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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우리 속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녀차별을 보여주는 관용 표현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함께할 텐데 드러내 놓고 이렇게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속내에 남성,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고 하니 주의할 일이다. 이 속담은 약 3,100년 전 고대 중국 주나라 무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다. 주나라 무왕이 달기에 빠진 상나라(=은나라) 주왕(紂王)을 칠 때 구실로 삼았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중국의 왕이 전쟁 명분으로 쓴 이 말이 조선에서 수백 년간 무심코 쓰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러 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속담이 자리 잡은 것은 조선 중종 때 소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소윤 일파의 막후 실세였던 문정왕후를 빗댄 표현이었다고 한다. 1545년 소윤으로 불리는 윤원형 일파가 대윤으로 일컬어지는 윤임 일파를 숙청한 을사사화 때의 일이다. 중종의 둘째 왕비 장경왕후가 낳은 인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대윤, 셋째 왕비 문정왕후가 낳은 명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소윤이다. 대윤을 제압한 뒤 소윤의 거두 윤원형은 관직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온갖 뇌물을 쓸어 담는 등 전횡을 부렸으나 뒷배가 됐던 문정왕후가 병사하면서 몰락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19년 여름, ‘대윤(大尹)’, ‘소윤(小尹)’ 논란이 일었는데 대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였고 소윤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일컬었다. 검찰 내 두 사람의 위상을 외척세력 ‘대윤’(윤임)과 ‘소윤’(윤원형)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통 ‘친윤’ ‘반윤’ 논쟁만 커지고 있다. 반윤으로 지목됐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의 칼날에 하나씩 나가 떨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계파적 대결 구도만 남은 당 대표 경선은 집권당이나 국가적 비전과 정책 논란은 없고, 오로지 자기 집안과 일부 측근의 세도만을 위해 눈이 벌겋게 전횡을 휘둘렀던 조선시대 대윤, 소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친명과 비명간에 날선 비판이 오간다.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 유력한 대권 후보군에 어정쩡하게 줄 섰던 도내 의원들의 입지는 향후 예측불허다. 지난해 6월 전북에서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대거 물갈이됐다. 이는 곧 도민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기술로 무장된 뉴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거다.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에 시민들이 친윤과 반윤, 친명과 반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였다. 차별의 천대 속에서도 그의 부모님은 하루벌이 노동으로 5남매를 키웠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아들은 일찌감치 화가의 꿈을 접었다.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다. 어디서 일하든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생활 철학은 그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끌었다. 긍정의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그는 실명의 위기까지도 극복하며 30대 이른 나이에 빚더미에 파묻힌 전자가게를 일으켜 부를 이루었다. 그는 가난한 재일교포 작가들의 후견인이 되어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가 된 그는 이 미술품들을 고국의 공립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40년 동안 수집한 1만여 점은 <하정웅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공공미술관에 안겼다. 전북도립미술관도 기증을 받은 미술관 중 하나였다.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오래전 인터뷰로 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마을 뒤편 절에 있는 무덤에 찾아가 절을 올리게 했다. 무덤이라고 해봤자 돌 하나 놓인 것이 전부. 어머니는 일본으로 끌려왔다가 죽어간 이름도 모르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무덤이라고 일러주었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수력발전소와 광산이 있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특히 다자와코 호수에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많은 조선인이 동원됐다. 눈이 많은 아키타는 춥고 먹을 것이 부족해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의 현장이었다. 자연히 추위와 싸우며 힘든 노동에 시달렸던 노동자 중에는 도망치거나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남의 나라에 끌려와 목숨을 잃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다자와코 호수 옆에 땅을 사고 설계까지 마쳤던 미술관 건립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수많은 미술품을 고국의 미술관에 기증하게 된 배경이다.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 문제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더 꼬여가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 12일 진행한 공개토론회에서 일본 피고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내놓으면서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양국 협의에서도 특별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사죄와 기여’를 강조했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전하고 있는데 과거는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형국.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미국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2005년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다.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한 제목만 보면 노인문제를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엽기적인 살인마가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그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구절에서 ‘노인’은 ‘오래된 지혜를 가진 지성인’을 의미한다. 만약 노인의 오랜 경험과 지혜대로 사회현상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간다면 그 사회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대로가 아닌 도저히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즉 소설과 영화의 제목은 ‘우리 사회 지성과 경험을 갖춘 노인이 예측하는대로 흘러가는 사회(나라)는 없다’로 해석된다. 어쨌든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현대사회에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계층은 노인일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결국 노인이 편안하게 기대어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말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이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북지역의 노인인구 비중은 23.2%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 이미 한참이나 늙어버린 사회를 뒤로 돌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초고령사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펼쳐할 때다. ‘고령친화도시’는 노인이 건강하고 활력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사회 인프라, 서비스 등이 조성된 도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해 ‘WHO 국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고령화·도시화 추세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추진한 범세계적 프로젝트다. 국내에서도 2013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 수원, 세종, 정읍시 등 각 지자체가 속속 가입해 노인복지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북지역 지자체에서도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활기차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역점 추진해야 할 때다.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의 도세가 강원 충북보다 뒤처졌다. 제주와 세종특별시를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다. 1966년 252만이었던 인구가 176만9000명으로 76만명이 줄어 반토막 났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인구소멸지역이 많아 전주 익산 군산시 완주군 정도만 남을 것이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서 실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대목이 국회의원 선거구 유지다. 그 이유는 정치가 모든 재화나 용역을 나눌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제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전북은 인구 상하한선에 걸려 10개 선거구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도 10명밖에 안돼 전북 몫을 찾기가 벅찬 실정인데 만약 한석이라도 줄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서라도 현행 10석을 마지노 선으로 잡고 유지시켜야 한다. 일부 완주군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전주 완주를 통합해 현행 의석을 유지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은 전북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논리만 펴는 건 곤란하다. 도민들이 낙후원인에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상당부분은 도민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어 스스로 고쳐 나가야 한다. 그간 30년 이상 민주당 일당독식체제를 만들어 준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지금은 시대 흐름을 냉철하게 파악해서 잘못한 점을 과감하게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운동권 출신들이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 고귀한 생명까지 바쳤기 때문에 일정부분 그들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속에서 그들의 역할과 사명은 끝났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전북과 국가발전을 위해 나서도록 해줘야 한다. AI시대에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치권이 충원되는 것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전문가들이 국회의원 되는 게 사실상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 전북에서 민주당으로 국회의원 되려면 무작정 한달에 1000원씩 내는 유급당원만 몽땅 확보하면 가능할 수 있다. 당원들이 민주적으로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해서 이 방법을 활용했지만 돈선거를 유도한 것이나 다름 없어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이 벽을 뚫을 수가 없다. 그래서 도민들의 정서가 같은 전북에서 만큼은 굳이 유급당원으로 자격을 정하지 말고 일반시민들 여론조사로 변경해야 한다. 유급당원들이 상향식으로 국회의원 공천자를 뽑는 방식은 그간 운용과정에서 적잖은 폐단이 불거졌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 결국 돈 선거를 유도하는 부정적 측면이 많아 기득권 세력이 유리했다. 30년 이상 지역정서에 마냥 젖어 민주당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구조가 결국 전북을 망쳤다. 22대 총선때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로 진입하도록 공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역대 국회의원 중 현재 국회의원들을 가장 약체라고 지적하기 때문에 옥석구분을 잘해야할 상황이다. 역량있는 전문가들이 국회로 진입하도록 민주당 공천방식을 즉각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전북도 진정한 여야 경쟁의 정치가 펼쳐져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정치 생명을 건 승부에 들어갔다. 대선 때부터 불거진 사법 리스크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전북 정치권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월 전주을 재선거와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향방에 이목이 쏠려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앞두고 지난 연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재명 지킴이’ 를 자처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음에 이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끝까지 사수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정 고문이 이렇게까지 전면에 나선 것은 이 대표와의 남다른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정 고문을 가리켜 이 대표의 정치적 대부라고 부른다. 그들의 인연은 이 대표가 지난 2007년 정동영 지원 조직인 국민통합추진본부에서 활동하며 시작됐다. 이후 정 고문이 17대 대선후보가 되자 이 대표는 대선 기획단에서 지근거리 보좌했다. 이 때문인지 정 고문은 작년 8월 당권을 거머쥔 이 대표 체제 이후 복당파 중 유일하게 상임고문에 임명됐다. 변방에 머물렀던 정 고문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뿐 아니라 정 고문과 과거 정치 노선을 함께 한 동지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여야 핵심층에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관영 지사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정 고문과 함께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주도했다. 일약 원내 3당으로 발돋움한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여야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냈다. 김 지사도 그 무렵 중앙 정치권에서 폭넓은 인맥을 다지며 정치력을 발휘하던 때였다. 이후 이들은 탈당과 합당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그 뒤 김 지사는 2021년 12월 이재명 대표의 국민통합 인재영입 1호를 통해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작년 6월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됨으로써 지역 정치권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정 고문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역에서 보폭을 넓히며 몸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의 총선 출마설에 주변 측근들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다. 친정으로 복귀했지만 김 지사와 정 고문을 맞이한 민주당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동료라기엔 뭔가 서먹하고 분위기 또한 냉랭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 둘의 정치 동행을 점치는 이가 많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들로선 선택지가 없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대표 입지와 무관하게 그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조직력 확대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운명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판가름 난다. 김영곤 논설위원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을 모르는 이는 없으나 그보다 더 천재로 평가됐던 니콜라 테슬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는 항상 1위와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19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원래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런데 테슬라는 수상을 거부했다. 소위 ‘전류전쟁(Current War)’에서 교류(交流)를 고안한 테슬라 입장에서는 직류(直流)를 고안한 에디슨과의 공동수상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해 물리학상은 제3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주간지 ‘라이프 매거진’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를 꼽았다. 크로아티아는 테슬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정했고, 세르비아는 2006년 3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 이름을 ‘테슬라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를 두고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서로 자기 나라의 발명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테슬라가 세르비아인이었고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간 이력 때문이다. 테슬라의 이론에 근거한 발명품을 보면 전자현미경, 수력발전소, 형광등, 라디오, 무선조종보트, 자동차 속도계, 레이더 등 셀 수 없으나 라이벌이었던 에디슨 때문에 많이 가려졌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갔던 테슬라를 역사는 잊지 않았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테슬라의 이름을 딴 T(Tesla)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2003년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인 테슬라가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에 의해 설립됐다. 회사명 테슬라는 물리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테슬라가 최근 한국을 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고려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34개 도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일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국내에서 새만금만큼 토지 이용이 자유롭고 부지 조성시 민원이 없는 곳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미시간주 앤하버에 가면 ‘실패 박물관’이라고 하는 특이한 박물관이 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제품만 모인 실패작이 되나 싶었지만, 7만점 이상의 물건이 모이자 사람들은 실패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 경영인들이 따로 예약을 해서 찾아올 만큼 명소인데 실패가 결국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백열전구 하나를 발명하는 데 10년 동안 2천 번 넘게 실패했던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단지 2천 단계를 거쳐 발명했을 뿐이죠” 테슬라의 새만금 유치는 사실 실낱처럼 희박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집념만 있으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그게 실패 박물관이 던지는 메시지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세계 최대 항구도시로 유럽의 해운산업을 주도하며 한 시대 세계 1위 물류항으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지금은 싱가포르나 중국 상해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신항들의 추격에 선두자리를 물려주고 말았지만, 여전히 유럽 최대 항구도시로 물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로테르담항의 가장 큰 힘은 지리적 여건이다. 북해에서 2시간이면 항만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여건은 그 중에서도 큰 장점이다. 로테르담항은 시내에서부터 북해에 접한 지역까지 40km가 넘는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이 도로 서쪽 연안에는 부두와 물류단지 정유공장 석유화학 공장이 이어진다. 항만을 통해 들여온 석유는 이들 정유회사에서 곧바로 정제해 수출되는데, 광활한 배후 부지를 확보한 로테르담은 이 덕분에 석유 대량 수입항이자 세계 굴지의 석유정제업 1번지가 됐다. 그러나 역시 로테르담의 면면은 물류항으로 더 빛난다. 유럽의 물류는 라인강 어귀에 자리한 로테르담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데 그 역할을 위해 조성된 인프라 또한 특별하다. 로테르담항과 유럽 허브공항인 스키폴 공항 중심까지 고속도로와 철도가 직접 연결된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 네덜란드 튤립이 농장에서 서울의 유명 호텔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이틀이면 족하다는 것은 괜한 과장이 아니다. 로테르담항에는 물류를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 조성한 ‘전문항구 컬렉션’이 있다. 10여 년 전 로테르담 항구를 찾았을 때 관리자의 안내로 이곳에 있는 ‘과일 전용 항구’를 알게 됐다. 엄청난 크기의 자동온도조절 창고와 냉동창고를 갖춘 이 항구에는 전 세계에서 실려온 각종 과일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분류되어 다시 세계 각국으로 실려 나간다. 그러나 유독 관심을 끌었던 것은 따로 있다. 과일 전용 항구에 있는 대규모 주스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항만에 도착한 과일을 가공해 바로 제품으로 생산한다. 신선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다보면 로테르담항의 경쟁력은 부가가치를 키우는 힘에 있다. 그들의 지혜와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새만금을 ‘글로벌 농식품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식량비축시설과 새만금신항만 배후지에 식품 중계·가공무역 단지를 만들고 새만금 농식품 전용 특화단지와 연계해 생산·가공·물류거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프라 구축의 무거운 과제가 안겨 있지만 항만의 특화전략이 반갑다. 오랫동안 물류산업을 주도해 온 로테르담항도 특화전략이 주효했다는 사실, 우리에게 좋은 선례다. / 김은정 선임기자
인구절벽 시대, 새해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인구다. 행정안전부는 새해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방의 인구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농어촌의 비중이 높은 전북은 걱정이 더 크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 인구는 176만9607명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전북 인구 180만명선이 지난 2021년 3월 무너진 지 만 2년도 되기 전에 177만명선까지 붕괴된 것이다. 전북도와 각 시·군 단체장들이 그동안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인구 늘리기에 몰두했다. 실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자체장에 취임하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전북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치였다. 결국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사람도 돈도 모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하강곡선이 이어지면서 거창하게 밝혔던 슬로건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이후 어떤 지자체장도 지역의 장래 인구 목표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사실상 인구 지키기도 버거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북 인구는 지난 1966년 252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하고 지원책을 내놓기 전부터 전북지역 지자체의 역점 과제는 인구 늘리기였다. 공무원과 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을 적극 권장했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축하금 지원액을 늘리고, 귀농·귀촌 정책에도 열을 올렸다. 더불어 교육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자체가 공립학원을 세워 운영하고, 세금으로 수도권 학원 강사를 초청해서 지역의 우수 중·고교생들을 모아 입시교육을 시키는 비상식적인 사업까지 앞다퉈 시행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오히려 전북 인구가 오는 2050년에는 1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전북 인구는 2030년 169만명, 2040년 160만명에 이어 2050년에는 149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수도권의 강력한 자기장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고, 출산장려금만으로는 전국적인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과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못해 지방이 브레이크도 없이 소멸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 정책도 허망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눈앞에 닥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은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역 간 인구격차를 풀어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해 심지어 소통령이란 말까지 나온다. 김관영 지사가 국힘 정운천 의원과 협치 하겠다면서 취임 직후 정 위원장이 추천한 국힘 인사를 3급 정책보좌관으로 임명, 의욕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당과 협치하랬더니 박 보좌관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해 결국 정 위원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정책보좌관 임명 직후 도의회 안팎에서 김 지사의 보여주기식 인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었다.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모든 권한을 갖는 승자독식주의를 취하므로 단체장의 권한이 상상을 초월한다. 임기동안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예산편성권을 활용해서 자신의 공약사항을 이행한다. 도의회를 비롯 14개 시·군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초록이 동색이라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집행부와 의회가 도정이나 시·군정을 함께 추진하는 수레바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서로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협화음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유권자들은 단체장을 선출만 했지 그들이 얼마나 국가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 몫을 찾아오는지는 잘 모른다. 단체장들이 부처를 방문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게 말 같이 쉬운 게 아니다. 한마디로 단체장의 성적표는 인구늘리기, 국가예산 확보, 기업유치로 판가름 나게 돼 있다. 전북전체 인구가 설산(雪山)이 녹아 내리듯 현재 176만9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큰 틀에서 보면 돈과 사람이 모이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인구감소가 계속 이어진다. 문재인 전 정권 때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시늉으로 그쳐 결국 전북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표대로 움직인다. 대선 때 전북 도민들이 문 후보를 적극 밀어줬다고 해서 임기동안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건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중앙정치권에서 전북을 매력 없는 지역으로 본다. 그 이유는 전체 유권자수가 적고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가기 때문에 여야 모두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21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정부는 감사와 보은의 의미로 수도권에다가 예산폭탄을 투하했다. 국가예산이 인플레로 늘어나기 때문에 도나 시·군예산도 해마다 늘어나면서 역대최대예산으로 편성된다.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힘을 합쳐 얻어낸 예산도 있지만 대부분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지난해 완주군은 1280명 김제시 인구가 542명 늘었다. 특히 전북 4대시를 목표로 한 김제시가 1조549억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해 기염을 토했다. 인구가 많은 익산과 군산시보다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원택 의원과 정성주 김제시장이 합심협력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역을 꺾은 정 시장의 취임 1차년도 성적표로서는 단연 압권이다. 김관영지사도 취임 6개월만에 여야 협치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켜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아직 성적표를 작성하기에는 이르다. 기업유치를 통해 경제활성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패기와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전북특별자치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해 지역 발전의 새 전기를 맞았다. 호남권에 묶여 상대적으로 소외와 설움을 겪어야 했던 전북으로선 독자 권역으로 지위를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여야 협치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지역 정치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1년여 유예기간 출범 준비를 하면서 전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리 지역만의 색깔 있는 전략 수립이 과제로 남았다. 이런 우호적 분위기와는 달리 특별자치법의 입법 과정을 복기해 보면 소위 원팀으로 상징되는 일사불란한 팀웍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관영 지사와 정운천 한병도 위원장의 삼각편대가 펼친 저인망식 맨투맨 공략이 결정적이었다. 힘을 보태야 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역 현안 추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의원들과는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법의 취지는 갈수록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 카드다. 이렇게라도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한차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다 가까스로 기사회생 했다. 지난달 7일 법사위에서 강원도 출신 유상범 의원이 법안 통과에 반대 의견을 내며 찬반이 팽팽했다. 그런 가운데 위원장이 찬반 의견이 맞선 점을 들어 법의 통과를 보류시켰다. 어느 때보다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북 출신 비례대표 최강욱 김의겸 의원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최 의원과 김 의원은 정국을 떠들썩하게 하며 뉴스메이커로 명성이 자자함에도 정작 고향 발전 현안에는 나 몰라라 해 눈총을 받았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전북동행 의원이며 명예 도민인 서병수 김병욱 의원도 반대 입장에 가세하며 논란을 키웠다. 지난 10월에는 400여 명의 근로자와 낙농가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임실 푸르밀 폐업사태 때도 민주당 의원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서 안호영 이원택 윤준병 의원 3명이 있었으나 이들은 아예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전남 출신 김승남 의원이 이들을 대신에 책임 문제와 함께 대책을 추궁함으로써 도민 분노를 자아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회의원의 원팀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특별자치도법이 국회 통과를 했지만 당장 ‘특별하게 지원’ 되는 것은 없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당위성과 구체적 명분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사실 국회 반대 논리 중에 “지방분권에 목청을 높이면서 한편에선 특별자치를 강조하는 것도 모순” 이라며 나눠먹기 논리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제주도 세종시 강원도에 이어 네 번째 특별자치도가 탄생함으로써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 그렇지만 전북 입장에서는 독자 권역으로서 새 출발 의미와 함께 지역 발전의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김관영 지사와 함께 이를 앞장서 견인하고 뒷받침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부릅뜬 눈으로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평소 드라마에 관심이 없더라도 얼마 전 끝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시청률 22%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시대극인데 실화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을 떠올리거나 삼성, 현대, 기아, 신세계 백화점 등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삼성이나 현대를 떠올리는 건 바로 데자뷔(dejavu)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인데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다. 선거만큼 데자뷔가 잦은 것도 없는데 전주완산을 재선거(4월5일)가 다가오면서 왠지 어디서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갖는 이들도 많다. 바로 2016년 치러진 제20대 총선 때 전주완산을인데 결과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4만982표(37.53%)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4만871표(37.43%), 국민의당 장세환 2만4943표(22.84%), 무소속 성치두 2390표(2.18%)를 누르고 당선됐다. 치열한 3강 구도가 아니었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묘하게 민주당 공천이 없는 이번에도 유력 후보간 3파전을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 김경민, 진보당 강성희 , 무소속 김광종 후보는 물론, 민생당 이관승, 박종덕 후보 등도 출마 채비 중인데 지역정가에서는 국민의힘 정운천, 무소속 김호서∙ 임정엽 후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3파전 필패론을 의식해서인지 임정엽, 김호서 후보는 최근 두어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핵심인 단일화 문제는 추후에 논의하고 일단 각자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선거 막바지에 가서 3강 구도가 될 경우엔 무소속 단일화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정운천 의원의 결단 여부다. 그의 출마는 기정 사실화하고 있으나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나설 수 있기에 막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완산을 재선거에는 또 하나의 데자뷔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 차원에서 무소속이나 타 정당 후보를 돕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이다. 괜히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처신을 할 경우 당직자나 광역, 기초의원은 훗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불과 10여년 전 전주에서 데자뷔가 있었다. 지방의원이라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심정에서 2009년 재보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동영(덕진)과 신건(완산갑) 후보를 도왔던 지역정치인들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는 지역정가에서 너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형재, 이덕춘으로 대표되는 유력 후보군들이 불출마한 가운데 이들의 속내도 매우 궁금하다. 친민주계 후보의 당락이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새해 벽두,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가 신인 작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고투 끝에 찾아오는 기다림의 관문을 뚫고 세상에 나온 신인 작가들의 결실. 서로 견주어 비로소 독자들과 만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빛난다. 새해 첫날 아침, 작가지망생들에게는 여전히 ‘신춘문예’ 당선작을 만나는 일이 가장 설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작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지만 한 시대, 가장 권위 있는 등단의 관문은 일간지가 공모하는 ‘신춘문예’였다. 신춘문예의 시작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925년 연말, 문학작품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이 새로운 공모제도에 ‘문청(문학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물론이다.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내놓은 신인은 시인 김창술과 아동문학가 윤석중이었다. 반갑게도 계급시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창술(1906~1953)은 전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보통학교를 수학한 후 포목점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여명의 설움> <허무> 등을 발표하면서 이미 활동을 시작한 터였지만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생기자 다시 응모해 시 <봄>으로 당선했다.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가 신춘문예를 시작하고 뒤를 이어 더 많은 일간지가 참여하면서 1930년대 이후 신춘문예는 가장 중요한 문학 등용문이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문학지망생들이 겨루는 과정을 뚫고 작가가 된 ‘신춘문예 출신’ 신인들은 더 높은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35년을 맞았다. 더 일찍 시작했지만 60년대 중단되었던 것을 부활한 1988년을 시작으로 잡은 연수다. 올해 당선자들의 소감을 보니 겹겹이 쌓인 습작과정의 고된 분투가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당선자가 있다. 시 <활어>로 당선의 기쁨을 안은 황사라 씨다. 그는 올해 예순 살 주부다. 어려운 시기에 시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시를 ‘삶과 다를 바 없는 글’이라고 표현했다. 바닷가의 삶에서 읽어 낸 활력과 긍정의 힘을 담아낸 그의 시를 심사위원들은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했다. ‘그 어떤 섬광 같은 새로움’이 아쉽지만 ‘그가 펼치는 정서에 신뢰를 갖게 하는 노련함’을 주목했다는 평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20~30대 ‘문청’들이 주도하는 신춘문예 당선자 행렬에서 늦깎이 신인들은 더 빛나 보인다. 그들의 결실이 창작의 열정으로 문학의 숲에서 서성이고 있는 더 많은 늦깎이 ‘문청’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전북도 새해 국가예산 사상 첫 9조원 시대’, ‘○○시, 2023년 국가예산 역대 최고액 확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바쁜 일정에도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 브리핑을 열고 애써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도 지역 정치권이 여야 협치를 통해 큰 결실을 거뒀다’는 자평도 예년과 비슷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있는 일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국가예산 확보 성과를 아전인수식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난 연말 예산정국이 장기간 공전하면서 국회가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기록을 세웠지만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의 ‘예산 낯내기’는 조금도 지체되지 않고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각 지자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총력전을 펼친 게 사실이다. 국회 각 상임위의 예산심의가 본격화 될 시점에는 ‘상경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은 온통 국가예산에 쏠린다. 지역발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자 첫걸음은 역시 예산확보이기 때문이다. 거의 1년 내내 국가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아냈으니 주민들에게 그 성과를 알리고 싶은 게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기왕이면 잘 포장해서 하나하나 의미를 부각시키고 싶을 게다. 하지만 지자체와 의원들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민망한 표현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예산은 전년에 비해 절대 감소하는 일이 없으니 사상 최고액이라는 표현은 무색하다. 해마다 예산은 1원이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사상 최고액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마치 현 단체장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전임 단체장과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을 쏟은 덕에 전대미문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해마다 그 성과를 홍보해댄다. 다음 해에도 또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국가예산은 천문학적 수치로 포장된 전체 규모가 아니라 그 항목과 실속을 살펴야 한다. 숫자로 표시되는 예산의 액수보다는 해당 국가예산 사업이 지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당장 지역발전을 위해 시급한 현안인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물거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업도 적지 않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출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과제보다 치적 홍보가 우선이다. 앞으로는 국가예산이 연말연시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용으로 과대포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신년하례회를 통해 모두가 거창한 다짐을 한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은 게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내탓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상당부분 내 탓도 있다는 것. 내탓공방을 떠나 전북은 지난 연말 특별자치도란 이름의 연말선물을 받았다. 1년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특별자치도란 이름으로 새 시대가 열린다. 그렇게 갈망했던 기회라서 도민들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기에 어렵다고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연초부터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은 발전의 기회를 못 살리고 허송세월한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여소야대로 우릴 도와줄 우군도 없지만 진보가 정권 잡았을 때가 사실상 기회였다. 젊은 김관영지사가 천리마처럼 동분서주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자강의식을 갖고 도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김 지사가 중앙정치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장밋빛 무지개로만 떠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법체계와 상충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비해야 한다. 법률전문가인 김관영지사가 즉각 용역작업에 나선 이유가 바로 상충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인사청문회 때 도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올해는 의회의 협조를 얻어 함께 인구를 늘리면서 도세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지사경선 때 있었던 갈등을 말끔하게 치유해 협력의 동반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간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호남권으로 묶여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를 봤다. 그러나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져 탈호남으로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북 몫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발벗고 나설 때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광주 전남과는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면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선두에 나서야 한다. 22대 총선 때 지역발전에 성과를 내지 않은 현역을 도태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전주을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 22대 전북총선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위기는 기회로 통한다. 전북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게 없다. 도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긍정의 에너지를 발휘하면 옛 전라감영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전북의 고질병이었던 진정 투서 무고등을 없애야 한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 돌아서면 뒤통수나 치는 나쁜 버릇을 고쳐 나가야 한다. 외지인 가운데는 전주나 전북사람들의 이중성을 경계하면서 전북사람들을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사람도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소신없이 부화뇌동 하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른이 생겨나면서 전북으로 사람과 돈이 모이게 된다. 긍정의 힘이 전북발전의 원동력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국가별 지역별 매출은 일본이 절반을 훌쩍 넘었고 미국은 30%대에 머물렀다. 돌아보면 일본의 전기전자제품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던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코끼리 밥통’이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이후 꾸준히 몰락해 갔다. 그 사이 미국은 반도체 산업 규모를 확실하게 불렸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급속 성장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활에 나서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정책도 그렇지만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 선두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전자기업 교세라가 있다. 교세라가 밝힌 반도체 전자 분야 투자 규모가 우선 놀라운데, 자그마치 자본지출 9,000억엔, 연구개발에 4,000억엔이다. 지난 3년 동안 투자했던 비용보다 2배 규모란다. 이 기업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지난 여름 별세한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덕분이다.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그는 일본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혔다. 농학자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한 그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자서전 <왜 일하는가>가 출간되면서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다양한 곳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되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처음 소개된 이후 유명 기업가들이 추천하고 특히 삼성이 10년 동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한 책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나모리 회장이 직접 쓴 자서전이자 일대기인 이 책은 지방대 출신으로 오래된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그가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세라믹을 설립한 이후 연매출 16조 원, 6만 9천 명 직원들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이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방법이나 방식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대기업 회장이면서도 평생 검소하게 살았으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던 그가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질문한다. '왜 일하는가'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것일까’ . 아흔의 원로경영인이 자신에게 물었던 그 질문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수도 없이 이 질문을 하며 달려왔을 우리 모두 행복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지난 22일 일제히 치러진 체육회장 선거 결과, 최연소 당선자는 35세의 박지원 전주시체육회장 후보였다. 전주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70대의 현직 회장과 맞대결을 했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그는 이변을 일으키며 일약 전국적으로 체육계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지원 당선자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책과 비전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라는 프로필에 꽂힌 이들이 훨씬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벌이나 외형적인 평가기준에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지난 21일 역대 최고 영화 100선을 발표했는데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당당히 82위에 랭크됐다. 이 매체는 '기생충'에 대해 날카로운 의도와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춘 스릴러 영화이자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역사상 변화점을 이끈 작품이라고 평했다. 신분제가 없어진지 오래됐지만 기생충 영화에서 실감하듯 오늘의 사회는 재산과 학벌, 직업 등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이나 인천, 경기에 살지 않으면 지방사람 취급을 받는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해도 지방 출신 학생들을 대입 선발 전형에 따라`벌레 충'(蟲)자를 붙인다. 농어촌 전형이 포함된 기회균형선발전형 합격자는 기균충, 지역균형선발 전형 입학자는 지균충, 사회적배려 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생은 사배충으로, 편입생은 편충이라고 부르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같은 대학을 다녀도 수시와 정시전형에 따라, 본교와 캠퍼스에 따라 성골, 진골로 나뉘어진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면적(605.02㎢)과 가장 비슷한 곳은 전국 시군중 고창군(607.72㎢)이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것과 고창에 거주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단순히 어디에서 사는가에 따라 특권을 누리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추진중이고, 특별자치도는 이를 실현키 위한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좀 특별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하지만 현실은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특별한 차별을 이제는 좀 덜 받을 것이란 의미다. 오죽하면 일부 도민들은 “특별한 대우는 원치 않으니 제발 특별한 차별이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공부 잘하는 큰 아들만 대학에 보내고 동생들은 모두 학업을 중단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중앙정부가 지금도 이런 사고에 입각해 지역간 불균형발전전략을 추진해선 안된다. 그게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정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인사청문회 요체는 송곳 검증이다. 청문 대상자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성실한 답변은 물론 검증위원이 요구한 자료 제출은 청문회 전제조건이다. 얼마 전 불명예 사퇴한 전북개발공사 사장의 경우 논란이 된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해 본인이 증빙자료를 통해 해명해야 함에도 끝내 거부함으로써 낙마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둘러싸고 도의회 반대 여론이 들끓었는데도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료 제출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지사마저 일방적 태도를 보이자 도의회에선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불거졌다. 지금 방식대로라면 인사청문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무늬만 인사청문회지 실제 구속력이 없는 그야말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전북도와 도의회 실무협상단이 2차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추가자료 제출 의무화와 함께 도덕성 검증을 공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협상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도의회는 “더 이상 들러리는 설 수 없다“ 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의 최종 후보 2명이 지난주 김관영 지사에 보고됐다. 그 중 1명을 낙점하면 그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 시한이 물리적으로 촉박한 점을 감안해 이번 인사 검증은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는 걸로 알려졌다. 앞서 두 차례 인사청문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 지사와 도의회는 감정적 앙금이 잠복해 있다. 어쩔 수 없이 봉합은 했지만 당시 현안이 산적한 데다 양측이 마치 기 싸움 양상을 벌이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왜곡됐기 때문이다. 아직 근본적 처방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인사청문을 앞두고 있는 도의회로선 감정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전 내정설이 일찌감치 나돌아 “인사청문회 무력화를 시도” 한다며 도의회가 경고한 인물이 최종 후보에 올라 김 지사 선택이 주목된다. 그는 문재인과 이재명 대선 선대위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본부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어 서민금융 수장으론 정치색채가 강해 부적절하다며 시선이 곱지 않다. 도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어넣기 위한 김 지사의 능력 우선 인사 원칙엔 공감한다. 자신의 철학과 도정 가치를 공유한 사람을 과감히 발탁하고 나중에 성과로 평가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제를 키운 것은 청문 대상자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빗발치는데도 검증자료 제출을 거부함은 물론 지역 정서에 둔감하거나 오래전부터 사전 내정설이 파다해 인사청문 자체를 무색케 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빌미를 제공해 도의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비춰짐으로써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김 지사를 보면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당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기 보다는 겉돌고 있다는 인상이다. 아군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와의 관계에선 더욱 그렇다. 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파문도 결국 그런 기류의 연장선상 때문이 아닐까. 김영곤 논설위원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 초등학교 취학 전 만 3~5세의 아동을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거리다. 보통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중만 다를 뿐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모두 책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라 관리·감독 부처를 달리하면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로 이원화돼 교사양성과 시설기준, 지원 및 운영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차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지자체와 교육청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지역사회의 관심을 끈 작은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이날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공공 어린이집 설립 과정에서의 우여곡절 때문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지역주민의 오랜 숙원이었다.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수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은 학교 내에 관할기관이 다른 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201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진통을 거듭해야 했고, 완주군은 모 기업의 지원사업을 통해 가까스로 시설을 건립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전북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사립유치원 지원 예산을 놓고 어린이집 원장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 지원금을 놓고 벌어진 형평성 논란이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전북도청은 유아 1인당 월 8만 원을 지원하는데 반해, 유치원을 관할하는 전북교육청은 월 19만 1000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두 배 넘는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양 기관이 각각 지원 금액을 조정해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민선8기 요란하게 교육협치를 선언한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의 엇갈린 행보와 소통부재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출산 시대,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유아보육·교육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실 유보통합은 1990년대부터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그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됐고, 윤석열정부도 범부처 유보통합추진단을 꾸려 30년간 꼬인 실타래를 푼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매번 흐지부지됐고, 현 정부에서도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유보통합이 어렵다면 우선 탄탄한 보육환경을 갖추는 일에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고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보육과 교육의 업무 구분, 관할 기관 구분은 의미가 없다. 교육청이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농어촌 학교 유휴공간에 공공어린이집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동짓날부터 새해의 기운이 든다. 22일 동짓날에 치러진 전북 시·군체육회장 선거에서 완주군 이종준 현 회장만 살아남고 8개 시·군은 실패했다. 왜 그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지금 전북에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구태의연한 생각을 갖고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간 열패감에 휩싸인 도민들 가운데 체육인들이 뭔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움직인 게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과거 고위 공직자를 지낸 사람들과 지역유지들이 그의 명성만 믿고서 출마했다가 낭패를 봤다. 도 체육회장 선거를 치른 후 시군이 동시선거를 치르면서 각 시·군별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었다. 젊고 패기찬 인물로 바꿔보자는 바람이 일었다. 그간 전북은 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유유서(長幼有序) 가 강한 보수적 사회구조였다. 능력보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는 전근대적인 사회체계였다. 이 같은 의식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지역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체육계에 요구되면서 새 인물로 확 바꿔졌다. 사실 기득권을 가진 현 회장체제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도전자들이 변화와 혁신을 갈구하는 체육인들과 주민들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 표심을 자극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그간 알게 모르게 각 시·군체육회는 회장의 복심인 사무국장들이 쥐락펴락 해온 게 개혁의 대상이 되어왔다. 각 시·군체육회장들이 대거 바뀐 걸 놓고 이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보다는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열망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표심을 폭발시킨 것이다. 아무튼 체육계에서 개혁이 이뤄졌지만 다른 분야로 에너지가 옮겨가 전북 전체에 변화와 혁신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 전북은 지난 6·1 지방선거로 지사 시장 군수가 새로운 인물로 많이 바꿔졌다. 모처럼만에 젊은 김관영 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다투지 않고 화합하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도의회도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을 안 듣고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중앙정치권의 판박이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속한 정치권이다. 여야가 경쟁하는 틀로 가지 않으면 전북은 백년하청이요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도민들이 특정당 위주로 가지 않도록 틀을 깨줘야 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았다고 무작정 찍어주는 낡은 투표행태는 날려야 한다. 먼저 인물 본위로 가야 한다. 이번 시·군체육회장 선거에서 보듯이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변화와 혁신을 이루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민주당이 전주을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전주시민들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누구를 뽑느냐가 전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민이 자존감을 높이려면 감성 보다는 이성적으로 선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주와 전북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도 결국 선거를 잘못한 내 탓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전주발전의 물실호기(勿失好機)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전주의 한옥마을 주변인 경원동 동문거리는 한 시절, 시민들의 발길로 풍요로웠다. 헌책방과 작은 인쇄소들이 즐비했던 거리, 그래서 동문거리는 헌책방 거리나 인쇄소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그 활기에 힘입어 이름난 음악감상실이나 다방도 이 거리에서 빛을 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동문거리는 성곽도시인 전주의 도심과 동문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 조선 시대와 일본 강점기를 거쳐 70년대와 8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로 위상을 지켰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로 공간의 기능이 분산되고 옮겨지면서 동문거리는 급격히 침체되기 시작했다.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거리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던 시절, 그 한편 낡은 건물 지하에 들어선 소극장이 있다. 오늘까지 건재한 <창작소극장>이다. 80년대, 소극장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전북지역 극단들도 작은 공간을 찾아 소극장을 열었다. 그러나 임대료와 극단 운영의 경제적 부담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동문거리에 다시 문을 연 창작소극장이 연극인들 뿐 아니라 지역 예술인들의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 창작소극장은 사실 전북연극의 역사인 <창작극회>의 단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마련한 공간이었다. 이쯤 되면 가난한(?) 연극인들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스스로 나선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특별하다. 창작극회는 1961년 고 박동화 선생이 창단한 우리 지역의 가장 오래된 극단이다. 이후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무대를 올리며 연극의 저변을 확장해온 창작극회는 줄곧 전북연극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1986년 전주시가 극단을 창단하면서 단원들이 대거 관립극단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존립이 위태로워진 창작극회는 한동안 활동을 멈춰야 했다. 극단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성으로 고민하던 단원들은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창작소극장 개관이었다. 소극장 문을 연 지 30여 년, 창작극회가 세상에 나온 지 61년.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창작극회가 올해 그 의미를 담은 무대로 관객들을 맞았다. 지난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올린 연극 ‘꿈속에서 꿈을 꾸다’가 그 무대다. 80년대부터 창작극회를 지켜왔던 곽병창이 극본을 쓰고 류경호가 연출한 이 작품은 그동안 창작극회가 올렸던 현대사 작품들을 다시 엮은 서사다. 곽병창은 작품 앞에 "끝나지 않을 ’꿈꾸기‘의 한 매듭이자 이 자리를 지켜온 선배와 동지들에 대한 오마쥬"라 붙였다. 돌아보니 한 길에서 61년, 온전히 역사가 된 극단의 궤적이 경이롭다. 그리고 자랑스럽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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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상담] 고향 사랑도 실천하고 ‘13월의 월급’도 챙기는 지혜
[병무상담] 병력동원소집 통지서 교부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설]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