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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으로 인생사 정도를 걸으면 거칠 것이 없다는 거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되뇌었던 좌우명이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 문구가 며칠 전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계 원로의 쓴소리가 나왔다. 전북 익산 출신 김덕룡(DR)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지난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요즘 정치권에는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특정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주지 않는 옹색한 사태나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 당을 방패로 삼고 자신 관련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도 ‘나는 그런 사람 모른다’는 구차한 변명이 판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 대통령께서 걸었던 ‘대도무문’의 큰 걸음걸이가 새삼스럽고 위대해 보인다”며 “나부터 달라졌으면 하는 다짐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YS에 대한 평가는 민주화의 초석을 다진 거산이라는 사람도 있고, 국가 경영을 잘못해 IMF를 부른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쨋든 이 시점에서 대도무문의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익산 출신 김덕룡 이사장은 서울대 학생회장을 지내다 6.3사태로 제적된 뒤 YS 비서로 입문해 상도동을 이끌어 왔던 최측근이다. ‘좌동영, 우형우’(김동영, 최형우)에 이은 상도동계 서열 3위쯤 되는 핵심인사로 국회의원 5선에 정무장관, 민주평화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지냈다. 20년 동안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해외 750만 동포와의 다양한 가교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상도동 사단에서 호남 출신으로는 가장 높이,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 지낸 인사다. DR의 충고는 비단 중앙정치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오늘날 전북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이끌어 왔던 지도자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전북의 현안사업이나 예산이 백척간두에 서 있어도 중앙무대에서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선량도 찾기 어렵다. 정치권에 지분이 없는 한낱 국회의원에 불과하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결과적으로 0점을 맞고도 구차한 변명만 하는 도내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나부터 달라지려는 마음가짐이다. 본인들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도민들의 냉엄한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사술과 잔재주보다는 정석과 정통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은 옹졸한 마음가짐으로 피아구분을 하거나 자기 혼자 살기 위해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겨선 안된다. 그게 바로 대도무문이며, 전북 출신 정계 원로 DR의 충심 어린 조언인지도 모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던 김관영 지사와 도의회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점을 개선키로 함에 따라 일단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갈등은 일시적으로 봉합됐으나 뇌관은 상존함으로써 관계 회복을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권력 속성상 인사권을 양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인사청문회 갈등 요인을 보완해서 도의회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상 통과의례인 양 비춰지는 형식적 절차는 무의미하다는 게 도의회 시각이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후폭풍이 산하기관장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무라인에 이어 산하기관장까지 타 시도 출신 인사로 채워진 게 갈등의 도화선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와 전북개발공사 사장에 각각 광주 출신이 낙점되자 언론은 일제히 날을 세우며 부당함을 집중 보도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지역 정서에 대한 인식 부족을 폄훼하는 한편 사전 내정설을 거론하며 코드 인사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선 전임 지사 때와 임용 패턴이 별반 차이가 없는데 유독 이번엔 거칠게 몰아세우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김 지사의 파격 인사에 정치권 언론이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정치권의 신구 권력 재편과 함께 6월 지방선거 경선 앙금이 잠복해 있다는 설도 있다. 무엇보다 명확한 사실은 후보자 자신의 결격 사유가 일차적 책임이라는 것. 전북개발공사 사장의 경우 부동산 과다 보유가 상식선을 넘었는데도 이를 검증하는 청문위원에게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지사에게도 이번 인사권 갈등은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산하기관장에 주로 측근이나 선거 공신을 앉히면서 부적절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 인사청문회다. 민선 8기 들어 인사청문 대상이 5곳에서 9곳으로 늘었으나 산하기관이 16개인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은 멀다. 특히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근본 취지가 실종됐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무려 8000억대에 이르는 산하기관 재정을 고려할 때 조직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에 대한 검증 절차는 더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출구 전략이 절박한 상황에서 양측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총력 태세인 국회 예산확보와 함께 남원 공공의대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도의회 예결 심의를 앞두고 갈등이 길어지면 리스크만 커지는 국면이었다. 불가피하게 맞손을 잡았지만 여진은 채 가라앉지 않아 긴장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첫 시험대가 다음달 인사청문이 예정된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선출이다. 오래전부터 특정인 내정설이 파다한 가운데 도의회가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해 인사청문회 무력화를 시도하는 어떤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자존심을 건 제2 라운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전북을 대표하는 하천인 만경강이 최근 지역개발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강 유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완주군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후보 시절 제1호 공약으로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는 지역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완주군의 핵심 정책이 됐다.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인 만경강과 지역의 고유자원을 연결해 관광객 1000만 명이 몰리는 생태도시·문화관광도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익산시는 ‘만경강 친환경 명품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만경강 일원 120만㎡에 청년층과 은퇴자를 위한 공동주택과 의료 및 문화시설, 학교, 공원 등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만경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설치·운영해 논란을 빚은 전주시도 조만간 ‘하천 종합정비계획’용역을 통해 지역 하천 정책의 방향을 정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만경강은 전북의 대동맥인 완주~전주~익산~김제·군산을 휘감아 돌아 서해로 흘러든다. 전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고산천과 소양천·전주천·삼천·익산천·탑천·부용천 등 전북도민의 추억이 담긴 하천이 모두 만경강의 지류다. 동진강과 함께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해 온 만경강은 고대부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20세기 말 새만금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십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만경강 유역 오염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 5개 시·군 주민들의 삶터를 만들어 낸 만경강이 21세기 도시의 생태·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천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민밀착형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이 요구된다. 전북도와 해당 시·군, 그리고 환경단체·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친환경 하천 개발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 지자체가 하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난개발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 만경강의 대표적 생태공간인 신천습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만경강 중류 전주시와 완주군의 경계지점 약 2.4km 구간에 형성된 신천습지는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지역 환경단체가 수년 전부터 생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에 따라 전북도에서 수년 전부터 신천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껏 성과는 없다. 우선 강 유역 지자체가 함께 나서 신천습지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뤄낸다면 만경강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친환경개발을 통한 ‘만경강의 기적’도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도민들은 그간 국회의원들을 바꿔보기도하고 다시 보내기도 하는 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선거를 해왔다. 큰 맥락에서는 줄곧 지역정서에 따라 민주당 후보 일변도로 선거를 했다. 대선이나 총선을 치를 때마다 후보들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주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로 끝났다. 지선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자제가 부활된 1991년부터 30년이 지난 전북의 현주소는 낙후라는 꼬리표를 못 떼고 모든 면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만 안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들어섰지만 전북득표율이 14.4%밖에 안돼서 인지 공약이 제대로 이행이 안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힘 정운천 의원이 지난주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국회 예결위에서 30페이지에 달하는 전북현안을 조목조목 따졌겠는가.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전북발전을 시켜 놓겠다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가가호호에 보냈지만 그 공약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열거했다. 특히 긴축재정을 명분삼아 새만금사업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25.5%나 감소되었다고 지적했다.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권교체로 우군은 거의 없고 야당인 민주당마저 힘이 못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역대 정치권 중 21대 전북정치권이 가장 약체로 꼽혀 김관영 도지사가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여야를 넘나들면서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임실 푸르밀 사태에서 전북의원들이 얼마나 무기력 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북 의원들이 농축해수위에 3명이나 배치돼 있지만 국감 때 장관을 상대로 질의 한번 하지 않고 전남 고흥이 지역구인 김승남 의원이 이 문제를 대변했던 것. 의원숫자도 적은데 농해수위에 3명이나 대거 배치된들 나락으로 떨어진 낙농가나 실업자로 내몰릴 직원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현역들은 오직 22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다시 받아 국회에 나설 준비만 한다.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당 대표 보호막이 역할에 충실하려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서명부 작성에 열을 올린다. 여야 정쟁속에 전북의원들은 김관영 지사를 도와 내년도 전북관련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뛰어야 할 때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주임무이지만 지역관련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 정치권의 활약상이 워낙 기대에 못 미치고 미진하자 지역에서 이춘석·유성엽 등 올드보이 등을 다시 소환해서 국회로 보내자는 여론까지 나돈다. 여기다가 내년 4월 5일 전주을 재선거 때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아야 되는데 민심과 동떨어지게 공천할 경우 22대 총선 때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사람도 있다. 공천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지만 자칫 당이 민심과 달리 역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 그간 도민들은 전북정치권에 애정 어린 관심 때문에 때로는 기대와 실망을 가졌지만 경제적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무관심으로 변해 가고 있다. 누구를 보낸들 전북을 발전시켜 놓겠냐는 등 냉소적인 반응만 엿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2019년 봄, 화제를 모았던 그림책이 있다. 작은 도시 할머니 스무명의 그림일기를 모은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이 그림책은 그해 다양한 매체의 관심을 모으며 ‘순천의 글쓰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을 세상에 알렸다. ‘여든 앞에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는 먹고 살기 바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과 그림을 배워 엮어낸 눈물과 감동의 인생 일기’였다.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글을 배워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함께 배운 그림 그리기 실력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놀라웠다. 그림을 지도한 작가 김중석은 감동을 주는 할머니들의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내친김에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할머니들의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일기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도 출간됐다. 이후 할머니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져 전국 책방에서 전시회가 이어지고 미국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할머니들의 새로운 활동이 전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이 부산의 중학교에서 순회 전시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김제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할머니들의 전시회가 있다. 죽산면 소재지의 ‘마을 오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라>다. 전시실을 지키는 사람이 따로 없는 낡은 공간.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 손자수 솜씨가 담긴 기획상품이 놓인 전시실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전시회 주인공은 광활면 용평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5세의 여섯 명 할머니. 전시는 할머니들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의 결실이다.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를 이끌며(?) 동행해온 것은 김제에 둥지를 튼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이다. 조각을 전공한 대표 황유진과 동료 정소라 전은진.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2020년, 용평마을 할머니들과 만났다. 코로나의 위기로 사회적 소통이 통제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더 외로워진 할머니들과 슬기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그림그리기를 지도하고 그들의 귀한 인생을 배운 지 3년. 선 하나 긋기도 어려워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스스로 그림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름다운 도전으로 얻어낸 힘이다. 낡고 작은 전시실 안, 할머니들의 그림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고단한 시간을 건너온 할머니들의 인생이 보이는 그림이 주는 울림이 크고 깊은 덕분이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주는 이 귀한 선물을 많은 사람이 만났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11월 17일, 오늘은 수능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치더라도 대략 12년간 저마다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라는 것은 수험생보다도 부모나 가족들이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하게 쉴 거 같아도 사실은 그 이후 너무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죽으면 경쟁이 끝날 것 같아도 아파트 분양을 받듯이 추모관도 위치 좋은 곳은 프리미엄이 붙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선거가 끝난 것 같아도 사실은 치열한 선거전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주 완산구선관위에서 열린 예비후보자 설명회에는 10명 남짓한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석, 내년 4월로 예정된 완산을 재선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겉으론 무공천 기류가 강하게 풍기고 있으나 결론은 ‘민주당 공천’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23일 국가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 총장 선거도 눈길을 끈다. 선두권으로 꼽혔던 이민호 교수가 낙마하면서 기존 선거 구도가 전혀 다른 기류로 흐르고 있는데 전∙현직 총장인 서거석 교육감, 이남호 전 총장, 김동원 현 총장의 의중을 눈여겨 보는 이들도 많다. 서 교육감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나 후보들은 이남호, 김동원 총장의 마음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몰라도 도내 314명 변호사들의 대표인 전북변호사회장 선거 또한 총성 없는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홍요셉-김학수 변호사간 대결에서 박빙의 차이로 홍 변호사가 회장에 당선됐는데, 2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김학수-남준희 변호사가 출마해 피를 말리는 미세한 계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월 15일엔 전북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정강선 회장이 재선 가도에 나선 가운데 권순태 전 전북유도회장, 김동진 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윤중조 전 전주시 부의장, 최형원 전 사무처장 등이 도전장을 던져 최종 결과에 체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2월 22일엔 도내 14개 시군체육회장 선거가 일제히 진행된다. 겉으로 보면 사소해 보여도 각 지역마다 매우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이합집산도 거듭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박종윤 현 체육회장에 맞서 박지원 변호사가 맞대결을 펼치는 등 의외로 큰 관심몰이를 하고 있다. 정말 핫한 경쟁은 내년 3월8일로 예정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다. 연임을 노리는 현직 조합장과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 양상은 지방선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공천장만 가지고 있으면 당선되는 게 전북의 상황이지만 조합장 선거의 경우 이유 없이 가는 표는 단 한 표도 없다고 한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이제 며칠 있으면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는 소설이다. 차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크고 작은 선거전이 불을 뿜으면서 춥기는커녕,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제34회 전북 역전마라톤대회 주최측 일원으로 순창 출장을 갔다. 육상 연맹 군청 관계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스포츠 마케팅’ 이 화제에 올랐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할 정도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순창군의 경우 이와 관련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억 늘어난 16억으로 책정했고, 그 파급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올해 도 단위 포함 전국 대회 46개를 유치함으로써 114억이라는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마케팅의 이같은 성공 예감은 예산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과 선수 육성, 서비스 개선 등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지금 농촌 현실은 지역소멸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애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60대 젊은 이장이 주류를 이룬 지 오래다. 반면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도 더욱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치단체와 정부가 쏟아내는 지역소멸 극복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빈집이 속출하고 폐교가 늘어나는 데다 기초적 생활 인프라마저 빈약한 여건에서 주민들 삶의 질은 갈수록 절망적이다. 피폐하고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미래까지 담보할 수 없는 암담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역소멸 위기감은 순창군도 비껴가지 못했다. 올해 신생아 61명이 태어나고 40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추세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잘 갖춰진 교통망은 오히려 관내 정주 인구를 줄이는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은 대회 유치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주중 3개 대회가 몰린 순창 읍내는 숙박난을 호소할 만큼 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기 마련이다.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의 민박 형태 숙소가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특히 유소년 대회에 참가한 초등생들은 여관이나 모텔보다는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식사 해결도 가능하고, 학부모와 함께 주변 관광지 탐방은 물론 값싼 특산품 구매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순창군의 집념과 뚝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코로나 기간 개인 종목 대회조차 다른 시군이 꺼리는 데 반해 순창은 러브콜을 보내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대회는 물론 국내 동남아 선수 전지 훈련까지 적극 유치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전북일보도 지난해 장소 섭외가 여의치 않아 테니스 대회가 무산될 뻔했는데 순창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도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순창의 친절한 이미지도 심어주고, 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다.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 타 시군도 경쟁적으로 대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가 대두된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미래 대안 중 하나가 스포츠 마케팅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은 어떤 게 좋을까. 정성을 듬뿍 담아 감동까지 덤으로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투과득경(投瓜得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모과를 선물하고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선물을 주고 그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답례품을 받는다는 말이다. 여자가 사모하는 남자에게 과일을 던지면 남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구슬을 보내 부부의 약속을 했다는 중국의 고대 풍습에서 유래했다. 보답의 의미로 전하는 답례품이 애초 받은 선물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면 순수한 의미의 답례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답례는 갖춰야 할 예의이기도 하다. 큰 선물이나 도움을 받고도 경황이 없어 답례를 못했을 경우 예의를 차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개운치 않을 수도 있다. 선물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일종의 신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답례를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일 때가 있다. 도움이나 선물을 준 상대방이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예상치 못한 선물일 경우 더욱 그렇다. 결실의 계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올해는 주변에 결혼식이 유난히 많다. 신랑‧신부의 정성과 센스가 느껴지는 답례품은 고가 물품이 아니어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받는 사람이 기분 좋아할 물품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고민했을 터다. 사실 올해 답례품 선정에 고민이 가장 깊었던 곳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 때문이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고 세액공제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서 마련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몰린 각 지자체는 이 제도가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을 앞둔 올해 전국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기부금 유치를 위한 준비에 열을 올렸다. 특히 조례 제정과 함께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줄 지역특산물을 선정하는 일에 행정력을 쏟았다. 답례품 개발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답례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가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선정된 답례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예상대로 농·축·수산물 등 지역 특산품이 대부분이다. 지난 9월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5조)은 답례품의 한도를 기부금액의 30%로 정해 놓았다. 과도한 답례품 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다. 물론 답례품이 기부 여부나 기부 대상 지자체를 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부자가 답례품에서 고향의 정과 지자체의 정성을 듬뿍 느낄 수 있다면 고향 사랑을 매개로 이어진 소중한 관계가 더 단단하게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전국 각 지자체가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인 이유다. / 김종표 논설위원
그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던 전주가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그간 민선전주시장들이 도지사와 정치적 이해관계 로 대립각을 세운 게 전주발전을 힘들게 만들었다.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도지사로 가려고 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때마다 갈등관계가 형성, 전주시가 도지사의 위세에 짓눌렸다. 김 시장의 경전철 건설 계획이 송하진 시장이 부임하면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됐다. 김승수 전 시장이 한옥마을에 트램을 운행하려고 했지만 우범기 현 시장이 협소한 도로와 현행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지화 시켰다. 전주 부여 공주 경주 등 고도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각종 제약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후백제 왕궁이 있던 전주가 경기전과 한옥마을이 형성된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기존 향교를 제외하고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형성된 한옥마을이 일제 때 거의 건축, 경북 안동 것과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1995년 민선시장으로 취임한 김완주 시장이 전주한옥마을을 관광자원화해서 전주발전 동력으로 삼은 게 오늘의 한옥마을이다. 이후 송하진 시장이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 관광자원화 하도록 시설확충에 나선 결과, 관광객 천 만명 시대의 단초를 열었다. 코로나가 엄습한 김승수 시장 때는 콘텐츠 보강을 위해 보전에 역점을 두고 선미촌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덕진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시민의 숲으로 추진하는 등 발전방향을 잘못 잡은 데다 개발할 것을 개발하지 않고 정치적 세력을 키우기 위해 편가르기 행정을 한 게 결국 잃어버린 8년이 되었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하나로 승부를 낼 수는 없다. 한옥마을에 콘텐츠 부재로 관광객이 머무르면서 숙박을 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전동성당 경기전 향교 전라감영 천변 등지에서 셀카나 찍고 다니면서 때가 되면 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 아니면 막걸리 정도나 먹고 떠난다. 숙박은 전주에서 1시간권의 국가정원과 갈대숲이 있는 순천이나 밤새도록 포장마차촌에서 젊은 청춘들이 잎세주를 마시면서 여수에서 하기 때문에 주로 돈은 여수와 순천에 몽땅 떨어지고 전주는 푼돈 정도나 만진다. 전주는 과거 7대도시의 명성을 뒤로한 채 20위권으로 밀려났다. 번듯한 공장이 없어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현상유지 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범기 시장이 전남북 제주까지 관할하던 전라감영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재생사업으로 추진하려던 덕진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재검토, 야구장과 종합경기장을 헐고 그 자리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보다 규모가 큰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했다. 아울러 도청 주변미관과 환경을 해쳐온 대한방직터를 개발토록 할 계획이어서 모처럼 만에 전주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기재부에서 국가예산업무를 다뤄온 우 시장이 전주발전을 강하게 추진하도록 시민들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주유림들이 용머리 고갯길로 호남선이 나는 것을 반대한 것을 교훈삼아 우시장의 개발과 규제완화정책에 딴지를 걸지 않아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문을 닫기 시작했던 2001년 봄, 온라인을 타고(?)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사진이 있다. 체코의 한 작은 도시, 물에 잠긴 마을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소나무. 작은 바위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도 의연하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 풍경은 아름다웠다. 유럽연합(EU)의 독립기구인 유럽위원회(EC)가 지원해 선정하는 ‘유럽 올해의 나무’ 2020년 주인공이었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유럽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를 찾기 위해 개최하는 연례 대회다. ‘유럽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 찾기’란 성격도 더해져 있다. 2011년 체코의 인기 있는 나무 경연 대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시작된 ‘유럽 올해의 나무’ 경연대회는 나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선정해 중요성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그만큼 선정 기준과 방식도 특별하다. 다른 유사한 경연대회와는 달리 아름다움, 크기 또는 수령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나무의 이야기와 사람과의 관계에 무게를 둔다. 대회 운영위원회도 이를 위해 ‘더 넓은 지역 사회의 일부가 된 나무를 찾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6월 한 달 동안 유럽 전역에서 참여하는 인터넷 투표로 선정된 나무들은 그 존재를 널리 알리면서 동시에 더 지극한 보호를 받게 된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10주년을 맞았던 그해, 이 아름다운 체코의 소나무 사진 한 장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나무가 우리의 환경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2022년 ‘유럽 올해의 나무’는 폴란드 포들라스키에주의 떡갈나무 ‘오크 두닌’이다. 떡갈나무종으로 지역주민과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모두에게 존경받아온 나무란다. ‘원시림의 수호자’로 불리는 나무의 나이는 400살. 수형도 아름답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존경받는다’는 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올해 우리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한 나무가 있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존재를 알리게 된 오래된 팽나무들이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드라마 속 <소덕동 팽나무>는 우여곡절 끝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뒤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자 팽나무가 있는 창원에서는 시티투어버스까지 만들어 운행하고 있다. 이 도시의 관광 콘텐츠가 된 셈이다. 난데없이(?) 오래된 팽나무 홍보에 나선 지역이 여럿이다.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소격동 팽나무> 영향일터다. 들여다보니 나무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없고 알리는 데만 열심이다. 당연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오래된 팽나무들, 그들의 건재다./김은정 선임기자
요즘 국내 여행지 중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전남 신안에 있는 퍼플섬이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 세 곳을 잇는 퍼플섬은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UNWTO 세계최우수 관광마을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며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퍼플섬에는 계절별로 보라색 꽃이 피는 대규모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봄에는 라벤다, 여름에는 버들마편초, 가을에는 아스타국화꽃으로 보라색 향연이 펼쳐진다. 보라색의 성지 퍼플섬이 이처럼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천사대교(10.8km)가 지난 2019년 개통됐기에 가능함은 물론이다. 전북의 숙원사업이던 노을대교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도민의 기대가 커졌다. 노을대교는 부안 변산면 도청리에서 고창군 해리면 금평리까지 곰소만을 가로지르는 총 8.86km 해상 다리를 말한다.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인 이곳에 교량이 생기면 차량으로 70분 우회했던 거리를 10분 정도면 주파한다. 처음엔 4차선으로 추진됐으나 국토부는 타당성을 따져 2차선으로 줄였다. 향후 4차선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업비를 축소해 예타 면제까지 했으나 실행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의지가 너무 박약해 연내 착공, 2030년 완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3차례나 유찰됐는데 지난 8일 4차 공고까지 했다. 국제 공급망 불안정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1군 대기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3회 연속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응찰했는데 4차도 마찬가지 기류다. 4차에서도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유력해 또다시 유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공사 일정 차질은 불가피하다. 입찰 참여를 꺼리는 것은 낮은 공사비로 인한 사업성 저하가 꼽힌다. 노을대교의 경우 3575억2000만원으로 4번째 입찰공고를 한 상태다. 3차례나 유찰됐기에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바로 착공할 수 있으나 발주처인 익산국토청은 오해의 소지를 우려해서인지 4차 입찰공고를 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5차, 6차, 7차 입찰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전북도민의 꿈과 기대를 모았던 노을대교가 발주처의 의지부족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하루빨리 착공해야 한다는 도민의 염원을 담아내려면 동일한 발주 반복을 멈춰야 한다. 아니면 입찰방식의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을 통해 대기업이 응찰하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동일한 발주만 반복한다면 익산국토청은 면피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허송세월만 보내면서 “과연 노을대교를 건설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란 물음에 직면할 것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최근 ‘로또 부킹’ 과 관련 골퍼들 불만이 극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예약 자체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인구 11%인 564만 명이 골프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간 골프장 이용객이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문제는 역대급 호황기를 틈타 폭리를 취하면서도 고객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점이다. 빗발치는 문의 전화 때문인지 일부 예약 담당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불쾌감을 주기 일쑤다. 속칭 잘 나가는 골프장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단체 예약을 신청하면 최소 3주 전 부킹 여부를 알려줘야 함에도 D-day가 임박해 사인을 줌으로써 낭패를 겪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분간 이같은 황금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객 서비스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 같다. 골프장 명암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고조에 달한 호황세를 편승한 가격 인상은 이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팬데믹 이전에 비해 그린피가 평일 20-30% 비싸져 골퍼들 부담은 가중됐다. 여기에다 일부 유명 골프장은 팀을 끼워 넣는 꼼수까지 동원해 서비스는 아예 뒷전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라운딩 9홀 돌고 그늘집에서 대기 시간이 40-50분 늦어지는 배경이다. 도내 지금 회원제 2곳을 제외한 26군데가 대중제로 운영된다. 거의 대중제로 바뀌면서 개별소비세와 토지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회원제 형태의 영업을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야외 레저 활동이 마땅치 않은 코로나 상황에서 골프장으로 몰리는 고객들을 ‘봉’으로 여긴 것이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골프장 위세는 ‘로또 예약’ 뿐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매각 대금에도 드러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상황이 바뀌자 인기 있는 곳은 한 홀당 30억 호가하던 시세가 80억 안팎으로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골프장 중 일부는 서울 소재 법인들이 연간 보증금 20억을 제시하며 ‘황제 부킹’까지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급기야는 VIP 고객유치를 겨냥해 럭셔리한 골프텔 분양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꺼리던 거래 은행마저 태도가 180도 달라져 ‘실탄’ 공급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고객 불만은 부킹과 함께 서비스 정신 부족으로 귀결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시설로 골퍼 인기를 독차지하는 1-3곳은 그 명성에 비해 서비스 질은 오히려 뒷걸음 친다며 꼬집기도 한다. 접수창구 직원 태도가 불손한 데다 만만치 않은 음식 값에 단골들은 골프장 인근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아직 때 이른 감은 있지만 골프 대중화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예전 40-60대 전유물로 인식된 골프 인구가 20-30대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결국 고객 관리 서비스가 골프장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온몸에 눈이 100개나 달린 신화 속의 감시자 아르고스(Argos)도 한순간 그 많은 눈을 전부 감고 말았다. 그리고 이 거인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비참한 종말이었고, 철통 감시망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제왕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연녀 이오를 암송아지로 변신시켰다. 이를 눈치 챈 헤라는 제우스에게 암송아지가 된 이오를 선물로 달라고 청해 자신의 심복인 아르고스에게 엄중 감시하도록 했다. 100개의 눈으로 사방을 보는 아르고스는 잘 때조차 눈을 다 감지 않는 타고난 감시자였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명해 아르고스를 제거하도록 했다.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와 사랑이야기에 홀려 모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헤르메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됐다. 중단됐던 축제·행사가 속속 재개될 것이다.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 이번 참사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었다. 성난 민심에 당황한 정부는 국가혁신과 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고 재난안전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추진했다.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출범했고, 지자체에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재난안전기구를 신설했다. 또 우리 사회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이없는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국가 안전관리, 재난대비 시스템의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떠들썩하게 되풀이해왔다. 무엇보다 소를 잃지 않도록 튼튼한 외양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튼튼한 외양간이 바로 안전의식이다. 안전의식은 국민성에서도 유래하지만 평소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의해서 형성되는 후천적·습관적인 부분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계속된 대형사고의 원인을 짚어가면 어김없이 인재(人災)로 귀결됐다. 시스템과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능사는 아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미래의 흐름까지 예측해서 우리 사회 위험요인을 모두 대비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 사회의 재난감시·안전관리 시스템은 ‘아르고스의 눈’에 비할 바 아니다. 하지만 아르고스처럼 한 순간 눈을 감아버리거나 눈을 뜨고도 방심한다면 모두 헛일이다. 아흔아홉 번의 헛걸음이 있더라도 한 번 있을지 모를 만약의 사태까지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투철한 안전의식이 사회체계와 국민의식에 녹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사회 시스템 정비보다 국민의식 전환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국내외 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김관영 지사가 제일 목표로 내건 기업유치나 국가예산확보가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정권이 긴축재정을 펴 김지사의 국가예산 확보가 제동이 걸렸다. 사실 전북은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넘어가면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구도와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군인 민주당도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자기방어하기에 급급해 도움줄 처지가 못되고 국힘은 서진정책에 힘입어 전북에 도움 줄 것처럼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 지사가 새만금에 하이퍼 튜브 유치한 것을 기폭제로 전북발전의 동력을 찾은 것처럼 기염을 토했지만 최종예타사업에서 탈락, 전체 사업비 중 2000억 가량을 줄여 다시 내년도에 신청할 계획이다. 고시동기생이 17명이나 각 부처에 포진 취임초부터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김 지사가 광폭행진했지만 전북정치권과 말로만 원팀 운운했지 협조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홀로 뛰는 불리한 형국이다. 김 지사가 복당해서 민주당 후보로 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복당파라서 아직도 어딘가 모르게 정치권과 물 기름 관계다. 도의회가 강공을 두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원팀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때 가능하지 정치적 이해가 달라서 도정이 겉돈다. 지금 현역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김 지사와 협력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실제는 김지사가 큰 정치 기반구축을 위해 알게 모르게 자기 사람을 출마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여 갈등관계가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대거 요직에 기용하듯 김 지사도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을 측근으로 기용했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비서실장 공보관 등 특수참모를 지역 출신이 아닌 타지역 출신을 기용해 소통이 안된다는 비판을 도의회나 언론을 통해 호되게 지적 받았지만 선거 때 걸림새가 없어서인지 자기 뜻대로 마이웨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도정의 한축인 의회와의 소통이 절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게 안타깝다. 송하진 전 지사 때는 비서실장이나 대외협력국장 정무특보 등이 의원들의 존재감을 살리고 높여 주면서 협조체제를 구축해왔는데 그렇게 안하고 있다. 전북개발공사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도의회가 강경기류를 보인 건 이미 예견되었다. 지역사정에 어두운 광주 출신을 문화관광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자 도의회가 존재감을 보이려고 기회를 단단히 별러 왔다. 서경석 사장의 부동산 취득에 관한 금융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거절되자 청문회가 중단되었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고 그 저변에는 소통부재가 일을 악화시켰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광수 전 도의장을 정무특보로 임명했지만 거의 움직이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민주당 출신 초재선이 37석을 차지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집행부를 길들여 자신들의 존재감 강화를 위한 수단처럼 보이지만 결국 전북발전을 위해 집안다툼은 끝내야 한다. 성과주의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김 지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부사장
2009년 1월 14일 오후, 보수 정비를 위해 해체되고 있던 익산 미륵사지 서탑 현장에서 놀라운 유물이 발견됐다. 금제사리호와 금제사리봉안기, 은제관식 등 유물 5백여 점이 담겨있는 백제 사리장엄구였다. 가공수법이 정교하고 세련된 품새의 사리장엄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빼어난 기교로 주목을 모았다. 그러나 학계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안에 있던 금제 사리기다. 사리기는 불교에서 탑을 세울 때 심주석(탑의 가장 중심에 놓인 돌) 주변에 안치했던 기물. 탑을 조성한 내력을 기록해놓기도 해 그동안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던 미륵사지 탑의 창건 내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학계의 기대대로 금제사리봉안기에는 석탑 건립연대와 시주자의 신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익산 미륵사의 창건 시기가 백제 30대 무왕 때인 서기 639년이라는 것,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사찰을 창건했다는 설화와는 달리 무왕의 왕후는 백제 최고 관직인 좌평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서탑 사리기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2년 앞서 발견된 부여 왕흥사지 목탑 터의 창왕시대 사리기에 이어 백제 사리기로는 두 번째. 백제 시대 불교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였다. 미륵사지 서탑의 사리장엄구에서 쏟아져 나온 500여 점 유물의 가치와 발굴 의미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당시 유물 공개 현장에 참석한 이건무 문화재청장도 그 가치를 인정해 ‘국보 중에서도 국보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파장도 컸다. 기존의 백제사 연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었고, 문화강국이었던 백제, 특히 공예 미술사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백제문화의 실체를 밝혀내는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라는 평가도 더해졌다. 정교한 서역풍 문양으로 가득 채워진 금제 사리항아리, 금판 위에 193자를 새겨넣은 사리봉안 명문기, 은제관식과 여러 가지 내용을 새겨넣은 금제 소형판 등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유물이 건네는 선물이었다. 2018년 미륵사 서탑의 사리장엄구는 보물로 지정됐다. 세상에 모습을 보인 지 10년 다 되어 얻은 자격이다. 그리고 다시 4년. 사리장엄구가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국보 승격은 역사·학술·예술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들여다보니 1400년 묻혀있던 역사가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는 과정이 흥미롭다. 어느 날 문득 역사가 말을 건네는 이유가 있을 터. 가장 빛나는 문화적 역량을 발휘했으나 700년 찬란한 역사를 끝으로 패망하고 난 뒤, 그 존재조차 미미해졌던 백제를 다시 보게 하는 힘. 사리장엄구의 존재가 새삼스럽다. /김은정 선임기자
조선의 건국(1392년)과 임진왜란(1592년)의 딱 중간인 1492년 스페인에선 역사적인 3대 사건이 발생한다. 레콩키스타 운동을 통해 무려 800년 가까운 이슬람 통치를 종식시켰고, 스페인 왕국 수립과 더불어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이어졌다. 알함브라 칙령은 한마디로 로마 가톨릭교로 개종하지 않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쫒아낸다는 거였다. 하지만 훗날 역사는 1492년에 이르러 최고 정점에 이른 스페인은 바로 알함브라 칙령으로 인해 몰락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마음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결과는 스페인이 훗날 2등 국가로 전락하는 단초가 됐다. 언제 어디에서든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게 바로 '축객령(逐客令)'이다. 지금부터 약 2200년 전, 중국 최초 통일제국의 진시황제도 한때 축객령을 내렸다.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다 간첩사건이 발생하자 격분한 시 황제는 다른 나라 출신 관리들의 진나라 밖 추방을 명령했다. 초나라 출신이던 이사 역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그는 “추방만이 정답이 아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렸고 진시황제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전북 정치권에 부쩍 외지인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민주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당이나 국민의힘 출신에 대한 배타적 감정도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김관영 지사 취임 이후 발탁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전북이 아닌 타 시도 사람이라는 거다. 면면을 따져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민주당이 주축인 지역 정치권에서는 과거 국민의당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는 게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여기에 일부 참모나 산하기관장 후보가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외지인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외지인 논란이나 자격시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발단은 민주당 지사 경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을 줄곧 지켜왔던 세력과 국민의당 출신 세력 간 힘겨루기는 경선으로 결말이 났으나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우리가 민주당을 지켜올 때 당신들은 살길 찾아 탈당하지 않았느냐”는 속내도 조금씩 표출되는 것 같다. 여기에 도의회 일각에서는 지방의원을 제대로 대접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자격 시비로 포장된 ‘외지인 배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출신으로 전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사가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우리도 모르게 전북에서 또 다른 형태의 축객령이나 알함브라 칙령을 반포하면서 사람들을 내쫒고 있는것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 2020년 첫 민선체육회장 선거 때 다른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저를 찍어내려고 한 데다 오는 12월 15일 회장 선거가 있는데 저를 못 움직이게 하려고…"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6월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전 체육회 본부장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직장 내 폭행과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을 문제 삼아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 결정과 관련해 과도한 갑질 이상의 인권 유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 본부장은 지방노동위로부터 “체육회 징계는 중대한 하자” 라는 판정을 받아냄으로써 그에게 내려진 해임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원대 복귀했다. 그에게 처음 징계가 내려질 당시 체육회 내부는 물론 지역 체육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30여 년 체육회에 몸담으면서 전북 체육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해임 징계를 한 도 체육회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이 문제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체육회장 선거에서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출사표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형원 전 체육회 사무처장과 김동진 전 체육회 부회장에 이어 31일 권순태 전 전북유도협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 처장과 김 부회장은 과거 김 본부장과 한솥밥을 먹으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들 동시 출마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김 본부장과 함께 3명이 지난 회장 선거 때 유력 후보를 도운 전력이 있어서다. 그들 조합 여부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김 본부장은 정중동(靜中動) 모드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곧 선거운영위를 구성해 300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도 선관위와 선거 위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꼽힌다. 지난달 끝난 울산 전국체전에서 전북이 기록한 종합 14위는 대전과 제주 세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초라한 성적을 둘러싼 책임론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출마자들도 이를 선거 쟁점화할 태세다. 지난 2014년 제주 전국체전 당시에도 전북은 종합순위 14위를 기록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책임 소재를 포함해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그에 따른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도의회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사무처장이 결국 책임지고 사퇴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터널을 지나야 했던 체육계가 다시 용틀임을 하고 있다. 민선 정강선 회장은 코로나에 휩쓸려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도 나름 월급을 반납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운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도청과의 관계마저 매끄럽지 못해 예산 삭감, 인사 잡음 등 후유증을 낳았다. 민선 시대 역동성을 기대하는 체육인들은 특유의 조직력을 통해 힘찬 날갯짓을 꿈꾸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가 갖는 의미다. 김영곤 논설위원
하천은 도시의 자산이다. 예로부터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고, 주민들은 하천에 기대어 삶을 꾸렸다. 전주에도 역사와 함께 흘러온 도도한 물길이 있다. 천년 전통 도시의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은 이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 어느덧 시행 20년을 맞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과다. 도시화‧산업화 시기, 전주천은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생명을 잃고 도시의 하수구로 변해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말 전주시가 시민 편의시설 조성에 초점을 맞춘 전주천 공원화 사업을 계획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생태계 복원에 중심을 둔 자연형하천 조성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도심 하천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깨끗한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가 돌아온 전주천은 도심 자연형하천 복원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 생물종이 다양해지면서 도심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이 유유히 헤엄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기를 되찾은 도심 하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주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의 자랑이 된 것은 인간의 편의가 아닌, 생명이 깃들어사는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춘 복원‧보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욕심을 줄이고, 불편을 감내한 것이다. 전국적 모범이 된 전주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하천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하류 생태계 복원이 과제로 꼽힌다. 삼천 합류구간에서 만경강 본류에 이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은 생태하천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중‧상류와 수질환경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환경단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에 여전히 남아 있는 5개의 대형 취수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오염된 퇴적물을 늘리면서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하천 관리기관에서 최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주천 국가하천 구간의 취수보 개량 사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점점 울창한 숲으로 변하면서 육상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하천 둔치의 식생도 생각해 볼일이다. 둔치에 형성된 숲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선8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환경단체들이 ‘흘러라 전주천’ 캠페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주시장 예비후보들은 환경단체와 ‘전주천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하류 국가하천구간 생태계 복원과 전주천‧만경강 생태네트워크 연결 등이 골자다. 우범기 현 시장도 당시 후보 자격으로 동참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심 생태하천 전주천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시민의 휴식처이자 전주의 대표적 자연생태공간인 전주천의 물길을 더 관심 있게 살펴볼 일이다. 1급수 지표종인 쉬리와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도심 생태하천.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전주의 자랑거리이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코로나가 어느정도 잡히면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들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 등지에서 KTX나 고속버스 자가용을 이용해서 찾는다. 하지만 전주 관문인 전주역에 내리면 택시잡기가 여간 힘들어 설레이는 마음은 고사하고 기분을 순식간에 잡쳐버려 짜증이 난다. 인터넷을 통해 한옥마을과 경기전 등 각종 정보를 내려 받아 기대가 부풀었던 전주관광이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버린다. 용산에서 1시간 40여분만에 전주역에 당도하지만 1시간 이상을 택시 잡는데 소모해 머릿속에 그렸던 좋은 전주 이미지가 나쁜 쪽으로 바꿔진다. 어느 도시를 가나 관문이 주는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도시 경쟁력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첫번째 열차에서 내려 부딪친 역의 모습이 그 만큼 중요하다. 전주한옥마을이 뜨면서 전주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처음 택시 잡는 게 영 안 좋은 인상으로 남아 다시 오고 싶은 전주가 아니라는 것. 이 같은 일은 관광객 뿐 아니라 전주시민도 함께 느낀다. 택시 잡기가 힘들어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차를 갖고 전주역에 오지만 주차장 면적이 146면으로 턱없이 부족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열차시간에 쫓겨 주차할 곳이 없을 때에는 멘붕이 날 정도로 당황해 심지어 KTX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주말에는 택시 잡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열차에서 내려서 부터 무거운 가방을 들고 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시민들은 미리 차를 갖고 와서 기다리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차로에 주차 대기해 교통혼잡을 초래하기도 한다. 시내버스 택시 자가용이 한데 뒤엉켜 접촉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심지어는 주차 때문에 다투는 경우도 생긴다. 전주역에서 이 같은 볼썽사나운 일이 날마다 발생하지만 전주시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선 미봉책으로 그쳐 전주 이미지만 손상될 것 같다. 전주역이 지역구였던 정동영 전의원은 1981년도에 지었던 전주역이 비좁고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 지난 2018년도에 정부를 설득하고 몰아 부쳐 45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선상역사를 짓기로 했던 것. 당시 정 의원 생각은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으면 예타사업으로 분류돼 예산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우선 착공하고 난 후 추가로 250억 원을 더 확보해서 위상에 걸맞은 역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간 절차 이행이 늦어져 아직 착공도 못해 2024년 개통은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속셈이 달라 별로 관심을 갖질 않고 있다. 특히 확보된 예산 갖고 지을 경우에는 주차장 등 반쪽짜리 전주역사신축이 되고 말아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안지은 게 낫다는 말이 나돈다. 지역구인 김성주 의원은 전주역 신축을 정동영 전 의원이 다한 것으로 유권자들이 생각할 까봐 한발 빼는 것 같고 전반기 때 국토교통위였던 김윤덕 의원은 KTX만 편하게 타고 다녔지 이 문제에 관해 일언반구의 말이 없다. 전주 관문인 전주역을 이렇게 놓아도 될 것인가? 백성일 주필 부사장
이름난 미술관 명화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가 토마토 수프를 뒤집어쓰고 모네의 <건초더미>가 으깬 감자로 뒤범벅되기도 한다. 기후활동가들이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미술관을 점거하고 벌이는 퍼포먼스 현장이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퍼포먼스는 미술관이 기획한 예술 행위나 합법적인 행위가 아니다. 미술관을 점거하고 미술작품에 테러를 가하는 행위는 기후활동가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관심과 시선을 끌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형식의 시위다. 불법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니 액자와 방탄유리 덕분에 원작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해도 당연히 충돌과 법적 제재를 받게 되지만 이들의 도전이 좀체 중단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술관의 명화 테러 시위는 지난 여름부터 본격화됐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영국과 독일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과 ’마지막 세대(Ultima Genrazione)’다. 처음에는 작은 갤러리에서 시작됐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자 이름난 미술관의 명화들로 대상을 바꾸었다.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의 작품이 대상이 되자 관심이 달라졌다.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도 대상이 됐다. 이름난 미술관의 이름난 작품일수록 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후활동가들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사실 일정한 공간을 점거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행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시위 방식이다. '스쾃(squat)'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스쾃'은 일종의 ‘빈집점거’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건물을 무단 침입해 점거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빈곤층의 주거 문제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무관심을 환기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이 운동은 도시빈민 주거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적 의미의 무단점거는 1968년 영국에서 본격화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유럽권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무단점거 운동은 한때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되기도 했다. 특히 문화영역에서 벌어진 예술가들의 '스쾃 운동'은 공동화되어가는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통로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문화 도전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후활동가들의 미술관 점거와 명화 테러는 진행 중이다. 유럽의 이름난 미술관들이 언제 기후활동가들의 타깃이 될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들의 과격한 시위 현장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공감과 비난이 엇갈리지만 흥미롭게도 ‘기후 위기의 절박성’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위험을 각오하고 나선 기후활동가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청춘예찬] 네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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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말연시 따뜻한 이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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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 해의 끝에 서서
[기고]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운영, ‘팔길이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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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상담] 고향 사랑도 실천하고 ‘13월의 월급’도 챙기는 지혜
[병무상담] 병력동원소집 통지서 교부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설]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