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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새정치연합 정서

시중에서 새정치가 썩어 헌정치가 되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유권자가 많아졌다. 도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다. 그간 30년간 민주당이 해왔던 공천 때보다 더 썩어 문드러졌다는 것. 자기 사람 챙기기가 극에 달할 정도로 구태정치만 난무했다. 애초부터 새정치를 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이렇게 실망이 크지 안했을 것이라고 혀끝을 찬다. 원칙과 기준은 오간데 없고 깜도 안되는 사람을 인재라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역겨울 지경이다. 결국 합의를 밥먹듯이 번복해가며 이현령비현령식 공천으로 끝났다.합당 당시부터 예견은 했지만 이토록 엉터리 공천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옥석구분이 안됐다. “과거 민주당처럼 우리가 공천하면 찍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만심이 이같은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유권자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공천이라는 말이 오히려 사치스러울 뿐이다. 등록일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공천작업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그간 꼬박 당비를 낸 당원들을 챙기기는 커녕 홀대하는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는 행태는 막장정치나 다름 없다. 이건 정치 패거리들이나 할 수 있는 사기극이다.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신인들이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렸다. 중앙에서 공천 한답시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바람에 지방의 정치질서가 무너졌다. 지금 도민들은 정치 혐오를 떠나 새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민들을 핫바지로 보고 자기들 입맛대로 공천한 것에 몹시 분개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자기네들이 공천하면 예전처럼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그간 새정연이 공천 과정 때 상당수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응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묻지마식 투표는 절대 안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다.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심지어 유력후보를 공천심사과정에서 아웃시키려고 이중잣대를 써가며 공천자격을 임의적으로 박탈한 것이 더 민심이반을 촉발시켰다. 상당수 유권자들은“이대로 놔뒀다가는 지역이 피폐해진다”면서“어차피 잘못된 공천을 바로 잡으려면 인물 본위의 선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또“전북정신이 동학정신인 만큼 동학 2주갑 때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 줄 것이다”면서 “썩고 낡은 정치를 기필코 심판하겠다”는 분위기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5.14 23:02

여론조사 정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여론조사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선거전략을 좌지우지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결정 짓는다. 정책적 입장이나 정치적 주장의 강력한 근거로 인용되고, 크고 작은 선거의 후보공천을 결정하는 것 역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는 이제 우리 정치에서 하나의 ‘제도’로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숫자가 갖는 매력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객관적 사실처럼 근사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엄밀한 과학이라는 인상마저 풍긴다. 또 여론조사 시장의 참여자들, 이를테면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 국민 사이의 이해 일치도 한 몫 거든다. 영리추구와 보도, 정치정보 등의 수요가 여론조사를 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여론조사에는 오류라는 지뢰밭이 쫙 깔려있다.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표본(sample)조사다. 모집단(population)을 대표하는 표본추출이 제대로 됐는지, 응답률은 몇 %에 이르는지에 따라 신뢰성에 큰 차이가 난다. 전화조사가 20% 정도의 응답률을 보이는 반면 ARS(automatic response system)의 응답률은 10% 밖에 안된다는게 정설이다. 전화기를 든 사람의 90% 정도는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셈이다. 1000명을 조사할 경우 1만 가구와 통화를 해야 하고 이런 조사를 다섯차례 하면 5만 가구와 통화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구 10만명도 채 안되는 시군지역에서 샘플링이 제대로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질문내용과 질문순서, 조사시점, 조사주체 등 비표본 추출의 오류도 상당하다. 여론조사는 6·4지방선거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시장 군수 공천과 시군의회 의원 공천이 여론조사로 진행됐고 도의원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론조사 결과로 공천자를 결정지었다. 심지어는 표본오차 안에서도 1·2위를 가르고 있다.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의 명줄이 여론조사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건 문제다. 여론조사는 앞으로도 정치인과 정치집단, 정책 등에 호가를 매기면서 권력 중개인 역할을 왕성하게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함정이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론조사는 ‘만능 키’가 아니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자꾸만 ‘여론조사 정치’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5.13 23:02

여자는 군자가 될 수 없다?

봄이 가고 있는데도 꽃구경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바다물속에서 차갑게 죽어간 젊은 넋들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던 부모 형제들의 가슴에 차오르는 피고름 생각하면 차마 화사한 꽃에 눈길 줄 수가 없다. 그렇게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잔인한 사월을 넘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도 견디고 있다.그런데도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회피에 연연하고 있다. 그럴듯한 희생양 골라 국면을 전환시키려고만 할 뿐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조차 피해가고 있다. 남 탓만 해대는 소인배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이 계절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마저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君子求諸己)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小人求諸人) 했다. 제대로 된 사람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남을 탓하기보다 자기 잘못을 먼저 점검한다. 소인배들은 항상 남 혹은 다른 것에서 그 잘못의 원인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국가재난 시 구조의 궁극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재난의 경우에는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도 이름만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을 뿐 국민 안전을 위한 응분의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아니 오히려 각종 규제를 풀어 불안전을 조장한, 현 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전 정부와 청해진, 구원파 등 남 탓만 해대고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은 일에 대한 평가기준도 자기에게서 구한다.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다. 남들의 입방아에 놀아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를 묻는다. 이번처럼 세상의 평가가 두려워 언론을 동원하거나 이를 위한 연출을 하지는 않는다. 사과도 마찬가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언론이나 여론을 의식한, 말뿐인 사과는 군자라면 응당 부끄럽게 여겨 피한다. 자기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그 잘못에 대한 구체적 진단과 처방이 전제되어야 한다. 막연히 책임을 통감한다는 발언(읽기)은 면피용 변명이기 십상이다. 역시 군자답지 못한 굴신(屈身)이다. 그러니 위로는커녕 화만 북돋울 수밖에.흔히 군자는 제대로 된 사람을 가리키지만 치자(治者)를 뜻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사람만이 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이 계절을 흐느끼며, 혹 여자는 군자가 될 수 없다! 미리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참으로 수상하고 참담한 계절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5.12 23:02

중산층

우리나라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프슨(Wolfson) 지수’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소폭 상승했다. 울프슨 지수는 중위소득으로부터 소득의 분산 정도가 양극화될수록 중산층의 규모가 감소한다는 설정을 통해 중산층의 몰락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중산층’을 분류하는데 있어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다. 다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우,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으로 나와 있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국가별 중산층 기준을 소개하는 문자를 받았다. 인터넷에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것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 보니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의 다름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월급은 500만 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와 1억 원 이상의 예금을 갖고 있으며 해외여행을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니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기준이다. 프랑스는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의 기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공분’ 에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 제시되어 있다. 옥스포드대학에서 제시한 영국의 중산층 기준도 프랑스와 닮아 있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다.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의 중산층 역시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그리고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등을 들고 있다. 국가마다 범주가 서로 다른 중산층 기준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그들의 범주로 우리사회의 중산층은 어디쯤에 있을까 돌아보면 더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09 23:02

계파 정치

박정희 군사정권의 반사이익을 누린 인물은 단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양김’으로 불리는 두 전직 대통령은 박정희 생전에는 야당 대표 주자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박정희 사후에도 민주화 투사 등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다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민주를 외치는 세력을 탄압했다. 그가 이룬 경제성장의 업적을 논외로 하면, 그는 집권 기간 동안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장기 독재 체제를 고착하기 위해 노력한 독재자였다. 실제로 그는 18년간 집권했다.양김의 존재감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진 후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단연 빛났다. 그들은 정권의 민주화 탄압에 맞서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고, 반민주 반독재의 간판 스타였다.김영삼과 김대중이 1970년대 이후 30년간 대한민국 정치판을 이끌고, 대통령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강력한 계파정치도 있었다. 김영삼의 상도동계, 김대중의 동교동계는 야당 정치세력의 쌍두마차였다. 양김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좌했고, 또 한편으로는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양김 시대의 계파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있었다. 당시 정 상임고문은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을 향해 ‘인사 전횡’ 등을 문제삼으며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민주화운동시대 고행을 하며 겨우 정권을 잡은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은 결국 후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치권에 수혈된 ‘젊은 피’들이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식 계파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계파정치의 상징인 권노갑을 내친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큰 파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계파정치는 여전했다.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고, 상대를 공격해 그 위에 올라서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양김 이후 민주당은 노무현과 구민주계가 대립했고,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계가 대립했다. 요즘 6·4선거 공천작업에 들어간 새정치민주연합은 구 민주계와 안철수계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정치권이 계파정치를 청산해야 할 구태로 말해왔지만, 정작 계파정치를 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치판에는 어제의 적도, 어제의 아군도 없다. 경쟁은 없고 공격과 장악만 있다. 상향식은 사라지고, 수뇌부의 판단과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08 23:02

유권자의 중요성

세월호 여파로 선거가 관심을 못 끈다. 정작 유권자는 관심이 없는데 후보와 선거꾼들만 설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선거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을 판인데 이번에는 워낙 세월호 충격이 커서인지 관심조차 없다. 특히 세월호도 세월호지만 정치권 전반에 불신이 크게 작용한 탓이 큰 것 같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어느 누구를 뽑아도 똑같지 않느냐”며 “그 사람이 그 사람들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이다. 여기에 경제난 악화도 한몫 거든다.세월호 참사로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중단된 이후 전국적으로 침묵과 애도 무드가 조성돼 있지만 어쩔 수 없이 6.4선거일은 다가온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른 때에 비해 더 도민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있다. 김완주 지사의 불출마로 지사 자리가 비었고 송하진 전주시장이 도지사를 출마해 전주시장이 비었고 임정엽 완주군수가 전주시장을 출마해 그 자리가 비었다. 3선인 이강수 고창군수와 장재영 장수군수가 졸업하기 때문에 그 자리도 비었다. 여기에 중도에 아웃된 임실군수 자리까지 합하면 15 자리중 6개 이상이 바뀐다.최소 6자리 이상은 무조건 새 인물로 채워지도록 돼 있어 물갈이 선거가 예상된다. 그간 야당지사로 김완주 지사가 도정을 8년간이나 이끌었지만 중앙정치권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소외됐다. 국회의원들의 협력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운데 김지사 혼자서 발버둥쳐봤자‘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을 정도’로 도정이 무력증에 빠졌다. 공직사회는 보신주의만 팽배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주변서 능력도 별로인 사람들이 측근이랍시고 편 나눠 호가호위하는 바람에 김지사가 반쪽짜리 지사 밖에 못했다. 승자독식주의와 자만심에 빠져 너무 자기사람 챙기기에 급급했던 게 결국 김지사 한테 부메랑이 되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김지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낡은 세력을 갈아 치워야 한다. 이번 기회를 ‘전북살리기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년하청격이 될 수 있다. 정당공천 유무에 상관없이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지금 도내 곳곳에 세월호가 존재한다. 그간 원칙과 근본에 충실하지 않아 세월호가 널려 있다. 정치권은 물론 공직자들의 머릿속에 보신주의만 싹터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역주의에 마냥 기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원칙한 공천이 세월호 판박이처럼 느껴진다. 딱히 유권자만이 진정으로 세월호를 건져낼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5.07 23:02

시와 노래

‘내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아침엔 종달새가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볼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의 가사 일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노래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에 오르면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임형주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이 노래를 헌정하며 ‘무덤’을 ‘사진’으로 바꾸는 등 일부 내용을 개사해 불렀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노래의 가사 원작은 1989년 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스물네 살 병사가 죽기 직전 부모에게 남긴 봉투에서 발견된 열두 줄의 짧은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다. 작가미상이지만 2001년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추도식에서 낭독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신현림 시인이 2005년 자신의 포토에세이를 펴내면서 번역해 소개됐다. 임형주가 부른 노래는 일본의 팝페라 가수 아키가와 마사후미가 불러 2007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추모곡으로도 이 노래를 헌정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 곡이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된 것이 적합지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내용의 가사와 곡에 많은 사람들이 위안 받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을 달구는 또 한편의 추모시가 있다. 함민복 시인의‘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다.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중략-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그렇다. 살아 있는, 살아 남은 자들은 이렇게 노래와 시로라도 슬픔을 나누고 위안 받을 수 있다.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 갔다. 봄꽃도 져간다. 죄스러운 이 봄, 잊지 않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02 23:02

이석용 의병장

임실군은 매년 10월이면 소충사선문화제를 열고 있다. 임실군은 애초 별개였던 소충사 행사와 사선제 행사를 1999년부터 통합, 임실군민의날 과 함께 열고 있다. 임실군 성수면 오봉리에 위치한 소충사에서 열린 소충제는 한말에 의병을 일으켜 항일 투쟁을 하다 순절한 이석용 의병장과 28의사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제사다. 소충제의 중심 인물인 정재(靜齋) 이석용(李錫庸) 의병장은 1878년 임실군 성수면 삼봉촌에서 태어났다.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고종폐위와 군대해산 등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망해가는 조국의 현실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만 없었다.3대 독자로서 17세 이른 나이에 결혼했던 이석용 대장은 1906년 4월 면암 최익현이 태인에서 임병찬과 뜻을 모아 의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이석용 의병장은 29세 때인 1907년 진안 마이산에서 ‘호남의병창의동맹단’ 이름을 내걸고 거의한 뒤 임실과 진안, 태인, 장성 등 전남·북 일대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싸워 혁혁한 전과를 거뒀다. 1908년 10월부터 일제가 1만여명의 병력으로 호남의병토벌대를 편성, 3차에 걸쳐 포위공격을 하는 바람에 이석용 의병대도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결국 1909년 3월 의병들을 해산하고 후일을 기약했다. 1910년 8월29일 한일합방으로 국권이 완전 상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의병을 모아 저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석용 의병장은 1912년 비밀결사대 ‘임자년 동밀맹단’을 조직, 활동을 준비하던 중 의병활동 시절 도움을 받았던 정동석의 밀고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이석용 의병장은 전주법원 재판 최후 진술에서 “한가지 한이 되는 것은 이등박문이 안중근 손에 죽었는데, 우리나라 5적·7적을 죽이려다 못죽인 것이요, 또 동경과 대판에 불을 지르려 했는데 못이룬 것이다”고 말했다. 이석용 의병장은 1914년 4월14일 대구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하였다. 이석용 의병장 순국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양영두)는 4월30일 학술대회 등 행사를 열고 100년 전 조국 수호에 목숨 바쳐 싸운 선열의 뜻을 되새겼다. 뒤돌아 보면 몽고전쟁, 임진왜란, 일제침략, 6.25전쟁 등 큰 전쟁 때마다 의병들은 국가 존립의 커다란 방패였다. 그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계승해 나갈 때 국가 미래가 보장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01 23:02

무시당한 유권자

지방선거가 1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섰지만 본선에서 뛸 선수들이 확정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헷갈린다. 새누리쪽은 인물기근현상을 빚었고 당 지지도가 높은 새정치연합은 인물이 넘쳐나서 곤혹스럽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과정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가 너무 실망스럽다는 것. 시중에는“새정치민주연합이 말하는 새정치라는 말이 맞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공천 과정에서 이중잣대를 쓴 것은 물론 이거니와 공천룰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상당수 도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상향식 개혁공천을 하겠다고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가졌으나 지금 하는 것을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제약돼 개혁공천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후보 진영도“전략공천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며 내심 경계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추모 무드가 조성되면서 선거운동이 중단되자 시간에 쫓겨 경선룰을 중앙당이 입맛대로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이 전북에서 자신만만하게 공천 작업을 떡 주무르듯이 할려고 하는 이유는 당 지지도가 높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안철수계와 민주계가 합당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과거 민주당 때보다 더 거침새가 없다는 것이다. 공천이 당선으로 더 확실하게 이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우리가 공천하면 별 수 없이 찍을 것 아니냐는 생각들로 가득찬 것 같다. 단지 자기 계파를 공천하기 위한 경쟁만 치열할 뿐이다.최근 노년층을 중심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민심이반현상이 생겼다. 그 이유는“유권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공천하는 것을 보니 가소롭다”며 “이미 검증된 후보까지 공천 부적격자로 제치려는 움직임은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라고 힐난했다. 상당수 유권자들은“그간 민주당이 지역에서 저질러온 폐해를 이번 선거에서 뜯어 고쳐 놓아야 할 것 아니냐”며 “과거처럼 무작정 2번을 찍을 수는 없다”면서“전북을 볼모로 잡고 공천하려는 처사”를 맹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역주의를 밑바탕에 깔고 정치를 하고 있어 도민들이 또다시 지역주의 덫에 갇힐 우려가 크다. 지금 전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것은 우리가 묻지마식 투표를 한 때문이다. 도민들이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야 무시를 안당하고 그간 피폐해진 지역을 살릴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4.30 23:02

무용지물 백서(白書)

백서(白書)는 행정 부처가 각 분야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보고서다. 서해훼리호나 대구지하철 참사, 천안함 폭침 같은 백서는 사고 재발을 예방하고 수습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막자는 뜻에서 발간된다. 사고 원인과 대응 및 수습, 뒤처리까지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나자 정부는 1993년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백서를 참고하려 했지만 한동안 백서를 찾지 못했다. 백서를 펴낸 전북도 역시 백서를 찾아내는 데 이틀이나 걸렸다고 한다. 백서를 거들떠 보지 않거나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백서를 꺼내 들여다 보았다. 인천 해난심판원은 사고 원인을 세가지로 분석했다. 기상을 무시한 출항, 운항 미숙, 무리한 기기조작과 과적 과승이 그것이다. 서해훼리호는 돌풍이 예상된다는 예보 때문에 출발 하느냐 마느냐로 한동안 머뭇거리다 예정시간을 40분 넘긴 뒤 출항을 강행했다. 141명이나 초과 승선(정원 221명)한 상태에서 40도 가량 변침하면서 복원력을 상실해 전복됐다. 세월호 침몰 원인도 서해훼리호와 판박이다. 과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오늘의 안일이 302명(사망실종)의 인명을 앗아갔다. 하지만 팬티 바람으로 세월호 조타실을 맨 먼저 빠져나간 선장 이준석(69), 서해훼리호와 운명을 같이 한 선장 백운두(당시 59세)의 인간 차이는 너무 크다. 서해훼리호 사고는 단 한구의 사체까지도 유실되지 않고 찾아냄으로써 해난사고 사상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조류에 떠밀려 멀게는 24㎞ 해상까지 표류한 사체도 있었다. 마지막 사체 1구를 찾지 못해 현상금 500만원이 내걸렸다. 그 사체 1구도 사고발생 23일만에 위도와 임수도 중간 지점에서 발견됐다. 세월호 실종자 수습이 더디다. 선체 인양까지는 한달 반이나 걸릴 것이라고 한다. 살아만 있어 달라는 실낱 같은 소망도 점차 스러져 가고 있다. 백서는 세월호 사고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다. 문제점과 대책을 실행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태도라면 백서를 백번 만들면 뭐하나. 종이 값이 아깝다. 사고 나면 책임자 갈아치우고 재난시설 점검 호들갑 떨면 끝이다. 지금껏 늘 그래왔어라는 관행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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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4.29 23:02

비판적 아카데미즘

체육관에 몇몇이 모여 대통령을 뽑던 시절.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유보되고 지식인들마저 자기 전공이 아니라고 외면하며 숨죽이던 때, 목숨을 건 제자들의 투쟁에 뒤늦게 눈을 뜬 소수 교수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서명을 하고 나섰다. 삼엄한 시절이라 그만큼 단호할 수밖에 없었다. 잡혀가 구타당할 것은 물론 여차하면 교수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염려도 떨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학문연구에 대한 반성도 뒤따르게 된다. 전공에 갇혀 좁고 긴 관을 통해 하늘을 살피는[용관규천(用管窺天)] 어리석음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문학의 이름으로 문학을 낯설게 하고 언어학의 이름으로 언어를 소외시키는, 현실은 괄호 속에 묶어둔 채 상아탑주의에 함몰되어 유유자적 아니면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뒤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점점 더 심해지는 지방소외, 지역차별 문제에 전공을 핑계로 모르쇠 해온 것에 대한 반성을 절실히 하게 된다.이름하여비판적 아카데미즘. 학제간 연구를 통해 지역문제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영호남 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범한 지역학술운동단체가 내건 실천적 학문활동의 기치다. 한때 우리사회에 풍미했던 지방분권이나 지역혁신은 이 단체들에서 제안하여 대선공약을 거쳐 국가 핵심정책으로 승화시킨 개념이다.대학이 평가를 내세운 무한경쟁체제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연합하여 학회(한국지역사회학회)를 결성하고 학회지 〈지역연구〉를 매년 4차례 발간하며 봄가을 두 번의 학회를 치르는 등 활동을 정례화하고 있다. 평가를 전공영역으로만 한정하는 등 역풍이 거세지만 이를 역으로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 상황으로 간주, 힘을 모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이나 대학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 주말 대구경북,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영호남 학자 80여명이 참여해 도시와 농촌, 순환적 발전을 대주제로 학회를 치렀지만 언론은 물론 교수들도 전혀 눈여겨보지 않는다.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인 지속가능성 문제를 다방면에서 검토 26편의 논문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아직도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성장론에 갇혀 낙후 타령만 하는 우리 지역의 여건이나 연봉제를 향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학의 엄혹한 현실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현상. 교수직까지 내걸 수 있었던 시절이 차라리 행복했나?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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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8 23:02

영웅들

거대한 비극을 몰고 온 실체는 따로 있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던 것인지 잘잘못을 가리는 일조차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정황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절박함과 안타까운 ‘순간’들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은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된 지 9일째. 국민들이 간절하게 기도했던 실종자 생존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기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지금, 우리를 더 죄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희들 다 탈출하고 나가겠다”며 아이들 먼저 탈출시키다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못한 스물두 살 승무원 박지영씨,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 선실에 남아 있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함께 희생된 단원고 남윤철 교사, 아내에게 ‘지금 아이들을 구하러 간다’는 마지막 전화를 한 뒤 실종된 세월호 양대홍 사무장, 탈출할 수 있었지만 제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배에 남아 제자들을 구출하려다 희생된 새내기 교사 최혜정씨,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자신들은 나오지 못한 예비신랑신부 정현서 김기웅씨.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한 ‘눈부신 영웅’, 그들이다. 특히 절박했던 마지막 순간이 학생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남윤철 교사의 희생은 눈물겹다. 올해 서른여섯 살, 교사가 된 지 7년째인 남교사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도왔다.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 입히고, 객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 사이 물이 들어차 누구라도 탈출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남교사는 미처 밖으로 나가지 못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객실 쪽으로 돌아섰다.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남교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방송에서 남윤철 교사의 짧지만 아름다웠던 생애를 다시 만났다. 똑똑하고 의로웠던 제자를 추억하며 끝내 눈물을 흘린 스승이 말했다. “윤철이는 스승보다 훨씬 나은 제자였어요. 청출어람의 본보기였죠.” 가슴 먹먹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남교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안부를 묻는 인척에게 건넨 답이다. “걔가 먼저 나오겠니? 애들 다 내보내고……. 걔 못 나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는 아직도 수많은 실종자들을 안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가 분명해졌다. 방기했던 의무를 찾게 한 희생이 돌아볼수록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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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4.25 23:02

하인리히 법칙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전북지부 이정상 교수는 자동차 안전 교육에서 평생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가 자동차 사고라고 강조한다. 경미한 접촉사고일지라도 물적 피해는 물론 인적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저속으로 주행해도 그 충격 정도가 강력하다. 한 충돌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30㎞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친 보행자가 머리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17%에 달했다. 60㎞ 속도의 자동차에 부딪친 사람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99%였다. 달리는 자동차에 충돌한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골절되거나 머리 부상을 입는다.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살아나더라도 평생 신체 장애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찰나의 짧은 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가 한 인간의 인생을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차대 차’ 사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동차에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장착돼 있어도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에어백이 고장으로 터지지 않을 경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인적·물적 피해 외에 정신적 피해 등도 심각하다.가해차량 운전자와 탑승자가 받는 스트레스 만큼 피해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쁜 약속이나 업무가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또 사고에 따른 트라우마도 큰 고통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는 왜 일어날까. 수많은 원인이 있다. 음주운전, 자동차 결함, 휴대폰 사용, 타이어 펑크 등 다양하다. 하지만 교통사고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인재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 직원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고 관련 통계작업을 하던 중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산업재해 중상자 1명이 나오기 전에 똑같은 원인으로 경상을 입은 사람이 29명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원인으로 부상 당할뻔한 경험을 한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것이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큰 사고는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수많은 징후가 존재하며, 사람들이 그 징후를 무시했을 때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자동차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채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운전자, 그 버릇이 300번 계속되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겨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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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4.24 23:02

공천 이중 잣대

도민들이 안철수신당에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가 커서인지 지금은 아니올씨다다. 도로민주당이 돼 전혀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는 철새마냥 날아갔고 우리정치의 고질병인 계파정치, 줄세우기정치만 난무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원래 태생적으로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번처럼 유별나게 새정치를 강조하며 국민들을 혹세무민한 적도 없었다. 기존정치권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이 메시아 인양 새정치 깃발을 올렸지만 결국 계파정치의 한계에 부딪쳐 주저앉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어기고 기초공천을 강행하자 새정치민주연합도 비난을 퍼붓다가 은근슬쩍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묻는 형식을 빌어 기초공천으로 돌아 선 것. 사실상 여기서 새정치는 끝났다. 새정치가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썩은 정치, 헌정치, 낡은정치가 돼 버렸다.새정치연합이 공천 하는 걸 보면 역겨움이 절로난다.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일관성을 잃은데다 개혁공천의 내용이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에 따라 이중 잣대를 쓰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걸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다시 하기로 하면서 잃었던 신뢰를 만회해보려고 현직 단체장한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꼼수정치 일 뿐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단체장 후보한테 전가시킨 꼴이 됐다. 옥석구분도 못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이미 단체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보까지도 속죄양으로 삼는 건 민심을 외면한 처사기 때문에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중앙당이 공천권을 갖고 있다고해서 조자룡 헌칼 쓰듯 하면 안 된다. 상당수 도민들은‘이미 과거 공직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나 도의원에 흠이 생겼어도 없던 일로 해주는 게 새정치’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일당구조가 깨질 것으로 여겼던 도민들은‘야권통합으로 자기네 잇속만 챙겼다’며 공천 과정에서 일관성 없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공천하면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도지사 경선룰도 전남은 만들고 광주와 전북은 차일피일 미루는 게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 아니냐며 지도부에 불만을 나타낸다. 개혁공천 운운하며 애꿎게 속죄양을 만들 일이 아니라 여론을 고려한 인물 본위의 공천을 해야 맞다. 지금은 도로민주당의 새정치연합에 희망을 걸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에 함몰되는 선거 대신 인물 본위의 선거로 구태정치에 맞설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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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4.23 23:02

윗대가리의 문제의식

세월호 탈출 1호인 선장 이준석 씨(69)의 행동거지는 인간이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배를 버리고 탈출한 이씨가 진료소에서 모포로 갈아 입는 모습, 두 눈을 감은 채 누워 혈압을 재는 광경, 건강상태를 확인받고 태연하게 걸어 나서는 모습, 신분을 일반인으로 적어 자신을 은폐한 비겁함 등등. 동영상에 비친 모습이다. 물에 젖은 5만원, 1만원권 지폐를 병상에 늘어놓고 말리던 광경은 압권이다. 그한테 선장으로서의 직업윤리나 책임의식, 위기관리 리더십 따위를 기대하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천박성 때문이다. 한편으론 너무 허무하다. 대한민국 대형 여객선의 선장이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혼자 탈출하는 용기, 승객 475명이 수장될 긴박한 그 순간에 태연하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또 있을 대한민국 기관이나 조직 리더들의 천박한 속살을 그에게서 보는 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다. 대형사고 때마다 그 이면엔 리더의 안일한 판단과 무책임이 도사려 있다. 292명이 숨진 1993년의 서해훼리호 사고는 선장의 무모한 판단이 부른 인재였다. 선장 백운두 씨(당시 56세)는 강풍과 높은 파고 때문에 출항할 수 없다고 했지만 승객들의 요구 때문에 출항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복 가능성을 제시하며 설득해야 했지만 오히려 설득 당했다. 502명이 숨진 1995년의 삼풍백화점 사고는 1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백화점을 지키는 경비보안조장은 사고 1년전 옥상의 큰크리트 바닥 대부분이 균열돼 마치 조개껍데기처럼 깨져 있는 걸 보고 놀라 관리부서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묵살됐다. 사고 직후 백화점 직원은 인터뷰에서 윗대가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라며 원통해 했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세월호 선장 이 씨가 선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희생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이 안된 천박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두고두고 안타깝다. 기본이 안돼 있는데 선진국에 들면 뭐하나. 국민 안위를 책임지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럴망정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져야 한다. 삼풍백화점 직원의 표현대로 윗대가리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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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4.22 23:02

사월은 잔인한 달

이럴 수는 없다! 사월이 아무리 잔인한 달이라 해도 이렇게 참담한 일이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 봄이 오면 보란 듯이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나는 자연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거듭남이 불가능한 인간사! 그래서 20세기를 연 서구의 한 시인이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했다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 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칠흑의 바다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어린 생명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찾지 못한 채 새 생명 키워보겠다고 고추 상치 심는 스스로가 가소롭다. 착잡하다. 그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부모 형제들, 그들의 검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달래줄 길 없어 화사한 복사꽃, 배꽃 바라보는 마음이 오히려 스산하기만 하다. 여지없이 잔인한 계절이다.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했건만 껍데기들만 남아 먼지 풀풀 날리는 흰소리들 해대는 모습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 낯내기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선정적 보도로 주목 받으려는 언론의 속성,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구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주책을 현장에 와서 떠는 모골은 이 계절을 더 슬프게 한다. 비통함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기 관할 지역이 아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목소릴 높이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그렇다면 수행원 잔뜩 거느리고 나타나 번거롭게 할 일이 아니었다. 그 초조한 검은 가슴에 대고 장관님 오셨습니다! 귓속말 속삭이는 것은 또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그 지옥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예를 갖추라! 자식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주문인가? 국정책임자가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질문(책)을 해대는 모습 또한 슬프기는 마찬가지.우리 수준이 이 정도인가? 이 나라 국격(國格)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페리호, 그리고 성격은 좀 다르지만 천안함, 사고도 사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의 부실문제. 국민의 안전을 기한다고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 이를 다시 안정행정부로 고치고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고질병으로 남아 있으며 그 대처 방안은 주먹구구에 우왕좌왕, 꼴이 아니다. 정녕 이래서는 안 되는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한다. 그러나 말이 무슨 소용?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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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1 23:02

서해훼리호와 세월호

부안군 위도면 진리 언덕에는 서해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위령탑이 있다. 20년 전,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362명을 태운 서해훼리호가 침몰한 것은 1993년 10월 10일이었다. 승객 대부분은 섬지역 주민들이거나 주말을 이용해 바다낚시를 나선 관광객들. 기상특보 기준을 넘어서진 않았으나 ‘파고가 높고 돌풍이 예상되므로 선박운행에 주의하기 바란다’는 기상청의 예고가 있던 날씨였다. 항해를 하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여객선은 출항을 강행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파고는 항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다. 여객선은 서둘러 위도로 돌아오려고 선수를 돌렸지만 순간, 선체가 기울면서 배는 순식간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 어이없는 사고를 ‘일어나서는 안 될 후진국형 인재’로 규정했다. 사실 서해훼리호 침몰 원인은 날씨와 무리한 운항만은 아니었다. 정원을 초과해가며 가득 실은 승선객, 관련법규를 어긴 승선원 수, 항해사 휴가로 간판장이 항해사를 대신해 운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기에 재난구조 시스템까지 긴밀하게 작동되지 못하면서 희생자는 더 늘어났다. 20년이 지났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악몽이다. 되돌아보면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는 유난히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1993년 목포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과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등 대형 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사고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간신히 살아난 적잖은 사람들 역시 후유증과 삶의 변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다시 그 악몽을 되살아나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6일 오전 475명이 탄 제주도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참사다. 여객선에는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 수백 명도 승선해 있다. 그러나 17일 오전 현재까지도 구조작업은 더디고 290여명의 실종자 중 확인되는 사망자 이름만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세월호’ 참사에서도 야간 출항 강행, 승객들 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선원, 잘못된 구조정보 등 ‘서해훼리호’ 참사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불감증의 숱한 경고를 무시한 댓가가 너무 크다. 희생자들에게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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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4.18 23:02

느티나무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도토리나무, 아카시나무, 이팝나무 등이다. 각자 자라난 환경에 따라 버드나무, 벚나무, 팽나무, 참죽나무, 오동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기억속에 있다. 한반도 산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수다. 소나무는 몇 종류가 있다. 솔잎이 2개면 소나무, 잎이 3개면 리기다소나무, 잎이 5개면 잣나무(오엽송)다. 소나무류 중 재질이 가장 떨어지는 리기다소나무는 미국산이다. 일본 제국이 소나무를 마구 벌채해 황폐해진 산에 정부는 빨리 자라고, 병충해에 강한 리기다를 대대적으로 식수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주요 건축재는 소나무였다. 경복궁 복원공사, 숭례문 복원공사 사례에서 보듯 조선왕조 건축물은 대부분 소나무였다. 조선왕조가 궁궐 건축에 소나무를 사용한 것은 당시 가장 흔하고, 강한 건축재였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 울진과 강원도 일원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소나무를 귀하게 여긴 탓이다. 소나무가 최고의 건축재로서 우리 생활에 자리매김했다면, 느티나무와 팽나무, 은행나무는 전국 거의 대부분 마을 입구에서 볼 수 있는 ‘3대 정자나무’다. 마을 입구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정자나무는 우리들에게 넉넉한 그늘과 함께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당산나무로서 마을의 안녕을 유지해 주는 기능도 했다. 특히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전체 마을 정자나무의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의 국민 정자나무다. 나무 연구의 권위자인 박상진 교수는 저서 ‘우리 나무의 세계’에서 “산림청의 지도 감독을 받아 각 지자체가 지정 및 관리하고 있는 고목나무는 현재 약 1만3천 그루쯤 되고, 그중에서 느티나무가 7천1백 그루로 가장 많다”고 썼다. 의견(義犬) 이야기로 유명한 임실 오수(獒樹)와 충북의 괴산(槐山)에는 느티나무 전설이 있다. 느티는 단단하고 무늬도 아름다워 가구, 건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6.4지방선거가 49일 앞으로 닥쳤다. 도내 한 자치단체장은 도전자 시절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며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며 고향을 지켜온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소나무와 느티나무처럼 쓰임새 많고, 또 지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든든한 인물을 잘 살피고 선택해야 고을 백성이 고복격양(鼓腹擎壤)하며 노래 부를 수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4.17 23:02

호가호위 선거꾼

세상을 살다 보면 영원히 좋고 나쁜 게 없다.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가 있는 법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나면 꽃피는 춘삼월을 맞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도 똑같다. 선거직으로 당선되기가 그냥 대충 되는 게 아니다. 선거직은 동냥 벼슬이라서 평소 많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은 이 같은 근본도 모른 사람들이 마구 선거판을 헤집고 다닌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욕심만 보이고 만다. 시쳇말로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줄도 모른 채 천방지축 나분댄다. 그 사람들 옆에서 후사를 도모하려고 큰소리치며 선거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가관이다.요즘 선거판을 들여다보면 요지경 속이다. 엄마 따라 삼만 리가 아니라 후보 따라 삼만 리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그 쪽으로 줄 못 서서 안달이다. 그간 지역에서 호가호위하며 사는 사람 중에는 선거운동원 출신들이 많다. 현역 단체장들이 낙선하지 않는 한 재 삼선 때까지는 그 지역서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잘 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으로 그 사람들의 영향력 때문에 오히려 주변에서 눈치를 살핀다. 이 때문에 한참 열심히 일해야 할 젊은이들도 이 대열에 못 끼어 안달이다. 사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한자리 해 먹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그간 김완주 지사 주변서 시장 지사 선거 때마다 도움을 줘 한자리 해먹은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살길 찾아 캠프로 갔다. 김지사가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그를 도왔던 측근들이나 참모들이 다른 캠프로 가서 선거를 도울 수는 있다. 하지만 김 지사 재직 기간 동안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람을 찾아야 할 사람들이 또 다른 캠프로 가서 둥지를 튼 것은 여간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김지사와 도정에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또다시 지사를 만들어 호가호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중립을 지켜야 할 김지사 뜻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차기 도정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명예스럽게 퇴임해야 할 김지사가 그 주변 때문에 혹시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상당수가 김 지사를 도왔던 사람들이 또다시 지사캠프에 가서 일하는 걸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김지사 때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도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때가 있는 만큼 낄 때와 빠질 때를 알아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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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4.16 23:02

개혁 공천

총선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은 역시 매력적인 권한인 모양이다. 거의 죽어 있던 기초선거 공천이 살아나자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공천에 쏠려 있다. 불과 두달 전 까지만 해도 등 돌린 민심, 10%대 지지율 등의 비아냥 속에 존재감이 없던 옛 민주당, 인재영입 난항에다 신당 창당의 어려움에 봉착했던 새정치연합 두 세력이 공천을 앞두고 화기(火氣)가 돌고 있다. 지분 다툼과 기 싸움 하는 걸 보면 새정치는 간 데 없고 공천만 의구할 따름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정치민주연합 합당의 제일 명분이었다. 지난 9일 무공천이 부정된 뒤 이젠 개혁공천이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다. 과거 공천 개혁이란 말과는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공천 공천폐해 무공천무공천 폐해 공천으로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걸 보면 공천권은 기성 정치인들에겐 놓칠 수 없는 권한인 것 같다. 개혁공천이란 말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겠다. 물갈이를 개혁공천이란 말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 뿐이다. 어항 속의 물은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박테리아의 활동 때문에 썩기 마련이다.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지는 만큼 물갈이는 필수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갈아준다면 물고기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잘 살지 못한다. 2030%씩 물갈이를 해야 자연스럽게 적응한다.새정치연합이 강도 높은 개혁공천을 천명했다. 물갈이 폭이 상당히 클 것임을 예고한다. 당헌에도 30%를 전략공천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역들이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을 조준하고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호남 현역 기초 단체장이나 의원 중 30~50% 가까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물갈이 기준이 문제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은 참 멋지다. 국민이 보기에 깨끗한 후보, 능력 있는 후보, 지역 위해 헌신할 후보, 의원이 아닌 국민에게 줄서는 후보를 꼽았다. 또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지역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할 의지가 있는 신인에 비중을 뒀다. 누가 봐도 개혁공천에 합당한 기준이다.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할까. 실천과정에서 또 감언이설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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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4.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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