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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브랜드 가치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때 우선시 하는것이 대부분 브랜드(brand:상표)다. 제품의 질이나 수명, 디자인 따위는 그 다음이다. 우선 그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근래 소비추세다. 유명 백화점이나 고급상가에서 외국의 유명 브랜드제품이 동이 나는 현상도 그런 소비심리의 일단이다.사실 브랜드만 좋으면 그 제품의 품질은 이미 보장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를 쓰고 품질 관리를 하면서 광고와 마케팅에 전력투구하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를 밝히는 '브랜드 중독증'이란것은 따지고 보면 이런 기업의 마케팅전략이 만들어낸 소비현상에 다름 아니다. 소비자들로서는 비싼 상품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충독감과 자신이 적어도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보이지 않는 자만심 같은것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그 브랜드의 마력에 빠져 들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또한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는 기업으로서는 큰 자산이 된다. 가령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7백25억달러에 이르고 몇년전 국내 최고의 오디오업체인 인켈이 60억원의 브랜드값을 받고 외국에 팔린것이 좋은 예이다. 그만큼 소비자 관리에 철저한것 또한 유명 브랜드회사의 공통점이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사 자동차가 고장이 났다는 사고접수를 받으면 전세계 어느곳이든 즉각 에프터서비스팀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는 고장이 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정도로 완벽한 사후처리를 해 줌으로써 브랜드의 신용을 지킨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발뺌하기 일쑤인 우리 기업들의 행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일뿐이긴 하지만….독일의 BMW 또한 소비자 선호도로는 볼보 못지않는 브랜드다. 우리나라 외제차 시장의 3분의1 정도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급발진사고로 몇차례 말썽을 일으키는등 소비자와의 마찰이 잦은 편이다. 최근 BMW를 타고가다가 사고를 당한 한 소비자가 '차체결함'을 주장하며 전주판매전시장에서 한달째 보상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한다. 판매장측은 차량의 구조적 결함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보상을 거부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과실이 어느쪽에 있는지 여부는 관심밖이다. 문제는 세계최고라는 BMW의 브랜드가 이처럼 초라하게 보여서야 되겠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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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2.05 23:02

[오목대] 우주선 사고

인류의 우주탐험은 지난 1957년 소련 우주선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시작됐다.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록된다. 미국은 소련에 한 발 뒤졌지만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해 본격적인 우주탐사에 나서면서 소련을 앞질러 나갔다.1969년 7월21일 아폴로우주선을 달에 쏘아 올려 닐 암스트롱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시킨것이 미국이며 1997년 7월4일 베일에 가려져온 화성에 무인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착륙시킨것도 바로 미국이다. 소련이 최장기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띄웠지만 미국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발사해 우주공간을 왕복하며 각종 과학실험을 실시하는등 우주탐험의 주도국이 돼 왔다. 이 모두 인류의 과학기술이 일궈낸 위대한 성과로 기록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좌절과 시련도 컸다. 1967년 1월27일 지상의 아폴로 1호 우주선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훈련중이던 그리섬·화이트·채피등 세명의 우주비행사가 목숨을 잃었다. 좌석에 묶여있던 우주비행사들은 꼼짝없이 화마에 휩싸여 귀중한 생명을 우주여행의 댓가로 바쳐야 했던 것이다. 더 큰 비극은 훨씬 후에 또 찾아왔다. 1986년 1월 미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케네디우주센터를 이륙한지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다. 당시 사고로 교사출신 첫 여자승무원인 매클리프등 7명의 우주비행사가 산화했다. 발사광경을 지켜보던 우주인가족과 관광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한때 우주탐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무한정의 투자가 필요한데 비해 경제적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시 레이건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계속될것'이라면서 위대한 미국의 힘을 강조했었다. 그후 한 때 중단됐던 우주탐사는 90년대이후 다시 활발히 추진돼 오면서 우주정복의 발걸음을 재촉해왔다. 2012년이면 인류가 화성에 첫 발을 내딛을것이라는 환상적 프로젝트도 제시돼올 터다. 그러나 우주정복의 꿈은 아직 신(神)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것일까? 엊그제 미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구 귀환중 폭발하는 장면을 TV화면을 통해 부질없이 떠올리는 상념(想念)이다. 최첨단 정밀과학의 경정체라 할 우주선이 바늘구멍만한 결탐으로 산산조각이 날수 있다면 '무한한 가능성에의 도전'은 아직도 인류의 무한한 시련과 고통의 반복적 댓가를 요구하는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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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2.04 23:02

[오목대] 逆歸省

'설설 기어도 설은 지나간다'고 했던가, 고생스럽지만 싫지 않은 마음으로 며칠 부대끼다 보니 설 연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불경기 까지 겹쳐 욕심껏 선물 장만은 못했지만, 오랜만에 가족이 한데모여 정담을 나누고 고향사람들과 회포도 풀어, 짧은 연휴지만 귀경길이 흐뭇하다. 고향, 그곳에 가면 살가운 정이 있고 애틋한 추억이 되살아 나고 뭔지 모를 희망이 속구친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면서 명절만 되면 연어처럼 모천(母川)으로의 회귀본능이 되살아나 고향으로 고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오늘의 '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한데 요즘 설풍경으로는 웬지 낯선 역귀성(逆歸省) 행렬이 보편화 되면서 수천년을 내려온 농촌 공동체문화가 뿌리채 흔들리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급할 수가 없다. 물론 해를 거듭할수록 역귀성 인구가 증가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시골집으로 모두 모이려면 불편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데다, 농촌에 계신 부모님은 연로하여 명절 음식을 챙길 기력조차 없다. 게다가 불편한 주거 환경에 익숙치 못한 며느리·손자들이 극구 귀향을 꺼리고 있으니, 다 늙은 부모님들이 보따리 싸들고 자식들 찾아가는 편이 훨씬 나을성도 싶다.그러나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꼭 편안해야만 맛인가. 일년에 고작 두차례인데 5시간 10시간 자동차안에서 시달려도 보고, 불편하지만 하루 이틀 재래식 화장실도 써보고, 피곤하지만 동네 이웃들과 비벼대며 날밤을 새보는 것이 그렇게도 의미없는 일인가. 또 고향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를 하고, 지방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먹는 일이 작지만 고향 경제에 보탠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이게 바로 사람사는 재미고, 2세를 위한 산교육이 아니겠는가. 농촌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젊은이들은 떠날 수 밖에 없고, 젊은이들이 떠나는데 농촌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역귀성 행렬을 보면서 "신(神)은 시골을 만들었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God made the country, and man made the town)”는 영국시인 윌리엄 쿠퍼의 싯귀가 생각난다. 정녕 농촌은 명절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삭막한 곳이 돼가는가, 아쉬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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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2.03 23:02

[오목대] 설날

모레면 설이다. 설이란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정확하지 않다. 몸을 사린다, 조심한다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명도 있다. 설날에는 각종 귀신이 해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도록 전날 창궐할 수도 있고 또한 새해를 망치려는 귀신들이 하루종일 훼방을 놓을 수 있으며 설날의 운세가 일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조심한다.설 전날밤에는 귀신들이 눈썹을 하얗게 만든다는 믿음이 있었다. 설날에 새로운 음식으로 조상신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차례는 조상신에 잘 돌봐달라고 기원하는 것이며, 세배는 어른에게 새해 신고를 하는 인사이다.또한 집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등 글을 붙여 놓거나, 문고리에 복조리를 걸어놓는다. 그러면 일년 내내 복이 들어올 것이라고 믿는다. 저녁에는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둔 상자를 태워 악귀를 쫓아낸다. 밤에는 야광이라는 귀신이 신발을 가져간다는 믿음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신발을 방안에 넣어두는 경우도 있다. 또는 체를 바깥에 걸어 놓으면 귀신이 멍청해서 밤새 체의 눈금만 세고 세다가 새벽에 사라진다고 생각했다.설날에 이상한 관습을 행하는 모습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일본에서도 구정이 없어졌지만 신정에 새옷을 입고 떡국을 먹고 신사나 조상에 제례를 지내는 모습은 지금도 보인다. 중국에서는 구정을 춘절(春節)이라고 하여 봄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폭죽을 신나게 쏘아댄다. 새옷을 입고 조상신을 모시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이러한 모습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전통이 깊은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처럼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도 보인다. 미국에서도 신정 전날밤에 도심에 모여 불꽃놀이를 하며 논다. 설날에는 가족들끼리 기도를 하며 음식을 먹는다.왜 이러한 풍습이 나타날까? 반게넵이라는 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전환기(그것이 계절이든 인생이든 사회적인 것이든)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 국경일, 입학식, 취임식, 생일날을 특별한 날이라 생각하고 각종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한 것이다.설날이니 조상, 어른의 의미도 생각해보고 신나게 놀아보자. 이왕이면 친족과 함께 올 한해 무엇을 할 것인지도 이야기해보자. 그러면 더욱 풍요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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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30 23:02

[오목대] 긁어 부스럼 내기

지난 2000년 11월7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는 박빙의 접전과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는등 얼룩을 남겼다. 36일간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빛어지면서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로 분열돼 국내외의 비웃음과 우려를 낳을 정도가 됐다.그러나 역시 미국은 법의 지배를 받는 선진민주주의 나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방대법원이 12월12일 민주당 앨 고어측이 요구한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개표가 위헌이라고 판결한데 이어 다음날 고어가 이에 승복함으로써 조지 W부시 공화당후보가 43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것이다.당시 ‘백악관 문을 여는 마술열쇠’(뉴욕타임즈)를 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의 리버먼 부통령후보는 ‘강펀치를 맞은것 같다’고 섭섭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한 사람은 영웅이 돼야한다’는 베이커전 상원의원의 충고를 고어는 품위있게 받아 들인 것이다. 물론 고어로서는 모든 법적 절차를 밟을 권리와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가 있었지만 결국 ‘법의 원칙’을 더 존중함으로써 미국의 가치를 확인시킨것이다.그 해 미국에서는 투표용지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보조개투표(dimple vote)가 화제가 됐고 구멍이 뚫리면서 떨어져 나온 종이 부스러기를 뜻하는 차드(chad- 孔밥)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최대이슈 였을뿐 아니라 정권의 할배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이 됐던 것이다.경우는 다르지만 그런 일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통령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국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를 실시 한 결과 이회창후보와 노무현후보간 표차는 1천1백17표를 넘지 않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의문을 제기한 전자개표기는 전혀 이상이 없는대신 수작업 과정에서의 작은 착오나 실수가 밝혀졌을 뿐이다.한나라당 서청원대표는 어제 ‘당선무효소송의 취하등 후속조치를 깨끗이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당지도부가 일종의 헤프닝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번 죽는일’이라며 소송을 반대한 소장 개혁그룹의 반발을 어쩔것이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긁어 부스럼내기’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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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9 23:02

[오목대] 인터넷 大亂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고 정보유통의 속도를 최대한 높인것이 인터넷이다. 학자들은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중의 하나로 종이와 인터넷을 꼽기도 한다. 서기 105년에 중국사람 채륜이 발명한 종이가 사실은 인터넷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종이가 발명됐기 때문에 인간의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훨씬 용이해졌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쇄술이 통신혁명을 일으켰으며 첨단과학의 산물로 인터넷에 이르렀다고 풀이하는 것이다.그러나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체인 인터넷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방성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대학과 공동연구하기 위해 컴퓨터를 망(網)으로 연결시킨것이 인터넷의 시초이다. 그때가 1969년이므로 지금부터 불과 34년전 일이다.사람으로 치면 겨우 한 세대에 지나지 않는 역사지만 오늘날 인터넷의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의 바다’로 불리우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자료와 정보들이 홍수를 이룬다. 정보뿐 아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마켓에서부터 증권거래, 세금신고 e메일에 이르기까지 기능이 다양하고 엄청나다.우리나라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인터넷 초강국이다. 인구의 58%인 2천5백여만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1천만가구가 넘는다. 이제 ‘컴맹’을 자처하거나 인터넷의 ‘인’자도 모른체 변화하는 정보사회에서 낙오를 면할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그렇다면 이제는 인터넷의 양적 확산도 중요하지만 보안 프로그램같은 질적 향상도 당연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완벽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수준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지난 주말 전국의 인터넷망이 전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를 증명하는것 같다.신종 윔 바이러스의 서버 공격으로 발생한 이사태로 전국의 인터넷이 12시간이상 마비되는 바람에 네티즌들이 엄청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증권거래등의 차질로 재산상 피해도 막대했다한다. 문제는 이런 사이버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측의 지난해 10월 이미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노출돼왔다는 점이다. 사고 진원지 서버 관리자들이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미루다가 이런 예상됐던 횡안을 자초한 셈이된 것이다. 말로만 ‘정보화강국’이 무슨 소용인가. 이번 기회에 시스템 보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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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8 23:02

[오목대] 地方, 地方大

“어느 지방대 출신의 취업재수쟁인 K씨(29)는 지난해 무려 1천4백72개 기업에 이력서를 냈다. 그중 2백개 기업의 서류심사에 통과했고, 50개 기업에서 면접을 봐 연말에사 간신히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취업을 했다.”한 일간지에 보도된 이 기사를 보면서 어쩌다 지방대학 출신들이 이토록 초라해지고 있는가, 억울하다 못해 서글픈 마음이 든다. 지방은 토양이 척박해서 변변한 취업자리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중앙에 연고를 둔 소위 일류 기업들은 서류심사 과정에서부터 지방대 이력서는 아예 서자(庶子) 취급을 해버린다니,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굴러간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학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뿐 뾰족한 회생 대책이 없다. 성적이 좋은 고교생은 대부분 정기 입시철에 서울 소개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마지못해 지방대학에 진학한 재학생들도 틈만나면 서울 명문대로의 진입을 엿보고 있다. 그래서 지방대학은 편입학 시즌만 되면 ‘제2의 대학입시’‘패자부활전’이라는 이름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초토화된 교육현장을 추수리느라 속앓이를 한다. 농촌이, 그리고 지방이 죽어가는데 지방대학인들 성할 수 있겠는가 마는 요즘 지방대학 실정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방을 살리고 지방대학을 바로 세우겠다던 역대 정권들의 호언 장담은 어디로 가고 되레 옛날만도 못한 암울한 환경을 만들어버렸는가, 원망스러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방과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민간 상장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지방대 출신 채용비율을 의무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법’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새정부가 지방대의 실정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니, 부디 이번만큼은 공수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농촌이 살아야 지방(대)이 살고 지방(대)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지 말고, 이번만은 반드시 지방분권 특별법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정한 지방분권이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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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1.27 23:02

[오목대] 聖域

우리 사회에 성역(聖域)은 과연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표현이 주는 인상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그리고 그런 성역은 존속하는 것이 좋을까 없을수록 좋을까.성역은 종교적으로 신성한 지역을 가리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역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룩하고 삼가야 하는 땅이며 조신(操身)해야하며 절대자와 종교지도자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 순종만이 있을 뿐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하기때문이다.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종교적 성역은 사회의 발달과 더불어서 하나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종교인이 소득이 과세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그런 추세를 대변하는 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종교인의 소득이 종교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실정법의 대상에 더 가깝다는 인식으로 구성원의 공감대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나아가 ‘성역 없는 수사’등의 비유적 표현은 종교적 의미의 성역이 더 이상 감히범접치 못할 대상이 아니라는 구성원들의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성역을 빗대는 표현이 긍정적인 사안보다는 부정적인 일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이런 성역이 과연 부정적이기만 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의 뒤안길에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종교인들은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보배들이기 때문이다.그런 가운데 요즈음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서 운영해 온 한 종교인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연유야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 남아 있던 성역 하나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숭고한 뜻에서 출발한 사회활동이 실정법 상의 문제를 불러온 모양이다.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지 30여 년 가까이 되었으니 처음 뜻을 잃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검찰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행스러운 것은 이 일을 계기로 이미 종교계에서는 옮고 그름을 떠나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숭고한 뜻보다 민주적인 조직, 재단운영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 바람직한 해법이 제시되는 것을 보아, 앞으로는 좀더 건실한 사회복지재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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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1.25 23:02

[오목대] 한국판 메간법

국내에서 열띤 논란끝에 지난 2001년 8월 청소년 성범죄자의 이름과 주소, 직업이 처음으로 공개됐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강력한 법적장치와 감시체계를 마련해 시행중이다.그중 대표적인 것이 ‘메간법(Megan′s Law)’이다. 이 법안은 지난 1994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살던 메간이라는 일곱살된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 부근에 살던 제시라는 성범죄 전과자에 의해 성폭행 당한뒤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법인은 두차례나 어린이 성추행 협의로 복역했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 더욱 충격을 줬다.사건이후 주민들도 재범이 우려되는 성범죄자가 인근에 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둥하자 주의회는 피해 여아의 이름을 딴 ‘메간법’을 통과시켰고, 1996년 당시 클린턴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이 법은 범죄유형에 따라 범죄자의 신원과 전과기록, 주소 등을 경찰, 학교및 유치원, 성범죄자 거주지로부터 특정경계선 안에 있는 주민들에게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주(州)에 따라서는 차량번호까지 등록하며, 집앞에 범죄자 표지를 설치하기도 한다. ‘현대판 주홍글씨’인 셈이다.영국에서도 지난 1997년 제정된 성범죄법에 따라 아동 성범죄자는 경찰에 거주지를 신고토록 하며, 경찰은 해당지역 학교 등에 관련정보를 제공한다. 프랑스는 1998년부터 성범죄자의 유전자를 채취, 명부를 작성하고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한다.최근 청소년보호위가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사진과 구체적 신원을 이웃 주민들에 알릴 수 있게하는 방향으로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자신의 집근처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메간법’이 제정될 당시 미국이나, 또 우리나라에서 신원공개제도가 처음 시행되면서 제기된 ‘인권침해’‘이중처벌’논란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성(性)에 대한 중독이나 정신병 환자로 간주되는 성범죄자를 ‘왕따’시키는 것이 성범죄 감소의 한 방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절실한 것은 우리사회에 건전한 윤리의식과 도덕관념을 확립하기 위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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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1.24 23:02

[오목대] 탈권위주의 바람

권위주의는 상사에 많은 권위를 부여하고 엄격하게 형성된 상하질서 속에서 상사는 명령을 내리고 부하는 복종하며 일을 해나가는 스타일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집단이 크게 위계서열에 의존하고, 폐쇄적인 질서를 형성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사가 준 명령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물론 이러한 권위주의적 시스템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격하는 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권위주의체제 하에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일사불란하게 달성하기 위해 국민을 동원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여 왔다.그러나 이제 권위주의적 시스템이 창의력을 제약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IMF에 따른 성과주의의 확산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성과주의의 출현은 직장의 위계질서보다 개개인의 성과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따라서 개인의 지식활용과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게 되었다.이와 더불어 새로운 세대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권위주의와 다른 문화환경 속에서 자라서 귄위주의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서로의 권위를 주장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누구나 직접 대통령, 장관, 도지사, 또는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또는 그러한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가능하졌다. 이전까지 갖가지 의전절차를 거쳐 최고상관을 만날 수 있던 시스템이 와해된 것이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최고 상사와 또는 각종 기관장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권위보다는 글이나 생각의 내용 속에 얼마나 알맹이가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형식적인 지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있다.이러한 탈권위주의를 노무현 당선자가 더욱 재촉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이 대통령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인터넷을 통해 수렴하며, 다양한 모임에서 일방적 결정보다는 토론을 통한 결정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탈권위주의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각자 개방적으로 다양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도, 의견이 모아지거나 합리적으로 의결이 이루어지면 승복하는 모습이 우리사회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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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3 23:02

[오목대] 성악설과 범죄

사람이 얼마나 악할수 있을까를 말할때 흔히 ‘도척(滔蹠)같은 놈’이라고 한다. 흉포하고 간교하기 이를데 없던 이 도적은 무리를 이끌고 다니며 노략질과 부녀자 겁탈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장자’도척편에 보면 사람의 간을 회로 쳐서 먹는 그를 보고 공자가 설득하려다가 되레 경을 치고 도망쳐 나왔다는 대목이 보일 정도다. 사람의 간을 회로 쳐 먹을 정도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다. 악마라고 해야 옳다. 그렇다면 사람의 어디에서 이런 악행이 나올수 있는 것일까.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性惡說)고 했다. 태어 날때부터 악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선해질수 있는것은 교육이나 수알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다. 사람은 본래 착한 인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물욕때문에 후천적으로 악해 질수 있다고 본것이다. 결국 사람이 선하고 악하고는 그 사람이 자란 환경이나 사회적 배경, 교육의 수준등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웬 난데없이 성악설인가. 엊그제 인천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토막살인 사건때문이다. 범인들은 단지 ‘옛 애인의 남자친구와 목소리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20대청년을 살해한후 시체를 토막냈다. 이 소름끼치는 범행에 또다른 30대 여성을 끌어들였다. 그녀를 성폭행한후 사진까지 찍어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인륜이니 도덕이니는 이들에게 발톱밑의 때만도 못했던 것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람을 생매장해 살해한 막가파나 살인공장까지 차려놓고 무작위로 사람들을 유인해 죽인 지존파의 범행숫법이 세상을 놀라게 한것이 불과 몇년전이다. 빚을 갚지 않는다고 장기(臟器)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샤일록같은 채권자도 있고 구덩이를 파놓고 생매장을 위협하는 폭력조직이 아직도 건재하는게 범죄세계다. 이런 범죄자들의 유전인자속에 과연 선이란 염색체가 존재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면 ‘순자’의 성악설에 일응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선과 악의 이중성을 ‘지킬막사와 하이드’가 잘 표현하고 있다. 중세 철학자들은 인간을 천사와 악마의 중간적 존재로 규정했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천사도 되고 악마도 될수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악마들은 안된다.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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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2 23:02

[오목대] 하품하는 실업자

취업과 취직은 대개 동의어(同義語)로 해석되지만 엄격하게 구분하면 차이가 있다. 취업은 ‘일 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취직은 ‘고정적으로 일 할 자리’를 얻는 것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개념인 실업이나 실직도 마찬가지다. 실업은 노동능력과 노동의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기회가 없는 상태를 말하지만 실직은 고정적으로 일 해오던 직장을 잃은 상태를 뜻한다.바꿔 말하면 아예 일할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실업자이고 일자리에서 여러가지 이유(정년·구조조정 또는 과실따위)로 물러난 사람이 실직자인 것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IMF사태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 앉은 사람들이 대량 해고로 인한 실직자들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실업자의 표본인 셈이다.경제학자들에 따라서 해석이 다르긴 하지만 대략 1년 이상 일자리를 갖지 못해 낙심한 실업자를 ‘만성 핵심 실업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일자리를 ‘생명’처럼 여기기 때문에 실업이 장기화하면 자신이 살아 있으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한다.그런 실업자들이 1백만명 가까이 버려져 있는것이 우리 사회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대 출신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학벌 타파니 지방대출신 차별화금지니 따위는 그야말로 말장난 수준일 뿐이다. 대기업이나 원만한 중소기업조차도 지방대 출신 학력으로는 입사지원서도 내밀기 힘든게 현실이다.취업소개업체인 인크루트가 지난해 회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 지방대출신 재수생의 경우 1천4백72개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했던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는 그중 2백곳에서 서류심사에 통과했고 50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지난해 말 겨우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취직하는데 그쳐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한다. 이것이 지방대 출신의 현 주소다.그래도 그 젊은이는 최소한 ‘취직’은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 하다. 아직도 ‘일 할 기회’를 못 얻은 수많은 젊은 실업자들은 어쩔것인가. ‘될대로 되라’식의 실업증후군을 앓는 절음이들이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할수 없다. ‘바쁜 벌은 근심할 틈이 없지만 하품하는 사람이 혁명을 기다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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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1 23:02

[오목대] 殺生簿

딱히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나 역사적 변혁기에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숙청 작업이 어김없이 뒤따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은 정치집단은 어떤 형태로든 낡은 제도와 관행을 일소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데,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인적청산이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거니와, 과거 대립적 관계에 있던 껄끄러운 인물들과 한 배를 타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은 쪽에서는 어떻게든 반대 편을 털고 가려고 궁리를 한다. 반드시 ‘구(舊)시대 인물’이라는 죄목과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구실을 붙여….대통령이 바뀌지만 정권을 재창출한 소수 정권이라서 모두 함께 가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백과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인 ‘살생부(殺生簿)’라는 것이 나돌아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살벌한 모양이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공신부터 역적중의 역적에 판단 유보 및 기타까지 7등급으로 나눈 이 살생부를 보면, ‘우리가 아직도 조선시대를 살고 있나’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물론 살생부와 공신전 명단은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이번 대통령선거를 지켜본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노당선자의 승리를 기적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선거기간 내내 살얼음판을 걸었고 떨어지기도 했으니 그 긴장감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선거에 비협조적이었던 의원이나 후단협(候單協)을 만들어 노당선자를 흔들어 댔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에 대해 섭섭한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한나라당 의원이 아닌 이상 어찌 노당선자가 패배하기를 바랐겠는가. 굳이 나누자면 공신에 등급을 매겨야지 ‘역적중의 역적’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권력투쟁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섬뜩하다는 느낌마저 든다.단순히 노당선자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정치생명이 엇갈려서는 안된다. 정치판에서 퇴출시켜야 할 정치인이 있다면 과거 그의 행적으로 평가해야지, 줄서기에 다름아닌 선거기여도로 따질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정치적 명분을 고려한다면 노당선자에게 부담만 안겨주는 살생부 논쟁 따위는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 개혁은 공(功) 싸움을 해서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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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0 23:02

[오목대] 취재원의 권익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한 해 동안 처리한 중재신청이 총 511건으로 이중 정정·반론 및 해명성 기사에 의한 실질적 피해구제율이 60.2%라고 발표했다.매체별로는 일간신문이 301건(58.9%)으로 가장 많았고, 주간신문 96건(18.8%), 방송 90건(17.6%), 월간지 12건(2.4%), 주간지 9건(1.8%), 통신 3 건순으로 나타났고 매체별 시정권고건수는 일간신문 129건(90.9%), 통신 12건(8.5%), 주간지·주간신문 1건(0.7%)으로 일간신문이 가장 많았으며, 일간신문 129건 중 지방일간신문이 101건(78.3%)으로 중앙일간신문(28건, 21.7%)에 비해 훨씬 많았다.이런 언론중재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한 쪽의 주장만을 전달한 편파보도,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허위보도, 사실을 그릇되게 과장한 보도, 전체 사실 중 일부분만을 부각하여 나쁜 인상을 심어준 보도,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을 보도하여 피해를 준 경우, 필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글을 고쳐 원래의 뜻과 다르게 표현된 보도, 인명이나 지명, 통계수치 등을 잘못 기록한 보도 등이다.사실 분쟁에 휘말리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그 내용이 언론매체에 기사화될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이 때 사실과 다른 기사내용으로 입게 되는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취재원 개인에 대한 이미지 손상과 본업에 대한 의욕상실 등에 그치지 않고 그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때문이다.예를 들어 자백과 강압수사 관행에 대한 고발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취재라 하더라도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와 인과관계 등을 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사건에 대한 예단을 갖고 취재원을 만난다면 불행한 일이다. 또한 취재원으로부터 의도한 진술이 나올 때까지 답변을 유도한 다음, 전반적인 대화의 흐름과 다른 내용을 인용하는 태도나 취재원의 초상을 본인의 동의도 받지 않고 사용하는 등의 태도는 아무리 취재 관행이라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이런 점에서 18∼19세기 미국 신문들이 편파보도를 일삼다가 취재원들과의 소송에서 거듭 패해 재산손실을 입게 되면서 사실보도를 중시하는 미국 저널리즘의 전통이 세워진 사실을 참고할 만하다. 언론의 보도와 논편에 대한 자유는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당한 보도에 대한 취재원의 권익 역시 적극적인 언론중재를 통해서 충분히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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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8 23:02

[오목대] ‘福三’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3’을 ‘복삼(福三)’이라 하여 무척 좋아했다. 구한말 고종황제는 숫자 3과7을 유난히 좋아하며 조정의 큰 일을 치를때는 3과 7일이 든 날이나 그 수가 겹치는 날또는 그 수로 나누어지는 날을 택했다고 한다.우리 민속이나 전통생활에서 숫자‘3’이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어린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태어난 날로 부터 세이레(21일) 까지는 부정을 멀리한다는 뜻으로 금줄을 매어달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자제하게 하기도 했다. 가위 바위 보 나 각종 내기 등을 할때 삼세판은 기본이다. 수태를 원할때는 삼신(三神)할머니에 기도했으며, 혈연관계도 3대(三代)까지로 생각했다.우리나라의 건국신화는 환인(桓因), 환웅(桓雄), 환검(桓儉) 3성(三聖)을 주축으로 이뤄졌으며, 세계의 세 성인으로 석가, 공자, 예수를 꼽는다. 이밖에도 유교 도덕의 기본이 되는 세가지 도리가 삼강(三綱)이며, 부모에 대한 세가지 효도를 삼도(三道)라 하였고,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을 삼락(三樂)이라 했다.불교에서도 ‘3’이라하는 숫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법당에는 부처님을 세분(三尊) 모신다. 인간의 괴로움은 3욕(三慾, 식욕·수면욕·음욕)으로 부터 비롯되며, 3욕에 의해 빚어지는 3업(三業, 입·몸·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은 끝없이 사바세계를 윤회하게 된다고 경고했다.‘3’은 특히 중국에서 성스러운 숫자로 인식되었다. 도교에서‘3’은 모든 것을 둘로 나누면 평형의 중심이 되는 최초의 강한 숫자로 해석됐다. 한자 ‘三’은 ‘一’ ‘二’를 합한 것으로 보았으며, ‘三’이라는 글자는 그획이 각기 하늘·인간·땅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3각형이 주는 안정성을 의미하듯 ‘3’은 완벽한 숫자이자 복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여겨져 왔다. 기업들도 ‘3’을 선호해 삼성, 삼익, 삼부등 3자가 들어가는 회사명이 많고 이름에도 ‘3’을 이용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최근 한 신문이 노무현당선자가 유달리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북핵문제 해결도 3대원칙을 강조했으며, 대기업 개혁정책이나 공기업 등의 인사원칙으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노 당선자 주변에서는 당선자가 지난 90년 3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고 그로인해 부산에서 ‘3번’낙선한 기연(?)까지도 연관짓는 모양이다.아무튼 올해 역시 ‘3’으로 끝나는 해다. ‘3’과 인연이 깊고 ‘3’을 좋아하는 노 당선자와 함께 이 나라의 국운이 융성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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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7 23:02

[오목대] 인터넷 사회

인간은 의사소통수단이 변하면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사고내용도 바뀌게 된다. 인간은 태초부터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했다. 말을 통하면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하며 수십명 이상에게는 의사전달하기 어렵다. 말은 대체로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앞에서 한 말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해진다. 따라서 누가 더 인상적으로 말했는가의 인상만 남게 된다. 이때의 인식과 사고는 인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논리적인 이론전개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대신 인상적 언어구사와 신화적 사고방식이 주도하게 된다.그러나 문자가 일반화되면서 인식방법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자는 기록되어 반복적으로 읽을 수 있으므로 전후의 논리적 전개가 중요한 것이다. 한 부분만 인상적이어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점차적으로 논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서적과 신문이 일반화되면서 일반사람들도 논리적 전개 그리고 사건의 전후관계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책을 통해 한 번에 수천만에 똑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수천만이 동일한 문화와 의식을 지니는 현상이 나타났다. 50-60년대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자형 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이제 서적, 신문, 방송을 지나 인터넷이 주도하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컴퓨터 앞의 개인은 서로 권위를 부릴 수 없다. 서로 보지 않고 타이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사장인가 전문가인가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기득권층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기득권과 이에 의존하는 권위가 무력화된 것이다. 대신 마우스에서 권위가 나온다. 그리고 리플이 가능하여 쌍방향식 의사소통이 일반화된다. 여기에서는 권위와 상관없이 추종자, 동감자가 많은 사람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끼리도 쉽게 동호회를 구성하고 가입하고 헤어질 수 있다.이미 우리나라의 2400만명이 인터넷을 접속하고 살고 있다. 20-30대의 대부분이 매일 인터넷을 항해한다. 인터넷이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으로 일상화되어 이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인식방법과 사고내용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권위주의, 논리적 검증, 상하조직원리가 해체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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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6 23:02

[오목대] 일확천금

힘 들이지 않고 단번에 큰 돈을 얻는게 일확천금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금광을 찾아 몰려든 동부사나이들의 꿈이 바로 일확천금이었다. 지금도 카리브해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바닷속에서 보물선찾기에 열중하는것도 한번 성공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일확천금의 꿈때문이다.그러나 그런 꿈이 가장 비생산적으로 성행하는 곳이 있다. 카지노장이나 경마장 경륜장 같은 곳이다. 성공확률이라고는 불과 몇%도 안되는 이 도박성게임에 전재산을 날리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행 오락산업은 번창일로다.그런 측면에서 보면 복권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물론 이 역시 사행심이나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부정적 시각이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돈으로, 재미삼아 복권 한 장을 사는것은 혹시 모르는 ‘행운의 기대심리’를 생활의 활력소로 삼을수도 있기때문에 그리 탓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경우는 그렇다.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복권 발행액이 1천억 달러 수준이고 그 대부분을 소화하는 미국이 유럽쪽의 경우는 다르다. 매주 복권이 발행되는 날이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시민들이 판매소앞에 줄을 서는것이 보통이고 실제로 돈벼락을 맞아 메스콤의 화제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소득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이 한번에 배만장자의 꿈을 이루는 기회는 복권당첨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연간 평균 2장 이상씩의 복권을 구입한다는 통계도 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69년 주택복권이 처음 발행됐을때만 해도 그저 재미로 한 두장 사는것이 보통이었다. 그랬던것이 해가 갈수록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지금은 복권 종류만 즉석에서 긁어 맞추는 스크래치식을 비롯 20여가지가 넘고 시장규모도 지난해 9천억원대에 이르렀다한다. 가히 복권 기회의 나라가 돼가는 것일까?엊그제 한 40대 가장이 당첨금 사상 최고인 65억7천만원짜리 로또복권에 당첨됐다하여 화제다. 그야말로 힘 안들이고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거머쥔 셈이다. 그러니 너도나도 ‘행여나’심리가 발동되지 않을리가 있나. 돈벼락(?)을 맞은 그의 소바한 꿈이 매우 가상하다. ‘어머니 모시느라 고생한 동생부터 돕겠다’는 뜻 말이다. 느닷없는 돈벼락이 재앙의 씨앗이 되는 일도 적지않은게 세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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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5 23:02

[오목대] 승부근성

운동경기에서 승패는 결국 승부근성이 좌우한다. 단체경기나 개인경기나 마찬가지다. 기량을 발휘하여 전력투구하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오기같은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근성은 알아 줄만 하다. ‘엄마 나 참피온 먹었어’로 유명한 프로복서 홍수환은 4전5기의 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무제한 넉다운경기에서 네번 다운되고도 다섯번째 카라스키야선수를 쓰러뜨린 그의 괴력은 바로 꺼질줄 모르는 승부근성에서 나온 것이었다.미국 프로골프에서 박세리가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때‘땅콩’김미연은 찬밥신세였다. LPGA투어에서 별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그녀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허름한 ‘밴’승용차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전역을 떠돌아 다녔다.때로는 라면으로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면서…. 그랬던 그녀가 드디어 정상의 기쁨을 맛본것은 불과 2∼3년전이다. 하루 10여시간씩 스윙연습을 하며 체력과 끈기를 다져온 그녀의 성공신화 뒤안결의 고행은 자못 눈물겹기까지 하다. 최경주골퍼 역시 마찬가지다. 자칭 ‘촌놈’이라던 그가 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PGA우승컵을 안기까지 쏟은 혼신의 노력은 경외스럽다. 어제 끝난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또 한차례 우승이 기대됐으나 아깝게 2위에 그치고 말았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한 라운드 11언더파의 ‘매직쇼’를 연출한 그의 선전(善戰)은 한마디로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승부근성의 결정이다.한국 테니스 1백년 사상 처음으로 이형택이 호주 ATP투어 테니스대회 단식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주 토요일 시드니에서 열린 스페인 출신 페레로선수와의 결승전 경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3세트, 3게임이나 내주고도 듀스에 이어 타이브레이크까지 걸린 마지막 승부에서 승리를 낚아 올린 그의 끈질긴 투혼에 테니스 동호인은 물론 온 국민의 환호성이 터졌다.한 때 귀족경기라던 테니스는 이미 대중화했고 사치수립다는 골프인구 또한 3백만명선에 이르는 시대다. 그런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국위선양을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스포츠 심리학에 등장하는 ‘승부조성’의 개가가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고루 빛을 발휘했으면 한다. 특히 요즘 최대 화수가 되고있는 개혁이야말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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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4 23:02

[오목대] 言論개혁

5년전,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김대중(金大中)정부가 들어설 때, 많은 국민들은 여론을 과점(寡占)하고 제4부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언론에 대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등의 불인 IMF를 극복해야 하고, 보다 더 다급한 분야의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우선 순위에 밀려, 정작 필요한 언론 개혁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공연히 시끄러운 언론 잘못 건드려 국제사회의 눈총이나 받고 서로 상처만 내느니 좋은게 좋은것 아니냐는 안주(安住)심리가 작용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패권적 언론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정부는 ‘세무 조사’라는 극약 처방을 하기에 이르렀고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신문사는 집권 후반기내내 국민의 정부에 딴죽을 걸어 ‘실패한 정부’로 낙인을 찍어 버리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자업자득의 일면이 없지 않다.언론 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언론이란 속성상 풀어주면 풀어줄수록 자유분방 해지고, 누르면 누를수록 저항이 심해진다. 또 타율적인 개혁은 세계 언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자율적인 개혁은 아예 기대하는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하기는 반드시 해야 하는데 방법이 문제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 측의 말대로 정부가 개입하는 타율 보다는 언론 수용자 스스로의 각정과 참여를 통해 언론 개혁이 이뤄진다면 더 말할것이 없다. 그러나 전적으로 이 방법에 의존하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언젠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겠지만 그땐 이미 너무 많은 댓가를 치르고 난 후일 것이다.작금의 한국 언론시장은 눈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다. 힘있는 언론사의 횡포나 이만저만이 아니고, 군소 신문사의 난립 또한 도를 지나친지 오래다. 언론 피해에 대한 구제장치도 아직은 미흡하다. 새 정부는 법과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사이비 언론이 창궐하지 못하도록 신문사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 언론의 권력화에 대해서도 경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또 건전한 언론은 사회적·국가적 소명을 다할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당선자의 평소 언론관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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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3 23:02

[오목대] 코엘류 감독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차기 감독 후보로 압축됐던 코엘류와 브뤼노 메추 감독 중 코엘류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6월의 감동이 연상되어서인지 온, 오프 라인 상의 많은 언론매체에서 이런 감독선임 과정을 다투어 보도하였다.그런데 그 과정에서 메추 감독과 달리 코엘류 감독의 이름은 언론매체마다 그 표기가 제각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코엘류와 더불어 코엘료, 코엘요, 코엘유, 코엘뉴, 코엘뇨 등으로 말이다. 심지어는 꼬엘류라는 표기도 볼 수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표기의 발원지인 포르투갈어 표기는 Humberto Coelho이다. 그리고 움베르토 코엘류라고 표기한단다. 이 때에도 움베르토인지 움베르투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은 어찌 보면 사필귀정이다. 우리나라의 어문 규정으로는 한글 맞춤법(문교부 고시 제88-1호), 표준어 규정(문교부 고시 제88-2호),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외국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는 문제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외래어 표기법 규정 중에는 포르투갈어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먼저 코엘류란 표기의 발음을 먼저 국제 음성 기호로 바꾸고 다시 그 기호와 한글의 대조표를 통해서 한글로 바꾸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과 전문성 부족 때문에 1991년 정부와 언론이 같이 구성한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에서 주로 언론에 보도되는 시사성 있는 말을 중심으로 외래어의 표기를 심의하여 한글 표기를 결정해 왔다. 그런데 이 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 장례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문제가 된 코엘류 감독에 대한 정확한 표기는 심의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셈이다.하긴 대표팀 감독 이름이 이 공동위원회에서 심의되었다 하더라도 그대로 통용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레이건(Reagan Ronald Wilson)은 대통령 후보시절 ‘리건’으로 불리웠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레이건’으로 불러달라고 요청을 해서 그 표기가 바뀐 것으로, 규정대로만 표기되는 것만도 아니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코엘류 감독이 한국에 와서 본인 이름의 표기에 만족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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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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