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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인구 늘리기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 그친지 오래고 초상이 나도 사여 멜 젊은이가 없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다시말해 농촌은 공동화 현상이 진행될대로 진행돼 어느 유행가 가사 처럼 '기름진 문전 옥답 잡초에 묻혀'허허벌판으로 변할 날이 멀지않았다는 말이다. 아무리 농촌 공동화 현상이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재편현상의 결과라고 하지만 농업 또한 엄연히 산업의 한분야인데 그동안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으면 이지경까지 몰렸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 가까스로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몇 안되는 노인들마저 세상 뜨고 나면, 무슨 수로 생명산업을 지켜나갈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하기야 장기불황으로 도시에는 노숙자가 넘쳐나는데, 농촌 빈집으로 들어와 농사일이라도 거들며 살겠다는 사람하나 없는 것을 보면, 꼭 정부 탓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전형적인 농도인 전북도가 주민등록상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주민등록 인구가 2년 연속 일정 기준을 밑돌면, 해당 지자체의 기구가 줄어들고 교부세가 감소하는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말 간신히 2백만명을 넘어서 위기를 모면한 전북도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2백만명을 채우지 못해 행자부 규정대로라면 1개 실·국 4개과가 감축될 위기에 놓여있다. 만약 기구가 축소된다면 그로인해 파생되는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물론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는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을 끼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 모두 다 고민이다.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백태를 보면 실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농어촌 신생아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어 주는가 하면, 쓰레기 봉투나 각종 입장권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또 어느 지자체는 '출산과 사망은 고향에서'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걸기도 하고 도시 노숙자들에게 빈집과 노는 땅을 소개해주는 자치단체도 생겨났다. 그러나 인구 늘리기가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인가. 농어촌을 살리고 국토를 균형있기 발전시키는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백년하청이 되고 말것이다. 산이 없으면 계곡이 없듯이 농촌이 없으면 도시도 없다. 더 늦기전에 농촌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3.12.22 23:02

[오목대] 중년 남성 성형 붐

중국 당(唐)나라 시대에 시행되던 전족이나 서양에서 고안된 코르셋은 당시대 미인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피눈물나는 고행이었다. 이 같이 예나 지금이나 그 시대 미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넓은 의미의 성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원래 성형수술은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적 변형을 조직이식 등 외과적 기술로 고치는 것이었다. 16세기말 유럽대륙에 유행됐던 매독으로 함몰된 코를 세우기 위해 시술한 것을 성형수술의 효시로 보고 있다.그러나 요즘엔 성형수술을 이러한 본래적 의미보다 미용성형이 전부인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인 미용성형은 외꺼풀 눈을 쌍꺼풀로 바꾸고, 낮은 코는 세우며, 주름살은 당겨 올리고, 주걱턱은 깎아내며, 처진 가슴은 끌어 올어올리는 것 등이다. 여기에 최근 레이저 박시풀, 지방흡입술, 내시경 수술등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성형대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체 전체로 확대됐다. 이에따른 수술만도 1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미용성형의 주고객은 성격상 여성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생각을 뒤집는 현상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취업을 앞둔 젊은 남성들이 면접때 호감을 주기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는 있어왔지만 최근들어 40대이상 중년남성들의 미용성형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자가 무슨 성형수술이냐'며 손사래를 치던 중년 남성들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오륙도'와 '사오정'에 이어 '삼팔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의 불안정한 직장현실에서 한살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눈물겨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다.이들이 주로 하는 시술은 검버섯과 잡티 제거를 비롯 주금살및 눈밑 지방 제거 등이다. 머리가 많이 빠져 고민하는 사람은 모발 이식수술까지 받는다. 나이가 경륜과 존경의 대상이 아닌 무기력과 퇴출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하든 젊게 보이려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서울의 한 피부과 자료는 이같은 현상을 주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1년 1천3백건이던 40세기이상 남성의 피부미용시술이 올해는 11월말기준 3천4백11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나이도 벼슬'이라며 대접해주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나이를 거슬러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새삼 서글퍼진다.

  • 여성·생활
  • 전북일보
  • 2003.12.19 23:02

[오목대] 후세인과 이라크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이 땅굴에 숨어 있다가 미군에 체포되었다. 미국의 여론이 이라크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사담 후세인이 잡혔다고 이라크의 상황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까? 작은 변화는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땅굴에 숨어 있었던 과거의 독재자이지, 실질적으로 저항운동을 지휘했던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흔적도 없고, 미국에 대한 테러에 가담한 흔적도 없어, 미국으로서는 후세인을 처리하는 데 세계여론과 이라크 여론이라는 부담을 지니게 되었다. 이라크에서 미국에 저항하는 여러 세력들에 후세인을 증오하던 집단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시아파가 그러한 예이다. 물론 후세인 추종자들이 가장 극렬하게 저항했겠지만, 후세인을 싫어하던 시아파나 이슬람 근본주의 추종자들도 미국의 정복에 저항해왔다. 이들은 현재의 이라크의 문제를 후세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미국이 부당하게 중동을 압박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온 부쉬 정권에 대해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 사람들의 불만은 크다. 미국으로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이라크인들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라크 내부의 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즉, 미국이 정복하고 있어도 저항이 심해질 것이고, 넘겨줘도 내부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이 이라크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생활안정을 이룩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줘야 했었는데 이에 실패했다. 더구나 아랍대중의 거대한 반미감정 때문에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 아랍에서 이라크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문제가 아랍문제로 확산될 기미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이라크 문제와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그래야 아랍대중이 미국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후세인보다는 이슬람 대중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할 때 이라크 문제의 해결기미가 보일 것이다. 후세인을 체포했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후세인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18 23:02

[오목대] 아쉬운 ‘해넘이 축제’

어느 시인이 서해안 낙조를 보고 그랬다.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전엔/왜 내가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고. (‘여름 낙조’:송수권)이 시인의 감성대로 부안 변산반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해안 낙조는 울고싶을 정도로의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선사한다.부안군 하서면에서 시작되는 국립공원 변산반도 일주 해안도로는 곰소항까지 장장 54㎞에 이른다. 그 해안선을 따라 변산해수욕장과 채석강, 격포·곰소항이 자리하고 있다. 산과 들, 강과 바다, 기름진 갯벌과 포구가 펼쳐지며 크고 작은 섬들이 저 멀리 바다위에서 키재기를 하고 있는 사이로 일몰의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다.이 낙조를 주제로 변산반도에서 의미있는 ‘해넘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전세계가 밀레니엄을 앞두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환상의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세기가 바뀌는 마지막 태양의 그 장엄한 일몰을 길이 간직하기 위해 갖가지 행사가 마련됐다. 옛선현묵객들이 극찬했듯이 ‘해지는 모습은 서해안 변산이 으뜸’이란 명성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세게적인 ‘저녁노을’의 고장을 만들겠다는게 부안군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치른 네번의 축제로도 이미 변산반도 ‘해넘이 축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관광상품화했다.‘내변산 고운 자태 홍조띤 서해’로 표현되는 이 축제가 그러니 올해에는 열리지 못할 모양이다. 방폐장 문제로 지역민심이 뒤숭숭한데다가 불경기로 축제분위기를 띠울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설계했던 ‘해넘이 축제’가 지역내 사정으로 열리지 못하는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일몰 채화로 ‘희망의 불’을 이어가는 행사같은 경우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맥이 끊기는것 또한 허탈하다.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해 이 축제가 ‘화합의 고리’가 될수는 없는 것인지 군민들은 지혜를 모아 볼 필요가 없을까? 앞의 그 시인은 이런 말도 했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일이다/하루에 한번씩/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더러는 그리워 하며 살 일이다’서해안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빼어난 ‘해넘이 장관’은 결국 부안군민 모두의 것이 아닌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17 23:02

[오목대] 연말과 술

구한말 우리나라를 답사한 후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을 펴 낸 이사벨라 비숍여사가 한국인들의 음주습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조선 사람들은 과음하는 관습이 유난스러워 주정뱅이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중략) 이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해도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이미 1백여년전 파란 눈의 서양인이 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습관이 이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고 그때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서양인들이 술을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필요한 윤활유로 즐기면서 마시는데 비해 우리는 거기 덧붙여 취할때까지 죽기살길 퍼마시는 폭음습관이 남 다르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꼴불견 주정뱅이 양산국 반열에 드는 것이다.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한 통게에 따르면 성인중 87.5%가 술을 마시며 일주일에 5일이상 마시는 사람이 10.6%에 달하고 음주인구의 50%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같은 과음의 원인으로 강압적인 술잔 돌리기, 원샷, 갖가지 폭탄주, 사발주등 폭음을 유발하는 가부장적 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이나 신입사원 미팅에서의 음주 사고도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것은 이런 사회분위기 탓에 음주인구는 줄지 않고 최근에는 오히려 청소년과 여성음주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10대 청소년들이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는 일이 다반사고 대낮에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여성운전자가 늘어나는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가히 '음주공화국' '음주망국'이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빈말이 아닌때가 오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다.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로는 음주로 인한 우리사회의 경제사회적 손실은 생산성 감소나 의료비등을 포함해 연간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요즘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술자리가 자주 벌어지는 때다. 살기가 어렵고 불황이라 예년만 못하다해도 우리의 음주문화는 여전할 터, 즐거워서 마시는 술이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한심ㅎ서 마시는 술이나 그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과음이나 폭음은 손해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3.12.16 23:02

[오목대] 말 바꾸기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 81장 현질(顯質)편에 “질실된 말은 꾸미지 않고(信言不美)꾸민 말은 진실성이 없다(美言不信). 착한 사람은 말을 잘 못하고(善者不辯) 말잘하는 사람은 착하지 못하다(辯者不善). 참으로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못하고(知者不博) 박식한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博者知不)”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말의 허와 실’, 그리고 ‘말의 가벼움’에 대해 수천년 전대 사상가가 통찰한 내용으로 ‘말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말 속에 진실을 담기가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말실수를 하여 말 바꾸기를 할 때가 있다. 또 사정이 워낙 급박하여 말 바꾸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도 있다. 가령 무고한 피의자가 혹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을 했다가, 재판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것은 하등의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말 바꾸기를 재치있게 하여 기지넘치는 정치인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노정객이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에 끌려간 민주당 김상현의원이 기관원들의 허위자백 강요에 ‘때리지만 말라’며 순순히 자백(?)하고 서명날인 했다가, 기관문을 나서면서 “이건 너희들이 강제 자백 시켰기 때문에 모두 무효다”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는 말 바구기의 부도덕성 보다는 가슴 찡한 에 피소드로 지금가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요즘 세상 사람들 머리가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세태가 각박해져서인지 수시로 말 바구기를 해서 도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것도 일반인들의 실언이라면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공인의 실언은 간혹예기치 못한 파동을 일으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인의 말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 한데 민주화의 영향인가, 근래 들어 공인 중의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정부각료나 정치인들까지 시류에 영합하는 말을 쏟아놓거나, 말 뒤집기를 밥먹듯이 하여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방폐장 문제를 간단히 해치워버리려던 정부가 사태가 여의치 않자 숱한 말 바꾸기를 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국민을 상대로 현란한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15 23:02

[오목대] 미국 장학생

언론 장학생과 은퇴한 노정객(老政客). 장학생이란 학문을 장려하기 위하여 주는 돈을 받은 학생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받은 장학금은 조건이 없다. 그 노정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한 다음에는 사정이 달라진 모양이다. 자의건 타의건 이들은 장학금을 준 정객(政客)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그리하여 붙은 이름이 바로 '언론 장학생'이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이런 '언론 장학생'프로그램은 애교로 봐 줘도 될만한(그렇다고 그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소식이 들린다. 미국이 1950년대부터 교수와 언론인 등 한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이는 한 언론매체가 한국언론의 친미(親美)사대주의 경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최근 공개된 미국 공보처(USIS)의 기밀문서(미국 공보처가 지난 50년부터 70년대 말까지 미 공모원 서울지부에 내린 '국가별 계획 평가보고서')를 입수하면서 밝혀졌는데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한국내 친미주의자 육성 프로그램'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최초의 사례가 된다.이 문건을 보면 미국 공보처는 해마다 한국에 대한 계호기을 세우고 다음 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매우 치밀한 활동을 벌여온 것을 알 수 있다.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몰라도 요즈음 미국 정부의 해외 홍보용 교환·연수 프로그램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과 때를 같이 한다. 50여년간 미 국무부가 초청한 사람 중 전·현직 국가원수가 된 사람이 2백여명, 각료급에 오른 사람이 무려 1천5백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초청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당사자에게는 일방적으로 통보되었다. 일방적인 초청이었음에도 대부분의 경우 받아 들여졌고 미국을 다녀온 다음에는 미국에 대한 자세가 한결 유연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국회에서 지난 5일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의 한강 이남 이전을 막기 우한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려던 김용갑(한나라당)·최명헌(민주당)·정대철(열린우리당)·김종호(자민련) 등 여야 국회의원 1백47명이 연상된다. 이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가.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13 23:02

[오목대] 온실가스

석탄·석유등 화석연료를 태울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색깔도 없고 사람이 느낄듯 말듯한 미미한 자극성 냄새와 신맛을 지니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비록 대기 구성비율이 약 0.03% 밖에 안되지만 지구의 복사열을 흡수하여 온실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온실효과 덕분이다. 자연상태의 이산화탄소를 비롯 메탄, 오존등의 기체가 온실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지구는 평균기온 15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백여년간 인류는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를 한층 높여 놓았다. 산업혁명 이전인 175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백80ppm 이었으나 2000년 미국 대기관측소가 측정한 농도는 3백70ppm에 달했다. 2백50여년 사이 90ppm이나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적정수준을 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필연적으로 지구의 온난화등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1만년간 변동없이 일정하게 유지돼왔다. 그러나 20세기가 끝날 무렵인 지난 1백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0.6도 정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5도 상승했다. 이에따라 1백년전 보다 겨울은 한달정도 짧아지고 여름과 봄은 길어지는 계절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기온상승은 동·식물과 어류등 생태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세계 주요에너지통계 2003'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01년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9.21톤으로 집계되면서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 선진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배출량에서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등에 이어 세계 아홉번째로 많았다.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개발을 늦게 시작했고 △다른 개도국 처럼 1인당 온실가스 발생량이 낮다는 점을 들어 온실가스 발생량 감축 의무를 규정한 국제적 협약인 교토(京都)의정서 준수를 피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탄산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경우 더욱 거세질 국제적 압력을 견뎌내기가 더욱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선진국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나라에서 살 처지도 못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다소비를 막을 근본대책 마련과 함께 에너지 절역의 생활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환경
  • 전북일보
  • 2003.12.12 23:02

[오목대] 불법 정치 자금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후보 진영이 재벌들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불법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쪽이나 법대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청렴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회창후보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다음 깊숙한 진흙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후보의 잘못도 크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이 진흙탕이어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깨끗한 손(마니테 폴리테)”이라고 알려진 검찰들이 나서서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정치인 수백명을 체포하고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방해로 검찰의 지속적인 조사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에서도 많은 부패정치인들을 체포했지만 아직도 일본정치가 깨끗해졌다는 소문은 없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 썩기는 매한가지였다. 영국에서도 1800년대 내내 대부분 돈으로 표를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1930년대 뉴욕의 정치도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시장선거에서 조직을 통해 돈과 취직을 미끼로 표를 얻는 것이 일상사였다. 이들 나라의 정치는 부패방지법 등을 정비하여 돈을 잘못 받으면 바로 정치생명이 끝나는 법적 제도를 만들어 이를 실천하고, 일정한 액수 내의 후원금 모금으로 정치자금을 충당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만들면서 깨끗해졌다. 후원금, 정책과정, 의회의 투표도 공개하도록 하여 항시 언론, 시민의 감시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검찰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정치적 심판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하여 대폭 줄어 비교적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한다. 또한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이 돈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자원봉사로 도와준다. 우리나라 정치도 법을 정비하고 이를 엄격하게 실천하면 몇 년 내에 선진국 수준의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 불법정치자금문제로 항시 정치가 요동치는 현실이 지겹다. 국회의원들이 정신차려 빨리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검찰, 시민, 언론이 나서서 이를 실천하여, 앞으로 불법정치자금문제로 죽고 살기로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고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11 23:02

[오목대] 금강하구둑 철새

살아남을 곳을 찾아가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하는 철새들은 본능에 가까운 초능력을 갖고 있다. 가령 겨울 철새들은 스스로 얼마 정도를 이동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이동할때 필요한 에너지를 여름철부터 비축해 둔다. 어떤 철새는 자기 몸 무게의 두배 가까이 지방을 축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철새가 해마다 자로 잰듯 정확하게 오가는 길을 나는 것은 지구의 자장(磁場)으로 방향을 탐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비행기가 항로를 계기(計器) 비행하듯 철따라 이동하는 하늘 길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철새들이 어느 곳이 한철을 나기에 적합한지를 알아내는것은 생존을 위해서는 기초적인 일일 것이다. 매년 단골로 찾아가는 서식지가 환경오염 따위로 지내기가 부적절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곳에 다시 찾아갈일은 없어 질 것이다.한 때 동양 제1의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던 낙동강 하류 을숙도에 지금 철새들은 잘 찾아가지 않는다. 갈대밭 일부가 개발에 밀려 파괴됨으로써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내륙의 주남저수지 같은곳도 비슷한 처지다. 대신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는 곳이 서해안 일대이다. 환경청이 조사한바로는 비교적 오염이 덜 된 천수만과 아산만, 금강하구둑 일대가 철새도래지 상위 5위안에 든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금강하구둑은 특히 탐조객(探鳥客)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금강하구둑은 둑을 중심으로 강 상류쪽에 해마다 11월말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큰고니 청둥오리 가창오리등 50여종 50여만 마리의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지금 그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이 탐조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한다. 지난 2000년 서천군이 탐조대를 설치한데 이어 군산시에서도 성상면 성덕리에 11층 건물 높이의 철새조방대를 건립하여 지난 10월 2일 문을 연것이다. 휴게실과 레스토랑등을 갖춘 이 조방대에는 평일 1천여명, 주말에는 4천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와 새로운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서천군 쪽 조방대에는 탐조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그쪽에서는 관광객유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두 시·군이 철새를 공유하며 서식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경쟁이 아니라 협조체계가 돼야 할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혹시라도 철새가 날아오지 않게된다면 그야말로 만사휴의(萬事休矣)가 되고 말테니까.

  • 환경
  • 전북일보
  • 2003.12.10 23:02

[오목대] 민주당 `趙舜衡號'

우리나라 처럼 복잡다단하고 파란만장한 정당사(政黨史)를 쓴 나라도 드문 것 같다. 비록 정당정치의 역사는 일천하지만, 반세기 근대정치사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흔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당의 출현은 광복 이전부터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제하 국내외에서는 항일운동을 위한 여러 단체들이 결성됐는데, 이 단체들은 사전적 의미의 정당은 아니라 하더라도 정치집단의 모습이 뚜렷했다. 당시 대표적인 정치집단은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항일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국독립당이다. 한국정당의 효시로 불릴만한 한독당은 해방 후 우여곡적을 겪다가 김 구 선생의 암살로 쇠퇴하기 시작, 1970년 7대 대선을 앞두고 야당통합 차원에서 신민당에 흡수됐다.광복 후 좌우익의 대립속에 처음으로 정당의 형태를 갖추고 창당된 정당은 한국민주당이다. 여운형을 위시한 공산세력들이 인민공화국의 탄생을 선포하자, 송진우·김성수·김준연·서상일 등 우익진영이 주축이 되어 한국민주당을 창당한 것이다. 참고로 당시 미 군정청에는 무려 3백44개나 되는 정당이 등록돼 있었다. 한국민주당은 처음에 이승만(48년 대통령 당선)을 지지했으나, 이대통령이 근위대 성격의 자유당을 창당하자 신익희의 대한국민당과 합당, 민주국민당으로 변신하면서 오늘날 한국야당의 모태가 되었다. 우리 국민이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수많은 정당이 명멸(明滅)하는 가운데서도 줄기차게 민주당이 야당의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반세기 야당사(野黨史)에 진기한 기록이 세워졌다. 부친인 유석 조병옥(維石 趙炳玉)선생의 뒤를 이어 아들인 조순형(趙舜衡)의원이 47년만에 민주당 대표에 선출됨으로써 부자 야당 당수가 탄생한 것이다. 그것도 한국의 정통야당인 민주당의 이름으로. 여론도 민감했다. 전당대회 직후 모 중앙일간지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정당지지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여론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으나 '조순형 효과'인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신익희·조병옥·박순천·정일형·김대중으로 이어온 한국야당의 뿌리를 굳건히 지켜내겠다는 '미스터 쓴소리'조대표에게 이제 쓴소리 보다는 큰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 국회·정당
  • 전북일보
  • 2003.12.08 23:02

[오목대] 殺人독감

독감을 흔히 지독한 감기로 알고 있지만 실은 다르다. 감기는 리노, 아데노 바이러스 등 수십여종의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별개의 질환이다. 증상도 독감이 감기보다 훨씬 위중하다. 일반 감기는 콧물부터 오지만 독감은 고열과 전신근육통부터 온다. 감기는 합병증 없이 대부분 1주일 정도면 치유되지만 독감은 폐렴 및 뇌척수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18∼1919년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세계 각지를 덮쳐 약 2천만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였다. 이때의 희생자 규모는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능가하는 규모였다. 이 사건을 포함하여 20세기에 세차례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대재앙이 발생했다. 1957∼1958년에 걸쳐 세계적인 피해를 낳은 인플루엔자는 '아시아 인플루엔자'로 불리며 1백만명이 사망했다. 가장 최근의 인플루엔자 대재앙은 1968∼1969년의 '홍콩 인플루엔자'로 약 6주간에 걸쳐 세계 각지를 휩쓸며 약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형에 따라 A, B, C 세가지로 분류한다. 독감은 대개 A형과 B형에 의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TO)가 지난해 유행했던 독감의 바이러스 유형에 맞춰 올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면 제약회사들이 예방백신을 만든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나타나 예측이 빗나가면 제조해 놓은 백신의 효과가 크게 떨어질 위험마저 있다.올 겨울에도 예외없이 북미와 유럽에서 살인적인 독감이 확산돼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연말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처음 발생돼 '푸젠 A형'으로 명명된 이 독감은 3년전부터 전세계에 번지고 있는 파나마독감의 돌연변이다. 고열에 두통과 관절통, 심하면 폐렴과 심장병을 유발해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비약적인 의학의 발전이 과거 인류를 괴롭혀온 많은 전염병을 몰아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아직도 정복되지 않고 있는 전염병이 독감이다. 국경이 없는 독감을 예방하는데는 왕도가 없다. 특히 이번 '푸젠 A형'은 백신예방효과가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인위생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급적 피하고, 외출후에는 바로 양치질과 손 발을 씻는등 스스로가 각별히 조심해야 할 때이다.

  • 보건·의료
  • 전북일보
  • 2003.12.05 23:02

[오목대] 지속가능한 문화

지속가능한 문화라는 개념이 가능한가? 두가지 개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문화라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연대의식이나 물질적 소비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느끼려는 의식 등도 이러한 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정신적 지속성을 유지하는 문화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요즈음의 '느리게 살자'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빨리 무엇을 이루거나 발전하는 것을 도모하기보다는 마음의 평안함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 개념은 물질부분에 있어서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문화라면, 두 번째 개념은 정신자체의 지속성을 위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첫 번째는 물질적 절약의 정신으로 나타날 것이고 두 번째는 정신적 조화의 지속성이나 마음의 평온함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대사회가 너무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여 너무 많은 물질을 인간이 소비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물질을 문화적으로 포장하여 더욱 더 소비하게 함으로써 물질주의적 소비를 촉진하여 지구의 지속성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욕망충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집단전체나 지구전체의 생존과 공존을 위주로 하는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힘에 부치는 듯 보인다. 두 번째 의미에서는 정신적 평온함을 지속하는 의미로 문화의 지속성을 사용하기도 한다. 느리게 살자 또는 여유롭게 살자는 경향과도 일치한다. 이러한 삶이 서로의 강박증도 없애주고 정신적 풍요로움 지속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치있는 평온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집단적 문화의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북에서의 지속가능한 문화란 전북이 독자적인 문화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유지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문화적 전통과 자부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것을 지키고 너무 새로운 것을 탐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문화는 나와 우리를 지키고 전체와 공존하며 배려하는 문화인 것이다. 마음의 평온과 집단과 지구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2.04 23:02

[오목대] 노점상 문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노점상들은 세계 어느 도시에나 다 있다. 연간 수천만명의 관광객들이 다녀 간다는 불란서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의 노점상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명소가 된다. 로마시내 지하순교자 묘역 입구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외팔이 노점상은 자신이 이곳에 자리 잡은지가 10년이 넘는다고 자랑 할 정도다. 파리 근교 베르사이유 궁전 앞 광장에서 열쇠고리를 파는 검둥이 노점상 또한 단속반원에 쫓겨 다니긴 하되 '파리장'의 긍지만은 잃지 않는다. 노점상이 생업인것은 맞지만 그 자체를 낭만처럼 즐기는 활기찬 모습이 문화적 우월주의의 가당치 않은 자만심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미국이나 영국·독일·러시아 할것없이 어느 나라나 이런 식의 노점상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사활을 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윤기를 거리의 생활터전에서 찾고 즐기는 저들의 국민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이다. 그러니 노려한 형사가 신출내기 형사가 보는 앞에서 노점상으로부터 상납금을 거둬가고, 이를 나무라는 후배에게 점잖게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다 서로 돕는 일이야. 자네도 조금 지나면 알게 돼…'라면서.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어느 도시건 노점상이 없는 곳이 없다. 전국노점상연합회가 결성돼 노점상달의 권익옹호를 주장할 정도이다. 그러나 노점상을 보는 눈은 어디에서나 그리 곱지 못하다. 과일, 채소, 생선류나 옷가지 등을 트럭이나 조판에 벌여놓고 파는 일은 곧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보도를 점령하고,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고 확성기 소음공해까지 유발하는게 우리나라 노점상들의 일반적 행태다. 더러는 기업형 노점상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서민의 고단함을 위장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엊그제 서울 청계천 노점상 철거작업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점은 착잡하다. 유혈충돌을 벌이면서까지 지키겠다는 저들의 생존권을 어느 선까지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하나. 도시 질서니 생계유지니 사회적 규율이라는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러서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의 경우 뿐만도 아니다. 전주를 비롯한 도내 여러 도시들도 사정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당국이 노점상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단속과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여론을 다시한번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03 23:02

[오목대] 동문거리 살리기

산업화 시대 이전 전주가 전국 7대도시의 반열에 들어 있을 때 전주시의 도심권을 중앙동과 경원동·고사동·풍남동 일대였다. 청석동 파출소에서 관선동 파출소에 이르는 동서(東西)로 길다랗게 뻗은 도로가 중심 상가를 이뤘다. 문화와 패션과 소비오락과 물류가 이 거리를 통해 생성되고 전파됐다. 인구 30∼40만명선을 유지하며 이런 패턴을 유지해 온것이 대략 70년대 초까지였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지금 50대 중·후반 이후 세대들에게는 책갈피속 노란 은행잎만큼이나 진한 추억을 남겨주고 있는 이 거리가 쇠락(?)의 길로 들어선것은 70년대말쯤 부터라고 보여진다. 상권이 차츰 북상하면서 동서로를 거쳐 오거리 쪽으로 옮겨 나가고 도시의 다행(多倖) 기능에 따라 신도심권이 형성되면서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바로 도로 하나를 건너 객사 일대 고사동 지역에 조성된 현란한 도심 환락의 외양(外樣)이 활력이 떨어진 구도심권 상가의 잔영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보석·가구·패션을 중심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중앙동 일대나 대중 음식점 몇곳과 서점 한 두군데로 옛 명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원동 상가 주변의 몸부림이 그렇다.그 상실감에 대한 보상심리나 반작용때문일까? 최근 구도심의 중심지중 하나였던 동문네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민간모임을 중심으로 소리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말 동문거리 삼양다방에서 열린 제1차 상가 워크샵에는 이 일대 주민은 물론 거리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6회에 걸쳐 동문거리신문 제작과 동문거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등 동문거리 살리기 운동을 주도하고있는 이 모임의 김병수대표는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구심도권의 활력을 되찾게 될 때 '추억의 거리'가 전주의 또다른 명소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숨기지 않고있다.그러나 아쉬운것은 이런 적극적인 주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점.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건 사실 무리일수도 잇다. 흔히 말하는 성장동력(成長動力)이 여기에도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래서 당연하다. 그것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투자일수도 있고 지자체의 선택과 집중일 수도 있다.

  • 전주
  • 전북일보
  • 2003.12.02 23:02

[오목대] 조자룡의 헌 칼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군 중의 한 사림인 조운은 호가 자룡이다. 우리들에게는 조자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수이기도 하다. 조자룡은 원래 공손찬의 수하에 있었는데 원소에게 망한 다음에 유비의 수하에 들게 되었다.조자룡과 관련된 속담으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장판교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조자룡은 주군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출하려고 단기필마로 조조의 대군 속을 헤집고 다녔는데 이런 행위에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라는 표현이 유래된 듯하다. 물론 일부는 삼국지를 각색한 민간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적절한 속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설화에서는 조자룡이 자기 분수를 모르는 인물로 그려져 있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는 조자룡과 다르므로 여기에 근거한 속담은 오해의 소지가 많고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그 유래야 어찌 되었든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표현은 일을 처리하는 모양새가 아주 수월하거나 남용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예전에 사용되었던 '조자룡 헌 칼'사례로 '정당이 조자룡 헌 칼 쓰듯 색깔 공세에 나서고 있다'거나 '파병은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미국처럼 힘센 나라가 ㅈ자룡 헌 칼 쓰듯이 쉽게 꺼내 쓰는 카드'라는 등의 표현을 보면 이런 표현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이런 표현을 조금더 자세히 살펴 보면 조자룡은 어떤 절대 권력 등을 표현하기 위한 관념에 해당한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 정당이나 국가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리고 헌 칼은 이들 정당이나 국가 등이 휘두르는 도구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색깔 공세나 파병 등의 사안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두 관념은 대조적이어서 주체와 그 도구나 행위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안에 '조자룡의 헌 칼'이 사용된다.요즈음의 정국을 보면서 이 '조자룡의 헌 칼'이 생각난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특검 연장에 대한 논란에 이어 또다시 특검대문에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검에 관한(異見)을 민주적 절차인 대화와 타협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략적인 예단(豫斷)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소수 정당의 수장(首長)이 의사표현의 수단이 없어서 항변하는 방편으로 등원(登院)을 거부한다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원내 다수당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좀 '거시기'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29 23:02

[오목대] 코카콜라

맥도널드 햄버거와 함께 '미국문화의 첨병'이자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일컫는 코카콜라는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전세계 2배여개 국가에 진출해 세계 청량음료 시장을 석권하고 잇다. 전세계에서 1초에 4만병, 하루 30억병 정도 소비된다니 그 규모를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또한 코카콜라는 브랜드 가치평가와 집중적인 투자관리, 글로벌 마케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 육성에 힘을 쏟은 결과 7백4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여 마이크로소프트(6백51억달러)나 IBM(5백17억달러)를 제치고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코카콜라는 과거 냉전시대 미사일도 뚫지 못한 공산주의 국가의 벽을 뚫고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는 마침내 북한에 상륙하기도 했다.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들랜타의 약제사 존 펨버턴이 숙취해소약으로 제조했다. 남미산 코카나무의 잎과 아프리카산 콜라나무 열매에서 추출해낸 원료를 이용하여 만들었다고 하여 코카콜라로 이름붙여졌다.코카콜라가 청량음료의 대명사격으로 성공신화를 이룩하기 까지의 비결을 독일 슈테른지는 네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본사에서도 한두명만이 알고 있는 비법으로 만든 원액을 세계 각국의 공장에 공급하는 독특한 제조기법, 둘째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는 기발한 광고, 셋째 체제를 뛰어넘는 경영철학, 넷째 전쟁과 권력까지도 이용하는 판매전략이 그것이다.이처럼 전세계 인구가 코카콜라를 찾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코카콜라사가 최근 자신들의 방침을 수정하는 고뇌어린 결단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탄산음료가 어린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비난에 굴복하여 미국내 초등학교에서 자기 회사의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방학기간을 제외한 학기중에는 탄산음료를 팔지않고 대신 주스와 밀크음료 스포츠음료 등을 팔겠다는 것이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도 탄산음료를 식당이 아닌 자판기에서만 팔기로 했다고 한다.탄산음료에 다량 들어가는 설탕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서 '30여년 동안 코카콜라를 마셔 치아가 상했다'며 한 시민이 코카콜라사를 상대로 1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내 현재 공방이 진행중인 '콜라 재판'도 콜라가 충치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해줄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아무튼 탄산음료 제조회사가 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판매이지만 자제하는 상황에서 어떤 음료를 마실지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몫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28 23:02

[오목대] 지방분권 반대세력

전국을 균형발전하여 서울에 지워진 지나친 부담을 경감하고 갈수록 왜소해지는 지방을 살리겠다는 지방분권에 대한 반대세력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시의 의회건물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기도 도지사, 의회, 시장군수 등은 지역균형발전법을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고 반대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 국회는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에 대한 표결하였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서울에 있는 중요 대학의 여러 교수들도 지방분권이 연방제로 가자는 것이라거나, 또는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거나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는 지방분권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하는 많은 단체들이나 인물들도 있다. 가령, 서울의 한 인사는 총론적으로는 지방분권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지금 지방분권을 실시하면 지방이 토호세력들에 의해 접수되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분권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방의 공무원이 능력이 부족하고 지방의 시민단체들의 힘이 부족하여 토호세력들을 견제해 지방에서 제대로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는 현실론을 들고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지방분권을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핵심사업의 하나인 신행정수도건설특위안을 부결시켰다. 한나라당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자치단체의 조직과 정원, 인사권을 단체장에게 이양하는 한편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거나 지방으로 이양하고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자체로 통합하도록 하고, 지방의원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지방의회직 공무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당연히 해야할 것들이다. 말로만 하지말고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의 경우 지방의 개념을 삭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이 무엇을 성취하겠다는 것인가? 경기도와 서울에 다시 공공기관과 기업, 대학이 들어서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국가의 수도권으로 막대한 이익이 집중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의 일부를 지방으로 대우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수도이전을 무산되고, 서울과 경기도도 지방으로 규정하면, 지방분권 자체가 의미없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27 23:02

[오목대] 카드 '돌려막기'

엊그제 한 일간신문의 '시사만평'이 재미있다. '대한민국 2대재발 망신'이란 제목이 붙은 이 만평에서 'LG그룹 구본무회장이 레스토랑에서 LG카드로 결재하려다가 거절당하고 있다. '카드 도로 넣으시고 현찰줘유'-카운터에 앉은 계산원의 이 한마디가 LG카드의 현재 위기를 시니컬하게 묘사하고 있다.'플라스틱 머니'라고도 불리우는 신용카드는 그야말로 신용이 생명이다. 그런데 LG카드사가 자본금 위기로 신용이 말이 아니게됐다.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자 지난 주말부터 한 때 현금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였다. 재경부까지 거들고 나서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다지만 한 번 금이 간 신용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일듯 싶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다른 신용카드회사로까지 연쇄적으로 미칠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실제로 LG카드 사태이후 우리카드가 신용등급이 낮은 회원의 현금 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는등 카드사들의 한도축소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에게 한도축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당장 여러장의 카드를 갖고 '돌려막기'를 하던 회원들이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이미 카드 신용불량자가 3백50만명을 넘는다는게 금융당국의 집계다. 변제 능력이 없는 회원들의 구제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그 정도다. 그러니 요즘처럼 '카드사 위기'니 '현금 서비스 중단'이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뜨끔 뜨끔할 가난한 회원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아예 '돌려막기'조차 봉쇄되면 이판사판이니 '내 배 째라'고 드러누울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물론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카드사의 돈놀이에 '우선 쓰고 보자'고 덤벼 든 회원들의 무절제가 첫번째 원인이다. 이를 부추긴 카드사의 책임 또한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숨통을 터주고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경제에 다소 주름이 간다 하더라도 가난한 카드 회원들을 너무 옥죄는 방법으로 현재의 카드사 위기를 해결하러 들지는 말았으면 한다. 오죽하면 연 30%가 넘는 폭리인줄 안면서도 카드 이용에 매달리는 회원들이 그렇게 많을까. 미래학자 앨빈 토풀러가 이런 말을 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폐대신 플라스틱 머니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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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26 23:02

[오목대] 게임과학고 준공

컴퓨터내의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자게임은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는 필수 불가결의 오락이 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나홀로'즐기는 오락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사이버 광장에서 함께 즐기고 대화하는 글ㄹ벌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게임기가 21세기 홈인터테인먼트 시대의 중심이 되고 심지어 안방의 TV까지 전자오락기로 변모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할 정도다.우리나라는 이 게임산업에서 비교적 선두 그룹에 속한다. 세계 게임기 시장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닌텐토 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않게 프로그램이나 게임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게임 구단이 결성돼 있고 프로게이머만 2백명이 넘으며 특히 리니지 시리즈등 국내 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동남아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실제로 정부는 이런 게임산업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해 적극 육성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우리 전북의 경우도 영상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잇다. 그 일환으로 지난 주말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에 국내 최초로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가 준공된것은 경하할 일이다. 전북도가 영상산업의 중심축으로 완주 게임벨리 조성사업을 추진해온 결과물 중 하나인 것이다.이 학교에서는 앞으로 게임 분야에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해 디자인·프로그래밍·그래픽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게임 기획자나 설계·제작자를 길러내 한국 게임산업의 싱크탱크로 만들 계획이라 한다. 한마디로 빌케이츠처럼 이 학교만 졸업하고도 게임에 관한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영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게임산업은 프로그램을 짜거나 그래픽을 그리는 과정등을 자동화 할 수 없어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직약형산업이지만 단 한 게임만으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이런 산업을 전북에서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면 첨단 IT분야 개발에도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가질만 하다. 특히 돼에서도 비교적 오지라 할 수 있는 완주군 동상면이라는 지리적 여건이 앞으로 비슷한 여건에 처한 다른 지억 실업고등에게도 변환의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더욱 높인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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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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