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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택 익산시장 후보, 100억 규모 익산가치펀드 조성 공약

임형택 익산시장 후보가 지역 자본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100억원 규모 익산가치펀드 조성을 공약했다. 14일 익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익산의 부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재투자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청년과 시민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희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특별자치도의 광역 단위 벤처펀드가 숲이라면 익산가치펀드는 지역경제에 씨앗을 뿌리는 밀착형 투자”라며 “외부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이 지역경제의 결정권을 갖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익산이 인구 유출과 자본의 역외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전통 금융권은 담보 부족과 단기 수익성 문제로 지역 혁신기업과 창업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며 “익산가치펀드는 지역 자본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만들어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펀드 투자 분야로는 그린바이오와 푸드테크, 아트테크 등 K-식품·K-컬처 기반 산업을 제시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지역 대학 등을 연계해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독일의 하이테크창업기금(HTGF)과 미국의 지역사회개발 벤처캐피탈(CDVC) 사례를 언급하며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익산가치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50개사 이상을 발굴·투자하고 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약 500억 원 규모의 경제유발효과도 예상된다”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와 K-컬처 기반을 갖춘 잠재력 있는 익산에서 청년들의 혁신 기술과 지역 자원이 결합하면 경제 지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거
  • 송승욱
  • 2026.05.14 15:18

“30년 악취 고통 끝낼까”… 고창 신림면 종돈사업소 이전론 다시 부상

고창군 신림면 종돈사업소를 둘러싼 악취 문제가 수십 년째 지역사회의 최대 민원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심덕섭 더불어민주당 고창군수 후보가 사업소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해법 마련에 나섰다. 그동안 전북일보는 신림면 반룡리 종돈사업소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와 주민 피해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특히 돼지 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저기압 상황에서 고창읍 월곡지구와 신림면 일대까지 확산되면서 주민 불편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현재 종돈사업소 인근에는 온천마을제일아파트 590세대와 주공아파트 392세대 등 대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으며, 세곡리·반룡리 주민들 역시 수십 년째 악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생활 불편은 물론 지역 이미지 훼손과 부동산 가치 하락 문제까지 제기해 왔다. 농협경제지주는 그동안 탈취시설과 악취 저감장비를 설치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과 장마철이면 민원이 집중되면서 “임시방편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심덕섭 후보는 “더 이상 땜질식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종돈사업소 이전 추진을 공식화했다. 심 후보는 방장산 산악관광 특구 계획과 연계해 종돈사업소 부지를 생태친화 관광거점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관광호텔과 리조트, 산악레포츠 시설 등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특구로 지정받아 농협경제지주를 설득하고, 정부와 전북도의 재정 지원까지 확보해 이전 사업을 현실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 악취 민원 해결을 넘어 고창 북부권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까지 동시에 이끌겠다는 것이다. 심덕섭 후보는 “신림면 주민들과 고창읍 주민들이 수십 년간 감내해온 악취 고통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강한 추진력으로 쾌적한 정주환경과 미래형 관광산업 기반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 고창
  • 박현표
  • 2026.05.14 15:12

11년째 광장 가로막는 정읍역전지구대…시, 홍보관으로 활용 추진

정읍시민들의 숙원사업인 정읍역전지구대 철거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매년 답보 상태로 지속됨에 따라 정읍시가 ‘홍보관’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 추진한다. 정읍역전지구대는 2015년 KTX 역사 신축 이후 같은 해에 정읍종합 관광안내센터 옆에 건축되었다. 이후 정읍시민과 관광객들이 정읍역 입구를 나서자마자 건물로 막혀 있는 답답한 도시경관을 보여주고, 통행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이 나오면서 2020년 정읍종합 관광안내센터는 철거됐다. 하지만 정읍역 광장 중앙에는 역전지구대 건물이 위치하고 있고, 여전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통행에 불편을 주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축된지 11년이 경과하여 건축물 내구연한 3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는 불가하다는 기획재정부 입장으로 신축비 18억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읍시의회도 지난2021년 10월 21일 268회 임시회에서 정읍역 광장을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읍역 광장 앞 역전지구대 이전 대책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시의회는 “역전지구대의 대체부지 국·공유재산 교환방식을 통한 원만한 이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정읍시 연지동상가번영회 등 5개 상인회가 ‘역전지구대 이전촉구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정읍역 광장에서 이전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했었다. 상인들은 “역전지구대가 정읍의 얼굴 KTX역사를 가리고 있으며 각종 행사를 하려해도 광장의 절반도 사용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며 “역광장 북쪽 끝 부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윤준병 국회의원도 “시유지와 교환하여 이전하면 향후 정읍역 광장을 활용하는데 수월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것 같다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이전사업 필요성에 따라 정읍시는 지난 13일 백운기 총무과장 등 관계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정읍 역전지구대 이전 건립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고 신축 예산 반영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시는 이날 역전지구대 이전의 필요성과 함께 현재 건물을 정읍시 홍보관으로 활용해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 자원을 알릴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위성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백운기 총무과장은 “역전지구대 이전은 시민 편의 증진과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며 “앞으로도 필요한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자 중앙부처와 면밀하게 소통하고 적절한 대응을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정읍
  • 임장훈
  • 2026.05.14 15:11

[사설] ‘5·18’ 46주년, 민주주의 정신 되새기자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 광주를 가득 채웠던 그날로부터 어느덧 46년이 흘렀다.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며, ‘오월 정신’이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준엄한 화두를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뿌리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올해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전북에서도 기념식과 이세종 열사 추모식, 이세종 장학금 전달식, 전북도민 순례단, 사진 전시회, 학술제 등의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 현장뿐만 아니라 전주와 김제 등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시민들이 마음을 보탤 때, 오월 정신은 특정 지역과 세대의 전유물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전문에 수록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기대가 컸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문구 추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완결짓는 중대한 행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됐던 개헌 시도는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39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가 여야 정쟁의 벽을 넘지 못한 점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에게 더 큰 아쉬움과 과제를 남긴다. 사실 오월 정신은 헌법 전문에 실리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미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비록 이번 개헌 시도는 무산됐지만, 헌법 전문 수록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정치권의 과제이자 시대의 명령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결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완성하는 일은 그 가치를 믿고 행동하는 시민의 몫이다. 정치적 합의가 멈춰버린 자리에서 그 가치를 이어가는 것은 결국 시민의 기억과 실천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응답은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의 일상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4 15:09

[금요칼럼]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불편한 진실

전시 작전 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한미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환수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를 주장한다.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검토한 필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2006년 처음 제기된 전작권 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해 왔다. 그 조건은 첫째 한국군의 군사적 연합방위 지휘 능력 확보,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능력 확보, 셋째 한반도 및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이다. 조건 충족 여부는 세 단계 평가를 거쳐 검증하게 되어있다. 기본운용(IOC), 완전운용(FOC), 완전임무수행(FMC) 능력 평가이며 2단계를 진행 중이다. 하나같이 계량화가 어려운 정성적 평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핵심은 우리가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엔사(연합사) 사령관은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의 전작권을 행사해 왔다. 반면 북한은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하며 전쟁 수행 능력을 키워 왔다. 그런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전작권 환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주도해 온 연합방위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우리 국민의 의견 또한 둘로 나뉜다. 주권 국가의 자존심으로 보는 쪽은 하루빨리,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쪽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전작권은 하루라도 빨리 환수하는 게 좋다. 주인 정신을 가지고 국가 방위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2015년 연합 작전계획(5015)을 수정하며 이를 실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계획을 반영하려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작전계획은 물론 훈련계획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것이다. 전작권을 환수하며 세가지 조건 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전작권 환수가 주한 미군에 미칠 영향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한 미군은 주둔하는 그 자체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력 이상의 억제 효과가 있다. 다음은 ‘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다. 법적 효력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다. 첫번째 조건인 연합 지휘 능력은 미국의 첨단 지휘통제체계에 어떻게 편입하느냐의 문제다. 미국은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은 다 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로 전 세계 작전을 지휘한다. 우리 역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형 지휘통제체계(AKJCCS)를 개발해 2015년 전력화했다. 그러나 능력과 보안상의 이유로 미 체계와 연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제공하는 연합전력은 지휘 통제가 어렵다. 두번째 조건은 재래식 3축 체제와 확장 억제전략의 실효성 문제다. 우선 재래식 무기체계를 이용한 3축 체제(킬체인·한국형 대공방어·대량보복)는 근본적으로 핵무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확장 억제전략 역시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가지는 한 회의적이다. 거기에 미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왔다. 북한이 자행한 3천여 건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핵무기를 개발했고 같은 맥락으로 연합 억제 방안 역시 실행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세번째 안정적인 역내 안보 환경 조성 역시 중국의 해양 팽창정책을 고려 시 부정적이다. 대만사태와 한반도 분쟁은 동시에 발생할 것이며 중국 견제로 역내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환 조건 충족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진화와 함께 끝없는 여정이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정책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체 핵 능력이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 핵 개발을 포함한 독자적인 국방 태세 확립이 시급하다. 국제적 비난과 이런저런 고통은 함께 감내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14 15:08

[청춘예찬] 도와주는 사람은 왜 늘 부족한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늘 부족한 이유를 “요즘은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다”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도움은 왜 늘 개인의 희생에 기대는가. 우리 사회에서 돕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선의로 설명된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시간을 쪼개어 헌신하는 사람, 보수를 바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회의 찬사. 공공의 책임이 개인의 미덕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공공의 책임이 미담의 영역에 머무는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선의는 무한하지 않고, 헌신은 자동으로 재생산되기 어렵다. 특정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헌신적인 사람들을 가장 먼저 소진시킨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라는 미담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사명감은 노동 조건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이에 기대는 구조는 그들의 값어치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들고 침묵을 강요한다. 필수적인 것은 저렴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다. 언제나 거기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공급될 것이니까 말이다. 팔수록 손해가 나도 괜찮다고 말이다. 수요가 필수적이니 값을 올릴 이유가 없을까. 하지만 공급이 무너지면 그 계산은 첫 단추부터 틀린 것이다. 약이 하나씩 사라지고, 사람이 하나씩 떠나 현장이 비워진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알파제약의 알파아세트아미노펜정 500mg의 상한 약가는 11원이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가격이 그대로다. 원료비와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이다. 채산성 문제로 결국 제약사들이 하나씩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공급 중단 의약품 신고 건수는 33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그중 채산성 부족이 원인인 사례가 106건(38.6%)이다. “대체 가능한 약제가 있어 환자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이러한 판단이 누적될 때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2mg당 약가가 782원에 불과한 아티반 주사제의 국내 유일 생산처인 일동제약이 2025년 말 식약처에 생산 중단을 보고했다. 이 약은 소아 경련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간 대사 부담이 적어 생명줄과 같은 약이다. 정부는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용 시간과 부작용(호흡 억제 등)이 달라 단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식약처가 대체 위탁생산을 논의중이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 난항중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명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그 값어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보상 구조에 처해 있다. 여기에 법적 구조상 최선을 다해도 쉽사리 수십 억원의 민사배상 판결을 받고 형사처벌의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저렴한 약가와 수가. 그에 따른 희생은 당연한 것일까.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떠나게 된다. 선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명감은 구조를 대신할 수 없다. 필수적일수록 그에 걸맞은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야 약이 남고, 사람이 남는다. 11원짜리 약과 소진된 의료진은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우리는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14 14:52

서남용 통합반대특위 위원장, 유희태 선대위 합류

더불어민주당 유희태 완주군수 후보가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원이 유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유 후보측은 서 의원이 완주군의회 완주·전주 통합반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온 만큼, 그동안 제기돼 온 유 후보의 통합 입장 논란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유 후보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어제 임상규 전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에 이어 오늘은 서남용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맡아주기로 했다”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마음들이 이제 완주의 미래를 위해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상처도 있었지만, 완주의 미래 앞에서 화합의 길을 선택해준 결단은 군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통합과 원팀 기조를 강조했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희태 후보가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완주군의회 내 통합 반대 활동을 주도해온 서 의원이 유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이 같은 논란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유희태 후보 측은 “통합 여부는 군민 뜻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며 “주민 동의 없는 통합 반대 역시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선거
  • 김원용
  • 2026.05.14 14:37

국내 유일 7.3km 해상 트레킹 6월 개방…고군산 안전대책 시급

전면 개방을 앞둔 고군산 말도~명도~방축도를 잇는 인도교 및 해상 트레킹 코스(총연장 약 7.3k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안전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14일 군산시에 따르면 ‘고군산 말도~명도~방축도 인도교’와 연결된 해상 트레킹 코스가 완성 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6월 중 시범적으로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고군산 인도교 사업은 세계 최초로 다섯 개의 섬을 4개의 순수 인도교로만 연결하는 것으로, 지난 2015년 행정자치부 공모를 통해 추진됐다. 인도교 설치는 △제1교 말도~보농도(308m) △제2교 보농도~명도 (410m) △제3교 명도~광대섬(477m) △제4교 광대섬~방축도(83m) 등 총 4개소에서 진행됐으며, 소요된 예산만 총 339억7000만원에 달한다. 인도교의 경우 지난 2017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뒤 지난 2월 전 구간이 연결됐으며, 트레킹 코스는 일부 구간에 대한 정비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국내 유일무이한 해상 트레킹 코스로,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섬과 바다‧습곡단층 등 다양한 자연경관을 체험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에 시는 이곳 인도교를 ‘고군산 섬잇길’ 이라는 브랜드로 개발하고 걷기 여행(트레킹) 관광 활성화를 위한 편의시설 조성 및 관광섬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홍보 사업 등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다만 관광객 등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 문제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도교가 일부 개통된 후 방축도‧말도 등을 오가는 여객 수송 실적이 연평균 35%씩 급증하고 있으며 트래킹 코스가 개방되면 하루 800~1000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섬지역 특성상 안전사고에 취약한 만큼 개방에 앞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접근 및 점검이 시급하다. 특히 이들 섬 지역에 급경사가 많고 낙석 및 추락 위험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취약 지역에 대한 시설물 보강 및 CCTV 설치 등 요구된다. 여기에 응급환자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증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닥터헬기를 포함한 모든 구조용 헬기가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착륙장이 필요한데, 현재 방축도에만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말도 등 타 도서에서의 응급 상황 발생 시 헬기 접근성과 환자 이송 편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여객선 운항 통제 시 개인 선박을 이용한 안전문제를 비롯해 치안 강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 김모 씨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행정기관에서 다시 한 번 인도교 설치 지역에 대한 안전사고 및 응급의료 공백, 혼잡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군산
  • 이환규
  • 2026.05.14 09:16

새만금 띄우는 민주당···청장 공백 장기화 ‘엇박자’

새만금개발청장 공석 장기화가 국책사업 추진동력 약화와 행정공백 우려로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보은인사’ 가능성을 고려해 인선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잇따라 새만금 개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핵심 컨트롤타워인 청장 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새만금은 현재 기본계획(MP) 재수립을 비롯해 스마트시티 조성, 공항·철도·도로 등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인 핵심 국책사업이다. 산업과 교통, 투자 유치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특성상 부처 간 조율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수적이지만, 김의겸 전 청장 사임 이후 이를 총괄할 수장이 장기간 공석 상태로 남으면서 사업 추진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도 정치권에서는 새만금 개발 의지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청례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정청이 한 몸 한뜻으로 가야 새만금 개발도 더욱 속도감 있게, 힘있게 추진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최근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축으로 강조하며 “적임자를 신중히 검토 중이고, 청장 공백기간에는 장관이 겸임해 관리하겠다”며 새만금 사업 관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장관 중심의 임시 대응만으로는 인허가 조정과 투자 유치, 부처 협의 등 복합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리더십 공백 장기화는 조직 운영 전반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새만금기본계획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자료요청 과정에서 답변이 지연되는 등 대외 소통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으며, 조직 내부의 폐쇄성과 복지부동 분위기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인선 지연 배경을 두고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인사들의 거취와 연계한 인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낙선자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 조율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지역 정계 한 관계자는 “새만금 사업의 성패는 계획보다 이를 실행할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에 달려 있다”며 “수장 부재가 조직 전반의 복지부동과 폐쇄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 새만금 개발의 방향성과 추진력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민주당이 진정 새만금 개발 의지가 있다면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조속히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며 “행정 공백 장기화로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조직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군산
  • 문정곤
  • 2026.05.14 09:15

무기력한 전북, 10명 뛴 부천 못 뚫었다… 0-0 무승부

전북현대모터스FC가 수적 우세라는 절대적인 유리함 속에서도 부천FC 1995의 골망을 흔들지 못하며 ‘개막전 굴욕’의 설욕 기회를 놓쳤다. 전북은 13일 오후 7시 30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을 상대로 0-0으로 비겼다. 전반 초반, 경기의 흐름을 뒤흔든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경기 시작 불과 1분 만에 부천의 주장 바사니가 선발 출전한 이승우의 안면을 볼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VAR 판독 결과 판정을 번복하고 레드카드를 선언했다.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날, 바사니는 단 1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며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수적 우위를 점한 전북은 주도권을 잡는 듯 했으나, 부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24분, 부천 신재원의 프리킥이 바운드되며 윤빛가람의 슈팅으로 연결됐으나 전북의 수문장 송범근이 동물적 감각으로 이를 막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북은 이승우를 필두로 득점 기회를 노렸다. 전반 47분, 이승우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이동준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되며 완벽한 헤더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부천 김형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부천은 전반 내내 10명이 싸우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강한 투지를 보였다. 전북은 7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천의 육탄 방어에 막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천은 수적 열세 속에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자, 공격수 윤빛가람과 미드필더 김종우를 빼고 김상준과 김동현을 투입했다. 전북 역시 강상윤 대신 김승섭을 오베르단 대신 이영재를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다. 후반 64분, 교체에 보답하듯 침투하던 티아고를 항해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티아고 머리에 정확히 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과 함께 VAR 판독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경기가 6분가량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원심 그대로 유지되자 정정용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반 74분, 전북은 모따를 투입해 ‘트윈 타워’로 높이 싸움을 걸었지만, 후반 85분 티아고의 결정적인 슈팅마저 김형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11분이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부천 김형근 골키퍼는 이승우와 조위제, 티아고의 슈팅을 신들린 듯 막아내며 전북 팬들을 절망케 했다. 부천은 1분 만에 퇴장당한 바사니의 공백 속에서도 점유율 78%, 슈팅 25개(유효슈팅 11개)를 몰아친 전북의 공세를 끝내 막아냈다. 반면 전북은 90분 내내 수적 우위라는 압도적 찬스를 잡고도 부천 골문을 열지 못한 채 무승부에 그쳤다. 한편 전북은 오는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천상무프로축구단을 상대로 승리에 도전한다.

  • 전북현대
  • 유민성
  • 2026.05.13 21:5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C.S. 루이스 ‘순례자의 귀향’

C.S. 루이스는 영화로도 제작된『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북아일랜드 태생의 작가는 어린 시절 북유럽 신화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19세 때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해 복역하던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환상소설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작가가 오십 대에 출간한 시리즈물이다. 그에 비해『순례자의 귀향』은 삼십 대 초반에 쓴 첫 소설이며,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뒤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난해하고도 복잡한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자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제 인생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길 위에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퓨리타니아에서 태어난 소년 존은 어느 날 부모의 손에 이끌려 큰 돌집에 사는 집사를 만나러 간다. 집사는 온 땅의 주인인 지주님의 규칙에 대하여 말해 준다. 규칙을 어기면 전갈과 뱀이 우글거리는 검은 구덩이에 던져진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존은 규칙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존은 우연히 숲의 끝자락, 서쪽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을 보게 되고 그곳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간다. 지주님의 해고 통지를 받은 외삼촌이 동쪽 개천 너머에 있는 산으로 떠난 뒤 존은 숲속에서 갈색 여자를 만나고, 섬을 향한 목마름을 욕망으로 치환시킨다. 죄, 즉 갈색 여자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자, 존은 잊고 있던 달콤한 갈망을 떠올리고 집을 떠난다. 섬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순례 여정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단테의 『신곡』을 닮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도 어떤 깨달음이나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C.S. 루이스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하고 아쉬운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대중적 실재론에서 철학적 관념론으로, 관념론에서 범신론으로, 범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유신론에서 기독교’에 이르는 지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찾게 된 그 갈망에 기쁨(joy)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존은 ‘스릴’이라는 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계몽 선생을 만나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묻는다. “어쩌다 사람들은 지주가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요?” 계몽 선생이 답한다. “지주는 집사들의 발명품일세.” 덧붙여 집사들은 현대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에서 벗어난 존은 작은 언덕에 올라서서 “지주가 없다”고 외친다. 그때 미덕이 다가온다. 존은 미덕에게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고, 새총으로 새를 쏘아도 간섭할 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미덕은 새를 쏘고 싶은지 묻는다. 새총을 만지작거리던 존은 곧 아니라고 대답한다. 존은 미덕과 여행을 계속한다. 시대정신의 땅에서 두 사람은 프로이트에 갇혀 있다가 이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곳을 벗어난다. 그러나 거대한 협곡이 그들을 막아선다. 둘은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도 가고 남쪽으로도 간다. 그들 앞에 나타난 무지와 교만과 세속적 교양과 관대와 지혜들이 무모한 여행을 만류하지만, 존은 역사라는 이름의 은자에게 인류 사상의 변천사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협곡을 건너 마더 커크(Mpther. Kirk)가 있는 곳에 당도한다. 존은 먼저 온 순례자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존은 과연 섬을 보았을까? “세상은 둥글어요. 당신은 세상을 반 바퀴 돌았어요. 저 섬은 산이에요. 말하자면 산 반대편이고, 실제로는 섬이 아니지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그 섬은 외삼촌이 올라간 산의 이면이었다. 존은 퓨리타니아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귀향길은 같지만 다른 길이었고, 존은 처음으로 세상의 진정한 모양새를 보게 된다. 황보윤 소설가는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 <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 <광암 이벽>, <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5.13 19:56

[건축신문고] “안전은 효율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대규모 사업으로 다수의 건축물을 해체하는 경우에는 인허가 신청 및 처리, 감리 지정 등에 합리화라는 명목하에 건설사업관리자에게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이는 철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건설사업관리자에게 둘 이상의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 해체공사 감리를 우선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행정 효율만 보면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경만은 아니다.우리는 이미 2021년 광주 학동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고, 무고한 시민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완벽하지는 않겠으나 안전관리와 감리제도가 강화되어, 현재에는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공공건축물 등에 수반되는 해체공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공사 등 대규모 해체공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체감리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안전장치다. 해체공사는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철거가 아니다. 해체공사에는 해체계획서, 구조안전 검토, 현장 감리가 필요하다. 줄여야 할 것은 반복되는 행정절차이지, 현장의 위험을 확인하는 감리가 아니다. 감리는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감리는 공사를 빨리 진행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위험하면 멈추게 하는 책임과 역할이다. 그러나, 기간과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우선시해야 하는 건설사업관리자에게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해체공사감리자의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해체공사감리자는 더 이상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절차다. 제도를 바꿀 때는 해체공사에 대한 계획과 감리를 수행하는 현장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인 건축사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사고가 나면 현장 감리자와 건축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건축사와의 충분한 협의없이 바꾼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규모 건축물의 민간 해체공사에는 엄격한 감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대규모 공공사업에는 예외를 두는 것은 이중 잣대이자 건설사업관리자에 대한 특혜이다. 공공사업이라고 사고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 감리자가 여러 건축물의 해체공사를 동시에 맡는 것도 우려스럽다. 여러 현장을 한 사람이 꼼꼼히 보기 어렵다면 감리는 현장 확인이 아니라 서류 확인으로 흐를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말하는 정부라면, 해체공사 현장의 위험을 감시하는 눈부터 지켜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국토부는 해체감리의 독립성을 흔드는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6.05.13 18:36

[사설] 6·3 지방선거 본선 국면, 비방 멈추고 비전을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일정이 1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21일부터 선거일 전일인 6월 2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정당 경선과 단일화, 여론전으로 이미 과열 양상을 보여온 선거판이 후보자 등록을 계기로 본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할 후보들이 이제는 상호 비방을 멈추고,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서는 선거판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각종 논란 속에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면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관심을 모은 전북도지사 선거에 각각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낸 이원택·김관영 후보는 과거 행적과 정치적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날선 공세와 반박을 거듭하며 맞서고 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교육철학과 정책이 아닌 표절과 대필 등 후보 자질 문제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이어 최근에는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감투 거래’ 의혹을 놓고 이남호·천호성 후보 측이 상호 고발전까지 벌이며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은 매우 중요한 절차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 역량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서기 전에 반드시 점검하고 판단해야 할 요소다. 그런데 선거가 네거티브 공방에 매몰될수록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미래 비전과 현안 해결 방안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공방만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지금 유권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과 후보의 역량이다. 이에 맞춰 후보들도 침체된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북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제 본선 국면이다. 지금부터라도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상대를 비방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적임자인지를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으로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3 18:30

[사설] 대형잡화점 불법주정차로 도로 몸살 앓아서야

전주시내 주요거점에 위치한 대형잡화점 인근 도로가 상시적인 불법주정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잠시 세워둔 차량들이 차선을 점유하면서 교통정체는 물론 보행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잠깐이면 되겠지’라는 개인의 이기심과 업체의 미온적인 대처, 그리고 단속의 한계가 맞물리며 도로는 이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최근 본보가 확인한 완산구와 덕진구 일대 대형잡화점 앞의 풍경은 가히 ‘교통지옥’이라 할 만하다. 편도 4차선 도로 중 1개 차선은 이미 불법주차 차량들이 전용 주차장처럼 점령해버렸고,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들과 뒤엉키며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뻗친 불법 주정차 행렬로 인해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위험하게 진입하는 모습은 시민의 안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완산구와 덕진구의 대형잡화점 인근에서 적발된 건수만 해도 최근 1년 사이 수천 건에 달한다. 과태료 4만 원이라는 처벌보다 당장의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비뚤어진 시민의식이 도로 위 안전불감증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업체 측의 소극적 대응 역시 문제다. 십여 대 남짓한 자체 주차공간을 마련해두고 안내를 지속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폭증하는 방문객 수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체는 주차관리요원을 고정 배치하거나 인근 유료주차장과의 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인 교통유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익은 챙기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혼잡은 시민과 지자체에 전가하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전주시의 행정력도 더욱 매서워져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고정형 CCTV 단속과 계도 위주의 활동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민원이 잦은 구간에는 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고, 상습 위반차량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견인 조치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병행해야 한다. 도로는 공공의 자산이다. 특정매장을 이용하는 개인이나 업체가 사유지처럼 점유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의 통행권과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전주시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업체의 전향적인 교통대책, 그리고 무엇보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이기주의를 버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합될 때 안전한 도로환경이 회복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3 18:30

[오목대] 지방선거 이후 전북 핵심의제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막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당장은 과연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데 사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은 잠잠한 듯해도 지방선거 이후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바로 전주완주 통합이나 전주김제 통합, 새만금특별시 출범 문제다. 당선자 입장에서 볼 때는 통합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게 편안할지 몰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전북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불과 2년뒤 총선거가 예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마지노선은 어쩌면 올 연말까지로 봐야한다. 가장 오래된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은 이번 지선을 기점으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없는게 아니다. 얼마전부터 전주와 김제의 통합 논의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정치적인 해석을 낳으면서 일단 잠복 상태다. 하지만 전주·완주·김제를 아우르는 ‘광역 경제권’ 형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어 선거 이후 구체적인 상생 방안이 제시될 경우 의외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새만금특별시(군산·김제·부안 통합)는 일단 행정 통합보다는 경제적·기능적 통합을 우선시하는 것인데 선거 직후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성사 여부는 과연 전북이 통일된 상생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여부다. 결론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지자체장들이 어떤 통합모델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2026년 하반기 전북의 행정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과 시·군 통합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자생력’과 ‘도시규모의 경제’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려면 고급 금융인력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주여건이 필수적이다. 전주·완주 또는 전주·완주·김제 통합을 통해 도시규모가 확장되면, 주거·교육·문화 인프라를 광역 단위로 재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군이 나뉘어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통합된 지자체가 금융도시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나 특구 지정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차기 지방정부 입장에서 볼때 시·군 통합은 ‘외연 확장’이며, 금융중심지 지정은 ‘내실 있는 성장’을 의미한다. 약 2개월 전 블랙록(BlackRock)의 전주 사무소 개설이 이뤄졌다. 전주가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상징성’과 ‘실질적인 동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가 전주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전주의 금융환경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준다. 과연 전북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5.13 18:29

[의정단상] 대한민국 회복! 전북 회복!

6ㆍ3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5년 6월 3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탄생시킨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있은 지 1년 만에 다시 국민의 선택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윤석열이 12ㆍ3 내란으로 국민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려 할 때 국민께서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내 주셨습니다. 국민께서 친위쿠데타로부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냈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바뀌자 대한민국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요? 1년 전에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는 12ㆍ3 내란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중입니다. 야당이 불가능하다고 비아냥대던 주식시장은 ‘코스피 7,000’을 훌쩍 넘겼습니다. 3대 특검과 종합 특검으로 윤석열과 김건희가 저지른 불법계엄 내란과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쳤고, 법원에는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란청산 재판을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이 제대로 청산되고, 다시는 제2의 윤석열같이 내란을 꿈꾸는 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국민의힘 장동혁은 “계엄이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어떤 혼란을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계엄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 탄핵이 아니다”라며,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또 12ㆍ3 내란도 모자라, 이제는 윤석열을 비호하거나 불법계엄을 옹호한 자들을 6.3 지방선거 후보로 내세웁니다. 내란공천이나 다름없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국민의힘 대구시장 추경호는 윤석열 정권 부총리, 국민의힘 원내대표였죠. 추경호는 12ㆍ3 내란에서 국회의 계엄해제를 방해해 ‘내란중요임무종사’로 내란재판을 받는 피고인입니다.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윤석열 탄핵 소추가 ‘내란공작’이라고 했고, 어떤 후보는 “윤석열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한 것이다”라고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 후보라기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윤어게인 세력이나 할 법한 언행을 일삼은 자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국민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는 내란세력의 부활을 꿈꾸는 자들을 철저히 심판하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내란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회복이고 대한민국 정상화입니다. 전북은 어떨까요?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회복’이 ‘또다른 대한민국 회복’입니다. 윤석열 정권에서 전북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익히 아실 겁니다. 전북이 회복하려면, 내란을 제대로 심판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바로 서야 합니다. 전북도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자, 시들어만 가던 전북에 회복의 기회와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새만금에 9조 원 투자를 발표했고,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가 실무지원기구를 구성하여 꼼꼼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새만금을 지원하는 당 공식기구로 ‘글로벌 서해안시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입법과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10일,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선대위’를 출범시켜 6ㆍ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작년 대선에서는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였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내란을 확실히 청산하여 대한민국을 회복하고, ‘또다른 대한민국 회복’ 전북회복을 위해 일 잘하는 유능한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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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18:29

[타향에서] 금융이 따뜻해야 하는 이유

“왜 가장 어려운 사람이 가장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는가” 최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이 물음은 현대 자본주의 신용 체계의 모순을 찌르는 묵직한 화두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Risk)이 크기 때문에 높은 위험 할증(Risk Premium)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 논리이다. 그러나 금융이 단순한 이윤 창출 도구를 넘어 사회적 자원 배분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질문은 “금융은 본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성찰로 이어진다. 필자가 보기에 약자에게 가혹하고 강자에게 관대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넘어, 포용적이고 ‘따뜻한 금융’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시혜적 도덕론이 아니다.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다. 첫째, ‘빈곤의 덫’을 방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부과되는 고금리는 이들을 ‘빈곤의 덫’으로 몰아넣는다. 절박한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계적인 시장 위험률을 고려한 금리를 적용하면, 결국 연체와 신용불량이 만연하고 나아가 파산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들의 경제적 몰락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권이 단기적 이윤을 위해 회피한 리스크를 결국 국가와 공동체가 세금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에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후적 복지 지출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사전적 사회 투자’로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산업은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완전한 의미의 민간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로부터 배타적인 영업 허가를 받아 과점적 이익을 누리며,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예금자보호제도라는 막대한 공적 안전망 위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에는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매몰되지 않고,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부여된다. 셋째, 거시경제적 선순환과 내수 시장 진작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고소득층에게 집중된 저금리 대출은 실물경제의 성장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Bubble)을 키우는 데 일조해 왔다. 반면 경제적 한계 지위에 놓인 서민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매우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면 절감된 비용은 곧바로 필수재 소비로 이어져 내수 시장에 즉각적인 진작 효과를 일으킨다. 부유층의 자산 증식에 묶여 있던 자본을 서민들의 실생활로 흐르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에 대한 접근성은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과 직결된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가 재기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기록만을 반영하는 신용등급이라는 기계적 잣대로 금융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고금리를 강요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회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가정’의 틀에 사고를 축소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가 되려면 금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따뜻한 금융’은 약자를 보호하는 든든한 사회적 방파제이자,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양극화라는 시대적 위협에 대처하는 하나의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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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18:29

[기고] 전주 ‘파랑새관’ 명칭 재고해야

전주 완산칠봉 자락에 ‘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관과 민이 화해한 전주화약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혁명 130주년을 맞은 2024년에 건립됐다. 전주화약은 단순한 종전을 넘어 민이 행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집강소 설치의 발판이 된,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민중 자치와 민관 협치의 기록이다. 동학농민혁명의 핵심 무대인 전주에 뜻깊은 공간이 마련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농민군의 희생과 기억이 깃든 공간의 이름으로 ‘파랑새’를 내세운 것은 역사적 맥락과 어긋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 민요에서 ‘녹두’는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고통받는 민중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파랑새’는 누구일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민요의 ‘파랑새’를 일본군이나 외세 침략 세력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푸른색 계통의 군복을 입고 조선에 진주했던 일본군을 민중들이 파랑새에 빗대어 불렀다는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일본군(파랑새)이 농민군(녹두밭)을 짓밟지 말기를 바라는 간절한 경계와 혁명이 실패할 때 민중(청포장수)이 겪게 될 절망을 담은 비극적인 참요(讖謠)다. 현대인들에게 파랑새는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동화 덕분에 ‘희망’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물론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에는 희망과 평화의 이미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서 이 상징을 단순한 희망의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시 민중에게 파랑새는 동경이 아닌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공간에서 상징을 차용할 때는 대중적인 친숙함보다 그 시대가 품었던 본질적인 정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건립 과정에서 이 명칭이 지닌 역사적 함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배우러 온 아이들이 “파랑새가 일본군을 뜻한다는데, 왜 기념관 이름이 파랑새관이에요?”라고 묻는다면 전주시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혁명의 정체성보다 대중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우선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그대로 둔다면, 후대에 전해야 할 혁명의 서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기념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기억 방식이자 선열에 대한 예우를 담은 공간이다. 공공기념물의 이름 하나에도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후대에 남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담긴다. 혁명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명칭 대신 혁명의 주체와 민중의 삶을 담아낸 이름으로 조속히 변경해야 한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혁명의 좌절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민중을 상징하는 ‘청포관’, 전주화약의 핵심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관민상화기념관’ 등이 하나의 예다. 이름은 공간의 역사 인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1894년,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농민군들을 기억한다면, 전주시는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명칭 변경에 나서야 한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그날의 외침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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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18:28