딱한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여기다 우리 탓도 있다. 30년을 특정 정당 위주로 투표해온 게 낙후를 가져왔다. 세상살이는 경쟁 없이 발전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전북정치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무풍지대였다. 타 지역은 전략적 투표를 통해 발 빠르게 이익을 도모해왔지만 전북은 지역감정의 덫에 갇혀 묻지마식 투표만 해왔다.전북에도 세월호 마냥 적폐가 너무 많이 쌓였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더 지역이 피폐해진다. 정치를 필두로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언론 등 모든 부분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그간 묻지마식 투표 덕에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편을 짜서 해먹다 보니까 지역이 피폐해졌다. 진영논리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간 것도 문제다. 지난 30년간 외로운 섬 속에 갇혀 살았다. 한 발짝만 떼어 바깥세상을 내다보면 참으로 세상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지역정서를 근간 삼아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선거 때나 자신의 이익을 챙길 일이 있으면 고향 팔아 목청을 돋구지만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다.오늘은 전북 발전을 가르는 중요한 투표날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신의 귀중한 주권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자신이 기권함으로써 안 뽑혀야 할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5기 내내 전북은 전반적으로 무력증에 빠져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었다. 더 이상 이 상태로 머무를 순 없다. 오늘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서 능력 있는 일꾼을 뽑으면 전북을 바꿀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가개조론을 주창했지만 전북도 개조할 게 많다. 정치를 비롯 각 분야에서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전북을 리모델링 한다는 맘으로 투표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게임룰이 적용되는 세상이 만들어 진다. 자신의 한 표가 낡은 전북을 개조할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6.04 23:02

지방선거 포인트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호남 투표율이 수위(首位)를 나타냈다. 전남은 18.05%, 전북은 16.07%로 각각 전국 1·2위로 나타났고 광주는 13.28%로 서울과 6개 광역시 가운데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11.5%다. 새정치연합과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의 경합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기초단체장 35명 중 13명을 교체했다. 3분의 1 가량이 물갈이된 탓에 무소속 후보가 많다. 특히 현역 단체장 경력이 있는 무소속 후보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전북지역도 정당 공천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접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접전지역이다. 어제 보도된 본지의 막판 판세 분석도 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소속 연대 바람이 불지 어떨 지, 고창 같은 후보단일화 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 지, 무소속이 난립한 임실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결과될 지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책과 접근방법을 놓고 곳곳에서 투닥거려야 흥미로운 선거판이 될 터인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새누리당이 사상 첫 지역구 의회진출자를 낼 것인 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다. 1995년 첫 지방선거부터 2010년 제5회 선거까지 전북에서 배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1366명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410명, 열린우리당 123명, 진보신당 1명, 민주노동당 19명, 국민참여당 5명이었고 무소속이 874명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각각 2명씩 비례대표 4명을 배출했을뿐 지역구에선 단 한명도 선출되지 못했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역시 새누리당에게 전북은 ‘동토(凍土)지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욕이 강하다. 2∼3인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이 후보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독려하고 있고, 정운천 선대위원장도 기초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 성향이 본 투표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전북지역에서도 지역별, 연령별 사전투표 성향을 놓고 정당과 후보 진영의 분석이 분주하다. 유권자로선 관전포인트가 어떻게 결과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다. 뚜껑이 열리기 전 선거의 묘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6.03 23:02

시골 작은 음악회

지난 5월 23일, 완주 비봉의 난곡마을에 정말 작은 음악회가 마련되었다. 세월호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요즘 아무리 특별한 날이라도 차마 어떤 행사를 기획할 수 없다.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노무현대통령 서거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자칫 고인을 욕 뵐 수도 있는 참으로 엄혹한 시절. 그러나 그 둘을 겸할 수 있다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상황이 흡사하니 잘만 엮으면 의미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음악회는 그런 취지로 마련되었다. 억울한 죽음 잊지 않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젖어있지만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위해 나서겠다,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겸한 추모의 장으로 꾸려진 것이다. 지리산 흙피리 소년(청년) 한태주군 부자의 오카리나와 기타 연주, 도립 위은영 수석의 거문고 산조, 청아한 대금 반주를 곁들인 박영순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도 그런 취지로 마련된 것.오래 참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방해로 처음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마을 어른들은 물론 멀리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봄밤의 신명은 깊어만 갔다. 잠시 주인장이 마련한 풍성한 음식(너무 다양하게 장만하여 오히려 흠이 될 수도 있는)으로 허기를 달래고 바로 2부 순서로 넘어갔는데 음식과 함께 나눈 술로 인해 분위기는 훨씬 무르익어 갔을 것이다.처음 문을 연 도립 박상후의 대금산조는 다시 숙연한 분위기를 되살려 주었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선곡했다는 소리꾼 이용선의 국악가요 쑥대머리와 하얀 나비(김정호 곡 노래)의 가사는 숨죽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어지는 소프라노 고은영의 청산에 살리라. 이 노래는 노무현대통령 퇴임행사에서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반주로 고은영씨가 불렀던 것. 앵콜 곡 「넬라판타지」를 마지막으로 시골 작은 음악회는 마무리되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하되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딱 그런 정도의 추모음악회!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뒷풀이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재능나눔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이 손수 음식상까지 치우고 다시 방안에 차린 조촐한 술자리. 명분은 연주자들을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다시 그들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그 곳에 이 음악회의 백미요 절정이 있었다. 이용선 명창의 판소리 쑥대머리와 고은영 소프라노의 고엽 등! 그냥 탄식의 환호만이 이어졌다. 그렇게 오지(奧地) 시골의 작은 음악회는 큰 울림으로 오지게 마감되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02 23:02

창조도시와 시민

21세기를 창조의 시대로 규정한 학자들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조론’이 대세다. 창조경제 창조문화 창조도시 등 창조의 영역은 경계를 넘나들며 시대적 화두가 됐다. 전라북도 도시들 중에도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도시가 여럿이다. 사실 새로운 지식정보산업 시대에서 도시를 발전시키는 엔진은 더 이상 공장과 같은 대단위 산업기지가 아니다. 창조활동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도시의 엔진이다. 몇 해 전 창조도시 연구자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를 인터뷰했다. 창조도시를 희망하는 전주의 선택이 궁금했다. “창조적 도시는 새로운 예술 활동과 새로운 경제 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상이다. 전주는 전통과 미래를 조화시켜가는, 창조도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 사사키 교수의 답은 명쾌했다. 그가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다양한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이는 시민거버넌스였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창조도시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직형 조직의 행정이 앞장서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창조도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만큼 문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가 주목한 창조도시 ‘볼로냐’나 ‘가나자와’의 사례는 창조도시의 동력이 바로 이들 시민들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도시들은 작은 도시의 장점을 살린 고유한 특성과 전통적 문화유산을 창조적으로 지켜가려는 시민들의 의지로 창조도시가 됐다. 창조도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창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창조력을 잃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이 도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조도시의 가능성을 두루 주목받았던 전주가 갈수록 시민거버넌스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아픈 지적이다. 6월 4일, 지방선거를 다시 치른다. 정책공약을 보니 예외 없이 ‘창조’를 내세운 후보들이 적지 않다. 반가운 일이긴 한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정책과 정책 사이의 모순이 크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현가능성 없어 보이는 정책으로 인구를 늘린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허장성세 공약이 여전하다. 경제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된 지금도 ‘창조’를 구색 맞추기 공약으로나 이용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좋은 후보를 잘 가려 뽑아야 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30 23:02

썩은 사회

세월호 사건 후 안전불감증, 국가 개조, 관피아, 해양경찰청 해체 등 키워드가 대한민국 사회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 때 진정한 검객으로 알려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하며 국가 개조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러나 안대희 후보도 돈과 명예를 지향하는 일개 필부필부일 뿐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사도처럼 검을 휘둘렀지만, 변호사가 된 뒤 전관예우 아래 황금의 바닷속을 헤엄친 의혹을 받았다. 총리 내정 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척결, 국가를 바로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 재임한 5개월 사이에 무려 16억 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총리 후보 내정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3억 원을 세월호 참사 기부금으로 낸 사실도 알려졌다. 여론이 좋지 않게 흐르자 그는 다시 국민 앞에 서서 11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 인심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야당은 안 후보자가 14억 원으로 총리직을 사려한다, 총리 퇴임 후 전관예우를 받아 더 큰 돈을 벌 것 아니냐며 후보 사퇴 공세를 폈다. 결국 안 후보가 28일 전격 사퇴했지만, 뭔가 기대가 자꾸 허물어지는 요즘 대한민국은 우울하다. 능력 있고, 흠결없다는 인사들도 막상 양파 껍질 벗겨보면 실망스런 속살이 드러난다. 고위공직자 임명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이제 이 핑계 저 핑계 내세워 사양하는 인물도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쯤되면 세상이 우스워진다. 500년 고려가 망한 것은 무능한 왕과 관피아 폐해가 결정적이었다. 최영이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관료들은 비웃으며 돈과 권력에 집착했다. 황금은 육신을 화려하게 치장하지만 결국 영혼을 죽인다. 정몽주가 목숨을 내걸고 버텼지만 썩은 고려를 지탱할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500년 후 조선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 역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경고하고 있다. 6·4지방선거전이 치열하다. 후보들은‘저요, 저요’를 외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년을 뒤돌아볼 때 정신 넋 떨어진 당선자들이 많았다. 자신과 측근 배만 채운 정피아(정치 마피아)였다. 임실과 부안 등 특정 지자체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그래 돌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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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5.29 23:02

짝퉁 일꾼

선거라는 게 묘한 대목이 많다. 1등만 있을 뿐 2등 이하는 필요 없다. 입찰과 똑같다. 유권자의 맘을 사로잡으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써가며 자기 PR에 열 올리는 걸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후보자들이 내건 캐치플레이즈는 가히 말의 성찬을 이룬다. 최상급 용어를 써가며 치장한 모습을 보면 역겨움이 난다. 깜도 안 된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자신을 큰 일꾼이라고 소개한 걸 보면 용감하다기 보다는 측은해 보인다. 저 정도나 됐으니까 뻔뻔하게 표 달라고 출마했구나 싶다.큰 일꾼이라고 자화자찬한 후보들은 먼저 아니다는 거부감이 생긴다. 그 정도 능력이 있었으면 일찍 주변서 챙겨줬을 터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출마한 경우가 많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돈좀 벌었다 싶으면 명예를 얻고 싶어 출마한 경우도 꽤 있다. 세상 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평소 덕도 쌓지 않은 사람이 출마한 걸 보면 뭘 믿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도록 말려야 한다.의정활동 실적이 별로인 사람이 운 좋게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공천 받아 출마한 경우가 많다. 의정비나 타 먹으면서 자신의 사업 방패나 명예만을 쫓은 현역도 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은 고사하고 단체장 장학생 역할을 한 사람도 있다. 비리를 제보하면 은근슬쩍 집행부에 흘려줘 유야무야 시킨 사람도 있다. 지역 일은 차치하고 4년간 목에다 잔뜩 힘이나 준 사람이 일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걸 보면 가관이다. 의원이 뭘 하는 줄도 모르고 배지에 눈멀어 출마한 사람도 있다.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잘 선택해야 그 지역이 산다. 능력 있는 일꾼을 뽑아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한테 온갖 교태 부려가며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모두가 자신을 참 일꾼이라고 소개하지만 짝퉁일꾼이 널려 있다. 짝퉁은 소리부터 요란해 속빈강정과 같다.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역발전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뽑으면 그만이다. 매번 선거가 중요했지만 이번 선거는 전북을 살릴 수 있는 선거라서 더 그렇다. 새정치 공천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마냥 흥분만 할 게 아니라 광주시민들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줄 때 전북인이 대접 받을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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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5.28 23:02

그 놈이 그 놈 아니다

6·4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 지역에 누가 나왔는지,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아예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그 ×이 그 ×이고, 다 도둑×들’이라는 힐난도 있다. 후보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는 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일정 중단과 ‘조용한 선거’도 무관심을 거들고 있다. 또 특정 정당의 독점적 지배현상도 ‘깜깜이 선거’와 ‘묻지마 투표’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겉으론 민주적 절차를 밟더라도 속내론 국회의원이나 당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경선, 정의롭지 못한 공천 등은 정치 혐오감과 선거 무관심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역대 지방선거마다 국민 관심이 적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때 투표율은 68.4%(전북은 73.7%)였지만 그 뒤 선거는 50%대에 불과했다. 1998년 52.7%, 2002년 48.9%, 2006년 51.6%, 2010년 54.5%였다. 겨우 유권자의 절반이 약간 넘는 정도만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선거에 대한 주민 관심과 투표율이 낮다면 민의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지방정치의 민주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기관을 구성하는 선거다. 지방정부의 기관은 단체장과 의회다. 민의를 잘 반영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지방선거다. 전북에선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14명), 도의원(38명), 시군의원(197명) 등 모두 251명을 선출하게 된다. 후보들의 성향과 정책을 비교·검증할 유력한 수단이 선거공보다. 선거공보에는 직업, 학력, 경력, 재산 및 병역사항, 세금납부 내용과 체납내역, 전과기록 등이 표기돼 있다. 정견과 공약도 들어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못다한 전북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새누리당 박철곤)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시대 전북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습니다’(새정치연합 송하진) ‘박근혜 정권, 무능한 야당 심판! 노동자 농민 서민이 잘사는 전북을 만들겠습니다‘(통합진보당 이광석) 슬로건만 훑어보아도 후보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선거공보물이 25일부터 유권자 가정에 배송되고 있다.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누가 민의를 대변할 적임자인지 꼼꼼히 살펴보자. 이런 노력도 없이 ‘그 ×이 그×’이라거나 ‘다 도둑×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는 건 후보 모독이자 유권자의 의무 방기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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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5.27 23:02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 위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나 지지도에 입과 귀를 모으고 있다. 세월호로 인한 기나긴 절망과 분노의 침묵터널을 벗어나 서서히 입지자들에 대한 지지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 선거 관련 기사가 거의 모든 면을 장식하고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회 중계로 정규방송프로그램들도 자주 문을 내려야 할 형편이다. 국가재난으로 선거열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분위기는 늦었지만 제대로 잡혀가고 있다.하지만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막말 토론과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이다.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할 언론은 드러내놓고 편향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몇몇 칼럼 필자들은 후보자들의 실명을 들어가면서까지 비난과 지지를 서슴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문사 논설위원이나 시민단체의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도 유권자인 이상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공인이다. 그들의 글은 개인의견으로도 읽히지만 신문사나 시민단체의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객관성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사로운 감정개입은 당연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개인의 선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세세한 깨알칭찬은 그래도 봐줄만하다. 반대하는 후보나 세력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악담은 분명 언론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마저 저버린 행태다. 글은 인격이라 했는데 같은 지면에 칼럼이 실려 있다는 게 민망할 정도다.선거는 승자 독식의 처절한 싸움이다. 그래서 토론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예의와 금도(襟度)가 필요하다. 이를 여론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서서 깨고 있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자칫 막말 토론이나 편향보도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막말은 막말로 이어지며 언론의 사유화(私有化)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계승된다. 건전한 선거문화가 정착되어야 그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와 민주주의의 공멸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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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6 23:02

할머니의 '늦복'

우울한 시절, 귀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올해 86세, 박덕성 할머니와 며느리 이은영씨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순창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에 임실 진메마을로 시집온 할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4남 2녀를 낳아 길렀다. ‘부지런하기로 말하자면 이 세상 따라갈 사람 그 어디에도 없을 만큼’ 일만하고 살았던 할머니는 몸이 아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집을 떠나 전주로 왔다. 아들집과 병원을 오가는 일상은 당연히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머니의 신세한탄과 푸념이 늘어 갔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젊은 시절 바느질을 좋아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느날 천과 실이 담긴 반짇고리를 사들고 가 조각보를 만들어보시라고 권했다. ‘여기서 이것을 어떻게 한다냐’며 실만 뒤적였던 할머니는 며칠 지나 며느리 앞에 다섯 개의 조각보를 내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할머니의 바느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작은 들꽃과 예쁜 문양이 새겨진 생활용품들을 쏟아냈다. 며느리는 한글 낱자 정도 더듬더듬 읽을 줄 아는 할머니에게 다시 글쓰기를 권했다. 바느질만 하겠다며 밀어냈던 할머니는 며느리의 강권에 글쓰기도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짧은 문장을 만들어 쓰시게 하기 위해 며느리는 할머니의 지난 삶을 이야기로 들어가며 기록하고 녹음을 했다. 책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할머니와 그 세상을 만나게 해준 며느리가 이루어낸 결실이다. ‘바느질, 글쓰기를 하니까 맘이 좋다. 한 가지 하면 또 한 가지 생각나고 해놓고 봉게 더 좋다. 어치게 니가 그렇게 생각을 잘해서 나를 풀어지게 해놨냐’는 할머니 말은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할머니가 지난 삶을 돌아보며 며느리를 향해 보내는 화해이자 지극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일터다. 여든을 넘어셔야 만난 이 눈부신 세상은 할머니에게 ‘늦복’이다. 이시형 박사는 이러한 할머니의 새로운 일상이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이라고 전한다. 책의 저자인 할머니의 아들은 김용택 시인이고 이은영은 시인의 아내다. 나는 이들 고부간의 이야기를 1년 전 쯤에 들었다.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결실이 어찌될지 궁금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시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신 지인들이 적지 않다. 부모님께 ‘늦복’안겨드리는 일을 아직은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그들에게 할머니의 늦복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23 23:02

덧셈과 뺄셈

6·4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13일간 계속된다. 지방선거도 총선과 대선처럼 주민 대표를 뽑는 중요한 행사다. 논란이 컸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무엇보다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미칠 세력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당통합의 명분으로까지 내세웠던 약속을 번복한 가장 큰 이유가 선거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정치권의 줄세우기 등 온갖 폐해가 우려돼도 결국 정당의 세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간 세력 균형이다. 개별 정당 입장에서는 세력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특정 정당의 세력이 너무 성하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하지만 전북은 특정 정당 독점 상황이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594명이다. 정당과 상관없는 교육감 후보 4명을 뺀 590명 가운데 정당별 등록 후보수는 새정치민주연합 249명, 새누리당 21명, 통합진보당 18명, 정의당 12명, 노동당 7명이다. 나머지 283명은 무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세력이 주류인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가 가장 많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무소속 후보들이 연합, 새정연 후보들과 양강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같은 현상은 새정연의 공천 과정이 혼탁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민주당과 안철수 양 세력이 합쳐 공천을 진행하면서 패거리 정치가 재연됐고, 결국 공천에 불만을 품은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를 양산했다. 여당이자 집권당인 새누리당 후보는 도지사 등 21명에 불과하고, 무소속이 283명에 달하는 전북의 지방선거판은 확실히 문제 있다. 전북에서 대의민주주의는 반신불수가 된지 오래다. 중국 통일 일등공신인 진나라 재상 이사는 외국인 축객령이 내려졌을 때 “태산은 한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이룰 수 있고, 왕은 어떠한 사람도 거부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다”고 왕을 설득했다. 진나라 왕 정은 이사의 간을 받아들여 외국인 추방령을 거둬들였고, 결국 중국 통일을 이뤘다. 이사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다.곪은 곳이야 가차없이 도려내야 하겠지만, 무릇 정치란 덧셈이 돼야 한다. 버리는 정치가 고착화된 전북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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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5.22 23:02

경계할 묻지마 투표

혹시 이번에는 도민들의 투표 행태가 달라질까. 그간 선거 때마다 도민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지역주의 선거를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난무했을 뿐 항상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공천을 보면 “이게 새정치가 맞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다. 원칙과 기준은 오간데 없고 후보에 따라 공천룰이 뒤바뀌는 상황이 속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이렇게 실망은 덜 했을 것이다.도민들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팽 당한 꼴이 됐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그들의 안중에 도민들이 없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공천룰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했고 심사기준도 들쭉날쭉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한 순간 새정치는 날아갔다. 새누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기초공천을 강행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덜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판이다. 새정치의 요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새누리가 공약을 파기했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을 자임했다면 상대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어야 옳았다.새정연이 기초공천작업을 하면서부터 지역정치가 뒤죽박죽이 됐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시간이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제 공은 유권자인 도민들 한테 넘어왔다. 도민들이 예전처럼 묻지마 투표를 하면 끝장이다. 그렇게 되면 전북은 예전과 똑같게 된다. 뭔가 유권자들이 깨어 있다는 걸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시 안당하고 지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새정연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표를 준다면 그건 배알도 없는 짓이다. 지금 전북은 존재감도 없는 국회의원들한테 지역을 맡겨봤자 비전이 없다. 분명 이번 선거를 통해 잘못된 것을 아니라고 하면서 바로 잡을 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항상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도민들의 근성이 광주 전남사람들처럼 딱 부러진 맛이 없어 이같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천 잘못을 저지른 새정연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전북이 무력증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아직도 정책과 공약은 저버리고 지역정서에 기대 프리미엄만 누리려는 후보한테 표를 줘선 곤란하다. 어차피 유권자가 새정치를 이끌어야 할 상황이어서 묻지마식 투표 보다는 인물본위 선거로 맞서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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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5.21 23:02

임실군수 선거

4년 전 얘기. 임실에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실의 박정우 전북일보 기자는 당시 “선거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그런 얘기가 나돈다는 정보 내용을 전했다. 이른바 ‘오적(五敵)’이니 뭐니 하는 일당들이 민주당 강완묵 후보에게 돈을 댔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완묵 군수 당선자는 부인과 함께 아침방송에 출연하는 등 당선자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 군수는 취임 이후 비서실장 인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도움을 받았던 여러 세력이 각기 자기 세력의 인사를 추천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인사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선거자금을 지원했던 세력들은 자기 사람을 비서실장에 앉혀 놓고 인사와 계약업무를 관장하려 했을 것이다. 이 세력, 저 세력한테 돈을 얻어 쓴 강 군수는 이미 발목이 잡혀 비서실장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강 군수는 결국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8월 군수직을 잃었다. 지인으로부터 84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강 군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했다. 항소-상고-재상고-재재상고 등 7번씩이나 재판을 벌였지만 강 군수는 한번 조여진 숨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농민회 활동을 하던 순수한 인물이었지만, 정치 입문 이후엔 ‘악마의 사슬’에 갇혀 명예와 양심마저 잃은 불운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는 또 다른 사건에 연루돼 지금 도피중이다. 임실은 이형노(대법원 무죄)-이철규-김진억씨에 이어 강완묵 전 군수까지 4명의 역대 군수들이 연거푸 불명예 퇴진했다. 진기록이다. 뇌물, 인사 및 공사비리,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 사유다. 후보도 문제지만 공천권을 행사한 정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한마디 사과도 없이 또 공천권을 행사했다.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임실군수 선거에 7명이나 등록했다. 누구 누구가 되면 선거를 또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젠 임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 떠야 한다. 유권자는 2만6111명(인구는 2만9995명)이다. 사사로운 연(緣)에 얽매여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게을리 한다면 실제로 선거를 또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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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5.20 23:02

국립무형유산원에 대한 기대

2006년 2월, 노무현정부의 핵심정책인 혁신도시사업의 출범식이 있던 날 전주한옥마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통령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등과 전주 문화 관련 인사들의 오찬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출범식을 마치고 각부 장관과 시도지사들이 다른 곳에서 리셉션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 자리 대신 지금의 전통문화관 경업당을 찾은 것이다.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이 무르익어가고 있을 무렵 중요한 사업의 매듭을 짓기 위해 전주시와 추진단이 어렵게 노력한 끝에 마련된 자리였다. 오찬 전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 소외론 낙후론 등으로 징징거리지 말 것을 원로들에게 주문하고 대통령에게 드릴 건의 형태의 질문도 가다듬었다. 그 중에 국립무형문화의 전당과 아태무형문화센터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다. 두 기관이 전주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전통문화도시사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일, 매우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는데 문화재청장의 답은 간명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가 가장 잘 보전 계승되고 있는 곳이 전주이니 당연 그 본부도 전주에 있어야 한다. 아태무형문화센터도 함께 있어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그렇게 국립기관 하나와 국제기구 하나가 전주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답은 간단했지만 그 자초지종은 참 복잡했다. 그 정책이 성안돼 건물이 들어서고 인력과 예산이 배정되는 데에는 또 다른 우여곡절이 더해져야 했다. 공식 개관은 아직도 준비 중이고.그런데 그 위치가 묘하다. 마치 한옥마을과 남고산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모양도 그렇고. 실제로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이들이 저건 뭐여? 시비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한옥마을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한옥마을은 진즉 장소적 한계에 다다랐다. 자생력을 갖추기엔 너무 좁다. 중바위 후백제 전주성, 풍남문과 전라감영, 동문을 넘어 전통문화진흥원, 그리고 전주천을 건너 남고산성과 연결 확장할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임무를 국립무형유산원이 떠맡고 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한옥마을의 급속한 상업화로 전통문화도시의 정체성이 급격하게 퇴색하고 있는 마당에 유산원에 거는 기대는 참으로 절실하다. 하루 속히 건물 자체가 주는 이질감을 극복, 명실상부 전통문화도시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렇게 2006년을 설렘이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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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19 23:02

이 기업의 핵심 가치

‘Free Hand, Open Eyes’. 한 기업의 사내 캠페인이다. ‘손은 비우고 눈을 뜨고’ 정도로 해석 될 터이니 독자들은 어느 작업장 안전을 위한 캠페인이 아닐까 짐작하실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캠페인의 주체는 다국적기업인 듀폰이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실천하는 일상 속 캠페인 내용도 그렇지만 이 회사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놓은 원칙이나 실천 방식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꼼꼼한, 그래서 ‘이런 것 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이고 철저한 내용이 흥미롭다. 듀폰은 1802년 미국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화약공장으로 시작한 오래된 기업이다.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를 거쳐 지금은 생명을 접목한 다국적기업으로 성공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에게 모범이 된 듀폰의 경영철학이 최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안전과 윤리, 직원존중, 환경보호’ 등 듀폰이 역사적 유산이자 존재이유로 지켜온 ‘핵심가치’다. 이중에서도 듀폰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안전’. 화약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시작한 기업의 태생적 특성으로 볼 때 당연한 선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으로 듀폰이 지켜낸 가치는 상식적 수준을 뛰어 넘는다. 며칠 전 한 포럼에서 듀폰의 핵심가치가 화제로 올랐다. 안전을 위해 회사가 실천하고 있는 여러 원칙들은 특히 흥미로웠다.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볼펜을 책상 위 필통에 꽂아 놓을 때에는 심있는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꽂아놓아야 한다든지 차를 탈 때는 앞 뒷자리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일상적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사소하게 보이는 이런 원칙을 직원들이 철저하게 생활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럼에 참여한 한스컨설팅 한근태 대표가 들려준 경험담이 있다. 듀폰의 직원과 함께 했던 중국 출장길에서의 일. 동행이 3명이어서 택시 한대면 충분했다. 그런데 중국의 택시는 뒷자리에 안전벨트가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 택시를 탔겠는지 상상해보시라. 이들 3명은 각각 다른 택시를 타고 앞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듀폰이 지켜온 ‘가치’를 들여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라는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인간 존중 정신으로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안전의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게 했던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책임감이 있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16 23:02

스승의 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을 부모와 동일시한 말이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이 담긴 노래 가사도 스승을 부모처럼 소중한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 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에 어버이시다’예나 지금이나 부모는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건다. 교육백년대계 정신이다. 안중근 의사도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不如一敎子)라며 교육을 중시했다. 교육은 예부터 학교 교육을 말한다. 가정 교육은 소위 ’밥상머리 교육’이다. 인사 잘하거라. 싸움질 하지 말거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거라. 고운 말을 써라 등 끝이 없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자녀가 싫은 표정을 지어도 아랑곳없다. 그것이 어버이 마음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핵심은 인성이다. 학교 교육은 부모가 주로 맡고 있는 인성교육과 더불어 아이들이 장차 사회에 진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지적 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성장기, 반항기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 자칫 어긋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는 역할도 한다. 교사는 단지 지식 주입자가 아니다.학원 교육은 지식 쌓는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물론 상당수 학원은 주입식 프로그램을 지양한다. 역사 탐방 등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식을 쌓으면서 인성도 키울 수있도록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원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학원은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아이의 인성을 살필 여지가 거의 없다. 중국 한나라 ‘예기’에 교학상장이란 말이 나온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지 못한 것을 발견하며 성장하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으로 인해 성장하는 것을 이른다. 근래 우리사회는 스승과 제자간 다툼과 추태로 얼룩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학생 잘못이다, 교사 잘못이다하고 시비가 벌어지면 학부모가 개입하는 경우가 생기고, 급기야 법에서 판결을 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불만과 불안, 의기 소침이 심각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이 난망하다는 우려도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란 가사가 부끄러운 사회가 돼버렸다. 군사부일체를 되새겨보는 스승의 날이 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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