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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입춘(立春)

오늘은 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다. 24절기의 첫번째로 예전에는 입춘을 한해의 첫날로 삼았다. 농사채비도 이날부터 서둘렀다. 부인네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해 농사에 대비했다.입춘을 앞두고 이번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2∼3일 계속되고 순창 복흥에 70㎝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등 도내 서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지만 어제부터 눈도 그치고 강추위도 오늘부터 풀린다는 기상대의 예보이고 보면 어김없는 절서(節序)의 약속이다.박문재시인이 그의 시 ‘입춘 지나서’에서 ‘나무가지 끝마다/푸른 혈액이 감돌고’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제부터 얼음장 밑으로 봄의 숨결이 흐르고,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에도 서서히 물이 오르게 될 것이다. 벌써 남녘으로 부터의 동백과 매화 화신도 들려오고 있다. 봄은 종종걸음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농가월령가의 정월령에서도 ‘정월은 맹춘이니 입춘·우수 절기로다/산충간에 빙설은 남았으나/평교광야에 운물이 변하도다’라고 자연의 변화를 일러준다.입춘이면 집의 대문이나 기둥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붙이는 우리네 풍속이다. 입춘축(立春祝) 또는 춘련이라 부르는 이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비롯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망복래(開門萬福來)’ 등 집안의 행복과 평안,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을 대구(對句)로 붙였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인들에게는 이미 사라져버린 세시풍속이 돼버렸다. 아파트 공간에 입춘축을 써붙일 마땅한 장소도 없을 뿐아니라 입춘축을 쓸만한 서예솜씨를 가진 사람도 드물다.입춘이 지났다고 추위가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봄으로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은 절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 하는 물가고등 각박한 생활여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온건과 강경, 개발과 보전 등으로 나뉘어져 빚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은 모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새봄에 가져보는 희망과 기대가 실망과 좌절로 바뀌지 않는 올 한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2.04 23:02

[오목대] 관광지개발

국민소득의 점진적인 증가, 5일제 근무, 그리고 여가선호가 나타나 관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도 앞으로 관광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켜줄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맞추어 관광지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라북도에서도 대부분의 시군들이 다양한 관광개발에 나서고 있다.그 동안 한국에서 관광지개발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조단위의 돈이 투입된 남해안관광개발, 유교문화권개발, 백제문화권개발 등은 커다란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80년대 대규모 관광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지역에도 수많은 관광지를 개발하였지만 현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곳이 훨씬 많다.그만큼 관광개발이 어렵다. 사람들의 취향이 유행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경제가 불황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문화소비나 관광지출을 줄인다. 사고가 난다거나 이미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썰물처럼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서비스가 나쁘거나 또는 더 좋은 관광지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다.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사기업들은 관광개발에 아주 조심스럽다. 따라서 대부분 관광개발이 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관주도로 이루어진 관광개발은 성공확률이 더욱 낮다. 대부분 관광자원, 미래의 방향 설정, 관광객의 방문가능성, 관광시설의 효율성, 프로그램,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없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관광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러한 관광개발에 대한 점검을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관에서 요구한대로 결과를 제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서 보고서를 제출하면 다음에는 용역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당성조사가 대부분 형식적으로 관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전문가나 사업가들도 관광개발이 사업에 도움이 되거나 용역을 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체로 관이 요구하는 내용대로 분위기를 만들고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관의 요구에 그대로 따르는 전문가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 관이 주도하는 관광개발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관광개발이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면 꼭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거쳐서 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2.03 23:02

[오목대] 선물과 뇌물

“금년 설에는 선물을 주고 받읍시다”지난해 말 이해찬 총리가 ‘미풍양속 수준의 선물을 주고 받자’는 제안을 한 후, 재계는 물론 정·관계까지 선물 주고 받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데 국민들이 이같은 갑작스런 선물 주고 받기 운동에 약간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정부가 부정부패 근절 차원에서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강력하게 펼쳐 선물이라면, 특히 보잘 것 없는 선물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던 터였기 때문이다.물론 설 선물 주고 받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뇌물을 주고 받자는 것이 아니라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선물 품목을 어느 것으로 정할 것인가,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가 고민거리다. 경기를 살리자는 취지니까 농축산물이나 생필품만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치품도 가능한 것인지, 또 어느 선까지가 선물이고 어느 선까지가 뇌물인지 도무지 오락가락한다.보통사람들은 뇌물을 줄때 뇌물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받는 사람 또한 수고비나 감사에 대한 성의표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물과 뇌물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있는 사이에 오고 가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뇌물은 판결권과 강제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케 할 목적으로 건넨다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다.이같이 이론적으로는 선물과 뇌물의 성격이 엄연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가려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친밀해야 친밀한 관계이며 정말 대가를 바라는지 안바라는지도 겉으로 보아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물을 건네면서 전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이렇게 애매한 선물과 뇌물의 관계를 놓고 선물과 뇌물 모두를 죄악시해 온 그동안의 우리 선물문화가 부끄럽다. 꼭 정부가 나서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우니 선물을 하시요, 이제는 경제가 회복됐으니 선물을 해서는 안돼요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지인에게서 추석 촌지로 1백만원을 받은 어떤 차관은 옷을 벗고, 수백억씩 주무른 정치인은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나라니까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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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02 23:02

[오목대] 거짓말

재미로 회자되는 거짓말들이 있다. 혼자 살겠다는 독신녀, 하나도 안아프다면서 주사놓는 간호사, 예뻐졌다는 여자들의 인사말, 마지막으로 한마디하겠다는 교장선생님, 너한테만 말한다는 비밀이야기,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 학교수업에 충실했다는 수석합격자, 당선되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국회의원, 단 한푼도 안받았다는 정치인 등등이 그것이다. 어디까지나 우스개 이야기지만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 거짓말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진실을 의도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했다. 하긴 진실을 알고 있어야 거짓말도 가능한 법이다. 거짓말을 할 때 심리적인 갈등과 불안으로 인해 신체에 여러 가지 증후가 나타난다.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식은땀이 흐르는 등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웬만한 거짓말쟁이가 아니고서는 거짓말을 할 때 긴장하게 마련이고 긴장하면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거짓말탐기까지 나왔다. 이제는 아무리 표정과 행동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하려면 상당한 기술을 발휘해야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물론 거짓말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환자에게 열심히 치료받으면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선의의 거짓말, 남을 속여 자기의 유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하는 사기성 거짓말, 남을 괴롭히고 망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악한 거짓말, 그리고 그저 장난삼아서 하는 농담도 하나의 거짓말이다. 남을 기쁘게 해줌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노리는 아부성 거짓말도 있으며, 허세와 위장을 위해서 내뱉는 거짓말도 있다. 하지만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거짓말이 진실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무근의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서는 안된다. 괴문서와 괴소문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진실의 확인이다.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 또 다른 거짓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짓말이 정치적으로 조작,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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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2.01 23:02

[오목대] 도덕성

세상은 변하는 맛에 산다더니만 세상 참 변해도 많이 변했다. 과거 권위주의적 시절 같으면 힘깨나 쓰는 자리는 웬만한 배경갖고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으나, 요즘에는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자리도 마다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탈권력화현상은 참여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근래만 해도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장관을 비롯 박봉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이병완 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 이미 교체 됐거나 후임을 인선 중에 있다.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가 꼭 쓰고 싶은 사람은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이제 그만하겠다고 손들고 나오는 각료도 많아 정말 고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신상의 이유, 특히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고사하거나 사의를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강도 높은 업무와 엄격한 도덕성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시쳇말로 높은 자리 앉아봤자 목에 힘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했다간 파렴치범으로 몰려 인생이 영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전윤철 감사원장이 지난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과 관련, 15억원대의 뇌물을 물리쳐 놓고도 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34조 2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그러나 한화 부회장이 전 원장과 서울대 동기이고, 채권을 전달하려 한 계열사 사장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버럭 화를 내면서 내쳤다는 것은 전 원장의 도덕성을 단번에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게 하는 대목이다. 거꾸로 전 원장이 학교 친구를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면 우리 사회의 관행과 통념에 비춰볼 때 과연 몇 사람이나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도덕성이 높을수록 인간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인간에게서 신과 같은 지고지순의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수께서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던 군중을 향해 ‘죄없는 자가 치라’고 하자 모두 물러났다는 이야기는 인간역사가 계속되는 한 유효하다. 아무리 ‘법 만능시대’라고 하지만 아무데나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결국 자신도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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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31 23:02

[오목대] 얄팍한 상술

야산에 생취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 생쥐를 얼마나 빨리 잡느냐 하는 시합이 벌어졌다. 첨단 장비와 대규모 요원을 동원한 정보기관에서 그 생쥐를 잡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그런데 장비도 빈약한 다른 정보기관에서는 나흘만에 그 생쥐를 잡아왔다. 비결은 다른 생쥐를 첩자로 훈련시켜서 잡으려는 생쥐의 위치를 쉽게 알아냈기 대문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참가한 정보기관에서는 이틀도 되지 않아서 곰을 잡아왔다. 그리고 생쥐를 잡아 왔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것은 잡혀온 곰이었다. 그 곰이 말하기를 ‘저는 쥐예요’라고 자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돈과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면 소위 ‘정상적인’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이라크를 침공한 일방주의 미국이 포로를 다루는 잔학행위를 보면 꼭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긴 하다. 생쥐를 잡는 두 번재 방법은 돈과 첨단 장비가 없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방법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생쥐와 생쥐끼리 서로를 감시하고 은밀히 고자질하게 만들어, 바람직하지 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물론 심각하기로는, 강압적인 고문으로 생쥐도 아닌 곰을 생쥐라고 만들어 놓은 경우가 될 것이다.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운영체제를 불법복제해 준 업자를 신고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끼리의 문제를 소비자를 끌어들여 해결해 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돋보인다. 이런 방식은 대단히 쉽고 돈도 적게 들며 그 효율성은 매우 높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관심을 끌만하다. 하기는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믿기도 어렵다. 다만 이런 방식을 언제 써먹을 것인가 그 기회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불법복제품 사용자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구입처를 제보하는 방식으로 불법복제를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하다. 우린 이미 교통법규 위반자를 신고하는 제도를 통해서 이러한 방식이 가져올 부작용을 충분히 경험했다. 따라서 판매자와 구입자의 틈새를 비집고 불신의 벽을 강화시키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판매전략은 대단히 비인도적인 상혼(商魂)에서 출발한 것이다.이번 기회에 마으크로소프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로 그 대안을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1.29 23:02

[오목대] 환경지수 122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오늘 발표될 예정인 2005년 환경지속성지수(ESI) 평가결과 우리나라가 세계 146개 국가중 122위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2002년 발표된 EPI지수에서 142개 국가중 136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때 다소 순위는 올랐지만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환경정책이 아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WEF가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학 연구소에 의뢰해 격년으로 조사 발표하는 ESI지수는 75개 요소를 근거로 산출한다. 75개 요소 가운데는 대기, 수질등 물리적 환경요인 외에 사회 정치적 환경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122위라는 순위가 한국의 현재 환경수준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우리의 환경여건 변화를 살펴보면 ESI지수 개념대로 우리의 환경분야가 ‘지속 가능성’에서 지속적으로 멀어져 온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환경개선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1980년 이후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환경여건 변화는 도시의 급속한 팽창이다. 도시인구는 지난 84년 전체의 73%에서 2001년 88%로 증가했다. 2001년말 현재 4천2백만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이 가운데 46%가 서울·경기등 수도권지역에 몰려있다. 반면 농촌인구는 1984년 1천80만명에서 2001년에는 580만명으로 20년도 못돼 절반정도인 5백만명이 줄었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에너지소비량 중대, 폐기물 과다발생, 대기오염 악화등 수많은 환경문제가 야기됐다.국내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 악화의 대표적 적신호다. 이에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대와 개발허가 남발에서 비롯된 산림면적 축소등으로 한반도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세계평균 상승폭보다 더 크다는 것은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이같은 우리의 환경실태를 우리 정부가 아닌 국제기구에서 정확히 파악하고 우려해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호나경부하(負荷)를 줄이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환경을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 정부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각자의 노력과 반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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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8 23:02

[오목대] 광화문(光化門)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을 바꾼다고 한다. 그런데 그 현판 글씨가 전 박정희 대통령이 쓴 글씨라 논란이 되고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글씨가 아니었다면 정치적으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을 것이다.광화문은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탔던 것을 대원군이 복원하면서 1865년 그 당시의 대서예가인 정학교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는 이 건물을 조선의 기운을 훼손하기 위해 동쪽으로 옮겨 버렸다. 이곳 현판은 6.25 때 광화문 문루와 함께 소실되었다.1968년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문루에 내건 현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다. 이 현판을 조선 왕 중에서 가장 글씨를 잘 쓴 것으로 알려진 정조의 글씨로 새로운 현판을 만들어 오는 8월15일 교체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화재청은 현재 현판은 왕실 정궁인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고, 19세기 중건 때 만든 원래 한자 현판과 달리 글씨 방향도 거꾸로 되어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대통령 또는 그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한글현판이 글자체도 강퍅하고 원래 현판인 한자원형을 무시한 것이고 순서도 한자와 거꾸로 되었다며 교체를 환영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닌지 또는 문화재청장이 현 노무현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의도도 있는지 모르겠다. 현 문화재청장이 노무현대통령을 만났고 그 때 정조의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합리적인 반대는 현재의 광화문이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라 헐리면 그 때 바꿔도 늦지 않는데 지금 바꿔서 정치적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조가 광화문이라고 쓰지 않았는데 각각의 글자를 여기 저기에서 수집해 합친 것이 무리 아니냐는 주장이다.여러 의견들이 나름대로 타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복원하려면 원래에 가깝게 복원해야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따라서 박정희 전대통령이 제대로 복원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라 광화문을 새로 지을 때 교체했더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일이 처리되었을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 좋겠지만 일 처리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1.27 23:02

[오목대] '유비쿼터스'혁명

“얘야, 저 쪽 하늘에서 별이 움직이는데 저 별이 무슨 별이냐” “할아버지, 저것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거예요. 인간이 지구를 관측하기 위해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지금 지구를 돌고 있는 겁니다” “에끼 이놈, 할아버지를 놀리긴…” 1960년대 초쯤, 어느 한적한 농촌 마당에 멍석을 깔고 저녁식사를 하던 할아버지와 손자가 움직이는 별을 보고 나누던 대화 한토막이다.좀 더 정확하게 짚어보면 첫 인공위성은 소련이 1957년 10월4일에, 두번째는 미국이 1958년 1월31일에 발사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문이나 TV같은 대중매체를 구경하기도 힘든 시절이어서,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기 시작한지 몇 년이 흘렀어도 시골에서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후 불과 40여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인간은 문명의 이기 속에 푹빠져 살고 있다.인간은 마침내 산업화, 정보화, 지식화사회를 뛰어 넘어 유비쿼터스(ubiquitous) 혁명을 꿈꾸고 있다. 화장실문에 심어진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센서나 홈로봇이 직접 119를 부르거나 주치의에 연락하여 원격진료를 받고 구급약을 공급받는다. 또한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을 심어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꿈같은 이야기라고 콧방귀를 뀔지 모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실제상황이다. 이미 골프공에 추적 칩을 단 레이더 골프공이 개발됐고, 쇼핑수레가 통과만 하면 계산 OK, 주인이 오면 문열어주는 차, 비가 오면 자동으로 창문이 개폐되는 집까지 등장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언제 어디서나’’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 기술은 이제 더이상 꿈의 기술이 아닌 것이다.하지만 사람이 살기 편해진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명의 이기는 인간이 그에 대해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을 뿐아니라,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을 갖고 있어 언제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명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빼앗아 가 인간을 획일화하고 수단화하기 때문에 ‘인간성 상실’을 몰고 온다. 그렇다고 모두 다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으로 딱하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화하던 그 시절 쯤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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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1.26 23:02

[오목대] 외유(外遊)

설연휴가 다가온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가 연휴기간이다. 그런데 주 5일제 근무를 생각하고 월요일과 금요일 2일간을 휴가로 쓰면 9일간의 휴일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연휴라면 세계 어디라도 다녀올 수 있다.아닌게 아니라 소득이 많아지고 생활형편이 좋아져서인지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루어 설날 연휴의 여행상품들이 모두 팔렸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해외여행과 유학, 의료서비스 등으로 해외로 흘러나간 돈이 무려 17조원에 달했는데 만약에 이 돈이 국내에서 회전되었다면 18만여명 실업자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외여행 폭주를 비판할 것만은 아니지만 입맛이 씁쓸한 이야기다.가진자가 해외여행을 가겠다는데 뭐라고 말하랴마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라는데 껄끄러움이 있다. 부총리가 설날 연휴기간에 해외여행을 자제토록 했지만 결국 헛소리만 늘어놓은 우스운 꼴이 되었다.해외여행은 커녕 설을 지내기도 힘든 서민들에게 자칫, 가진 자에 대한 질시와 반부자 정서가 만연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가진자와 부자들을 질투하기 보다는 부러워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맞을거다. 또한 부자들 또한 부자다워야하고 사회분위기에 걸맞아야 한다.최근 미국 대통형 취임식에 무더기로 참가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미국 대통령 얼굴도 안보이는 먼발치에 서서 덜덜 떨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연말에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외유를 떠나더니 연초부터 너도나도 외국으로 다시 나가고 있다. 게다가 부인이나 자식들을 대동하고 국민의 혈세를 축내며 관광위주의 외유일정을 가졌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의원들의 잘못된 외유가 눈총을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저래가지고 무슨 새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보다 못한 한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잘못된 외유관행을 없애기 위해 의원외교규정 개정안을 다시 낼 계획이다. 지난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서 국회가 묵묵무답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바로잡지 못하는 한심한 집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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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5 23:02

[오목대] 깃발의 상징성

미국 엘에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성조기이다. 물론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어느 나라인들 없을까 보냐마는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싶다.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기관인 관공서는 물론이고 일반 상점들에서도 성조기는 자주 볼수 있는 깃발이다. 신품 자동차를 수백 대 질열해 놓고 파는 자동차 판매상에서부터 조그만 음식점이나 가구점 등에도 성조기는 걸려 있다.이런 미국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깃발의 상징성을 떠올리게 된다. 깃발은 음악과 더불어서 선동성이 아주 강하다. 음악은 청각적인 자극을 통해서 군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소리의 특성상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는 수단이 음악이라면 깃발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 넘는다. 먼 거리에서도 깃발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이런 깃발의 특성은 군중의 일체감을 끌어내는 아주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대에서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표현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깃발의 또 다른 특성은 단순성에 있다. 특정 색깔과 단순한 상징물만으로도 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을 설득시키는 데는 논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논리적 설득보다 강렬한 상징성이 훨씬 설득력을 강하게 갖는다.이런 의미에서 미국사회에서 즐겨 게양하는 국기의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미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다. 문화적 배경이 각기 다른 민족들이 뭉쳐서 하나의 연합체를 형성한 나라에 속한다. 소비에트 연방으로 불리던 소련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소련은 결국 이 연합체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고 러시아와 다른 여러 민족국가로 갈라져 나갔다. 그 러시아에서 국기를 그토록 열심히 내 건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미국과 소련의 차이 중 하나는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라고 할 만도 하다.어울리지 않게 큰 성조기를 내건 가구점을 바로 보면서 문득 영화 “깊고 푸른 밤”이 생각났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백호빈(안성기 분)은 제인(장미희 분)과 위장결혼을 하지만 이민국 직원에게 들통이 난다, 미리 연습해 둔 미국 국가를 열창하면서 이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장면은 성조기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연상하게 한다.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미국인들이 국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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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4 23:02

[오목대] 단체장 정당 공천제

기초자치단체장은 정치인인가 행정가인가, 이에 대한 답을 딱 부러지게 하기는 곤란하다. 선거를 통해 당선될 때까지의 과정을 보면 정치인인데 당선후 수행해야 할 의무는 행정가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자치단체장은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지방행정에 대해 정치적인 명운을 걸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반은 정치인이요 반은 행정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가 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정당정치의 역사가 깊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을 선출할 때 지방의원중에서 호선을 하거나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직접선거를 실시하는 우리와 선거방식이 크게 다르다. 단순비교를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이웃 일본에서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소속후보의 단체장 당선률(2000년)이 무려 95%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오래 전에 정착된 미국은 통일된 지방선거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주마다 주법에 따라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78.8%는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있고 21.2%는 정당참여를 허용하고 있다.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문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당공천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만약 공천을 배제하는 선심행정이 남발되고 정당이 할일이 없게 된다고 강변한다. 이에 반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역살림을 할 일꾼을 뽑는데 인물과 무관하게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지방행정이 정치적도구로 전락하게 된다며 성토하고 있다.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정당공천찬성측의 논리는 궁색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 정당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민주정당이 아니라 지역으로 나뉜 지역정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그렇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정치풍토에서 정당공천을 계속 고집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언제 꽃을 피우게 될지 막막하다.마침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기초단체장 공천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정당공천배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을 해 모처럼 정치권이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이번에는 꼭 다수국민의 뜻으로 받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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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2 23:02

[오목대] '세계 물리(物理)의 해'

과학사(科學史)에서는 놀랄만한 연구업적이 발표되는 등 두드러진 해를 ‘기적의 해’로 부른다. 1905년이 바로 이런 해였다. ‘역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05년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물리학사에 길이 남을 세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던 것이다.첫번째 논문은 빛이 파동인 동시에 여러 종류의 에너지를 가진 알맹이(광양자)로 이뤄졌다는 ‘광양자설’이다. 두번째는 물질분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브라운운동 이론’이다. 세번째가 E= 으로 집약되는 ‘특수 상대성이론’이다. 시간, 공간, 중력에 대한 기존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작은 질량(m)도 빛의 속도(C)의 제곱에 곱해지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E)로 전환될 수 있다. 원자력 에너지도 이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은 물질과 과학의 차원을 떠나 인류문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올해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발표된지 꼭 1백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지난 1955년 아인슈타인이 76세의 나이로 사망한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UN은 ‘국제순응용물리연맹(IUPAP)의 요청으로 올해를 ‘세계 물리(物理)의 해’로 정했다. 각국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늘 서울에서 ‘물리의 해’로 선포식을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빛의 축제(4월 19일) 물리영재 선발(3월), 아인슈타인 전시회(7월 1일부터), 각종 학술회의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새삼 물리학이라는 순수과학의 대표적 분야가 일반대중의 관심을 끌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행사들이 자칫 반짝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 현재 우리의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저변에는 과학기술 접근은 어렵기만 할 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장래에 대한 보장을 담보받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우수인력이 과학을 멀리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기술인력의 개발성과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룩하는 사이클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리의 해’를 맞아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인 특단의 대책과 사회적으로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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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1 23:02

[오목대] 브랜드 시대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자에서 "삼성은 첨단기술과 현명한 브랜드 마케팅이 결합하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싸구려 가전제품 업체였던 삼성이 불과 10여 년 만에 디지털 융합시대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1년 동안에 무려 100억달러라는 이익을 거두어 세계 최고의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10대 전자 대기업들의 이익을 모두 합쳐도 그 반절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성공은 놀랍다. 삼성의 쿨하고 미래지향적인 브랜드 전략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끊임없는 반도체개발과 기술융합 그리고 과감한 추진전략이 밑받침되어 가능한 일이었지만 브랜드전략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브랜드는 기업이 지닌 상표명, 분위기, 디자인 등을 총괄한 것이다. 브랜드는 상표, 기호, 디자인, 레터링 등의 브랜드 마크로 구체화되며 조직의 구성과 행동과 전략, 마케팅의 전략, 그리고 미래의 비젼과 전략에 스며들어 작동하게 된다. 즉, 브랜드란 단순히 브랜드 마크로 표현된 것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소프트한 모든 것들 나아가 하드한 모든 것들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가 보통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브랜드명으로 상표이다. 상표는 넓은 브랜드가 집약적으로 표현된 이름이다. 제품에 브랜드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을 경쟁 상대의 제품과 명확히 구별하여 소비자가 쉽게 기억하고 소비자가 상표를 매개로 브랜드에 계속 집착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의 호의적인 감정을 그 상표와 쉽게 연계하여주며, 이를 통해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호감을 지속적으로 갖게 해준다.사전에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이나 장소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브랜드이름만 보고 구매하거나 방문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지역도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전략을 세워 집행해야할 시기가 왔다. 삼성이 디지털 융합시대에 알맞게 여러 디지털 영역에서 깔끔한 디자인과 혁신적 제품을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포장하여 성공을 거둔 것처럼 지역도 지역의 이미지와 제품과 산업을 고려한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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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0 23:02

[오목대] 수입 농산물

중국산 꽃게와 복어에서 납과 쇠조각이 발견돼 국민들이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다. 나라의 체면이 걸려있는 국제 무역거래를 하면서 고기 중량 좀 늘려보자고 납이나 쇠를 고기뱃속에 집어넣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속이는 방법이 무식해서 그렇지 인체에 치명적인 약품을 쳐서 감쪽같이 속이는 것보다는 낫다. 상품의 때깔을 내거나 장기간 보관을 위해 농약이나 방부제를 과다사용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덜 지능적이라는 말이다.우리 식탁이 질 낮은 수입농산물의 ‘무차별 공세’에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상술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돼가고 있어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평소 수입농산물에 명절 때만은 차례상에 우리농산물을 올려놓으려고 잔뜩 신경을 쓴다. 그래서 명절이 가까워지면 신문지상에 어김없이 ‘우리농산물 고르는 법’이 기획취재로 실린다.“마른 고추는 꼭지가 붙어있고 몸통이 둥글어야 국산이고 꼭지가 없고 몸통이 납작하면 외국산이다. 마늘은 수염뿌리가 붙어있고 면이 각져있으면서 뾰족해야 국산이고 수염뿌리가 없고 면이 둥글둥글하면 외국산이다. 호두는 흔들어 소리가 나지 않아야 국산이고 잣은 씨눈이 붙어있지 않고 윤기가 있어야 국산이다. 또 조기는 머리에 다이아몬드 표시가 있고 배부분에 선명한 줄이 있어야 국산이고 쇠고기는 기름기가 촘촘히 배어있고 너무 붉은색을 띠지 않아야 한우다.”우리농산물 식별 요령을 읽고 또 읽어서 이 정도면 웬만큼 알겠다 싶어서 시장에 나가보면 도로 마찬가지다. 집에서 숙지한 식별 요령이 오락가락 하는데다 아무리 살펴봐도 국산이나 외국산이 엇비슷하다. 심지어 전문가가 이게 국산이고 저게 외국산이요라고 해도 헷갈리기는 매한가지다. 그나마 원산지 표시마저 없다면 영락없이 둘리고 말 것이다.그러나 어쩔 것인가. 외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꼴 보기싫으니 외국농산물 수입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미 봇물은 터져 전국이 온통 수입농산물로 뒤덮여있는 것을. 한데 억울한 것은 외국농산물 수입덕분에 수출해서 돈많이 번 사람들은 어떻게든 우리농산물을 사먹고 외국농산물 때문에 다 죽게된 농민들은 외국농산물을 먹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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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19 23:02

[오목대] 탄식

중국 주나라때 왕족이었던 기자가 망명지에서 왕의 부름을 받고 도읍으로 가던 도중 은나라의 옛 도읍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번화하던 옛 모습은 간데 없고 궁궐터엔 보리와 기장만이 무성했다. 슬픈 감정이 든 기자는 시 한 수를 읊었다. '보리 이삭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벼와 기장도 윤기가 흐르는구나/ 교활한 저 철부지가/ 내 말을 듣지 않았음이 슬프구나' 망국의 설움을 읊는 맥수지탄이 나온 이야기다. 깊은 탄식을 표현하는 사자성어중 하나이다.기회를 놓치고 일이 지나간 뒤에 때늦은 탄식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로 우리가 잘 아는 만시지탄 또는 후시지탄이란 단어가 있다. 비슷한 말로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의 사후약방문이나 죽은 뒤 청심환 찾는다는 사후청심환이란 말이 있다. 또한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망양보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우치구 등도 같은 뜻이다. 우리말 속담 '늦은 밥 먹고 파장간다', '단솥에 물붓기'도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장이 끝난 뒤에 가 보았자 소용없고,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보았자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말이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효도할 기회가 없음을 한탄하는 풍수지탄이란 말도 있다. 역시 기회를 놓친 탄식을 의미한다. 자기로 말미암아 남에게 해가 미치게 됨을 탄식을 유아지탄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허벅지의 살이 찐 것을 보고 한탄한다는 뜻으로 비육지탄이 있는데 이는 이룩한 것도 없고 뜻을 펼치지도 못한 채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다.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한다는 뜻의 망양지탄은 다른 사람의 원대함에 감탄하고, 나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다. 결국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 내뱉는 탄식이다.최근 한일협정 문서가 일부 공개되면서 탄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내용을 보아하니 울음 섞인 소리로 나라의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다. 넋두리라도 해야할 판이다. 한탄과 탄식의 충격에서 벗어나는데는 넋두리도 하나의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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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18 23:02

[오목대] '잿밥'

절집에 가면 부처님에게 공양을 드리거나 돌아가신 이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종종 볼 수 있다. 제를 지낼 살마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음식과 언행을 삼가며 부정을 멀리해야 한다는 뜻의 재계(齋戒), 죽 재(齋)를 지내는 것이다. 절집에서 지내는 재는 부처님 앞에 공양한다는 의미의 불공(佛供)을 말하는 것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신령에게 음식을 바쳐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인 제사(祭祀)와 다르다.재를 지낼 때는 잡념을 모두 털어버리고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어야 한다. 행여 사심(邪心)이 들지 않도록 마음을 꽉 채워 일념으로 불공을 드려야 하는 것이다. 한데 불심(佛心)이 여간 깊지 않으면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랜 시간 염불을 해서 배는 출출한데 바로 코앞에 먹음직스런 음식이 놓여있으니 어찌 아니 신경을 쓰이겠는가.우리는 흔히 제 할일은 소홀히 하면서 엉뚱한 욕심만 부리는 염치없는 사람을 빗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정신을 판다”고 비아냥댄다. 그러나 이 어느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고서야 잿밥에 초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정도가 지나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본래 소임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직책이나 권한을 이용하여 제 뱃속 채우기에 급급하다 비난을 받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최근 해인사에서 사찰의 크고 작은 행사 때 여비를 지급하던 관행을 끊겠다고 결의를 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결의는 통도사 주지인 현문 스님이 불필요한 행사경비를 줄요 뜻있는 일에 사용하고자 제안하여 이뤄졌다고 한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다비식(화장식)과 진산식(취임식)은 물론 문중 큰스님의 생일과 기일 다례식에 참석한 손님 스님들에게 여비를 지급해왔는데, 근래에는 행사가 목적이 아니라 잿밥을 노린 객승(客僧)들이 부쩍 늘어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것이다.하지만 인심이 후하기로 정평이 난 절집에 잿밥이 사라진다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서이 허전해진다. 잿밥 좀 챙겨보겟다고 사찰행사 찾아다니는 객승들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 정작 잿밥이 없어져야 할 곳은 이 멀쩡한 사회인데 어쩌다가 절집에서부터 잿밥이 없어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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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17 23:02

[오목대] 이민사회의 단상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대상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 쓰이는 말이다. 기실 우리가 접하는 일상 중에서 이러한 비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만져 보려고조차 않는다면 코끼리의 실체는 더더욱 알기 어려울 것이다. 무관심과 일상적 태도로 코끼리를 만질 것이냐 아니면 지적인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만져볼 것이냐의 차이만이 있다고 본다.낯선 곳을 찾아가다 보면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지리적인 문제다. 교통수단도 문제이지만 지명도 만만치 않은 문제거리가 된다. 이럴 때 지도 한 장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이도 안되면 다음으로 좋은 방법이 전화번호부를 들추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화번호부에는 제일 앞장에 그 지역의 지도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직접 발로 찾아 다니며 그 지역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여러 제약으로 그리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제약 속에서 그 지역의 실정을 비교적 쉽게 그리고 거칠게나마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신문 등의 대중매체에 실린 광고를 통해서이다.광고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인쇄 형태를 한 판매술’(제임스.E.케니디, 1849) 이라거나 ‘광고주의 이익에 따라 행동을 하게 하기위한 아이디어, 서어비스, 상품에 관한 정보의 전달’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사전적 정의와 달리, 정보 취득자의 관점에서 광고를 보면 낯선 사회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19세기 말 독립신문 등의 광고를 통해서 그 사회상을 유추해 보는 것도 이러한 관점이라할 수 있다.미국 로스 엔젤리스에서 발행되는 한인 신문 등의 광고매체를 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관련 광고였고 건강식품에 관련된 광고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들 광고의 분량은 눈가늠으로 보아도 전체 광고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잇었다.국외자의 입장에서 부동산 광고는 우리 교민들의 경제적인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건강식품에 관한 광고가 활발한 것은 당연히 건강에 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한데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는 창이 아닌가 싶다. 이런 미주사회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들 교민이 주류사회의 주역으로 서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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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15 23:02

[오목대] 시민단체의 도덕성

국내의 대표적 환경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부설조직인 에쾡활협동조합이 호나경감시 대상인 기업들에 자기 제품을 판매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민단체의 도덕성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제품을 구입한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은 지난해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건설문제로 환경연합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고, 또 다른 기업 역시 광양만 오염문제로 공격을 받았던 포항제철이라는데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에코생협은 지난 2년동안 개당 3만원 짜리 친(親)환경 손전등 1천개를 한수원에, 같은 제품 3백개를 포항제철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문이 확산되자 에코생협의 이사장인 최열대표가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지난 2002년 4·13총선에서 ‘바꿔 열풍’을 일으키며 낙선운동을 주도하여 상당수의 대상자를 낙선시키면서 국민곁에 다가섰던 시민단체가 곧 이어 터진 ‘장원(長元) 성추문 사건’에 이은 또 다른 악재로 시민단체의 첫번째 덕목인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 사회 시민운동의 성격은 초기 반독재 기치를 내건 민주화운동이 대세를 이뤘었다. 그후 소비자운동과 환경운동을 비롯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운동과 공명선거 감시를 위한 정치참여등 그 활동폭을 넓혀왔다. 그 과정에서 양적(量的)성장을 이룩했으나 거대한 조직을 꾸려가고 활동하기 위한 재정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회원들의 회비로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기에 역부족이다 보니 일부는 정부나 기업등으로 부터 보조나 후원금을 받아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번 에코생협의 경우처럼 제품을 생산 판매한 것도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감시대상 기업에 제품을 파는 무리수까지 정당화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힘으로 우리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은 지속돼야 한다. 아픔을 또 한단계 성숙시키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혹시 그동안 손쉽게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아야한다. 비록 어려운 여건속에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국민들도 시민단체를 더욱 신뢰하고 힘을 보텔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1.14 23:02

[오목대] 초국적 투기자본

갈수록 초국적 투기자본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이 한국 기업들을 사냥하여 막대한 차익을 남기면서도 세금관련 조약 등을 이용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뉴브리지 캐피탈은 제일은행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팔았다. 미국계 투기자본인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을 3억달러 미만을 투입하여 사서 5년만에 10억달러 이상의 이윤을 남겼다. 또한 한국에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정부는 그동안 제일은행에 무려 17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12조원을 회수하여 약 5조5천억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국민의 혈세로 외국의 투기자본의 장사를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한미은행, 외환은행외에도 보험, 증권, 부동산, 기업, 주식 등 빠른 속도로 외국계 자본이 장악해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상 자본개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경제의 체질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대규모 잉여유출로만 이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자본의 직접 투자는 자본확대, 고용기회확대, 선진기술도입, 선진경영기법도입, 통상마찰해소 등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투기자본이 판치면 한국자본시장을 교란하며 한국의 자본만 빨아가 한국의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외국자본이라 하더라도 기업과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외국자본이 종업원, 하청 중소기업, 한국경제에의 기여를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벨기에는 해외투기자본의 약탈적 잉여유출을 막기 위해 '스판세(Spahn Tax)'법을 도입하고 있다. 모든 외환거래에서 투기자본의 총거래액이 단기간에 미리 정해둔 환율 변동폭을 초과할 경우 그 자본거래의 80%를 징수하는 방식이다. 대규모의 국제 투기자본이 손쉽게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을 목적이다. 장기적인 투자자금보다는 단기적인 투기자본에 부담을 주자는 취지다.초국적 투기자본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세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심지어 미국조차도 이들의 공격에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미 한국은 말할 것도 없이 영국과 일본도 호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한국도 투기자본에 의한 약탈적 잉여유출을 막고 순기능을 하도록 하는 장치들을 고안해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1.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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