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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이정현?

순천 곡성에서 출마해 49.4%를 얻어 당선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56)이 전국적인 히어로가 됐다. 새누리당으로 공천 받아 지역주의 벽을 무너뜨리며 당선된 것은 호남에서 16년 만에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운 이 의원은 선거운동 내내‘머슴론’을 내걸고 지역민에게 다가섰다. 18대 국회 때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호남예산 지킴이로 활약하는 등 호남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진정성에 지역민들이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힌 것. 4전5기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이 의원은 폐쇄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아이콘으로 벌써부터 큰 활약이 기대된다.30년 가까이 민주당 정서로 살아온 도민들은 이 의원의 당선을 어떻게 느꼈을까. 새누리당 후보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면 표를 줘 이제는 당선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지역주의가 깨지는 현상이 감지된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후보는 40.33%라는 값진 표를 얻었다. 특히 대구의 정치1번지라는 수성구에서 47.49%을 득표해 새누리당 권영진 당선자 득표율 49.93%에 거의 육박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야권단일 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당선자에게 1.31% 차이까지 바짝 따라 붙었다. 도내서도 무소속 후보들이 기초단체장에 7명이나 당선돼 야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속설을 옛말로 만들었다.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그간 지역주의 덫에 갇혔던 순천 곡성 주민들이 스스로 잘못된 정치구조라는 걸 깨닫고 과감하게 선거혁명을 일궈냈다. 이들은 이 의원을 통해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무소속 돌풍의 불씨를 살려 가야 한다. 다음 총선 때 김부겸 후보가 대구에서 출마하면 금배지를 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도 지역감정이 깨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멍청하게 민주당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 깜이 되는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하면 한두 명이라도 당선시켜야 한다. 20대 총선이 2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남의 이정현 의원처럼 지역감정을 극복 선거혁명을 전북에서 일궈낼 새누리당 후보가 나와야 한다.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장관이나 박철곤 전 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들도 진정성이 부족하다. 도민들 가운데는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살 수 있다고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는 소신파가 20% 이상으로 많아졌다. 전북의 이정현을 찾아 금배지를 달아주자.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8.06 23:02

삼계탕의 세계화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고 했다. 더운 기운(暑氣)을 제압하고 굴복(制伏)시킨다는 뜻이다. 무더위를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정복하자는 뜻이겠다. 그러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양가 많은 음식으로 복달임을 하는 까닭이다. 伏(복)자는 엎드리다, 굴복하다는 뜻이다. 伏을 파자하면 사람 人(인)변에 개 犬(견)이다. 사람 옆에 개가 엎드려 있으니 개는 사람에게 든든한 존재다. 그런 연유인지 복날엔 멍멍이의 희생이 컸다. 그런데 요즘엔 삼계탕을 많이 찾는다. 삼계탕은 계절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겨 찾는 보양식의 지존이다. 닭고기는 단백질 함유랑이 높고 지방이 적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삼계탕에 들어있는 인삼 대추 마늘도 더위를 이기는 영양소다. 최근엔 한방삼계탕, 전복삼계탕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계탕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낼 때 제 맛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의 하나도 삼계탕이다. 삼계탕의 원조로 불리는 서울 서소문의 한 삼계탕 집은 언제 가도 일본, 중국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닭 전문업체인 하림은 일본 홍콩 대만 호주 싱가폴 태국 등 6개국에 삼계탕을 수출하고 있다. 동남아에선 삼계탕 전문점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삼계탕이 식품위생 점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 이달부터 수출된다. 축산물의 미국 진출은 삼계탕이 처음이다. 2004년 가금류 가공제품의 수출을 미국에 요구한 지 10년만이다. 수출의 문이 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 식품안전조사국의 서면조사, 2008년 현장조사 및 보완 요구, 2010년 현장 재조사 및 보완 요구, 2012년 삼계탕의 대미 수출 법적 근거 마련, 올해 3월 26일 가금제품 수출국가 목록에 한국을 추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등 복잡한 과정을 밟았다. 하림의 문경민 이사는 “수출업체는 전북의 하림과 경기도의 마니커 두 곳인데 하림은 연간 100만 달러 어치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계탕의 세계화는 다른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AI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인들이 이열치열의 심오한 뜻을 알는지 모르겠다. 뚝배기에서 우려낸 뜨거운 음식을 땀 뻘뻘 흘리며 먹은 뒤 “어이, 시원하다”고 하는 그 느낌 말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8.05 23:02

다시 김수영을 읽으며

역사(歷史)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追憶)이/ 있는 한 인간(人間)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신동엽 시인과는 대조적으로 서구모더니즘에 경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수영 시인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 바 있다물론 여기서 시인이 더러운 역사와 전통을 그 자체로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리라. 사회의 발전은 역사와 전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역사의 뿌리가 없으면 진정성도 없고 진실 없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전통이 없으면 지붕위의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위태롭다.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을 때 그 위에서 문화가 싹트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사랑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와 전통을 아끼는 반동으로 잠시 주목을 받고 있는 전주지역에 어느새 불온한 역풍의 징후가 도저하다.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는.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전통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한물 간줄 알았던 유행가 가락이 다시 들려오고 있다. 잘난 외국인 전문가들 모셔다 놓고 전통에 매달려야 하나? 새로운 흐름에 힘을 실어야 하나? 그들 듣기에는 해괴한 질문을 해대면서. 전통과 역사의 단절을 겪어보지 못한 그들에게는 현재 노는 물이 역사요 전통이다. 그러니 기왕의 노는 물을 새삼 챙길 필요가 없다. 전통에 연연하지 말라고 쉽게 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창씨개명에까지 이른 철두철미한 일제식민통치와 미군정 반세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 다 잊었고 잃어버렸다. 학문이나 공부에서도 성균관, 향교, 서원 그 어느 맥도 잇지 못했다. 아니 그곳이 무엇 하던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땅의 학생이요 교사요 교수다. 음악이나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고 문학에서조차 그 전통이 개화기를 넘지 못한다. 농민혁명조차 쿠데타로 이어받지 않았던가? 그들의 고상한 조언을 액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아직은 반동이 더 필요할 때다. 내 땅에 뿌리박은 거대한 뿌리의 전통을 확인할 때까지는. 그 뿌리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빨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는, 그나마 전통문화의 명맥이라도 희미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는 이 지역에서는 특히나 더. 그래야 그것을 터 삼아 혁신이든 창조든 융합이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8.04 23:02

이병창 컬렉션

오사카에 있는 동양도자미술관은 한·중·일 3국의 명품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은 스미토모 그룹이 기증한 아타카컬렉션을 위해 1982년 11월 오사카시가 설립했다. 아타카컬렉션은 사업가였던 아타카 에이이치(安宅英一)가 평생 모았던 한국과 중국 도자기, 일본 근대미술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안목을 자랑하는 수집가였던 아타카는 도자기만도 천여 점을 수집했는데, 이 중 793점이 한국도자기다. 신라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수준도 빼어나다. 아타카회장의 회사는 2차 오일쇼크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지만, 관리책임을 맡았던 스미토모 은행이 빚을 떠안으면서까지 아타카컬렉션을 오사카시에 기증해 흩어지는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1999년, 이 미술관에 301점의 한국도자기가 더해졌다. 전주 출신 재일교포 이병창씨가 수집한 컬렉션이었다. 초대 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그는 중국도자기 50점과 연구기금을 더해 소장하고 있던 컬렉션을 이곳에 기증했다. 덕분에 동양도자미술관은 한국도자기 연구의 거점으로도 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미술관은 3층에 ‘이병창 컬렉션’ 전시실을 따로 두었다. 고려시대의 청자상감모란문매병, 조선시대의 청화초화문호와 철사매조문호를 비롯해 걸작이 즐비하다. 조선 정조시대 대표적인 백자항아리로 꼽히는 ‘백자청화 동채 연꽃무늬 항아리’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 동양도자미술관을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3년 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이병창컬렉션’ 도록으로 이미 감동 받았던 터였다. 눈과 마음은 기대 이상의 호사를 누렸다. 문득 우리 도자기가 왜 이곳에 기증되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전시실 입구 인사말, ‘숙고 끝에 국외에서 한국문화유산을 발창하기 위해 귀한 컬렉션을 일본에 두기로 결심했으며 한일우호친선의 힘이 되고 재일 한국인의 지위향상을 뒷받침 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기증자의 뜻이나 ‘이러한 깊은 사려와 뜨거운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미술관측의 답이 의미심장했다. 알려진 일화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병창씨는 국립박물관에 자신이 아끼던 백자를 기증했다. 그는 백자를 온도 습도를 맞춰 전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시 설비가 미흡한 박물관으로서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가 다시 한국에 와 다시 백자를 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병창컬렉션’이 도자미술관에 기증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8.01 23:02

특혜의 법칙

5년 전 정부는 아파트 인동거리(동간거리)를 완화했다. 자치단체들은 아파트 건물 높이의 1배인 인동거리를 0.8∼0.6배까지 줄이는 조례를 제정했다. 인동거리 0.6배가 적용되면 100m높이의 아파트 동간 거리는 60m로 줄어든다. 줄어든 40m는 입주민들의 일조·프라이버시·조경을 침해한다. 반면 건설사 배를 채운다. 아파트 주민에게 건물 높이와 일조, 바람길은 중요하다. 인동거리가 짧아 주민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채광이 부족하고, 바람이 솔솔 들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전주 서부신시가지에서 도청 건물은 고층이다. 그런데 내년이면 고층 축에 못낄 전망이다. 도청 앞 삼천변의 상업지구에서 42층, 36층 등 초고층 아파트들이 쑥쑥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42층 주상복합 스카이타워는 5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와 도청 사이에 공원이 있고, 삼천은 천혜의 공원이다. 남향으로 모악산이 쑥 들어온다. 아파트 코앞에는 음식점과 술집, 모텔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동간거리는 불과 8m다. 아파트 동간거리로는 상식 이하다. 게다가 고층으로 지을 수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은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건물은 공동주택의 인동거리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지구 내 아파트 사업은 돈방석 사업인 셈이다. 아파트 숲 전주는 ‘고열의 도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바람길을 막아 전주 열섬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1층을 필로티로 설계해 통풍이 원활하도록 해야 열섬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주시는 담당 부서 명칭을 ‘푸른도시조성과’로 만들어 부르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백만그루 나무심기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요즘 전북도청 앞 상업지구에서 공사가 한창인 스타힐스, SK뷰, 힐스테이트, 아침도시, 스카이타워 등 고층아파트울타리를 보면, 전주시의 도시정책 수준이 의심스럽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믿을 수 없다. 청정한 도시 환경은 뒷전이고, 바닥난 전주시 곳간과 토목건설업자 금고만 생각한 행정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돈덩어리다. 저층은 상가로 분양하고, 인동거리 제한없이 고층 아파트를 올려 분양한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울 수 없다. 누가 이렇게 만들어 주었는가. 이럴 바에야 도시개발하면서 용도는 뭐하러 미리 정하는가 싶다. 그때 그때 되는대로 용도를 정해 팔면 될 것을 말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7.31 23:02

차기 전북대 총장

도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관은 어디일까. 전북대학교다. 그 이유는 지난 8년 동안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잘 수행했기 때문이다. 사실 2000년대 중반 무렵 전북대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않고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나 횡령하는 학교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실력 있는 학생들이 유입되지 않고 설령 입학했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학 해가는 추세였다. 거점국립대학이란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학교 위상이 곤두박질 쳐 40위권도 벗어났다. 서거석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전북대는 달라졌다. 취임초 서 총장이 내걸었던‘국내 10대 세계100대 대학’이란 목표가 달성될지 모두가 의아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 총장 자신부터 강도 높은 개혁작업을 벌이면서 학교 위상이 지난해 말 12위로 껑충 뛰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북대는 올 10월 총장을 공모제로 선출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의 편입학이 보편화 돼가고 있는 추세하에서 어떻게 학교 위상을 고수해 나갈지 고민스럽다.교수회와 총장 선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타 대학과 같이 전북대도 결국에는 간선제로 총장을 뽑아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교수를 총장으로 뽑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지금 10명 후보가 자신이 적임자라고 외쳐대지만 학내외 여론을 종합하면 빅3 정도로 압축된 분위기다. 선택 기준은 첫째로 대학 본연의 기능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므로 전공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룬 학자인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래야 총장이 된 이후 영이 서서 거대한 조직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덕목은 경영 마인드다. 국가예산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 그 능력 여부다. 지금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예산 확보는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국회나 행정부에 인맥이 없으면 국가예산을 마음 먹은대로 확보할 수 없다. 후보 가운데는 욕심만 많지 서울 지리가 서툰 것은 물론 도내 국회의원들조차 소통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예산 확보하는데는 지역을 뛰어 넘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긴밀한 협조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인적네트워크가 종횡으로 잘 구축된 후보를 선택해야 옳다.차기총장 때는 학령인구 저하에 따라 신입생 확보부터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또 계속된 구조조정에 따른 피로감 확대로 학내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도 안고 있다. 오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전북호를 구하려면 전북대 총장을 잘 뽑아 전북대가 명불허전임을 보여 주면 될 것 같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7.30 23:02

씨 마른 전북 인맥

참여정부 때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부안 출신의 최석식 상지영서대 총장은 한때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인물이었다. 행시(19회) 출신으로 과학기술부 연구개발국장과 과학기술정책실장,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가 차관 시절 한 얘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경상지역 대학교수들은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사업이 확정되기도 전에 찾아와 과학기술 예산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던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전북의 대학들은 그런 일이 없더라.” 정보에 어두워 예산을 흘려보낸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공무원들도 중앙부처에 인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서기관 시절 “전북출신 공무원을 창 밖에서 손짓으로 불러내 예산서류를 전달하곤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부처에 전북출신이 없다 보니 드러내 놓고 로비할 상황이 아니었던 탓이다. 반면 경상도 지역은 상공회의소 등이 마련한 ‘윤활유성 비축물량’까지 싸들고 다니며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도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느끼는 정서도 비슷하다. 경상도 지역 매체는 부처에 고위 관료들이 많다 보니 정보량도 넘쳐나고 찾는 발길도 북적댄다. 그런데 전북은 그렇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의 1기 내각 장·차관급 116명 중 전북 출신은 고작 4명(3.4%)뿐이었다. 지난주 장·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이른바 2기 내각이다. 그런데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끼지 못했다. 행정 부처는 17부 3처 18청이다. 장·차관급 자리가 38개에 이르는 데도 전북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물부재? 아니면 아예 씨앗을 말리겠다는 의도? 헤아릴 길이 없다. ‘전북 무장관 무차관’의 2기 내각은 ‘송하진 도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업·관광·탄소와 새만금 등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모두 정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중앙부처가 돕지 않으면 헛바퀴만 돌릴 수 있다. 예산과 사업 등 일은 사람이 한다. 고위직에겐 정보력과 의사결정권이 있다. 장·차관 인사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영남 중심의 편중인사가 지속되다 보니 향후 차관에 오를 인재마저 씨가 말라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한탄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도 전북 정치권은 화 낼 줄도 모른다. 과거엔 안 그랬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7.29 23:02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치고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학문이나 예술은 물론 사랑까지도 온전히 자신을 잊는 오랜 몰두가 있어야만 빛나는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황동규 시인은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광기의 열정과 헌신이 전제되어야만 우연에 기대는 것도 가능하다. 이 미치광이들에게는 아무리 어려운 현실적 조건이라도 장애가 될 수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좌절과 절망을 불러일으킬 여건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분발을 촉구하는 자극제일 뿐이다. 밀턴은 시력을 잃고도 <실낙원>, <복낙원> 등 위대한 서사시를 썼으며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하고도 합창 교향곡, 장엄미사, 후기 현악사중주 등 인류 최고의 유산을 남겼다. 상업화, 산업화에 저항하며 독특한 환상의 세계를 시와 그림으로 그려낸 영국 최고의 낭만시인 블레이크는 아예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산으로 부식해 그린 동판에 직접 채색을 하여 오랜 공정을 거쳐 어렵게 찍어낸 그의 시그림은 그 내용도 혁명적이지만 그 생산방식도 광적인 열정의 몰입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의 것이다. 이들에게 현실에의 순응은 죽음일 뿐이다. 습관, 인습에 젖는 것은 진부함(cliche)을 용납하는 것이요, 이런 상투성이야말로 예술 생명의 포기에 다름 아니다. 하여 이들은 항상 우리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이방인이요 아웃사이더다. 버림받아 외롭고 고독하고 가난한 이들은 때로 저주받은 존재, 추락한 천사로 불리기도 한다. 길에서 죽은 포우나 그를 떠받들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처럼.문제는 이것이 먼 나라의 옛날 얘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중심인 한옥마을, 슬럼화한 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지켜온 미치광이들! 이 문화예술 공예인들의 광기어린 열정 덕분에 이 마을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그런데 이제 이들이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선지자들처럼. 돈의 논리만이 횡행하는 이 거리에서 예술혼을 들먹이는 일은 미치광이의 넋두리, 상업성에 휘둘리면 민원이 가장 많던 옛 슬럼가 시절로 다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해보지만 이미 황야를 맴도는 선지자의 허한 울부짖음 취급이다.하기야 어느 역사에 죽은 시인의 사회 아닌 시절이 있기나 했나?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7.28 23:02

전주의 골동품 가게

전주의 구도심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더디긴 하지만 거리는 새로워지고 있고, 옛 주인들이 떠나간 자리는 새 주인을 맞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는 가게들이 있다. 중앙동 옛 전북도청 근처에 있는 태고당도 그 중 하나다. 태고당은 옛 물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렀을법한 오래된 골동품 가게다. 골동품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 골동품 거래가 성했던 전주의 명성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전주의 번성했던 골동품 가게들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폐업을 하거나 더러는 다른 동네로 이전해 문을 열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팔고 살 물건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었다. 물건은 나오지 않는데 가격은 예전만 못한 현실은 골동품 가게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우리의 옛 물건이 놓였던 자리에 중국의 값싼 물건이 놓이기 시작했던 것도 그즈음이었다. 한때 시내권에서 이주한 골동품 가게들이 완산동 용머리고개 인근에 하나둘 문을 열면서 그 일대가 골동품 거리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 자취도 희미해졌다.태고당은 1983년 문을 열었다. 당시 전주에서는 운학당이나 고려당, 만물상 등 이름난 골동품가게들이 뒤를 이어 문을 닫고 있을 때였다. 역시 예전 같지 않은 골동품 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간상인으로 일정한 공간 없이 돌아다니며 골동품을 사고팔았던 태고당 주인은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게를 차린 후, 전주에서 가장 큰 골동품 가게로 번창시켰다. 부침이 심한 골동품 경기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길을 온전히 지켜온 덕분이었다. 태고당은 30여 년 동안 골동품 마니아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이 공간에는 삼국시대 토기부터 오래된 음반까지, 일상에 존재했던 모든 것이 제 가치를 알아보아주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안을 채우고도 넘쳐 밖으로 나온 오래된 물건들은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오래되고 작은 것일수록, 일상 속에서 친숙한 것일수록 애잔함도 진하고 호흡도 깊다. 이 세상에 쓸모없거나 버려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공간은 가르쳐준다.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정작 전주가 지켜온 가치 있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래서인가. 태고당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7.25 23:02

전북 건설업

최근 건설협회 전북도회가 300억 원대 농협 전북통합본부 신축공사 참여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어느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농협본부 신축공사에 도내 업체가 30%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그동안의 요구가 수용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농협의 건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NH개발은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방식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역업체들이 농협 대형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전북 건설업계는 300억 원대 전북농협통합본부 신축공사와 관련, 지역 업체들의 참여 지분 확대를 요구했다. 낙찰 대기업이 30% 이상을 지역업체에 하도급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농협 거래 중단, 농협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NH개발은 원칙을 내세우며 거부했지만 결국 지역 건설업계의 강도높은 압박에 애초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농협지역본부 통합청사 신축 입찰은 충남과 충북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NH개발은 지난달 턴키입찰을 진행했고, 충남통합본부를 제외한 전북과 충북은 유찰됐다.당시 충남통합본부 입찰의 낙찰 업체는 계룡건설이다. 계룡건설은 충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건설 대기업이다. 계룡건설은 입찰시 지역업체와 40%의 공동도급을 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전북 연고의 1군 건설업체가 있었다면, 계룡건설처럼 지역업체 참여를 대폭 확대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서류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가 NH측에 무리한 압박을 가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북에는 계룡같은 업체가 없다.전북은 몇 년전부터 1군 건설업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건설시장이 무너지면서 줄줄이 좌초됐다. 전북혁신도시는 요즘 건설경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지역건설업체들은 쥐꼬리 공사만 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공동주택 대부분은 타지업체인 호반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LH 등이 지었다. 지역 건설업계가 혁신도시 노른자위 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에 외지업체들이 엄청난 돈벌이를 하고 지나갔다. 요즘 정부는 복지에 매달려 SOC를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타지역 진출은 거의 없다. 전국 대비 2% 경제권에서 나눠먹을 파이는 뻔하다. 결국 지역 건설업계는 농협 청사 하청에 목매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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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7.24 23:02

전국 랭킹 12위 전북대

전북대가 혁신을 통해 학교위상을 확실하게 살려냈다. 지난 2007년 서거석총장이 취임하기 이전만 해도 전북대는 대학평가에서 43위를 기록, 거점국립대학중 가장 경쟁력 없는 대학으로 낙인 찍혔다. 70 80년대는 SKY대학을 부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전북대에 지역 인재들로 북적였다. 74학번 때는 법학과와 행정학과에서 사시와 행정고시에 10여명 이상이 합격할 정도로 명성을 날렸다. 타 시도와 경제여건이 비슷했던 80년대 중반 무렵에는 가난한 인재들이 전북대에서 청운을 꿈을 꿨다. MB 때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사시 행시 양과에 합격했고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권춘기씨와 박성일 완주군수 등이 행시에 합격했다.서울공화국이 형성되면서 전북대도 예전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유입되지 않고 서울로 빠져 나가 침체의 늪을 거듭했다. 연구에 전념해야할 교수 가운데는 연구비에 눈 멀 정도로 잿밥에 관심이 많아 사법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연구해야 할 교수 가운데는 유흥음식점과 골프장을 전전긍긍하는 바람에 지역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논문 한편 제대로 안 써도 월급 나오는 철밥통 대학이 되다 보니까 학교 위상이 곤두박질 쳤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까 우수한 학생들이 전북대로 유입된다는 건 연목구어나 다름 없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북대는 비전 없는 암울한 대학이 돼 도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그랬던 대학이 서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 총장은 먼저 교수채용 기준을 강화했고 시간만 지나면 승진했던 승진요건을 확 뜯어 고쳤던 것. 교수 승진요건을 종전보다 4배로 강화했던 게 주효했다. 처음에는 교수들의 저항이 심했지만 워낙 서총장의 개혁의지가 확고해 이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결과 2013년도 공시 기준으로 전임교원의 1인당 SCI 논문수면에서 거점국립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전북대가 거둔 성과는 땀의 결정체다. 총장 자신부터 자기 혁신을 가져온 게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서 총장 취임 당시 내건 ‘국내 10대 세계 100대학’이란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구성원부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올해 대학특성화사업 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해 향후 5년간 350억의 국비를 지원받고 잘 가르치는 대학 평가에서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평가로 인구수와 경제규모로 영향 받는 평판도를 제외하면 전국 12위에 랭크돼 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만든 전북대 구성원 모두에게 도민들이 박수 보내면 어떨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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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7.23 23:02

팔짱 낀 예산 로비

‘가스미가세키(霞關)’는 일본 도쿄의 중앙 관청가를 이르는 말이다. 외무·대장·건설·문부·후생·법무·통산·농림 등 중앙정부의 관청이 몰려 있다. 100년이 넘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진 일본도 예산과 인사, 조직운영 등의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장들은 비행기를 타고 수시로 도쿄로 몰려가 가스미가세키에 상주하면서 로비를 벌여야 한다. 각종 보조금 등 중앙 정부 예산과 사업들을 따내기 위한 이른바 세일즈맨 역할이다. 또 민간 기업의 CEO들과 만나야 할 일도 많다. 우리나라도 ‘반쪽 지방자치’라는 비판을 듣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와 지방세 배분구조는 8 대 2이다. 그래서 ‘2할 자치’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국가와 지방사무의 비율도 7 대 3이다. 재정과 국가사무를 지방에 넘겨줘야 건실한 자치를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대로 지방자치를 할려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6 대 4로,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도 5 대 5 정도로 조정돼야 마땅하다. 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올해 50.3%로 13.2% 포인트 악화됐다. 전북도와 14개 시군 재정자립도 역시 평균 22.9%로 전년 25.7%보다 2.8% 포인트나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채 안되는 시군이 10곳이나 된다. 반면 국고보조사업에서 국비비율은 2007년 68.4%에서 지난해 60%로 낮아졌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됐지만 중앙 예속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치는 커녕 중앙정부가 재정과 인사, 조직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 그러니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도 국가예산 성안 시즌이다. 이달말부터 최종 심의를 벌인 뒤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17개 광역단체장과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이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분주히 활동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전북의 기초단체장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기사 방안퉁수 단체장도 있긴 있었다. 어느 기초단체장은 예산 로비차 중앙부처를 방문했지만 만나주지 않자 친구하고 사우나만 하고 돌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반쪽 자치’일 망정 일할 때는 치열성이 있어야 한다. 임기 내내 행사장이나 찾고 악수나 하고 돌아다니면 지역이 피폐해 진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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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7.22 23:02

세월호 십자가

아무도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으니 저희라도 지어야지요! 세월호십자가순례를 하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그리고 2학년 4반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의 탄식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한 이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7월31일 예정)을 거쳐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여기서 23일 동안 짊어지고 걸었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할 예정이다.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얘기다. 그 만큼 절망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었다는 것이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만큼.벌써 100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때같은 자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된 지. 그렇게 자식을 묻은 가슴이 숯이 되고 눈물샘마저 말라버린 지가 하 세월인데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참사의 원인도 오리무중이고 갈팡질팡하기만 한 구조과정의 이유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특별법 제정도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차일피일 세월을 넘기고 있다.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 그래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삽자가 하나 들고 뙤약볕으로 나선 것이다. 집단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기만 한 정부와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냥 나선 것이다. 그것이라도 해야 이 답답함, 이 죄스러움, 이 분노와 절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죄 닦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그들은 우리들 모두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이 시대의 골고다 팽목항을 향해 걷고 있다. 그것이 안타깝고 고마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도 하고 음료수나 수박을 제공하기도 한다. 힘내라며 손수 키웠다는 산양삼을 가져온 농부도 있고 부어오른 발목과 발바닥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온 한의사도 있다. 모두가 박성우시인 말로 내 걸음 보태 그대 걸음 줄여준다는 마음이겠지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누가 그 고행의 십자가 순례걸음을 대신해줄 수 있단 말인가? 다만 곁에서 기도할 뿐이다. 그들의 참으로 소박한 소망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최소한 이것 정도는 해주어야하지 않은가? 그 엄청난 비극에 대한 속죄의 의미에서라도! 그래서 함께 외쳐본다! 응답하라 2014 세월호여!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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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1 23:02

만화 '식객'의 힘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은 2000년대를 통틀어 독자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음식만화다. 만화를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한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식객’처럼,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에도 성공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일본의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돼 1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다른 영역의 콘텐츠로 확장되어 사회적 영향을 크게 미친 경우는 드물다. ‘한국만화의 쾌거이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원복 교수), ‘방송대본의 콘티를 능가하는 대사와 화면구성을 가진 작품‘(소설가 이윤기), ’광범위한 문제의식과 능숙한 드라마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만화사에 영원히 남을 것‘(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자와 다이스케), ’우리음식문화의 길잡이‘(역사학자 이이화) 등의 찬사 또한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그만큼 ‘식객’의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한국음식에 대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들도 몰랐던 팔도강산의 온갖 음식과 식재료, 채 알려지지 않았던 숨어있는 맛집의 발굴은 ‘식객’의 가장 빛나는 성과다. ‘식객’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만들어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의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식객촌’이다. 식객촌은 ‘식객’에 등장했던 맛집 중 9개가 입점해있는 이른바 테마식당가다. 이중에는 전국의 영화촬영장을 누비며 이름을 알린 전주밥차도 있다. 만화 속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관심은 온전히 만화 속 스토리와 음식의 맛에 닿아 있다. 식객촌이 만들어진 장소의 역사성도 흥미롭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말을 타고 다니는 고관들을 피해 서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자연히 그 주변은 선술집이며 국밥집 등 음식점이 번창했지만 1980년대부터 시작된 도심재개발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식객촌은 일부 남아 있던 피맛골의 거리와 함께 공간의 역사를 재현해내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스토리의 힘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덕분인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도 식객촌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지만,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거리는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식객촌은 성공을 예단하기에 아직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식객촌’은 스토리텔링의 시대, 문화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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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7.18 23:02

줄탁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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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7.17 23:02

물 당번 못하는 60대

전주와 전북사회가 성격상 묘한 대목이 있다. 60살이 넘어도 물 당번을 못할 정도로 어른들로 층층시하를 이룬다. 왜 그럴까. 고령화사회가 형성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지만 그보다는 전통을 숭상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 삼강오륜 중에서 유독 장유유서가 깔려져 있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사회다. 경험을 존중하자는 말 같지만 비효율적이며 역동성이 떨어진다. 지역사회가 건강하려면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전주사회는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세월호 참사 이후에 근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도내도 예외가 아니다. 전북은 민선6기 출범을 전후해서 분명하게 시대를 구분 지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패배감에 젖어 자존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한 것은 계승 발전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라내야 한다. 더 이상 지난날에 연연해선 안 된다.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유임시켰거나 새로 뽑았으면 그에 걸맞은 인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관에 있는 산하기관장만 방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나이는 숫자 개념에 불과하므로 혁신할 의지가 없으면 젊어도 노인이나 다름없다. 나이가 들었어도 혁신하겠다는 에너지로 충만하면 그건 바로 청춘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혁신을 요구한다. 이 혁신이란 내면을 충족시키려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임무교대가 이뤄져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젊은층이 리더그룹으로 바꿔져야 한다. 어른들이 전면에 나서서 커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의 기회까지 빼앗으면 곤란하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오늘날 이 같은 사회를 이루기까지는 어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전주와 전북사회가 역동성을 잃고 침잠해 있기 때문에 뭔가 사회를 이끄는 리더 그룹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것 같다.일단 지사와 전주시장이 젊어진 것은 다행스럽다. 지역을 새롭게 혁신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이 잘 살려면 내발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행정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민과 시민들이 뒷받침 안 해주면 성공할 수 없다. 이제 나이 드신 어른들은 건강을 위해 맘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는 게 순리다. 큰 어른으로서 지혜와 경험을 젊은 세대에 물려주면 그만이다. 그래야 어른들이 존경 받을 수 있다. 60살이 넘어도 물 당번을 못한다면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각 분야에서 끼리끼리 편 나눠 해먹는 전북병을 고쳐야 전북이 산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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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7.16 23:02

'예스맨' 공무원

노자는 예(禮)를 묻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던 공자를 떠나 보내면서 한마디 충고를 던졌다. ‘자기 몸을 위태롭게 하는 자는 남의 잘못을 발설하는 자요, 남의 신하된 사람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철학자 답게 물처럼 처신하는 것이 세상 사는 슬기라고 가르치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중기부터전국시대 초기까지 살았던 노자의 시대는 계급 질서, 생산 관계, 세계관 등이 급격하게 변하던 혼란의 시기다. 자기를 낮추고 호박처럼 둥굴둥굴하게 처신하라고 충고한 데엔 이같은 시대적 배경이 있다. 그런데 이런 처세술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결단을 빨리 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맞지 않는다. 행정, 정치, 기업 어떤 조직이든 토론과 직언문화가 살아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다. 조직의 수직· 수평 라인이 크로스체크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할 때 부가가치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관료조직이 혼란스럽다. 단체장이 바뀐 자치단체 공무원 조직이 특히 그렇다. 어떤 자치단체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설이 나돌고 이를 반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 일부 자치단체는 사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리에 충성파를 배치했다. 선거 기여 세력에 대한 보은인사다. 이런 사람은 언론과 사법당국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가장 혼란스런 곳은 익산시다. 간부들이 ‘예스맨(yes man)파’와 ‘소신파’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박경철 시장에게 무조건 ‘예, 예’ 하며 충성하는 ‘예스맨 간부’들이 있는가 하면, 사리에 맞지 않으면 ‘노(no)’라며 직언하는 ‘소신 간부’들이 서로 흰 눈을 들이대고 있다. 충돌할 바엔 좀 더 치열하게 격돌했으면 한다. 토론과 직언, 비판과 대안 모색 끝에 나온 민주적 의사결정은 곧 조직의 힘이 되고 집행의 정당성도 담보된다. 그럴 때 조직도 살아난다. 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현실화된 조직은 미래가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정을 맞을 망정 직언은 해야 되고,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참다운 역할이다. 굳은 소신을 갖고 일해 온 다수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게 내몰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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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7.15 23:02

나무가 아니라 숲을!

의과대학 실험실에서의 얘기다. 파리, 모기 등 곤충들의 다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 절지동물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시험시간. 한 학생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포기하고 일어난다. 백지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가려 하자 교수가 제지하고 나선다. 학생, 이름이 무엇인가? 그러자 문을 향하던 학생이 돌아보지도 않고 바지를 걷어 올린다. 이 다리 보고 제 이름 알아맞혀보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개얘기다. 그러나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함축이 읽히기도 한다. 시험을 위한 시험! 지나치게 미시적인, 그래서 부분만 보고 전체는 놓치는 분과학문의 한계를 돌아보게도 한다.중등학교 국어시험 시에 관한 문제 중에는 그 시를 지은 시인도 풀지 못하는 게 있다. 그야말로 문제를 위한 문제, 시의 이해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억지 문제다. 하도 많은 시험을 치르다 보니 중복을 피하기 위해 어렵게 짜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런 억지춘향을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대학에 가서도 이런 엉터리 평가가 지속된다는 거. 미시적 분과학문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절름발이 지식을 가지고도 당당히 전문가로 행세한다. 아니 존경까지 받는다. 4대강사업에 도움을 준 많은 교수와 전문지식인들.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다는 사실은 전문적 수련이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그냥 상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잡한 전문 지식과 논리를 내세워 이 평범한 상식마저 호도해버린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강물이 흐르지 못해 썩어서 생긴 것인데도 잘난 전문가들은 미시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4대강사업에 도움을 준 토목, 건축, 지질 전문가들도 여전히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어 그것이 초래한 총체적 부작용에는 애써 눈을 감아 버린다. 여전히 현미경으로 곤충 다리만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렵다. 의욕에 찬 민선 6기 단체장들이 전임과 다른 성과를 급하게 내기 위해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기대는 꼴이. 오랜 세월 다양한 논의를 통해 겨우 방향을 잡은 사업까지 원점에서 다시 살피겠다!고 나댄다. 그 뒤에는 분명 그 논의에서 소외됐던 몇몇 전문가의 불만 섞인 문제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웃자고 한 우스개얘기에 너무 죽자고 덤빈 것은 아닌가, 나무에 매달려 숲은 보지 못한 채?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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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14 23:02

시인의 '과하주'

술의 역사는 깊다. 나라마다 그 역사를 담아내는 대표적인 전통주가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국적으로도 이름난 전통술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통술의 자리를 맥주나 소주, 양주나 와인이 차지하고 있는 동안 전통주는 멸실되었거나 그 맥이 단절되어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에서 전통주가 복원되고 있다. 집안 대물림 되어 오던 가양주의 부활은 특히 반갑다. 전주에는 알게 모르게 입소문난 가양주가 있다. 권오표 시인의 과하주다. 시인의 술담기는 20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다. 워낙 나누어마시기를 즐기는 덕분에 시인의 과하주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10년 전 쯤에는 전주술박물관에서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 과하주(過夏酒)는 여름을 건강하게 넘기는 술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시인은 어머니로부터 과하주 기법을 물려받았다. 손맛이 특별히 빼어나셨던 시인의 어머니는 해마다 솜씨있게 술을 빚어냈다. 그러나 시인의 아버지는 술을 즐기지 않았다. 그 덕분에 맛좋은 과하주는 많은 지인들에게 안겨 즐거움을 주었다. 시인 또한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과하주를 어쩌다 맛 본 지인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때가 되면 과하주 맛보기 를 원하는 일이 잦아지자 과하주를 스스로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너머로 배운대로 하면 될 듯 싶었지만 어머니의 감수 없이는 쌀과 누룩의 양을 맞추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작고하신 첫 해에 혼자 힘으로 담았던 과하주는 실패였다. 시인 부부가 정성으로 키운 매화 꽃봉오리가 터지는 시기에 맞추어 시작됐던 과하주 한잔의 연례행사는 그해 깨끗이 중단됐다. 그때 담았던 술의 양과 그 술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아직도 비밀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부터 실패는 없었다. 그가 터득한 것은 가양주의 비법이 따로 없다는 것. 기다림과 정성에 답이 있었다. 시인의 술담기는 대략 10월 하순경. 분량도 입소문에 따라 점점 늘어났다. 권시인표 과하주는 특히 문인들 사이에서 인기인데 전북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의 적지 않은 문인들이 해마다 그의 과하주를 기다린다. 술을 담기 시작하면서 그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술을 나누면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 또한 커졌다. 시인은 정작 그 행복을 온전히 갖게 되는 것은 바로 나라고 말한다. 여름의 한중간, 아직 시인의 과하주 한잔 소식은 없다. 생각해보니 몇 해 거른 것 같다. 나누는 기쁨에 동행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탓일게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7.11 23:02

도덕 불감증

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후 대한민국에서 도덕성이 함께 침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경영진이 일본에서 폐품처리하는 여객선을 들여와 과도하게 개조하고, 관계 당국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과적하고, 선장 등 선원들이 침몰 여객선과 승객을 버려두고 자신들만 탈출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해경은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고, 근무일지도 위조했다.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승객 구조업무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가증스러워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든 불법과 탈법, 로비와 뇌물 등이 관행의 이름으로, 끼리 끼리 해먹기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오죽했으면 문제의 정부 관료 및 조직을 두고 ‘관피아’ ‘해피아’ 라고 부르겠는가. 대한민국에서 도덕성은 침몰돼 물고기 밥이 돼버렸다. 꼭 누구 하나만을 탓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불감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졸전 끝에 참패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의리’지키기에만 급급했다. 감독 사퇴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나 부회장의 사퇴도 없었다. 한 달 전 6·4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들어 단체장과 의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한결같이 열심히 일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들이 머리에 걸친 명예가 우스꽝스러운 경우도 눈에 띈다. 지난 2011년 일이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홈플러스가 입점했을 때다. 전주시 효자3동이 지역구인 박현규 의원의 누나가 홈플러스측과 커피숍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황당무계한 것이, 당시 전주시의회는 지역상권 붕괴를 막기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했고, 당시 조지훈 의장은 104일동안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 때문에 당시 박현규 의원이 홈플러스 입점을 위해 홈플러스나 그 관계사 등과 어떤 모종의 관계하에 행동했을 것이란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박현규 의원은 4선에 성공했고, 최근 전주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법도 도덕도 실종됐다. 또 있다. 전주시는 서부신시가지 중심상업지구권에 공동주택 건축을 대거 허가했다. 술집과 모텔 등이 운집한 중심상업지구에 아파트를 허가한 것은 넌센스다. 애초 세웠던 원칙은 내동댕이 쳐버렸다. 이것이 바로 전주 사회다.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도덕 불감증이 만연하면 결국 망할 수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7.10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