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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陽性子 가속기

1803년 영국의 과학자 ‘존돌턴’은 모든 화학원소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고유한 원자(原子·atom)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들어 원자는 양성자(陽性子)와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電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밝혀졌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1840배 무겁고 +전기를 띠고 있어 전자석으로 가속시킬 수 있다.세상 만물의 기본단위인 원자를 이루는 전자, 중성자, 양성자중 전자는 이미 60여년 전부터 각광을 받아왔고, 중성자 역시 핵분열(원자력발전)이나 핵융합(수소폭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침묵을 지키던 양성자가 물리학 분야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이다. 이른바 대형 양성자가속기라는 것이 탄생하면서 부터이다.양성자 가속기란 말 그대로 양성자에 속도를 붙여주는 장치다. 1초에 수천∼수만㎢ 이상으로 가속된 양성자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한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는 현재 정밀분석 기기와 반도체 가공기기, 암치료등 의료장비에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생명과학과 재료과학, 우주산업, 원자력산업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국내의 경우는 아직 양성자를 다양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양성자 연구의 핵심인 대형 가속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부가 앞으로 10년간 1천2백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길이 1백m 규모의 선형 양성자 가속기를 건설할 계획아래 부지를 물색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요부지만 해도 최소 2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전남 장성을 비롯, 강원도, 경기도 안산, 대전 대덕단지등 5∼6곳이 이미 유치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도가 지난주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유치신청을 접수한 결과 익산, 정읍시에 이어 완주군이 가세하면서 이들 3개 시군 대결로 압축됐다. 전북도는 타당성 조사와 객관성 있는 평가를 통해 가장 경쟁력을 갖춘 도내 후보지를 선정해야 한다. 20여개 이상의 새로운 산업군(群)을 창출하고 테크노파크 건설등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성자 가속기가 필히 도내에 유치될 수 있도록 관계장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26 23:02

[오목대] 빨치산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가 민주당을 "빨치산집단"같다고 했다가 경을 치고 있다. 너무 심한 표현이었다. 거기에다가 변명이 가관이다. `파티잔(partisan)'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빨치산'으로 잘못 발음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빨치산'이라는 말은 '파티잔'에서 나온 것으로 둘은 같은 말이다. '파르티잔(partisan)'은 프랑스어의 '파르티(parti)'에서 비롯된 말이며, 당원·동지·당파적인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 정당을 형성해서 당파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말이다. 이들이 조직되어 있는 것이 party 또는 parti, 즉 정당이다.'파르티잔'의 소련식 발음이 빠르띠잔에 가까워 해방전부터 좌파를 통해 한반도에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용어는 해방 이후 한국에 빨치산이라는 말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소련 변방에서 지주계급을 중심으로 한 백군과 혁명가가 지도하는 적군의 전투가 계속되었다. 이때 일본군도 백군을 도와 소련을 침공하자 적군게릴라들이 여기에 대한 저항을 했는데 이들도 빠르띠잔으로 불렸다.더욱 유명한 빠르띠잔은 유고의 게릴라들이다. 1940년대 티토가 주도하던 해방군은 독일군 및 친독일세력과 산악지대에서 비정규적인 게릴라전쟁을 했는데 이들이 빨치산의 전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해방전쟁을 하던 게릴라였다. 독일에 항거하던 빨치산들은 그리스 등지에도 있었다.한국에서 빨치산은 처음부터 좌익게릴라를 의미했다. 6·25를 거치면서 남한에서 좌익게릴라들이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비정규전을 수행하였고 이들은 빨치산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빨치산이 원래의 뜻은 파당적인 집단을 의미했지만 결국에는 좌익게릴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빨치산이 좌파를 뜻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제1당의 총무가 제2당에게 "빨치산 집단"같다고 하였다. 한나라당의 정형근, 김용갑, 김만제의원 같은 분들도 작년에 김대중 정권을 '친북 좌파적 정권'이라거나 또는 "친사회주의적 성향인 정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월드컵 기간 중 붉은악마들이 빨간 옷을 입고 한국을 뒤덮었을 때, 빨갱이 공포가 어느 정도 사라지려나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어떻게든 상대방을 빨갛게 낙인찍으려는 경향이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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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5 23:02

[오목대] 騷音 짜증

매연이나 분진 악취 말고도 도시 생활의 대표적인 공해중 하나가 소음이다. 자동차 소리, 업소의 스피커 소리, 공사장의 기계소리, 노점상들의 마이크호객소리가 모두 소음이다. 거기다가 요즘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는 휴대폰 벨 소리까지 가세해 우리는 늘 귀가 멍멍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소음은 사람의 생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냥 ‘귀에 듣기 싫은 시끄러운 소리’정도가 아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보통 대화를 나눌때 소리의 세기는 65db(데시빌)정도인데 이를 넘기면 신체에 이상이 온다는 것이다. 가령 80db이상이면 위의 수축횟수가 줄어들고 90db이상이면 심장의 혈액 박출량이 절반 으로 내려 간다는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심하면 정신질환을 유발할수도 있다는 경고가 따른다. 뿐만아니다. 거리에서 행인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버스나 화물차의 경적소리(100db)소리는 귀가 아프게 할뿐만 아니라 심하면(150db이상)귀속의 작은 뼈가 부서질 정도로 위험천만이다. 그런 경적을 요즘엔 일부 택시까지 부착하고 다니며 행인들에게 겁을 주는곳이 우리나라다.선진국에서는 진즉부터 ‘소음과의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악질적인 소음을 단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의 경우는 매우 강경하다. 술집에서 음악 소리만 새어 나와도 얼마, 자동차 경적을 불필요하게 울려도 얼마, 심지어 개가 지나치게 짖어도 주인에게 얼마하는 식으로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개인의 권익보호와 공공의 질서확립을 기본덕목으로 삼는 들의 생활태도는 본 받을만하다.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물론 소음을 공해로 규정하고 단속 처발한다. 그러나 그 정도는 외국과 비교할바가 못된다. 아시아에서조차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소음공해가 심한게 우리나라이면서도 비교적 소음에는 관대한게 우리 정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그 많은 시민고발 가운데서도 소음공해에 대한 불만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것인지도 모른다.요즘처럼 무더운 장마철에는 소음이 짜증을 더욱 부채질한다. 밤낮없는 소음에 직장인들이나 일반 가정에서조차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시민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씩만 모아도 소음이 공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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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24 23:02

[오목대] ‘마늘’트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늘은 매일같이 먹는 중요한 영양분이다. 모든 음식에 빠짐없이 양념으로 들어가는게 마늘이다. 마늘을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만들기도 하고 줄기는 데쳐 나물로 먹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유독 마늘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듣는다. 외국인들이 김치 다음으로 싫어하는 체취가 바로 마늘냄새인 것이다.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이라고 마늘을 먹지 않는것은 아니다. 이태리나 스페인 프랑스등 서양요리에서도 마늘은 중요한 양념으로 쓰인다. 오히려 이런 일화도 있다. 8순에 이르도록 정력적인 사회활동을 한 미국의 루즈벨트 전 대통령에게 부인 일리노어 여사가 노익장의 비결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따로 비결이란 없다. 다만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해온건 있다. 수십년간 마늘을 먹어 왔다는것이 그것이다’ 그의 이 말 한마디가 메스컴에 알려 지면서 60년대 미국에 때아닌 마늘붐을 일으키기도했다는 일화다.마늘의 효능은 한방(漢方)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거뇨·거담·살충·건위·발한등에 좋고 구충제로도 처방을 했다. 이미 70년대에는 양방(洋方)에서도 마늘이 위암과 간암에 효능이 있다는 학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냄새만을 제거하는 육종법까지 개발하여 마늘먹기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연전에 미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로 한국을 꼽은 일이 있다. 사실이다. 그때 한국인의 연간 마늘 소비량이 37만t이었는데 서구쪽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스페인이 23만t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현재 우리나라의 마늘생산량은 43t정도이다. 생산농가도 49만 가구에 이른다. 생산량이 이 정도면 아무리 소비가 늘어났다 해도 자급이 충분한 양이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국과의 수입마늘 협상이 잘못되어 농가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당장 도내에서도 특산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무주 ‘육쪽마늘’이 제값을 못받게 됐다며 재배농민들이 한 숨을 내쉬고 있다.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것 같아 안타깝다. 마늘트림에 사귀(邪鬼)가 달아난다는 우리 속담도 있는데 그 트림으로라도 마늘분쟁이 해결되어 농민들을 안심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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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3 23:02

[오목대] 농촌 헌 집에 投機?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의 정책만 내놓던 농림부가 모처럼 농촌의 현실을 직시한 정책을 입안(立案)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농림부는 도시 자금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생산성이 낮은 한계농지에 민간사업자가 미니 골프장이나 콘도를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고 도시민이 농촌의 면지역에 집을 살때 1가구 2주택 조항에서 제외,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계농지란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이거나 다른 농지와 연결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2ha(6천평) 미만의 농지를 말한다.농림부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농촌 투자 유치 대책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올해 안에 농어촌 정비법과 농업기본법 등 관련 법을 뜯어 고칠 계획이다. 농림부는 또 한계농지에 미니 골프장이나 전원주택 콘도 실버타운 등을 지을 경우 취득세나 등록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 도시민이 농지를 사들여 회원제형 주말농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농지법상 규제로 완화해줄 방침이라고 한다. 이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6억3천만평에 이르는 전국의 쓸모없는 한계농지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되고 도시의 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임으로써 급속히 무너저가는 농촌공동체를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그런데 재경부와 한국조세연구원이 세금 감소와 형평성의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농촌주택에 대한 1가구 2주택 조항을 예외로 인정할 경우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고 살지도 않을 집을 사도록 유도해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게 무슨 r궁색한 논리인가. 경영을 잘못해 다망해가는 기업에는 몇십조원 씩이나 쏟아부으면서 겨우 숨만 깔딱거리는 농촌에는 세금 몇푼 감면해주는 것이 아깝다니, 그리고 면단위 농촌지역에 헌 집을 사서 투기를 한다니 이게 무슨 망발인가. 높은 자리 앉아서 어려운 경제이론만 다루다 보니 하찮은 농촌 사정 쯤이야 안중에도 없는 모양인데, 농촌문제가 경제논리에 휘둘리면 농촌의 미래는 참담해질 수 밖에 없고 농촌이 붕괴되면 도시도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애써 외면하러 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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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22 23:02

[오목대] 易地思之

얼마 전 중국에서 한 통의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 합격했는데 입국사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호소였다. 사증 발급 거부의 사유는‘야간’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입국사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규정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이 규정은 한국에 체류하면서 공부보다 돈 버는 데 열심일까 봐 염려가 되어서 만든 모양이다. 처음에 그런 내용을 접하고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왜냐면 평소 그 중국 학생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관계기관에 그 중국학생의 품성을 잘 이야기만 하면,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학생의 신원에 대한 보증을 약속이라도 하면 입국사증은 어렵지 않게 발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그런데 일은 생각처럼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대학원 당국이나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나 모두 예의 규정을 들어 협조가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여러 차례 그리고 장시간에 걸친 상담의 결론은‘한국입국 불가’였다. 그래도 뭔가 희망을 갖고 편지를 썼을 그 중국학생을 생각하니 참 염치가 없었다.사리를 따져보다면 야간 대학원 입학만 안 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주간에 다니는 경우는 외국적의 학생들의 국내에서 일할 기회는 많다. 아니 오히려 주간에 일하는 것보다 사실 더 염려스럽다. 열 번 양보를 해서 야간에 학교를 다니게 되어 주간에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래서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치자.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야간학교에의 입학 불가’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한 당국의 처사는 동의하기 어렵다.이런 일을 겪으면서 접하게 된 정부의‘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도 입국사증 발급불가라는 개인적인 지난 17일 날로 증가하는 외국 근로자의 국내불법체류를 막고 국내에 필요한 노동인력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만든 방안인 모양이다. 그런데 그 속내를 보면 법과 원칙을 내세워 자그마치 26만 명이나 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추방문제를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불법 체류자를 포함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 특히 동남아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굳이 1960년대에 한국경제를 살렸던‘인력수출’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고통 받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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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0 23:02

[오목대] 動物 이동통로

자연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원은 거의 불가능하고, 복원된다 해도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야생동식물은 일단 멸종되면 다시는 모습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우리나라의 전체 생물 종(種)은 모두 2만8천여 종으로 조사돼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구렁이, 산양, 장수하늘소, 한란등 43종의 야생동식물은 명종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민족에 친숙한 동물인 따오기, 먹황새, 호랑이, 늑대, 여우등은 이 땅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유엔이 내놓은 ‘세계자원보고서 2000-2001’에 따르면 국토 1만㎢당 관찰되는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종수는 95종으로 조사대상 1백55개 국가중 1백31위에 머물렀다. 동물중 다양성에서 최빈국에 속하는 셈이다. 이같은 야생동물 수의 감소는 밀렵 뿐아니라 서식환경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의 마구잡이식 개발이나 산과 계곡을 관통하는 도로개설이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을 해치는 대표적 사례이다.그러나 환경 선진국들 조차 도로개설로 인한 생태계 단절을 막기 위해 동물이동통로를 건설한 것은 특별히 사냥의 대상이 되는 동물을 위한 것이었다니 아니러니컬 한 일이다. 세계 최초의 동물이동통로는 프랑스에서 건설된 지하통로 형태였다. 그후 동물이동통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960년대 부터 유럽 전역을 비롯 북미지역등에 잇따라 건설되었다. 동물이동통로의 형태는 네발달린 짐승을 위해선 육교양식의 생태다리나 지하통로를 주로 만들고, 파충류나 양서류를 위해서는 암거나 흄관을 설치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7년 해발 850m의 지리산 시암재에 폭 6m, 높이 5m, 길이 12m의 지하터널 형으로 건설한 것이 처음이다. 그후 백두대간 등지에 몇개소 추가 설치했지만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건설교통부가 장수 육십령재, 남원 여원재, 무주 덕산재등 도내 3개소를 포함 전국 10개소에 내년말까지 3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길이 30m 이상의 육교형 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인간의 행복과 편리를 위해 동물의 서식환경을 마구 파괴하는 것은 인간의 횡포에 다름아니다. 남아있는 야생동물이라도 잘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19 23:02

[오목대] 부안의 원숭이학교

지난 14일에는 마침 일요일이라 가족끼리 놀러갔다.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TV에서 일본원숭이학교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나, 부안의 원숭이학교에 들렀다. 원숭이학교를 찾은 김에 변산반도 이곳 저곳을 들렀다. 바다, 호수, 산, 울창한 삼림, 절, 염전, 젓갈, 바지락죽, 해수욕장 등 다양한 볼거리에서 먹을거리까지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중 원숭이학교는 지난 6월29일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의 폐교에 개원하여 벌서 전국적인 명물로 등장하였다. 개장한 지 몇 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일요일의 매 공연이 매진되고 있었다. 9,000원이나 하는 비싼 입장료에도 원숭이 쇼를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보석 등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이 개장되어 있지만, 아직 악어 쇼는 진행되지도 않았고 부대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아 원숭이쇼가 유일한 볼거리였는데도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3부로 구성된 45분정도의 원숭이 공연이었다. 일본 닛꼬 원숭이군단을 데려와 한국말로 조금 더 훈련한 것으로 보인다. 3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 들른 꼬마들은 손벽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500석을 가득 채우고도 입석으로 입장한 사람들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열심히 쇼를 구경하였다.그렇지만 공연내용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원숭이들이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지 또는 새로운 한국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지 실수도 많았다. 특히 각 원숭이들의 장래희망을 중심으로 한 교육장면으로 구성한 3부 공연에서 조련사가 원숭이들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교육적으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사소한 것들을 개선하여 더욱 재미있고 풍부한 쇼를 제공해주면 원숭이학교가 부안관광의 핵으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반도국립공원과 새만금방조제, 변산 및 격포해수욕장 등이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가족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숭이 쇼, 더 나아가 악어 쇼까지 더 재미도 있고 교육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안의 여러 관광지들도 보다 품위있는 가족관광지로 발전하여, 부안이 가족들이 항시 즐겨 찾는 가족휴양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18 23:02

[오목대] 肥滿과 결식아동

잘 먹고 잘 자고 낙천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중에 비만(肥滿)이 많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나라 원주민들중에 뚱보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족한 먹거리, 근심 걱정없는 생활환경이 그들을 살 찌게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이어트란 말은 그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고 여성의 얼굴이 얼마나 예쁘냐보다 살이 얼마나 더 쪘느냐가 미인의 기준이 되는 부족도 있을 정도다.국민소득이 높고 생활이 풍요로운 선진국일수록 비만증 환자가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이 육식(肉食)을 즐기는 나라 사람들중엔 체중이 200kg이 넘는 뚱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비만을 부끄러워 하진 않는다. 드럼통같은 몸둥이로 거리를 활보하고 해변이나 수영장등도 거침없이 휘젓고 다닌다.우리나라 사람들도 40대가 지나 장년기에 들어서면 적당히 살도 찌고 배도 나와야 풍채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배만 나왔다고 사장이냐’는 유행가도 있었지만 그 나이 들도록 왜소함을 벗어나지 못하면 왠지 좀스럽다는 평을 들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질환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젠 너도나도 살빼기 작전이 치열하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떼돈을 버는 업종도 부지기수다.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행동교정이나 식이요법 적당한 운동, 약물치료등 자신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개발됐다는 비만치료약이 일본에서 부작용을 일으켜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을 비만증환자들은 상기 할 필요가 있다.마침 미국에서는 비만을 억제하는 법률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다. 인구의 61%가 과체중이고 매년 30만명이 비만으로 희생된다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성인 3명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학계의 보고도 있었던 터라 결코 남의 나라 일만도 아니다. 특히 어린이 비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니 더욱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한편으로 10만명의 결식아동이 방학중 점심을 제대로 못먹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17 23:02

[오목대] 반성과 후회

사람이 살아 가는 모습을 보면 꼭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리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일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우리네 삶이 과연 이렇게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것인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이런 구분도 못하며 사는 모습들을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쓸모가 있다고 본다.얼마전 월드컵 대표팀에 몸을 담았던 한 선수의 불만이 기사화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이유인 즉 선발로는 물론 교체선수로도 기용되지 않아서 출전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감독, 선수 그리고 기자가 해야 될 역할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 되돌아 볼 기회를 주었다.선수 기용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어야 한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의 선수 선발권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축구사에 전설로 남을 일이지만 적어도 이번 월드컵 감독인 히딩크에게는 전권을 다 주었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다음으로 선수 개인의 태도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선수 입장에서는 기용되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가질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서운함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언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다. 실제로 홍명보 선수나 이영표 선수가 방송과 신문에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기사화시키는 것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그 다음으로, 선수 개인의 서운함에 대해서 기사화한 언론의 태도이다. 선수의 개인적인 서운함이 기사화할 대상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온정주의에 기대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미 히딩크 감독이 재임기간 제일 힘들었던 일로 지적한 것이 언로의 추측성 기사였다는 점에서도 언론은 해서는 안되는 일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격언이 있다.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은 앞으로 잘 해보자는 뜻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겨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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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3 23:02

[오목대] 제왕절개수술

제왕절개수술(caesarern Section)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로마의 정복자 율리우스 카이자르(Julius Caesar)가 이 수술로 태어나서 이 명칭이 유래되었다는 속석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이름은 제왕절개술로 여전히 쓰고 있다.지난 99년 하반기 43%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지난해 39.6%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에 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지역별·병원별 수술 건수를 공개하고 여성단체들이 이를 활용하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겨우 3%P 소폭 하락에 그쳤다. 도내의 경우는 37.3%로 조사돼 전년도 보다 오히려 0.6%P 높아졌다.우리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 5∼15%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15%)·영국(16%)의 2∼3배를 웃도는 수치이다. 특히 제왕절개 천국이라는 미국(23%)을 크게 상회한다.지난 85년 6%대에 머물던 우리의 절개수술 분만율이 이처럼 40%를 오르내리게 된 것은 병원측의 권유에 산모들의 그릇된 인식이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측은 제왕절개비용(18만1천원)이 정상분만료(11만2천원)보다 높아 수입을 올리기가 쉽고, 의료분쟁 책임을 따질때 제왕절개가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이유까지 들어 수술을 권유한다. 또한 산모들도 산고(産苦)를 피하려고 수술을 선호하고 제왕절개 분만이 더 안전하다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수술분만을 유도할때 예상되는 부작용과 단점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미국 의학협회지에 게재된 자료에는 제왕절개 분만이 정산분만보다 합병증 발생률은 2배, 분만 사망률은 4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와있다. 또 절개수술을 할 경우 입원기간도 4∼5일 더 길어져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이처럼 왜곡된 출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들이 솔선해 당장의 진료수익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진료비 격차를 없애고 정상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산모들의 각성도 중요하다. 차제에 산모나 사회 모두에 좋은 정상분만 권장 캠페인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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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2 23:02

[오목대] "4强 신화" 속 숨겨진 고통

이번 월드컵으로 최대의 스타가 된 사람이 히딩크 감독이다. 4등을 한 한국축구대표팀과 한국을 뒤로 하고 히딩크는 이제 고국이 ㄴ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서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마치 그가 와서 축구대표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그가 40등을 4등으로 끌어올려 이러한 히딩크릐 리더쉽은 두고 두고 한국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의 리더쉽을 무조건 채용하기에는 여러 함정이 있다.프로 스포츠는 이미 자본주의 의 최첨단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스타위주의 연예시스템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보상도 충분히 못받고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스타 독점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이기지 못하면 아무 쓸모도 없다. 승리자만 스타가 되기 때문에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질주한다. 월드컵도 이러한 스타시스템의 경연장이다. 스포츠 자본주의의 총아인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로 선발되었지만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김병지, 윤정환 등은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다. 너무 마음이 아퍼 윤정환은 자신의 생애처음으로 그렇게 술을 마셨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몸을 만들어 놨고 그래서 다른선수 이상의 실력을 발취할 수 있었는데도 히딩크 감독이 전혀 출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윤정환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에 잘못보이면 수비게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김병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부 감독들도 히딩크의 업적이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서라기 보다는 축구협회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 자기 마음대로 모든것을 할 수 있어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미 체력을 기초로 한 압박축구가 한국축구가 나가야할 길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아마 이들의 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말에서 느끼는 히딩크는 철저한 사람이다. 내일 출장할 것 같이 오늘 훈련시키면서도 내일 출장시키지 않았다.물론 스포츠가 처절한 승부의세계이지만 출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4강의 신화에는 이들의 심한 고통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신화속에 솜겨진 선수들의 고통도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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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1 23:02

[오목대] 褒賞金 만능주의

월드컵 축제에 이어 서해교전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이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제도 하나가 선보였다. 이른바 ‘불법 의료행위 신고포상금제’가 그것이다. 의약분업 시행후 의사나 약사들의 불법 조제시비를 막고 담합행위나 무자격자 조제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도다. 가령 처방전만 발급해 주게 돼 있는 의사가 약까지 조제 한다거나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규정외의 조제행위를 할 때 이를 신고하면 10만원 내외의 포상금을 준다는 식이다. 교통법규 위반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불법 선거운동 신고포상금제에 이어 불법의료행위에까지 포상금 시혜(?)의 폭을 넓혀 놨으니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이제 ‘신고 포상 만능의나라’가 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율과 책임아래 법의 제재없이 시행돼야 할 의약분업이 이런 식으로 상처를 입는 일이 안타깝다. 벌써부터 의사측과 약사측이 수사기관 출신자들을 고용하여 상대방을 감시하는 일을 구상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니 딱한 노릇 아닌가. 교통법규 위반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한 달에 기백만원까지 수입을 올린다는 전문 신고문들에게는 앞으로 이 방면에서 또다시 수완(?)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준 셈도 된다. 국민의 정부 최대 실책의 하나로 꼽히는 의약분업제도지만 시행 2년째를 맞아 함생제 오남용을 방지하는등 일정부문 성과를 거둔 측면이 없진 않다. 다만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병의원이나 약국을 오가며 불편을 겪어야 하는 환자들의 불만을 아직도 명암이 엇갈린다. 또한 의료보험 재정 고갈도 문제점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행상의 오류를 시민들의 고발정신에 기대어 해결하려 든다면 그것은 행정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무책임의 표본이다. 땀띠가 나면 연고 한번 바르면 낫는데도 그것을 사려면 의사처방이 있어야 하는 규정, 급해서 병의원대신 약국을 찾았을때 규정보다 비싸게 약을 구입해야 하는 모순을 의약분업은 아직도 안고 있다는게 국민들의 시각이다. 하물며 그런마당에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적정한지조차 구분을 잘 못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불법의료행위를 근절 하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이떻게 나올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고발정신과 이간질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제도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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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0 23:02

[오목대] 아름다운 退陣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줄이고 지방행정을 쇄신키위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 청심(淸心) 편에 ‘염자(廉者)는 목지본무(牧之本務)이며 만선지원(萬善之源)이고 제덕지근(諸德之根)이니 불렴이능목자(不廉而能牧者)는 미지유아(未之有也)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의무로 모든 선정의 근원이요,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으면 참된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다산은 또 낙락시용(樂施 用) 편에서 ‘간과창양(干戈 愴壤)에 유리기우(流리 寄寓)는 무이존지(撫而存之)가 사의인지행야(斯義人之行也)니라’하여 의로운 목민관은 모름지기 불쌍한 사람을 돌보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적고 있다. 비록 2백년 전에 설파한 지방 관리들의 지침서이지만 당시 수령들에 대한 정약용의 외침은 수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6·13지방선거로 퇴임하는 일선 시장·군수들의 ‘아름다운 퇴장’이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권이담(權彛淡·73) 전 목포시장은 퇴임에 앞서 민선 1∼2기 재임기간 동안 받은 급여와 수당 14억 1천여만원 전부를 목포시에 기탁했다. 일찌기 시장선거 출마 포기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그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의 배려로 7년동안 일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시는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가정 형편이 어렵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문경규(文璟圭·70) 전담양군수도 이임에 앞서 군장학회에 2천만원, 노인회 후원금으로 1천만원을 기탁하고 청내 일용직과 청원경찰·운전원 등 하위직 1백명에게는 10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그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의 보수가 너무 적어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군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는 뜻으로 정성을 전했다”고 했다. 그 역시 70이 넘어 한번 더하려 한다면 욕심이라며 후진들에게 길을 터줄 생각으로 재선 직후 불출마를 결심했었다고 밝혔다.온갖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나 아니면 안된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태 속에서 이 두 민선단체장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퇴진은 무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 만큼이나 청량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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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8 23:02

[오목대] 여성의 감정표현

거창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그동안 분출시키지 못했던 묵은 감정들을 속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비록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한민국’을 외쳤을 망정 속내로는 그동안 응어리졌던 각자의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 갔을 것이다.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옆에서 목청껏 외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럴수가… 우리는 그동안 서툴게 운전하는 여자만 봐도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운전은 무슨…’식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남성전유물인 축구에 여자들이 슬그머니 터를 잡은 것이다. 그냥 겸손한 태도로 잠깐 실례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축구에 남자보다 더 정신없이 빠져든 모양이다. 태극기로 치마만 만들어 입었어도 말을 안 한다. 그보다 더한 것도 여자들은 했다.하긴 그렇다. 월드컵 축구에 여자시합이 있었다면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승에도 갔을 것이다. 그동안의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굵직굵직한 업적은 여자선수들의 작품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이 응원인들 뒤지겠는가. 붉은 악마의 약 40%가 여성회원들이라고 한다. 전체회원 수가 23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성회원의 절대적인 수는 대단하다.그런데 평소 축구에 대한 관심계층이 주로 30대 남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를 보니 그 진수에 빠져들지 않을 남·녀·노·소가 없겠지만 그래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우리는 여성들이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장소가 광장이나 거리 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곳은 공개적인 장소라는 성격을 갖는데 여기는 그간 주로 남성들의 차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남성들의 태도때문이었다.그런데 월드컵은 여성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감정표현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를 얻은 여성들은 모처럼 차별없는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강한 소속감을 얻게 된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얻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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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6 23:02

[오목대] 프로축구 활성화

월드컵이 끝난지 1주일이 돼가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한국축구 ‘4강 신화’의 감동과 환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축제의 끝은 새로운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4강 신화’ 한번의 위업에 만족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발전과 더 큰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 앉히고 국내축구의 현주소를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이다.세계가 깜짝놀란 도약을 이룬 한국축구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부끄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출범 20년이 된 프로축구리그는 현재 고작 10개팀에 그치고 그나마 2부리그 조차 없다. 1부리그 16개팀에 2부리그 12팀을 보유하고 완벽한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는 이웃 일본과의 비교가 되지 않는다.국내 프로선수는 겨우 4백명 안팎이고, 초등학생까지 합친 등록선수도 1만7천여명에 불과하다. A매치 경기에는 그런대로 관중들이 모이지만 국내 프로리그 경기장의 스탠드는 항상 썰렁하기만 하다. 클럽간 대학경기에 만원을 이루는 축구강국의 팬들이 이 광경을 보면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월드컵 ‘4강 신화’를 지속적인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축구 관계자나 팬들의 할 일이 많다. 먼저 국내 프로축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세계적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을 가진 도시가 연고 프로팀 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이와함께 저변확대를 위해 유소년축구를 집중 육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청소년 유망주들을 해외로 많이 진출시켜 선진기술을 습득 도입해야 한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한국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다. ‘레드 신드롬’의 주역인 붉은 악마들은 한국의 마지막 경기인 터키와의 3-4위전 경기에서 카드섹션으로 ‘CU※K리그(See You K리그)’를 간절히 호소했다. 국민들이 축구장을 자주 찾는 애정을 보여줄 때 한국축구는 진정한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때마침 모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올해 K리그 첫 경기인 전북현대와 안양LG와의 경기가 펼쳐진다. 많은 도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전북 연고팀 현대, 나아가 한국축구 발전에 뜨거운 격려를 보내줄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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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5 23:02

[오목대] 全州川 생태관광

‘맑은 물 되찾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흔히 영국런던의 템즈강과 일본 도쿄의 스미다강을 꼽는다. 둘다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을 겪었지만 시민단체나 시의회의 노력으로 생태계를 복원한 케이스다.템즈강의 경우 상류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워털루교 타워브리지등 유서깊은 교량들로 세계적 관광명소가 됐지만 수질오염에 따른 심한 악취와 수인성 질병 유발로 시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됐다. 스미다강 역시 강변으로 기차가 지나갈때 창문을 닫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두 도시의 의회가 나서 ‘수자원법’ ‘수질악화방지법’등을 제정하여 오수(汚水)차단과 수질개선에 힘쓴 결과 연어가 다시 올라오고 철새들이 둥지를 트는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것이다. 불과 30여년전 일이다. 이런 예는 비단 템즈강이나 스미다강만의 일도 아니다. 독일의 라인강이나 프랑스의 센강,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벌인 서울의 한강 살리기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의 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근래 전주천의 모습이 옛날과 크게 달라졌다. 불과 몇해전만 해도 각종 오폐수로 악취가 진동하던 그하천이 아니다. 지저분하던 둔치곳곳에 쉼터가 조성되고 자연석으로 가꾼 천변 조경도 산뜻하다. 그러니 사라졌던 물고기들도 다시 찾아들수 밖에. 맑고 깨끗한 물속에 모래무치 쉬리등이 헤엄치고 다슬기 반딧불이의 모습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해질녁이면 백로들이 날아 들어 물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도 새로운 풍경중의 하나다.이처럼 전주천이 옛날의 모습을 되찾게 된것은 그동안 전주시가 전주천 정화사업에 쏟은 행정력과 시민 환경단체등의 자발적인 동참노력의 결과다. 따라서 시민의 힘으로 복원된 전주천의 자연환경을 이제부터 지키고 가꿔 나가는것 또한 당연히 시민의 몫이다. 반가운 것은 이곳에 생태관광코스가 새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전주시 계획으로는 전주천 상류인 한벽루 부근에 1천여평 규모의 자연학습원을 만들어 민물고기 반딧불이 곤충류등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장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는 2004년 완공할 계획으로 있다니 머지않아 전주천에 새로운 명물 하나가 생길 모양이다. 이미 성공을 거둔 여의도나 난지도 우포늪등의 생태공원들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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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3 23:02

[오목대] 韓國人 감독

월드컵 4강! 한때 아시아의 맹주(盟主) 자리마저 빼앗기고 동네축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한국축구가 드디어 신기원(新紀元)을 이뤄냈다. 성질이 불같은 축구팬들은‘결승까지 갈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4강고지를 점령한것만도 신화창조요 기적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그러나 한국축구 월드컵 4강은 결단코 우연이 아니었다. 세계의 변방 축구신세를 면치 못해온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한 히딩크 감독, 감독의 훈련 스케쥴에 온 몸을 던진 태극전사들, 그리고 전 국민이 하나되어 보내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예고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예리한 판단력과 원칙을 중시하는 추진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엄정한 선수선발과 체력 보강·즐기는 축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작년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를 당했을 때나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수모를 당했을 때도 그는 꿈쩍않고 자신의 방법을 고집했다. (감독이 한국인이었으면 진작 쫓겨났겠지만) 어쨌든 그는 한국축구에 새 역사를 쓰고 영웅이 됐다.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국인의 기질과 한국적 풍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국축구의 고질병이 정실에 의한 선수 선발과 경기 후반 급격히 떨어지는 허약한 체력, 그리고 반드시 골을 넣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문전 골처리가 미숙했다는 점을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모르는이가 없다. 더구나 무명(無名)시절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박종환 감독은 이미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확실하게 진단하고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라면 두번째 가라하면 서뤄워할 그도 대표팀 감독을 맡고 나서 부터는 웬일인지 제대로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불명에 퇴진을 하고 말았다. 요즘 그는 사석(私席)에서“왜 외국인 감독은 되고 한국인 감독은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하고 있다고 한다.‘원칙이 통하는 사회’바로 이것이 왕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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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1 23:02

[오목대] 월드컵 유머

요즈음 대한민국 국민들은 너무 흥겹다. 4강전에서 독일에게 패한 뒤에도 상심해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흥겨운 정도가 도에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이런 흥겨움은 축구와 관련된 유머를 만들고 즐기는 것으로 더 커지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히딩크는 송종국(國)에 산다. 그 송종국의 설기현(絃)에는 박지성(城)이 있는데, 이 성에는 이을룡(龍)이 살고 있고 안정환(丸)이란 명약이 있다. 설기현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할 때 홍명보만 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천수(水)를 마신다’는 식이다.이런 종류의 유머는 선수들의 이름 마지막 음절의 발음과 동일하지만 의미는 다른 한자어들을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발하고 그 재치에 웃음을 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의도적인 유머는 아니더라도 응원가 중에 반복되는 구절인 ‘오 필승(必勝) 코리아’를 외국인들은 ‘오 피스(peace) 코리아’로 듣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참 평화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이 경우도 우리말의 ‘필승’과 영어의 ‘피스’발음이 비슷해서 생겨난 넌센스인 것이다.유머는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찾게 하며 다른 사람들까지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유머는 본래는 고대 생리학에서 인간의 체내에 흐른다고 여겼던 혈액·담즙·흑담즙·점액 등의 체액을 의미하였다고 한다. 이들 체액은 배합 정도에 따라 사람의 체질이나 성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기질·기분·변덕스러움 등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 뒤 인간의 행동이나 언어 등에서의 웃음이나 그 웃음을 인식·표현하는 능력으로 바뀌었다.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는 대다수 언어유회, 즉 말놀이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말놀이의 다수는 같은 발음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거나 반대되는 경우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언어가 유희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같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속에서 얻는 웃음이 폭력적인 행동에서 억지로 유발되는 유형에서 비폭력적이면서도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는 연상의 고리를 찾게 하는 좀 더 세련된 유머로 발전한 것에 주목된다.우리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 결정전이 열리는 오늘도 세련된 웃음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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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6.29 23:02

[오목대] 히딩크식 리더쉽의 함정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하자 히딩크의 리더쉽에 대한 논의가 더욱 가열화되고 있다. 히딩크가 주장했던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은 이미 1984년 박종환 감독이 선보인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의 개인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를 선보이며 제2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바 있다.물론 박종환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기본 방향은 같았지만 히딩크감독이 한결 더 과학적이었다. 철저한 데이터수집과 분석을 통해 전술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유럽팀을 지도해 봐서 유럽축구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팀이 유럽강팀을 계속 격파할 수 있었다.그는 핵심과제를 간결하게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이 명확한 목표를 가지게 했고, 연고주의를 넘어 모든 가능한 인재를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였고, 서로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창조적 노력을 하게 하여, 팀의 능력을 크게 증폭시켰다.서울올림픽 이후 그랬듯이, 월드컵 이후, 월드컵 열광은 점차 사그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리더쉽은 한국에서 크게 확산되어 한국 전반에서 과학적인 평가시스템을 통해 능률과 효과를 크게 높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히딩크적 리더쉽이 좋기만 할까?히딩크는 선수들을 불안하게 하여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리더쉽이 채택되면 한국에서도 직장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겠지만 조금만 능력이 떨어지면 그 사람을 퇴사시키는 것이 정당화된다. 직장의 취업이 단기화되고 불안정해진다.평생직장에서 위와 같은 직장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안정망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안정망 없이 실직자를 양산할 경우 사회적 불안을 높일 수도 있다.히딩크는 카리스마와 인화로 대표팀을 잘 이끌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처럼 평생 일해야 하는 곳에서 맹목적인 실력주의는 협력보다는 개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 대표팀의 협력 속에서도 선수 개인간의 경쟁은 아주 치열했다. 잘못되면 팀의 분열을 낳을 수도 있다.따라서 그의 리더쉽을 모방하는 경우 보다 세심한 점검을 필요로 한다. 무조건적인 모방이 각 집단을 더우 어렵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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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6.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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