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망언(妄言)
윗사람이나 웃어른의 나이를 말할 때는 예순한 살, 일흔한 살, 아흔한 살이라 하지 않고, 숫자 뒤에 세(歲)를 붙여 65세, 75세 등으로 표현하였다. 또 어른의 나이를 글로 적을 때는 존경이나 높인다는 뜻으로 흔히 별칭을 썼는데, 50세를 지천명, 60세를 이순, 70세를 고희, 그리고 80세를 팔순 등이 바로 그것이다.숫자 앞에 '망(望)'을 붙이기도 했다. 어른의 장수를 경축함과 동시에 더욱더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 들어 있다. 장수와 관련이 있는 표현으로, 51세를 망육, 61세를 망칠, 71세를 망팔, 81세를 망구 그리고 91세 망백 등으로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91세는 백세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만수무강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이러한 우리의 전통적 유교사회에서 사용되던 말과는 달리 나이의 별칭으로 흔히 쓰는 일본식 조어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가 백수(白壽)이다. 구태여 따지자면 99세, 즉 아흔아홉 살을 뜻한다. 여기서 '백(白)'은 '백'에서 '일'을 뺀 것으로, 한 살이 모자라는 99세의 의미이다.옛날에는 99세는 고사하고 70세까지만 살아도 아주 오래 산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99살까지 사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호칭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좀더 그럴싸한 표현을 찾는답시고 30세를 이립, 40세를 불혹 그리고 50세를 지천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방하여 99세를 별칭하는 말을 찾았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백수'이다.나이와 관련 있는 이와 같은 일본식 조어에는 백수 외에도 66세 미수(美壽), 77세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 등이 있다. 전통적 유교사회에 있는 별칭은 그런대로 무방하지만, 있지도 않은 표현을 그것도 일본어에서 억지로 끌어다 쓰는 것은 마땅치 않다.일제 강점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다. 아직도 청산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돌연 모대학의 명예교수가 한심한 헛소리를 늘어놓아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어이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