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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승리의 미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으로 크게 덕을 본사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60년 존 F 케네디였다. 중절모를 벗어던진 케네디의 젊고 활력이 넘쳐나는 모습은 상대 진영의 닉슨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더구나 당시 닉슨은 병원에서 갓 퇴원한 환자에서 늙고 음울한 표정이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첫 TV생중계때부터 케네디는 승기를 잡았다. 라디오 토론에서는 양자간 대결이 팽팽했지만 말 솜씨와 표정, 제스처까지 시청자에게 모두 노출된 TV토론에서 한 번 잡은 판세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아이렌하워대통령의 엉뚱한 한마디도 닉슨에게 치명타를 입혔다.그는 기자들이 ‘닉슨이 부통령 재임 8년동안 어떤 주요정책 결정에 참여했느냐’고 묻자 ‘1주일만 시간을 주면 한가지쯤 생각이 날것’이라고 받아 넘겼다. 물론 우스개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닉슨에겐 ‘개구리에게 장난으로 던진 돌’이 되고 말았다. 선거 막바지에 아이젠하워는 닉슨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서는등 총력을 기울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흔히 TV토론의 무게를 두고 인용하는 대표적 사례중 하나다.반대도 레이건과 먼데일 대결했을때의 일화는 인신공격이나 상대방 비방이 별무 효과임을 입증하고 있다. 먼데일이‘레이건은 너무 늙었다’고 몰아 부치자 그는 점잖게 ‘상대방 후보의 나이가 너무 젊다는 점을 나는 문제삼지 않겠다’고 받아넘겼고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레이건의 손을 들어 주었다.어제 사회·문화 분야의 토론을 끝으로 세차례의 대통령선거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이제 채점표는 유권자들의 손에 쥐어졌다. 그동안의 토론 결과에 대한 반응도 갖가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구 자당 후보들이 절대적으로 앞섰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단은 자당 후보가 예상밖의 선전으로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을것이라는 자평을 하고있다.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행정수도 건설이나 북한 핵문제등도 나름대로 지지후보를 굳힌 유권자들에게 큰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도 있다.어쨌거나 이제 결전의 날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부송층이 아직도 20%에 이른다지만 어제 마지막 토론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의 가슴속에 심어준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행운의 여신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승리의 미소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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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2.17 23:02

[오목대] 미국의 패권주의

자유민주진명의 마지막 보루요, 믿음직스런운 우방이었던 미국이 요즘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91년 옛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이 언제부턴가 흑백논리와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일삼더니, 전 세계가 반미(反美)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나라마다 사안은 다르지만 하루가 멀다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타도 미국’을 외치면서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반미운동은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것 같다.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44개국 국민 3만8천2백63명을 대상으로 ‘2002년 세계인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 지난 1∼2년 사이에 미국에 대한 세계 여론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했던대로 반미감정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이슬람 국가였으며, 이집트와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은 조사대상자의 55∼75%가 미국이 싫다고 대답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서유럽에서도 반미정서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에 반대하는 독일이 2000년 이후 반미인구가 17%포인트나 늘었고, 영국과 이탈리아도 부시정권 출범 이후 대미 우호정서가 각각 8%와 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방글라데시(47%)에 이어 한국(44%)이 두번째로 반미감정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반미시위가 미군 무죄판결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민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해 주권이 침해되고 자존심이 짓밟힌데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것 같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은 과격한 반미기류 확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주권 회복’과 ‘부시 공식 사과’‘한미 주둔군 지워 협정(SOFA) 전면 재개정’만은 차제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 그것도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선(船)을 억류했다가 풀어준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러다가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 반, 걱정 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고립의 무덤’을 파고 있는 미국 그들의 독불장군식 패권주의는 어디서 끝이 날 것인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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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2.16 23:02

[오목대] 레드 콤플렉스

요즈음 북한과 관련된 국제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선이 일 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미국의 북한 선박 공해상 나포와 북한의 핵시설 동결 해제 선언 등은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 할 수 있다.북한이 핵시설 동결을 해제한다는 선언은 큰 이슈이긴 하지만 그동안 진행되어온 북핵문제를 고려한다면 예견이 불가능하거나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급작스러운 것은 미국의 북한선박 나포라고 볼 수 있다. 뜬금없는 미국의 행동은 여러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최근 전 국민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와 대선 정국을 겨냥했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이런 의구심에서 본다면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레드 콤플렉스가 잘 먹힐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인공위성을 통해서 남포항을 출발한 북한 화물선 소산호를 한 달이상 추적하던 미국이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행동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 명쾌하지 않다. 더구나 공해상 나포라는 국제법 위반의 무리수를 두면서 말이다. 하여 앞서의 의구심에 좀더 기댈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그동안 레드 콤플렉스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대선 때의 판문점 무력 시위를 북에 부탁한 속칭 ‘총풍’사건이다. 96년 4·11 총선 때의 북한군 비무장지대 무력시위 등은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레드 콤플렉스는 반사이익을 얻는 자는 있는데 그 생산자는 늘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는 특징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분명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산호 나포사건만을 놓고 보면 레드 콤플레스 생산주체가 분명해서 ‘미국발 북풍’이라고까지 부르는 모양이다.경제용어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소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행복감이 소비단위가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한다는 인간 본성을 나타내는 경제 법칙이다. 레드 콤플렉스도 이젠 그 한계효용이 다한 모양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번 북한 소산호 나포사건에 대선정국이 요동을 쳤겠지만 지금의 국내정세를 보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국제정세는 5년전 외환위기 못지 않는 어려운 국면이다. 진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속에서 우리가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선택하기 위한 바른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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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2.14 23:02

[오목대] 선전벽보

선전(宣傳)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주장이나 어떤 사물의 존재·효능 따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얻기위해 널리 알리는 일 또는 그 활동’을 뜻한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선전인 광고와 구별되는 점이다.17세기 유럽에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선전의 수단으로 벽보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20세기들어 신문·라디오·TV등의 미디어가 등장하였지만 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는 일반대중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 벽보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1930년대 러시아에서 정치선전의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벽보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문화혁명기에 확산된 대자보(大字報)는 대표적인 선전 공작용 벽보라 할 수 있다.대자보는 큰 글자로 작성하였기에 붙여진 명칭이다.우리나라에서도 방문(榜文)같은 것이 벽보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선전벽보가 본격 등장한 것은 건국후 각종 선거가 실시되면서 부터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각종 미디어가 발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선전벽보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인물이나 경력·공약등을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들은 TV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후보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7년 대선때 부터 처음 시작한 TV토론은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하다. 또한 3천만명에 이르는 네티즌들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다.이처럼 미디어선거가 본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후보들의 선전벽보는 선거초반 선거전이 시작됐음을 단지 알릴뿐 최소한의 판단기준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도시미관을 해칠 뿐아니라 선거가 끝난후 철거문제와 쓰레기 발생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밖에 선거때마다 벽보 훼손을 놓고 정당간에 벌이는 감정싸움은 유권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자당 후보의 벽보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미디어선거시대에 가장 고전적 선전수단인 벽보는 이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시대에 맞니 않는 관행이나 제도는 과감히 시정하여 낭비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번 대선부터 후보들의 현수막을 없앤것 처럼 다음 대선에서는 길거리에서 선전벽보가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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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2.13 23:02

[오목대]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천도(遷都)로 몰아붙이며 수도를 공동화시킬 것처럼 몰고 있다. 천도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이루어졌다. 고구려도 수도를 환인 -> 국내성 -> 평양으로 옮겼으며, 백제의 수도도 한성 -> 공주 -> 부여로 이전하였고, 고려는 개성에 조선은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였다. 일본고대에서는 왕이 들어설 때마다 수도를 옮기기도 하였고, 중국에서도 수많은 수도들이 명멸하였다. 이 당시에 천도가 지니는 의미는 지금의 행정수도의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전통사회에서는 왕이 권력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종교를 장악하고 있고, 다른 모든 주요 기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천도는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의미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다.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도를 옮기기 때문에 수도의 이전은 바로 모든 중심기능의 이전을 의미하였다.그러나 현대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사회적 기능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행정수도의 이전이 지니는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다르다.현대사회에서도 행정수도의 이전이나 또는 행정수도와 경제수도가 다른 많은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워싱톤이 행정수도이지만, 뉴욕이 경제수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워싱톤이 행정수도 역할을 한다고 하여 뉴욕이 공동화되거나 또는 폐허로 변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브라질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고 호주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지만 행정수도를 옮겨서 기존 수도의 경제적 기능이 몰락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기존의 리우데자네이로나 시드니가 계속 경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도 통일 이후 행정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겼지만 이전부터 행정수도의 기능이 행정에만 집중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말레이시아도 행정수도를 건설하여 이전하는 과정에 있지만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거나 또는 쿠알라룸푸르가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은 없다.수도권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주기보다는, 수도이전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수도이전에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이전한다면 어떻게 이전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보다 생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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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2 23:02

[오목대]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은 원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그의 국부론(國富論)에서 제기한 유명한 가설(假說)이다. 그는 국부론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이익과 안전만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사회공공의 부(富)를 증진시킨다’고 갈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 행위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은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그에따라 고용도 창출되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은 필요없다는 낙관적 자유방임주의 경제논리의 바탕에 ‘신의 섭리’,곧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인용한 것이다.그러나 그의 이런 논리는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가난한 5백명이 있어야 한다’는 자유방임의 병패를 가져왔고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 불평등의 표본이 되고 있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이처럼 경제용어였던 ‘보이지 않는 손’을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으면서 자연계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인용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생물의 진화는 조물주에 의한 창조가 아니라 하등인것으로부터 고등인것으로의 변화와 발전에 의하여 생긴것이며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런데 근래 들어서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보다 정치적으로 인용되는 일이 더 많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가령 암울했던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죽임을 당했던 그 많은 의문사 희생자들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분명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군복무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허일병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상규명에 도달하지 못하는것이 좋은 예이다.지난번 민주당 국민경선때는 이인제후보가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해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서청원대표가 또다시 이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SOFA개정요구와 반미(反美)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 사실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주장 자체가 상당히 ‘뜬구름 잡기’식인데다가 예의 김대중청권은은이 나오는것을 보면 다분히 정치적 발언일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이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 반미감정을 자극하여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것이라면 예산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믿을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랬다가는 진짜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따귀라도 올려야 할 일 아닌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11 23:02

[오목대] 2차 TV토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규모 청중을 동원한 거리 유세는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 아니 줄어 들었다기보다 아예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후보들이 더러 유세지역 상가나 시장을 돌며 즉석 연설을 하긴 했지만 청중의 숫자는 미미했다. 민주화 이후 우리의 대선 운동방식이 일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증좌다.전북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거리의 열기는 썰렁하다. 이회창후보와 권영길후보가 한차례 유세를 했지만 노무현후보는 아직 방문조착 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 출근시간대에 네거리에서 ‘지지호소 인사하기’에만 열심이다. 마치 지난 6·13지방선거때 모습 그대로다. 엊그제 본지 4컷 만화의 표현처럼 전북은 한나라당에게는 ‘먹지 못할 쉰밥’이고 민주당에게는 ‘언제 먹어도 되는 찬밥’이기 때문일까? 그만큼 지역정서가 특정 정당에 경도돼 있다는 풍자일태지만 대선 기류가 그런 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자질을 검증할 권리가 있고 그 과정에서 스킨쉽이라는 친밀한 정치행위를 선호하기도 한다. 역대 선거가 그랬고 그런 정서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것 또한 아니다. 다만 대규모 청중동원으로 세를 과시하는 식의 유세전은 이제 낡은 방식이고 유권자들의 호응 또한 기대이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대신 97년 대선이후 TV토론과 연설및 미디어를 통한 광고전의 위력은 놀랄만 하다. 특히 지난번 후보단일화를 위한 노무현-정몽준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미디어선거란 이런 것이란 본보기를 제공했다. 단일화를 결정지은 여론의 항배가 이 TV토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후보나 창조연설자들의 방송연설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다.지난 3일의 3당후보 합동연설회는 진행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 대한 방어와 공격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정책대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안방에 앉아 세 후보를 검증할수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얼마나 민족스런 일인가.오늘밤 경제분야에 대한 2차 TV합동토론이 또 열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경제분야에 쏠려있는 시점이다. 지난 1차때와 같이 단문단답(短問短答)식이 아니라 좀더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토론결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느 정도나마 예측할수 있는 그런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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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2.10 23:02

[오목대] 정치인의 고해성사

문민정부 통치가 한창이던 지난 95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 제일의 재벌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북경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 석상에서 ‘한국의 기업은 2류, 공무원은 3류, 청치는 4류’라는 발언을 했다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으로 부터 미움을 사,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그가 어떤 심경에서 이같은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속시원한 말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지긋지긋한 군산독재정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시대 새정치가 싹을 틔우는가 싶었는데, 신물나는 정치형태는 방법만 바뀌었을뿐 크게 변한 것이 없으니, 국민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그 후 7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형태는 어떠한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 부분 정치발전이 이뤄진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정치적 기교만 더 교묘하고 고차원적으로 발전하여, 정치판이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던 정치개혁 입법도 한 해가 다가도록 특위조차 열지 못하고 또 말장난으로 끝나고 말았다. 선거공영제의 전면 도입, 1백만원 이상 정치자금의 수표 사용 의무화,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단일 계좌 사용 등, 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개혁 현안들이 그렇게도 두려운 것인지, 정치권에 묻고 싶다. 하기야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돼있는 마당에 무슨 기대를 할수 있을까 마는…한데 정치권에 아이러니컬한 사건이 하나 생겼다. 깨끗하기로 소문난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의원이 대통령후보 경선때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양심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검찰은 김의원을 정치자금법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 법의 심판대에 올려 놓았다. 김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고백이 고해성사(告解聖事) 차원인지, 깨끗한 후보로서의 이미지 부각 차원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당시 그의 의중을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다만 처벌받을수도 있다는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고백을 한 그의 용기는 평가받아야 마땅하고, 현행 부패방지법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의 무를 규정하고 있듯이, 양심고백 또한 국가와 국민에 의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잡초를 뽑아내고 꽃씨를 심어야지, 잡초를 키우기 위해 꽃을 꺽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09 23:02

[오목대] 거짓말

요즘 정치판을 보노라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거짓말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 아직 분명치 않다. 대선을 두 주정도 남겨둔 지금 그 진위(眞僞)를 판단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아마도 거짓말을 하는 쪽에선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남은 것은 상반된 두 주장 중에서 어느 쪽 편을 유권자들이 믿게 될 것인지만 남았다.거짓말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고의성’과 그 거짓말로 얻게 될 ‘혜택’일 것이다. 요즘 정당에서 대변인들이 주장하는 여러‘설’들을 보면 정말 악의적(惡意的)인 내용들도 더러 눈에 띈다. 글이란 자고로 앞뒤의 문맥을 살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음직도 한데 거두절미하고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내용을 들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한심한 대변인도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급한 모양이라고 해석할 밖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대변인 자리를 꿰찼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서였을텐데도 말이다.그러니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몰라서 한 거짓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는 뭘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일 것이고 그리 되면 선거때 거짓말한 공로로 덕분에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그 동인(動因)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이 유치하다는 것은 말하는 자신들도 다 아는 것일텐데도 굳이 써먹는 이유는 다른 데있다. 바로 정치에 대해서 관망하는 사람들에게 정치협오증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투표자의 많고 적음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정치판의 거짓말과 혹색선전은 매우 훌륭한 정략적 도구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그런데 이런 거짓말을 주저없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판은 바로 유권자들의 너그러움이 아닌가 싶다. 같은 고향사람이니 봐주고 학교가 같으니 봐주는 그런 너그러움의 반복이 결국은 정치모리배의 목숨을 연장시켜주는 면제부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요즘의 정치판이 혼란스럽고 판단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거짓말들을 잘 살핀다면 진실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07 23:02

[오목대] 슈퍼 벼

개인별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면서 지금은 쌀이 남아 돌지만 지난 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쌀의 절대량이 부족했다. 60년대 중반까지 5∼6월의 보릿고개는 여전했고, 정부는 혼식및 분식장려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학교 선생님들이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의 도시락을 점검하여 쌀밥을 싸온 아이들을 혼내주던 때가 바로 그 시기였다.당연히 정부는 쌀 증산에 모든 국력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탄생된 벼 품종이 72년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된 후 ‘녹색혁명의 주역’으로 불렸던 ‘통일벼’였다. 서울대 허문회교수가 69년 태중재래 1호와 유카라의 1대 잡종벼에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의 기적의 볍씨라는 IR3호를 교잡 육성하며 개발했다.통일벼는 키가 작아 비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았고 병충해에도 강해 당시까지 단보당 4백㎏까지 끌어 올렸다. ‘반만년의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평가가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77년에는 총생산량 4천1백70만석이라는 사상 최대의 풍작을 이루었다. 단지 미질이 좋지 않은데다 밥맛이 나쁜 흠이 있었다. 우리나라 농업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통일벼도 쌀이 남아 돌면서 밥맛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91년 우리 들판에서 완전 자취를 감추었다.우리가 쌀에 관한한 양과 질적인 면에서 이처럼 자급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에 세계의 빈곤인구중 3분의2가 몰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우리를 비롯 세계 각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서울대 최양도·명지대 김주곤교수 팀이 미국 코넬대 레이 우 교수와 함께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트레할로스라는 유전자를 기존벼에 주입하여 다수확·고(高)저항상의 새로운 ‘슈퍼 벼’품종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새 품종은 추위나 가뭄에 강해 극지방이나 사막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 수확량도 2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한다.벼 품종 역시 다른 작물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도태와 진화를 반복해 왔다. 새로 개발된 슈퍼 벼도 언젠가는 통일벼와 같은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새 벼 품종이 국내학자에 의해 개발되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밥맛도 좋고 수확량도 많은 새 품종이 잇달아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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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06 23:02

[오목대] 대선 TV 토론

어느 정도 평등한 사회는 지도자를 뽑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왕권국가나 독재국가보다 복잡하다. 원시사회에서는 노인들이 빙 둘러앉아 토론을 하면서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연설이 가장 중요한 정치설득수단이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연설과 더불어 신문, 삐라가 가장 중요하였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TV가 가장 중요한 설득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대선TV토론은 대선후보들이 직접 나와 서로 토론을 하기 때문에 현대정치의 백미이다. 토론은 상대를 마주하고 서로의 문제를 비판하고 또한 정책을 비교하여 제시하기 때문에 후보들의 비교검토가 용이하다. 연설은 연사가 일방적으로 떠들지만, 청중의 상호 상승작용으로 열기는 더욱 뜨겁다.TV에서 자주 후보토론이나 연설을 접하기 때문에 후보가 직접 연설하는 현장에 가볼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이제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을 한 곳에 모아놓고 연설하기는 쉽지 않다. TV 토론은 한 번에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을 상대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사람이 정치적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그러나 그만큼 문제도 많다. 일정한 시간 내에 토론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항시 심층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 전에 끝난다. 그러다 보니 몇마디의 자극적인 용어들이 훨씬 잘 전달되고 따라서 깊이보다는 자극적인 용어를 통한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게 된다. 상대후보를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계속 비판함으로써 상대후보에 그 딱지가 달라붙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 후 머리 속에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딱지가 강하게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TV와 신문이 교묘하게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딱지를 반복적으로 붙이고, 다른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딱지를 반복적으로 붙여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토론과 달리 반론을 제기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후보들이 반복적인 용어를 통해 각인된 부정적 딱지를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딱지를 벗어나서 보다 심도있게 후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신이 중요시하는 몇가지 항목을 종이에 적고 주요 후보들이 각 항목에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를 적어서 비교해보는 것도 이미지나 구호에 속아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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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05 23:02

[오목대] 李仁濟와 叔孫通

무릇 정치인은 시니의를 생명으로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변신에도 능해야 한다. 시류에 영합하거나 세의 유불리를 따져 설 자리를 찾을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 그런 정치인의 전형을 중국 역사에서 찾자면 단연 한(漢)고조 유방(劉邦)의 신하숙손통(叔孫通)을 꼽을수 있을 것이다. 그는 본래 설(薛)나라 사람이었지만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후 진(秦)나라를 세우자 ‘문학(文學)’으로 발탁되어 시환제와 2세황제까지 2대를 섬겼다. 그러나 진나라가 쇠퇴해 정세가 불리해지자 고국인 설나라로 돌아가 천하를 도모하던 항량(項梁)수하로 들어갔다. 그런지 얼마후 항량이 전쟁에서 죽자 이번에는 반란군 회왕(懷王)에게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회왕이 세력을 잃자 이번에는 항량의 조카 항우(項羽)에게로 다시 옮겨 갔다가 마지막으로 유방에게 충성을 바쳐 죽을때까지 벼슬을 한 인물이다.그의 이런 기막힌 변신에 대해 사마천은 ‘진퇴가때에 따라 변화무쌍했다(史記)’고 빈정거렸지만 여섯번이나 주군(主君)을 바꾼 그의 변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가 딱이 부정적인것만은 아니았다. 그에게는 기회를 보는 민첩함과 사태를 깊이 읽는 판단력, 그 판단을 실천으로 옮길수 있는 행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자였던 그에게 제자들이 변절을 부끄러워 하자 그는 ‘일의 변화를 모르는 시골 유생’이라고 되려 호통을 쳤다니 그 도략이 홍곡(鴻鵠)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나 할까?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인들의 변신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이인제(李仁濟)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곧 자민련에 입당하여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손을 들어줄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탈당은 이미 예견돼왔던터라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행보를 보면 ‘정치의 정도(正道)’는 과연 무엇인가에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긴 말이 필요없다. 그가 ‘숙손통’만큼이나 기회를 보는 민첩함과 사태를 깊이 읽고 판단력으로 앞으로 전개될 정치역할구도에서 살아 남을수만 있다면 그로선 성공이다. 맹자(孟子)도 ‘훌륭한 사람은 자기가 약속한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의로운 선택만 하면 된다’고 역설적으로 갈파한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2천5백년전의 가치관이다. 지금은 민중이 정치를 이끄는 시대다. 더구나 ‘의로운 선택’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하는것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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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04 23:02

[오목대] 예견된 盜聽시비

1924년부터 72년까지 무려 48년동안 8명의 대통령을 모신 미국 FBI국장 에드거 후버는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는 닉슨이 대통령이 되기전 홍콩에서 호스티스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훗날 이를 ‘협박용’으로 이용했다. 그의 방에는 고위 정치인들을 뒷조사한 파일이 비밀 자료함에 가득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물론 수사요원들이 직접 수집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감청이나 도청을 통해 얻어진 정보들이었다.미국과 같은 인권국가에서 도청이 웬말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소도 웃을 우문(愚問)이다. CIA나 FBI가 도청을 하는 것은 상식이고 통신비밀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NSA같은 감청기구는 미국 안보의 핵심이다. 비단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오늘날 국가안보나 마약겧劇側걋?강력범죄를 다스리기 위해 합법적인 감청이나 도청을 하지않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국가이익을 위해 중요한 무역거래까지 도청으로 잡아내 활용하는게 선진국들의 관행이다. 오히려 미국이나 독일같은 나라에서는 디지털 휴대폰의 감청을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감청이 용이하도록 시스템 개선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을 정도다.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국가정보원이 감청을 하는것은 지극히 합법적이다. 그 내용도 이미 여러차례 공개됐었다. 그런데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게 국정원 도겙㉲?시비다. 그것도 반드시 정치권에서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도청자료라면서 또 어마어마한(?)자료들을 폭로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국정원측은 신 건(辛 建)원장이 직접 나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의 영장에 의해 합법적 ‘감청’은 할망정 개인의 사생활을 엿듣는 불법‘도청’은 없다는게 신원장의 설명이다.그렇다면 어느쪽 말이 옳을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진실규명은 사법적 판단에 맡길수밖에 없다. 하지만 궁금하다. 왜 하필 이 시점인가. 누구의 말처럼 왜 호주머니에 놔두고 있다가 유리할때 꺼내 쓰고 불리할때 감추는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적기(適期)에 안타(?)를 치는’베일뒤 모(某)씨의 현란한 베팅솜씨에 그저 혀가 내둘릴 뿐이다.통화내용이 정말로 무차별적으로 도청되고 있다면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판단이다. 도청의 차원을 떠나‘아니면 말고’식의 여겲?폭로정치에 식상해 하는 국민들도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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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03 23:02

[오목대] 複製인간 1호

신(伸)의 영역에 대한 가증스런 도전인가? 아니면 인간도 조물주와 같은 무한의 능력을 부여받았는가? 지금 전 세계는 ‘복제인간 1호’의 탄생을 놓고 철학적, 종교적, 윤리적 고민에 싸여있다. 인간복제는 지난 96년 복제양 돌리(Dolly)의 탄생과 함께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복제인간이 곧 태어난다는 소식에 인류는 ‘사실인가?’‘사실이라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것인가?’혼란스러워 하고있다.인간복제는 크게 나누어 두가지 목적으로 추진돼왔다. 하나는 불임 부부나 동성애자를 위한 의학적 목적이고, 또 하나는 영생의 삶을 얻기 위한 철학적 종교적 동기에서 출발했다. 전자는 내년 1월 미국인 대리모에게서 남아(男兒)가 출산될 것이라고 발표한 이탈리아의 체외수정 전문의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이고, 후자는 올해 안에 역시 미국인 산모에게서 여아(女兒)가 출생할 것이라고 예고한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회사인 클로네이드사(社)이다.종교단체의 후원을 받고있는 클로네이드사는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리더 격인 라엘에 의해 지난 97년 설립된 회사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2만5천년전 비행접시를 타고온 외계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인류 또한 이들의 복제를 통해 탄생했다고 믿고있는 종교적 단체이다. 라엘은 그가 지은 ‘YES 인간복제(부제-과학에 의한 영원한 생명)’이라는 책에서 “과거의 종교들이 오직 신비로운 사후(死後)의 낙원에서 이루어진다고 약속했던 영원한 생명, 그것은 인간이 가진 궁극적인 꿈이었고, 그꿈이 이제 복제를 통해 과학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어쨋거나 의학적 목적이든 철학적, 종교적 목적이든, 복제인간이 세상을 활보할 날이 멀지않았다고 생각하니, 묘한느낌이 든다.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은 나의 아들인가 형제인가? 또 자궁을 빌려준 대리모와 난자를 제공해준 여성이 서로 다를 경우, 복제인간의 어머니는 과연 누구인가? 복제인간이 성장해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 귀하고 아름다운것이 아니겠는가? 죽지않고 영원히 산다면, 삶이 무슨의미가 있고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정말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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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02 23:02

[오목대] 악어의 눈물

악어는 사냥감을 먹어 치운 뒤 눈물을 흘린다. 얼핏 생각하면 악어의 눈물 역시 일상적인 의미로 해석함직도 하다. 그래서 악어는 불쌍한 희생자를 생각하고 애도하는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눈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감정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악어는 사냥감과 함께 짠물을 먹게 되어 있어서 몸안에 염분이 넘치기 마련이다. 이런 염분의 양을 조절하는 생리적 기능으로 악어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이런 속사정을 모른다면 앞서의 해석처럼 악어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예의 바른 동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지난 6월 13일이니까 월드컵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다. 어둑한 저녁도 아닌 오전 10시경에 두 명의 여학생이 미군 장갑차량에 압사당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군을 포함한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생리현상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일상적인 대응이었다.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그동안 미군과 그 군속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심판이 우리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적이 없었건 경험으로 보면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었다.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사건 피의자인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운전병 마크 워커는 지난 20일과 22일 미 2사단 군사법정에 섰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배심원 제도가 아니다. 다만 그 배심원들이 모두 미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평결이 내려졌다. 모두 무죄, 그리고 28일 주한 미대사 허바드가 대신한 부시의 사과표명이 우리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처리 과정에서 한 가지 반복적인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악어의 식사처럼 일단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밀어 붙인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여기에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그런 다음에, 악어의 눈물처럼 분노한 한국민들의 감정에는 허사(虛辭)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사과표명을 던져 놓는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그리고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한국민을 대변하고 보호해서 일을 해야 할 정부당국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수가 없다. 당하는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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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30 23:02

[오목대] 길거리 흡연

최근들어 사회적으로 가장 신세가 고달퍼진 그룹을 꼽는다면 아마도 흡연자들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특히 올해들어 흡연자들을 향한 압박은 갈수록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폐암의 세계적 권위자인 국립암센터 박재갑원장은 ‘담배 백해무익론’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고, 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병상 금연호소’로 애연가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담배의 유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50년초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의학관련 학술논문중 단일과제로서 가장 많은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담배의 해로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연기속에는 40여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평균 2.5배 높이고, 평균수명을 10년이상 단축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흡연자 자신은 물론 간접 흡연으로 주위의 가족과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국가경제에도 큰 손실을 입힌다는 것이다. 금연운동이 갈수록 힘을 얻는 것도 이같은 건강위협때문이다. 가뜩이나 금연운동의 확산으로 가정이나 직장, 공공시설 등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이번에는 길거리에서까지 담배를 못피우게 하려는 법안이 지난주 국회의원 57명의 서명으로 국회에 제출돼 논란을 빚고 있다. 법안제안서에 따르면 길거리 흡연은 다른 사람에게 화상을 입힐 위험성이 있고, 옷을 태울 우려가 있으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이 법안이 제출되자 애연자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시설에 이어 길거리 흡연까지 금지당할 처지의 애연가들은 즉각 집회를 열고 반대입법청원 서명에 나섰다. 애연가들은 혐연권(嫌煙權)도 인정해야 하지만 흡연권 역시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보호를 받는 개인행위인데 이러한 기본권을 국가에서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굳이 길거리 공해를 따지면 경유자동차가 훨씬 심하다고 항변한다.공중도덕 범주에 속하는 행위에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때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켜도 그만’‘안지켜도 그만’인 법률은 안만드는 것만 못하다. 길거리 흡연은 상대방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하는 윤리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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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29 23:02

[오목대]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은 세계 대도시의 대부분에서 이국적인 풍물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동경, 뉴욕, 파리, 그리고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차이나타운이 세계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뉴욕의 차이나타운은 세계의 차이나타운 중에서 가장 커다란 차이나타운이다. 맨하탄 섬의 시청부근의 요지를 점령하고 많은 백인들과 중국인 그리고 방문객들이 이국적인 중국음식과 값싼 상품에 이끌려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차이나타운은 미국에 1860년대부터 대륙횡단철도를 놓기 위해 등의 이유로 미국에 온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 밖으로 나가면 백인들을 돌을 던지고 박해를 하여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았기 때문에 타나난 것이다. 1930년대까지도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 밖으로 나가면 백인꼬마들이 돌을 던졌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현재는 2-3만명의 중국인이 모여 살고 있다.골목마다 중국식당과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건물들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과 황색의 장식이 많아 거리전체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중국 설날에는 화려한 용을 가지고 거리를 누비면 각종 명절에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처음에는 중국인을 위한 식당과 상점이었지만 점차 뉴욕시의 백인들이나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하여 이제 다민족이 즐기는 곳이 되었다.전주와 군산에도 차이나타운을 만든다고 한다. 중국인 거주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이나타운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 관광객이 들를 수 있는 동남아타운이나 외국인들이 들를 수 있는 외국인의 거리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차이나타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은 근본적으로 그곳 거주민인 중국인들과 그 도시 거주민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통 값싸게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는 곳이다. 주민들이 방문해야 관광객도 오기 시작한다.전주에는 외국인 집중거주지는 인구수가 적어 불가능하다. 관광객의 수도 적기 때문에 관광객을 상대로 차이나타운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은 특색있는 중국거리로 만들어 전주시민들이 중국적 음식과 상품을 사고 중국적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그곳을 방문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관광객도 올 것이다. 외국에서의 예를 살펴봐도 다른 방법으로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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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28 23:02

[오목대] 공무원 행동강령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법원이 관리에게 뇌물을 준 한국교포에게 꽤 관대한 판결을 내린 일이 있다. 법대로라면 적어도 징역 몇년쯤 살아야 한텐데 집행유예로 석방한 것이다. 판결 이유인즉 ‘한국에서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는것이 관행’이기때문에 그 문화적차이를 인정할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미국 고속도로에서 교통경찰이 스티커 발부대신 슬쩍 내미는 몇달러의 뇌물에 익숙해진것도 우리 교포들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우리나라 관료들의 금품수수 관행은 OECD에서도 혀를 내두른다. 오죽하면 ‘뇌물’과 ‘급행료’를 구분해서 업무를 손쉽게 처리하기 위한 급행료는 관행으로 그냥 눈감아 주는 규정까지 마련했을까. 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떡값 마련을 위한 비자금이 필요하고 인허가 업무에 기름칠을 해야 서류가 잘 돌아가는것이 상식같이 된 나라가 우리이니 ‘관기확립’어쩌고 해봐야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랄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국의 공직자윤리법은 20달러가 넘는 점심을 얻어 먹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은 1백달러가 넘는 선물은 뇌물로 규정해 금지한다. 일본의 관료들도 부패는 있지만 그 수나 규모는 극히 미미하다. 오히려 부패하되 청결·근면·충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국민의 정부들이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란것을 제정한 일이 있다. 공무원의 비리와 부패를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할 품위규정을 둔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사 문화 하다시피 했다. 그 글에는 직무와 관련업는 사람으로부터 5만원 이상의 선물수수를 금지한것도 있었으니 우리 공직사회 속성상 지켜지리라고 기대한 것조차 애시당초 무리인지도 모른다. 한 번 공무원이면 영원한 공무원인 ‘철밥통 근성’이 이런 규정 정도에 호락호락 흔들릴(?)이유가 없었음은 그간의 수많은 부정·비리사건으로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이번에도 행자부가 금품수수등 부패예방을 위한 ‘공무원 행동강령’을 입법예고 하고 나섰다. 그러나 부조금 제한해제나 직무와 관련없는 금품수수 허용등은 99년 제정된 10대 준수사항보다 더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공무원 반발에 비리예방 시늉만 했다는 평을 받는 이런 강령이 얼마나 구속력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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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27 23:02

[오목대] 安樂死 판결

생명의 존엄성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자비로운 살인’은 허용해도 좋은가. 미국에서 안락사(安樂死)의 합헌 여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논쟁의 줄거리다. 지난 97년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의사가 도울수 있는가’에 대한 공판이 연반대법원서 열린후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명확한 해답이 내려진것은 없다. 안락사 찬성론자들은 ‘인간에겐 품위를 지키며 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참을수 없는 고통과 싸우다가 추한 모습으로 죽느니 편안하고 깨끗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끊는것은 죄악이라고 못 밖는다. 신이 준 목숨을 인간이 끊을수 없다는 종교적 이유다.사실 안락사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네델란드에서는 이미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그밖의 많은 나라들에서도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는 법률적 검토조차도 금기시 될 정도로 ‘생명 존엄’에 엄격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물인간의 경우 안락사를 생각해 볼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는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만 떼어내면 생명이 끊길 식물인간이 1만명에 가깝다는 통계도 있는 마당 아닌가. 환자 본인이야 의식불명이니 제쳐놓고라도 그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겪는 무한고통을 한번쯤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물론 삶과 죽음의 문제를 법이나 논리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안락사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부인하지 않는점만 봐도 그렇다. 현실적으로는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보다는 과다한 치료비 부담을 우려한 타살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경우와는 다르지만 엊그제 서울서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인 남편을 굶겨 죽인 40대 주부의 비극도 그런 연장선상의 일은 아닌지 모르겠다.미국 법원이 22일 12년째 혼수상태인 한 여인의 안락사를 허용했다 해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그여인의 친정 가족은 즉각 이에 불복하여 상소할 뜻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는 이 여인이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희망했다는 점이다. ‘품위를 지키는 죽음’을 아내가 요구했다는 남편의 주장에 동정이 간다. 안락사,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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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26 23:02

[오목대] 名犬 진돗개

지구(地溝)상에 개(犬)가 출현한 시기는 종(種)의 기원(起源) 만큼이나 모호하다. 이리나 재칼이 조상일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연구 결과는 없으며, 두개골이나 치아의 구조로 볼때 단순 종에 가깝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다만,페르시아 베르트동굴에 ‘개가 인간에게 사육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BC9500년 경 부터 사람과 개가 함께 생활했을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의 시원은 확실치 않으나, 구석기시대 부터 이미 가축으로 사육됐을 것이라는 학설이 정설로 굳허져 있다.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거의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는 대략 2백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번견(番犬:집지키는 개)에서 부터 군용견·썰매견·사냥견·안내견·감시견·탐지견에 호신견·투견·애완견 까지, 사람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남 진도(珍島)의 진돗개와 장백산맥(長白山脈) 근처의 삽살개와 같은 사냥, 또는 호신용으로 개량할 가치가 높은 토종개가 있다. 이중에서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돗개는 세계의 명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대표견이다. 민첩하고 용맹스럽고 인내심이 강하며 집도 잘 지키지만 사냥솜씨도 놀랍다. 또한 대담성과 영민함, 야성미 까지 모두 갖춰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부터 ‘살아있는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한국의 국견, 진돗개가 마침내 세계의 명견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진도군 진돗개연구소가 세계 최고 권위의 개등록기관인 영국의 케넬클럽과 약정을 맺고, 생후 5개월된 진돗개 5마리를 이달 말 영국으로 보내, 케넬클럽 등록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보내질 진돗개는 1년여 동안 케네를럽 회원들 집에서 사육된 후, 새끼가 태어나면 진돗개 고유 품종 검사를 거쳐 2004년쯤 케네를럽에 등록될 예정이다.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케넬클럽에는 불독과 그레이하운드(영국), 세퍼드와 도베르만(독일), 아키다(일본)등 세계적인 명견 1백96종이 등록돼있다. 진돗개가 케넬클럽에 등록되면 한국에도 국견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고, ‘개고기 문화’로 실측된 국가아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것 같아 옹골진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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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1.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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