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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나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들녘에선 매서운 겨울 한파를 이겨낸 보리가 봄 햇살에 쑥쑥 자라난다. 짙은 초록으로 물든 보리밭은 특별한 봄날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다. 하지만 들판에 나가도 보리밭 보기가 쉽지 않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보리를 파종했던 농민들이 어느 때부턴가 ‘돈 안 되는 보리’ 대신 비닐하우스를 세워 채소·원예작물을 가꾸거나 아예 땅을 놀리면서 보리밭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에서 쌀 다음가는 주곡이었던 보리는 이제 경관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지와 농작물을 활용해 조성한 운치 있는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농업이다. 이맘때면 고창 학원농장과 제주 가파도·포항 호미곶·보령 천북폐목장 등 전국 곳곳의 청보리밭 명소에 나들이객들이 몰린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고창군 공음면의 학원농장이다. 고창군은 이곳에서 매년 봄 청보리밭 축제를 연다. 올해로 벌써 20회째다. 살랑바람에 파도처럼 넘실대는 청보리밭은 도시인들에게 녹색 쉼터가 된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 보리는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가을에 거둬들인 쌀이 바닥나고 추수 후 논에 심은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던 봄철, 우리네 삶이 험난한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를 빗대어 부른 용어다. 1970년대에는 정부가 ‘혼·분식 장려운동’을 정책적으로 펼쳤다. 흰 쌀밥 대신 보리 등 여러 잡곡을 섞어 먹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자는 캠페인이다. 표현은 ‘장려’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적인 방법이 다수 동원됐다. 주식인 쌀의 생산량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시대다. 품종개량과 농업의 기계화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쌀은 어느 순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과거 ‘혼·분식 장려운동’처럼 ‘쌀 소비촉진 캠페인’이 펼쳐지고는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 주식 쌀은 과잉생산으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보리는 구경거리가 돼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쌀 소비량이 줄어 쌀값이 폭락한다면 벼농사도 조만간 보리처럼 다른 각도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쌀 과잉생산 문제를 풀기 위해 벼 재배면적 축소 정책에 강도를 높일 게 뻔하다. 결국 농민들도 쌀보다 돈이 더 되는 체험·관광 목적의 벼농사로 눈을 돌릴 지 모른다. 마치 숲체험장처럼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판을 ‘농경체험장’으로 꾸며놓고 옛 정취를 갈망하는 도시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아동·청소년 대상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 벼농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됐다. 추수철 황금벌판에서 농경문화 체험을 테마로 열리는 김제 지평선축제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니 그렇게 멀리 볼 일만도 아니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17 15:36

홀로아리랑 김지사

단기필마로 지사 자리를 꿰찬 김관영 지사는 취임 9개월을 맞아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전력투구한다. 김 지사가 민주당으로 복당해서 당선되었지만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전북의 현안을 풀어 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원팀이 돼서 김 지사를 돕기로 했던 도내 국회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 하기에 급급, 김 지사 한테 큰 도움이 안된다. 김 지사가 젊은 패기를 앞세워 냉·온탕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뛰지만 역부족일 때가 다반사다. 우군으로 믿었던 도내 국회의원들도 차기 지사자리를 놓고 잠재적 경쟁자 관계라서 신경만 쓰인다. 게다가 국힘 비례대표 출신인 정운천 의원 마저도 4·5 전주을 재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함에 따라 그간 폼 나게 움직이었던 여야협치가 깨지기 일보직전이다. 지금 김 지사는 대광법, 공공의대법, 특별자치도법 보완 그리고 새만금에 이차전지 기업유치 등을 위해 국회에 살다시피 한다.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북에서 번쩍)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바삐 뛰고 있다. 성과를 중시하는 김앤장 출신 답게 개인기에 의존해서 여야 의원과 윤석열정부에 매달리고 있다. 다행히도 김 지사의 행정고시 동기들이 아직도 차관급으로 부처에서 실무를 지휘하고 과거 재선 국회의원 하는 동안 함께 호흡했던 여야 의원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줘 큰 힘이 되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대회에 보이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키로 하는 등 대회개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도 시도지사 부회장인 김 지사의 믿음과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전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천리길도 마다 않고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때문에 도정이 예전과 달리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인하대 윤태익 교수의 세가지 성격유형에 따르면 김 지사는 머리로만 하지 않고 가슴과 장형이 믹스된 리더십을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부터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운동이면 운동까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싫어하면서 고시3관왕을 일궈냈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동안 전국 꼴찌라는 낙후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한동안 참모진과 출연기관장을 잘못 인선했다는 비난을 샀지만 한종관 전북신보재단 이사장과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등 전문가를 임명해 전화위복 됐다는 평가다. 김 지사가 내년 총선 전까지 스스로 성과를 내면서 자신과 호흡이 맞는 인물이 대거 국회의원이 되어야 롱런할 수 있다. 이번 전주을 재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도민들이 새로운 변화를 갈망해 김지사도 기업유치를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에 더 신경써야 한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입지도 종전보다 더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민주당 한테 큰 도움받는 것도 쉽지 않고 정부여당인 국힘 한테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 현안을 타개해 나가려면 도민들의 지지가 더 필요해 보인다. 봄볕에 그을린 그의 얼굴빛이 피곤해 보이지만 전북발전에 대한 결기 만큼은 강하게 느껴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16 16:55

‘강한 경제’ 전주의 조건

우범기 전주시정(市政)의 핵심은 강한 경제를 통한 지역 활력에 있다. 무기력한 지역 정서를 걷어내고 역동적 기운이 꿈틀대는 도시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이다. 서민 경제를 옥죄는 불합리한 족쇄를 풀고 창조적 파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취임 직후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와 함께 구도심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대못’ 을 뽑는 데 먼저 칼을 빼들었다. 환경 시민단체와 기득권층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폭탄 돌리기’ 로 인식될 만큼 논의 자체를 꺼려 했던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개발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성장 동력이란 인식 아래 과감한 추진 의사를 밝혔고, 실제 구조물 철거 등 구체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모습들이 “이번엔 뭔가 다르다” 는 긍정적 시그널로 비춰짐에 따라 우 시장이 꿈꾸는 미래 전주에 대한 시민 기대도 큰 편이다. 그는 선거 출사표 때부터 전주 대개혁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해왔다. 개혁을 화두로 변화의 거대한 물줄기를 주도하는 배경이다. 선거 표심을 의식해 전임 시장이 망설였던 핵심 현안들이 그의 지휘 아래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변화에 대한 그의 목마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사실상 공약 실현의 성패는 예산 뒷받침인데 그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 전문가라는 점이 신뢰도를 높여준다. 선거 때도 그는 유불리를 떠나 폭발성 높은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전임 시장이 눈치만 보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던 완주전주 통합을 비롯해 전주역세권 개발, 천마지구 개발까지 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이같은 직진 본능이야말로 무사안일에 젖어 있던 공직 사회에 경종을 주고 있다. 미래 먹거리 개발 못지않게 그가 관심을 쏟는 게 전주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다. 새롭게 조명되는 후백제와 함께 조선왕조의 뿌리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후백제는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에 이를 포함시켜 고구려 백제 신라 문화권에 버금가는 명예 회복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의 역사와 문화가 작년 1100만 명 이상 다녀간 한옥마을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돼 13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전주시가 그 명성에 걸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꽃 피우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역설적으로 전주 대변혁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단 부지가 모자라 첫 단추를 꿰지 못하는 것도 전주의 현실이다. 눈앞 이익에만 급급해 근시안 행정에 안주한 것도 모자라 미래 투자까지 소홀히 한 것은 무능에 가깝다. 리더 한 사람의 가치 판단에 따라 어떤 후유증을 가져오는지 지금 목도하고 있다.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한 우 시장이 밤낮없이 뛰어야 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13 17:34

이용호 김윤덕 간사의 존재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가수 유심초에 의해 가요로 불려지면서 크게 대중화된 곡이다. 앞서 1969년 김광섭 시인은 ‘저녁에’를 발표한 뒤 수화 김환기 화백에게 보낸다. 이 시에서 영감을 얻은 김환기 화백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그림으로 1970년 한국미술대상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하나의 시가 그림과 노래로 재탄생된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달 말 명품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총괄 회장이 짧은 방한을 했는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과 리움미술관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국내 명품업계에서 LVMH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사람이든 작품이든 유명세는 곧 막대한 영향력과 자본을 의미한다.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특수에 힘입어 울산 원도심 방문객이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울산시 중구는 원도심 유동 인구·상권 데이터 분석 결과, 울산시립미술관 인근 동헌·내아 방문객이 1월 대비 2월에는 554%, 3월에는 464%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시립미술관에서 지난 2월 16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개막한 영향인 것으로 중구는 분석했다. ‘이건희 컬렉션’전시회가 지난해부터 지역을 순회하면서 열리고 있는데 전북 전시는 2024년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개최 예정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전북의 전국적인 순위가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보고 출발해야 한다. 매년 음력 5월 5일 열리는 전주단오제의 경우 관련 예산이 1억2천만원 정도 되는데 유네스코 인류무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는 100억원 가량 된다고 하니 현실에 안주했을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12일 발표한 왕의궁원 프로젝트는 장기간에 투자되는 것이지만 1조가 넘는 것이기에 어쨋든 기대를 갖게한다. 오죽하면 최근 일부 전주시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삼성가 사람을 만나 제발 진품 하나만 갖다 전주에 전시해라, 그래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호소했을까. 한 지방의원은 “홍라희(洪羅喜) 전 리움 미술관장은 부친인 홍진기 전 법무부장관이 전주지법 판사로 재직 중 태어나 이름을 ‘전라도에서 얻은 기쁨’이라는 뜻의 ‘라희(羅喜)’로 지었다고 하지 않느냐”며 지역 국회의원들이 좀 더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문화예술인들뿐 아니라 체육인들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야 간사인 이용호(남원임실순창), 김윤덕(전주완산) 의원이 포진해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왜 성과가 적다고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어쨋든 문화와 체육, 관광 분야에서 여야 간사가 포진한 지금 이용호, 김윤덕 간사가 협치를 통해 확실한 성과로 도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4.12 15:30

판소리 보존과 대중화의 경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무형문화유산까지 확대한 것은 2001년이다. 유네스코는 2000년 가을, 새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소멸 위기에 있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인류무형문화유산 걸작’ 지정제도다.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유형유산을 보존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 1972년이니 유형유산에서 무형유산까지 넓히는데 3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유네스코가 규정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은 ‘개인에 의해 표현되며 공동체의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과 기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문화적 공동체의 전통에 기초한 창작의 총체’다. 무형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던 각 나라의 수많은 무형유산은 생명을 다시 얻게 됐다. 우리나라의 무형유산도 이 대열에 섰다. 세계문화유산이 될 만한 무형유산들이 쏟아졌으나 가장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1년 등재된 ‘종묘제례 및 제례악’이다. 판소리는 그 뒤를 잇는다. 판소리는 2003년 우리나라의 두 번째 세계무형유산이 됐다. 모든 민족적 정서가 황폐해지고 말살되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근근이 맥을 이어왔던 판소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음악으로서의 가치를 조명받게 된 계기였다. 판소리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판소리의 대중화는 어디까지 왔을까. 돌아보면 판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온전히 무대 위에 놓았던 소리꾼들이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치열하게 대중들과 교감하며 판소리로 시대를 호흡했던 명창이 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이 된 바로 그해, 세상을 떠난 박동진 명창이다. 선생의 이름을 알린 것은 1968년에 연 여섯 시간짜리 흥부가 완창회.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던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의 판소리를 주목했을까 싶지만, 선생은 이후 1년, 혹은 2년 사이에 완창회를 이어 가면서 끝내 다섯 바탕 전통 판소리를 완주했다.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선생의 노력은 창작판소리로도 이어졌다. 종교와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판소리를 만들어 시대와 호흡한 것은 판소리를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선생의 분투였다. 올해 세계유산 등재 20주년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작업이 활발하다. 전통 판소리도 그렇고 새로운 형식으로 기획된 실험적인 무대의 행렬도 반갑다. 모두 판소리 보존과 대중화를 위한 여정일 터인데 안타깝게도 아직 그 길은 멀어 보인다. 모든 장르가 혼재된 문화충돌의 시대, 판소리가 보존의 경계를 딛고 시대의 음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는 일. 이제 더 무거운 과제가 됐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4.11 18:35

봄가뭄과 호남평야 통수식

희망의 계절에 근심이 커진다. 봄가뭄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영농기를 앞두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심은 타들어간다. 기다리던 봄비가 내렸지만 완전한 해갈에는 한참이나 모자란다. 닫아두었던 물길을 열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큰 행사가 매해 4월 호남평야에서 열린다. 호남평야의 젖줄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에서 열리는 ‘백파 통수식’이다. 한 해 풍년농사와 안전영농을 기원하며 수문을 열어 농업용수를 흘려보내는 유서 깊은 행사다. 전국 곳곳에서 통수식이 열리지만, 대표 행사는 단연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가 주관하는 호남평야 백파 통수식이다. 백파 통수식은 가뭄 극복을 위한 근대 농업용수 개발의 대역사(大役事)를 기리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한반도 도작(稻作)문화의 발상지인 곡창 호남평야에는 일찍부터 대규모 수리‧관개(灌漑) 시설이 조성됐다. 20세기 초에는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축조(1927년)하고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운암발전소‧칠보발전소를 통해 섬진강의 수자원을 동진강으로 끌어내 호남평야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운암제 하류 쪽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을 축조해 물그릇을 키웠다. 호남평야의 대표적인 수리시설 중 하나가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동진강 본류에서 김제용수간선과 정읍용수간선이 갈라지는 낙양취입수문이다. 1927년에 준공된 이 시설은 동진강 유역 농경지에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용수로에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농어촌공사가 정한 호남평야 관개기간은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다. 이에 따라 해마다 4월에 통수식을 갖고 수문을 열어 180일간의 급수작전에 돌입한다. ‘백파제(百派祭)’라는 행사 명칭은 낙양취입수문 기념비에 새겨진 ‘일원종시백파(一源從是百派)’라는 문구에서 따왔다. 한줄기의 물이 백갈래로 퍼져 광활한 농경지를 고루 적셔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해는 이 백파 통수식이 취소됐다.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호남평야에 물을 대는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너무 낮아 차질이 생겼다. 결국 낙양취입수문 개방 시기를 5월로 늦췄고, 4월 영농의 시작을 알리는 통수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4월 초에 열리던 백파 통수식은 어느 순간 4월 20~25일로 늦춰졌고, 올해는 가뭄으로 수문 개방 시기를 더 늦추면서 통수식마저 취소한 것이다. 수리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한계가 있다. 농사는 결국 하늘을 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쌀값 폭락이 거듭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풍년이 들어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게 됐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공동체가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농업‧농촌, 농민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메마른 농촌에 단비가 내리기는 할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10 16:06

전북의 정치적 딜레마

민주당은 전북을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기고 잡은 물고기 마냥 먹이를 주지 않고 국민의 힘은 각종 선거 때마다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철저하게 외면한다. 도민들은 DJ때 정권교체가 이뤄져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한풀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죽어라고 표를 찍어줬지만 그 때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인 채 임기를 마쳤다. MB가 정동영 한테 5백만표 이상으로 압승을 거둔 바람에 전북 출신들은 중앙관가에서부터 씨가 말랐다. 후보와 동향 이라는 이유로 패배자의 설움을 철저하게 맞봤다. 전북 한테는 문재인 정권 때도 기회였지만 모든 게 립서비스로 끝났다. 정권 초에는 전북을 방문해서 친구로 여긴 듯 싶었지만 쪽수가 적고 계속해서 전북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 보다는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줄곧 민주당의 텃밭이 되어왔다. 30년 가까이 민주당 일변도로 가다 보니까 반대편인 국민의힘은 들어설 땅이 없었다. 전북에서 국힘 후보로 각종 선거에 나서 승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었다. 대선 때도 한자릿수를 넘기느냐가 관건일 정도였다. 이때문에 국힘쪽은 선거 때마다 선거를 포기, 후보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치인은 선거 때 자신이 얻은 표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전북에서 표가 나오지 않자 아예 전북을 방문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국가예산을 배분하거나 인재등용도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같은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전북은 도세가 강원·충북 보다도 뒤로 밀렸다. 지난 대선 때 20% 득표를 기대했던 국힘의 윤석열 대통령이 14.4% 밖에 얻지 못하자 그게 전북을 대하는 바로미터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 전북은 30년 이상 믿고 따랐던 민주당이 전북을 위해 해준 게 별로였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푸대접을 가해 결국 오늘 같은 낙후가 만들어졌다. 정치적으로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지 못한 게 전북낙후를 가져왔다.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타개할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아 답답할 지경이다. 민주당 후보로 뽑힌 21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역량이 크게 부족해 제 앞에 놓인 감도 못 먹을 정도다.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갖고 만들기로 했던 공공의대설립 문제는 두고 두고 비난 받아야 맞다. 문재인 정권 때 남원 출신인 권덕철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고 해당 상임위 간사가 김성주 의원이었다. 4·5 재선거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지만 혼자서 전북의 단선적인 정치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민주당이 전북을 집토끼로만 여길 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아 전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전북이 정치적으로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충청이나 강원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사정없이 판을 갈아 엎어야 해결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09 17:00

김 지사의 실용 인사

취임 10개월을 맞는 김관영 지사의 실용주의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갓 출범했을 때만 해도 그의 파격적 인사 스타일이 여론 뭇매를 맞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선거 전리품인 양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가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한 관행에 익숙한 탓일까. 당시 인사 뚜껑이 열리자 ‘타시도 출신’ 대거 발탁이라는 초유의 일이 본능적 거부감을 유발했다. 언론도 뒤질세라 능력은 제껴둔 채 지역 출신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켜 공격했다. 이 와중에도 김 지사는 검증된 인사를 고집하며 나중에 성과를 통해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초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후속 산하기관장 검증 평가에서 대체로 전문성과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은 건 김 지사의 뚝심이 빚은 결과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도청의 정무라인과 산하기관장 인사 논란이 거셌다. 물론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인사 대상자들의 기본 인식이 빈약하고 발언 태도가 기름을 부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어제 인사청문을 통과한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을 비롯해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이항구 자동차기술원장, 조준필 군산의료원장은 그 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한쪽에선 이들 경력과 전문 능력을 감안해 보면 ‘하향 지원’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김관영호 산하기관장과 정무라인 인사의 특징은 중앙 무대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 여야 협치를 위해 국민의힘 인사를 도청 3급 협력관에 임명한 것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도청 5급 팀장에게 타시도 정책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발전 아이디어를 공모해 우수 사례를 정책에 반영하고 담당자를 특진시켜 역동적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도 고무적이다. 민선 자치 출범부터 도청 핵심 보직은 선거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들이 독점한 게 사실이다. 이들 전면 배치는 일종의 ‘양날의 검’ 이다. 하지만 조직을 장악하는 데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필요한 반면 공무원의 위계 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산하기관장과 정무 홍보라인은 도정을 떠받치는 핵심 조직이기에 측근이나 행정관료 중 에이스를 주로 앉혔다. 특히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엔 최측근 복심을 앞세워 무게 중심을 잡아 갔다. 공보관 자리는 기자 출신이 전매특허인 양 발탁돼 도정의 리스크 관리를 뒷받침해 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도정 철학에 따라 인사 스타일은 다르기 마련이다. 선거 공신과 측근 관료를 우대한 역대 지사와 달리 김 지사 용인술은 철저하게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 인사 기조에 따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를 선호할 뿐 출생 지역은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행정 수장의 도지사라 할지라도 그는 분명 정치인이다. 차기 선거에서 이겨야만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숙명을 안고 있다. 유권자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그런 맥락이다. 126년 만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그 위상에 걸맞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06 17:15

대리전 양상 전주을 재선거

대리전(代理戰)은 분쟁 당사국이 직접 전쟁을 하지 않고 동맹국이나 영향력을 받는 나라로 하여금 상대편 나라와 대신 싸우도록 해서 일어나는 전쟁을 말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요즘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양이 극한 대결을 벌이던 시절,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오랫동안 계속된 베트남 전쟁도 실은 또 다른 형태의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불릿(bullet 총탄) 대신 밸럿(ballot 투표)을 사용하는 정치의 세계에서도 전쟁만큼이나 대리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정계거물들의 각축전도 따지고 보면 자신을 지지해줄 수하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작업이다. 전북의 경우 지금은 정계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나 정세균 전 총리와 정동영 전 대표가 거의 20년 가까이 영향력을 행사한 까닦에 총선 후보나 도지사를 비롯한 단체장, 심지어 지방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대리전 양상을 벌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사소한 것 같아도 지역정가에서는 비례대표 도의원 하나 공천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유지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민주당 여성 비례대표 도의원 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전북도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전정희(63) 현 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해숙(58) 현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정진숙(60) 전 국민의당 전북도당 사무처장의 경합이 불을 뿜었다. 당시 비례대표 투표 결과 정진숙씨 1위, 이해숙씨 2위, 전정희씨 3위 였다. 그런데 정진숙씨는 맨 먼저 제9대 도의원을 지냈고, 이해숙씨는 10대 도의원을 지냈으며, 전정희씨는 19대 총선때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볼때 오늘의 결과가 내일의 상황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례대표 도의원 경선 당시 지역정가의 쟁쟁한 빅브러더들이 총출동 하다시피해 사실상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졌던 일은 지금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5일 치러진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았기에 대리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수면하에서 치열한 수읽기와 대리전이 펼쳐졌다는게 정가에 정통한 이들의 귀띔이다. 범 민주당계로 꼽히는 임정엽, 김호서 후보의 경우 외형상 당의 공식적인 지원은 전혀 없었으나 지방의원은 물론, 내년 총선 입지자들이 어깨너머 훈수를 엄청나게 뒀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력한 정치인과 가까운 이들이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단순히 지역 당원 차원이 아닌 노동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총출동해서 도왔다고 한다. 어쨋든 당초 예상과 달리 대리전 양상을 띈 이번 전주을 재선거가 끝난뒤 총선 가도에서는 어떤 대리전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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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4.05 15:09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전략

“‘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를 ‘일본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4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을 심사하면서 일본 초등학교가 사용할 사회교과서를 수정하게 한 내용이다. ‘일본 영토’를 ‘고유영토’로 고치고 다케시마가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로 바꾸어 영유권 주장을 더 명확하게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내용은 강제성을 약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수정하게 했다. 강제적으로 징집의 의미를 갖는 ‘징병’ 대신 ‘참가’나 ‘지원’이란 표현을 쓰게 해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다는 해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도는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를 대폭 수정하면서 먼저 이루어졌다. 역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통과시키면서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제 징용’과 ‘강제 연행’은 ‘징용’이나 ‘연행’으로 수정됐고,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은 사실상 사용을 금지해 삭제됐다. 다른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들도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꾸어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일본은 초중고교용 교과서를 국가가 정해주지 않는다. 민간 집필자나 발행자가 제작한 도서를 교과서로 신청하면 문부과학성이 `교과서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적정성 여부를 결정할 뿐 교과서 선정은 자치단체 교육위원회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한다. 교과서 검정 통과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고 성명을 냈다. 어김없이 ‘깊은 유감’ ‘강력한 항의’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가 있을 때마다 취해온 의례적인 방식이니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유독 눈길이 가는 내용이 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는 부분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스스로 사죄하고 반성한 적이 있었던가. 정부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라며 논란이 된 강제동원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았었다. 그러나 일본이 보여주는 태도는 여전히 무례하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 또한 줄곧 자행되어온 터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왜곡의 수단과 방식이 더 노골화되고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 정부의 외교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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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4.04 15:37

번영로 벚꽃엔딩

봄가뭄이 극심한데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마저 시원찮다. 엊그제 봄소식을 전한 벚꽃이 절정을 지나 하나둘 꽃잎을 떨군다. 이맘때면 꼭 봄비가 한두 차례 지나면서 낙화를 부추긴다. 올해도 꽃이 다 지기 전에 반가운 봄비가 찾아올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봄꽃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봄날은 짧아진다. 이렇게 꽃이 다 떨어지면 이 계절은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또 휑하니 지나갈 게 분명하다. 봄날 꽃놀이 명소를 꼽을 때면 빠지지 않았던 곳이 바로 ‘번영로 벚꽃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작로인 ‘전주~군산 100리 길’에 빼곡하게 이어진 하얀 벚꽃 터널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벚꽃축제가 열리고, 축제장이 아니어도 벚나무 아래 꽃그늘에 자리를 잡고 봄을 즐기는 나들이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이 간선도로 곳곳에 임시주차장이 만들어지곤 했다. 하지만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이라 했다. 병해충 피해와 노령화로 인한 고사, 그리고 태풍, 도로공사 등으로 벚나무가 수없이 뽑혀나가고 제때 보식이 안 되면서 꽃길은 시들어갔다. 번영로 벚나무길은 1975년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전북 출신 재일교포들이 기증한 성금으로 조성됐다. 당시 식재된 6000여 그루의 벚나무 중 겨우 절반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2017년 전북도의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무가 뽑혀나가면서 흐드러지게 꽃무더기를 피워내던 튼실한 벚나무 대신 앙상한 가지에서 겨우 꽃잎 몇장을 내밀고 마는 가냘픈 어린나무가 자리를 채워갔다. 화려한 명성 속에 30년 가까이 이어진 번영로 벚꽃나들이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전국의 나들이객들을 유혹하던 번영로 벚꽃축제는 2000년대 들어서 슬그머니 사라졌고, 상춘객의 발길도 끊겼다. 여기에 차량 통행량도 급격히 줄어 도로변 마을은 활력을 잃어갔다. 공교롭게도 벚꽃 터널이 무너져가던 2002년 이 도로 옆에 전주~군산 자동차전용도로가 건설되면서 근대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번영로의 위상은 급락했다. 그렇게 번영로의 명성이 퇴색하기 시작할 무렵 이 길을 대동맥으로 삼아 도약을 꿈꿨던 지역사회도 번영이 아닌 쇠락의 길을 가야 했다. 급기야 이 도로를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벚꽃길 복원사업’에 나섰다. 전북도와 전주‧ 김제‧ 익산‧ 군산시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33㎞ 구간에 벚나무를 새로 심거나 기존 수목을 정비하는 가로수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성과가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벚꽃은 다양한 꽃말을 갖고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게 부와 번영이다. 이 도로에 벚나무가 식재되면서 도로명이 전군가도(全群街道)에서 번영로로 바뀐 이유다. 이 번영로에 다시 벚나무가 쑥쑥 자라고 있다. 지역 발전의 염원을 담아 붙인 이름처럼 번성했던 번영로의 벚꽃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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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4.03 15:52

우물안 개구리 같은 낡은 사고

온 나라가 꽃 대궐이다. 예년에 비해 벚꽃이 2주정도 빨리 펴 화사하기 그지없다. 3년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 받았던 심신을 달래 주려고 이렇게 꽃을 활짝 피게 한게 아닐까. 올 벚꽃은 비바람이 시샘하지 않아 만개한 꽃이 오래간다. 세상사 이치를 벚꽃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성공한 사람을 살펴보면 항상 주변 시기 질투가 뒤 따른다. 4·19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홧발에 짓밟혔던 젊은 청춘들이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그냥 사그라졌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처럼 말이다. 새장에 갇혔던 새들이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훨훨 날듯 상춘객들로 엄청나게 붐빈다. 남녘에 있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수 오동도 금오도 돌산 등지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의 손길을 유혹한다. KTX 종착역인 여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숙박관광지로 변신을 거듭했다. 돌산대교에서 내항위를 거쳐 오동도로 가는 길목에다가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줬다. 꽃을 찾아 나서는 벌들 마냥 상춘객들도 귓불을 간지럽힌 바다바람을 맞으면서 오동도에서 추억을 아로새긴다. 여수는 EXPO 개최 이후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인접 순천도 10년만에 국가정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지난 1일부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갈대밭으로 볼품없던 순천만 일대에다가 세계 35개국 정원을 꾸며 놓아 꽃대궐을 만들었다. 형형색색의 튤립이 활짝 피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스카이 튜브를 타고 주변 갈대밭을 한눈에 조망하도록 해 놓은 것도 아이디어다.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역적 특색을 살려 순천시가 국가정원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은 것을 전주와 전북도가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전북도 전남에 비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명소가 산재해 있다.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던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대부분 관광객이 전주에 오래동안 머물지 않고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떠나간다. 머무는 시간이 짧다 보니까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 막걸리 정도 먹고 가기 때문에 큰 돈이 안된다. 머무는 시간을 늘려 잠 자고 가는 전주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조 본향인 경기전이나 한옥마을 전동성당 오목대 이목대 전라감영 갖고는 안된다. 후백제 수도였던 궁궐터 등을 빨리 발굴조사해서 전주의 랜드마크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주는 역사문화도시로 보존에만 급급했는데 우범기 전주시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은 잘 한일이다. 종합경기장을 허물어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김대중 컨벤션센터보다 두배가 큰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마이스산업을 육성해야 전주가 관광도시로 새롭게 발전해 갈 수 있다. 대한방직터도 하루빨리 특혜시비 논쟁을 끝내고 개발하도록 해줘야 한다. 시장이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일부 시민사회단체서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발목부터 잡고 나선 못된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 전주시민들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낡은 사고를 벗어나야 전주가 발전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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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4.02 17:53

탄력 받는 ‘후백제 재조명’

후백제와 관련해서 요즘 다양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작년 12월 ‘후백제 특별법’을 계기로 역사적 의미 재조명과 함께 세미나 토론회 등이 활발해졌다. 전주가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전국 패권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도민들 반응도 뜨겁다. 비록 존속 기간이 37년의 짧은 역사였지만 후백제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국가였다. 견훤왕이 900년 전주에 도읍지 터를 정한 이후 지금도 곳곳에 과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역사 기록이 철저하게 승자의 관점에 따라 편향되거나 왜곡되기 일쑤여서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백제 역사와 그 발자취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전북의 총체적 위기 상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모든 사회 지표가 전국 하위권을 맴도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마저 뒷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에 밀려 존재감은 다소 퇴색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화도시 시민으로서 전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더욱이 후백제 중심축이 전주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의미는 한층 더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전주가 후백제와 연결되는 것 자체를 애써 부인하고 탐탁치 않게 여기는 기류가 지역에 존재했다. 1100여년 전 패망한 후백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인 데다 역사적 가치도 평가절하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이 어렵게 뿌린 후백제 재조명 작업이 마침내 싹을 틔운 것이다. 최근 이같이 활발한 움직임은 지난주 전북일보가 주최한 후백제 학술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4시간 동안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후백제의 재발견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은 공감대를 넓혀갔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유적 발굴 복원과 함께 보존이 시급하다며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선거 공약에도 후백제 복원을 명문화하고 실제 ‘왕의궁원 프로젝트’ 를 가동함으로써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에게는 유적 복원 못지않게 관광 자원 활용이라는 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주는 후백제 왕도이자 조선 왕조의 본향이다. 사실 문화 예술 도시의 명맥을 유지하는 그 뿌리다. 한옥마을에 가면 양반 이미지의 문화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도 시민 의식과 생활 속에 곧추세우고 있는 자존감 때문이다. 특별법 이후 후백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진실과 유적 복원에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를 비롯해 학계 언론에서 후백제 재조명과 함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백제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백제인으로 살았던 그들의 역사를 ‘후백제’ 라 칭한 것도 후대 학자가 편의상 백제와 구분하기 위함이다. 강대한 고구려 영토까지 편입시키려 했던 후백제의 진취적 기상을 통해 무기력한 전북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3.30 17:51

갑을(甲乙)관계와 갑질, 을질

중국 첫 통일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승상 자리에 올랐던 이사가 젊은 시절 말단관리를 할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측간을 갔는데 관청 측간의 쥐는 허접하고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그때마다 무서워서 놀라 달아난 반면, 양곡 창고에서 사는 쥐는 제 맘껏 쌓인 곡식을 풍족히 먹으면서도 큰 집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나 개를 전혀 개의치 않고 먹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본 이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사람이 어질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쥐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구나”했다. 큰 도둑은 대우받는 반면 좀도둑은 늘 허겁지겁 뛰면서 이눈치 저눈치 보는 측간의 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만고풍상 끝에 승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말년은 불운했으나 어쨋든 이사의 일화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요즘 도의회나 시군의회가 해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도하 언론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들여 외국에 가는 국회의원은 신문 동정란에 버젓이 실려 마치 큰일이나 한것처럼 대우받는 반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는 지방의원은 측간의 쥐처럼 좁쌀 좀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사회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양곡 창고의 쥐 보다도 측간의 쥐가 더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후 해외연수에 나가는 의원들의 행태는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 외국 방문 경험이 전무했던 지방의원들은 밤새워 고스톱을 치는 것은 보통이었고 새벽 시간에 의회 직원을 불러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공개적인 면박을 주는 것은 예사였고, 자신의 짐을 직원에게 들게 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적어도 의원과 직원들 간 부당한 갑을 관계는 없는 듯하다. 지난번 전북도의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장과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일까지 있었고 심지어 도의원과 도교육청 과장이 언성을 높이며 다툰 사례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완력으로 억누르려는 추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에도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 얘기가 들리곤 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만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다가 갑질로 찍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젠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체로 말이 많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자신이 큰 수난과 피해를 당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숙하다.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척결돼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3.29 15:54

'예술가 기본소득'

2011년 1월, 여성감독의 죽음이 전해졌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이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여성 감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놀랍게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생활고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러날 째 굶고 있었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이웃집에 붙였다는 이 쪽지 한 장. ‘아사(굶어 죽음)‘란 단어가 더해진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 시킨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른바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는 나아졌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로는 예술 활동을 하지만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이 43%나 된다. 코로나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1일 예술 활동 증명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형식만 앞세우고 내용이 없다면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일 뿐. 때마침 '’예술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 아이랜드의 소식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실험에 지원서를 낸 예술인은 9천 명. 이 중 2천 명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단다. 공짜 돈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지만, 아일랜드의 실험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예술가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도 이 행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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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28 17:04

계륵이 된 버스터미널

도시의 관문인 버스터미널이 ‘계륵(鷄肋)’이 됐다. 놓을 수 없는데 들고 있기는 버겁다. 인구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로 주민의 이동 반경마저 좁아졌다. 승객이 크게 줄면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버스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문을 닫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속출하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 운영사의 결정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앞서 남원 반선터미널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2021년에는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종료했다. 또 지리산의 관문인 인월터미널도 올 초 남원시에 폐업을 통보해 지자체에 숙제를 안겼다. 이렇게 민간업체가 포기한 버스터미널은 시외‧고속 통합터미널로 운영되거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절벽 시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버스터미널 폐쇄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사회 파국을 막는 일은 결국 지자체의 몫이 됐다. 폐업한 터미널을 매입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읍 신태인버스터미널과 임실 오수버스터미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터미널을 공영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도시 여객운송업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터미널 직영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출구 없는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창군이 “민간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전해온 고창터미널을 인수해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된 고창군이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터미널을 주상복합 건물로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버스터미널 신축 예산은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향후 직영체제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비는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버스터미널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다.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단체처럼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도 이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할 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버스와 여객터미널이 핵심 대중교통수단 및 사회기반시설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계‧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버스터미널마저 없는 도시는 ‘살기 좋은’이 아닌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몰린 전국 각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안이 버스터미널 직영이다. 버스터미널 유지‧운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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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3.27 17:02

특별자치도에 맞는 정치구도

여야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고 절치부심한다. 4·5일 전주을 재선거에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은 것도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이다. 전주 재선거 한석에 연연했다가는 당 전체가 멍들게 할 수 있다고 여겨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윤석열 정권은 여소야대 정국 구도하에서는 제대로 국정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 내년 총선에서 여대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역대정권마다 집권 초부터 개혁을 주창한다. 윤 정권도 대선 때 0.73%의 박빙 차이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다수의석을 점하려고 그간 진보정권에서 금기시했던 노동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을 혁신과제로 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장동사건을 집중 파헤쳐 결국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까지 했던 것. 국회에서 가까스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 됐지만 자당 이탈자가 많아 불체포특권과 평소 법 앞에 평등이라고 강조해온 이 대표의 소신에 흠집이 가해졌다. 국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활용,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해서 흔들어 댈 것이다. 이 대표가 단돈 일원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지만 김만배 정진상 유동규 재판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지지를 철회하고 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당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강력히 청원하고 나섰다. 지난 4∼6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27.8%로 국힘과 14.5% 격차를 보였다. 지난 3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 호남 40대 지지율이 두자리수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라 지지율이 51%로 직전보다 14% 하락했고 40대 지지율이 39%로 직전 보다 10%가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뭔가 전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민주당 숙주 노릇을 할 게 아니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어떻게 전북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4·5 재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어떤 후보를 찍어야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헤아려야 한다. 6명의 후보 중 국힘 진보당 무소속 4명의 공약을 비교하면서 국힘과 진보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어떤 인물인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은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이 어떤 정치지형을 만들어 가는게 옳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도내 국회의원들은 친명계 눈밖에 나면 공천을 못받을까봐 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 박용진 의원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딸(개혁의 딸)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 오히려 힘을 약하게 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강원도나 충청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전북도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전북이 지금처럼 민주당 무풍지대로 계속해서 남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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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3.26 15:42

균형 발전이야, 선거 효과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막무가내식 헐뜯기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함몰된 소아병적 태도다. 이로 인해 정치인 불신은 물론 정치 혐오증만 부채질하는 꼴이다. 마치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굴복시키는 데만 골몰한다. 국정 파트너로서 동반자 개념은 아예 없고 극단적 대결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는데 목을 매는 양상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국정 운영에도 이런 정치권 기류가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아성인 전북의 존재감은 타시도의 활발한 메가시티 바람에 밀려 위축되는 모양새다. 50년 넘게 대명제가 된 지역 균형 발전 취지도 이젠 구호에만 머물러 빛바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찔끔 예산 등 과거 정부에서 설움을 겪어 온 도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주 발표한 정부의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서 전북은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가 포함됐다. 수도권 집중화 추세와 함께 전북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은 372만㎡로 전국 총 면적 4000만㎡ 중 강원과 경남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적다. 대전 충청 1282만㎡을 비롯해 대구 경북 769만㎡, 경기 710만㎡, 전남 511만㎡과 비교하면 당장 눈에 띄는 게 대전 충청이 전북보다 3배 이상 크다는 점이다. 양 지역의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 해석 말고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 흐름을 보면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대전 충청의 표심이 지난해 3월 대선의 결정적 승부처였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근소한 0.73% 차이의 피 말리는 싸움에서 이 지역 민심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경기는 5% 안팎의 박빙 레이스가 펼쳐진 가운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지지를 보냈던 표심이 5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이다. 6월 이곳 지방선거에서도 4곳의 도지사 광역시장을 국민의힘 후보가 싹쓸이함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이 외에도 대구 경북은 정부 여당의 텃밭이다. 최다 유권자를 기록한 경기도는 선거 때마다 여야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두 지역이 국가산단 면적 2, 3위를 차지했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해도 정치인의 속성은 선거를 통한 권력 장악에 있다. 대전 충청 지역 표심에 담겨진 전략적 의미를 전북 도민들도 주목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그들의 선택이야말로 과거 수도권과 호영남 지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며 중부권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한 배경이다.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전북도 갈수록 지역소멸 위기감이 높아지는 데다 타시도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진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선거를 통해서라도 제2, 제3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생각이 제가 과문한 탓일까.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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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3.23 17:57

의료원장과 전북공공의대

2005년 6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전북대병원 간담췌외과 수술실. 3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건강을 잃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웠다. 간경화에 이어 간암으로 악화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길은 딱 한 가지, 간 이식밖에는 없기에 기꺼이 기증을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북에서 뇌사자의 간 이식은 있었으나 생체 이식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전북지역 제1호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맡았던 당시 집도의는 조백환 현 진안군의료원장과 유희철 현 전북대병원장이었다. 그리고 간 이식을 한 아들은 정강선 현 전북체육회장이었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전북에서도 침묵의 장기인 간에 발생한 경화나 암을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 이식 수술이 보편화돼 있다. 집도의였던 조백환 교수는 지금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안군의료원에서 제2의 꿈을 펼치면서 농촌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면서 삶의 전 궤적을 통해 가장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의 역량과 헌신적인 태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의사 선배인 위상양 원장이 농촌지역 의료원장을 적극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임실의료원장과 장수의료원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위 원장은 의사로서는 박봉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농촌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참 의료인이다. 시골의 의료공백 사태는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한명을 채용하는데 연봉 3억6천만원을 제시하고도 적격자가 없어 4차례만에 겨우 찾았다고 한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연봉 4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단 한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전북은 대표적인 의료공백 사태로 신음하는 지역이다. 산청이나 속초보다 더하면 더했지 상황이 나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군산의료원은 1명이던 안과 전공의가 그만 둔 이후 15개월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며칠전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석상에 선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 후보자의 경우 전북과의 연고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차고 넘치는 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연세의료원 외과와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경기도의료원장 및 대한응급의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지역사회의 의료공백을 방치할 때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의사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서남대 폐교당시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남원공공의대 설립인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드시 착점해야 할때 놓치고 가면 훗날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남원공공의대 문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북공공의대 문제 해결을 위해 말로아닌 행동이 결행돼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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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22 14:36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이 관측한 지진 중 최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네 번째로 강력한 대지진이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설상가상 강진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는 센다이 등 해변도시를 덮쳤다. 도시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의 여파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까지 이르러 건물이 붕괴하고 대형 화재가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가 더해졌다. 높이 15m나 되는 쓰나미에 결국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 격벽이 붕괴하면서 후쿠시마 도쿄전력 제 1원전의 1,2,3,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이어진 재난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누출되기 시작한 다량의 방사능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 수준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였다. 원전이 폭발하면서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는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방사능이 퍼지면서 암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원전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2~3년 후에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양 방류는 방사능이 섞인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흘려보내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명칭까지 바꾸며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바다로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퍼지게 되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국가의 해양 환경을 비롯해 인체와 수산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발사고가 난 지 12년. 일본이 예고한 방류 시기가 올해다. 당초 4월로 예정되었으나 이제 6월로 미뤄진 모양이다. 어찌됐든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바로 눈앞에 와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한의원연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는 보도가 있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전한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궁금해지지만,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피해국이 될 처지인데도 어정쩡한 이 상황. 군색하기 짝이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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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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