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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배상과 보상

노무현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일제치하에 저지른 죄악에 대해“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하며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절에 일제 피해자에 대한 개인 청구권 대신 국가가 그 금액을 포괄적으로 받아 국가가 사용한 것에 대해 잘못하였음을 인정하고 이들 개인에 대한 보상을 '일제피해보상민관공동위'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했다.일본은 배상을 하고 한국정부는 보상을 한다고 하였다. 배상은 범법자에 대해 피해를 물어내라는 것이고 보상은 범법과 관련없는 피해를 복구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일본은 일제 치하에 강제적으로 개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불법적인 피해이고 따라서 일본이 범법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일본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정부가 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은 범법행위라기 보다는 개인 피해자가 받아야할 것을 국가가 받아 그만큼 개인에게 보상해준다는 뜻이다.즉, 일본에게 배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통치하는 것과 그 과정이 불법적이었음을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개인의 피해청구권 대신 돈을 받은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뜻이다.한일협정 당시 일본은 한국에 대해 대일청구권 자금이라며 준 돈을 일제통치를 합법화하기 위해 ‘독립축하금’이라는 말을 사용하려 하였으나 한국의 반발로 '청구권'‘경제발전지원금’또는‘경제원조’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일제의 불법성에 대한 규정이 없이 넘어간 것이다. 현재도 일본은 일제의 한국강점의 과정에서 나타난 독도의 일본 편입을 무시하고 독도가 아예 처음부터 일본의 영토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배상 문제 외에도 일제하에 벌어진 일들을 제대로 밝혀내고, 한국인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 일본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과거의 문제가 제대로 밝혀지고 제대로 사과를 할 때 동아시아가 서로 마음을 열고 교류하면 동아시아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일본이다. 자신의 범법행위를 인정치 않고 계속 자신들이 잘했다고 우기면서 폐쇄적인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3.03 23:02

[오목대] 비자금(秘資金)

비자금(秘資金)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이 회계조작으로 생긴 부정한 돈을 세금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특별히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비자금은 통상 납품가격의 조작이나 접대비·기밀비 조작, 임금과 비용의 과다계상, 매출누락과 순이익 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조성되는데 그 숫법이 워낙 교묘해 웬만한 감사로는 그 전모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간혹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돕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정관계 로비를 위한 뇌물로 빠져나가 탈·불법의 온상이 되거나 지하경제를 조장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자금은 이처럼 각종 사회악을 양산해 국가발전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으나 거의가 사회지도층들이 연관돼있어 쉽사리 척결할 수가 없다.비자금이라고 하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사실 국민들은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자금이 무엇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비자금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천만원에서 몇억원 정도였으니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액수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자리도 자리지만 비자금 액수가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서있는 것조차 말로는 다할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 노씨는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대국민 사과문’을 들으면서 오히려 노씨보다 더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전씨는 또 어떠했는가.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차남 재용씨에게 증여한 비자금 40억원이 드러나자 “내 총재산은 29만1천원 밖에 없다”며 코미디 같은 진술을 해 국민들을 웃겼다. 부부는 함께 살면서 닮아간다고 이순자씨도 자신이 관리해오던 비자금 1백30억원이 들통나자 “친정살이 하면서 어렵게 모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주장해 국민들을 또 한번 웃겼다.4급이상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현황이 공개되면서 작은 소동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아내가 자녀위해 마련해 뒀던 비자금, 부모가 아들 몰래 숨겨논 노후자금, 남편이 용돈으로 감춰둔 비자금이 모두 밝혀져 가족간에 머쓱한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슨 비자금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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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3.02 23:02

[오목대] 국경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국경의 밤'이라는 유명한 시의 한 부분이다. 일제 강점기때 많은 우리 백성들은 만주에 가서 살았다. 강제로 이주되어 간 사람도 있었고, 독립 투쟁을 하기 위해 간 사람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돌아가기 어려운 조국을 그리워하였다. 바로 그러한 우리 민족의 참담한 현실과, 쫓기는 자, 소외된 자의 비극적 좌절을, 국경 지방 한겨울 밤의 삼엄하고 음울한 분위기라는 극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어떻게 보면 국경이란 말 자체가 뭔가 고통과 불안 그리고 통제와 제한을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국경은 국가 영토의 경계이다. 국가간에 고정된 국경이 생기게 된 것은 근대 주권국가가 성립되면서였고, 대략 17-18세기에 이르러 자연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한 오늘날의 국경선이 설정되기 시작하였다. 국경은 일반적으로 산맥, 하천, 호수 등의 자연적 지형이나 지구의 경도, 위도 등 인위적인 것을 이용하여 그어졌으며, 때로는 국가간의 조약체결을 통해 설정되었다.결국 영토는 토지로써 구성되는 국가영역인데 영토가 없으면 영해도 없고 영토나 영해가 없으면 영공도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영토의 경계가 국경인 것이다.국경의 설정문제를 둘러싸고 당사국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많은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티베트 국경을 둘러싼 중국과 인도의 분쟁, 중-소 국경분쟁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두만강의 경계와 관련하여 중국과 마찰이 있었고, 한말에 백두산정계비에 실린 내용 가운데 토문강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청나라와 의견대립도 있었다. 그런데 독도는 1953년부터 한국경비대가 상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기회있을 때마다 자국의 영토라며 매우 기분 나쁘게 주장하고 있다. 헛소리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둘 근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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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3.01 23:02

[오목대] 부동산 불패신화

옛 어른들이 자식을 가르칠 때 한결같이 돈을 벌면 땅에 묻으라고 했다. 그냥 돈으로 갖고 있으면 잃거나 쓰기가 쉽고, 그렇다고 이자놀이를 하면 주위의 평판이 나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땅에 묻어놓으면 쉽게 팔아쓸 수 없어 오래갈 뿐 아니라 그 땅에서 필요한 재화를 얻을 수 있고, 필경에는 땅값이 올라 재산을 불릴 수 있어 일거삼득이다. 말하자면 옛날부터 부동산투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권할 정도로 가장 확실한 이재수단이었던 것이다.그 ‘부동산 불패신화’는 오늘까지 이어져 부동의 재산증식 1번자리를 지키고 있다. 땅이 있어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복부인들의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돈이 좀 될 것 같은 부동산이라면 정신못차릴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쯤되면 누가 보아도 투자가 아니라 투기판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관련법만 위반하지 않으면 분명한 투기인데도 투기로 처벌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었네 하고 소문이 나면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투기판으로 몰려든다.부동산투기가 국가경제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재론할 여지조차 없다. 힘들이지 않고 큰돈을 번 한사람만 콧노래를 부를 뿐 나머지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주게 된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투자가 줄게 되고, 투자가 위축되면 일자리도 줄어 필연적으로 만성적인 침체국면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투기는 망국병으로까지 규정하고 정부가 나서 강력히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한데 우리나라가 좋은건지 어수룩한건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들의 지난 한해동안 재산병동사항을 공개한 결과 20명 가운데 무려 13명이나 부동산으로 재산을 크게 늘렸다고 한다. 그중에 두사람은 부동산투기를 책임지고 막아야 할 경제각료라니 어안이 벙벙하다.물론 고위공무원이라고 해서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각종 정보를 독점하는 현직에 있을 때 부동산으로 치부를 하는 것은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떳떳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투기만은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막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번것은 어쨌거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누구도 깰 수 없는 성역인 모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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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28 23:02

[오목대] 반성과 후회

염려했던 일이 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2차 발해 뗏목 탐사단이 ‘발해 2005호’에 몸을 싣고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출발해 일본 니이가타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항해를 시잔한 지 불과 9시간만에 만난 높이 5미터의 파도는 뗏목을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선실의 바닥이 부서지고 항해를 위한 식량과 장비 등이 유실되거나 손상되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지난 98년 장철수 대장을 비롯 모두 4명의 대원인 탄 ‘발해 1300호’가 25일 동안 발해인들이 거쳐온 물길을 따라 성공적으로 항해를 마쳤지만 갑자기 몰아닥친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던 과거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랄 수 있다.이번 항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다. 제목부터 ‘실패’라고 표현한 일부 언론에 대해서 다른 한 편에서는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는 반박이 드세다. 살펴 보건데 이들 두 의견에서 주목하는 사건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실패’ 또는 ‘좌절’이라 표현한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표현이란 주장이다.그런데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이미 1차 발해 뗏목 탐사단인 ‘발해 1300호’가 항해의 주목적으로 삼았던 조상들의 해상항로를 25일간에 거쳐서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또다시 실패한 것이나 좌절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실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또다른 사유는 뗏목이 허술했다거나 하필 바다의 파고가 높은 겨울을 택했다는 문제와 연습 한 번 안했다는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그런데 이러한 지적은 사실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파도에 휩쓸려 파손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뗏목이 허술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을 택한 지적은 옳지 못하다. 바람이 사계절 내내 한 방향으로 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을 기자가 계절을 탓할 때에는 다른 연유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 연습 역시 이들 대원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기간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믿는다.문제는 잘못된 경우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아주 위험하고 극한적인 탐험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었으면 더 좋았었을 것이란 점이다. 반성과 후회는 다르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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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26 23:02

[오목대] 졸업선물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 사회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본격적인 졸업시즌을 맞은 요즘 각급 학교의 졸업식 풍경도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색 졸업식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선배를 떠나 보내는 재학생이나 정들었던 선생님과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 모두가 석별의 아쉬움에 눈물바다를 이루던 것이 예전의 졸업식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노래자랑과 풍선날리기, 영상졸업식등 소위 축제형 졸업식으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 유래를 알 수 없는 밀가루 뒤집어씌우기 등의 이벤트도 벌어진다.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졸업식 장면이 떠오르는 중·장년층 이상 세대에게는 그저 생소할 따름이다.졸업식 풍경과 함께 달라진 것이 졸업선물이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행여 졸업장이 구겨질세라 졸업장을 말아서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원통이 졸업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나무나 두꺼운 종이로 만든 원통으로 겉에 벨벳등으로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 제품이 가격이 비쌌다. 사전이나 옥편, 사진앨범등도 당시 인기선물 이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70년대에는 만년필이 졸업선물의 대명사라 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필기구 사정이 열악했던 당시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던 셈이다.이어 80년대에는 기존의 태엽감는 시계를 대체하는 전자시계와 고급 운동화등이 인기가 있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미니카세트를 비롯 삐삐등의 전자제품이 졸업선물로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최신첨단전자제품이 졸업선물의 대종(大宗)으로 자리잡았다. MP3플레이어를 비롯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를 가장 받고 싶은 졸업선물로 선호하고 있다. 실제 상당수가 이같은 전자제품을 졸업기념으로 선물하고 있다. 이에따라 선물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은 30∼40만원대로 많아졌다.선물의 본질은 받는 사람의 기쁨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주는 사람의 따뜻하고 정성어린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오 헨리의 단편 ‘현자의 선물’에서 여주인공 아내가 아끼던 머리카락을 잘라서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빗을 사는 내용은 참으로 감동적이다.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다. 선물로 졸업을 축하해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하고 앞으로 세상을 바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덕담과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2.25 23:02

[오목대] 용역(用役)

전북발전연구원의 잘못된 보고서로 후폭풍이 계속 되고 있다. 전발연이 2004년 문예진흥기금이 지원된 예술분야 185개 사업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정리하여 1월 말 전라북도에 제출한 ‘2004년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평가보고서’가 대다수의 평가위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작성되었다. 따라서 보고서에 참여한 전문가의 수준, 보고서의 내용, 관련 예산 사용 등에 모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완주군이 실시한 콩쥐팥쥐 배경마을을 고증하는 용역에서도 콩쥐팥쥐 배경마을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도 콩쥐팥쥐의 배경마을로 고증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근거로 완주군은 이서면 앵곡리를 콩쥐팥쥐마을이라는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하였다.통계자료가 부실한 경우도 많다. 표본 수가 너무 적거나 또는 오차가 너무 많이 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축제의 방문객수도 뻥튀기 되어 그대로 보고서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방문객 1인이 사용한 돈을 곱하니 지평선축제에서처럼 900억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나타났다는 엉터리 보고서도 있다.개인이 행한 도의 한 학술 용역보고서를 보면 현장을 조사하여 정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인 논문들을 묶어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도뿐만 아니라 시군이 행한 각종 개발보고서를 관련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내용이 실현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실적인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용역을 제대로 발주해야 한다. 참여자가 관련된 영역의 전문가인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고 어떠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는지를 처음부터 자세하게 제출하도록 해야한다. 최종보고서가 계획서에 제시된 절차에 맞지 않을 경우 책임을 추궁하는 체제가 정착되어야 한다.또한 단체장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또는 도나 시군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급조되는 용역들은 지양해야 한다. 이들 보고서는 대개 단체장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자료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고서의 전문적인 작업에 알맞은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보고서가 제출되면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해야한다. 엉터리 용역만 줄어도 부실보고서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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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2.24 23:02

[오목대] 도박죄

세상만사 모두 트릿한 대목이 있긴 하지만 도박처럼 그 실체가 애매한 구석이 잇는 것도 드문 것 같다. 도박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여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상응한 노력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우연한 행운에 기대 불로소득을 하려고 하는 허황된 행위를 도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은 사람의 사행심을 자극,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하여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나라에서 어떤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고 액수가 큰 도박이라도 장려사항이 되는 것이다. 경마나 카지노 복권과 같은 도박이 대표적이다. 이같이 국가가 허가한 도박은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나 특정기관이 관리·운영하도록 법으로 뒷받침마저 해주고 있다. 게다가 사안이 비슷한 도박사건을 놓고도 법원의 판결이 오락가락하여 일반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경우가 도박죄에 해당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최근 서울 남부지법에서 억대의 ‘내기골프’를 한 피고인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리자 국민들 사이에 도박에 대한 법적 해석과 범위를 놓고 뜨거운 설절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 부는 판결문에서 “운동경기는 화투처럼 우연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기량이나 당사자의 육체적 정신적 조건에 의해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형법 제246조의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에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법조인들은 “실력이 결과의 주된 결정요소인 운동경기라 할지라도 우연이 조금이라도 개입됐고 경기 당사자가 승부에 돈을 걸었다면 도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운동경기라고 해서 도박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까운 판례도 작년 1월 서울고법이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게 도박혐의를 인정 유죄(집행유예)를 선고한 바가 있다.형법상 도박죄에 ‘우연’이라는 조건이 들어있다 해도 ‘재물’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우연의 경우가 크다 하더라도 돈이 걸리지 않으면 도박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까지는 골프가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터여서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인들끼리 고스톱쳤더라도 액수가 부담스러우면 도박죄로 처벌받는것이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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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23 23:02

[오목대] 교복

학생들이 입는 제복이 교복이다. 영어로는 유니폼이라 하여 동일한 형태의 옷을 말한다. 교복의 역사는 학교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예를 들면, 이튼 자켓, 이튼 칼라 등은 당초 영국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이튼학교의 교복에서 비롯되었으며, 아이비 스타일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 8개교로 이루어진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전통적인 교복에서 시작된 것이다.우리나라에서의 교복도 역시 근대교육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특히 구한말 일상복이 한복에서 양복으로 전환되는 과정속에서 도입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복은 이화학당 여학생들이 입은 다홍색 무명 치마저고리였고 최초로 양복을 교복으로 입은 학생들은 숙명여학교 여학생들로서 자주색 원피스를 입었다.일제 강점기와 해방후에도 학교마다 나름대로 하복과 동복의 옷감 및 색을 구분하여 교복을 착용하였다. 1970년 전후에는 중학교육의 평준화로 남학생의 경우 여름에는 회색 교복, 겨울에는 검정색의 교복을 입고, 짧은 머리에 둥근 학생모를 썼다. 당시 여학생은 여름에는 흰색 칼라 블라우스에 감색 스커트, 겨울에는 감색 상하복으로 통일되었다. 그러다가 1982년 국제화시대와 한국사회의 민주화 기운에 발맞추어 교복폐지라는 일대 전환기를 맞았으나, 사복착용으로 인한 사치성 조장과 생활지도상의 문제로 90년대부터 대부분의 학교가 다시 교복을 입고 있는 처지이다. 최근 교복값이 너무 비싸다하여 교복의 구매방식을 놓고 이해가 갈리고 있다. 이른바 자율구매와 공동구매가 그것이다. 공동구매가 갖는 절대적인 강점은 저렴한 교복가격이다. 하지만 공동구매는 입찰방식에 의한 지나친 저가격 때문에 자칫 교복디자인과 품질의 저하, A/S의 불편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동구매가 갖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힘없는 지방의 영세 교복업체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학교가 정한 일정한 규칙의 범위내에서 자신의 귀여운 자녀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는 학부모가 결정할 사안이다. 임의단체나 교복업자 심지어 학교당국마저도 함부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소비는 시장에 맡길 일이라는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2.22 23:02

[오목대] 오리발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의 건강에 좋다고 해서 요즘 오리고기가 인기 짱이다. 쇠고기 못지 않게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육류로는 보기 드물게 알카리성에 가까운 식품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클레스테롤 섭취를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일훈이 쓴 ‘신약본초’에도 오리고기는 몸 안에 쌓인 온갖 해독을 풀어주고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항생제와 소염제 역할까지 한다고 적고 있다. 보양 효과가 있어 정력에 좋다는 말은 양념으로 당연히 들어가 있다.한데 지금은 오리가 건강식으로 대접을 받고 있으나 옛날에는 오리보다 닭이 훨씬 귀했던 모양이다. 진실을 은폐하려고 엉뚱하게 딴전을 피울 때 우리는 곧잘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놓는다’는 속담을 갖다 댄다. 왜 비싼 닭 잡아먹고 값어치 없는 오리 잡아먹었다고 둘러대는냐는 핀잔이다. 오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불쾌할 노릇이다. 그러나 오리발도 긴요하게 써먹을 때가 있다. 5공청문회가 한창이던 80년대 후반, 고스톱판에서 5자와 2자·8자를 먹으면 게임에 져도 돈을 내지 않는 특혜를 누린 적이 있다. 또 죄를 지었을 때도 일단은 삽십육계 줄행랑이 최고고, 잡혔다 하면 요리조리 오리발을 내밀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정치인이나 경제인·공직자 할것 없이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만난 적이 없다, 만났으나 돈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돈은 받았으나 대가성이 없다”며 계속 오리발을 내놓지 않던가.세상 살다보면 별 이상한 일도 다 목격하게 된다. 3선의원에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위원장이요, 당 중앙위원회 의장 겸 상임운영위원인 정형근씨가 잠실의 한 호텔방에서 40대 유부녀와 장시간 함께 있다가 외부인에게 들켜 당황한 모습으로 나오던 광경이 TV카메라에 잡혀 방송이 됐다.안기부 수사국장 출신으로 평소 추오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데다 국민의 정부 시절 ‘DJ일등저격수’로 활약할 정도로 날카로운 대목이 있어 설마 정씨가 그렇게 어수룩할까 믿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그는 정씨였다. 물론 정씨는 해명자료를 통해 그 호텔방에 간 것은 오직 부탁했던 묵주를 받기 위해 간 것이다며 불륜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아직은 피해당사자가 없어 진실게임을 벌일 수도 없고 또 애꿎은 오리만 치사한 동물로 덤터기를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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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21 23:02

[오목대] 발해뗏목탐사

발해뗏목탐사를 위한 대장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200년 넘게 고구려보다 넓은 영토를 가졌던 발해왕국이 중국과 러시아 역사로 편입되고 우리 역사 기록에서도 홀대되는 현실에 대한 장대한 퍼포먼스인 것이다.방의천 대장, 이영재, 황기수, 연정남 대원 등 4명으로 구성된 탐사단을 태운 뗏목이 강원도 거진항을 출발, 러시아 자비노항에 입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런 발해뗏목탐사단의 소식을 들으며 1차 탐사단이랄 수 있는 발해 1300호 뗏목탐사가 떠올랐다.1차 탐사단은 지난 1997년 12월 31일 러시아 블라디스보스톡을 떠나 25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지만 일본 오끼섬 부근에서 좌초, 장철수 대장을 포함 4명의 탐사단이 모두 숨진 바 있다. 당시 ‘구난 요청은 필요 없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무사도착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마지막 교신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이 이름 붙인 뗏목 이름 ‘발해1300’은 698년 고구려 후예인 대조영이 만주·연해주 땅에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를 세운 지 1천 3백년이 되었음을 기념한 것이다.가슴 아픈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만한 지금 2차 뗏목탐사단이 출항한다는 소식을 감회를 새롭게 한다. 그런데 2차 탐사라고는 하지만 1차 탐사와는 다른 점이 많다. 1차 탐사때 예산이 5천여 만원,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장철수 대장은 자신의 집을 팔아야 했지만 이번 탐사단은 5억여 원의 예산으로 탐사를 준비했다.돛에 그린 그림 역시 비교대상이다. 1차에는 도깨비를 닮은 문양으로 치우(蚩尤)장군의 얼굴을 앞돛에 그렸다. 치우는 발해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전설적 인물이다. 2차는 설치작가 최병수씨의 ‘새벽’이란 그림이 걸렸다. 한반도의 허리 부분에 빗장이 있고 열쇠구멍이 하나는 바르게 다른 하나는 거꾸로 그려져 있는 모습이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그 ‘열쇠’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탐사에 위성전화를 사용한다는 소식에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금할 길 없다. 1차가 ‘아마추어 무선’즉 햄(HAM)을 이용해서 많은 무선사들과 교신하고 그 내용을 다른 무선사들도 경청할 수 있었던 ‘공개적인’탐사였다. 그러나 이번 탐사는 개인전화를 통한 ‘비공개 ’탐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하지만 이들이 무사항해만 할 수 있다면 그런 바람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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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9 23:02

[오목대] 술 건강증진 부담금

‘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는 마리 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인간이 술을 즐겨왔다는 얘기다. 인간이 술을 이처럼 즐겨온 것은 술은 마신 사람이 원하는 감정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작용의 유연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반가운 상대와의 만남에서 빠질 수 없는게 ‘술 한잔’이다.술에 대한 예찬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이백(李白)이나 두보 등 문인들의 경우 술은 자연과 함께 하는 벗이였다. 특히 흥과 정(情)이 많은 우리 민족은 술에 있어서 만큼은 아직까지도 관대한 편이다. 웬만한 주사(酒邪)는 눈감아 준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폭탄주가 탄생한 배경도 이러핝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세상 만사가 지나치면 결코 좋을 리가 없다. 술에 대한 예찬 만큼이나 술의 폐해를 지적하는 경구 역시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불경의 구절에서 부터 ‘술은 잘마시면 약이요, 잘못마시면 독(毒)’이라는 말들이 술의 중독성 내지 내성(耐性)을 경계하는 충고다.최근 우리지역 부안·고창출신 김춘진의원이 담배에 이어 술에도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자 이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의원은 음주폐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인 15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술에 건강증징부담금을 매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조성한 기금을 알코올 중독자 치료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충당하자는 발상이다.이 법안이 김의원의 계획대로 입법이 순조로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법안의 통과여부를 떠나 세계 최고수준의 술 소비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또 다른 간접세 부과로 서민 부담이 더 늘어나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성 싶다. 실제 지난 연말 담배에 대한 건강부담금 추가부과로 담뱃값이 20∼30% 올랐지만 이 때문에 금연자가 늘었다는 통계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음주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조세수입확보 중심의 시책보다는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음주허용연령 책정, 음주운전 처벌강화, 술광고 제한 등 적절한 사회정책부터 먼저 고려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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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8 23:02

[오목대] 공공개발사업

새만금 판결이나 천성산 고속철 관통공사의 재검토 등은 앞으로 국책사업이나 도 또는 시군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국가나 자치단체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사업을 결정해도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반발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전북처럼 낙후한 곳이나 낙후한 시군들은 보통 국가사업이나 또는 도의 사업을 유치하는 것을 최대한의 목표로 삼고 있다. 별다른 자본과 기업이 없고 스스로의 투자를 통해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사업의 유치나 실시는 대단한 업적으로 통한다.그러나 국가나 지자체의 개발사업들은 허점투성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들의 여론과 동의를 받아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항시 자치단체장 등의 소수가 결정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대고 또는 효율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공론화를 통한 주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부실하지만 사업의 타당성 검토도 더욱 부실하다. 대체로 장밋빛 미래만 제시된다.수조나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효과가 부실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기업체라면 그런 기업체는 벌써 파산당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은 국민으로부터 다시 세금을 거둬 사업할 수 있다. 그만큼 책임감이 부족하다. 따라서 공공개발사업을 보는 주민들의 생각에는 장밋빛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면서도 왠지 불안하다. 또 무언가 잘못될 수도 있으리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사업의 입안에서부터 결정 및 진행에 이르기까지 주민과 전문가들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검토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시간을 요한다. 선진국들의 사업속도는 우리에 비하면 아주 느리다. 대체로 타당성검토에서 주민여론수렴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공개발사업은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할 뿐만 아니라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다. 타당성검토와 여론수렴은 대체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업은 이제 갈수록 여론을 분열시키고 사업의 지체나 변경을 자주 일으켜 우리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타당성을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을 천성산 문제나 새만금 문제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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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7 23:02

[오목대] 모호한 법조문

재작년 극장가를 강타했던 코미디 사극 ‘황산벌’은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감성적으로 대비시켜 재미를 톡톡히 본 영화다. 시도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사투리에 관객들은 포복절도를 하면서 전쟁장면 못지 않은 사투리 전쟁에 묘한 전율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이 영화 한 편에 양쪽 지방의 어지간한 사투리는 모두 선을 뵜는데 그중에서도 말의 뜻이 아리송한 ‘거시기’가 단연 압권이었다.의자왕이 계백장군에거 ‘거시기 해불어’라는 전투명령을 내리면서 시작되는 황산벌 전투는 수많은 뜻의 거시기가 수없이 등장한다. 그때마다 관객들은 나름대로 거시기의 뜻을 해석하며 배꼽을 잡았다. 특히 계백이 작전회의를 하면서 “우리의 전략적인 거시기는 머시기할 때까지 갑옷을 거시기 한다”고 지시하는 대목은 거시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신라 김유신이 ‘암호해독관’까지 동원하여 그 뜻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에 결국 포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정부가 개념이 애매한 법조문을 뜯어고쳐 그 내용을 구체화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선량한 풍속’, ‘공공의 안전’‘중대한 사유’‘상당한 이유’와 같이 뜻이 명확치 않아 자의적인 해석의 소지가 있는 법령이 이에 해당된다. 예컨대 ‘현저히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채취의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골재채취법)’‘전염병에 걸렸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가축은 살(殺)처분을 명해야 한다’(가축전염병예방법)는 조항 등이 정비 대상이다.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처럼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국민들이 당한 고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마저 든다. 행정기관에 인허가 서류를 내본 민원인 중에는 입에서 쓴물이 나올 만큼 지긋지긋한 경험을 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포괄적인 법조문으로 한번 곤혹을 치르고 거미줄 같은 관련 법규에 또 한번 치를 떨어야 한다.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다. 한데 이상한 것은 담당자와 거시기가 통하면 안될 것 같은 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행정기관에 일정한 재량권을 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재량권을 부여하면 재량권 남용이나 공직부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부정한 거시기가 오고 가지 않도록 거시기한 법조문은 이참에 모두 거시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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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6 23:02

[오목대] 독감

세계보건기구는 작년말부터 올 초까지 적도 북반구에서 3종의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발표하는 것이지만 독감예방백신주사를 맞지 못한 사람들은 은근히 걱정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독감은 겨울과 이른 봄에 유행하며, 주고 10년마다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독감은 몬 전체가 아픈 전염성이 강한 감기이다. 독감과 감기가 어떻게 다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감기는 증상이 가볍고 독감은 증상이 무겁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감기의 형님정도가 독감인 셈이다.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를 죽이는 완치약은 없다. 따라서 일반적인 빨리 낫게 하는 약을 쓸 뿐이다. 독감에 걸려 병원에 가게되면 의사들이 항상 내리는 처방전이 있다. "휴식을 취하세요. 금연하세요. 물이나 쥬스같은 음료를 충분히 드십시요. 과음하지 마세요. 그리고 따뜻한 소금물로 자주 양치질 하세요"감기는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으로 전염되어 생기는 일종의 돌림병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자신의 콧물, 침, 눈물 등을 손에 묻힌 후 다른 사람들과 공용하는 전화, 문고리, 엘리베이터 버튼 등으로 옮기고, 이곳을 만진 다른 분들이 다시 자신의 눈, 코, 입의 점막에다 바이러스를 심어주는 것이 주요 전염경로이다. 그러므로 손을 자주 씻고 양치질을 자주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고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세계보건기구의 말처럼 독감이 주기를 가지고 유행하는 지는 모르지만 정말 경고에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감기나 독감만큼이나 유행과 전염성이 강한 단어로 혁신과 클러스터가 등장했다. 걸핏하면 집중과 선택을 거론하면서 혁신과 클러스터라는 말이 대유행을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용어를 내놓고서 뭔가 변화를 시도해왔다. 그런데 이 모두가 국민들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제발 혁신과 클러스터가 감기나 독감처럼 일시적인 바이러스성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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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5 23:02

[오목대] 용서(容恕)

자칭 ‘박중령’별명은 ‘반달곰’폭행에 잠안재우기는 기본이고 관절빼기에다 물고문 전기고문 칠성판고문까지 고문이라는 고문은 못하는 것이 없는 고문기술자 이근안(66·전 경기도경대공분실장). 그의 고문기술이 얼마나 교묘하고 악랄했으면 남영동(서울) 대공분실에 잡혀간 민주투사들이 ‘이근안’이라는 이름 석자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했겠는가.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58)과 이씨의 악연은 지난 1985년 대공분실 취조실에서 시작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회(민청연) 의장이었던 김 장관은 집시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 이씨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된다. 속옷만 입힌 채 무릎을 꿇린 것은 다반사고 담요에 둘둘말아 물고문을 하는 등 20여일 동안 11차례나 혹독한 고문에 시달린 것이다.김 장관이 80년대 재야민주화운동의 표상이었으니 고문의 강도야 물어서 무엇하랴. 대공분실에서 풀려난 후 석달 반 동안 걸음을 제대로 못 걸었고, 대법원도 이같은 고문 사실을 인정해 ‘국가가 4천5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1994년 10월)는 판결을 내렸을 정도니 이씨의 악독한 고문수법이야 보지 않았어도 미뤄 짐작이 간다.한데 세상 참 개떡같은 구석도 있다. 국가권력이 허가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민주투사를 조진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에서부터 청룡봉사상까지 상이라는 상은 모조리 휩쓸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하늘이 무심치 않아 독재권력은 종말을 고하고 이씨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11년 동안이나 도피생활을 하던 이씨는 결국 자수를 하여 7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여주교도소에서 죄값을 치르고 있다.김 장관이 20년 전 자신을 모질게 고문했던 이씨를 면회하고 ‘용서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면회 전날 만감이 교차해서인지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이씨가 자수했을 당시만 해도 김 장관은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용서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군사독재의 하수인으로서 국민을 모독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은 적절치가 않다”고 말한 바 있다.악연의 끈을 끊어버린 김장관의 용서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용서하라. 남도 용서하고 나도 용서하라. 그래야 업장이 소멸될 것이다.”백번을 들어도 지당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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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4 23:02

[오목대] 대화의 불문율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전파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과 대화한다. 그런데 상대방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전제로 하는 이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대화내용이 있다. 금전적인 이익을 위한 대화와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대화는 금하도록 되어 있다.사람을 접하게 되면 나누게 되는 대화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전후해서 좀 더 각별해진다. 그동안 못 만났던 일가친지들과 밤이 새는 줄 모르고 그 동안의 이야기를 쏟아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꼭 궂은 일이 더불어 오기 마련이다.경찰이 특별 방범활동을 벌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살인, 강도, 강간, 폭력, 절도 등 5대 범죄는 총 1만3천354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범죄건수 1만7천563건에 비해 24% 줄어든 것이다. 교통사고는 연휴기간(7∼10일) 총 1천758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교통사고 사망자(34명)와 부상자(2천113명)도 각각 35%, 61% 감소했다고 한다.이런 숫자들을 접하면서 적게 죽거나 다친다 해도 2천여 명이 넘는 것이 운명인데도 그리도 고향을 찾아 떠나고 싶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우리 민족이 참 유별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리고 설연휴 사건사고 중에서 화젯거리가 된 엽총살인사건이 재산관련 갈등이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앞서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금기사항이 연상되었다. 금전적인 갈등이 어찌 설날에만 유난할까마는 서로의 만남이 그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지만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종교적인 문제 역시 이번 민족의 절기에 서로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와 더불어 종교적인 문제는 신념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어서 다른 이들이 함부로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성정(性情)은 살가움이 지나쳐서 다른 이들의 신념에까지 그 간섭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타인의 울타리를 넘는 이러한 행위들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끝이 나기 마련이다.이런 속성상 설연휴 뿐아니라 평상시 대화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한 금해야 할 불문율(不文律)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행동강령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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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2 23:02

[오목대] 소나무재선충

소나무처럼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무는 없다. 우리의 선조들은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소나무와 함께 살았다. 솔가지를 꽂은 금줄로 새 생명의 탄생을 이웃에 알렸고, 죽을 때는 관재(棺材)로 소나무를 이용했다. 궁궐이나 서민들의 집을 짓는 목재도 소나무 였고, 솔잎이나 송진은 물론 말라죽은 솔가지는 땔감으로 썼다. 송화가루로는 과자를 만들어 먹었고, 송순으로는 술을 빚었다.선비들도 거처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함께 심어 그 절개와 충절및 기상을 사시사철 즐겼다.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대나무같이 곧은 졸개를 뜻하는 송죽지절(松竹之節)은 바로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강인한 생명력까지 곁들여 소나무를 우리의 민족수(民族樹)라고 부르는 것이다.특별한 대접을 받는 소나무도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소나무가 천연기념물 제 103호인 충북 보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이다. 1464년 세조가 이곳을 행차할때 어가가 가지에 걸리자 나무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가마를 지나가게 했고 이에 감탄한 세조가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는 것이다.한때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이 땅의 소나무숲은 솔잎혹파리를 비롯한 해충및 산불과 수종갱신등으로 현재는 39%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사이 소나무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나무숲이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선충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병해충보다 소나무에 치명적이다. 길이 1mm 남짓한 이 재선충은 소나무 조직속에서 급격하게 증식해 수액의 통로를 막고 독소를 분비하는데 일단 이 과정이 시작된 소나무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때 전국을 휩쓸었던 솔잎혹파리에 의한 고사율이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소나무 에이즈’라는 말도 과장이 아닐 정도이다.지난 1988년 부산 동래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이 그뒤 10여년동안 그리 빠르게 번지지 않다가 2001년부터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에 경북포항까지 북상해 산림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방제특별법을 제정하고 50만원의 신고보상금까지 지급할 정도로 확산을 막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자칫 우리의 푸른 국토를 완전 황폐화시킬 우려가 높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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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11 23:02

[오목대] 표현의 자유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건국헌법에 처음으로 자유라는 말이 쓰인 자유당 시절, 남의 코앞에다 주먹을 들이대고는 ‘안때렸으니까 내 자유’라고 농(弄)짓거리를 하던 적이 있다. 상대방이야 위협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든 말든 직접 때리지 않았으니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심보다. 느닷없이 자유라는 것을 맛보니까 모든 것을 내맘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줄 알았지 남의 자유는 전혀 개의치 않은 무지의 소치에서 나온 농담이 아닌가 싶다.헌법에 보장된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표현의 자유 포함)와 종교의 자유·양심의 자유·학문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헌법이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어느 한 쪽에만 무한정으로 특별히 보장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자유가 됐든 자유에는 누리는 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법이고, 만약 남의 자유와 충돌을 빚을 때는 법의 판단을 받을 수 밖에 없다.서울고법은 지난해 인터넷상에 주관적 목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실은 안티사이트를 폐쇄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나 타인의 명예나 신용도 보호 받아야 할 중요한 권리”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 또한 지난해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가 맞설때는 병역의 의무가 우선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한 피고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도 대다수 대법관은 “양심의 자유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케하고, 다른 헌법적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일 하루를 담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앞뒤 3개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려 ‘표현의 자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영화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예술창작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편견이 작용한탓”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회 일각에서는 “아무리 영화가 허구라지만 관객들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며 “고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더니 이래저래 사람사는 곳은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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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2.07 23:02

[오목대] 방송인의 전문성

‘남의 떡이 크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제 가진 것보다 남 가진 것이 좋아 보인다는 말이다. 하기는 수중에 넣은 것이야 그 가치를 따질 필요조차 없다. 언제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의 가치를 저울질해 볼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남의 물건이 당연히 좋아 보일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우리네 보편적인 성정(性情)아닌가 싶다.하지만 시간에 쫓겨 바삐 출발하려는 시내버스를 붙잡고, ‘이 차 어디 갑니까’하고 물어 보는 사람의 심사는 헤아리기 어렵다. 내 속내는 당신 알 바 아니고 당신 속내는 내가 좀 알아야 되겠다는 심사쯤 되지 않나 싶다. 이쯤 되면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아니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익숙해진 사람이다.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뚱뚱한 아나운서는 프로근성이 없다고 무질러 이야기하는 게 당연할 게다. 물론 기대대로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나운서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그에 덧붙여서 몸매까지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살기 어렵다. 당연지사 조금씩은 아쉽고 부족한 면을 안고 살아간다. 이번에 화제가 된 아나운서의 몸매 역시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쉬운 점일 수도 있지만 한국적 전통에서 보면 복스러운 맏며느리감이다. 사실 아나운서 한 사람을두고 그의 직업적 자질과 상관 없는 일로 논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다.아나운서란 직업에서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그들의 목소리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프로다움이란 몸매가 아니라 정확한 한국 발음과 억양 그리고 품위 있는 표현 등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에 역겨운 음색 등 아나운서로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특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건강치 못한 성대(聲帶)를 가진 방송인들이다. 성대결절 등으로 쉰 목소리를 내거나 발음 자체가 너무 빠르거나 콧소리가 너무 지나치게 섞이는 등 보편적이지 않은 음색과 발음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문제가 있다.시민들은 가냘픈 몸매보다 건강한 발음과 편안하고 포근한 음색에 관심을 두는 방송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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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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