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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世代갈등

대대적인 불법 정치자금수사로 정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각 당이 정치개혁과 인적쇄신을 화두로 세대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와 '당 쇄신모임'을 중심으로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 과거에 인권탄압 경력이 있는 자, 여론조사 결과 등을 물갈이 기준으로 제시하고, 중진들과 일전불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도 당 정체성 확립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소장파들이 전면에 나서 "개혁을 거부하는 일부 당 중진들의 퇴진을 정식으로 촉구한다”며 "퇴로를 열어줄때 용퇴하지 않으면 조만간 실명을 밝히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또 열린우리당도 당 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신·구세대가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들은 공개적으로 당 의장 직선을 요구하며 "직선제가 관철되지 않으면 비상한 결심을 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고, 당 지도부는 "돈 많이 드는 직선을 꼭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차하면 소장파와 중진간에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각 당의 신·구세대간 입장 차이는 겉으로 보면 세대간 갈등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느냐'는 주도권 싸움, 즉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인류 최고(最古)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도 '요즘 신세대는 버릇이 없다'고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말을 바꾸면 세대갈등이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세대차이란 것이 요즘와서 부쩍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많은 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환경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화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5천년간 일어났던 변화보다 최근 50년간 일어난 변화가 더 크다할 정도로 급진적 변혁기를 맞고 있다. 그만큼 세대차이도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대일수록 세대간의 폭넓은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 신세대의 열정과 구세대의 지혜를 양축으로 하는 수레바퀴를 돌려, 한차원 높은 에너지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세대교체'만 부르짖다가는 '세대차이'만 확인하고, '세대갈등'을 빚다가 '세대충돌'을 일으켜 공멸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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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24 23:02

[오목대] 瞑眩 현상

'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는 옛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기능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사람의 일에 대한 능력과 그 문제점을 지적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고 앞 부분만을 인용하곤 한다. 하지만 '반풍수'까지 나오게 되면 한 가지 뜻이 더 추가된다. '선무당'이야 개인적인 위해(危害)를 가하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반풍수'는 피해의 정도가 개인을 넘어서 집안 전체에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말을 달리 풀면 '모르거든 가만히나 있지'정도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처럼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이 일을 추스리게 되면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그 폐해가 주변에까지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말은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일의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하지만 이런 교훈적인 말이 어느 상황에서나 투명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모르는 게 약이다'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공존하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앞서의 옛 말과 상반되는 듯한 현상 하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명현(瞑眩)'이라는 현상이 바로 그 것인데 '한의학상의 현상으로 복약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반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약을 복용한 후 병기운이 더 심해질 때 흔히들 '명현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현상은 치료를 잘 못한 경우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문제는 우리의 일상사 가운데 앞서 이야기한 '선무당이나 반풍수'인지 아니면 치유의 과정 중에서 나타나는 '명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엊그제 부안에서는 또다시 큰 일이 터진 모양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란'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모양이다. 보건소와 청소년문화관 그리고 청소 차량과 응급차량 등이 불에 타거나 습격을 당할 정도이니 말이다.그런데 이런 상황을 일부에서는 '명현 현상'정도로 가볍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태도인데 바해 다른 일각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식이다. 이런 부안의 상황은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심각한 사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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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22 23:02

[오목대] 게임과학高

한때 기능인력 양성의 산실로 각광을 받았던 실업고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처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학을 나와야 대접을 바든 사회 전반의 학력주의와 그에 따른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외부요인으로 들 수 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학교 시설과 여건의 미비와 함께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을 지적할 수 있다.실제 지난 96년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이 발표된 이후 시행된 '통합형 고교 지정''실업교육 육성방안'등의 정책은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실업고에서 전문대로 옮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96년에 10%내외였던 전국 실업고 출신의 대학진학률이 97년 30%, 올해는 50%를 웃돌 정도로 실업고 출신의 대학진학이 일상화 돼버렸다.이처럼 위기를 맞은 실업고의 대안적 역할과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위해 지난 98년부터 도입된 학교가 특성화고교다. 기존의 실업고가 이름을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애니메이션고, 조리과학고, 관광고 등 지정 목적에 맞게 신설한 학교도 8개교나 된다. 현재 특성화고교로 지정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모두 61개교에 이른다. 전체 실업고 7백43개교의 8·2%에 해당된다. 도내에도 남원의 경마축산고등 7개교가 지정됐다.일반 실업고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지만 특성화고교는 선호학교나 학과를 중심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쟁률이 높은 것은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춰 진로를 개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외에도 2005학년도 수능부터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되는등 대학진학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특정화고교의 높은 관심에 때맞춰 도내에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게임과학고가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내일 건물 준공식을 갖는다.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 주변에 자리한 게임고는 게임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게임 그래픽, 게임제작등 첨단 IT전문교육이 교과과정으로 계획되어 있다. 한 학년에 2학급 50명을 선발했다. 체계적인 영재교육으로 게임 전문인력이 양성되면 전주를 영상산업도시로 육성하려는 전북도의 계획에도 큰 도움이 예상된다.게임산업은 21세기 대중문화산업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영화산업의 규모를 능가하고 있다. 완주 게임과학고가 국내 게임산업의 메카로, 또 전주 영상산업의 인재산실로 떠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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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21 23:02

[오목대] 정당의 정체성과 진로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과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이 18일 전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8일 실시되는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은 조순형, 추미애 의원의 양자 구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지금은 분당 사태로 인해 초래된 위기를 극복하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반쪽만 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구세력으로 전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위기감이 드러나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내년 1월이나 2월에 행해질 당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원기 공동의장이 당의장 간선제를 주장하자,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은 당의장 직선제는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압도적 다수로 이미 결정되었다며 김원기 의장을 비판했다. 우리당도 조금만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치열한 싸움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우리당이 위기국면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찾느라 내부 논란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권과 당의 노선 및 진로 등을 둘러싼 투쟁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정치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당노선 싸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당 부분 세대 대결의 양상도 같이 띠고 있다는 것이다. 4-50대의 의원들이 60대와 겨루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IMF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여 왔고 아직 변화의 방향타를 잡지 못해 이의 방향을 둘러싸고 세대적 경험이 다른 집단들이 겨루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우리당 못지 않게 한나라당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도 세대 대결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나이를 들먹이며 특정 나이 이상은 물러나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여당에서 야당까지 모두 새로운 정체성과 방향을 찾아야했던 적이 한국정치사에 드물었다. 앞으로 1년 사이에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드러나고 이를 선도하는 노선과 지도자를 갖춘 정당이 그렇지 못한 정당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당의 혼란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각 정당이 국민의 입장에서 풀어 가면 문제가 보다 쉽게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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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20 23:02

[오목대] 폭로 백일장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요즘 한나라당 행태를 놓고 이 말을 떠올리면 일응 수긍이 간다. 민주당 비위 맞춰가며 공들여 노무현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을 통과시켜 놓으니까 대통령이 '거부권 운운'하고 나섰다. 법무부장관도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거야 한나라당 입장에서보면 무장해제 하란 요구나 다름없다. 그러니 다음에 쓸수있는 카드는 무엇이겠는가. 전가의 보도처럼 빼어들수있는 것이 폭로전술 아닐 것인가.예고(?)했더대로 한나라당이 노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전면 폭로전에 나선 느낌이다. 이성헌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엊그제 국회 예결위에서 구속된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그룹과 모 종교단체 관련 기업등에서 모두 9백억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대검이 최씨의 부인 추모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이게 사실이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돼지저금통 모금'의 순수성에 반했던 나이브한 노대통령 지지자들에겐 엄청난 충격이다. 같은날 '열린 우리당'이 발표한 대선자금이 1백28억원선인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너무 놀랄 일은 아닐듯 싶다. 당장 검찰이 특검을 밀어 붙이려는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쐐기를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당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악용한 무차별 폭로전에 나섰다'고 반박하고 있다.그러나 그게 그리 간단해 보이지만은 않다. 이성헌의원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증거들을 제시할 것이고 또다른 제2·제3의 폭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단언 하건대 이 폭로전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에 따라서는 확대 재생산 가능성이 더 크다. 국민들은 지난해 민주당 이낙연대변인이 지적한대로 '추리소설의 백일장'을 또다시 지루하게 보고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아무리 역지사지라도 요즘 한나라당의 행태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불법 대선자금의 꼬리를 먼저 잡힌것은 그 쪽 아닌가. 이회창씨와 최병렬대표가 국민에게 사죄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검찰수사에는 비협조적이면서 'X묻은 개가 겨묻은 개'나무라는 격으로 큰소리만 친대서야 국민들이 받아 들이겠는가. 다 그만두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저질 정치코미디만이라도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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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9 23:02

[오목대] '長今이 키우기'

충남 홍성의 용봉산 자락 관광단지 한 식당에 '세상에서 두번째로 맛있는 집'이란 길다란 문구의 간판이 걸려있다. 그 식당의 상호(商號)다. 7순의 육덕좋은 그 식당 안주인의 설명이 그렇듯 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다. 어릴적 어머니가 해 준 음식보다 맛있는게 어디 있나. 어머니의 손끝 다음으로 맛있게 해줄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식당이다. 그러니 두번째 맛있는 집 아닌가'-그러나 그 할머니의 자신감 넘치는 솜씨자랑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맛있다고 느껴진 요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식당간판의 특이함과 어머니 음식맛에 대한 아련한 추억의 되새김을 빼고는….요리 전문가들은 요리의 비법은 '맛의 기억'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할머니, 어머니 세대를 거치며 이어져 내려온 맛의 기억들을 옹축해 낸 것이 바로 요리라는 것이다. 어느 집안이든 그 집만의 독특한 음식맛이 전해져 내려 오는것도 이런 안주인들의 손끝, 혀끝 정성이 온존히 전수되기 때문이다. 탤런트 김혜자씨가 어느 식품광고에 출연해 '그래 바로 이 맛이야'하고 감탄하는 그 맛,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 음식맛인 것이다.요즘 조선조 궁중음식을 다룬 대장금(大長今)이란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새삼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다. 궁중요리 강좌가 개설되는가 하면 전문음식점이 호황을 누리고 심지어 요리가 컴퓨터 게임으로 등장할 정도라는 것이다. 하기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 임금님 수랏상에 오르는 갖가지 진귀한 음식들은 호기심반 부러움반의 경이(驚異)로 다가서리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하긴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에게 까지도 음식맛 복고풍(復古風)을 자극할 정도니까.때맞춰 전주시가 '맛의 고장'의 명성에 맞게 전통요리 장인으로 '장금이 키우기'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비빔밥과 한정식등 전통음식 조리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기능인들을 발굴 육성해 '맛의 고장'의 명예를 지켜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전주지역 전통·모범음식점 1백50여곳을 선정해 자료화한 후 인터넷등에 옮겨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리기로 했다한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도, 먹는 사람의 입맛도 끼어들 틈이 없는 패스트푸드대신 우리 전통 음식의 참맛과 조리비법등을 되찾는 일은 의미가 크다. 그일환으로 '장금이 키우기'사업같은 아이디어를 낸것도 지자체의 또다른 경쟁력중 하나다. 기대를 걸만 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18 23:02

[오목대] 취업 갈등

중앙 메이저신문인 동아일보가 대졸사업 취업전선에서 지뱅다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취업을 준비중인 연세대 4학년생과 올해 전북대 졸업생을 섭외해 대기업 계열사 8곳에 입사원서를 넣게 하고 결과를 지켜본 것이다. 취업체험에 참가한 두 학생은 대학만 다를 뿐 전공이 같고 학점 평균과 토익성적이 모두 비슷했다. 대학입시때 수능성적 또한 엇비슷했으며, 군 경력도 두 사람 다 육군 병장 출신으로 똑같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연세대생은 한자능력 3급 자격증이 있고, 전북대 졸업생은 독일어와 일본어가 가능하다는 차이만 있었다.그러나 결과는 형편없이 달랐다. 연세대생은 5개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아 62.5%의 높은 통과율을 보인 반면, 전북대 졸업생은 8개사 모두 서류전형 통과에 실패해 본격적으로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그도안 지방대 졸업생들이 줄기차게 하소연해 온 기업들의 '지방대학 푸대접'이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한데 석달 가뭄에 한줄기 소나기 만큼이나 시원한 소식이 취업전선을 헤매다 지친 지방대 출신자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광주와 대전·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 연고를 둔 중견기업들이 최근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을 기피하는 '역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38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대전 계룡건설은 86.8%인 33명을 지방대 출신자로 채용했으며, 부산의 주류생산업체인 대선주조와 유가공업체인 (주)비락도 각각 12명과 35명의 신입사원 전체를 영남권 대학 출신자로 뽑았다. 또 광주의 대형 건설업체들도 대부분 광주·전남권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이같은 서울의 지방 차별, 지방의 서울 역차별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서울과 지방이 취업 갈등을 빚고, 또 취업 때문에 많은 구직자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두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질 것이다. 더 늦기전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말로만 '열린 인재등용'을 외치는 기업들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대학을 어디서 다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사람은 절대 참된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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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7 23:02

[오목대] 다수결의 조건

다수결(多數決)은 다음과 같은 조건 아래서 의미가 있다. 첫째 과학적 지식이나 개념 등에는 적용할 수 없다. 둘째 모든 개인은 동등하다. 셋째 모든 개인은 자율적이어야 한다. 넷째 상대적 가치를 대상으로 한다.다수결의 조건은 고매한 인격의 수양자나 고도의 지식을 가진 지식인이라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입 논술의 한 켠에 자리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된 내용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그런데 이렇게 오래 사용하다 보니 우리는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내용이 마치 절대적인 가치인 양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한다. 사실은 상대적인 가치판단의 한 결과일 뿐인데도 말이다. 만약 소수이기는 하지만 정당하고 올바른 의견이 배척된다면, 다수결의 원칙은 오직 숫자에만 의존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나 '다수의 횡포'로 전락하게 된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판에는 '여소야대'란 말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다. 아마 처음 그리 되었을 때에는 국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소야대'가 일상사가 되어 버렸고 급기야는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숫적 우위를 갖게 되었다.이런 '여소야대'는 지난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소위 '발목잡기'의 양태를 통해서 다수결의 역기능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대선은 아마도 세계 정치사에도 길이 남을 희한한 선거로 기억된다.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뽑아 놓고도 지원은 커녕 오히려 사퇴 압력을 가하는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 다수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이다.문제는 이런 다수가 항상 민의(民意)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국민이 원하는 참신하고 유능한 선량이 국회로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쳐 놓은 진압장벽이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의결권을 위임 받은 다수가 그들만의 잔치를 위해 높여둔 장벽때문에 위임한 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소수의 의견도 얼마든지 진리를 일 수 있다는 다수결의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대화와 토론이 전제된 다수결이 더 절실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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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15 23:02

[오목대] 생체인식형 여권

생체인식기술이란 신체에 나타나는 특성이나 행동상의 특징을 측정해 개개인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생체인식에 이용되는 신체적 특성으로는 지문, 얼굴모양, 손모양, 혈관, 홍채(虹彩), 망막, 귀모양, DNA등이 있다. 해동상의 특징은 서명이나 목소리, 걷는 모습 등이 있다. 이같은 특성은 카드, 열쇠, 신분증과 같은 소유물이거나 비밀번호, 전화번호, 처럼 기억에 의존하는게 아니어서 분실위험이 없고 복제나 도용도 어렵기 때문에 활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생체인식 수단중 가장 오래 되고 대중화된 것이 지문이다. 지문이 같을 확률이 10억분의 1인데다 비용이 적게 들어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도공들은 자신이 제작한 도자기에 자신의 지문자국을 남겼는가 하면, 일부 문서에도 작성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이 표시된 것으로 볼 지문을 신분확인의 수단으로 이용한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지문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은 1892년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골든이 '같은 지문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부터이다. 그후 1901년 영국 경찰이 공식도입한 '골턴·헨리 지문분류 체계'는 현재까지 피의자 신원확인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지문인식이 사람별로 다른 40가지 특징을 인식하는데 비해 홍채인식은 2백50가지 이상의 특징을 파악한다. 따라서 정확성이 뛰어나고 오차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지문을 비롯 홍채, 얼굴모양, 혈관인식은 이미 실용화돼 생활속으로 파고들고 있지만 DNA, 체온, 귀모양, 냄새 등을 이용한 생체인식기술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따.건설교통부가 2005년부터 여권을 생체인식형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보도다. 여권에 지문등 생쳉니식정보와 개인신상 등의 기록을 담은 집적칩(IC)를 내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생체인식형 여권은 9·11테러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여권위조및 그에따른 테러나 불법이민 방지를 위해 도입논의가 본격화됐다. 일본도 이르면 내년부터 생체인식형 여권을 발급한다는 소식이다.생체인식산업에 세계 각국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만큼 우리도 세계적인 추세에 뒤질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과학기술이 그러하듯 생체인식도 편리성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함께 개인의 생체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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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14 23:02

[오목대] 떴다방

전국을 휩쓸던 떴다방들이 10월에는 전주에서도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잠잠해졌다. 경제는 침체되어도 아파트 분양가만 대폭 올랐는데, 떴다방이 분양가 상승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앞 다투어 떴다방들의 출현을 조장하여 자신들이 높여 놓은 분양가대로 빨리 팔려나가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분양가가 천장부지로 뛰고 있다. 전주에서도 지난해만 해도 300만원대였던 아파트 한 평을 500만원대 이상으로 분양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엄청난 상승이다. 근본적으로 아파트 분양가의 인상은 금리가 낮아 뭉치돈들이 갈 곳이 없어 부동산으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지만 아파트 건설업자와 떴다방의 합작으로 높은 분양가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철새처럼 사라져간 떴다방을 보면 사실이다. 아파트 분양에 앞서서 주민등록을 전주로 옮기는 사람이 많아졌고, 모델하우스에 서울 차량들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서울에서 내려온 투기세력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그 높은 청약경쟁율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떴다방은 복덕방업자에게는 편리한 것이기도 하다. 명함을 나누어주고 각종 상담을 하여 투기적 거래를 부추기고, 분양권을 미등기로 사고 팔아 이익만 챙기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세무조사자나 부동산 감시자가 나타나면 그냥 파라솔을 접고 사라지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파라솔을 그대로 버려둔 채 사라지기도 한다. 건설사들은 이들의 출현이 반갑기만 하다. 최고의 분양가를 붙여도 이들이 출현하면 순식간에 분양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떴다방을 유치한다. 실제 거주할 사람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홀려 비싸게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을 활용해 원가와 관련없이 주변의 최고 시세보다 더 비싸게 팔고 있다. 건설사들이 정상적인 이익을 거두어들이기보다는 그 동안 상승한 가격 위에 더 많은 거품을 얹혀 이익을 거두어 가는 투기꾼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아파트의 원가를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얼마나 비싸면 사람들이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까? 아파트를 통한 투기적인 돈놀이가 또 나타나면 아파트의 원가공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이윤에 기초한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거품을 막는데 최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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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3 23:02

[오목대] 생태하천 속 모습

'전주천 되살리기'는 전주시가 역점을 뒀던 성공한 사업중 하나다. 자연형 하천으로 생태계 복원했다하여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각종 오·폐수로 악취가 진동하던 전주천에 맑은 물이 흐르자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쉬리, 모래무치·다슬기가 서식하고 석양이면 백로들이 떼로 날아 들어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양쪽 둔치에는 각종 운동시설이 조성되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도 개설됐다. 매일 새벽이나 저녁이면 조깅하는 시민, 산책하는 부부나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고 활달하다.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둔치에 한 때 유채꽃을 심어 장관을 이루더니 요즘은 갈대숲이 조성되어 도심속 자연의 풍광이 더 없이 아름답기도 하다.하천의 물줄기도 곧게 바로 잡기보다는 자연석을 깔아 구물구물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여 물고기의 서식환경을 조성했다. 한 때 필요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한벽루에서부터 덕진보까지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전주천이나 삼천의 몰라보게 정도된 천변 풍경은 '과연'소리를 절로 나게 한다.그러나 전주천 되살리기의 예찬은 여기까지다. 겉으로 보이는 치장이 백점이라면 보이지 않는 끝마무리는 제로에 가깝다. 어제 본보 사회면에 보도된 '악취 풍기는 생태형 하천'의 속 모습이 발로 그 꼴이다. 시작이 좋으면 마무리도 좋아야 하는데 그 끝이 덕진보(德津洑)에 막혀 영뒤틀려 버리지 않았나 싶다. 덕진보라면 적어도 도심을 관통하는 물줄기의 끝부분이다. 그러나 시대확장으로 팔복동이나 덕진동 주민들에겐 사실상 코 앞 하천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곳에 보를 막아 온갖 퇴적물들이 여기에 침전되어 악취를 진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시민들이 고통을 받을 정도라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전주천 물이 아무리 맑아 졌대도 여기서 잡은 붕어나 메기 쉬리등은 먹지 않는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시당국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취입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 보를 철거하고 습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주장이다. 얽을 얼굴에 분칠만 덕지덕지 한다고 흉이 가려지는게 아니다. 알고 보니 전주천 맑은 물도 겉만 번지르르 했다는 소리를 안들으려면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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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2 23:02

[오목대] 화염병 시위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과격 시위현장에 반드시 등장한 것이 최루탄과 돌멩이였다. 진압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쏘아댔고 이에 맞서 시위대는 투석전을 벌였다. 시위현장의 매케한 최루가스때문에 통행인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투석전으로 인근 상가의 유리창이나 집기등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시위대가 보도블럭을 깨 투석용으로 쓰는 일도 다반사였다.화염병이 등장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1983년께 처음 등장해 아슬팔트위에 폭발음과 함께 불길을 일으켜 군중심리를 자극했다. 시위가 과격해 질 수록 최루탄 사용도 늘어나고 돌멩이와 화염병도 시위대의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다. 그무렵 유행한 용어가 무탄무석(無彈無石)이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지 않으면 돌멩이나 화염병도 던지지 않겠다는 시위대의 피켓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무석무탄(無石無彈)이란 피켓으로 맞섰다. 돌멩이를 쓰지 않으면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시위 대학생이나 진압전쟁이나 똑같은 우리 젊은이들이니 이런 애교있는 피켓대결이 미워 보이지 않았다. 둘 다 독재정권의 희생양(?)들이었음으로.국민의 정부들어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경찰이 먼저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3년 가까이 시위현장에서 최루탄이 사라지면서 '무(無)최루탄'은 시위문화를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자경찰을 앞세워 폴리스라인을 설정함으로써 시위가 과격화 하지 않도록 한것도 이청장의 '굿 아이디어'였다.그렇다고 과격시위가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니다. 사라질 수도 없는것이 민주사회의 구군적 모순일수도 있다. 방석모와 방패로 무장한 경찰의 진압봉에 맞서 몽둥이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의 폭력이 시위현장마다 여전하다. 그리고 드디어 한 때 사라졌던 화염병마저 다시 등장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과 학생등이 벌인 시위현장에서다. 이발 유혈충돌로 양측에서 80여명이 부상하는등 시위가 매우 격렬했다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과연 몰로토트 칵테일로 불리우는 화염병까지 던져야 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한 것일까? 이런 방법 말고는 사태해결의 다른 길은 없는 것인가 새삼 의문스럽기도 하다. 엊그제 전주노동사무소 앞에서 벌어진 과격시위 현장도 결코 이에 못지 않았다. 그래서 화염벙 재등장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못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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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1 23:02

[오목대] 地區黨制 폐지

대통령 주변 실세들의 비리사건으로 촉발된 대선자금 수사가 정치권에 일대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검찰은 SK그룹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가 싶더니, 차제에 모든 불법 정치자금을 밝혀 구시대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5대 재벌기업은 물론 어떤 기업이라도 단서가 있다면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파고들어 갈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수사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정치개혁의 서막을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시대에 털고 가야할 전근대적인 정치개혁 과제는 양손으로 꼽아도 모자란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정치를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몰아넣는 고비용 저효율의 비생산적 정치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일이다. 고비용 정치구조의 대표적 사례는 지구당제도. 민주당이 올 초 내놓은 당개혁안이나 한나라당 최병렬대표가 지난 3일 전격 발표한 정치개혁 5대방안 첫머리에 '지구당제 폐지'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정치개혁 햄심과제는 이미 정해진 바나 다름없다. 열린 우리당과 자민련도 전근대적 정치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구당 폐지가 필연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민주·한나라당과 함께 원칙적 합의를 했다.그러나 일부 지구당의원장들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은근히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지구당이 폐지되면 음성 사조직이 판을 칠 우려가 있다''진성당원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가 활성화 되겠는가''당내 분란과 경선불복·조직 싸움 등의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공직 후보에 출마할 수도 없는 지구당위원장이 무슨 수로 조직을 관리하겠느냐'는 이류를 들어 반발을 하고 있다.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떻게 작은 실리 때문에 큰 명분을 버리려 하는가. 지구당이 폐지되면 당장 한달에 1천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막대한 운영비가 절약돼 검은 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치 신인들이 공천이나 선거운동에서 기존 조직에 기대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이 트이는데, 어찌 말로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기득권 유지에만 연연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4당이 내년 17대 총선 전에 지구당을 완전 폐지키로 합의해 놓은 상황에서도 열린 우리당은 지구당 창당대회를 계속하고 있으니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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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0 23:02

[오목대] 전쟁과 전투

지난 5일 송광수 검찰총장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두고 신당을 위한 기획 수사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말인 즉 전투 장면 하나를 보고 전쟁 전체를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이 말을 곱씹어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첫재 전투도 잘 하고 전쟁도 이기는 경우, 둘째 전투는 잘 했지만 전쟁에는 지는 경우, 셋째 전투는 졌지만 전쟁에는 이기는 경우, 넷째 전투에 지고 전쟁에도 지는 경우, 이러한 네 경우를 놓고 보면 전투와 정쟁 모두 승리한 경우가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가장 좋은 것들로만 채워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전투에서 졌다고 해야 할지 이겼다고 해야 할지 불분명한 경우이다. 전쟁도 승리 여부를 명쾌하게 판정할 수 없는 경우가 오히려 많을 것이다. 최근의 사례가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처음엔 '악의 축'하나를 응징한다고 시작한 전쟁이 말 그대로 더러운 전쟁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도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한것이 지난 5월 1일이다.그런데 그 이후 미군 사망자만 모두 118명이다. 또한 영국군 역시 5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국이 승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전쟁이든 전투든 그 실체에 대한 평가방식이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송 총장의 발언은 우리로 하여금 자괴감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송 총장은 바로 그런 사건과 사안에 대한 객관적 판정자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검찰의 수사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이들은 사실 판단의 대상이 되는 처지에 있는데 이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인권이 상당히 신장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판단의 대상이 되는 이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통로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판단의 공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이의제기에도 정도가 있다. 잘 하고 있는 수사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특검을 입안해서 통과시키려는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심판에 대한 어필이 지나치면 다음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정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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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8 23:02

[오목대] 졸업생 리콜제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의 힘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확립하려는 운동이 소비자운동이다. 20세기초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된 것은 1964년 미국의 변호사인 R·네이터가 대형 자동차메이커를 상대로 결함있는 자동차를 재개발하면서 부터이다. 그후 소비자단체들은 매스미디어를 활용해 기업을 고발해 소비자들로 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고 힘있는 조직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최근에는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개발과 유통과정에 까지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프로슈머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주장한 개념으로 생산자(Producer)과 소비자(Consuemr)를 합성한 용어다.이처럼 소비자들의 권리가 강해지고 기업간의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도입한 제도가 리콜제와 애프터서비스(A.S)제다. 결함제품에 대해 환불 또는 무상수리해주는 제도가 리콜이며, 판매후의 각종 서비스가 A.S다. 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하는 이상으로 리콜이나 A.S에 힘을 쏟는다. 제품을 판매한뒤에도 고객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리콜이나 A.S야말로 사고예방이나 안전에 도움을 줄뿐아니라 기업의 신뢰도를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게임인 것이다. 최근에는 공산품을 비롯 식품 뿐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부문에 까지 리콜제가 확산돼가는 추세이다.엊그제 우석대가 도내 대학 최초로 졸업생 리콜제와 A.S제를 시행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대학 졸업생중 업무능력에 의문이 갈 경우 기업의 요청이 없더라도 대학에서 스스로 불러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채용후 1년이 안된 졸업생의 업무능력이 떨어질 경우 졸업생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여 능력을 갖추게한 후 다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이같은 시도는 그동안의 대학교육이 ‘산업현장과 너무 떨어진 교육에 치우친다.’는 기업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교육을 통해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리콜지의 참 뜻이다. 이제는 대학도 권위만 내세워 안주할 때는 지났다. 고객인 기업의 욕구에 부응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일이 인재산실인 학교운영의 책무임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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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7 23:02

[오목대] 축제와 예술제

축제와 예술제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예술축제나 문화축제라는 말도 사용하고 예술제나 문화제라는 말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축제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축제의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 내에 어떠한 성격들이 존재하고, 예술제는 축제 내에서 어떠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 전통축제들이 종교적 행사의 일환으로 신을 모시는 축제나 일제의 한국문화말살 정책으로 크게 쇠락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현대축제는 종교적 신명을 기초로 하는 전통축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종교적 연속성이 강한 일본,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에서는 현대에도 많은 전통축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물론 신과 관련은 없지만 공동체의 신명난 놀이를 통해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축제가 가끔 나타난다. 월드컵의 응원은 이러한 신명난 축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축제 자체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새로이 만들어져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대축제는 크게 성격에 따라 주민위안형 축제, 문화예술축제, 산업형 축제, 기념형 축제, 생태환경축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공동체적인 신명보다는 특정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풍남제는 주민위안형 축제이고 소리축제는 문화예술축제에 속하고 발효엑스포는 산업형 축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제와 예술축제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실제 이들은 같은 개념이지만 예술축제와 예술제는 어감상의 차이가 있다. 축제는 신명을 보다 강조하는 의미가 있어 예술축제는 예술제보다는 신명에도 신경을 쏟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예술제는 공연이나 전시자체의 의미추구에 더 신경쓰겠다는 어감상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예술축제는 공연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신명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쏟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예술축제의 목표는 공연이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신명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연이 가장 강조되고 다음으로 신명이 강조되는 것이 타당하다. 예술제는 물론 이보다 더 공연이 강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공연과 신명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격에 따라 주안점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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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6 23:02

[오목대] 金大中도서관

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은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기념관을 도서관으로 바꿔 서울 상암동에 짓자는 논의도 결론을 못내린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박정희에 대한 평가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비록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우리가 이만큼 살게 만든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떠 받은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그를 민주주의 압살과 유신독재, 인권탄압의 주역으로 폄하한다. 국민의 정부때 기념관 건립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려다가 좌절된것도 이런 반대여론 때문이었다.난데없이 박정희 기념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른데 있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정서와 지난 3일 개관한 ‘김대중(金大中) 도서관’을 보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최규화(崔圭貨)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등 다섯분의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 작고한 이승만(李承晩) 윤보선(尹潽善) 박정희 전 대통령들까지 합치면 건국이래 전직 대통령은 모두 8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중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나라의 원로로서 흠모, 또는 존경받는 인물이 몇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나름대로의 영욕이 교차하지만 대체로 평가는 급제점을 넘지 못한다고 보는것이 옳을것 같다. 독재·무능·폭압·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전직 대통령들의 이미지는 국민적 불운이다. 아직까지 그들 중 누구의 기념물 하나 번듯하게 세워지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지금 당장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의 재임중 공과(功過)에 대한평가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후세 사가(史家)들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그의 이름이 들어가는 기념 도서관이 건립된것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일이다. 우리도 비로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예우,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마련한 것이다.김대중도서관에는 그가 소장해온 1만6천여권의 장서는 물론 국민의 정부 관련 사료와 여러 기념물등이 전시된다고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연구하는 국제적인 연구기관도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학계 원로들과 담소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다. 김 전대통령은 지적(知的) 허영심(?) 못지않게 그런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기도 하는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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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5 23:02

[오목대] 우울증-울화통

‘매사 의욕이 없고 불안하거나 짜증이 난다’‘잠을 잘 못자고 심장이 두근거리다’‘장래 희망이 보이지 않아 죽고싶은 생각이 든다’-의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다. 어느날 회사에서 쫓겨난 실업자, 명예퇴직 당한 공무원 갱년기 전업주부 같은 약자층에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직장인이나 수능시험을 앞둔 고3생들, 집안에서 따돌림 당하는 노인들에게도 우울증은 남의 일이 아니다.그러나 우울증은 자신의 무력감이나 심리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신체적 증상으로 느낄 뿐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다. 정작 참을 수 없는 것은 한방(漢方)에서 말하는 ‘울화병’이다. ‘울화증’ ‘울화통’이라고도 하는 이병은 한마디로 ‘화병’을 말한다. 심리적인 갈드응로 몸속에 흐르는 기(氣)가 막혀 화병이 생긴다는것이 한의학적 설명이다. 일상 생활에서 ‘기가 막힌다’든지 ‘열받는다’‘울화통이 터진다’는 말들은 바로 화병의 초기단계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이 화병은 인내와 절제, 일본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사회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왠만하면 참고 넘기려는 심리적 갈등이 우울증을 화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그런 울화통 터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치권의 불법 선거자금 시비는 그렇다 치자.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일도 못된다. 노무현대통령이 모두 까발리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 보자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진짜 화나는 일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상류층의 무절제 풍조에다 구역질 나는 부정식품의 횡행이다. 어떻게 양식장 물고기 사료용으로 들여온 썩은 생선으로 어묵을 만들고 미군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부대찌개를 끓여 낼 수 있는가. 칡냉면 색깔을 내기 위해 숯가루 쓰고 공업용 색소도 고추가루 색을 붉게 만든 업자들이 당국의 철퇴를 맞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토록 야만적인 부정식품이 나돌 수 있는가.최근 서울의 강남 일대에서 들려오는 적개심 번득이는 범죄들도 마찬가지다. 불공정·부패구조에 대한 서민들의 울화통이 부유층을 향해 소란히 표출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인생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공식이 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가난하다 해서 부자들의 식탁에서 떨어진 빵부스러기에 감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울화통은 그래서 위험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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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4 23:02

[오목대] 不法 정치자금

우리는 지금 반세기 근대정치사에 지극히 낯선 정치실험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집권여당이 정권을 잡기가 무섭게 둘로 갈라져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수)가 된 것처럼 으르렁대고 싸우는 모습이나, 야당 대통령후보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마땅하다”며 사죄하는 모습은 일찌기 우리 정치사에서 볼수 없었던 생경한 사건(?)들이다.게다가 정치판은 온통 ‘검은 돈’시비에 휘말려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대통령 주변 실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구속이 되고 열린우리당의 한 선거책임자가 불법 선거자금모금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도 초상집 마당이다. 1백억원을 받았다. 안받았다 시끄럽더니 결국 들통이 나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줄줄이 소환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한발 빼고 있는 형국이지 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난 2000년 총선자금 까지 들춰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 정치자금의 파편이 어디까지 튈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이런 말 하다가는 싸개통에 걸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우리나라가 돈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을 만큼 민도가 높고 국민의식이 깨어있는 나라인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들어가는 지구당운영비에 시도때도 없이 챙겨야 하는 지역구민 경조사비,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은근히 바라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정치인들을 검은 돈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법 정치자금은 정치인과 함께 유권자도 공동 책임을 져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제도와 관행·의식은 그대로 두고 정치인 탓만 하는 것은 겨울에 여름 옷을 입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그렇다고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잘못을 모두 사면하자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책임하에 정치를 해왔기 떄문에, 그동안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혀 다시는 정치가 부정한 돈에 좌지우지되게 해서는 안된다. 재계를 중심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이러다가 나라가 결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 체질이 허약한 나락 아니다. 미리 예단할 일이 아니라, 5대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불법 정치자금은 밝힐데까지 밝히고 그리고 국민들에게 처리방법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선진국으로 진입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03 23:02

[오목대] 外界人 세상?

100억원이 든 쇼핑백들이 약 1.2m높이로 쌓여 있고 다른 공간에는 1만원권 현금다발이, 그리고 가로 3m, 세로5m, 높이 1.2m 공간에는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가 4단으로 쌓여 있다면 얼마나쯤 될까?검찰에서 모 당 간부가 진술한 재정위원장실의 수백억원대의 현금 풍경이 이렇단다. 이런 현금이 당원들의 당비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돈이 당원들에게서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당원이라는 소속감은 약으로 쓰려고 해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당의 재정위원장실에 있는 돈 중에는 요즈음 정계를 강타한 SK 불법정치자금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이런 요즈음의 정계 분위기 덕분에 정치는 서민들에게서 다시 한 걸음 뒤로 떨어진 느낌이다. 어느 인사가 정치인들을 외계인이라고 경원시하는 표현을 써서 세간에 희자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노동자는 분신과 투신을 번갈아 하고 있는 마당에 그 사용들에게서 돈을 뜯어서 정치란 것을 하고 싶어하는 그들을 보면 분명 외계인이다.그런데 이런 정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10월 29일 부동안 대책이란 것이 나왔다. 그 대책의 핵심을 살펴 보니 IMF 시절 상류계층에서 건배 구호로 사용되었다던 ‘이대로’그 자체이다. 일 년에 수억이상 올라가는 집값을 현상태 그대로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팀의 생각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대책은 사회주의적이라고 하는 부총리의 발언으로, 좀더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했던 서민들은 졸지에 빨갱이로 몰릴 판이다. 서민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정부 관리들 역시 외계인 측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하기는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강남 둥지라고 하니 이들의 눈에 서민들의 아픔은 하찮은 고뿔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런 실망감 속에서 한 가지 희망을 본다. 30일 치러진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에서 지역구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지역주의가 모든 일의 선봉에 서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내년 총선을 통해서 지역구도가 깨지고 검은 돈이 정치를 좌우하는 풍토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1.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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