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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새만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노태우와 DJ간 정치적 산물로 태어난 새만금이 30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도민들 한테 희망고문이 된 것은 정권적 이해관계가 거의 없고 대기업 한테 메리트가 없어 진척이 안되고 있다. 백년 먹거리다 국가미래를 살릴 거창한 국책사업이라고 소개하지만 대부분의 도민들은 이 사업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업으로 인식한다. 주로 장년층들은 자신들의 당대에 이 사업이 마무리 되어 성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치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책사업은 대통령의 임기중에 끝내버려 경제적 효과가 크다. 거가대교 서해안고속도로 무안공항 보령터널 천사대교 등 대규모 건설사업도 대통령이 임기동안 의지를 갖고 추진해 가시적으로 사업효과가 드러나기 때문에 주민신뢰가 높다. 하지만 새만금은 이제야 겨우 방조제를 막고 2개 간선도로와 항만을 건설 하는 등 기본인프라 확충에 매달려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 상해 푸동지구는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새만금과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저 만치 가버렸다. 새만금이 터덕거리고 있을 사이 완공해 상해를 중국 심장부로 만들었다. 새만금이 전북의 균형발전을 가로 막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해마다 새만금에 일정액의 국비를 확보해서 사업비로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전북정치권은 예산국회가 열릴 때마다 새만금 예산 확보하느라 쩔쩔매 다른 사업비를 챙기는데 소홀했다. 그도 그럴것이 새만금예산이 줄어들면 지역언론에서부터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새만금예산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역대정권들은 새만금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덜한 관계로 소홀해 전반적으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반면 다른 시도 국회의원들은 새만금예산을 마구 흔들어 대면서 해마다 자기지역 예산을 챙겨가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겨났다. 지금 부안 고창지역에서 2차선으로 계획된 노을대교를 4차선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읍소하고 다니지만 그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안 해 답답할 노릇이다. 이 사업도 기재부 등지에서 안 해주려는 것을 규모를 2차선으로 줄여 사업을 확정했지만 전북정치권에서 처음부터 죽기살기식으로 강하게 밀어 붙였다면 4차선 교량건설이 가능할 수 있었다. 지금 176만9천명의 도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한 게 전북의 현주소다. 30년 이상 가랑비에 옷이 젖다 보니까 옷이 축 쳐져 입고 나갈 수 없다. 문제는 도민의식조차도 축 쳐져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더 큰 문제다. 고시3관왕 출신 김관영지사가 젊고 패기차고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해도 혼자서 기울어진 전북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가 없다. 전북정치권이 원팀이 돼서 대선 때 14.4%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 국회의원 중앙정부를 상대로 전북의 현실을 잘 설득해서 국가예산을 가져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극도로 대립된 상태에서 김 지사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대학 행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전북대가 그동안 말 못할 속앓이를 해왔다. 양오봉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더디게 진행되자 마음을 졸인 건 사실이다. 다행히 그에 대한 임명안이 14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통과함으로써 사실상 총장으로 확정됐다. 작년 11월 23일 총장 선거 후 3개월 만에 임명 절차가 끝난 셈이다. 일부에선 교육 자치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대학 구성원의 직선제로 뽑힌 점을 감안하면 검증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세월 평판과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총장 공백이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북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교육부에 승인 요청 뒤 인사 검증 기간에 전임 총장 임기가 끝나면서 곧바로 교무처장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갔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입학 졸업 시즌과 총장 인사 검증이 겹쳐 학사 행정에 부담을 준다는 것. 그래서 총장 선거일을 조정해 이 기간은 피해야 한다는 대안론도 나온다. 통상 교육부의 총장 후보자 검증이 두 달 정도 진행된다는 점에서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늑장 임명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전임 김동원 총장도 뚜렷한 이유 없이 40일 넘게 임명이 지연되면서 행정 혼선만 키웠다. 2006년 김오환 총장 후보자 때는 교육부가 부적격 결정을 내리자 대학 측이 자율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늑장 임명의 관행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 폐해도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인 선거 뺨칠 정도로 학내 파벌은 물론 보직 임용을 미끼로 기득권 먹이사슬을 형성해 반목과 대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북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작년 총장 선거 때 입후보자의 보직 임명을 막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4년 전 선거 때는 경찰 개입 의혹이 불거져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선두를 달리던 유력 주자에 대한 경찰 내사설이 선거판을 흔들면서 후폭풍에 오래 시달려야 했다. 배경을 두고 지금도 추측이 나돌면서 총장 선거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지방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내년 전국 4년제 대학, 전문대 모집 인원은 51만여 명이지만 올해 고교 졸업생은 39만여 명이 고작이다. 2023학년도 정시 경쟁률 3대 1을 밑돌아 사실상 ‘미달'로 분류된 대학의 86.8%는 지방대다. 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대학은 신입생 감소와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저출산 경향이 심각 단계를 넘어서며 대학 존폐뿐 아니라 지역 소멸 위기론까지 불거진 게 현실이다. 총장의 늑장 임명도 결국 생존 위기에 내몰리는 지방 대학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김영곤 논설위원
“오다가 쌀을 찧어 하시바(=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 힘 안들이고 먹은 것은 도쿠가와”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아주 유명한 말이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오다, 그는 천하를 거의 통일했고 철두철미한 도요토미가 완성했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가 돼 대대손손 260여 년간 에도 막부를 이어간 것은 덕장 도쿠가와였다. 평생에 걸쳐 어렵게 얻은 자리였기에 도쿠가와는 유훈을 남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서두르지 마라”, “무엇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걸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는 것 등이 바로 그 유훈이다. 비단 일본에서 뿐이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업하는 이 따로있고, 수성하는 이 따로있는게 바로 세상의 이치다. 약 400년 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초대 이승만부터 시작해 수많은 이들이 평생을 노려 오르는게 대통령 자리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총리 한번 하지않고 단번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움켜잡은 박정희, 전두환 또한 목숨을 건 승부를 건 도박끝에 청와대 주인이 됐으나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소위 보수대연합에 의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천운이 따랐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권부를 향한 장정이었다. 물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준석, 안철수, 홍준표, 나경원 등을 포용해내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그는 덧셈의 정치를 뺄셈의 정치로 바꿨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 차기 권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화합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비주류를 아우르는 대범함을 보여줬어야 하나 꼴보기 싫은 사람이나 집단을 배척하면서 결국 ‘윤핵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어쨋든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을 첫 공식방문했다. 단순히 전북도청을 방문한게 아니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지사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는 모양도 갖췄다. 지방정부 조직의 실국 수나 부단체장 수 등을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하고 비수도권개발제한 구역해제 권한,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 등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전및 360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위에서 KBS, MBC 본사 지방이전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때 군산조선소 행사에서 갑작스런 전주MBC 아나운서 출신 사회자 교체, 전주 M한정식 집에서의 오찬 등이 에피소드로 전해지기도 했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볼때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결론은 대통령이 주는 선물을 받는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젠 지방 스스로 성과물을 쟁취해야 하는 소위 ‘졸면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한 여고생이 전주의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은 2017년 1월이었다. 나이 열여덟 살, 죽음의 원인은 ‘자살’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취업. 그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로 현장실습을 나간 실습생이었다. 근무 부서는 ‘세이브(SAVE)’팀. 해지방어팀으로도 불리는 이 부서는 콜센터 안에서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심해 많은 사람이 가기를 가장 꺼리는 곳이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고객들의 전화를 최대한 많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 온갖 험한 말과 욕설, 인격모독을 당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배당된 ‘콜(call)수’를 채우고 상품을 많이 팔아 실적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다시 주어지는 과도한 실적과 등수를 매기는 평가와 편법의 임금 체계. 당당하게 맞서 이겨내고자 했으나 강압적 현실이 고통스러웠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망사건을 담은 영화 <다음 소희>가 2월 초부터 관객들을 맞고 있다. 취업률을 높인다면 어떤 환경이든 관계없이 실습생 받는 기업을 늘리려는 학교, 그런 학교들의 취업률로 ‘인센티브’를 받는 지방교육청, 역시 취업률과 ‘인센티브’에만 목매는 정부와 기업. 영화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같은 콜센터를 통해 만연된 실적 위주 가치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고질적인 병폐를 고발한다. <다음 소희>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이 되어 해외에서 먼저 소개됐다. 그날 상영회에서 영화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세 번이나 쏟아지고 관객들은 흐느꼈다는 화제작이다. 제26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의 폐막작으로도 초청되어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상황을 담은 이 영화에 외국 관객들이 공감했다는 것은 영화가 가진 ‘보편성의 힘’ 덕분이다. 사실 영화로 마주하는 현실은 잔혹하다. 콜센터 종사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실적만 앞세워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존중받지 못하는 청소년 노동권 등 마주하는 모든 현실이 다 그렇다. ‘막을 수 있었던 일인데도 보고만 있었던’ 대가여서 더 잔혹하다. 여고생의 죽음을 우리 앞에 꺼내놓은 영화의 힘이 그래서 더 새삼스러워진다. <다음 소희>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에 주목해온 정주리 감독이 ‘이제 더는 다음 소희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담아 제목으로 삼았다. 감독의 바람처럼 영화는 잔혹한 현실을 일깨우며 책임을 통감하게 하는 장면과 대사로 짧지 않은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붙잡아 놓는다. <다음 소희>의 메시지에 더 많은 사람이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 영화 놓치지 마시라. / 김은정 선임기자
2월 졸업시즌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12월이나 1월에 졸업식을 여는 학교(초·중·고교)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 이맘때면 시즌 막바지다. 출근길, 대로변 초등학교 정문에 졸업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런데 문구를 자세히 보니 졸업식이 아닌 ‘졸업장 수여식’이다. 정확한 시기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대의 트렌드가 돼 자연스럽게 이런 명칭으로 바뀐지 꽤 오래됐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와는 무관하다. 적어도 10년은 넘었고, 길게는 20년쯤 됐을 것이라고 한다. 왜 졸업장 수여식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을까? 상급 교육기관인 대학의 ‘학위수여식’이라는 행사명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학(대학원)에서는 석사·박사 등 학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실하게 학위과정을 모두 마쳤어도 논문이 통과되지 않으면 학위수여식에 서지 못한다. 하지만 초·중·고교는 다르다. 학교생활 중 상식 밖의 일탈이 있었다면 모를까, 어지간하면 모두 받는 게 졸업장이다. 게다가 졸업식 이전에 대부분의 학생이 상급학교 진학을 확정지은 까닭에 졸업장을 받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명칭을 사용한 지 오래됐지만 학교에서도 어색한 건 여전한 모양이다. 졸업장 수여식이라고 써놓고 여전히 졸업식으로 읽는다. 그러니 명칭이 바뀌었다고 단정짓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엄격하게 해석하면 차이가 적지 않다. 우선 행사의 주체가 달라진다. 졸업식의 주인공은 당연히 졸업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졸업장 수여식의 주체는 졸업장을 수여하는 학교장이나 학교가 된다. 말 그대로 졸업장을 주는 행사다. 해당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행사라는 의미의 졸업식에 비해 그 의미가 옹색하다. 한 가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졸업장 수여식인 만큼, 졸업생 모두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수여해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졸업생 대표 한두 명에게 졸업장을 전달한 뒤 갖가지 상장 수여와 내외빈의 연이은 낯내기 축사로 행사를 채웠던 옛 졸업식에 비해 프로그램과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다. 바뀐 명칭에 걸맞게 형식적인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졸업생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뜻깊은 행사로 확 달라져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결국은 졸업장을 수여하는 행사가 졸업식이니 명칭에 너무 엄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맞다. 어느 명칭이든 크게 잘못된 게 없고, 두 가지를 혼용하고 있으니 명칭에 천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렇다면 굳이 졸업장 수여식이라는 명칭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고 행사의 격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졸업식이라는 익숙하고 친근한 행사명에 큰 논란도 없었는데, 구태여 어설프게 졸업장 수여식으로 바꾼 이유를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유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관영 지사 한테 도민들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 놓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역대 지사들이 비슷한 구호를 내걸고 노력 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정부수립 이후에 전국 광역자치도 가운데 전북 만큼 인구가 줄어든 곳이 없다. 그 만큼 전북이 산업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 결정타였다. 1966년 266만명이었던 전북도 인구가 현재는 176만9000명이다. 1인당 지역총생산은 2900만원으로 도 부문에서 최하위다. 경제활동인구도 54.5%로 최하위고 청년고용률도 36.5%로 최하위다. 전북이 낙후되어 못사는 이유는 너무 오래동안 1차산업인 농업에 연연한 탓이 컸다. 다른 지역들은 SOC를 확충하고 공단을 조성해서 2.3차산업으로 발 빠르게 재편, 산업전환을 가져왔다. 전북이 이대로 가다가는 전주 익산 군산 완주만 남고 나머지 10개 시도는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 그간 전북도가 가장 잘한 일은 용담댐을 막은 일이다. 해마다 여름철만 닥치면 전주시를 비롯 전북 절반이 생활용수난에 처했었다. 하지만 용담댐을 막은 이후에는 전주를 비롯 도민 절반의 식수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용수난을 해결했다. 용담댐 건설로 많은 실향민이 발생했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상수원 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정읍시가 옥정호에서 상수원을 취수해 임실군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 문제도 용담댐 물을 정읍시에 공급하면 해결된다. 김제까지 용담댐 물이 공급되므로 김제에서 정읍구간 관로공사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 가장 잘못한 일은 정부가 김제공항을 건설해 주려고 공항부지까지 확보한 것을 벽성대와 일부 김제시민이 갈아 엎은 일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촌각을 다퉈가면서 해외를 들락거려야지만 도민들이 신고 나갈 신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청주공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항공수요는 얼마든지 창출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송하진 전지사가 논리를 잘 개발해서 중앙정부를 설득, 새만금공항을 추진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생각하면 도청사를 현 위치로 신축한 것은 근시안적인 것 밖에 안되었고 익산시민의 반대를 너무 의식해서 혁신역사를 백구쪽에다 건설하지 못한 것도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다. 여기다가 국립대인 전북대 군산대 전주교대를 통합하지 못한 것도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린 결과로 작용했다. 전북낙후가 고질병처럼 되버렸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기업유치로 풀 수 밖에 없다. 기업유치는 산토끼만 잘 잡으면 되는 게 아니라 집토끼도 잘 키워야 된다. 지금 수도권을 포함 전국 자치단체들이 기업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 만큼 기업유치가 만병통치약처럼 가장 영험한 묘약으로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사나 시장 군수 평가도 기업유치로 하면 틀림없다. 인기영합주의 행정(포퓰리즘)보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발벗고 전방위로 뛰는 단체장 한테 격려와 박수가 필요하다. 용담댐을 건설해서 용수난이 해결되었듯이 김 지사도 기업유치를 통해 전북병을 치유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4월 전주을 재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반된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겨누는 검찰 소환이 계속됨에 따라 서서히 조여오는 수사 칼날에 맞서 민주당은 장외 집회까지 강행하며 총력 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전주을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운천 의원 당선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쪽 모두 절체절명의 비장한 기류가 감지될 정도다. 사실 지금 전북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전주을 재선거에 집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텃밭을 자처한 민주당은 선거 불참 방침에 따라 외연상 정중동(靜中動)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빠진 초유의 선거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결전 채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에겐 ‘양날의 검’ 이다. 재선거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고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일단 유권자 비난 화살은 피해 갔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를 마냥 불구경할 입장은 아니다. 박빙의 판세인 만큼 민주당 성향의 표심이 당락에 큰 변수가 됨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선거 흐름과 달리 내부에선 일찌감치 내년 총선 공천에 사활을 건 경쟁이 불붙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을 포함한 총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긴장감만 높아지고 있다. 물론 세력간 정치적 셈법이 달라 대응 수위엔 온도 차가 있지만 검찰과의 전면전이 선포된 상황이라 대오 전열이 불가피한 국면이다. 국민의힘 상황은 전주을 재선거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도당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이 민선 8기 김관영 지사와 여야 협치를 통해 지역 현안 해결에 두각을 나타내자 국민의힘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다. 이런 기류 속에 정 의원 출전에 대비한 전열 정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정 의원 또한 오래전부터 출마를 위한 사전 조직 만들기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 가운데 안철수-김기현 양강 구도로 좁혀진 당 대표 선거는 수도권-영남 지역에선 열기가 뜨거운 반면 상대적으로 당원이 적은 전북에선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내 권력 지도 변화에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향후 정치 권력을 가늠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수사 결과가 미칠 정치권 후폭풍은 역대급일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도 모처럼 만에 지역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확인한 만큼 그에 따른 상승효과를 위해서라도 정 의원 당선은 절박한 문제다. 절대 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당 불참의 선거 구도 자체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금 양당이 직면한 최대 관심사는 이들의 엇갈린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전주을 재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지금부터 대략 200여 년 전 조선한양 인구가 20만 명 남짓할 때, 전 세계를 통틀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에도(=도쿄), 튀르키에의 이스탄불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베이징이나 에도는 그렇다 치고 런던이나 로마, 파리가 아닌 이스탄불이 인구 면에서 당당히 세계 3대 도시에 랭크될 만큼 엄청난 곳임을 알 수 있다.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은 로마의 수도가 동로마로 이전하면서 만들어진 신도시다. 얼마 가지 못한 서로마제국과 달리 동로마제국은 천년의 세월을 이어갔는데 1453년 오스만튀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 이스탄불로 바꿨다. 조선에서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소위 계유정난이 있던 해의 일이다. 오스만제국의 통치는 1923년 터키공화국 탄생과 함께 종식됐고 올해는 터키공화국이 출범한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해외 여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을 하면서도 막상 튀르키에나 이라크, 발칸반도, 중국 등은 한수 아래라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튀르키에 한 나라만 제대로 짚어봐도 이런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이스탄불 여행의 백미인 돌마바흐체 궁전에는 아주 특이한게 있다. 시계가 9시5분을 가리킨 채로 멈춰져 있다. 고장난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을 합친 사람쯤 되는 무스타파 케말파샤 아타튀르크(초대 대통령)가 사망한 시각을 가리킨다. ‘호 아저씨’로 일컬어지는 베트남의 호찌민 같은 사람이 바로 아타튀르크다. 그의 유지를 받들어 요즘 한참 성장가도에 들어선 튀르키예가 상상치도 못한 대지진으로 인해 공황 상태다. 터키라는 명칭이 영어 칠면조(turkey)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튀르키예로 바꾼게 불과 3년전인데 막 용트림을 하려는 마당에 이런 어려움이 닥쳤으니 지구촌 모두가 힘을 모아 도와야 한다.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2002 월드컵 4강 상대였던 튀르기예에 대해 전북도민들도 매우 우호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도내에서도 카이막 이라고 하는 튀르키예 전통 음식이 매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 김제를 비롯한 몇몇 카페에는 터키빵과 카이막을 즐기려는 매니아들이 제법 두텁게 형성됐다.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튀르키예 여행을 온 것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기에 꿀, 직접 구운 빵과 함께 즐기는 카이막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여서 때론 오픈런을 할 정도다. 카타르 월드컵 스타인 전북 현대 조규성 선수는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랭킹 12위로 평가되는 튀르키예 무대 진출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지구촌 먼곳에 있지만 절망에 빠진 튀르키예 국민들이 각지에서 전해지는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불끈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싶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일본인이 꼽는 국보 1호는 교토 광륭사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이다.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이처럼 인간 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은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는 바로 그 불상. 그러나 이 불상을 더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같은 반가사유상이라해도 광륭사 불상과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되어 있는 국보 제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양식과 모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무와 금동이라는 재질만 다를 뿐 그 모습이 흡사해 ‘쌍둥이 불상’으로도 불리는 이 불상들은 덕분에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광륭사 불상은 삼국시대에 제작되어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양식뿐 아니라 재료도 일본 초기 불상들이 모두 노송을 사용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는 적송을 사용했으며 기법도 전신을 여러 개 나무로 따로 만들어 조합하지 않고 모두 한 덩이 나무로 조각했다는 점이 그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다. 30년 전,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따라간 답사길에서 광륭사 ‘목조반가사유상’을 마주했다. 빛을 절제한 공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에 빠져 있던 일행 사이에서 누군가가 ‘이것도 우리 것 아닌가?’라고 말했었다. 사실 답사길에서 만났던 일본의 수많은 문화재 중에는 우리나라 유물이 적지 않았다. 정상적(?) 과정을 통해 전달된 것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건너온 사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그때 건너온 과정이 명쾌하지 않은 일본 속 한국의 유물들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게 한 불상이 있다. 대마도 관음사에 있던 고려시대 관세음보살좌상이다. 이 불상 역시 ‘훔쳐 간 것’이 아닐까 의심을 갖게 한 것 중 하나였는데, 옮겨진 과정이 어느 것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불상이 지난 2012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문화재 절도범들이 훔쳐 온 ‘장물’(?) 신세였다. 그러나 불상의 원소유주인 서산 부석사는 일본이 고려 말기 훔쳐 간 약탈 문화재이니 환수해야 한다며 곧바로 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손을, 2심 재판부는 일본 관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상고가 예고되어 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법에 따르면 훔친 문화재는 돌려줘야 하고, 전문가들의 입장은 약탈 문화재라 해도 다시 약탈로 찾아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들을 되찾아 오는 정당한 방법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때마침 일본에서 약탈 문화재 반환 운동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우리의 환수 운동에 더 큰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김은정 선임기자
설‧입춘에 이어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설부터 대보름날까지 우리 조상들은 쥐불놀이와 윷놀이‧줄다리기‧연날리기‧투호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세시풍속이 사라지면서 이런 민속놀이도 잊혀져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와 박물관 등에서 명절맞이 행사를 열어 전통 놀이문화 계승에 노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70~80년대 이전에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골목놀이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소재가 된 게 바로 당시 아이들이 즐겼던 추억의 골목놀이다. 요즘같은 엄동설한에도 동네 꼬마들은 골목을 누비며 손을 호호 불면서 해가 질 때까지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하는 바깥놀이를 잃어버렸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 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 낭비로 생각해 백안시 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에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한때 전북교육청과 전주시가 정책적으로 아동 놀이문화 확산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전북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이 하루 60분 이상 놀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놀이밥6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놀이밥퍼’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에 함께 할 학부모 놀이활동가를 양성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아동 놀이 지원과 놀이터 조성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도 전주시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장이 바뀌면서 사업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에겐 ‘놀이가 밥’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정서적 안정,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제31조)에서 명시한 어린이의 권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놀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놀 시간도 없고, 마땅히 놀 곳도 없다. 마침 정부가 올해 아동의 놀 권리를 명시한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의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적극 반길 일이다. 아울러 놀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토끼의 해를 맞아 김관영 지사의 가시적 성과가 속속 드러나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것이다. 취임 초부터 공약사업인 대기업 5개 유치에 전력투구해왔기 때문이다.그간 진보교육감이 12년간 전북교육을 맡으면서 인성교육을 실시한 것이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면서 학력분야가 곤두박질 쳐 희망이 절벽처럼 보인다. 김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지만 윤석열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제반여건이 녹록치 않아 힘겹게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도의회와의 관계도 매끄럽지를 않아 인사청문회 때 불협화음이 잦았다. 국회의원들도 원팀운운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해관계상 도정에 협력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이유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도 여야협치로 이뤄냈지만 국힘 정운천의원과 민주당 한병도 위원장이 여야를 떠나 꼭 국회를 통과시켜야겠다는 의지가 6개월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김 지사를 민주당 출신 야당지사라고 보지 않고 국힘 지사 같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지사가 남원공공의대 설립과 광역교통망 통과 등 주요 현안을 4.5전주을 재선에 나선 정운천 의원과 가장 가깝게 머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3관왕 출신인 김 지사는 성향상 중도보수로 실용성을 중시한 정치인이다. 엘리트들이 모인 김앤장에서 터득한 성과주의를 도정에 접목한 탓 때문에 본인부터가 기업유치로 바쁘다. 도정구호로 내건 도전경성(挑戰竟成)도 실용성을 중시한데서 나온 것이어서 그가 얼마나 성과를 강조한지를 알 수 있다. 초창기 인사 때 군산제일고와 군산 출신 과거 국민의당 출신을 많이 기용했다해서 도의회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지만 지금 연고주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성과주의 때문이다. 심지어 도청내 성균관대 출신들한테 2명 이상 모이지 말고 성과로 말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지난 연말부터 신용보증재단 한종관 이사장 내정설로 설왕설래했던 것도 그의 일 욕심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진안 출신인 한 이사장 후보가 신용보증기금서 전무를 역임했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때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역임해 큰 성과를 냈기 때문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보내에서 조차 한 이사장이 온들 업무성격상 뾰족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쓰는 격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다만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해 국제금융센터 신축을 위해 그가 어떤 수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에서 14.4%를 얻은 상황에서 김 지사가 단기필마로 전방위로 중앙정치권을 향해 뛰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민들의 응원이 절실하다. 김 지사가 대기업 유치로 성과를 낼려는 뜻은 이해 하지만 그보다도 집토끼에 해당한 도내 영세기업을 잘 키우려는 의지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지역 조합장이 갖는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특히 농촌에선 농민의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물론 농산물 활로 개척에다 농가 부채 해결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그만한 자리도 없다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이뿐 아니라 억대 연봉에 직원 인사권까지 독점함으로써 사실상 제왕적 수준에 버금간다는 평이다. 그 정도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재선, 3선 이상 연임하다 보면 글자 그대로 자기만의 아성을 쌓기 마련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는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지역에서 못할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그 자리가 시장 군수 또는 국회의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런 제왕적 권한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과열 혼탁, 금품 향응 논란이 끊이지 않고 갑질, 성희롱, 횡령 사건도 꼬리를 물고 있다. 결국 정부가 회초리를 들고 부조리 차단에 나섰다. 2015년부터 선관위 관리 아래 동시 선거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장 선거가 같은 날 치러지게 됐다. 일단 투명성 보장 측면에선 성과는 거뒀지만 ‘돈 선거’ 잡음은 여전했다. 더 큰 문제는 조합장의 이같은 독점적 지위도 모자라 비상임 조합장 제도까지 운영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터줬다는 점이다. 조합장 3선 임기 제한을 못 박으면서 자산 1500억 이상 조합은 ‘비상임’ 조합장을 둘 수 있고 연임 제한 족쇄까지 풀어준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92곳 지역농협 가운데 비상임 조합장 체제는 26곳이다.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한 국회에서도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장 동시 선거가 3월 8일로 예정된 가운데 설날 전후로 입지자들의 플래카드가 거리 곳곳에 하나 둘씩 눈에 띈다. 도내에선 이번에 109명을 뽑는데 이 조합장 선거를 지방 권력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 시장군수, 지방의원 선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자기관리 조직을 풀가동해 서로 품앗이 형태로 공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지역에선 기득권 먹이사슬로 연결된 한 통속 이라며 그들의 권력 카르텔 구조를 못마땅해 왔다. 조합장의 정치권 진입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잠재력이 커지는 만큼 그에 비례해서 출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선거 단골 후보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들 중 지난해 6월 시군 단체장 선거 4곳에서는 막판까지 당선을 다툴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농촌의 피폐함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무엇보다 농민 이익의 극대화 문제다. 하지만 선거 자체가 지역 민심을 갈라치기하고 승자독식 구조로 진행됨에 따라 그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건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2월 첫날, 국내 증권가에서는 안랩이 뜨는 테마주로 확 부각됐다. 작년 대선 때 한창 성가를 날릴 때 1주당 13만5700원에 달했던 안랩은 이후 6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점차 치고 올라오더니 1일엔 거래대금이 2천억원을 넘어서며 주가는 10만원 턱 밑에까지 다가섰다. 안랩은 1995년 설립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그 모태로 순수 국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곳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가 크게 앞서면서 안랩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이 언제인지조차 관심이 없는데 소위 보수 한복판에 있는 경상도에서는 최대 화두다. 그런데 며칠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또 장외홈런을 날렸다. 그는 "국민의힘 본산 대구·경북에선 인물이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TK 의원은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는 'TK 전원 물갈이론'을 주장했다. 혹여 국회의원 눈밖에 날까봐 삽살개처럼 굽신거리는 단체장의 익숙한 모습들과는 전혀 딴판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진면목이다. 홍 시장은 "(대구와 경북에는) 당 대표 후보자도 없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중심이 될 최고위원 후보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뒤 "이참에 싹 물갈이하자"고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나라 국회의원이 아닌 동네 국회의원들은 모두 시의원, 구의원으로 보내자"며 "TK지역에서는 최근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들만 양산하고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멀리 영남에서 미쓰터 쓴소리가 또 헛소리 한마디 했나 보다” 하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가히 폐부를 찌르는 정문일침이라고나 할까. 전북의 현주소가 바로 TK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 등 당내 지도부 선출과정에서도 서로 눈치만 보고 출마예정자도 찾아보기 힘든 전북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이미 한물간 정치낭인들만 설치는 형국 또한 데칼코마니다. 전북은 어느 순간부터 변방이자 비주류의 한복판에 있다. 여러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기는 하지만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도민들이 선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정치영역에서 경쟁이 아닌 과점을 허용했고, 더 나아가 독점을 용인한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을 추진하면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런 말을 했다. “현재 통신시장은 통신3사 중심 체계로 고착화돼 사업자간 품질, 요금 등의 경쟁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이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선보이고 경쟁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 밝혔다. 전북 역시 정치권의 과감한 물갈이와 치열한 경쟁시스템 도입만이 살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세계기부지수’ 1위는 68% 지수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가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기부지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놀랍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성인 10명 중 8명이 돈을 기부했고 6명 이상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결과가 있다. 인도네시아가 1위에 올라서기 전 기부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미얀마였다. 미얀마도 여러해 동안 연속 1위를 지켰으나 2017년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내주었다. 미얀마 역시 저소득 국가인데다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국가다. 이들의 ‘기부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소득도 낮고 가난한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로는 종교적 배경이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기부지수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기부 문화도 이슬람의 의무인 ‘빈민구제(자카트)’가 바탕이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고 봉사하며 기부가 일상인 국민성을 종교적 배경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쉽다. 세계기부지수는 CAF가 2010년부터 해마다 발표해온 지수다. 매년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기부, 봉사, 사람돕기 등을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수치화해 나라별 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올해 119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88위. 기부지수는 35%에 그쳐 두말할 것 없이 ‘기부 후진국’이 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기부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57위였으나 10년 사이 31개 국가를 앞세웠다. 2021년 코로나의 위기에서는 지수가 반등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110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큰 폭으로 오른 지수다. CAF가 기부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후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기부지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훌쩍 뛰어올랐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들이 이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눔과 기부를 실천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자선 활동이 늘었다는 증거일터. 어려운 환경에서 나눔의 실천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CAF가 미얀마가 기부지수 연속 1위를 이어갈 때 덧붙인 말이 있다. “저소득 국가인 미얀마가 1위를 한 것은 부와 관용의 관계에 관한 그동안의 추정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가난한 ‘기부 선진국’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나눔 문화가 전하는 울림이 크다. / 김은정 선임기자
고대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의 고향 가는 길은 전쟁보다 더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으로 그리스 연합군에게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그의 귀향길은 순탄치 않았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탓에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그는 귀향길에 무려 10년이나 바다에서 표류하며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는 신(神)도 막지 못했다.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는 숱한 고난을 헤치고 10년의 전쟁, 10년의 표류를 거쳐 마침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내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 맞은 올 설 명절 역과 터미널에는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또 명절 연휴 막바지에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쇠고 다시 삶터로 향하는 귀경 행렬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보다 험난했던 고향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고향에서 자신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린 아내와 아들 등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어지는 우리의 명절 귀향 행렬도 물론 그곳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가 있어서다. 지금보다 교통 여건이 열악했던 시기, 명절 고향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귀성전쟁’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찾아가던 그 고향 땅이 텅 비어가고 있다. 고령의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형제와 친구들은 정든 땅을 등지고 있다. 부모형제·친구들이 두 팔 벌려 반겨주던 그리운 그 땅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내가 떠난 것처럼’ 남아 있던 사람들도 떠나면서 우리네 농어촌은 떠나는 땅, 소멸위기 지역으로 전락했다. 몇 년 후면 명절 귀성 행렬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농촌공동체가 속속 붕괴되고, 산업화시대가 만들어 놓은 ‘시골 부모·도시 자녀’ 구도도 빠르게 깨지고 있다. 또 비혼주의자와 1인가구가 늘면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평소 마음속에 묻어두다 일년에 한두 번 찾아갔던 고향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머지 않아 추억 가득한 그리운 내 고향이 인적 없는 유령마을로 변할지도 모른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농어촌 마을 입구에 귀향객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었고, 동창회와 마을 체육대회 등 귀향객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모두 옛일이 됐다. 고향에 남아 귀향객들을 반기고 이벤트를 열어줄 사람이 이제는 없다. 고향에 가는 대신 올부터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금으로 고향마을의 생존을 기원해야 할 판이다. 서글픈 일이지만 이대로라면 명절 귀향 행렬이 사라질 날도 머지 않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토끼띠 새해 벽두부터 모처럼 만에 전북이 깡총거리면서 활기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윤핵관이 포진한 강원도는 14년만에 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됐는데 전북은 여야 협치로 불과 6개월만에 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킨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 제주와 세종특별시는 중앙정부가 개발방향 등을 제시하면서 주도해 그 성격이 전북과 강원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올 6월 시행을 앞둔 강원도도 특별법만 통과되었지 그 속에 담을 콘텐츠가 허접하고 산만해 후발주자인 전북 한테 많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기면서 설움과 분노에 찬 플래카드가 전라북도를 도배한 이후 처음으로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플래카드가 도내 전역에 나붙었다. 전북은 1년후에 도제(道制를 마감하고 새로운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게 된다. 126년간 이어져 온 도제시대에 전북은 기쁨과 영광 보다는 산업화 변환에 따라 낙후와 소외라는 긴 그림자만 짙게 깔렸다. 그 여파가 인구감소로 이어지면서 1966년 252만이었던 도 인구가 지금은 176만9천명대로 반토막나면서 지방소멸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분 부활되고 1995년 단체장까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면서 지방자치를 실시해 왔지만 아직도 중앙정부에서 재정권을 장악해 반쪽자리 자치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이 독자적으로 발전모델을 세워서 특색있게 자치제를 꾸려 나갈 수 있는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전북은 그간 광주 전남권에 편입돼 호남권으로 묶여 있으면서 파이를 키우는 역할만 했지 지역발전을 가져올 전북 몫 찾기는 한계가 있었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가 운 좋게 이뤄진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김관영지사가 여야를 넘나들면서 공들인 게 적중했다. 취임직후 국힘 정운천의원과 협치를 한 게 맞아 떨어져 가시밭길처럼 보였던 법사위를 통과시킨 것. 특히 민주당 한병도의원과 법안 내용 보다는 우선 법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여야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일각에서 전북만 특별자치도가 되는 게 아니라고 그 의미를 폄하하거나 축소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법안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전북도가 전북연구원을 중심으로 콘텐츠보완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다고 토끼 마냥 깡총거리거나 자만할 일도 아니다. 사람과 돈이 모일 수 있도록 내실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간 전북도가 추진했던 산업생태계를 고려해 김 지사가 약속했던 대기업 유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대도시 광역교통관리특별법을 상반기중에 꼭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규제완화와 재정특례를 통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아무튼 전북특별자치도 성공여부는 도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김 지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원팀을 이뤄 법안보완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은 토끼의 민첩함에 거북이의 좌고우면함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요즘 전주 덕진 종합경기장을 지나다 보면 야구장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2월 석면 해체를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됨에 따라 시설물 허물기 공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우범기 시장도 12일 현장을 방문해 이곳에 문화예술 도시 전주의 새로운 명소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철거를 끝내고 2026년까지 문화 거점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이처럼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6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야구장에 얽힌 추억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다니던 학교와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필자에겐 애틋함이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반백 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집처럼 드나들던 야구장 에피소드와 함께 그때 그 여운이 짙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뭐니뭐니해도 해태 타이거즈와 쌍방울 레이더스의 프로야구 경기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해태 경기 때는 야구팬들로 경기장 안팎이 북새통을 이뤘다. 박진감 있는 경기 못지않게 장외에선 파울볼 줍기 등 볼거리도 다양했다. 80년대 초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라 야구를 통한 전북인의 애향심도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당시 억눌려 지냈던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함께 민주화 열망이 야구장 응원가를 부르며 폭발하기도 했다. 더욱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공유한 때문인지 해태타이거즈 경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전국 각지 야구팬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호남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파도타기 응원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관중들도 그날만큼은 해방감을 만끽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야구장을 포함한 종합경기장 개발을 둘러싸고 10여 년간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송하진 시장이 롯데쇼핑과의 개발계획을 발표한 뒤 극심한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며 원점에서 맴돌았다.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개발 계획을 백지화했던 김승수 시장은 논란에 기름을 부으며 소모적 논쟁만 불러왔다. 핵심 현안에도 불구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던 이 사업은 우범기 시장이 칼을 빼들면서 요동쳤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전주 대개혁을 선언한 그는 이런 기조에 따라 종합경기장 개발도 구체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은 물론 지역 여론도 우호적으로 반응하며 오히려 개발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구장은 곧 사라지겠지만 빛바랜 추억은 오롯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야구장을 대신해 들어서는 문화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예술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사통팔달 도심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에서 그림과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이를 통해 전주 시민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오랜 세월 지역개발 난맥상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종합경기장이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 그래도 야구장에서 울려 퍼졌던 우렁찬 함성은 여전히 귓전에 맴돌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이 세상에는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바둑이 그 일례인데 죽었던 흑돌이 훗날 전투나 패싸움 도중 살아나기도 하고, 멀쩡히 살아있던 백마가 어느 순간 죽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선 과정에서 요석처럼 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어느 순간 폐석이 돼서 결국 2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던 이낙연, 정동영, 정세균, 김경수 등은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스멀스멀 무대 뒤편에서 앞쪽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이번 설 연휴기간 중 사람들의 첫째 화두는 역시 먹고사는 경제문제였으나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정치권의 화두였다. 현직 도내 국회의원들은 모두 초선 또는 재선이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만 하려고 해도 3선은 돼야 하는데 그렇다고 정권 수뇌부 핵심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름대로 부지런히 뛴다고 하지만 의원 스스로 가채점한 것과 시민들의 실제 채점결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래서 요즘 지역정가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3선 고지를 넘어선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한편에선 “과거에 3선, 4선 했던 이들이 정작 자신의 영달은 꾀했을 망정, 막상 한게 뭐가 있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반대의 시각을 가진 주민들 중 누가 더 많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체적으로 의원은 선수가 쌓일수록 중책을 맡는 반면, 단체장의 경우는 마의 3선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3선은 하기도 어렵거니와 안 하는 게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전북에 국한해보면 유종근,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재선을 하는 것으로 마감했고, 강현욱 지사는 단 한번만 지냈다. 유종근 전 지사는 재선 때 경쟁자가 없어 경선도 없이 추대대회로 진행될 만큼 성가를 구가했고 그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김완주 전 지사는 3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악화된 정치적 여건, 측근의 만류 등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송하진 전 지사 역시 3선가도에 거침세가 없어 보였으나 정치적 반대세력의 연합작전에 의해 컷 오프됐다. 공교롭게 전북지사는 ‘3선불허’ 라는 불문율이 생겼는데 이제 막 시작한 김관영 지사의 추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교육감의 경우 3선을 노렸던 최규호 전 교육감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뜻을 접었고, 김승환 전 교육감은 생불여사(生不如死)라는 말처럼 오히려 3선을 하지 않은것만도 못한 평가를 받는것 같다. 민선단체장 선거가 도입된지 28년을 회고해보면 도내 14개 시장∙군수의 경우를 보면 3선을 역임한 사람치고 뒷모습이 추하지 않은이가 전무한 실정이니 단체장 3선은 고심, 또 고심끝에 결단하라는게 새해 아침의 덕담일듯 싶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데 여러분들은 돈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마디 말로 제 꿈과 유년기를 앗아갔습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렸던 유엔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해결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을 앞에 두고 울먹이며 질타한 연설이다. 그의 연설은 유엔총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더 뜨거운 화제를 불러온 사진이 있다. 툰베리가 연설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노려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된 후 트럼프는 트위터에 ‘툰베리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 같다. 보기 좋다’고 올렸다. 조롱하는 듯한 이 글에 툰베리는 트위터 계정 자기소개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로 바꾸며 응수했다.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하고 표지에 싣자 트럼프는 다시 글을 올렸다. ‘상황이 너무 웃긴다’며 ‘그레타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해 분노조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라도 보러 가라’는 일종의 야유였다. 툰베리 또한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다시 이렇게 바뀌었다. ‘분노조절 문제에 신경 쓰는 청소년. 지금은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를 보고 있음’.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계속되었던 여섯 살 소녀 툰 베리와 일흔세 살 미국 대통령의 신경전(?)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기후재난이 불러올 위태로운 미래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였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협정을 그 다음해에 체결했으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했지만 그 사이 미국은 파리협정에 서명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탈퇴한 국가였던 셈이다. 지도자의 인식이 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활동가들의 활동이 절박해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단체도 가세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기후활동으로 인권을 탄압받는 기후활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해, 마을에 지어진 석탄발전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최대 10년 징역형 위기에 처한 방글라데시 기후활동가 샤흐네와즈를 비롯한 8명 활동가를 위한 캠페인이 그 시작이다. 앰네스티 캠페인의 제목은 ‘정의에 대가를 물을 순 없다’다. 기후활동은 곧 정의라는 명시가 새삼스러우면서도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전주을 재선거 ‘시민후보’에 대한 부적절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시민후보’ 명칭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단체 내부에서조차 명칭 사용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텃밭을 자부해온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무공천 결정을 함에 따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그 틈새를 노리고 ‘시민후보’를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아군 진영부터 반기를 들고 나왔다. 이유인즉슨 이들 진영에서도 그간 핵심 역할을 해온 농민회와 민노총을 주축으로 한 진보성향 단체들이 일방통행식 추진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마디로 전쟁터에 나가기도 전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4월5일 전주을 재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추천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주도하는 모임은 “전주을 재선거는 전북 정치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 며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탈당 후보는 혁신이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 면서 시민후보 추천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문제는 유권자나 정치권에서 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먼저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농민회 도연맹은 논평을 통해 “시민후보와 같은 예민한 사항은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개별 인사들만의 참여로 ‘시민후보’ 명칭이 부여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며 시민후보 자격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도 단위 선거도 아니고 한낱 지역구에 국한된 데다 재선거라는 불명예스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때아닌 ‘시민후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저변에 깔려 있는 이번 선거 의미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온 민주당의 독점적 기득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책임론을 주장하는 여론 압박에 굴복해 결국 민주당도 무공천을 결정함으로써 기득권을 포기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후보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혁신 운운하며 시민사회단체가 또 다른 기득권 정치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에겐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이들 단체가 주도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은 물론 부적격 후보자의 낙선 운동과는 대비가 된다. 시민후보를 추천하려는 이들 단체의 충정은 십분 공감하나 정작 그 길 만이 정치 혁신에 부합하는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열망하는 유권자 코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물 경쟁력을 선호하는 시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는 건 ‘시민후보’ 명분이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함께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다면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통해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순리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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